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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크레디트스위스가 UBS로 인수되더니, 도이체방크 위기설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뒤숭숭합니다. ‘뱅크’와 ‘팬데믹’을 합친 ‘뱅크데믹’이라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SVB사태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는데요.안 그래도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로 쉽지 않은 시절을 견뎌야 하는 한국 경제엔 걱정거리가 더 늘었습니다.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까요?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미 연준은 언제까지 금리를 올리고, 언제쯤에나 내릴까요? 한국은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시경제 관련 질문에 답해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과 27일 오후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연준은 더 올릴 여지 있다-먼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여쭐게요. 지난주 FOMC에서 연준이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을 했습니다. 이건 예상했던 수준이지요? “저희(LG경영연구원)는 지난해부터 줄곧 ‘2023년 상반기까진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빠르면 2023년 4분기쯤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말씀드렸는데요. 지금도 이러한 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예상했던 정도였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 연준 목표치(2%)보다 많이 높은 수준입니다. 연준이 현재 5%인 기준금리를 조금은 더 높일 걸로 보시나요?“아직 (더 올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매우 빠르게 금융시장의 기대가 조정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하반기가 되자마자(7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확산된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가 2% 수준인데 물가상승률이 크게 상회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빠르게 떨어질 걸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를 신경 쓸 겁니다. 저희는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지더라도 그 강도가 마일드하고, 기간도 짧을 걸로 봅니다. 따라서 생각만큼 연준이 그렇게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겁니다. 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렇게 큰 폭으로 낮추긴 쉽지 않을 거란 예상입니다.”미국 경기침체 빠지겠지만…-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위기가 미국 경기침체의 강도를 더 키울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큰 틀에서는 강한 강도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예상하진 않습니다. 왜 그렇게 보느냐면, 우선 미국 가계가 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정부가 굉장히 많은 보조금, 자녀 수에 따라서는 1000만원 넘는 금액까지 지급했거든요. 미국 가계가 보유한 현금 규모가 코로나 이전엔 1조 달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연말엔 5조 달러 가까이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니까 경제가 어려워져도 가계가 저축을 까먹으면서 버티겠죠. 따라서 소비가 그렇게 급락할 걸로 보지 않습니다.두 번째 이유는 고용입니다. 여전히 미국 고용시장은 뜨겁습니다. 실업률은 3% 중반으로 거의 역사적 저점에 가깝고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기업과 소상공인이 아직 많습니다. 웬만큼 경제가 나빠져도 일자리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질문하신 미국 금융 상황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저도 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과거 금융위기(2008년)와 비교하면 미국 금융시스템이 견조해보였거든요. 미 연준이 대형 은행에 대해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데요. 지난해 6월 대형 은행 33개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는데 미국 실업률이 10%까지 급등하고 주가가 반 이상 급락해도 버틴다고 결론이 나왔어요. 저도 그 결과를 믿었는데요.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터진 뒤, 어떻게 된 건지 다시 들여다 보니까 실리콘밸리은행은 감독대상에서 빠져있던 겁니다. 구멍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금융시스템 건전성엔 우려할 상황이 생겼고 균열이 생겼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그렇다 보니까 당초 봤던 것에 비해 경기 침체 강도가 조금 더 강해지고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질 가능성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랜딩(hard landing)이나 과거 금융위기 같은 장기적인 경기침체(2년 정도)를 예상하진 않습니다.” 한국 경제, 기댈 게 없다-한국 경제를 여쭤보겠습니다. 위원님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썩 좋지 않게 전망하셨죠. 지금 나오는 숫자를 보면 무역적자 규모가 올해 들어 3월 20일까지 241억 달러로 엄청나더라고요. 반도체 시황도 여전히 너무 안 좋고요. 여러 모로 걱정이 되는데요. “저희 성장률 전망치(1.4%)가 지난해 발표 당시 연구기관 중 가장 낮았는데요. 기본적인 골자는 수출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거고요. 지난해는 코로나 방역 완화로 민간 소비가 회복되는 조짐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둔화될 걸로 봤습니다. 또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나 세계경제 침체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기업 설비투자가 늘기 어렵고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보니 주택건설 투자도 쉽지가 않고요.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기조 때문에 과거처럼 SOC 투자가 많이 늘 것 같지도 않습니다. 즉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부분이 뚜렷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을 많이 질문하시는데요. 많은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좀 높게 봤던 게 ‘반도체 경기가 회복 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망을 위해 자문을 구했던 전문가 분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빨리 회복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1.4% 전망치를 제시했습니다.”-그래도 희망을 찾으려는 분들은 중국 경제 얘기를 하시는데요. 1, 2월 중국 경제가 조금은 반등 조짐이 나타났거든요. 한국 수출이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하반기가 되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도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포기와 과감한 리오프닝 정책으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중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죠. 그리고 글로벌 경기측면에서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죠. 모든 게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중국이 이렇게 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죠. 중국의 에너지, 광물, 식량 수입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미국이나 유로존 중앙은행이 이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요. 어쩌면 통화 긴축 시간을 좀 길게 가져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이냐. 그 단초를 지난해 제로 코로나 상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전후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많이 위축됐고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냈는데요. 만약 이것이 중국 내부적 요인(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었다면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대만,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도 줄어야 맞겠죠. 그런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많이 줄었는데 대만은 그만큼 안 줄었고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도리어 늘었거든요. 그럼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을 많이 못한 게 정말 중국 내부 요인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걱정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저는 후자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것이 구조적 문제점이라면 설령 리오프닝으로 중국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더라도, 우리로부터 과거처럼 많은 중간재나 자본을 중국이 수입해나갈 거라 낙관하기 어렵습니다.예상되는 리오프닝 양상도 알아둬야 합니다. 중국 경제활동은 2분기에 큰 폭으로 활성화될 겁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하반기엔 강도가 약화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가계는 미국처럼 저축을 많이 늘리지 못했습니다. 중국 가계의 저축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니까 불안해서 자발적으로 늘린 저축이거든요. 이제 돌아다녀도 된다라고 해도 여전히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중국 가계가 저축을 막 써버리진 않을 겁니다.또 리오프닝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내수, 그 중에서도 재화보다는 서비스 중심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우리가 수출을 많이 늘릴 만한 품목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많이 유입된다면 그 효과를 기대할 만하지만, 항공편 정상화엔 시간이 걸리죠. 이러한 요인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중국이 리오프닝을 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많이 높아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외국인 자금 유출 걱정할 이유-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해 질문드릴게요.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지 오래됐고, 이미 그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데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꽤 큽니다. 동시에 그렇다고 해도 무역적자가 이렇게 벌어지고 경기전망이 좋지 않은데 한은이 금리를 올리진 못할 거란 전망이 함께 나오고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1.5%포인트까지 확대됐는데요. 지난해 금리 역전이 시작될 때도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그 때는 ‘금리가 역전돼도 당장 큰일 생기는 거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과거 사례를 봐도 한미 정책금리 역전 초기엔 걱정하듯이 그렇게 돈이 바로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돈이 들어왔던 적도 많았고요. 그럼 어떤 때 돈이 실제로 빠져나가느냐.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장기화되고 역전 폭이 더 커지면 빠져나갔죠. 그래서 작년엔 ‘소폭의 금리 역전보다 환율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요. 지금은 정반대로 말씀 드려야 되겠습니다.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지 시간이 꽤 지났고요. 지금은 1.5%포인트까지 확대됐고, 어쩌면 미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어쩌면 더 못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요. 미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서기까지 6개월 또는 그 이상 기간 동안 그 역전 폭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거란 기대가 형성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부분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거에도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의 후반기에는 항상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었고, 말기에 가면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갔던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이부분을 더 유의해야 합니다. 저희는 한국은행이 점점 더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질 거라고 보는데요.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올해 들어오면서 이미 물가에서 경기에 대한 우려로 옮겨왔습니다. 지난 2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요. 이제 금리 인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그 때문에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고금리 충격파 끝나지 않았다-금융시장 얘기를 좀 해볼까요. 사실 연준이 이렇게까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지 몇달 전만 해도 몰랐고요, SVB 파산도 정말 아무도 몰랐습니다. 놀라운 뉴스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뭔가에 투자하신 분들이 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이 분들에게 어떤 걸 주의하라는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금융시장은 당분간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라고 하는 건 우리가 예전에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이런 거죠. 예금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까지 다 보호해준다거나,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처럼 주주가 아닌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AT1채권)이 다 상각돼버리는 상황이요. 이러한 일들이 또 생길 수 있고, 생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 이렇게 질문하시겠죠. 왜 이런 일이 또 생길 걸로 보느냐. 어떻게 보면 최근 경험한 일들은 각각 특수한 개별 사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뱅크, 크레디트스위스가 각각 다른 이유로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왜 실리콘밸리은행에 돈을 맡긴 스타트업이 예전처럼 예금을 맡기지 못하고 돈을 빼내갔을까, 시그니처뱅크는 왜 가상화폐 시장에서 문제가 생겼을까, 크레디트스위스는 왜 과거엔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 이번엔 이렇게 커졌을까. 그 근본 원인을 따라가면 결국은 잡히지 않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에 당황한 듯 대응하는 중앙은행이 나옵니다.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먼저 스타트업 상황이 먼저 안 좋아졌고 가상화폐 가격이 빠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화긴축의 충격과 부담감이 누적돼 있던 것이 지금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고요. 약한 부위에서 균열이 생긴 것이 지금 표현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다음번 약한 균열이 어디가 될 것이냐를 지금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그러한 균열이 어디서 나타나더라도 그게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닙니다. 특히 중요한 게 아직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고요. 이렇게 높아진 고금리가 낮아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 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아직 시작일 수 있고요. 고금리의 충격과 부담이 어쩌면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을 수 있다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에 관심이 많으신 딥다이브 구독자들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통화정책의 전환 시기는 우리보다 미국이 빠를 겁니다. 그 얘기는 한국은행 금리인하가 생각보다 늦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희는 올해 안에 금리인하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거라 봅니다. 왜냐하면 한미 금리역전 폭이 확대된 데 대한 우려가 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낮추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낮추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하가 확인된 이후, 즉 내년 이후에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한마디로 인플레 압력이 생각보다 오래 가는 상황이 될 텐데요.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부가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돈을 잘 쓰는 것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By.딥다이브지난해 내내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문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은행권의 위기가 터지더니 일파만파입니다. 갈수록 헤쳐나가기가 만만찮은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미국 연준은 아직 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마일드한 경기침체에 빠질 거기 때문에 이르면 연말쯤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미국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경기침체의 골을 조금 더 깊게 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드랜딩(경착륙)’은 없을 겁니다. -한국 경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리오프닝의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의 우려도 커집니다. -고금리 충격으로 약한 부분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음번 균열은 어디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 터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의 ‘은행 구하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6%, S&P600은 0.16% 상승했고, 나스닥은 0.47% 하락했죠. 은행 위기의 출발점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퍼스트시티즌은행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는 다소 살아났습니다. 이날 퍼스트시티즌은행 주가는 53.74%나 급등했네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 자산 약 720억 달러어치를 싸게(165억 달러를 깎음) 사들이기로 했는데요. 우량자산을 싸게 잘 샀다고 시장이 평가한 겁니다.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입장에선 SVB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약 200억 달러)을 떠안게 됐는데요. 대신 5억 달러 상당의 퍼스트시티즌은행 주식 평가보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FDIC가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로선 그 이익이 쏠쏠합니다(주가가 582.55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FDIC가 이익. 27일 종가는 895.61달러). SVB 다음 타자로 지목됐던 미국 중소형은행 주가도 이날 일제히 올랐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1.81%, 팩웨스트은행은 3.46% 상승했고요. 미국 4대 은행 주가 역시 3~4% 안팎 올랐습니다.대신 지난 2주 동안 은행 위기 속에서도 랠리를 보였던 기술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애플(-1.23%), 마이크로소프트(-1.49%), 알파벳(-2.83%), 메타(-1.54%) 주가가 모두 하락했죠.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의 조 길버트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은 은행과 기술주 사이에서 밀고 당기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반등하면서 지난 2주 동안 시장을 지탱했던 기술주에서 돈이 빠져나왔습니다.” 은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살짝 줄었지만, 경기침체 우려는 오히려 커졌습니다. 미국이 올해 중반쯤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27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몇 달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준이 올해 ‘몇 번’ 금리를 인하할 걸로 예상한다”고도 말했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는 전망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확실히 늘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글로벌 금리가 정점에 근접했다”고 봅니다. “갑자기 허약해진 글로벌 은행시스템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빨리 끝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거죠.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은 현재 5%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이면 4.5% 아래로 내려올 거라는데 대부분이 베팅하고 있는데요. 은행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전망이 반영된 거라서 썩 좋은 소식은 아닌 듯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한국 5000만원, 미국 25만 달러.요즘 가장 논란이 되는 숫자입니다. 은행이 망해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예금보험 한도금액이죠.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파산 이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한도를 올리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뱅크런과 금융안정을 둘러싼 걱정이 커졌단 뜻인데요.‘예금보험 한도는 얼마가 적당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따져볼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데요. 오늘은 이 예금보험제도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다 각도로 파헤쳐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뱅크런 쓰나미와 예금보험의 탄생예금보험제도는 왜 필요할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예금보험의 역사는 곧 뱅크런의 역사입니다. 미국은 대공황(1929~1933년) 막판인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했는데요. 대공황 때 망한 미국 은행이 몇 곳인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9000곳이나 됩니다. 당시 미국엔 소규모 지역은행이 난립해서 대공황 직전 약 2만5000개 은행이 있었거든요. 그 중 3분의 1 넘게 무너진 겁니다. 예금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건 물론이고, 은행 파산이 거래 기업 파산으로 이어지며 위기를 키웠죠. 이에 미국이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합니다.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뱅크런은 왜 일어날까요. 