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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번째 달 착륙을 노리는 일본 ‘슬림’이 달 궤도에 본격 진입했다. 슬림은 내년 1월 20일 달 착륙에 도전한다.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는 슬림이 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궤도에 들어선 시각은 25일 오후 4시 51분이다. 슬림은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타원형 궤도를 6.4시간에 한 번씩 돌고 있다. 달 표면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지점은 약 600km, 먼 지점은 4000km이다. JAXA는 “궤도 변경이 예정대로 진행됐으며, 우주선의 현재 상태는 정상이다”라고 설명했다.9월 7일 발사된 슬림은 지구 주위를 돌다가 달의 중력을 이용해 이동 방향을 바꾸는 ‘중력 도움(스윙바이)’ 방식으로 달 궤도에 진입했다. 점차 달과의 거리를 좁혀 내년 1월 19일 가장 가까운 지점을 고도 15km까지 낮추고, 20일 0시 하강을 시작할 예정이다. 달 표면 예상 착륙 시간은 1월 20일 0시 20분이다.이번 착륙은 일본의 세 번째 달 착륙 도전이다. 지난해 11월 JAXA의 탐사선 ‘오모테나시’와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의 ‘하쿠토-R’이 각각 착륙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5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슬림의 목표는 ‘정확한 착륙’이다. 그동안의 달 착륙은 목표 지점에서 수 km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슬림은 착륙 목표와 실제 착륙 지점의 오차를 100m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다. 착륙 목표 지점은 달 남위 13도 부근 분화구인 ‘시올리’다. 슬림은 특수 카메라로 암석을 조사해 달의 기원을 규명할 계획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애플이 NBC뉴스 등 미디어 매체들과 AI 학습용 콘텐츠 사용료 협상에 나섰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뉴스 사용 계약을 확대하고 있는 데 이어 애플의 가세로 빅테크 기업과 저작권자들 간 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뉴스 콘텐츠를 통한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주요 뉴스 및 출판사에 최소 5000만 달러(약 651억 원)의 다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패션 잡지 ‘보그’ 등을 발행하는 콘데 나스트, ‘피플지’를 보유한 IAC, NBC 뉴스 등이 협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달 13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를 발행하는 독일 기반 다국적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와 뉴스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규모는 매년 수천만 유로 수준으로 추정된다. 오픈AI는 앞서 7월에도 AP통신사, 아메리칸 저널리즘 프로젝트 등과 계약을 맺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AI 서비스들은 질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학습하는 것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콘텐츠 기업들도 저작물 ‘제값 받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 등을 소유한 미국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도 AI 기업들과 콘텐츠 사용 등을 두고 협상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AI 후발주자’ 애플, 콘텐츠-기술경쟁 본격 참전 애플도 뉴스콘텐츠 사용료빅테크, 양질 콘텐츠 확보위한 협상韓선 네이버의 뉴스학습 두고 논란 생성형 AI 개발 기업들과 콘텐츠 기업들은 이미 여러 차례 충돌을 겪어 왔다. 미국에서는 8월 CNN,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 대형 언론사들이 챗GPT가 학습에 필요한 자사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오픈AI의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같은 달 국내에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는 국내 언론사의 뉴스 데이터 학습 방침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한국신문협회가 이달 15일 “생성형 AI의 뉴스 학습 및 활용에 대한 대가 지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한 배경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생성형 AI가 발전할수록 점차 학습한 원데이터와 비슷하거나 같은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며 “법적 리스크를 사전 차단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저작권자들과의 적절한 계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빅테크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경우 생성형 AI 시장에서 상대적인 ‘후발주자’로 꼽힌다. 초기 선점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통해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일부 협상 대상 언론의 경영진은 이번 접촉이 의미 있는 파트너십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낙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애플의 제안을 받은 기업 중 일부는 계약에 포함되는 콘텐츠 규모가 광범위하고, 콘텐츠 사용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법적 책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NYT는 덧붙였다. 애플은 뉴스 사용료 협상 외에도 생성형 AI 관련 기술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영상으로부터 디지털 아바타를 추출하는 ‘휴먼 가우스 스플랫’ 기술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된 영상에서는 단순히 걷기만 하던 인물이 아바타로 추출돼 재구성된 이후에는 다리를 꼬고 점프하거나 ‘트위스트’를 추는 형식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올해 월 평균 개인 휴대전화 비용이 작년보다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비 감소는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24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올해 개인 휴대전화에 의한 평균 통신비는 4만 7000원으로 지난해 4만 7600원 대비 600원(1.3%) 감소했다. KISDI가 4077가구 및 개인 9757명을 조사한 ‘2023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서다. 