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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한 결과다. 반면 은행 직원과 점포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발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1억55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9800만 원)에 비해 7.65% 늘며 처음으로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겼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억1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1억700만 원), 하나은행(1억600만 원), 우리은행(97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급여 상승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이 월 기본급의 300% 수준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보상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빚투 열풍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대출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렸다. 4대 은행 모두 지난해에만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희망퇴직으로 수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 은행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간 직원도 많았다. 신한은행에서 지난해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상위 5명은 모두 희망퇴직자들이었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해 8억3200만~8억7600만 원을 챙겨 8억2500만 원을 받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제쳤다. 하나은행의 상위 5명도 모두 관리자와 책임자급 희망퇴직자들이었다. 이들은 퇴직금을 포함해 7억5100만~8억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성호 하나은행장(5억3400만 원)보다 많았다. 우리은행도 권광석 행장(9억4000만 원)을 제외한 상위 4명이 부장대우 직위의 희망퇴직자였다. 국민은행은 상위 5명 중 2명이 희망퇴직자였다. 4대 은행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올라갔지만 직원 숫자와 점포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직원 수는 5만7274명으로 2020년(5만8742명)보다 1468명 줄었다. 영업점 수는 3079개로 2020년(3304개)에 비해 225개 감소했다. 영업점 수는 2019년부터 매년 200개 이상씩 줄어드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영업점 통폐합 및 혁신 점포 운영 등으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네이버페이에 이어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핀테크들이 앞다퉈 ‘후불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후불결제는 신용카드처럼 먼저 물건을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구조지만 신용도가 낮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20, 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 고객들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해외에 비해 후불결제의 한도가 적은 데다 규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MZ세대, 신파일러 잡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1월에 월 15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기능을 탑재한 교통카드를 내놨다. 선불 충전금이 부족할 경우 카카오페이 자체 신용평가 결과 제공된 후불 한도만큼 먼저 결제하고 다음 달 결제대금을 갚는 서비스다.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상반기 중으로 월 최대 30만 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간편결제 ‘페이코’를 운영하는 NHN페이코도 신한은행과 손잡고 연내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빅테크와 핀테크들이 일제히 후불결제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 후불결제 서비스가 ‘BNPL’(Buy Now Pay Later·지금 사고 나중에 결제)이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클라르나, 호주의 애프터페이, 미국의 어펌 등 주요 후불결제 기업들의 거래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6월) 400억 달러(약 50조 원)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네이버페이, 쿠팡 등이 선발 주자로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이 지난해 4월 선보인 후불결제 서비스는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27만 명을 넘어섰다. 거래금액도 8개월 만에 33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소득이 부족하지만 소비 성향이 강한 MZ세대의 수요가 컸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자 중 20, 30대 비중은 75%였다. 대출이나 신용카드 실적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 이용자 비중도 18%였다.○ 해외에 비해 걸음마… “규제 개선·서비스 확대해야”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팀이 후불결제 이용자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23%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해외처럼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한도가 월 15만∼30만 원 정도로 적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여기에다 관련 규제도 명확히 정비돼 있지 않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을 받아야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1년간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한 네이버페이도 지난달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연장을 2년 더 받았다. 고은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소액이라 해외와 같은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국의 규제 개선 방향에 따라 후불결제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후불결제 이용자들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혜택 추가’(47.72%) ‘사용처 확대’(38.91%) ‘분할 납부 기능 추가’(32.22%) 등을 꼽았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국내 은행권 최초로 고객들에게 매일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6일부터 ‘토스뱅크 통장’ 이용 고객들은 ‘지금 이자 받기’ 버튼을 눌러 매일 원하는 시간에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은행 측은 밝혔다. 토스뱅크 통장은 예·적금과 입출금통장 역할을 하는 상품으로 최대 1억 원까지 연 2%(세전) 금리가 제공된다. 토스뱅크는 매일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남은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가 쌓이는 ‘일 복리’ 구조로 이자를 제공한다. 따라서 매일 이자를 받을수록 유리하다. 1억 원을 예치한 고객이라면 매일 약 5400원(세전)의 이자를 출금할 수 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이 서비스를 운영한 뒤 안정화 과정을 거쳐 상시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은행이 아닌 고객 중심으로 금융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즉각 항소했다. 