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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인 A 씨는 BMW와 페라리 자동차를 한 대씩 소유하고 있다. 두 차량의 시세는 3억86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A 씨는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A 씨 같은 건강보험 ‘무임승차자’가 전국적으로 1만5000명을 넘는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피부양자 가운데 4000만 원이 넘는 차량을 보유한 사람은 1만5401명이다. 이 중 84%인 1만2958명은 수입차를 갖고 있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금액 이상인 피부양자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피부양자의 재산을 따질 때 전·월세금과 자동차는 고려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는 토지와 주택뿐만 아니라 전·월세금과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부과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지가에 따른 건보료 부과 체계도 집값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공시지가가 일률적으로 30%씩 오를 경우 서울의 평균 건보료 인상폭은 17.31%다. 반면 집값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천은 건보료가 평균 38.47%, 대전은 37.0% 오른다. 이는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시 재산이 적은 구간은 등급이 촘촘하게 나뉘어 있어 재산이 조금만 많아져도 한번에 여러 등급이 뛰는 반면 재산이 많은 구간의 등급 폭은 넓게 설정된 탓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 씨는 올해 8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일용근로자 가입 안내장’을 받았다. 황 씨 가게에서 일했던 일용직 근로자 4명을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동시에 밀린 보험료 약 110만 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황 씨는 “해당 일용직 아주머니들은 일을 그만둬 이제 가게에 나오지 않는다”며 “일용근로자들이 원하지 않아 연금 가입을 안 했는데 이제 와서 사업주에게 보험료 전액을 내라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연금공단이 일용근로자의 연금 가입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인력 이동이 잦은 외식업이나 건설 현장에서는 그만둔 일용근로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까지 사업주가 떠안는 사례가 적지 않다. 18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금공단이 연금 가입 대상인 일용근로자를 찾아내 소급 부과한 금액은 2016년 268억9200만 원에서 2017년 639억9200만 원으로 1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8월 말 기준 446억8000만 원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부과하는 소급액은 9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소급 부과한 일용근로자 수도 2016년 20만4300명에서 2017년 40만100명으로 2배로 늘었다. 현행법상 일용근로자라도 해당 사업장에서 8일 이상 근무하면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가 된다. 연금공단은 2015년 10월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가입 대상인 일용근로자를 가려내 사업주에게 통보하고 있다. 이후 사업주의 소명이 없으면 연금공단은 직권으로 일용직을 사업장가입자에 포함시키고 그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를 부과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월급여의 4.5%씩 각각 부담한다. 사업주는 급여에서 근로자의 몫을 미리 공제해 연금공단에 납부한다. 이에 따라 연금공단 측은 소급 부과된 보험료 전액(월 급여의 9%)을 일단 사업주에게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업주가 당초 근로자를 연금에 가입시키고 제때 월급에서 보험료를 공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자영업자들은 억울하게 보험료를 뒤집어쓴다고 반발한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일용직들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본인들 월급에서 떼면 일을 안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자영업자들에게 보험료를 떠넘기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자영업자가 이미 퇴사한 일용직에게 뒤늦게 보험료를 내라고 하기 어려워 9%를 모두 떠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개편을 앞둔 연금공단이 보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가입자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소급 부과 안내를 받고 항의하자 연금공단 담당자는 ‘일단 적발된 내용을 빨리 처리하라는 내부 압박이 크니 전체 근무기간이 아닌 한 달 치만 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사업주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급 부과가 불가피할 경우 사업주 부담을 완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연금공단 측은 “일용직 등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소급 부과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영세사업장은 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제도’ 등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연금에 가입해 달라”고 설명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내 암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좋은 죽음’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환자들이 죽음에 직면할 때 자기 자신보다 남겨진 가족을 먼저 걱정하는 것이다. 10일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암 치료 중인 환자와 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좋은 죽음’에 대해 설문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환자 1001명 가운데 27.7%가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지 않기’를 선택했다. 이어 △가족 등 소중한 사람과 같이하기(24.5%) △주변 정리를 잘 마무리하기(18.8%) 순이었다. 환자 2명 가운데 1명은 죽음을 준비할 때 가족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셈이다. 환자 가족과 일반인 그룹에서도 죽음과 마주할 때 가족과 관련된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런 연구 결과는 외국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통증으로부터의 해방 △영적인 안녕 상태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같은 동양 문화권인 일본도 △신체적 정신적 편안함 △원하는 곳에서 임종 등을 좋은 죽음으로 선택했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족 중심적 사고방식이 죽음에 대한 견해에도 영향을 준 결과”라며 “다른 선진국에서는 본인이 겪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가족 내에서 자신의 부재,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을 먼저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죽음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도 점차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좋은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기’를 1순위로 답한 비율은 2004년 27.8%에서 2016년 22.4%로 5.4%포인트 줄었다. 반면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은 2004년 8.3%에서 2016년 13.5%로 5.2%포인트 늘었다. ‘지금까지의 삶이 의미 있게 기억되기’는 같은 기간 2.7%에서 12.1%로 크게 높아졌다. 윤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가 ‘좋은 죽음’에 대해 의학뿐 아니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각 분야의 다양한 연구를 거쳐 △익숙한 환경 △존엄과 존경 유지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 없이 죽어가기 등 4가지를 ‘좋은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윤 교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좋은 죽음의 기준을 만들고, 해당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죽음과 관련한 의료 복지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음주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초등학교 졸업 전에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부모나 친척의 권유로 술을 처음 접했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의 음주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 음주조장환경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국 중고교생 1045명 중 633명(60.6%)이 ‘살면서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음주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고등학생과 중학생 중 최근 한 달 안에 술을 마신 경우는 각각 21%, 8.3%였다. 