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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 임시 휴전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제한적 지상전’에 나서는 등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질 석방과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선 서방 일각에서 임시 휴전안에 대해 잇달아 지지를 표명한 것. 하마스도 2차 인질 석방을 카드로 휴전을 모색하고 나섰다.● 바이든 “인질 풀려나면 대화 가능”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인질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ceasefire) 협정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인질들이 먼저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임시휴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하마스가 인질을 조건 없이 석방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영국 텔레그래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수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일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일시중지든, 휴전이든 이스라엘이 테러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야 한다”며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인도주의적 군사 행위 일시 중지(pause)’에 대해 논의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다만 일각에선 미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하마스 섬멸전을 지지했던 데서 일부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에 민간인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지를 내건 만큼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지상전을 늦추면서 하마스의 추가적인 인질 석방을 유도하기 위해 대화 전략적으로 가능성을 내비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다만 유엔과 유럽에선 임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통한 민간인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도 EU 고위 당국자 중 처음으로 “인도주의적 일시중지가 필요하다”며 임시휴전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과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임시 휴전에 찬성하고 있지만, 독일과 영국 등은 임시휴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美 인질 석방 시간 확보가 최우선 목표”미국은 이스라엘과 연쇄 정상 및 고위급 전화통화를 갖고 인질 석방과 확전 방지를 논의하며 이스라엘에 전면적인 지상전 연기를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가 인질 석방을 위한 시간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카운터 파트에 대한 조언과 호소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미국인을 포함해 하마스가 붙잡은 나머지 모든 인질의 석방을 확보하고 미국 시민과 다른 민간인들의 안전한 통행을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 조언을 위해 제임스 글린 중장 등 해병대 장교들을 이스라엘에 파견.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스라엘이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작전에 적합한 경험을 가진 미군 장교 소수가 경험을 공유하고 (이스라엘에 작전에 필요한) 어려운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린 중장은 이라크네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오스틴 장관은 22일 2016~2017년 이라크 모술에서 IS를 소탕했던 모술 탈환 전투를 언급하며 “가자 전투는 모술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에서 밤새 탱크와 보병부대를 동원한 ‘제한적인 지상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지상군 투입 전 각종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하마스의 작전용 터널, 박격포, 대전차 발사대 등 가자지구 내 320개 이상의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는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지상 작전 실행을 밝힌 것은 7일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 안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1명이 하마스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받아 숨지고,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양측이 가자지구 지상에서 벌인 첫 교전이라고 미국 CNN은 전했다. 일종의 ‘국지 지상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에 한발 더 다가가면서 가자지구뿐 아니라 이스라엘 북부와 인접한 레바논, 시리아까지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밤새 가자지구 안에서 이스라엘군 보병 및 기갑부대의 공격이 있었다. 이는 테러 분대를 사살하기 위한 공격으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오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제한적인 지상작전’을 펼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작전은 지난 24시간 이뤄졌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들이 숨어 있는 수십 개 본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를 ‘깊숙한(deep) 침투’였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으로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상군 투입 연기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붙잡힌 민간인 인질의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다”며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하마스 또한 최대 후원자 이란과 대책 마련 논의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내 첫 사망 하가리 대변인인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서쪽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작전 중이던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들은 지상전에 대비해 탱크와 공병 차량 등으로 인근 지역을 정비하다가 하마스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를 입었다. CNN에 따르면 7일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경계에서 이스라엘군이 사망한 적은 있었으나 가자지구 장벽 안쪽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숨진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지상전을 개시하면 양측 군인과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 의사를 강조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이날 CNN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질 석방 노력과 민간인 희생 우려가 하마스를 제거하는 작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마스의 대응도 빨라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는 같은 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을 모든 수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과 시리아 국방장관도 통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 ‘지상전 딜레마’도 고조 지상군 투입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심도 상당하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우리도 참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때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지구, 시리아 등에서 ‘다중 전쟁’을 치러야 할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 헤즈볼라가 분쟁 수위를 높이면 대대적 공습을 통해 “레바논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국가의 정규군에 맞먹는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헤즈볼라와 맞서려면 미국의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자지구 장악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갈란트 장관은 “석 달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소 9개월을 예상했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미군 등 연합군이 2016∼2017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이라크 모술을 탈환했을 때도 9개월이 걸렸으며,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촘촘히 지하 터널을 만든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약 1만1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다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 또한 여전하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밤새 가자지구 안에서 이스라엘군 보병 및 기갑부대의 공격이 있었다. 이는 테러 분대를 사살하기 위한 공격으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오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제한적인 지상작전’을 펼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작전은 지난 24시간 이뤄졌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들이 숨어 있는 수십개 본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 하기리 대변인은 이를 ‘깊숙한(deep) 침투’였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으로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상군 투입 연기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붙잡힌 민간인 인질의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다”며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하마스 또한 최대 후원자 이란과 대책 마련 논의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내 첫 사망 하가리 대변인인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서쪽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작전 중이던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들은 지상전에 대비해 탱크와 공병 차량 등으로 인근 지역을 정비하다가 하마스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를 입었다. CNN에 따르면 7일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경계에서 이스라엘군이 사망한 적은 있었으나 가자지구 장벽 안쪽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숨진 것은 처음이다.