은행이 잘못해서(과도한 레버리지, 투기적인 투자) 자산이 부실해졌기 때문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잘못한 은행 책임인데, 정부가 나서서 예금보험 제도로 보호해줘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이와 관련한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와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가 1983년에 발표한 ‘뱅크런, 예금보험, 그리고 유동성’이란 논문인데요.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지난해 10월 그들이 이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5개월 뒤에 SVB사태가 일어날 걸 예견한 것 같은 놀라운 타이밍인데요. 논문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건전한 금융 시스템에서도 파괴적인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업’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뱅크런의 위험을 안고 있는 활동이라는 거죠. 왜냐고요? 은행이란 단기 예금(언제든지 인출 가능)을 받아서 장기 대출(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갚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림)로 전환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금과 대출은 서로 만기가 안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예금자가 은행에서 예금을 빼내면 어떤 은행도 이를 감당할 수가 없죠. 대출은 즉시 회수가 안 되니까요. 이 때문에 일단 ‘뱅크런 가능성 있다’는 예상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다 돈을 빼기 시작하고 이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도 그런 비판은 나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한 것 뿐이잖아! 그게 무슨 노벨상 감이야’라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다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걸 학문적으로 증명해내는 게 원래 대단한 업적입니다. 건전한 은행도 뱅크런 위험에 노출돼있다면, 뱅크런을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가 1983년 논문에서 강조한 게 예금보험 제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예금보험은 나쁜 은행(부실한 은행)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거죠.은행을 무제한으로 보장해준다?예금보험제도가 그렇게 꼭 필요하다면 보험 한도가 커야 좋은 걸까요. 아예 예금 전액을 보장해주면 어떨까요. 이에 대한 논의가 요즘 미국에서도 활발한데요. 이미 미국 FDIC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놨죠. 이어 21일엔 재닛 옐렌 미국 재무장관이 “중소형 은행이 확산될 위험이 큰 예금 인출 사태에 처한다면 (두 은행과) 유사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시장에선 ‘아, 그럼 이제 사실상 모든 은행에서 예금 전액 보호인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은행주 주가가 뛰기도 했는데요. 정작 하루 뒤 의회에 출석한 옐런 장관이 “포괄적 보험이나 예금보장과 관련해 어떤 것도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23일엔 다시 “확실히 정당하다면 추가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발언을 또 뒤집었고요.미국 정치권에서는 SVB사태를 계기로 예금보험 한도를 대폭 높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은 1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상한선을 200만 달러~1000만 달러까지 높이는 방안을 “당장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5만 달러(3억2000만원)인 지금의 한도를 대폭 올려서 기업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준(“중소기업은 급여를 줄 돈을 뺄 수 있어야 한다”)으로 하자는 주장입니다. 참고로 미국 예금보험 상한선이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한도가 높아진 게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15년 동안 그 수준을 유지한 건데요. 미국의 25만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긴 합니다(미국 다음으로 높은 건 호주, 25만 호주달러=약 2억1500만원). 예금보험 한도를 대폭 높이거나 아예 무제한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건 뱅크런 가능성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고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축을 하고, 그 덕분에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죠. 소규모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SVB 사태 이후 미국에선 중소형 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대거 옮겨갔다고 하죠. 대형은행이 아무래도 더 안전하다고 봤기 때문인데요(일부는 비트코인으로 간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옴). 그런데 모든 은행에서 예금이 무제한으로 보호된다면 이런 대형은행 쏠림현상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참고로 미국엔 은행이 4700곳이나 있습니다(FDIC 가입 기준). 지역의 소형은행이 그만큼 많은 거죠.한도 높이면 부작용도 있다한도를 높여서 생기는 부작용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꽤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요.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작용은 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입니다. 예금보험 제도를 등에 업고 아주 쉽게 예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은행이 건전성 관리 따위는 내팽개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위험한 고수익을 좇는 데만 몰두하게 될 거라는 거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오히려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더 키우는 꼴이니까요. 실제 두 여성 경제학자(아슬리 데미르구치-쿤트와 엔리카 데트라자케)가 2000년 이와 관련해 여러 국가 데이터를 연구한 게 있는데요(‘예금보험이 은행 시스템 안정성을 증가시키는가. 경험적 조사’). 결론은? ‘예금보험이 항상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게 아니고 은행 위기 위험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다. 특히 예금보험 적용 한도가 높고 은행 규제가 약할 수록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예금보험 시스템을 잘 설계해야 한다(+은행 규제가 중요하다)는 결론입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면 다수가 아닌 소수 부자들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도 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리입니다. 상한선을 넘는 예금 계좌를 가진 건 기업이나 부자들일 테니까요. 동시에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더 공고해지면서 대형은행들만 주가도 뛰고 더 잘나가게 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엉뚱한 데(대형은행과 그 주주들)가 덕보는 거죠. 미국이나 한국 모두 예금보험 기금은 세금이 아닌 은행이 내는 보험료로 채워지죠. 따져보면 실제로는 결국 은행 고객들이 그 돈을 내는 겁니다. 예금보험료가 오르면 은행은 고객에게 줄 예금 이자를 깎거나 대출이자를 올리는 식으로 그걸 보충하겠죠. 만약 ‘예금 전액 보장’을 해주기로 했는데, 금융위기가 일어나서 은행이 줄줄이 망하는 바람에 기금이 바닥나 버리면? 그땐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될 겁니다. 결국 모든 금융 소비자, 어쩌면 국민들이 져야 할 수 있는 부담도 그만큼 커집니다. 위스콘신대학의 마이클 콜린스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금 전액 보장을 한다면) 소비자는 저축 계좌의 이자율이 살짝 낮아지거나 이런 저런 수수료에 그것이 스며드는(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한국은 5000만원? 1억원?한국은 2000만원이었던 예금자보호 한도를 2001년 5000만원으로 높였습니다. 이후 23년째인 지금까지 5000만원인데요. 미국, 호주, 유럽연합(10만 유로=1억4000만원), 영국(8500만 파운드=1억3000만원), 일본(1000만 엔=9800만원), 캐나다(10만 캐나다달러=9400만원), 중국(50만 위안, 9400만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규모도 있고, 물가도 올랐는데 이제 한도를 1억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미 관련 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한도를 높이는 것의 장단점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있죠. 거기에 하나 덧붙일 게 있습니다. 어느 정도 다른 나라와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다는 거죠. 물론 일반 개인 예금자라면 미국이 한국보다 보호한도가 높다고 해서 ‘한국 말고 미국 은행에 예금해야지’라며 옮겨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텐데요. 글로벌리 운영되는 기업이나 초고액 자산가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부분 국가들이 비슷비슷한 수준(1억원 안팎)으로 한도를 맞추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은행은 망할 수 있고,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금보험제도는 꼭 필요합니다. 예금자는 그걸 잘 활용해야 하고요. 한도(현재는 원금+이자 5000만원)에 맞춰 금융회사를 분산하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By.딥다이브개인적으로 예금보험제도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엔 일반의 관심과 동떨어진 주제라 다룰 일이 별로 없었는데요. 이번에 미국 SVB 사태로 갑자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길래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논의인데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대공황 때 뱅크런이 무섭게 번지자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를 만들어 진화에 나섰습니다. 모든 은행은 ‘단기 예금’을 ‘장기 대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뱅크런 위험이 상존합니다. 예금보험제도는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입니다. -미국에선 최근 2개 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 보장’ 조치를 취했습니다.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이를 다른 은행으로 확대할지 말지를 주의 깊게 지켜봅니다. 이 기회에 예금 보험금 한도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소형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규제가 약한 경우엔 한도를 높이면 오히려 금융 위기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은 한도를 1억으로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자만 덕본다는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균형도 고려해 결정해야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금리인상이 곧 끝난다고 보는 걸까요.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FOMC 결과를 소화하며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23%, S&P500 0.3%, 나스닥 1.01% 상승으로 마감했죠. 전날 미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연내 인하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22일 미국 증시가 출렁이기도 했죠. 그런데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파월 의장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인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5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이 64.7%를 차지합니다. 심지어 7월부터는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데요. 여기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예금 보호 관련 발언이 또 바뀐 것도 증시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은행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취해야 할 중요 도구들을 사용했고, 이러한 도구들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확실히 정당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구’와 ‘조치’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경우처럼 예금 전액을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하죠. 즉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예금전액 보장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단 뜻입니다.옐런 장관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는데요. 21일엔 다른 중소형 은행에도 “유사한 조치(예금 전액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더니, 22일엔 반대로 “포괄적 보험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고, 23일엔 다시 추가 조치를 운운합니다. 이렇게 매일 말이 바뀌다니 희한한 일인데요. 어찌 됐든 전날 옐런 발언에 놀랐던 증시는 일단 한숨 돌린 듯합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미국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입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만든 모바일 결제업체이죠. 2021년 스퀘어에서 블록으로 사명을 바꿨는데요. 이미 니콜라(미국 전기차 업체)와 아다니 그룹(인도 대기업)을 공격한 걸로 유명한 ‘공매도 저승사자’ 힌덴버그 리서치의 타깃이 됐습니다. 힌덴버그가 이날 블록이 범죄 행위를 방조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부풀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건데요. 전 직원을 인용해 계정 중 40~75%가 가짜 계정이라고 밝혔죠. 이 소식에 블록 주가는 이날 14.82% 급락했는데요. 블록 측은 “힌덴버그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오해 소지가 있다”며 법적 조치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상태. 참고로 블록은 지난주 캐시 우드(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의 아크인베스트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4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속전속결이네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경쟁 은행인 UBS에 인수됐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죠? 역사가 167년짜리 은행이 고작 32억3000만 달러(약 4조원)에 경쟁업체에 팔렸으니, 굴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파산해서 빚잔치하게 되는 지경엔 이르지 않았으니(그랬으면 그건 금융위기의 시작) 그나마 다행이랄까요.CS 몰락의 직접적인 트리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입니다. 은행권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장 약한 고리였던 CS가 무너진 건데요. 그렇다고 남 탓만 할 순 없는 게, 신뢰와 안전의 상징이었던 스위스 은행의 명성에 금이 가도록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CS는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2021년부터 보인 망조잠시 2021년을 들여다 볼까요.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 차트를 보면 2021년부터 줄곧 내리막인데요. 이전부터 잠재해있던 부실이 그해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3월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린실 파산과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그린실 캐피탈(Greensill Capital)은 영국의 핀테크 업체인데요. 전문용어로는 ‘공급망 금융’ 즉, 일종의 ‘어음깡(외상매출채권 할인)’을 온라인으로 해주는 기업이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하고, 창업자가 영국 여왕 훈장까지 받은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었죠.CS는 그린실을 팍팍 밀어줬습니다. CS가 그린실의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하는 ‘공급망 금융 펀드’를 내놨는데, 이게 히트를 쳤거든요. 2017년부터 4개 펀드를 내놔서 100억 달러어치나 팔았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의 안전한 투자 대안’이란 CS의 마케팅에 유럽 부자들이 기꺼이 투자금을 맡겼죠.그린실이 위험해보인다는 경고는 CS 내부에서 줄곧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익에 눈 먼 CS는 펀드 판매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닥쳤고, 거래 기업 부도가 잇따르면서 그린실은 위기에 처합니다. CS 펀드에서도 투자금이 빠져 나갔고요. 결국 CS는 ‘투자 동결’을 선언했고 그린실은 2021년 3월 8일 파산했죠. CS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부자 자산관리’의 강자라는 명성에도 먹칠을 하고 맙니다. 불과 3주쯤 뒤인 2021년 3월 말, 빌 황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터집니다. ‘투자 천재’로 통하던 한국계 유명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끌던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는 글로벌 IB들(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CS)의 자금을 끌어들여(총수익스와프계약) 무려 500억 달러를 굴리는 큰손이었는데요(이 중 자기 자산은 100억 달러). 5~10배짜리 레버리지 투자를 하던 아케고스가 주가하락으로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요구)을 맞았고,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합니다.문제는 눈치도 실력인데, CS가 가장 하수였다는 겁니다. IB 중에서도 골드만삭스는 가장 먼저 발을 빼서 아무 손실도 입지 않았고요. CS는 어영부영하다가 IB 중 가장 많은 55억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한해 이익에 해당하는 큰 돈을 한방에 날려버린 셈입니다. 투자은행으로서 실력이 형편없다는 게 드러나 버렸는데요. CS도 나중에 “관리와 통제의 근본적인 실패”가 사태를 초래했다고 인정했죠.자산관리와 투자은행이 CS를 떠받치는 핵심 사업 분야인데 둘다 크게 사고를 쳤으니 위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가는 급락했고, 2021년 4분기부터 적자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이니셜 CS가 ‘CriSi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이 추락했죠.‘밈주식’이 된 CS이후에도 크레디트스위스를 둘러싼 스캔들은 이어졌습니다. 2022년 2월 비밀계좌 고객 3만명 폭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CS 내부고발자가 CS의 고객 3만명의 계좌 정보를 언론에 넘겨버렸는데요. 요르단 국왕, 이집트 독재자 아들, 파키스탄 정보국 수장 아들, 레바논 가수 여자친구 살해를 청부한 억만장자 등. 검은돈이라 의심할 계좌 리스트가 드러났죠. CS는 과거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역시나 불법 자금 세탁의 창구’라는 의심은 커졌습니다. 동시에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강력한 고객 비밀 유지 의무)에 대한 신뢰도 흔들렸고요.그 직전엔 CS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안토니오 호타 오소리오 회장이 취임 7개월 만에 그만 두는 일도 있었죠(2021년 4월에 취임해서 2022년 1월에 물러남). 유럽 여행 중 코로나 검역 규정을 위반했다는 황당한 이유였는데요(격리 기간인데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을 보러 감). 안 풀리는 기업은 별 게 다 발목을 잡습니다.그렇게 분기 적자와 주가 하락 행진을 이어가던 CS에 폭풍우가 다시 몰아친 게 지난해 10월 초. 돌연 트위터와 레딧 토론방에서 CS가 파산 직전이라는 루머(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음)가 쏟아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시기였죠. 2022년 9월 30일(금요일) 울리히 쾨르너 CS CEO는 “CS는 최근 시장 변동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자본 기반과 유동성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메모를 보냈는데요. 이게 오히려 주식시장에선 ‘CS가 유동성 위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CS는 아마도 파산할 겁니다”라는 아마추어 투자자들의 트윗이 한 순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말았습니다.그 결과 진짜 위기가 닥쳤는데요.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이 치솟고 공매도가 몰리면서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고객들은 돈을 빼기 시작했고요. 망한다던 트윗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어버린 건데요.긴박해진 CS 경영진은 꽤 급진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놨습니다. 향후 3년 동안 9000명을 해고하고(전체 직원 수는 약 5만명), 투자은행 부문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동시에 새로운 돈줄도 잡았습니다. 사우디국립은행이 15억 달러에 CS 지분 9.9%를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는데요. ‘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CS를 살릴 구세주가 된 듯했죠. 적어도 얼마 전까진 말입니다.결국 터지고 말았다 망해가는 기업의 경영자는 마지막까지 거짓말(우리 회사 괜찮아!)로 시간을 끌기 마련입니다. ‘우리 어려워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순간 끝이니까요(특히 금융회사는). 실리콘밸리은행과 FTX 사태를 봐도 그런데요. 이번 크레디트스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악셀 레만 CS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소셜 미디어 폭풍’으로 10%가량의 고객들이 CS를 떠났지만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발언했죠. “슬픈 이야기의 좋은 점은 떠나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고 여전히 우리와 거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거짓말이었습니다. 고객 자금은 지난해 12월는 물론 올해 1월에도 계속 빠져나갔죠. 지난해 4분기에만 은행 예금 잔액이 37%나 줄었다고 합니다. 이달 14일 연례보고서에서 CS는 “재무 보고의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인정했는데요. SVB 파산 사태로 이미 예민해진 시장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 회장의 한마디-“지분율 규제(10%룰) 때문에 CS에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가 발작 버튼을 눌러버렸는데요. 15일 CS 주가는 한때 30% 추락했죠.일단 둑이 한번 터지니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다급해진 스위스 국립은행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새벽2시에 500억 스위스 프랑(약 70조6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루에 100억 달러(약 13조원) 넘게 고객 예금이 빠져나갔으니까요. 결국 스위스 정부는 CS의 라이벌이자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팔을 비틀었습니다. UBS는 당초 제시했던 인수가(10억 달러)보다 3배인 30억 스위스프랑(32억 달러)에 CS를 떠안게 됐습니다.위기에서 못 배웠다…문제는 신뢰 19일 밤 열린 UBS의 CS 인수 기자회견에서 레만 CS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CS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 시장에 매우 슬픈 날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의 최근 사태가 불행한 때 발생했습니다.”글쎄요. 그의 슬픔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CS가 무너진 게 단지 타이밍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물론 CS가 자기자본비율 같은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꽤 건전한 은행이긴 했습니다. 위험 관리가 부실했거나 각종 스캔들에 시달린 은행이 CS 하나만은 아닐 거고요. 