술을 마셔본 학생들의 최초 음주 시기는 △중학교(41.1%) △초등학교(29.2%) △고등학교(17.9%) △초등학교 입학 전(11.8%) 순이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게 막아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청소년의 음주를 권했다. 가장 최근에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부모나 친척 등 어른들이 권해서’라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호기심으로(24.5%) △기분 좋게 놀려고(23.4%) △술인지 모르고(6%) 등이었다. 음주와 관련한 부모의 행동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로부터 음주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최근 한 달 안에 술을 마셨을 가능성이 2.3배 높았다. 또 부모가 한 달 안에 술을 마셨을 경우 같은 기간 청소년이 술을 마실 확률을 약 2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들이 술을 얻은 경로는 △편의점 등 소매점(13.8%) △본인 또는 친구 집(11.1%) △식당·주점(9.2%) 순이었다. 윤 의원은 “현재 중고등학교에 집중된 음주 예방 교육을 아동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도 부모가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누구나 한 번쯤은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 시간이나 휴일에 갑자기 비상약이 필요해 안절부절못한 경험이 있다. 2012년 말부터 24시간 편의점에서 손쉽게 상비약을 구할 수 있어 이런 불편은 줄었다. 하지만 국내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은 고작 13개. 판매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6년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 2일 오후 1시경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한 편의점. 인근 회사에 다니는 임모 씨(46)가 감기약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임 씨는 “오전에 갑자기 몸살 기운이 느껴져 점심시간을 이용해 약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에 약국이 없어 급하게 비상약이 필요할 때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역마다 약국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약국이 없거나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휴일에는 비상약을 구하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 설령 편의점이 가까이 있다 해도 그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13개 품목에 불과하다. 늦은 밤 가벼운 상처가 나 치료를 하려 해도 무조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약사회의 눈치만 살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근처에만 다닥다닥 몰린 약국 탄현면 축현리는 면소재지로 초·중학교와 농협, 마트 등이 몰려 있다. 파주국가산업단지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359호선이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 유동인구가 많지만 정작 약국은 없다. 10여 년 전 약국 하나가 생겼지만 2년 만에 폐업했다. 80세가 넘는 어르신이 운영하던 동네 약국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면사무소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약국은 4.2km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약 8분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 시간에 한 번 지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에겐 동네 중심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사실상 약국이다. 지금과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약을, 농번기에는 파스를 이곳에서 구입한다. 심영식 축현2리 이장은 “편의점이 없을 때는 멀리 장보러 나갈 때마다 비상약을 한 움큼씩 사왔다”며 “급하게 소화제나 진통제가 필요할 때 편의점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탄현면에 위치한 산업단지 내에도 약국이 없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탄현일반산업단지의 경우 약국이 3.5km가량 떨어져 있어 산업단지 입구에 있는 편의점이 유일하게 비상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편의점 판매 의약품 확대 요구 높아 정부는 2012년 말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공급액은 2013년 153억 원에서 2015년 235억 원, 지난해 329억 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늦은 밤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출퇴근시간에 문을 열지 않는 약국이 많아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상비약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부문 13개 품목이 전부다. 미국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약이 약 3만 개, 일본은 2000개 수준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때 특정 성분을 기준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품별로 따지기 때문에 허용범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 편리를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파는 약 종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올해 8월 17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8%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했으면 하는 품목은 제산제(위산 과다증이나 위궤양 치료제), 지사제(설사약), 포비돈액(소독약), 화상연고 순이었다.○ 약사회 반발에 손놓은 정부 보건복지부는 2012년 편의점 상비약 제도를 시행하며 “소비자들의 약 사용 실태를 점검해 시행 1년 뒤 품목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태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것 외에 3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6년 7월 정부 합동 ‘서비스경제발전전략’ 회의에서 안전상비약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제야 품목 조정을 시작했다. 정부는 2017년 3월 △대한의학회(2명) △대한약학회(2명) △시민사회단체(2명) △보건사회연구원(1명) △언론(1명) △대한약사회(1명) △편의점산업협회(1명) 등 총 10명이 참여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상비약 품목 조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6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단 한 개의 품목도 추가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5차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약사회 측 위원의 자해소동으로 합의가 무산됐다. 올해 8월 8일 열린 6차 회의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지만 상비약의 안전성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약사회의 주장에 품목 추가를 확정하지 못했다. 약사회는 이미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타이레놀을 두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등 위원회 차원에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신현호 변호사(시민사회단체 몫)는 “상비약 품목 확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추진하면 되는 사안”이라며 “더 이상 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비약 품목 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위원회 뒤로 숨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위원회가 원만히 합의를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파주=김철중 기자 tnf@donga.com}
