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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가 잘못 발송돼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28일 오후 9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일대 시민들에게 ‘지진 발생. 추가 지진 발생 상황에 유의바람. 종로구’ 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종로구에 따르면 해당 문자는 당직자가 실수로 눌러 발송됐다. 종로구는 “실제 상황이 아니다. 훈련메세지 전파 중 착오사항이다”며 오후 9시 50분경 정정 문자를 발송했다.이날 기상청 역시 지진 발생 여부를 문의하자 “이날 서울서 지진이 감지된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금요일 오후를 보내던 시민들은 저녁시간대 재난문자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시민 손모 씨(27)는 “재난 문자 알림도 다 꺼 둔 상황에서 문자가 와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줄 알았다”며 “주변에 연락을 해봤지만 진동을 느꼈다는 사람이 없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말했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주애진기자 jaj@donga.com}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산하 포스코지회의 탈퇴를 막기 위해 해당 지회 임원 3명을 제명한 것에 대해 노동당국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27일 금속노조에 대해 포스코지회 임원 3명을 제명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제명 처분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금속노조 규약에 위반된다는 지난달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속노조가 30일 내에 제명 처분을 취소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11월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가 금속노조를 탈퇴하기 위해 조직형태 변경을 시도하자 이를 주도한 포스코지회 지회장 등 3명을 제명했다. 포항지청은 이를 노조법 위반이라고 보고 경북지노위에 시정명령을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북지노위는 해당 처분이 “노조에 가입할 자유 등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한 노조법에 위반되고, 금속노조 규약상의 징계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포스코지회 사건을 계기로 집단탈퇴를 막는 노조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1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정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24일에는 민노총 탈퇴를 주장하는 조합원이 집행부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 관리 규정에도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고용부는 서울지노위의 의결을 토대로 조만간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실형 선고가 나왔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협력업체 대표 B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회사에선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군 공장에서 60대 협력업체 직원 C 씨가 1.2t 철판에 깔려 숨졌다. 이 사고로 A, B 씨 등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가 원청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한국제강 내 사망사고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선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 5월에도 고철을 싣고 내리던 화물차에 40대 직원이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월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한국제강은 이 밖에도 안전조치의무 위반 혐의 등으로 2011년과 2021년 3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년간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번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건 사업장에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첫 실형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번 선고는 중대재해가 최근에 발생했음에도 사후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반복된 부분에 대해 원청 경영책임자를 처벌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첫 실형은 의미가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낮은 구형과 양형의 선례가 되지 않을까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실형 1년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지만 이달 초 첫 1심 판결에선 온유파트너스 대표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재계에선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를 직접 관리, 감독할 수 없는 대표이사에게 단지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더 엄격한 형벌 잣대를 적용한 건 매우 가혹하다”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 밤 10시까지 일 시켜도 되나요?” 최근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고깃집인데 중학생 알바 고용할 수 있나요?” “성인 알바를 못 구해서 청소년 알바를 쓰려고 하는데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야 하나요?” 등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면서 이처럼 청소년을 고용해도 되는지, 주의할 점은 없는지 궁금해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직원으로 채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만 15세 미만 청소년은 원칙적으로 고용하면 안 된다. 만 13세, 14세 청소년을 고용하려면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지방노동관서에서 취직인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만 15세 이상이라도 취직인허증이 필요하다. 이와 별개로 청소년보호법에서 청소년의 고용이나 출입을 금지한 업종에서는 청소년을 아예 고용할 수 없다. 단란주점 및 유흥주점, PC방·비디오방·DVD방, 노래연습장, 무도장, 호프집 등 주류 판매를 주로 하는 음식점 등이 해당된다. 청소년과 근로계약서를 쓸 때는 청소년 본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친권자나 후견인이 대신 계약서를 써 줘서는 안 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어도 그 내용이 해당 청소년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친권자나 고용부 장관이 직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도 근로시간, 휴일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써줘야 하고, 월급을 줄 때 임금명세서를 반드시 줘야 한다. 청소년의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7시간, 주 35시간으로 성인 근로자보다 짧다. 사업주가 청소년 근로자와 합의하면 이를 초과해 하루 1시간, 주 5시간 내에서 연장근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청소년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야간과 휴일에 일을 시키면 안 된다. 다만 해당 청소년이 동의하고 고용부 장관 인가를 얻은 경우에는 야간 또는 휴일 근로를 시킬 수 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시간급의 5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청소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이다. 만약 사업주가 청소년 근로자와 합의해서 이보다 적은 금액을 주고 근로계약을 맺어도 이는 법적 효력이 없다. 다만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 3개월 이내의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보다 10% 적은 금액을 줄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정 근로시간이나 야간 근로 금지 등 청소년에게 더 강하게 적용되는 규정들은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며 “성인 근로자보다 보호 규정이 강한 만큼 청소년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은 이를 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첫 전원회의가 18일 파행적으로 취소되면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하는 지금의 구조는 반복되는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이나 계산법도 없어 매년 정치적 논리, 정권 성향, 여론에 좌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더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근거 약한 계산식에 정치까지 영향… 노사 반발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은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이 임금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하긴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노사 각자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고 이를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심의해 왔다. 