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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실시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는 국어 B형과 영어가 각각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역대 모의평가에서 국어 수학 영어 가운데 2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해 수능도 쉬운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어 B형과 영어, 만점 받아야 1등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5일 발표한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6월 모의평가는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됐다. 인문계 학생들이 치르는 국어 B형은 특히 쉽게 출제됐다. 국어 B형 만점자는 2015학년도 수능에서 0.09%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으나 6월 모의평가에서는 4.15%나 됐다. 6월 모의평가 국어 B형과 영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24점과 128점에 그쳤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B형이 139점, 영어가 132점이었다. 수능은 쉽게 출제되면 평균이 높아지면서 표준점수가 떨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표준점수 최고점이 이처럼 낮게 나온 것은 그만큼 시험이 쉬웠다는 의미다. 반면 2015학년도 수능에서 쉽게 출제됐던 수학은 A형과 B형 모두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 자연계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B형은 만점자 비율이 0.98%에 그쳤다. 탐구영역은 과학탐구의 경우 물리Ⅰ과 생명과학Ⅱ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졌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 수학 영어를 동시에 쉽게 출제하면서 전체 과목을 변별력을 고려해 탐구영역의 난도를 높인 것 같다”면서 “특히 과학탐구는 선택과목 간 최고점 차가 10점이나 벌어져 선택과목에 다른 유·불리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6693명이 선택한 아랍어Ⅰ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00점이나 된 반면 5466명이 선택한 기초 베트남어는 76점에 그쳤다. 최근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과 정시모집에서 사회탐구 과목 중 점수가 낮은 과목을 제2외국어·한문 점수와 비교해 점수가 더 높은 과목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다. 따라서 인문계 학생들은 가급적 사회탐구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한문에도 응시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쉬운 수능에 맞춘 입시전략 세워야 평가원은 실제 수능을 출제할 때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적정 난이도를 찾는다. 입시업체들은 6월 모의평가가 아주 쉽게 출제된 점을 감안하면 9월 모의평가와 11월 12일 시행되는 실제 수능 역시 비교적 쉽게 출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만점자가 속출한 국어 B형과 영어는 6월 모의평가에 비해 다소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입시전문가들은 ‘쉬운 수능’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입시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한두 문제로도 등급이 떨어지면서 정시모집뿐 아니라 수시모집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쉬운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므로 수능과 같은 시험 시간으로 맞춰놓고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 실전 강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어 수학 영어가 모두 쉽게 출제되면 상위권을 중심으로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반사적으로 탐구영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의예과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탐구영역은 물론이고 학교생활기록부의 영향력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실제 수능이 6월 모의평가처럼 출제된다면 올해 수능의 변별력은 탐구영역 선택과목 간 유·불리와 한두 문제 차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특히 영어는 만점자(2만7213명)가 상위권 10개 대학의 모집 인원에 맞먹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최상위권에서는 영어에서 한두 문제를 실수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경기 수원시의 한 사립 유치원이 메르스 중점치료센터 의료진 자녀의 등원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향후 학교와 학원이 부당하게 학생의 등교나 등원을 거부하면 강력하게 제재하기로 했다. 21일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등에 따르면 수원병원 간호사 A 씨(36·여)의 둘째 아들(6)이 15일부터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해당 유치원이 ‘A 씨가 수원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감염 우려 및 가족 간 감염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분간 오지 말라는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A 씨는 근무지인 수원병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처방전 발급 등의 업무만 담당하는 데다 본인과 아들에게 아무 증상도 없다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유치원 측은 “우리도 안타깝지만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고 만에 하나 다른 원생에게도 감염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유치원이 22일에도 원아의 등원을 거부하면 시정명령 공문을 발송하는 등 행정조치를 하기로 했다. 논란이 일자 유치원 측은 21일 임시 학부모운영위원회를 열어 “A 씨 아들의 등원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메르스와 관련해 의료인 등 특정 직업군, 격리자 및 완치자의 자녀가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시도교육청은 메르스와 관련해 학생의 학습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경우 엄중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 / 김희균 기자}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예년 입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비중을 낮추면서 대학 입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대학이 합격 가능 점수나 충원율 등을 비밀에 부치는 관행 탓에 수험생들은 입시 전략을 짤 때 사설 기관의 정보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이 예년 입시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수험생들이 지원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앙대는 최근 2016학년도 입시 가이드북을 통해 2015학년도 수시 전형의 입시 결과를 공개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전형은 모집단위별로, 학생부 종합전형은 단과대별로 합격자들의 평균 학생부 성적과 충원율을 정리했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원자 가운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통과 비율도 공개했다. 이런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한양대였다. 한양대는 2013학년도부터 시작해 최근 3년 치 입시 결과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합격생 중 상위 70∼80% 정도의 성적만 추려 입시 결과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한양대는 합격자 전원의 성적을 기반으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시의 경우 학생부 교과전형 합격자의 학생부 등급 평균, 논술전형 합격자의 논술성적 평균을 공개하고, 정시의 경우 모집군별로 수능 백분위 평균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대학들은 매년 정시의 수능 합격선 등락에 자존심을 걸기 때문에 한양대가 처음으로 정시 합격선을 공개한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양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입시 관련 스마트폰 앱인 ‘한양입학플래너’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앱을 통해 수험생들은 본인에게 맞는 적성과 전형을 찾을 수 있고, 학생부와 모의수능 성적을 입력해 합격 가능성까지 따져볼 수 있다. 