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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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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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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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단의 아픔을 평화의 음악으로 감싸안다

    ‘희귀한 음악회’가 마련됐다. 연주 도중 바람이 휙 불면서 흰색 악보들이 흩어져 하늘로 나부낀다. 연주자와 관객들은 이걸 주우러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음악회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25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비무장지대) 생태평화공원 음악회’가 바로 그런 행사다. 전쟁의 상흔이 감도는 DMZ 눈앞에서 열린 음악회지만 관객들의 얼굴에는 무거움보다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행사를 기획한 사단법인 PLZ 페스티벌 측도 참석자들에게 “단순히 음악을 듣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관객배우’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는 DMZ 남방한계선 부근 3곳을 옮겨 다니며 하루 세 차례 열렸다. 40분 정도씩 미니 음악회 형식으로 무료로 진행됐다. 우리 시대 화두인 평화와 생태보존의 중요성을 현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느껴보자는 취지다. 생태습지 용양보에서 열린 오전 행사에선 6·25전쟁 당시 군인들이 건너다녔던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김진세 박지형 기타리스트 듀오가 영화 ‘시네마천국’ 배경음악 등을 연주했다. 또 다른 6·25 격전지 암정교에서는 임미정 PLZ 페스티벌 예술감독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테너 김세일 씨의 ‘그리운 금강산’ 등 우리 가곡을 선보였다.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선 땅거미가 지는 초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스타파이브 퀄텟의 마지막 현악 4중주 공연이 펼쳐졌다. DMZ 인근은 민간인 통제구역이지만 이날 참석자들은 주최 측에 사전 신상정보만 제공하면 생태평화공원 입장이 가능했다. 임미정 감독은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1회 공연당 50명씩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관객은 오기 힘든 곳에서 세 차례 음악회를 모두 즐기고 돌아갔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보병사단 중 하나인 백골부대 제3보병사단 관할 지역이다. 음악을 듣다가 고개를 돌리면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군사 시설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사단의 고광일 정보담당 원사는 “클래식 음악회인 만큼 사격 소리나 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DMZ 행사는 7월부터 강원도 접경지역 5개 군에서 진행돼온 PLZ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다. 이달 18일 사진 명소로 통하는 인제군 ‘비밀의 정원’에 직접 들어가 단 2명의 노부부 관객을 위해 마련된 오전 7시 음악회는 소셜미디어 화제의 영상으로 통한다. PLZ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연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하고 있다. PLZ 페스티벌은 11월 말까지 진행되며 12월 초 학술 포럼으로 마무리된다. 숲속, 갈대밭, 다리 위, 박물관 등 음악회가 열리는 곳은 다양하다. 공통점을 찾자면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역사의 질곡을 거치며 평화와 생태보존의 중요성을 전해줄 수 있는 장소들이라는 것이다. 모든 공연 참가는 PLZ 페스티벌 온라인 사이트(홈페이지, 페이스북)에 사전 신청을 하면 된다. 날씨 변화에 대비해 주최 측은 무릎담요, 후드집업, 핫팩, 선캡 등을 현장에서 나눠준다.철원=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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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TIP]맥도날드, 빨대 줄이기 앞장

    맥도날드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지만 큰 변화’라는 슬로건을 공개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친환경 플래그십 스토어 고양삼송DT점은 태양열 집열판 및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100% 전기 바이크, 종이 메뉴판 없는 디지털 메뉴보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뚜껑을 도입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 저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뚜껑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온라인 고객 참여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뚜껑이’ 도입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비닐봉투, 포크, 나이프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생 가능하거나 재활용된, 또는 인증 받은 원자재를 사용한 포장재로 전환할 방침이다. 맥도날드는 2003년부터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에 앞장서 지난해까지 약 11억7000만 개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였다. 이런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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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임에 실패한 美대통령들의 굴욕사[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뒤숭숭합니다. 불안감의 원인은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순순히 물러날까 하는 것입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안 물러나겠다고 버티지는 않을까요? 열성 지지자들이 들고 일어나 극도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을까요?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니 불안감 때문에 미국인들의 총기 구매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고 합니다. 임기 4년, 1회 중임으로 총 8년 재임이 가능한 미국 대통령제에서 ‘단임(one-term)=굴욕’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대통령에게나 국민에게나 큰 충격을 주는 사건입니다. 대통령 자신의 인생에서 단임이 낙인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 실패 후 “나는 단임 대통령이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한동안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지만 2010년 소수당이던 시절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당시 지지도가 높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켜 “내 목표는 그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큰소리를 쳐 “저 사람 뭘 믿고 저런 말을 하는거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나는 늘어지는 8년을 보내느니 굵고 짧은 4년을 택하겠다”고 재치 있게 맞받아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 늘어지는 8년을 위해 열심히 재선 운동을 벌여 당선됐죠. 대통령에게 ‘8년의 유혹’은 말하면 입만 아픈 것이지요. 워싱턴 정가에서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결단의 책상’을 가리켜 “저 자리에 앉아만 있으면 자동 8년”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현직 프리미엄이 절대적이라는 뜻이죠. 대통령이 일하는 듯한 모습만 보여줘도 언론이 척척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니 선거운동이 되는 셈입니다. 특히 ‘외롭고 고독한 최고결정권자 자리에 앉아본 경험’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만 성공하면 선거가 접전일 때 최고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쉬워 보이는 ‘8년’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도 있습니다. 미 역사상 5명이 있는데요. 2명은 워낙 오래 전 분들이고, 현대 정치사에서는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 대통령 등 3명입니다. 이들은 어쩌다가 단임 대통령의 굴욕을 겪게 된 것일까요. 물론 이들이 단임 대통령이 된 정치적 배경은 각기 다르고 복잡합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보면 ‘경제 운영 실패’가 공통적인 원인입니다. 역시 선거는 경제가 좌우하지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이들은 최고결정권자로서 민심에 반하는 중대 결정을 내렸고, 재선 여부를 판가름하는 대선은 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 성격이 컸다는 점입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임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국민적 회의론을 뒤엎고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에 나섰다가 실패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였던 “내 입술을 읽으세요.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한 뒤 2년 반 만에 슬금슬금 세금을 올렸다가 거짓말쟁이 신세가 됐습니다. 좀 더 크게 본다면 단임 대통령은 ‘나는 국가를 이렇게 끌고 나가겠다’는 어젠다가 실종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록 허황된 측면이 있고 세밀함이 부족하더라도 대통령은 비전을 제시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냉정하게 말해 국민은 이성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떨어뜨릴만한 대통령을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그런데 비전을 제시하시에 4년은 너무 짧은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좀 일하다가 보면 4년이 후딱 지날 텐데 어떻게 국민을 감동시킬만한 어젠다를 준비해 정책을 마련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4년마다 대선 치르느라 등골이 휜다는 4년 대통령제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바로 이것이지요. 그렇다면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의 업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8년 대통령의 업적을 분석한 자료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굵직한 업적은 앞쪽 2년에 70~80%가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선 4년은 덤 4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요.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는 목표 상실감에 빠지고 야당은 공세 기술을 연마해 지루한 정국 대치가 이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즉 어떤 대통령이던 실적과 비전은 앞쪽 1,2년에 집중돼 있기 마련이고, 단임 대통령은 이 같은 초반 집중도에서 뒤진다는 결론입니다. 임기 초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철폐,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등 주요 공약을 좌충우돌 식으로 추진하다 러시아 스캔들, 탄핵 정국 등으로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돼버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단임 대통령 정코스를 밟는 듯 보입니다. 