이처럼 지상전을 개시하면 양측 군인과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 의사를 강조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이날 CNN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질 석방 노력과 민간인 희생 우려가 하마스를 제거하는 작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하마스의 대응도 빨라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는 같은 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을 모든 수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과 시리아 국방장관도 통화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 ‘지상전 딜레마’도 고조지상군 투입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심도 상당하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우리도 참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 때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지구, 시리아 등에서 ‘다중 전쟁’을 치러야 할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 헤즈볼라가 분쟁 수위를 높이면 대대적 공습을 통해 “레바논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국가의 정규군에 맞먹는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헤즈볼라와 맞서려면 미국의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다.가자지구 장악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갈란트 장관은 “석 달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소 9개월을 예상했다. 미ABC방송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미군 등 연합군이 2016∼2017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이라크 모술을 탈환했을 때도 9개월이 걸렸으며,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촘촘히 지하터널을 만든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약 1만1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다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 또한 여전하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는 이스라엘에 “(투입을 연기하도록)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전 개시가 확전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이스라엘을 공개 압박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 연기를 권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지상전을 연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Yes)”라고 답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질문 전체를 듣지 못했다. ‘더 많은 인질의 석방을 원하느냐’로 들었다”라고 곧 부인했지만 하루 만에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다국적 인질 200여 명이 석방될 때까지 지상군 투입을 늦추라는 미국의 설득에도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의 전 단계인 공습을 확대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공습을 강화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최상의 조건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다음 단계 전쟁을 앞둔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22일에는 ‘남부로 이동하지 않는 가자 주민들을 테러리스트의 공범으로 간주하겠다’는 강한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들을 납치한 지 13일 만인 20일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녀 2명을 석방했다. 인질 석방 직후인 21일 가자지구로 트럭 20대 분량의 물, 식량, 의료품 등 구호물품도 처음 전달됐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은 확전 위협 수위를 높였다. 헤즈볼라 서열 2위 나임 깟셈 부대표는 21일 “헤즈볼라는 이미 전쟁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확전에 대비하기 위해 중동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와 패트리엇 미사일 대대 추가 배치를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감축한 중동 내 미군 전력을 증강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비상 대비 계획의 일환으로 ‘투입 명령 대기’ 병력을 추가로 늘렸다”라고 밝혔다.하마스, ‘인질 카드’로 지상전 막기… 이 “대피 안하면 테러범 간주” 하마스, 미국인 인질 2명 첫 석방美, 카타르서 인질석방 조건 등 대화이, 지상전前 공습 강화에 대피 경고이란-헤즈볼라 “지상전땐 큰 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구금했던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녀 인질 2명을 20일(현지 시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석방하면서 인질 석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미국의 설득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을 향해 ‘대피하지 않을 시 테러범으로 간주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며 지상군 투입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늦추기 위해 200여 명의 다국적 인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쟁 발발 후 13일 만 첫 인질 석방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한 것은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처음이다. 22일 현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억류된 것으로 확인한 인질이 212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미국인은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하마스가 인질을 카드로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는 카타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보내 하마스와 인질 석방 조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모든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그 대신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석방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스라엘 군인 포로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인질 석방 조건은 이스라엘에도 전달됐으나 이스라엘은 공습 중단 등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인질 구출과 함께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및 구호품 전달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 일부의 석방에 동의할 조짐이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압력에 지상 작전 연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 지상전 앞서 경고-공습 강화하는 이 이스라엘군(IDF)은 지상전을 펴기 위한 전 단계로서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강경한 대피 경고를 보내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1일부터 IDF 로고가 찍힌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려 “북부에서 남부로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은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며 누구든 테러단체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로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가 논란을 빚자 이스라엘군은 22일 “민간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2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 사원도 공습했다. 하마스와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지휘센터를 노린 것으로, 전투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서안 공습은 20여 년 만이다.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요구하고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장관은 21일 “가자지구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다른 정부, 국가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의 서열 2위인 나임 깟셈 부대표도 이날 “헤즈볼라는 이미 전쟁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지 13일 만인 21일(현지 시간) 구호품이 처음으로 가자지구에 전달됐다. 이날 반입된 트럭 20대 분량의 물, 식량, 의약품은 230만 팔레스타인인이 하루 사용하기에도 부족하다. 이에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자 22일 2차 구호품 전달이 시작됐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경 가자지구 남부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 라파 국경검문소 앞에서 대기하던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가 검문소 출입구를 지나 가자지구로 들어섰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유엔 깃발을 단 차량을 따라 대형 트럭들이 이동했으며 구호단체 직원 등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반겼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식수, 전기, 식량, 의약품 공급이 모두 끊긴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전달되기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재에 애를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확전 억제를 위해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축소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나 이란의 전쟁 개입 명분을 줄인다고 보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인도적 지원을 설득했다. 