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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가계대출이 8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전월 대비 더 늘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자금 대출, 집단대출 등의 실수요자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약 2조6000억 원 늘어 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달(+6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크게 줄었다. 가계대출 상승세를 이끈 건 주담대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주담대는 5조6000억 원 늘어 전달(+5조2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은행권 주담대는 5조7000억 원 늘어 전달과 비슷했고, 2금융권은 감소 폭(─1000억 원)이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 대부분이 무주택자 대상 정책자금 대출, 집단대출”이라며 “실수요자 대출 위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주담대 중 버팀목·디딤돌대출 등 주택도시기금과 정책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80%(4조6000억 원) 정도다. 은행 자체 주담대는 1조1000억 원에 불과하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9월 이후 주택매매 거래가 둔화되면서 주담대 수요가 축소되고 있다”며 “10∼11월 입주 물량이 많아 잔금 마련을 위한 집단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체 주담대 증가세가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2조8000억 원 감소해 전달(─5000억 원)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상호금융권(─2조8000억 원), 저축은행(─1000억 원), 카드·캐피털(─300억 원)이 일제히 줄었고, 보험업권은 1000억 원 늘었다. 이날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와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시장 금리 추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변동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할 방침이다. 또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관련된 협의를 마무리하고 이달 중 세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안정적 흐름이 지속되려면 긴 호흡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대출 현장의 미흡한 부분을 살펴본 뒤 제도 개선 과제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시장 원칙에 따른 부실 건설·금융사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2일 이 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정 사업장이나 특정 안건에 대한 정리가 진행될 때 시장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금융사를 조정, 정리하는 한편 자기책임 원칙에 따른 자구 노력이나 손실 부담 진행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은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와 관련해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옥석 가리기에서 옥으로 판명되는 사업장이나 회사에 대해선 적절한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사와 협력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에는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조 원 규모로 조성된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펀드에 대해 “최근에 상각 대상이었던 채권을 구조화한 사례가 있었다”며 “시장 안정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은 2.42%로 석 달 전 대비 0.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농협, 수협 등의 상호금융권 연체율이 1.12%에서 4.18%로 3.06%포인트 급등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내년 2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 4월∼올 5월에 사업을 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누구나 새출발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1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는 내년 2월부터 새출발기금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캠코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등의 여건이 지속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으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중 대출 상환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진 이들은 모두 지원 대상이 된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재난지원금, 손실보상금을 받았거나 금융권의 만기 연장, 상환 유예를 받은 대출자만 지원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총 4만3668명으로 이들의 채무액은 총 6조9216억 원이었다.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해주는 ‘중개형 채무조정’을 통해 평균 4.5%포인트의 이자율 감면이 이뤄졌다. 새출발기금이 부실 채권을 매입해 원금을 감면해주는 ‘매입형 채무조정’으로는 평균 원금의 약 70%가 감면됐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1위 해운사 HMM의 새 주인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영구채의 주식 전환 이슈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유력하다는 전망 속에, 다른 인수 후보인 동원그룹이 채권단에 입찰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영구채 유예 여부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최대한 빨리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1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은 8일 HMM 입찰 절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공식 입장문을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전달했다. 동원은 공문을 통해 “채권단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가정한 뒤 인수가를 제시하라고 고지했다”며 “하림컨소시엄의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공정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달 23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동원, 하림에 인수 희망가격, 주주 간 계약서에 대한 수정 제안을 제출받았다. 매각 측은 계약서 초안에 매각 후 3년간 배당을 연간 5000억 원 한도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으며, 두 기업에 잔여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줄 것도 요청했다. 