일부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학생부 이외의 서류 준비 부담을 없앰으로써 수험생들의 고충을 덜어주기도 한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의 경우 지난해 미래인재전형이라는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생부종합평가로 바꾸면서 자기소개서, 면접, 추천서를 아예 받지 않아 대학가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학이 고교 학생부를 믿어주는 풍토를 만드는 동시에 사교육 유발 요소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전반적으로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대학도 있다. 수능 성적이 1, 2점 높은 학생을 뽑기보다는 성실하고 잠재력 있는 ‘원석’ 같은 학생을 뽑아서 대학이 잘 키우겠다는 취지다. 2017학년도 입시안을 보면 서울 상위권 대학 가운데 건국대와 한양대가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아예 정시모집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 소재 대규모 대학들의 입시안 변화는 다른 대학들의 입시안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대규모 대학들이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입시안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보름여 전 나는 대만 타이베이의 한 식당에서 곱게 말하자면 무념무상 상태로, 속되게 말하자면 ‘멍 때리며’ 앉아 있었다. 며칠 한국 뉴스를 안 본 덕에 나의 뇌는 해맑게 비어 있었다. 무심히 벽에 걸린 텔레비전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얼굴과 함께 한국 소식이 나왔다. 대만 뉴스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왜 나오나 싶어 정신을 퍼뜩 차리고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문 장관의 발언이 헤드라인으로 꼽혀 있었다.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못하게 총력 대응’이라는. 주위를 둘러보니 대만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국 메르스 의심환자가 중국으로 갔다’는 속보를 보고 있었다. 이미 한국발 메르스 사태가 외국 뉴스까지 장식한 와중에 개미 한 마리 운운하니 낯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이후 돌아가는 국면을 보니 ‘개미 한 마리’가 빈말은 아니었다.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준비로 한 달 이상 야근하던 친구는 ‘한국에서는 참석하지 말아 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에 좌절했다. 다른 친구는 해외여행을 나흘 앞둔 지난 주말, 외국 항공사로부터 ‘7월까지 한국편 운항 취소’라는 통보를 받고는 “메르스 바이러스만 빼고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비상 상황에서 행사나 여행이 취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더라면…’이라고 원망해봤자 엎질러진 물이다. 삽질을 거듭한 정부가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이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라’고 하니 분통이 터지긴 하지만. 그런데 아이들이 대규모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의 경우 성격이 다르다. 만에 하나 학교 내 감염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말 일이 아니다.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고, 아이들의 예후를 예측할 수 없으며, 어떤 식으로 번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주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일괄휴업령이 내려졌다. 보건 당국은 휴업이 지나치다고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서대로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교과서랄 것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선제적인 휴업이 차선이었다. 문제는 휴업이 장기화하는데도 상황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꼬였다는 점이다. 줄곧 학생 환자가 없다던 정부는 8일 뒤늦게 10대 확진 환자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이 고교생이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교육부나 해당 교육청에 관련 정보를 주지 않았다. 이 학생의 거주지와 학교에 대한 틀린 정보가 퍼지면서 수도권 학부모들의 두려움은 커졌다. 12일 오후에는 교사 확진자와 초등학생 의심환자 소식까지 전해졌다. 하필 불과 몇 시간 전, 교육부와 교육청이 한목소리로 일선 학교에 적극적인 수업 재개를 요구한 날이었다. 일괄휴업령이 끝나면서 지난주 3000곳에 육박했던 휴업 학교는 15일 475곳으로 확 줄었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면서 4차 감염, 지역 감염 등의 얘기가 나와 오히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지금 어린이나 수험생 자녀를 둔 이들이 메르스 자체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교사와 학생 환자 발생 사실을 해당 학교에조차 알리지 않으니 불신과 불안은 커져만 간다. 정부가 번번이 ‘개미 한 마리’ 식의 뒷북을 울리는 것이 불신의 양분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학교 구성원과 관련된 메르스 감염 정보는 숨김없이 빠르게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가 초기에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를 꽁꽁 숨겼다가 사태를 키운 패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교육부와 일선 교육청이 메르스로 인한 일괄휴업은 더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일괄휴업령은 12일을 끝으로 해제됐다. 다만 12일 한 초등학생이 메르스 양성반응으로 확인됨에 따라 다음 주에 일선 학교들이 일제히 휴업을 중단할지는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휴업 10일을 넘기면서 더이상 수업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다음 주부터는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교육적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제5차 메르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강남구와 서초구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대한 일괄휴업을 12일로 끝낸다”고 밝혔다. 휴업을 강력하게 권고했던 강동송파교육청 및 강서교육청 산하 학교들도 휴업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교육당국은 다음 주부터 휴업 학교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교사와 학생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휴업을 실시하라는 입장이다. 12일 휴업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2903곳이다. 한편 이날 경북 포항에서는 고교 교사인 A 씨(59)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 3시간 정도 머물렀던 A 씨는 1차 검사에선 음성, 2차 검사에선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7일부터 발열 증세가 있어 격리됐던 A 씨는 격리 전 학교에서도 수업을 해 학교 감염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메르스로 인한 휴업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학교들이 법정 수업일수를 맞추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일주일 이상 휴업을 한 학교의 경우 법정 수업일수를 맞추려면 여름방학은 물론이고 겨울방학까지 줄여야 할 상황이다.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한 초중고교의 연간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이다. 올해는 정부가 권장한 봄철 관광주간 단기방학으로 이미 5월 초까지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쉰 학교가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90%가 단기방학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초중고교의 올해 여름방학은 3, 4주에 불과하다. 여기에 메르스로 인한 휴업 결손까지 채우려면 가뜩이나 짧은 여름방학을 더 줄여야 한다. 나흘째 휴업 중인 서울 A초등학교 교장은 “여름방학은 학부모들의 휴가 일정과 맞물려 있어서 방학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메르스 휴업이 길어지면 겨울방학까지 줄여서 수업일수를 채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업 학교의 70% 정도가 몰린 경기도는 지난주 초반부터 휴업을 실시한 학교들이 12일까지는 휴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서울의 경우도 강남구, 서초구의 일괄휴업령 등으로 일주일 이상 휴업하는 초등학교가 많다. 경기도의 경우 앞으로 휴업 연장 여부는 주말 상황을 감안해 학교장이 교육청과 보건당국, 학교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선 학교들은 휴업이 길어지면서 수업일수는 물론이고 과목별 수업시수가 부족해지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1학기 진도를 다 가르치지 못하면 기말고사 일정이나 범위까지 흐트러지게 된다. 