2일 오후 1시경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한 편의점. 인근 회사에 다니는 임 모씨(46)가 감기약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임 씨는 “오전에 갑자기 몸살기운이 느껴져 점심시간을 이용해 약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에 약국이 없어 급하게 비상약이 필요할 때 편의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역마다 약국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약국이 없거나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나 휴일에는 비상약을 구하기 힘든 곳이 적지 않다. 설령 편의점이 가까이 있다 해도 그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13개 품목에 불과하다. 늦은 밤 가벼운 상처가 나 치료를 하려 해도 무조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 품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약사회의 눈치만 살핀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근처에만 다닥다닥 몰린 약국 탄현면 축현리는 면소재지로 초·중학교와 농협, 마트 등이 몰려있다. 파주국가산업단지로 이어지는 359번 지방도로가 동네 한 가운데를 지나 유동인구가 많지만 정작 약국은 없다. 10여 년 전 약국 하나가 생겼지만 2년 만에 폐업했다. 80세가 넘는 어르신이 운영하던 동네 약방도 지난해 문을 닫았다. 면사무소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약국은 4.2km 떨어져 있다. 승용차로 약 8분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한 시간에 한 번 지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에겐 동네 중심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 사실상 약국이다. 지금과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약을, 농번기에는 파스를 이곳에서 구입한다. 심영식 축현2리 이장은 “편의점이 없을 때는 멀리 장보러 나갈 때마다 비상약을 한 움큼씩 사왔다”며 “급하게 소화제나 진통제가 필요할 때 편의점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탄현면에 위치한 산업단지 내에도 약국이 없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탄현일반산업단지의 경우 약국이 3.5km 가량 떨어져 있어 산업단지 입구에 있는 편의점이 유일하게 비상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편의점 판매 의약품 확대 요구 높아 정부는 2012년 말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공급액은 2013년 153억 원에서 2015년 235억 원, 지난해 329억 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늦은 밤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에 문을 열지 않는 약국들이 많아 편의점에서 약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상비약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부문, 13개 품목이 전부다. 미국은 슈퍼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약이 약 3만 개, 일본은 2000개 수준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때 특정 성분을 기준으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품별로 따지기 때문에 허용범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 편리를 위해서는 편의점에서 파는 약 종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올해 8월 17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8%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했으면 하는 품목은 제산제(위산 과다증이나 위궤양 치료제), 지사제(설사약), 포비돈 액(소독약), 화상연고 순이었다.● 약사회 반발에 손놓은 정부 보건복지부는 2012년 편의점 상비약 제도를 시행하며 “소비자들의 약 사용 실태를 점검해 시행 1년 뒤 품목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 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태 연구 보고서를 내놓은 것 이외에 3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16년 7월 정부 합동 ‘서비스경제발전전략’ 회의에서 안전상비약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제야 품목 조정을 시작했다. 정부는 2017년 3월 △대한의학회(2명) △대한약학회(2명) △시민사회단체(2명) △보건사회연구원(1명) △언론(1명) △대한약사회(1명) △편의점산업협회(1명) 등 총 10명이 참여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상비약 품목 조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재까지 6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단 한 개의 품목도 추가하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5차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당시 약사회 측 위원의 자해소동으로 합의가 무산됐다. 올해 8월 8일 열린 6차 회의에서는 일부 품목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지만 상비약의 안전성 기준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약사회의 주장에 품목 추가를 확정하지 못했다. 약사회는 이미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타이레놀을 두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등 위원회 차원에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신현호 변호사(시민사회단체 몫)는 “상비약 품목 확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추진하면 되는 사안”이라며 “더 이상 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비약 품목 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위원회 뒤로 숨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위원회가 원만한 합의를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주=김철중기자 tnf@donga.com}
상수도 배관 관련 업체인 A사는 소리를 통해 배관의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센서를 실제 사업 현장에 적용하려는 곳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한국수자원공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상수도 시설과 대형 연구시설을 A업체에 제공해 기술을 검증하도록 지원했다. 수자원공사가 과거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물 관리 분야의 혁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1967년 창사 이래 51년 동안 댐과 광역상수도 등을 관리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1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32개 기업이 각자의 물 산업 관련 기술을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테스트베드(시험환경)에 적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수자원공사는 국내 물 관리 공기업 최초로 전국의 댐과 수도시설 101곳, 연구 관련 인프라시설 10곳을 개방하는 ‘오픈 플랫폼’ 정책을 도입했다. 신기술이 있어도 기술을 검증하거나 실적을 쌓을 기회가 없는 중소기업에는 큰 기회인 셈이다.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인 ‘K-water 창업보육센터’에도 현재 20개사가 참여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2022년까지 중소·벤처기업 140개사를 지원해 청년 일자리 1만2000개를 만들 계획이다. 물 산업 육성은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향한 첫걸음’의 한 축이다. 정부는 물 관련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 ‘물 관리 기술 발전 및 물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는 물 산업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인 아시아 최대 물 협의체 ‘아시아물위원회(AWC)’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한편 국내 유망 기업들과 ‘스마트 물 관리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올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주로 담당해 온 ‘물 확보’ 이외에 ‘수질 관리’ 분야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과거에는 홍수나 녹조 등 자연 현상에 따른 사후 대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댐과 보의 시설관리자로 수질 관리에 힘을 쏟기로 했다. 또 홍수와 가뭄 등 수해와 관련된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수집할 수자원 중형위성을 2025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4대강 보 개방과 관련해서도 철저한 모니터링과 과학적인 분석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처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한강, 금강·영산강·섬진강, 낙동강 등 3개 권역별로 ‘상생협력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생협력위원회는 수자원 사업 진행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단체와 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다. 