올해 노동계는 가파른 물가 상승을 이유로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올해(9620원)보다 24.7% 많다.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약 25% 격차에서 심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때로는 경제 상황보다 정부 정책이나 기조의 영향을 더 받기도 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각각 16.4%, 10.9% 올렸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부작용이 커지자 2020년 인상률은 2.87%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2021년 인상률은 역대 최저(1.5%)로 떨어졌다. 들쑥날쑥한 최저임금 인상률에 비판이 쏟아지자 2022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공익위원들은 임시로 경제지표를 반영한 계산식을 쓰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는 방식이다.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도 같은 방식을 썼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근거 없는 산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36번 심의 중 합의는 7번뿐… 악순환 반복임금을 놓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합의하게 만드는 구조도 최저임금 결정을 어렵게 한다. 1988년 최저임금이 처음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36번의 심의가 진행됐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합의안을 도출하거나,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한 건 7차례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1990년대의 일이다. 2000년 이후에는 합의가 2008년도, 2009년도 심의 때 단 두 번 있었다. 그 외에는 노사 중 한쪽이 퇴장한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표결을 진행한 ‘반쪽짜리’ 결정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결정된 최저임금은 노사 모두 불만을 가졌고 일선 경제 현장에서도 반발이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노사가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이들 국가와 노사 갈등이 극심한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표결권을 가진 참여자가 10명 안팎으로 적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총 27명이 참여하고, 객관적 기준 없이 노사가 원하는 인상률을 마음대로 제시할 수 있어 합의가 더 어렵다.● “객관성-안정성 갖춘 인상률 결정체계 필요”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자 정부도 2019년 2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상하 구간을 정하면, 그 범위 내에서 지금처럼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꾸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호한 결정 기준을 경제지표 등으로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지금처럼 노사 힘의 관계나 정치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도록 전문가 중심으로 경제성장률, 물가 등의 지표를 근거로 경제와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지표나 산식을 결정 기준으로 삼으면 지금처럼 노사 합의제를 유지해도 양측이 더 쉽게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노사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 연동 방식으로 더 전문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정해야 한다”며 “노사는 인상률 자체를 결정하기보다 그 결정체계를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8일 첫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노동계가 회의장 안팎에서 권순원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공익위원들은 회의장 입장을 거부하면서 결국 회의가 취소됐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노정(勞政)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도 예년보다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작부터 파행 치달은 최저임금 논의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정된 최임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찾았다. 이들은 회의 테이블 뒤편에 서서 “독립성, 공정성 훼손하는 권 위원은 사퇴하라” “69시간 노동 강요하는 권 위원은 사퇴하라”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1만2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최저임금 심의에는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과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정부가 위촉한 전문가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한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가 결렬되면 중간자 입장인 공익위원들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조정에 나선다는 취지다. 현재 공익위원 간사인 권 위원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에서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권 위원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박준식 위원장과 다른 공익위원들은 “근로자위원이 아닌 사람들은 퇴장해 달라”고 요구하며 회의장 입장을 거부했다. 결국 오후 3시 50분경 근로자위원들까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회의는 취소됐다. 근로자위원들은 “회의 무산의 책임은 박 위원장과 권 간사에게 있다”며 “차기 회의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원회의가 파행을 빚은 적은 많았지만, 이날처럼 첫 회의 개최 자체가 무산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회의가 취소된 데에는 현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법치를 앞세워 노동계와 대립해온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임위는 일정 조율을 거쳐 다시 회의를 잡을 예정이다.● ‘1만 원’ 넘길까… 노동계 “대폭 인상” 요구올해 심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길지 여부다. 현재 최저임금(9620원)에서 380원(3.95% 인상)만 더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그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노사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앞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도 뜨겁다. 최저임금법은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 도입 첫해인 1988년을 빼면 적용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16.4% 인상), 2019년(10.9% 인상)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경영계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차등 적용을 요구했지만 노동계는 반발했고 매년 심의에서 부결됐다. 현재 노동계는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심의는 전례 없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가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18일 첫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노동계가 회의장 안팎에서 권순원 공익위원(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공익위원들이 입장을 거부하면서 결국 회의가 취소됐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노정(勞政)이 갈등 중인 상황에서 최저임금 결정도 예년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시작부터 파행 치달은 최저임금 논의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정된 최임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관계자들이 회의 테이블 뒤편에 서서 손팻말을 들고 “권순원 공익위원은 사퇴하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 위원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미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양대노총은 회의 전에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권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박준식 위원장과 다른 공익위원들은 회의장 입장을 거부하며 맞섰다. 