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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는 2018학년도 신입학 정시모집에서 정원 내 641명(가군 218명, 나군 87명, 다군 336명)을 모집한다. 또 △정원 외 농어촌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특성화고 등을 졸업한 재직자 전형은 수시모집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을 정시모집으로 이월해 선발한다. 수시모집 결과에 따라 변경된 모집 인원은 다음 달 5일 공지한다. 우선 정시 가·나·다군 일반학생 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100%로 해 선발한다. 다만 정시 다군 중 생활체육학과는 수능 50%, 실기고사 30%, 학교생활기록부 20%를 합산해 선발한다. 계열별 수능 반영 영역을 보면 자연계열은 국어 수학(가) 영어 과학탐구를, 인문계열은 국어 수학(가) 또는 수학(나) 영어 사회·과학탐구(선택)를 반영한다. 단,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교차 지원이 가능한 정보융합학부는 국어 수학(가) 또는 수학(나) 영어 사회·과학탐구(선택)를 반영한다. 5년제인 건축학과는 국어 수학(가) 또는 수학(나) 영어 과학탐구를 반영하며, 생활체육학과는 국어 영어 사회·과학탐구(선택)를 반영한다. 수능 활용지표는 과목마다 다르다. 국어와 수학은 표준점수, 올해 첫 절대평가가 치러진 영어는 등급에 따른 변환표준점수, 사회·과학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은 백분위에 따른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 변환표준점수란 수능 성적표상 제시된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하지 않고 등급이나 백분위에 따라 부여한다. 난이도가 다른 탐구영역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2일부터 광운대 입학 홈페이지를 통해 변환표준점수 확인이 가능하다. 가산점은 △일반학생 및 농어촌학생 전형의 정보융합학부와 건축학과(5년제) △특성화고 졸업자 전형의 자연계열 모집에만 적용된다. 일반학생 및 농어촌학생 전형의 정보융합학부는 수학(가) 응시자에게 취득 표준점수의 15%,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취득 변환표준점수의 5%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건축학과는 수학(가) 응시자에게만 취득 표준점수의 15% 가산점을 준다. 특성화고 졸업자 전형의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수학(가) 응시자에게 취득 표준점수의 15%, 과학탐구 응시자에게 취득 변환표준점수의 5% 가산점을 각각 부여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정시 다군 일반학생 전형의 생활체육학과만 반영한다. 2016년 2월 졸업자부터 2018년 2월 졸업예정자까지가 학교생활기록부 적용 대상이다. 2015년 2월 이전 졸업자와 검정고시 출신자, 기타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할 수 없는 지원자의 경우는 수능 성적을 활용한 비교내신을 적용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교과성적만 반영된다. 학년별 반영비율은 1학년 20%, 2학년 40%, 3학년 40%이고 교과별 반영비율은 국어 30%, 영어 30%, 수학 40%이다. 2018학년도 신입학 정시모집의 원서접수는 다음 달 6일 오전 10시∼9일 오후 5시이며 인터넷접수만 실시한다. 다군 일반학생 전형 생활체육학과의 실기고사는 내년 2월 2, 3일에 실시하며 합격자는 가·나·다군 모두 내년 2월 6일 오후 3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지난해 광운대 정시 모집 경쟁률은 모집 인원 799명에서 4297명이 지원해 5.38 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전자융합공학과(8.41 대 1)와 컴퓨터정보공학부(8.26 대 1)였다. 광운대는 3월 기존 관련 학과를 컴퓨터정보공학부와 소프트웨어학부로 개편하고 정보융합학부를 신설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출범한 바 있다. 문상현 광운대 입학처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수능 과목 표준점수를 반영하고,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가 시행된 만큼 변수가 매우 많다”며 “지원자는 과목별 반영 비율과 반영 방법을 꼼꼼히 따져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과학기술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가군 390명, 나군 419 등 총 809명(수시 미충원 인원 제외)을 모집한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올해도 수능 점수로 100%(예체능 제외)를 선발하는데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자연계열은 국어 수학(가) 영어 탐구를 반영하고 인문계열은 국어 수학(나) 영어 탐구를 반영한다. 스포츠과학과와 문예창작과는 국어 영어 탐구를 반영한다. 조형대학은 수학(가·나) 또는 탐구영역 중 높은 점수 영역과 국어, 영어를 반영한다. 탐구영역은 과학·사회·직업 구분 없이 지원가능하고 2과목을 반영한다. 조형대학(나군)은 1단계에서 수능 100%로 4배수를 선발하고 수능 60%+실기 4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스포츠과학과(나군)의 경우 1단계 100%로 6배수를 선발한 뒤 수능 60%+실기 40%를 반영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평생학습자와 특성화고 졸업 재직자 전형의 미래융합대학(가군)의 경우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1단계에서 서류 100%로 심사하여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서류 60%+면접 4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가·나군에서 나눠 모집하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이 가군에 있는지 나군에 있는지를 잘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 서울과기대의 수능 점수 활용지표는 표준점수다. 해당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을 반영하여 산출하는 방식이다. 계열별로 반영영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모집요강을 참고해 실질적으로 점수를 산출해 봐야 한다. 공과대학 정보통신대학 등은 수학(가) 반영비율이 35%로 높고 국어 영어는 각각 20%로 낮은 편이다. 반면 영어영문학과 행정학과 경영학과 건축학부 등은 국어가 30%이고 수학(나)와 영어가 각각 25%이다.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가 자신의 점수가 우수한 과목의 반영비율이 높다면 유리할 수 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는 등급별 가상 표준점수로 변환하여 활용한다. 실제 반영비율까지 고려하면 등급에 따른 편차가 줄어들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해 지원해야 한다. 한국사 영역의 등급별 환산점수를 활용해 총점에 5%를 반영한다. 올해 전형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자연계열 응시자 중 과학탐구영역 Ⅱ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 본인 취득점수의 3%를 가산점으로 준다는 것. 홍형기 입학관리본부장은 “과학영역에 심도 있는 관심과 성과가 있는 학생이라면 우리 대학 정시 모집 환산점수에 유리하므로 지원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과기대 정시모집 경쟁률은 1001명 모집에 4562명이 지원해 평균 4.56 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_ITM전공_인문(8 대 1)의 경우 평균 백분위 점수는 90.41%, 건설시스템공학과(7.77 대 1)의 평균 백분위 점수는 83.87%였다. 지난해 입시 결과는 백분위 기준으로 공개했으나 올해 입학 사정은 표준점수를 변환하여 사용한다. 백분위 점수가 차이가 나더라도 표준점수가 비슷하다면 점수 편차가 줄어들 수 있어 이를 고려해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서울과기대는 각 학과마다 실용·실무역량을 기르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국립대 특성화 사업인 BEAR(Best Education for Applied Research) 교육모델을 구축해 고급 실무 수행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5년제 학·석사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홍 본부장은 “학과 선택에 있어서 단순히 점수에 맞춘 대학 지원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진로와 맞는 학과나 계열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당장의 인기 있는 학과를 선택하기보다는 현재 수험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유망한 직종과 이를 위해서 어떠한 것을 배워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시립대는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672명을 모집한다. 가군 650명, 자유전공학부만 선발하는 나군 22명이다. 인문·자연계열은 수능 성적만을 100% 반영해 선발한다. 예체능계열은 수능 성적, 학교생활기록부, 실기 등을 골고루 반영한다. 북한이탈주민 특별전형은 서류심사 50%와 구술심사 50%를 반영해 선발한다. 반드시 수능을 응시해야 지원 가능하다. 수능 반영비율은 지난해와 동일하다. 인문계열은 국어 28.6%, 수학(가·나) 28.6%, 영어 28.6%, 사회·과학탐구 14.2%이다. 자연계열은 국어 20%, 수학(가) 30%, 영어 20%, 사회·과학탐구 30%이다. 예체능계열은 모집단위별로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이 다르다. 산업디자인학과는 수능 성적으로 6배수를 선발한 뒤 수능 60%, 학생부 20%, 실기 2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환경조각학과는 1단계에서 수능 성적으로 4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수능 30%, 학생부 20%, 실기 50%를 반영한다. 절대평가가 시행됨에 따라 영어는 1등급에 만점을 부여하되 2등급부터 인문·예체능계열은 7점씩, 자연계열은 5점씩 감점한다. 한국사는 5등급부터 2점씩 감점한다.