광역과 지방상수도를 계획 수립 단계부터 통합 관리해 중복 투자를 막고 낭비 없는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학수 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통합 물 관리 실행추진단’ 발족식에서 “물 관리 전문기관으로서 4대강 사업의 여러 문제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깊이 반성한다”며 “24년 만에 이뤄진 물 관리 일원화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물 환경 조성과 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국민들이 자신의 노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 안정’이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세계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건강’보다 ‘가난’이 더 두려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7년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3%가 노후에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경제적 안정 및 여유’를 꼽았다. 이어 △건강(38.0%) △일자리(6.9%) △이웃·친구 등의 관계(6.0%) 순이었다. 2016년 조사에서는 ‘건강’을 1순위로 꼽은 사람이 48.3%로 가장 많았으나 1년 만에 10.3%포인트나 줄면서 두 번째로 밀려났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자신의 노후에 닥칠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60대 이상에선 ‘경제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꼽은 비율이 33.1%였으나 40대는 40.9%, 30대는 42.0%, 20대는 43.8%로 그 비율이 늘어났다. 젊을수록 건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강보다는 향후 경제적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몸이 건강하다면 최대한 일하고 싶은 나이’를 묻자 평균 72.9세였다. 2016년 조사 때(평균 68.5세)보다 1년 만에 4.4세나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노인들은 재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발표한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1000명 가운데 ‘나이 제한으로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6%로 절반이 넘었다. 나이가 많아 보수나 업무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은 44.3%, 노인에게 적합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없었다는 응답은 48.1%였다.김철중 tnf@donga.com·김자현 기자}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별도의 정부 조직이 생긴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다음 달 광주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이하 야생질본)’ 건물이 준공된다. 야생질본은 올해 안에 조직과 내부 설비를 갖춘 뒤 내년에 정식 출범한다. 이는 인간과 가축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어 야생동물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치명적인 질병은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변이돼 발생했다. 또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야생동물을 관리하려면 국제적 공조가 중요한 만큼 전담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 2016년 철새에서 2개 유형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검출된 이후 국경을 넘나드는 야생조류 관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게 대표적 사례다. 올해 세계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자 유럽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로 꼽히는 야생멧돼지의 국경 이동을 막기 위해 펜스 설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사람은 ‘질병관리본부’가, 가축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담당하지만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별도 조직은 없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의 생물안전연구팀이 야생동물 관련 업무를 간접 지원하고 있지만 팀장을 포함해 17명이 전부여서 국내 야생동물을 관리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정원화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사실상 모든 인원이 AI에 매달려 있어 다른 야생동물은 사각지대에 있다”며 “중국 등 주변국과의 국제 공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생질본이 출범하면 철새나 멧돼지 등 감염병의 주요 매개체가 되는 야생동물에 대한 사전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현재 조류나 멧돼지 위주로 진행하는 표적 감시(포획, 배설물 채취)를 40종의 질병을 유발하는 야생동물로 확대할 예정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최근 남성 육아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근무 여건이 좋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만 몰려있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성 근로자는 1만4735명으로 전년(9681명)에 비해 5054명(52.2%)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자들의 소속 사업장별 비율은 대기업 53%, 중소기업 29%, 공공기관 18% 순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가운데 7명은 상대적으로 사내 복지 수준이 높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셈이다. 임금별로도 저임금자보다 고임금 근로자의 증가 폭이 컸다. 통상임금 기준 150만 원 미만 구간의 남성 육아휴직자(공무원 제외)는 전년 대비 16.4%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300만∼349만 원은 89.3%, 350만 원 이상은 76.9% 급증했다. 여성 육아휴직자는 2016년 10만9194명에서 2017년 10만4293명으로 4901명(4.5%) 줄었다. 사업장 형태와 근로소득에 따른 ‘양극화’ 현상도 남성과 비슷했다. 통상임금 150만 원 미만 구간의 여성 육아휴직자는 2016년 대비 지난해 23.8% 줄었지만 350만 원 이상 임금을 받는 여성 육아휴직자는 전년보다 8.8% 늘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대체 휴일을 포함해 닷새 동안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면 ‘연휴 후유증’을 겪기 마련이다. 흐트러진 생활 패턴을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푸짐한 명절 음식으로 늘어난 체중과 뱃살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특히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아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치솟게 할 위험이 크다. 과도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만큼 하루 빨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나쁜’ 콜레스테롤 혈관 좁히는 주범 콜레스테롤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오해다. 콜레스테롤은 부신피질호르몬과 성(性)호르몬, 세포를 만드는 필수 지방질 중 하나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콜레스테롤은 정상적인 경우 몸 안에서 거의 합성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지방과 단백질이 합쳐진 지단백질 형태로 혈액 속을 돌아다닌다. 지단백질은 저밀도(LDL)와 고밀도(HDL)로 나뉜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혈관이나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HDL은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보내 분해되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LDL이 증가하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지고 피의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HDL이 증가하면 몸속에 불필요하게 남은 콜레스테롤을 줄인다. 이 때문에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240 이상 △LDL 콜레스테롤 160 이상 △중성지방 200 이상 △HDL 콜레스테롤 40 미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으로 판단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관 벽이 굳어지고 좁아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체내 콜레스테롤은 이런 증세의 진행 속도를 높인다. 