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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여파로 올 3분기(7∼9월) 전체 가계의 월평균 이자 비용이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늘어난 이자 비용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의류·신발 지출을 넘어섰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전국·1인 이상·실질) 월평균 이자 비용은 11만4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9만5500원)보다 1만9400원(20.4%) 늘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11만7700원)보다 1만3700원 줄어든 10만4000원을 보였다. 이자 지출이 의류·신발 지출을 넘어선 건 2006년 1인 가구가 포함된 가계동향을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내수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자 비용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0%를 넘은 뒤 올해 2분기(4∼6월) 37.9%로 치솟았다. 지난해 1분기(1∼3월) 8만2000원 수준이었던 가구당 이자 비용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0만 원을 넘어섰다. 이자 부담 탓에 의류와 신발 지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줄었고 3분기에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가처분 소득이 줄면서 식자재 등 생활필수품 외에 옷이나 신발 등의 준내구재 소비부터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이자 부담과 그로 인한 내수 타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전히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높고 미국 고금리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 상황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1∼6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부가 요소 수입국을 다변화하기 위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차량용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한다. 또 이달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법)’의 후속 조치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와 공급망안정화기금 등을 내년 중 운영할 방침이다. 11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요소 등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일부 원자재의 공급망 대응책과 공급망법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공급망기본법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앞으로 우리 정부의 공급망 리스크 대응력과 회복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우선 중국과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들여오는 요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시기를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연장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요소의 국내 생산 재개 및 자립화를 위해 타당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내년 1월부터 추진한다. 요소는 과거 국내에서 일부 생산한 바 있지만 지금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비료에 소량 사용되는 인산이암모늄에 대한 할당관세도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 요소의 시장안정화 조치와 관련해선 필요시 매점매석 고시나 긴급수급조정조치 등도 검토한다. 이와 별도로 인당 요소수 구매물량에 제한을 둘 수 있도록 주유소 등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흑연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조 흑연 생산공장의 조기 증설을 위한 신속 인허가 등을 관계부처 간 협의하고 흑연 보유국인 탄자니아에서 천연 흑연을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이 올 8월부터 수출 통제 중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경우 이미 확보한 재고가 있어 당장 수급 부족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정부는 기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내년 6월까지 구성하고 2025년 1월까지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또 200여 개 핵심 품목을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를 도입·생산·제공하는 사업자를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로 지정한다. 이들 사업자에는 내년 하반기(7∼12월) 중 시행될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도입 보조금을 주고 국내외 시설투자 등을 대출과 보증, 출자 방식으로 지원한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막대한 부채를 갖고 있는 한국전력이 재무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발전 자회사들에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모회사의 재무위기를 사실상 자회사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에 연말까지 약 4조 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의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매년 3월 각 발전 자회사로부터 경영 실적에 따라 배당금을 받고 있지만, 결산 전 중간배당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의 이번 요구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인 104조6000억 원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올해 시장 전망대로 6조 원대 손실이 나면 발행 한도가 74조5000억 원으로 준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이 79조60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5조 원가량의 한전채를 즉각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전이 자회사로부터 4조 원의 중간배당을 받으면 적자가 줄면서 결과적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도 94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추가로 한전채를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전의 중간배당 요구를 두고 시장에선 모회사의 재무위기를 자회사에 떠넘기는 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수원 등 일부 자회사 입장에선 중간배당 수준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조 원대 중간배당을 요구받은 한수원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600억 원이다. 