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2018년 1월 6∼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가 이르면 21일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86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교사 시국선언이 집단행위를 금지한 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교육부가 새 정부 들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에서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교육기본법 제6조(교육의 중립성) △국가공무원법 제66조(집단행위의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봤었다. 교육부는 ‘시국선언 참여 교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취소하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2015년 11월∼2016년 7월 5차례에 걸쳐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시국선언 및 연가투쟁에 참여한 교사 86명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해 ‘2016년 스승의 날’ 표창에서 제외된 교사 300명이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일부 교육청이 징계한 시국선언 참가 교원 8명을 구제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이 직접 해당 교육감과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진상조사위원회는 9월 출범했다. 출범 당시 고석규 역사 교과서 진상조사위원장은 “(김상곤) 부총리가 우리 위원회의 활동이 교육 부문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 교육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자신이 만든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고발을 취하한 셈이다. 이에 앞서 8월 김 부총리는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에게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보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에 관여했다가 ‘적폐’로 낙인찍힌 교육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좌천 인사를 당한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총도 국정 역사 교과서에 반대했으나 정부의 이번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향후 시국선언 등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집단행위 금지 조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과거의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으려는 교육부의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지역별, 교과목별 교사 노조가 연합하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출범했다. 교사노조연맹은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서울교사노조 사무실에서 창립식을 열고 김은형 서울 인헌고 교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교사노조연맹에 가입된 노조는 지난해 출범한 200여명 규모 서울교사노조와 최근 설립신고가 수리된 전국중등교사노조 등 2곳이다. 19일과 21일에는 전국사서교사노조와 광주교사노조도 연맹이 각각 합류할 예정이다. 연맹은 규약 제정과 임원진 선출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치는 대로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할 예정이다. 연맹은 소속 노조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에 힘을 합치는 느슨한 연합, 일종의 산별노조같은 형태다. 김은형 신임 위원장은 “유초중등별, 교과목별, 지역별로 교사들의 요구가 다양한데 중앙집권적인 조직인 전국교직원노조가 이를 포용하지 못 하고 있다”며 “풀뿌리 교사 조직을 하나로 묶어 교사노조의 대중성을 회복하고 교육정책에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맹은 정부에 단체교섭을 요청하며 △교실별 공기정화기 설치와 유전자변형(GMO)식품 없는 친환경 급식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감축 △교원성과급 폐지 △내부형 공모제 확대 등 교장임용제도 개선 △교원 노동·정치기본권 확대 △민주화 유공자 교원에 대한 민주화운동 기간 호봉 인정 △진학과 연계된 고교학점제 시행 등을 요구했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지난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2013년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사진)에게 ‘영유아 교육 보육 통합 모델안 개발에 관한 연구’를 맡겼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지금 정부 정책 연구보고서 공유시스템(PRISM)에 비공개로 남아 있다. ‘관계 기관 간 내부 검토’가 이유다. 윤 교수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유보통합 같은 사안일수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사회적인 논의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인 감시를 피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 부처 간 칸막이 문제에 대해 윤 교수는 부처-전문가집단-업계의 ‘이해관계 연결망’을 지적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평가지표를 통일하는 작업만 해도 각각 유리하고 불리한 조항이 있고, 각각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부처 간 갈등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부처가 민간에 휘둘리는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유아교육과 졸업생이 유치원에 가고, 보육학과 졸업생이 어린이집에 가는 구조에서 전문가인 교수들은 업계로 진출한 제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 유아교육이나 보육처럼 예산이 급격히 늘어났으나 전문가의 폭이 좁은 분야일수록 부처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윤 교수는 “공무원이 당장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현장 지식이 없으면 소수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원죄’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보육 투자를 급격히 늘리면서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공급의 진입장벽만 낮추고 퇴출 경로를 정비하지 않았다. 질을 따지지 않고 양만 늘려서 거대한 이해집단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 교수는 유보통합을 위해 ‘일관성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영유아기 인적 자본이 국가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빨리 깨달은 스웨덴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선 유보통합이 이뤄졌다”며 “두뇌가 주로 발달하는 영유아기에 ‘좋은 돌봄과 좋은 교육’을 서울 중산층 아이만 누린다면 20년 후에는 나라가 계층별, 지역별로 분리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934개.’ 교육부가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 숫자다. 계속 줄어온 초등학생 수, 늘어난 학교 수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작은 숫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공립유치원 이용률 40%를 달성하기 위해 초등학교 빈 교실이 생기면 병설유치원 600여 개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유가 많다면 어린이집을 유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빈 교실이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그럴까. 》○ 교육부, 빈 교실 통계 오락가락 교육부가 집계한 빈 교실 숫자는 학교 응답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통계’에 가깝다. 교육부가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시도 유휴교실 현황’(7월 기준)에 따르면 초중고교 빈 교실은 6162개였다. 초등학교 빈 교실만 따로 집계하진 않았으나 교육부가 밝힌 초등 빈 교실(934개)의 6.6배나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빈 교실 숫자는 86개로 기존에 밝힌 27개와는 차이가 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유휴교실을 ‘앞으로 사용 계획 없는 교실’로 정의한 뒤 집계한 수치는 27개가 맞다”고 말했다. 빈 교실 숫자가 186개로 가장 많았던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초등학교 빈 교실이 55개라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방과후교실로 사용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부실한 통계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빈 교실이 없다’고 주장해 온 셈이다. 빈 교실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방과후에만 사용하거나 자료나 짐을 쌓아놓은 곳도 빈 교실인지, 1년 뒤 사용할 교실도 빈 교실인지 연구마다, 통계마다 각각 다르다. 빈 교실 활용이 달갑지 않은 학교는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집계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학생 수가 200명 미만으로 통폐합 위기에 놓인 구도심 학교 8곳을 대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벌여 왔다. 이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가 9.7명으로 전국 평균(23.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도, 빈 교실을 활용해 학교 역사관을 지은 학교도 있다. 