이때 하림컨소시엄은 영구채를 향후 3년 동안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채권단 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림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다면, 하림컨소시엄의 HMM 지분은 57.9%가 유지되며 3년간 매년 최대 2895억 원까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은 38.9%, 연간 배당금은 1945억 원 수준인데 그보다 더 높은 배당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원 측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가정하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인수 가격을 제시했고, 결과적으로 하림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 관계자는 “채권단은 영구채의 주식 전환분까지 반영해 입찰 금액을 제시하라고 했다”며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미루는 게 가능했다면 우리도 입찰가를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측은 하림이 요청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 유예 여부를 아직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일각에서 유찰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림컨소시엄은 매각 측에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동원의 행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날 김홍국 하림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에 동행한 것을 두고 HMM 매각과의 관련성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하림은 “무역협회와 네덜란드경제인연합회가 진행하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이라며 “(방문과) HMM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매각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재입찰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산은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 DS네트웍스 두 곳을 상대로 재입찰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은행권이 고금리 국면에서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연간 최대 150만 원의 이자를 환급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 기준을 조율, 확정한 뒤 이르면 이달 말 약 2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7일 ‘민생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세부 대책을 논의했다. 우선 은행권은 이번 상생금융 지원 대상을 이자율 연 5%를 초과(올해 말 기준)하는 사업자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좁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아 “서민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만 부동산 임대 사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에 대한 지원 방식은 내년에 납부할 이자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환급)’으로 사실상 정해졌다. 캐시백은 금융 지원의 취지를 고려해 분기별로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신규 상품 금리만 낮춰온 기존의 상생금융 방안으로는 보유 중인 대출에 대한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금리를 직접 깎아주는 방식은 시장 금리를 왜곡시킬 수 있어, 캐시백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금리 깎으면 시장 왜곡… ‘이자 캐시백’ 공감대” ‘2조 상생금융’ 방안 윤곽은행 18곳 참여… 배분 합의가 관건 은행권은 지원 대상에 포함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평균 1.5%포인트 정도 낮춰주는 방향을 논의했다. 1인당 이자 캐시백 한도는 ‘대출 1억 원에 대해 연간 최대 150만 원’ 안팎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의 추후 논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도 기준을 연간 150만 원 안팎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2조 원 정도의 부담금으로 많은 취약계층에게 최대한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캐시백 지원에는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지방은행 등 18곳의 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의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의 캐시백을 실시할 경우 약 2조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은행연합회 회원사들의 전년도 당기순이익(18조9369억 원) 대비 10.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향후 관건은 은행권이 지원금 배분 기준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느냐다.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는가에 따라 은행마다 부담금의 편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당기순이익과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을 7 대 3의 비율로 혼합한 뒤 그 액수가 많은 은행이 더 많은 부담금을 내는 쪽으로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남은 TF 회의에서 캐시백에 따른 증여세 등 세금 문제가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순이익과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을 함께 고려해 은행별 분담금을 산출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란 의견이 많은 분위기였다”며 “향후 추가 논의 과정에서 가중치 정도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1위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동원그룹이 입찰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하림그룹 측은 통상적인 협의 절차라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10일 산업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원은 8일 HMM 인수 절차의 공정성을 제기하는 입장문을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전달했다. 동원 측은 입장문에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하림 컨소시엄)에서 매각 측이 보유한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당초 매각 측이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추가해 HMM의 잠재적 발행주식 총수(약 10억주)를 기준으로 인수 금액을 제시하라는 입찰 기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게 가능했다고 판단했다면 우리도 하림처럼 인수 희망 가격을 더 쓸 수 있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하림 컨소시엄은 인수합병(M&A) 과정의 통상적인 협상 절차로 큰 문제 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매각 측이 제시한 계약 조건에 대해 동원과 하림 모두 똑같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하림은 자사의 입장을 밝힌 것 뿐인데 이것이 왜 불공정 논란으로 불거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림 컨소시엄 측은 “동원 측이 문제 삼는 그 조항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우선협상자로 선정이 된다면 그때부터 여러 계약 조건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대다수 선진국이 고금리·고물가에 생존하기 위해 긴축에 동조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중국은 4분기(10∼12월)부터 1조 위안(약 184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 재정을 확정하는데, 이를 중간에 수정하는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발행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8%까지 상승하게 됐다. 