결국 오후 3시 56분경 근로자 위원들까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첫 회의는 최종 파행됐다. 위원회는 전원회의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날 회의가 파행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위원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상생임금위원회 등 정부의 노동개혁을 지원하는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자, 노동계에서는 권 위원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특히 최근 ‘주69시간 근로’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 바로 권 위원이다. 여기에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법치’를 앞세워 노동계와 대립해온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매년 노사 대립으로 파행을 빚었던 최저임금 결정이 올해는 시작부터 어긋나 갈등이 매우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1만 원’ 넘길까… 경영계는 동결 요구 올해 가장 큰 쟁점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길지 여부다. 현재 최저임금(9620원)에서 380원(3.95% 인상)만 더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그 상징성도 크기 때문에 노사 모두 관심이 쏠려있다. 앞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1만200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아직 요구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경제 악화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연합회도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들은 2022, 2023년 2년간 연속해서 ‘상승률 약 5%’를 제시했다. 직전 연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를 빼는 방식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업종별 차등화’를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도 뜨겁다. 최저임금법은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최저임금 도입 첫 해인 1988년을 빼면 적용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8년(16.4% 인상), 2019년(10.9% 인상)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경영계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차등 적용을 요구했지만 노동계는 반발했고 매년 심의에서 부결됐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토요일인 15일 전국적으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전날부터 내린 비의 영향으로 황사는 사라지지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대기질은 여전히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제주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대된 비는 15일 오전까지 이어지고 오후부터 그칠 전망이다. 15일까지 예상되는 강수량은 제주 20~60mm(산지 등 많은 곳은 120mm 이상), 전라·경북 남부·경남 10~40mm, 충청·경북 북부·강원 5~10mm, 서울·인천·경기 5mm 미만이다. 15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9~14도, 낮 최고기온은 13~23도로 예보됐다. 건조 특보가 발효된 강원, 경북 등 동쪽 지역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대기의 건조한 상태가 계속돼 산불 등 화재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인천과 경기 남부를 제외한 전국의 대기질은 15일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회복하겠다. 다만 서울과 경기 북부, 충청, 호남 지역은 이날 밤부터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 때문에 대기질이 다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고용노동부가 회계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52개 노조에 대한 과태료 부과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고의로 ‘태업’을 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재정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노조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우선 양대 노총 등 5개 노조에 7일 과태료 부과 통지서를 등기 우편으로 발송했다. 52개 노조 중 상당수에 과태료 150만 원이 부과됐다. 고용부는 앞서 2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에 대해 회계 관련 자율점검을 실시하고 노조 회계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점검 대상 334개 노조 가운데 52곳(15.6%)은 자료를 내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했다. 같은 날 국토부는 고의로 작업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킨 타워크레인 기사 21명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용부, 경찰청 등과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6일까지 건설 현장 불법·부당행위 특별점검을 한 결과다.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타워크레인 기사 54명 중 21명은 면허정지 사유에 해당해 행정처분위원회와 청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작업계획서에 포함된 거푸집 인양을 거부하거나 원도급사가 정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신호수 배치를 무리하게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특별점검은 이달 14일까지 진행되며, 현재까지 전국 693개 건설 현장 중 574곳(83%)에 대한 점검을 진행했다. 국토부는 “점검 1주 차 164개 현장에서 의심 사례 33건이 적발됐는데 3주 차 130개 현장, 6건으로 적발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법원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원청 기업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내려진 첫 판결이다. 노동계는 “근로자가 숨져도 대표는 집유로 풀려난다”며 비판했고, 재계에서는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중소 건설사 온유파트너스(원청)의 정모 대표와 법인에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아이코닉에이씨는 벌금 1000만 원, 원·하청 현장소장 2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원청 회사와 정 대표에 대해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업주 및 도급인에 대해 무거운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다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안전 난간을 철거하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사측에 돌리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기업들은 ‘사망 재해가 발생해도 집유로 풀려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하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원청 대표이사를 처벌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형량에 대해서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논평을 냈다. 재계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대표이사가 현장소장보다 더 높은 형량의 징역형을 받은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우려했던 과도한 형벌이 현실화돼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65세 이상 일하는 사람에게도 실업급여를 보장하라.”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용보험법 개정 입법 촉구 연대회의’(연대회의) 관계자들이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이렇게 외쳤다. 연대회의는 일하는 고령자에 대한 실업급여(구직급여) 확대 적용을 주장하며 모인 단체 연합체다. 