남성은 45세 이상, 여성은 55세 이상이면 콜레스테롤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또 부모나 형제·자매 중 남성은 55세 미만, 여성은 65세 미만에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 흡연자라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집중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 최동훈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은 “총콜레스테롤 200인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260이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300까지 올라가면 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식이·운동 요법 안 되면 약물 치료해야 높아진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식단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나 돼지의 내장류, 우유·계란 등 각종 낙농제품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대표적 음식이다.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음식도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추므로 멀리해야 한다. 반면 채소류와 곡식류 등 농작물과 생선, 해초류, 조개 등 해산물은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적다. 요리할 때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가 있는 동물성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콩기름 참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는 리놀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다만 식물성이라도 오래되면 불포화지방산이 저절로 포화지방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한 뒤 오래 두지 말고 신선할 때 먹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으려면 일주일에 약 1400Cal를 소모하는 운동(약 3∼4시간)을 해야 한다. 힘을 쓰는 운동보다 빨리 걷거나 가벼운 달리기,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식단을 관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콜레스테롤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운동선수처럼 운동과 식사 조절을 철저히 하는 사람 중에도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번 이상 심장질환을 겪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증상이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LDL 수치를 7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대체 휴일을 포함해 닷새 동안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려면 ‘연휴 후유증’을 겪기 마련이다. 흐트러진 생활 패턴을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푸짐한 명절 음식으로 늘어난 체중과 뱃살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특히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아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치솟게 할 위험이 크다. 과도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만큼 하루 빨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나쁜’ 콜레스테롤 혈관 좁히는 주범 콜레스테롤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오해다. 콜레스테롤은 부신피질호르몬과 성(性)호르몬, 세포를 만드는 필수 지방질 중 하나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콜레스테롤은 정상적인 경우 몸 안에서 거의 합성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지방과 단백질이 합쳐진 지단백질 형태로 혈액 속을 돌아다닌다. 지단백질은 저밀도(LDL)와 고밀도(HDL)로 나뉜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혈관이나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HDL은 콜레스테롤을 다시 간으로 보내 분해되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LDL이 증가하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지고 피의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HDL이 증가하면 몸속에 불필요하게 남은 콜레스테롤을 줄인다. 이 때문에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 HDL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240 이상 △LDL 콜레스테롤 160 이상 △중성지방 200 이상 △HDL 40 미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으로 판단한다.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어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관 벽이 굳어지고 좁아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체내 콜레스테롤은 이런 증세의 진행 속도를 높인다. 남성은 45세 이상, 여성은 55세 이상이면 콜레스테롤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또 부모나 형제·자매 중 남성은 55세 미만, 여성은 65세 미만에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환자, 흡연자라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집중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 최동훈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은 “총콜레스테롤 200인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260이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300까지 올라가면 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식이·운동 요법 안 되면 약물 치료해야 높아진 콜레스테롤을 낮추려면 식단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나 돼지의 내장류, 우유·계란 등 각종 낙농제품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대표적 음식이다.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음식도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추므로 멀리해야 한다. 반면 채소류와 곡식류 등 농작물과 생선, 해초류, 조개 등 해산물은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적다. 요리할 때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가 있는 동물성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콩기름 참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는 리놀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다만 식물성이라도 오래되면 불포화지방산이 저절로 포화지방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한 뒤 오래 두지 말고 신선할 때 먹는 게 좋다.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으려면 일주일에 약 1400Cal를 소모하는 운동(약 3~4시간)을 해야 한다. 힘을 쓰는 운동보다 빨리 걷거나 가벼운 달리기,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식단을 관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데도 콜레스테롤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운동선수처럼 운동과 식사 조절을 철저히 하는 사람 중에도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의사의 진단에 따라 약물 치료를 하기도 한다.이철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한번 이상 심장질환을 겪은 환자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증상이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LDL 수치를 7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질환 중 환자를 보살피는 데 정신적, 물질적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바로 ‘치매’입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 제럴드 셸렌버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사진)는 “치매 환자의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막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치매 진단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통하는 셸렌버그 교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치매 연구를 하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ADGC)’을 총괄하고 있다. 