당연히 빈 교실이 있을 법한 이들 작은 학교 역시 빈 교실 학교 명단에 1곳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초중고교 빈 교실 현황 파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저출산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가 유휴교실 현황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출산율 1.57 쇼크 이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지역사회에 교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교육계 “정책 급변해 교실 수요 예상 어려워” 반면 교육계에선 학급당 인원수가 꾸준히 줄었고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 빈 교실 수요가 급격히 늘어 빈 교실이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과정 개편 및 정책 변화에 따른 추가 교실 수요는 꾸준히 발생한다”며 “어린이집뿐 아니라 병설유치원 확대를 위한 빈 교실 발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집 터 매입비용이 가장 비싼 서울 초등학교 603곳 가운데 빈 교실이 있다고 응답한 학교는 고작 5곳(27개 교실)이었다. 이들 학교조차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쓸 교실은 없다”고 밝혔다. “교실이 부족해 방과후수업에 일반교실을 내주고 있다”(서울 관악구 A초교), “지하교실 6개가 남았는데 3칸은 합쳐서 다목적실을 만들었다”(서울 관악구 B초교), “병설유치원이 예정돼 있다”(서울 영등포구 C초교) 등 앞으로 사용 계획이 있다는 얘기였다. “재개발로 잠시 빈 교실이 발생했으나 1, 2년 뒤 입주가 시작되면 교실이 부족하다”(서울 마포구 D초교), “인근 아파트 재개발로 내년 3월에 휴교를 한다”(서울 강동구 E초교) 등 일시적인 빈 교실이라고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학교장들이 학교를 지역사회 공공자산이 아닌 학교 구성원만을 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지역구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 수요를 조사했더니 유치원이 필요하다는 학교가 1곳도 없었다”며 “지역구민들은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교장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 중앙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며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전가하고 학교는 행정부담을 오롯이 지게 된 ‘트라우마’라고 반박한다. 한 교장은 “학교가 국가 소유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병설유치원이 들어왔더니 행정실은 학교 2개를 관리하는 셈이고, 영양·보건교사 업무가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빈 교실 이용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00년 401만 명에서 2010년 329만 명으로 10년 동안 72만 명이나 줄었고, 2011년부터는 매년 수만 명씩 줄어 올해 267만 명이었다. 반면 학교와 교실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접근성이 뛰어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학교에서 앞으로 빈 교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동아일보가 ‘학교 안 어린이집, 공존을 향해’ 시리즈를 통해 빈 교실을 활용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제안한 가운데(11일자 A1·3면, 12일자 A6면 보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안 어린이집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 전 장관은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큰아이를 백일 무렵부터 앞집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다녔던 때를, 둘째를 역시 백일 때부터 아파트 단지 안 가정보육시설에 맡겼던 때를 잊지 못한다”며 먼저 개인적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정부가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 어렵다”며 ‘학교 안 어린이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학교 안 어린이집은 정부 안팎에서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라며 부처 간 칸막이 문제를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2007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어느 부처가 어떤 일을 하느냐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며 “학교 안 어린이집 확충은 법이 없어도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10시 반 현재 2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동의한다’는 댓글도 수백 개가 달렸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부산 부산진구 성지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성지초어린이집은 내년 3월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재개발이 완료된 인근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초등학생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은 올해 원아 모집 때 이런 사실을 공지했지만 아직 24명이 다닌다. 다른 국공립어린이집도 대기 인원이 많아 당장 옮길 곳이 없어서다. 전국에서 학교 안 어린이집이 가장 많은 부산(11곳)은 도심 재개발 사업 완료로 2, 3곳이 폐원 위기에 처해 있다. 성지초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아들이 커서 초등학교로 진학한다. 같은 지역 아이인데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은 나가라’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반면 성지초 관계자는 “20년간 무상임대로 사용해왔다. 사정은 딱하지만 초등생 교실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셋방살이 서러워” 학교 안 어린이집은 ‘셋방살이’ 신세다. 임대기간이 지역마다 제각각이라 언제 교실을 비워줘야 할지 모른다. 더욱이 설립 근거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좌절되면서 입지가 더 좁아졌다. 부산 북구 화명초어린이집 진수연 원장은 “인근 재개발로 초등생이 늘면 영유아도 늘어난다”며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된다기에 학교 안 어린이집의 법적 지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보류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주인집’인 학교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학교 안에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전기·수도료 납부부터 통원차량 문제까지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정부 부처에선 “학교장이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교육 부처와 보육 부처가 서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학교 안 어린이집이 2005년 37곳에서 올해 22곳으로 오히려 줄어든 데에는 이런 ‘부처 칸막이’가 자리 잡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어린이집들은 초등생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초등생들의 체육 시간과 쉬는 시간을 피해 운동장을 사용한다. 어린이집이 가장 마음을 졸이는 시기는 엄마와 처음 떨어진 원아들이 적응을 해야 하는 3, 4월이다. 부산 동구 수정초어린이집 윤영임 원장은 “아이들이 자주 울다 보니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한다”며 “아이들을 달래다 보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학부모도 성실히 세금 낸 분들인데 어린이집 원아는 다른 나라 어린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처가 다르니 알아서 하라고만 하지 말고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잘 운영하는 학교장에게는 학교시설 개선비 지원이나 승진 포인트를 주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어린이인가” 어린이집 부모들은 학교 안에 어린이집이 있으니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다고 믿는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이 많은 데다 교문을 닫으면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어서다. 반면 초등생 학부모 가운데는 어린이집 부모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 통제가 어려워져 오히려 보안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등하교 시간 어린이집 통원 차량이나 아이를 태운 자가용의 통행 문제도 양쪽 학부모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현안이다. 출입구를 다르게 하고, 교내 진입을 막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위험 요인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인천 부평구 일신초 김인숙 교감은 “초등생과 같이 쓰는 현관까지 원아들을 태우려는 부모들의 차가 들어온다. 걱정이 돼 골목에 반사경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영도초 역시 학기 초에는 주차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언덕배기 막다른 길에 있는 학교여서 진입한 차량이 돌아나갈 때 아이들과 엉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 때문에 현재 등교시간(오전 8시 20∼40분)에 아예 차량을 통제한다.○ 초등학교 “행정적인 어려움 많아” 학급 수가 50개에 달하던 부산 동구 용산초는 현재 학급 수가 20개로 줄었다. 수업이 끝난 이후에만 사용하는 방과후교실을 제외하고도 남는 교실이 많다. 용산초 김재삼 교장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빈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 시설을 늘리자는 데 적극 찬성한다”면서도 행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어린이집은 하원 시간이 늦다 보니 전기와 수도를 많이 사용하는데 일일이 사용량을 따져 공과금을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학교 안 어린이집 예산을 교육부로 이관해 한꺼번에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대한 수도·전기료 감면 혜택을 제안했다. 그는 “학교는 누진세를 적용받는데 어린이집 사용량이 포함된다”며 “우리 학교는 여름에 수도 200만 원, 전기 500만 원이 나온 적이 있다. 인근 학교에 비해 2배 가까이 냈는데 이렇게 되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서울 용산구 샘물어린이집은 아예 전기와 수도 설비를 따로 설치했다. 학교 안 어린이집이 정착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부산진구 당평초어린이집 조미용 원장은 “어린이집 재롱잔치 때 학교 강당을 사용하고, 체육활동 때 교사 전용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등 학교의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며 “다른 학교 안 어린이집도 이런 지원을 받으려면 궁극적으로 유보(幼保)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도초어린이집 윤은영 원장도 “소관 부처 지침이 달라 태풍이 왔을 때 유치원은 쉬고, 어린이집은 등원을 했다”며 “학교 내 모든 시설은 한 부처가 총괄해야 혼선이 없다”고 말했다.부산·인천=최지선 aurinko@donga.com·김호경 / 우경임 기자}
