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대 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57)의 아들 정모 씨(22)는 고교 재학 시절 피해 학생에게 “돼지 XX”, “빨갱이 XX”라고 하는 등 상습적 언어폭력을 저질러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인권감독관이었던 정 변호사는 전학 결정이 내려지자 아들의 법정 대리인으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진행했다. 2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정 씨의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명 사립고에 입학한 정 씨는 1학년 1학기부터 피해 학생 A 씨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A 씨가 기숙사 방에 찾아오면 “돼지라 냄새가 난다”고 했고 A 씨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주도에서 온 돼지 XX”라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정 씨의 괴롭힘 때문에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어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18년 2월에는 학교에 출석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3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정 씨의 학교 폭력은 2018년 3월 A 씨가 학교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피해 학생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는 “(A 씨 외에) 다른 타깃을 만들어 굉장히 비슷한 패턴으로 그 학생한테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했다”고 했다. 이 학교 교사가 “정 씨를 선도하려 노력하는데 정 씨 부모가 많이 막고 있다”고 말한 내용도 적시돼 있다. 정 씨 부모는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결국 학교 측은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정 씨 측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씨 측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징계 처분 취소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전학 처분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기록된 당시 학교폭력 조사 보고서에는 정 씨가 주변에 당시 검사였던 아버지에 대해 자랑하면서 “검사 직업은 다 뇌물받고 하는 직업”이라거나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담겼다. 고교 시절 정 씨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B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씨는 3학년이 되는 첫날 ‘전학 간다’는 인사만 하고 떠났다. 평소 본인의 보수적 정치 성향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
“학교 기숙사도 떨어지고, 자취방 월세도 올라 방법이 없네요.” 올해 경기 성남시에 있는 가천대에 입학하는 김모 양(18)은 23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충남 공주시에 사는 김 양은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탈락했다. 학교 인근에 자취방을 구하려 했는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수도권 내 지인이 사는 종로구에서 통학을 결정한 김 양은 “16.5㎡(약 5평) 남짓한 원룸에 2명이 함께 지낸다.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통학하는 데 왕복 3시간 넘게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생 “알바하고 대출받아 월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대면수업이 재개된 대학가에는 개강을 앞두고 주거난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월세가 부쩍 오른 데다 난방비 등 공과금 인상에 따라 전반적인 주거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는 전년 대비 크게 올랐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이화여대 인근 평균 월세는 2021년 11월 51만7000원에서 지난해 11월 69만1000원으로 17만4000원(33.7%)나 올랐다. 한양대 일대 월세는 같은 기간 26.5% 상승했다. 한양대 재학생 박모 씨(21)는 “자취방을 구하다 보니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같은 조건의 방이 최소 10만 원 넘게 올랐다. 결국 친구 3명과 함께 19.8㎡(약 6평) 원룸에서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아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생들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도 받는다. 성균관대 신입생 김모 씨(19)는 매달 50만 원씩 월세와 공과금으로 내야 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김 씨는 “이미 카페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전기, 난방비 등 공과금마저 크게 올라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기숙사 경쟁률은 더 치열해져 대면수업이 재개된 데다 자취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기숙사 입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서강대 기숙사의 경우 지난해 지원자 전원이 기숙사에 입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 기숙사 경쟁률은 2 대 1로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이나 됐다. 기숙사 10곳에 1465명을 수용하는 성균관대의 경우 새 학기를 맞아 수용 인원을 23명 늘렸지만 지원자는 146명이나 늘어 더 경쟁이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숙사 배정 기준을 둘러싼 불만도 나온다. 광주에 사는 서울대 신입생 박모 군(18)은 “주거 비용 감당이 안 돼 학교에서 1시간 걸리는 친척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다”며 “기숙사 입소 대상을 정할 때 집이 먼 곳에서 진학한 학생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숙사에 떨어진 이들이 자취방보다 저렴한 셰어하우스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고려대 재학생 윤서현 씨(20)는 “기숙사에 떨어진 후 인근 셰어하우스를 알아봤는데 대기자가 30명가량 있다고 하더라”며 “당분간 자리가 날 때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3번 넘게 갈아타면서 편도 1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통학할 생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공간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 기숙사를 늘리는 동시에 정부가 공급하는 청년주택을 대학가에 배정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수연기자 syeon@donga.com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엑셀 프로그램만 써서 일하다간 2, 3년 내에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에서 AI 강의를 듣던 15년 차 회계사 이모 씨(42)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실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씨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지난달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반 회계사가 몇 시간 투자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걸 보고 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6개월 과정의 AI 강의를 수강 중이다. 