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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의 102세 조종사 잭 헤밍스 씨가 5일(현지 시간) 당시 독일군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영국군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조종대를 약 20분간 다시 잡고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영국 사회에서 ‘나라를 구한 전투기’로 불리는 이 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날 영국 남부 이스트서식스 일대에서 이뤄진 비행은 80년 전 헤밍스 씨가 공동 창립한 저개발국 지원단체 ‘국제항공선교회(MAF)’가 쓸 기금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착륙 후 “비행기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나도 둔해졌다”면서도 “엄청나게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헤밍스 씨는 1940년 18세로 공군에 입대했고 1946년까지 조종사로 활약하며 훈장까지 받았다. 전역 후에도 소형 항공기를 구입해 비행을 계속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헤밍스 씨 같은 스핏파이어 조종사들을 가리켜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적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치하했다. 스핏파이어를 개량한 ‘시파이어’는 6·25전쟁에서도 활약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의 102세 조종사 잭 헤밍스 씨가 5일(현지 시간) 당시 독일군을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영국군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조종대를 약 20분간 다시 잡고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영국 사회에서 ‘나라를 구한 전투기’로 불리는 이 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이날 영국 남부 이스트서섹스 일대에서 이뤄진 비행은 80년 전 헤밍스 씨가 공동 창립한 저개발국 지원단체 ‘국제항공선교회(MAF)’가 쓸 기금을 모으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착륙 후 “비행기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나도 둔해졌다”면서도 “안전하게 착륙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헤밍스 씨는 1940년 18세로 공군에 입대했고 1946년까지 조종사로 활약하며 훈장까지 받았다. 전역 후에도 소형 항공기를 구입해 비행을 계속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헤밍스 씨 같은 스핏파이어 조종사들을 가리켜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적은 사람들에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치하했다. 스핏파이어를 개량시킨 ‘시파이어’는 6·25전쟁에서도 활약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 명문대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한류(Hallyu)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주영한국교육원 등에 따르면 4일(현지 시간) 옥스퍼드대는 제1회 ‘영국 한류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입학식을 열었다. 옥스퍼드대가 운영하고 주영한국교육원이 지원하며 향후 10주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소개한다. 이 강좌에는 중학생부터 선생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영국 시민 수십 명이 신청했다. 강의는 비대면으로 열리지만 이날 옥스퍼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면 입학식에는 약 20명의 수강생이 참석했다.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가요는 물론이고 한국 드라마, 음식,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다루기로 했다. 선덕여왕, 세종대왕 등 한국 역사와 주요 위인도 알려준다. 각 지역 사투리, 존댓말과 반말 등 한국어의 특성도 배울 수 있다. 수료식에서는 K팝 공연도 열린다. 옥스퍼드대는 지난해 11월에도 고려대와 ‘한류 4.0, 그 새로운 물결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 명문대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한류(Hallyu)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주영한국교육원 등에 따르면 4일(현지 시간) 옥스퍼드대는 제1회 ‘영국 한류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입학식을 열었다. 옥스퍼드대가 운영하고 주영한국교육원이 지원하며 향후 10주간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소개한다.이 강좌에는 중학생부터 선생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영국 시민 수십 명이 신청했다. 강의는 비대면으로 열리지만 이날 옥스퍼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면 입학식에는 약 20명의 수강생이 참석했다. 수강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한국 가요는 물론이고 한국 드라마, 음식,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다루기로 했다. 선덕여왕, 세종대왕 등 한국 역사와 주요 위인도 알려준다. 각 지역 사투리, 존댓말과 반말 등 한국어의 특성도 배울 수 있다. 수료식에서는 K팝 공연식도 개최된다.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한국학 수요가 급증했다. 기존에 이미 아시아학부가 있는 학교에서는 여러 학과 중에서도 한국학을 콕 집어 전공으로 선택하려는 학생 또한 늘었다. 옥스퍼드대는 지난해 11월에도 고려대와 ‘한류 4.0, 그 새로운 물결 그리고 미래를 위하여’란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확률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자신이 직접 뽑았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경질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집권 당시 파월 의장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일을 놓고 뒤늦게 앙갚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보수 성향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파월 의장을 재임명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러지 않겠다”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그는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임기를 시작했으며 2022년 연임했다. 4년 임기의 연준 의장은 수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11월 연임이 예상되던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을 교체하고 같은 공화당원 파월을 새 수장으로 낙점했다. 파월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후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자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이 과도하게 금리를 높게 유지해 미 경제가 로켓처럼 상승하지 않는다며 파월을 ‘배신자’ ‘멍청이’로 깎아내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파월 중 누가 미국에 더 적(敵)인지 모르겠다”는 막말까지 일삼았다. 