중고교는 한 과목을 한두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집중이수제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하다. 1학기에만 편성된 과목은 겨울방학을 줄여봤자 2학기로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규정을 고집하지 말고 법정 수업일수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수업일수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교과 진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부가 내년도 교원 정원 및 신규 임용을 줄이겠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서 교육 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학교가 많은 시도에서는 교원 감축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신호탄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 중인 교대와 사범대 학생들도 해당 지역의 임용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동요하고 있다.○ 초등 위주로 신규 임용 줄어 교육부가 지난달 말 17개 시도 교육청에 통보한 2016년 교원 정원 가배정 계획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신규 교사 선발 규모가 올해에 비해 초등 교사는 1500명, 중등 교사는 800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선발 규모는 8월 교원 명예퇴직이 이뤄진 뒤에 확정되겠지만, 일단 모든 시도에서 선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초등 교사 임용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만큼 교원 정원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기조다. 시도별 학생 수 감소 추이를 고려해 매년 모든 시도의 교원 정원도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생 수 감소 폭이 가장 큰 부산의 경우 초등 교원은 현재 7543명에서 465명 줄이고, 중등 교원은 7313명에서 471명 줄이라고 통보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년 임용 규모를 초등은 156명, 중등은 80명 정도만 배정할 계획이다. 올해 임용 규모(초등 327명, 중등 191명)의 반 토막이다. 다른 광역시 교육청도 정원 감축 규모를 감안해 신규 임용 규모를 확 낮춰 잡았다. 올해 초등 교사를 125명 선발했던 광주는 내년에 20명만 선발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대전은 550명에서 133명으로, 대구는 199명에서 66명으로 초등 교사 선발 계획을 줄였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도 단위에서도 정원 감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초등 교사를 360명 선발했으나 2016년에는 110명만 선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강원도에서는 학생 수 60명 미만의 학교를 통폐합할 경우 초중고교의 40%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상황. 이 때문에 교원 정원 감축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사전 작업 아니냐는 불안감이 특히 크다.○ 교육계 “OECD 수준 아직 멀어” 반발 정부는 학생 수 감소 추세에 맞춰 교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신규 임용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교육 예산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급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데 교원을 무리하게 줄이면 안 된다”라고 주장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 및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한 것에 비춰 보면 교원 수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것. 2014년 OECD 교육 지표에 따르면 OECD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21.3명, 중학교가 23.5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25.2명, 중학교 33.4명으로 여전히 과밀 학급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 5년간 학생 수 추이를 보면 2017년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2년 대비 87%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중장기 학교 신설 계획을 보면 신도시와 혁신도시 확대 등에 따라 학교가 2000여 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자연히 학급 수도 1만7000개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교원 단체에서는 교사 수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의 정원 감축 방침에 반발하며 긴급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교총은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점만 앞세워 교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나 교사당 학생 수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많은 상황”이라며 “교육 여건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매년 교원을 3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휴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교육부가 휴업 기준 및 수업일수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강남, 서초 지역의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일괄 휴업 기간을 12일까지 이틀 연장했다. 교육부는 10일 일선 학교에 ‘휴업 기준 및 교육과정 운영 안내 지침’을 통보했다. 휴업 기준은 △학생, 가족, 교직원 중에 메르스 확진자·의심환자·격리조치자가 발생한 경우 △인근 지역 및 학교에서 메르스 확진자·의심환자·격리조치자가 다수 발생한 경우 △보건 당국이 휴업을 권고하는 경우 △다수 학부모가 등교를 기피하는 경우 등이다. 휴업으로 인한 수업 결손 대책과 관련해 교육부는 휴업일이 15일을 초과한 학교는 법정 수업일수 감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휴업일이 15일 이하인 학교는 방학을 줄이거나 일일 수업 시간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수업일수를 맞춰야 한다. 교육부가 이날 휴업 기준을 발표했지만 일선 학교는 여전히 휴업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휴업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의 휴원 기준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맞벌이 가정의 고충은 여전한 상태다. 교육부 관할인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2∼5일 단위의 휴업을 결정해서 미리 통보하고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는 반면 어린이집은 갑자기 하루짜리 휴원을 통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인근의 어린이집들은 아무런 기준 없이 불시에 휴원을 통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병원 이름이 공개되면 각 가정에 ‘내일 휴원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두 자녀를 각기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 A 씨는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나오자 오후 늦게 일방적으로 휴원 통보가 왔다”면서 “두 아이 어린이집이 하루 차이로 휴원한다고 오후 늦게 연락이 오는 바람에 아이 봐 줄 사람을 구하느라 일을 못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두세 명인 소규모 가정식 어린이집의 경우 당일 아침에 휴원 방침을 알리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은 10일 새벽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 ‘영아반에서 밤사이 열이 난 아이가 있으니 가급적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고 알렸다. 이곳에 자녀를 보내는 B 씨는 “이미 아내가 새벽 출근을 한 뒤에 문자가 와서 내가 급하게 아이를 친척집에 맡기고 출근했다”면서 “어린이집도 유치원처럼 휴원 기준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