같은 내용으로 1심에서 승소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금융당국의 제재도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의 법률대리인은 전날 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하나은행은 “징계의 법적, 절차적 부당성을 설명하고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배상을 완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함 부회장의 선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이번 결과가) 함 부회장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2020년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당시 은행장이던 함 부회장과 손태승 회장의 내부 통제가 미흡했다며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내렸고, 두 사람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1심 결과가 엇갈린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내부 통제 기준 등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판이하게 달랐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등을 두고 손 회장 재판부는 관련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봤지만 함 부회장의 재판부는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징계 정당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대법원 판결까지 가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DLF뿐 아니라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최고경영자(CEO) 징계 절차도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도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면 CEO 제재 수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겠지만 판결이 엇갈려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로 받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투자자 보호 의무를 도외시한 것은 은행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2020년 3월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부회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같은 내용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금융회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잇달아 발탁하며 금융권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특정 성(性)이 이사회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데다 금융사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면서 남성 위주였던 이사회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 및 3개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5곳이 신임 사외이사로 여성 후보를 추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최경록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김 교수는 신한금융의 ESG 및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수립 등에 참여한다. 이로써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재추천된 윤재원 사외이사를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6명이던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첫 여성 사외이사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발탁했다. BNK, JB, DGB 등 지방금융지주들도 일제히 법률, 회계 분야에 정통한 여성 전문가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은행과 보험, 카드사들도 여성 사외이사 선임 행렬에 동참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전문가인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삼성생명은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각각 신임 사외이사로 발탁해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강화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 영향이 크다. 이 법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의 이사회를 하나의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 이사가 없는 금융사들은 반드시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 금융권에 ESG 경영 기조가 확산되면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보 등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 과제가 됐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후보군에 포함된 여성 비중은 2020년 24.8%(29명)에서 지난해 37.4%(49명)로 늘었다. 우리금융도 2020년 20.0%(32명)였던 여성 사외이사 후보 비중을 지난해 28.8%(46명)로 끌어올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단계”라며 “디지털, 소비자 보호 등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에 여성 이사를 배치하면 ESG 경영 실천과 전문성 강화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보여주기’식 여성 이사 선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 120곳이 이달 주총에서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43%였다. 반면 신규 선임 사내이사 중 여성 비중은 2.7%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적인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사내, 사외이사를 막론하고 여성들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시중은행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본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등 금융 지원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해를 봤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자금 지원, 분할 상환금 유예, 최고 1.0%포인트 대출 금리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8일 밝혔다. 총 지원 규모는 3000억 원이다. 신한은행은 2일 설치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피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대금 결제, 환율 관련 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KB국민, 하나, 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규모 내에서 최대 5억 원까지 신규 여신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의 지원을 실시한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0년간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이달 말 퇴임하는 김정태 회장이 특별공로금으로 50억 원을 받는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내용의 ‘특별공로금 지급 승인’ 안건을 8일 공시했다. 하나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재직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게 별도의 가산금액을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이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김 회장은 지난해 급여와 성과급 24억 원을 포함해 총 74억 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2012년부터 4연임을 통해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며 그룹을 성장시킨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특별공로금 지급은 2012년 퇴임한 김승유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국내 50, 60대의 평균 퇴직연령이 50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에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퇴장하는 ‘실질 은퇴나이’는 72세까지 늦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근로자들이 비자발적으로 조기 퇴직한 뒤 노후소득을 충당하기 위해 70세가 넘어서까지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5∼64세가 ‘주된 일자리’(가장 오랜 기간 종사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평균 49.3세로 집계됐다. 법정 정년인 60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12.8년이었다. 