이 씨는 “휴직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데이터 처리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 “AI가 내 업무 대체할까 두려워” 챗GPT의 등장으로 AI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모습을 목격한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AI 교육기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수준까지 진화한 AI 기술을 보면서 ‘이러다 도태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금천구의 한 학원 ‘빅데이터 기반 개발자 양성’ 수업을 듣는 수강생 19명 중 4050세대는 3명이었다. 이들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시각화 실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명예퇴직을 했다는 최모 씨(52)는 “챗GPT의 문장 구사력을 보니 학교에서 쌓았던 경험만으론 노후를 대비할 자신이 없어졌다. 실력을 기른 후 데이터에 기반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다”고 수강 이유를 설명했다. 퇴근 후 인터넷 강의로 AI 공부를 시작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26년 차 대기업 엔지니어 권성구 씨(57)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 등을 활용한 데이터 처리 관련 교육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있다. 권 씨는 “생전에 챗GPT 같은 기술이 개발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기술을 모르면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겨냥 AI 수업 늘어 AI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들은 늘어난 중장년층 수요에 따라 강의를 신설하거나 신규 강사를 채용하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의 AI 관련 교육 학원에선 지금까지 40대 이상 수강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챗GPT 등장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등록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학원 매니저 류경준 씨는 “지난달 기준으로 정원 30명 중 중장년층이 10명까지 늘었다”며 “전체 등록 상담자 중 20%가량이 40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은 최근 한 번도 코딩을 접하지 못한 중장년층을 위해 ‘눈높이 강의’를 개설하며 전담 강사 2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평일 대면 강의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온라인 과정도 신설했다. 학원 관계자는 “대면 수업의 경우 6개월 과정 기준으로 평균 수강료가 과목당 30만∼40만 원가량이지만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AI 공부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챗GPT가 등장하는 등 기술 발전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 평생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회계사 같은 전문직도 엑셀 프로그램만 써서 일하다간 2, 3년 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16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에서 AI 강의를 듣던 15년 차 회계사 이모 씨(42)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실습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씨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지난달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반 회계사가 몇 시간 투자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처리하는 걸 보고 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6개월 과정의 AI 강의를 수강 중이다. 이 씨는 “휴직은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데이터 처리 업무에 AI 기술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 “AI가 내 업무 대체할까 두려워” 챗GPT의 등장으로 AI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모습을 목격한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AI 교육기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수준까지 진화한 AI 기술을 보면서 ‘이러다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금천구의 한 학원 ‘빅데이터 기반 개발자 양성’ 수업을 듣는 수강생 19명 중 4050 세대는 3명이었다. 이들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한 시각화 실습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명예퇴직했다는 최모 씨(52)는 “챗GPT의 문장 구사력을 보니 학교에서 쌓았던 경험만으론 노후를 대비할 자신이 없어졌다. 실력을 기른 후 데이터에 기반해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싶다”고 수강 이유를 설명했다. 퇴근 후 인터넷 강의로 AI 공부를 시작한 직장인도 적지 않다. 26년 차 대기업 엔지니어 권성구 씨(57)는 지난달부터 퇴근 후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 등을 활용한 데이터 처리 관련 교육을 인터넷으로 수강하고 있다. 권 씨는 “생전에 챗GPT 같은 기술이 개발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기술을 모르면 뒤처질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겨냥 AI 수업 늘어 AI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들은 늘어난 중장년층 수요에 따라 강의를 신설하거나 신규 강사를 채용하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의 AI 관련 교육 학원에선 지금까지 40대 이상 수강생이 한 명도 없었지만 챗GPT 등장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등록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학원 매니저 류경준 씨는 “지난달 기준으로 정원 30명 중 중장년층이 10명까지 늘었다”며 “전체 등록 상담자 중 20%가량도 40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의 한 학원은 최근 한 번도 코딩을 접하지 못한 중장년층을 위해 ‘눈높이 강의’를 개설하며 전담 강사 2명을 신규 채용 할 예정이다. 