이스라엘은 물, 식량, 의약품으로 구호물자를 제한하고 하마스 쪽으로 절대 흘러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 이에 동의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해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품을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 이집트는 국경을 개방하면 팔레스타인 난민과 테러리스트가 유입될 것을 우려해 왔다. 다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21일 전달된 구호품은 중동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에 반입되던 하루 물동량의 4%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비상대응국장은 “(트럭 20대는) 현재 가자가 직면한 상황에서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식량과 물, 의약품뿐만 아니라 연료 반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은 13일간 봉쇄된 가자지구 주민들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의 구호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가자지구에 지원이 지속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22일에도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 트럭 3대를 포함해 트럭 17대가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가자지구 남부로 들어갔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라파 검문소 인근에는 현재 세계 각국과 구호단체에서 보낸 구호물자 3000t을 실은 트럭 약 200대가 대기 중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구금했던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녀 인질 2명을 20일(현지 시간)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석방하면서 인질 석방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미국의 설득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을 향해 ‘대피하지 않을 시 테러범으로 간주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며 지상군 투입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늦추기 위해 200여 명의 다국적 인질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전쟁 발발 후 13일만 첫 인질 석방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한 것은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처음이다. 22일 현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억류된 것으로 확인한 인질이 212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미국인은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두고 하마스가 인질을 카드로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개전 초기부터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는 카타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보내 하마스와 인질 석방 조건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모든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대신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스라엘 군인 포로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인질 석방 조건은 이스라엘에도 전달됐으나 이스라엘은 공습 중단 등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인질 구출과 함께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 및 구호품 전달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 일부의 석방에 동의할 조짐이 있으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압력에 지상 작전 연기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 지상전 앞서 경고-공습 강화하는 이이스라엘군(IDF)은 지상전을 펴기 위한 전 단계로서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강경한 대피 경고를 보내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1일부터 IDF 로고가 찍힌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려 “북부에서 남부로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은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며 누구든 테러단체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로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가 논란을 빚자 이스라엘군은 22일 “민간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2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슬람 사원도 공습했다. 하마스와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지휘센터를 노린 것으로, 전투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서안 공습은 20여 년만이다.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 및 지상군 투입을 반대하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에스마일 하티브 이란 정보부 장관은 21일 “가자지구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이스라엘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다른 정부, 국가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의 서열 2위인 나임 카셈 부대표도 이날 “헤즈볼라는 이미 전쟁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시작하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1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포 오폭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미 정부는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폭발 참사에 대해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포 오폭에 따른 폭발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가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왓슨 대변인은 “우리 평가는 각종 정보, 미사일 운동 궤적, 위성 열화상 이미지와 공개된 사건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적외선 센서를 통해 수집된 (로켓)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은 (병원에 폭발을 일으킨 로켓 또는 미사일) 발사가 이스라엘군 책임이 아니라고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참사 직후 ‘이스라엘군 소행’에 무게를 뒀던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대학살’을 일으켰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사용된 폭탄은 오직 이스라엘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의약품, 식수, 식량 같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일 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제공은 처음이다.美 “병원 참사, 이스라엘 책임없다”… 무장세력들 이-美 향해 공격 서방 “폭발 구덩이 이 무기와 달라사망자도 471명 아닌 50명 수준”이라크 미군기지 드론 공격 시도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로 중동전쟁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18일(현지 시간) 신속하게 “이스라엘 책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이스라엘의 학살”이라는 주장을 펴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방 전문가들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오폭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사망자가 471명이라는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 무장단체 오폭’ 정황 속속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귀국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해 “증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이스라엘이 공습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말처럼 이스라엘군 등이 공개한 각종 정보 증거 및 사건 현장 사진과 영상 분석에 따르면 오폭에 무게가 실린다고 서방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18일 공개한,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과 영상에 따르면 이 병원 주차장에 생긴 폭발 구덩이는 깊이와 지름이 수십 cm에 지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 공습에 주로 사용하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이 만드는 깊이와 지름 5∼10m 구덩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영상에는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 방향으로 발사된 로켓들 가운데 한 로켓이 급상승하다 터지고 잠시 뒤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왔다. 