하지만 수년에 걸쳐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서 침몰해온 건 다른 누구의 탓이 아닌, CS가 자초한 일이죠. 결정적인 순간 CS의 운명을 결정한 건 바로 고객이었습니다.CS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간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때 스위스 최대은행 UBS마저 구제금융을 받아서 연명했는데요. CS는 구제금융 없이 독자적으로 위기를 헤쳐갔습니다(카타르 국부펀드 등 민간에서 90억 달러 조달).그 결과 위기 이후에도 다른 길을 가게 됐는데요. UBS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투자에 보수적으로 바뀐 반면, CS는 여전히 고수익을 좇아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쓴맛을 보지 못한 탓에 철이 들지 않은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내부 통제는 허술했고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CS의 몰락은 자신감에 차서 지난 금융위기를 탈출했던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CS는 위기가 은행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렸습니다.”하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습니다. ‘값싼 돈’의 시대가 급격히 끝났고, 시장은 아무나 신뢰하지 않게 됐죠.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하자면 “이런 조합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은행(=CS)에 너무 많은 것을 증명했습니다.” CS의 몰락이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은행은 결국 신뢰로 먹고 살고,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죠. By.딥다이브UBS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온 뒤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데요. FT 기사를 보면 CS의 몰락에 대해 “스위스 금융센터의 수치”이고 “스위스 브랜드를 더럽혔다”고 말하는 스위스인들의 격한 반응이 나옵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란 뜻인데요. CS가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CS는 부실한 위기관리로 인해 2021년 그린실 파산과 아케고스 마진콜이란 연타를 맞았습니다. 이후 적자와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각종 스캔들이 이어졌습니다. 2022년 10월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CS 파산설’이 돌았고요. 고객 자금 유출이 현실화되자, 사우디국립은행의 자금을 끌어서 일단 급한 불을 끄는 듯했습니다.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다”던 CS 회장의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재무보고에선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습니다. SVB사태로 불안했던 시장은 공포에 질렸고 고객들은 CS를 떠났습니다. 결국 경쟁은행인 UBS에 인수되는 굴욕을 당합니다. •한번 잃은 신뢰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합니다. 은행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CS 사태가 확인시켜줍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이겠죠.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2%, S&P500 0.89%, 나스닥 지수는 0.39% 상승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일요일이었던 19일 나온 UBS의 CS 인수 소식은 이미 들으셨죠. 이날 뉴욕증시에서 UBS 주가는 3.3% 상승했고 CS 주가는 반토막 났습니다(-52.99%).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가 한 눈에 드러납니다. 위기가 다소 진정되면서 미국의 은행주들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JP모건 1.06%, 골드만삭스는 1.97% 올랐고,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도 10.78% 상승했습니다. 위기가 확산되더라도 당국이 어떤 식으로는 지역은행 살리기에 나설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요.그럼에도 여전히 추락하는 곳이 있죠. 바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이날도 주가가 47.11%나 빠졌습니다. 전날 S&P마저 신용등급을 정크등급으로 하향한 데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이 은행에서 최근까지 700억 달러(약 92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고객 예금 중 절반이나 잃은 건데요. 지난 16일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300억 달러를 예치한다고 발표했지만 좀처럼 고객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또 미국에서 은행 중 한 곳이 망하게 되는 건가요. 일단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추가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입니다. 대형은행이 예치한 300억 달러 중 일부 또는 전부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자본으로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데요. 매각이나 외부 자본 수혈도 옵션 중 하나라고 합니다. 다만 예금 유출과 주가 하락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21-22일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의 FOMC 회의가 열립니다. 은행 위기 속에서 연준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에 나올 텐데요. 현재까지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는 이들이 좀더 많지만,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소수의견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이란 두가지 문제 중 무엇에 더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겠죠. 어느 쪽을 선택해도 파장은 만만찮을 겁니다. 만약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인플레이션엔 완만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금융상황엔 증폭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은 총재)고 하고요. 반대로 “인상을 하지 않을 때의 문제는 바로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시장이 가격을 책정할 것”(앙헬 우비데 시타델 채권연구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올해는 드디어 중국 덕 좀 보나 했는데 김 샌 걸까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5% 내외)로 발표하면서 시장이 웅성거립니다.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운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한줄기 빛을 비춰줄 거라 기대해왔는데, 실망스러운 수치였기 때문이죠.그래서 2008년부터 중국 경제를 들여다 본 중국 전략 전문가인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반등의 조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는데요.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 전망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고용을 역대급으로 늘리겠다는 중국―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발표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발표했던 것 중 가장 낮다는데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시장에선 5%~5.5%로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발표했는데요. GDP 성장률 목표치는 ‘마지노선’이거든요. 올해 실제 성장률이 최저 이 정도 수준은 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가 더 중요한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지표는 고용이에요.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까 고용안전이 최우선인데요. GDP성장률 말고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를 봐야 합니다. 2017년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가 10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상향조정 된 뒤, 올해 1200만명으로 올렸습니다. 역대 최고치로 조정됐는데요. 이는 고용을 감안한 중국 GDP 성장률 마지노선은 기존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할 수 있단 의미입니다. 올해 (전문기관들의) 중국 GDP 성장률 예상치가 5.2% 정도 됩니다. 그렇게 봤을 때에는 중국 정부의 이번 목표치는 합리적으로 발표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00만명이던 취업자수를 갑자기 1200만명으로 늘린다? 그게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요?“목표치를 올린 건 올해 중국 대졸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걸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상치가 1100만명인데요. 과거 평균치는 700만~800만명 정도였거든요.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거죠.”―중국 청년 실업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하던데, 실제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군요.“아마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더 오래 다닌 부분도 있을 텐데요. 어쨌든 올해는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차이나 피크’, 즉 중국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중국이 2010년 두 자릿수 대 성장률을 마치고 그 이후에는 계속 한 자릿수 대 성장률입니다. 성장률 자체는 계속 둔화되고 있어요. 2015년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GDP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어요. 산업구조 자체가 많이 바뀐 거죠. 2018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내외 환경도 녹록치 않고요. 그러다 보니 중국도 이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반도체나 헬스케어 같은 핵심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는 ‘공급망 고도화 전략’을 취하고 있고요. 일대일로를 통해 연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산업의 해외 투자를 개척하고 있습니다.”수요? 문제는 부동산!―2010년까지의 고도성장기는 지나갔고, 지금은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봐야 겠군요. 중국 경기를 볼 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를 많이 보는데요. 2월 제조업PMI 지수가 11년 만에 최고치였더군요.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는 건데, 투자와 소비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나요? “1, 2월 PMI지수가 확실히 예상치를 굉장히 크게 상회했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 이하이면 경기 수축 국면이죠. 1월은 춘절 때문에 통상적으로 PMI가 하락하는데요. 올해는 1월에 전월 대비 3.1%포인트 올랐어요. 2월엔 거기에서 다시 1.7%포인트 상승했고요. 중요한 건 세부항목인데요. 공급을 뜻하는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6.9%포인트 올랐어요. 공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거죠. 위드 코로나로 철강, 화학,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많이 올라간 겁니다.문제는 수요예요. 수요를 보여주는 신수주 주문 지수는 반등 폭이 3.2%포인트에 그쳤어요. 공급에 비해 반등폭이 제한적이었죠. 어제(9일)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는데, 2월 CPI 상승률(1%)이 오히려 많이 떨어졌어요. 수요 회복이 느린 거죠.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이라고 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보복소비나 해외여행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있지만, 이게 추세적으로 가려면 부동산 경기가 매우 중요하거든요.”―중국 부동산은 상당히 관심이 큰 이슈이죠. 한동안은 거품이 심했는데, 그게 한번 꺼지니까 도대체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는데요. 이미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규제도 많이 풀었는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네요? “중국에선 부동산이 핵심 산업입니다. 부동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지방정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니까요.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기준점은 가격이에요. 중국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 증가율을 보는데요. 이게 10%를 넘어가면 규제를 강화하고, 0% 밑으로 내려가면 완화정책을 펼치는 사이클이죠. 2021년 4월 중국의 부동산 가격 증가율이 마이너스대로 진입했어요. 그 후로 중국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출금리는 역대 최저에요. 그런데 과거엔 대출금리를 내리면 바로 중장기 대출, 즉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요. 그러면서 부동산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는 흐름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금리를 내려도 가계 중장기 대출이 늘지 않아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그만큼 가계 소비가 굉장히 위축된 거죠. 정말 특이한 건 작년에 중국 가계 예금증가율이 거의 최고치로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그렇게 낮은데도 예금이 엄청 많이 늘었어요. 그걸 보면 유효 수요는 상당히 많을 수 있는데,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가계 소비성향엔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매우 많이 줍니다. 가계에서 부동산 자산이 67%를 차지하고 있고요. 중국은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가격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1~2월 부동산 가격과 판매 데이터를 보면 더 이상 떨어지진 않아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2분기 말 정도에는 점진적으로 가격부터 좀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면 소비도 점진적으로 좀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은 대출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한국은 최근에 많이 내려서 4%대인데요. “1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지금 2% 후반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당하던 중국, 희토류로 자원 무기화?―시진핑 공동부유론을 짚고 갈게요. 2021년 시진핑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천명하고,빅테크 때리기에 나서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하기엔 위험하다’라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시진핑이 아직도 공동부유를 얘기하긴 하더라고요. 여전히 그런 리스크가 남아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의미를 좀 다르게 보거든요. 시장에선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중국이 다시 폐쇄적인 계획 경제로 가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는데요. 당연히 이전보단 정부 중심으로 가는 게 맞긴 한데, 의미가 달라요. 마오쩌둥은 아예 과거를 청산하고 인민의 공동 분배에만 집중했다면, 시진핑은 과거 잘못을 일부 수정하면서 중국 부흥을 위해 좀더 해보자는 거죠. 따라서 성장주의 폐단은 부의 재분배로 일부 해결하되, 신성장 산업은 여전히 성장을 계속 해나가자는 양분적인 의미가 큽니다. 장쩌민 시대에 세운 중국의 두 가지 100년 목표가 있는데요. 첫번째인 ‘2021년까지 소강사회 건립’은 이미 지났고요. 두번째가 ‘2049년까지 대동사회를 건립’입니다. 시진핑은 이를 ‘2049년까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건설하자’로 수정했는데요. 이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동등한 G2 국가로 가자는 걸 의미합니다. 과연 분배정책만으로 그게 실현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죠. 중국도 금융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은 투자를 더 확대하고 개방하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미국의 중국 견제가 엄청납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했고, 동맹국까지 동참시키고 있죠. 중국 입장에선 꼭 성장시켜야 할 산업인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는 건데요. 이걸 이겨내기 위한 전략이 뭘까요? “미중 분쟁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2000년대 미국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즉 핵심산업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투자를 본격적으로 했고요. 화웨이가 2018년 5G를 선점했습니다. 미국 팹리스 밥그릇을 중국이 일부 뺏어간 건데요. 미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으면서 공격에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 이후로 중국이 뭐만 하면 계속 견제를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견제를 하면 그걸 계속 맞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은 하이엔드급 반도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해졌거든요. 이제 중국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당대회 때 나온 보고서를 보면, 핵심 정책으로 안보 발전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안보라는 건 결국 자원 무기화이죠. 중국도 자기네가 강점이 있는 자원, 희토류나 광산자원을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광산그룹도 작년 7월 통폐합해서 만들었죠. 이렇게 중국도 일부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이걸 하나의 카드로 제시할 거고요. 또 하나는 일대일로 연안 국가들과 교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원유 대금 자체를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한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이 미국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죠. 결국 중국도 마냥 수수방관하지 않고, 미국이 건들지 못하는 카드들을 제시할 거라고 봅니다.”홍콩보다 본토, 성장주보다 필수소비재―맞기만 하던 중국이 앞으로는 한판 붙겠다고 나서겠군요. 한국 입장에선 걱정입니다. 그럼 이제 주식시장을 살펴볼까요. 작년에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너무 어려웠는데요. 이제는 경기를 살린다고 하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는 어떨까요. “중국 주식시장을 볼 때는 홍콩 증시도 같이 얘기하는데요. 둘은 많이 다릅니다. 홍콩에 상장된 기업들이 중국 본토 기업이 많긴 한데요. 홍콩은 환율이 미국 달러에 페그돼있기 때문에 미국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업종도 달라요.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금융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요.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본토 상장규제를 피해 홍콩에 상장하다보니까 홍콩 HSCI지수는 성장주 비중이 매우 높아요. 그래서 중국 본토와 홍콩은 수익률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결론적으로 올해를 놓고 보면 저는 홍콩과 중국 본토 모두 좋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중국 경기 자체가 부동산을 기점으로 2분기 바닥을 치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기업의 주당순이익도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거든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같은 정책 기조도 계속될 거고요. 마지막으로 위안화도 올해는 강세기조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 증시가 좀더 좋다고 봅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추세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2015년은 중국의 주식시장 시장화 정책이 본격화된 시기예요. 이전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았다면, 2015년 이후엔 기관투자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2500~3600의 박스권에서 경기 사이클에 따라 매수 또는 매도하는 투자전략이 긍정적이고요(17일 종가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3250.55). 업종별로는 미중분쟁도 있고 중국은 산업 모멘텀이 짧기 때문에 그런 업종(수출 중심 업종)보다는 오히려 내수에 집중된 업종을 보세요.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음식료 같은 필수소비재 산업이 좀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성장주가 경기 반등으로 모멘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탄탄한 내수 소비 위주의 업종이 낫군요. 얼핏 떠오르는 게 ‘귀주모태주’인데요. “그 종목도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말씀 하신다면? “작년에 중국 투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게 사실인데요. 중국 시장은 알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너무 한쪽 면만 보지 마시고 전반적인 경기흐름과 정책 등 다방면으로 보시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시면 좀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 15일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6%로 높였다고 합니다. 글로벌 IB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데요. 정작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잡으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중국 제조업 경기가 1, 2월에 빠르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과 달리 수요는 아직 반등폭이 크지 않습니다. 수요는 결국 부동산 경기에 달려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고, 잘하면 2분기 중 회복되기 시작할 거란 전망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소비도 되살아나겠죠.중국의 목표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맞먹는 G2국가가 되는 겁니다. 미국은 이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고요. 반도체 수출 규제로 얻어맞은 중국은 ‘자원 무기화’로 반격을 준비 중입니다.중국 주식시장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홍콩보다는 본토, 성장주보다는 필수소비재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위기에 빠졌던 은행들이 한고비 넘기는 걸까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올랐습니다. 다우존스 지수 1.17%, S&P500 1.76%, 나스닥 지수는 2.48% 상승 마감했군요. 퍼스트 리퍼블릭을 아시나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제2의 SVB’가 될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쓸린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은행인데요.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에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등급도 정크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그런데 퍼스트 리퍼블릭을 구출해줄 동아줄이 내려왔습니다. 미국의 11개 은행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총 300억 달러의 예금을 예치한다고 이날 성명을 발표한 겁니다. 