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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대기업들의 청년채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직자 신분이면서 일정 시간만 일하는 이른바 ‘시간제 정규직’ 공무원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의 합의사항이 담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협약’을 3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했다. 앞서 세 기관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노사정 대화를 시작했다. 노사정이 고용 및 노동 현안 전반에 걸쳐 합의에 이른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이후 4번째다. ○ 일자리 창출에 ‘방점’ 노사정은 공공기관의 경우 향후 3년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신규 채용하는 데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의결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협약에는 ‘대기업이 2017년까지 청년층 신규 채용을 전년에 비해 증가시킬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기업 여건에 따른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앞으로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동결하거나 축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 관계자는 “고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뜻을 모았다”면서도 “개별 기업에 이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업 입장에선 정년 연장 등 고용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정된 가운데 청년 고용 부담까지 지게 돼 불만이지만 겉으로 드러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도 고용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노사정은 이날 “고용이 안정되고 불합리한 차별이 없으며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우선 공공부문부터 적용된다. 통·번역 등 시간제 근무가 가능한 직무가 일순위로 꼽힌다. 장기적으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새로운 공직 형태가 검토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한 명이 하는 업무를 오전, 오후로 나눠 두 사람이 일하는 것. 모두 정식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급여는 나눠 받는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기존의 불안정한 임시직이 아니라 고용이 안정되고 차별이 없는 ‘시간제 정규직’ 근로자를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공론화 과정과 제도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기업은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에 노조는 직무전환, 임금·근로시간 조정, 휴업·휴직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노사 자율적으로 고임금 임직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기로 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현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 노조들이 ‘임금 안정’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 노사정은 60세 정년제 연착륙을 위해 임금피크제, 임금구조 단순화 등 임금체계 개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확대 개편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통상임금 등 곳곳에 걸림돌 노사정은 60개항에 걸친 합의를 내놓았지만 통상임금이나 근로시간 개선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실패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정 입장 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의 대화를 제안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통상임금의 경우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며 “대화 참여를 위한 노사의 전향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 즉 법정근로시간 범위 내에 포함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현재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고 연장근로 한도는 12시간이다. 현재는 휴일에 일하면 이에 따른 가산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연장근로에 포함되면 휴일 가산수당에 연장근로 수당을 추가로 받게 된다. 노동계는 이번에 제도개선 계획을 합의문에 담으려 했지만 경영계는 반대했다. 이 문제가 노사정 대화 막바지까지 불거지면서 고위급 회의가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노사정은 추후 협의를 통해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노동계에서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개선 등 노조법 개정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노사정합의 때처럼 노동계가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노동시간 단축,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을 합의문에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6월 국회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희범 경총 회장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핵심 요소인데 선진국만큼 전면적인 개혁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배제된 것도 향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합의 내용이 현장에서 반영되려면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나 경영계는 민노총의 참여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며 “그럼에도 민노총이 외면하면 사회적 소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주민이 6만 명에 불과한 전북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고창군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28일 오후(현지 시간) 열린 인간과 생물권계획(MAB)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세계유산과 함께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 가운데 하나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역공동체 발전의 조화를 위한 국제적 사업이다. 이번 지정은 1982년 설악산을 시작으로 제주도(2002년), 신안다도해(2009년), 광릉숲(2010년)에 이어 국내에서 다섯 번째다. 무엇보다 고창군처럼 행정구역 전체가 지정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제주도의 경우 전체 977km²(약 2억9000만 평) 가운데 한라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830km²(약 2억5000만 평)가 지정됐다. 외국에도 약 600곳이 있지만 단일 행정구역이 통째로 지정된 곳은 드물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고창군 전체(606.83km²·약 1억8000만 평)에 갯벌 등 해안가를 더해 총 671.52km²(약 2억 평)이다. 이 가운데 91.28km²(약 2700만 평)에 이르는 핵심지역은 앞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엄격히 보호된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할 경우 기업이 단기간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2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현재 임금 수준에서 기업이 1년 동안 추가로 부담할 비용 6조 원과 과거 3년간 소급분 15조 원을 합한 것이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주최로 열린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토론회에서 정진호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이런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수당을 빼고 고정상여금만 포함할 경우 기업의 추가비용은 14조6042억 원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경영계 및 노동계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비용에 대해 서로 다른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국책연구기관이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정 박사는 2012년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사업체노동력조사, 사회보험료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임금과 노동비용 변화를 추정했다. 