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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29·미국)는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더 CJ컵)’ 출전에 앞서 제주 앞바다에 바다낚시를 갔다 51cm 짜리 황돔을 잡았다. 당시 그는 “황돔이 내게 우승 운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길조였던지 켑카는 대회 정상에 오르며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라 기쁨 두 배였다. 이 대회는 켑카가 2018~2019시즌에 첫 출전한 무대였다. 첫 단추를 잘 끼어서였을까. 켑카는 20일 끝난 제101회 PGA챔피언십에서 난코스를 무력화시키며 독주한 끝에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최고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켑카를 다시 한번 국내에서 볼 가능성도 높다. 켑카는 10월 열리는 더 CJ컵에 타이틀 방어를 위해 찾을 공산이 크다는 게 대회 관계자 설명이다. CJ측 관계자는 “부상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디펜딩 챔피언이 우승한 대회에 출전하는 게 PGA투어 관례다. 켑카가 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 당시 켑카 역시 “CJ컵 우승에 힘입어 메이저 대회에서도 타이틀을 지키고 싶다”며 “내년에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참가 의사를 밝힌바 있다. 2017년 더 CJ컵 원년 우승자인 전 세계 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지난해 2년 연속 출전한바 있다. 한 국내 골프 매니지먼트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만해도 켑카의 국내 지명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알기는 해도 생소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올해는 PGA챔피언십 1,2라운드 때 타이거 우즈와 동반 플레이와 2연패 달성 등으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CJ 관계자는 “7월부터 시작되는 대회 입장권 판매와 미디어 관심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 대회 흥행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낚시 애호가인 켑카는 “낚시와 골프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인내심을 요구한다. 잘 될 때가 있다가도 어느 날은 참 안되기도 한다는 점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켑카가 다시 한번 월척을 낚을수 있을지도 흥미롭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여자 테니스 기대주들이 총출동하는 무대가 모처럼 수도권에서 펼쳐진다. 20일부터 26일까지 경기 고양시 농협대학교 올원테니스파크에서 열리는 2019 NH농협은행 국제여자테니스투어대회다. 2008년 국내 여자 테니스 저변 확대와 기량 향상을 위해 처음 개최됐다. 12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러시아, 미국 등 12개국에서 60 여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한국 선수로는 4년 만에 다시 이 대회에 출전하는 장수정과 홈 코트의 최지희(NH농협은행)가 주목받고 있다. 최지희는 지난해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에서 한나래와복식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은혜(NH농협은행)도 다크호스다. 2015년 장호배에서 중학생 챔피언에 오른 19세 이은혜는 3월 제1차 한국실업테니스연맹전 단식에서 언니들을 줄줄이 물리치고 정상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은혜는 장점인 파워에 경험, 경기운영까지 향상됐다는 평가다. 16세 동갑내기 유망주 구연우와 정보영(안동여고 1년)이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을 펼칠지도 흥미롭다.정보영의 언니인 정영원도 단식에 나서 처음으로 자매 동반 출전의 진기록도 나오게 됐다. 중국의 장유슈안(세계 랭킹 235위)은 우승 후보로 꼽힌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약 8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회 코트를 전면 보수했다. 약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과 조명시설을 설치해 관람 편의를 높였다. 25일에는 동호인 대상으로 NH농협은행 선수단이 강사로 나서는 원포인트 클리닉이 열린다. 26일에는 어린이와 함께 하는 매직 테니스도 펼쳐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29·미국)의 원맨쇼 무대라도 된 듯하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101회 PGA챔피언십 얘기다. 켑카는 19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스테이트 파크 블랙 코스(파70·7459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까지 12언더파를 기록해 더스틴 존슨(미국) 등 4명의 공동 2위 그룹을 7타차로 따돌렸다. 1라운드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한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 할 서튼 이후 36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예약했다. 역대 PGA챔피언십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4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1964년 바비 니콜스와 1971년 잭 니클라우스, 1982년 레이먼드 플로이와 서튼 뿐이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1700년대 영국 경마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마장 출발지점과 골인지점에는 작은 철사를 설치해뒀다. 경주마의 순위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맨 먼저 스타트를 끊은 뒤 결승선에 가장 빨리 도달한 경우가 와이어 투 와이어다. 골프에선 첫날부터 매 라운드마다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유지한 뒤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대회 기간 나흘 동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아야 가능하기에 줄곧 선두를 지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201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단 한 명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 독주가 쉽지 않다. KPGA(한국프로골프) 정의철 미디어팀장은 “골프는 비바람과 안개, 기온 등 기상 여건과 서로 다른 코스 상태, 체력, 멘털 등 수많은 상황을 극복하는 종목이다. 와이어 투 와이어가 어려운 이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켑카는 난도가 높기로 소문난 코스를 무력화했다는 평가다. 