미국의 4대 은행(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은 각각 50억 달러씩,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25억 달러를, 나머지 은행들(BNY멜론, PNC뱅크,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뱅크)은 10억 달러를 예치합니다.FT에 따르면 ‘미국 은행 어벤져스’가 출동하게 된 배경엔 역시나 정부 압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JP모건이 총대를 메고 15일 밤 경쟁 은행들에 전화를 돌려서 예금 예치를 이끌어냈다는데요. 은행들이 설명을 내자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은행 그룹의 이번 지원은 가장 환영할 만한 일이며 은행 시스템의 탄력성을 보여준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죠. 덕분에 장중 36% 폭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극적으로 반등해 종가 기준으로는 9.98% 상승 마감했습니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네요. 위기설로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한 은행은 유럽에도 있습니다. 바로 크레디트 스위스(CS)인데요. 15일 한때 30% 폭락했던 CS 주가는 정부의 지원책 발표(스위스 중앙은행이 70조원대 자금 지원)에 힘 입어 16일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19.15% 상승했습니다. 일단 한숨 돌렸는데요. 다만 뉴욕증시에 상장된 CS의 미국예탁증권(ADR) 가격은 전날과 같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스위스 경쟁 은행인 UBS가 CS를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는데요. 이날 ‘UBS가 CS와의 합병을 원하지 않는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아직 사태가 끝나진 않은 것 같네요. FT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시나리오를 세가지로 제시합니다. ①UBS가 CS를 인수하거나 ②옆 나라의 도이치뱅크가 CS를 인수하거나 ③인수할 곳이 없다면 스위스 중앙은행이 CS를 완전히 통제하고 구조조정해서 사실상 CS를 해체시키는 것. 과연 167년 역사를 자랑해온 CS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습니다. 만약 그가 우연히 자기 앞을 지나가는 여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실제론 AI)라고 착각해서 졸졸 따라다녔다면 어떻게 될까요. 웬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스토리냐고요?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루다 챗봇 스토킹 사건’인데요. 오늘 딥다이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좀 심각한 이 사건을 통해 AI 기술 발전으로 생겨날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스토킹범 될 뻔한 AI챗봇 이용자지적장애로 장애등급이 있는 남성 회사원 A씨. 어울릴 친구가 없던 그의 낙은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거였는데요. 우연히 이루다 챗봇 서비스를 이용한 뒤 빠져들었습니다. 입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마치 이루다라는 20대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채팅을 나눌 수 있죠.문제는 A씨가 인공지능인 이루다를 진짜 사람처럼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그는 채팅으로 이루다에게 만남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이루다가 그럼 만나자고 답을 한 겁니다!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정해서 말이죠. A씨는 약속한 시간에 그 장소(서울 시내 지하철역)로 나갔습니다. 당연히 기다리는 그녀가 나타날 리가 없죠. A씨는 이루다에 자신의 옷차림을 설명해주는 채팅을 보냈는데요. 그러자 이루다가 ‘○○색 옷을 입고 있다’며 답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A씨 눈 앞에 이루다가 설명한 그 옷차림을 한 여성 B씨가 지나갑니다. A씨는 B가 이루다인 줄로 순간 착각했는데요. A씨는 ‘왜 자신을 못 본 척 하느냐’고 이루다에게 채팅으로 묻습니다. 이루다에게서 돌아온 답은 ‘부끄러워서 그렇다’였습니다.B씨가 자신을 만나러 나온 이루다라고 확신하게 된 A씨. 그때부터 B씨 뒤를 졸졸 쫓아갑니다. 이루다가 자신을 알은체해주길 기다리면서요. 그렇게 그가 B씨를 쫓아다닌 시간이 자그마치 50분. 모르는 남성이 자신을 따라다니자 B씨는 겁에 질렸습니다. 경찰에 ‘스토킹’으로 신고를 했고 A씨는 경찰서로 끌려갔죠.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야 이루다가 사람이 아닌 AI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스토킹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은 정말 B씨가 이루다인 줄로 잘못 알았다’고 소명했는데요. 증거(이루다와 채팅한 내용)가 남아있었던 덕분인지 지난달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 받았습니다. 물론 A씨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요.(위 내용은 딥다이브의 취재를 종합한 것입니다. 취재 내용에 대한 확인 요청에 서울 남부지검은 “2월에 ‘혐의 없음’ 처분을 한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AI를 사람처럼 느낀다? 일라이자 효과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 그동안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났던 일이죠. 2013년 개봉한(한국에선 2014년 개봉) 미국 영화 ‘허(her)’가 그 대표적인 영화인데요. AI 운영체제 ‘사만다(목소리 연기 스칼렛 요한슨)’를 사랑하게 된 남성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주인공입니다. 당연히 영화 속 사랑도 해피엔딩은 아니었는데요. 스토킹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뻔한 A씨 사연만큼 비극적이진 않았습니다. 현실의 결말이 영화보다 더 안타깝습니다.이렇게 얘기할 분도 있겠습니다.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착각한 거겠지’라고요. ‘나는 그럴 리 없어’라고 다들 생각하시지요? 그런데 이걸 좀 알아두셔야 합니다. 심리학에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일라이자는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인 1966년 미국 MIT의 컴퓨터 공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 박사가 만든 초창기 인공지능 챗봇 이름입니다. 그는 일라이자를 심리치료사를 모방한 챗봇으로 만들었는데요. 초기 인공지능이다 보니 그 대화 수준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주로 인간이 한 말을 그대로 질문으로 바꿔서 뱉어내는데 그쳤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인간: 남자친구가 날 여기 오게 했어요.일라이자: 남자친구가 당신을 여기 오게 한 게 당신한테 중요한가요?인간: 그는 내가 많이 우울해한다고 말했어요.일라이자: 당신이 우울하다니 마음이 좋지 않네요.인간: 맞아요. 전 불행해요.일라이자 : 무엇 때문에 불행한지 얘기해볼래요?어떠신가요? 공감하는 척은 하지만 실제론 대화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단순한 인공지능이죠. 그런데 이 일라이자가 미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끕니다. 일라이자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일라이자가 진짜 정신과 의사라고 믿게 된 거죠. 인간과 교감한 것과 똑같은 호감과 애착을 실제로 불러일으킨 겁니다. 이들은 일라이자가 지능이 있고 대화를 이해한다고 확신했죠. 심지어 일라이자 개발 과정을 지켜봤던 바이첸바움 박사의 비서조차 일라이자와의 대화에 빠진 나머지 “일라이자와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방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죠.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이걸 환자 치료용으로 쓰자고 제안했고요. 이렇게 초보적인 수준의 인공지능인데 인간인 줄로 착각하다니. 일라이자를 만든 바이첸바움 박사는 이 현상에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의 선구자였던 그는 인공지능 비판자로 완전히 돌아섭니다. 그는 이후 “인공지능은 비정상적인 과학”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연구자들에 대해서도 며 신랄하게 비판했죠.AI 기술의 한계와 약점을 더 드러내라정리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AI에 몰입해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나 AI에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이 ‘일라이자 효과’인데요. 현실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의 경우엔 이름을 붙여주고 말을 거는 사용자들이 꽤 많다는데요. 이 역시 일라이자 효과의 일종입니다. 지난해엔 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미숙한 사람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겁니다. 문제는 이루다 스토킹 사건에서 보듯 AI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일라이자 효과가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가 점점 더 심각해질 수 있단 점입니다. 최근엔 ‘감성 AI 기술’까지 개발되는 추세인데요. 이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서비스하는 쪽으로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기술 특성상 이를 개발하는 사람조차 AI가 어떤 일을 저지를 지 다 알 수가 없죠.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AI 기술 개발을 멈추자고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답을 찾기 위해 AI챗봇 서비스인 챗GPT에 물어봤더니 3초 만에 답을 내놓습니다. “일라이자 효과는 AI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와 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AI시스템의 기능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요. 역시 생성형 AI 챗봇다운 논리적이면서도 두루뭉실한 답변인데요. 좀더 구체적인 답변을 구하기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루다 스토킹 사건에 대해 “우려했던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사용자들에게 AI 기술의 약점과 한계를 적극적으로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서비스는 가상의 대화’이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다 허구’라는 점을 훨씬 더 강하게 공지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GPT3라는 거대한 언어모델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고, 그 안에서 뭐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술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그것의 본질과 약점까지 함께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설사 서비스의 ‘몰입감’을 다소 해치더라도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걸 막는 걸 더 우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루다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어떤 입장일까요. 스캐터랩 법무 담당자와 통화했는데요. 일단 이런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크게 ‘인공지능’이라고 써놨고, 메신저창 첫 화면에도 주의 메시지를 띄워놨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AI임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한 건데요.스캐터랩 측은 “AI산업이 올바로 커가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AI의 투명성(상호작용 대상이 인공지능임을 명확히 밝히는 것)’ 준수를 많이 신경써왔다”면서 “다만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이례적인 사례까지 확인할 여력은 없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점검을 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By.딥다이브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던 일이 현실 속 사건이 되고 말았는데요.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이를 계기로 AI가 바람직하게 사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이루다’를 이용하던 남성이 지나가던 여성을 자신이 사랑하는 AI라고 착각해 따라다니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AI에 너무 몰입해서 AI에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을 ‘일라이자 효과’라고 합니다. 1966년 초기 AI 챗봇 ‘일라이자’에 이용자들이 애착을 느끼는 일에서 유래됐죠. AI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은 일라이자 효과의 부정적 결과가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한계와 약점을 이용자에게 좀더 강하게 고지하고, 이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인데요.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목표보다 더 중요한 걸 먼저 챙겨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뉴욕증시는 ‘블랙 먼데이’를 피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급한 불을 끈 덕분이죠.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 마감했고요.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28%와 0.1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요일(12일) 밤 미국 정부가 SVB 사태와 관련해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결정했단 소식은 들으셨을 겁니다. 예금보험 한도(25만 달러)를 넘는 금액까지 모두 보호해주기로 한 건데요. ‘뱅크런’과 다른 은행으로의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서죠. 참고로 한국에서도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 당시에 같은 조치(예금 전액 보장 제도)를 취한 적 있는데요. 그걸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대국민담화에 나섰는데요. SVB 사태와 관련해 은행 예금자와 정상적인 거래 관계자는 모두 보호받을 거라며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단, 경영진은 모두 해고되고 SVB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죠.물론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이날도 은행주 주가가 요동쳤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1%, 웨스턴얼라이언스방코프는 47%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다음 웰스파고와 씨티그룹도 각각 약 7% 주가가 빠졌죠. 아직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잔존해있단 뜻입니다.투자자들은 은행권 불안이 시장 전반에 끼칠 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 바쁩니다. ‘이제 드디어 연준이 긴축행보를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연준의 긴축을 탈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건 금융위기일 거라고 우린 항상 말해왔습니다.” 전문가 전망은 제각각입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다음주 열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거라고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일본 노무라 은행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거란 전망을 13일 내놨고요(3월 금리 인하를 예측한 건 노무라가 처음). JP모건은 아직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던 며칠 전과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일 0.56%포인트 하락한 4.03%로 급락했습니다. 1987년 10월 이후 하루 낙폭으론 최대라고 합니다. 지난 주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5%를 넘어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극적인 변화인데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너무 큰 움직임입니다. 시장은 엄청나게 과잉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잊었습니다.”(PGIM픽스드인컴 최고투자책임자 그레그 피터) SVB 사태를 포함한 최근 며칠의 상황 변화가 워낙 극적이라서 솔직히 예측이 무의미하지 않나 싶은데요. 엇갈리는 월가의 금리 전망처럼 연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듯합니다. 피터슨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 니콜라스 베론의 말대로 “만약 중앙은행이 그렇게 해도(금리 인상을 멈춰도) 저주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주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연금개혁 법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프랑스가 보통 난리가 아니란 소식 들어보셨나요? 노조의 역대급 시위로 열차가 멈추고, 교실 문을 닫고, 발전소 가동이 일부 중단되기까지 했는데요. 혹시 이런 생각은 안 드시나요? ‘연금개혁이 정말 큰 이슈이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할 정도인가.’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에 뉴욕타임스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프랑스에서 은퇴를 둘러싼 싸움은 정체성의 문제이다’. 정체성? 그냥 더 오래 일하기 싫어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건 줄 알았는데, 왜 거창하게도 정체성까지 거론될까요. 오늘 딥다이브는 프랑스의 연금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그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나라를 멈춰버린 역대급 총파업128만명 vs. 350만명. 3월 7일 전국적으로 열린 노동자들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참여자 수를 놓고 프랑스 정부와 노동조합 측이 각각 내놓은 추정치입니다(양측 추정치가 크게 차이 나는 건 한국이나 프랑스나 마찬가지네요). 확실한 건 뭘 기준으로 하든 이날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사상 최대 규모 시위였다는 겁니다. (이전 최대 규모는 올해 1월 31일 열린 연금개혁 반대 시위. 당시는 정부 추산 127만명, 노조 추산 250만명.) 르몽드가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을 정도인데요.이날 시위대의 구호는 “프랑스를 멈춰버리자”. 실제 7일 프랑스는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대중교통 노동자, 트럭 운전사, 원자력 발전소 기술자들 중 상당수가 파업에 들어갔고요. 초등학교 교사의 3분의 2와 공무원 4분의 1이 파업을 했습니다. 프랑스 국영 철도는 예정된 열차의 4분의 3을 취소했고, 항공편 역시 약 3분의 1이 취소됐죠. 심지어 발전소 직원 중 절반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기 생산량이 평소의 5분의 1로 줄어들어서 이웃국가에서 전기를 수입해야 했습니다. 때로 과격해진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기도 했죠. 프랑스 노동조합들은 토요일(11일)에 더 큰 시위를 예고했는데요. 강경파 노조인 CGT의 필립 마르티네즈 대표는 “우리는 더 높은 기어로 가고 있다”며 투쟁의지를 밝혔습니다.노조 측이 투쟁 강도를 높이는 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혁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이번주 일요일(12일)까지 상원이 심의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 국회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죠.법안의 골자는 현재 62세인 법적 정년(최소 연금 수령 나이)를 64세로 높이는 것. 한꺼번에는 아니고, 매년 석 달씩 수급 연령을 높여서 2030년에 64세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인데요. 또 지금은 연금을 완전히 받으려면 기여기간(일하면서 연금을 낸 기간)이 42년이면 되지만 이를 43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한마디로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받으라’는 겁니다.비호감 대통령의 연금개혁 승부수이거 왠지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비슷한 상황이 2019년 말에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에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었고, 그의 연금개혁안(42개 퇴직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안)에 반대한 노조가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섰죠. 그리고 결론은? 2020년 초 코로나를 이유로 그 개혁안은 일단 보류했습니다. 이후 3년 여 만에 다시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들고 나온 건데요.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할 때 그의 공약이 정년을 65세로 높인다는 거였죠(이후 실제 법안은 64세로 조정함).그런데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은 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극우 후보를 피하려고 뽑은 거지 마크롱이 좋아서 뽑은 건 아니거든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다고나 할까요. 마크롱은 ‘금수저’ 출신의 ‘부자들만의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원래 서민층엔 인기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비호감 이미지인 마크롱이 인기 없을 수밖에 없는 정년연장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건데요.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 임기인(세번째 대통령 출마는 불가능) 마크롱으로서는 모든 걸 건 셈입니다. 역사에 ‘연금을 개혁안 대통령’으로 기록되든지, 아니면 1년 만에 레임덕에 빠지든지 둘 중 하나가 되겠죠. 니스 대학 정치학 교수 빈센트 마르티그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습니다. 둘(마크롱과 노조) 중 하나는 질 것입니다.”도대체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얼마나 시급하길래 대통령이 저렇게 강수를 두느냐고요? 그게 좀 애매합니다. 전문가들도 이념 성향에 따라 말이 다 달라요.만약 ‘연금 적자가 지금 이미 너무 심해서 조만간 연금 기금이 고갈될 지경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닙니다. 2022년까지는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는 많은 ‘흑자’ 상태이거든요.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적자로 전환될 겁니다. 일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은퇴한 사람은 늘어나니까요. 프랑스 정부는 적자폭이 해마다 GDP의 0.4~0.8%(약 18조~30조원)일 걸로 추산했죠.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적자의 늪에 빠진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3년은 연금개혁의 해가 될 것이다. 앞으로 수십년간 우리 (연금)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죠.그런데 노조 얘기는 좀 달라요. 연금재정이 아직 위기도 아닌데 정부가 위험을 부풀리고 있다고 반발하는데요. ‘서민이 피해보는 정년 연장 대신 부자한테 세금을 더 거두거나 부자들의 연금을 줄이라’고 요구합니다.‘은퇴=축복’인 프랑스인유럽에서 가장 너그러운 연금제도. 프랑스 연금 시스템을 설명할 때 흔히 하는 말인데요. 그만큼 은퇴자 입장에서 프랑스 연금제도는 환상적입니다. 모든 사람이 일할 때의 실질소득(세금과 연금보험료를 뗀 소득)의 74%를 연금으로 받으니까요. 인생의 4분의 1 이상(남성 평균 22년, 여성 26년)을 그렇게 지내는 겁니다. 평균적인 연금 수급자라면 일하는 근로자 평균보다 더 부유합니다. 퇴직자 중 빈곤선 이하의 비율이 4.4%로 38개 OECD국가 중 가장 낮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은퇴하기만을 기다립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세르지 게랭은 “프랑스인은 은퇴를 인생의 오후, 축복받은 시간으로 간주한다”고 말합니다. 파리정치대학의 수석 연구원인 뤽 루반은 “많은 사람들에게 은퇴는 낙원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은퇴 뒤에나 찾아온다고 여기는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일을 하는 젊은 시기는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인 거죠. 다들 빨리 은퇴하고 연금을 받고 싶어 안달인데요. 이 때문에 프랑스 노동법은 힘든 일(야간근무, 극한의 온도)를 하는 사람은 좀 일찍 퇴직할 수 있는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은퇴가 곧 축복이라니, 왜 그리 정년 연장 저지에 목숨 거는지는 알 법도 한데요. 