당시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연준 의장 4명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언론 기고문까지 냈다. 한편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공판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제 재판이 재개될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재판은 당초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자신에게 ‘면책 특권’이 있으므로 기소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 1심 격인 연방지방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즉시 항고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대선 유세가 한창인 상황에서 수개월간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다. 일종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설령 2심 격인 항소법원이 트럼프 측의 주장을 기각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에 또 상고하면 11월 대선 전까지 재판의 최종 결과가 사실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자신을 ‘셀프 사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 사안이 그의 재집권 가도에 장애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공습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미국이 2, 3일 양일간 연속 보복에 나섰다. 2일에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무장단체를 공습했고, 3일에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를 공격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이 중동에서 연이틀 대규모로 직접 군사 작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즉각 “역내 긴장을 키우는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경고했다. 이란을 두둔하는 러시아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해 미국의 공격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美 ‘죽음의 백조’ 동원…최소 39명 사망 미군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2일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이란 관련 무장세력의 시설, 무기 보관 창고 등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 ‘카타입헤즈볼라(KH)’가 요르단의 미군 기지 ‘타워22’를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친 것에 따른 보복 차원이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공습에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비롯한 다수 전폭기가 출격했다. 미군은 이 전폭기가 미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고 밝혔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동원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미군 3명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했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친이란 단체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날 공격으로 시리아에서 23명, 이라크에서 16명 등 최소 39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사망자 중 민간인도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미국의 공격을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미군은 3일에도 영국군과 연합해 예멘 내 36곳 이상의 후티 기지를 공습했다. 홍해 일대의 후티 무인기도 격추했다. 후티는 중동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이유로 홍해 일대의 서구 민간 선박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란 반발…양측 모두 확전은 경계 이란을 비롯한 이른바 ‘저항의 축’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범죄를 덮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를 미국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했다. 후티 또한 “긴장 고조에는 긴장 고조로 맞서겠다”며 홍해 일대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다만 이란이 미국의 이번 공격에 직접 반격하는 등 전면적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 타격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일 공격이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지 이틀 만에 실시됐을 만큼 미국 또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또한 “어떤 전쟁도 (먼저)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 보수 진영에서는 보복 수위가 낮아 친이란 무장단체에 효과적인 경고를 보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NYT에 따르면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측은 약한 수위의 대응이 “적(適)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미국이 적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친(親)이란 무장단체의 공습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미국이 2, 3일 양일간 연속 보복에 나섰다. 2일에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무장단체를 공습했고, 3일에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를 공격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이 중동에서 연이틀 대규모로 직접 군사 작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중동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즉각 “역내 긴장을 키우는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경고했다. 이란을 두둔하는 러시아는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해 미국의 공격을 문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美 ‘죽음의 백조’ 동원…최소 39명 사망미군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2일 이라크와 시리아의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이란 관련 무장세력의 시설, 무기 보관 창고 등 85곳 이상의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 ‘카타입헤즈볼라(KH)’가 요르단의 미군 기지 ‘타워22’를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친 것에 따른 보복 차원이다.약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공습에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비롯한 다수 전폭기가 출격했다. CNN 등은 구체적인 지명은 밝히지 않았으나 이 전폭기가 미 본토에서 출격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과 이라크 바그다드의 거리는 약 9960km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도 동원됐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인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숨진 미군 3명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했다. 