이스라엘 방공 요격망 ‘아이언돔’이 격추한 로켓이 병원에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언돔에 의한 격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주차장 주변 병원 건물들도 외벽이 그을리거나 충격으로 창문 등이 깨졌지만 공습으로 인한 손상은 보이지 않았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도 이날 “병원 건물이 아니라 주차장에서만 폭발로 인한 손상이 확인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희생자도 병원 주차장에서 노숙하던 피란민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미 NBC뉴스는 “폭발 후 소셜미디어에는 병원 주차장에 시신이 뒤엉키고 사지가 흩어져 있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피에 젖은 이불과 베개 옆에 책가방이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미 정보분석가 블레이크 스펜들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JDAM은 폭발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폭발할 때) 큰불이 나지 않는다”며 “(병원 주차장은) 폭발보다 화재로 인한 특징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영상과 사진으로 볼 때 사망자는 50명 수준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계속 불붙는 反서방 시위 병원 폭발 참사가 오폭일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랍권에서는 반(反)이스라엘, 반미 시위와 공격이 계속됐다. 이날 하마스와 오폭 주체로 이스라엘의 지목을 받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등은 별다른 반박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서방을 향한 아랍권의 분노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동 담당 미군 중부사령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 서부와 북부 미군기지들을 겨냥한 두 건의 드론(무인기) 공격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드론은 모두 3기로 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에서는 격추한 드론 2기 중 1기가 폭발해 부상자가 발생했다. 공격 배후는 이란 지원을 받는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 하부 조직들로 추정된다. 이라크 무장세력들은 지난해 휴전 이후로는 현지 미군기지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향한 공격을 자제해 왔으나 중동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자 공세를 재개한 것이다. 18일을 ‘분노의 날’로 규정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집트, 튀르키예, 모로코, 리비아, 이란, 알제리 등에서도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구호물자 전달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가자지구 남쪽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의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이르면 20일부터 구호품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에서 인도적 지원 구호품을 담은 트럭 20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이집트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로 구호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집트는 하마스 전투원이 민간인 틈에 끼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가자지구의 유일한 외부 통로인 라파 검문소를 막아왔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밝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구호품 전달 대상은) 가자지구 남부의 민간인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구호품이 흘러들어가는 일이 일어난다면 원조는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측도 이날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라파 국경을 통해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8시간이 채 되지 않는 ‘반쪽 일정’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연설한다.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 오벌오피스 연설이다. 통상 오벌오피스 연설에선 미 대통령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정책을 발표한다. 미국 NBC방송은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 예산 400억 달러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600억 달러를 합한 총 1000억 달러(약 136조 원) 규모 패키지 예산안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미국이 17일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포 오폭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에이드라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 시간) “미 정부는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민간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폭발에 대해 이스라엘은 책임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로켓포 오폭에 따른 폭발이라는 이스라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병원 폭발은) 가자지구 테러단체가 로켓을 잘못 발사한 결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왓슨 대변인은 “우리 평가는 각종 정보, 미사일 운동 궤적, 위성 열화상 이미지와 공개된 사건 현장 사진 및 영상 등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적외선 센서를 통해 수집된 (로켓) 발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은 (병원에 폭발을 일으킨 로켓 또는 미사일) 발사가 이스라엘군 책임이 아니라고 상당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참사 직후 ‘이스라엘군 소행’에 무게를 뒀던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들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유엔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대학살’을 일으켰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바리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 참석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스라엘 정권이 민간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병원 공격에 사용된 폭탄은 오직 이스라엘군만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이란 관영 IRNA 통신이 전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과 통화해 의약품, 식수, 식량 같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보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일 수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인도적 지원 제공은 처음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밤사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이 공습을 당해 수백 명이 죽었다는데 아무리 전쟁이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요. 이건 정말 미쳤습니다.” 18일(현지 시간) 이집트 북부 도시 이스마일리아에서 만난 호셈 압둘라 씨는 “어젯밤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더 다급히 필요할 텐데 큰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스마일리아는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품을 가득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는 트럭들이 1차로 집결하는 곳이다. 줄지어 늘어선 트럭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찍혀 있었다. 운전사로 일하며 트럭들이 집결하는 것을 도왔다는 압둘라 씨는 “구호품이 계속 이곳에 와도 가자지구로 넘어가는 국경 앞에서 막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구호품 쌓이는데 굳게 닫힌 국경 가자지구와 접경한 이집트 쪽 라파 국경검문소에서 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져 있는 이스마일리아에는 가자지구로 보낼 이집트 전역의 구호물자가 모인다. 이날도 전국에서 모인 물품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에즈 운하를 끼고 있어 육로, 해로를 통해 이곳으로 전달되는 구호품은 전 세계의 구호물자가 모이는 이집트 ‘엘 아리시’ 공항으로 보내진다. 최종 목적지는 가자지구다. 그러나 이집트는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오는 것을 우려해 피란민 출입을 막고 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 압박을 위해 물자 반입을 막고 있어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날로 심각해져 구호품 지원을 위해 뜻을 모으려던 이집트 등 주변국들은 전날 밤 병원 폭격 사태로 크게 당황한 분위기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으로 구호품 전달 계획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더욱 격화하는 가운데 이집트 당국은 18일 구호품을 실은 트럭 주변을 더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일대를 지나는 거의 모든 차량을 멈춰 세우고 “외국인은 통제하고 있다” “어떤 목적으로 여기 있는 것이냐”며 차량들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보냈다. 라파 검문소 앞에는 여전히 구호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무기한 대기 중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마일리아를 거쳐 가자지구와 맞닿은 코앞까지 트럭들이 도착해 있는데 여전히 국경이 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아미르 씨는 “구호품이 가자지구까지 전달될 것이란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집트 개입 수위 놓고 민심 갈려 구호품 전달 통로는 막혀 있지만 이집트를 비롯한 주변국에선 민간 기부금을 모금하며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스마일리아 현지 구호단체에 가자지구를 위한 기부금을 냈다는 무함마드 씨는 “병원 공습으로 가자지구는 최악의 상황이다. 금액은 1000이집트파운드(약 4만 원) 정도지만 구호품 전달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기부했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단체들도 일단 구호품을 실어 가자지구 앞까지 나르느라 분주하다.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며칠 전 첫 번째 구호 트럭을 이스마일리아로 보냈다. 지금도 이집트 전역에서 물품이 들어오고 있다”며 “예기치 못한 인도주의적 위기에도 이집트에 있는 구호단체들은 도움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집트 정부의 개입 수준을 두고는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집트 국민들은 인접국의 전쟁이란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원은 하되 정부가 너무 나서면 안 된다’는 의견과 ‘정부가 적극 개입해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히 갈려 있다. 