길고 좁은 코스에서 멀리 똑바로 쳤을 뿐 아니라 정교한 쇼트게임과 퍼팅도 빛을 발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켑카가 대회 54홀까지 지킨 7타차 선두는 PGA 챔피언십 역대 최다 타수 차이기도 하다. PGA챔피언십 1,2라운드에서 켑카와 동반 플레이를 했다 완패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PGA투어에서 통산 81승을 거둬 샘 스니드(82승)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이 가운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11차례다. 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둔 ‘탱크’ 최경주는 2002년 첫 승 무대였던 탬파베이 클래식과 2008년 소니오픈 우승 당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지난 11년 동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21명뿐이다. 지난해는 박상현(동아제약)이 신한동해오픈 달성한 게 유일했다. 올해는 2주 전 매경오픈 이태희와 지난주 휴온스 엘라비에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전가람이 2주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뤘다. 3라운드 대회가 많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나흘 동안 경기를 치르는 남자 대회 보다 상대적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피언이 많았다. ‘파이널 퀸’으로 유명한 신지애는 아마추어 시절 2회를 포함해 KLPGA투어에서 5차례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강수연은 4차례 기록했다. 신지애의 뒤를 이어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은 2012년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신고하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내 유일의 골프장 자선 공연행사인 그린콘서트(사진)가 25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골프장에서 열린다. 2000년 시작된 이 행사는 지난해 누적 관중 4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케이팝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져 해외 팬들도 찾고 있다. 2015년 방탄소년단이 참가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AB6IX, 슈퍼주니어(이특, 신동), VAV, 임팩트, 왁스, 백지영, 김태우, 알리,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박학기 등이 나선다. 행사 당일 낮 12시부터 장타 대회, 군악대 공연 등 이벤트와 경품 추첨, 자선바자회 등을 진행한다. 지적장애 티칭프로 박지환 씨 등 장애우들이 일반인과 장애우에게 골프 레슨도 한다. 본공연은 오후 6시부터 페어웨이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서 펼쳐진다. 무료 입장이다.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이 운영하는 서원밸리골프장은 동아일보와 XGOLF가 선정하는 ‘소비자만족 10대 골프장’에 2년 연속 뽑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첫 번째 홀을 마친 뒤 둘의 타수 차는 이미 3타나 됐다. 마지막 홀이 끝났을 때 그 격차는 9타로 더 벌어졌다. 예상 밖의 결과였기에 경기 후 악수하는 브룩스 켑카(29·미국)와 타이거 우즈(44·미국)의 표정에는 어색함마저 흘렀다. 디펜딩 챔피언 켑카가 올 마스터스 우승자 우즈와의 동반 플레이에서 완승을 거뒀다. 우즈의 캐디백에는 ‘몬스터’(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로고가 크게 인쇄돼 있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101회 PGA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몬스터(괴물)’는 켑카였다. 17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파70·7459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켑카는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낚아 코스 레코드인 7언더파 63타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타이틀 방어를 향한 화끈한 시동을 건 켑카는 “뉴욕의 모든 사람들이 타이거를 응원했을 것이다. 그래도 난 매우 어려운 코스에서 생애 최고의 라운드를 했다”며 기뻐했다. 켑카는 최근 7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3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하며 ‘메이저 사냥꾼’이란 별명이 붙었다. 최근 메이저 대회에서 10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펼치고 있다. 켑카는 지난해 PGA챔피언십 2라운드에 이어 2년 연속 63타를 작성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따르면 메이저 대회에서 두 차례 63타를 친 선수는 그레그 노먼(1986년 브리티시오픈, 1996년 마스터스)과 비제이 싱(1993년 PGA챔피언십, 2003년 US오픈)에 이어 켑카가 세 번째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켑카를 1타 차로 제친 우즈는 무뎌진 쇼트게임 탓에 버디 3개와 이글 1개, 더블보기 2개와 보기 3개의 기복 심한 스코어카드를 적어 공동 51위에 머물렀다. 켑카는 4일 만에 대회에 나선 반면 우즈는 지난달 마스터스 이후 32일 만에 공식 대회에 출전한 데다 개막 전날 몸이 아파 연습라운드도 취소했다. 경기 감각의 차이는 그린에서 두드러졌다. 켑카의 퍼트 수는 25개였고, 우즈는 31개였다. 우즈는 3퍼트를 3차례 하며 그린에서 퍼터를 내던지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우즈가 퍼팅할 때 거리나 스피드, 라인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라운드부터 나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골프 전공)는 “우즈에게 팬들의 기대가 중압감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켑카는 첫 홀인 10번홀(파4)에서 12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우즈는 이 홀에서 티샷을 러프에 빠뜨린 뒤 두 번째 샷을 117야드 보내는 데 그치면서 4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해 대조를 이뤘다. 이 코스는 어렵기로 유명하다. 켑카가 7언더파를 치며 수월하게 공략한 듯 보였지만 1라운드에 언더파를 친 선수는 15명에 불과했다. 이날 오전조 선수의 평균 타수는 72.76이었다. 리키 파울러는 “멀리 똑바로 치는 켑카가 좁고 긴 이 코스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159번째 도전 끝에 PGA투어 첫 승을 거둔 강성훈은 2언더파를 기록해 공동 4위로 마쳤다. 강성훈과 절친한 미국 댈러스 이웃사촌인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6언더파로 2위에 나섰다. 무릎 통증으로 대회 사상 처음으로 카트를 타고 출전한 존 데일리는 공동 113위(5오버파)에 처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바람의 아들’ 양용은(47)이 평생 출전권을 갖고 있는 메이저 대회가 있다. 바로 PGA챔피언십이다. 양용은은 2009년 이 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를 꺾고 아시아 최초 메이저 챔피언에 오르며 ‘특별 보너스’까지 확보했다. 