풀죽은 단임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죠. 그래도 초강력 팬덤을 가진 대통령이니 마지막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을 듯 합니다. 열흘 좀 지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지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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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에서 멀어질수록 당신의 월급이 위험하다’,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트렌드[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재택근무를 장기적으로 채택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경영효율 측면에서 재택근무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죠. 그런 점에서 세계 기업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재택근무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계선 전략’입니다. ‘일정 선까지는 적극 지지하지만 이를 넘으면 직원 입장에서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에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풍족한 실리콘밸리답게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수당까지 지급합니다. 컴퓨터 설치 등 ‘홈오피스’를 꾸밀 수 있도록 돈까지 준다는 의미죠. 페이스북은 2000달러(한화 약 230만 원), 구글은 1000달러, 좀 더 작은 기업들은 500달러 정도 준다고 하네요. 여기에 육아수당까지 올린 곳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재택근무도 근무의 한 방식이라는 의식이 철저한데요. ‘재택근무를 하는 김에 코로나19 때문에 등교하지 못한 자녀 돌봐라’는 생각은 있을 수 없죠. 돈을 더 주거나, 휴일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차일드케어’ 수당을 올렸습니다. ‘세일즈포스’라는 중견 정보기술(IT) 인력회사는 육아휴직을 연 4주에서 6주로 늘리고, 매달 하루에 100달러씩 5일치를 육아보조금으로 신설해 대상 직원들에게 지급합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탄력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이런 저런 수당까지 받으니까요. 하지만 좋은 건 여기까지입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급여 지역화(pay localization)’ 정책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슨 행정용어 같지요. 쉽게 말해 재택근무 직원이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살수록 월급을 깎는다는 얘기입니다. ‘VM웨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볼까요. 샌프란시스코 인근 팔로앨토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예컨대 물 좋고 경치 좋은 콜로라도 주 덴버로 이사를 간 직원은 연봉의 18%를 깎았습니다. 같은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도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로 이사 간 직원은 8%를 깎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고요? 아시다시피 코로나19는 밀집 지역일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인구 밀도가 낮은 곳으로 이사 가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죠. 동부에서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면 서부 쪽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거대한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입니다. 뉴욕보다 더 비싸죠. 특히 집값이 살인적으로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IT 기업들이 집중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연 11만2000달러(약 1억2900만 원)입니다. 미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죠. 하지만 이렇게 경제수준이 높은 실리콘밸리 직장인들도 집값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한 부동산업체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집을 사려면 연소득으로 최소 17만2000달러(1억9000만 원)는 벌어야 한다고 하네요. 미국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채팅 앱인 블라인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직장인의 70%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를 기회 삼아 인구 밀도가 낮고 물가도 싼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제 재택근무로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할 필요도 없으니 이사 가는데 제약이 없죠. 경영자 입장에서는 생활비가 싼 곳으로 이동하면 급여를 깎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렇게 급여 삭감으로 확보한 예산으로 육아보조금, 홈오피스 설치 비용 등 앞에서 거론한 특별수당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월급 차등 정책을 도입한 회사가 워낙 많다보니 ‘급여 지역화’라는 새로운 용어도 나온 것이죠.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이를 도입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출중한 대형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 정책을 만들어놓고 있었죠. 다만 활용 수준이 매우 미미했었는데 이제 본격 가동하고 있는 셈이죠. 페이스북, 트위터는 내년 1월부터 ‘급여 지역화’ 정책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다만 급여 삭감은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이 정책을 대놓고 홍보하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회사에서 멀리 이사를 가는 불이익을 감당하겠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절반 가까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채팅 앱 블라인드가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 직장인 2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4%가 ‘물가가 싼 곳으로 이사하는 대신 급여가 줄어도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계산법은 이렇습니다. 삭감이 이뤄지는 부분은 ‘기본급’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워낙 보너스 같은 수당이 많은 곳입니다. 기본급과 기타수당이 절반 정도씩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본급에서 10% 정도 깎여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생활비와 세금이 20% 정도 싼 곳으로 이사 가는 것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죠.물론 재택근무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기업도 아직 꽤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재택근무 왜 합니까”라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면적인 재택근무가 아닌 일주일에 절반 정도만 출근하는 절충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재택근무인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집값 하면 치를 떠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급여 지역화’ 개념이 본격 도입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일 닥친 뒤 급히 계산기 두드려볼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고민해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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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行 트럼프가 꼭 챙겨간 ‘이것’은? 美 대통령의 분신이 ‘풋볼’?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최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대통령 전용 헬기 머린원을 타고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향하는 사진들 중에서 ‘풋볼’ 사진도 포함돼 있더군요.웬 풋볼? 3주 전쯤 코로나19를 뚫고 개막한 미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얘기를 하는 거냐구요? 아닙니다. 여기서 ‘풋볼’은 미식축구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핵무기 발사 비밀코드가 담긴 핵 가방을 말합니다. ‘풋볼’ 또는 ‘핵풋볼(nuclear football)’이라고 불리죠. 트럼프 대통령이 트랩에 오르기 전 ‘풋볼’ 전담 수행원이 매우 빵빵해 보이는 검정색 가죽가방을 들고 미리 헬기에 오르는 사진이 찍혔더군요.핵 가방이 ‘풋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건 냉전이 한창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드롭킥’이라고 불리는 핵전쟁 시나리오를 만든데 서 유래했습니다. ‘드롭킥’은 미식축구나 럭비에서 공을 땅에 한번 튀긴 뒤에 차는 킥을 말합니다. 핵 가방의 내용물이 궁금하시죠? 우선 무게가 20kg이나 나간다고 하네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빨강색 ‘핵 버튼’이 종종 등장합니다만 실제 핵 가방 안에 그런 장치는 없습니다. ‘블랙북’으로 불리는 75쪽짜리 핵 공격 가이드 책자, 대통령 피신장소 목록, 군 명령전달 지침, 대통령 진위 인증카드 등 4가지가 들어있습니다. 이 중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대통령 권한 코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비스킷’으로 불리는 이 카드만 따로 꺼내 양복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풋볼’ 사진을 보면서 “백악관이 경황없는 와중에 그래도 핵 가방은 잘 챙기고 있구나”하고 안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안심감이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정신을 딴 데 두고 있는 듯한 매우 혼란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데다 ‘마러라고 릭’ 사건도 있었기 때문이죠. ‘릭 사건’은 2017년 아베 일본 총리가 플로리다 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을 때 열린 파티에서 한 손님이 ‘풋볼’ 수행원과 기념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건입니다. 친절하게도 “이 사람은 ‘풋볼’ 수행원 릭이야”라는 설명까지 붙였답니다. 하필이면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호를 시험발사하면서 난리도 아니었던 때였죠. 백악관 비서실장 급이 거치는 극도로 면밀한 인적사항 사전조사를 거쳐 군에서 선발되는 수행원이 무슨 생각으로 일반인과 기념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리도록 놔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릭’은 나중에 해고됐다고 합니다.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핵 가방이 경호 소홀로 인해 노출되거나 마구 다뤄지는 경우가 꽤 많이 있습니다.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피격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 ‘비스킷’ 카드가 대통령 구두 안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왜 다른 곳도 아닌 구두 안이냐고요? 당시 유력한 설(說)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평소 ‘비스킷’을 양복 안주머니가 아닌 양말 안쪽에 넣고 다녔다는 것이었죠. 