메르스로 인한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일 전국적으로 휴업한 학교는 당초 교육당국의 예상보다 300여 곳 많은 2208곳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메르스와 관련해 각 부처와 교육청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김우주 한국감염학회 이사장,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옥주 복지부 차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교육감 12명이 참석했다. 교육감들은 메르스와 관련한 학교 및 학원 등의 휴업 기준이 없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10대 고교생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해당 교육청에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초기에 병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학생들이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정부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부총리는 “학교 휴업 기준을 공유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며, 수업 결손에 대한 보완책을 면밀하게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장 차관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교육부와 협력해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겠다”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메르스 대응지침도 배포해 학생들의 단체활동에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휴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맞벌이 부부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출근해야 하는 가정들의 보육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들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기업들도 유급휴가 등을 최대한 배려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자율 등원을 원칙으로 하지만 70∼80%의 가정 어린이집은 당직교사가 없어서 운영되지 않고 유치원은 그냥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장택동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10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입원했던 16세 고등학생(67번 환자)이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8일 밝혔다. 메르스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첫 번째 10대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청소년과 어린이도 메르스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67번 환자가 당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35)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67번 환자는 뇌종양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응급실에서 대기하다 다음 날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의 ‘2차 확산’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추가로 확인된 총 23명의 메르스 환자 중 17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9일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6명은 대전 건양대병원(2명) 대청병원(4명)에서 16번 환자(40)와 같은 병실을 쓰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전체 메르스 감염자 수도 87명으로 늘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감염자 수를 기록하게 됐다. 또 84번 환자(80)가 사망해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도 6명으로 늘었다. 한편 보건당국은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경기 평택 새서울의원, 수원 차민내과의원, 부산 임홍섭내과의원 등 5개 병원을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으로 공개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은 전국에 총 29개로 늘어났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희균 / 김수연 기자}
8일 16세 고교생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은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알고 있었는데 더는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술렁거리고 있다. 교육부는 이 10대 확진환자의 경우 발병 전부터 계속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학생이 의심환자로 분류된 이후에도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보건 당국이 교육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가 확진 학생의 이름, 학교, 주소 같은 인적 정보를 교육부와 교육청에 알려주지 않아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학부모 중에는 학교가 휴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체적으로 등교시키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천의 A초등학교 교장은 “지난주에는 휴업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도 없고 아이들도 정상적으로 등교했는데 오늘은 반마다 결석 학생이 한두 명씩 생겼다”면서 “휴업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7일 공개된 메르스 관련 병원 리스트를 토대로 인접 학교와 어린이 관련 시설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 중 한 경유 병원은 같은 건물 내에 어린이 전문 병원과 유아 놀이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근 학부모들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학부모 A 씨는 “같은 학교 엄마들끼리 메르스 환자가 병원을 찾은 시기에 그 건물에 간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초중고교생 학부모가 주로 이용하는 학습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부산도 확진환자가 나왔는데 왜 당국에서는 일괄 휴업령을 내리지 않느냐’는 항의 글부터 ‘학부모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전국 단위 휴교령을 건의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휴업 학교가 늘어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9일부터 휴업 학교 명단을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에 공개하기로 했다. 학교 휴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 ‘남편 거래처가 있는 건물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 아빠들이 이런 식으로 메르스에 노출돼 있으면 휴업을 해봤자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글이 올라오자 ‘회사도 재택근무나 휴업을 해야 한다’는 댓글이 수십 건씩 이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자가 모두 지역사회가 아닌 병원 내에서만 발생한 만큼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식의 반응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방지환 서울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환자가 나오면 격리 치료를 잘하고, 밀접 접촉자들을 잘 관리하면 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식의 과도한 불안감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10대 환자가) 학교와 집만 오가다가 메르스에 감염됐으면 심각한 문제겠지만 현재 감염은 병원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도 일반 성인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막는 것이 예방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최정현 인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의 전염력이 아주 강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생겼을 것이다.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자녀들에게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면 메르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하지만 아이와 어른 모두 불필요하게 문병을 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나라에서는 10대 메르스 환자가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특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용된 메르스 환자 발생 통계가 중동에서 산출됐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 교수는 “중동 데이터에선 환자 1200명 중 20여 명(2%)이 소아(15세 미만)였다”며 “중동에선 주로 낙타가 메르스를 매개하는데 아이들이 낙타와 접촉하는 경우가 성인보다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촉 빈도가 낮기 때문에 전반적인 발생 빈도도 낮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김희균 foryou@donga.com·이샘물 기자}
