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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당한 사람이 연간 2만 명 이상 발생하는 미국은 주택이나 호텔 학교 등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고 있으며 4000여 명이 입원하고 있다. 사망자도 연간 43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 사망자가 많다.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대부분은 주택이나 빌딩 내에서 발생한다.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 난로 등을 사용하다가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중독 환자가 발생한다. 뉴욕 시에 사는 김모 씨(46)는 “2014년 캘리포니아 주 아파트에 살면서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작동해 신속하게 대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아파트 등은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작동하면 911에 신고한 뒤 신속하게 집에서 대피하도록 권하고 있다. 안전이 확인된 뒤에 집에 들어가야 하며, 중독 증상이 없을 경우 창문을 열고 환기하고 가스 난로나 발전기 등을 끄도록 권한다. 미국에서는 일산화탄소 사망자가 증가 추세다. 이 때문에 주별로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들이 늘고 있다. 전미주의회연맹(NCSL)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 27개 주가 주 법률로 민간 주거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알래스카 주는 소방당국이 승인한 감지기를 모든 주거시설에 설치해야 한다. 코네티컷 뉴햄프셔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주 등은 새 건축물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의 경우 신규 건축물 중 보일러가 설치된 모든 방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학교나 호텔 등의 다중 이용시설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주도 있다.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일리노이 메인 메릴랜드 주에서는 학교 건물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19개 주는 주 법률이나 행정규칙 등을 통해 호텔이나 모텔에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에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사용하는 모든 지하도, 지하실, 공동주택, 학교, 병원, 음식점 등의 건축물에 가스 누출을 탐지해 경보를 울리는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일반가정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나 일본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 대부분의 가정은 자비로 설치하고 있다.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보일러와 히터, 가스레인지 등의 경우 반드시 전문 엔지니어가 설치하고, 설치 후로도 정기적인 점검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NHS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감지기 설치만으로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보일러 시설과 가전 기구의 정확한 설치와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의 대형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가 19일 도쿄증시 1부에 상장돼 거래가 시작됐다. 공개 가격은 1주당 1500엔(약 1만5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7조1800엔(약 72조1500억 원)에 달한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그룹은 보유 주식 37%를 증시에 내놓을 예정이다. 금액으로는 2조6000억 엔이다. 일본에서는 휴대전화 업계에 대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성장세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소프트뱅크 등 대형 통신사들이 향후 어떤 성장 전략을 내놓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돼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통신분야에서 졸업해 첨단 투자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번에 상장 등으로 인해 확보한 자금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에 쓰일 전망이다. 소프트뱅크는 증시에 상장한 이날 장초반부터 급락세를 나타내 체면을 구겼다. 로이터통신은 장중 공모가 대비 10% 이상 추락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날 급락과 관련, 6일 발생한 통신장애 여파와 화웨이 장비 배제 여부를 둘러싼 우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상장 당시 시가 총액 기준 최고가는 ‘거품 경제기’인 1987년 NTT의 24조9600억 엔. 2015년 일본우정(郵政)의 7조3395억 엔이 그 뒤를 이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18일 새로운 장기방위전략인 ‘방위계획 대강(방위대강)’ 채택을 통해 ‘전쟁 가능한 나라’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통상 10년마다 개정하는 관례를 깨고 2013년 말에 이어 5년 만에 방위대강을 수정하며 오랫동안 지켜온 ‘전수방위(專守防衛·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서 방위력을 행사) 원칙을 흔들었다. 특히 헬기 탑재 호위함을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한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만들고,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 정비계획 2019∼2023년(중기방)’을 공식 채택했다. 방위대강은 향후 10년간의 안보정책의 기본지침이며 중기방은 이에 따른 향후 5년간의 구체적 무기 조달 계획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방위비로 사상 최대인 27조4700억 엔(약 274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 호위함의 항모화, 항모에서 사용될 최신예 수직 이착륙 전투기 도입, 미사일 방어 강화 등 고가 장비 조달에 필요한 액수다. 사상 최대의 방위비 투입 결정과 무장 강화 방침을 놓고 일본이 ‘군사대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확정된 방위대강에는 현재 해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헬기 탑재 호위함 ‘이즈모’를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항공모함이라는 점에서 일본 헌법 9조 2항(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조차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이를 항모로 부르지 않고 ‘다용도 호위함’ 명칭을 사용할 방침이다. 또한 방어용으로만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항모에서 운용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현재 단거리 이륙 수직착륙(STOVL)기는 F-35B밖에 없다”고 설명해 사실상 F-35B의 도입을 공식화했다. 중기방에는 “전투기 45기 중 18기는 단거리 이륙 수직착륙 기능을 갖고 있는 전투기로 정비한다”고 명시돼 있다. 방위대강에 포함된 원거리 공격 미사일 관련 조항도 논란이다. 