병원에서 급히 양말을 벗기면서 구두에 떨어져 나중에 발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일화는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끝난 뒤 ‘풋볼’ 가방을 챙기지 않고 다른 보좌관들과 함께 떠나버린 것입니다. ‘풋볼’ 수행원은 나중에 나토 회의 장소에서 백악관까지 1km 정도를 혼자 터덜터덜 걸어갔다고 합니다. 사실 핵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겠습니까, 택시를 타겠습니까. 걸어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기에 다행입니다. 이밖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주머니에 ‘비스킷’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양복을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일화도 있습니다. 또 당시 브렌트 스카우크로프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풋볼’ 가방 내용물을 모두 뺀 뒤 맥주 빈 캔과 콘돔 한 개를 넣어 카터 전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하네요. 전 세계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핵 가방을 이렇게 가지고 놀아도 되는 걸까요. 이름만 봐도 ‘풋볼’ ‘비스킷’ ‘드롭킥’처럼 너무 경박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사에 무게 잡지 않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 아니겠습니까. 심각해야 할 때는 심각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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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가 빠진 추수감사절, ‘메리’가 빠진 크리스마스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미국은 10월 핼러윈,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명절 3종세트’로 연말 시즌을 장식합니다. 예년 같으면 들뜨고 흥겨운 기분이겠지만 올해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후 첫 연말 시즌인 만큼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죠. 요즘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연말 인사법을 바꿔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에는 “해피 쌩스기빙!”이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데요. 올해는 앞쪽 ‘해피’를 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도 마찬가지로 ‘메리’를 빼야 한다구요. 별로 해피하거나 메리한 분위기가 아니라는 거죠. 그냥 “쌩스기빙!” “크리스마스!”라고만 인사를 나누자는 것입니다. 이 웃긴 인사법에 미국인들은 완전 찬성 모드입니다. 누가 처음 제안한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찬성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립니다. 코로나19가 삶의 대부분을 바꿔놓더니 이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명절 인사법까지 바꿀 태세입니다. 지난 주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가을 및 겨울 명절 특별 방역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는 때가 때인 만큼 일찌감치 발표했다고 하네요. 미 가이드라인은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추석 방역수칙과 대개 비슷합니다. 연말에 고향 방문이 많다 보니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합니다. 반면 문화적 차이도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은 다른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갈 경우 사전에 필히 그 집에 연락해 방역 수준과 절차에 대해 의논하고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추석 때 어른들 집에 가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야 대놓고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좀 어렵지만 사전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확실히 좋은 예방법인 듯 합니다. 또 CDC 가이드라인은 음식을 모여서 먹지 말고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먹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같은 테이블에서 거리두기 정도가 아닌, 아예 서로 얼굴을 다른 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아예 한 명은 소파에서, 다른 한 명은 부엌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방에서 먹는 식으로요. 여기에 핼러윈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많이 퍼져 있죠. 특히 ‘코스튬 파티’라고 부르는 귀신이나 유명인 분장 파티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입니다. CDC는 이것 역시 온라인상에서 비대면으로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북적이는 코스튬 파티에서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해골 탈 같은 분장용 마스크는 코로나19 마스크 대용이 될 수 없으며 분장용 마스크 위에 코로나19 마스크를 겹쳐 쓰는 것도 위험하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자 하는 결심은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모두 내 마음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방역수칙에 대한 거부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스크 하나 쓰는 것에서부터 저항이 상당하죠. 저항세력을 설득하는데 는 상당한 사회적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보건당국이 설득방법까지 세세하게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주로 언론이 담당하죠. 그래서 요즘 미국 언론에서는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코로나19에 비협조적인 가족 멤버 설득 비법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예컨대 비협조파에게 코로나19 통계를 들이대는 것은 ‘돈트(Don’t),‘ 즉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통계라는 것은 언제나 왜곡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코로나 감염을 사례로 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런 기사들을 몇 개 읽다보니 심리학자나 정신건강학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이 있습니다.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어느 정도 설득하다가 안 되면 포기하라는 겁니다. 매정하게 들리기는 합니다만 이제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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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탄산수 시장 1위 트레비… 당분 줄이고 과일향 그대로

    몇 년 전만 해도 “탄산수가 뭐야” 했던 소비자들이 변했다. 지금은 ‘뭘 좀’ 아는 소비자라면 건강음료로 탄산수부터 찾는다. 롯데칠성음료 ‘트레비’는 국내 탄산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2007년 트레비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탄산수는 낯선 음료였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웰빙(참살이)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탄산수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 30억 원대였던 탄산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 판매를 기준으로 920억 원대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로마의 명물 분수에서 이름을 딴 트레비는 100% 천연 과일향에 트랜스지방 제로, 칼로리 제로, 당류 제로의 탄산수다. 당분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에게 ‘물보다 시원하게 즐기는 탄산수’라는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트레비는 천연 과일향으로 라임, 레몬, 자몽, 금귤 등 4가지가 있다. 과일향 없이 그냥 순수하고 깔끔한 맛을 원한다면 플레인과 워터 중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트레비 금귤은 2015년 4월에 나온 자몽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다. 껍질째 먹는 금귤 특유의 상큼한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500mL 페트병 단일 용량으로 출시됐다. 트레비 워터는 일반 먹는 샘물을 사용해 부드러운 맛이 강점이며, 천연 미네랄이 함유된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맛과 향의 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패키지에도 관심을 기울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355mL 캔부터 페트병도 300mL, 400mL, 500mL, 1.2L 등 다양한 사이즈를 선보이고 있다. 트레비는 2014년 국내 탄산수 시장의 1등 자리에 올랐다. 탄산수 시장 저변 확대와 더불어 대학가, 클럽, 피트니스센터, 워터파크, 록페스티벌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 덕분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트레비는 국내 탄산수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약 6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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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대 입시도 바꿨다?…‘포스트 코로나’ SAT운명은[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들의 삶의 상당부분을 바꿔놓은 가운데 미국 ‘수능’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SAT)도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요즘 미 대입 현장에서는 두 개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SAT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수험장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둘째는 대학들이 SAT를 고려하지 않거나 선택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정책을 바꾼 것입니다. SAT 점수가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사항이 된 겁니다. 우선 첫째 사건부터 볼까요. SAT는 일년에 7번 치러집니다. 올해 3월 이후 SAT는 완전히 취소됐다가 지난달부터 재개됐습니다. 하지만 응시생의 절반 정도 밖에는 시험을 못 치르고 있습니다. 수험장이 운영된다 해도 거리두기 수칙 때문에 한 교실에 10명 정도 밖에는 수용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자기 동네 수험장이 없어 인근 도시로, 주(州)로 시험 보러 가는 ‘원정 SAT족’이 생겨나고 있죠. 한때 ‘재택 시험’ 방안도 추진됐지만 부작용을 고려해 없던 일로 했습니다. 둘째, SAT 차질을 감안해 대학들이 속속 입시요강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test-optional’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SAT가 옵션이 됐다’는 말입니다. SAT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내신, 자기소개서, 과외봉사활동 등 다른 요소들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노스웨스턴대도 SAT 옵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학들이 갑자기 입학조건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을 점수벌레로 만든다” “학생들의 지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비판들이 SAT들 두고 오랫동안 제기돼 왔습니다. 