메이저 무대에서 마지막 라운드 선두로 나선 1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던 우즈에게 처음 역전패를 안긴 선수가 양용은이다. 그런 양용은이 16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코스(파70)에서 개막하는 제101회 PGA챔피언십에 11년 연속 출전했다. “지난 일요일 일본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 짐 싸서 바로 출국하느라 4시간밖에 못 잤다. 몸은 피곤해도 가슴이 설렌다.” 우즈를 꺾은 지 10년이 지난 올해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감회에 젖은 듯하다. 우즈는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달 11년 만에 다시 메이저 우승(마스터스)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양용은 역시 우즈처럼 지난 세월 슬럼프, 이혼 등을 겪다 지난해 일본투어 주니치 크라운스에서 8년 만에 다시 우승을 경험한 뒤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일본 투어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고인 상금 랭킹 9위(약 1억1000만 원)다. 양용은은 “우즈가 적지 않은 나이에 부상도 극복하고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모습은 같은 선수로서 존경스럽다”며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고 재능이 뛰어나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랑이 킬러’로 불렸던 양용은에게도 우즈의 부활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령인 양용은은 15일 같은 제주 출신 후배 강성훈(32)과 연습 라운드를 돌며 코스를 점검했다. 13일 끝난 AT&T 바이런 넬슨에서 8년 만에 PGA투어 첫 승을 거둔 강성훈에게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대단하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양용은은 “메이저 대회 코스답게 최고 난도다.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다. 연습라운드를 통해 공략 포인트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카트 탑승 논란을 일으킨 1991년 우승자 존 데일리(53)와 같은 조로 1, 2라운드를 플레이할 예정이라 주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양용은은 “데일리가 무릎 부상으로 걷기 힘들다고 들었다. 카트에 탑승하는 선수와 PGA투어에서 플레이하는 건 처음이지만 크게 신경 쓰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PGA챔피언십은 한여름인 8월에 개최되다 올해부터 앞당겨졌다. 양용은은 “뉴욕에 비가 오고 생각보다 쌀쌀하지만 더운 것보다는 낫다. 일정이 시즌 초반으로 바뀐 것도 내 일본 투어 후반 스케줄에 영향을 주지 않아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어느덧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골프 철학도 많이 바뀐 듯 보였다. “최고의 순간에 있어 봤고 힘든 시기도 있었다. 요즘은 골프를 최대한 즐기면서 치려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고 목표는 일단 컷 통과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159번째 도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32)이 13일 AT&T 바이런 넬슨 최종 4라운드를 앞두고 토막 잠을 자는 모습이 PGA투어 영상 캡처를 통해 공개됐다. 전날 악천후로 순연된 9개 홀을 포함해 27개 홀을 치르는 강행군을 한 뒤 다시 오전 7시 30분부터 경기에 나서야 했다.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강성훈은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집중하느라 힘들었지만 내 샷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험난한 스케줄 속에서 컨디션 관리도 승부의 중요한 요소였다. 강성훈의 아버지 강희남 씨는 “성훈이는 어디든 등만 대면 잘 잔다. 8개월 된 아기도 있어 수면이 부족했을 텐데 쪽잠이 컨디션 회복에 도움된 것 같다”며 웃었다. 우승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 강성훈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파70)에서 개막하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 나선다. 강성훈은 1, 2라운드에 숀 미킬, 엘렉스 비치(이상 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강성훈은 PGA챔피언십에 한 번(2017년) 출전해 공동 44위로 마친 바 있다. 강성훈은 “우승한 것에 들뜨지 않고 이번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고 한다. 마지막 홀 버디로 전세를 뒤집기도 하고, 결정적인 미스 샷으로 우승을 놓칠수도 있다. 버저비터(buzzer beater)는 농구에서 종료를 알리는 버저와 함께 들어간 골을 말한다. 동점이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역전 한 방에 소름이 돋는다. 야구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 축구에선 최근 손흥민의 토트넘처럼 극장골이 있다. 끝까지 알 수 없는 반전의 매력. 누군가의 속은 새까맣게 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강성훈(32)은 2013년 가을 미국 무대에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전년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상금 랭킹 194위로 처져 웹닷컴(2부)투어로 밀려난 뒤 슬럼프에 허덕였다. 변변히 나갈 대회도 없어 ‘백수’ 같던 나날들. 그런 그를 최경주(49)가 같은 해 자신이 주최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 초청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덜컥 우승까지 했다. 그 다음 주에는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오픈에서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KPGA투어 상금왕까지 했다. 강성훈은 “골프 인생에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 최경주 프로님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1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GC(파71)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넬슨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3언더파를 적어 공동 2위 맷 에브리와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159번째 도전 만에 얻은 PGA투어 첫 승이다. 악천후로 인해 순연된 9홀을 포함해 27개 홀을 돌고 3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다시 나선 강행군이었다. 