한전 측은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는 것은 정관에 따른 것으로 내규에 위배되거나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중국의 요소 수출 잠정 중단으로 품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3국과의 추가 구매 계약으로 현재까지 확보한 요소 물량이 약 4개월 9일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제안보 공급망 관계장관 회의’를 처음으로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를 방문해 요소수 재고 및 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요소 국내 재고 및 중국 외 계약 물량으로 4개월 9일분이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이달 6일 정부는 국내 요소 확보 물량이 약 3개월 20일분이라고 밝혔다. 4일 만에 확보 물량이 19일분 더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국내 업체가 최근 베트남에서 산업용 요소 5000t을 들여오는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정부는 요소뿐만 아니라 인산암모늄,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수급 위험 발생 가능성이 큰 품목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관계 부처 장관들은 11일 첫 회의를 열고 공급망 리스크 품목 수급 현황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중국은 화학 비료의 주원료인 인산암모늄 수출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월에는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 통제한 데 이어 10월에는 흑연을 통제 리스트에 추가했다.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 후속 조치 추진 계획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공급망 기본법은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공급망 안정화 기본 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공급망 위험을 미리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기금을 조성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맥주와 소주 값이 1년 전보다 5% 안팎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양주 가격 상승 폭도 9개월 만에 최대였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맥주 소비자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올 2월(5.9%)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소주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4.7%를 보이며 올해 2월(8.6%) 이후 가장 높았다. 맥주와 소주의 물가 상승률은 올 4월부터 10월까지 ―0.1∼1.0%를 오갔는데 지난달 약 5%로 크게 뛰었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이 3.3%로 넉 달 만에 상승 폭이 꺾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주와 맥주의 물가 상승률이 오른 건 주류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올 10월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9% 올렸고,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9일부터 ‘참이슬’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6.95% 인상했다. 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각종 원자재 값 부담이 커져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위스키를 비롯한 양주 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달 양주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보다 9.6% 오르며 2월(12.5%)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양주 물가 상승률은 9월 ―0.6%에서 10월 5.1%로 높아진 뒤 지난달에는 10%에 육박하며 빠르게 치솟고 있다. 한편 국산 주류에 붙는 세금을 지금보다 줄여주는 ‘기준판매비율 제도’ 도입이 추진되면서 내년에는 소주 등의 출고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판매비율은 일종의 할인율 개념으로 판매가격에서 이 비율만큼 뺀 금액을 세금 부과 기준(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달 중순 기준판매비율 심의위원회를 거쳐 구체적인 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인천공항 마약 단속 현장을 가다 신종 마약이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다 적발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여행자 가방을 통한 마약 밀반입 시도도 1년 전보다 75% 늘었다. ‘마약과의 전쟁’ 최전선 인천공항 세관의 단속 현장을 집중 조명했다.》5일 국제 우편물을 검사하던 인천공항본부세관 직원 A 씨가 상자 하나를 뜯자 낱개 포장된 사각형의 젤리 20여 개가 쏟아졌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말랑말랑한 질감의 흔한 젤리였다. 한 개를 뜯어 냄새를 맡아봐도 일반 젤리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A 씨는 계속 냄새를 맡았다. 몇 분 뒤 그는 “신종 대마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세관 직원 4, 5명이 모여 함께 분석에 들어갔다. 간이 시약 검사에선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A 씨는 다시 젤리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그는 “태국 등에서 유통되는 신종 대마 젤리일 수 있다”며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한 번 더 검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1년 새 1.5배 이상으로 늘어난 해외직구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안에 위치한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선 지게차들이 화물기에 실려온 항공 화물 케이스를 쉴 새 없이 나르고 있었다. 철로 된 케이스의 문을 열자 그 안을 가득 채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원들이 달라 붙어 함께 상자들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렸다. 상자들은 그대로 엑스레이 장치가 부착된 검사기 안으로 들어갔다. 검사기는 송장의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상자 안의 내용물을 촬영해 판독실로 보냈다. 판독실에선 15명의 직원이 앞에 놓인 대형 모니터 여러 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상자의 겉모습과 엑스레이 사진, 송장 정보 등이 떠올랐다. 송장 정보에 적힌 내용물이 실제 상자에 담긴 물건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상자 한 개를 확인하는 시간은 대략 2, 3초. 1차 검사기를 통과한 상자는 10초도 안 돼 2차 검사기로 보내진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검사가 필요한 상자인지 아닌지를 판독해야 한다. 직원들은 잠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갑자기 한 직원이 침묵을 깼다. 책상에 달린 마이크를 통해 그의 지시가 이어졌다. 화물을 분류하는 물류센터 직원에게 상자 하나를 따로 빼 달라는 것이었다.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이 이상하다고 했다. 엑스레이 판독실에서 근무한 지 27년이 된 이성희 주무관은 “엑스레이 판독실은 24시간 돌아가고 40여 명의 직원이 3교대로 근무한다”며 “한 명당 하루 평균 8000건의 화물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블랙프라이데이로 새벽 2시까지 야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알리 등 해외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직구가 대중화되면서 특별수송과 국제우편으로 들어오는 물품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특별수송과 국제우편으로 배송된 해외직구 물품은 1420만6000건으로 1년 전(875만8000건)보다 1.5배 이상으로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특별수송과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해외직구 물품은 1억1639만600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해외직구 물품(9612만 건)을 넘어섰다. 그만큼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야 하는 세관 직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코로나19 끝나자 여행객 마약 밀반입 급증 인천공항본부세관에는 마약 단속만 전담하는 마약정보분석팀이 있다. 12명의 직원이 직접 화물을 검사해 마약을 찾고, 적발한 마약 밀반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단속에 활용한다. 