노후희망유니온과 전국시니어노조 등 고령자단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가사·돌봄유니온 등 노동단체, 자영업 및 직능 단체를 포함한 120여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일하는 노인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고용보험법 개정을 촉구한다”며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연대회의는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 실업급여 적용을 제외하는 고용보험법 제10조 2항을 삭제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65세 이후 새로 취업한 사람은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만 64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같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65세 이후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연대회의 측은 해당 법 조항이 고령화로 일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하고 싶은 시니어 인구가 70%에 이른다”며 “하지만 절대 다수 노인에게는 청소, 경비, 가사돌봄 같은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새 일자리를 찾은 고령자 대부분은 계약직을 전전하기 때문에 항상 신규 취업자일 수밖에 없는데,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65세 이상의 경우 국민연금, 기초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실업급여까지 중복 수급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는 방침이다. 저임금 단기계약직이 대부분인 고령자에 실업급여를 적용하면 반복 수급이 크게 늘어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에게도 적절한 고용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인구 중 연금을 받는 비율은 절반(49.4%)에 그쳤고, 월평균 수령액도 69만 원에 불과했다. 노후준비가 부실한 탓에 65세 이후에도 일을 그만두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를 대신해 고령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고령자를 위한 고용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재 국회에는 실업급여 적용 연령을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돼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 주최으로 열린 ‘일하는 노인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선 토론회’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더 이상 노인을 복지 대상자로만 봐선 안 된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에게는 확실한 고용대책이 필요하다”며 “실업급여 적용이라는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근로시간 개편안 보완을 지시하자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대안 찾기에 나섰다. 고용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주 최대 6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의 노동조합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여당 주최 토론회에서 “근본적으로 공짜 야근을 시키는 기업이 문제이지 주 52시간제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개편안을 비판했다.● 주 60시간 상한 두면 개편 취지 퇴색 우려윤 대통령이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 보완 지시를 내린 것은 MZ세대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60시간 이상은 많다는 기존 인식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만약 주 최대 근로시간이 60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고, 특히 MZ세대가 과한 노동시간이라고 하니 대통령이 재차 메시지를 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대통령이 뒤집어 혼선을 빚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은 고용부가 명확히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고용부에 책임을 미룬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인 2021년 7월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캡(상한선)을 씌우는 부분까지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까지 다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개편안에서 주 최대 근로시간을 60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괄적으로 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장근로 단위 다양화라는 개편안의 큰 틀은 유지되지만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려던 취지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주 52시간제와 비교할 때 일주일 동안 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7시간 이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를 업종별, 직종별 요구에 맞게 다양화하려던 제도 개편 취지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MZ 노조 “공짜 야근 종식 안 될 것”개편안을 보완한다고 해도 노동계의 반발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보다 늘어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는 주 52시간제부터 안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의장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주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에 대해서도 “그 취지에도 크게 공감은 못 한다”며 “60시간을 넘었으니 ‘(회사가) 이제 근무기록 찍지 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개편안이 과로 증가, 과로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MZ세대의 비판에 대해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한 부분은 재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030 자문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은 “회사에 의해 연장근로를 하게 될 텐데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완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치권과 정부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틀은 유지한 채 논란이 됐던 주 최대 근로시간(69시간)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재검토한다는 기류다. 여당에서는 주 최대 근로시간에 64시간가량의 상한선(cap·캡)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거쳐 주 최대 근로시간 결정” 대통령실은 이번 개편안의 취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것인데 현장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로 잘못 이해됐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 노동조합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주 단위로 묶인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69’라는 시간에 매달려서 마치 주 69시간 근로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며 “주 최대 근로시간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합한지 포커스그룹 인터뷰와 여론조사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 보완 지시가 어제(14일) 있었던 만큼 여론조사 등 준비가 먼저”라고 전했다. 여당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에서 64시간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지 않으면 주 최대 근로를 64시간으로 제한하지만,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면 상한이 없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줄 때도 상한을 두자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산업재해에서 과로 인정이 된다”며 “(이에 준하는) 주 단위 상한선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주 69시간은 과도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 줄일 해법 찾기 고심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 달 17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1주 최대 69시간 근로’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개편안의 핵심이 ‘1주 12시간’으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평균 12시간’ 개념으로 바꾸는 것인데, 그 결과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주 6일 근무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보다 줄이려면 지금처럼 다시 1주 단위로 연장근로를 제한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고용부의 생각이다. 11시간으로 정한 근로일 사이 연속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바쁠 때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지키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의무가 아닌 선택조항으로 넣은 만큼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등의 대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추가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 미리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정해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 방식이다.