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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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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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01-24~2025-02-23
중동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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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3%
  • 네타냐후 “쿠르드 인도적 지원”… 쿠르드족 “우리가 큰 빚 졌다”

    “쿠르드족에게는 산을 제외하고는 친구가 없다.” 중동에서 수천 년간 나라 없이 떠돌며 각국 정부의 박해를 받아온 쿠르드족이 처지를 한탄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슬람국가(IS)의 전쟁이 끝나 효용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이달 초 쿠르드족을 토사구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만 봐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는 21일 “쿠르드족에겐 이스라엘이라는 친구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사이가 나쁜 이란, 이라크 등이 자국 쿠르드족을 탄압하고 있어 동맹을 맺을 여지가 많은 데다 이를 통해 터키와 러시아의 영향력도 견제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적(敵)의 적은 나의 친구’인 상황이다. 나라 없이 2000여 년을 떠돌다 1948년에야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인들의 모습이 쿠르드족의 현 상황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달 10일 “용감한 쿠르드인들에 대한 터키의 침공과 인종 청소를 강력히 비난한다. 이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1960년대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및 인도적 지원을 단행해왔다. 이라크 거주 쿠르드족 지도자인 무스타파 바르자니도 “이스라엘만큼 쿠르드족이 큰 빚을 진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절단에게도 “유대인만 쿠르드족을 신경 쓴다”며 고마워했다. 이스라엘의 핵심 주적인 이란과 시리아에는 각각 약 600만 명과 200만 명의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라크에도 500만∼600만 명이 산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독립국가 ‘쿠르디스탄’ 설립을 외치며 해당 국가의 혼란을 부추겨야 이스라엘의 안보가 굳건해진다고 믿고 있다. 2017년 9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분리·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했을 때도 이라크 정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모두 반대 및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스라엘만이 “KRG의 독립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의 지지 의도가 완전히 순수하지 않은 데다, 친미 성향 국가라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특히 현재 이스라엘 정국이 워낙 혼란스러워 실제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4월과 9월 두 차례 총선을 치렀지만 의석수 1, 2위 정당이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해 세 번째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10일 쿠르드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일간 하아레츠 등은 “쿠르드족을 버린 미국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알맹이 없는 발표라고 비판했다. 시리아 출신의 한 쿠르드인은 기자에게 “처한 현실이 워낙 어렵다 보니 도움을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이스라엘의 관심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는 속내를 밝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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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중동 중재자” “안보 강화” 의기투합… 스트롱맨들의 ‘브로맨스’

    이달 9일부터 22일까지 시리아 북부에서 13일간 벌어진 터키·쿠르드 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7),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5),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54)이 꼽힌다. 경제난과 장기집권 피로감으로 자국 내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던 셋은 이번 사태로 상당한 전리품을 챙겼고 종신집권의 발판까지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신 중동에서 ‘새로운 경찰’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그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터키와도 손잡으며 미국,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맞설 계기를 마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과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힘겹게 확보한 시리아 북부 지대를 손쉽게 챙겼다. 2011년 내전 발발 후 정부군, 반군, 쿠르드, IS 점령 지역으로 나라가 쪼개져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던 아사드 대통령도 쿠르드족과 제휴하며 반군 퇴치 기회를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 승리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시리아 철군을 단행했다. 하지만 돈만 앞세우다가 쿠르드족이란 혈맹, 국제사회의 신뢰,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모두 잃었다. 미국과 사이가 나쁜 이 세 명의 스트롱맨만 일종의 어부지리를 얻은 형국이다. 셋은 △장기 집권 △강력한 반대파 탄압 △반미 △종신집권 야심 등 공통점도 많다.○ 중동의 ‘새로운 경찰’ 푸틴 카타르 알자지라, 미국 아랍전문 싱크탱크 워싱턴아랍센터 등에 따르면 가장 돋보인 인물은 푸틴 대통령이다. 그는 중동에서 발을 빼지 못해 안달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동에서 보폭을 넓혔다. 그 결과 이번 사태에서도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중재자 노릇을 할 사람이 자신임을 각인시켰다. 마크 캐츠 미 조지메이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알자지라 기고에서 “중동에선 러시아와 손잡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2015년 9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아사드 정권의 배후를 자처했다. 최첨단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해 IS와 반군의 역량을 약화시켰다. 아사드 대통령이 자국 영토에 터키군이 들어왔는데도 즉각 강경 대응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 푸틴과의 교감설이 제기된다. 한 중동 외교관은 기자에게 “자국 반대파에게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해 ‘중동의 도살자’로 불린 아사드조차 푸틴의 말을 거스르지 못한다. 푸틴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아사드 정권이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시리아 재건 사업과 중동 정세에 푸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친미 국가 이스라엘도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15년 이후 러시아를 다섯 번 찾았다. 같은 기간 미국을 여섯 번 방문한 것과 맞먹는다. 이스라엘이 자국에 위협적인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하기 전 러시아와 사전 협의를 하는 건 중동 외교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성일광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는 “시리아가 아닌 다른 중동 지역에서도 미국의 철수 및 러시아의 진입이 뚜렷하다. 이스라엘로선 러시아란 새로운 ‘보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 16일 아랍에미리트(UAE)도 찾았다. 두 나라 모두 잘 알려진 미국의 맹방이다. 2000년부터 19년째 집권 중인 그는 올해 내내 자국에서는 골머리를 앓았다. 장기집권 피로감, 경제난, 연금개혁 반발 등으로 주요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했다. 7월 내내 모스크바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는 공정선거와 반(反)푸틴을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때 90%에 달했던 지지율은 30∼40%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시리아 사태로 한 방에 만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안보 숙원 해결한 에르도안 ‘현대판 술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실속을 가장 많이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리아 북부 국경의 길이 444km, 폭 30km 지역을 ‘안전지대(완충지대)’로 만들겠다는 명목하에 사실상의 영토 확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원래 시리아 땅이었다. 지난해부터 터키의 경기침체, 고물가, 고실업이 심해지면서 민심은 급속도로 그에게 등을 돌렸다. 