2014년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과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서울 전역에서 학교 안 어린이집이 신설된 곳은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안 샘물어린이집 1곳뿐이다. 더욱이 성심여중고는 공립이 아닌 사립학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강남 지역과 은평구 등 빈 교실이 있는 학교 3, 4곳에 어린이집 신설 의사를 타진했으나 설득이 너무 어려웠다”며 “‘학교환경개선비 1억 원을 배정하겠다’ ‘별도 출입구 마련을 위해 계단 공사를 해 주겠다’며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는데도 결국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공립학교와의 대화가 더 어려웠다. 공립학교 교장들이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매우 꺼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산시는 부산시교육청과 4월 교육행정협의회를 열어 초등학교 안 국공립어린이집 신설을 안건으로 다뤘다. 꾸준한 협의 끝에 부산 북구 금창초교 안 어린이집이 이달 개원할 예정이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 밀집지역에선 초등학교만큼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 없다. 특히 부지 매입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빈 교실을 찾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시가 매년 빈 교실을 조사하는데, 일선 학교에선 일주일에 한두 번 사용하는 교실도 방과후교실로 지정했다. 사실상 빈 교실이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학교 안 어린이집 3곳이 있는 부산진구 관계자는 “학교가 3년 단위로 무상임대를 해줬는데 2015년부터 1년으로 단축됐다”며 “안정적인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관계자는 “용산은 개발 예정 지역이 많아 땅값이 정말 비싸다. 빈 땅이 있어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어린이집 부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 / 부산·인천=최지선 기자}
“매일 산책과 놀이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갖춘 어린이집이 있나요? 부모와 아이에게는 최고의 어린이집이죠.” 5일 부산 부산진구 아파트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당평초교 내 어린이집. 선생님 앞에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20년이 된 당평초어린이집 조미용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과 초등학교 교장이 운영상 불편함을 감수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뒤 “단언컨대 학교 안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겐 천국”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 5일 학교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10곳(부산 6곳, 인천 2곳, 서울 경기 안양 각각 1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국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어린이집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학교 주무부처인 교육부 간 ‘영역 싸움’이 벌어졌지만 학교 안 어린이집 현장에선 보육과 교육의 ‘상생’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교-어린이집 동선, 완전한 분리 학교 안 어린이집에 반대하는 교육계는 초등생의 학습권 침해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영유아들이 수업 중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든가,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교실·돌봄교실 등 추가 교실 수요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 안 어린이집은 공간과 동선을 학교와 최대한 분리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있었다. 5일 이른 아침 부산 남구 용산초어린이집에는 부모 손을 잡은 원아들이 학교 후문을 통해 등원했다. 초등생들이 등교하는 학교 정문과는 학교 담장을 따라 120m가량 떨어져 있었다. 혼자 걷기 힘들고 분유, 기저귀 등 짐이 많은 어린이집 원아들은 보통 차를 타고 등원한다. 걸어 다니는 초등생의 등굣길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아예 출입문을 분리한 것이다. 3세 아이를 등원시킨 박현주 씨(40·여)는 “보통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차를 타고 가는데, 학교 안 어린이집은 야외활동이 학교에서 이뤄지니 안심이 된다”며 만족해했다.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내 샘물어린이집 역시 학교 후문에 출입구를 만들었다. 어린이집은 학교 도서관 건물 1층에 있고, 학교로 이어지는 통로는 차단벽으로 통제돼 있었다. 학교 동아리실은 비어 있는 시간에 원아들의 실내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 중고교생들은 봉사활동으로 어린이집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샘물어린이집 학부모인 권선영 씨(38·여)는 “요즘 외둥이가 많은데 학교 안에서 언니, 누나들이 놀아주니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한다”고 했다. 이 어린이집 김지선 원장은 “사춘기를 지나는 중고교생들은 아이들을 돌보며 정서를 순화하고, 아이들은 언니, 누나들을 따르며 서로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지으려면 1곳당 부지 매입에만 20억∼30억 원이 든다. 샘물어린이집은 리모델링비와 학교환경개선비를 포함해 6억9000여만 원이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학교 안 어린이집은 비용은 적게 들고, 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학교라는 공간, 아이들에게는 최선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학교가 주는 안정감이 컸다. 인천 부평구 일신초교 안 어린이집은 2009년 빈 교실 3개를 활용해 리모델링했다. 보통 만 4, 5세가 되면 초등학교 진학에 앞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겨 가지만, 이 어린이집은 올해 단 한 명의 결원도 없었다. 오히려 만 4, 5세반보다 정원이 많은 만 3세반 아이들 중 일부는 상급반으로 가지 못하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했다. 7세, 2세 두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박은진 씨(38·여)는 “비용이 저렴하고, 급식 관리가 잘되는 국공립의 장점은 기본이고, 학교 안에 있어 보안 문제까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일신동어린이집 문유미 원장은 “부모들은 교문이 닫히고 경비가 지키는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한 학교에서 어린이집(만 3세 이하)→유치원(만 3∼5세)→초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선호했다. 부산진구 성북초교 내에는 어린이집과 병설유치원이 함께 있다. 성북초어린이집 박순애 원장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모집 연령을 만 3세 전후로 나눠 공생할 수 있다”며 “같은 장소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면 학교 적응이 훨씬 쉬워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화명초어린이집은 대기 인원이 200명에 달한다. 화명초어린이집 진수연 원장은 “개원 이후 20년간 초등생과 영유아 간 물리적 충돌은 단 1건도 없었다”며 “초등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한 번에 2명을 데려다 주니 바쁜 아침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긴급한 상황이 생겨도 큰아이가 동생을 돌볼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인천이나 부산의 학교 안 어린이집은 당초 교직원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이어 부산의 학교 안 어린이집은 학교가 적은 예산으로 직장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2006년 일괄적으로 국공립으로 전환했다. 다른 자녀를 가르치면서 자기 자녀를 돌보기 힘든 맞벌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남동구 장도초어린이집에 1세 아이를 맡긴 장도초 교직원 종모 씨(34·여)는 “출근할 때 같이 등원하고, 퇴근할 때 같이 하원한다”며 “아이가 아프면 당장 달려갈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부산·인천=김호경 kimhk@donga.com / 우경임 기자}
