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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00만 달러(약 94억5000만 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금을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송금한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이 먼저 시작되는 것이다. 4일 통일부에 따르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서면 심의가 5일 마무리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최종 결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금) 집행은 바로 이뤄진다”면서 “국제기구에 집행 결정 사실을 통보하고 계좌를 수령해 입금하는 데 통상 3, 4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넉 달 만인 2017년 9월 교추협을 열고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인도적 사업에 총 8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해 놓고도 1년 9개월 동안 비핵화 진전 추이를 보며 집행을 미뤘다. 하지만 이번에 ‘즉시 집행’에 나선 것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북한 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약 9억4500만 원) 지원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추가로 대북 식량 지원과 개성공단 기업인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미사일 도발 이후 경제 지원책을 확대하는 것이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는 우려도 나온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최근 한 강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언급하며 ‘올바른 판단’을 촉구한 것에 대해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건 없는 북-일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에 대해서도 “낯가죽이 두텁다”고 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고노 외상이 지난달 25일) 강연회에서 ‘북조선이 올바른 판단을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될 것이다. 그 누구의 결단을 재촉할 것’이라고 주제넘게 줴쳐댔다(떠들어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에 대해 천하의 못된 짓은 다하고 돌아가면서도 천연스럽게 ‘전제 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일자 신문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이후 북한이 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날 아베 총리에 대한 직접 비판이나 명시적인 회담 거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너절하게 돈주머니나 흔들고 얄밉게 놀아댄다”고 대변인이 이날 일본을 비난한 것을 감안하면 북-일 물밑 대화에서 대북 경제 보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3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발언에 하나하나 코멘트 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서 “일본 정부의 북-일 회담 개최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백신도 없어 중국에 이어 한반도도 ASF의 사정권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가축 질병을 막을 방역 역량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ASF가 한국 농가로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수의학계에 따르면 ASF는 최대 20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은 100%다. 급성형의 경우 돼지가 아무런 증상 없이 1∼4일 뒤 갑자기 폐사하기도 한다. 문제는 ASF를 치료할 약도, 예방할 백신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홈페이지에 “승인된 백신이 없어 감염된 돼지나 돼지고기가 넘어오지 않도록 하는 게 예방을 좌우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접경지역의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한 번에 끌어올리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높은 전염성을 우려해서다. 중국에선 지난해 8월 이후 총 134건의 ASF 발생 사례가 OIE에 접수됐다. 지금까지 돼지 113만 마리가 도살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ASF 감염이 시작되면 사실상 도살처분 외에는 처리 방법이 없는 만큼 한국에서도 2010∼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350만 마리의 소·돼지가 도살처분됐던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 정부가 특히 우려하는 건 멧돼지에 의한 전염이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접경 지역을 넘어 한국 농가와 접촉할 경우 순식간에 국내로 확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야생에 먹이가 부족해지는 11월경부터 멧돼지들이 농가로 내려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방역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멧돼지 포획을 확대하고 울타리 설치를 늘려 우선 멧돼지로 인한 전파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맹금류, 사람 등 모든 접촉 경로에 대한 사전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독수리가 감염된 돼지 사체를 먹으면 몸에 바이러스가 묻은 피와 살점이 붙게 된다”며 “멧돼지보다 이동 속도가 빠른 맹금류가 몸에 바이러스를 묻힌 채 한국으로 넘어와 돼지와 접촉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는 북한과 협의해 합동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 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구체적인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북한이 협의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4월 말 북한에 ASF 사전 방역 협력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이 없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황인찬 기자}
미국 국방부의 핵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4, 9일 연쇄 미사일 발사에 나서며 무력시위를 재개한 북한을 향해 ‘떠다니는 전술핵’을 해상에 띄울 수도 있다며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 피터 팬타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안보 세미나에서 ‘미국의 전술핵 무기 재배치 가능성이 있나’라는 질문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한 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그러면서 “해상 순항미사일은 전술 핵무기가 아닌 사거리가 긴 전구(戰區) 무기”라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다른 전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의 대안으로 직접 ‘핵 순항미사일’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를 미국이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선 군사적 압박 강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무성 대변인은 24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미국은 지금의 궁리로는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하며 미국의 불신과 적대행위가 가증될수록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설비를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 몰래 이전한 뒤 의류 임가공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이유가 이런 ‘설비 빼돌리기’가 들통 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한 무역일꾼은 “지난해부터 힘 있는 (북한의) 국가무역회사들은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의 허가를 받고 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 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이어 “지금도 (해당) 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으며 임가공 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짭짤하다”고 전했다.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의 자산 점검을 위한 공단 방문을 승인한 이후에도 북한이 답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점검하러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설비를 다시 제자리에 반납해야 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된다”면서 북한 당국이 방북을 당장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설비 밀반출 의혹과 관련해) 동향 파악이 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개성공단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연 이후 우리 인력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소 개소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북한이 2016년 2월 일방적으로 자산 동결 조치를 내렸던 공단 설비 상태를 여태껏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내 우리 자산 가치는 약 1조564억 원에 달한다. 