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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쓰나미’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 대거 휩쓸려 나갔다. 박 대통령은 30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사태와 관련해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우병우 민정, 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 정호성 부속,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나게 됐다. 민심이 분노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와 시국선언까지 잇따르는 상황을 추스르기 위한 인적 쇄신의 첫발을 뗀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54)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58)을 각각 내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 정무수석비서관의 후속 인사는 조속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교체한 참모들은 대통령 비서진 가운데 핵심으로 꼽힌다. 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 ‘3인방’은 여야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인물로 지목하며 인적 쇄신 대상으로 우선 거론했던 참모들이다. 이 전 비서실장과 김재원, 김성우 전 수석은 최 씨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25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야당은 “만시지탄”이라며 검찰 출신이 또 민정수석에 내정된 데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혹시라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습용 인선이 아닌지 주시해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청와대는 여전히 검찰 통제를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이날 사퇴했다. ‘차은택 사단’으로 분류돼 온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퇴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국정 개입 의혹을 바라보는 보수층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그동안 야권이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왔던 적지 않은 보수층은 이번 최 씨의 ‘국정 농단’을 지켜보며 충격뿐만 아니라 배신감마저 보이고 있다. 대표적 우파 논객인 조갑제 씨마저 28일 조갑제닷컴에 쓴 ‘하야냐 계엄령이냐로 가기 전에’라는 글에서 “이번 사건의 주체는 박 대통령이다.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당연히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국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직의 권위가 수준 이하의 인격을 가진 최순실에 의해 망가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위와 시스템을 진보 진영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보수층의 시각에서 민간인에 불과한 최 씨가 외교, 안보 등 국가기밀이 담긴 자료를 받아보고 정부 인사(人事)에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에 심한 당혹감과 허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한마디로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이 25일 강연에서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대통령 연설을 뜯어고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겠냐”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 집회·시위에 참석한 경험이 없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까지 동조하고 있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국촛불대회에도 “살다가 시위에는 처음 나왔다”고 밝힌 보수 성향의 참석자들이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중앙당과 각 의원실에도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자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을 후회한다. 지지를 철회하겠다” “대통령과 갈라서라” 등의 항의전화가 하루 평균 수십 통씩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30일 낸 소식지에서 “한 대구 어르신이 ‘내 차 안에서 혼자 소주 2병 마셨는데, 내가 지금 이를 갈고 있어. 최순실 들어오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라고 했다”고 여권의 핵심인 대구 민심을 전했다. 보수적 개신교단도 최 씨가 ‘사이비 종교’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들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당시만 해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후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자 보수층이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의 위기가 아닌 박근혜 정부의 위기로 규정해 선을 긋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길진균 leon@donga.com·신진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낳은 ‘거국중립내각’ 요구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거국중립내각은 내각 총사퇴에 이어 현 정부 남은 임기를 이끌 총리와 중립내각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권력의 근원인 ‘국무위원 인사권’을 포기하라는 2선 후퇴 요구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정치적 탄핵이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거국내각 구성 요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민평연’은 28일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 협의로 책임총리를 임명하도록 하자”며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미래 권력 vs 현재 권력 거국내각은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26일 처음 공론화했다. 여기에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6, 27일 연이틀 긴급성명을 내며 동조하면서 세가 커졌다. 이후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민주당 의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비슷한 주장을 이어가면서 미래 권력(여야 대선 주자) 대 현재 권력(박 대통령)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했다. 이들이 말하는 거국내각이란 크게 현 대통령은 외치를 맡고 총리가 내치를 맡는 통치 구조 형식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가깝다. 총리를 현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총리가 내각 구성의 전권을 쥐는 방법과,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 및 내각 구성의 전권을 주고 여야가 합의를 통해 뽑는 방식으로 크게 구분된다. 현재 거국내각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국회에서 총리와 내각을 선출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되 내년 12월 19일 대선 때까지 실험적으로 이원집정부제를 해보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른바 개헌을 염두에 둔 거국내각이다. 김 교수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가 됐든 원외가 됐든 새 총리를 중심으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내년 대선까지의) 1년 4개월 동안 국정을 운영해 공동 책임을 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이번 사태로 절감했다고 해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무조건 개헌하자고만 하지 말자는 얘기다. 김 교수는 “정말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가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인지를 이 기회에 한번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면 지금의 국정 동력도 살리면서 개헌을 위한 담론도 끌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야권 대선 주자들이 거국내각을 주장하는 속내는 무엇일까. 