● 법인세법 개정안 일부 수정“합병뒤 3년간 80% 승계유지 조항… 현실 동떨어진 과잉규제” 지적 수용신규채용도 고용승계 인정하기로과잉 규제 논란이 일었던 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안 중 고용승계 규정을 국회가 손질했다. 정부가 낸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 인수합병(M&A)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재계의 반대를 정치권이 받아들인 것이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기재부는 기업 합병 시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연기해 주는 조건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합병회사가 합병이 이뤄진 뒤 3년 동안 피합병기업 직원 80% 이상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3년 동안 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근로자의 이직이나 퇴직 사유를 불문하고 법인세 연기 혜택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개정안은 현재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과잉 규제로 기업의 인수합병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의 연평균 이직률은 25%에 달한다. 국회는 이를 반영해 개정안 내용 중 ‘피합병기업 직원의 80% 이상’을 ‘피합병기업과 합병기업을 더한 직원 전체의 80% 이상’으로 바꿨다. 예를 들어, 직원 10명인 기업(A·피합병기업)을 직원 40명인 기업(B·합병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기재부 원안에 따르면 A 직원 3명 이상이 회사를 나가면 법인세 납부 연기 혜택이 박탈된다. 하지만 국회 수정안을 적용하면 A사와 B사를 합한 50명 직원 중 11명 이상이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혜택이 유지된다. 또 기존 정부안은 합병 뒤 새로 고용하는 직원 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존 재직 중인 직원 수만을 따졌으나, 국회 수정안은 합병 뒤 새로 고용하는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직원 10명이 나가도 새로 10명을 뽑으면 이직자나 퇴직자가 없는 것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수정된 법안은 충분히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고 규제 정도도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재심의 결정野 “교육계와 협의안해 문제” 반대… 복지장관 “활용 근거 만들자는 것”부모들 “이익단체 눈치보기” 분통쓰지 않는 초등학교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회부해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야당 의원들이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해당 초등생이나 학부모, 교사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이들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민간·가정 어린이집 충원율은 약 70%다. 이런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지원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영유아 안전 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이면 170∼180cm까지 크는데, 1m도 안 되는 영유아를 같이 섞어 보육하겠다니, 그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통계로 잡히는 유휴 교실도 병설 유치원을 먼저 확대해야 해서 (실제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유휴 교실은 별로 없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법률안은 강제 조항이 아니고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라며 “이미 전국 20개 학교에서 (빈 교실을) 어린이집 등으로 활용하고 있어 그에 대한 근거 조항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하려는 복지부는 학교의 빈 교실 활용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보고 이 법안을 강력히 추진했다. 학교 내 어린이집 안전사고 책임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있고, 어린이집과 학교 사이 공간과 출입로를 분리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소위 회부를 막지는 못했다. 영유아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확충이 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동안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 유치원의 압박에 관련 법안이 번번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육 기능까지 떠맡게 될 학교의 반발이 더해지자 의원들이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우경임 woohaha@donga.com·최우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의 이용률을 각각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을 새로 지을 안전하고 접근성 좋은 터를 매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도시에선 빈 땅을 찾기 힘든 데다 인근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2.1%,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은 24.2%다. 이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12.0%, 22.1%)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까지 각각 27.9%포인트, 15.8%포인트를 끌어올려야 하는 정부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최선책’ 복지부 vs ‘학습권 침해’ 교육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올해 1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19대 국회 때도 제출됐다가 폐기됐다. 교육부 관할인 학교에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것인 만큼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여당과 정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고 수년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교육부도 이견을 내지 않기로 결론 냈다고 한다. 올해 교육부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위해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학교의 빈 교실을 조사했다. 모두 934개로 집계됐다. 이는 각 학교가 앞으로 사용할 예정인 교실을 제외하고 응답한 수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3457곳의 유휴교실은 5316개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신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초등학교 빈 교실 활용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을 하나 세우는 데 평균 17억 원이 들고 땅값이 비싼 서울은 최고 80억 원까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빈 교실을 활용한 경기 안양시 달안어린이집의 경우 4억2000만 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반면 교육계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주체가 달라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가 있고, 초등학생 학습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아이들 수업 중에 영유아들이 울 수 있고, 발달단계가 다른 아이들의 급식도 문제여서 학교로서는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육단체에 이어 30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이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에는 유보 통합 이뤄지나 다만 빈 교실 활용 방안이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빈 교실은 광주가 186개로 가장 많고 전남(159개) 경기(158개) 전북(144개) 경북(107개) 순이다. 이들 지역은 고령화로 어린이집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다. 반면 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서울은 빈 교실이 27개, 대구 대전 세종 등은 0개였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이 법안이 이미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는 20여 곳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는 부모들은 집 근처 학교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들어서는 것을 크게 반긴다. 지금과 같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관련 법률(영유아보육법·육아교육법)과 소관 부처(복지부·교육부)가 달라 이용 시간이나 비용, 교원 체계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도 유보 통합을 시도했지만 양쪽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 번번이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한 ‘균등한 교육·보육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와 자질은 유치원 교사에 비해 상당히 낮다. 처우를 개선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학에 보육교사 전문학과를 만들어 양질의 교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이미지 기자}