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조건에서 계산했으며 정부 부문(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은 제외했다. 노동비용 증가가 가장 큰 업종은 제조업(13조2093억 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이어 운수업(1조9706억 원), 금융보험업(1조6180억 원) 등의 순서였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예상되는 근로자들의 임금 증가율은 평균 1.4%. 특히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임금 증가율이 2.8%로 가장 높았고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증가율은 낮아졌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전국 농어촌에서 식수로 쓰는 마을 상수도 다섯 곳 가운데 한 곳꼴로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이나 라돈이 기준 이상으로 검출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국 92개 시군의 마을 상수도 495곳을 조사한 결과 81곳(17.6%)에서 방사성물질이 초과 검출됐다고 28일 밝혔다. 라돈은 59곳(12.8%)에서 미국의 먹는 물 권고치인 L당 4000pCi(피코큐리·라돈 측정단위)를 초과했다. 우라늄은 6곳(1.3%)에서 미국의 먹는 물 기준인 L당 3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넘었다. 라돈과 우라늄이 모두 초과 검출된 경우도 16곳(3.5%)이나 됐다. 이번 조사는 자연방사성물질 함량이 높은 화강암과 변성암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주로 경기 남동부, 충남북 경계지역에서 초과 검출이 많았다. 우라늄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음식 등을 통해 일일 2μg을 섭취하지만 대부분 배출된다. 그러나 먹는 물 기준 이상의 양을 수십 년에 걸쳐 섭취할 경우 신장에 독성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돈은 폐암 위암 등을 유발하지만 식수를 통한 발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또 휘발성이 강해 3, 4일 정도 지나면 물속 함유량이 40%가량 줄어든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올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해보다 더 무더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 더위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여름철 기상 전망’에서 “6∼8월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특히 6월 전반부와 8월에 고온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여름철 평균 최저기온은 19.7도, 평균 최고기온은 28.4도다. 기상청은 이번 여름 무더위 원인으로 인도양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티베트 고원의 눈 면적을 꼽았다. 올해 봄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28∼30도로 평년에 비해 0.5∼1도가량 높다. 평소 같으면 이곳에서 발생한 몬순(계절풍)이 서서히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열대저압부로 발달해 한국에 많은 비를 뿌린다. 바로 장마다. 이때 장마는 오른편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올해는 높은 수온 탓에 몬순이 수증기를 잔뜩 머금게 되고 초반부터 많은 비를 뿌려 동아시아에 도착할 때는 세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평균 고도 4500m의 티베트 고원에 눈 쌓인 면적이 평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이는 높은 기온 탓으로, 보통 따뜻한 상승기류 발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워낙 고지대다 보니 기류가 높이 올라가지 못한 채 옆으로 퍼져나간다. 이때 동쪽으로 확산된 기류가 북태평양고기압에 더해지면서 오히려 세력 확장을 돕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수준이었고 티베트 고원의 눈 면적도 평소보다 넓었는데도 여름철 동아시아에 극심한 더위가 닥쳤다. 지난해 여름에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수가 전국적으로 평균 15일에 달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초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984명 발생해 이 가운데 14명이 사망했다. 장마는 평년보다 조금 빠른 6월 중순에 시작돼 주로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전망됐다. 태풍은 1, 2개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높다”며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본격적인 무더위는 장마가 끝난 7월 중순 이후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2도를 기록해 올해 들어 처음 30도를 넘는 등 전국 곳곳에서 30도 안팎의 기온 분포를 보였다. 경기 동두천이 32.4도로 가장 높았고 경남 합천 32.2도, 광주 대구 31.8도 등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과 경기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고 대구에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1960, 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떠났던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을 어루만져줄 ‘파독근로자기념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열었다. ‘근로자 파독 50주년’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사단법인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가 세웠다.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02m²(약 120평) 규모의 기념관에는 당시 광산 병원을 재현한 시설과 장비 복장 그리고 근로자들의 일기 편지 등으로 꾸며진 전시관, 세미나실, 쉼터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개관식에는 방하남 고용부 장관,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송영중 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등이 참석했다. 권광수 연합회 회장은 “정부에서 파독 근로자의 노고를 인정해 주는 공간을 마련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비소에서 중형차 한 대의 전조등을 교체하려면 보통 30만 원 이상을 줘야 한다. 공임을 빼도 부품 가격만 개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반면 중고 가격은 신제품의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폐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고 부품은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이용을 꺼렸다. 성능을 믿을 수 없고 애프터서비스(AS)가 안 되는 등 불편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값싸고 질 좋은 중고 부품을 제공하는 정비업체가 등장한다. 환경부는 21일 서울 및 경기지역 12개 폐차업체, 2개 정비조합과 ‘자동차 재사용부품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폐차업체는 폐차에서 나오는 중고 부품을 정비소에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안전과 큰 관련이 없는 보닛 범퍼 전조등 등 14개 품목이 대상이다. 정비소는 저렴한 가격에 중고 부품을 판매하고 장착해준다.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도 해주고 교환이 어려운 경우 환불해준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되는 시범사업에는 서울 및 경기지역 12개 정비소가 참여한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고 참여 업체를 ‘착한 폐차장’ ‘착한 정비소’로 인증할 방침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20일 “노사정 및 공익 대표가 함께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협의하자”고 말했다. 