북한은 실물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공단 설비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만 정부와 기업인에게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도 옷 만들 정도의 설비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일감이 없는 것”이라며 “(공단 설비 무단 반출은) 확인도 안 된 이야기”라고 했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중식당.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학자 시절 때와 달리 극도로 말을 아꼈다. 사전 준비된 모두발언은 예정된 5분을 훌쩍 넘겼지만, 이어진 기자들의 현안 질의엔 사실상 입을 다물었다. 현장에선 “기사 한 줄 쓸 거리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까지 나왔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A hungry child knows no politics)”는 말을 강조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조하며 꺼낸 말을 인용하며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대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사실 “배고픈 아이는…”이란 말을 처음 꺼낸 건 아니다. 그는 인제대 교수 시절인 2016년 9월 18일 한 신문 칼럼에서 이 말을 꺼내며 대북 지원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엔 큰 홍수가 난 함경북도에 대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5차 핵실험(2016년 9월 9일) 9일 뒤였다. 그런데 당시 칼럼에는 또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인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에티오피아에 식량 지원을 하며 당시 독재 정권에 ‘하역비’를 지급했다는 대목이다. 그는 칼럼에서 “레이건 정부는 식량을 원조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민과 정권을 분리하자는 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레이건 정부가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할 때 하역비용으로 t당 12달러를 독재정부에 주었다. 그 돈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라고 적었다. 식량을 지원하며 독재정권에 하역비를 준 사례가 있으며,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할 때도 북한에 별도의 하역비 등을 지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내 쌀 재고분 가운데 국내 소비 등을 뺀 30만 t 정도가 대북 지원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35년 전 하역비(t당 12달러)를 기준으로 삼아도 360만 달러(약 43억 원)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아직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최종 결정짓지 않은 상황에서 하역비 문제는 좀 이를 수 있다. 한 국제기구에 따르면 원조를 받은 국가가 모두 하역비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북 식량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놓고 과연 그 돈이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쓰이느냐, 혹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대북 지원 문제에서 투명성은 핵심적인 이슈다. 그런 관점에서 김 장관이 대북 지원 문제를 거론하며 하역비 문제를 빼놓은 것은 좀 석연치 않다. 오히려 정부가 먼저 다양한 원조 사례와 하역비 이슈를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정석이 아닐까 싶다. 불필요한 대북 퍼주기 논란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
“‘오플라(opla·사진)’가 뭔지 아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현지 시찰 도중 이렇게 돌발 질문을 하자 수행 간부들이 진땀을 흘렸다. 최고지도자 동지의 입에서 나온 ‘오플라’라는 말이 무엇인지 전혀 가늠조차 못했기 때문. 평양출판사가 5일 발행한 ‘기준’이란 선전도서에 따르면 2015년 10월 당시 시찰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식의 지하전동차를 세계적 수준에 올려 세워야 한다”면서 ‘오플라’를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다른 나라에선) 지하전동차를 타고 계속 서서 가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서 있는 상태에서 살짝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를 놓아 주고 있다. 이것이 오플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에 좋기 때문에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플라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파테메흐 바테니 씨가 2015년 6월 공개한 신개념 지하철 의자로 거의 선 채로 엉덩이만 살짝 걸터앉는 형태다. 국내 언론에선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새 디자인의 의자를 현지 발표 몇 개월 만에 알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신 해외 트렌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뚫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다음 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진전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화두로 남북 간 대화 제의에 나선 셈이다. ○ 김연철 취임, 한 달 만에 ‘개성 방문 승인’ 정부는 이날 기업인 방북을 승인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공단을 폐쇄한 이후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냈지만 8번 거절당했고, 이번에 9번 만에 승인을 받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박근혜 정부 때는 3번 ‘불허’ 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번 ‘승인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방문을 막는 불허 결정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방문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고려해 승인을 유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취임 한 달여 만에 승인 결정이 이뤄진 셈이 됐다. 김 장관은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장기 버티기 자세에 들어가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한편 식량 지원에는 미동도 하지 않자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더 강한 ‘미끼’가 필요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미국도 북한을 유인할 만한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 기업인들의 방북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8번 승인이 거절된 것도 미국에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김정은, 호응하나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했지만 남북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기업인 방북과 관련한 별도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방북 승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로키(low-key)’ 자세를 취했다. 4월 30일 방북 신청을 했던 193명의 기업인만 승인하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지만 점검을 위한 기름이나 기계류 등의 반출은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일단 “육안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업인 방문을 즉각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업인 방문은 제재 해제 조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방북에 무응답으로 나올 경우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꺼낼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 기자}