정부 차원에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온 ‘3%’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진 중국은 재정적자 규모를 늘려서라도 경기를 부양시키려 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이어진 만성 디플레이션(장기간 물가 하락)을 끝내기 위해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달 17일 의회에 출석해 “인내심을 갖고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누군가 나서서 전체를 규율하고 방향을 잡아주며 협력을 유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국가들의 경제 정책도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고금리·고물가 국면에서 여러 국가가 포퓰리즘 정책에 의존하고 있지만 긴축재정과 구조개혁으로 근본적인 체질을 바꾼 나라도 일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부자 나라가 된 아일랜드, 국가 부도를 딛고 신용등급 회복에 성공한 그리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직후 2009년(―7.7%), 2010년(―2.8%) 2년 연속 역성장하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큰 경기 침체를 겪었다. 2010년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도 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2013년 구제금융에서 벗어나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다. 뼈를 깎는 긴축재정으로 정부와 국민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24%였던 법인세율을 12.5%까지 과감히 낮춰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다수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유치한 덕분이었다. 코로나19 국면에선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전 세계 매출 상위 20개 제약사 중 19곳의 제조공장, 연구시설을 유치하며 ‘바이오 메카’로 거듭났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15.7%로 EU 평균(1.9%)을 훌쩍 뛰어넘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만4237달러로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그리스의 경제 회복도 눈에 띈다. 올 10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이달 초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도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9년 7월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친시장, 부채 감축 정책으로 경제를 빠르게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집권한 후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206%에서 지난해 170%까지 떨어졌다. 올해 실질 GDP 증가율은 2.3%, 내년에는 3%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U 평균 증가율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근 스페인 연립정부는 내년까지 2년간 한시 도입한 횡재세의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출금리, 에너지 가격이 올라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앙헬레스 산초 마르티네스 스페인 경제디지털전환부 차관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르티네스 보좌관은 이 정책이 법인세를 내는 기업에 이중과세 부담을 지우는 것이란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국면에서 은행과 에너지 회사가 큰 수혜를 봤기 때문에 이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주요 유럽연합(EU) 국가들도 이미 횡재세를 도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U 회원국 89% “횡재세 걷겠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물가와 고금리로 국민 부담이 가중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좇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각국이 만지고 있는 1순위 대책이 ‘횡재세(windfall tax)’다. KPMG와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EU 회원국 27곳 중에서 약 89%(24곳)가 자국 은행과 에너지 기업 등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초 이후 유럽 전역에서 횡재세가 도입, 제안된 사례만 30건이 넘는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어들자 유럽 각국에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보다 과격한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하루만 머무는 당일치기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5유로(약 7000원) 입장료를 부과한다. 입장료를 내지 않을 경우 최대 300유로(약 42만5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탈리아는 앞서 6월 파스타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시민들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 차원에서 ‘파스타 가격 상한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극우 포퓰리즘도 득세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는 ‘반(反)이민’을 앞세운 자유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네덜란드의 주택난이 난민·이민자 유입 때문이라 주장하며 국경 통제 강화, 미등록 이민자 구금 및 추방 등의 강력한 반이민 공약을 내걸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난민 포용이나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정치권에서 득세하고 있다.