평일 대면 강의가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온라인 과정도 신설했다. 학원 관계자는 “대면 수업의 경우 6개월 과정 기준으로 평균 수강료가 과목당 30만~40만 원가량이지만 꾸준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AI 공부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챗GPT가 등장하는 등 기술 발전 속에서 하나의 직업이 평생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AI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수기자 doorwater@donga.com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국내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가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이용해 영문 에세이를 작성한 후 제출한 학생들을 전원 0점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교육기관에서 챗GPT 부정행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국제학교는 재학생 7명이 지난달 말 영문 에세이 과제를 작성하면서 챗GPT를 사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학교 측은 과제에 AI 프로그램이 활용됐는지 확인하는 교사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챗GPT 사용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측은 “챗GPT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GPT제로(Zero)’ 프로그램으로 에세이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공지했다. GPT제로는 미 프린스턴대 재학생이 개발한 챗GPT 활용 적발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달부터 챗GPT를 활용해 영문 에세이 과제를 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재학생 B 군은 “구글보다 빠르게 과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최근 챗GPT 사용을 시작했다”며 “문장이나 단어 몇 개를 바꾸면 아직 적발이 안 되고 있어 여전히 사용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했다. A학교 측은 “과제 대필이나 표절 문제는 AI 활용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며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해 학생들의 과제에 정당한 점수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추가 징계는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미 미국에선 과제 시 챗GPT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문 과제가 많은 국내 대학의 경우 봄 학기가 시작되면 유사한 일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국내 교육계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로 못풀 시험문제만 낼것”… 국내서도 AI 대필 비상 챗GPT 대필 0점 처리… AI로 쓰기 쉬운 에세이 과제 변경“대필 한번만 걸려도 낙제” 지침도대학선 “검증 프로그램 쓸지 고민중”전문가들 “AI 활용교육 병행해야” 대필 사례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되자 신학기를 앞두고 국내 교육기관 상당수에서 챗GPT 악용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어는 아직 미흡하지만 영어는 전문가 이상의 작문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에 주로 국제학교와 대학 영어 수업 등에서 ‘챗GPT 대필’을 막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챗GPT 비상’ 걸린 교육계 서울의 한 국제학교는 지난달 교사 전체 회의에서 최근 늘고 있는 학생들의 챗GPT 활용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다. 회의 후 교사들은 챗GPT를 사용해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서술형 에세이 과제를 없애고 다른 형태의 과제로 바꾸는 등 과제 형태를 다양화했다. 부정 사례가 적발될 경우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제주의 한 국제학교는 교사용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챗GPT로 작성한 과제가 한 차례라도 적발될 경우 해당 학생을 낙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른 제주 국제학교도 교사들이 챗GPT 대응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챗GPT가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좀 더 살펴본 후 교사용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영문 과제 및 시험이 빈번한 대학가에서도 3월 신학기 시작 전 대응책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새 학기 중간고사 문제를 낼 때 챗GPT로 먼저 돌려보고 챗GPT가 풀 수 없는 문제만 시험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챗GPT가 답변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공지를 새 학기 강의계획서에 추가했다. 챗GPT 표절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활용하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주요 대학들도 챗GPT를 이용한 표절을 적발하기 위해 ‘GPT제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최근 챗GPT가 작성한 글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도구를 공개했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도가 높지 않고, 일부만 바꾼 경우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또 2021년 자료까지만 학습한 챗GPT 외에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 구글 ‘바드(Bard)’ 등 새 AI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어렵게 마련한 대응책의 실효성이 얼마나 갈지도 의문이다.●“무조건 막기보다 활용법 가르쳐야” 전문가들은 AI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표절에 대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출처를 명기하도록 하는 저작권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AI 사용을 무조건 제재할 게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발전된 기술을 공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능력 자체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전 교수는 “AI는 잘 사용하면 득이 된다”며 “AI를 활용해 고차원의 답변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도 높이 평가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교육 과정 개편에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활용이 빈번해지면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답변 수준이 같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교육 과정이나 과제 제출 등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렸다. 