올해 3월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 후보는 야당 후보에게 패했다. 에르도안 정권은 선거 부정을 내세우며 6월 재선거를 실시했다가 더 큰 표차로 패했다. 이스탄불시의 한 해 예산만 5조 원이 넘는다. 현지 언론은 2003년 에르도안 집권 후 이 돈의 대부분이 에르도안 정권의 기반을 다지는 데 쓰였다고 지적한다. 행정수도 앙카라, 3대 도시 이즈미르에서도 모두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내부 위기가 심각해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외부의 적’ 쿠르드를 집중 공격하며 불만에 찬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터키 정부는 8200만 인구의 18%에 달하는 자국 내 쿠르드족 1500만 명이 시리아 쿠르드족과 연합해 독립 국가를 추진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와 러시아가 공동 관리하는 이번 안전지대 건설로 쿠르드족 독립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터키군은 이번 사태에서 쿠르드 민간인과 어린이들에게 화학무기 ‘백린탄’까지 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에르도안의 반대파들조차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그만큼 ‘쿠르드족 독립 저지’라는 에르도안의 성과가 터키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못지않게 중동 영향력 확보에 관심이 많다. 2017년 사우디, UAE 등 걸프만 수니파 국가들은 시아파 맹주 이란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그는 카타르의 요청을 받아들여 곧바로 군대를 파병했다.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되자 집요하게 사우디를 압박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정의개발당 행사에서 “우리는 왜 핵미사일을 가질 수 없느냐”고도 했다. 이런 터키의 ‘반미·친러’ 행보도 두드러진다. 과거 오스만 튀르크와 제정 러시아는 흑해와 발칸반도 등에서 대립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옛 소련 견제를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거센 반대와 경제 위협에도 터키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지대공 미사일 ‘S-400’을 도입했다. 에르도안은 2016년 7월 군사 쿠데타를 진압한 후 배후로 최대 정적(政敵) 겸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했다. 귈렌은 1999년부터 20년째 미국에 망명 중이다. 에르도안은 미국이 귈렌의 터키 송환을 거부하자 본격적으로 미국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 반대파 척결한 아사드 아사드 대통령도 이번 사태로 상당한 득을 봤다. 8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가 사분오열돼 대통령보다 사실상 지역 영주에 가까운 처지였지만 쿠르드족, IS, 반군이라는 세 부류의 반대파가 모두 이런저런 타격을 입으면서 그가 활동할 여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그가 이번 사태로 국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의 영향력을 다시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그는 터키군에게 대항하기 위해 쿠르드족과는 과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손을 잡았다. IS는 사실상 궤멸됐고 반군의 영향력도 과거보다 줄었다. 든든한 후원자인 러시아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줄곧 아사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해줬다. 푸틴 대통령의 중동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일정 부분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대통령은 35세의 젊은 나이로 최고 권좌에 올랐다. 1971년부터 2000년까지 29년간 시리아를 통치한 부친 하페즈는 아랍민족주의와 반미를 기치로 걸고 현대화를 주도해 ‘중동의 비스마르크’로 불렸다. 특히 정적과 반대파를 가혹하게 몰살하는 철권통치로도 악명을 떨쳤다. 영국 유학을 떠나 안과 의사가 됐던 아사드는 원래 후계자였던 형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귀국했고 부친 사망 후 정권을 이어받았다. 아사드 일가는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다. 과거 시리아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는 1850만 인구의 70%가 넘는 수니파 대신 소수파인 알라위파에 힘을 실어주며 이이제이 전략을 펴왔다. 태생부터 소수파의 한계를 지녔던 아사드 정권은 ‘아랍의 봄’으로 중동 전체에 민주화 열기가 높아지자 위기를 맞았다. 2013년 3월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그는 유혈 진압에 나섰고 반대파들은 더 거세게 반발했다. 이는 길고 긴 내전으로 이어졌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부친의 유훈이기도 한 반미 노선을 포기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등을 인권 범죄로 보고 그를 강력히 비판해왔다. 달리 말해 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러시아란 뜻이다. 시리아 출신의 한 중동 전문가는 기자에게 “인권과 민주주의 개념이 약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면에서 아사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코드가 잘 맞는 사이”라고 말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 국경 지대에서의 터키의 활동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터키도 시리아에서 보폭을 더 넓히려면 러시아와의 협의가 필요한 처지다. 러시아 역시 명실상부한 중동의 패권국이 되려면 터키와 시리아의 협조가 필요하다. 푸틴, 에르도안, 아사드 등 세 스트롱맨의 합종연횡 행보는 앞으로도 무게 추를 달리하며 상당 기간 중동 정세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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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터키 영구휴전 알려와 경제제재 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시리아 북동부 접경 지역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영구화하겠다고 우리 행정부에 알려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경지역 불안이 계속되고 터키가 언제 다시 공격을 재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열흘도 안 돼 제재를 해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재앙적이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값비싼 군사 개입을 피했다는 점”이라며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결정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군의 임무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국가적 핵심 이익이 걸려 있을 때에만, 분명한 목표와 승리를 위한 계획이 있고 갈등에서 벗어날 길이 있을 때에만 미군을 전투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랜 시간 피로 얼룩진 모래에서 다른 나라들이 싸우게 하라”고도 말했다. 이어 이번 터키의 휴전 결정이 미국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쿠르드족 수만 명의 목숨을 살릴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판했던 민주당은 다시 강하게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슬람국가(IS)의 지속적인 격퇴를 담보할 아무런 계획도 없는 또 하나의 터무니없고 비생산적인 외교적 정책 결정”이라며 “미국이 터키(영구 휴전 결정)를 믿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이번 사태를 놓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꿈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초대로 러시아군이 나토 남부 국경에서 수백 km 떨어진 인근에 공동 순찰 방식으로 무제한 접근하게 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희망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21일 시리아에서 철수한 미군 700여 명을 이라크에 배치한 뒤 IS 소탕 작전 등에 투입하려 했지만, 이라크 정부가 반대하고 나섰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날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시리아 철수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나자 알샴마리 이라크 국방장관은 “시리아에서 이라크로 넘어온 미군이 4주 안에 미국, 쿠웨이트, 카타르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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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철군 파고든 러, 터키와 ‘쿠르드족 민병대 철수’ 합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서 쿠르드족 민병대를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로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지면서 러시아가 터키를 중재해 해결책을 마련한 형국이다. CNN 등 외신은 미국이 시리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분석했다. 