개인 통신비는 2018년 4만 5800원에서 2019년 4만 5000원으로 800원(1.7%) 줄어든 후 4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이다. 유선인터넷 가입률이 78.7%로 지난해(81.9%) 대비 3.2%포인트 감소한 가운데, 유선인터넷 평균 이용료도 1만 9600원으로 지난해(1만 9700원) 대비 낮아졌다.또 만 6세 이상 응답패널 98.3%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5세대(5G) 스마트폰 보유율은 50.4%로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보유율(45.2%)을 처음 넘어섰다. 반면 일반 집전화 가입률은 2011년 59.4%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18.8%까지 내려갔다. 주요 매체별 평균 사용시간은 TV 2시간 58분, 전화기 2시간 29분, 컴퓨터 1시간 22분, 종이매체 32분으로 나타났다. 무선전화 사용시간이 2011년 58분 17초에서 올해 2시간 24분 28초로 12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유선전화 사용시간은 13분 46초에서 4분 40초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올해 가장 자주 사용한(복수응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는 각각 인스타그램(48.6%)과 유튜브(77.5%)였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부실의심학술지, 약탈적 학술지에 투고를 하는 한국 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20년 익명의 해외발 이메일이 대한수학회에 접수됐다. 일부 국내 학자의 부실의심학술지 투고 건수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가 대다수 국내 학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대한수학회는 이후 회원들에게 부실의심학술지 투고 자제를 강조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각 대학과 한국연구재단 측에도 논문 평가 등에서 부실 의심 학술지를 제외해 달라는 권고를 보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질 낮은 논문을 양산하는 부실의심학술지의 유혹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대한수학회 측 설명이다. 상업적 이익을 꾀하는 오픈 액세스 저널들이 늘면서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일 대한수학회 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은 “부실의심학술지 투고는 학계 생태계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수학회는 15일 ‘2023년 수학 분야 학술활동 건전성 강화 포럼’을 열고 엄정한 평가 절차를 갖춘 학술활동, 정량적 지표가 아닌 질적 평가 등을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에게 권고했다. 내년 상반기(1∼6월)를 목표로 질적으로 인정할 만한 ‘화이트리스트’ 학술지 목록도 회원들에게 공표하기로 했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출판 윤리를 따르지 않는 학술지를 겨냥해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엄밀하지 못한 평가를 거친 논문의 대량 발간은 단순히 연구자 개인의 역량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학술 네트워크를 교란할 수 있어서다. 정량적 수치가 연구비 수혜나 승진 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연구자들을 향한 유혹을 원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학한림원도 최근 연구자, 연구기관, 정부 등을 대상으로 ‘약탈적 학술지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공개했다. △약탈적 학술지 근절을 위한 정기적인 예방교육 이수 △논문 투고 시 투명한 절차와 신뢰성 있는 학술지 선택 △연구비 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 약탈적 학술지 사전평가 시행 등을 골자로 한다. 양철우 의학한림원 윤리위원장(가톨릭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앞으로 의학한림원 회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출하는 논문을 확인할 때도 약탈적 학술지 (게재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올해 3월부터 부실의심학술지 문제 대응을 위해 ‘건전한 학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부실의심학술지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관련 자료를 배포하는 등 교육을 강화하고, 평가 기준을 정량적 수치가 아닌 질적 수치로 변환하고 있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지원센터장은 “학자들이 쉽게 논문이 게재되는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내는 이유는 결국 (정량적) 연구 업적평가이기 때문”이라며 “주요 사업에서 연구과제를 평가할 때 계량적 지표를 없애는 방향으로 평가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의 부작용으로 올해 허위 조작(가짜) 또는 부실 논문이 급증했다. 특히 논문 대필 서비스업체, 일명 ‘논문 공장’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 세계 과학계가 ‘학술 사기’에 휘말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전 세계 논문 취소(Retraction) 수는 8일 기준으로 1만 건을 넘어섰다. 네이처는 국제 논문 감시 웹사이트 ‘리트랙션 워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수치를 12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지난해 5380건의 두 배, 2014년 1073건의 10배에 달한다. 올해 취소된 논문 중 8000건 이상은 200여 개 학술지를 발간하는 인도 출판사 ‘힌다위’에서 발생한 사례다. 힌다위가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 등이 적발된 것이다. 