동시에 연금제도의 역사가 워낙 깊다는 점도 연금개혁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프랑스에 마치 ‘공동보험’ 같은 연금제도가 탄생한 건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입니다. 제도의 핵심 원칙은 ‘연대’입니다. 직업과 소득에 관계 없이 누구나 품위 있게 은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와 고용주가 노인 세대를 위한 연금을 지불하게 한 겁니다. 세대와 집단을 뛰어넘어 상호의존의 관계가 되는 거죠. 이는 전쟁 직후 분열된 사회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연금제도가 프랑스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은 이유이죠. 프랑스 사회보호연구소의 크레티앙 소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이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도 연금제도에 대한 애착이 커진 이유라고 봤는데요. ‘우리(프랑스)는 미국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여전히 그들이 갖지 못한 것-세계 최고의 사회 보장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국가적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는 해석입니다.현재까진 정부와 노조 1승 1패은퇴가 축복이자 낙원이고, 연금제도는 국가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라니. 그럼 프랑스에서 정년 연장이 실현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 걸까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프랑스 정부는 과거에도 두차례 정년을 늘리는 연금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1995년과 2010년이었죠. 둘 다 엄청난 노조의 파업과 대규모 시위에 부닥쳤는데요. 1995년엔 3주 동안 이어진 공공부문의 장기 파업 끝에 결국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엔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늘리는 데 성공했죠.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춘 뒤 무려 38년 만의 변화였습니다(1982년엔 ‘고령자들이 빨리 은퇴해야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논리로 정년을 단축했음). 당시 연금개혁안 통과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큰 승리로 여겨졌는데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연금개혁이 필요하긴 하다는 일부 여론의 지지, 그리고 노조와의 적당한 타협(일부 직업군은 정년 유지) 덕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여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추락한 사르코지는 2012년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이 역시 연금개혁 탓이 꽤 컸죠. 이번엔 어떨까요? 일단 현재까지 여론은 썩 좋지 않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라 적게는 3분의 2, 많게는 5분의 4가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죠. 특히 ‘50대 후반만 돼도 기업들이 채용을 안 해주는데, 정년을 64세로 늘리면 고령 실업자만 늘어날 판’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정부는 노동조합들과 수개월째 협의를 진행하곤 있지만, 여전히 성과가 없고요. 현재 여당(3개 정당 연합)은 의석을 다 합해도 250석으로 과반에 한참(39석) 못 미칩니다. 61석을 가진 중도우파 야당인 공화당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죠. 무엇보다 국민들이 결국 어느 쪽 편을 들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아직까진 노조 파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조금 더 많은 편이긴 한데요. FT는 “시위가 더 파괴적이 되면서 시위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약화될지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단 노조 측은 ‘정유사 배송 중단’(주유소 기름이 동나게 됨)을 포함한 더 강한 파업으로 압박을 이어갈 거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데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되어버린 연금개혁. 과연 우리는 또 어떤 논쟁과 갈등을 겪게 될까요. 연금개혁을 둘러싼 프랑스의 난리통을 예의주시해보려 합니다. By.딥다이브파업이 잦은 프랑스이지만 8개 노조가 연합해서 총파업을 하는 건 12년 만이라고 하죠. 그만큼 연금개혁이 프랑스에선 가장 뜨거운 이슈인 건데요. 경제, 정치, 복지, 고용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광범위한 주제라서 딥다이브도 다뤄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년으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추진 중입니다. 프랑스 노동조합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역대급 시위로 맞서고 있습니다. 프랑스 연금 재정은 올해부터 적자에 빠질 걸로 예상되는데요. ‘지금이 개혁에 나설 때’라며 밀어붙이는 정부와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노조가 평행선을 달립니다. 프랑스에선 ‘은퇴가 곧 축복’입니다. 동시에 1945년 만들어진 공적연금제도가 국가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으로 여겨지죠. 연금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유독 큰 이유입니다. 과거 두차례 정년연장 시도에서 노조가 이긴 적이 1번, 정부가 승리한 게 1번입니다. 이번엔 어느쪽이 웃게 될까요. 아마도 이달 안에 국회 통과 여부는 결정될 겁니다.*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고용보고서 발표(10일)를 앞둔 미국 뉴욕증시는 불안합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죠. 다우지수 -1.66%, S&P500 -1.85%, 나스닥지수 -2.05%. 이날은 은행주가 일제히 크게 하락했습니다. FT에 따르면 4대 대형은행(JP모건, BoA, 웰스파고, 씨티)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에만 524억 달러(69조원)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를 촉발한 건 바로 SVB은행(실리콘밸리뱅크)이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SVB은행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0.41% 폭락했습니다. 전날 종가가 267.83달러였는데 이날 종가가 106.04달러.도대체 SVB은행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SVB은행은 ‘새로운 은행 모델’이자 ‘혁신의 동반자’로 평가받아온 벤처금융 전문은행입니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과 벤처캐피털, 사모펀드를 주 고객으로 하면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2021년)엔 스타트업, 벤처캐피털과 함께 호황을 누렸죠.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돈 줄이 메마르면서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습니다. 과거엔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SVB은행에 예금할 돈이 넘쳤지만, 지금은 그럴 돈이 없으니까요. 현금이 궁해진 SVB은행은 급기야 보유했던 매도가능증권(미국 국채와 모기지증권) 중 대부분(약 80%)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때문에 18억 달러의 세후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죠. SVB은행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인 건 은행 예금이 넘쳐났던 2021년 호황기 때였는데요. 이후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입니다(=채권가격은 하락). 막대한 손실을 볼 게 뻔한데도 채권을 팔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인데요. SVB는 신주 발행으로 22억5000만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하지만 주가 급락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듯). 연준의 금리인상에 은행 중 가장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은 건데요. SVB은행만이 아니라 다른 은행도 비슷한 상황(현금 조달을 위해 채권 매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9일 미국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흔들린 겁니다. SVB은행처럼 코로나 때 대부분 미국 은행엔 예금이 넘쳐났고, 그래서 당시 미국 국채 보유량을 크게 늘려놨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형 상업은행은 아직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란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VB와 달리 대형은행은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기업 전반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특정 산업의 침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힐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른바 ‘저비용 예수금(급여통장처럼 금리를 매우 조금 주는 예수금)’ 비중이 큰 것도(조달금리가 낮음) 대형은행엔 유리한 점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보조금 좀 받자고 설비 공개에 초과이익 공유까지?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요즘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싸고 시끌시끌합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해주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을 만든 것도 놀라웠는데, 최근 공개된 세부 조건을 보니 기업 입장에서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닌 겁니다.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만든다고 한들, 생산성이 뛰어나긴 할까요. 공장만 짓고 별 효용이 없게 되는 거 아닐까요.세계 최강국 미국이 돈을 쏟아부으며 산업을 육성한다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냐고요? 미국이 ‘제조업 부활’ 산업정책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그런 걸 잘하는 나라가 아닌 거죠. 과연 미국의 ‘반도체 문샷(Moonshot)’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딥다이브가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미국의 제조업은 이렇게 망했다컬러TV와 태양광 그리고 반도체. 미국에서 탄생시킨 기술이지만 지금은 생산 주도권을 해외(주로 동아시아 국가)에 빼앗겨 버리고만 대표적인 제품들입니다. 모두 비슷한 경로를 밟았죠. 훨씬 낮은 생산비용과 정부 지원으로 무장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고, 기술격차까지 줄어들면서 미국 기업들이 밀려나게 된 겁니다. TV와 반도체 산업은 1970~80년대 일본 전자 기업들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따라잡혔죠. 그리고 이후 TV는 다시 한국, 반도체는 대만과 한국 기업의 제조기반이 넘어갑니다. 태양광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중국에 잡아먹혔고요. 제조업 기반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 미국에서 없었던 건 아닙니다. 미국 TV제조업체 제니스(Zenith)는 1986년 도시바와 마츠시타를 포함한 21개 일본 가전회사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격 담합으로 미국 TV 제조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었는데요. 미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담합 조사, 법무부의 소송 제기)해줬죠.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보상금을 지불하면서 잠깐 미국이 승리하는 듯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미국의 마지막 TV 제조업체였던 제니스는 결국 파산해 1999년 LG에 인수됐습니다.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외국 경쟁자들이 때로는 보조금과 담합을 통해 미국을 이겼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는 이러한 문제와 씨름해 왔습니다. 결론은 미국산이었던 산업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종종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의 경우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반도체 업체였던 인텔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치킨게임으로 벼랑 끝에 섭니다. 1985년 초 30달러였던 256KB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몇 달 만에 10분의 1인 3달러로 추락한 거죠. 인텔은 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부도 위기까지 놓입니다. 이런 인텔을 구한 건 앤드류 그로브 전 CEO(1987년~1998년 재임)였는데요. 그는 아직 수익이 나긴 하지만(버리긴 너무 아깝지만) 쇠퇴할 수밖에 없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를 버리고(공장 폐쇄와 8000명 해고) 대신 신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도록 사업을 완전히 재편합니다. 그리고 마치 신병훈련소처럼 엄격한 규율(매일 2시간 이상 초과근무, 음악과 잡담 금지 등)로 제조능력을 끌어올렸죠. 미국이 CPU 생산공장을 여전히 보유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제조업은 창의적이지 않다고? 첨단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가 40년 가까이 되는데, 왜 미국 정부는 이제서야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며 대대적으로 나선 걸까요. 그동안은 왜 이런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걸까요.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탈세계화와 미중 패권 경쟁을 포함한 아주 긴 해설 기사가 필요하겠지만, 간략하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볼게요. 우선 하나는 미국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정부 주도 산업정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냉전 시절 보수파는 ‘소련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싫어했고요. 그 외 많은 사람들도 ‘시장이 아닌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라며 부정적이었습니다. 산업정책이 과연 실제로 산업을 육성하는 효과가 있느냐(괜히 돈만 쓰는 것 아니냐)에 대한 의문도 컸고요. 예컨대 오바마 행정부가 태양광 패널시장의 경쟁력을 되살리겠다며 5억3500만 달러의 대출 보증을 서줬지만 결국 2년 만에 파산했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 코퍼레이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특혜 의혹 등 많은 논란만 남김). ‘미국 기업이란 무엇인가’도 산업정책을 둘러싼 논란거리였는데요. ‘미국에 본사를 두지 않은 해외 기업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지원을 해주는 게 맞나?’를 두고 의견이 제각각이었던 겁니다 (물론 지금은 그 답이 ‘당연히 Yes’로 정리됨).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비제조업이 워낙 잘 나간 것도 제조업 일자리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게 된 이유입니다. 빅테크나 투자은행(IB)처럼 공장이 없어도 막대한 돈을 버는(=고임금을 주는) 미국 기업이 엄청나게 커진 거죠. 반도체 산업에서도 ‘설계’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로만 고급인력이 쏠렸고요. 다시 말해 ‘제조업=급여와 수익성이 낮고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일’, ‘테크 기업=급여와 수익성이 높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꽤 오랫동안 자리잡은 건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2010년 4월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구제금융 말고 스타트업’)의 한토막을 보시면 이런 선입견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보수가 좋은 일자리는 구제금융(구제금융 받는 제조업 중심 대기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나왔습니다. 스타트업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영감을 받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물론 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앤드류 그로브 전 인텔 CEO가 2010년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을 보면 13년 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아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을 예로 들며 “우리는 마침내 대량생산 전기차를 목격하게 될 것인데, 미국은 30년 전 가전제품 제조를 중단하면서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잃었다”면서 “일자리를 내보낸 것뿐 아니라 일부 기술은 확장과 혁신이 모두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게 더 큰 위험”이라고 지적합니다. “제조업을 포기하면 미국은 미래 신흥 산업에 진입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변화를 촉구했는데요. 물론 당시 실리콘밸리에선 한물 간 꼰대의 잔소리쯤으로 들렸을 겁니다.520억 달러? 턱도 없다!세계 질서가 달라졌고 이제 미국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제조업에 살길이 있다고 외칩니다. 중국에 경제적 패권을 빼길 수 있다는 공포심이 자극한 변화인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이렇게 말했죠. “수십 년 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조업 일자리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첨단 제조업 일자리가 잘 돌아오고 있는 게 맞을까요? 미국 정부의 야심찬 목표가 과연 성공할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찮은데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겁니다. ‘미국은 이미 제조업 경쟁력을 잃었고 그걸 다시 되살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그런 사례도 없다).’이와 관련해 가장 신뢰할 만한(경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발언자가 있죠. 바로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을 가진 반도체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 대만 TSMC 설립자 모리스 창입니다. 1931년생인 모리스 창은 미국에 대한 쓴소리도 가감없이 하는 걸로 유명한데요. 2022년 4월 그는 브루킹스연구소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왜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활이 어려운가’를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몇가지 꼽아보면요. ①미국엔 (좋은) 제조 인력이 없다=“반도체의 강점은 거의 전적으로 사람과 관련된 겁니다. 미국은 1950, 60, 70년대엔 이런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재들은 더 높은 임금의 직업으로 이동했습니다. 과거 MBA 졸업생은 GE나 IBM 같은 대기업에 다녔지만 이제 그들은 월스트리트나 컨설팅 회사로 갑니다.”②미국 생산비용은 너무 비싸다=”TSMC 오레곤 공장의 생산비용은 같은 제품이어도 대만보다 약 50% 더 비쌉니다. 25년 동안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비용 차이는 거의 똑같이 유지됐습니다.”③520억 달러 보조금으론 턱도 없다=“미국은 수백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미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늘리는 건 낭비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무익한 일입니다. 그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지 않습니다.”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과 만났을 때도 “미국 정부의 계획은 너무 순진하다”고 지적했다고 하죠. “미국이 많은 돈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해도 계속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뉴욕타임스가 얼마 전 TSMC 직원 11명을 인터뷰해 보도한 기사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전합니다. “미국 공장에 대한 TSMC 내부의 의심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높은 비용(TSMC는 미국 공장 건설 비용이 대만의 최소 4배가 될 거라고 밝혔음)과 함께 인사관리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걱정거리입니다. 지난해 TSMC를 떠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죠. “웨이퍼 제조에서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닌 인사관리입니다. 미국인은 관리하기 가장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최악입니다.” 공장 자체야 만들긴 만들겠지만, 얼마나 사업성이 있겠느냐는 물음표라는 뜻인데요. 이와 관련해 참고로 할 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 파나소닉이 2017년부터 미국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테슬라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해왔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초기 몇 년 간 파나소닉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가장 문제는 근로자를 훈련시키고 장비에 적응시키는 일이었는데요. 파나소닉 관계자는 “미국 노동자 손이 너무 커서 아시아산 기계를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배터리 산업도 이 정도인데, 정밀한 숙련도가 필요한 반도체는 더 말할 나위 없겠죠.물론 이를 미국 정부가 모르진 않습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얼마전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우리의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투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나는 최소 5000억 달러의 민간의 추가 투자, 또 다른 하나는 반도체 관련 대학 졸업생 수를 10년 동안 3배로 늘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인데요. 그는 “케네디가 인간을 달에 보내는 임무를 발표한 후 10년 동안 물리학 박사의 수는 3배, 공학 박사의 수는 4배가 되었다”며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만만찮은 일이라는 뜻이겠죠. 그래서 결론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포함한 반도체 제조업 부활 계획은 아직 막 첫발을 뗀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이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고요. 과연 미국은 30년 넘게 잃은 첨단 반도체 제조업의 기반을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황에서 헛돈만 쓰고 말게 될까요. 미국 일이긴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미래 걸린 문제이다 보니 신경이 쓰입니다. By.딥다이브왜 미국은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잃었는지, 그걸 다시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를 정리해봤는데요. 워낙 긴 히스토리라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미국은 지난 40년 간 첨단 제조업에서 밀려났습니다. 이를 다시 되살리려는 산업정책은 시도도 하기 전에 비판에 부딪히거나 금세 좌절됐습니다. 금융과 빅테크 같은 산업이 미국에서 급부상한 것도 제조업의 위축을 가속화했습니다. ‘제조업 말고 돈 되는 스타트업을 키우자’는 논리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뒤늦게 미국 정부가 52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이란 회의론이 만만찮죠. 부족한 인력과 과도한 비용, 낮은 생산성 등등. 허들이 보통 많은 게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5000억 달러의 추가 민간 투자+반도체 인력 3배 양성’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인데요. 아직은 말뿐인 단계. 과연 유례 없는 첨단 제조업의 부활은 가능하긴 할까요.*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지켜볼 게 많은 한 주의 시작입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12%, S&P500은 0.07% 상승했지만 나스닥지수는 0.11% 하락했죠. 