이에 대해 “사실상 적기지 공격용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우주와 사이버, 전자파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해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하다”며 강화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상대방의 통신 등을 방해하는 능력을 보유하기로 했다. 방위대강은 중국에 대해 “우리나라(일본)를 포함한 지역과 국제사회의 안보상의 강한 우려가 되고 있다”며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순서에서는 중국에 밀렸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는 행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본질적인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방위대강은 본래 10년마다 책정되지만 아베 총리는 “미래의 초석이 될 방위력 모습을 제시하겠다”면서 계획을 앞당겨 시행 5년 만인 올해 개정할 것을 지시했다. 방위대강이 일본 안보정책의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안전보장국 주도로 책정된 것도 처음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정권의 지지율이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떨어졌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논란 중인 법안의 통과를 강행한 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이 14∼16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6%포인트 떨어진 47%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47%가 나왔다.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마이니치신문 조사(15∼16일 조사)에선 지난달 41%였던 지지율이 37%까지 하락하며 30%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교도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선 지지율이 42.4%에 그쳤다. 이 같은 지지율 추락은 10일 폐막한 임시국회에서 정부 여당이 의석수 우위를 믿고 논란이 있는 법안들을 무리하게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14일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 이전 공사를 강행한 것도 아베 내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베 내각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 확대를 담은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입관난민법) 개정안, 기업형 어업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수산개혁 관련 법안, 수돗물 민영화 법안인 수도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특히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 개정안은 사실상 이민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수도법 개정안은 수도요금을 폭등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지지율 급락은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 여당 내에서는 아베 총리의 레임덕이 일찍 시작돼 내년 전국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쿄역에서 2시간여 열차를 갈아타며 사이타마(埼玉)현 요리이(寄居)정에 도착했다. 2013년 혼다자동차가 약 95만 m²(약 29만 평) 부지에 최첨단 공장을 새로 지은 곳이다. 인구 3만3000명 규모의 이 마을은 언뜻 보면 인구 감소에 시달리는 일본의 여느 지방자치단체와 다르지 않다. 지방철도 시치부선 등 2개의 철도 노선이 통과하는 교통 요지지만 역사 주변에는 그 흔한 맥도널드나 롯데리아 하나 없고 상점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공장 유치 이후 주민 사이에 높아지는 기대감 역 가까이에 위치한 정사무소(우리의 동주민센터)에는 독특한 부서가 설치돼 있었다. ‘기업유치전략실.’ 정사무소는 혼다 공장 유치가 결정된 직후인 2006년 7월 이 부서를 설치하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모든 행정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가능하게 지원했다. 시마자키 야스히코(嶋崎靖彦) 기업유치전략실장은 “공장을 세우려면 여러 행정부서가 관여해야 하는데, 그걸 효율적으로 돕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혼다자동차가 2021년까지 인근 사야마 공장을 폐쇄하고 이곳(요리이정)을 ‘마더(母) 공장’(주력 생산시설)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정사무소는 4월부터 전담 인력을 3명으로 늘렸다. 그는 “공장과 건물에 대한 고정자산세와 법인세, 주민세 등 세수가 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찾아가 본 혼다 요리이 공장은 마을 중심가에서 7km가량, 가장 가까운 전철역에서도 3km 이상 떨어져 있어 마을로 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종업원 2200여 명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고 회사 버스로 출퇴근한다. 공장 완공 이후 마을 곳곳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4월 요리이역에서 남쪽으로 500m 지점에 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었다. 대형 슈퍼마켓체인 ‘베르크’와 마쓰모토 기요시 약국, 100엔 숍 업체인 다이소 등이 입점했다. 상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2800m²(약 850평) 규모의 슈퍼마켓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 듯 손님이 많았다. ‘이트인’ 코너에서 방금 구운 빵을 사먹던 한 여고생은 “친구들과 만날 때도 여길 이용한다”며 “이곳이 생겨 정말 편리하다”고 말한다. 이곳 토박이로 택시운전을 하는 아라이 겐지(新井顯治·71) 씨는 “혼다 공장이 들어선 뒤 야근 직원을 귀가시키기 위해 택시를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고 즐거워했다. 또 “내년 10월이면 옆, 앞 도로를 확장하고 광장을 만드는 등의 대형 공사가 계획돼 있다”며 “이 일대가 확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즈키 히데유키(鈴木秀幸) 기업유치전략실 주간은 “혼다 공장이 들어온 뒤 마을의 이벤트가 바뀌었다”고 소개한다. 봄이면 공장부지에서 초등학생들과 직원들이 모내기 실습을 하고 혼다의 기업인 야구 선수들이 정기적으로 마을 유치원을 찾아 야구를 가르쳐 준다. 11월 열린 마을축제 때는 혼다자동차가 보유한 희귀차들이 마을 중심가부터 공장까지 카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의 ‘메이드 인 저팬’ 회귀 혼다 외에도 도요타, 닛산, 캐논, 파이오니어, 카시오 등 글로벌 현지생산에 치중했던 일본 주요 기업들이 속속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본국으로 생산거점을 이동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메이드 인 저팬’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724개 기업이, 2016년엔 650개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을 철수하고 일본으로 유턴했다. 도요타자동차는 2015년부터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렉서스RX를 후쿠오카현 미야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2017년엔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의 ‘캠리’ 연간 10만 대분을 아이치현 공장으로 옮겼다. 