방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 만드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앞다퉈 “노사정 대화로 해결” “정기 상여금 제외” 같은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고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의 첫 공식 방침인 만큼 통상임금을 바라보는 심각한 인식이 담겨 있다. 방 장관은 “통상임금 개념 규정과 범위 조정은 전체 임금체계에 복잡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과거 소급분에 대한 문제는 전 국가적으로 매우 엄청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과거 소급분을 언급한 것은 소송 등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은 임금 채권 소멸시효인 3년 전부터 현재까지 추가 급여를 줘야 해 일시적이지만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얘기다. 방 장관은 핵심 논란 가운데 하나인 ‘정기 상여금’ 포함 문제에 대해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약 20%의 임금 인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사회적 대화나 노사정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포함되면 노사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되지, 별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방 장관은 “법원은 법리 등을 따져 판례를 만들어왔고, 정부의 지침 및 해석도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며 “다만 판례와 정부 지침 사이에 간격이 생겼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 장관은 이날 “국가경제 발전과 어려운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노동계가 책임 있게 대화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통상임금은 개별 노동자의 법적권리로 대화의 대상이 아니다”며 “어정쩡한 합의는 노사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새로운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논평을 통해 “노사정 대화는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결국 통상임금 범위를 좁히자는 꼼수”라며 “즉시 행정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문진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사진)은 16일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노사에 떠넘기려 한다면 현재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 중인 노사정 대화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 측 인사들이 ‘노사정 대화를 통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잇달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정 대화 안건에 올리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상임금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을 따르고 정부가 이에 맞춰 제도를 고치면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자꾸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면 노사정 대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때 처음 언급한 뒤 정부 차원의 공론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한 포럼에 참석해 “잠정적이라도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뺐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같은 날 “노사정위원회에서 어떤 것을 통상임금에 넣을지 분류하고 그 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을 깎는 대화에 누가 참여하겠느냐”며 “판결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합의는 노사 양측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5월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박진현 ㈜포스코 파트장(53·사진)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박 파트장은 30년 가까이 철강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유압설비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제철소에서는 철광석을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고체 상태로 굳혀 여러 형태로 가공하는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설비가 바로 유압장치. 박 파트장은 현재 포스코에서 유압장치를 제어할 때 쓰는 ‘서보제어(Servo control) 유압시스템’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이 시스템은 기계적인 유압시스템과 전기적인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된 복합기술이다. 박 파트장이 ‘서보제어 유압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5년 유압장치 이상으로 공정이 중단돼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부터. 혼자서 유압시스템 연구를 시작해 2009년 국내 최초로 이 시스템을 응용한 ‘포스코 맞춤형 통합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공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어 약 55억 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얻었다. 경남공고와 부산공업전문대(현 부경대)를 졸업한 박 파트장은 “‘고졸’이나 ‘전문대졸’이 꼬리표가 될지 아닐지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잘 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모 씨(22·여)의 직장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의 한 미용실이다. 헤어디자이너(미용사)나 데스크(매장 관리직원)는 아니다. 그녀의 공식직함은 인턴이다. 과거 ‘미용실 시다’(보조인력을 일컫는 일본어)라고 불린 미용보조 인력이다. 요즘 미용실에서는 스태프로 부른다. 박 씨가 스태프로 일한 지는 2년이 됐다. 제법 고참급에 속한다. 하지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근무환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박 씨는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10시간 내내 서 있는 날이 대부분이다. 손님이 많은 시간에는 어쩔 수 없지만 한가한 시간에도 앉아서 쉴 수가 없다. 직원이 서서 대기하면 ‘잘나가는 매장’, 앉아서 기다리면 ‘망해가는 매장’이라는 업계 인식 탓이다. 박 씨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나중에 다리가 퉁퉁 붓는데 고통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라며 “허기가 지면 스태프끼리 눈치껏 과자를 나눠 먹곤 한다”고 말했다. ○ 서러운 을(乙) 미용실 스태프 박 씨 같은 미용실 스태프는 헤어디자이너를 꿈꾼다. 보통 3, 4년간 스태프로 일한 뒤 정식 헤어디자이너가 된다. 일종의 도제식 교육인 셈이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과 미용기술까지 배울 수 있으니 겉으로는 이해관계가 맞아 보인다. 그러나 속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노동력 착취 정황이 포착된다. 대부분의 미용실 스태프는 박 씨처럼 하루 10시간가량 선 채로 일한다. 그래서 하지정맥류를 호소하는 이가 많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오래 서 있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다리에 핏줄이 파랗게 비치고 심하면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다. 정맥 판막이 손상돼 다리의 피가 핏줄에 고여 발생한다. 이른바 ‘진상 손님’한테서 받는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헤어디자이너도 비슷한 처지이나 이런 손님들은 스태프에게 심하게 구는 경우가 많아 감정노동 강도가 더 심하다. 특히 박 씨는 “샴푸 해드릴게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긴장한다. “귀에 물이 들어갔다” “옷이 젖었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은 그래도 얌전한 편이다. “너도 한번 젖어 볼래? 네 옷도 한번 적셔줄까?”라며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손님도 있다. 