코로나19가 SAT 회의론을 가속화시키고 있을 뿐이죠. 일각에서는 “이게 바로 윈-윈”이라며 기뻐합니다. 학생들은 힘들게 SAT 안 봐서 좋고, 대학들은 귀찮게 SAT 점수 안 따져도 되니까요. 낮은 SAT 점수를 장애물로 여겼던 학생들은 이제 꿈꾸던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SAT 응시 열기는 옵션제 논의가 있기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SAT에 대비해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뭐가 어떻게 바뀌는 건지 불안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코로나19 와중에 휴가를 내고 몇 시간을 운전해 아이를 SAT 수험장에 데려다 주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또 좋은 대학들일수록 옵션제를 적용하는 기간을 올해, 또는 내년 입학생 정도로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임시 적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죠. 미국은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빨리 달려들어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각 주의 자치권이 크다보니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제도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요. 뿐만 아니라 대입은 학생과 대학 간의 쌍방 플레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행정 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지 않죠. 여기에 내신 자소서 등 비(非)SAT 기준에 내재된 주관적 요소들을 과소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코로나19로 인한 SAT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도 그만큼 커졌죠. ‘SAT 점수를 제출할까 말까’에서부터 ‘고등학교에서 어떤 과목들을 들어야하나’까지 고민은 천차만별입니다. ‘코로나19가 교육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지적을 이해할 만 합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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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에 드리운 전쟁 그림자…9·11 키즈의 삶은 기구하다?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우리는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또렷하게 기억하는 과거의 순간이 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늦은 저녁. 이날이 무슨 날인지는 아실 겁니다.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TV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한동안 잠을 못 이루셨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지만 그 비주얼적인 충격인 어마어마했죠. 9·11 테러는 미국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벌어졌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무너져도 태어날 아기는 태어나는 법. 이날 미국에서 1만3238명의 아기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날, 아니 정확히 이날은 아니어도 그 주변 달(月)에, 해(年)에 출생한 아기들까지 모두 합쳐 ‘9·11 키즈’라고 부르죠.요즘 미국에서는 ‘9·11 키즈의 기구한 삶’이 화제입니다. 사실 ‘기구하다’는 약간 적절치 못한 표현인 듯 해서 ‘드라마틱하다’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9·11 키즈의 상당수는 올해로 19년을 살았습니다. 특히 올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진학했을 수도 있고, 직장에 취직했을 수도 있고, 다른 꿈을 꾸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성인이라는 카테고리에 들게 됐고 선거권을 행사하게 됐습니다.9·11 키즈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개인적인 인생이야 모두 다를 것이니 그 인생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너는 9·11 때 태어났어”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자랐겠죠. 이는 “중요한 때 태어나서 좋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던 세상과는 달라.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는 염려의 메시지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9·11 테러 후 미국은 많이 변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고, 아프가니스탄도 침공했습니다. 다시 일상생활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죠. 하지만 이거야 다른 나라 땅에서 지지고 볶고 전쟁을 치른 것이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7~08년 주택시장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는 기업 파산과 실업 양산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급 충격을 미국인들에게 안겨줬습니다. 버락 오바마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래를 꿈꾸는가 싶었지만 인종차별, 총기난사, 약물남용 등의 내재적 문제점들은 더욱 깊어만 갔죠. 이후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분열상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9·11 키즈는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시점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결정적 충격을 맞게 됩니다. 그렇다고 9·11 키즈의 삶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 틱톡까지 이들만큼 정보통신(IT) 신세계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 살아온 세대는 드뭅니다. 또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시위의 30~40%는 9·11 키즈를 포함한 Z세대(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였을 만큼 사회적으로도 목소리를 낼 줄 압니다. 정신적으로 고립됐다거나 세상 한탄만 하는 젊은이들이 아니라는 것이죠. 역사적인 사건들을 인생의 변곡점마다 부딪혀온 9·11 키즈의 삶을 ‘기구하다’거나 ‘드라마틱하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정확한 지적이 아닐지 모릅니다. 누구보다 많은 것을 경험해 그 어떤 세대보다 ‘성숙하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듯 싶습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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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 막힌 해외여행 어떻게 뚫나…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집 떠나면 고생”?[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사회 각 부분에 많은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도, 샐러리맨도, 수험생도, 전업주부도, 어린 아이도 정말 힘든 때입니다. 옛날 같으면 이렇게 정신적으로 지칠 때 에너지 충전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해외여행이라는 선택이 있었는데 지금은 꽉 막혀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6,7명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것이 가장 서글프다고 말하죠. 물론 국내여행을 다녀오면 되겠지만 어떻게 공항이 주는 설렘, 여행 전날 짐을 쌀 때의 기분 좋은 분주함, 여권에 찍힌 스탬프를 보는 뿌듯함에 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가상 여행놀이(virtual travel)’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집콕’하면서 뭐하나 봤더니 상상 속에서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거죠. 가고 싶은 곳을 구글맵으로 찾아보고 자연경관과 길거리뷰 등을 샅샅이 훑어보는 인터넷 사이트나 소셜미디어 포스트들이 인기라고 합니다. 비행기 시간표도 나와 있고 호텔 비교도 할 수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가 특히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하네요. 가상 여행에서는 코로나19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입니다. 해외여행이 언젠가는 가능해지겠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복잡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전개될 여행의 세계로 한번 풍덩 빠져볼까요. 첫째, 해외여행 금지 언제 풀리나: 얼마 전까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별다른 제약 없이 관광 또는 일반적인 방문 목적으로 상대국에 입국해 여행하는 ‘매스 트래블(mass travel)’ 시대에 살았습니다. 이게 언제 다시 가능해질까요. 여행업계, 항공업계에서는 이걸 ‘백만 불짜리 질문’이라고 하더군요. 그 어느 누구도 확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해외여행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해외자료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여행 제한이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 가능성, 글로벌 입출국 프로토콜 준비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것이라고 하네요. 일단 내년은 참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둘째, 여행 예약 어떻게 달라지나: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예약 절차를 밟는데요. 일단 이 첫 단계부터 골머리를 앓아야 할 듯 합니다. 내 개인정보, 특히 건강정보가 상당부분 공개될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일정 양식에 자신의 인증 받은 건강상태에 대해 기입해 업로드 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증상, 병력은 물론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백신 접종, 항체 형성 여부 등에 대해 자세히 기입해야 하겠죠. 예컨대 미국 쪽에서는 여행지 어느 곳이나 돌아다녀도 되는 초록색, 제한이 따라붙는 노란색 등으로 구분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자신의 건강정보를 담은 바코드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게 현실이 되겠네요.셋째, 공항 절차는 어떻게 달라지나: 결론부터 말하면 출국검사대와 입국심사대에서 상당히 긴 줄이 예상됩니다. 미국 항공사들은 단계별 공항검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선 폐 단층촬영(HRCT)을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실시합니다.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여행객들에 대해서는 좀 더 불편을 감수해야 할 목구멍과 코에 면봉을 밀어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타액검사법과 혈액검사 등을 실시합니다. 검사 결과는 항공티켓에 전자 기재돼 공항 내 장소 출입이 결정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내 배정에서도 특정 섹션, 특정 좌석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넷째, 여행객들은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나: 지금까지 여행객들이 좀 더 싸거나 사고 안 나는 항공사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기내 방역 수준을 읽는데 초점을 맞추겠지요. 