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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민간인 살상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을 지상군 투입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 시간) TV 연설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참수하고 여성을 성폭행한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머리에 총을 쏘고, 사람들을 산 채로 불태웠다”며 “하마스 대원들은 이제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은 전했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의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유대인 지도자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다만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의 주장과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언급한 것일 뿐 해당 사진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학살 의혹을 부인하며 “우리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서방 매체들이 유포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정보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6일째인 12일 기준 양측 사망자는 하마스 대원 1500명을 포함해 41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당국은 자국 사망자가 최소 1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주민 135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될 경우 확전에 대비해 이란을 직접 거론하며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붕괴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가 중세 시대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이 극한의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및 전력 차단으로 물자 공급이 완전히 끊긴 탓이다. 비상 발전기 사용마저 여의치 않은 일부 병원은 우물에 의존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전쟁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 시달려 온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린다. 이로 인해 이미 주민 고통이 상당한 상태에서 전쟁으로 인한 물, 식량, 전기, 의약품 공급 부족까지 발생한 것이다. 12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현재 최소 6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또한 최소 25만 명의 난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난민 대다수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 대피하고 있으나 공습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알자지라 방송은 11일 “가자지구는 중세 시대로 돌아갔다. 붕괴 직전”이라고 평했다. 실제 전력이 차단되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찾기 위해 희미한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야간 수색을 벌이고 있다. 부상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은 향후 2∼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련자가 있는 곳만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등 민간 시설에도 무차별적인 공습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적신월사는 팔레스타인 의료진 최소 4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11일 밝혔다. 유엔,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 이슬람권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 등은 모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이스라엘 측에 “전쟁법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최소한의 구호물자 반입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가자지구 민간인의 통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 접경국인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라파 검문소’를 거쳐 가자지구로 가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전쟁 후 이 검문소는 폐쇄된 상태다. 다만 이 검문소가 개방돼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이동을 하루 최대 2000명 수준으로 제한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또한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로 대거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민간인 살상 실태가 드러나면서 공격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양측의 여론전도 격화되고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 시간) TV연설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참수하고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의 머리에 총을 쏘고, 사람들을 산채로 불태웠다”며 “하마스 대원들은 이제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크라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이곳은 아기 시신 40구가 발견됐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참혹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의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유대계 지도자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다만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의 주장과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언급한 것일 뿐 해당 사진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학살 의혹을 부인하며 “우리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서방 매체들이 유포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학살과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정보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전쟁 6일째인 11일 양측 사망자는 23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망자가 최소 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역시 11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될 경우 확전 우려에 대비해 이란을 직접 거론하며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해 강력한 지원 의지와 함께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붕괴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가 중세 시대로 돌아갔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이 극한의 생존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및 전력 차단으로 물자 공급이 완전히 끊긴 탓이다. 비상 발전기 사용마저 여의치 않은 일부 병원은 우물에 의존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전쟁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강력한 봉쇄 정책에 시달려 온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린다. 이로 인해 이미 주민 고통이 상당한 상태에서 전쟁으로 인한 물, 식량, 전기, 의약품 공급 부족까지 발생한 것이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현재 최소 6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또한 최소 25만 명의 난민을 위한 음식과 식수가 12일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난민 대다수가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에 대피하고 있으나 공습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진단했다.이에 알자지라 방송은 11일 “가자지구는 중세 시대에 처했다. 붕괴 직전”이라고 평했다. 실제 전력이 차단되자 물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생존자를 찾기 위해 희미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야간 수색을 벌이고 있다. 부상자를 치료 중인 병원들은 향후 2~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관련자가 있는 곳만 공격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병원, 학교, 이슬람 사원 등 민간 시설에도 무차별적인 공습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적신월사는 팔레스타인 의료진 최소 4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11일 밝혔다.유엔, 유럽연합(EU),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 적신월사 등은 모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구호물자가 반입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마저 이스라엘 측에 “전쟁법을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최소한의 구호물자 반입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미국은 이스라엘, 이집트, 유엔 등과 가자지구 민간인의 통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 접경국인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라파 검문소’를 거쳐 가자지구로 가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전쟁 후 이 검문소는 폐쇄된 상태다. 