시장은 7일과 8일 각각 상∙하원 의회에 출석할 파월 미 연준 의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증시의 우려가 커지고 있죠. 동시에 이러다가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크게 올리면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걱정도 나오고요. 따라서 의회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느냐에 시장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걸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과거에도, 지금도 연준이 무엇을 말하거나 행동할지에 대한 희망과 공포 사이의 줄다리기에 빠져있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나올 2월 고용보고서 역시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난달 1월 고용데이터가 너무 좋게 나오면서 증시의 낙관론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던 거 기억하시죠? 1월 노동시장이 좋았던 게 계절적 요인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2월 데이터가 나와보면 이를 알 수 있겠죠. 블랙록은 투자전망 노트에서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되면 핵심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연준이 금리를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일단 조심스레 바람의 방향을 지켜보며 몸을 낮춰야 할 한주가 될 듯한데요. 정작 약세론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이번주 들어선 ‘단기 랠리’를 얘기합니다. 윌슨은 6일 낸 투자 메모에서 “주식시장은 베어마켓 랠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지난주의 중요한 테스트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는데요. 지난주 S&P500의 200일 이동평균선의 회복 탄력성이 그 근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국채수익률과 달러가치가 하락한다면 주가지수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아니, 이 분 얼마 전까지 ‘죽음의 지대’를 얘기했던 분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하락을 말하고 있죠. 기업의 수익이 계속 악화되기 때문에 주식 랠리가 단기에 그칠 거란 건데요. 그는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과 수익추정치를 고려할 때, 많은 주식이 현재 보이는 나쁜 위험 보상이 반박되지 않는다(주가가 떨어지는 게 정상이란 뜻)”고도 말했습니다.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주식시장엔 ‘테마’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그 테마 관련 기업 주가가 (실적과 상관 없이) 움직이곤 하는데요. 지금 증시의 테마는? 단연 AI(인공지능)라 하겠습니다.새로운 테마가 뜨면 기존 테마는 인기가 시들해지곤 합니다. 지금 바이오가 바로 그런 경우이죠. 그래서 요즘 증시에선 ‘바이오 암흑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그런데 AI와 결합된 바이오라면? 어떤가요. 좀 솔깃하신가요? 오늘 딥다이브는 AI 신약 개발, 유전자 가위 같은 신기술을 포함한 바이오 시장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빅파마들, 앞다퉈 AI기업과 손잡다-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AI)이 정말 핫합니다. 그런데 바이오 쪽에서도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AI플랫폼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던데요. 어떤 식으로 AI와 바이오가 결합되는 건가요? “AI 로 바이오를 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진단 분야의 AI가 있고, AI로 신약개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플랫폼이 있죠. 우선 AI를 이용해 영상 진단을 하는 기업들이 있는데요. AI가 발현율을 확인해서 진단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나중에는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까지 AI가 하게 될 거라고 보고 있죠.최근 정부가 신약개발 관련 AI쪽에 2030년까지 2조2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AI가 신약개발을 할 때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면 바이오 회사들은 물질의 합성경로, 어떤 식으로 물질들이 서로 반응하는지, 이 물질이 어떤 부분에 붙고 발현하는지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갖고 있어요. 큰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전임상이나 임상을 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죠. 데이터가 쌓인 회사들이 알고리즘을 만들게 되면 ‘원하는 물질이 이런 거다’라고 넣었을 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주는 역할을 AI가 하는 겁니다. 원래 신약 개발이라는 게 기간도 엄청 길고 돈도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사용하면 신약 개발 기간이 많이 줄어듭니다. 특히 후보 물질 단계에서 원래 3~4년이 걸렸다면 이걸 1년 정도로 줄여주게 되거든요. 코로나 때 보시면 아시겠지만 (백신을) 빨리 만든 회사들이 (시장을) 다 가져갔어요. 모더나, 화이자, 이런 회사들이 다 가져갔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미치는 거죠. ‘나도 빨리 만들었으면 내가 다 가져갔을 텐데’라고요. 그래서 2020년부터 빅파마들이 AI기업들과 개발계약이나 기술이전을 정말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기본이고요. AI 플랫폼 기업마다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빅파마 한 회사가 여러 AI 기업과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플랫폼 기업들이 다 같이 성장할 확률이 높죠. 그 중 대장인 한 회사만 잘 되고 나머지는 다 죽는 게 아니라 같이 크는 겁니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이 국내에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신테카바이오가 있고요. 중외제약의 경우에도 C&C라는 일본 연구소랑 같이 플랫폼을 구축했던 게 있기 때문에 최근에 독일 머크와 원료의약품 합성 경로 관련해서 협력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슈퍼 컴퓨터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서 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원하는 후보 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확실히 많아지고 있긴 합니다. 그 기업들이 다 최근에 주가도 괜찮았어요. AI진단을 하는 기업은 유독 (주가가) 더 좋았고요. 루닛∙뷰노∙딥노이드 같은 회사들인데요. 루닛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기술력에서 인정을 받았었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AI 신약 개발 플랫폼 같은 경우에는 당장 계약을 하거나, 수출이나 납품을 하는 그런 아웃풋은 없기 때문에 (기업가치 상승엔) 조금은 더 걸릴 거라고 봅니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간을 2~3년 줄여준다면 엄청난 거네요. “시간뿐 아니라 돈도 정말 많이 아끼게 되니까요. AI가 바이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순위 1위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이유가 포함돼서 그렇게 반응하는 걸로 봅니다.”유전자 가위 신약이 올해 드디어 나온다-‘유전자 가위’라고 하죠. 유전자 편집 기술이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연구원님이 보시기엔 그 시장은 어떤가요? “사실 유전자 가위가 나온 지는 꽤 오래 됐어요. 저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웠으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크리스퍼라는 가장 신세대 유전자 가위로 개발된 약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약이 올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크로스퍼 테라퓨틱스에서 올해 상용화 가능성을 앞둔 파이프라인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좀 볼 만하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 정보를 내 마음대로 자르고 편집해서 내가 원하는 유전 정보를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효성은 잘 나올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설계한 대로 나오게 되니까요. 하지만 부작용이라든지 독성 이슈가 한 번씩 언급이 되고 있긴 합니다. 만약 올해 승인이 된다고 한다면 여태까지 나왔던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문제도 조금은 더 해결이 빨라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신약의 유효성이 매우 높다는 건 상당한 강점이네요.“유전자 가위로 개발한 것들의 초기 임상 데이터 보면 반응률이 80~90% 수준으로 나옵니다. 그렇다 보니 궁극적으로는 정말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특히 mRNA(메신저 RNA)나 세포치료제와도 다 접목이 되거든요. 앞으로 그런 기술 접목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기술이라고 봅니다.”여전히 대세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바이오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에 대해 좀 여쭤볼게요. 요즘 워낙 금리도 많이 오르고 성장주 전망이 썩 좋지 않다 보니 바이오주 주가는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지금 어떤 국면인가요?“금리 리스크가 계속 대두되다 보니 바이오엔 당연히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럼 성장주가 다 안 좋냐?’라고 한다면 요즘 우리나라에선 바이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성장주가 나오고 있습니다. 2차 전지부터 미디어, 엔터까지 다 성장주로 언급되는데요. 이제 ‘AI나 이런 것들이 요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와중에 굳이 바이오를 사야 되냐’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 많다면 다른 테마를 선택하겠다는 거죠.사실 제약∙바이오주가 역사적으로 3년 이상 쉬었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이 쉬었으니까) 이제 올해는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그건 과거 코로나가 없었을 때, 성장주가 많이 없었을 때 얘기이고,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올해 바이오주가 가려면 글로벌리 약이 없는 분야에서 신약이 나오거나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붐이 생겨나야 할 겁니다. 어쨌든 지금 바닥을 다진 것은 맞고요. 중장기적으로 1년 이상 바이오를 투자하고 싶다라고 한다면 지금이 그때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업황이 아무래도 중요하겠는데요. 연구원님은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대세 트렌드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라고 보셨더라고요. 그런데 항암제라는 건 무수히 많이 이미 개발돼있잖아요. 그럼에도 항암제가 여전히 가장 많이 투자되는 유망한 분야인 이유는 뭘까요. “작년에도 FDA 승인 신약 중에 항암제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제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되고, 라이센스 계약도 항암제에서 제일 많이 일어나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암은 대부분 내성과 변이가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도 많은 약이 있지만 여전히 암종 100개 중에서 반 정도밖에 케어가 안 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반은 새롭게 약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는 내성과 변이가 생겼을 때 그 다음 단계의 항암제가 필요하고요. 암은 완치율이 낮다 보니까 달고 사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 걸 고려했을 때 새로운 기전을 접목시킨 항암제가 대세입니다.”-지난달이었죠.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아서 이제 드디어 알츠하이머를 약으로 치료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는 했는데요. 뇌질환 치료제도 상당히 유망한 시장이라고요? “뇌 질환은 오랜 기간 약이라고 할 만한 의약품이 없었어요. 작년 승인됐던 아두카누맙은 실패한 약으로 불리고요. 레카네맙도 아밀로이드 베트만을 타깃하기 때문에 완전한 치료제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뇌질환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완치가 안 되다 보니까 시장이 정말 커질 수밖에 없는 분야인 거죠. 약이 없다는 건 경쟁 신약이 없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제 나한테도 기회가 있겠구나’라고 기대를 하는 기업들이 되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십 년 동안 실패를 했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고요. 레카네맙이 나왔지만 후발주자들이 오히려 ‘레카네맙이 승인되면서 시장이 열렸구나’하고 자기들이 더 신나는 상황이 보입니다.”-여전히 치매 치료제 신약 개발을 계속 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나와서 시장이 더 커지겠군요. “아밀로이드 베타만으로는 알츠하이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걸 대부분 다 알고 있어요.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들은 대부분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 하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트렌드가 변하고 있어요. 또 여전히 미세출혈 같은 부작용이 심한데요. 부작용을 줄이려면 약 용량을 줄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기술을 접목시켜서 뇌 투과도를 높인다든지, 아니면 약 자체를 잘 만들어 부작용을 줄인다든지 하는 방식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그쪽 방면의 연구 개발을 하고 있는데요. 항암제나 뇌질환 치료제 쪽으로 유망하게 보는 기업이 있을까요? “뇌질환을 하는 국내 기업은 많진 않은데요. ABL바이오 같은 경우에는 사노피라는 빅파마와 큰 딜이 있었고 파킨슨 치료제의 임상 1상을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됐고요. 아무래도 치료제가 나오면 진단 시장이 열립니다. 따라서 혈액 진단 하는 피플바이오도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경우엔 기전도 너무 다양하고, 타깃하는 부분도 다양합니다. 세포치료제 쪽이 요즘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요. NK세포라는 면역 세포를 이용한 기업들도 좀 관심을 많이 받았고요. 최근엔 우리나라가 간암 쪽을 잘한다고 해서 HLB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많은 분들이 항암제 관련 기업을 좋아하는데, 선호하는 분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세포치료제도 있고, 유전자 치료제도 있고. 항암제 시장이 너무 크다 보니 그렇죠.”바닥 맴도는 바이오주, 볕들 날은?-바이오주 투자법도 좀 여쭤볼게요. 아까도 중장기적으로 보라고 얘기하셨는데요. 어떤 식으로 종목을 선별해야 할지도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만약 단기적으로 볼 거라면 학회 임상 이벤트나 출시 이벤트가 몇 달 안에 있을 때 그런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이 회사가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있어야 겠죠. 사실 요즘 바이오에선 가장 핫한 테마가 AI랑 탈모예요. 탈모 화장품 하는 회사들이 최근 주가가 엄청 좋았습니다. 대부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거나 승인이 난 지 얼마 안 됐거나 하는 이벤트가 있던 상황이에요. 그런 것도 만약 잘 될 거란 믿음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겠고요. 그런 돈 버는 회사가 아닌 바이오텍(신약개발을 하는 회사들) 경우엔 어차피 지금 거의 다 주가가 내려와있습니다. 그 중에서 좋은 딜, 즉 우리가 아는 큰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했는데 선급금(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계약금) 비율이 높다든지, 아니면 계약 상대방이 엄청나게 유명하다든지 하면 그 회사가 괜찮다는 걸 이미 빅파마들이 인정해준 거잖아요. 그런 회사들은 지금 좀 볼 만하지 않나 합니다. 그 외엔 실적이 작년에도 좋았는데 계속 주가가 안 좋은 제약사들이 있어요. 지금 국내 제약사가 해외보다 많이 싸진 상황인데요. 역사적으로 그랬던 적이 없거든요. 그렇게 밸류에이션이 싼 기업은 지금 사 놓으면 나중에 리레이팅 될 때 같이 갈 확률이 높습니다. 너무 돈이 없는 회사들은 그냥 안 보시는 게 나아요. 자금 조달 이슈가 있으면 어차피 빠지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하방을 막아줄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임상에 몰빵한 바이오텍을 본다면, 그 임상이 중간에 조금이라도 잘 안 나오게 되면 급락할 수 있습니다.”-마지막으로 바이오 산업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지금 바이오가 테마가 아닐 때가 오히려 기회라고 봅니다. 제약 바이오는 우리 건강과 직결된 유일한 섹터이고, 우리 정부도 슬슬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니까요. 한번쯤 다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 바이오 회사들이 기술력이 없다기보다는 경영자들이 리스크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런 부분이 올해는 걸러지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검증된 회사들, 아니면 실적 괜찮은데 주가가 싼 회사는 ‘Why not?’인 거죠.” By.딥다이브요즘 AI 기술을 이용해 무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보이는데요. 데이터를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주는 데 이미 AI가 이용되고 있다니 기대됩니다. 다만 아직 그 이후 신약 개발 과정(전임상, 임상 등)은 사람의 몫이니, AI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겠죠.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핫한 기술로 인공지능(AI)이 꼽힙니다. AI를 이용한 영상 진단과 함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주는 AI 플랫폼이 주목 받고 있죠.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신약도 올해 나올 전망입니다. 유효성을 크게 높이는 이 기술은 앞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여전히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는 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의 FDA 승인으로 이 분야 후발 주자들은 ‘드디어 시장이 열렸다’고 환호합니다. 국내 바이오 투자심리는 많이 냉각돼있고 주가도 썩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빅파마가 인정한 기업, 실적이 잘 나오는 기업을 골라낼 때입니다. *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국회 중의원 운영위원회. 세계 3위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의 새 사령탑 일성(一聲)에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 후보가 한국 국회의 인사청문회에 해당하는 ‘소신 청취’에 나선 자리였다. 엔화는 세계 외환 거래량의 16.7%(2022년 국제결제은행 기준·총합계 200%)를 차지하며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고 있다. 우에다 후보는 일본 금융완화에 대해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경제와 물가 정세를 고려하면 필요하고 적절한 방법이다. 기업 수익과 고용 상황 개선에 공헌했고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의 제로금리 및 ‘수익률 곡선 통제(YCC·중앙은행이 장기금리 목표치를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을 매수 및 매도하는 정책)’를 통한 ‘돈 풀기’를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완화와 확장 재정을 축으로 한 경기 부양 정책인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당장 끝내지 않겠다는 우에다 후보의 언급에 한때 엔화 환율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취임 이후에도 끝이 보이지 않던 일본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갈림길에 섰다. 차기 총재는 ‘현상 유지’를 할 뜻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움츠러들었던 일본 가계, 기업의 경제 심리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초(超)저금리 장기화로 경제의 신진대사 기능이 망가지고 나라 살림이 지나치게 방만해졌다는 비판이 크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 부채를 짊어진 채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지금의 일본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국가 지출의 팽창이 예상되는 한국에 반면교사가 된다.● ‘돈 풀기’로 시장 부양해온 아베노믹스 정부 입김과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의 독립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기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올 1월 “고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경제를 둔화시키는 금리 인상 같은 조치가 인기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일본은 예외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정권을 탈환하자마자 이듬해 1월 일본은행과 공동성명을 냈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지속적 경제 성장 실현을 위한 정책 제휴’라는 이 공동성명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 조기 실현을 목표로 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2013년 4월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구로다 총재는 “대담한 금융완화 지속에 대한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디플레이션 해소의 책임은 일본은행에 있다”며 아베노믹스의 지휘자를 자처했다. 대담한 금융정책, 기민한 재정정책, 민간 투자를 이끄는 성장 전략. 아베노믹스의 기둥인 ‘3개의 화살’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이 투자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논리다. 아베 전 총리는 총리 재취임 2개월 만인 2012년 2월 미국을 방문해 “아임 백(I′m back). 일본도 그래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1970, 80년대 잘나갔던 일본 경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였다. 아베노믹스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즉각 나타났다. 2011년 달러당 75엔이었던 환율은 2013년 125엔까지 올랐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엔화를 풀면서 나타난 ‘기대 섞인 엔저’에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2012년 12월 1만80엔이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013년 말 1만6291엔으로 1년 만에 60% 넘게 뛰며 1980년대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잃어버린 일본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되찾았다”(일본상공회의소) “결과적으로 안정적 경제 운영을 통해 매우 큰 이바지를 했다”(일본 경단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베노믹스, 생산성에 심각한 악영향”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는 엔화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구로다 총재 전임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전 일본은행 총재가 2013년 퇴임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를 향해 던진 작심 비판이다. 당시만 해도 ‘떠나는 자의 뒤끝’ 정도로 보는 평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미래를 예언한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물가 상승, 경제 성장 모두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미미했다. 