셸렌버그 교수는 “현대 의학에선 암이나 심장병도 치유할 수 있지만 치매는 아직까지 증상 완화제밖에 없다”며 “치매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려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고, 증상의 발현을 늦추거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ADGC의 설립 목적은 치매와 관련한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현재까지 ADGC가 확보한 유전체는 약 3만5000명분에 달한다. 셸렌버그 교수는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로 치매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면 어떤 유전자 변이가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방한한 것도 치매와 관련해 한국인의 유전체 정보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ADGC는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과 공동연구를 위해 미국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5년간 120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뇌 연구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발표한 이후 치매 연구비 지원을 크게 늘렸다. ADGC와 공동연구에 나설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이건호 교수팀은 지난해 65세 이상 남녀 1500여 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토대로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뇌 영상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한 치매 예측 의료기기를 개발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았다. 셸렌버그 교수는 국내 연구진이 확보한 데이터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MRI는 물론이고 진단, 치료 과정의 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어 다각적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DGC는 앞으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와 치매 관련 유전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연구에 나설 예정이다. 셸렌버그 교수는 “인간이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치매는 뇌와 관련한 복잡한 체계를 이해해야 하는 만큼 장기간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평균 잠복기인 닷새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2015년과 같은 메르스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최초 확진자 A 씨(61)의 감염 경로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일각에선 A 씨의 감염 경로가 ‘영구 미제’로 남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쿠웨이트 입국 전 감염? A 씨의 감염 장소는 크게 △8월 16, 17일 쿠웨이트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8월 17일∼9월 6일 쿠웨이트 △9월 6, 7일 한국행 비행기 내와 경유지 등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감염 장소는 쿠웨이트 현지였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12일 “A 씨가 만난 접촉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현지 의료진, 운전사 등 모든 사람이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쿠웨이트 내 감염이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만약 쿠웨이트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면 쿠웨이트에 가기 전과 쿠웨이트를 나온 이후 감염됐다는 얘기다. A 씨는 지난달 16일 밤 12시 무렵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17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가량 체류한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17일 오전 쿠웨이트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복통과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메르스 잠복기간이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하면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나 두바이 공항 체류 중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2016년 이후 2년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쿠웨이트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오염국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오만과 함께 ‘메르스 오염지역’ 중 하나다.○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 가능성도 만약 A 씨가 쿠웨이트에서 감염됐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쿠웨이트 현지 병원이다. A 씨는 설사 증세로 이달 4일과 6일 두 차례 현지 병원을 찾았다.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당시 186명의 환자 중 96%인 178명이 병원 내 감염이었다. 메르스와 무관하게 설사 증세를 보인 A 씨가 현지 병원에 갔다가 메르스 감염 환자를 만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비행기 등 대중교통보다는 병원 안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웨이트 보건부는 A 씨가 찾은 현지 병원을 조사했지만 어디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지 병원도 감염 장소가 아니라면 A 씨가 보건당국에 밝히지 않은 ‘제3의 장소’를 방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A 씨는 보건당국에 낙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6, 7일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나 경유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때 감염됐다면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감안할 때 8일 확진 판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해야 추후 예방을 할 수 있는 만큼 A 씨의 동선을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이상원 위기대응총괄과장은 “3명의 역학조사관을 현지에 파견했다”며 “쿠웨이트와 협의해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 경로가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 확진자 186명 중 3명의 감염 경로는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13일까지 A 씨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후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인 11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김윤종 zozo@donga.com·김철중·김하경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A 씨(61)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설사를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해 검역대를 통과했다. 공항으로 A 씨를 마중 나온 부인 B 씨(55)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다른 차를 타고 따로 병원으로 갔다. 이 때문에 A 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에 부인 B 씨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남편은 메르스에 걸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억울해했다. 밀접접촉자로 집에 격리돼 있는 B 씨와의 인터뷰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4시간 동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여러 쟁점에 대해 B 씨는 보건당국 발표와는 다른 진술을 해 부실 역학조사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① 왜 부인만 마스크를 썼나 9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A 씨가) 아내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부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A 씨가 메르스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자 보건당국 간 혼선이 시작된 지점이다. 