지난해 초에는 캐논이 미야자키현에 디지털카메라 신규 생산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손목시계를 생산하는 카시오계산기는 국내 공장의 저비용화를 진행해 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던 상당 부분을 3년 안에 야마가타현 공장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낮은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동했던 일본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해외 생산의 장점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공장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임금은 2005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올랐고, 동남아 국가들도 날로 상승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저 유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2012년 30% 수준이던 법인세율도 올해 23.2%까지 낮추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해 기업 부담을 줄여줬다. 이보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2002년 ‘공장 제한법’을, 2006년엔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 규제를 폐지했다. 해외 공장에서 빈발하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일본 기업 회귀의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나아가 신흥국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메이드 인 저팬’이 판매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기쿠치 히데아키(菊地秀朗) 일본총합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의 국내 회귀에 대해 “엔저, 외국인 관광객 수요 증가, 자동화, 기술연구개발 강화 등이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관광객 증가에 화색… 시세이도 36년만에 日국내 2곳 공장 신설 ▼투자 부르는 관광특수 화장품과 음식료, 생활용품 등 일본 내수기업들은 ‘다른’ 이유로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바로 외국인 관광 특수다. 일본 화장품 회사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화장품 업계의 미래는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빈사상태에 빠졌지만 몰려오는 외국인들 덕에 기사회생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시세이도 화장품을 접한 뒤 귀국한 후에도 계속 사면서 화장품 내수 판매와 수출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덕분에 시세이도의 연간 매출은 2012년 6823억 엔에서 지난해 1조51억 엔으로 뛰었다. 시세이도는 2022년까지 시즈오카현 공장을 증설하고 도치기현과 오사카부에도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시세이도가 일본 국내에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36년 만의 일이다. 식음료업도 외국인 관광객 덕을 톡톡히 보면서 공장 신설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식음료 업체들의 설비투자는 2015년 1조 엔 전후였지만 2016년부터 급증해 지난해 2조4000억 엔까지 늘었다. 이 같은 외국인 관광 특수에 대해 일본에선 저출산 고령화로 축소되던 내수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로 보완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869만 명이었던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액은 2012년 1조846억 엔에서 지난해 4조4162억 엔으로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를 4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관광산업의 호황은 땅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버블경제 시기였던 1991년 이래 처음으로 올해 전국 평균 땅값이 상승했다. 국토교통성이 9월 발표한 전국 평균 지가는 전년 같은 시점보다 0.1% 상승했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의 상업지 지가는 4.2% 올랐고,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지방의 4개 핵심 도시의 상업지 지가는 평균 9.2%나 뛰었다. 모두 관광객이 몰리는 대도시의 상업지역이란 점에서 일본 언론은 “관광객이 일본의 땅값을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요리이(사이타마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지지율이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떨어졌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논란 중인 법안의 통과를 강행한 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이 14~16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에 비해 6%포인트 떨어진 47%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같은 기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47%가 나왔다.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마이니치신문 조사(15~16일 조사)에선 지난달 41%였던 지지율이 37%까지 하락하며 30%대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교도통신이 실시한 조사에선 지지율이 42.4%에 그쳤다. 이 같은 지지율 추락은 10일 폐막한 임시국회에서 정부 여당이 의석수 우위를 믿고 논란이 있는 법안들을 무리하게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14일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 이전 공사를 강행한 것도 아베 내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베 내각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 확대를 담은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입관난민법) 개정안, 기업형 어업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수산개혁 관련 법안, 수돗물 민영화 법안인 수도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특히 출입국 관리·난민 인정법 개정안은 사실상 이민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수도법 개정안은 수도요금을 폭등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지지율 급락은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 여당 내에서는 아베 총리의 레임덕이 일찍 시작돼 내년 전국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다음 달 초부터 해외로 떠나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1000엔(약 1만 원)의 출국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관광차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귀국길에는 출국세를 부담하게 됐다. 1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설되는 출국세는 내년 1월 7일부터 2세 이상의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부과되며 항공기와 선박으로 출국할 때 ‘국제관광여객세’라는 명목으로 받게 된다. 