정부가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한 2기 교육국제화특구사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교육국제화특구 신청을 철회하기로 하고 이를 신청 예정 지역인 3개구(구로·금천·영등포)에 통보했다. 교육국제화특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국어 및 국제화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학교 및 국제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국가교육과정을 적용받지 않아 교과 편성에 자율성이 부여된다. 1기(2012∼2017년) 사업 때는 대구 북구 달서구, 인천 연수구 서·계양구, 전남 여수시 등 5곳이 지정됐다. 현재 모집 중인 2기(2018∼2022년) 사업은 1기와 달리 다문화 학생 밀집 지역을 지정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시군구의 신청을 받아 2기 사업 지역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올해 6월부터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를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한국인 학생이 빠져나가는 ‘교육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국제화특구 사업을 ‘교육 적폐’로 꼽아 집요하게 반대했다. 영어 등 외국어 수업을 확대하는 ‘특권 교육’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신청을 1년 유예하고 그동안 법령 손질을 건의하겠다”며 물러섰다. 최근 세종시교육청도 특구 신청을 철회했다. 이에 교육부는 “5년마다 종합육성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어 내년에는 신청을 받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의 반대로 인해 2기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 초중고교 다문화 학생은 1만5122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다문화 학생의 27%가 구로·금천·영등포 3개구에 몰려 있다. 이곳에 있는 A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2.4%나 된다. 문제는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면 한국인 학생이 급속히 빠져나간다는 점. 지난해 다문화 학생 비율이 15% 이상인 학교는 9개교였으나 1년 만에 21개교로 늘었다.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되면 다문화 학생은 한국어를, 한국인 학생은 중국어를 배우는 자율적 교과 편성이 가능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세계시민교육도 필수적으로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특구 도입에 찬성한 B초교 교장은 “(전교조가) ‘수월성 교육만 시킨다’ ‘정치인들이 특구 지정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등 정치적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아이들은 서로의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며 잘 지내고 있는데,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교육 슬럼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초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결국 전교조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내부에서는 “전교조가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 기존 학생들이 떠나는 것을 막고 국제적인 인력 양성 학교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정책이었다.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돼 유예된 것은 안타깝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전남 등 나머지 시도의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신청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노지현 기자}
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 수업에서 1, 2학년 대상의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교육부는 29일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시행령을 예정대로 일몰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교육을 키운다는 비판과 학부모의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초등학교에서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수업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초등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14년 특별법 시행 당시 정부는 별도의 조항을 통해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후 학교에서는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초등 1, 2학년에게도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에서 안 가르치면 사교육을 더 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영어수업의 장점으로 △학원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가정의 아동도 영어를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믿을 수 있는 학교 안에서 수업이 이뤄진다는 점 △학습보다는 놀이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 △학교에서 하는 만큼 학원에 덜 가게 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지난해 국내 초등 1∼6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전체 수요 가운데 44%가 1, 2학년에서 발생했을 만큼, 영어는 모든 방과후 수업 가운데 최고의 인기 수업이었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교육계에서는 내년 2월로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현장에서는 당장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로 인한 사교육 팽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직장맘 강모 씨(35)는 “내년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이 폐지된다는 얘기가 들려 학교 근처 영어학원에 가봤더니 벌써 자리가 다 차 ‘대기 3번’이라고 하더라”며 “비용도 방과후 수업에 비해 5배나 비싸 너무 속상하고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준호 전국방과후학교법인연합 간사는 “이번 결정은 교육과 돌봄기능을 담당해 온 영세한 방과후 업체는 무너뜨리고 사교육업계만 배불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방과후 수업을 담당하는 한국인·원어민 영어강사 7000여 명도 갑작스러운 결정에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공립어린이집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1월 발의 이후 교육청, 교육단체는 줄곧 반대 의견을 피력해 왔지만 상임위에서 ‘깜짝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28일 논평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부·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교육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협의도 안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교육현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등학교와 관련한 사안인 만큼 교문위 의견 수렴이나 동의가 필요했으나 (보건복지위가)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고,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원아 취원율을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대통령 공약 달성을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밀실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교육계는 교육부 관할인 초등학교에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을 짓게 되면 관리·감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교장 및 교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미 학교는 가정의 몫이던 급식을, 보육의 영역이던 돌봄을, 학원 영역이던 방과후 학교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교육계 반발에 대해 “어린이집 하나를 짓는 데 17억 원이나 든다. 빈 교실을 활용하지 않으면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국정 과제인 만큼 교육부 및 타 부처와 회의도 여러 차례 했다”고 반박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윤종 기자}