강성훈은 2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8∼10번홀 3연속 버디에 이어 14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에브리와 공동 선두가 됐다. 15번홀에선 강성훈이 7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반면 에브리는 보기를 기록했다. 2타 차 선두가 된 강성훈은 16번홀에서 두 번째 3연속 버디를 완성해 3타 차로 달아났다. 이번 우승으로 142만2000달러(약 16억88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받은 그는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내년 마스터스 대회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출전권도 받았다. 마스터스는 PGA투어 중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 이상이 걸려 있는 ‘풀 포인트’ 대회 우승자를 초청한다. 이 대회가 풀포인트 대회였다. 강성훈은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으며 페덱스컵 랭킹 71위에서 50계단 뛰어올라 21위가 됐다. 그는 우승 후 “최 프로님 조언도 도움이 됐다”며 다시 한 번 최경주에 대한 고마움을 말했다. 최경주가 전화 통화에서 ‘너의 경기를 하려고 노력해라. 너무 공격적으로 하려고 하지 마라. 다른 선수가 무엇을 하는지 보지 말아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성훈은 “잠을 거의 못 자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내 샷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13일 SK텔레콤 재능나눔행복 라운드 행사에서 “아끼는 후배라 대견하고 뭉클했다”며 기뻐했다. 최경주는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런 마무리가 가능했다. 안 보이는 데서 흘린 눈물과 땀에 대한 보상이다. 강성훈에게 우승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강성훈과 최경주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사는 절친한 이웃사촌이다. 평소 식사도 자주 하고 연습 라운드도 같이 한다. 최경주가 강성훈의 고향인 제주를 찾으면 강성훈의 아버지를 찾아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가깝다. 강성훈은 2016년 결혼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고 기량도 부쩍 향상됐다. 최경주와 똑같은 32세에 PGA투어 첫 승을 한 강성훈은 “어릴 때 타이거 우즈를 보면서 PGA 우승을 꿈꿔왔는데 조금 오래 걸렸지만 이루게 돼 너무 행복하다. 최 프로님은 한국 골프의 개척자로 많은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갔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좌절은 있었지만 포기는 없었다. 강성훈(32·CJ대한통운)이 13일 미국 진출 8년, 159번째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경주를 포함해 한국 국적 선수로는 6번째다. 172cm의 키는 거구들이 즐비한 PGA투어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도 단신에 속한다. 그런 그는 필사적인 샷 훈련으로 드라이버샷 평균 3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력을 갖췄고 ‘정글’에서 살아남았다. 이 대회 그의 드라이버샷 볼 스피드는 173마일로 PGA투어에서도 상위권이다. 올 시즌 PGA투어 평균 볼 스피드는 167마일이다. 강성훈은 중학교 시절 이후 요즘도 매일 밤 손목과 팔 근력 강화를 위해 고무줄 당기기를 한다. 하체 근력을 위해 납주머니를 단 채 달리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그를 지도했던 한연희 전 감독은 “가장 일찍 일어나 가장 늦게 자는 선수가 강성훈이었다. 하루도 흐트러진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루 12시간씩 일주일 내내 훈련한다는 그는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행복하지만 간단하게 파티만 하겠다. 내일 오전 6시에 트레이너와 운동 일정이 잡혀 있다”고 했다. 그는 17일부터 PGA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제주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싱글 골퍼인 아버지 강희남 씨(69)를 따라 연습장에 놀러간 게 시작이었다. 강 씨는 “성훈이가 ‘나도 쳐보고 싶다’고 해서 며칠 시켰더니 재주가 있었다. 아동용품을 구하기 힘들어 처음엔 여성용 클럽과 장갑, 신발을 구해줬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대회서 준우승한 그는 중고교 시절 줄곧 국가대표로 뽑혔다. 1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나중에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세계적 골프 교습가 행크 헤이니에게서 레슨을 받았다. 1년이면 6개월을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느라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였지만 아버지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횟집과 양어장을 운영하며 아들을 정성으로 뒷바라지했다. 양어장을 팔아 아들을 미국 유학 보낸 아버지는 “PGA투어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도 철저하게 시켰다”고 했다. 2007년 프로로 전향해 신인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1년 PGA투어에 데뷔했으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첫해 10차례 예선 탈락한 뒤 이듬해에는 30개 대회에서 22번이나 컷 탈락해 투어카드를 잃었다. 친형까지 캐디로 나서기도 했지만 추락을 막지 못했다. 웹닷컴(2부)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텼다. 메인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 2년 가까이 모교인 연세대 로고가 박힌 모자를 쓰고 출전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16년 PGA투어에 복귀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강성훈은 골프 장갑에 ‘오감집중’을 써 넣고 플레이하는 등 멘털 관리와 노하우가 훌륭하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2016년 결혼 후 지난해 가을 아들을 얻었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건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가장이 되면서 강성훈은 아들 이름처럼 더욱 ‘강건’해졌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김종석 기자}