네이처는 “최대 수십만 개의 논문이 ‘논문 공장’에서 생산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챗GPT ‘복붙’했다 논문 취소… ‘논문공장’서 가짜 논문 받아 게재 [AI發 논문 인플레]AI發 부실논문 1만건, 작년 2배“논문구매 가능, 비밀 보장” 유혹… 논문공장서 만든 부실 논문 급증1~2년 걸리던 논문 한두달새 ‘뚝딱’ 8월 국제 학술지 피지카 스크립타엔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 논문은 한 달 뒤 게재가 취소됐다. 논문 중간에 ‘응답 재생성(Regenerate response)’이라는 단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에서 답변을 얻기 위해 이용자가 누르는 ‘버튼’에 있는 문구다. 챗GPT로 논문을 쓴 뒤 이를 그대로 ‘복붙’했다가 탄로가 난 것이다. 이를 제보한 기욤 카바나크 프랑스 툴루즈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AI 언어 모델 이용 시 다음 사항에 유의하세요’ 등 챗GPT가 내놓는 문장이 그대로 실린 다른 의심 논문도 발견해 제보했다.● ‘논문 공장’의 유혹에 부실 논문 확산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논문을 대신 써주는 이른바 ‘논문 공장’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출판윤리위원회(COPE)에 따르면 논문 공장은 ‘저자의 지위나 전체 논문을 구매할 수 있고 비밀은 보장한다’는 식으로 광고를 한다. 연구자는 비용을 내고 그럴듯한 허위 조작(가짜) 논문을 받은 뒤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다. 논문 공장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논문 초안을 넘어 아예 최종본까지 작성하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논문 공장에서 생산된 부실한 논문이 학술지에 다수 게재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2∼3년 전부터 과학계에서 지적해 온 문제다. 중국에선 2020년 50여 도시의 병원과 의과대학 연구자들이 121개의 서로 다른 논문에서 같은 세포 이미지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한 뒤 학술지에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연구자들은 세포 군집의 이동 경로를 포착한 하나의 이미지를 다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진을 회전시키거나 일부만 잘라 활용하기도 했다. 국제 학술지 6곳에서 이들의 논문이 동료 연구자 평가를 통과했고, 한 논문은 50회 이상 인용되기도 했다. 조작된 논문에 애꿎은 동료 연구자들이 피해를 본 셈이다.● 학술지들의 수익화 전략도 한몫부실 논문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제 학술지의 수익성 확보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과거 과학계에선 연구자들이 유력 학술지의 논문을 읽으려면 구독료를 내야 했다. 현재는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논문을 무료로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며 ‘오픈 액세스 모델’이 자리 잡았다. 구독료를 대체할 수익이 필요한 학술지들이 논문을 게재하려는 연구자들에게 비용을 받기 시작하면서 과거보다 낮은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많은 논문을 게재해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학계 연구자들과 ‘게재료’를 받아 수익을 내야 하는 학술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세계 최대 학술지 데이터베이스(DB) ‘웹오브사이언스’가 논문 품질 하락을 이유로 올해 삭제한 학술지 중에는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MDPI)의 ‘환경적 연구와 공중보건에 관한 국제적 저널’과 힌다위의 ‘종양학 저널’이 포함돼 있다. 이 두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2015년 939건에서 지난해 1만6216건으로 17배로 늘어났다. 세계 3대 과학저널인 셀, 네이처, 사이언스의 논문 게재량이 같은 기간 1988건에서 2022건으로 1.7%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도 부실 학술지 문제 심화 국내 과학계에서도 심사 기준을 낮춰 비교적 쉽게 논문 게재를 허락하는 학술지는 ‘부실의심학술지’나 ‘약탈적 학술지’로 불리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국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15만5002건 중 2만5581건(16.5%)이 부실의심학술지에 게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에서도 교수와 대학원생의 이메일로 논문 공장 업체들이 ‘초고를 작성해주겠다’고 연락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국내 대학원생 A 씨는 “논문 공장 업체들이 기초적인 데이터를 넘겨 받아 초고까지 작성해 준 사례를 알고 있다”고 전했다.박종일 대한수학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은 “일반적으로 수학 논문이 출판되려면 1∼2년이 걸리는데 부실의심학술지에선 1∼2개월 만에 마무리된다”며 “젊은 연구자들이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기 발간물 대신 ‘특별호(Special issue)’를 대량으로 발간하는 방식으로 다량의 논문을 게재하는 경우도 많다. 한 국제 출판사의 경우 5년간 정기 발간물 수록 논문 수가 2.6배가량 증가할 동안 특별호에선 7.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철희 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출판윤리위원장(서울대 농생명과학부 교수)은 “학술지의 특별호는 전문가 심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투고한 논문이 한번 거절됐다가 편집 과정에서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승인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같은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끼리 실적을 높이기 위해 ‘논문 인용 품앗이’를 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게재된 논문의 인용 수가 높아질수록 연구 성과를 높게 평가받는다는 점을 겨냥한 행위다. 지난해 포스텍과 숭실대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내부 인용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려 인용지수 상위권 학술지를 상당수 만들어 내는 등의 ‘인용 부풀리기’ 사례가 발견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협력해 조선 후기 원구형 모양의 해시계 ‘원구일영’을 복원하고 제작 133년만에 독창적 작동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세종 때 제작된 반구형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달리 1890년 제작된 원구일영은 원구 모양을 하고 있다. 