어떤 살균제를 사용해 어느 부분까지 세심하게 소독하는지, 어떤 에어필터를 사용해 기내 공기를 순환시키는지 등을 궁금해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코로나19 상황은 언제라도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도 환불정책이 조금이라도 더 유연한 항공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 유연성은 호텔에도 적용되겠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여행을 살펴보니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죠.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여행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방안들이 나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래도 싫다면, 가상 여행놀이에 만족할 수밖에 없겠죠.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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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은 죽었다? 너도나도 탈출 러시…“청승 떨지 마라” 반론도[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뉴욕 하면 뭐가 연상되십니까. 노란 택시, 브로드웨이, 레스토랑, 높은 빌딩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뉴욕만이 가진 특유의 생동감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살고 싶어 하고,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이겠죠. 그런데 요즘 ‘리빙 뉴욕’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리빙’은 ‘leaving,’ 즉 ‘뉴욕 떠나기’ ‘뉴욕 탈출’ 러시를 말합니다. 이유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죠.사실 코로나19 이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는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학계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죠. 특히 세계질서가 전쟁이나 갈등으로 이어질지, 평화 공존 시대가 올지는 정치 경제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학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국제관계의 미래상은 코로나19를 체감하는 일반 국민에게 별로 실감나지 않는 주제입니다. 다만 ‘리빙 뉴욕’처럼 사회 안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이동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코로나19 이후 ‘리빙 뉴욕’ ‘뉴욕은 끝장났다’ 등은 화제의 검색어가 됐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올라온 ‘뉴욕은 영원히 죽었다’라는 글은 수만 뷰를 기록 중입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워낙 비관론이 우세해지자 뉴욕 출신의 유명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트는 최근 NYT 기고에서 “코로나 때문에 며칠 극장에 못 갔다고 너무 청승 떨지 마라. 뉴욕의 에너지는 건재하다”고 반박하기도 했죠. 화제의 링크트인 글은 뉴욕이 전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로 경제적 기회, 문화, 음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 같은 3대 동인(動因)이 사라지면서 2001년 9·11 테러 같은 초대형 악재도 견뎌냈던 콧대 높은 뉴요커들이 짐을 싸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의 명소들이 고스트타운(유령도시)처럼 변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시사뉴스 프로그램들의 단골 소재가 됐습니다. 뉴욕 부동산은 임대건 매매건 코로나19 이전보다 30~50%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인구가 유입되는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애틀랜타 등 다른 대도시들은 시세가 오르고 있죠.사실 지금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은 후발주자들입니다. 1차 탈출은 3월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한 직후, 2차는 6월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을 때, 지금은 재 확산으로 위기감을 느낀 3차 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뉴욕을 떠나지 않는 것은 파크 애비뉴와 피프스 애비뉴 주민들뿐’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뉴욕의 부촌인 양대 애비뉴 주민들은 이미 다른 곳에 ‘세컨드 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뉴욕 탈출 러시를 ‘잠시 스쳐지나가는 넋두리’라고 반박합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사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인들은 옮겨 다니며 산다는 것에 우리만큼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명성을 잃게 된다면 그동안 뉴욕을 칭송해온 그 많은 대중가요, 영화 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두 번째로 큰 로스앤젤레스(LA)가 대표 도시로 등극할까요. LA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뉴욕만한 아우라가, 깊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전국 골고루 코로나19가 발생하는 것이 큰 폭의 인구이동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왠지 위로가 되기까지 합니다. 애초에 뉴욕과 서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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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장기근속+높은 연봉+복지혜택 3박자 ‘일할 맛 나는 회사’

    중견 유통회사에 다니는 김모 대리(31)는 요즘 고민이 많다. 취업한파 시대에 일단 취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직장을 보는 눈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 대리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연봉 수준이 높은 회사’다. 여기에 ‘복지 혜택이 좋은 회사’라면 금상첨화다. 김 대리는 특별하지 않다. 모든 직장인들은 이 ‘3박자’를 갖춘 회사를 찾는다. 다만 모든 것을 갖춘 회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지 않겠는가. 김 대리는 인터넷을 폭풍검색하고 친구들로부터 얻는 정보를 종합해 식품업계에서 하이트진로가 이런 조건들에 근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상장 식품기업들의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하이트진로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5.5년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 식품기업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0여 년인 것에 비해 5년 이상 길다. 좋은 직장의 3대 조건은 근속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근속연수가 긴 회사는 복지수준이 높은 회사일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요즘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복리후생이 경제적 보상보다 우선된다. 하이트진로는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없애기 위해 2015년부터 ‘PC OFF’제를 도입했다. 또 매달 ‘연차 사용 권장 캠페인’을 벌여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보장되도록 적극 권장한다. 이 밖에도 자녀 학자금, 본인 및 가족 의료비 지원, 장기근속자 포상, 복지카드 지급, 연금지원, 재해위로금, 사외교육, 동아리 지원, 기숙사 운영 등 탄탄한 복지제도 덕분에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회사로 꼽힌다. 여기에 지난해 기준 전체 직원 중 정규직 직원 비율이 97.4%에 달할 정도로 고용안정성도 높다. 상장 식품기업들의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평균 연봉은 9598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장기근속 사원들이 회사의 연봉 수준을 높이고, 고(高)연봉에 대한 기대감이 회사를 오래 다니도록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참이슬’이라는 부동의 1위 소주 브랜드 영향력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닌 ‘한 우물을 판다’는 전문 주류기업의 이미지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하이트(맥주)’에만 안주했다면 정체된 기업 이미지가 따라다녔을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내놓은 ‘테라(맥주)’와 ‘진로(소주)’가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하이트진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테라’는 올해 5월 말까지 8억6000만 병이 판매되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적자를 보여 온 하이트진로의 맥주 사업은 올 1분기에 88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통의 강자인 소주 사업 부문에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분기 소주 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48.9% 성장한 463억 원에 달했다. 회사명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용한 ‘진로’는 출시 13개월 만에 3억 병을 돌파했다. ‘진로’ 홍보를 위해 가수 비와 함께 진행하는 ‘1일 1깡’ 디지털 캠페인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진로’ 출시 1주년을 맞아 일본, 미국, 중국 등 7개국에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소주 세계화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4년 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직원들은 ‘테라’와 ‘진로’의 판매 호조가 실적 턴어라운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 직원은 “요즘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신제품들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직원들의 자긍심과 회사 분위기가 ‘업(UP)’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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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 전대 100명 연사중 ‘톱 1, 2위’ 오바마 부부 비결은?[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이 부부는 참 능력도 좋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 여사를 말하는 건데요. 최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장 많이 소셜미디어에서 트렌딩(화제가) 된 연설 1,2위에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올랐습니다. 미셸 여사가 1위, 오바마 전 대통령이 2위였죠. 정작 전당대회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후보 수락 연설은 3위에 그쳤습니다. 전당대회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를 합쳐서 총 100여명이 넘는 연사가 마이크 앞에 서는데요. ‘톱 1, 2위’ 자리를 고스란히 오바마 부부가 가져간 것이지요.연설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나 정치인 연설이 곧잘 연상됩니다만 사실 우리 자신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종종 있지요. 회사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도 일종의 연설입니다. 부모님 생신 때 손님들 앞에서 자식으로서 한마디 하는 것도 연설의 하나죠. 