다만 이 검문소가 개방돼도 이스라엘은 민간인 이동을 하루 최대 2000명 수준으로 제한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또한 가자지구 주민이 이집트로 대거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악 그 자체(sheer evil)’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1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보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버틸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 안전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이집트 등과 대피 통로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 외교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및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는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775명을 넘어섰다.이스라엘 “영유아 시신 40구 발견”… 하마스, 집단학살 의혹 [중동전쟁]이스라엘軍, 가자 인접 집단농장서살해된 민간인 시신 발견 참상 공개하마스측 “아이들은 공격 목표 아냐… 거짓 이야기 믿으면 안돼” 부인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영유아를 포함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집단 학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크파르아자’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며 참상을 공개했다. 하마스 측은 11일 알자지라에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 거짓말과 비방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된다”고 부인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 수습에 동원된 이스라엘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키부츠에서만 최소 40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해 최소 10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키부츠에 들어간 미 뉴욕타임스(NYT) 취재진은 곳곳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수색 과정에서도 아기 등 온 가족이 집 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 피 묻은 아이 옷과 유모차, 집 바닥의 흥건한 피 등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옷이 벗겨진 채 길거리에 버려진 여성 시신 또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버려진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해 일대에 악취 또한 진동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일부 시신은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해 겨우 담요만 덮은 채 눕혀져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머리가 잘린 아기 시체까지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하마스가 자신들의 습격을 피해 집 안으로 대피한 민간인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불태워 숨지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키부츠 내 집 여러 채가 그을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인근 베에리 키부츠에서도 최소 10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시신 수습을 진행한 현지 구호단체 ‘자카’ 관계자 또한 유아 시신이 발견됐다며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했다. 하마스는 침공 당일인 7일 두 키부츠를 포함해 20여 개 도시와 마을에 침투했으나 현재 대부분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생존 주민의 증언 및 동영상, 해당 지역의 방범 카메라 등을 토대로 이번 학살의 증거를 제시했다. 크파르아자에서 시신 수습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NYT에 “이것은 전쟁이 아닌 대학살”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조부모 세대가 겪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하마스를 규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악(惡) 그 자체(sheer evil)’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전선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 시리아 등 인근 시아파 이슬람 국가들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포탄이 발사됐고, 이스라엘이 11일 포탄 등으로 이에 반격하는 등 교전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다른 아랍 국가나 무장단체들이 전쟁을 악용할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며 미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바이든, 가장 강경한 메시지로 연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악 그 자체가 세상에 풀려날 때가 있다”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한 공격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악의 광란 행위와 닮았다”고 비판했다. 약 10분간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악’ ‘역겹다’ ‘혐오스럽다’ 같은 강경한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을 향한 테러와 관련해 역대 미 대통령 연설 중 가장 강경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분노의 연설’은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이 전쟁에 추가 개입하거나 이란 등이 무기를 지원하는 양상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가 10일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한 데 이어 이번 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해역으로 추가 전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대응)를 위해 항공모함을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국가나 행위자에 분명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란 배후설’에 대해선 “이란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공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다른 세력이) 현 상황을 악용한다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아파 벨트’로 확전 조짐 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일대에선 확전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른 ‘앙숙’ 시리아 영토에서는 10일 이스라엘로 박격포가 날아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대포와 박격포로 발사 원점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양측 간 교전은 처음이다. IDF는 11일에는 레바논 측의 대전차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델말리크 알 후티와 이라크 시아파 정치 단체 수장 하디 알 아미리도 10일 “미국이 가자지구 문제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공격한 바 있다.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아랍권 국가들에 ‘반(反)이스라엘’ 진영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쿠웨이트 정부 측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가자지구 포위망을 허물고 더 심각하게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중동전쟁에 더 많은 아랍국이 개입하는 전선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 이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양측을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의 대량학살만 불러올 뿐”이라며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순전한 악(Sheer Evil)’이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일 이스라엘로 급파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의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제기된 이란의 외무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지구 봉쇄와 전쟁 범죄에 심각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은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 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65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각각 1200명, 950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이 발견한 하마스군 시신 또한 1500명이 넘는다.