원구 형태로서는 조선시대 과학문화재로 처음 보고됐다. 표면에 시각표기와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으나 일부가 유실되거나 고장으로 그 작동방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복원된 원구일영의 특징은 관측지점에 따라 위도가 달라지더라도 위도를 조정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해시계는 대전의 위도에 맞춰 제작될 경우 대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반면 원구일영은 대전 위도에 맞춰서 제작됐더라도 서울에서는 위도를 조정해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 제주 별빛누리공원, 한국천문연구원, 경복궁에서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각각의 지점에서 ±7.5분 이내의 오차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원구일영이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구형 해시계라는 점, 지역에 상관없이 시간 측정이 가능했다는 점, 시각 표기에서 앙부일구와 혼천시계의 전통을 따랐다는 점에서 독특한 과학문화 유산이며 과학기술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 연구팀의 사족보행 로봇이 100m를 20초 내에 주파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KAIST는 박해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사족로봇 ‘하운드’(사진)의 100m 달리기 기록 19.87초가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았다고 15일 밝혔다. 하운드는 10월 대전 유성구 KAIST 대운동장의 실외 육상 트랙에서 측정한 실험에서 해당 기록을 세운 뒤 완전히 멈추는 데 성공했다. 초속 5m, 시속 18.12km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사족 로봇뿐 아니라 이족 로봇을 포함해도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족 로봇은 지난해 애질리티로보틱스의 ‘캐시’가 100m를 24.73초에 주파해 기록을 세웠다. 하운드는 실내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도 초속 6.5m, 시속 23.4km의 주행 속도를 기록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치타 2’가 세운 초속 6.4m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 연구팀의 사족보행 로봇이 100m를 20초 내에 주파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KAIST는 박해원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사족로봇 ‘하운드’(사진)의 100m 달리기 기록 19.87초가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았다고 15일 밝혔다. 하운드는 10월 대전 유성구 KAIST 대운동장의 실외 육상 트랙에서 측정한 실험에서 해당 기록을 세운 뒤 완전히 멈추는 데 성공했다. 초속 5m, 시속 18.12㎞에 이른다.이는 전세계 사족로봇뿐 아니라 이족로봇을 포함해도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족로봇은 지난해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캐시’가 100m를 24.73초에 주파해 기록을 세웠다.하운드는 실내 러닝머신 위에서도 초속 6.5m. 시속 23.4㎞의 주행속도를 기록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치타 2’가 세운 초속 6.4m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연구팀은 이 성과도 기네스 기록 인증을 신청해 둔 상태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제조업 생산이 12.9%, 실질 소득이 15.3%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는 김지희 경영대 기술경영학부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홍콩과기대, 홍콩대 공동 연구에서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실질적으로 미친 영향을 북한의 야간 조도(照度)를 활용해 추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6∼2017년 진행된 대북제재로 2019년경 북한이 얼마나 경제 타격을 입었는지 파악했다. 이를 위해 국내 북한 전문가들이 그동안 구축한 데이터와 북한의 야간 조도를 활용했다. 야간 조도 데이터를 이용해 국내총생산(GDP) 같은 경제지표를 추정하는 방법은 현재 다른 연구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지역별 산업 구조에 따라 제재 영향을 받는 정도가 얼마나 다른지도 측정했다. 그 결과 2019년 북한의 제조업 생산은 2013년보다 12.9% 줄어들었다. 또 같은 기간 실질 소득도 15.3% 감소했다. 북한의 모든 수입수출을 차단하는 극단적인 제재가 가해지면 제조업 생산량은 43% 급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무역제재의 영향으로 평양을 제외한 다섯 개 대도시(신의주, 곽산, 원산, 회령, 함흥)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제재 품목의 2019년 가격이 2013년보다 평균 38% 올랐다고 분석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핵융합 발전을 위한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장치 업그레이드를 끝내고, 이를 활용한 플라스마 실험을 재개한다고 13일 밝혔다. KSTAR은 핵융합 발전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 건설됐다. 핵융합은 가벼운 두 개의 원자핵이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활용한 발전 방식이다. 이 같은 장치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아 인공태양으로 불린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핵융합을 구현하기 위해선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장시간 운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원자핵은 서로 밀어내려는 성질을 가지는데, 매우 뜨겁게 가열해야 이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한 열을 버텨내는 일종의 내열장치인 ‘디버터’를 교체하는 공사를 끝냈다. 디버터는 플라스마로부터 내부 용기를 보호하는 동시에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순물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연구원은 기존의 탄소 소재 디버터를 텅스텐 소재로 교체한 결과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 보강 공사로 인해 지난해 8월 이후 1년 4개월여간 중단된 플라스마 실험도 이번 달 21일에 시작돼 2024년 2월 말까지 진행된다. 