또 기본요금 거리는 현재 2km에서 1.6km로 줄였다. 승객들은 “심야할증률을 조정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또 오르니 택시 타기가 무섭다”는 반응이었고, 택시 기사들은 예상보다 승객들이 더 줄어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허가예 씨(30·여)는 “평소 1만6000원 안팎으로 나오던 요금이 오늘은 2만 원 넘게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웬만해선 택시를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도 “택시요금이 평소 1만8500원가량 나왔는데 오늘은 2만1000원이나 나왔다”며 “오전 5시까지 출근이라 거의 매일 택시를 탔는데 자동차 구입을 앞당겨야 하나 싶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 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 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 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어서 수도권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 싶어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빈 택시 14대만 줄지어 있었다. 반면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명기 씨(75)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했는데 지금까지 손님을 4명밖에 못 태웠다. 평소에는 10명 가까이 태웠을 시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할증률 조정 후 손님이 하도 없어 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낮시간 손님까지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은 부족한데 택시요금이 올랐다며 사납금까지 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걱정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는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렸다. 또 기본요금 거리는 현재 2km에서 1.6km로 줄였다.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도 승객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승객들은 “심야할증률을 조정한 지 2달 밖에 안 됐는데 또 오르니 택시타기가 무섭다”는 반응이었고, 택시기사들은 예상보다 승객들이 더 줄어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허가예 씨(30·여)는 “평소 1만6000원 나오던 요금이 오늘은 2만2000원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웬만해선 택시를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도 “평소보다 요금이 3500원 더 나왔다”며 “오전 5시까지 출근이라 거의 매일 택시를 탔는데 자동차 구입을 앞당겨야 하나 싶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 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빈 택시 14대만 줄지어 있었다. 반면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명기 씨(75)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했는데 지금까지 손님을 4명 밖에 못 태웠다. 평소에는 10명 가까이 태웠을 시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할증률 조정 후 손님이 하도 없어 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낮시간 손님까지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은 부족한데 택시요금이 올랐다며 사납금까지 올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경북 지역에는 이동식 침수조가 한 개도 없어서 급하게 수소문하여 인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 있다는 얘길 듣고 급하게 빌려왔습니다.” 지난해 12월 경북 김천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소방관은 3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차 화재도 급증세지만 현장에선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광역지자체 7곳은 이동식 침수조 없어”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에 불과하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폭증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의 특징은 일반 차량에 비해 훨씬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기차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서울 강북소방서 관계자는 “총 82명이 출동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오들오들 떨며 8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전기차 화재 진압에는 시간이 10배 더 걸린다’는 말이 통용된다. 효율적으로 진압하지 못할 경우 소방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효율적 진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수단이 이동식 침수조다.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가 순간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난다. 이 때문에 조립식 벽을 설치하고 오랜 시간 차량을 물에 담그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 235곳에 지급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에 불과하다. 이동식 침수조를 보유하지 못한 광역 지방자치단체도 17곳 중 7곳(인천 광주 대전 충북 전북 경북 경남)에 달한다. 개당 1000만∼6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보니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한강 북쪽에는 종로 동대문 성북소방서와 특수구조단이 이동식 침수조를 1개씩 보유하고 있고, 소방학교에서 교육용 2개를 보유 중이다. 