동아일보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이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선정한 ‘2017 청년드림대학 평가’에서 모두 20개 대학이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됐다. 전국 4년제 대학 227개교를 대상으로 4개 영역(인적 지원, 물적 지원, 교육 지원, 취업·창업 성과)을 평가한 결과 상위권에 속한 대학들이다. 청년드림대학은 부족한 산업 인프라와 비수도권의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학생 진로 개척을 적극 지원했다. 이는 취업시장에서 공고화된 대학 서열에 금이 가게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심재영 창원대 취업지원관은 “학생들은 취업을 대학 생활의 최종 결과물로 여긴다”며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취업·창업을 돕는 것은 대학의 의무”라고 말했다. ○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과 ‘톡톡’ 올해 청년드림대학에 처음 선정된 대학은 대구대 동의대 한밭대 창원대 등 네 곳이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이들 대학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환경에서 교수 교직원 등 대학 전체가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뛰고 있었다. 대구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지원 교육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생이 아닌 대학이 직접 구직활동을 하는 ‘기업맞춤형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력 수요가 늘어나자 대학이 해당 기업의 인력 수요를 먼저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학생들에게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동의대와 한밭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동의대는 △전공취업동아리 △창업동아리 △여대생진로개발동아리 등 직무별로 특화된 취업동아리인 ‘BOB(Best Of Best)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획일화된 역량 계발로는 개별화된 취업 준비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개척하도록 했다. 동아리 활동비 지원 외에 상담 및 자문, 성과발표회 개최 등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 계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취업동아리는 선후배 간 네트워크 구축 및 멘토링을 통해 ‘취업 성공 노하우’를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한밭대는 진로 및 취업 친화형 교육과정, 즉 현장실습 위주로 교과목을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전공지식이 아닌 직무 역량, 조직 친화적인 태도를 중시하는 최근 기업 채용 트렌드에 맞춰 교육하고 있다. 공대 중심인 한밭대 특성상 ‘여대생 특화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높다. CMB 방송아카데미, 항공서비스매니저 자격증 과정, 여대생능력증진 리더십캠프는 현직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 전문성 교육 및 네트워킹 효과까지 얻고 있다. 창원대는 진로 및 취업·창업 지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기본에 충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개발원에서 진로탐색(1, 2학년 대상), 취업준비(3, 4학년 대상) 상담을 엮은 ‘진로-취업 맞춤일체형’ 상담은 연간 학생 2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활성화됐다. 화요일은 입사지원서 클리닉, 수요일은 잡매칭, 목요일은 면접 클리닉데이로 정해 필요한 학생들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한 ‘좋은 데이’ 프로그램이 있다. ○ “취업·창업 지원 이제는 공공 서비스” 비수도권 대학에는 기업의 채용설명회 횟수가 적을 뿐 아니라 선호하는 기업에 취직한 선배들과의 네트워킹이 쉽지 않다. 청년드림대학들은 취업, 창업 정보 얻기부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구직 첫 단계부터 적극 개입했다. 청년드림대학 평가에서 매번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우송대는 구체적인 SCA(Sol Career Academy)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무가 유사한 7명의 팀원이 6개월간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직무 설정,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까지 진행한다. 연간 40개의 취업스터디팀이 운영됐고 스터디 참여자의 90% 이상이 취업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우송대는 재학생(1만1370명) 중 요리와 관련한 전공 비중이 20%를 차지할 만큼 특화돼 있다.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폴보퀴즈 요리학교와 공동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프랑스 호텔 체인인 아코르그룹의 3500개 호텔과 연계해 해외 취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세종대는 선후배 간 멘토링과 네트워킹이 활발했다. 세종대 학생경력개발시스템 ‘U-Dream’을 통해 개인의 직무와 목표 기업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11개 직무별 스터디를 구성해 취업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취업동아리를 통해 취업한 학생들은 다시 후배들을 도와주는 선배 멘토로 참여한다. 선후배가 취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취업률 상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청년드림대학평가에서 드림대학으로 다시 등극한 전남대는 학생의 직무능력에 따라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및 겨울 방학 기간(7주)에 일정 자격(학점, 영어성적 등)을 갖춘 학생 100명을 선발해 CNU 취업 에이스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취업동아리 활용법 특강, 직무적성검사, 모의면접 등 취업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떡잎 키우기’ 전략이다. 전남대 융합인재교육원 전국석 팀장은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진로 및 취업 지원이 대학이 제공해야 할 공공 서비스 영역이 됐다”고 강조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특별취재팀}
올해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은 2015년 평가 때보다 학생들의 취업·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한층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미 취업·창업 지원 인프라, 교과운영 등 ‘하드웨어’를 탄탄하게 다진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은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가동에 힘을 쏟고 있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데이터베이스(DB)에 기반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공과 연계된 직무 역량을 강화해 취업 기회를 넓힌 점이 주효했다. 변정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최우수 대학들은 신입생부터 진로를 설계하도록 안내한 뒤 전공, 산학연계교육, 현장실습 등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풍부히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빅데이터 기반한 맞춤형 경력 관리 동국대는 2012∼2015년 졸업생 1만1526명의 DB를 활용해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인 ‘빅커리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에 취업한 졸업생들의 △학점 △봉사시간 △외국어점수 △현장실습 일수 △국제교류 일수 △취업프로그램 이수 횟수 등 6가지 역량의 평균 점수를 측정한다. 삼성에 입사하려는 재학생은 자신의 역량을 삼성에 취업한 졸업생 평균 점수와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개발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의 역량에 맞는 기업으로 목표를 수정하면 된다. ‘학점이 높을수록, 봉사활동을 많이 할수록 좋다’가 아닌 빅데이터로 계량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성균관대는 최근 3년간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연간 3차례 실시해 빅데이터에 기반한 전공별 진로·취업 정보를 제공한다. ‘A그룹 취업 졸업생 평균 학점 3.67점, 토익 872점’ ‘B그룹 취업 졸업생 평균 학점 3.73점, 868점’같이 구체적인 기준을 적시해 자신의 취업준비도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학점, 어학성적뿐 아니라 졸업생 개인의 수강 교과목, 동아리활동, 현장실습활동, 교환학생 경험, 취업지원 프로그램 참여 등 취업 연관 요인을 모두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학생인재개발팀이 연간 60회가량 전공수업에서 이런 맞춤형 정보를 직접 강의하고 취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는 ‘취업마중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중앙대와 순천향대, 한국기술교육대는 대학 4년을 보내면 포괄적인 경력관리가 이뤄져 저절로 포트폴리오가 작성이 되도록 설계된 취업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는 39개 직무역량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각각 필요한 직무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학생 자기계발 통합관리시스템인 ‘레인보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나의 비전 △진로 선택 △역량 개발 △취업정보 △상담 △커뮤니티 △중앙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7개 영역으로 구성돼 레인보우시스템으로 명명됐다. 재학생 간 ‘친구 맺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및 서로 객관적인 지표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양대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인 HY-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운영한다. HY-CDP에 접속만 하면 직무역량검사부터 10만여 개 기업 DB와 채용 정보, 1만8000여 개 스마트 러닝 등 취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HY-CDP는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수치, 취업 상담이 결합된 평가를 결합해 개인별 취업역량보고서가 작성된다. 