그는 성명에서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것”이라며 친이란 단체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이날 공격으로 시리아에서 23명, 이라크에서 16명 등 최소 39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사망자 중 민간인도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미국의 공격을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다.미군은 3일에도 영국군과 연합해 예멘 내 36곳 이상의 후티 기지를 공습했다. 홍해 일대의 후티 무인기도 격추했다. 후티는 중동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이유로 홍해 일대의 서구 민간 선박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이란 반발…양측 모두 확전은 경계이란을 비롯한 소위 ‘저항의 축’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공격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범죄를 덮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라크와 시리아를 미국의 점령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결심이 굳어졌다”고 했다.후티 또한 “긴장 고조에는 긴장 고조로 맞서겠다”며 홍해 일대의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이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촉구했다.다만 이란이 미국의 이번 공격에 직접 반격하는 등 전면적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 타격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일 공격이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지 이틀 후 실시됐을 만큼 미국 또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또한 “어떤 전쟁도 (먼저)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미 보수 진영에서는 보복 수위가 낮아 친이란 무장단체에 효과적인 경고를 보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NYT에 따르면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측은 약한 수위의 대응이 “적(適)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미국이 적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확률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자신이 직접 뽑았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경질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집권 당시 파월 의장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일을 놓고 뒤늦게 앙갚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보수 성향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파월 의장을 재임명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러지 않겠다”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그가 민주당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파월 의장은 2018년 2월 임기를 시작했으며 2022년 연임했다. 4년 임기의 연준 의장은 수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11월 연임이 예상되던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을 교체하고 같은 공화당원 파월을 새 수장으로 낙점했다.파월 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후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자 눈엣가시로 여기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이 과도하게 금리를 높게 유지해 미 경제가 로켓처럼 상승하지 않는다며 파월을 ‘배신자’ ‘멍청이’로 깎아내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파월 중 누가 미국에 더 적(敵)인지 모르겠다”는 막말까지 일삼았다. 당시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앨런 그린스펀 등 전직 연준 의장 4명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언론 기고문까지 냈다.한편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지난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이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혐의와 관련한 공판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제 재판이 재개될지도 공개하지 않았다.이 재판은 당초 다음 달 시작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자신에게 ‘면책 특권’이 있으므로 기소될 수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 1심 격인 연방지방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즉시 항고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대선 유세가 한창인 상황에서 수개월간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하다. 일종의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설령 2심 격인 항소법원이 트럼프 측의 주장을 기각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에 또 상고하면 11월 대선 전까지 재판의 최종 결과가 사실상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자신을 ‘셀프 사면’할 가능성도 크다. 이 사안이 그의 재집권 가도에 장애물로 작용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중국의 도전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단상에 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미국에서 좋은 거래(good deal)”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해 대외 문제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로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헤리티지재단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정책 플랜과 인재풀을 만들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헤리티지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유럽이 미 정치 현장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나토 탈퇴 안 할 것”이라 했지만… 미국을 찾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대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 러시아, 이민 등 어떤 문제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서방) 제재와 압박을 무너뜨리고, 미국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유럽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등 각종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한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나토 탈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20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유럽이 공격 받아도 결코 도우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나토 탈퇴를 시사해 왔다. 