강성훈(32·CJ대한통운)을 오랜 세월 지켜본 골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강성훈은 노력형이다.” 172cm의 키는 거구들이 즐비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뿐 아니라 한국 무대에서도 단신 골퍼에 들어간다. 그래도 그는 평균 드라이버샷 300야드가 넘는 장타력을 앞세워 ‘정글’에서 살아남았다. 자신의 159번째 출전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기록한 그의 드라이버샷 볼 스피드는 173마일. PGA투어에서도 상위권이었다. 생애 첫 PGA우승은 그러한 땀과 좌절은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인내가 빚어낸 값진 열매다. 강성훈은 중학교 시절부터 요즘까지도 매일 밤마다 손목과 팔 근력 강화를 위해 고무줄 당기기 운동을 빼놓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시절 그를 가르친 한연희 전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 합숙 시절 가장 일찍 일어나 가장 늦게 자는 선수가 강성훈이었다. 하루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놀러간 게 시작이었다. 싱글 골퍼인 아버지 강희남 씨는 “성훈이가 나도 쳐보고 싶다고 해 며칠 시켰더니 재주가 있었다. 용품을 구하기 힘들어 여성용 클럽과 장갑, 신발을 구해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재능을 보인 그는 중고 시절 국가대표로 뽑혀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버지 강 씨는 “육지에 있는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았다. 10대 때 이미 미국 PGA투어 진출을 염두에 두고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인성을 강조했고 영어공부도 철저하게 시켰다”고 밝혔다. 강성훈은 15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로 나중에 타이거 우즈를 가르친 행크 헤이니에게 레슨을 받았다. 헤이니는 1시간에 레슨비만해도 500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레슨을 보통 한 번에 20회 가량을 받아야 했다. 강성훈이 1년이면 6개월을 미국 전지훈련으로 보내면서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횟집을 하며 아들 지원에 정성을 다했다. 2006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인 롯데스카이힐 오픈에서 우승하는 돌풍을 일으킨 뒤 그해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남자 골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듬해 프로에 전향한 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인왕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도전했다.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1년 PGA투어에 데뷔했으나 세계의 무대는 높기만 했다. 데뷔 첫 해에 10차례나 예선탈락한 뒤 이듬해에도 30개 대회에 나갔지만 22번이나 컷 탈락을 해 투어카드를 잃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웹닷컴(2부)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PGA투어 복귀의 순간을 기다렸다. 성적이 신통치 않다보니 메인스폰서도 떨어져 나가 그는 2년 가까이 모교인 연세대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섰다. 한때 자신을 우상으로 여기던 후배들이 먼저 PGA투어 우승을 하는 장면을 보며 자존심도 상했다. 주위에선 국내 복귀를 권유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웹닷컴 투어에서 상금 랭킹을 끌어올려 2016년 PGA투어에 복귀했다. 강성훈은 2016년 결혼한 후 지난해 가을에는 아들을 낳았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건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강건하게 살라는 의미였다. 가장이 되면서 강성훈은 아들 이름처럼 강건해졌다. 한때 강성훈의 심리상담을 맡았던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강성훈은 멘털 관리가 뛰어난 슈퍼엘리트 선수로 분류할 수 있다. 공의 궤적을 3차원적으로 상상하는 이미지트레이닝이 가능하다. 루틴카드를 항상 소지하고 골프장갑에 ‘오감집중’을 써 넣고 경기하는 등 스스로 터득한 주의 집중 노하우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평생 잊지 못할 첫 우승의 현장에는 그의 아내와 8개월 된 아들이 함께 있었다. 활짝 웃는 아빠 강성훈의 미소가 밝기만 했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작은 오뚝이’ 강성훈(32)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59번째 도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2부투어와 국내 복귀 등 거듭된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감격의 순간을 맞았다. 강성훈은 1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파71·7558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23언더파를 적은 그는 공동 2위인 멧 에버리(미국)와 스콧 피어시(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142만2000 달러(약 16억7000만 원)이다. 이번 우승으로 2020~2021시즌까지 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내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최경주(9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에 이어 강성훈이 6번째다. 한국인 챔피언이 배출된 것은 2016년 김시우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만이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강성훈은 2007년 19세 때 프로 데뷔 후 2011년 꿈의 무대라는 PGA투어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높은 벽을 실감하며 부진에 빠져 3년 동안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를 전전했고, 2013년에는 국내에 돌아와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어 2017년 재도전 끝에 PGA투어에 복귀해 마침내 챔피언에 등극했다. 172cm의 키로 PGA투어에선 단신에 들어가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300야드 넘는 드라이버 샷을 갖췄다. 악천후로 3라운드를 9개홀 밖에 마치지 못한 강성훈은 마지막 날 잔여 9개홀을 포함해 하루 27홀을 도는 강행군을 치렀다. 강성훈은 “3시간 밖에 잠을 못자고 출전해 집중하기 힘들었다. 캐디와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선두 자리를 내주고 출발했지만 8~10번홀 연속 버디에 이어 14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아 에버리(미국)와 공동 선두가 됐다. 15번 홀에선 강성훈이 약 7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반면 에버리는 보기를 기록했다. 2타 차 단독 선두가 된 강성훈은 16번 홀에서 다시 한번 3연속 버디를 완성해 3타차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브룩스 켑카(미국)가 단독 4위(20언더파)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시즌 초반 슬로 스타트는 완전히 지운 듯하다. 