향후 중동에서 시리아를 기반으로 러시아가 더욱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터키와 러시아는 그동안 터키가 주장해온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국경을 따라 길이 444km, 폭 30km에 달하는 이른바 ‘안전지대(완충지대)’에서 합동 순찰을 진행하며 쿠르드족 민병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서 6시간에 걸친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마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 뒤 간담회에서 “우리는 내일(23일)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것”이라며 “150시간 이내에 쿠르드 인민수비대(YPG)와 중화기들은 30km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상당히 긴장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이를 지지했다. 터키는 이번 합의로 그동안 가장 큰 안보 위협 세력으로 여겨져 온 쿠르드 민병대들을 국경에서 멀리 쫓아낼 수 있게 됐다. 터키는 2011년 발생한 시리아 내전으로 자국에 온 시리아 난민 360만 명 중 100만 명 이상을 안전지대로 돌려보낸 뒤 정착시킬 방침이다. 철군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트위터를 통해 “터키와 시리아 국경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안전지대(safe zone)’가 만들어졌다!”며 “군사 작전이 끝났고 쿠르드족도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한 미군이 일시적으로 이라크에 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단계적으로 철군을 진행하고 있다”며 “병력을 본국으로 데려오는 방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이라크에 재배치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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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다’ 룩소르 공연, 남녀주인공은 한국 성악가

    이집트의 대표적인 고대 유적지 룩소르에서 열리는 오페라 ‘아이다’ 공연에 한국인 남녀 성악가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다. 23일(현지 시간)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26일과 28일 오후 7시 룩소르 핫셉수트 사원 앞에서 열릴 이번 공연에서 소프라노 임세경 씨(44)가 아이다, 테너 이정환 씨(41)가 라다메스 장군 역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아이다 초연 150주년(2021년)을 앞두고 열리는 기념행사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대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해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다 작품 자체가 이집트 국왕이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 건설을 기념해 작품을 의뢰하면서 탄생했고 1871년 수도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공연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고대 이집트의 중왕국과 신왕국 시기의 수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박물관’이란 명칭을 지닌 룩소르에서 열려 주목받고 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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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집권’ 네타냐후 총리 연임 빨간불

    ‘중동의 스트롱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69·사진)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13년 7개월간 재임한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의 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친미 성향인 네타냐후의 실각은 미국의 대중동 정책과 중동 정세에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60)가 연정 구성에 나설 차례이나 그마저도 실패하면 4월과 9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 2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5일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28일간 연정 구성 권한을 받았다. 그는 연정 구성 마감을 사흘 앞둔 이날까지 전체 120석 중 과반(61석) 확보에 실패했다. 추가로 14일을 더 요청할 수 있지만 가망성이 낮아 포기했다. 리블린 대통령은 조만간 간츠 청백당 대표를 새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역시 28일간의 연정 구성 기간을 줄 예정이다. 중도 진보 성향의 청백당은 9월 총선에서 33석을 얻어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보수 우파 리쿠드당(32석)에 앞섰다. 하지만 연정 구성 작업에선 54석만 확보해 리쿠드당의 우파 연합(55석)에 밀렸다. 간츠 대표가 연정을 구성해 새 총리가 되려면 지금까지 확보한 54석에서 추가로 7석을 더 얻어야 한다. 하지만 9석을 보유한 강력한 ‘킹메이커’ 베이테이누당은 “청백당과 리쿠드당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두 당이 모두 참여하는 대연정에만 합류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면 자신과 부인, 측근들의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재임 내내 곤욕을 치른 그가 곧바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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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자” “거짓말쟁이”…이라크로 향하는 미군에 돌멩이·쓰레기 던진 쿠르드족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주둔했던 미군이 이라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쓰레기와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때 동맹이라고 추켜세우며 지상전을 맡기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가 최근 터키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하고 철군을 결정한 것에 대한 분노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을 태운 군용 차량 100여 대가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 주의 사헬라 국경 검문소를 지났다. 터키와 22일까지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기로 한 뒤,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르드 매체 안하 하와르의 영상에선 미군 철수에 화가 난 주민들이 군용 차량들을 향해 돌멩이와 쓰레기 등을 던지며 “배신자”, “거짓말쟁이” 등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00여 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 중 700여 명은 이라크, 200~300여 명은 시리아 남부에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부 병력은 계속 시리아 북동부에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동북부 지역의 유전들이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 NBC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일부 병력이 여전히 유전 근처에 있고, 이들을 계속 남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 협정 종료일(22일)을 맞아 향후 터키의 군사작전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안전지대에서 완전 철수 안하면 대규모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다. 이 경우 최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배치된 시리아 정부군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가 향후 시리아 북동부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2015년부터 지원했고,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이 반군을 제압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재도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동시에 배치된 요충지 만비즈에서도 정찰 작전을 수행하며 양측의 충돌을 막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도 미군 철수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NBC는 미 국방부가 최근 아프간 미군 철수 명령이 갑작스럽게 내려질 수 있다는 판단아래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계기로 전쟁 기간이 길지만 성과는 불분명한 지역에서도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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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전직 사령관들도 “동맹 배신” 트럼프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전·현직 미군 고위 인사의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군이 상부의 지시와 정책 결정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침묵의 수칙(code of silence)’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미군 중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0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랜 동맹이자 친구인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버렸다. 