먼저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요구에 뒤따르는 역풍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례에서 보듯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국가적, 정치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후폭풍이 뒤따른다. 탄핵을 주도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그해 총선에서 완패했다. 최근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에 ‘탄핵’ ‘하야’가 계속 오르고 있을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정작 야권에서는 탄핵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하야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 혼란보다는 내년 대선까지 안정적이고 중립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내각에 주자들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 68조 2항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실제 하야한다면 고작 두 달 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당은 장악했지만 아직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박 대통령이 퇴임할 경우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정계 개편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60일간 대통령권한대행이 될 황교안 국무총리가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거국내각 요구에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궐위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피하면서도 ‘정치적 탄핵’인 거국내각을 통해 박 대통령의 권력을 봉쇄하려는 의미도 깔려 있다. ○ 실현 가능성 없는 주도권 싸움? 헌법학자들은 거국내각이 구성된다고 해도 대통령과의 법적인 권한 충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대체적으로 입을 모은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각료제청권에 따라 총리가 추천한 장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최종적인 임명권은 명백하게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선 대통령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총리 추천과 내각 구성에 여야가 합의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권의 제대로 된 인사가 집권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 기울어져 가는 현 정부 내각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론도 있다. 거국내각 구성이 정국을 수습하기보다 더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또 “문 전 대표가 거국내각을 촉구하고 나선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이에 동조하거나 국회추진기구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요구하지 않는 까닭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국내각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실제 이날까지 민주당 지도부는 거국내각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은 특검 수사를 앞세워 ‘현재’를 장악하고, 문 전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은 수습책으로 ‘거국내각’을 제시하며 ‘미래’의 의제를 선점하려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비박(비박근혜)계 역시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보다는 박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와 함께 거국내각론을 계기로 개헌 논의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정치권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주장에 대해 “그런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박근혜 대통령께 많이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지만 청와대의 견해를 내놓진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거국내각에 일단 부정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중립내각이 1년 넘게 장기간 국정을 이끈 사례도 없다. 그러나 “거국내각의 전례가 없다”는 논거가 방어막이 될지 역시 미지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회복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정상적 국정 운영을 회복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떠나 여야가 추천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꾸리자는 것이다. 거국내각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책임총리 추천과 내각 구성에 여야가 합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국정 수습 대안으로 거국내각 거론 최근 거국내각 구상은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우선 대통령 권한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얘기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거국내각으로 무정부 상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가 리더십을 갖고 현재 체제가 유지돼선 안 된다”며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치’를 주제로 열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국가정책포럼에서도 거국내각이 화제에 올랐다. 남 지사는 “협치형 총리를 요청한다. 여야가 인사 예산 정책 등 의사결정을 함께 하면 권력의 투명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한 라디오에서도 ‘협치’를 강조하며 “거국내각도 답일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도 “너무 큰 권력이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시스템이 문제”라며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총리가 현실적? 국내에서 거국내각 구성은 전례가 없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자당 김영삼 대선 후보와 갈등을 빚던 중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전격 탈당한 뒤 현승종 총리 중립내각을 출범시킨 게 전부다. 그나마 당시엔 대선 관리 역할 정도에 그쳤다. 현재 야권 주자들이 주장하는 거국내각은 여야 합의로 추천한 국무총리가 내년 대선까지 실질적으로 정부를 이끌게 하자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 등 내각 구성까지 여야 합의로 임명하기엔 현행 대통령제 체계상 무리가 있는 만큼 새 총리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해 새로운 내각을 꾸리게 하자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여야가 거국내각을 합의한다면 약식 인사청문회 등으로 조속한 시일 안에 새 내각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총리 후보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초유의 정치실험으로 여야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거국내각 논의는 자칫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며 “나라를 시험에 맡길 수 없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거국내각은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현실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수용 여부가 변수다. 