상용화를 위해선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 운전이 24시간 이뤄져야 한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KAIST가 이르면 만 24세에도 박사 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학부 3학년에게 대학원과의 연계과정을 이수하도록 해 석박사 통합과정을 4년 만에 끝낼 수 있는 모델이다.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패스트트랙’ 박사 제도로 젊은 과학 인재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KAIST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학·석·박 통합과정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는 학사 3년과 석박사 통합 4년을 합쳐 총 7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학사 2년 차인 3학기 또는 4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약 70학점을 이수한 최상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게 된다. 최상위 기준은 상위 5% 또는 10% 이내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선발된 이들은 3학년 때 대학원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하고, 이 학점은 학부와 대학원 학점으로 동시에 인정된다. 석박사 통합과정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KAIST의 이번 프로그램은 학부까지 묶는 것이 핵심이다. KAIST는 현재 학부생을 대상으로 내년 선발 절차를 거친 후 2025년부터 연계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올해 3월 KAIST에 조기 진학한 2005년 10월생이 내년 이 과정에 선발된다면 만 20세인 2026년 3월 석박사 통합과정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4년 만에 끝내면 만 24세인 2030년 2월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초등학교를 1년 빨리 진학한 경우라면 ‘만 23세 박사’도 가능하다. 현재도 KAIST 등에서는 학부 조기 졸업 후 석박사 통합과정 등을 거치면 ‘20대 박사’가 불가능하지 않다. KAIST에서는 심지어 학사를 2년 만에 졸업한 사례도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탁월한 인재 1, 2명만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을 일정 수준 이상의 다수 학생에게 빠른 학위 취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KAIST 관계자는 “기존에는 개인의 역량에만 맡겼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ST의 이번 계획은 이공계 인재들이 과도한 의대 진학 등으로 대학원생들의 양과 질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서울과학고 등 전국 8개 영재학교 학생 218명이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했다. 특히 2021년 62명, 2022년 73명, 2023년 83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KAIST에는 선이수학점제(AP) 등을 통해 고교에서 대학 커리큘럼을 일부 이수한 과학고, 과학영재학교 출신 학생이 많다. 그만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이는 학생이 많다는 얘기다. 김용현 KAIST 입학처장(물리학과 교수)은 “유명한 물리학자인 오펜하이머와 파인먼이 각각 23세와 24세에 박사 학위를 받은 것처럼 우리도 20대 초중반의 박사 학위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수학, 물리, 일부 공학 분야에서 성공 사례가 많이 배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KAIST,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의 인재 수급을 위해 2025년경부터 과학영재학교 학생들도 1년 조기 입학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 중이다. 현재는 과학고와 일반고 학생만 조기 입학이 가능하다. 과기부 관계자는 “우수한 학생을 빠르게 확보하고 싶어 하는 수요에 따라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유전자가위는 비정상적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편집할 수 있어 유전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鎌狀·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 환자에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카스거비’를 승인했다고 8일(현지 시간) 밝혔다. 카스거비는 앞서 지난달 16일 영국에서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사람의 몸에 산소를 전달하는 적혈구 세포가 제대로 일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적혈구가 산소 전달을 하지 못하면 심각한 통증이나 뇌중풍(뇌졸중), 장기부전 등을 초래한다. 원인은 적혈구 내부의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유전자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원형이어야 할 적혈구가 낫이나 초승달 모양으로 변해 ‘겸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FDA에 따르면 미국에서 10만여 명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이 병을 치료하려면 지금까지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정상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했다.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만 했다. 반면 카스거비는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다. 우선 환자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추출한 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문제의 유전자를 잘라낸다. 이를 다시 환자 자신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한 번에 영구적 치료가 가능하고, 본인 세포를 이용하니 면역 거부 반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치료 비용이 220만 달러(약 29억 원)에 달한다. 