메르스 확산 우려가 큰 서울과 경기의 일부 교육청에 8일부터 일괄 휴업령이 내려지면서 다른 시도에서도 일괄 휴업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괄 휴업을 해도 교직원은 출근하기 때문에 학교가 쉬면 자녀를 돌볼 방법이 없는 맞벌이 가정 등은 원하면 자녀를 등교시킬 수 있다. 주말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메르스가 더 번지고, 서울 경기 지역의 일괄 휴업까지 더해지면서 8일에 휴업을 하는 학교는 전국 6개 시도에서 약 1790곳으로 늘었다. 초중고교의 휴업이 길어지면서 1학기 교육과정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메르스로 인한 휴업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에 해당돼 법정 수업일수(190일 이상)를 10%인 최장 19일까지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과목별 최소 이수 단위를 충족하고 수업 결손에 따른 보충 일수를 정하려면 교과협의회, 학교운영위원회, 학업성적관리위원회 등 여러 단계의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휴업 학교가 많은 지역의 교육청은 일괄적으로 여름방학 기간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휴업이 장기 국면에 돌입함에 따라 학교 및 학부모들도 학생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 됐다.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휴업 기간에도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은 일선 학교가 돌봄교실을 통해 수용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대해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학부모들은 본인이나 자녀가 열이 나거나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경우 즉각 보건당국의 지도를 받아 야 한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
정부가 메르스의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18일 만에 확진환자가 나오거나 거쳐 간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병원 정보를 알리라는 여론이 빗발치자 정부가 뒤늦게 명단 공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명단의 일부 지명과 병원 이름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허둥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 등 정보를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공개하겠다”며 병원 24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확진환자가 발생한 곳은 △삼성서울병원, 365서울열린의원(이상 서울) △평택성모병원(경기 평택시) △아산서울의원(충남 아산시) △대청병원, 건양대병원(이상 대전)이다. 나머지 18곳은 확진환자가 경유한 병원이다. 또 정부는 자택격리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보건소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격리자를 1 대 1로 책임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126곳은 8∼10일, 경기 수원 용인 평택 안성 화성 오산 부천의 유초중고교 1255곳은 8∼12일 일제히 휴업한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7일 교육감 주재로 메르스 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지역에 대해 일괄 휴업령을 내렸다. 교육청 단위로 일괄 휴업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학교별로 재량에 따라 휴업 여부를 결정해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희균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휴업 학교가 기존의 경기와 충남북 지역 이외에 서울과 대전에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현재 메르스로 인한 휴업 학교는 9개 시도에서 1164곳에 이른다. 일단 5일까지 휴업을 실시한 학교들은 다음 주까지 휴업을 연장할지 고민 중이다. 또 아직 휴업을 하지 않은 학교들도 확산 추세를 지켜보며 휴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휴업과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휴업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학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4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서울 A초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불안해하니까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재량으로 이틀간 휴업을 결정한 상황”이라며 “맞벌이 부부들은 휴업이 길어지면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일부 부모는 사태가 끝날 때까지 휴업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휴업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4일 ‘메르스 확산에 따른 휴업 실시 추가 안내’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학생, 교직원이 확진자이거나 주변에 확진자가 있는 경우 △학생, 교직원, 학부모 주변인 중 격리 대상이 있는 경우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거나 대다수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가 있는 경우 휴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학교 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렵고, ‘대다수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에 대한 판단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업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영유아 대상 영어 유치원이나 놀이학교, 재수학원 등의 휴원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아이나 입시를 앞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영어 유치원은 최근 중동 여행을 다녀온 원생이 3일 등원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무기한 휴원에 들어갔다. 이날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는 경기도에서 휴업한 고교 5곳에서 대규모 결시 사태가 벌어졌다. 대입 학원들은 주말에 열려던 대규모 입시설명회를 급히 취소하거나 인터넷 생중계로 바꾸기로 했다. 휴업을 하지 않은 학교들도 이달 중으로 예정된 체험 수련 활동을 속속 취소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청소년 수련 시설과 계약하지 않은 학교는 입찰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단체 활동이 다음 주 중으로 임박한 일부 학교는 위약금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김희균 foryou@donga.com·임현석 기자}
서울 홍익대부속중학교는 지난해 2학기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각 기업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일주일에 2시간씩 운영하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학생들은 회로기판을 활용해 직접 전기전자회로를 만들면서 로봇 제작에 도전하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동안 시험 없이 진로를 모색하는 자유학기제가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기업들의 다양한 교육기부가 자유학기제 활성화에 힘이 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기부는 기업, 대학,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업들은 제조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거나, 특정 분야의 직업과 업무 방식에 대해 현장감 있게 알려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동안 초중고교 전반을 대상으로 교육기부를 해온 기업들은 올해 자유학기제가 전국 중학교의 79%까지 확대된 것에 발맞춰 중학교 1학년에 특화된 기부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교육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비롯한 맞춤형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이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신만의 게임, 책, 일상생활에 필요한 발명품 등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올해 270개 학교에서 1만1000명이 16주 동안 매주 2시간씩 소프트웨어를 배울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전현직 임직원이 멘토단을 꾸려서 사업장이 있는 서울, 경기 수원 용인 화성, 경북 구미 등지에 있는 중학교를 찾아가 강연과 진로 상담 등을 해주는 ‘꿈 멘토링’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일일 삼성전자 사원이 되어 갤럭시 