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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재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특별검사 수사로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검찰 대신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날 검찰이 공소장에서 ‘재단 모금은 강요에 의한 출연으로 기업은 피해자’라고 밝히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검찰이 기업의 자금 출연에 대가가 있었는지를 밝혀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은 물론 국정조사까지 시작되면 기업 총수들이 다시 불려나갈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은 내년 초까지 초비상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제대로 된 경영계획을 세운다거나 조직 개편 및 수뇌부 교체를 단행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얘기”라고 말했다. 재계는 검찰이 공소장에서 언급하지 않은 삼성, SK, 한진, CJ그룹 관련 의혹이 향후 특검 조사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최 씨 개인 회사인 독일 비덱스포츠에 승마 지원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35억 원을 송금한 데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승마 지원을 지휘한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2월 하순 최태원 회장이 박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난 SK그룹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 지원을 요구받은 바 있다. SK그룹은 “실제 돈을 보낸 롯데와 달리 SK는 금전 거래가 전혀 없었다”며 최 회장의 연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을 포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CJ그룹도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은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조양호 회장이 추가 소환될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공소장에 언급된 기업들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의 독대가 최 씨의 이권 사업에 직접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롯데그룹 측은 “검찰이 계속 수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다 특검도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 기자}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EV)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BMW,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 해외 업체의 전기차보다 연료 효율성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근 복합 전비(전기차 연료소비효율) 136MPGe를 인증받았다. 휘발유 1갤런을 넣는 비용으로 전기차를 충전했을 때 136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복합 전비는 BMW i3(124MPGe), GM 쉐보레 볼트EV(119MPGe) 및 스파크EV(119MPGe), 폴크스바겐 e-골프(116MPGe), 테슬라 모델S 60D(104MPGe) 등보다 모두 높았다. ‘MPGe’는 용량이 큰 배터리를 많이 탑재할수록 늘어나는 ‘1회 충전 주행거리’와는 다르게 충전비용을 고려한 경제성 지표다. EPA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연간 예상 연료비를 경쟁 차종들 중 가장 낮은 500달러로 추정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현대자동차가 1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16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EV)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기반으로 한 이 차는 완전 자율주행 수준을 의미하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를 만족시킨 콘셉트카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은 “현대차는 앞으로도 ‘이동’에 대한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자신감 보이는 현대차 자율주행차는 레벨 0∼4의 총 5단계로 나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것을 다 컨트롤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벨 1은 일부 단위 기능만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SW)가 담당한다. 최근 EQ900 등 고급 차량들이 조금씩 적용하고 있는 레벨 2는 고속도로처럼 운행이 쉬운 구간만 차량이 알아서 운전할 수 있다. 레벨 3은 ‘핸즈 오프 및 아이 오프’, 레벨 4는 ‘마인드 오프’로 구분된다. 운전자가 돌발상황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수준이 3단계, 차에 모든 것을 다 맡겨도 되는 게 4단계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는 레벨 4 수준을 구현했다. 그러나 아직은 도로 및 주변 데이터가 모두 입력된 일정 구간 내에서만 가능하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7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의 주행을 시연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자율주행을 최대한 간단하게 구현한다’는 취지하에 개발됐다. 마이크 오브라이언 현대차 미국법인 상품담당 부사장은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차는 현재 판매 중인 아이오닉 일렉트릭 차량과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자체가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점도 눈에 띈다.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의 전면 레이더와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의 카메라 등을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 기술과 결합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차량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사물을 쉽게 감지해 차량의 안전한 주행을 보장한다.○ 북미 공략 선봉에 나선 차량들 현대차의 독립 브랜드 ‘제네시스’도 이번 전시회를 ‘G80 스포츠’의 북미 데뷔 무대로 삼았다. 현대차와 분리된 단독 전시 공간(325m²)을 꾸민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1월 탄생한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 8월 ‘G80’으로 미국에 첫 진출했고 지난달부터는 ‘G90’(국내명 ‘EQ900’)을 판매하고 있다. G80 스포츠는 3.8 GDi, 5.0 GDi 엔진뿐이던 기존 G80 라인업에 3.3 터보 GDi를 추가해 고급 세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 데 의미가 있다. G80 스포츠는 내년 상반기(1∼6월) 미국에 공식 출시된다. 