특히 불안한 정세에 이집트가 휘말릴 경우 경제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이스마일리아의 한 식당 주인은 “정부가 적극 나서면 우리 국민들까지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이스마일리아=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1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부 도시 타바에는 좁게는 4, 5km 간격으로 검문소가 설치돼 차량 행렬이 수시로 멈췄다. 이 도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피란민들이 탈출하고 외부 구호물자가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다. 라파 국경검문소 쪽으로 민간인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이집트 당국은 국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외교 및 군사 목적의 통행을 제외하고는 차단했다. 가자지구는 물, 연료, 의약품이 바닥나고 유엔 등의 구호도 끊긴 상태다. 피란민들은 하마스 궤멸을 위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전 탈출하기 위해 라파 국경으로 몰려들었지만 이날도 탈출로는 열리지 않았다. 라파 국경검문소에서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하델 다우드 씨는 16일 로이터통신에 “라파 검문소까지 오는 길에 수차례 폭격을 당해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가자에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라파 국경에 접한 이집트에서는 식량과 의약품, 연료 등을 실은 대형 트럭 수십 대가 줄지어 입경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몇 km만 가면 닿는 사람들에게 절실한 구호물자가 국경 인근에 쌓여 가고 있다”고 카타르 공영 알자지라 방송에 말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재로 라파 국경 개방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집트는 테러리스트 등이 난민에 섞여 입국할 경우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피란민 입국을 막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구호물자의 가자지구 진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마스가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는 한 봉쇄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을 찾는다. 이스라엘에 ‘하마스는 제거하되 가자지구를 점령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관련국들을 설득할 계획이다.“가자 식량 바닥나”… 바이든, 오늘 이스라엘 찾아 ‘봉쇄 해제’ 설득 가자-이집트 접경지 르포이집트 등에 난민입국 허용 촉구 국경앞 난민들 “이곳엔 생명 없어”… 이집트 국경에 구호품 쌓여 있어WHO “가자 임산부 8만여명 위험” “같은 이슬람 형제로서 전쟁은 안타깝지만 만약 테러리스트가 이집트로 들어오면 지금보다 장사는 더 힘들어질 거예요.” 이집트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식당을 하는 압델할림 씨는 17일 기자에게 말했다. 인근 숙박업소에서 일하는 베니프 씨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만 그간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테러 등 사건이 많이 발생해 난민을 다 받는 것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라파 국경검문소는 가자지구 피란민들의 해외 탈출로이자 국제사회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 통로다. 이집트는 무분별한 난민 유입 우려에 피란민 입국을 막은 데 이어 타바와 같은 인근 도시에서 들어오는 민간인까지 통제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구호물자 운송을 막고 있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18일 이스라엘을 찾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집트 측에 라파 국경 개방을 집중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피란민들 “이곳엔 생명 없다” 1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쪽 라파 검문소 앞에는 피란민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미국-팔레스타인 이중국적자인 자카리아 아라바슐리 씨(62)는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도 음식이 바닥났다. 하마스든 아니든 상관없이 죽어 나간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말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통역사인 제이슨 샤와 씨(55)도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피란길에 올랐다. 그는 “외국인을 위한 안전 통로도 없어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지면서 이날 라파 검문소 근처에도 포탄이 떨어져 건물 한 채가 무너졌다. 이집트 쪽 라파 검문소 앞에는 가자지구로 들어가야 할 식량과 의료품 등을 가득 실은 트럭 수십 대가 늘어선 채 입경하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는 “지난 며칠간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튀지니로부터 비행기 8대 이상이 구호품을 싣고 왔다”고 16일 알자지라에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들어온 30만 명분 필수 의료품 등 구호물자도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WHO 관계자는 “가자지구에 원조가 끊겨 임산부 8만4000명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병원 44곳이 공격받은 것으로 집계돼 지원이 시급하다”고 17일 CNN에 밝혔다.● 이집트는 피란 막고, 이스라엘은 물자 막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5시간에 걸쳐 회동한 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인도적 지원이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합의했다”며 알맹이 없는 발표를 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500∼600명의 출국과 구호물자 공급 등을 이스라엘, 이집트와 협상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난민들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섞여 들어와 분쟁에 휘말릴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국경을 접한 요르단도 난민 수용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은 이스라엘이 막고 있다. ‘가자지구 봉쇄’를 카드로 하마스에 인질 석방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8일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을 찾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풀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인도적 지원 허용 약속을 요구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도 만난다. 타바=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극단주의자 제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무장단체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은 지지하지만 민간인 피해와 확전 우려가 큰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음식, 식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 개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시도와 민간인 공격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하마스가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스라엘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지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하마스 파괴(작전)는 승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청으로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NYT 등이 전했다.바이든 ‘하마스-팔 분리대응’ 제시… 이란-헤즈볼라 개입 명분 차단 [중동전쟁]이스라엘에 지상전 앞 가이드라인“하마스에 책임 물을것” 밝히면서가자지구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목표는 지지하면서도 가지지구 점령에 대해선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로 가자를 점령한 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병력과 정착촌을 철수시켰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피 통로를 확보하고 생필품 공급 등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 뒤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되 재점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란이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개입 명분을 주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 “바이든, 이번 주 이스라엘行 검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 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제거 목표는 지지하면서도 가지지구 점령에 대해선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 전쟁’ 승리로 가자를 점령한 뒤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2005년 병력과 정착촌을 철수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대피 통로를 확보하고 생필품 공급 등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 뒤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되 재점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란이나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개입 명분을 주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 “바이든, 이번주 이스라엘行 검토”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를 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해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에게 “이날 오전 10시∼오후 1시(한국 시간 오후 4∼7시)까지 대피하라”고 최후 통보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하루 전 방탄 조끼를 입고 가자지구 인근 군 기지를 찾아 지상전 개시를 앞둔 병사들을 격려했다. 