반면 한강 남쪽에는 송파소방서가 2개를 보유한 게 전부여서 전기차 화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했던 성동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당 1개의 수조가 확보된다면 전기차 화재 대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전문가 “충분한 침수조 확보 서둘러야”이동식 침수조 외에도 감전 위험을 막는 절연장갑과 절연신발 등도 현장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은 “절연 장비가 부족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때 일반 화재 장갑을 사용한다”며 “감전 등 2차 사고가 발생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용 장비 보급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버스와 전기차의 비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는 만큼 화재 진압 장비를 선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도 ”지금으로선 침수조를 이용하는 게 전기차 화재 진압에 가장 효과적”이라며 “충분한 침수조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소방청은 동아일보의 질의에 “일선 소방관들의 고충을 경청하고 있다”며 “연내 이동식 침수조 72개를 추가 보급해 광역자치단체 17곳에 모두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저도 생활하기 빠듯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더라고요.”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김향자 씨(80)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사는 쪽방촌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이 되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더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고 마음을 모아 온 게 벌써 15년째다. 27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들은 지난해 12월에도 성금 254만 원을 모았고, 26일 모금회를 방문해 이 돈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2008년부터 모금회에 전달한 성금은 총 225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모금에 참여했다고 한다. 쪽방촌 주민들의 나눔은 “도움만 받기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시작됐다. 만석동 인천쪽방상담소 초대 소장이었던 이준모 해인교회 목사는 “한 주민이 ‘더 어려운 사람도 많을 텐데 저희만 이렇게 도움받아 미안하다’고 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에 주민들과 뜻을 모아 적은 금액이라도 나누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이후 쪽방촌 주민들은 매년 12월 폐지 또는 고물을 주워 판매하거나 쪽방상담소 공동작업장에서 볼펜과 샤프 등을 만들며 거둔 수입을 상담소 모금함에 넣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모금 소식이 퍼지면서 인근 계양구 계산동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과 노숙인쉼터의 노숙인도 모금에 동참하게 됐다. 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은 “지금은 모금을 시작하는 12월이 되기 한참 전부터 언제 모금하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다”며 웃었다. 쪽방촌에서 12년째 살고 있다는 이정성 씨(81)도 “1000원씩이라도 모아서 모금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저도 생활하기 빠듯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좋더라고요.”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김향자 씨(80)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사는 쪽방촌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이 되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더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고 마음을 모아 온 게 벌써 15년째다. 27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들은 지난해 12월에도 성금 254만 원을 모았고, 26일 모금회를 방문해 이 돈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2008년부터 모금회에 전달한 성금은 총 225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모금에 참여했다고 한다. 쪽방촌 주민들의 나눔은 “도움만 받기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시작됐다. 만석동 쪽방상담소 초대 소장이었던 이준모 해인교회 목사는 “한 주민이 ‘더 어려운 사람도 많을 텐데 저희만 이렇게 도움받아 미안하다’고 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에 주민들과 뜻을 모아 적은 금액이라도 나누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이후 쪽방촌 주민들은 매년 12월마다 폐지 또는 고물을 주워 판매하거나 쪽방상담소 공동작업장에서 볼펜과 샤프 등을 만들며 거둔 수입을 상담소 모금함에 넣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모금 소식이 퍼지면서 인근 계양구 계산동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과 노숙인쉼터의 노숙인도 모금에 동참하게 됐다. 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은 “지금은 모금을 시작하는 12월이 되기 한참 전부터 언제 모금하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다”며 웃었다.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때문에 쪽방촌도 힘들지만 주민들은 기부를 멈출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월 4만5000원씩 나오던 난방비가 이제는 전보다 난방을 덜 해도 월 6, 7만 원이 나온다”면서도 “지출이 늘면서 더 많이 기부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쪽방촌에서 12년째 살고 있다는 이정성 씨(81)도 “1000원씩이라도 모아서 모금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실종된 지 1년 6개월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 못 찾았죠. 배회감지기만 착용하고 있었어도 금방 찾았을 텐데….” 2021년 7월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치매 환자 김모 씨(74)는 집 근처에서 실종됐다. 김 씨 사건을 맡았던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3개월 동안 수사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나 발달장애인의 경우 실종 시 일반인에 비해 못 찾을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7월부터 배회감지기 무료 배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배회감지기 보급률이 1%대에 불과해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종 후 찾지 못한 상태로 남은 치매 환자는 27명, 지적 장애나 자폐 증상이 있는 발달장애인은 57명이다. 배회감지기는 △안심존 이탈 시 알림 △SOS 호출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보급 대상은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와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등록된 발달장애인 중 실종 위험이 있는 환자와 장애인이다. 