기아자동차는 ‘쏘울 터보’를 메인 모델로 내세웠다. 기아차 쏘울은 북미 지역 ‘엔트리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급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하는 쏘울 터보는 이 질주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 중 눈에 띄는 것은 재규어의 첫 전기차 시장 진출이다. 재규어의 ‘I-페이스 콘셉트카’는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로 1회 충전에 500km 주행이 가능하다. 양산 모델은 2018년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27일까지 열린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전격 인수하자 일본 자동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업계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삼성의 하만 인수 발표 이후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들이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산업을 넘나드는 연합이 구축되고 있다. 일본은 분명한 전략을 세워 이 분야의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의 발언도 전했다. WSJ는 일본의 이런 분위기는 산업을 뒤집는 기술 격변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었던 일본 기업들은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급전직하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일본의 현재 모습은 20년 전 세계를 지배하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일본에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산업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연구비로 1억9500만 달러(약 2조2800억 원)를 확보했다. 일본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업체 르네사스전자는 9월 미국 반도체업체 인터실을 약 3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자동차 분야를 강화했다.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파나소닉도 스페인 자동차 부품업체 피코사를 인수했다. 도요타도 자율주행차 연구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이 하만 인수를 통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커넥티드카, 나아가 자율주행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일본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통제권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장기화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적극적인 수출전략과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재도약을 이끌어낸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주름 개선 장비, 초음파 지방 제거 장비 등 초음파를 이용한 미용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뉴퐁은 3월 이란의 한 바이어와 연간 30만 달러(약 3억5100만 원)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8억6100만 원)의 40%가 넘는 규모다. 이 회사는 기존에 중국, 홍콩, 태국 등으로만 수출을 했다. 뉴퐁은 이란을 교두보로 삼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으로도 진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재용 뉴퐁 대표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슨(현 삼성메디슨)과 그 자회사 바이오넷 등에서 일한 영업맨이었다. 2001년 창업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뉴퐁을 설립했다. 전자기기용 케이블 어셈블리 제조사 대건테크 역시 수출 다변화로 도약에 성공했다. 삼성, 두산 등 국내 기업들과 거래하던 대건테크는 2011년부터 매출 하락에 힘들어했다. 이 회사는 신기수 대표 직속으로 해외영업팀을 꾸리고 KOTRA 등의 도움을 받아 일본 진출을 이뤄냈다. 일본 T사와 지난해 5만 달러(약 5850만 원) 규모의 첫 거래를 튼 데 이어 T사의 인도법인과도 계약했다. 올해 수출 총액은 전년의 7배인 35만 달러(약 4억95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인묵 현대유리 대표는 자신이 공장장으로 있던 회사가 부도나자 2012년 공장 하나를 아예 인수했다. KCC를 나와 공장장으로 들어간 지 1년 만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나빠진 재무상태였다. 조 대표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상매출 및 매입금과 원·부자재 관리에 집중했다.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도 활용했다. 회사 부채비율은 2014년 130%에서 40%까지 낮아졌다. 재무구조가 안정되니 회사도 성장했다. 수출도 2014년 20만 달러에서 지난해 40만 달러로 2배로 늘었다. 세 회사의 공통분모는 또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뉴퐁은 삼성물산 해외법인장과 삼성코닝 영업·구매본부장, 한솔 PNS 대표이사 등을 지낸 박홍식 자문위원이 ‘도우미’로 나섰다. 대건테크와 현대유리는 각각 마케팅 전문가인 장영봉 위원과 플랜트 해외수출로 잔뼈가 굵은 김진홍 위원의 컨설팅을 받았다. 현대유리의 조 대표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맛있게 밥만 떠먹는 식의 창업은 가능성이 없다”며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자문위원 덕분에 뿌옇던 시야가 조금씩 환해졌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각자도생(各自圖生)’ ‘짐 나눠 들기’. 현대중공업이 15일 결정한 6개의 독립회사 체제 전환에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다. 우선 독립 경영을 통해 비(非)조선사업을 키워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7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여러 회사가 나눠 지면서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따랐다는 것이다.