또 치료 가능 의료기관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에서의 승인으로 유전자가위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연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툴젠, 진코어 등 국내 기업들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진코어 대표)은 “유전자가위 기술은 그동안 실험실에서 생물의 유전자 변형 등에 도구적으로만 사용됐다”며 “이번 승인으로 다양한 유전 질환에 대해서 치료적인 물질로 사용되는 방향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크리스퍼 유전자가위세포에서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DNA)를 잘라내 교정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3세대에 해당한다. 기술 개발자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시작 17:28:41 종료 17:37:57 대기 06:40:25.’ 5일 오전 대전 유성구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 들어서자 한 모니터의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차소 2호)와 교신이 가능한 시각(시작 및 종료)과 남은 시간(대기)이었다. 6시간 40분 후인 오후 5시 28분부터 9분 남짓 교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소 2호는 5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3차 발사가 이뤄진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향한 실용급 위성이다. 발사 이후 하루 15번씩 지구를 돌며 하루 한 차례씩 꼬박꼬박 지상국과 교신하고 있다.10일로 누리호 3차 발사가 성공한 지 꼭 200일이 됐다. 그동안 지구를 3000바퀴나 돈 차소 2호는 백두산, 금강산, 울릉도 등 한반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300여 건의 영상(레이더 신호를 합성한 정지된 화면)을 촬영했다. ‘첫 고객’이 보내온 한국형발사체의 유산인 셈이다. 장태성 KAIST 인공위성연구소 차세대소형위성2호 사업단장은 “(누리호가) 요구했던 모든 파라미터를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위성 운영 시나리오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레이더 기술 국산화 목표 본보는 차소 2호가 8∼11월 촬영한 뒤 외부엔 공개된 적이 없는 국내외 지형도를 확보했다. 차소 2호의 촬영물은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타깃이 충남 태안반도의 신두리 해안 사구(모래언덕)다. 차소 2호가 확보한 영상은 국립공원공단의 생태 변화 탐지 임무에 쓰인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위성 관찰은 드론이나 정기 순찰을 통하는 것보다 관측 범위가 넓고, 악천후에도 안정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국산 위성인 차소 2호는 극지연구소, 해양경찰청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차소 2호의 영상레이더(SAR)는 전 세계에서 정찰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기기다. 태양빛을 재료로 영상을 찍는 광학위성과 달리 SAR은 포착하고자 하는 지형에 레이더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생성한다. 태양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악천후 또는 밤에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이달 4일 군용 발사체를 통해 궤도에 안착한 한화시스템의 민간위성도 SAR을 탑재했다. 차소 2호의 해상도는 5m급(가로세로 각각 5m 크기의 물체를 점으로 식별)이다. 수십 cm급인 국제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만든 첫 SAR 위성의 성능이 검증됐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사업단장은 “차소 2호에서 해외 기술은 태양전지판 및 배터리 정도뿐”이라며 “일단 SAR 위성 국산화라는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편대비행’ 초읽기 들어간 도요샛KAIS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의 관제실 역시 저녁 무렵이 되자 누리호 고객이 보내오는 신호를 받느라 분주해졌다. 대형 상황판에는 위성 ‘도요샛’의 실시간 이동 경로가 나타났다. 도요샛이 한반도 부근에 들어서자 폐쇄회로(CC)TV 속 지상 안테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해바라기가 햇빛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듯 자동으로 위성을 쫓기 시작한 것. 오후 6시 43분경이 되자 한 연구원이 “위성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외쳤다. 동시에 관제실의 컴퓨터에서는 복잡한 영문과 숫자로 이뤄진 위성 데이터가 쏟아졌다. 도요샛 위성은 10kg 이하 나노위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편대비행을 시도하기 위해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군집위성’이다. 4기 운용이 목표였지만 발사 직후 3호기는 신호를 잃었고, 1호기는 전력량이 약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희망은 2, 4호기. 위성의 추력기를 분사시켜 앞서가는 위성은 느리게, 뒤처진 위성은 빠르게 이동시켜 둘 간 거리를 수천 km에서 10km 간격으로 좁히는 게 목표다. 연구진은 지난달 중순 첫 번째 추력기 분사에 성공했다. 남은 두 차례 분사도 성공하면 연내 편대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천문연은 기대하고 있다. 우주 날씨를 관측하는 도요샛은 편대비행 시 개별 위성이 따로 모으는 데이터보다 훨씬 세밀하고 자세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이재진 천문연 우주과학본부장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모든 초창기 경험들이 한국 우주연구 자산으로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대전=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1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호텔 나루 엠갤러리에서 ‘2023 차세대 미디어 대전’을 개최한다. 주제는 ‘변화하는 미디어의 혁신적 대응’으로 방송과 미디어의 미래전략, 신기술로 융합된 미디어 콘텐츠 등에 대한 내용으로 콘퍼런스가 진행된다. 글로벌 미디어 컨설팅 회사인 글로벌 커넥츠 미디어의 더글러스 몽고메리 대표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한다. 