● 극단적 포퓰리즘에 멍드는 유럽 경제 유럽 국가들이 이런 ‘반시장 정책’도 마다하지 않으며 각자도생하는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의 생활고가 커지자 여론을 달래고 민심을 얻기 위해 무리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잇따르면서 유럽 경제는 그야말로 멈춰 선 상태다. EU의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각각 0.0%, 0.1%였는데 3분기(7∼9월)엔 ―0.1%로 뒷걸음쳤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고물가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됐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이 대출·투자를 꺼리면서 유로존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벨기에에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는 보고서에서 “지금 같은 추세가 2035년까지 이어진다면 미국과 유럽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오늘날 일본과 에콰도르의 차이만큼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 고물가 국면에서 생계가 어려워진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며 “유럽에선 복합위기에 대응할 리더십이나 경제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마드리드=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건설사, 2금융권 등을 잇따라 만나 상황 점검에 나선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일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PF 담당 부사장들을 소집해 내년 시장 전망, 대주단 협약 진행 상황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듬해 PF 정책을 수립하기 앞서 현장의 목소리, 건의 사항 등을 주고받은 자리였다”며 “부동산 PF 현황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수시로 회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건설사와 시행사, 2금융권 등도 순차적으로 만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내년부터 PF 부실 위험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만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올 4월부터 가동한 대주단 협약을 통한 대출 만기 연장으로 PF 부실을 관리해 왔다. 시장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사업자가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자는 취지였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부실 사업장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현재 캠코나 경매, 공매를 통해 처분되는 브리지론 토지의 매매 가격은 대출금에 비해 30∼50% 낮은 수준”이라며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브리지론 중 30∼50% 정도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133조1000억 원으로 석 달 전보다 1조5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PF 대출 연체율은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증권업계의 연체율은 17.28%까지 치솟으며 ‘부실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6번가에 있는 가정용품 소매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는 간판만 유지한 채 내부가 텅 비어 있었다. 이른바 ‘가정용품의 천국’으로 불리며 2017년 매장이 미 전역에 1500개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이 업체는 올 4월 파산 신청을 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지 못한 것 등이 원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약 500개의 BB&B 매장이 문을 닫았고, 1만4000명이 실직했다”면서 “지금까지의 파산이 개별 산업의 문제가 원인이었다면 이제는 금융 비용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기업이 문제에 노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은 이미 글로벌 경제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빚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들의 파산이 내년엔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美 파산 2배로 증가… 대기업도 무너진다이미 세계 곳곳의 파산 통계는 위기 경보를 울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미국 기업 516곳이 파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파산 기업 수(263곳)와 비교하면 거의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BB&B 외에도 미국의 3대 약국 체인인 ‘라이트 에이드(Rite Aid)’가 10월 파산 신청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전략담당 수석은 “대기업보다 ‘제로금리’ 시대에 태어난 중소기업은 변동금리 등의 타격을 면하기 쉽지 않아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럽도 동일한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4∼6월) 파산을 신청한 기업 규모는 2015년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105.7이었다. 분기별로 파산한 기업의 규모 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2015년 1분기(1∼3월·105.5) 이후 처음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유명 의류기업 ‘피크앤드클로펜부르크’는 올해 3월 파산을 신청했고, 자산 가치가 38조 원대에 이르는 오스트리아의 거대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의 지주사 시그나도 지난달 말 파산을 선언했다. 조만간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달 비디오 기반 커머스 체인인 큐레이트리테일과 미국 내 최대 반려견 용품업체 펫코 등 11개 소매업체가 몇 달 안에 파산할 것이라고 실명을 나열하며 보도했다. 포브스는 “부채가 많은 소매업체는 일부 매장을 폐쇄하거나 영업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소상공인들 “직원 줄여 간신히 버텨”고물가, 고금리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면서 소상공인들은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다. 캐나다의 식당 소상공인 연합 ‘레스토랑스 캐나다’에 따르면 2023년 5월까지 현지 식당의 파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잼 판매업자 윌슨 톨로 씨(40)는 “과일, 설탕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두 배가량 올라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면서 “직원을 한 명 줄여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중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은 42.3%에 달했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해 3분기(7∼9월)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비율은 126.1%로 세계 3위에 해당할 만큼 높아 고금리에 더 취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이 어려워져 단기적으로 고용이 줄고 소득이 감소해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업체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2년 만에 재개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선행매매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본다. 