쿠르드인들이 ‘산 말고 우리의 친구가 없다’고 하기에 ‘미국이 친구’라고 말했는데 그런 말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조지프 보텔 전 중부사령관도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기고에서 “이슬람국가(IS)와 지난 5년간 벌인 싸움을 원점으로 되돌렸다”고 가세했다. 철군 결정을 맹비난하며 16일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중동을 직접 찾았다. 이들은 19일 요르단을 방문해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고 하루 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찾았다. 철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말 바꾸기도 여전하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 일부가 이날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아프간 카불에서 “시리아 유전을 이슬람국가(IS)로부터 보호하고 IS 소탕전을 계속하기 위해 미군 일부 잔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도 “백악관이 ‘IS 재준동을 막기 위해 200여 명의 특수작전군을 남겨 두자’는 국방부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시리아에서의 완전 철수’를 명령한 지 단 10개월 만에 두 번째로 자신의 말을 뒤집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 즉각 철수’를 언급했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점진적 철수로 바꿨고 현재 약 700명이 남아있다. NYT 보도와 에스퍼 장관의 언급 모두 ‘완전 철군 및 미국 복귀’를 언급한 대통령의 말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류투성이 트윗도 남발했다. 그는 “휴전이 잘 지속되고 있다. 사소한 분쟁이 있으나 빠르게 끝났다”며 ‘마크 에스페란토(Mark Esperanto) 국방장관’을 인용했다고 썼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오기(誤記)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에스퍼 장관의 이름을 수정한 뒤 트윗을 다시 올렸다. 이날 시리아 북부 요충지 라스알아인에 머물던 쿠르드족 민병대는 차량 80여 대를 이용해 이 도시를 떠났다. 17일 미국과 터키가 휴전에 합의한 후에도 터키와 쿠르드족은 수차례 교전했지만 이날 철수로 휴전 합의 이행 및 안전지대 설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임보미 기자}

    •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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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親트럼프 진영서도 “시리아 철군은 심각한 실수”

    ‘친(親)트럼프 진영’인 미국 공화당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원내대표는 1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시리아 미군 철수는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며 “미국과 국토를 덜 안전하게, 적은 대담하고 중요한 동맹은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결정을 비판했다. 또 “이번 미군 철수는 우리나라에 전략적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원내 사령탑의 이 같은 비판은 이례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공개 비판하는 내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9일 중동 순방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 철수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병력을 서부 이라크로 재배치하는 것이 현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라크 서부로 이동하는 미군은 700명 이상으로, 200∼300명은 시리아 남부 알탄프 기지에 잔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윗에서 에스퍼 장관을 인용해 “휴전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며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중”이라고 썼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라고 쓰는 대신 ‘마크 에스페란토(Esperanto·국제공용어) 국방장관’이라고 쓰는 실수를 저질렀다. 터키와 쿠르드족은 미국의 중재로 17일부터 5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터키 국방부는 19일 트위터에 “터키군은 휴전 합의를 완전히 준수했지만,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쿠르드 민병대(YPG) 테러리스트들이 36시간 동안 14건의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YPG가 주력인 시리아민주군(SDF)은 “터키가 휴전 합의 발표 뒤에도 지속적으로 공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장외 설전도 지속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터키 카이세리주(州)에서 열린 행사에서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임시 휴전 시간인) 120시간이 지나자마자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들(쿠르드족)의 머리를 짓뭉개버리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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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닷새 시리아 휴전” 다음날 포격 흰연기

    터키가 17일부터 약 5일간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중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휴전 하루 만인 18일에도 터키와 시리아 국경 도시 라스알아인에서 포격에 따른 흰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터키군이 쿠르드족에게 국제법상 민간인에게 쓸 수 없는 화학무기인 ‘백린탄’까지 사용했다고 전했다. 현재 라스알아인에서는 백린탄에 피폭됐을 때와 비슷한 부상을 입은 어린이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백린탄은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을 녹이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로 꼽힌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한 소년의 온몸에 수포가 번진 사진, 의사들이 수포로 뒤덮인 아이들을 치료하는 사진 등이 등장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7일 터키의 공격 후 8일간 민간인 72명이 숨지고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터키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5시간 회담했다. 그는 “쿠르드 민병대(YPG)가 시리아 북부의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군이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드군이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자진 철수하고 미국도 대(對)터키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 조건이 터키에만 지나치게 유리해 영구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였다. 게다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중단”이라며 “우리 군의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전인수격 태도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대선 유세에서 “마치 운동장에 있는 두 아이처럼 누군가는 그들이 싸우도록 했다가 갈라놓아야 했다. ‘거친 사랑(tough love)’이 없었다면 그들은 결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의 원인인 자신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거친 사랑’으로 포장하고 이것이 양측 휴전으로 이어졌다는 억지 주장을 편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이슬람국가(IS) 담당 특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 브렛 맥거크는 “무고한 난민이 발생했고 수백 명이 죽었다. IS 포로들도 탈출했다”며 “운동장의 두 아이들이란 비유는 터무니없고 무식하다”고 강력 비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최지선 기자}

    •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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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쿠르드족, 휴전 하루만에 또 교전…어린이에게 백린탄 공격