바이든 “하마스는 완전한 악”… 시리아, 이스라엘 포격 가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악 그 자체(sheer evil)’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전선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 시리아 등 인근 시아파 이슬람 국가들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포탄이 발사됐고, 이스라엘이 11일 포탄과 대전차로 이에 반격하는 등 교전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다른 아랍국가나 무장단체들이 전쟁을 악용할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며 미군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바이든, 가장 강경한 메시지로 연설”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악(惡) 그 자체가 세상에 풀려날 때가 있다”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한 공격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 최악의 광란 행위와 닮았다”고 비판했다. 약 10분 간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악’ ‘역겹다’ ‘혐오스럽다’ 같은 강경한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을 향한 테러 관련해 역대 미 대통령 연설 중 가장 강경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분노의 연설’은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이 전쟁에 추가 개입하거나 이란 등이 무기를 지원하는 양상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가 10일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한 데 이어 이번 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을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해역으로 추가 전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대응)를 위해 항공모함을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국가나 행위자에 분명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란 배후설’에 대해선 “이란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공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다른 세력이) 현 상황을 악용한다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 ‘시아파 벨트’로 확전 조짐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일대에선 확전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른 ‘앙숙’ 시리아 영토에서는 10일 이스라엘로 박격포가 날아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이날 “대포와 박격포로 발사 원점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양측 간 교전은 처음이다. IDF는 11일에는 레바논 측의 대전차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델 말렉 알 후티와 이라크 시아파 정치 단체 수장 알 아미리도 10일 “미국이 가자지구 문제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공격한 바 있다.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아랍권 국가들에 ‘반(反)이스라엘’ 진영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이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쿠웨이트 정부 측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가자지구 포위망을 허물고 더 심각하게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중동전쟁에 더 많은 아랍국이 개입하는 전선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이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양측을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의 대량학살만 불러올 뿐”이라며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해 올 때마다 납치한 인질들을 1명씩 처형하겠다며 ‘인간 방패’ 전술을 실행할 태세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하마스의 행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같다.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10일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900명이 사망하고 24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7일 기습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약 150명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어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도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양측 사망자가 1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극단적인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내에서도 단일대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 정상들은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국이 입장 차를 드러내자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엔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도 우려된다”는 양비론 속에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하마스 “폭격에 인질 4명 사망”… 이 “하마스 지휘부 제거할것”보복전 치닫는 이-팔 전쟁하마스, 인질 ‘인간 방패’ 내세워 위협… 이 “인간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어”가자지구 봉쇄… “전기-식량 없을 것”지상전 초읽기… 민간인 희생 등 부담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란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 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 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격화하면서 중동 아랍 국가들이 ‘이슬람 형제’로 불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아랍 국가들도 당분간 거리 두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0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통화에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 희망과 포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성취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슬람교 수니파 맹주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중동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는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때문인지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틀간 침묵하다 이날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사우디를 비롯해 팔레스타인에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이집트 요르단 같은 주변국은 민간인 인질 석방과 지역 평화를 내세우며 이-팔 양측 중재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는 “이번 충돌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면서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 일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줄곧 밝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전날 이-팔 양측과 접촉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폭격을 멈출 것과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정착촌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면서 이-팔 양측이 요청하면 분쟁 종식을 중재하겠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마스의 공격 첫날부터 “심각한 도발”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중동 지역 여러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힘써 왔지만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습 등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늘면서 다시 수세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은 중동 아랍국들의 ‘이스라엘 거리 두기’는 하마스 공격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란의 이스라엘 고립 전략이 먹히는 것이라고도 분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난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체를 흔드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에 ‘철통 방어’를 약속하며 핵추진 항모전단 등을 급파하고, 그간 하마스를 후원해 온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했다는 등 배후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틀째인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과 5척의 순양함 및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인 F-35 등 전투기 25대 안팎을 증파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필요시 억지 태세를 추가로 강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본거지이자 대대적 로켓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 인명 피해가 클 수 있어 그간 전면적인 지상전을 피해왔다. 