청와대가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스스로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는 거국내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몇몇 대선주자가 내놓는 거국내각 주장 자체가 정국 수습을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차라리 헌법에 보장된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거국내각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개인 의견이지만 (거국내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약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진상 규명이 먼저’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강경석 기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특별검사 도입에 동의함에 따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국정 개입 의혹 수사는 특검의 손에서 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이 특검의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 이견을 보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 흐름을 고려할 때 난항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민주당은 별도의 특검법안 발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은 별도의 특검법을 통해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강조한다. 특검 시기에도 이견이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며 국정조사를 먼저 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동시에 내비쳤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특검과 국정조사 등 전방위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건너뛰고 바로 특검으로 돌입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 대립이 특검 도입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마지막 변수는 27일 의총에서 특검을 논의하는 국민의당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의 특검 수용은 정략적인 호도책”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형사 소추(기소)가 불가능하고, 최 씨 역시 해외에 머무르고 있어 직접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의석 38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반대는 특검법안 표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관건은 박 대통령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대표는 “특검 수사로 범죄가 드러나면 대통령도 처벌에 예외일 수 없다”며 “조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추 대표는 “국민은 헌법을 통해 한 명의 대통령을 뽑았는데, 사실상 두 명의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했다”며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고 성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순 없지만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의 박 대통령 수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수사 받지 않는 것이 다수설로 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헌법 84조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추’의 의미에 체포 구금 수색 압수 검증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단, 대통령이 불법 행위와 관련됐다면 공소시효는 취임일부터 정지돼 퇴임 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박근혜 대통령의 24일 ‘임기 내 개헌 추진’은 여야 대선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다. 대선 후보군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새누리당은 개헌에 총론적으로 찬성을 표시하는 반면에 야권 주자들은 ‘박근혜표 개헌’의 저의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그동안 개헌 찬성론자가 적지 않았다는 게 변수다. 제3지대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건가”라며 반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선거제도 개편이 우선”이라며 일단 제동을 걸었다. 반면 개헌을 매개로 ‘새판 짜기’에 나선 손학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찬성 의사를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비문(비문재인) 진영 주자들은 일단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엔 반대하면서도 “국회 차원의 논의는 찬성”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개헌 이슈가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비문 진영 사이에 더 큰 균열을 내는 쐐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文 반대 vs 安 선거제도부터 vs 金·孫 찬성 문 전 대표는 이날 “개헌은 블랙홀이고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더니 그새 경제가 좋아졌느냐”며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민생 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 측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담긴 정치적 속내도 의심하고 있다. 야권 개헌파가 뭉칠 계기를 제공하고 개헌 방식을 둘러싼 야권 내 분열을 은연중에 조장함으로써 친문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도 이날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얘기를 꺼냈을 때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면서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 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자는 건 양당이 권력을 나눠 먹자는 것”이라며 3당 체제 정립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거듭 주장했다. 다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 양당정치를 끝내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두를 먼저 던졌다고 봐 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면 당내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대표는 “개헌을 안 하면 나라의 전반적 장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해서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환영했다.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이라는 당 지도부 생각에 대해서는 “최순실은 최순실, 개헌은 개헌”이라며 별개 사안으로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230∼240명이 된다. 문 전 대표의 반대는 걱정할 것도 없다”고 했다. 개헌을 주장하며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개헌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박 대통령은 빠져라”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박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은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뒤로 빠져 달라”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99% 국민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오로지 1% 최순실과 정유라만 생각하는 개헌에는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 측은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서 빠진다면 지역 균등을 담보할 자치분권과 사회경제적 의제를 담는 개헌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충분한 논의로 새 헌법 시행 시점을 정하고 이에 기초해 개헌 논의 기구를 발족시키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은 안 된다’고 잘라 말한 문 전 대표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문희상 박병석 원혜영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개헌은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추미애 당 대표도 참석했다고 한다. 