    시리아 북부에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터키와 쿠르드족이 17일부터 약 5일간 일시 휴전에 돌입했다.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터키를 찾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5시간 동안 회담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쿠르드 민병대(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터키군이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과 이미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마즐룸 코바니 압디 SDF 사령관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군사작전 중단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맙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대선 유세에서도 “그들(터키와 쿠르드족)이 운동장의 두 아이처럼 싸우도록 했다가 다시 갈라놓아야 했다”고도 했다. 자신이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허용해 양측이 격렬히 싸웠고 이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휴전 합의를 이끌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시 휴전은 미국이 터키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대(對)터키 경제 제재도 자제할 뜻을 밝혔다. 이에 이번 휴전이 영구 휴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군사작전의 중단”이라며 “우리 군의 철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곳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공격할 때 국제법상 민간인에게 쓸 수 없는 화학무기 ‘백린탄’을 썼다고 전했다. 부상당한 12세 쿠르드족 소년의 온몸에 수포가 있는 사진도 현지 소셜미디어에 떠돌아 백린탄 사용 의혹을 더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 내 어느 곳에서든 터키의 공격에 대응하겠다.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알아사드 정권을 배후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 결정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해 말 시리아 철군 결정에 불만을 품고 사퇴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세계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장군”이라고 주장하자 하루만에 “나는 가장 위대하게 과대평가된 장군”이라고 받아쳤다. 윌리엄 맥레이븐 전 해군 제독(대장)도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대통령이 필요한 지도력을 못 보여주면 백악관에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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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지도부와 마주앉은 트럼프, 펠로시에 “3류 정치인” 막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내 쿠르드족 공격에 대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내 미군 철군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 만났지만 두 사람은 비난만 주고받은 채 회담은 결렬됐다.○ 쿠르드족과 분명한 거리 두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터키는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땅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며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라는 말도 반복했다. 그는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경우 이슬람국가(IS)보다 더 과격하고 테러 위협이 크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국이 앞서 대(對)터키 경제 제재안을 발표하며 터키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듯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인 터키를 의식해 쿠르드족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펠로시 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와 이번 사태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3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이에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를 떠났다. 앞서 이날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354 대 60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의회가 미군 철수 결정을 반대하며 터키가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통령의 ‘멘털 붕괴(meltdown)’를 목격했다”며 “(대통령이) 매우 흔들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회의 사진과 함께 ‘신경쇠약 낸시의 불안정한 멘털 붕괴!’라며 역공했다.○ 긴장감 감도는 만비즈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군이 집결 중인 전략 요충지 만비즈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영향력이 자국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는 터키군의 추가 진격을 차단하기 위해 만비즈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확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만비즈 인근에 군대를 파견해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에서 순찰 활동을 펼치며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가 러시아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16일 터키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평화의 샘’(터키군의 공격 작전명) 작전으로 (쿠르드족) 637명을 무력화(사살, 생포, 항복 등)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 작전 이후 어린이 21명을 포함해 71명이 사망했고, 피란민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ISIL(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을 포함해 유엔이 지정한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분산될 위험과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이 없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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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와 무역협상 중단-관세 인상” 트럼프의 뒤늦은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막기 위해 14일 터키 정부와 철강 산업 등을 겨냥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터키로 급파하기로 했다.○ 철강 관세 및 정부 인사 자산동결 미 재무부는 이날 터키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 파티흐 된메즈 에너지장관 등 장관 3명, 국방부와 에너지부 등 2개 부처를 제재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들은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미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미국은 또 1000억 달러(약 118조5500억 원) 규모로 진행하던 터키와의 무역협상을 중단했다. 현재 25%인 철강 분야 관세도 50%로 인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침공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시행하라. 쿠르드족과 협상을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펜스 부통령에게 터키-쿠르드 휴전 및 협상을 타결할 대표단을 이끌고 터키로 가라고도 지시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서도 “터키의 행위는 인도주의적 범죄를 부추기고 전쟁 범죄가 일어날 상황을 만들고 있다. 터키 지도자들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길을 계속 간다면 터키 경제를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강행해 터키의 침공을 묵인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재 조치는 최근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미 공화당조차 비판적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4일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킨다면 우리가 없애려고 노력한 바로 그 환경이 다시 조성되고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할 것”이라며 우려를 밝혔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을 되돌리도록 촉구하고,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이 결의안의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터키 vs 시리아군 정면충돌 우려 터키군을 물리치기 위해 쿠르드족과 손잡은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군대를 국경지역 주요 거점에 배치했다. 시리아 사나통신 등에 따르면 정부군은 만비즈, 아인이사, 텔타메르 같은 요충지에 속속 집결하고 있다. 이 와중에 터키군, 친터키 성향의 반군인 시리아국가군(SNA)도 만비즈 쪽으로 이동 중이어서 양측의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유엔은 7일 터키의 군사 작전 개시 후 13만 명 이상의 쿠르드족이 거주지를 떠났고, 총 4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CNN 등은 미국 관리를 인용해 터키군의 지원을 받는 현지 극단주의 연계 세력이 의도적으로 IS 포로들을 석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치안을 더 나쁘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제재와는 별도로 “시리아 북동부에 남아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고 있다”며 철군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원인 터키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 배치했던 약 50개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당분간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대혼란이 좀처럼 가라앉기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터키와의 분쟁에 미군을 끌어들이기 위해 쿠르드족이 IS 전사였던 포로들을 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국방부 관계자는 “쿠르드족은 IS를 물리쳤고, 우리 군대를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201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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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 정치신인이 대통령에