이런 내용이 담긴 ‘국제관광여객세법’이 4월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출국세를 항공기와 선박 티켓 요금에 추가하는 형태로 징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연간 세수입은 총 500억 엔(약 4994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이 세수입을 공항 입국심사시 안면 인증 시스템 확대, 관광시설 외국어 표기, 지역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확대 등 관광 진흥을 위한 재원으로 삼을 계획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보복운전으로 일가족 4명의 사상자를 낸 20대 운전자에게 일본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요코하마(橫濱) 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14일 고속도로 보복운전 과정에서 추돌 사고를 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시바시 가즈호(石橋和步·26)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시바시에게 적용된 ‘위험운전치사상죄’의 최고 형량(20년)에 가까운 형량이다. 사고 당시 가해 차량이 피해 차량과 직접 부딪치진 않았지만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럽게 앞으로 끼어들며 차를 세우게 한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시바시는 지난해 6월 가나가와현 도메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차 문제로 일가족 4명이 탄 승합차와 시비가 붙었다. 승합차가 먼저 출발하자 자신의 차량을 몰고 뒤쫓아 갔다. 이후 고속도로에서 4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승합차 앞에 끼어들며 위협하는 보복운전을 반복했다. 이시바시의 차에 가로막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 승합차는 고속도로 추월차로(1차로)에 멈춰 섰다. 이시바시는 승합차로 다가가 “죽고 싶냐”며 차에서 피해자를 끌어내리려 하기도 했다.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의 장녀(17)는 “사고 당시 그가 우리 차로 다가와 (뒷좌석에 있던)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리려 했다”면서 “무서워서 아버지 팔을 붙잡고 내리지 못하도록 당기며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다 2분 뒤 대형 트럭이 승합차를 덮쳐 운전자 부부(당시 45세, 39세)가 숨지고 동승한 두 딸이 다쳤다. 현장에 있던 이시바시도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장녀는 이전 공판에서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며 “본인이 기분이 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위험에 처하도록 제멋대로 하는 행동은 용서될 수 없다”며 이시바시에 대해 엄벌을 요구했다. 피고인 측은 운전하던 중이 아니라 차량을 멈춘 뒤 사고가 난 만큼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는 법리상으로는 인정될 여지가 상당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쟁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해에 의해 사고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결론지었다. 또 “생명에 대한, 극히 위험성이 높은 행위를 했고 결과도 위중했다”며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상식을 벗어난 범행”이라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시바시는 과거에도 3차례 보복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고로 졸지에 눈앞에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딸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며 ‘보복운전 처벌 강화’ 여론이 들끓었다. 증거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해 7∼9월 43만 대가 팔린 차량용 블랙박스는 사건이 알려진 뒤인 올 10∼12월 86만 대가 팔려 나갔다. 범죄의 무게에 비해 형량이 적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검찰은 10일 위험운전치사상죄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과 관련한 기물파손죄 등 혐의도 적용해 23년을 구형했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날 재판 후 “양형에 대해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의 행위가 위험운전으로 인정받은 것은 다행”이라며 “앞으로 난폭운전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방청석 정원(41석)의 17배가 넘는 700명이 몰려들 정도로 일본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NHK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선고 결과를 속보로 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다음 달 초부터 해외로 떠나는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1000엔(약 1만 원)의 출국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관광차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귀국길에는 출국세를 부담하게 됐다. 1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설되는 출국세는 내년 1월 7일부터 2세 이상의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에게 부과되며 항공기와 선박으로 출국할 때 ‘국제관광여객세’라는 명목으로 받게 된다. 이런 내용이 담긴 ‘국제관광여객세법’이 4월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출국세를 항공기와 선박 티켓 요금에 추가하는 형태로 징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연간 세수입은 총 500억 엔(약 4994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이 세수입을 공항 입국심사시 안면 인증 시스템 확대, 관광시설 외국어 표기, 지역자원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확대 등 관광 진흥을 위한 재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일본은 관광 분야를 경제성장과 지방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겠다며 외국인 관광객 수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4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 명 규모였고 올해는 재해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사상 처음 3000만 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유럽의회가 12일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찬성다수로 승인했다. 일본 측은 이미 8일 국회 비준절차를 마쳤으며 일·EU EPA는 내년 2월1일 정식으로 발효된다. 이로써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 전 세계 무역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경제권이 탄생하게 됐다. EU와 일본 간 EPA는 일본 측이 94% 품목에서, EU 측은 99% 품목에서 각각 재화에 매긴 관세를 철폐하고 투자와 서비스의 폭넓은 분야에서 자유화를 추진한다. 