수많은 사상자 발생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국가와의 확전을 각오하고서라도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며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강 대 강’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8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라이시 대통령이 앞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와 각각 통화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사상자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사망자는 9일 현재 119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서 희생된 이스라엘 민간인 수가 지난 20여 년 사이 희생된 규모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부상자 수도 총 5050명을 넘어섰다.美, 항모전단 파견-전투기 지원 착수… “이란, 2일 하마스 작전 승인”[중동전쟁]美-이란 대리전 양상 본격화이, 지상전 앞두고 美에 무기 요청바이든, 네타냐후와 이틀 연속 통화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하마스를 돕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하는 조짐이다.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 요격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지원을 요청하며 전면전 채비에 나섰다. 미국은 대규모 항모전단까지 급파하며 추가 지원에 착수했다. 이란 정부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승인했다는 정황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추진 등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통해 친미 진영의 복원을 꾀해 왔다. 반면 이란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두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미국과 이란이 각각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러설 수 없는 대리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스라엘 지원하는 美, 하마스 돕는 이란미국은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전 채비에 나선 이스라엘의 지원 요청에 구체적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미국에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과 재래식 폭탄을 유도 기능을 갖춘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기관총 탄약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해군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순양함 5척,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 F-35를 비롯한 전투기 25대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틀 연속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안보팀 보고를 받은 뒤 추가 무기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 대통령사용권한(PDA) 추가 무기 지원 예산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했으며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위협할 수 있는 다중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하마스의 공습을 두둔했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70년간 이어진 불법적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억압적 강점과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맞선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라고 발표했다.● 미국발 ‘중동 데탕트’ 견제하려는 이란미국의 발 빠른 군사 지원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가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사태로 공을 들여온 중동 데탕트 구상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을 ‘철통 방어’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이란의 하마스 배후 지원 정황 등이 드러나며 이번 중동전쟁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전쟁은 최소 수주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항모전단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들의 하마스 무기 지원이나 직접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반면 하마스의 이번 공습 결정에는 미국 중재로 추진돼 온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으려는 전략적 목표가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권의 화해로 이른바 중동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해 온 하마스는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권의 밀착이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이란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이란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최소한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8일 ‘비공식 협의’를 긴급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안보리 협의를 앞두고 주유엔 이스라엘대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론전을 벌였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판 9·11 사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봉쇄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의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격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온 정보기관 모사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8일 현재 양측의 사망자가 최소 713명, 부상자는 4038명이라고 CNN,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 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을 예고했다. 직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름은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약자에서 유래했다. 1987년 이스라엘의 압제에 항거하는 제1차 시민 봉기(인티파다) 당시 아메드 야신이 설립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종파가 다른데도 ‘철천지 원수’ 이스라엘과 싸우는 수니파 하마스에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온건 노선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과격파 주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테러 등 무장투쟁을 중시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야신은 2004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됐다. 북한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2014년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유입되는 ‘3각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기가 필요한 하마스와 돈이 급한 북한 모두 이란을 중개인으로 활용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고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세종시와 비슷한 약 365㎢ 규모에 지난해 기준 약 240만 명이 거주해 인구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고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지중해에 면한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방향에 모두 높은 장벽을 쌓아 생필품 반입을 통제하고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체포 이력이 있으면 가자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식이다. 가자지구에 ‘하늘만 뚫려 있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탄압으로 코너에 몰린 하마스가 이번에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측은 그간 수차례 대규모 무력충돌을 벌여왔으며 이스라엘의 압도적 전력 우위로 피해는 대부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집중됐다. 가자지구의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하마스 또한 적잖은 주민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 등 더 극단 노선을 표방하는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공격에 하마스가 사용한 ‘깟삼’ 로켓은 1930년대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반(反)영국, 반유대 무장투쟁을 벌인 이슬람 성직자 잇줏딘 깟삼의 이름을 땄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무장단체의 정식 명칭 역시 ‘깟삼 여단’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도로에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고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 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에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해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아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 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팔은 케이블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 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 배 우위로 평가된다. 