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주지 않는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관리 우수 기업을 방문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16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 했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보완에 맞춰 연기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치권과 정부에서 다양한 대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틀은 유지한 채 논란이 됐던 주 최대 근로시간(69시간)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재검토한다는 기류다. 여당에서는 주 최대 근로시간에 64시간가량의 상한선(cap·캡)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거쳐 주 최대 근로시간 결정” 대통령실은 이번 개편안의 취지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것인데 현장에서 ‘주 69시간 근무제’로 잘못 이해됐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15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노동시장 정책 핵심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 노동조합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권익 보호”라며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주 단위로 묶인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노사가 협의하도록 하되,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노동 약자의 여론을 더 세밀히 청취한 뒤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동안 ‘69’라는 시간에 매달려서 마치 주 69시간 근로가 노동자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며 “주 최대 근로시간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합한지 포커스그룹 인터뷰와 여론조사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 보완 지시가 어제(14일) 있었던 만큼 여론조사 등 준비가 먼저”라고 전했다. 여당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에서 64시간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지 않으면 주 최대 근로를 64시간으로 제한하지만, 11시간 연속 휴식을 주면 상한이 없어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줄 때도 상한을 두자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산업재해에서 과로 인정이 된다”며 “(이에 준하는) 주 단위 상한선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주 69시간은 과도하기 때문에 그렇게 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 줄일 해법 찾기 고심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예고 기한인 다음 달 17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1주 최대 69시간 근로’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개편안의 핵심이 ‘1주 12시간’으로 묶여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평균 12시간’ 개념으로 바꾸는 것인데, 그 결과가 ‘주 최대 69시간 근로’(주 6일 근무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보다 줄이려면 지금처럼 다시 1주 단위로 연장근로를 제한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고용부의 생각이다. 11시간으로 정한 근로일 사이 연속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바쁠 때는 11시간 연속 휴식을 지키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의무가 아닌 선택조항으로 넣은 만큼 휴식시간을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등의 대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괄임금제는 추가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울 때 미리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정해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 방식이다. 사업주가 이를 악용해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주지 않는 ‘공짜 야근’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관리 우수 기업을 방문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가장 확실한 근로시간 단축 기제”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16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려 했지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보완에 맞춰 연기했다.주애진기자 jaj@donga.com조권형기자 buzz@donga.com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14일 지시했다. 고용부가 6일 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우려를 이유로 전면 재검토 수준의 법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론 수렴을 하고 난 뒤 정책 세부안이 조율돼야 한다”면서도 “(법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 지시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큰 틀은 유지하되 최장 주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게 된 내용은 백지화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고용부는 바쁠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내 MZ 행정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왔고, 이를 경청한 윤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중 근로자,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듣고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원칙일 정도로 해석되는 등 개편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논의 자체를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주 최대 근로시간에) 상한선 캡을 씌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리 국민 대다수의 삶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장기휴가 비현실적” “공짜야근 우려”에… ‘주 69시간’ 손볼듯 尹, 근로개편안 보완 지시 MZ세대 “개편안 현실성 없어”고용부 “현장과 소통 부족했다”휴가-휴식 관련 수정 불가피할듯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 원칙에 대해 변함이 없다. 그런데 자꾸 ‘주 69시간 근로’라는 프레임으로 와전된다. 더욱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긴밀히 소통해 고칠 것은 고치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정부의 입법예고 법안 취지는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여론을 더 수렴하라고 지시한 만큼 최장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한 대목이 수정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로서는 (법안의) 큰 프레임의 변화가 없다. 정책의 원점 재검토는 전혀 아니다. 