    13일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 민주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교수 출신 아웃사이더 대통령이 탄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대선 결선투표 출구조사에서 무소속인 카이스 사이에드 후보(61·사진)가 77%의 지지를 얻어 27% 득표에 그친 언론 재벌 나빌 카루이 후보(56)를 앞섰다. 명문 튀니스대에서 지난해까지 약 20년간 헌법을 가르친 사이에드 후보는 특히 18∼25세 유권자로부터 90%의 지지를 얻을 만큼 젊은층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허름한 곳에 선거사무소를 차릴 정도로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 등이 많은 호응을 얻은 결과로 풀이된다. 사이에드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후 “새로운 튀니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젊은 세대가 이번 선거를 이끌었고 나는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사이에드는 사형제 및 동성애 금지에 찬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줄곧 철저한 법 집행의 중요성을 강조해 ‘로보캅’이란 별명도 얻었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아랍의 봄’을 통해 20년 넘게 장기 집권하던 독재자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냈다. 일각에서는 정치 경험과 정당 기반을 갖추지 못한 사이에드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산적한 경제와 사회 문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다만 현재 제1당인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는 이날 결선투표 직전 사이에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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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지 몰린 쿠르드 ‘과거의 적’ 아사드 정권-러시아와 손잡아

    미국에 배신당한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원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와도 협상을 체결했다. 알자지라 등은 시리아 정부군이 14일 오전 유프라테스강 동부의 거점 도시인 텔타메르, 아인이사, 락까 등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부군이 이 지역에 진입한 것이 5년 만이라고 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지속됐던 ‘정부군과 러시아 연합’ 대 ‘반군, 쿠르드족, 미국 연합’의 대결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자치정부는 13일 시리아 정부군 및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성명을 내고 “터키의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쿠르드족은 2014년 1월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중앙정부와 맞서 왔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및 터키군의 공습으로 위기에 몰리자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한 쿠르드군은 그간 터키의 대규모 공습 및 포격에 쩔쩔맸다. 이에 맞설 전투기와 중화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이고 아사드 정권을 배후에서 적극 지지하는 러시아군의 무기 지원을 받으면 이 열세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압디 총사령관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러시아, 아사드 정부와 함께 가면 고통스러운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타협과 (터키군에 의한) 인종청소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사람들을 살리는 타협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군은 7일부터 이날까지 시리아 북부 마을 42곳을 점령하고 쿠르드 민병대원 44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이 관리하던 이슬람국가(IS) 포로수용소에서는 포로 785명이 탈출했다. 터키군의 공격으로 감시가 느슨해지자마자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런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IS 포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동의 혼란에 빠져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곳에 머무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CBS 인터뷰에서 “미군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2개 군대 사이에 갇혀 있다”며 “지난밤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의 철군을 지시했다. 1000여 명의 병력이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에 개입하지 않은 건 매우 영리한 일”이란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풍과 안이한 태도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거세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그의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개입을 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도움을 구하진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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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에 배신당한 쿠르드, ‘과거의 원수’ 시리아-러시아와 손잡아

    미국에 배신당한 쿠르드족이 터키군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원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손을 잡았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러시아와도 협상을 체결했다. 알자지라 등은 시리아 정부군이 14일 오전 유프라테스강 동부의 거점 도시인 텔타메르, 아인이사, 락까 등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부군이 이 지역에 진입한 것이 5년 만이라고 전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지속됐던 ‘정부군과 러시아 연합’ 대 ‘반군, 쿠르드족, 미국 연합’의 대결 구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자치정부는 13일 시리아 정부군 및 러시아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성명을 내고 “터키의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쿠르드족은 2014년 1월 자치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중앙정부와 맞서 왔다. 하지만 미국의 시리아 철군 및 터키군의 공습으로 위기에 몰리자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한 쿠르드군은 그간 터키의 대규모 공습 및 포격에 쩔쩔맸다. 이에 맞설 전투기와 중화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이고 아사드 정권을 배후에서 적극 지지하는 러시아군의 무기 지원을 받으면 이 열세를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의 마즐룸 코바니 압디 총사령관은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러시아, 아사드 정부와 함께 가면 고통스러운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타협과 (터키군에 의한) 인종청소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사람들을 살리는 타협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군은 7일부터 이날까지 시리아 북부 마을 42곳을 점령하고 쿠르드 민병대원 44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이 관리하던 이슬람국가(IS) 포로수용소에서는 포로 785명이 탈출했다. 터키군의 공격으로 감시가 느슨해지자마자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런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앉고 있다. 