올해 디즈니 플러스의 흥행작인 ‘무빙’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의 장경익 대표는 ‘무빙의 사례로 본 K콘텐츠의 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한다. 11일 개막식에선 방송·미디어 산업 진흥 유공자 표창과 방송·미디어 진흥사업 우수 성과에 대한 시상도 진행된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스크린골프 대표 기업 골프존은 임직원과 동반성장을 위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을 통한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존은 임직원의 몸과 마음을 케어할 수 있도록 건강 증진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올해 도입했다. 새롭게 도입된 ‘마음케어’는 심리 전문 상담 프로그램으로 임직원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마음문진, 진단, 상담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마음케어는 임직원의 업무 스트레스 및 그 외 일상생활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제도다. 연 1회 마음 건강검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음 건강검진 대상자 중 심리상담 지원 필요시 연 최대 4회의 심리상담 지원도 제공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골프존 임직원 걷기 챌린지’가 진행됐다. 실시간으로 참여자 걸음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각자의 생활 패턴에 맞춰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유도하는 한편 개인 경쟁과 공동 목표 걸음 수를 통해 직원들과의 유대감을 증진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임직원의 80% 이상이 참여해 개인당 평일 일평균 6000걸음 이상, 주말 최대 약 3만 걸음을 달성하는 등 전 직원이 적극 동참했다. 걷기 챌린지는 전 직원이 6000만 보 달성 시 1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최종 걸음 수가 6400만 보를 달성함으로써 목표했던 사회기부금을 전하게 됐다. 회사 측은 ESG 경영 실천에 발맞춰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제작한 친환경 소재 운동복과 운동화 등을 챌린지 상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최덕형 골프존 ESG위원장은 “앞으로도 직원들이 더욱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넷마블은 친환경 사옥 ‘지타워’를 중심으로 친환경 경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완공된 지타워는 에너지 및 수자원 소비량 감축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임직원, 지역주민, 동식물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구비해 환경과의 조화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타워는 에너지 절감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돋보인다. 전력소비량 감축을 위해 1등급 건물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주요 설비에 센서를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외부 공기로 인한 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창문에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벽면 녹화, 옥상 정원 등 녹지를 확보해 단열 효과를 향상시켰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난해 이산화탄소 43t에 상당하는 규모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수자원 관리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용수 사용량과 하수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중수도와 빗물처리시설을 설치해 처리가 완료된 용수를 지타워 내 업무시설, 판매시설, 조경용수, 화장실, 주차장 등에 활용하고 있다. 법적 최소 우수(빗물)조 용량인 410.44t을 상회하는 489t의 우수 저류조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으로 녹색건축물 인증항목 중 ‘물순환관리-수자원절약-우수이용’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련의 노력으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에 따라 정상 근무 체제로 복귀했음에도 전년 대비 용수 사용량의 2.5%를 감소시켰다. 향후 세면대에 절수기를 추가 설치해 상수 사용량을 최대 40%까지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사옥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지타워 인근에 다양한 동식물군이 서식하는 환경친화적인 비오톱 생태공원과 지타워 중앙공원을 조성해 동물과 방문객이 어우러져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2년에는 친환경 세계관을 담은 게임 ‘머지 쿵야 아일랜드’를 통해 이용자들이 자연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등 넷마블 10개 게임에는 절전 모드가 적용돼 이용자들이 직접 전력 절감을 실천할 수 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LG디스플레이는 핵심 소재부터 공정, 제품화 단계까지 독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로 TV, 정보기술(IT), 차량용 등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메타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3세대 OLED TV 패널로 다시 한번 화질 혁신을 이뤄냈다. 메타 테크놀로지는 유기물의 빛 방출을 극대화하는 ‘초미세 렌즈’와 ‘휘도 강화 알고리즘’을 결합한 기술이다. 마이크로미터급의 올록볼록한 렌즈 패턴인 초미세 렌즈 위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을 증착해 빛 방출을 극대화했다. 기존 대비 화면 밝기를 60%, 시야각은 30%까지 향상시켰다. 최대 화면 밝기 2100니트로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화면을 구현한다. 메타 테크놀로지를 통해 동일 휘도 기준 기존 대비 에너지 효율을 약 22% 개선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소재 및 장비 국산화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과 함께 10년간의 연구 끝에 OLED의 핵심 소재인 ‘p-도펀트’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도펀트는 소자효율과 색 순도, 수명 등을 높이기 위해 OLED 발광층에 첨가하는 화합물이다. 