대통령과 방금도 (소통)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MZ “근로시간 개편안 반대”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주(週)’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年)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한 이유는 현재 기본 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묶여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기업 현장에서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일이 많이 몰리는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나머지 3주 동안은 연장근로 없이 주 40시간만 일하는 식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개편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쏟아졌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지금도 일부 사업장은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근로자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명 ‘공짜 야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MZ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미 주어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인데 ‘장기 휴가’는 현실성이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주 7일 근무를 가정하면 1주일에 최대 80.5시간을 일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 “주 최장 69시간 내용 조정 가능성”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14일 MZ세대를 비롯한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는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음 달 17일까지 청년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6일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해 MZ세대 노조, 정보기술(IT) 기업, 전문가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당 최장 69시간 근로’ 부분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장기 근로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몰아서 일을 시키고 나중에 쉴 수 있도록 자기계발의 시간을 주게 돼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근로자의 휴식과 관련된 부분도 수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와 휴가 사용권을 지금보다 자세하고 강력하게 마련해 현장의 우려를 해소해 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과로사조장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며 “주 69시간제로의 퇴행이 아니라 주 4.5일제, 혹은 주 4일제가 노동의 미래”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법안 추진을 재검토하라”고 14일 지시했다. 고용부가 6일 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우려를 이유로 전면 재검토 수준의 법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론 수렴을 하고 난 뒤 정책 세부안이 조율돼야 한다”면서도 “(법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 지시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는 큰 틀은 유지하되 최장 주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게 된 내용은 백지화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고용부는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MZ세대를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내 MZ 행정관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왔고, 이를 경청한 윤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다음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 중 근로자,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듣고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대 69시간 근로’가 원칙일 정도로 해석되는 등 개편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논의 자체를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주 최대 근로시간에) 상한선의 캡을 씌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우리 국민 대다수의 삶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주4.5일제 도입을 추진할 것”고 밝혔다.“정부는 ‘주 52시간’ 근로 원칙에 대해 변함이 없다. 그런데 자꾸 ‘주 69시간 근로’라는 프레임으로 와전된다. 더욱이 MZ(밀레니얼+Z세대)세대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긴밀히 소통해 고칠 것은 고치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정부의 입법 예고 법안 취지는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여론을 더 수렴하라고 지시한 만큼 최장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도록 한 대목이 수정될 수 있다고 시사한 것.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로서는 (법안의) 큰 프레임의 변화가 없다. 대통령과 방금도 (소통)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MZ “근로시간 개편안, 현실성 없고 퇴행적” 고용노동부가 6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주(週)’ 단위인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年)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근로일 사이에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한 이유는 현재 기본 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묶여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기업 현장에서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일이 많이 몰리는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나머지 3주 동안은 연장근로 없이 주 40시간만 일하는 식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개편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쏟아졌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지금도 일부 사업장은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근로자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명 ‘공짜 야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직장인들 사이에선 “이미 주어진 연차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인데 ‘장기 휴가’는 현실성이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주 7일 근무를 가정하면 1주일에 최대 80.5시간을 일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 “주 최장 69시간 내용 조정 가능성”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14일 MZ세대를 비롯한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부는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음 달 17일까지 청년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16일 근로시간 제도와 관련해 MZ세대 노조, IT 기업, 전문가와 토론회를 개최하고 현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당 최장 69시간 근로’ 부분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주 최대 69시간까지 장기 근로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14일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몰아서 일을 시키고 나중에 쉴 수 있도록 자기개발의 시간을 주게 돼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근로자의 휴식과 관련된 부분도 수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와 휴가 사용권을 지금보다 자세하고 강력하게 마련해 현장의 우려를 해소해 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과로사조장법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며 “주 69시간제로의 퇴행이 아니라 주 4.5일제, 혹은 주 4일제가 노동의 미래”라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주애진기자 jaj@donga.com}