하지만 B 씨는 “(남편이) 마스크를 쓰고 나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2년 전 폐렴을 앓은 뒤 면역력이 약해져 공항이나 여행을 갈 때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② 왜 따로따로 병원에 갔나 A 씨가 부인이 몰고 온 차량 대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간 점은 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몸이 불편해 누울 수 있는 넓은 리무진 밴 형의 택시를 불렀고, 지인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남편 귀국 전에 ‘공항에 나가겠다’고 문자를 했는데 답이 없었다. 내가 차를 가지고 간 것을 남편이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미리 예약했는지 (남편을) 만난 지 5분 만에 택시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남편을 먼 주차장까지 데리고 가 제 차에 태우기보다 택시를 타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일부러 두 사람이 따로따로 병원에 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더욱이 동아일보 취재 결과 A 씨가 탑승한 택시는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밴 형이 아닌 기아자동차의 K9 택시였다. 보건당국의 발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③ 메르스 감염, 전혀 의심하지 않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환자 본인은 (비행기에서) 화장실을 2번 갔다고 하는데, 비행시간이 10시간인데 어떻게 2번만 갔겠느냐. 이분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A 씨의 ‘거짓말 논란’은 확산됐다. 이에 B 씨는 “남편이 메르스라고 인지했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거나 최소한 마스크는 착용하고 왔을 것”이라며 “메르스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이나 열이 없었고 쿠웨이트의 다른 사람들도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아 본인이 메르스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했다.④ 그렇다면 왜 진료 사실 숨겼나 A 씨는 공항 검역 당시 쿠웨이트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숨겼다면 향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B 씨는 “탈진 상태에서 뭘 숨기겠느냐. 빨리 병원에 가 치료를 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마지막 문자메시지에서 “자가격리되신 분들께 죄송하다. 힘내시고 잘 견디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온 국민과 관계자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 씨와 접촉한 456명(밀접 21명, 일상 435명) 중 11명이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으나 10명은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김철중 기자 / 이다해 채널A 기자}
정부가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보육부터 취업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 12일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공동으로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오늘을 시작으로 제 임기 내에 더 크게 종합대책들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발달장애인들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포용국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지원대상을 현재 소득기준 하위 30%에서 내년 하위 50%로 확대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전체 영유아로 늘려나가는 방안이 담겼다. 소득기준이 확대되면서 지원 대상이 현재 1000명에서 내년에는 7000명까지 늘어난다.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은 2022년까지 60곳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통합유치원은 1곳에서 17곳으로 16곳이 늘어나고 특수학교는 174개교에서 197개교로 23개교를 더 짓는다. 청소년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신설해 일반 중고교 발달장애 학생이 있는 가정에 방과 후 하루 2시간씩 ‘돌봄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아들의 진로 탐색 기회를 넓히기 위해 특수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고 자유학년제를 확대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은 문 대통령은 “아픈 환경에서 우리 사회가 한번이라도 따뜻하게 마음을 보여준 적이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철중 tnf@donga.com·한상준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A 씨(61)가 공항에서 병원으로 갈 때 이용한 택시를 방역관이 아닌 택시 운전사가 직접 소독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는 메르스 대응 지침을 어긴 것이다. 또 A 씨 이후 택시를 이용한 승객 20여 명의 격리 수준을 정하려면 택시가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 검사해야 하지만 보건 당국은 검체를 수거하지 않았다.○ 택시 내부 검사 없이 ‘셀프 소독’ 보건 당국은 8일 A 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그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태운 택시를 수배했다. 이 택시 내부는 A 씨가 7일 귀국한 뒤 격리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1시간 40여 분) 머문 공간이다. 내부 검사와 소독은 필수였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 따르면 환자를 이송한 차량은 보호복과 장갑을 착용한 채 소독해야 한다. 작업 후엔 보호 장비를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버려야 한다. 소독약 사용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훈련된 방역관이 소독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담당 방역관은 택시 운전사 B 씨에게 락스와 물을 섞은 소독약을 전달해 직접 소독하도록 했다. 이에 B 씨는 방역관의 말대로 소독약을 휴지에 묻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택시 안팎을 닦았다. B 씨의 아내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방역관에게 전송했다. 소독을 완료했다는 증거 자료였다. 이 과정에서 B 씨와 아내는 보호복을 입지 않았다. B 씨 거주지의 보건소 관계자는 “규정대로 하면 이웃의 눈에 띄어 B 씨가 메르스 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는 데다 방역관이 자칫 격리 대상이 될 수 있어 B 씨 스스로 소독하게 했다”며 “추가 소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곳으로 차를 옮겨 소독할 수 있는 데다 방역관이 보호 장비를 갖추면 격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어 보건소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당국은 택시를 소독하기 전 손잡이 등에서 검체를 채취하지도 않았다. A 씨가 내린 뒤 이 택시에선 24건의 카드 결제가 있었다. 당국은 이 중 22건에 해당하는 승객 25명과 연락이 닿아 조만간 일상접촉자(비격리)로 분류할 예정이다. 나머지 2건의 승객은 연락이 안 됐다. 만약 택시가 바이러스에 심하게 오염됐다면 이 승객들을 격리 조치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이를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다. 현재 승객 25명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태다.○ 12일이 확산 여부 1차 분수령 A 씨와 별개로 11일 낮 12시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한국인 여성 C 씨가 고열 증상을 보여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격리병상으로 이송됐다. C 씨의 1차 검사 결과는 12일 오후 나온다. 올해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는 총 170명으로, 확진자 A 씨와 C 씨를 제외한 168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A 씨가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될 때 이용한 구급차는 운전석과 환자석이 미닫이 유리창으로만 차단된 일반 구급차였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당국은 사건 초기 외부로 공기가 전혀 새어 나가지 않는 음압 구급차를 이용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당국은 운전자가 당시 전신 보호복을 입고 있어 메르스 대응 지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A 씨는 현재 고열과 폐렴 증세가 낫지 않고 있지만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는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로 주로 전파돼 A 씨의 전염력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A 씨와 접촉한 429명(밀접 21명, 일상 408명) 중 고열 등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인 10명을 검사한 결과 8명을 음성으로 최종 확진했고 나머지 2명은 추가 검사 중이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최장 14일이지만 통상 5일 안에 증상을 보인다. A 씨가 귀국한 지 닷새가 되는 12일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1차 분수령인 셈이다. 당국은 A 씨와 같은 항공기에 탄 외국인 30명과 한국인 1명 등 31명의 행방을 여전히 확인하지 못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에 협력을 요청했다. A 씨가 귀국 전 21일간 머문 쿠웨이트에는 61명(밀접 13명, 일상 48명)의 접촉자가 있지만 아직까지 메르스 환자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철중·김윤종 기자}