추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이 빠진다면 개헌 논의는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표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도 당의 총의가 ‘국민·국회 주도 개헌’으로 모인다면 개헌 반대만 주장할 순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헌 논의와 함께 현행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 지역구에서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된다면 실질적인 다당제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스레 정계 개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길진균 leon@donga.com·우경임 기자}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기 의원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당시 발언 내용 공개를 요구하면서 박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록 존재 여부 및 유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던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평양을 방북해 김정일을 단독 면담했다. 이를 놓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김정일 대화록을 언급하며 “나라를 위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치 대화록을 갖고 있거나 면담 내용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박 위원장이 대화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입수했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단독 면담의 녹취록을 북측이 당시 국가정보원이나 다른 핫라인을 통해 김대중 정부에 제공했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박 위원장이 이를 입수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이후 대화록의 존재 여부에 대해 “그 부분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메커니즘상 국정원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했을 뿐 증거는 없다”고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송민순 회고록’의 사실 확인에 결정적 열쇠를 쥔 인물인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이 묘하게 바뀌고 있다. 김 전 원장은 19일 국정원 국정감사가 끝난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고록에서 북측 반응이라고 한 ‘쪽지’가 국정원에 있느냐는 질문에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라며 “현직 (국정)원장도 NCND인데 내가 뭘…”이라고 했다. 쪽지가 북한에서 온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남북 통로로 주고받은 것이 없다”던 애초 반응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또 문제의 ‘쪽지’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대로 북한의 답장인지, 국정원의 동향보고서인지에 대해서도 “그게 있으면 뭐할 것이며 없으면 뭐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기밀을 이렇게 까발리면서 9년 된 일을 가지고 정치 상황에 휘말리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며 사실상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지난 주말 홍익표 의원 및 노무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 관련 인사들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기권 과정을 복기하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 같은 논의를 거쳐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16일 공식 브리핑에서 “2007년 11월 16일 청와대 회의에서 기권으로 결정했고, 18일 이후 북한에 이 결정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 공식석상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문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상식적으로 북한에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는 “내가 9년 전 결의안에 찬성을 했었느냐”고 되물으며 “내가 그런 것을 북한에 물어볼 위치가 아니지 않나. 권한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문 전 대표의 침묵은 18일에도 이어졌다. 충북 진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회고록 내용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그 질문은 안 하기로 했죠”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북한대학원대에서 기자들에게 “30년 공직에 있었던 사람이 (회고록을) 소설같이 썼겠느냐”고 강조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송민순 회고록’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을 결정할 당시 상황에 대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기권 표결에 앞서 북측의 의견을 물었고,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도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기술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킨 지 나흘째인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이런 태도를 직접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인천의 한 기업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시 결의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던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기권을 주장했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다 그렇게 (찬성) 했다고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도 했기 때문에 인권결의안도 함께 하는 게 균형에 맞다고 생각했든지, 제가 인권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권을 중시해서 그렇게 했든지, 외교부로부터 설명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외교부 논리에 좀 넘어갔든지”라면서도 “솔직히 그 사실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회고록의) 사실관계는 당시를 잘 기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라”고도 했다. 백종천 당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9년이 더 지난 얘기”라며 “기권으로 정한 것은 기억나지만 세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 국가기밀누설죄에 해당한다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주장에 대해 “그 정도는 다 감안하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김 전 원장의 국회 정보위 증인 채택을 논의했지만 더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와대도 이날 첫 공식 반응을 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충격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 NK워치,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 등 3개 북한 인권단체는 이날 문 전 대표와 김 전 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첫 공식 반응은 ‘노무현 정부에게서 배워라’라는 페이스북 글이었다. 16일 현재 직접 해명 언급을 않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대북송금 특검,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등 중요한 외교안보 현안이 있을 때 항상 내부에서 찬반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토론을 모두 경청한 후 최종 결단을 내렸다. 대통령이 혼자 결정하는 법이 없었다”며 “대통령은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2007년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의 기권을 결정했다”고 썼다. 2007년 유엔 표결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외교부의 송 전 장관은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인권 문제의 보편성을 들어 ‘찬성’을 주장했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좋은’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반(反)송민순’ 연합 전선을 펼쳤다. 