이날 찾은 분석팀 사무실에선 한 세관 직원이 통조림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통조림을 흔들어보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반적인 통조림은 흔들었을 때 안에 담긴 내용물이 같이 흔들린다. 하지만 마약이 든 통조림은 진동이 없거나 적다. 몇 번 더 통조림을 흔들어보던 그는 결국 통조림을 뜯었다. 조주성 마약정보분석팀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분석팀 직원들의 마약 검사 노하우가 상당히 쌓였다”며 “마약정보분석팀은 화물 속 마약을 직접 검사하기도 하지만 마약 밀반입 패턴을 분석해 단속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분석팀 한 명당 하루 15건의 화물을 검사하는데 연말에 화물이 늘면서 20건 이상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약정보분석팀은 현재 전체 지역 세관 내에서 마약 밀반입 적발 실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 팀에서만 170여 건의 마약 밀반입 사례를 적발했다. 올 들어 마약 밀수는 대형화되는 추세다. 1∼10월 관세청이 적발한 마약은 556kg이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반면 적발 건수는 574건으로 전년보다 7% 줄었다. 특히 세관에 적발된 마약의 78%(중량 기준)는 특별수송과 국제우편을 통한 밀반입이었다. 국제우편으로 들여오다 적발된 마약이 280kg(50%)이었고, 특별수송에서 적발된 양은 153kg(28%)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했던 여행자의 가방 등을 통한 마약 밀반입도 다시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여행자 밀수 적발 건수는 145건으로 1년 전보다 75% 늘었다. 중량으로는 총 111kg으로 지난해(36kg)의 3배가 넘는다. 2020년과 2021년 여행자 밀수 적발 중량은 각각 55kg, 12kg이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를 내년까지 13개 추가해 전국 공항과 항만에 설치하기로 했다. 밀리미터파 신변 검색기는 3초 만에 전신을 스캔해 옷 속에 숨겨진 약 1g의 마약도 찾아낼 수 있다.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형(門形) 금속 탐지기’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금속뿐만 아니라 비금속, 액체류, 가루까지 찾아낸다. 입국하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율도 2배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올해는 태국에서 마약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올해 세관에서 적발된 것 중 태국을 통해 들어오던 마약은 142kg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미국에서 들어오던 마약은 130kg이 적발됐다. 라오스(63kg), 베트남(41kg) 등이 뒤를 이었다. 세관 관계자는 “태국이 마약을 합법화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태국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태국발(發) 마약 밀반입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필로폰과 대마가 적발된 마약의 74% 이날 인천공항본부세관 마약조사과에선 지난달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대마 일부를 직접 보여줬다. 450g가량의 대마가 담긴 지퍼백을 열자 사무실에 증기에 찐 듯한 짙은 풀냄새가 가득 찼다. 마약조사과 직원은 “대마는 다른 마약과 달리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진공포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약이 적발되면 정상적으로 통관 절차를 마친 것처럼 배송해 관련자를 검거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필로폰(286kg)과 대마(124kg)다. 이들이 적발된 전체 마약의 74%를 차지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2393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그만큼 세관의 감시망을 뚫고 국내에 들어온 마약도 적지 않은 셈이다. 관세청은 마약 밀반입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올 10월부터 마약 단속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마약 밀수 특별대책 추진단’도 운영 중이다. 추진단에는 검사가 쉽지 않은 신종 마약을 찾아내기 위해 장비 및 연구개발 부서가 포함됐다. 또 고위험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은 일반 화물과 구분해 집중검사를 실시하고 우범국에서 오는 우편물 역시 검사 건수를 50% 이상 높인다. 아울러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 세관들과의 국제 공조 체계도 강화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관세청과 마약 밀수 합동 단속과 마약 우범자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대마 일부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와도 올해 9월 한 달간 한국행 마약 의심 화물을 합동 검사했다. 주요 마약 적발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에서 들여오다 적발된 마약 밀반입 건수는 월평균 6건에서 9건으로 50% 늘었다. 올 3월부터 6월까지는 태국 관세당국과 현지 마약 합동 단속을 벌여 태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려던 마약 49건, 72kg을 적발했다. 채명석 마약정보분석팀 주무관은 “마약을 적발하면 국내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은닉 방법이 갈수록 치밀해져 단속이 쉽진 않지만 최대한 많은 마약을 잡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인천=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5일 오후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통관센터. ‘딜론’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우편물에 코를 들이댔다. 올해 네 살이 된 래브라도리트리버종 딜론은 경력 2년 차 마약 탐지견이다. 딜론은 우편물 한 개마다 서너 번씩 냄새를 맡았다. 딜론 옆에 선 조사요원 ‘핸들러’는 반복해서 “찾아”를 외쳤다. 지난해 딜론이 찾아낸 마약 밀반입 건수는 40건이 넘는다. 수차례 킁킁대던 딜론이 한 상자 앞에 앉아 코를 박고 움직이질 않았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신호였다. 곧바로 세관 직원들이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자에는 딜론을 훈련시키기 위해 넣어둔 마약 냄새가 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훈련이었지만 핸들러는 딜론에게 링 모양의 장난감을 던져줬다. 이를 통해 마약을 찾는 일을 일종의 놀이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탐지견 훈련 과정은 탐지견들이 마약이나 폭발물의 냄새를 좋아하도록 만들어서 찾아내게 하는 방식이다. 장난감을 잠시 물고 놀던 딜론은 이내 컨베이어 벨트 위로 다시 올라가 마약 찾기를 이어갔다. 핸들러 경력 27년의 박동민 주무관은 지금까지 탐지견 5, 6마리와 함께 일했다. 그는 “핸들러와 탐지견은 일대일로 팀을 꾸려 탐지견이 은퇴할 때까지 계속 같이 활동한다”며 “탐지견이 은퇴할 때 새 주인을 찾기도 하는데 파트너였던 탐지견을 반려견으로 맞아들이는 핸들러도 있다”고 말했다. 딜론처럼 마약 단속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관세청 탐지견은 현재 모두 39마리다. 인천과 김포, 제주 등의 공항뿐만 아니라 인천항 같은 여객항에서도 매일 마약을 찾아내고 있다. 사람과 비교해 최대 1만 배 이상 후각이 발달한 마약 탐지견은 해외에서 교묘하게 들여오는 마약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특화됐다.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0.01g 수준의 마약도 탐지할 정도다. 탐지견을 통해 적발된 마약은 올 들어 10월까지 71건, 8.9kg에 달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39마리의 탐지견이 전체 적발 건수의 10% 이상의 마약을 찾아낼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항과 항만에서 시각적으로 경계심을 심어주는 효과도 꽤 크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은 36년 만에 탐지견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관세청은 올 8월 딜론과 같은 래브라도리트리버종 2마리를 태국 관세총국에 인도했다. 