퇴직 사유로는 비자발적 조기퇴직이 41.3%로 가장 많았고 정년퇴직 비중은 9.6%에 그쳤다. 반면 50, 60대가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끝내는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소비 지출액이 근로 소득을 넘어서는 ‘소득 적자 전환’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19년 60세로 높아졌다. 또 완전히 경제 활동을 하지 않게 되는 실질 은퇴연령은 평균 72.3세로 국민연금 수령 연령(62세)보다 10년 이상 늦었다. 박지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노후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질 은퇴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며 “안정적 노후를 위해 청장년기 소득의 일부를 연금 자산으로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미국 유학생 딸을 둔 김모 씨(64)는 요즘 수시로 환율 시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쉰다. 지난해만 해도 딸에게 월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하는 데 390만 원이 들었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440만 원이 필요해졌다. 김 씨는 “환율이 더 뛰면 생활비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3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외환시장과 증시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 조만간 환율 1250원 돌파 전망도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9원 급등(원화 가치 하락)한 1237.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230원을 넘어선 건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4일부터 연일 10원 안팎 급등해 사흘 만에 32.4원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유학생과 수출입 기업, 해외자산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210원대를 넘긴 4일부터 해외 송금을 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들의 문의가 4∼5배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어학연수 중인 대학생 김모 씨(25)는 “한국에서 보내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쓰는데 환율 급등으로 생활비가 부족해졌다”고 했다. 특히 항공, 정유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490억 원의 환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5% 상승하면 1933억 원 수준의 세전 순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달러 강세의 여파로 조만간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돌파할 수 있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오면 1300원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는 환율 추가 상승을 베팅하며 달러 예금에 뭉칫돈을 넣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아시아 증시 2% 안팎 하락 이날 코스피는 1.09%(28.91포인트) 하락한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째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36억 원, 291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7320억 원어치를 사들여 사흘 연속 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던 중국(―2.35%), 홍콩(―2.36%), 대만(―2.06%) 일본(―1.7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2% 안팎 급락했다. 전날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120달러대로 떨어지며 다소 진정됐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에너지 위기 우려가 지속된 탓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달 31일부터 모든 채권지수에서 러시아를 퇴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도 러시아를 운용 중인 지수에서 제외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내 50, 60대의 평균 퇴직연령이 50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퇴장하는 ‘실질 은퇴나이’는 72세까지 늦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임금근로자들이 비자발적으로 조기 퇴직한 뒤 노후소득을 충당하기 위해 70세가 넘어서까지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5~64세가 ‘주된 일자리’(가장 오랜 기간 종사한 일자리)에서 퇴직한 나이는 평균 49.3세로 집계됐다. 법정 정년인 60세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12.8년이었다. 퇴직 사유로는 비자발적 조기퇴직이 41.3%로 가장 많았고 정년퇴직 비중은 9.6%에 그쳤다. 반면 50, 60대가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끝내는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소비 지출액이 근로 소득을 넘어서는 ‘소득 적자 전환’ 연령은 2010년 56세에서 2019년 60세로 높아졌다. 또 완전히 경제 활동을 하지 않게 되는 실질 은퇴연령은 평균 72.3세로 국민연금 수령 연령(62세)보다 10년 이상 늦었다. 박지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노후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실질 은퇴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며 “안정적 노후를 위해 청·장년기 소득의 일부를 연금 자산으로 꾸준히 적립해야 한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시중은행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등 금융 지원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자금 지원, 분할 상환금 유예, 최고 1.0%포인트 대출 금리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8일 밝혔다. 총 지원 규모는 3000억 원이다. 신한은행은 2일 설치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피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대금 결제, 환율 관련 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KB국민, 하나, 우리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규모 내에서 최대 5억 원까지 신규 여신을 공급하고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금리 감면 등의 지원을 실시한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0년간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이달 말 퇴임하는 김정태 회장이 특별공로금으로 50억 원을 받는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내용의 ‘특별공로금 지급 승인’ 안건을 8일 공시했다. 하나금융 내부 규정에 따르면 재직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게 별도의 가산금액을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이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김 회장은 지난해 급여와 성과급 24억 원을 포함해 총 74억 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2012년부터 4연임을 통해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며 그룹을 성장시킨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특별공로금 지급은 2012년 퇴임한 김승유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김 전 회장은 45억 원의 특별공로금 전액을 장학재단이나 학교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한도는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감소해 대출 총량에 여유가 생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1등급·5년 이상)를 현재 연 3.67∼5.17%에서 3.47∼4.97%로 0.2%포인트 낮춘다고 6일 밝혔다. 고정금리(혼합형)도 한 달간 3.75∼5.25%로 0.1%포인트 내린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7일부터 KB닥터론 등 전문직군 대상 신용대출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 1억5000만 원으로 늘린다. 