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고충이 가중된다는 게 당시 불만의 이유였다. 일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이 (나토의) 확고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헤리티지재단 연설과 미 의회 방문 등은 ‘유럽을 재무장하는 게 미국에도 좋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유럽, 핵 억제력 구축해야” 트럼프 재집권 시 나토 탈퇴를 무기로 대서양 동맹을 흔들 경우 유럽 전체가 안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실제 우려도 크다. EU의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치인으로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지난달 25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토 없이도 트럼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핵)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러시아의) 압력을 받을 때 핵 옵션이 정말 결정적이란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으로 군사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2.0’이 가시화되면서 미 주도의 나토와 별개로 핵우산을 구축하자는 목소리가 더해졌다. 미국은 현재 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뒤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 억지력에 마냥 의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자크 랑사드 전 프랑스군 합참의장과 데니스 맥셰인 전 나토 의회 영국 대표, 마가리타 마티오풀로스 독일 포츠담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7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미래 전투 항공시스템과 독일 F-35 전투기에 프랑스 핵무기를 배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모금한 정치자금 중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각종 소송의 변호 비용으로 썼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에 관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했고 다양한 민사 재판에도 연루돼 있다. 이에 선거자금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큰손’들과 만나 후원금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외곽조직인 ‘팩(PAC·정치활동위원회)’들은 최근 지출신고서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률 대응을 담당하는 팩 ‘세이브 아메리카’의 잔액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대선 캠페인을 담당하는 ‘마가 Inc’에서 3000만 달러를 가져다 쓰고, 다른 팩이 모금한 정치자금의 10%를 이체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권 전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여성 작가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83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최근 받았다.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이 대출을 받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은행에 자산 가치를 허위 보고한 것에 대해 뉴욕 검찰이 3억7000만 달러의 벌금 부과를 요청한 사건도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호텔 재벌 로버트 비글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제한 모금이 가능한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부당한 형사 기소를 당한 데 따른 동정심이 기부 동기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하루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이 사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넉넉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NYT에 따르면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 ‘퓨처 포워드’는 역대 슈퍼팩 최고 액수인 2억5000만 달러의 선거 광고를 계약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모금한 정치자금 중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각종 소송의 변호 비용으로 썼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에 관해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했고 다양한 민사 재판에도 연루돼 있다. 이에 선거자금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큰손’들과 만나 후원금 확보에 동분서주하고 있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모금 외곽조직인 ‘팩(PAC·정치활동위원회)’들은 최근 지출신고서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률 대응을 담당하는 팩 ‘세이브 아메리카’의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대선 캠페인을 담당하는 ‘마가 Inc’에서 3000만 달러를 가져다 쓰고, 다른 팩이 모금한 정치자금의 10%를 이체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권 전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성추행 당했다”며 여성 작가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83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최근 받았다.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이 대출을 받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은행에 자산 가치를 허위 보고한 것에 대해 뉴욕 검찰이 3억7000만 달러의 벌금 부과를 요청한 사건도 조만간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호텔 재벌 로버트 비겔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제한 모금이 가능한 ‘슈퍼팩(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부당한 형사 기소를 당한 데 따른 동정심이 기부 동기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하루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이 사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넉넉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다. NYT에 따르면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 ‘퓨처 포워드’는 역대 슈퍼팩 최고 액수인 2억5000만 달러의 선거 광고를 계약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국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면서도 최고의 산후 조리 서비스를 가진 나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자사 기자가 한국에서 직접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을 경험한 체험담을 소개했다. 