또 경찰청에 지문 등록이 돼 있어야 배회감지기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배회감지기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치매 환자 약 23만 명, 발달장애인 약 10만 명 등 총 33만여 명이다. 하지만 2021년 3106대, 지난해 2507대 등 2년간 5613대(1.7%)밖에 보급되지 않았다. 치매 환자 등이 배회감지기 착용이 불편하다며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손목시계형, 목걸이형, 열쇠고리형 등을 보급하고 있지만 몸에 부착하거나 들고 다니는 걸 번거로워하는 치매 환자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는 남편을 돌보는 김복순 씨(73)는 “남편이 길거리에서 배회한 경험이 2, 3번 있어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배회감지기를 신청해 받았다. 그런데 남편이 몸에 닿는 걸 극도로 꺼려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영국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속옷 부착형 신고장비인 ‘퍼스널 가디언(Personal Guardian)’을 활용하고 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배회감지기가 실종자 찾기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배회감지기 보급률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배회감지기치매환자나 발달장애인 등 공간 인지능력이 낮은 환자들의 실종을 예방하는 위치추적 장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나 외출 여부를 보호자의 단말기로 전송해 알려준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에서 게릴라 시위에 나서면서 이틀째 경찰 및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과 정면충돌했다. 이날 오전 8시 반경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승강장에선 전장연 관계자 10여 명과 이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으려는 경찰 및 공사 직원 간 몸싸움이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전장연 측은 이날 오전 8시경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시위를 한 뒤 삼각지역 방면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이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렸다가 다시 탑승하려고 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오전 11시경 몸싸움은 잦아들었지만 전장연 측은 시위를 이어갔고, 오후 2시 40분경에야 시위가 마무리됐다. 전장연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올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약 260일 동안 매일 출근길 지하철 4호선에서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서울교통공사 간 대치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선 지하철을 타려는 전장연 활동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공사 직원 간 몸싸움이 2시간 이상 이어졌다. 삼각지역에선 삼각지역장이 전동 휠체어에 치여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삼각지역장, 전동 휠체어 치여 병원 이송전장연 활동가 10여 명은 3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승차해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 30분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선전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과 장소를 바꿨다. 이들은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한 뒤 다시 승차하려 시도했지만,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이를 가로막았다. 공사 측은 “불법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나가달라”, “퇴거 불응 시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삼각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왜 지하철을 못 타게 하느냐”며 반발했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이다”,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외치며 반복해서 탑승을 시도했다. 전동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밀고 들어가자 경찰 기동대가 방패로 이를 막는 등 상황이 반복됐다. 경찰들은 “위험하니 밀지 말라. 경찰도 사람”이라고 외쳤다. 이날 선전전은 오후 2시 40분경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전장연 측 결의대회와 함께 종료됐다. 이날 선전전엔 휠체어에 탄 활동가 8명을 포함해 70여 명이 참여했다. 오전 11시경부터는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시도 대신 활동가들이 항의 발언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선전전이 진행됐다. 한 활동가는 “유력 정치인과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으니 하루만에 강경대응으로 바뀐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삼각지역에서도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경로로 삼각지역으로 이동해있던 전장연 활동가 일부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공사 측과 갈등을 빚은 것. 이 과정에서 삼각지역장이 전동 휠체어에 치여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타박상을 입은 삼각지역장은 오전 10시 28분경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고 오후 1시경 복귀했다.전장연, “올해 260일간 선전전 할 것”공사 측은 전날에 이어 전장연 관계자의 지하철 탑승 자체를 차단했다. 경찰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경찰 200여 명을 투입해 길게 늘어서 탑승을 막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전장연에 대해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 측은 “법원 결정대로 5분 이내로 탑승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서 “(지하철 운행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인데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2일 진행된 지하철 선전전은 약 14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지며 밤 10시까지 시위가 계속됐다. 