이런 때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조리 있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 등에서 식은땀이 났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연설이라기보다 대중 앞에서 말하기, 즉 ‘퍼블릭 스피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네요.오바마 부부의 명연설 때문일까요. 요즘 미국에서 연설 잘하기 비법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미국인들은 워낙 평소에도 수도꼭지 튼 것처럼 좔좔 말을 잘해서 ‘저런 능력은 타고 태어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미국인들도 연설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그냥 말 잘하는 것과는 달리 연설은 전략과 논리가 필요하니까요. 미 전문가들의 충고를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첫째, “‘클라이맥스 빌딩’에 모든 것을 걸어라.” 연사는 핵심, 즉 결론을 말하기 얼마 전부터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청중들을 불러 모아야 합니다. 즉 정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정점 그 자체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 진입했다면 특정 단어 또는 문장 구조를 계속 반복해줘야 합니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연사도 동어반복을 꺼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면 단번에 주의를 끌기 마련이지요. 미셸 여사는 18분 동안 전당대회 연설을 했습니다. ‘VOTE(투표)’라고 새겨진 목걸이를 관찰하느라 정신이 팔리기도 했겠지만 18분 동안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연설 내용을 계속 주목한 시청자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녀는 연설의 3분의 2정도 지난 시점부터 4,5개의 비슷한 문장으로 공격 수위를 높여가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실망시켰다’는 메시지를 부각시킵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희망을 접은 듯 “It is what it is(세상사가 그런 거죠)”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이 전략을 잘 구사합니다. 그가 6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 때 흑백 인종 학생들을 같은 버스에 태워 등교시키는 ‘버싱’ 문제를 두고 바이든 후보를 한 발짝씩 밀어붙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둘째, ‘실패의 연설은 승리의 연설보다 중요하다.’ 중요한 대회에서 패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망쳤을 때 더 이상 얘기할 의욕이 사라집니다. 계속 떠드는 것은 변명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보일 때가 바로 패배의 연설이라는 것이죠. 2008년 대선 경선 레이스 포기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유리천정을 깰 만큼 높이 날아오르지 못했지만 여러분들 덕분에 1800만개(경선에서 얻은 득표 수)의 금을 냈다. 그 유리를 통과한 희망의 빛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것은 그녀 최고의 연설로 꼽힙니다. 좋은 연설을 하려면 자세도 중요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로 두 손바닥으로 연단 테이블 모서리를 짚고 연설을 하면 어깨가 들리면서 매우 긴장한 듯 보이게 됩니다, 또 예전에는 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는 것이 ‘표준 자세’로 통했지만 지금은 ‘구식’으로 통합니다. 대신 두 발을 자연스럽게 벌리고 한쪽 발은 약간 앞으로, 다른 쪽 발은 뒤로 하면서 뒤쪽 발에 무게 중심을 두면 자연스런 포즈가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다음 기회에는 좀 더 프로다운 연설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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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 전 죽은 오사마 빈라덴, 갑자기 뜬 이유는?[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최근 미국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갑자기 소셜미디어 화제어 상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왜 9년 전 죽은 알카에다 테러조직 리더가 지금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줄임말)’했을까요. 알아본 결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을 거론하면서 전국적 화제어로 떠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인들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는 반응입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온갖 황당 발언과 돌출행동으로 전국구 조롱거리가 된 인물입니다. 그가 빈 라덴을 언급하며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켜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지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최근 미국은 코로나 확산 와중에 학교 재 개학 문제를 두고 시끄럽습니다. 플로리다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지사가 재 개학을 밀어붙이는 상황인데요. 디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재 개학은 빈 라덴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나중에 “‘재 개학을 위해 보건당국이 빈 라덴을 죽인 네이비실(특수부대)처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 했다”고 부연설명을 했지만 어디 대중의 반응은 그렇습니까. 가장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인 빈 라덴만 기억하지요. 특히 부모들은 “안 그래도 애들 학교 보내기가 찝찝한데 어디 비교할 데가 없어 끔찍하게 사람 죽이는 것에 비유하느냐”고 발끈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화가 날만도 합니다. 미 언론은 플로리다를 두고 코로나19 ‘진원지(epicenter)’라고 부릅니다. 코로나 발생자 수에서 플로리다는 뉴욕을 제치고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인구당 발생률로 본다면 전국 톱입니다. 8월 15일 현재 플로리다 확진자는 57만여 명, 사망자는 9300명 수준입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데는 지역적 특성이 한몫합니다. 플로리다는 의료보험율이 15%대로 매우 낮고, 저소득층 의료보조제도인 메디케이드 참여 병원에 대한 보상액을 매년 삭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구 5명당 1명꼴로 65세 이상이다 보니 코로나가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죠. 여기에 더해진 것이 디샌티스 주지사의 무능입니다. 4월 말 미국 대학생들의 봄 방학(스프링 브레이크) 때는 해변 폐쇄 조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6월 초 전국에서 가장 먼저 술집, 레스토랑을 재개장했습니다. 6월 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아닌 권고 조치가 나왔습니다. 이달 초 학교 재 개학 비상명령을 내렸으나 주민과 교사들의 불같은 반대로 주춤하고 있습니다. 교사 노조는 주정부를 상대로 재 개학을 연기하라며 소송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디샌티스 주지사의 코로나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재선 전략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는 4월 초 전국 주지사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워싱턴에 달려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각종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코로나 실적 홍보 ‘쇼’를 벌이기도 했습니다.워싱턴 호사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비전을 충실히 수행하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가리켜 ‘다이내믹 듀오’라고 부릅니다. 그 앞에 ‘덤 앤 더머’라는 단어가 생략된 것이라고 뒤에서 비웃고 있지요. 그런데 이 듀오에서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달 24~27일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플로리다 잭슨빌에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에 “대회 기간 중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방역조치를 대폭 생략하겠다”는 약속을 한 덕분에 전당대회를 따낼 수 있었죠. 그러나 플로리다의 코로나 위험성을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이 잭슨빌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하면서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하겠다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야심찬 계획에도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코로나19 시대에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신속한 위기대응력과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목격한 미국인들은 웬만한 주지사의 활약에는 눈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방 지원’만 믿고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죠. 물론 그 지원마저도 위태한 지경이 됐지만요. 그 결과로 주지사 지지율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주 정치 시스템이 워싱턴이나 뉴욕처럼 견고하게 발달하지 못했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후진적 정치 스타일이 그런 열등감을 부채질하고 있지요. 그는 지난해 초 임기 4년의 주지사 직에 당선됐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그가 민심에 다가갈지, 계속 대통령 심중에만 믿고 기댈지 갈수록 흥미로워 집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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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MZ에 울려퍼지는 평화와 생명의 하모니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선율의 아름다움을 즐기세요.’ ‘평화 5군’으로 불리는 강원도 5개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에서 열리는 ‘PLZ(Peace & Life Zone) 뮤직 페스티벌’이 그렇다. 고성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일대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음악을 들으며 분단과 생태보존이라는 우리 시대의 명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다. 강원도와 인제 고성 양구 화천 철원 등 ‘평화 5군’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 개막식은 지난달 25일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성군의 ‘금강산 건봉사’에서 열렸다. 이날은 굵은 장대비가 하염없이 쏟아졌다. 악기들은 비를 맞으면 안 되기 때문에 누각에 연주회장을 마련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하모니카 등의 연주가 펼쳐졌다. 당시 피아노를 연주했던 임미정 PLZ 예술감독(한세대 교수)은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비가 내려 걱정됐지만 오히려 관객들은 ‘빗소리 속에서 음악을 들으니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PLZ 페스티벌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람사르 습지인 인제군 용늪과 내린천, 양구군 펀치볼과 박수근 미술관 등에서 열렸다.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강원도와 인제, 양구, 고성, 화천, 철원군까지 가세했다.