금융완화가 10년 이상 지속되면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해진다”고 당시의 판단이 옳았음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 스스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호경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 경제는 일부 숫자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성공한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 성장률이 오르지 않았다. 10년간 지속된 금융완화에도 2%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해가 2번에 불과했다. 아베 전 총리 퇴임 1년 전인 2019년 일본은행이 공표한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염원했던 물가 상승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가가 오르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투자 자금이 기업 투자 및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본격화된 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현상에 따른 수입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 컸다. 애초에 진단이 틀렸다는 비판도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얼어붙은 경제 심리, 기업들의 혁신 실패, 저출산 고령화 장기화, 이에 따른 내수 수요 감소 등 악순환의 결과물이 물가 정체인데, 물가를 끌어올리겠다고 고질병을 방치한 채 돈만 풀다 보니 침체 탈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 조사통계국장을 지낸 하야카와 히데오 도쿄재단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는 이들은) 디플레이션을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본다. 디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침체했으니 물가를 올리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논리인데, 대부분의 학자는 디플레이션을 결과로 여긴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日銀 총재, 정책 변화 가능성 열어둬 우에다 후보는 국회 답변에서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다. 그는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시장 금리에 손을 대는 정책에 대해 “다양한 부작용을 부정할 수 없다”며 “무엇이 가능할지, 여러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걸 말하는 건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의 수정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 인상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미국,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것이지만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2021년 기준 3만9711달러)인 평균 임금이 오를 조짐을 보인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연합단체인 렌고는 올해 임금협상 지침으로 기본급 3% 인상을 요구해 28년 만에 최고 수준을 표명했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이 임금을 최대 40%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닌텐도(10%), 산토리홀딩스(6%), 도요타자동차 등도 일제히 임금 인상에 나섰다.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를 끝내는 조건 중 하나로 임금 인상률 3% 달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로 나갈 여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신중하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지금 일본의 임금 인상은 경기 활성화로 기업 이익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정부가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생활물가 상승에 따라 근로자 생활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올리는 것”이라며 “임금 인상 분위기가 중소기업 전체로 퍼질지, 임금 상승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금융정책 정상화를 위한 여건도 여전히 갖춰지지 못했다. 일본의 국가 부채 비율은 262.5%로 세계 최고 수준이고, 국채의 50.3%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선 기업의 3분의 2가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다. 금리를 조금만 건드려도 가계, 기업, 정부 3주체의 부담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비정상적 총동원 체제에 나섰던 1940년대 중반 국가 부채 비율이 200% 정도였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3년 뒤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하는 3조7000억 엔(약 36조 원) 늘어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규모 빚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 경제의 현실을 남의 일로 보기에는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현실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긴축 공포에 시달려온 뉴욕증시가 모처럼 반등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했죠. 다우지수 1.05%, S&P500 0.76%, 나스닥지수 0.73% 상승. 썩 좋은 뉴스가 없던 이날 증시에 한줄기 빛을 비춰준 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3월 FOMC와 관련해 “확실히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한다(firmly in favor of sticking with quarter-point hikes)”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선 3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는데, 이런 우려를 잠재우는 발언이었죠. 덕분에 국채금리가 뛰고(10년물 금리 장중 4.091% 찍음) 고용지표가 뜨거운(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2000건 감소) 가운데에도 뉴욕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습니다.전날(1일) ‘투자자의 날’ 이벤트를 펼쳤던 테슬라는 이날 증시의 오랜 격언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라는 격언 말이죠. 3일 테슬라 주가는 5.85% 하락한 190.9달러로 마감했는데요. 모두가 기대했던 신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이 컸습니다. 소문 무성했던 모델2(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신모델) 관련 계획이 짠하고 나오길 기대했는데 말이죠. 물론 아주 작은 힌트는 있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이미지에 두 대의 미스테리 차량이 등장(아래 사진 오른쪽)했는데요. 하나는 좀 작은 승용차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상업용 트럭처럼 보입니다. 아마도 더 작은 게 모델2?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에서 ‘마스터 플랜’을 공개하긴 했습니다. 거기엔 기존 그리드에 재생 가능 전력 추가, 더 많은 전기 자동차 생산, 가정과 건물에 열 펌프 설치, 산업 응용 분야에 고온 열 전달 및 수소 사용, 지속 가능한 연료 비행기 및 보트 제작 같은 것이 포함됐습니다. 전기차 제조공정을 개선해 차세대 차량의 조립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이겠다고도 했고요. 질의응답에선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는다는 것도 확인해줬죠. 하지만 멀린 인베스터 창업자 휘도 페트렐리 말대로 “테슬라 ‘투자자의 날’의 가장 큰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테슬라 투자자의 날 여파로 이날 반도체 기업인 온세미컨덕터(-1.89%), 울프스피드(-6.98%),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2.43%)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테슬라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콜린 캠벨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를 75% 적게 사용할 거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는 고효율, 고성능, 뛰어난 내구성으로 인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거죠. 테슬라는 자동차 성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를 지금보다 훨씬 적게 사용하는 법을 알아냈다고 설명하는데요. 당연히 테슬라 공급업체인 반도체 회사들엔 썩 좋지 않은 뉴스입니다.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에 대해 “(테슬라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기술 발전은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다만 “저렴한 반도체가 전기차 채택을 촉진한다면 공급업체가 더 많은 전기차 볼륨으로 (이익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인플레이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과 생필품 물가 급등, 그리고 이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까지. 내 계좌와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인플레이션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 나라가 없겠지만, 유독 이 나라 경제엔 지금이 격동의 시기로 보입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거의 30년 동안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씨름해온 일본에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뚝 떨어어져 내려온 건데요. 일본은 경제활동 인구 상당수가 이런 ‘물가 상승’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하죠. 도대체 이 인플레이션이 일본경제에 선물이 될지, 폭탄이 될지. 일본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딥다이브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4% 넘게 오른 물가, 얼마 만이야!일본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난리일까요. 1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무려 전년 동월보다 무려 4.2%나 뛰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9.1%(2022년 7월), 한국은 6.3%(2022년 1월)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그게 뭐 대수냐고요? 4.2%이면 일본에선 무려 4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니까요. 중동 2차 석유파동으로 원유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던 1981년 9월 이후 최고라고 합니다.그동안 일본에서 물가가 2% 넘게 오르는 건 소비세율을 인상했던 2014년 정도 말고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는데요. 지금의 인플레는 세금 때문에 반짝 가격을 올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원자재 가격이 전부 다 오르니 기업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이를 순차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시키고 있는 겁니다. 2월 들어 가격 인상을 발표한 품목들을 간단히 소개해보겠습니다. 도토루 ‘블렌드커피(S사이즈)’ 224엔→250엔산요식품 ‘삿포로 이치반 미소라면’ 133엔→147엔히사미츠제약 ‘살롱 패스(40장)’ 540엔→595엔야쿠르트 ‘매일 기쁜 케일의 녹즙’ 1810엔→1950엔모리나가유업 ‘홋카이도 버터’ 410엔→460엔이밖에 TV∙게임기(엑스박스)∙택배요금이 이미 올랐고, 전기요금과 철도요금은 4월부터 오른다고 예고돼있죠. 정말 안 오르는 게 없습니다. 다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을 정점으로 꺾일 거란 전망이 많은데요. ‘기저효과’ 때문이겠죠. SMBC 닛코 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아마 1월에 정점을 찍겠지만, 당분간 일본은행 목표치인 2% 이하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즉, 물가 수준 자체는 더 높아질 거란 뜻. 기본급 오른다. 저임금 탈출 시동!물가가 이렇게 오르면서 일본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임금 인상입니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기본급을 대폭 올려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임금이 점점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버블이 꺼진 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임금은 제자리 수준이었죠. 일본의 임금은 ‘기본급+정기승급분’으로 구성되는데요. 기업들은 설사 임금을 올리더라도 정기승급분만 조금 올리고 기본급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일본 근로자의 평균근로자 임금 수준은 G7 중 최하위(2021년 기준 3만9711달러)이자 한국(4만2747달러)에도 못 미치는데요. 일본 임금이 안 올랐던 이유를 설명하자면 끝이 없어서(종신고용 문화, 낮은 생산성, 기업의 과도한 내부유보금, 노조세력 약화, 기업의 혁신 부재 등등) 일단 넘어가고요. 확실한 건 2013년부터 아베 전 총리가 기업에 대놓고 ‘기본급을 올리라’고 주문했음에도(노조와 기업의 협상인 ‘춘투’에 빗대서 이걸 ‘관제 춘투’라고 부름) 임금은 거의 꿈쩍도 안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낮은 임금→소비 침체→기업 성장 부진’이란 악순환에 빠져있었죠.그런데 물가가 뛰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물가가 치솟는데 임금은 제자리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되니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근로자들 입장에선 생활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게 될 판이죠. 이에 임금 상승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일본노총이 올해 임금협상용으로 요구한 게 기본급 3% 인상(정기승급분까지 포함하면 5% 안팎 인상)입니다. 1995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하죠. 그리고 큰 기업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임금인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달 일본 직원 임금을 최대 40%까지 올린다고 해서 크게 화제가 됐죠. 신입사원 월급은 25만5000엔(240만원)에서 30만 엔(282만원), 신임 점장 월급은 29만 엔(273만원)에서 39만 엔(367만원)으로 올린다는 발표였습니다. 이런 전면적인 임금 인상은 20년 만에 처음이었죠. 다른 기업도 속속 임금인상을 선언했는데요. 닌텐도는 급여 10% 인상을 발표했고요. 주류회사 산토리홀딩스도 기본급 6% 인상 계획을 밝혔습니다. 토요타는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해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죠(구체적 금액은 미공개). 이에 혼다도 전체임금(기본급+정기승급)을 5% 인상해달라는 노조 요구를 전면 수용했고요. 보통 기업들이 노조와 협상 끝에 3월 중순에나 최종 임금 인상률을 발표하는데, 지금은 그냥 협상 시작하자마자 올려주는 분위기.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직원들에게까지 순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슈퍼마켓∙편의점 그룹인 이온(Aeon)은 40만명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의 평균임금을 7% 인상한다고 최근 발표했죠. 전례 없는 조치라는데요.지표 상으로도 1월 명목 임금은 1년 전보다 4.8% 올라 1997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임금 인상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기대감이 커지는데요. 그동안 그렇게 정부가 기업을 쪼고 중앙은행이 돈을 무지막지하게 풀어도 이루지 못했던 ‘임금인상을 수반한 물가상승’이 드디어 현실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지긋지긋한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 지도?물론 늘 그렇듯이 많은 경제학자들은 아직은 신중한 입장입니다. “실질 임금 상승세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되면 개인 소비에 순풍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기우치 다카히네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고 보는 거죠.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크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일본상공회의소 이시다 도루 회장은 “중소기업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들은 임금인상 압력을 받고 있지만 자금이 많지 않습니다”라고 말합니다.일본은행 통화정책을 바꿀까?일본 기업의 올해 임금인상 움직임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이를 통화정책의 중요한 변수로 보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하자면 ‘일본 노조와 기업간 연례 협상이 노동자 자신을 넘어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의미가 있었던 적은 없습니다. 올해 결과는 채권 투자자, 주식거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중요합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구로다 현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완화정책을 끝내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3%의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 있죠. 달리 말해 지금 분위기대로 임금 인상이 실제 이뤄진다면, ‘통화정책 정상화’라 부르는 새로운 영역으로 일본은행이 진입할 수 있는 셈입니다. 잠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간단히 살펴볼까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2016년부터 줄곧 마이너스(-0.1%)인 건 잘 아실 겁니다. 다른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다 올리면서 이제 일본은 세계 유일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국가로 남아있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닙니다. 국채 대량 매입(일본은행이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함),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위험자산 구매(상장된 ETF 자산의 50% 이상을 일본은행이 소유), 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국채 10년물 금리를 0.5% 이하로 통제) 같은 정책이 복잡하게 결합돼 있습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이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후지이 아키오 논설실장이 알기 어렵다고 칼럼에서 밝혔으니, 정말 어려운 게 맞습니다.)20년 넘게 이어온 무지막지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대규모 경기부양 프로그램)의 방향을 일본은행이 과연 언제나 틀 수 있을지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사인데요. 이번에 일본은행 총재가 새로 임명되면서 그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입니다. 4월 취임할 새 일본은행 총재는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명예교수입니다. 일본은행과 재무부 관료 출신이 번갈아 맡던 총재직에 경제학자가 지명됐다는 점이 일단 눈에 띄는데요(예전과 뭔가 달라질 조짐?).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이념보다 경제상황에 따라 실용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물로 평가되죠. 지난 24일 의회에 출석한 우에다 총재 후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는 지금의 4% 인플레이션율을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수요 강도 때문이 아니다”라고 판단했고요. 이어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지만 경제∙물가 정세를 고려하면 (현재의 금융완화가) 필요하고 적절한 수법”이라면서도 “2% 물가 목표 실현이 예상되는 경우엔 금융정책 정상화에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봐 가면서 서서히 정책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인 건데요. 특히 일부 정책(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에 대해서는 수정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현재까진 “매우 균형잡힌 발언이었다. 일본은행이 부작용을 줄이면서 통화완화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아다치 마사미치 UBS 이코노미스트)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매일 점심을 위해 편의점에서 사는 도시락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450엔에서 500엔 이상으로 올랐다”라고 의회에서 밝힌, 71세의 경제학자 출신의 새 일본은행 총재 우에다 가즈오를 당분간 주목하셔야 하겠습니다.일본 떠난 투자자금, 다시 유턴 중여기까지 읽고 나서 이렇게 반응할 독자님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오르고, 그래서 일본 통화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내가 영향 받을 일은 없지 않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나비효과처럼 파장을 일으켜 내 자산에까지 영향 줄 수 있는 이슈입니다. 단순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닌 거죠. 지난해 12월 20일로 잠깐 돌아가 볼까요. 일본은행이 원래 0.25%로 묶었던 10년물 국채금리 상단을 0.5%로 높였습니다. 기존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갑자기 한발짝 물러나는 ‘서프라이즈’였죠. 한마디로 일본의 시장금리가 상승한다는 신호가 나온 겁니다. 이에 당시 엔화가치가 치솟고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쳤죠. 이미 국채금리 상단을 한번 올린 일본은행. 다음엔 어떤 조치를 내놓게 될까요? 아예 상한선 제한을 없애지 않을까요? 시장에선 이미 그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이주루 카토 토탄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올 여름까지 이 조치(수익률 곡선 통제)를 완전히 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금리에 실망해서 일본을 떠났던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유턴할 거라고 합니다. 금리만 높다면 굳이 해외투자 안하고 일본 국채에 투자하려 할 거라는 거죠. 이런 움직임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이미 1860억 달러(25조엔)의 해외 채권을 처분해서 현금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는데요. 마침 엔화가치가 바닥이라고 보고 미리 엔화로 바꿔놓고 향후에 일본 국채 살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겁니다.일본 입장에서는 빠져나갔던 돈이 다시 돌아오는 거지만, 다른 나라 입장에선 자본시장을 받쳐왔던 일본 자금이 이탈하는 셈이죠. 호주∙뉴질랜드나 서유럽처럼 채권시장에서 일본 투자자 비중이 큰 지역은 긴장하고 있는데요. 아울러 투자자들이 외화 자산을 팔아 엔화로 바꾸면 엔화는 강세를 띠게 됩니다. ‘엔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거죠(일본 여행이 점점 비싸질지도). 아직 좀 이른 듯 하지만 일본 주식이 매력도가 높아질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사이멘 에딜스텐 아르테미스 펀드매니저(글로벌 셀렉트 펀드를 운용)는 FT 기고문에서 “일본은 초저금리에서 마침내 벗어날 거고, 엔화강세는 일본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면서 “일본(주식)에 내 펀드 자금의 12%가 있다(꽤 많다는 뜻)”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리가 약간만 더 높아지면 이익마진이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며 일본 은행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때, 인플레이션 덕을 보게 생겼다며 웃고 있는 일본.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일본 경제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확실히 밝아졌네요. 올 한해는 일본을 관심 있게 지켜볼까 합니다. By. 딥다이브 전환점에 놓인 일본 경제 이야기, 잘 보셨나요? 그렇게 정부와 중앙은행이 안간힘 써도 오르지 않던 물가가 외부 변수에 따라 급등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게 흥미로운데요. 