○ 조선 의존도 낮추고 각자도생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조선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금으로 비조선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던 기존의 경영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의 연간 수주 실적은 2013년 273억 달러(약 31조9400억 원)에서 지난해 145억 달러(약 16조9700억 원)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액이 54억 달러(약 6조3200억 원)로 연간 목표치 131억 달러(약 15조3300억 원)의 4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력사업인 조선이 더 이상 ‘화수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 나머지 사업부들도 각자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비조선사업이 독립할 수 있는 나름의 체력을 갖췄다는 것도 과감하게 분할을 결심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전자시스템과 그린에너지 등은 최근 수주 실적이 양호하고 지난해 7월 엔진기계사업부로부터 분리돼 나온 로봇사업부도 전망이 좋은 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운영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해 왔다”고 사업재편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 사업재편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엔진 부문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여전히 주력 사업으로 역할을 하는 가운데 이번에 분사한 그린에너지 부문은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정유·에너지 부문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담당하게 된다. 전기전자, 건설장비까지 합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4개 부문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험난한 정상화의 길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결정이 차입금이라는 무거운 짐을 여러 회사가 나눠 지도록 하면서 ‘수주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로봇사업부에 넘기면서 차입금 2조 원까지 넘기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은 9월 말 기준으로 7조3000억 원인데 현금성자산을 고려한 순차입금은 5조 원가량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분사하는 회사들로 차입금을 분배하면 조선·해양·엔진 부문 독립법인의 순차입금은 2조1000억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회사 분할 결정은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경영 개선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까지 △비핵심자산 매각 1조5400억 원 △사업 조정 1조1200억 원 △경영 합리화 8500억 원 등 총 3조51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세워놓고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의 사업 분할은 내년쯤에나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처럼 시기를 앞당긴 것은 수주 가뭄이 예상보다 더 극심해지자 자구안 실천에 보다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비핵심자산 매각의 하이라이트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지지부진한 데다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시점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노사 갈등 역시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 시황이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만큼 각 회사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간 누가 버틸 수 있느냐의 싸움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 결정이라는 ‘칼’을 일찍 꺼내들었지만 생존 경쟁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정민지 기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7∼9월) 또다시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매출액(이하 연결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3조531억 원을 기록하면서 141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6462억 원)나 전 분기(―4236억 원)와 비교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회사 사정을 감안할 때 시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 측은 3분기에 대손충당금을 약 3000억 원이나 설정한 것이 흑자 전환 실패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회계법인의 보수적 감사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의 인수를 계속 늦추고 있어 대우조선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9월 말 두바이까지 날아가 협상을 시도했지만 소난골 측은 여전히 인수 시기를 명확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소난골이 올해 말까지만이라도 인수해 가면 회사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결론이 날지 불투명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근 서울 다동사옥을 매각하고 국내외 14개 자회사를 비롯한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자로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유력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SM그룹을 한진해운 미주노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SM그룹은 21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28일까지 잔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미주노선 예비입찰에는 SM그룹과 현대상선, 한국선주협회, 한앤컴퍼니, 국내 사모펀드(PEF) 1곳 등 모두 5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후 SM그룹과 현대상선 2곳이 본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막판까지 경쟁했다. 법원 측이 처음 공고를 냈을 때는 선박 5척과 미주∼아시아 노선 인력, 7개 해외 자회사 등만 매각 자산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예비입찰자에 한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의 실사 기회를 주고 원할 경우 인수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SM그룹도 기존 매각 자산과 롱비치터미널 지분에 대한 인수 가격을 각각 써냈다. 한진해운은 롱비치터미널을 운영하는 미국 자회사 TTI의 지분 54%를 갖고 있다. 터미널의 2대 주주인 스위스 해운사 MSC가 한진해운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패키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MSC가 ‘미주노선 영업권 인수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진해운 측에 최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M그룹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던 대한해운을 2013년 9월 2150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 9월에는 역시 법정관리 중이던 삼선로직스 지분 38.9%와 262억 원 변제 규모의 채권을 총 360억 원에 사들였다. SM그룹이 한진해운 미주 영업권까지 확보하게 되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함께 거느린 종합 해운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미주노선 직원과 해외 인력까지 700명 모두를 고용승계 하겠다고 해서 따낸 것”이라며 “남이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에게는 기회가 온다고 보기 때문에 철저한 계획하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 25일 대기업 총수 7명을 개별적으로 만난 데 이어 올해 2월 중순에도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4일 “박 대통령이 올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독대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할 때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대신해 만났다.