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로에 시체가 수북히 쌓여 있다.”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 거주하는 주민 샬로미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다음 날인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곳곳에 시체와 불에 탄 자동차가 가득하다”며 참혹한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곳곳에서 숨진 가족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시민들,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 등이 목격됐다.이스라엘 본토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뚫린 것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이번 공격의 사전 인지에 실패한 데다 유대교 명절 ‘수막절(수코트·6일)’ 직후 안식일인 7일 새벽에 공격이 이뤄진 탓으로 풀이된다. 또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이라는 첨단 방어망에도 수천 발의 로켓을 동원한 기습 공습을 한 데 더해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무장대원이 침투하자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긴 셈이다. ● 패러글라이더 타고 국경 넘은 대원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수천 발의 로켓포를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이스라엘군을 혼란시킨 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의 이스라엘 마을로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탄 대원들을 침투시켰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여러 명의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이스라엘 국경 장벽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은 픽업트럭,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을 이용해 북쪽과 동쪽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내 20여 개 마을과 군기지에 침투했다. 이후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붙잡아 가자지구로 돌아갔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동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혼비백산하며 사막을 뛰어다녔다. 현지 언론 하레츠는 당시 현장을 ‘학살’, ‘전쟁터’ 등으로 묘사하며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대원들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축제에 참가했다 실종된 500여 명을 찾기 위해 명단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하마스 대원들은 총기를 들고 민간인 거주 지역을 이잡듯 뒤지며 사실상의 민간인 사냥에도 나섰다. 이날 X(옛 트위터) 등에는 이들이 여성, 노인, 어린이 등 이스라엘 민간인을 강제로 끌고 가는 영상이 확산했다. 대원들은 피를 흘리는 민간인 여성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지프에 강제로 태웠다. 이 여성의 양 팔은 케이블 타이로 묶여 있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애원하는 또 다른 여성을 억지로 오토바이에 태워 떠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군 탱크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듯 보이는 병사를 끌어내 내동댕이쳤다. ● 정보전 완패한 이스라엘 하마스는 시기와 방식에서 허를 찌른 비대칭·기습전으로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번 사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자랑해온 모사드(해외 첩보), 신베트(국내 첩보)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유대교 안식일 새벽을 기해 수천 발의 로켓포 세례를 퍼붓는 동시에 하마스 대원들이 전동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가자지구로 침투하기까지 모사드 등은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기만정보나 역정보 공작에 이스라엘이 당한 것으로밖에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적의 대규모 도발 징후를 놓친 정보전의 실패가 주요 패착이라는 얘기다.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 또한 대량 포격 방어엔 한계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그간 하마스의 로켓포탄 공격에 아이언돔의 요격률이 90%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수천 발을 퍼붓는 이번 물량 공세엔 속수무책이었다.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력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CN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평한 이유다. 이 매체는 조만간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서 중요 정보를 왜 놓쳤는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전했다.망신을 당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군 공격을 벌여 점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7개 지역 주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려 전면적인 군사작전 전개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약 8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던 2014년 하마스와의 분쟁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하마스 또한 추가 공격으로 응수하는 ‘피의 보복’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 기습 도발” 한국에도 시사점하마스의 이번 공격은 우리 군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배 우위로 평가된다.군 소식통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만아니라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름은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아랍어 약자에서 유래했다. 1987년 이스라엘의 압제에 항거하는 제1차 시민 봉기(인티파다) 당시 아메드 야신이 설립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해방운동(PLO)의 온건 노선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과격파 주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테러 등 무장투쟁을 중시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야신은 2004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됐다.하마스는 북한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2014년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유입되는 ‘3각 거래’ 가능성을 제기했다. 무기가 필요한 하마스와 돈이 급한 북한 모두 이란을 중개인으로 활용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 이란 또한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하마스의 근거지이며 이번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는 원래 이집트 땅이었으며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점령했다. 세종시와 비슷한 약 365㎢ 규모에 지난해 기준 약 240만 명이 거주해 인구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유대인 정착촌을 폐쇄하고 현지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졌고 이스라엘은 지중해에 면한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방향에 모두 높은 장벽을 쌓아 생필품 반입을 통제하고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체포 이력이 있으면 가자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식이다. 가자지구에 ‘하늘만 뚫려 있는 세계 최대의 창살 없는 감옥’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극단적 봉쇄와 탄압으로 코너에 몰린 하마스가 이번에 ‘맞불 작전’으로 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측은 그간 수차례 대규모 무력충돌을 벌여왔으며 이스라엘의 압도적 전력 우위로 인해 피해는 대부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집중됐다. 이번 공격에 하마스가 사용한 ‘까삼’ 로켓은 1930년대 영국령 팔레스타인에서 반(反)영국, 반유대 무장투쟁을 벌인 이슬람 성직자 이즈 앗딘 알까삼의 이름을 땄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무장단체의 정식 명칭 역시 ‘까삼 여단’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습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50년 만의 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습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온 정보기관 모사도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시설 등에 대한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마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 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이날 현재 이스라엘에서만 300명 넘는 주민이 숨지고 1500명 이상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진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과 보복을 예고했다. 