로레타 찰턴 NYT 서울지국 에디터는 28일 ‘서울 산모를 위한, 조리원(Joriwon)에서 3주간의 보살핌’이란 기사에서 아이를 낳은 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삼시 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양육법 교육과 산모 마사지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산모가 자녀와 있고 싶을 때를 제외하면 간호사들이 24시간 신생아를 돌본다”고 소개했다. 찰턴 에디터는 자신이 머문 산후조리원이 “마사지 비용을 빼도 2주 동안 8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많게는 수천만 원씩 드는 곳도 있다”며 “그런데도 경쟁이 치열해 임신이 되자마자 조리원 예약부터 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엄마와 아기 모두 부유층과 인맥을 쌓기 위해 최고급 산후조리원에 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동시에 한국의 낮은 출산율도 언급했다. 찰턴 에디터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산후조리원에 드는 돈은 아주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위와인구연구소는 각국이 자녀 1명을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3억6500만 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발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해 ‘펠리니의 뮤즈’로 불린 배우 산드라 밀로가 29일(현지 시간) 91세로 수도 로마 자택에서 숨졌다. 1933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태어났고 1955년 영화계에 데뷔했다. 펠리니 감독의 대표작 ‘8과 2분의 1’ ‘영혼의 줄리에타’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국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면서도 최고의 산후 조리 서비스를 가진 나라다.”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자사 기자가 한국에서 직접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을 경험한 체험담을 소개했다.로레타 찰턴 NYT 서울지국 에디터는 28일 ‘서울 산모를 위한, 조리원(Joriwon)에서 3주간의 보살핌’이란 기사에서 아이를 낳은 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고급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삼시 세끼 식사는 물론이고 양육법 교육과 산모 마사지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산모가 자녀와 있고 싶을 때를 제외하면 간호사들이 24시간 신생아를 돌본다”고 소개했다.찰턴 에디터는 자신이 머문 산후조리원이 “마사지 비용을 빼도 2주 동안 8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많게는 수천만 원씩 드는 곳도 있다”며 “그런데도 경쟁이 치열해 임신이 되자마자 조리원 예약부터 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엄마와 아기 모두 부유층과 인맥을 쌓기 위해 최고급 산후조리원에 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언급하며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산후조리원에 드는 돈은 아주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위와인구연구소는 각국이 자녀 1명을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3억6500만 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발표했다.찰턴 에디터는 한국이 산후조리원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주변에 도와줄 조부모가 없으면 산후조리원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맞벌이 신혼부부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57.2%를 기록했다. 베이비시터 고용 비용은 월 200만 원 중후반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에 미군 3명 사망… 바이든 ‘보복’ 시사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가 27일(현지 시간) 요르단 미군기지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해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한 시기와 방식으로 이 공격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를 처벌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그간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온 바이든 대통령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결과”라고 맹공했다.》“미국은 반드시 대응한다(We shall respond).” 28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친이란 무장단체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의 죽음을 애도하며 보복을 천명했다. 다음 달 3일 집권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를 찾은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중동전쟁이 미국의 직접 개입 및 이란과의 교전 가능성이라는 새 분수령을 맞았다. 전쟁 발발 후 첫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확전을 막는 데 힘써 온 바이든 행정부가 무장단체의 배후에 있는 이란에 대한 대응까지 포함해 강한 보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은 벌써부터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주문하고 있다. 11월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이 뻔뻔한 공격은 (이란에 대한) 바이든의 유약함과 굴종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 美 “이란, 전쟁 원치 않을 것”이라 했지만… 미군 중부사령부는 28일 “지난밤 요르단 북동부 ‘타워 22’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공격 주체는 밝히지 않았으나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 ‘이슬람저항군(IRI)’은 이번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부상자가 ‘외상성 뇌 손상’ 증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미군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을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이번 공격과 관련해 이란이 확전의 의도를 가지고 계획한 일인지를 조사 중이다. 