제품 개발 과정을 체험하는 진로직업체험 교육도 올해 1만9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네이버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한 달에 두 번씩 교육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존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인 ‘따뜻한 금융캠프’ 내용 가운데 중학교 1학년에 맞는 부분을 선별해 지난달부터 자유학기제를 위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장이 있는 경기 오산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조향 기술 체험, 메이크업 아티스트 진로 멘토링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더 많은 기업과 기관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자유학기제진로체험협의회를 꾸려 체계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CJ 등 주요 그룹의 계열사들도 업무 분야에 맞춰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에너지, 미디어 등의 여러 방면에서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20년 전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나는 강원도 한 산골 마을에서 대학생 농촌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며칠을 보냈다. 농활 행동수칙의 기본은 마을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 농사일이 처음인 우리는 일손을 돕기보다는 사고를 치는 순간이 더 많은 오합지졸이었다. 농사에 보탬이 되는 것보다 먹어 치우는 양이 더 많은 것은 금기 사항이었기에 다들 집에서 싸 간 쌀과 김치로 끼니를 때웠다. 푹푹 찌는 날씨에 설익은 밥과 쉬어 터진 김치로 육체노동의 허기를 채우는 것은 고3 수험생 생활보다 고역이었다. 그 대신 마지막 날만큼은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잔치를 하겠다며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돼지고기를 마련했다.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는 손주 같은 아이들이 기특하다시며 텃밭의 야채를 마음껏 뜯어다가 고기를 싸 먹으라고 하셨다. 남학생들이 불을 피우는 동안 나를 비롯한 여학생들 몇 명은 야채를 뜯으러 나섰다. 먼저 땅에서 옹기종기 돋아난 상추를 발견하고 신나게 뽑았다. 어라, 그런데 쌈의 필수 품목인 깻잎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온 땅을 뒤져봤건만 끝내 찾지 못했다. 마당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께 깻잎이 없다고 외쳤더니 “천지에 널린 게 깻잎인데 무슨 소리냐”며 휘휘 텃밭으로 들어오셨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곡절인가. 할머니는 우리가 며칠 전 깨를 땄던 키 큰 줄기에서 이파리를 뜯어내시는 게 아닌가. 맙소사! 깻잎이 깨의 이파리였다니…. 생물 시간에도, 가정 시간에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우리는 당황했다. 그때 한 친구가 “얘들아, 여기 좀 봐. 파란 고추랑 빨간 고추가 한 나무에 같이 있어!”라고 외쳤다. 앗! 초록 고추와 빨간 고추는 (초록 사과인) 아오리와 (빨간 사과인) 부사처럼 다른 종자가 아니었단 말인가…. 항상 야채가게에서 초록 고추와 빨간 고추가 따로 놓여 있는 모습만 봤으니 우리는 두 가지가 다른 품종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가히 ‘무식함의 끝판왕’이었다. 할머니는 “대학생이면 똑똑한 줄 알았더니 한참 모자란 처자들만 모아놨구먼. 이런 것도 모르고 대학 다녀봐야 시집이나 가겠나”라시며 가뜩이나 휜 허리가 꼬부라질 지경으로 한참을 웃으셨다. 물론 우리도 고추나 깻잎에 아예 문외한은 아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은 알고 있었다. 고추에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무색의 휘발성 물질인 캡사이신이라는 것, 깻잎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화학식이 C40H56인 베타카로틴이 많아 항암 효능이 있다는 것 말이다. 교과서와 참고서마다 ‘캡사이신’과 ‘베타카로틴’에 빨간 동그라미를 쳐가며 달달 외웠건만, 정작 깻잎의 본질은 몰랐다. 여름을 앞두고 문득 20년 전 낯 뜨거운 기억이 떠오른 것은 유치원에서 농장 체험활동을 갔다 흙투성이가 돼 돌아온 아이 때문이다. 제 얼굴보다 큰 상추를 한아름 안고 온 아이는 “오늘은 흙에서 상추를 뽑고 흙에다 고추씨를 심었어”라며 싱글벙글했다. ‘풋고추를 먹을 때 으레 손가락으로 탁탁 털어내던 그 하얀 걸 심으면 고추가 나는 건가?’라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강원도의 여름날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과거에 비해 자연관찰 책도 더 정교해지고, 동식물 관련 멀티미디어 학습 자료도 생생해져서 나처럼 무식한 아이들은 없을 거다. 그래도 자연의 본질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도시 아이들이 직접 흙을 밟고 씨를 심을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한국산업기술대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 시흥·안산 스마트허브(시화반월공단)에 터를 잡고 있다. 2007년 국내 최초의 산학 협력 복합 시설로 준공한 기술혁신파크(TIP) 건물 회의실에 들어서면 광활한 공단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창한 날씨 덕에 멀리 인천 송도국제도시까지 선명하게 보이던 지난달 28일. 유리창 너머에 펼쳐진 공단 건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은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대기업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느냐”며 “20∼30년 후를 보고 독일이나 일본처럼 강소기업을 키워야 하며, 여기 있는 기업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이 우리 대학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산기대 6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차관,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낸 산업 분야의 전문가답게 대학의 역할을 큰 틀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기업을 품는 산학 융합 선도 대학, 산학 융합 3.0’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산기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이 총장에게서 우리 대학과 산업계가 나아갈 길을 들어 봤다. 》○ ‘산학 융합 3.0’ 추진 취임 2년 차에 들어선 이 총장은 오랜 공직 생활을 거쳐 대학에 왔을 때 문화 차이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조직의 위계질서가 강하고 상명하복에 따라 일이 처리되는 공무원 조직과 달리 대학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구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아무래도 좀 더뎠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이 총장은 산기대에 많은 변화를 추진했다. 도서관과 휴식 공간을 늘리는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교직원 인사제도도 성과급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그는 “우리 대학은 개교 17년밖에 안 됐지만 늘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산학 협력에서도 독보적으로 앞서 가고 있다”며 “다만 약간 정체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고 이에 대해 구성원들이 공감해 주고 있어서 우리의 경쟁력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총장은 “산기대 구성원들은 산업체 수요에 맞춰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적극적으로 내보내는 데 있어서 교직원과 학생 모두가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제는 좀 더 큰 시각에서 산학 협력을 하자는 취지로 산학 융합 3.0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구상하는 산학 융합 3.0이란 대학과 기업이 가치, 공간, 인적자원이라는 3가지 요소를 공유하는 것이다. “일회성, 일방적 산학협력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대학이 가진 최대의 장점인 연구개발 능력과 인적자원을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에 맞춰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과 기업이 서로를 살려야 존재 가치가 있다’는 가치를 공유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가진 연구 공간을 아예 기업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대학이 선두에 서서 강소기업이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산학 융합 3.0의 취지입니다.” 이런 취지에 따라 산기대는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재직자 교육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기업인재대학을 설립했다. 