지도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맞는 직종이나 기업을 소개하고, 학생은 단계적으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학생 수요에 맞는 교과 과정 운영 사회에선 4차 산업혁명이 활발히 논의되지만 대학 교육은 10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최우수 청년드림대학들은 학생과 기업이 요구하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 최우수대학에 뽑힌 숭실대는 경직된 대학 학사구조에 DIY자기설계융합전공으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디자인하는 DIY자기설계융합전공은 학기당 3000여 개 개설 강좌 중에서 자유롭게 골라 수강하고, 해외 교류 대학 개설 강의까지 조합해 새로운 전공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올해 2학기에는 과학철학, 유비쿼터스 의공학 등 5개 과목이 신설됐다. 4회 연속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된 서강대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서강 ME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현장실습과 달리 신문방송학과는 방송사, 경제학과는 증권사 등 전공에 따른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젝트 중심 현장실습이다. 학과별로 사전조사를 통해 현장실습 수요를 파악하고 현장실습기관을 섭외한다. 학생 개인이 인턴십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장실습 연수지원금도 지원되고 학점도 부여된다. 선문대는 지방대생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취업을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해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싱가포르 해외취업연수스쿨 △중남미관리직 취업연수과정 등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7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63명이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최우수 청년드림대학에 선정된 금오공대는 취업전문인력을 양성해 찾아가는 취업지도서비스인 ‘K-JOB 119’를 운영한다. 학생이나 학과에서 요청을 받으면 365일 내내 바로 출동해 전공에 맞는 맞춤형 취업지도를 실시한다. 전국 최초로 ‘취업예측시뮬레이션’을 개발해 학생 개인의 역량을 분석하고 진로 설계를 돕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특별취재팀유덕영 우경임 임우선 김하경 기자(정책사회부) 부형권 강재혁 차장(청년드림센터)}
올해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15개 대학은 취업전쟁에서 전투력이 높은 ‘야전형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이 취업 가능한 분야를 미리 탐색하고 직무를 경험하는 시스템을 갖춰 실전 경험을 충분히 쌓도록 했다. 전공 교육과 현장실습 등 학교 안팎의 취업교육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점도 공통된 특징이다. ○ 부산가톨릭대 인천대 호서대 첫 선정 올해 처음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부산가톨릭대 인천대 호서대 등 세 곳이다. 호서대는 수년간 창업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호서대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은 915개에 이르고 이들이 등록한 지식재산권은 1056건이다. 호서대는 창업 최고경영자(CEO) 및 창업 실적을 배출한 학과를 창업선도학과로 지정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들 학과 과정 전반에는 호서대만의 벤처교육 시스템인 ‘e-PEAK’(준비·발굴·실행·확산의 영어 약자)가 적용된다. e-PEAK는 창업휴학제, 창업벤처 교과목 필수 이수제를 바탕으로 아이디어 발굴→창업 아이디어 구체화 및 창업 전문성 교육→아이템 사업화→예비창업→사업화 촉진으로 이어지는 학생창업 교육 시스템이다. 우수 창업가에게는 장학금, 아이템 개발비도 지급된다. 인천대는 60개 학과(전공)별로 세분된 맞춤형 진로 가이드북을 제작했다. 기존 학과별 진로·취업 자료를 분석하고 애로사항 등을 청취한 뒤 학과별, 전공별 로드맵을 만들었다. 국어국문학과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실제 어디에 취업했는지, 어떤 진로 교육이 필요한지 등이 담겨 있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천대는 중견기업 중 매출액, 신용등급, 성장성, 평균연봉 등을 점수로 산출해 전문적인 심사를 거쳐 최종 300개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G클래스 300’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엄격하게 고른 우수기업을 학생들에게 매칭시켜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번에 우수 청년드림대학으로 새로 선정된 대학은 국민대 단국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네 곳이다. 국민대는 ‘스펙’이 우수하지 않은 취업 취약 학생을 우선 선발해 지원하는 ‘실무형 핵심직무 전문가 양성과정(CoREP)’을 운영하는 역발상이 돋보였다. 진로 선택이나 취업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스스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없는 3학년 이상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상이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집중 지원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분명하게 차별화된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8주간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공통역량 핵심직무역량 취업스킬 팀워크 문제해결력 향상을 위한 집중 훈련을 받는다. 진로상담전문가, 겸임교수 등이 멘토로 나서 지속적인 일대일 상담을 통해 취업전략 수립을 돕고 취업 이후 적응까지 돕는다. ‘CoREP’를 이수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80%를 넘어서 일반 학생의 취업률을 웃돌았다. 이화여대는 자기 주도적 미래설계를 지원하는 교내외 통합 비교과 커리어 로드맵 시스템인 ‘e-QUEST’가 눈에 띈다. ‘콘텐츠기획 동아리→다음 커뮤니케이션 기획 보조→취업 마스터 클래스…’처럼 학생들이 마치 게임을 하듯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단계적으로 수행한 결과들이 차곡차곡 기록된다. 최종 목표까지 다음 단계를 꾸준히 안내해 체계적인 경력 계발을 유도한다.○ 지역과 연계한 창업 활발 숙명여대는 숙명 크로스캠퍼스(Cross Campus)를 구축해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캠퍼스 인근 지역 산업과 연계하는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라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용산전자상가 내 크로스캠퍼스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기업가정신부터 실제 제품 개발, 크라우드펀딩까지 창업교육 전반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용산전자상가의 창업 인프라를 이용하는 대신 신산업 동력을 발굴해 침체된 상가도 살리는 ‘대학-지역 상생 전략’이다.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 연계 지역으로 서계동 봉제조합과 공동브랜드 ‘이음’을 개발하는 등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 1호 창업선도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경기 시흥·안산 스마트허브와 연계해 학생 창업에 학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창업 교육부터 시제품 제작, 사업화까지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이매지네이션 하우스(Imagination House)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또 교수의 연구, 학생의 실습, 기업의 연구개발(R&D)이 동시에 이뤄지는 하나의 공간인 ‘엔지니어링 하우스(Engineering house)’는 창업의 산실이 되고 있다. 건국대는 단과대학 특색에 맞는 맞춤형 진로지도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학장취업총괄제를 실시하고 있다. 취업 전문부서가 아닌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춘 학과(전공) 교수들이 취업·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원을 제공한다. 인하대는 메이커톤과 해커톤 대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일단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make(만들다)와 marathon(마라톤)의 합성어인 메이커톤은 개발자, 엔지니어,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제품을 완성해 보는 교육이다. 인하대는 2015년부터 해커톤 및 메이커톤 대회를 매년 3∼5회 개최하고 있는데 이들 대회 수상 팀 가운데 의료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팀엘리시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몰디바이스 개발회사인 ‘굳브로’ 등 5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2018학년도 고교 입시에서 서울 지역 외국어고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서울외고 일반전형 경쟁률은 0.95대 1을 기록해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서울지역 외고의 일반전형 정원이 미달된 것은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된 1992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지역 내 6개 외고의 일반전형 원서접수 경쟁률은 평균 1.52대 1로 지난해(1.66대 1)보다 떨어졌다. 올해와 지난해 모집정원은 1120명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지원자 수는 지난해보다 8.4%(158명) 감소한 1702명이었다. 학교별로는 대일외고가 1.77대 1로 가장 높았고 △대원외고 1.76대 1 △한영외고 1.62대 1 △명덕외고와 이화외고가 각각 1.51대 1 순이었다. 최근 시험지 학원 유출 사태가 있었던 서울외고는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고교입시에서 자율형사립고 외고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한 데에는 서울 지역 중학생 수가 올해 7만5719명으로 지난해 대비 11.9% 감소한 데다 정부의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국제고의 경쟁률만 2.77대 1로 지난해(2.25대 1)보다 상승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국제고는 학비가 외고보다 저렴한데도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평가가 있어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