대세로 지목받은 최혜진(20)이 ‘계절의 여왕’ 5월에 활짝 웃었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필드 지배를 향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2일 경기 용인 수원CC 신코스(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혜진은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7언더파를 몰아 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앞세워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말 KLPGA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한 그는 지난주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을 건너뛴 뒤 14일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첫 2승을 거둔 그는 우승 상금 1억4000만 원을 받아 상금 랭킹 3위에서 1위(3억7104만 원)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2승을 올리며 신인상과 대상을 석권한 최혜진은 이번 시즌 개막 후 4개 대회에서 톱10에 한 번 들었을 뿐 무관에 그쳐 답답해했다. 하지만 이후 우승 행진을 펼쳐 최강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자신이 공을 들이는 목표라고 밝힌 평균 타수 부문에서 4위에서 2위(70.4762타)로 점프해 1위 조아연(70.4000타)을 불과 0.0762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대상 포인트에서는 1위 박채윤(151점)에게 9점 뒤진 3위. 최혜진은 “지난해와 같은 2승을 일찍 이뤄 기쁘고 그것도 연달아 해서 행복하다”며 “어제 퍼팅 연습을 하면서 루틴에 신경 쓴 효과를 봤다. 확신을 갖고 공만 보고 퍼팅했다”고 말했다. 살아난 퍼트 감각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이번 대회 그의 평균 퍼팅 수는 29.67개로 처음 30개 벽을 깼다. 이날 최혜진은 전반에만 3, 4, 5번홀 3연속 버디를 포함해 5타를 줄인 뒤 후반 들어서도 11, 12번홀 연속 버디로 5타 차까지 달아나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아이언 샷은 유도탄처럼 핀을 향해 날아갔고, 4m 내외의 까다로운 퍼팅도 마치 무언가가 빨아들이듯 컵으로 사라졌다. 최혜진의 독주 속에 2위 경쟁에서는 4타를 줄인 장하나가 3타 차 준우승(12언더파)을 차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다 모처럼 국내 무대에 오른 김효주는 3위(11언더파)로 마쳤다. 선두권으로 출발하며 최혜진을 위협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신인 이승연과 조아연도 시즌 2승을 노렸지만 뒷걸음질쳤다. 이승연은 공동 7위(7언더파), 조아연은 공동 22위(4언더파)에 머물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국내 골프팬이라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그것도 절정에 해당되는 셋째 주를 맞아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최경주(49)와 박인비(31)가 이 기간에 열리는 한국남녀프로골프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16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하늘 코스(파71)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 나선다. 박인비는 하루 먼저 15일 강원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최경주와 박인비가 누구인가. 최경주는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진출해 우승 행진을 펼치며 아시아 최초로 ‘제5의 메이저’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9승을 거뒀으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골프 여왕’이다.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간 최경주와 박인비는 바쁜 스케줄에도 틈나는대로 국내 무대에 올라 한국 골프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경주는 올해로 23번째를 맞은 SK텔레콤오픈에 19차례나 출전했다. 2008년부터는 12년 연속 개근하고 있기도 하다. 우승은 3번(2003년, 2005년, 2008년)했던 인연이 있다. 최근 최경주는 PGA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시즌 첫 톱10에 들며 건재를 과시해 안방에서 어떤 기량을 펼칠지 흥미롭게 됐다. 최경주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SK텔레콤오픈이 무산될 위기를 직접 해결한 사연도 있다. 당시 최고 전성기였던 최경주는 초청료만 해도 10억 원에 이르렀다. 경기 침체로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초청료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재단에 2억 원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여 대회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가뜩이나 한국 남자프로골프가 침체된 가운데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통 큰 양보를 한 것이다. 올해에도 최경주는 골프 꿈나무 갤러리들에게 추억을 전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남녀 유망주 45명이 프로들과 어울려 플레이를 하는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 행사와 주니어 선수들을 초청해 연습라운드를 참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름다운 동행’ 프로그램 등에 참가할 계획이다. 최경주는 “꿈나무들에게 프로의 마음가짐과 코스 공략 등을 접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인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나이키와 결별 후 한동안 무적(無籍) 신세였던 최경주는 2011년 서브 스폰서였던 SK텔레콤과 메인 계약을 한 뒤 그해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후원사의 인지도를 국내외에 높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SK텔레콤 오경식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최경주 프로가 수시로 대회와 관련한 질문을 해올 만큼 관심이 상당히 높다. 어린 선수나 팬들을 만날 때에도 늘 진지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오픈은 코리안투어에서 단일 기업이 한해도 빼놓지 않고 개최하는 유일한 대회다. 박인비가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처음 출전한 것은 2017년이다. 올해로 3년 연속 나선다. 박인비의 국내 무대 출전은 지난해 KB금융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이다. 박인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국민의 응원과 성원이 큰 힘이 됐다. 고마움을 어떤 방식으로도 되돌려 드리고 싶다. 국내 대회에도 기회가 되는 대로 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KLPGA투어 20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결승에서 장타자 김아림과 맞붙어 마지막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번에는 생애 첫 KLPGA투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박인비는 “지난해 워낙 좋아하는 매치 플레이로 우승할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며 “한층 업그레이된 멋진 플레이를 국내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절친한 후배인 유소연도 모처럼 이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소연은 2009년 이 대회에서 9홀 연장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강한 인상을 남긴 적도 있다. 