학사, 석사, 박사 등 다양한 과정이 편성돼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최신 기술과 동향을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산업자원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제조기술혁신연구원도 만들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시화반월공단 최고경영자(CEO)들의 수요를 파악해 기계, 전자 등 5개 분야별로 연구 트레이닝 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 총장은 “학교 인근 기업체의 엔지니어들이 4∼6개월 동안 제조기술혁신연구원에 등록해서 대기업에서 은퇴한 고위급 인력이나 외국 기술자들과 함께 기술 개발을 하게 된다”면서 “CEO와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최신 기술을 익힐 수 있고, 이를 지도하는 이들은 고급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며 윈윈할 수 있어서 새로운 산학 협력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기대는 기업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총장은 “인근에 1만7000개의 기업이 있는데 자체 연구소를 가진 곳은 8%도 안 된다. 나머지 기업들은 과거 관행대로 일을 하다 보니 점점 기술력이 뒤처지고 공단이 노후화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산학융합관과 공용장비센터를 비롯한 학교 시설을 인근 기업들에 개방해서 중소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고가 장비 등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과 국제화도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 총장은 산자부 재직 시절인 2006년 교육부와 함께 공학 교육 혁신 대책을 만든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우리 공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라고 진단했다.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만들자는 것이 그 당시의 과제였다”면서 “이제 대학 현장에 와 보니 많은 대학이 산업계의 수요를 감안하고 있고 산학 협력에도 좀 더 적극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장은 모든 대학이 산학 협력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산업계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대학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그런데 대학에 와서 1년 넘게 일해 보니 대학은 기본적으로 상아탑과 같은 측면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면서 “연구 중심을 통해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과 산학 협력을 통해 현장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이 투트랙을 이루도록 균형 있게 이끌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대학이 처한 여건과 환경을 감안해서 대학이 차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고등인력 교육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장은 산기대의 경우 산학협력을 통해 국가의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후자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기대의 교육을 과제 중심으로 바꾸고, 독일 같은 도제식 교육으로 강화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는 “교육이 정형화되지 않고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13개 공학계열 학과에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트리즈 교육법을 모두 보급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독일의 탄탄한 제조업을 떠받치는 것은 대학에서 소수의 학생에게 많은 교수진이 멘토로 따라 붙어 과제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역량 덕분”이라며 “국내 대학 교육 여건상 쉽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도 입학하면 곧바로 멘토가 따라 붙어서 4년 동안 맞춤형 교육을 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장은 공직 경륜을 바탕으로 창업 지원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쳐서 취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업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도 점점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참신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활용해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공대가 산학 협력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 대학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창업을 통해 산학 협력의 블루오션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산기대는 창업과 관련된 스타트업이나 인큐베이팅 등의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주회사 지원 시스템, 실제 투자가 이뤄지도록 알선하는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이 낸 창업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건당 7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 총장은 대학의 국제화 방향도 산학 융합의 관점에서 새롭게 제시했다. “대학이 혼자만 국제화를 부르짖는 것은 이제 효과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유수 기업들은 글로벌 수급 시스템을 갖추고 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대학이 여기에 둔감한 상태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연구개발을 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산업계의 국제화 흐름에 맞는 대학 교육과 산학 협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 총장은 “산기대야말로 시화반월공단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리더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혁신적인 교육을 하고, 인근 산업체에는 대학의 역량을 나눠 줌으로써 노후화된 산단을 살리고 국가 산업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시흥=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한국이 세계 7번째의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가 되는 데 가장 큰 힘은 교육이었습니다.”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세계교육포럼’ 이틀째인 20일 오후, 세계 각국의 교육부 장관 등 교육 분야 리더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교육 전체회의가 열렸다. 교육을 통해 발전을 이룬 한국의 사례를 참가국들과 공유해 달라는 유네스코의 요청에 따라 열린 특별 회의였다.○ 한강의 기적 만든 교육의 힘 주제 발표를 맡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한국의 발전을 이끈 ‘한국형 교육모델’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대 요소의 첫 번째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꼽았다. 안정적으로 교육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모두에게 차별 없는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것. 두 번째 요소는 ‘우수한 교원’이었다. 전문적인 교원양성기관에서 교사를 배출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기가 높아 우수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교사가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요소로는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를 꼽았다. 백 원장이 “전쟁의 상흔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비결은 교육 기회의 확대”라고 설명하자 개발도상국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에 이어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재로 토론이 진행했다. 세리뉴 음바예 티암 세네갈 교육부 장관은 “한국의 경험은 우리에게 좋은 레슨이 됐다”며 “교육 재정을 늘리고 교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스 핸슨 세계은행 부총재는 “한국은 현명하게 교육에 투자해 빈곤을 극복했고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참석한 많은 국가들이 이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더불어 사는 인재 키워야 한국이 이제는 국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최수향 유네스코 교수학습콘텐츠국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의 교육이 한국인과 한국 경제에만 도움을 줄 것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2008년 한국인 가운데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내부 승진을 통해 고위직에 진출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최 국장은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 국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과 관련해 “교육 시스템이 완벽한 나라는 없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도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는 모두가 교육의 목표를 경쟁적, 획일적, 일방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 국장은 한국 교육의 경우 소위 ‘영리한 아이들’을 길러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남윤서 baron@donga.com·김희균 기자}