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 회장 외에도 2월 중순 삼성, 현대자동차, LG, 한진, 한화 등 주요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진을 불러 독대했다. 면담 시기는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린 2월 17일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다른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두 번째 대통령과 면담한 것이 된다. 2월 중순은 현 정부 출범 3주년을 앞둔 시점이었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당시 박 대통령이 임기 3주년을 앞두고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갖고 있었다”며 “총수들을 불러 투자나 고용 등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문화·스포츠 분야 지원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두 번째 독대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이후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첫 번째 독대의 경우 박 대통령이 재단 출연과 관련한 포괄적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두 번째는 문화·스포츠 사업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스포츠 분야 강소기업 육성, 스포츠 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스포츠 산업 활성화 방안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차은택 씨(47·구속)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K-컬처밸리 조성 지원 방안도 6대 현장 대기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재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수들과 면담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장관석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11일 서울 중구 필동로 동국대에서 열린 ‘제26회 한국윤리경영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고 13일 밝혔다. 한국윤리경영대상은 국내 기업윤리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회인 한국윤리경영학회가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발전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고경영자(CEO)가 관련 전담 조직인 ‘윤리경영팀’을 신설해 체계적인 활동을 펼친 성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전 임직원이 윤리가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원천임을 깊이 인식하고 평소 회사 생활에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변수를 만난 재계의 정기 연말인사 풍향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대대적인 세대교체 및 조직 쇄신을 예고했던 기업들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잇달아 등장함에 따라 주춤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기업이 실적이 좋지 못했던 탓에 승진 인사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쇄신은 잠시 ‘숨 고르기’ 삼성그룹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의 정기인사를 위한 준비를 그대로 진행 중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계획해 온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소속 인사들의 계열사 재배치 및 이사회 중심 인사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까지 시끄럽게 할 것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기조가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미르재단 등에 대한 자금 출연과 승마 훈련비 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인 고위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일단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세대’ 등장을 알리는 대대적인 쇄신은 당장 어렵지만 삼성전자 사업부 인사는 이 부회장이 본격 진두지휘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여파로 하반기(7∼12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통상 12월 하순 인사를 단행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자동차 판매 부진 여파로 올해 승진 인사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현대기차 총경리에 장원신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국내영업본부장도 이광국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현대·기아차 연간 판매량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연말 인사에서 승진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 ‘조직 안정’ 강조 매년 11월 말 재계 인사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LG그룹은 올해도 이달 30일 전후로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하고 LG전자 각자 대표 체제를 완성하는 등 핵심 계열사 중심으로 대규모 인적 쇄신을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구본무 회장에게 올 한 해 사업 성과 및 내년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업적보고회를 최근 모두 마쳤다. LG그룹은 이 보고회 결과를 반영해 최종 인사안을 확정한다. 