박인비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소연은 2015년 하이원리조트 대회 이후 4년 9월 만에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한다. 최경주와 박인비. 두 거물이 필드에 써내려갈 스토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인천국제공항이 제62회 여름철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11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전남 강진 제2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 MG새마을금고를 3-1로 눌렀다. 안재창 감독이 이끄는 인천국제공항은 3월 봄철종별선수권에 이어 다시 우승을 차지해 국내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안재창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낸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6위 손완호와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0위 성지현 등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안재창 감독은 “소속 선수 가운데 9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메달을 향해 집중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심유진과 김효민이 단식에서 차례로 이긴 뒤 첫 번째 복식에서 패했으나 두 번째 복식에서 최혜인과 심유진이 MG새마을금고 김향임-성아영 조를 2-0으로 눌러 승부를 결정지었다. 여름철종별선수권은 국내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가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대학·일반부 총 58개 팀에서 602명이 참가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개인전과 단체전을 겨룬다. 전·현 국가대표 스타들도 총출동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동반자가 있다. 전담 매니저인 최수진 씨(26)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인 갤럭시아SM 직원인 최 씨는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지난해부터 1년 반 넘게 ‘실과 바늘’처럼 동행하고 있다. 최근 고진영과 함께 일시 귀국한 최 씨는 “멀리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진영 프로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을 뿐이다. LPGA 2년 차를 맞아 적응력을 키우고 자신만의 여유를 찾은 게 성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현재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 선두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에서도 우승했다. 당시 전통에 따라 연못에 뛰어들었을 때 고진영과 최 씨가 나란히 ‘입수(入水) 영광’을 누렸다. 이 장면이 중계되면서 최 씨도 유명해졌다. 지난해 신인상에 이어 올해 전성기를 맞은 고진영은 “언니(최 씨)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언니를 보며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고마워했다. 고교 때까지 골프 선수를 하다가 허리 부상으로 관둔 최 씨는 대회 출전 신청과 숙소 및 교통수단 예약, 운전사, 요리사, 훈련 파트너 등 온갖 업무를 도맡는다. 그가 말하는 고진영의 중요한 성공 비결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다. “골프장에서 집중을 다한 뒤 필드 밖에선 운동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독서, 여행, 취미 활동 등으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데도 열심입니다. 저번엔 7시간 운전해 그랜드캐니언 일대를 돌아봤어요. 달리기와 줄넘기도 꾸준히 할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합니다.” 이역만리 미국 생활이 궁금했다. “숙소는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가정집을 잡아요. 요리를 해야 해서죠. 진영 프로는 한식을 즐겨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김치볶음밥 등을 같이 해먹어요. 한식당이 없는 지역도 많거든요. 음식 재료 구하러 장보러 가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김치, 고춧가루처럼 현지에서 찾기 힘든 것은 한국에서 가져가요. 대회 때 이동은 6시간까지는 차로 합니다. 500km 운전은 기본이죠.” 라운드 도중 먹을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18홀을 도는 데 5시간 내외가 걸리고 라운드 전후 운동 시간을 감안하면 밥 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리 주스, 딸기잼 샌드위치, 미숫가루, 과일 등이 단골 메뉴로 준비된다. 최 씨는 운동선수 경험을 살려 때론 트레이너로도 변신한다. “매일 번갈아 한 시간 가까이 하루는 근력, 하루는 스피드 훈련을 반복해요. 왕복 달리기 같은 것도 하죠. 혼자 하면 지루하다고 꼭 같이 하자고 해서 몸이 덩달아 좋아집니다.(웃음)” 베스트 스코어가 4언더파인 최 씨는 고진영의 요청에 따라 스윙이나 퍼팅 스트로크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주기도 한다. 초중학교, 대학교를 해외에서 마친 최 씨는 “진영 프로가 미국 진출 1년여 만에 영어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경기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통역을 해준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어딜 가든 현지인들과의 대화도 적극적이다. 잠들기 전에 외국 선수 인터뷰 동영상을 많이 보면서 따라 하며 표현을 익힌다. 장거리 이동 때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교재 삼아 즐겨 본다”고 전했다. 무남독녀인 고진영에게 친언니와도 같다는 최 씨. 둘은 다음 주 출국해 LPGA투어에 복귀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네트 앞에서 상대 선수의 강한 타구에 오른쪽 눈을 맞은 이천시청 이요한(29)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벤치에 있던 물로 눈가에 묻은 흙을 씻어낸 뒤 다시 코트에 나섰다. 역전패 위기에 몰렸던 이천시청을 살린 이요한의 투혼이었다. 이천시청은 7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남자 일반부 단체전(3복식 2복식) 결승에서 단식, 복식을 모두 이긴 이요한을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달성군청을 3-2로 누르고 4년 만에 다시 우승했다. 이날 이천시청은 2-0으로 앞서다 2-2로 추격을 허용해 흐름을 상대에 뺏겼다. 