일단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은 ABC뉴스에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IRI에 대한 보복을 단행해도 그간 이들을 지원해 온 이란과의 직접 교전은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이란은 이번 공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 국장은 이란의 암묵적인 승인 없이 일개 무장단체가 미군 사망자를 낳은 공격을 감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란 개입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이란이 루비콘강을 건넜는지 바이든 행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이란이 중동 갈등이 심화될 경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요르단 등 주변 국가들에 물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 이란의 계산된 긴장 고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바이든 굴종 탓”… 진퇴양난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 어떤 식의 보복에 나서느냐가 중동전쟁에는 물론 미 대선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1월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집권 당시 “이란은 약하고 파산한 나라였다”며 공세의 계기로 삼았다. 그는 집권 당시 이란과의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핵협상 복원을 이유로 이란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란이 이 돈을 “중동 전역에 유혈 사태를 일으키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요 인사도 한목소리로 이란 직접 공격을 주문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바이든이 이란을 대하는 태도가 약하지 않았다면 이란이 미국을 표적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힘을 다해 보복하라”고 했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란 수도) 테헤란을 목표로 삼으라”며 이란 혁명수비대 내에서 해외 무장단체 지원을 담당하는 쿠드스군을 타격하라고 적시했다. 이 와중에 집권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간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무슬림 단체들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공격의 보복 수위와 중동정책 방향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올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불법 이민자 문제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2021년 취임 첫날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던 바이든 대통령은 밀려드는 망명 신청자로 각 주(州)정부가 몸살을 앓자 국경 폐쇄가 가능한 ‘국경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이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했다.● 바이든, 유색인종 지지율 하락에 ‘우클릭’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성명에서 “국경에 난민이 많이 몰리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긴급 권한을 가진 새로운 국경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5∼7일간 평균 불법 이민자 수가 4000∼5000명을 넘어서면 난민 심사를 중단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측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중심으로 결집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인 ‘성난 백인들’의 표심을 얻고자 불법 이민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최근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가 200만 명을 넘자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유세에서 “바이든 탓에 대형 테러가 100%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정책을 ‘우클릭’한 배경에는 최근 경고등이 켜진 유색인종 표심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2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2021년(86%)보다 36%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주도 컬럼비아를 찾은 것도 유색인종의 표심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행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1000만 명의 인구 중 21.5%가 흑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이곳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대선 후보가 됐다. ● 트럼프 “국경이 美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법을 촉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국경법은) 또 다른 재앙이다. 나쁜 국경 협상은 안 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며 무조건적인 국경 폐쇄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은 “국경이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화당 대선 경선의 잇단 압승을 바탕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6일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112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기준 2억9400만 달러의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도 수십억 달러를 보유해 배상금을 감당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 외에도 벌금 3억7000만 달러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해당 벌금을 부과하고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의 사업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 민사 재판 결과도 몇 주 안에 나올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산을 과시하면서도 지금까지 관련 소송에 전혀 자기 돈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재판들의 변호사 비용 등을 정치자금 모금 창구인 정치활동위원회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고 한다. NYT는 “하지만 이번 배상금부터는 정치자금 계좌로 감당이 어려워 자기 주머니에도 손을 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달 5일(현지 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을 찾았다. 아랍의 전통 그릇을 본딴 외관으로 유명하며 12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의 주경기장이다.당시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아시안컵을 한 달여 앞두고 잔디 관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사의 땅’ 중동에 있는 카타르 날씨는 12월이었음에도 한국의 화창한 초여름과 비슷했다. 경기장 곳곳에 에어컨도 보였다. 카타르 관계자는 “2022년 월드컵 당시 에어컨 근처에 앉은 일부 주요 인사가 춥다고 했을 만큼 에어컨이 잘 작동된다”고 자랑했다. 다만 그는 “중앙 냉난방 체계라 특정 구역의 에어컨만 끌 수 없어 해당 에어컨 위에 테이프를 붙였다”고 테이프 자국을 보여줬다.카타르는 중동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내친 김에 2036년 여름올림픽까지 유치하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부국 카타르가 이처럼 스포츠 대회 개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드컵을 ‘카타르 전시장’으로…행사·관광 허브 노려카타르의 국토 면적은 약 1만1437㎢로 경기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14%를 보유해 러시아, 이란에 이은 세계 3위 천연가스 보유국 겸 1위 수출국이다. 