하마스를 후원해 온 이란의 최고 군사조직 혁명수비대 또한 시리아 주둔 병력을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쪽으로 옮기는 등 전쟁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14일 카타르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협력을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군 기지에서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한 후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또한 “육해공군 합동으로 가자지구 북부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 궤멸을 선언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탱크,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수만 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곧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할 것이라고 14일 전했다. 당초 14, 15일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흐린 날씨로 공군 및 무인기(드론)의 지상군 지원이 어려워져 며칠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이미 13일 소수의 이스라엘군 정찰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해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수행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14일 경고했다.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또한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이번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다.“이스라엘, 특공대 등 수만명 곧 작전”… 이란, 혁명수비대 재배치 이스라엘 연사흘 “가자서 대피를”NYT “이, 하마스 지도부 사살 목표”이란 “레드라인 있다” 대응 의지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교전 계속 “이스라엘군은 15일(현지 시간) 오전 10시∼오후 1시(한국 시간 오후 4∼7시)에 가자지구 북부에서 어떤 작전도 수행하지 않습니다. 이 시간 동안 당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북부에서 남부로 이동하십시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상전이 임박했다. 이스라엘군은 15일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 북부 주민의 대피를 권고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이후 이날까지 3일 연속 대피를 권고하며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또한 보병대, 탱크, 공병대, 특공대 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군인 수만 명이 조만간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지도부를 사살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시아파 맹주’ 이란의 움직임 또한 빨라졌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에 배치한 병력을 이스라엘 국경 쪽으로 이동시켰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이란 지도부 또한 거듭 “지상군 투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행보가 ‘수니파 좌장’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 美, JDAM 폭격 후 지상군 투입 전망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가자지구 인근 군 기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는 7일 전쟁 발발 후 처음 군 기지를 찾았다. 지상전 개시에 임박해 군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또한 같은 날 “‘중대 군사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소수의 이스라엘군 정찰대 또한 가자지구에 진입해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의 탐사 전문 기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시모어 허시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스라엘이 15, 16일경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해 가자지구를 공습할 것이며 지상군 투입 또한 즉시 뒤따를 것”이란 글을 게재했다. JDAM은 반경 800m 내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일 수 있는 강력 무기이다. NYT에 따르면 지상군 투입의 1차 목표는 하마스 지도부의 사살이다. 특히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예히야 신와르, 하마스 군사조직 알깟삼여단의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 등이 최우선 목표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006년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벌인 ‘34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마스 또한 각종 터널과 함정들을 준비하며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때 앞서 인질로 잡은 약 15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또한 ‘인간 방패’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개입 가능성 커져 이란 또한 개입 의사를 거듭 드러냈다. WSJ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리아 동부에 배치했던 병력을 남쪽 다마스쿠스 일대로 재배치했다. 다마스쿠스와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거리는 불과 320km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 또한 14일 “이란에는 ‘레드라인(금지선)’이 있다”며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개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이란이 후원하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교전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5일 레바논 국경지대에 4km의 제한구역을 설정하고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 지상군 투입에 따른 민간인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약 110만 명인 가자지구 북부 주민 속에 섞인 최소 3만 명의 하마스 대원과 민간인을 구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 반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1967∼2005년 가자지구를 통치했다. 이후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지배하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통치권을 넘겼다. 하마스보다 온건 성향인 PA는 2007년 하마스에 지배권을 뺏겼다. 이를 감안할 때 이스라엘의 직접 통치, PA의 지배권 인계 모두 상당한 반발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시점 결정만 남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수만 명의 군인을 동원해 곧 가자지구를 침공한 후 하마스 지도부 제거에 나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당초 14,15일 주말을 이용해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흐린 날씨로 공군 및 무인기(드론)의 지상군 지원이 어려워져 투입 시점이 며칠 연기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투입이 이뤄지면 2006년 이스라엘이 이란의 후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34일간 벌였던 ‘34일 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지상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개입 가능성을 거듭 밝혔다. ‘시아파 맹주’ 이란의 개입은 미국, ‘수니파 좌장’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자극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美, JDAM 폭격 후 지상군 투입 전망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가자지구 인근 군기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7일 전쟁 발발 후 그가 처음 이 곳을 찾은 것 또한 지상군 투입 전부터 군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같은 날 “‘중대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가자지구 북부 주민은 남부로 대피하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밝혔다. 앞서 13일 소수의 이스라엘군 정찰대 또한 가자지구에 진입해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의 탐사전문 기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시모어 허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스라엘이 15,16일경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해 가자지구를 공습할 것이며 지상군 투입 또한 즉시 뒤따를 것”이란 글을 게재했다. JDAM은 반경 800m내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일 수 있는 강력 폭탄이다.하마스 또한 약 110만 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각종 터널과 함정들을 준비해 이스라엘과의 지상전에 대비하고 있다. 이 때 앞서 인질로 잡은 약 150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또한 ‘인간 방패’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이란은 지상군 투입이 이란의 개입을 촉발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4일 “이란에는 ‘레드라인(금지선)’이 있다.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실행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또한 “모든 무슬림 국가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가세했다. ● 지상군 투입 후에도 난제 산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진입한다 해도 남아있는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우선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등 주요 도시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만 점령할 지, 남부까지 점령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지도층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투쟁을 지속할 가능성 또한 높다.