일본으로서는 EU에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고 유럽산 치즈와 포도주, 유명 브랜드 의류와 가방 등을 소비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EU 기업들은 연간 10억 유로(1조3000억 원 상당)의 관세 부담을 줄이고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EU가 연대해 보호주의로 기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일본과 EU가 정치와 외교, 인권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관계를 긴밀히 하는 전략적 동반자 협정(SPA)도 찬성 다수로 승인했다. 한편 일본·EU 간 EPA 비준으로 한국 제품의 유럽에서의 FTA 선점효과가 퇴색할 것이 우려된다. 일본 제품과 경쟁 관계인 한국 제품은 2011년 체결된 한·EU FTA 덕분에 유럽시장에서 관세 혜택 등을 누리며 경쟁력을 가졌으나 앞으로 이 같은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평화협정 관련 논의에 응할 수 없다고 한 러시아 외무장관 발언에 대한 일본 외무성 입장은 뭡니까.”(기자) “다음 질문 하세요.”(일본 외상)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외무성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다른 기자) “다음 질문 하세요.”(일본 외상) (중략) “왜 계속 ‘다음 질문 하세요’라고만 말합니까.”(또 다른 기자) “다음 질문 하세요.”(일본 외상)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11일 외무성에서 가진 정례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4번이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고노 외상은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체결문제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을 받자 안 들린다는 듯이 “다음 질문 하세요”를 반복했다. 통상 일본의 각료나 정치인들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코멘트할 수 없다’거나 ‘답변을 삼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노 외상은 이날 마치 질문을 받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이후 기자들로부터 “공식 기자회견 답변으로서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지적을 받자 고노 외상은 “(러시아와의) 협상 환경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만 대답했다. 이같은 태도에 대해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 반면,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은 즉시 “외무상 자격이 없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국대위원장)은 “국민 무시다.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와 다퉜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래도 무슨 말은 했었는데 그보다도 심하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10월 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후에는 기자들 앞에서 연일 한국에 대한 독설을 쏟아 부었던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10일 일본 최대 관민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JIC)’의 사장 등 민간 출신 이사 9명이 총사퇴하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JIC는 인공지능(AI) 등 일본의 차세대 먹거리 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종전 ㈜산업혁신기구에서 사명을 변경해 9월 발족한 투자회사다. 총투자액은 2조 엔으로 정부 지분이 95%다. 이 펀드의 이사 11명 가운데 정부 출신(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직한 것은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이 이들에게 연봉 5500만 엔(약 5억5000만 원)대의 보수안을 제시한 뒤 말을 바꾼 게 직접적 원인이 됐다. JIC 측은 당초 다나카 마사아키(田中正明)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 등에게 연 1500만 엔의 고정급과 최대 4000만 엔의 단기실적 연동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론이 제기되자 경제산업성은 다나카 사장에게 “보수 지급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다나카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신산업 창출이라는 이념에 공감해 모였지만 경제산업성의 자세 변화로 목적 달성이 곤란해졌다”며 흥분된 어조로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일본의 장래를 위해 우리가 가진 금융과 투자 지식을 내놓으려 했다. 당초 제시한 보수가 1엔이었더라도 이 일을 맡았을 것”이라며 “정부 고위 관리가 서면으로 약속한 계약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일본이 법치국가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다나카 사장의 기자회견 뒤 “인식의 골이 메워지지 않아 9명이 사퇴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나카 사장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부사장을 지내는 등 금융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는 사장으로 내정된 뒤 미국 벤처캐피털 대표, 전 컨설팅회사 사장, 미 스탠퍼드대 교수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인사들을 끌어 모아 이사진을 구성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개통된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은 서쪽 끝의 규슈(九州)에서 북단의 홋카이도(北海道)까지를 연결하며 육상교통의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 ‘무사고 안전신화’를 자랑하며 일본의 자존심 역할을 해왔다. 이때 ‘무사고’란 객차 내 승객 난동이나 대형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아닌 신칸센 사업자 측에 온전히 책임이 있는 탈선(脫線) 사고 같은 대형 인재(人災)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 신화의 비결은 오랜 기간 쌓아온 자동설비 시스템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운영, 그리고 훈련 시스템에 있다. 고속철도는 차량과 운행 시스템, 노선 등의 구조물이 일체화돼야 안전성이 확보된다. 신칸센은 열차 운행 상황을 중앙에서 파악하는 열차집중제어장치를 도입해 신호설비를 원격제어한다. 열차에는 속도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돼 각종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지진에 대처하기 위해 초기 미동 탐지기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차량 운행부터 관리, 점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매뉴얼을 갖춰 놓고 그에 따라 대처한다. 모든 설비와 시스템은 도쿄에 설치된 ‘종합지령소’에서 총괄 관리된다. 이곳에서 열차의 운행 상황과 설비 가동 상황 등의 관리를 종합해 안전하고 안정된 수송 시스템을 확보한다. 가령 달리는 열차 안에서 누군가 긴급정지버튼을 누르면 즉시 열차 운행을 중지하고 현장과 연락을 취해 안전을 점검한 뒤 재운행하도록 조치한다. 