한국이 탐지견을 해외에 인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87년 미국에서 탐지견 6마리를 기증받아 최초의 폭발물 탐지견으로 활용하다가 마약 탐지견으로 영역을 넓혔다. 태국에 인도된 탐지견은 두 살 된 ‘조크’와 ‘제이크’다. 태국에선 열대과일 이름인 ‘두리안’과 ‘카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이들은 한국에서 자체 번식한 탐지견들로 관세청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았다.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벌써 3건의 마약 밀반입 시도를 막아냈다. 관세청은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는 통로가 될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탐지견 활동이 늘어나면 국내 마약 유입 차단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인천=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울산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전력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해 전력 인프라 투자 시기를 뒤로 미루고 비용을 절감하기로 한 상황에서 전력망 시설 노후화로 인한 대규모 정전이 갈수록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느는 정전 사고 7일 한전의 정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전 건수는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배전 관련 정전 건수는 933건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다. 2018년 506건과 비교하면 84.4% 치솟았다. 지난달 14일에는 경기 수원, 용인, 화성,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 전압 강하로 인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용인 에버랜드 놀이기구가 갑자기 멈추는 일도 발생했다. 정전 후 복구에 걸린 시간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호당 정전 시간은 9.1분으로 전년(8.9분)보다 길었고, 2018년(8.6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전 측은 “기존에 전기를 보내며 보수 작업을 하는 것에서, 송출을 중단하고 작업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정전이 늘었다”며 “정전 시간도 프랑스 49분, 미국 44분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전의 재정 위기로 이처럼 크고 작은 ‘불량 전기’ 사고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이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노후화된 전력망 설비의 고장 횟수가 늘고 복구 능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은 올해 5월 25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하며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런 한전의 투자 지연은 설비 노후화로 이어져 잦은 전력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소비자의 안전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상화와 정부 재정을 통한 전력망 투자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차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송출하기 위해 한전은 송전선로를 1.6배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만 56조5000억 원에 이르지만 전기요금 동결과 그동안 쌓인 누적 적자로 인해 한전이 오롯이 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도로, 철도처럼 국가 재정을 송전망 개선에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전 피해 보상 요구도 빗발쳐 전날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경제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증하는 증빙자료가 필요해 시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날 한전 울산지사에 따르면 정전이 발생한 6일 오후 3시 37분부터 경제적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았다. 울산 남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A 씨(54)는 “정전 시간 동안 냉장고가 멈추고 전등이 꺼지면서 영업을 중단하는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PC방을 운영하는 B 씨(40)는 “불경기에 30명이나 손님을 되돌려 보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면서 “한전이 자발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전 울산지사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 접수 신고가 수백 건에 이른다”면서 “최종 집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전 과실이 입증되면 피해보상 금액은 정전 시간이 1시간 이내인 경우 전기요금의 3배, 1시간 초과 2시간 이내인 경우 5배, 2시간 초과인 경우 10배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전 보상금은 가구당 최대 2000∼3000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대규모 정전으로 인하여 국민들께 심대한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고장 조사반을 가동해 향후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올 들어 10월까지 1000만 달러(약 131억 원) 넘게 수입한 품목들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것들이 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 웨이퍼, 불화수소 등 반도체 주요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는 80% 안팎이었다. 중국의 요소 수출 물량 제한으로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요소뿐만 아니라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해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수출 통제에 나서면 국내 산업계가 ‘셧다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1000만 달러 이상 수입 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은 393개였다. 이 중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은 216개로 전체의 55%였다. 일본(13%), 미국(9.4%)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와 2021년에도 절대의존품목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주요 원자재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불화수소의 대중 의존도는 62%이고, 네온과 제논은 각각 81%, 64%다. 중국이 수출 보고를 의무화하며 이미 수출 통제에 나선 희토류 금속은 올 상반기(1∼6월) 중국에서 들여온 비중이 79.4%였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의 대중 의존도도 85.8%다.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 중 하나인 희소금속 비축량은 목표로 잡고 있는 양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정부가 비축 관리를 하는 14종 희소금속의 평균 비축량은 39.8일분이다. 비축 목표가 180일분인 희토류를 제외한 것으로, 나머지 금속의 비축 목표는 100일분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의존도가 64%인 리튬 비축량은 5.8일분에 불과하다. 중국에서의 리튬 수급이 중단되면 기업이 문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안 된다.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건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비용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요소의 수입 비용은 중국산이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하다. 