이 노선 싸움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다수결’대로 기권파의 손을 들어준 셈인데, 이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부처 간, 참모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의 엇갈리는 의견을 토론에 부치는 건 매우 중요한 덕목일 수도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대통령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조언할 참모들이 곁에 있느냐다. 가시적인 성과에 목을 맨 참모들의 다수결이 올바른 해법이 될 순 없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이 대선을 1년여 앞둔 미묘한 시점에 당시 ‘외로운 싸움’과 관련된 비사(秘史)를 공개한 것도 같은 이유 아닐까. 박근혜 정부도 결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할 말을 하는 참모들이 주변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어쩌면 내년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해당 대선 주자가 어떤 참모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당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국회 청문회나 국정조사,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계속하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도 강하게 반발하는 등 문 전 대표의 대북관을 놓고 양측이 대선 전초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에 대해 ‘북과의 내통’이란 표현을 쓴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 등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북한의 비위를 맞추면 우리가 어떻게 독립국가고 주권국가냐”라며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 이런 사람들이 다시는 이 정부에서 일할 수 없도록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문 전 대표는 1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은 양측(외교부와 통일부)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의 의견에 따라 기권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는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 “한반도의 평화 구조 정착을 위해, 가장 좋은 전쟁보다 가장 나쁜 평화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고 썼다. 또 ‘내통’ 표현에 “대단히 분노했다”고 김경수 의원은 전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야권 유력 대선 후보 이미지에 흠집 내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6일 페이스북에 “(북한과의) 외교적 협의는 가능하지만, 만약 (북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면 주권국가로서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며 “집권 여당도 색깔론 구태를 재연하며 북과 내통했다는 등의 공격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잠재적 여야 대선 주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많은 좌익 사범들을 알고 감옥에서 같이 생활해 봤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비서실장, 김만복 국정원장보다 더 많은 종북 이적 행위를 한 반역자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더민주당 문 전 대표가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또 북한 정권에 물어보고 결정할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치가 최소한의 염치도 잃었다. 국민 누구나 (인권결의안 관련 진실을) 물을 수 있지만 새누리당은 그렇게 물으면 안 된다. ‘총풍 사건’을 국민은 알고 있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총풍 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북한 측에 판문점에서 총격전을 벌여 달라고 주문한 사건으로 관계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은 이날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길진균 leon@donga.com·신진우 기자}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에 앞서 북한 측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16일 ‘대북 결재’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해 북한 당국과 협의를 했다면 한마디로 내통 모의”라며 비난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북한과의 협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19일)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기술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내통 (주장)이라, 대단한 모욕이네요. 당 대표란 분이 금도도 없이…”라며 “내통이라면 새누리당이 전문이다. 이제 좀 다른 정치 하자”고 응수했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북측에) 물어본 게 아니라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미 기권이 결정됐지만 외교부가 찬성 입장을 굽히지 않아 안보실장 주재 회의를 다시 열어 다시 한 번 기권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북측에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측 설명 이후 송 전 장관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모든 건 책에 있는 그대로다. 기록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신진우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가 유엔 표결에 앞서 남북 채널을 통해 표결 찬성에 반대한다는 북한의 반응을 확인한 직후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지낸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전 장관은 “대통령도 기분이 착잡한 것 같았다”고 썼다. 회고록에 따르면 송 전 장관은 유엔 표결 하루 전인 2007년 11월 20일 저녁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 전 대통령의 숙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고도 했다. 유엔 표결에서는 찬성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체면을 살리고, 직후 외교부 장관을 해임해 북한의 체면도 살리는 고육지계를 검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북한에) 이렇게 물어까지 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라며 “사표 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송 전 장관은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역사적인 북남(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에 반(反)공화국(북한)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제안에 따라 ‘남북 경로로 확인하자’고 결론 내린 것으로 회고록에 기술된 문재인 전 대표 측은 14일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구체화해 가기 위해 남북 간에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에 의견을 물었는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기(國基) 문란 성격의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국정감사가 종반부로 접어들면서 여야가 ‘예산 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처리의 데드라인인 12월 2일까지 법인세 인상 등을 놓고 여야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기국회가 열린 뒤 사사건건 빚어진 여야 간 충돌도 이를 위한 ‘몸풀기’ 성격이 컸다. 특히 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자 증세’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킬 태세다. 