올해 LG그룹 내 최대 관심거리는 올 한 해 좋은 실적을 낸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부사장)의 승진 여부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 및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한 해를 보낸 롯데그룹은 ‘경영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는 축소 개편하되 계열사는 안정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룹 2인자이던 고 이인원 부회장의 부재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밝힌 ‘뉴롯데’의 그림이 이번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반면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는 끝났지만 주요 계열사 대표 및 임원 24명이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중순 인사를 앞둔 SK그룹 역시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 고위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안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연말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3일 기업분석연구소인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2017년 재계 인사 키워드로 ‘위기(CRISIS)’를 꼽았다. CRISIS는 △Culture(조직 문화 혁신) △Reprimand(문책성 인사 단행) △International(해외 유학파 다수 등용) △Slim(조직 슬림화) △Issue Leader(이슈 리더 발탁) △Sixty Power(1960년대생 전성시대) 앞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1960년대생 젊은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품질 사고 등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김지현 jhk85@donga.com·김창덕·김현수 기자}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46)가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하기 1년 전부터 회사 직원들에게 “내 뒤에 어르신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는 2014년 3월 포스코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의 대표가 됐고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58·구속),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55) 등과 함께 지난해 3∼6월 컴투게더 대표 A 씨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넘겨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지인인 이동수 KT 통합마케팅본부장(전무)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받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인사에도 비선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1일 “김 전 대표가 포레카 직원들에게 ‘내 뒤에 어르신이 있다’ ‘나는 낙하산으로 왔다’는 등의 말을 하고 다녔다”며 “처음 왔을 때도 전임 사장(64)과는 스무 살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어서 의아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뭔가 있나 보다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비선 실세의 비호 아래 포스코그룹에 입사했다면 포레카 강탈 시도는 이미 1년여 전부터 ‘설계’됐다는 얘기가 된다.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는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하기 때문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66)이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컴투게더 대표 A 씨를 압박할 당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의 친분을 언급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포레카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4년 12월 컴투게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을 때 광고업계에서는 “쥐가 고양이를 잡아먹은 꼴”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한 중소광고업체 대표는 “컴투게더는 그때 당장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였는데 대기업 광고 계열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다들 놀랐었다”고 말했다. 차 씨 사단이 김 전 대표를 미리 포레카에 심어둔 뒤 컨트롤이 용이한 중소업체를 중간에 내세워 경영권을 가져오려 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차은택, 송성각 씨는 모른다”며 “포레카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다 소명했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1일 오후 7시 권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을 조사했다.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 의혹에 관해 대기업 총수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회장이 불법행위에 개입하거나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민 기자}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는 11일 STX조선해양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6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5개월 만이다. STX조선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에게 각각 원금 및 개시 전 이자의 36.2∼100%, 7∼8%를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는 출자 전환한다. 또 기존 주주의 지분은 4.09%로 줄어들고 출자전환 주주의 지분이 95.91%가 된다. 이번 회생계획안 인가로 STX조선 매각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4일까지 4개 업체로부터 STX조선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다음 주 예비실사를 시작해 본입찰도 다음 달까지는 마무리할 방침이다. 법원은 특히 STX조선과 STX프랑스의 ‘패키지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국과 미국의 재계 인사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뒤 처음 머리를 맞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제28차 한미 재계회의 총회를 열고 양국 간 경제 및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이 자리에는 양국 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을 포함한 재계 대표들은 물론이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정부 인사까지 모두 70여 명이 참석했다. 