그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IS 포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동의 혼란에 빠져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곳에 머무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외에도 시리아 안정화를 위해 머무르던 미국 외교팀이 이미 철수했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이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시리아 북부에 주둔하는 모든 미군 병력이 시리아를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150명의 소수 병력만 시리아 남부에 남긴 채 약 1000여 명이 시리아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CBS 인터뷰에서 “미군은 서로 대치하고 있는 2개 군대 사이에 갇혀 있다”며 “지난밤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에서의 철군을 지시했다. 1000여 명의 병력이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에 개입하지 않은 건 매우 영리한 일”이란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풍과 안이한 태도가 터키의 시리아 공격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거세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그의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개입을 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도움을 구하진 말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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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여 아랍 아미들, BTS 응원봉 흔들며 떼창과 함성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국제경기장. 잠깐 눈앞에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이미 오전부터 주변은 ‘사랑해요’ ‘뽀뽀해줘요’ 같은 한글 손팻말이 물결처럼 떠다녔다. 무리 옆을 스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며 앳된 목소리의 한국어도 쏟아졌다. 단지 ‘아바야’(이슬람 전통 검은 망토)와 ‘히잡’을 입었을 뿐.○ “BTS도 한국도 너무 좋아요” 이날 저녁 스타디움에선 현지는 물론 한류사(史)에서도 큰 이정표를 세울 엄청난 콘서트가 열렸다.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였다. 이 공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상 첫 해외 가수의 스타디움 콘서트 허용이란 기록도 세웠다. 역사적 공연답게 오후 1시경(현지 시간)부터 주변은 축제 분위기였다. 섭씨 35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 아직 공연이 6시간가량 남았지만 아랑곳없었다. 아랍 ‘아미(BTS 팬클럽)’들은 끊임없이 멤버들의 이름을 외쳤다. 잠깐 스타디움 내부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오디오테스트 소리만 흘러나와도 ‘까악’ 함성이 터져 나왔다. ‘떼창’ 역시 멈추질 않았다. 그들에겐 취재차 방문한 국내 언론마저 ‘셀럽’이었다. 단지 BTS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왔나요”라며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먼저 붙잡고 “인터뷰하고 싶다”고도 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많았다. 괜한 걱정에 “사진이나 영상이 언론에 나가도 되느냐”고 했더니, 바로 매무새를 가다듬고 포즈를 취했다. 중서부 항만도시 지다에서 어머니와 동생,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 온 대학생 셰터 씨는 한국말로 “우리 엄마는 아줌마 아미예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가 너무 좋아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듣는 건 꽤 하는데 말하는 건 아직 어렵다”며 수줍어했다. 또 다른 대학생 나즈드 씨는 “BTS는 물론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다 보니 한국 제품에도 관심이 많다”며 “한국 화장품은 요즘 사우디 여성에게 최고 인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류, 새로운 역사의 한 꼭지로 저녁 무렵 드디어 펼쳐진 방탄소년단 무대는 압도적 열기를 뿜어냈다. BTS에게도 이날 공연은 중동지역에서 처음 가진 단독 공연. 첫 곡 ‘Dionysus’로 포문을 연 뒤, 약 3시간에 걸쳐 ‘Not Today’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IDOL’ ‘FAKE LOVE’ 등 24곡을 선보였다. 3만여 관객들은 BTS 공식 응원봉을 흔들면서 뜨거운 박수와 한국어 떼창으로 화답했다. 멤버들이 아랍어 인사를 전할 때는 스타디움이 무너질 듯 함성이 넘쳐흘렀다. 이날 공연은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1987년 개장한 킹파드국제경기장은 주로 축구나 육상 경기가 열리는 남성들의 전유 공간이었다. 지난해 처음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허락한 이곳이, 대다수 여성 관객으로 채워지며 ‘새로운 자유의 색채’로 물든 셈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미들은 좀 더 BTS를, 한국을 알고 싶어 했다. “리야드에 하루빨리 한국문화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국내 연세어학당을 다녔던 대학생 후사 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만들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한국 역사나 문화를 배우려는 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관련 수업이나 한국어학원 등이 없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연 뒤 소속사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다. 믿기지 않는 이 순간을 만들어준 아미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멤버들은 “먼 곳에서 큰 사랑과 응원을 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늘 무대를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겠다. 공연을 생중계로 함께 즐겨준 세계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달 26, 27,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8월부터 세계를 돌며 연 ‘LOVE YOURSELF’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다.리야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임희윤 기자}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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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경고 무시하고 진격하는 터키… 매티스 “이러다 IS 재기 우려”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사실상 묵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터키 경제 제재’ 가능성을 꺼냈다. 미국이 동맹이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판과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급히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터키는 쿠르드족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터키가 군사작전을 진행하며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미 재무부에 터키 정부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재를 활용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필요하다면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나 적용 시점 등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겉으로만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워싱턴 보수단체 행사에서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에 대해 “미국은 무한한 전쟁을 할 수 없다”며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거듭 강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협박이 좌우에서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안 멈출 것”이라며 “우리 국경에서 32km 떨어진 곳(터키가 주장하는 ‘안전지대’)까지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공격은 강화되고 있다. 터키군은 12일 쿠르드 민병대(YPG) 459명을 무력화(사살·생포 등)시켰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이날까지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 대원 81명이 전사했으며, 민간인 30여 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이 지속되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말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2일 NBC 인터뷰에서 “IS가 세력을 되찾지 못하도록 압박을 지속하지 않으면 IS가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 보안군이 지키던 시리아 북부 아인이사의 IS 조직원 친인척 억류 캠프에서 785명이 탈출했다. 