일반 직장인 대상 한도도 최대 1억 원으로 올린다. 지난해 9월 5000만 원까지 줄였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6개월 만에 복원하는 것이다.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기존에 줄였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월과 2월 복원하는 등 대출 문을 넓히고 있다. 이는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조정 기류가 겹치며 가계대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2개월 연속 1조 원 이상씩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어 대출을 계속 조이기보단 금리와 한도를 조정해 대출 수요를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생겼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연 최고 10%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에 약 290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당초 전망한 가입자의 약 8배로, 사실상 은행들이 추가 비용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1개 은행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 동안 청년희망적금의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90만 명이 가입을 마쳤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자(약 38만 명)의 7.6배에 이르는 규모다. 청년희망적금은 정부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을 더하면 연 10% 안팎의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청년들의 관심이 컸다.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미리보기’ 서비스에만 200만 명이 몰린 데 이어 신청 첫날인 2월 21일 일부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마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나 지난해 취업해 소득이 잡히지 않는 사회 초년생 등은 제외되고 외국인 청년들은 가입 대상에 포함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년층 사이에선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추진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시 이튿날 급히 예산을 증액하고 가입 요건을 충족한 청년들은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또 지난해 취업자 등을 대상으로 7월 이후 별도의 가입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입자 폭증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평균 대출 금리(4∼5%)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적금인 만큼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손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청년층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지만 가입자가 당초 예상보다 급증해 당황스럽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달 4일 마감된 ‘청년희망적금’에 약 290만 명의 가입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당초 전망한 가입자의 8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로 가입 대상이 중도에 확대되는 등 혼란이 일면서 금융사들이 예상치 못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1개 은행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 동안 청년희망적금의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90만 명이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했다가 바로 해지한 계좌를 제외하고 마감 시한까지 유지된 ‘활동계좌’만 집계한 수치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자(약 38만 명)의 7.6배에 이르는 규모다. 청년희망적금은 연 최고 10%대의 금리 효과를 낼 수 있어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출시 전인 지난달 9~18일 5대 시중은행에서 실시한 ‘미리보기’ 서비스에만 20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몰려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였다. 출생연도 5부제 방식으로 가입이 시작된 2월 21일엔 일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마비되는 등 가입 신청이 폭주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 취업 준비생이나 지난해 취업해 소득이 잡히지 않는 사회 초년생 등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또 소득 증빙이 어려운 내국인 청년의 가입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국인에게는 가입 기회를 주는 게 알려져 잡음이 이어졌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서둘러 추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시 이튿날 급히 예산을 증액하기로 하고 가입 요건을 충족한 청년들이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또 금융당국은 “가입 첫 주 외국인 가입자 비중은 전체의 0.05% 수준”이라며 “최대한 많은 청년들이 가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추가 사업 재개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등 금융권은 가입자 폭증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시 이튿날 가입자가 폭증하자 대상 확대를 결정했지만 (금융권과) 구체적 협의는 없었다”며 “현재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평균 4~5% 수준인데 연 6%대 적금 금리를 주면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청년 고객들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지만 가입자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당황스럽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중소기업에 다니는 A 씨(39)는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에서 1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A 씨는 신용점수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672점(옛 신용등급 6등급)으로 낮은 편인 데다 이미 전세자금대출이 2000만 원 넘게 있어 시중은행에서 추가로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토스뱅크에서는 고신용자와 비슷한 연 3.36%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A 씨가 8년째 회사에 재직 중이며 장기간 보험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토스뱅크가 높이 평가한 덕분이다.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면서 건전한 소비 패턴을 보인 것에도 은행 측은 가점을 줬다. 토스뱅크는 올해 신규 대출의 31.75%를 신용점수 820점(KCB 기준) 이하의 중·저신용자에게 내줬다고 3일 밝혔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6∼17%(지난해 말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열흘 만에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소진해 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하지만 올 들어 대출을 재개하고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말 현재 토스뱅크의 대출 잔액은 1조9446억 원으로 지난해 말(5315억 원)보다 1조4131억 원 급증했다. 토스뱅크는 자체 개발한 ‘토스 신용평가모형(TSS)’을 통해 고객의 실질소득을 분석해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저신용 고객들에게 신용 개선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컨대 기존 대출을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했거나 오랫동안 보험 계약을 유지했다면 ‘건전한 중·저신용자’로 분류해 신용평가를 할 때 가산점을 주는 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중·저신용자로 분류됐던 고객 4명 중 1명(26.3%)이 심사 과정에서 고신용자로 상향돼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토스뱅크는 설명했다. 토스뱅크에선 KCB 신용점수가 454점(옛 신용등급 8등급)인 소비자도 대출을 받았다. 