각 계통 체계가 연계돼 움직이며 가장 안전하고 신속하게 열차 배치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길을 찾는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일본철도(JR) 3사는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1999년 도쿄 지령소의 백업 시설 기능을 가진 제2 지령소를 오사카(大阪)에 설치했다. 도쿄의 종합지령소가 지진 등의 재해로 기능 장애에 빠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신칸센이 사고 대응이나 예방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것은 승객 안전이다. 승객들도 ‘안전 제일주의’ 정신에 따라 상당한 불편을 불평 없이 감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본 본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카이도 신칸센 특성상 어느 한 지점에서 열차에 뛰어드는 자살사고 등이 일어나면 원래의 안전한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전체 구간의 운행이 몇 시간 중단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이달 중 확정할 예정인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 2019∼2023년 방위비 예산 총액을 27조 엔(약 270조 원)으로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직전 중기방위력 정비계획(2014∼2018년)의 24조6700억 엔보다 2조3300억 엔이 늘어난 액수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무기 도입비 증가,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향상 등을 이유로 방위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해외 유상군사원조(FMS)’ 방식으로 구입하는 대형 무기 도입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9년도 FMS 방식의 무기 구입액은 6917억 엔으로 10년 전에 비해 10배로 늘었고 2018년보다도 약 7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미 도입을 결정한 미 공군의 F-35A 전투기 42대(약 6000억 엔·30년간 운용유지비를 포함하면 약 1조3000억 엔)에 더해 추가로 70∼100대의 F-35기를 구입할 방침이다. 육상 배치형 요격미사일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도입도 결정돼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신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 정권의 ‘바이 아메리칸’에 밀려 일본의 방위산업은 곤경에 처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다. 트럼프의 예봉을 피하려면 미국제 무기 대량 구입으로 어필하면서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번 방위비 총액을 내놓을 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을 적용한 새로운 액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NATO 기준에 따르면 군인연금 등도 방위비에 포함돼 총액이 커진다. 가령 2018년도 일본의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9%이지만 NATO 기준으로 계산하면 1.2%가 된다. 일본은 지금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1% 이내로 억제해 왔다. 신문은 “향후 5년간 방위예산도 NATO 기준으로 하면 10조 엔 이상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비품 구입의 전체상을 드러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만찬 날(1일) 벌어진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 고위 경영진 체포를 미국 백악관이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을 앞두고 중국 기술기업을 정조준한 또 다른 전선을 준비해온 셈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 시간)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후계자로 거론되는,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의 체포 계획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들어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당국은 미국 측의 송환 요청을 받고 아르헨티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1일 밴쿠버 공항에서 환승 중인 멍 부회장을 전격 체포했다. 미 법무부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잡고 멍 부회장의 체포와 송환을 캐나다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화웨이 거래 은행인 HSBC의 감사관이 화웨이 계좌에서 수상한 거래를 포착해 뉴욕 검찰에 알렸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체포 계획을 미리 알았느냐’는 질문엔 “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법무부에서 온 것인데 이런 종류의 일은 자주 있다. 대통령에게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 주석은 만찬 직전 멍 부회장이 체포된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만찬 때 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중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T는 중국이 멍 부회장 체포를 만찬 자리에서 따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시 주석이 무역분쟁 해결에 집중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멍 부회장 체포의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 기업들이 빼돌린 미국의 지식재산을 이용하는 것을 크게 우려해왔다. 이번 체포 건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화웨이는 우리가 우려해온 회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합의한 협상의 주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플레밍 밀러앤드셰벌리어 무역 및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는 WSJ에 “(멍 부회장 체포는) 법무부가 중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과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며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멍 부회장 체포로 미중 협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의 회담이 아주 잘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 정부는 8월 안전보장 문제를 들어 정부기관의 화웨이나 ZTE 제품 사용을 금지했으며 동맹국들에도 자국의 방침에 동조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7일 일본이 정부 부처와 자위대 등이 사용하는 정보통신 기기에서 화웨이나 ZTE의 제품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2050년에는 면역요법을 통해 대부분의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本庶佑·76) 일본 교토(京都)대 특별교수가 이렇게 자신했다. 