조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미재계회의가 경제협력은 물론 한미동맹 강화, 동북아 안보 협력, 통상 현안 해결 등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이날 “한미 FTA가 체결된 2011년 이후 세계 교역규모는 10% 감소했지만 양국 간 교역은 15% 늘었다”며 “또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지난해에만 157억 달러가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서에는 △안보협력 지속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강한 지지 표명과 양국 정부의 이행 관련 현안 해결 노력 환영 △양국 간 상품 및 서비스, 투자 부문의 상호 호혜적 결과를 위한 공동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LS니꼬동제련이 9일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창사 80주년 기념식을 열고 ‘글로벌 넘버원 제련기업’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기념식에는 이 회사의 구자홍 회장과 요시미 도시히코 부회장, 도석구 사장, 박성걸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전기분해로 순도를 높인 구리), 귀금속, 희소금속 등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의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1936년 조선제련주식회사가 모태로 1982년 럭키그룹에 편입됐고 1999년에는 LG금속과 일본의 니꼬그룹이 합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그동안 성원해 준 고객과 사회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매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경영계획을 세우는 게 어렵다고 해왔지만 올해는 ‘최순실 쇼크’에 미국 대선 결과마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준이다.”(10대 그룹 관계자) 재계가 예상치 못했던 국내외 쇼크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날이 기업으로 향하면서 위기의 터널로 접어들었는데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출현으로 출구까지 막힌 모양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과 그에 상응하는 연말 인사 또한 줄줄이 밀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보통 11월 말까지 경영계획 초안을 확정한 뒤 12월 첫 주 사장단 인사에 맞춰 신임 사장들에게 이를 보고해 왔다. 올해는 등기이사에 처음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직접 인사의 큰 틀을 짤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전자와 승마협회가 연루되면서 모든 상황이 복잡하게 꼬였다. 8년 만에 미래전략실이 압수수색까지 당한 상황이라 올해 안에 이 부회장 체제를 완성 지으려는 계획이 사실상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잇따른 품질 논란과 사상 최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노조 파업으로 흔들렸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현대 수장과 국내영업본부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위기 돌파에 시동을 걸어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그룹 전체 임원 1000여 명의 급여를 10%씩 삭감키로 하면서 사실상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자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데다 ‘트럼프 쇼크’에 따른 시장 침체가 불 보듯 뻔해 ‘반등’을 노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달 최태원 회장 주도로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재도약을 선언한 SK그룹도 좌불안석이다. SK그룹 주요 임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회장의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 또한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 많은 공장을 둔 대기업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 정부도 트럼프 당선이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김지현기자}
2014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간 ‘빅딜’에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다시 맡는 게 핵심 조건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 정부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8일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을 할 때 한화 측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이 가져가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라며 “당시로서는 삼성이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정리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11월 한화에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 원에 매각했다. 임기 2년여를 남겨 둔 차남규 대한승마협회장(한화생명 대표이사)은 그해 1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이듬해 3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4월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협회 내에 불협화음이나 다툼이 너무 많아 회장사로서 도저히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라며 “그해 10월 아시아경기까지만 맡아 달라는 체육계 요구에 따라 6개월 정도 더 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도 승마협회를 떠안기 부담스러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1995∼2010년 회장사를 맡았던 적이 있지만 2014년 당시 이미 승마협회 내부 갈등에 대한 소문이 재계에서도 파다했기 때문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방산과 화학을 팔아야 했던 시점이었는데 해외나 펀드에 매각하면 논란이 생길 게 뻔해 마침 관심을 보인 한화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라며 “협상 과정에서 삼성이 완전 ‘을’이었다”라고 전했다. 게다가 삼성이 새롭게 승마협회를 맡아 선수 지원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 인사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승마협회가 한화에서 삼성으로 넘어간 데는 정부 측 핵심 인사가 삼성 고위층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메시지를 전한 정부 측 인사가 구속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나 승마협회 담당 부처였던 문체부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검찰 수사에서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정경유착의 핵심 연결고리라는 비판으로 해체설까지 나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0일로 예정됐던 비공개 회장단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두 달에 한 번씩 개최되는 정기 회의이지만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이 본격화한 뒤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재계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됐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주재로 올해 마지막 회장단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전경련의 자체 개혁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국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 각 회원사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경련의 개혁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허 회장의 후임을 결정하는 일과도 맞물려 있다. 