기업 입장에선 물류 비용 등 수입 비용이 저렴한 중국산을 제외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산업계에선 높은 중국 의존도로 중국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 관련 업체 A사 관계자는 “요소 수출 제한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며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 즈음 비료 가격 추이를 살피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중국이 국내 비료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봄을 앞두고 수출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 비축 물량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7일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법안에 올라갔지만 기존에 밀려 있는 법안이 많아 바로 법사위에서 통과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법을 통해 공급망을 지원하게 되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자원 부국이 자원을 가지고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6일 오후 1시간 52분 동안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15만5000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다. 2017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약 20만 가구 정전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 사고다.● 카드결제기 꺼져 현금 판매만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7분경 울산 남구 옥·신정·무거동, 울주군 범서읍 구영·굴화리 등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은 1시간 52분 동안 지속되다 오후 5시 29분경에야 복구됐다. 정전이 울산 도심에서 발생한 탓에 불편이 컸고 울산소방본부에만 75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아파트 157개 단지와 상가 등에서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주민 등이 갇히는 사고가 31건 발생했다. 갑자기 전기가 끊기면서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등 자영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용석 씨(47)는 “음식점 전체가 한꺼번에 암흑천지가 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며 “피해가 큰데 누가 책임지느냐”고 하소연했다. 약국, 편의점 등에선 카드결제기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결제 손님에게만 물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냉장고 냉동칸 등의 작동이 멈추면서 아이스크림 등이 녹아버렸고, 수족관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횟집 주인도 발을 동동 굴렀다. 구청 등 관공서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주민 최승석 씨(34)는 “행정복지센터에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으러 갔는데 내부가 어두웠고 자동발급기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도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진료 못 하고 환자 돌려보낸 병원 병원도 정전 때문에 파행 운영됐다. 일부 병원에선 컴퓨터와 진료 기계 작동이 안 돼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못 하고 1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환자를 돌려보냈다. 대형병원 기계식 주차타워가 멈춰 진료를 보고 나온 환자들이 차를 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환자는 “정전 때문에 진료를 못 받았는데 주차된 차까지 빼지 못해 오후 일정이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울산 도심은 정전 여파로 극심한 체증을 겪었다. 신호등 140여 개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이 투입돼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통제했다. 조민형 씨(43)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차량이 엉켜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정전 관련 안내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 이모 씨는 “정전 직후 ‘일대 정전으로 119 신고가 폭증해 비긴급 신고는 110으로 하라’는 안전문자가 한 차례 발송된 게 전부”라며 “구체적인 행동요령과 언제 복구되는지 등 상황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옥동과 신정동 일대에는 3시간여 동안 단수로 물도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45)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불이 꺼지고 물도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얼굴에 묻은 거품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나왔다”고 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체와 자동차 제조 업체, 조선소 등은 비상발전시설을 가동하면서 정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전은 이번 정전으로 약 15만5000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옥동변전소 변압기 4개 중 3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6일 오후 1시간 42분 동안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시민 15만5000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2017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약 20만 세대 정전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 사고였다.●카드결제기 꺼져 현금 판매만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7분경 울산 남구 옥·신정·무거동, 울주군 범서읍 구영·굴화리 등에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은 1시간 42분 동안 지속되다 오후 5시 29분경에야 복구됐다.정전이 울산 도심에서 발생한 탓에 불편이 컸고 울산소방본부에만 75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아파트 157개 단지 등에 정전이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주민 등이 갇힌 사고가 31건 발생했다.갑자기 전기가 끊기면서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등 자영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용석 씨(47)는 “음식점 전체가 한꺼번에 암흑이 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며 “피해가 큰데 누가 책임지느냐”고 하소연했다. 약국, 편의점 등에선 카드 결제기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결제 손님에게만 물건을 판매하기도 했다. 냉장고 냉동칸 등의 작동이 멈추면서 아이스크림 등이 녹아버렸고, 수족관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횟집 주인 등도 발을 동동 굴렀다.구청 등 관공서 업무도 사실상 중단됐다. 주민 최승석 씨(34)는 “행정복지센터에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으러 갔는데 내부가 어두웠고 자동발급기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공무원들도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진료 못 하고 환자 돌려보낸 병원병원도 정전 때문에 파행 운영됐다. 일부 병원에선 컴퓨터와 진료 기계 작동이 안 돼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못하고 1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했다. 일부 병원은 환자를 돌려보냈다. 