머리를 감길 때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노출될 소지도 많다. 박 씨 역시 남성 고객의 머리를 감기다 음흉한 시선에 고개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수건으로 눈을 가리기도 하지만 노골적으로 “어깨 좀 주물러 달라”고 말하거나 실수인 양 엉덩이를 손으로 치는 경우도 있다. 박 씨는 “주말에 친구들이 놀러 간다고 할 때나 내 또래들이 와서 비싼 파마를 하는 걸 보면 억울한 마음이 든다”며 “그래도 헤어디자이너가 너무 되고 싶으니까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씨가 이렇게 한 달을 일하고 받는 월급은 100만 원 남짓. 이 정도도 업계에서는 꽤 많이 받는 편이다. 하지만 쉬는 날 하루를 제외하고 전체 근무시간을 감안하면 시간당 임금은 4200원이 채 안 된다. 2013년 최저 임금은 시급 4860원이다. 초과근무, 휴일근무에 따른 수당은 당연히 없다. 이런 상황은 미용업계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동네미용실보다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업체의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 청년층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198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태프의 주당 근무시간은 64.9시간에 달했고 평균 임금은 93만 원에 불과했다. 초과·휴일근무를 반영해 시급을 계산하면 2971원에 그쳤다. 노무법인 기린의 이기중 대표노무사는 “그동안 미용업계는 근로기준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방치됐었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준 사건’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부각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유명 브랜드 미용실 41곳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대상은 박승철 리안 이철 박준 이가자 미랑컬 준오 등 7개 브랜드였다. 조사 결과 최저 임금을 지키지 않은 미용실이 11곳(26.8%)으로 확인됐다. 전체 평균 임금은 108만 원이었지만 적게는 70만 원을 주는 곳도 있었다. 34곳은 연간 1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았다. 고용부의 조사는 올해 3월 불거진 유명 헤어디자이너 박준 씨(62) 성추문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불기소됐지만 미용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이 불거졌다. 고용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200개 미용실을 대상으로 수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고용부 조사는 평균임금이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등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며 “수시감독 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성호·곽도영 기자 starsky@donga.com}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재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조만간 노사정 대화를 시작할 방침이지만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커 전망은 불투명하다. 제너럴모터스(GM) 대니얼 애커슨 회장은 8일 미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80억 달러 투자방침을 강조하며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거론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에 대한 답변 성격이었다. 그동안 상여금과 보너스 등을 통상임금(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돈)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노사정 모두에 ‘뜨거운 감자’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친기업적으로 비치면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0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공론화 발언이 자칫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히려 지적해야 할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대통령 발언이 잘못된 신호가 돼 왜곡된 임금체계를 고착시킨다면 노동계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대통령이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노사정 대화의 장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참매미의 번데기는 중이염에 효험, 말벌주(酒)는 신경통에 특효약….’ 세상에는 이처럼 귀가 솔깃해지는 민간요법이 많다. 실제로 농어촌에서는 지금도 다양한 민간요법을 쓰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가야산국립공원 및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주민 536명을 조사한 결과, 생물자원을 이용한 ‘전통지식’ 1775건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생물자원 활용과 이익 공유를 위한 ‘나고야 의정서’ 발효(2014년)를 앞두고 국내 전통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진행됐다. 가야산 일대에서는 중이염에 걸렸을 때 참매미의 탈피각(번데기 껍질)을 곱게 갈아 귀에 불어넣는 사례를 확인했다. 검은콩 등과 함께 참매미 탈피각을 달여 해열제로 쓰거나 아이가 경기를 일으킬 때 이용하기도 했다. 참매미 탈피각은 실제 선퇴(蟬退)라는 이름의 한약재다. 한의원에서 해열을 위한 탕약 재료로 사용한다. 말벌이 신경통 치료제로 쓰이는 사례도 있었다. 여름에 잡은 말벌 30마리가량을 소주 1L에 넣어 ‘말벌주(酒)’를 담근 뒤 이듬해 가을에 먹는 것이다. 또 유충이 들어 있는 말벌집을 달여 먹으면 기관지 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꿩의 발을 처마 밑에 달아 말린 뒤 고아 먹으면 독감에 걸렸을 때 열을 내려준다며 가정상비약으로 취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의원에서 벌집을 약재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말벌, 꿩 발 등은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한의원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거쳐 등급을 받은 약재만 쓸 수 있다.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적은 양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고농도의 약으로 먹기에는 부적합한 것이 많다”며 “약재로 쓰이는 것도 오남용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현창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이같이 조사된 전통방식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검증할 것”이라며 “효과가 확인되면 생물자원에 대한 지식재산권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에서 공인된 민간요법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느릅나무다. 느릅나무는 활엽수의 일종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주민들은 느릅나무 뿌리를 찧어 종기나 부스럼에 바르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는 느릅나무 껍질을 끓여 먹으면 소변이 잘 나오고 장염이나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한의원에서도 유근피(楡根皮)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약재다. 같은 생물자원이라도 가야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일대에서 다르게 이용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한의학에서 우슬(牛膝)이라고 부르는 쇠무릎(잎이 소의 무릎처럼 생긴 식물)은 가야산 일대에선 감기 치료에 이용하는 반면 한려해상 일대에서는 신경통 약재로 이용하고 있었다. 산초나무의 경우 가야산 일대에서는 천식 치료제로, 한려해상 일대에서는 허리가 아플 때 술에 담가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집집마다 고장 난 냉장고나 세탁기, 구닥다리 TV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다. 대부분 새 제품을 구입하면서 배송 직원들에게 처리를 맡기거나 쉬는 날 큰맘 먹고 폐기물 배출 스티커를 구입해 직접 집 앞에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주요 대도시를 시작으로 전화 한 통화로 가전제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경기 등 전국 6개 시도에서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제’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이 제도는 일반 가정에서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하면 수거업체 직원들이 가정을 방문해 무상으로 폐가전제품을 가져가는 것이다. 