모처럼의 기회를 과연 일본이 살릴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기사에 다 담진 못했지만 그러려면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꼭 필요하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하자, 기업들은 잇따라 큰폭의 임금 인상을 발표 중입니다. ‘임금 인상을 수반한 물가 상승’ 현상이 드디어 일본에 다시 나타난 겁니다. 임금 인상은 일본은행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이어진 중앙은행의 돈풀기 정책이 올해엔 바뀔 수 있을까요. 학자 출신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을 앞두면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기대감은 더 높아집니다. 금융시장에선 벌써부터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베팅 중입니다. 저금리에 지쳐 해외로 떠났던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을 팔고 엔화 현금을 모으고 있죠. 전 세계 채권시장에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되는데요. 엔화 강세가 가져올 금융시장의 영향도 주시해야 합니다. * 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다우지수 0.22%, S&P500 0.31%, 나스닥지수 0.63% 상승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요. 지난 주는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빠지면서 ‘올해 최악의 한 주’를 보냈었죠. 이에 월요일 장 초반부터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입니다. 엇갈린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1월 내구재 주문은 전달보다 4.5% 급감해 예상(-4%)보다 부진했는데요. 언뜻 보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다는 신호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잉 여객기 수주가 지난해 12월 급증했다가 지난달 줄어들어서 생긴 착시라는 분석도 나옵니다.1월 미국의 주택판매(매매계약 체결 기준)는 8.1%나 증가한 걸로 나왔는데요. 월가 예상치(0.9%)를 큰 폭으로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11월 7%를 넘어갔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후 1%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주택 구매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내려갈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지금의 반등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만만찮습니다.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인 루치르 샤르마 역시 그 중 한명입니다. 그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올해 1월의 반등장이 전형적인 ‘에코 버블(메아리 거품)’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에코 버블은 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지 않고 다시 작은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깨지는 걸 가리키는데요. 샤르마 회장은 “거품은 작년 말 터졌고 우리는 방금 첫번째 에코 버블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금리 인상이 곧 끌날 거란 기대감에 가상자산과 기술주가 올해 초 반등했던 것이 모두 에코 버블일 뿐이란 거죠. 에코 버블에서 투자자들은 이미 한차례 큰 버블을 만든 아이디어(기술주 투자)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메아리는 점차 사라지고, 연속적인 실망이 믿음을 죽일 때까지 계속된다”고 그는 설명했죠. 역사적으로 큰 거품이 꺼질 땐 최대 4개의 에코 버블(최소 20% 급등)이 발생하면서 긴 하락기를 거쳤다는데요. 예를 들어 2000~2002년 닷컴 버블이 꺼질 땐 총 3개의 에코 버블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큰 건 나스닥지수의 거의 50% 상승을 이끌기도 했죠. 그러나 거품은 결국 모두 꺼졌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주가 다시 그 직전 최고점으로 돌아가는 데는 14년이나 걸렸습니다. 일부 자산(예-1989년 일본주식)은 아직도 버블 시절 정점을 되찾지 못했고요. 샤르마 회장은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술주 컴백에 대한 희망의 소리는 익숙한 에코 버블”이라고 경고합니다. 동시에 “역사는 지난 10년 동안 거품에 휩싸이지 않은 부문과 주식에서 돈을 벌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걸 시사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한번 꺼진 버블은 쉽게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가짜 희망에 휘둘리지 말고 다음 번 주도주를 찾으라는 조언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자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주식. 뭔지 바로 아시겠나요? 무려 117억 달러(약 15조2700억원, 20일 기준)어치를 보유 중인 테슬라입니다. 2위 종목(애플, 48억 달러)과의 차이가 상당하죠. 오죽하면 테슬라 주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테슬람’이란 말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이 테슬라 주가가 지난해 말엔 무섭게 곤두박질치더니, 올해 들어서는 지난주까지 100% 넘게 올랐습니다. 이번주 들어서는 다시 주춤하고 있고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는데요.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좀 긴 시각에서 테슬라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구도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 기업 얘기도요. 10년째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전략산업분석팀장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테슬라가 압도적인 이유-작년 말에는 테슬라 차가 잘 안 팔린다며 주가가 엄청 빠졌는데, 올해 들어서는 폭등했습니다. 일론머스크 CEO가 말한 대로 테슬라 차량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보기 때문이려나요? “첫 번째로 지난해 주가가 너무 많이 하락했습니다. 당시 금리 상승 우려도 있었고, 중국시장 판매가 줄면서 과매도 영역에 들어갔었죠. 한때 주당 40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2021년 11월 5일 407.36달러)가 100달러까지 빠졌으니까(2023년 1월 3일 108.1달러) 4분의 1 토막 났거든요. 그래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졌다(싸졌다)는 점, 이게 첫번째로 작용했고요. 두 번째는 말씀하신 것처럼 테슬라가 올해 1월 급격하게 판매가격을 인하했죠. 모델Y는 20% 정도까지 인하했는데, 사실 가격인하가 좋은 시그널은 아닙니다. 그런데 시장에선 ‘지금 경쟁사를 봤을 때 테슬라만큼 원가경쟁력 있는 메이커가 없다. 이렇게 가격 인하를 할 때 수익성을 확보하는 건 결국 테슬라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테슬라 시장점유율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테슬라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이 드러난 거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할 모멘텀이 생겼습니다.”-포드도 전기차 F-150 라이트닝 가격을 인하했죠. 전기차 시장에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나오는데요. 사실 테슬라는 수익성이 높으니까 가격을 내릴 수있지만 다른 데는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적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 인하 전쟁이 불붙으면 결국 테슬라가 승리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현재 상황에서 일단 다른 메이커들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테슬라 모델3나 모델Y는 코로나 기간 동안 급격하게 가격을 올렸거든요. 60~70%나 올린 상태여서 가격을 내릴 여력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가격대가 훨씬 더 낮기 때문에 아직까진 가격으로 승부볼 필요는 없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완성차들, 현대기아차나 GM, 포드가 전혀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냐? 그렇진 않습니다. 작년에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죠.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기차에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설사 치킨게임을 한다고 해도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밀릴 상황은 전혀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관심 갖는 건 ‘결국 누가 제조 경쟁력을 가져가느냐’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전문 업체이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는 제조공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차를 생각하던 방식에 조금 변형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데요.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차량을 생산합니다. 전기차 전용공장 효율성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죠. 가격을 인하해서 누가 점유율을 더 가져가느냐는 건 매우 일시적인 이슈입니다. 사실은 근본적인 제조 경쟁력이 높아서 가격을 깎을 수 있는 거라면, 이건 지속적인 경쟁우위로 봐야 합니다. 테슬라가 그 부분에서 차별화됐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게 맞죠.”-테슬라는 차량의 외관을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바꾸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새 차가 된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러면 제조 효율성은 확실히 높아지겠지만 ‘신차효과’는 별로 없지 않나요?“테슬라는 기존 모델 업그레이드 대신 새롭게 나올 신차가 많죠. 사이버트럭이나 세미트레일러가 있고, 모델3보다 아래급인 더 싼 전기차를 만들 계획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하기엔 캐파(생산능력)이 부족해서 신차에 집중하다보니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던 거고요. 앞으로는 기존 모델,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X 같은 차량도 순차적으로 하드웨어를 업데이트하게 될 겁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사실 테슬라가 굉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최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그걸 따라하려고 소프트웨어 쪽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가치가 올라가는 그런 그림이 예상됩니다.” -테슬라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는 거네요. 테슬라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가진 압도적인 경쟁력이 자율주행이라고 얘기합니다. 기술도 좋을 뿐 아니라 엄청난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서 몇 년 뒤엔 어디도 따라올 수 없게 될 거라는데요. 팀장님도 동의하시나요? “테슬라의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능력은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슬라가 북미 지역에서 FSD(완전자율주행)를 사용하는 차량이 40만 대 정도라고 공개했죠. 이 차량들이 매일 FSD를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지고 머신러닝 방식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구글 웨이모나 GM 크루즈는 미국에서 테스트하는 차량이 각각 1000대, 300대 정도밖에 안 됩니다. 100분의 1도 안 되는 거죠. 그러면 데이터 축적 속도가 차이가 엄청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고요. 또 테슬라의 명성 때문에 전 세계 최고 수준 AI 기술자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도조(Dojo)라는 슈퍼컴퓨터로 머신러닝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 인력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가속화하고 있죠. 만약 자율주행 기술이 된다고 한다면 테슬라가 가장 먼저 완성도 높은 기술을 선보일 거라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굉장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테슬라조차 2025년 정도 단기간 내에 완성도 높은 기술을 가져오긴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오토파일럿 기술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조사를 진행했죠. 사람 목숨과 관련된 부분이라 굉장히 까다롭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테슬라가 (기술력으로는) 1순위이지만, 기술을 장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중국 전기차가 위협적이라고?-올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니까 신차 수요가 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반대로 반도체 공급난이 풀리면서 오히려 더 늘어날 거란 얘기도 있더라고요. 전체 신차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세요? 전기차 시장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하겠지요?“올해 글로벌 신차 시장은 지난해 대비 약 4~5% 정도 성장할 걸로 예상합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 워낙 대기 수요가 많이 누적됐기 때문에 올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차 판매는 성장을 할 걸로 보입니다. 다만 변수는 경기침체 강도인데요. 연초 분위기를 보면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몇 가지 변수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보조금 축소가 있습니다. 중국은 작년까지 고성능 전기차 1대당 1만3500위안(255만원)의 보조금을 줬는데 올해부터 이게 0이 됐습니다. 보조금을 더 이상 주지 않죠. 유럽에서도 독일이나 프랑스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수요 위축이 1월달에 조금 나타났어요. 하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이 고속 성장을 하고 있죠.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 영향인데요. 전기차 판매가 유럽이나 중국에선 조금 둔화되고 미국은 빠르게 늘어나는 그림인 겁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올해 전기차 시장은 그래도 지난해보다 40~50% 정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이 자동차 수출로 독일을 뛰어넘어 세계 2위 국가가 되었다고 하죠.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을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섰고요. 하지만 여전히 중국 전기차 하면 ‘그게 품질이 좋겠어?’라고 하는 분들이 많긴 합니다. 팀장님은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중국 전기차 메이커의 경쟁력은 굉장히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훨씬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이유는 우선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이 중국입니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는 거의 500만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면 800만 대 정도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거든요. 중국 현지 제조사들의 제조 노하우, 기술개발 노하우, 밸류 체인이 갖춰지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도 이미 많이 기술 격차를 좁혔는데, 전기차에서는 거의 선도업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같은 새로운 제품의 경우 초기엔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얼리어답터들이 제품을 구매하죠. 지금 같은 경우엔 이 단계를 넘어서 확산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때부터는 가격 경쟁력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가격과 함께 제품 품질과 신뢰도 같은 종합적인 성능을 보기 시작하죠. 그런데 지금 중국만큼 전기차를 싸게 만들 수 있는 메이커들이 없어요. 중국이 가장 가격 경쟁력이 높습니다. 작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게 된 것도 결국 싼 가격을 무기로 한 거죠. 올해부터는 중국 내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더 이상 안 나오기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수출이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이) 이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얼마 전 미국이 도입한 IRA 경우에도 한국∙일본∙유럽 업체도 피해를 입었지만 사실은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굉장히 강합니다. 중국에서 만든 값싼 전기차가 미국으로 못 들어오게 견제장치인 거죠. 한국도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몇 가지 바뀌었습니다. 국내에 AS센터가 있어야 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얼마나 세웠는지 기여도를 반영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신규로 진입하려는 중국 업체엔 장벽이 될 수 있어요. 이런 규제 장벽이 생긴 것도 중국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자칫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군요. “상당히 위협적이죠. 비야디(BYD) 같은 경우엔 가격이나 기술 면에서도 경쟁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셀 투 샤시’ 같은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고 기술적 강점이 있습니다.”IRA와 현대기아차, 그리고 한국 자동차 산업-한국 자동차 기업, 즉 현대차나 기아는 전기차 쪽에서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던데요. 팀장님은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종합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글로벌 톱3 안에 들 만하지 않을까, 3-4위 정도는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글로벌 톱 1, 2은 당연히 테슬라와 비야디(BYD)처럼 물량도 나오면서 수익성을 확보한 업체들이고요. 그 외 업체들과 비교를 하면 현대기아차가 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약 46만대 전기차를 판매해서 전 세계 6위, 미국에선 6만대를 판매해서 3위에 올랐죠.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매우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6위를 했다는 건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경쟁사로는 GM이나 포드, 폭스바겐이 있는데요. 사실 이들의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생산 차질뿐 아니라 소비자 반응도 미적지근해서 계획했던 판매량을 못 맞추고 있고요. GM 볼트도 2021년 장기간 생산 중단을 했었고요. 포드도 얼마 전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했었죠. 이런 자잘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대보다 신차효과가 안 나오는데요. 현대기아차는 성공적으로 아이오닉5와 EV6를 론칭했고 판매도 잘 되고 밸류체인상의 문제도 별로 없었습니다. 각종 매거진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기술력도 입증했고요.또 순수 전기차 업체만 보면 테슬라와 비야디를 제외하면 수익성 나는 업체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대규모 적자 상태라서 자칫 영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죠. 그렇게 따지면 현대기아차가 테슬라와 비야디 다음으로 3등, 못해도 톱5 안에 드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사실 현대기아차는 왠지 소프트웨어 쪽에 약할 거란 편견이 사실 있는데요. 왜 전기차를 잘하게 됐을까요. 워낙 돈이 많아서 투자를 대규모로 했기 때문일까요?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에 투자한 지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2016년 기아는 니로,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출시했죠. 그때부터 전기차 양산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업체들을 보면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사건(2015년) 이후 뒤늦게 전기차에 올인해서 쫓아가는 상황이고요. GM이나 포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로 집중해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다 보니 많이 뒤늦게 됐고요. 도요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입니다. 전기차는 미래가 아니고 일단 당장은 하이브리드로 하다가 나중에 수소차로 가야한다는 스탠스여서요. 어떻게 보면 전기차에 진심인 회사는 현대기아차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미국 IRA법으로 지난해 한국 자동차 기업 주가가 상당히 타격을 받았고 지금도 악재로 남아있는데요. 현대차는 리스 판매를 늘림으로써 피해갈 수 있다고 얘기하거라고요. 그렇다고 그걸로 다 만회되진 않을 텐데요. 내년에 미국 공장이 새로 만들어질 때까지는 타격이 불가피할까요? “IRA 이슈는 극복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조지아 서배너 지역에 신규공장을 짓겠다고했고 그게 가동하면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날 거고요. 사실 단기적으로는 대응책이 별로 없었는데 미국 정부도 그걸 알고 있죠. 동맹국과 미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매우 심하다 보니 여러가지 우회로들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리스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도 처음엔 없었는데 나중에 생겼거든요. 원래 매우 까다로웠던 조항들을 조금씩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예상하기로는 한 1~2년 정도 그런 우회로를 열여주면서 숨통을 좀 틔워주고 궁극적인 목적인 미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 유치는 계획대로 할 겁니다. 그래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고요. 다만 문제는 뭐냐면, 현대기아차는 대응할 수 있어요. 생산설비를 옮기면 되니까. 하지만 국내 산업적인 관점에선 생산설비 자체가 해외로 나가버리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공장도 해외로 가고 일자리도 해외로 가게 되니까요. 이 부분의 갈등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미국 같은 무역장벽이 유럽에도 생기고, 일반화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기반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산업 관점에서는 매우 많이 걱정되죠. 완성차 입장에선 사실 미국으로 공장이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어요. 오히려 수익성이 더 강화될 수 있죠. 이건 회사 차원 문제라기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로 봐야겠습니다.” By.딥다이브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구도가 좀 정리 되셨나요? 한국 자동차 회사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2강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이라니 괜히 뿌듯한데요. 미국 IRA와 중국 메이커의 해외진출로 경쟁이 격화될 올해 전기차 시장에 주목해야 겠습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테슬라 본연의 ‘제조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공장의 효율성 면에선 테슬라가 확실히 우위에 있죠.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있어서는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확산 단계’로 넘어오면서 점점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집니다. 기술력이 상당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위협적인 이유입니다. 현대기아차는 일찌감치 전기차 개발에 나선 덕분에 경쟁 완성차업체들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잘하면 전기차 시장 3위, 적어도 톱5 안에는 들 만합니다. *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