법인세 인상 방어에 나선 새누리당도 강경하다. 13일 여야 3당의 정책위의장에게 법인세 인상과 예산 정국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새누리당 “글로벌 추세 역행”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야권의 법인세 인상 공조 방침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했다”며 “국제적 추세를 보더라도 법인세 인상이 쟁점이 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감세 이전으로 법인세율을 되돌린다는 취지로 ‘법인세 정상화’라고 네이밍(작명)한 데 대해 “인상은 인상이지, 세금에 정상화가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4조8000억 원어치의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을 정비해 야당의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안(여당 3조5000억 원 추가 세수 추정)보다 실제 효과가 더 컸다”며 “야당이 정치적 상징성을 노린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놓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맞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예산안과 함께 본회의 자동 부의)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장은 “지정할 수는 있겠지만 표결로 밀어붙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단독 처리를 막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초고소득 대상 증세안”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준조세적 성격을 띤 전근대적 강탈 행위로 기업을 괴롭히거나 꼼수 서민 증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면 안 된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비롯한 착한 세금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의 증세안이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인세는 연 당기순이익 500억 원 초과 대기업, 소득세는 연소득 5억 원 초과 고소득자가 대상이다. 윤 의장은 “상위 0.1% 계층에 대한 증세를 새누리당이 방어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비과세·감면 조정을 통해 실질세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당에서는 2014년 정부 여당의 담뱃세 인상 전략을 벤치마킹하자는 말도 나온다. 당시 담뱃세 인상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예산안 부수법안 지정→본회의 직권상정→다수당이던 새누리당 찬성’으로 통과됐다. 다만 윤 의장은 “12월 1일까지 여야 협상에 최선을 다해 의장이 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당 “대기업 더 부담해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상안으로 더민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8년째 재정적자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먼저 증세안을 가지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왜 부자 증세인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오른 게 담뱃세밖에 없다. 국민들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옥죈다’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는 “경제학 족보에 없는 논리”라며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 상품을 만들어야지 법인세 탓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의회권력을 쥔 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선 “세법 논의는 여야가 새 정치의 모습을 보여줄 시금석”이라며 “벼랑 끝에서 협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
4·13총선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13일 밤 12시를 기해 만료되면서 여의도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검찰은 이날 송영길 박영선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날까지 33명(새누리당 11명, 더불어민주당 16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의 현역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전체 의원 300명 중 약 90%의 의원들은 ‘족쇄’가 풀렸지만, 배우자나 선거 회계책임자 등이 기소된 의원들까지 포함해 10%가 넘는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잃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여야, 검찰 기소 놓고 정면충돌 추미애 대표, 윤호중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가 기소된 더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기소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해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선실세·국정농단·편파기소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긴급최고위원회에서 “여러 군데 탐문한 결과 이것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작품이란 게 두세 군데서 중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민정수석이 개인감정을 갖고 이런 식으로 야당과 전면전을 선언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권의 반발을 ‘생떼’라고 반박했다.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추 대표는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위해 야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야당은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비화시키지 말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소된 의원 대부분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검찰이 친박(친박근혜)에겐 면죄부를 주고, 비박에겐 엄정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대치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일부 의원들의 강성 발언을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평소 조용하던 친박계 A 의원이 눈에 띄게 튀는 발언을 이어갔는데 당내에선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며 “A 의원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은 미니 총선급 재·보선? 정치권은 이제 내년 4·12 재·보궐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역 의원 10% 이상이 물갈이되는 ‘미니 총선’급의 재·보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4월 재·보선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보선은 투표일 한 달 전인 3월 13일까지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치러진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통상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재·보선은 내년 12월 20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이 있는 해 상반기에 ‘미니 총선’급의 선거를 치르는 건 부담스러운 눈치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가 흔들릴 수 있고,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 2012년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치러진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참패한 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했고, 이는 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6개월로 돼 있는 4·13총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13일) 마감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의 기소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반면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핵심 3명은 무혐의 처분으로 끝나자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미르 재단’ 의혹 등으로 꼬인 정국이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성상헌)는 이날 추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4·13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된 추 대표는 올 3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16대 국회의원 시절 손지열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강남·북 균형을 위해 동부지법을 광진구에 존치하자’고 요청해 존치 결정이 내려졌었다”고 밝힌 게 문제가 됐다. 