적게는 3000원, 많게는 1만5000원에 이르는 배출스티커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힘들게 가전제품을 집 밖으로 옮길 필요가 없다. 지난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방문수거제를 시범 실시했을 때 약 9만5000건의 이용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에는 재활용업체가 수거비용을 냈지만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등 가전 4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향후 수거업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금도 제조회사가 재활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제품 수거를 의무화하지 않아 대부분 지역의 영세 업체들이 처리했다. 방문수거제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edtd.co.kr)나 콜센터(1599-0903), 카카오톡(아이디 weec)에 예약 신청하면 된다. 수거 대상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대형TV 등 길이나 높이가 1m 이상의 대형 가전제품이다. 대형 제품 수거 때 컴퓨터 진공청소기 등 소형 제품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 서울은 4월부터 25개 구 전체에서 새로운 방문수거제를 시행 중이다. 부산의 경우 전 지역 참여가 확정됐으며 6월경 동시 실시를 위해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광주는 7월 4개구(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에서 시작되고 북구는 참여 여부를 협의 중이다. 대전은 5월 20일경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대구는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지역에서는 6월부터 성남 안양시 등 7개 시에서, 7월 오산 이천시에서 시행된다. 이번에 실시 대상에서 빠진 지역은 해당 지자체와 기존 폐기물수거업체 사이의 계약기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계약이 끝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또 농어촌이나 섬 지역의 경우 특성에 맞춘 수거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덕기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연간 45만 대가량의 폐가전제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120억 원가량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고 350억 원의 재활용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생물지리학적 가치가 높은 자연습지와 지역공동체를 결합한 이른바 ‘습지도시’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다. 환경부는 9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일대에서 열리는 2013년 습지 주간 기념식에서 람사르 협약 사무국과 공동으로 ‘람사르 마을’(가칭) 제도 도입을 선언한다고 8일 밝혔다. 앞서 한국은 2011년 람사르 협약 사무국에 효율적인 습지 활용을 위한 습지도시 인증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이어 지난달 스위스 글랑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인증시스템이 확정됐다. 첫 람사르 마을에는 동백동산습지가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마을과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이 선정됐다. 이곳에서는 1년간 다양한 람사르 마을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되며 이후 정식 지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람사르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비료 사용 제한 등 습지 보전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민관합동협의체가 구성돼 각종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이곳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과 가공제품에는 ‘RAMSAR’라는 브랜드를 붙일 수 있다. 람사르 습지는 멸종위기종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 가치가 높거나 희귀하고 독특한 유형을 가진 곳 가운데 람사르 협약 사무국이 지정한다. 한국에는 우포늪, 한강 밤섬 등 18곳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베란다 한구석 비닐봉지 속에 담겨 있는 음식물쓰레기는 어느 집이나 골칫덩어리다. 전용수거통으로 지저분한 ‘외모’는 어떻게 가릴 수 있지만 고약한 ‘속내’는 어쩔 수 없다. 수거함에 버리는 일은 더욱 고역이다. 부부가 “당신이 버리라”며 싸움을 벌이는 일도 흔하다. 누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느냐가 가정 내 ‘주도권’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일부 신규 주거지역에서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가정불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지됐던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disposer)가 일부 지역에 한해 빠르면 올해 말부터 허용되기 때문이다. 디스포저는 싱크대에서 하수구로 내려가는 길목에 부착돼 강력한 모터로 칼날을 돌려 음식물쓰레기를 잘게 분쇄한 뒤 하수구로 직접 배출하는 기계다. 골치 아픈 음식물쓰레기를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18년 만에 허용 추진 환경부는 그동안 금지됐던 디스포저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하고 올해 안에 하수도법을 개정해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디스포저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1980년대 초반. 일부 업체가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1985년 당시 공업진흥청은 디스포저에 대해 전기용품 형식승인을 내주며 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비싼 가격 때문에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하수처리 능력이 떨어져 수질오염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수관을 부식시키고 파손된 틈으로 새어나가 토양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는 1995년 디스포저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때까지 판매된 디스포저는 약 2만4000대에 이른다.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공약에 규제완화 차원에서 ‘디스포저 허용 검토’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2013년 말까지 디스포저 금지 규제를 폐지 또는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는 서울 세 곳(2009∼2010년)과 경기지역 두 곳(2012∼2013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제한적 기능의 디스포저 판매 및 사용을 허용했다. 이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한 뒤 20%만 자동으로 하수구로 배출한다. 나머지 80%는 회수통에서 꺼내 사람이 직접 버려야 한다. 이에 따라 회수통을 의무적으로 부착한 43종의 디스포저가 환경부 인증을 받아 지난달까지 약 1600대가 판매됐다. 환경부가 올해 일부 지역에 대해 새로 허용하려는 디스포저는 분쇄한 음식물쓰레기 전부를 하수구에 버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이다. ○ 어느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나 디스포저 사용이 가능한 지역은 무엇보다 분류식 하수관이 운영되는 곳이어야 한다. 오수관(가정에서 나오는 하수가 흐르는 관)과 우수관(비가 올 때 빗물이 흐르는 관)이 별도로 설치된 방식이다. 분류식이라고 해도 하수관이 지름 200mm 이상이 돼야 한다. 유속도 초당 0.6m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기준은 음식물쓰레기가 하수관 안에서 퇴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만약 하수관에 음식물쓰레기가 쌓여 막히면 악취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수처리시설도 주요 기준 중 하나다. 