하마스 지도부를 모두 몰아낼 수 있다 해도 통치권에 관한 논란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1967~2005년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했다. 이후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통제권을 넘겨줬다. 하마스보다 온건 성향인 PA는 2007년 하마스의 쿠데타로 가자지구 지배권을 상실했다. 이스라엘의 직접 통치는 가자지구 주민의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PA의 통치 또한 ‘이스라엘의 꼭둑각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의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 일대에서 이스라엘군과 거듭 교전을 벌이고 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총리 안보 보좌관은 14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레바논 국경이라는 두 곳의 전선에 휘말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헤즈볼라에게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현지 시간) 방탄 조끼를 입고 가자지구 접경지대의 군기지를 찾았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또한 “육해공군 합동으로 전방위적인 하마스 궤멸 작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하마스를 후원해온 이란 또한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통제불능의 사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이번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군기지에서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7일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후 네타냐후 총리가 군기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이스라엘군 또한 “3군 합동으로 가자지구 북부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 궤멸을 선언했다. 이 성명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제시한 이날 오전 10시~오후 4시의 대피 시한이 끝나자마자 나왔다. 하지만 거듭된 공습으로 도로 등 인프라가 대부분 파괴된 데다 한꺼번에 많은 탈출 인파가 몰려 대피 과정에서의 혼란 또한 극심하다. 이란은 참전 가능성을 거듭 거론했다.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수행한다면 이란 또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 또한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측의 전쟁 범죄가 중단되지 않으면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에서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날도 산발적인 교전을 벌였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며칠 내로 가자지구에서 중요한 작전을 벌이겠다”며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공습 위주로 전개되던 중동전쟁의 지상 전면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중동전쟁 확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 0시 직전 성명을 발표해 “며칠 내로 가자시티(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중부) 와디가자의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유엔도 이날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가자 북부 약 110만 명의 주민들이 향후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가자지구에 진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여러 소식통들이 14일 당일 또는 직후에 지상군이 진입할 것이라고 (본보에)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이 명령이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미 비극적인 (가자지구)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날 주민 대피를 저지하는 ‘맞불 성명’을 냈다. 살라마 마루프 하마스 미디어 책임자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허위 선전을 퍼뜨려 주민들 사이에 혼돈을 일으켜 내부 결속을 해치려는 심리전”이라면서 주민들에게 “집에 그대로 남아 있으라. 점령자(이스라엘) 측이 촉발한 이 역겨운 심리전 앞에 굳건히 버티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나서면 민간인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란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 레바논,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 국가를 찾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마스 외 다른 세력이 가세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살해된 영유아 시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군 투입에 앞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관련 사진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며 “인류 최악의 타락이다. 지금은 도덕적 명확성을 위한 순간”이라면서 이스라엘에 힘을 실었다.이스라엘 “가자 주민 24시간내 대피하라”… 하마스 “집에 있어라” [중동전쟁]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앞두고 초긴장이, 영유아 등 민간인 피살사진 공개 …지상전 명분 쌓은 뒤 진입 명령 대기하마스, ‘민간인 인간방패’ 우려 커져…美 국방장관, 이스라엘서 작전 논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 예비군 30만 명과 장갑차, 탱크 등은 진입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을 향한 24시간 내 대피 권고는 지상작전 돌입 전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격이다. 하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점령자 측이 촉발한 역겨운 심리전”이라며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이스라엘이 작전을 강행하면 가자지구 내 대규모 인명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영유아 시신’ 사진 공개 뒤 전격 결정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0시 직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쪽)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와디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대피 시한은 24시간으로 제시됐다. 앞서 12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하마스 대원들의 잔혹한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한 사진에는 피로 흥건한 침대가 보이고 다른 사진에는 기저귀를 찬 아기 시신이 비닐백에 담겨 있는데 머리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아기 시신이 담겨 있다. 설명이 없으면 아기라고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총리실은 게시물에서 “하마스 괴물들이 살해하고 불태운 아기들의 끔찍한 사진”이라며 “하마스는 인간이 아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말로만 전해진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 의혹을 뒷받침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작전의 명분을 쌓은 뒤 몇 시간 만에 전격 가자지구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선전전’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란을 막아섰다. 하마스 지도부는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본토(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시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심리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향해 대피령에 따르지 말고 집에 머물라고 촉구했다. 또 최근 24시간 새 가자지구 곳곳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인질 1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질들이 거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 “서로 작별인사” 대형 무덤 우려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맞닿은 남부 라파에서 북부 베이트하눈까지 거리가 41km로,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총 230만 인구의 절반가량인 북부 주민 110만 명이 하루 만에 남부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엔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피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네발 파르사크 대변인도 “약 110만 명이 안전하게 대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AP통신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인터넷과 전화 통신망이 붕괴돼 대피 명령조차 듣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 현재 북부 거리는 텅 비었다”고 전했다. 이미 도로와 건물이 폭격당하고 부상자도 6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대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의 원장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병원은 대형 공동묘지가 돼버릴 것”이라며 참담함을 나타냈다. 파르사크 대변인은 “많은 의료진이 부상자를 두고 떠나길 거부하며 이미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병원 전력이 끊겨 영안실 냉각기조차 멈춰 유족들이 유해가 부패될세라 맨손으로 이들의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고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 美 “이스라엘 지지”, 英도 병력 지원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후 기자회견에선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사진을 공개하며 “하마스의 만행은 인류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3일 이스라엘을 찾아 작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P8 해상초계기와 함정 두 척, 헬리콥터 3대, 해병대 1개 중대를 보내기로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군이 “며칠 내로 가자지구에서 중요한 작전을 벌이겠다”며 가자지구 북쪽 주민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공습 위주로 전개되던 중동전쟁의 지상 전면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중동전쟁 확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 0시 직전 성명을 발표해 “며칠 내로 가자시티(가자지구 북쪽 최대 도시)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 안전을 위해 남쪽의 와디 가자로 대피하라”고 발표했다. 