쿠르드 당국은 이날 성명에서 친(親)터키계 용병들이 해당 캠프를 포격했으며 이후 캠프 내 ‘IS 세력’이 경비원들을 공격해 도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둘러싼 국제사회 입장도 갈리고 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터키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 아랍권 국가 동맹체인 아랍연맹도 터키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하지만 11일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계획은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인터뷰에서 “러시아도 시리아 정부가 더는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즉각 병력을 빼낼 것”이라며 “시리아에 불법적으로 주둔하는 외국군은 모두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최근 시리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키우기에 나서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정책을 반대해왔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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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트럼프 “경제제재 강력할 것” vs 터키 에르도안 “절대 멈추지 않겠다”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을 사실상 묵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對)터키 경제 제재’ 가능성을 꺼냈다. 미국이 동맹이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판이 커지자 급히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터키는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터키가 군사 작전을 진행하며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미 재무부에 터키 정부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재는 매우 강력할 것이다. 실제로 제재들을 활용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필요하다면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나 조건, 적용 시점 등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조치 없이 겉으로만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대테러 관련 회의에서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협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안 멈출 것”이라며 “우리 국경에서 32km 떨어진 곳(터키가 주장하는 ‘안전지대’)까지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공격은 강화되고 있다. 터키는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쿠르드족을 맹폭하고, 지상군도 계속 진격하고 있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도 TRT 방송 인터뷰에서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친터키 성향 시리아 반군 조직)이 시리아 국경에서부터 8km까지 진격해 들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쿠르드 민병대(YPG)는 터키군의 조직적인 화력에는 힘이 달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이 지속되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족한 동맹관’과 ‘시리아 철군’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말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2일 미 NBC 인터뷰에서 “IS가 세력을 되찾지 못하도록 압박을 지속하지 않으면 IS가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을 도와 IS 가담자 수용 등을 주도적으로 해온 쿠르드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IS 수용 시설 중 일부가 터키군 공습에 파손돼 수용자들이 탈출했고, 현지의 IS 점조직들도 활동을 재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11일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계획은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AFP통신은 외교관들을 인용해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도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미국이 주도한 성명 채택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인터뷰에서 “러시아도 시리아 정부가 더는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즉각 병력을 빼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시리아에서 불법적으로 주둔하는 외국군은 모두 즉각 철수하라”고 밝혔다. 그의 이번 발언에 대해 시리아 내 쿠르드 공격에 나선 터키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군의 철수 문제를 이란과 터키, 미국과 공개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덧붙였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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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엄마도 아미”…한글 푯말 가득했던 BTS 사우디 공연현장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국제경기장. 잠깐 눈앞에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이미 오전부터 주변은 ‘사랑해요’ ‘뽀뽀해줘요’ 같은 한글 푯말에 물결처럼 떠다녔다. 무리 옆을 스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라며 앳된 목소리의 한국어도 쏟아졌다. 단지 ‘아바야(이슬람 전통 검은 망토)’와 ‘히잡’을 입었을 뿐.●“BTS도 한국도 너무 좋아요.” 이날 저녁 스타디움에선 현지는 물론 한류사(史)에서도 큰 이정표를 세울 엄청난 콘서트가 열렸다.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였다. 이 공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상 첫 해외 가수의 스타디움 콘서트 허용이란 기록도 세웠다. 역사적 공연답게 오후 1시경(현지 시간)부터 주변은 축제 분위기였다. 섭씨 35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 아직 공연이 6시간가량 남았지만 아랑곳없었다. 아랍 ‘아미(BTS 팬클럽)’들은 끊임없이 멤버들의 이름을 외쳤다. 잠깐 스타디움 내부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오디오테스트 소리만 흘러나와도 ‘까악’ 함성이 터져 나왔다. ‘떼창’ 역시 멈추질 않았다. 그들에겐 취재 차 방문한 국내 언론마저 ‘셀럽’이었다. 단지 BTS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왔나요.”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 먼저 붙잡고 “인터뷰하고 싶다”고도 했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많았다. 괜한 걱정에 “사진이나 영상이 언론에 나가도 되느냐”고 했더니, 바로 매무새를 가다듬고 포즈를 취했다. 중서부 항만도시 지다(Jiddah)에서 어머니와 동생,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온 대학생 셰터 씨는 한국말로 “우리 엄마는 아줌마 아미에요”라 소개하기도. 그는 “케이팝과 한국드라마가 너무 좋아 한국어 공부도 열심”이라며 “듣는 건 꽤 하는데 말하는 건 아직 어렵다”고 수줍어했다. 또 다른 대학생 나즈드 씨는 “BTS는 물론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다보니 한국 제품도 관심 많다”며 “한국 화장품은 요즘 사우디 여성에게 최고 인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한류, 새로운 역사의 한 꼭지로 저녁 무렵 드디어 펼쳐진 방탄소년단 무대는 압도적 열기를 뿜어냈다. BTS에게도 이날 공연은 중동지역에서 처음 가진 단독공연. 첫 곡 ‘Dionysus’로 포문을 연 뒤, 약 3시간에 걸쳐 ‘Not Today’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IDOL’ ‘FAKE LOVE’ 등 24곡을 선보였다. 약 3만여 관객들은 BTS 공식 응원봉을 흔들면서 뜨거운 박수와 한국어 떼창으로 화답했다. 멤버들이 아랍어 인사를 전할 때는 스타디움이 무너질 듯 함성이 넘쳐흘렀다. 이날 공연은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1987년 개장한 킹파드국제경기장은 주로 축구나 육상 경기가 열리는 남성들의 전유 공간이었다. 지난해 처음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허락한 이곳이, 대다수 여성 관객으로 채워지며 ‘새로운 자유의 색채’로 물든 셈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질 않았다. 아미들은 좀더 BTS를, 한국을 알고 싶어 했다. “리야드에 하루 빨리 한국문화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국내 연세어학당을 다녔던 대학생 후싸 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만들어 한국어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한국 역사나 문화를 배우려는 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관련 수업이나 한국어학원 등이 없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연 뒤 소속사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축제의 자리다. 믿기지 않는 이 순간을 만들어준 아미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멤버들은 “먼 곳에서 큰 사랑과 응원을 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늘 무대를 잊지 않고 영원히 간직하겠다. 공연을 생중계로 함께 즐겨준 세계 팬들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달 26, 27,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개최한다. 지난해 8월부터 세계를 돌며 연 ‘LOVE YOURSELF’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다. 리야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임희윤기자 imi@donga.com}

    •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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