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전날(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류가 언제쯤 암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암 환자에 대한 면역치료 시 ‘PD1’이라는 단백질이 치료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암 치료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암 치료약 ‘옵디보’ 탄생으로 이어졌다. 부작용이 큰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와 달리 인간이 본래 가진 면역력으로 암에 대항한다는 점은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받았다. 혼조 교수는 “이 발견 이후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환자가 암을 극복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치료법 개발과 치료 등에) 관여하고 있다”며 “증식을 억제하면서 암과 공존하는 형태의 암 치료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혼조 교수는 이날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사인에 ‘유지의성(有志意成)’이라고 적었다. 회견에선 이 말을 쓴 이유에 대해 “뜻을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실현된다는 의미로 나의 신조”라며 “이 단어로 고난이 닥쳤을 때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달 교토대에 설치한 젊은 연구자들의 지원하기 위한 기금도 이 단어에서 따서 ‘혼조다스쿠 유지기금’이라 이름 붙였다. 혼조 교수는 노벨상 수상으로 받을 상금에 대해 “교토대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기금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무역전쟁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패권 경쟁’ 양상을 띠면서 ‘중립지대에 있는 큰 나라’ 인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파워게임이 벌어졌다. 미국 일본 인도 정상은 지난달 30일 G20 개최를 계기로 첫 3자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자리에 앉아 지속가능한 발전, 대테러 대응, 사이버 보안 등 여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협력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과 일본에 인도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기본적 가치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호국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 대해 최대 700억 달러(약 80조 원)의 인프라 지원을 표명했다. 이 구상안에 인도를 합류시키면 경제적 군사적으로 중국을 강하게 견제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2일 “인도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미국 일본과의 3국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에 미국 일본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3국 정상회담에서 3국의 머리글자 ‘JAI’(Japan, America, India)가 힌디어로 ‘성공’을 뜻한다고 설명하며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G20 회의에서 과감한 미국 견제 행보를 했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비공개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겨냥해 “WTO 원칙에 반하는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중국 러시아 인도 3국의 비공식 정상회담은 2006년 이래 처음 열린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회담 정례화를 제안했고 시 주석과 모디 총리도 동의했다. 냉전시대 동서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며 비동맹국가의 맹주를 자임해온 인도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인도의 존재감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과 중국이 인도에 동시에 구애한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의 조정자로 나설 만큼 군사·경제적 파워를 가진 나라는 현재로선 인도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도는 중국 경제가 한풀 꺾여가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신흥 경제국으로 평가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의 오래된 부정적 이미지’인 부패를 상당 부분 걷어내고 화폐 및 조세 개혁을 단행하면서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을 7.3%까지 끌어올렸다. 내년 성장률도 7.5%로 전망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는 날선 무역전쟁을 벌이면서도, 인도에는 관세 인상 유예를 제시하는 등 친화적 태도를 견지했다. 인도의 광활한 소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미국은 지난달 인도가 러시아제 휴대용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15억 달러(약 1조6940억 원)어치 구매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강하게 반발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매한 인도에도 제3국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역할 때문에 눈감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와 오랜 앙숙 관계인 중국도 미국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선택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는 4000km에 이르는 인도와의 국경지대에서 인도와 적잖은 마찰과 갈등을 빚었으나 올해부터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협력 체제로 돌아섰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10월 30일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 관계는 가히 빙하기를 맞고 있다. 특히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의 반응이 갈수록 공격적이고 자극적이다.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 “양국 관계 유지도 어렵다” 등의 감정적 언사를 쏟아낸다. 과거 한일 관계에서 반감이 폭발한 쪽은 주로 한국이었다. 교과서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전쟁 강제동원 부정 등의 일본 측 발언이 나올 때마다 한국에서는 망언(妄言), 적반하장(賊反荷杖) 등의 대(對)일본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일본 정부 당국자가 앞장서서 ‘폭거’ 같은 비외교적 언어를 구사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 점에서 고노 외상의 이번 언행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일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당국자의 태도로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일본 정치인 중 지한파다. 과거 한국인 출신 비서를 채용해 한국을 공부하기도 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10월 8일)을 계기로 한국과의 문화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전문가 모임을 주관하며 바쁜 가운데서도 모든 회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다. 