이처럼 막대한 ‘천연가스 머니’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스포츠, 문화예술, 미디어, 교육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천연가스 고갈 이후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이제는 대형 스포츠 행사까지 모조리 개최해 각종 전시, 행사, 관광업을 아우르는 ‘컨벤션 산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340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330만 명)보다 많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2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실제로 지난해 카타르는 월드컵 자체를 하나의 큰 자국 문화 ‘전시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세계적 건축가들을 초청해 단순히 예쁜 경기장이 아닌 ‘아랍 전통 상징물’을 본따 경기장들을 지은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루사일 스타디움은 아랍 전통 그릇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라크계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지은 ‘알자누브 스타디움’은 카타르 전통 범선의 ‘돛’ 형상을 취했다. 하디드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건축가이기도 하다. 다른 경기장들도 유목민 전통 천막, 아랍 남성 전통 모자를 본따 건축했다. 이 때문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작은 사막 국가인 카타르는 국제사회에 이름을 더 알리고 싶어 했는데 이번 월드컵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아직 올림픽은 개최한 적이 없지만 이미 도하에 올림픽 관련 각종 물품을 총망라한 ‘3-2-1 올림픽 스포츠 박물관’도 만들었다. 역대 모든 올림픽 성화봉, 메달, 마스코트 인형들을 전부 모아놓은 전시관이 인상적이다. 반드시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카타르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주요 건축물 거장들 손에서 탄생…세잔·고갱 작품까지, ‘글로벌 문화강국’ 노려2008년 ‘소프트파워 문화강국을 세운다’는 국가비전을 수립한 카타르는 문화예술 인프라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셰이카 알마얏사 공주는 전후(戰後) 미술 경매 최고가, 생존화가 경매 최고가, 역대 경매 미술 최고가 기록을 세우며 폴 고갱, 폴 세잔 등의 최고가 작품들을 사들인 세계 미술계 큰 손이다. 가장 대표적인 박물관 두 곳은 모두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설계했다. 특히 카타르의 민족적 소재를 녹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을 만들어냈는데, 이 또한 카타르의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도하의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사막 모래가 뜨거운 지열에 엉켜 만들어지는 장미 모양의 결정체인 ‘사막 장미’를 형상화하기 위해 316개의 원반으로 건물을 올렸다. 독특한 외관 덕에 카타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이슬람예술박물관’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밍페이(貝聿銘·베이위밍)가 설계했다. 역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을 형상화했다. ● 스마트 인공도시와 전통 이슬람문화 공존고유한 아랍 문화 및 자연과 사막 위에 만들어진 인공도시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도하 인근에 지어진 인공도시 ‘루사일시티’는 사막 위에 올려진 마천루로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전통 칼 모양을 본떴으며 초승달처럼 완전히 휜 곡선으로 유명한 ‘카타라 타워’. 루사일시티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을 볼수 있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워터슬라이드를 설치한 ‘메리알 워터파크’가 아시안컵과 함께 문을 열었다. 특히 카타르의 천연가스 및 석유산업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 슬라이드들은 한국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화제가 됐다.반면 도하를 대표하는 전통 시장 ‘수크 와키프’(Souq Waqif)에 가면 현지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더운 나라답게 낮보다 밤이 더 붐비는 이곳에서는 여러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도하에서 약 60km 떨어진 곳에는 사막과 페르시아만이 만나는 ‘내해’(Inland Sea)가 위치해 있는데, 모래사장과 바다가 공존하는 천혜의 풍경을 자랑한다. 도하=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해 12월 5일(현지 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 인근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을 찾았다. 아랍의 전통 그릇을 본뜬 외관으로 유명하며 이달 1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열리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의 주경기장이다. 당시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아시안컵을 한 달여 앞두고 잔디에 물을 주는 등 각종 관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열사의 땅’ 중동에 있는 카타르 날씨는 12월이었음에도 한국의 화창한 초여름과 비슷했다. 경기장 곳곳에 대형 에어컨도 보였다. 카타르 관계자는 “2022년 월드컵 당시 에어컨 근처에 앉은 일부 주요 인사가 춥다고 했을 만큼 에어컨이 잘 작동된다”고 자랑했다. 다만 그는 “중앙 냉난방 체계라 특정 구역의 에어컨만 끌 수 없어 해당 에어컨 위에 테이프를 붙였다”고 테이프 자국을 보여줬다. 카타르는 중동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내친김에 2036년 여름올림픽까지 유치하겠다는 야심도 가지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부국 카타르가 이처럼 스포츠 대회 개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림픽만 남았다”… 행사·관광 허브 노려 카타르의 국토 면적은 약 1만1581㎢로 경기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14%를 보유해 러시아, 이란에 이은 세계 3위 천연가스 보유국 겸 1위 수출국이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 진주 채취가 주소득원이었던 카타르가 50여 년 만에 세계적 부국이 된 것도 이에 기인한다. 카타르는 막대한 ‘천연가스 머니’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스포츠, 문화예술, 미디어, 교육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천연가스 고갈 이후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중동 대표 언론 알자지라 또한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미국 코넬대, 카네기멜런대, 조지타운대 등 명문대 8곳의 국제캠퍼스도 유치했다. 이제 카타르는 대형 스포츠 행사까지 모조리 개최해 각종 전시, 행사, 관광업을 아우르는 ‘컨벤션 산업’의 강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서 24위를 차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340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와 별도로 140만 명이 추가로 카타르를 방문했다.