고학력과 전문성을 갖춘 신(新)노년층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도 개선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황광훈 부연구위원과 강지성 책임연구원은 계간 ‘고용이슈’ 최근호에 실린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특성 및 참여 의도에 미치는 영향 요인 분석’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955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노인 계층의 학력, 경력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어 일자리 사업에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정과제로 2004년 도입돼 매년 시행되고 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고령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돕고 이들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려는 취지다. 주로 업무 강도가 낮은 자원봉사 형태의 공공형과 민간기업이 정부 보조를 받아 노인을 고용하는 민간형 사업으로 나뉜다. 전체 노인일자리 사업의 70% 이상이 단순 업무 중심의 공공형 일자리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노년층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이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20년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적 있는 5020명 가운데 96.0%가 ‘향후에도 해당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사업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60.9%)였다. 다음으로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19.6%),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9.3%)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이렇듯 경제적 목적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려는 노년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의 사업 내용과 운영 방식으로는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노인세대에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학력이나 전문성이 높아 기존 자원봉사 방식의 일자리에 만족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갈수록 이들 신노년 세대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거나 적정한 수준의 난도가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은 고학력자, 고숙련자 증가에 걸맞은 다양화와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새로운 노인일자리 사업도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성장하면서 노인 택배처럼 노년층이 참여할 만한 플랫폼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저학력 노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 등 정보기술(IT) 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퇴근 후나 주말에 울리는 업무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 상사가 단체 대화방이나 일대일 대화로 업무 관련 메시지를 계속 보내기 때문이다. 김 씨가 조심스럽게 “급한 일이 아니면 가급적 업무 시간 외에는 카톡을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 상사는 “내가 잊을까 봐 미리 보내두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김 씨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도 퇴근 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받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김 씨처럼 퇴근 후 회사에서 전화와 메시지를 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전문가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연구에 착수했다. ● 퇴근 후 ‘업무 카톡’ 스트레스 증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퇴근 후 회사에서 연락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으로 언제나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정의된 노동기본권이다. 이와 관련된 불만은 오래전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업무시간을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워지자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과 여가를 확실하게 구분하려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 직장인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이 업무시간이 아닌데도 업무 관련 연락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1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5%는 퇴근 후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4.1%는 ‘연락이 와서 답장한 적이 있다’고 했고, 19.4%는 ‘연락이 온 적 있지만 알람을 끄거나 보지 않고 다음 날 답장했다’고 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법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근로자 50명 이상 규모인 기업이 퇴근한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연락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해당 기업들은 전자기기 사용 규율 등 연결차단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노사 단체교섭에 포함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일명 ‘카톡 금지법’이라 불리는 연결차단권 보장 법안이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됐으나 통과된 적은 없다. 2016년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시간 외에 메신저나 SNS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을 발의했고, 이듬해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던 이용호 의원(현 국민의힘)도 비슷한 법안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전화, SNS 등을 이용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시를 하면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결차단권 보장 방안 마련하기로 고용노동부는 이달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문가 TF를 꾸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동 개혁 주요 과제인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근로자의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짜 야근’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근절하고 장기 휴가를 보장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퇴근 후나 휴일에 업무 지시를 받는 것을 방지해 ‘근로 아닌 근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의 퇴근 후 연락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적절한 규율 수준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 설문조사에서도 업무시간 외 연락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각각 50%로 팽팽했다. 반대하는 응답자들은 “급하게 연락해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법제화까지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생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장 법제화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TF를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현황과 국내외 사례를 다양하게 살펴보고 제도 마련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결되지 않을 권리퇴근 후 회사에서 연락받지 않을 권리.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확산한 영향으로 주목받게 된 노동기본권이다. 프랑스가 2017년 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고용노동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도 연구에 착수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여당은 13일 당정 협의를 거쳐 이달 초 발표한 노동조합 회계 관리 강화 대책을 토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노조 회계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몰아간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가 대립하는 쟁점과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12일 분석했다. ● 쟁점1. 노조 회계 장부 통째로 내라?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자치 영역인 노조의 재정 문제에 간섭해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이미 관련 절차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고 있는데 조합원들에게 받은 조합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간섭하는 건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재정 운영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재무제표 등 최소한의 자료를 확인하는 취지라고 반박한다. 1월 실시한 자율 점검 때도 노조 재정 장부의 표지와 속지 1장만 제출하라고 했고, 속지의 경우 민감한 내용을 가려도 된다고 했는데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회계 공시 역시 모든 재정 장부를 공개하는 게 아니라 노조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갈등을 줄이려면 정부가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공시 범위를 정하고 왜 자료를 공개해야 하는지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 쟁점2. 