일반 하수에 비해 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그만큼 고농도의 하수처리설비를 갖춰야 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하수처리장은 대체로 고농도 하수처리 능력을 갖고 있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서울의 아파트단지 세 곳(강서구 방화동, 노원구 공릉동,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하수관 퇴적 같은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단지에서 배관이 막히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또 합류식 하수관이 설치된 두 곳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 때 역류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분류식이 설치된 경기지역(남양주시 가운지구, 여주군 능서지구)에서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조건과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하면 디스포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주로 신규 개발지역이다. 경남 진주 같은 혁신도시, 강원 원주 같은 기업도시 등에는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분류식 하수관이 대부분이지만 노후한 상태다. 앞으로 하수관을 개·보수하면 디스포저 사용허가 지역에 포함될 수도 있다. 서울 부산 등 합류식 하수관이 많은 도시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하수관의 17%가 분류식이지만 다시 합류식으로 연결돼 하수처리장까지 가는 곳이 많아 디스포저 사용이 어렵다. 다만 분류식이면서 하수처리장과 직접 연결된 강남구 대치동, 강서구 방화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가능성이 있다. 오재일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디스포저 허용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10% 이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 어떻게 설치할 수 있나 디스포저 허용 지역이 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 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용 지역으로 공고되면 각 가정에서는 환경부 지자체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확인하고 설치할 수 있다. 환경부는 빠르면 올해 안에 이런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포저를 수입 생산 판매하는 업체는 국내에 50개 정도 있다. 이 가운데 40개 안팎의 업체 제품이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 환경부는 디스포저 설치업 등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시판 중인 디스포저의 가격은 60만 원 안팎이다. 시범사업 지역에선 주민의 90% 이상이 디스포저 사용에 만족했다.○ 허용 지역 아니면 사용할 수 없나 디스포저를 허용 지역 밖에서 설치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허용 지역이 아니라도 ‘제한형 디스포저’(20% 미만 배출) 사용은 가능하다. 한 번 설치한 디스포저는 가정에서 떼어낼 수 없다. 아예 설치 때부터 업체가 분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불법 사용이 적발되면 설치 업체 관계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 해당 가정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업체와 소비자가 서로 동의해 불법 설치하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부 관계자는 “불법을 가리기 위해 일반 가정의 싱크대까지 확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 대신 설치 업체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환경의식 후퇴… 가스폭발 우려” vs “선진국은 일반화… 기술력 충분” ▼■ 오물분쇄기 뜨거운 찬반 논란환경부가 6일 주방용 오물분쇄기(디스포저)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반대 측 전문가들은 디스포저 사용으로 음식물쓰레기가 퇴적하면 하수관의 흐름이 정체되고 가스 폭발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재활용쓰레기의 분류 배출에 대한 의식도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승헌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디스포저를 신규 개발 지역에 허용한다고 하는데 정작 수요는 대도시 고층아파트에 많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허용된 지역과 허용 안 된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고 결국 불법 설치가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며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해 이런 지역에서는 하수관이 막히거나 가스 폭발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다른 폐기물에 비해 음식물쓰레기는 분류 배출 의식이 매우 높은데 자칫 ‘무조건 버려도 된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생길까 걱정스럽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에 가까운 분류 배출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 퇴비 사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업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이석길 한국음식물류폐기물자원화협회 사무실장은 “디스포저를 허용하면 기존의 재활용 시설은 무용지물이 되고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며 “자원을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라고 말했다. 반면 찬성 측 전문가들은 현재 하수시설과 기술력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배우근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국내 하수관로와 하수처리장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며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은 과감하게 허용해야지 계속 시민들에게 불편을 감내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오재일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디스포저를 주방용품의 하나로 여길 정도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며 “디스포저 허용으로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5월에는 대체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6월에는 초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평년(15∼19도)보다 높아 야외활동에 좋지만 한낮에는 더위를 느끼는 날도 잦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달 하순에는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번갈아 받으며 남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올 때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6월에는 남쪽 바다에서 덥고 습한 기운의 남서기류가 유입되면서 평년(19∼23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한여름 못지않은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등 초여름 무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기 불안정이 나타나면서 남해안 및 영호남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5, 6월에도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고온현상이 자주 나타나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리고 열 관련 환자도 60여 명이나 발생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경기가 나빠져 취업문이 가뜩이나 좁아진 상황에서 고령근로자의 정년까지 연장되면 신규 채용은 더 줄어들 게 뻔하지 않겠어요.”(취업 준비생 정모 씨·26·여) ‘정년 60세 의무화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세대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년 문제가 미래에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당장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젊은이들 처지에서는 정년 연장이 반갑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사회학회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년 연장에 대해 50대는 40.5%가 찬성했지만 20대는 24.9%만 찬성했다. 