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은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관문으로 꼽힌다. 카타르는 도하에 올림픽 관련 각종 물품을 총망라한 박물관도 만들었다. 역대 모든 올림픽 성화봉, 메달, 마스코트 인형들을 전부 모아 놓은 전시관이 인상적이다. 반드시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카타르의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도하 인근에 지어진 인공도시 ‘루사일시티’도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전통 칼 모양을 본떴으며 초승달처럼 완전히 휜 곡선으로 유명한 ‘카타라 타워’. 루사일시티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도 볼수 있었다.● 주요 건물, 모두 건축 거장이 설계 카타르는 문화예술 인프라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들에게 랜드마크 건물의 설계를 맡겼다. 도하의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사막 모래가 뜨거운 지열에 엉켜 만들어지는 장미 모양의 결정체인 ‘사막 장미’를 본뜬 건물이다. 316개의 원반으로 사막 장미를 형상화했다. 독특한 외관 덕에 카타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이슬람예술박물관’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밍페이(貝聿銘·베이위밍)가 설계했다. 역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을 형상화했다. 이라크계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지은 ‘알자누브 스타디움’은 카타르 전통 범선의 ‘돛’ 형상을 취했다. 누벨, 페이, 하디드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다. 세 거장은 서구에서 활동했지만 모두 카타르의 민족적 소재를 녹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을 만들어냈다. 이 또한 카타르의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도하=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지켜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금주 국가’로 남아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주류 판매점이 등장했다. 1952년부터 주류 소비를 금지해 온 사우디에선 72년 만이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탈(脫)석유’와 ‘산업 다각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개혁 정책 ‘비전 2030’ 계획의 일부라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 등은 24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 내 외교단지에 각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하는 주류 판매점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만 21세 이상이며 이슬람 교도가 아닌 사람만 술을 구입할 수 있고, 월별 구매량도 정해져 있다. 구매 가능자에게는 한 달에 240포인트가 주어진다. 1L 기준 증류주는 6포인트, 와인은 3포인트, 맥주는 1포인트가 차감되는 식이다. 술의 종류 또한 제한적이다. 당분간 일부 와인, 맥주, 증류주 등만 판매된다. 이 매장을 방문한 한 익명의 외교관은 AP통신에 흥미로운 방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매장이 각국 유명 공항의 면세점에 있는 고급 주류 매장 같았다”면서도 “매장 직원들이 외교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또 술을 둘러보는 동안 휴대전화를 가방 안으로 넣으라고도 했다”며 완전히 자유로운 쇼핑은 아니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술 사진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외부에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 이념인 ‘와하비즘’의 본산이다. 인근의 같은 수니파 왕정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은 허가를 받은 식당 및 가게에서 비(非)무슬림 외국인에게 오래전부터 술을 판매했지만 사우디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해외 국적기가 자국 영공에 진입했을 때도 주류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강요할 정도로 금주 규정이 엄격했다. 2017년 집권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2030년 사우디를 경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 2030’에 따라 각종 금기를 하나씩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금주 못지않게 제한이 엄격했던 여성 운전 등 각종 억압 조치를 철폐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남녀 분리 정책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에 해외 유명 가수의 콘서트가 개최되고 영화관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일주일 넘게 미국을 얼렸던 ‘북극 한파’가 물러가자마자 폭우와 진눈깨비가 닥치면서 미 전역에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북극 한파로 인한 겨울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항공기들이 줄줄이 결항됐다. 22일(현지 시간) 미 기상청(NWS)은 캐나다에서 북극 기단이 더 이상 남하하지 않아 기온이 오르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북서부와 오대호 연안, 텍사스, 미시시피강 하류에 폭우 및 진눈깨비가 쏟아지면서 홍수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CNN은 NW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5일까지 미 걸프만 연안과 남동부 지역 주민 약 3700만 명이 폭우와 홍수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텍사스 남부 전역에는 이미 이날 오전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는 오클라호마주와 아칸소주, 미주리주 등 북부 지역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폭우로 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NWS는 아칸소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얼음 돌풍 경보를 발령하고, 도로 이용 시 결빙으로 인한 사고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CBS뉴스는 지난주 영하 20도∼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미 전역에서 최소 90명 이상이 저체온증, 낙상 및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럽에도 북극 한파로 인한 겨울 폭풍이 몰아쳤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21일 최대 시속 160km 강풍을 동반한 폭풍 ‘이샤’가 영국을 강타하면서 국내선 비행기가 인근 프랑스와 독일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독일 전역에서도 폭한과 폭설로 인해 항공편 약 1000편이 무더기 결항됐다. 이번 유럽 한파의 원인으로는 제트 기류와 엘니뇨 현상이 꼽힌다. 기후위기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지방의 냉기를 가두는 제트 기류가 약해진 결과 이상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엘니뇨 기간 동안 북유럽이 더 춥고 건조해질 수 있다고 봤다. 맷 패터슨 옥스퍼드대 대기물리학 연구원은 “20∼30년 전에는 현재 같은 한파가 훨씬 더 흔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추운 날씨가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