그중 p-도펀트는 발광효율의 향상과 소자수명 연장, 소비전력 저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p-도펀트는 공기 중에서 쉽게 변질되는 특성 때문에 개발 난도가 높아 그동안은 해외 독점 업체부터 전량 수입해 왔다. 회사는 이번 국산화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독자 특허까지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생태계 발전 및 자립도 제고에도 기여하게 됐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준원 씨(24)는 지난 봄학기 전공 수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직접 문제를 만들었다. 수업 교과서나 교재에 출제되지 않은 형식의 이 문제를 담당 교수와 100여 명의 학생이 함께 풀이했다. 이 씨는 학과 수업 내에서 문제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6년간 다양한 분야에 걸쳐 1300개의 궁금증이나 질문을 만들어 노트에 손으로 적어 기록했다. ‘저품질 잉여 생산품의 재가공과 이를 통한 소비자 유인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등 경제와 학술적 내용의 질문들을 습관처럼 기록했다. KAIST는 2021년부터 질문하는 인재 양성, 창의적 연구 등의 교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신문화전략 ‘QAIST’를 시작했다. 창의교육(Q), 연구(A), 국제화(I), 기술사업화(S), 신뢰와 소통(T) 등 5개 분야다. 캠퍼스 문화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 열린 큐데이 행사에서 Q 부문 수상자인 이 씨를 포함해 41개 팀 84명이 포상을 받았다.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인체와 질병’ 과목을 강의하는 구태윤 의과학대학원 교수도 Q 부문을 수상했다. 이 강의는 시험이 없다. 학생들은 대신 인체 및 질병과 관련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질문을 서로에게 소개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이에 대해 답을 찾거나 토론을 진행한다. ‘사람 눈에는 맹점(盲點·시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왜 이를 인지하지 못할까?’ ‘지문은 사람마다 왜 다를까?’ 등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질문 사례다. KAIST에서 ‘질문하는 학생’과 ‘질문하는 수업’이 확산된 데는 QAIST 전략의 일환으로 학교 전체적으로 ‘문제 내는 문제 제도’가 자율적으로 시행되면서다. 교수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직접 문제를 만들어 수업에 제시하는 것도 그 제도를 실천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이도헌 KAIST 교무처장은 “더 많은 구성원들이 KAIST만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준원 씨(24)는 지난 봄학기 전공 수업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직접 문제를 만들었다. 수업 교과서나 교재에 출제되지 않은 형식의 이 문제를 담당 교수와 100여 명의 학생이 함께 풀이했다.이 씨는 학과 수업 내에서 문제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다양한 분야에 걸쳐 1300개의 궁금증이나 질문을 만들어 노트에 손으로 적어 기록했다. ‘전문직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저품질 잉여 생산품의 재가공과 이를 통한 소비자 유인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등 경제와 학술적 내용의 질문들을 습관처럼 기록했다.KAIST는 2021년부터 질문하는 인재양성, 창의적 연구 등의 교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신문화전략 ‘QAIST’을 시작했다. 창의교육(Q), 연구(A), 국제화(I), 기술사업화(S), 신뢰와 소통(T) 등 5개 분야다. 캠퍼스 문화를 확산을 위해 올해 처음 열린 큐데이 행사에서 Q 부문 수상자인 이 씨를 포함 41개 팀 84명이 포상을 받았다. 7개 팀은 특별 강연도 진행했다.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인체와 질병’ 과목을 강의하는 구태윤 의과학대학원 교수도 Q 부문을 수상했다. 이 강의는 시험이 없다. 학생들은 대신 인체 및 질병과 관련된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질문을 서로에게 소개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이에 대해 답을 찾거나 토론을 진행한다. 사람 눈에는 맹점(盲點, 시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왜 이를 인지하지 못할까?’, ‘지문은 사람마다 왜 다를까?’ 등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질문 사례다.KAIST에서 ‘질문하는 학생’과 ‘질문하는 수업’이 확산된 데는 QAIST 전략의 일환으로 학교 전체적으로 ‘문제 내는 문제 제도’가 자율적으로 시행되면서다. 교수는 물론 학생들도 직접 문제를 만들어 수업에 제시하는 것도 그 제도를 실천하는 방식 중 하나다.이도헌 KAIST 교무처장은 “더 많은 구성원들이 KAIST만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국내 연구진이 뇌 기능을 조절해 살을 뺄 수 있는 새로운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발견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뇌 시상하부의 기능을 조절해 대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뇌 시상하부 중 식욕 조절과 에너지 소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궁상 핵의 기능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식욕과 체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저분자화합물 중 ‘헥사메틸렌 비스아세트아미드(HMBA)’라는 물질을 쥐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궁상 핵 내에서 식욕을 촉진하는 물질은 감소했고, 식욕을 억제하는 물질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 체내 지방량 감소와 같은 효과도 확인됐다. 최근 위고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내놓는 비만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 호르몬을 흉내내는 물질이다. 반면 HMBA는 뇌 신경세포 내에서 식욕과 연관된 물질을 조절해 살을 뺄 수 있다.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HMBA의 효능과 신경세포 내에서의 조절 기능을 규명해 비만과 당뇨 등의 치료 전략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