회의가 그의 외유 일정에 맞춰 열렸을 정도다. 그렇게 정성을 기울였건만, 상황이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데 따른 ‘실망감’이 분노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민간 청구권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보상 책임은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청구권 자금을 수령한 한국 정부에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일본인들은 100을 전달하려면 50만 말한다. 나머지는 상대가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100을 전달하려면 200을 말한다. 결국 일본이 한국에 100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150, 200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에는 한국과의 의사소통과 관련해 이런 말이 내려온다. 고노 외상의 요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인다. 문제는 그 고강도 발언이 거꾸로 한국인의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한국 정부가 대처할 여지를 빼앗는다는 점이다. 아니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인 걸까. 대법원 판결 이후 고노 외상뿐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두둔하던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화를 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그들은 “판결문은 지난 세기 한일 간의 역사를 뒤집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답답해하고, 한국이 ‘미래지향’을 강조하지만 실제 행동은 과거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말한다. 답답하던 차에 시야가 넓어지는 의견을 만났다. 독일 통일 당시 유럽 특파원으로 현장을 지켰던 일본의 원로 언론인은 사석에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려는 한반도의 큰 흐름 속에서 공동의 적(敵)은 일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이 가까워질수록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반일이 부각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에 따르면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민족주의는 고양됐다. 특히 서독인들이 ‘경제적 격차’가 있는 동독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민족주의라는 촉매가 불가결했다. 한국도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를 되살리려면 한반도 분단 이전의 역사,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제국주의를 계속해서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그의 결론은 “독일의 경우처럼 이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일본은 이웃나라의 통일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이 정도로 전략적 사고를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아니면 어쩌나.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사고에 의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얻었을 이익, 즉 ‘일실(逸失)이익’에 대한 배상을 피해자 측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피해자가 몇 살까지 수익을 얻었을지 계산할 때 적용되는 ‘가동 가능 기간’이다. 일본 법원의 판례를 보면 1980년대부터 가동 가능 기간은 원칙적으로 18세에서 67세까지로 잡고 있다. 이는 정년(停年)보다는 당시의 평균수명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986년 6월 의료사고로 중증 뇌성마비를 얻게 된 소년의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도쿄 고등재판소는 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7세까지 일했을 경우를 상정해 계산한 일실이익과 평균수명(68세)까지의 간병비 등의 명목으로 총 1억2035만 엔(약 11억9000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1988년 6월 최고재판소도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 소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통상 일할 수 있는 67세까지’의 일실이익을 인정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변호사들은 가동 가능 기간을 18세부터 67세로 잡고 있다. 대개 사망자의 연간 기초수입에서 연간 생활비를 뺀 뒤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일할 수 있었던 ‘가동 가능 기간’을 곱하고, 일시불로 받는 데 따른 이자를 제하는 등의 계산을 거친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높은 벽과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도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상대로 우리는 언제까지고 계란을 던지겠다.”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77) 공동대표는 29일 대법원의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승소 판결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카하시 씨의 말대로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30일 옛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 판결이 내려졌지만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나서 기업들에 개별 배상이나 화해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 측이 벌이고 있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일한 청구권협정과 이에 관한 일본 정부의 견해, 일본의 확정 판결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항의했다. 우리 외교부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청사로 불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 고위 관계자들의 최근 과격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한일 정부가 같은 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피해자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이달 12일 신일철주금 일본 본사를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일본 측이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면 국내에 있는 일본 기업의 재산을 국내 법원을 통해 강제 집행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제 집행이 되더라도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이 계속 거부하면 법 절차상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마루 소속 김세은 변호사는 “대상 기업들과 대리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강제 집행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