유엔도 이날 “가자에 거주하는 약 11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향후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가자지구에 진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여러 소식통들이 14일 당일 또는 이후에 지상군이 진입할 것이라고 (본보에)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유엔은 이 명령이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미 비극적인 (가자지구)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하마스는 이날 주민 대피를 저지하는 ‘맞불 성명’을 냈다. 살라마 마루푸 하마스 정부 미디어 책임자는이스라엘의 대피령이 “허위 선전을 퍼뜨려 주민들 사이에 혼돈을 일으켜 내부 결속을 해치려는 심리전”이라면서 “집에 그대로 남아 있으라. 점령자(이스라엘) 측이 촉발한 이 역겨운 심리전 앞에 굳건히 버티라”고 촉구했다.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나서면 민간인 대량 사상자 발생은 물론 전란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찾은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확전을 경고했다.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살해된 영유아 시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군 투입에 앞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관련 사진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며 “인류 최악의 타락이다. 지금은 도덕적 명확성을 위한 순간”이라면서 사실상 지상군 투입 결정에 힘을 실었다. 이스라엘 “24시간내 대피하라”…하마스 “심리전에 동요말라”이스라엘이 가지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 예비군 30만 명과 장갑차와 탱크 등은 진입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을 향한 24시간 내 대피 권고는 지상작전 돌입 전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격이다. 하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점령자 측이 촉발한 역겨운 심리전”이라며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이스라엘이 작전을 강행하면 가자지구 내 대규모 인명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영유아 시신’ 사진 공개 뒤 전격 결정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0시 직전 성명을 통해 “(가지지구 북쪽)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남쪽의 와디 가자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대피 시한은 24시간으로 제시됐다. 앞서 12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하마스 대원들의 잔혹한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한 사진에는 피로 흥건한 침대에 아기가 누워 있고 머리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 다른 사진에는 아기 시신이 가방에 담겨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아기 시신이 담겨 있다. 설명이 없으면 아기라고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총리실은 게시물에서 “하마스 괴물들이 살해하고 불태운 아기들의 끔찍한 사진”이라며 “하마스는 인간이 아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말로만 전해진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 의혹을 뒷받침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작전의 명분을 쌓은 뒤 몇 시간만에 전격 가자지구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선전전’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란을 막아섰다. 하마스 지도부는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본토(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시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심리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향해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 최근 24시간 사이에만 가자지구 곳곳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인질 1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질들이 거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 “서로 작별인사” 대형 무덤 우려가자지구는 이집트와 맞댄 남부 라파에서 북부 베이트하눈까지 거리가 41㎞로,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총 230만 인구의 절반가량인 북부 주민 110만 명이 하루 만에 남부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엔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피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네발 파르사크 대변인도 “약 110만 명이 안전하게 대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가자지구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AP통신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인터넷과 전화 통신망이 붕괴돼 대피 명령조차 듣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 현재 북부 거리는 텅 비었다”고 전했다.이미 도로와 건물이 폭격당하고 부상자도 6000여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대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의 원장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병원은 대형 공동묘지가 돼버릴 것”이라며 참담함을 나타냈다. 파르사크 대변인은 “많은 의료진들이 부상자를 두고 떠나길 거부하며 이미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병원 전력이 끊겨 영안실 냉각기조차 멈춰 유족들이 유해가 부패될세라 맨손으로 이들의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고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 美 “이스라엘지지”, 英도 병력 지원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후 기자회견에선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사진을 공개하며 “하마스의 만행은 인류 최악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3일 이스라엘을 찾아 작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P8 해상초계기와 함정 두 척, 헬리콥터 3대, 해병대 1개 중대를 보내기로 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우리는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벌어진 중동전쟁 개전 후 처음으로 직접 이란을 지목하며 개입을 경고했다. 현재 이란을 맹주로 하는 이슬람 ‘시아파 벨트’ 내 국가들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는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 가능성을 막으려는 것이다. 일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전화를 자청해 전쟁 종식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란 지목해 ‘개입 말라’ 경고한 美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미 항공모함 전대를 동지중해로 이동시켰고 더 많은 전투기를 파견할 예정이다.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해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적대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해 왔다. 본격적인 중동전쟁으로 번질지의 길목에서 미국은 확전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우리가 여기 왔다. 우린 어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급파된 블링컨 장관의 최대 임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11일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하려는 모든 국가, 조직, 개인에게 단 한마디만 하겠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직접 참전하지 않더라도 무기 제공 등 무장단체를 지원할 경우 이번 전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의 재동결 법안 추진 의지를 밝히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무엇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미국이 ‘제2전선’을 막는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이란, 국교 정상화 후 첫 통화 이란의 배후 의혹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핵심 지도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놀랐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번 공격을 승인하는 등 개입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CNN에 “공격 시점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란은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 인지하고 ‘그린라이트’를 줬다”고 말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외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동맹국에 공격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면서도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과 공격 전후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중동 패권국 지위를 놓고 견제하던 사우디와도 접촉해 ‘이슬람권 연대’로 뜻을 모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이슬람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재로 7년여 만에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처음 나눈 통화다.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수준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참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