《 전 세계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교육의 길을 모색하고,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국가 발전을 이룬 한국의 성공 방법을 배우는 ‘2015 세계교육포럼’이 19일 인천 송도에서 막을 올렸다. 유네스코가 주최하고 교육부가 주관해 나흘간 열리는 이번 포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들과 100개국의 교육부 장차관을 비롯해 160개국의 교육 석학 및 시민단체 대표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교육 분야 행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첫날 참석자들은 한국을 ‘교육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다 교육 관련 포럼을 개최하기에 적당한 곳은 없다. 교육을 통해 어떻게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그 어떤 국가보다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씨가 19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서 이렇게 말하는 순간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3회를 맞은 이날 포럼은 앞서 1, 2회 포럼이 개발도상국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자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상징적인 모델로 꼽히는 한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교육을 통해 개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을 집중 탐구하는 전체회의가 별도로 진행된다. ○ 한국, 교육을 통한 성공의 롤모델 개회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일으킨 교육의 힘에 대해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린 시절 전쟁의 와중에도 국제기구가 기증한 교과서로 공부해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 있었다는 경험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OECD 회원국으로 급부상한 유일한 국가다. 이를 하나의 단어로 설명하면 바로 교육의 덕”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에 이어 연단에 선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내가 기억하는 1950년대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이제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며 “이것은 교육의 결과다. 교육은 미래를 향한 열쇠”라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글로벌 시대에 경쟁하려면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향상시켜야 한다”며 “여기 참석한 각국 교육부 장관들에게 한국 학교를 방문해보라”고 권했다. 이들의 평가처럼 한국은 이번 포럼에서 교육을 통한 성공 노하우를 전수할 국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20일 ‘교육이 발전을 이끈다-한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전체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개발경제학 분야의 석학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사회로 교육을 통한 발전 경험을 널리 알린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준 높은 교사들, 70%가 넘는 대학 진학률, 남녀의 고른 교육 기회 등이 시너지를 발휘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는 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특히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온라인 교육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하우를 공유해달라는 각국 정부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페루 브라질 이란 등 10여 개국의 교육부가 포럼 기간에 우리나라 교육부와 회담을 하고 교육 발전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유네스코는 지난해 말 발간한 ‘모두를 위한 교육 세계현황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취약계층 학생들도 우수한 교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높고 고른 성과를 내는 대표 사례라고 조망한 바 있다. 유네스코는 △교사 대다수가 학사 학위 이상이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 우수한 인재들이 유입되며 △농산어촌에도 숙련된 교사가 많이 활동한다는 점 등을 우수한 교육 여건으로 꼽았다. ○ “전쟁 중에도, 여성에게도, 노인에게도 교육을” 20, 21일 이틀 동안은 다양한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통해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공유할 교육 가치와 방향을 논의한다. 특히 △평등과 포용 △분쟁과 위기 시의 교육 △결과 중심 재정 지원이 모두를 위한 학습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가 △교육 내 양성평등의 달성과 여성에 대한 권한 부여 △양질의 교육을 중심으로 한 평생학습 △기술을 통한 혁신이라는 6개 의제를 둘러싸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단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종교나 인종과 관련한 갈등이 심해지는 것과 관련해 분쟁과 위기 시의 교육을 다루는 분과에서는 남수단과 이라크 교육부 장관이 참여해 ‘종교, 테러 등으로 분쟁이 심해질수록 교육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룰 예정이다. 유니세프 등을 통해 분쟁지역 청소년들을 교육의 틀 안에서 보호하기 위한 실무적인 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도국에서 특히 여성들의 교육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극복하고, 양질의 평생교육을 통해 누구나 교육에 접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실천 방안도 모색한다. 이번 포럼에서 합의된 내용은 21일 폐회식에서 ‘인천선언’으로 발표되고 9월 유엔이 발표할 ‘포스트 2015’ 개발 의제로 반영된다.김희균 foryou@donga.com / 송도=남윤서 기자}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의 학사편입(전체 정원의 30% 규모)이 당초 예정보다 1년 더 연장돼 2019학년도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대로 전환한 대학들에 대해 전환 후 4년간 임시로 학사편입을 허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 서울대와 연세대 의대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학사편입을 1년 더 허용하기로 했다. 두 대학은 올해부터 의전원에서 의대로 전환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0년 의전원의 의대 전환을 허용하면서 전환 이후 4년간 모집정원의 30%를 학사편입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의전원이 갑자기 없어지면 기존에 의전원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들의 의대 진입 통로가 막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의대로 전환한 11개 대학은 2018학년도까지, 2017년에 의대로 전환할 11곳은 2020년까지만 학사편입이 허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2010년 각 의대에 학사편입 방침을 공지하면서 ‘전환 이후 4년 뒤에는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단서를 다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 서울대와 연세대가 이 단서에 따라 2019학년도 이후에도 학사편입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두 대학은 이를 위해 2017학년도 의대 신입생 선발 규모도 전체 정원의 70%만 배정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뒤늦게 각 의대에 ‘2010년 당시 공문이 잘못 나갔다. 전환 4년 이후에는 학사편입을 금지한다’고 통보해 서울대와 연세대의 반발을 샀다. 교육부는 두 대학과 논의 끝에 학사편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