재계도 “정년 연장이 청년층의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에서 20년을 일한 직원의 평균 임금은 신입직원의 2∼3배에 달한다”며 “정년이 연장된 고령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신규 직원 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장은 “분기별로 실적을 발표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늘리라고 독려해도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고, 비용 부담이 적은 인턴사원을 쓰는 기업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업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업별로 필요로 하는 인력 분포가 다르고, 사업 성격이 노동집약적이냐 장치산업이냐에 따라서도 정년 연장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은 고령층의 정년 연장보다는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0년대 중반 일부 회원국의 경우 고령자의 노동시장 장기체류가 높은 청년 실업률의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1994년 ‘고령층의 조기퇴직을 유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담긴 일자리 전략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 후 10여 년간 청년층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 국가에서는 오히려 고령자 조기퇴직이 사회재정 부담만 늘리고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OECD가 2005년 새로운 일자리 전략을 세우며 조기퇴직 권고안을 폐기한 이유다. 고령자 고용과 청년층 고용은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대체관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청년 실업의 문제는 각 나라와 세계 경제 상황, 그리고 정보기술(IT) 시대에 벌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 등의 문제이지 정년 연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국내 기업들 중에는 신규채용을 줄인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지난해 7월 정년을 만 60세까지로 2년 연장한 현대중공업 측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한 것이 신규 채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이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우수한 인력을 붙잡는 효과도 있었고, 노조가 임금인상률을 양보해 회사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청년 구직자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치산업 분야에서는 별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 노사 합의로 정년을 60세로 2년 연장한 GS칼텍스 측 관계자는 “정년 연장 이후 신규 채용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정년 연장과는 무관했다. 채용은 투자 계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비제조업과 공공부문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에서는 정년 연장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2006∼2011년 정년을 연장한 94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전후의 신규채용을 분석한 결과 비제조업은 29.1%, 공공기관은 4.0% 각각 줄어든 반면 제조업은 29.5%가 늘어났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부문 등 사무직 분야는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제도를 손봐야 세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년 연장이 청년 세대에게도 유리한 일이 될 거라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40년 뒤에는 젊은이들도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보게 된다는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길진균·이성호·김창덕 기자 leon@donga.com}
그는 식품회사인 와이장(YJang) 마케팅영업지원부 과장이다. 한때 영업왕에까지 올랐지만 57세인 지금까지도 과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사 동기는 옆 사무실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고 그는 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를 팀장으로 모시고 있다. 그도 일에 대한 욕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러나 젊은 후배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 ‘직장의 신’에 등장하는 고정도 과장의 모습이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고 과장 같은 ‘만년 과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면 나이는 많지만 할 일이 마땅치 않은 ‘고 과장’이 늘어날 수 있다. 위계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고 과장’들을 적절히 배치해 알맞은 일감을 주는 것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고 과장’ 전성시대 올까직급정년제. 과장이나 부장으로 일정 기간 일하다 승진을 못 하면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자동 퇴직하는 제도다. 군인이나 경찰로 치면 계급정년이다. 공식적으로는 국내 기업 열 곳 가운데 한 곳 정도만 직급정년제를 시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사무직에 대해 암암리에 직급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부장 승진 후 5년차가 되면 임원 승진 대상이 된다. 공식적으로 직급정년제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세 차례 연말 인사에서 임원이 못 되면 ‘삼진아웃’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게 관례다. 계속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오히려 최근엔 3, 4년차에 임원으로 발탁 승진하면서 부장과 임원 간 선후배 역전 현상도 자주 생긴다.다른 대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 유통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퇴직한 이모 씨(53)는 “차장 달고 7년차쯤 되면 뒤통수가 슬슬 따갑다”며 “‘저 선배 때문에 우리가 승진을 못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는 후배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윗사람들도 곱게 볼 리 없다. “다음에 승진할 거야”라고 위로하다가도 “왜 안 나가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한국노동연구원이 2011년 근로자 100명 이상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부장급 간부의 정년퇴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승진 탈락자 전원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기업이 전체의 40%나 됐다.