대형병원 기계식 주차타워가 멈춰 진료를 보고 나온 환자들이 차를 빼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환자는 “정전 때문에 진료를 못 받았는데 주차된 차까지 빼지 못해 오후 일정이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울산 도심은 정전 여파로 극심한 체증을 겪었다. 신호등 140여 개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길목마다 교통경찰이 투입돼 수신호로 차량 흐름을 통제했다. 조민형 씨(43)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에 차량이 엉켜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정전 관련 안내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 이모 씨는 “정전 직후 ‘일대 정전으로 119 신고가 폭증해 비긴급 신고는 110으로 하라’는 안전문자가 한 차례 발송된 게 전부”라며 “구체적인 행동요령과 언제 복구되는지 등 상황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옥동과 신정동 일대에는 3시간여 동안 단수로 물도 안 나오면서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45)는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는데 불이 꺼지고 물도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얼굴에 뭍은 거품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나왔다”고 했다. 다만 석유화학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 조선소 등은 비상발전시설을 가동하면서 정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한전은 이번 정전으로 약 15만5000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옥동변전소 변압기 4개 중 3개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3% 오르며 4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넉 달 만에 꺾였지만 농산물 물가는 14% 가까이 뛰며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올 8월(3.4%) 이후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5.1% 하락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오름 폭은 8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커져 왔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13.6% 오르면서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2021년 5월(14.9%)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사과가 55.5%로 가장 많이 올랐고 오이(39.9%) 파(39.3%) 상추(24.9%) 당근(21.2%) 등도 오름 폭이 컸다. 라면, 돼지고기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돼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0%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정부는 사과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 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그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11월과 같은)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중국 비료업계가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큰 폭으로 줄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요소 수입의 92%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요소를 들여오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5일 중국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 업계 전문가는 1일 올린 글에서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중눙그룹(CNAMPGC)과 중화그룹(Sinochem) 등 주요 요소 비축·무역기업 15곳이 2024년 수출 총량을 94만4000t을 초과하지 않기로 하는 데 동의했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요소 수출 자율 협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1분기(1∼3월)까지 수출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일부 항구에선 수출 증빙서류를 갖고도 수출을 할 수 없고, 화물이 항구에 쌓여 있거나 항구에서 화물이 회수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10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은 339만 t이다. 실제로 내년에 요소 수출 총량을 94만 t대로 줄이면 올해 10월까지 수출한 물량의 28% 수준으로 중국 요소 수출이 감소한다. 올 10월 한국은 산업용 요소의 9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달 30일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의 한 대기업에 수출하려던 산업용 요소 수출을 돌연 보류했다. 한국 외교 당국은 중국 당국이 국내 요소 수급을 우선 해결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통관 보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한국 측과 접촉해 요소 통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요소 문제와 함께 한중 간 원활한 공급망 협력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전해왔다”고 말했다. 요소수 대란 재발 우려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는 6일 요소수 관련 대책회의를 열 계획이다. 회의에선 요소 수입의 대체처 확보 방안, 비축 물량 확대 방안 등 단기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값싼 중국산 요소 외에 베트남, 호주 등에서 들여오는 요소 수입분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소 비축 물량을 확대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밖에 정부는 7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통과시켜 중장기적인 공급망 안정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설치해 기업의 원자재 수입 국가 다변화와 비축 물량 확대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전력망 구축 사업에서 민간기업이 용지 확보, 인허가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주민들이 송·변전 설비 건설에 조기 합의하면 감정가에 장려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건설 기간도 당초 계획보다 최대 4년 단축한다. 그동안 송전선로 건설이 지체되면서 첨단산업단지 등의 전력 공급과 가동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우려가 컸는데, 앞으로 민간 참여가 확대되면 전력 인프라 건설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한국전력의 독점 사업이었던 전력망 구축 사업 중 인허가, 인근 주민 보상 등의 용지 민원 업무를 삼성물산, GS건설을 비롯한 민간기업이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설계·시공 부문에만 민간이 참여했지만 설계·시공과 함께 용지 확보 및 인허가 등을 포괄하는 턴키(일괄수주계약)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입지 선정 및 확정은 한전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는 범부처 전력망위원회에서 담당한다. 그간 송·변전 설비 건설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한전 홀로 갈등을 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왔다. 민간 발전사업자가 본인 비용으로 전력망을 구축한 뒤 한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철도, 도로 등 국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사업을 할 때 전력망을 같이 구축하는 방안도 내년 하반기(7∼12월)에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산업부는 민간 참여 확대가 송배전 사업의 민영화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이 한전의 송배전 사업을 지원해주는 차원”이라며 “송배전 사업 운영은 앞으로 계속 한전이 수행하고 이를 민간에 개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송배전 구축 사업의 최대 난관이었던 주민 보상 체계도 현실화한다. 