직후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 내 여성 억압과 인권 탄압에 맞서 수십 년간 싸워 온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사진)에게 수여됐다.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모하마디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이란 여성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의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싸움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2021년 경찰에 체포돼 현재 수감 중인 모하마디는 지난해 옥중에서 여성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고문, 학대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모하마디 가족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상은 이란인 모두의 것”이라며 대신 소감을 발표했다. ‘이란 여성인권’ 30년 투사, 옥중 노벨평화상 나르게스 모하마디 수상자로 선정31년 징역형-154차례 채찍질형 고초“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노벨상委 “12월 시상식 참석 허가를”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자 인권투사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개인의 큰 희생이 있었다. 이란 당국은 그를 13차례 체포해 31년의 징역형과 154차례 채찍질형을 선고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함께 기린다. 당시 시위자들이 외쳤던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는 수상자인 모하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으로 도덕경찰의 조사를 받던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에선 반정부 시위가 크게 확산됐다. 젊은 물리학도였던 모하마디는 1990년대부터 여성 인권 활동가로 투신해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서 칼럼니스트 등으로 일했다. 2003년에 이란 비정부기구인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합류해 현재 이 센터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무슬림 여성 최초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시민운동가이자 인권 변호사인 시린 에바디(76·여)가 세운 단체다. 구금과 석방을 반복해온 모하마디는 2021년 반국가 선전물 유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 소재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1일 이란에서 아르미타 게라반드라는 16세 여성이 히잡 규정 위반으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번지자 모하마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아르미타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옥중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날 모하마디의 가족은 수감 중인 그를 대신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하마디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해 “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고도 했다. CNN은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이름은 이란 인권 투쟁과 동의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이 테헤란(이란 정부)을 분노케 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란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하는 정부라면 모하마디를 석방하고, 12월에 열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자 인권투사다.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개인의 큰 희생이 있었다. 이란 당국은 그를 13차례 체포해 31년의 징역형과 154차례 채찍질형을 선고했다.”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51)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지난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란 정부의 차별과 억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함께 기린다. 당시 시위자들이 외쳤던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는 수상자인 모함마디의 헌신과 노력을 적절하게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으로 도덕경찰의 조사를 받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이란 전역에선 반정부 시위가 크게 확산됐다.젊은 물리학도였던 모하마디는 1990년대부터 여성 인권 활동가로 투신해 진보 성향의 신문사에서 칼럼리스트 등으로 일했다. 2003년에 이란 비정부기구인 인권수호자센터(DHRC)에 합류해 현재 이 센터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무슬림 여성 최초로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시민운동가이자 인권 변호사 시린 에바디(76·여)가 세운 단체다. 구금과 석방을 반복해온 모하마디는 2021년 반국가 선전물 유포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도 테헤란 소재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1일 이란에서 아르미타 게라완드라는 16세 여성이 히잡 규정 위반으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번지자 모함마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가 아르미타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고 옥중 비판을 하기도 했다.이날 모하마디의 가족은 수감 중인 그를 대신해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모하마디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해 “승리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온다”고도 했다.CNN은 “나그레스 모하마디의 이름은 이란 인권 투쟁과 동의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모하마디의 이번 수상이 테헤란(이란 정부)을 분노케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란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하는 정부라면 모하마디를 석방하고, 12월에 열릴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Nagres MohammadiBerit Reiss-AndersenShrin Ebadi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의 1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로 불리는 이란 지도순찰대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인권보호 단체인 헨가우는 지도순찰대의 심각한 폭행이 있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이란 당국은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4일 BBC 등에 따르면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아르미타 게라완드(16)가 여성 도덕경찰과 히잡 규정 위반 문제로 충돌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헨가우에 따르면 히잡 단속 과정에서 도덕경찰이 게라완드에게 심각한 폭행을 가했으며, 그로 인해 게라완드는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하철역 플랫폼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한 게라완드는 얼마 뒤 이어진 영상에서 지하철에서 플랫폼 밖으로 도덕경찰과 일부 승객에 의해 끌려 나온다. 게라완드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기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당국은 “저혈압성 쇼크일 뿐”이라고 했지만, 헨가우는 “명백한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 내부 영상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테헤란 지하철 운용사 대표인 마수드 도로스티는 IRNA 통신에 “승객과 지하철 직원 간에 말싸움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말했다.헨가우에 따르면 현재 게라완드의 부모는 딸과의 면회가 금지됐으며, 경찰은 부모가 사건 관련 사진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게라완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한 이란 언론인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당국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이란 전역을 들끓게 한 이른바 ‘히잡 시위’가 당시 22세였던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규정 위반 조사 중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아미니의 유족 측은 구타 흔적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아미니의 기저 질환이 사인”이라며 폭행을 부인했다.아미니 사태 1년여 만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 당국은 전국적인 반(反)정부 시위가 재현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이란 전역에서 추모식이 열렸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