이때 이요한이 배환성과 짝을 이룬 세 번째 복식에서 4-3<7-3>으로 이겨 3시간 31분의 접전을 승리로 마감했다. 달성군청은 현 한국 정구 남자 대표팀 6명 중 5명을 보유한 강팀이다. 이천시청 이명구 감독은 “지난해 결승에서 패한 달성군청을 맞아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며 “동아일보 대회는 남자부가 신설된 2006년 첫 챔피언에 오른 인연도 있다”고 말했다. 이요한은 경기 후 “결승전인 만큼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 애먹었지만 스트로크가 예리하게 구사됐다”며 “복식에선 3-0으로 앞서다 3-3이 돼 흔들렸지만 다시 집중했다. 아직도 눈이 침침하다”고 말했다. 이요한은 대구가톨릭대 1학년 때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단식 금메달을 딴 기대주였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때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뒤 2012년 이천시청에 입단했다. 같은 정구 선수로 국가대표 출신인 한우리와 결혼한 이요한은 “어린이날이 대회랑 겹쳐 미안했다. 오늘 아내와 세 살 된 아들이 응원을 와 더 힘을 냈다”며 웃었다. 일반부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김기성(창녕군청)과 문혜경(NH농협은행)이 김범준(문경시청)-이민선(NH농협은행) 조를 4-2로 꺾고 우승했다. 문혜경은 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NH농협은행 이민선(21)은 국내 단일 종목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 전국정구대회와 인연이 깊다. 문경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0년 제88회 대회 때 단체전과 개인복식 정상에 오르며 전관왕(당시 단식은 미개최)에 등극했다. 일찌감치 우승 제조기로 날린 그였지만 2017년 NH농협은행 입단 후에는 동아일보기 대회 단체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6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97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 여자일반부 단체전(3복식 2단식) 결승에서 이민선은 NH농협은행이 문경시청을 3-1로 꺾는 데 앞장섰다. 이로써 NH농협은행은 3연패를 노리던 문경시청을 제치고 3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이날 이민선은 결승 두 번째 경기였던 단식에서 과감한 포핸드 스트로크와 네트 앞쪽에 떨어지는 절묘한 쇼트 공격을 앞세워 문경시청 임유림을 4-1로 눌렀다. 이 승리로 NH농협은행은 2-0으로 달아나며 정상을 향한 최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이민선의 문경서중, 경북관광고(현 경북조리과학고) 1년 선배인 NH농협은행 문혜경(사진)은 결승에서 단·복식을 모두 이기며 간판다운 이름값을 했다. 이민선은 “농협 입단 후 첫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 부담이 컸지만 스트로크의 강점을 잘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혜경은 “2년 동안 우승을 못 해 독하게 훈련하고 나왔다. 클레이코트 적응이 잘된 덕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민선과 문혜경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올가을 중국 세계선수권에도 나선다. 아시아경기에서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도 2017년 7월 사령탑 부임 후 이 대회에서 첫 우승 헹가래를 받는 기쁨을 누렸다. 유 감독은 “이민선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한층 여유가 생겼다. 문혜경이 성숙된 플레이로 에이스 역할을 잘해냈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농협 스포츠단과 지난해 합류한 김동훈 코치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남자일반부 단체전 결승은 지난해 챔피언 달성군청과 이천시청이 2년 연속 맞붙게 됐다. 달성군청은 창녕군청을 3-2로 눌렀다. 이천시청은 순천시청을 역시 3-2로 제쳤다.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경북 문경시는 ‘정구 메카’로 불린다. 전체 인구는 7만2000명 남짓이지만 생활 체육 정구 동호인 클럽만도 6개에 동호인이 500명에 이른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데다 엘리트 스포츠 열기도 뜨겁다. 초등학교 팀이 3개나 있으며 남녀 중고 팀이 따로 운영중이다. 문경시청 실업팀도 남녀 팀이 모두 있다. 1994년 문경시청 남자팀이 창단된 뒤 2009년에는 여자팀까지 출범했다. 국내 단일종목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는 2007년부터 해마다 문경에서 열리고 있다. 97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 여자일반부 단체전 결승이 열린 6일 문경국제정구장에는 응원 함성이 연신 메아리쳤다. 문경시청과 NH농협은행이 우승을 다퉜기 때문. 문경시청 남녀 팀은 2년 전인 2017년에는 이 대회 동반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이날 문경시청이 패하긴 했어도 문경 정구의 앞날을 밝아 보였다. 탄탄한 저변을 바탕으로 유망주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정구 여자 국가대표팀 6명 가운데 3명이 문경 출신이다. 이날 여자 초등부 2관왕에 오른 권유리(11)는 장차 한국 정구를 이끌 꿈나무로 주목 받았다. 권유리는 점촌 중앙초등학교를 단체전 우승으로 이끈 뒤 개인 여자 복식에서도 정상에 올라 2관왕이 됐다. 권유리는 두 오빠도 모두 정구 선수를 하는 소프트테니스 가족으로 유명하다. 권순규(15)와 권순표(13)가 문경중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문경중은 올해 회장기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정구 도시 문경에서도 세 남매가 모두 정구 선수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둘째인 권순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은 뒤 그 다음날 형이 시작했다. 권유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구에 매달렸다. 고금자 점촌 중앙초등학교 코치는 “권유리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찍 시작해 또래보다 구력이 길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경험이 많고 순발력과 끈질긴 근성이 장점이다”고 칭찬했다. 이들 남매는 평소 운동도 같이 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셋 모두 국가대표가 꿈이다. 김희수 문경시청 여자팀 코치는 이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늘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된다. 몸 관리와 정리 체조 등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유리는 “오빠들과 운동을 같이 하니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다. 대회에 나가 가방, 라켓, 신발 같은 상품을 받으면 나눠 쓰기도 한다”며 웃었다. 이들 세 남매에게는 세 살 된 막내 남동생도 있다. 언젠가 네 명이 네트를 마주하고 복식 한 게임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