“나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고생한 것 같아 죄송하고 대통령 및 우리 정부에 감사하다.” 여행경보 최고 단계인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가 내려진 리비아에 무단 체류하다가 자발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 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피랍돼 315일간 갇혀 있다 풀려난 주모 씨(62)는 16일 구출 당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7일 전했다.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현지에 머물다 피랍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내비친 것. 하지만 여전히 리비아 현지엔 한국인 4명이 생업 등을 이유로 불법 잔류하고 있어 비슷한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7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7월 6일 리비아 남서부 자발하사우나 소재 수로관리 회사인 ANC사 캠프에서 무장괴한 10여 명에게 납치된 주 씨가 한국 시간으로 어제(16일) 오후 무사히 석방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태 발생 이후 외교부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리비아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우방국 정부와 공조해 인질 억류 지역 위치 및 신변 안전을 확인하면서 석방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정 실장은 설명했다. 주 씨는 피랍 315일째에 구출됐다. ‘제미니호 피랍사건’(582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긴 피랍 기간이다. 제미니호 피랍 사건은 2011년 4월 30일 한국인 선원들이 타고 있던 싱가포르 국적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사건으로 한국인 선원 4명이 582일간 갇혀 있었다. 이런 까닭에 이번에 정부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피랍 즉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파견해 지난해 7월 14일 현지에 도착했다. 8월 중순 함정을 교체하면서 모두 4개월 가까이 현지에서 머물며 군사작전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자 철수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리비아는 현재 내전 중이어서 정세가 특히 불안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외교적 노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2월 말 개최된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석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UAE 외교부가 리비아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석방을 이끈 것 같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작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UAE라는 중개자를 찾기 전에는 납치 세력과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UAE를 통해 (협상을) 했던 점이 있다. 이전에도 활동이 있었지만 상세히 밝히긴 어렵다”고 했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 실장이 처음 피랍 관련 브리핑에 나서며 정부는 이번 석방에 의미를 뒀다. 청와대는 “석방을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도 했고, 구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성과가 난 것이기 때문에 (정 실장이) 직접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관계부처 대책회의 횟수를 청와대는 50여 회, 외교부는 40여 회로 각각 다르게 설명하기도 했다. 주 씨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 빛이 차단된 곳에 감금돼 시력이 안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이지훈 기자}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3년 3개월 만에 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은 꽉 막힌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뚫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다음달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돼 진전된 상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화두로 남북 간 대화 제의에 나선 셈이다. ● 김연철 취임, 한 달 만에 ‘개성 방문 승인’ 정부는 이날 기업인 방북 승인하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했다”면서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단 기업인들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공단을 폐쇄한 이후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냈지만 8번 거절당했고, 이번에 9번 만에 승인을 받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던 박 정부 때는 3번 ‘불허’ 결정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5번 ‘승인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나서서 방문을 막는 불허 결정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방문을 허용하자는 입장이자만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고려해 승인을 유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취임 한 달 여 만에 승인 결정이 이뤄진 셈이 됐다. 김 장관은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이 장기 버티기 자세에 들어가며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나서는 한편 식량 지원에는 미동도 않자 북한을 견인하기 위한 더 강한 ‘미끼’가 필요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결국 미국도 북한을 유인할 만한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 같다. 또 기업인들의 방북은 제재 대상이 아닌데도 8번이 승인이 거절된 것도 미국에게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 강조했던 김정은, 호응하나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승인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과의 협의를 마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근무했지만 남북 소장 회의가 열리지 않았고, 기업인 방북과 관련한 별도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방북 승인 이후 북한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이 성사될 수 있게 정부가 지원을 할 것이다. 북측과 접촉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면서도 ‘로키(low-key)’ 자세를 취했다. 4월 30일 방북 신청했던 193명의 기업인만 승인하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지만 점검을 위한 기름이나 기계류 등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일단 “육안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기업인 방문을 즉각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상태지만 기업인 방문은 제재 해제 조치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방북에 무응답으로 나올 경우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꺼낼 추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 기업인들의 공단 내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이 받아들여진 건 3년 3개월 만이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신청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기로 했다”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인들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되도록 지원하겠다”며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이 방북해 육안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는 것은 제재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기업인들은 박근혜 정부시절 3차례, 문재인 정부 들어서 6차례 신청서를 냈지만 모두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움직이지 않는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기 위해 이번에 한미가 기업인 개성 방문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호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향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위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접촉 등을 통해 북측에 기업인들의 방북 수용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 선박을 처음 압류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것은 압류된 ‘와이즈 어네스트’호(1만7000t급)가 미 법무부 판단에 따르면 북한의 두 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15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의 해상 제재 회피 행위는 대부분 소형 선박을 통해 이뤄지지만 와이즈 어네스트호 같은 대형 선박을 단속하는 것이 상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국제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 석탄인데, 철도나 도로를 통한 육상 수출이 제재로 인해 대부분 꽉 막힌 상황에서 대형 선박을 빼앗긴 것이 뼈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0일 미 연방검찰이 해당 선박의 압류 사실을 공개하고, 몰수 절차에 돌입하자 북한은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 “날강도적인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제재 위반 선박을 추적해 검사하는 정도에 그쳤던 미국이 처음으로 법적인 몰수 절차에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미 검찰이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법원을 설득시킬 수 있을 정도까지 대북 정보력이 향상된 것 같다. 