대국민 공시냐, 조합원 공개냐 노동계는 노조 회계 공시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9월까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조금 우선 지원, 세액공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줘 자율 공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정 비율 이상의 조합원이 요구하거나 횡령·배임 등이 발생한 노조의 경우 반드시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노동계는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정부는 “노조는 국고보조금, 조합비 세액공제 등 각종 혜택을 받고 4대 보험 운영 같은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집단”이라며 “국민들도 노조 회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지점에서는 전문가들도 견해가 엇갈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노조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 만큼 외부에도 회계 운영 실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노조 회계에 문제가 있다면 조합원들이 회계 감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지 정부나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건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 쟁점3. 국내 노조 회계 관리, 해외보다 부실?현재 한국의 노조 회계 관리 규정이 주요 선진국보다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노조가 재무 현황, 임원 보수 등이 담긴 보고서를 매년 행정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공인회계사 등 자격이 있는 독립된 회계감사원에 회계 감사를 매년 받아야 한다. 이를 근거로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조합원의 회계 열람권을 강화한 정부 대책의 방향성에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제도를 도입한 역사적 배경이 나라마다 달라 일괄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가 주요 회계자료를 정부에 내는 미국의 경우 1950년대 조폭과 결탁한 거대 노조 부패 사건을 계기로 노조도 스스로 자정 필요성을 공감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노조 회계 관리 강화 방안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노조 관련 횡령·배임 등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여론이 악화돼 노조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라는 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주52시간制도 안착 안돼… 연장근로 단위 확대 반대” MZ세대 주축 ‘새로고침 협의회’ 의견문출범후 노동 현안 관련 첫입장 밝혀“한국 평균 근로시간 OECD 중 4위”獨 등 근로단위 긴 사례 언급은 없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유준환 의장·사진)’가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착되지 않아 ‘피로 사회’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역행하는 정책 변화의 부작용이 클 것이란 이유에서다. 협의회는 9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관한 의견문’을 냈다. 이들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장시간 노동과 과로 탈피를 위한 국가의 제도적인 기반 마련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시기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편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8개 기업 신규 노조의 위원장들이 주축이 돼 지난달 21일 발대식을 열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가 합류해 9곳으로 늘었다. 발대식 당시 “노동 현안 입장을 공고히 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는데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첫 대상이 됐다. 이들은 이번 의견서가 협의회 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반대는 주 52시간으로 법적인 최저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한데, 해당 최저기준이 특정 기간 중 상황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기존보다 후퇴하는 근로조건이라는 취지다. 노동계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늘어 업무 시간 폭증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이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다만 연장근로 관리단위가 한국은 일주일로, 독일(6개월), 영국(17주), 프랑스(3개월), 일본(1개월)보다 짧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협의회는 “소위 인간다운 삶과 국제사회 노동기준은 시대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아지고 진보하는 양상이 있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왔던 국제사회의 계속적인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해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정부 개편안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위해선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선택권은 ‘개인’에게 있는데 결과적으로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 참여에 따라 선출된 근로자대표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주80시간은 극단적 가정… 개편안, 글로벌 스탠더드”고용부, 근로시간 유연화 비판 반박 “집중근무로 생산성 향상-실근로 단축관행화된 장시간 근로서 탈피할 것MZ노조도 개편 취지 반대 아닐 것”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사진)은 최근 발표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이번 개편안이 주 52시간제가 지향하는 바를 깨는 게 아니다”라며 “개편안은 실근로시간 단축에도 유효하다”고 9일 말했다.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 넘게 늘어날 수 있고, ‘초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논리의 비약, 극단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권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근로시간 개편안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6일 고용부는 현재 ‘주(週)’ 기준인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연 기준으로 확대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노동계와 근로현장에서는 “장시간 압축 노동을 조장한다”, “주 7일 근무를 가정하면 일주일에 80.5시간까지 일하게 될 수도 있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권 차관은 “(이 같은 예시는) 극단적 상황”이라며 “지금도 법을 어기고 주 7일 근무를 할 수 있겠지만, 연장근로 감독을 나가 보면 주 7일 근무나 밤샘 근무로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권 차관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매주 단위로 규제하는 방식이 세상에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한 기업에서 직원 100명 중 1명이 주 57시간을 일해 감독에 적발된 적이 있다”며 “근로시간을 주 단위로 체크해서 매주 지키라고 하고, 지키지 않았다고 형사처벌하는 나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제도의 궁극적인 설계 목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말하는 생산성과 건강권의 조화”라고 했다. 권 차관은 “주당 평균으로 연장근로를 관리하고 장기 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사가 많이 없어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일부 특정 기간에 근로 시간이 집중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집중 근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근로자들이) 안심할 방향으로 가도록 관행을 개선해 가겠다. 중요한 건 근로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의 문제”라고 했다.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에서도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도의 개편 취지를 반대하기보다 (개편안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본다”며 “잘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이날 외신기자 정책 간담회에서 “70년간 경직적으로 운영돼 온 제도를 변화하는 산업현장 수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 선택권을 확대해 관행화된 장시간 근로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