송·변전 설비 인근 주민에게 지급되는 토지 보상 등 지원단가를 5년마다 조정하고 지자체도 일부 비용을 보전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한전이나 민간 사업자 등과 송배전 설비 건설에 조기 합의한 주민에게는 감정가에 장려금을 추가 지급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에 나선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2021년 수립된 9차 송·변전 설비 계획에 담긴 전력망 구축 사업 28건 중 지연되는 사업은 11건이다. 지연 기간만 평균 2년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특별법이 빨리 입법돼야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중국의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배터리 소재·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과 적극 협력해 온 한국 기업들은 단기간 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일(현지 시간) IRA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외국 우려 기업(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2025년부터 전기차 제조사가 중국 기업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사용할 경우 우려 기업으로 분류돼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합작법인(JV)인 경우 중국 측 지분이 25% 이상이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도 중국의 영향력을 지분 25%로 제한한 것이다. 2025년까지 총 5000억 원이 투입될 LG화학의 경북 구미 양극재 공장은 중국 화유코발트가 4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생산제품을 북미 시장용 배터리 업체에 공급하려면 LG화학은 내년 말까지 최소 24%포인트의 지분을 화유코발트로부터 사와야 한다. LG화학은 “전북 새만금, 모로코, 인도네시아 등에서 화유 측과 지을 예정인 양극재 공장도 당장 지분율 조정에 나서야 한다”면서 “고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수천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했다. 중국 CNGR, 화유코발트 등과 협력 중인 포스코그룹도 합작사 지분 조정은 물론이고 특정 공장 제품은 북미 외 지역용 배터리에만 판매하거나 비중국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핵심 광물 등 공급처 다변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측은 다만 “세부 규정 발표로 기업의 경영·투자 불확실성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中과 합작’ 韓 배터리-소재 기업, 지분 조정-사업전략 수정 불가피 美 “中지분 25%이상땐 보조금 제외”지분 추가확보 등 수천억 투자 부담자금조달 방법 변경 등 ‘발등의 불’“예상수준… 불확실성 해소” 해석도 “생산 과정에 중국의 비중을 낮추거나, 합작사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결국 기업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배터리 소재업체 A사 관계자) 1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외국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안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일부 긍정적 해석도 나오지만 기업들의 단기 및 중장기 전략을 모두 수정해야 해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공급망을 확보해 오던 곳들이다. 한국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핵심광물 등의 확보 채널 다각화를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협력해 왔는데 보통 ‘50 대 50’ 혹은 ‘51 대 49’로 지분을 보유해 왔다. 하지만 미 정부가 중국 측이 지분이나 의결권을 25% 이상 보유할 경우 사실상 중국 통제하에 있는 기업으로 간주하면서 지금 상태로는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셈법 복잡해진 한국 기업 LG화학은 경북 구미 양극재 생산법인(LH-HY BCM)의 지분 49%를 올 4월 22일 중국 화유코발트의 양극재 자회사에 넘겼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는 2025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연 6만 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포항에 황산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니켈 정제법인을 세운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의 중간 소재인 전구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1위 전구체 기업인 중국 CNGR과 손잡았다. CNGR은 니켈 정제법인 지분 40%, 전구체 생산법인 지분 80%를 갖고 있다. 총 투자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LG화학과 포스코그룹이 생산한 배터리 소재를 북미 배터리·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경우 IRA FEOC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한 소재를 미국이 아닌 시장에 공급하거나, 합작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합작 파트너와 협의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확보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당장 수천억 원 이상의 투자 부담이 생긴 셈이다. 아직 업무협약(MOU) 단계인 기업들 역시 사업 전략이나 자금 조달 방법 등의 전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야화와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채굴 협력을 준비 중이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와 전북 세만금에 총 1조2100억 원을 투자해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불확실성은 해소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손잡는 것은 중국이 배터리 공급망을 꽉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의 60%, 니켈의 65%, 코발트의 68%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또 중국 시장이 유럽, 북미와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LG화학은 올 4월 실적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화유코발트와 협력하는 것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FEOC 규정이 중국 회사의 완전한 배제라면 지분 전량 인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반도체법과 같은 수준인 지분 25% 제한에 대해 ‘예상했던 수준이라 다행’이라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던 수준이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서비스업 생산이 32개월 만에 0%대로 떨어졌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0월 서비스업 생산(불변지수)은 전년 동월 대비 0.8% 늘면서 증가 폭이 0%대에 머물렀다. 2021년 2월(―0.8%)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은 최근 둔화세가 뚜렷하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7∼9월) 8.5% 증가한 뒤 빠르게 하락해 올해 2분기(4∼6월) 2.3%에 이어 3분기에는 1.9%까지 내려앉았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7분기 만인 올해 2분기(4∼6월)에 감소세(―2.7%)로 전환했고, 3분기(7∼9월)에는 ―4.7%를 보이며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도소매업은 1.9% 줄었고 엔데믹 이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달 1.8%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내수 부진은 고물가·고금리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자 비용 부담 등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고 체감 물가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소상공인에게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중국 세관에서 요소 수입을 막고 있다는 국내 기업들의 민원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상황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중국 측에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어떤 이유로 수출을 막고 있는 지 등을 정식으로 문의한 상태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 기업들로부터 중국에서 들여오는 요소 수입이 막혔다는 제보가 정부에 접수됐다. 