정부가 공공의료 서비스의 핵심인 국립중앙의료원을 확장 이전하려던 계획이 기초자치단체의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는 2022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초구 소재 원지동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본보가 입수한 서초구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 대책’에는 병원 건립 저지를 위해 주민설명회 개최, 청와대 국민 청원,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 상세히 적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원지동에 새로 건립하는 방안은 15년 전인 2003년 처음 나왔다. 당시 서울시가 원지동 일대를 서울추모공원 부지로 확정하자 주민들이 반대했다. 서울시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반대급부로 현재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을 추진했다. 이후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2014년 말 사업계획이 최종 승인됐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했다. 중앙감염병병원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임상 연구를 담당하는 핵심 시설이다. 서초구는 감염병 전문 기관이 지역 내에 생기면 추가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역주민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초구 측은 뒤늦게 “기피 시설인 추모공원 건립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건립을 원했는데 감염병원까지 함께 설치하는 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립의료원은 2022년까지 원지동에 6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건립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메르스 감염자인 A 씨를 태우고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준 택시운전사가 이후 손님이 없어 다른 승객을 태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택시운전사의 말대로라면 다행히 메르스가 지역 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어진 셈이다. 택시운전사는 22명의 밀접접촉자 중 핵심 인물이었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대응총괄과장은 9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격리 중인 택시 기사분이 7일 오후 7시 20분경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환자를 내려준 뒤 손님이 없어서 추가로 태우지 못했다고 했다”며 “여러 차례 확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택시기사는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 증상이 없고, 증상이 없는 시기에는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인 만큼 혹시 누굴 태웠다고 하더라도 2, 3차 감염의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 A 씨와 가깝게 접촉해 집중관리가 필요한 인원은 발표 하루 만에 더 늘어났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밀접접촉자는 22명으로 8일 브리핑 때 발표한 20명보다 2명 증가했다. A 씨를 인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태워준 리무진 택시운전사와 공항에서 입국시 A 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이 추가됐다. 밀접접촉자는 확진·의심 환자와 신체 접촉을 했거나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을 뜻한다. 특히 1시간 넘게 차량에 동승한 택시운전사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돼야 하지만 최초 정부 브리핑에는 빠져 있었다. 환자 A 씨는 초기 진술 과정에서 부인의 차를 타고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택시를 탔다고 말을 바꿔 혼선이 있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해 확진 환자 A 씨와 접촉한 인원을 추적 관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A 씨와 8시간 넘게 밀폐된 비행기 안에서 함께 있었던 승객들이 ‘2차 감염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환자 A 씨와 2m 이내에서 가깝게 접촉한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객(비즈니스석) 10명 △항공기 승무원 3명 △공항 입국장 근무자 3명 △리무진 택시기사 △아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등 모두 22명이다. 밀접접촉자 가운데 13명이 A 씨와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사람들이다. A 씨가 탑승한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모두 409명이 타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8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르면 승객 가운데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을 경우 환자가 앉은 열 앞뒤로 각 3열을 포함해 총 7열에 앉은 승객과 담당 승무원을 밀접접촉자로 구분한다. 이는 유럽질병통제센터(ECDC)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에 13명이 격리 조치됐지만 나머지 탑승객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A 씨가 화장실을 가거나 다른 이유로 좌석에서 벗어나 기내를 돌아다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A 씨가 이동 중에 기침을 했다면 A 씨의 비말(침방울)이 직접 튀거나 손잡이나 난간 등에 묻어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 있다. 그나마 해당 항공기는 퍼스트클래스석과 비즈니스석은 2층에, 가장 많은 인원이 타는 이코노미석은 1층으로 분리된 구조다. 비즈니스석을 탄 A 씨가 비행 도중 1층을 이용했을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이코노미석은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는 과정에서 다른 승객과 접촉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밀접접촉자(보호장비 없이 환자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체류) 기준은 사실 엄격하게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환자가 기침 한 번 하면 침방울이 8m까지 날아간다”고 설명했다. 감염자와 8m 떨어져 있어도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건당국도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항공기 동승객 등 일상접촉자 440명에 대해 1 대 1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들은 밀접접촉자 22명과 달리 격리 조치되지는 않는다. 잠복기(노출일로부터 2주) 동안 관할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유선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대상자가 즉각 보건소로 연락하도록 안내한다. 승객 가운데 외국인 115명에 대해서도 소재지를 파악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개별 연락을 취하고 있다. 현재 A 씨의 상태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A 씨의 폐 손상 여부는 10일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밀접접촉자 22명 가운데도 발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게 되는 밀접접촉자나 일반 접촉자의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당국은 환자가 공항에 입국한 뒤 택시를 타고 빠져나갈 때까지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안팎의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분석하고 있다. A 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는 일반 접촉자로 분류됐다가 CCTV 분석 과정에서 9일 오후 밀접접촉자로 다시 분류돼 격리 조치됐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