이번 법 개정으로 정년이 의무화되면 직급정년제를 공식적으로 둔 기업들은 2016년부터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0, 60대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으로 비아냥대는 표현인 ‘오륙도’까지 등장했지만 앞으로는 60세까지 회사에 남는 걸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근로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기업들은 조직관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문화에서 40대 부장이 50대 차장을 모시고 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버티려는 직원과 어떻게든 그만두게 하려는 기업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법적 다툼이 늘어날 수도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예기간에 정년 연장과 의무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조직 안정을 위해 더 가혹한 방법을 동원할 개연성이 커 오히려 고용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더 많은 ‘고 과장’이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초기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더 많은 ‘고 과장’이 일할 수 있는 직무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열이 아닌 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서양의 기업문화를 과감하게 받아들여 ‘고 과장’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무엇보다 정년 의무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 과장’을 왕따나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캐나다의 한 주 정부에서는 고령 인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고령 인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담은 가이드북을 제작해 기업에 배포했다”며 “정년을 늘리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방식에 추가해 새로운 틀 속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직(轉職), 재취업에 국한된 근로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 교수는 “40대 초중반쯤 경력정체(Career Plateau·능력이나 기업의 구조적 문제 탓에 승진이나 자리 이동 기회가 주는 것)가 나타나는데 고령 인력이 다른 성격의 부서에서도 일할 수 있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성호·정지영 기자 starsky@donga.com}
‘정년 연장의 꿈은 현실화될 것인가.’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년 60세를 ‘권고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바꿨다. 종전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사업주는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강제한 것이다. 법이 사인 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개정안의 틀 내에서 법이 시행되는 2016년(근로자 300명 이상 기준,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7년) 이전까지 정년과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 정년 보장의 효과는 기업별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조직문화나 인사관리 시스템이 60세 정년 시대에 맞춰질 때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 모두가 정년 보장 혜택을 보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법 개정으로 60세까지 무조건 회사를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리해고는 지금처럼 경영상 필요, 노조 협의 같은 요건만 충족하면 가능하다. 다만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는 지금처럼 중앙노동위원회나 재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로 실시되는 명예퇴직도 정년 보장과 무관하다. 정년 개념이 없는 기간제·파견근로자도 연장 적용 대상이 아니다. 물론 공기업 근로자는 정년 연장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대기업은 최근 1, 2년 사이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했다. 숙련된 생산직 근로자들을 퇴사시키면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경쟁사에 취업할 경우 기술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였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에만 800여 명이 정년 연장의 혜택을 봤다. 임금이 20%가량 깎였지만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조선사업본부의 정영도 기장(59)은 “수십 년간 흘린 땀과 쌓은 기술을 회사가 인정해주는 것 같아 뿌듯했다”며 “노후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여유를 얻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년 연장’이 ‘정년 보장’으로 직결되는 것은 생산직 비중이 높은 일부 제조기업, 그것도 사정이 좋은 곳에 국한되는 얘기다. 사무직은 정년 60세가 반드시 보장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금융권의 경우는 60세까지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우리은행의 경우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본 직원은 40%뿐이었다. 나머지는 회사를 옮기거나 퇴직했다. 52세 때 국민은행에서 명예퇴직한 고준현 씨(55)는 “임금피크제가 있어도 대부분 52, 53세면 후배나 경영진 눈치를 보다 명예퇴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제조업에선 고령자의 노하우가 유용하겠지만 서열이 중시되는 사무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윈-윈 위해선 기업문화, 임금체계 혁신해야 2003년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용보증기금은 55세 일반직을 별정직(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하며 58세까지 일하도록 정년을 연장했다. 별정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기존 임금의 55%가량만 받고 채권추심이나 소송수행 등의 업무를 하거나 콜센터 상담원이 됐다. 고용을 연장하긴 했지만 임금이 많이 줄어들고 ‘험한 일’ ‘허드렛일’을 맡으면서 불만도 커졌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수원 교수, 컨설팅 업무 등 이들을 위한 직무를 개발한 뒤에야 제도가 안착됐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상자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만들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손해”라며 “50대 중반에 맞춰진 인력관리시스템을 60세로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50대 이상 관리자의 역량을 높이는 교육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근로자 직무교육을 하는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능률협회 등에도 50대 이상 직장인을 위한 위탁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노무 컨설팅업체인 케이엔컨설팅의 김진술 대표는 “고령자의 업무역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정년 연장 혜택을 본 근로자의 직무만족도는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한 대형 통신사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부 부장급 관리자를 콜센터 고객상담요원으로 발령한 것이다. 사실상 퇴출이었다. 회사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참 부장 몇 명 나가는 것으로 상황은 쉽게 정리됐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능력과는 무관하게 고참순으로 사람을 솎아내는 게 한국 직장의 분위기”라며 “정년이 연장된다고 해서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이 많은 상급자와 나이 어린 하급자 간의 상명하복을 기본 틀로 하는 직장 문화를 업무와 능력 중심의 질서로 재편해야 정년 연장에 따른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참 직원이 어린 직원 밑에서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탄력적으로 고참 직원을 배치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무 연수가 높을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급제 체계도 혁신 대상으로 꼽힌다. 외국처럼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현재와 같은 임금구조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정년을 보장받기보다는 간접적인 퇴출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 등의 사례를 봐도 정년 연장의 성패가 임금체계 개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에게는 정년을 연장하는 데 비례해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임금 손실 없는 정년 의무화를 고집하고 있다. 노사가 이 문제를 놓고 충돌할 경우 정년 연장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법 시행 전까지 원만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이미 법이 통과된 만큼 일본처럼 노사가 상생의 지혜를 모아 법 시행 전까지 임금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창덕·이성호·신수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