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올해는 3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PLZ 페스티벌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은 피아노, 바이올린에서부터 클라리넷, 하모니카 연주까지 다양하다. 성악과 국악, 탱고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마련된다. 행사 장소는 미술관, 전망대, 동네 꽃 축제장은 물론이고 작은 마을교회에서도 열린다. 각 지역의 역사와 환경, 꾸미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장소들이다. PLZ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춰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PLZ 페스티벌의 모체는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라는 음악 비정부기구(NGO)이다. 1984년 동아콩쿠르 1위에 입상하기도 했던 임 감독은 줄리아드음악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피아노를 연주했고 2000년대 중반 귀국해 재단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평양을 6차례 방문해 모란봉 클래식 전용공연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클래식 음악에 대해 “클래식이 발달한 동유럽과 교류가 많기 때문에 예상외로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임 감독이 올해 행사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행사는 다음 달 19일 철원읍 수도국지에서 열리는 피아노 성악 현악 4중주다. 수도국지는 일제때 상수도 공급원으로 6·25전쟁 당시 국군의 북진으로 후퇴하던 북한군이 반공인사들을 모아 학살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임 감독은 “이곳에서 위로와 치유의 음악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공연장을 직접 찾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PLZ 측은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행사에 참석하려면 사전 신청자 확인부터 현장 거리 두기, 클린강원패스포트 앱을 이용한 문진표 작성까지 코로나19 대비 수칙을 지키면 된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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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경하러 온 사람도” 美의회 女의원 드레스코드는?[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남성 의원들이 저를 구경하러 왔더군요. 다들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제 앞에서 욕은 안 하더군요. 제럴드 포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부터는 ‘보기 좋다. 더 자주 입어라’는 격려까지 들었습니다.” 때는 1969년. 샬럿 리드라는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에 처음 바지를 입고 등원한 여성의원이라는 ‘대역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와 이렇게 인터뷰까지 했죠. 최근 한국 여성 국회의원의 ‘원피스 논란’을 보면서 미 의회의 여성 드레스코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대표적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흔히 ‘파워슈트’라고 불리는 강렬한 원색의 바지정장을 즐겨 입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미국에서는 1969년이 돼서야 바지를 입은 여성 의원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 의원은 의회에서 공식 업무를 볼 때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적용됐던 것이죠. 1969년은 미국에서 반전 시위가 활화산처럼 타오른 해입니다. 당시 56세의 리드 의원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에 용기를 얻어 바지를 입는 대 모험을 강행했습니다. 물론 바지를 입는다고 여성인권이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성에서만 적용하는 복장 규제는 성차별의 중요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죠.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남성 의원의 감상 평(?)까지 실려 있습니다. “글쎄 바지를 입은 여성 의원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리드 의원은 한번의 시도로 족했는지 더 이상 바지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물러섭니다. 보수적인 의회 분위기가 신경이 쓰였던 걸까요.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녀는 여성스러움(femininity)을 강조하기 바쁩니다. “그래도 의회에서 여성의 여성다움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바지를 입었다고 여성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바지 모드’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다 1993년 여성 상원의원 3명이 작심을 하고 단체로 바지를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한 뒤부터 많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내친 김에 미국 여성 정치인들의 눈물나는 성차별 철폐 노력을 한번 살펴볼까요. 1962년 워싱턴 국회의사당 건물에 처음으로 여성 화장실이 생깁니다. 단독 화장실이 아닌 여성 휴게실 내 화장실 구조입니다. 단독 여성 화장실은 1992년 처음 생깁니다. 1971년 의회 사무보조, 도어맨, 경비원, 경찰관 등 행정업무에 처음 여성이 채용됩니다. 1985년 여성 하원의원 3명이 의회 지도부 사무실 앞에서 시위까지 벌인 후 남성 전용으로 운영돼온 의회 헬스클럽이 여성의원에게 개방됩니다. 하지만 여성 탈의실은 만들지 않아 꽉 끼는 헬스 복을 입은 여성의원들이 자기 사무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의회 복도를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2006년 상원, 2007년 하원에서 처음 수유실이 문을 엽니다. 2017년 여성 하원의원 30명을 주축으로 ‘민소매 금요일’을 만들어 단체로 팔뚝을 드러낸 옷을 입고 본회의장에 나타납니다. ‘팔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드레스코드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죠. 거창한 슬로건이 아닌 생활 주변의 화장실, 수유실, 헬스클럽 등에서 펼쳐온 양성평등의 역사는 정말 길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네요. 1969년 ‘바지녀’ 리드 의원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저는 5년 전 의원에 당선된 뒤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열심히 일해 왔습니다만 의정활동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랬는데 바지 한번 입고 왔더니 유명인이 됐네요.” 그녀가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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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공관 갈등 원인은 풍수 탓?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이번 주부터 디지털스페셜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가 매주 온라인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11~14년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필자가 세계 정치외교의 중심지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의 뒷얘기를 풀어놓겠습니다.》 세계 각국은 워싱턴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칩니다. “치외법권 지대 대사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첩보 액션….” 이런 카피의 영화도 있었죠. 워싱턴 북서쪽 매사추세츠 애비뉴에 형성된 대사관 거리에 가보면 정말로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너무 조용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대사관 내부에서야 치열한 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겠지만 외관상으로만 보면 평온하고 한적한 미국 도심 부촌의 모습입니다. 가끔 지나다니는 외교전용 번호판을 단 자동차를 보고서야 “내가 지금 외교가 한복판에 있구나”를 깨닫게 되죠. 이 거리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요즘 폐쇄 논란으로 시끄러운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좌장격인 워싱턴의 주미 중국대사관입니다.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좀더 북서쪽으로 가면 나오는 인터내셔널 플레이스라는 곳에 위치한 중국 대사관은 날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인권탄압, 소수민족 박해에서부터 노벨평화상 수상자 가택연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미국 방문까지 중국 관련 온갖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사관 앞은 시위대로 시끌벅적합니다. 주로 중국 사회주의 정권에 반대하는 미국 내 중국인들이 시위를 조직하고 미국인들도 많이 가세합니다. 저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취재하기 위해 몇 차례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대사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도 분위기는 막상막하입니다. 미국 외교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동사태의 핵심 국가인 만큼 이스라엘 대사관 앞도, 좋게 말해 생동감이 넘칩니다. 중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이 쌍둥이처럼 주목을 한 몸에 받고 나머지 대사관들은 조연에 만족하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현주소라 할 수 있죠. 외관상으로도, 실제 외교 당국자들의 정책적 관심도와 범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사랑하던지, 미워하던지” 날로 팽창하는 중국의 위세를 보여주듯 중국 대사관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합니다. 규모가 너무 커 가까이 서면 벽밖에 안 보이고, 저 멀리 언덕 위에서 내려다봐야만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국력에 걸맞지 않게 워싱턴 도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신세였다가 2억 달러를 들여 2008년 현재의 위치에 신축했습니다. 면적 2만3000㎡로 중국의 해외 공관 중 가장 넓습니다. 대사관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의 작품입니다. 영문 이니셜을 따 ‘I M 페이’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건축가입니다. 건축계에서 록스타 급 인기를 누리던 디자이너로 지난해 타계했죠.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그의 모더니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콕 집어 보스턴의 존 F 케네디 기념 도서관 설계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Love him or hate him(사랑하던지, 미워하던지).” 미국인들은 페이의 건축을 두고 이 말을 자주 합니다. “그저 그래” 같은 미지근한 감정은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는 워싱턴에서 중국대사관 말고도 랑팡 플라자, 국립미술관 동관 등 많은 건물을 지었습니다. “워싱턴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건물의 절반은 페이의 손에서 태어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의 건물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콘크리트, 강철, 유리 자재를 즐겨 이용하고 요즘 대세인 자연친화적 디자인과는 조금 거리가 멉니다. 중국대사관도 마찬가지. 