또 토스뱅크에서 대출받은 중·저신용 고객의 평균 금리는 연 7.7%로 저축은행 평균 금리(연 13.3%)보다 5.6%포인트 낮았다. 올 들어 하루 평균 2만7157명이 토스뱅크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내 한도 관리’ 서비스를 이용했다. 대출 고객의 62%는 주말을 포함한 은행 영업시간 외에 대출을 받았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형의 고도화 등을 통해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들의 환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40% 넘게 폭락한 가운데 1600억 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묶이게 돼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는 해외 주식형펀드 중 러시아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9개이며 설정액은 1628억 원에 이른다.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3%로, 올 들어서만 펀드 자산이 반 토막 났다. 전쟁이 발발한 24일 러시아 증시가 39% 이상 폭락하는 등 현지 증시가 고꾸라진 탓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증시가 문을 닫은 데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자산 회수를 제한하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무기한 중단하고 나섰다. 규모가 가장 큰 ‘한화러시아’(590억 원)를 운용하는 한화자산운용은 2일 해당 펀드의 신규 설정과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펀드의 러시아 주식 투자 비중은 56.6%로, 지난달 28일 신청분부터 환매 중단이 적용된다.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이날 러시아 펀드의 환매 중지를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은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펀드 환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러시아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 5곳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설정액 기준 1183억 원의 투자금이 당장 묶였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당사 펀드가 투자한 러시아 주식의 90%가 영국 증시에 상장돼 있어 아직 환매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영국에서 러시아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 펀드 환매도 중단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주식 ETF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 ETF의 괴리율(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이 30%를 넘자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이날 이 ETF는 16.68% 급락했다. 여기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지수에서 제외되면 대규모 자금 이탈로 러시아 증시와 관련 펀드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러 수출대금 못받으면 어쩌나” 비상 한국 은행들도 일제히 러 금융기관과 거래 중단일부는 전직원 무급휴가도 검토유학생들도 생활비 못받아 애로러시아 유학생 아들을 둔 A 씨는 지난달 28일 국내 시중은행을 통해 러시아 현지 스베르방크 계좌로 아들의 생활비를 보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2일 A 씨는 “오늘부터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은행으로 송금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2일부터 국내에서도 러시아 주요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러시아 현지와 수출입 대금과 유학비 등을 주고받아야 하는 기업과 개인들은 송금 길이 막혀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금융 제재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재 대상인 7개 러시아 은행별로 거래 중단 시기를 다르게 정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 대부분은 당장 2일부터 제재 대상인 러시아 7개 은행과의 거래를 일제히 중단했다. 5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은행은 제재가 유예된 현지 5개 은행에 대해서도 거래를 중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제적으로 모든 제재 대상 은행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며 “개인 송금과 기업 간 신규 거래는 할 수 없고 기존 계약만 유예기간 내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제재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과 금융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 친척이 있는 B 씨는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현지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송금까지 갑자기 막히니 걱정이 크다”며 “가상자산을 보내거나 교민들을 통해 암암리에 돈을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화장품을 수출하는 C사는 수출대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전 직원 무급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부산 중소기업 D사도 수출대금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선박으로 수출한 수산물이 다음 달 초 러시아에 도착해도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8일까지 금융감독원 비상금융애로센터 등에 접수된 러시아 수출통제, 무역투자, 금융제재 관련 기업 애로사항은 총 374건이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이 6개월 더 연장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네 번째 연장을 결정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잠재 부실에 대비하는 ‘질서 있는 출구 전략’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국회 의견을 존중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그동안 6개월씩 세 차례 연장돼 3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박으로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체 금융권의 코로나19 대출 지원 규모는 272조2000억 원에 이른다. 구체적인 연장 방안은 3월 중하순 발표될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자영업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누적된 자영업 부채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간담회에서) 어떻게 출구 전략을 짜야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장만 계속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재무, 영업 상황을 분석해 차주별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 지원책 연장으로 누적될 자영업자 대출 부실에도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위원장은 또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법, 보험업법 등 금융업법의 전면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핵심 제도들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하나금융그룹은 관계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6곳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추천했다고 28일 밝혔다. 하나자산신탁 사장에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전무(58),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에 강성묵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58), 하나손해보험 사장에 김재영 하나손해보험 부사장(59)이 내정됐다. 하나펀드서비스 사장엔 노유정 전 하나은행 상무(54)가 내정됐다. 하나금융 관계사 최초의 여성 CEO다. 신임 사장들은 이달 각 사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임기는 2년이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사장(48)과 권영탁 핀크 사장(52)은 1년 연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