재계에서는 후임 회장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인적 쇄신 방안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 회사가 자구안을 내놓고 인력을 줄이고 있지만 지금처럼 수주가 안 되면 인원 구조조정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8일 조선업계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온 나라가 ‘최순실’이라는 블랙홀에 휘말리는 동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숙제인 산업 구조조정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최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정치권 다툼이 끝없이 확대되면서 정부마저도 각종 현안에 손을 놓고 있다. 현직 경제부총리와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동시에 업무를 보다 보니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9월 말과 지난달 말 각각 철강·석유화학, 조선·해운에 대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산업 구조조정을 공론화한 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계획’이 아닌 ‘실행’에 있다. 미진한 계획이라도 실행에 옮겨야 구조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모두가 정치판 싸움을 구경하느라 넋을 놓고 있는 사이 국가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내년 산업 경기의 키워드로 ‘빙벽’을 꼽았다. 취약 산업들의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다른 산업으로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쉽게 넘길 수만은 없는 경고다. 올해 들어 조선업계 ‘빅3’에서만 5000명에 가까운 근로자들이 희망퇴직의 형태로 거리에 나왔다. 내년과 후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칠 경우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들이 일자리 위협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산업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산업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의존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존 주력산업들이 점차 쇠락해 가는데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스타산업’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의 구조조정이 산업 내 경쟁력 회복이라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 ‘한국 산업 지도’를 수정하기 위한 시작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구조조정은 ‘타이밍’이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한국경제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 노사협상을 하며 나란히 큰 진통을 겪었다. 노사 간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현대차는 1차례, 르노삼성은 2차례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가 24차례나 파업하는 동안 르노삼성 노조는 한 차례도 파업하지 않았다. 일하면서 협상하기로 한 원칙 때문이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정 공백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노조의 파업과 다를 게 없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회사가 손해를 보지만 정부가 일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모두 국민이 져야 한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
쌍용자동차의 신차 ‘X100’(티볼리의 프로젝트명)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과제였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극심한 노사 갈등까지 겪었지만 쌍용차는 생존에 성공했다. 힘겹게 다시 일어선 쌍용차 임직원들은 티볼리에 희망을 걸고 품질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1년 인도 마인드라그룹이 인수한 뒤 처음 내놓는 신차이기도 했다. 티볼리는 지난해 1월 판매에 들어갔고, 꾸준한 판매가 이어지며 ‘효자’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7일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5만5021대를 팔았고 1만8672대를 수출했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국내 판매 3만844대, 수출 1만7132대를 합쳐 총 4만4976대를 팔았다. 올해 3월 출시한 티볼리 에어도 총 2만642대를 판매했다. 티볼리는 쌍용차의 첫 2000cc 이하 모델이다. 연구개발(R&D)에 42개월간 총 3500억 원이 투입됐다. 티볼리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만 5237대가 팔려 쌍용차로서는 ‘첫 내수 월 5000대 돌파’ 모델로 기록됐다. 티볼리는 지난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에서 국내 시장의 54.7%를 차지했다. 기아자동차 ‘니로’가 가세한 올해도 1∼9월 기준 57.1%의 점유율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티볼리의 돌풍으로 쌍용차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4.4%나 늘어난 9만9664대였다. 연간 기준으로 2004년 이후 11년 만의 최대 규모였다. 올해는 티볼리 에어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판매 10만 대 이상을 자신하고 있다. 티볼리의 강점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1월 출시 당시 계약 고객을 분석한 결과 여성 비율이 31.7%나 됐다. 또 20, 30대 고객 비율이 48.1%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생애 첫 차로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젊은 고객, 여성 고객이 티볼리를 많이 선택하는 것은 유니크하고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 때문”이라며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점이 티볼리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라고 말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