베이지색 페인트로 칠한 기하학적 콘크리트 건물로 보안을 이유로 창문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니 이리 봐도 벽, 저리 봐도 벽 밖에 안 보입니다. 감정을 배제한 현대사회처럼 ‘드라이’한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중국이라 편의 봐드린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한 명성의 페이가 가장 중국적인 컨셉인 풍수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국무부의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그는 풍수학적으로 좋지 않다며 중국대사관 건립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은 워싱턴에 대사관을 신축할 때 국무부에 부지 선정을 요청합니다. 2006년 중국 측의 요청을 받은 국무부는 현재의 자리를 선정해줬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설계 총감독을 맡은 페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죠. “펭수이(풍수의 미국식 발음)가 좋지 않아.” 국무부 당국자들은 두 번 놀랐다고 합니다. 첫째, 그 유명한 페이가 국무부 공무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오다니. 둘째, 전문적이고 심오한 건축학 설교를 할 줄 알았던 페이가 아직 서구인들에게는 낯설고 심지어 미신으로까지 여겨지는 풍수를 거론하다니. 미 정부는 페이 설득 작전에 나섭니다. 좋게 말해 ‘설득’이지 실제론 ‘생색내기’입니다. 당국자들은 페이를 직접 만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중국이라 우리가 매우 신경을 써서 정해 드린 겁니다. 그런데 싫다고 하시면…”이라고 얘기합니다. 실제로 미 정부가 신경을 많이 쓴 것만은 확실합니다. 워싱턴DC의 토지 구획 시스템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복잡합니다. 비슷한 구역이라도 관할권이 특별구인 DC 정부, 연방 정부, 버지니아 주정부, 메릴랜드 주정부로 제 각각입니다. 인근 지역은 모두 DC 정부 관할인데 반해 중국 대사관이 위치한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일대는 연방 정부가 소유권을 행사합니다. 아무래도 중국대사관 입장에서 보면 연방 정부 관할인 것이 지자체를 일일이 상대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편하겠죠. 게다가 우연하게도 미국은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에 자국 대사관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중국대사관 부지를 잘 잡아줘야 중국도 보답의 표시로 베이징 좋은 곳에 미국대사관을 짓도록 편의를 봐주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페이를 설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지요. 미 정부가 집요하게 설득하자 당시 90대 할아버지로 산전수전 다 겪은 페이는 허허 웃으며 “알겠다. 그 부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중국의 대미 정보수집 타격 불가피 이제 현재로 건너뛰어 여론의 관심사는 영사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중 외교 갈등이 대사관까지 확대될지 여부입니다. 그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듯 합니다. 대사관 폐쇄는 외교관계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매우 비밀스러워 보이는 대사관 내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대사관을 거점으로 주재원, 연구원, 심지어 특파원까지 정보 수집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은 워싱턴의 비밀 아닌 비밀이니까요. 미중 외교 전면전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페이의 말이 예언인 듯 아닌 듯 뇌리에 남습니다. “펭수이가 좋지 않아.”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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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랑 식탁대화 단골주제가 세계보건 문제”

    “부모님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홍역,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어린이 사망률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자연스레 의사의 꿈을 키웠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겸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65)의 자녀 양육법은 달라도 뭐가 다른 듯하다. 26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게이츠의 1남 2녀 중 맏이 겸 장녀인 제니퍼(24)는 승마 전문잡지 사이드라인즈 7월호에 실린 첫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과의 식사 중 단골 주제는 세계 보건 문제였다”고 소개했다. 게이츠 창업주가 어린 자녀들에게 다소 재미없는 주제로 열을 올려 어느 날 부인 멀린다(56)가 남편에게 “더 이상 세계 보건에 대해 얘기하지 말자”는 금지령을 내린 일화도 소개했다. 1996년 미 워싱턴주에서 태어난 제니퍼는 현재 뉴욕 아이칸의대 2학년에 재학 중으로, 휴학을 하고 승마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의대 진학 계기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 실천’이란 부모님의 이상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은 지금까지 500억 달러(약 60조 원) 이상을 저개발국 홍역, 말라리아 퇴치 등에 투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에도 3억3500만 달러(4033억 원)를 기부했다. 제니퍼는 부모님에 대해 ‘나이가 들어도 향학열에 불타는 부부’라고 소개했다. “부모님은 부자로서의 특권을 누리기보다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 역시 특권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조금이라도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아과나 가정의학 전문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도 밝혔다. 부친의 소탈하고 재미있는 일면도 털어놨다. 최근 게이츠 창업주는 제니퍼와 막내딸 피비(18)의 ‘틱톡’(댄스 경연으로 유명해진 짧은 동영상 전문 소셜미디어) 계정에 출연해 어설프지만 열심히 ‘아저씨 댄스’를 선보였다. “코로나19 퇴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이야말로 나의 영웅”이라는 인사말과 곁들였다. 게이츠 부부는 두 딸 외에도 아들 로리(21)를 두고 있다. CNBC는 게이츠 창업주의 양육법을 두고 “자녀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해 겸손하면서도 ‘쿨’한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를 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난다. ‘아빠는 우리 세대를 몰라요’라는 자녀들의 원성이 대단하다”고도 밝혔다. 자신은 인터넷 기반의 e메일이 편하지만 틱톡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소셜미디어를 배워 매일 세 자녀의 계정에 들어가 이들의 관심사를 배운다고도 전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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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떨리고 휘청… 트럼프 뇌신경 이상 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연설에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행동들을 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목을 축이기 위해 물컵을 들 때 오른손을 떨었고, 제대로 입에 갖다 대지 못하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왼손을 함께 받쳐 들었다. 연설이 끝난 뒤 계단을 내려갈 때 휘청거렸으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언급할 때는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반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손 떨림 때문에 두 손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취임 직후 군인들을 상대로 국가안보 관련 연설을 하면서 물컵을 들 때 두 손으로 떠받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해 다른 연설에서는 아예 생수병을 두 손으로 들고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휘청거린 것은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이었다”며 “가짜뉴스 매체들을 위해 내가 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떨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신경계 장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밴디 리 예일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은 뇌검사를 빨리 받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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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대 노력을 기울여라[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우리는 갑부들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습관’ 유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을 점령하고, ‘만약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같은 즐거운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는 그들의 언행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I doubted us.”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자사의 재활용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발사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에 대한 끝없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인이라도 인간인 이상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죠. “나는 우리를(우리가 해낼 것이라고) 믿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이를 약간 변형시킨 “I doubt it(아닐걸, 과연 그럴까)”을 자주 쓰는데요. 상대방이 단정적으로 말할 때 그것이 틀렸다고 완곡하게 고쳐주고 싶다면 이렇게 말합니다. △“It has no history of being read as a dog whistle.”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인종차별 시위가 불붙은 와중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될 것이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가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는 페이스북 직원 2만5000명과의 내부 화상대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논란만 더 키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개 호루라기처럼 읽힐 만한 전력이 없다.” 개 호루라기는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신호를 발산해 개를 불러 모을 때 씁니다. 지지자들의 폭력을 조장하는 잠재적 메시지가 트럼프 발언 속에 숨어있다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Why we swing for the fences.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대유행을 수년 전 예측했다고 해서 화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기념사 제목입니다. 홈런을 치려면 펜스를 넘길 수 있게 스윙을 크게 해야 합니다. ‘큰 걸 노리다’는 의미죠. 재단은 이런저런 목표에 조금씩 자선금을 할당하기보다 한 가지 목표를 정했으면 거기에 올인(다걸기)해 왔다는 겁니다. 자선에서도 사업가적 기질이 보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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