삼각지역에선 숙대입구역 방면 열차 13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3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260일 동안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 조정안을 수용해 진행할 것이며 4호선을 제외한 다른 노선에서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지난해 12월 30일부터 31일 이틀간 수서고속철도(SRT) 운행에 차질을 빚은 단전사고는 터널 공사 도중 열차 선로에 부직포가 떨어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SRT 운영사인 SR는 1일 초동 조사 결과 충남 천안아산역∼경기 평택지제역 구간의 통복터널 단전사고는 터널 내 누수 하자 공사에 보강재로 사용한 부직포가 선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에 떨어지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직포가 단전을 일으켰고, 이후 이 부직포 조각이 현장을 지나던 SRT 열차로 빨려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SRT 열차 32편성 중 19편성에서 고장이 발생했다. 전기 공급은 5시간 만에 재개됐지만 차량이 대거 고장 나며 사고 당일 SRT와 고속철도(KTX) 150여 대의 열차 운행이 취소되거나 최대 2시간 10분 지연되는 등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사고 여파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8시 25분 부산역에서 SRT 열차에 탑승한 A 씨는 도착 예정 시각보다 1시간 40분가량 늦은 밤 12시 무렵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다. 그는 “SRT가 모든 역마다 정차했고 오송역에선 신호 문제가 있다며 꽤 오랫동안 멈췄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SR는 1일 오전 5시 부산발 수서행 열차를 시작으로 경부선 80회 등 120회의 열차 운행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부터 31일까지 SRT 열차를 이용한 10만 명에게 지연 배상금과 30% 운임 할인권을 지급하기로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택시기사를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 A 씨가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도 살해했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전 여자친구인 50대 여성 B 씨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아 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8월 초 경기 파주시 B 씨 소유 아파트에서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공릉천변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이 A 씨 소유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와 수중수색요원 등을 동원해 (B 씨) 시신을 수색 중”이라고 했다. 경찰 조사결과와 인근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B 씨 사망 전까지 수개월간 동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동네 주민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올 초부터 두 사람이 함께 지냈는데, 자신들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부부라고 소개했다”며 “최근에는 A 씨가 갑자기 다른 젊은 여자와 함께 다녀 불륜인 줄 알았다”고 했다”고 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새벽에 남녀가 싸우는 큰 소리가 자주 났다”며 “관리실에 민원도 자주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살해한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신용카드 등을 챙겨 대출을 받고 물건을 사는 등 5000만 원가량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앞서 살해한 전 여자친구인 B 씨의 신용카드를 썼는지도 수사 중이다. B 씨 소유 파주시 아파트는 올해 10월 카드 회사 3곳이 청구액 약 1억 원 상당의 가압류를 한 상태다. A 씨는 이달 20일 오후 11시경 택시기사를 B 씨 아파트로 유인해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옷장에 숨기는 한편으로 택시를 공터에 버린 뒤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25일 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집 옷장 안에 시신이 있다”며 신고해 덜미를 잡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파주=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택시기사를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 A 씨가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도 살해했다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A 씨는 “전 여자친구인 50대 여성 B 씨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씨는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아 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8월 초 경기 파주시 한 아파트에서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인근 공릉천변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경찰이 자신 소유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을 발견해 추궁하자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동대와 수중수색요원 등을 동원해 (B 씨) 시신을 수색 중”이라고 했다. A 씨가 살인을 저지른 파주시 아파트는 소유자가 B 씨다. 경찰 조사결과와 인근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A 씨는 B 씨 사망 전까지 수개월 간 함께 동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동네 주민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여름부터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것을 봤다. 집 근처를 함께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 부부 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새벽에 남녀가 싸우는 큰 소리가 자주 났다. 관리실에 민원도 자주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살해한 택시기사의 휴대전화, 신분증, 신용카드 등을 챙겨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고 물건을 사는 등 5000만 원가량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앞서 살해한 전 여자친구인 B 씨의 신용카드를 썼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B 씨 소유 파주시 아파트엔 올해 10월 카드 회사 3곳으로부터 청구액 약 1억 원 상당의 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태다. A 씨는 이달 20일 오후 11시경 음주운전 접촉사고 상대인 택시기사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이어 시신을 옷장에 숨기는 한편 택시를 공터에 버린 뒤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25일 현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집 옷장 안에 시신이 있다”며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