또 이 같은 내용을 올 4월 2, 3일 배포한 8만2000여 부의 선거 공보물에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신이 17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당초 결정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동부지법은 2017년 이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법조타운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더민주당은 “제1야당에 대한 탄압이며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청와대와의 조율을 통해 정권을 압박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를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추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존치 약속을 받은 것으로 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추 대표의 발언과 공보물 기재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차이가 있으며 당선을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새누리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4·13총선을 앞두고 경기 화성갑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김성회 전 의원과 통화하며 다른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돼 검찰에 고발됐다. 더민주당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의 통화 녹음 파일 전체를 분석한 결과 서로 친분이 깊은 상황이었으며 김 전 의원이 검찰에서 해당 발언을 협박으로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구체적인 해악을 언급한 것이 없는 점 등에 비춰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추 대표 기소나 최 의원 등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총선 이후 이날까지 현직 의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12명, 더민주당 14명, 국민의당 4명, 무소속 2명이다. 길진균 leon@donga.com·김민·김도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맞서 비문(비문재인) 진영이 뭉치고 있다. 박영선 민병두 김성수 최명길 고용진 의원 등 10여 명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비공개 조찬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세론’만으론 정권 교체가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개헌”이라며 “곧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 정국에 앞서 생각을 정리하고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개헌을 매개로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을 제외한 비(非)패권지대를 주장하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감 종료를 앞두고 곳곳에서 대세론에 회의를 느끼는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이 열리거나 준비되고 있다”며 “지금은 구상 단계지만 정기 국회가 끝나면 개헌과 제3지대론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제3지대 원샷 통합 경선론’을 공론화한 더민주당 원혜영 강창일, 국민의당 주승용 김동철 의원 등 야권 중진들은 국감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대통령 사저는) 경호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긴밀히 논의했을 것입니다. 그래야 하는 것이고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사저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청와대의 공방에서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옹호했다. 김 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 경호시설 부지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을 것이고 그것이 새 사저를 찾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을 것”이라며 “나라 안팎으로 꿀꿀한데(우울한데) 좀 쿨하게 가면 좋겠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 근처에 경호시설을 마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대테러 활동을 하는 국정원과 사저 보안 문제를 협의한 것 역시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사저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필요한 만큼 국회가 적절히 증액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국정감사에서 사저 경호시설과 관련해 올해 터 매입 예산으로 49억5000만 원이 편성돼 있고, 내년 건물 신축 예산으로 18억1700만 원이 배정돼 있다고 보고했다. 외견상 청와대의 손을 들어 준 것처럼 보이지만 여권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어느 정부나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준비는 민감한 문제여서 ‘퇴임 절차’를 밟는다는 이슈 자체가 레임덕을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임기가 약 17개월 남은 박 대통령의 사저를 부각시켜 ‘곧 집으로 돌아갈 대통령’이라는 낙인찍기로 대통령의 힘을 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노련한 박지원 위원장과 야당이 자꾸 사저 문제를 거론하는 데는 다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설훈 의원이 제기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논란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원 의원은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대표부 국정감사 후 가진 특파원 기자간담회 도중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5월) 방한 당시 주변에 알리지 않고 밤늦게 묘소를 참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왜 그런 걸 비공개로 하나. 정말 정치 초짜다. 완전 초짜”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반 총장의 처신이 잘못됐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은 이를 부인했다. 실제 반 총장은 5월 방한 때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다만 반 총장은 2011년 12월 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비공개로 방문해 참배한 적이 있다. 원 의원의 발언은 당시 방문과 혼동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반 총장은 부인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과 함께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와 환담을 나눴다. 반 총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정의롭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당시 반 총장을 영접했던 더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반 총장 측이 봉하마을 방문 전 일정 공개를 원하지 않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며 “이후 언론에 참배 사실이 알려졌고, 사진도 공개했다”고 말했다. 비공개 방문 이유에 대해 반 총장 측은 “공식 일정 중에 잠시 시간을 내 참배한 것이라 비공개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숙 전 주유엔 대사는 “반 총장은 개인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야당에 빚이 있다고 주장할 일은 아니다”라며 “공과 사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