그만큼 북한의 압박감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본격적인 도발 국면으로 전환한 뒤 한미의 대북 대응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징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도 청와대가 대북 식량 지원을 본격화하자 백악관이 이를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우리의 최대 압박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부가 아직도 평가를 유보한 4일 도발에 대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앞장선다면 미국은 간섭하지 않을 것(not going to intervene)”이라고 했다. 이는 앞서 청와대가 전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캠페인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초점은 비핵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8일 영국 민간 연구기관을 찾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하며 “전 세계가 참여한 압박 캠페인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8일(현지 시간) 상원 예산안 청문회에 나와 “합참의장이 (4일 북한 도발 후 나에게) 전화해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우리 국방부가 “공식적인 분석 결과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발언한 그 시점은 4일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당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그렇게 받았다는 것이라고 답변한 내용”이라며 “지금 분석 결과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달 말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28일 한국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은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강 의원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9일 또다시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한미에 대한 불만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은 7일 통화를 갖고 북한의 4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의) 대화 궤도 이탈에 대한 방지 방안을 찾자”면서도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다. 1년 5개월 만의 4일 도발 재개에도 한미가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자 북한이 추가 도발로 재차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도발 주기가 짧아졌다는 데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4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1년 5개월 만에 도발에 나선 이후 이번에 5일 만에 ‘2차 도발’에 나섰다. 앞서와 같이 단거리미사일 발사였지만 이번에는 비행거리가 대폭 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발 주기는 확 줄이고, 비행거리는 대폭 늘리면서 한반도 긴장감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이렇게 북한이 도발 잰걸음에 나선 것은 결국 긴장감이 고조될수록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괌 타격 가능성을 거론하고, 6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며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뒤 이듬해 북-미 1차 정상회담 개최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속내를 다 꺼내 보인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은 많다”면서 제재 해제에 선을 긋자, “언제든 비핵화 대화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4일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더 도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인 것”이라며 “자위권적 차원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길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2차 도발 시점을 정밀히 조율하며 한미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방송 인터뷰를 불과 약 4시간 앞둔 오후 4시 29분경 미사일을 발사한 것. 게다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 중이고 이날 한미일이 제11차 3국 안보회의(DTT)를 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결국 문제는 대북 제재 해제인데 고작 식량 지원 문제만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4일 단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잘못된 메시지’를 평양에 발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간)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동결)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실언에 가까운 발언으로 북한이 ICBM만 아니면 마음대로 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017년 때처럼 북한이 비행거리를 늘려가며 미사일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적폐청산과 관련해 “적폐 수사나 재판은 우리 정부가 시작한 게 아니라 앞 정부에서 이미 시작했던 일”이라며 “우리가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수사를 통제할 수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고 반헌법적인 일이고, 헌법 파괴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해 타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2일 사회 원로와의 간담회에서의 발언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당시 ‘선적폐청산, 후협치’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 (뉴스) 헤드라인이나 자막을 그런 식으로 뽑고, 그걸 근거로 이런저런 비판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에게 ‘독재자’라고 하는데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현 정부를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라고 규정한 문 대통령은 “독재, 그것도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색깔론을 더해 ‘좌파독재’로 규정짓고 투쟁한다고 하는 것은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서도 “다수 의석을 가진 측에서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야당은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기로 하고 패스트트랙이라는 해법을 마련한 것”이라며 “그 해법을 선택한 것을 가지고 독재라고 하는 건 정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또 한국당을 향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의 혜택을 많이 누려왔는데 이 방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야당을 만나야 할 상대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독재자라는) 극단의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것도 다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본다면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은 늘 있어온 것”이라며 “이제는 한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새로운 대화를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지금까지 놓쳐왔다”며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도 그렇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그렇고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 제기되는 것”이라며 “말하자면 (검찰의)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공개 반기에 대해 “항명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미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로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 하지만 미사일 도발 재개 직후 식량 지원이라는 보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대북 강경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식량 지원에 대한 한미 정부 내부의 미묘한 온도 차도 한미 관계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본격화된 대북 식량 지원 통일부는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해 미국, 국제기구와의 협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한미 간 공동의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미국의 동의를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 결과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한의 대화 궤도 이탈을 막고 남북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대북 식량 지원 방식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 당국 간 직접 지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쌀 5000t(40억 원)이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 130만 t 가운데 30만 t가량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美 “식량 지원 전용(轉用) 우려 차단해야” 정부는 8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북 식량 지원을 두고 한미가 벌써부터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한미 정상 통화 직후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빠졌다. 