정부는 제보 접수 이후 1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을 주축으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정부도 최근 들어 중국 시장에서 요소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자, 중국 측에서 중국 기업에 요소 수출 비중을 낮추도록 한 상황을 포착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로부터 요소 수출을 제한한다는 공식 통보는 없었다”라며 “어떤 이유에서 요소 수입이 막혔는지 중국 측에 정식으로 문의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한국은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91%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사태로 인해 지난해 수입 비중이 67%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 90%대로 올라섰다. 호주나 베트남 같은 요소 수입 대체국가 대비 중국산이 물류 비용이 훨씬 적어 기업들은 중국 쪽 요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정부는 과거 요소수 대란과 같은 사태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3개월분 정도의 요소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처럼 중국 쪽 요소 물량이 전량 막혀도 3개월은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이 공식적으로 요소 수출을 전량 막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 과거 요소수 대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국내 경기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생산·투자·소비 등 3대 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정부는 국내 경제의 추세적 회복세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1(2020=100)로 전월보다 1.6% 줄었다. 감소 폭으로 보면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다. 지표를 끌어내린 건 역시 반도체 생산이었다. 제조업 생산은 3.5% 줄었고 그중 반도체 생산이 8월 13.5%, 9월 12.8%로 늘다가 10월 들어 11.4%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락 폭은 올해 2월(―15.5%) 이후 8개월 만에 최대다. 내수도 부진한 모습이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보다 0.8% 줄었다. 의료 등 준내구재(4.3%), 통신기기·컴퓨터 같은 내구재(1.0%) 판매는 증가했지만, 음식료품 등 생활 필수품이 포함된 비내구재 판매가 3.1%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올 5월(―0.9%) 이후 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하며 0.9% 줄었다. 설비투자 역시 3.3% 감소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회복 추세는 변함이 없고 이번 지표 하락은 전달 높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등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다만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소비 부진은) 고금리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과 투자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내수 부문, 소상공인·취약계층 쪽으로 확산하도록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말에 분야별로 물가 관리 및 슈링크플레이션(상품 가격은 유지하되 내용물을 줄이는 것)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지난해 팬데믹 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다문화 혼인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는 팬데믹 당시 혼인 건수가 줄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1만7428건으로 2021년보다 3502건(25.1%) 늘었다. 증가 폭으로 보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후 최대다. 2017∼2019년 매년 증가세를 보였던 다문화 혼인 건수는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며 2020년, 2021년 각각 34.6%, 13.9% 줄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영향이 잦아들며 다문화 혼인이 크게 늘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2%에서 지난해 9.1%로 늘었다. 국내에서 결혼한 10쌍 중 1쌍이 다문화 부부인 셈이다. 유형별로 보면 남편이 한국인인 다문화 혼인 비중이 66.8%, 아내가 한국인인 부부가 20.0%를 차지했다. 귀화자와의 혼인은 나머지 13.2%를 차지했다. 다문화 혼인 가정의 한국인 남녀 나이를 보면 한국인 남편 나이는 45세 이상이 31.2%, 한국인 아내는 30대 초반이 24.6%로 각각 가장 많았다. 부부간 나이 차이는 남편이 10세 이상 많은 부부 비중이 35.0%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아내 국적을 보면 베트남이 23.0%로 가장 많았고 중국(17.8%), 태국(11.1%)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8.0%), 중국(6.5%), 베트남(3.4%) 순이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지난해 팬데믹 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다문화 혼인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는 팬데믹 당시 혼인 건수가 줄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1만7428건으로 2021년보다 3502건(25.1%) 늘었다. 증가 폭으로 보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후 최대다. 2017~2019년 매년 증가세를 보였던 다문화 혼인 건수는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며 2020년, 2021년 각각 34.6%, 13.9% 줄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영향이 잦아들며 다문화 혼인이 크게 늘어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2%에서 지난해 9.1%로 늘었다. 국내에서 결혼한 10쌍 중 1쌍이 다문화 부부인 셈이다. 유형 별로 보면 남편이 한국인인 다문화 혼인 비중이 66.8%, 아내가 한국인인 부부가 20.0%를 차지했다. 귀화자와의 혼인은 나머지 13.2%를 차지했다. 다문화 혼인 가정의 한국인 남녀 나이를 보면 한국인 남편 나이는 45세 이상이 31.2%, 한국인 아내는 30대 초반이 24.6%로 각각 가장 많았다. 부부간 나이 차이는 남편이 10세 이상 많은 부부 비중이 35.0%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아내 국적을 보면 베트남이 23.0%로 가장 많았고 중국(17.8%), 태국(11.1%)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8.0%), 중국(6.5%), 베트남(3.4%) 순이었다.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1만2526명으로 전년보다 1796명(12.5%)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다문화 혼인 건수가 줄며 출생아 수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