그 대신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진행 상황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청와대 발표에 없는 FFVD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괜찮다”며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북 식량 지원 방식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근본 입장은 북한이 식량 구입에 들어갈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식량 지원이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협상 참여로 이어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식량을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비핵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대북 식량 지원을 수용하는 것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태도 변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최근 강원 고성에 이어 철원과 경기 파주 지역에 대해서도 민간인 통행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원과 파주 지역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도 민간인에게 순차 개방할 계획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북한은 8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자주권, 자위권을 부정하려 든다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떠미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나흘 만에 내놓은 첫 입장을 통해 유엔 결의안이 금지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자위권을 주장하며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4일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에 대해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정상적이며 자체 방어적인 군사훈련에 대해서만 도발이라고 걸고 드는 것은 점차적으로 우리 국가의 무장해제까지 압박하고 종당에는 우리를 먹자고 접어드는 기도를 노골적으로 표출시킨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단거리 발사체’로 지칭하고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의 자주권, 자위권을 부정하려 든다면 우리도 그들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우리를 떠미는 후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대변인 케네스 호프만 중령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 후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북한 내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이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년 5개월 만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 “불장난을 하지 말라”며 적반하장식 비난에 나섰다.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7일 논평에서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진행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과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대체해 시행할 ‘19-2 동맹’ 연습을 겨냥해 “그러한 군사적 도발이 북남(남북) 사이의 신뢰를 허물고 사태를 수습하기 힘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런 불장난 소동이 남조선에 무슨 이익이 되는가. 어렵게 마련된 북남 관계 개선과 조선반도(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북남 사이의 불신을 초래하는 것밖에 더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북남 관계의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분별 있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규모와 수위를 낮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도발 행위’라며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국방부가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사일이라고 밝히지 못하는 태도와 대조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중·장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동결)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1년 5개월 만에 북한이 4일 미사일 도발에 나섰지만 미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이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비핵화 대화 판은 깨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4일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 CBS방송 및 폭스뉴스 등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미사일들이) 그 어느 국제 경계선도 넘지 않은 채 북한의 동쪽 바다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볼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미사일’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이 나온 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에서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모양만 보면 표면상으로는 지대지(미사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발사는 과거처럼 도발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고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이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최고야 기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으로 떨어져 올 한 해에만 약 136만 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는 유엔의 조사 결과가 3일 공개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최악의 식량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공동 조사해 이날 발표한 ‘북한의 식량 안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 식량 생산량은 417만 t으로 전망됐다. 반면 식량 수요는 576만 t이어서 부족량은 159만 t에 달했다. 여기에 현재 계획된 수입량 20만 t,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2만1200t 등을 고려해도 약 136만 t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북한 인구의 약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사태에 놓일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장기간의 가뭄,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 잦은 홍수 등 기후뿐만 아니라 대북제재가 식량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재로 인해 연료, 비료, 기계, 부품 등의 수입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생산량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 북한은 지난해 1인당 하루 380g이었던 식량 배급량을 올해 들어 300g으로 줄인 것으로도 파악됐다. FAO와 WFP는 3월 29일부터 4월 12일까지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북한에 파견했다. 북한이 제공한 자료와 함께 현장 조사, 북한 37개 군의 179개 가정 대상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입장 자료를 내 “국제기구가 북한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