지난달 20일부터 공개매수 계획이 알려지기 직전까지 회사 주가가 30% 올랐기 때문이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스피 상장사 한국앤컴퍼니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한국거래소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개매수 공시 직전에 거래량이 급증한 만큼 어떤 계좌가 집중 매수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거래 현황을 보고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협력 관계인 MBK파트너스는 5일부터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주당 2만 원에 지분 20.35∼27.32%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회사의 주가가 지난달 20일∼이달 4일 30.1% 상승했다는 점을 이유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앤컴퍼니의 일 거래량은 지난달 23일 9만6445주에 불과했으나 30일 45만3015주, 1일 57만3595주, 4일 59만5364주로 급증한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5일 공개매수 공시 이후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해 공개매수 목표가(2만 원)를 넘어선 2만1850원에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앤컴퍼니의 기존 주주이자 조현범 현 회장 측의 우호 세력인 hy(옛 한국야쿠르트)가 공개매수 성사 가능성을 낮추려 지분을 사들인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hy는 5일 기타법인 형태로 장중 지분 일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수장이 전례 없이 은행권에 “서민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소상공인, 취약계층 대상의 ‘이자 환급’(캐시백) 방안을 뒤늦게 검토하고 나섰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기존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취약계층에게 총 291억 원을 지원했다. 계좌 수(17만1685건)를 고려하면 취약계층 한 명이 평균 17만 원 안팎의 이자를 감면받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취약계층의 기존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은행권이 역대급 순이익을 거두면서도 기존 취약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대신에 ‘신규 상품’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8.2% 많은 19조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상품의 금리만 낮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에게 보탬이 되기 힘들다”며 “가계대출 증가 폭을 다시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기존 대출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줄여줄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아 이례적인 주문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절박하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달 29일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취약계층에게 이자를 환급해주는 캐시백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연 5%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캐시백 형태의 환급 방식은 금융사의 부채를 늘리지 않는 데다 취약계층의 체감 효과도 커 ‘일석이조’라는 의견이 많다”며 “금융당국에서도 횡재세를 반대할 만한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달라는 입장이어서 예전보다 훨씬 전향적인 대책들이 담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7일 개최되는 2차 TF 회의에서는 지원 규모와 기간, 대상 등의 사항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지난달 초 신한은행(230억 원 이자 환급), 하나은행(665억 원 이자 환급) 등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은 은행들의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도 못 할 정도로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 인근에 거주하는 제니퍼 홀 씨(46)는 금리 인상으로 달라진 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변동금리로 60만 캐나다달러(약 5억7961만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계약 당시 연 2.7%였던 금리는 올해 6월 7%대로 치솟았다.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어려워진 그는 만기가 끝나기 전인 8월 연 5.8% 3년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탔다. 홀 씨는 “5년 전보다 월 상환액이 950캐나다달러(약 92만 원)나 불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이후 2년째 이어지는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각국 국민들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만난 10여 명의 사람은 “(금리 상승 등 최근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살림살이가 전시 상태를 방불케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국들은 코로나 시기에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물가를 끌어올리자 앞다퉈 긴축을 시작하며 ‘유동성 잔치’를 끝냈다. 각국 중앙은행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렸지만 생활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고금리 기조가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이어지며 전 세계 경제 주체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각국에선 내수 불황과 소비 위축이 발생하고 있고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도 연쇄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빚 부담이 커진 한계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은행권 부실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년 하반기부터 주요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이전 같은 초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고금리로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모두가 고통받기 때문에 신산업 육성 등 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월급 40% 대출상환… 전세계 영끌족, 고금리 고통 시작에 불과”〈1〉 허리띠 졸라매는 각국 중산층캐나다 주담대 이율 3년새 5배로… 英선 月임대료 한번에 66만원 올라저금리때 대출 늘렸던 젊은이들… “월세-점심값 전부 다 뛰어 부담 급증” “남편이 매달 벌어오는 돈의 40%를 주택담보대출 갚는 데만 쓰고 있으니 전시(戰時) 상황이 따로 없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교외 보아디야델몬테의 연립주택에 사는 주부 아나 힐 씨(55)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금리 시기에 대출 규모를 늘려 총액 30만 유로(약 4억2558만 원)를 변동금리 조건으로 상환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자 늘어난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000유로(약 142만 원)를 넘지 않았던 월 상환액은 1460유로(약 207만 원)까지 불어났다. 스페인의 금융소비자 보호 단체 ADICAE엔 최근 힐 씨와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변경하거나 원금을 조기 상환하는 등 상환 부담을 줄이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2개월 유리보(Euribor·유럽 은행 간 금리)가 지난해 7월 초 0.961%에서 올해 12월 초 3.90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약 75%로 한국(58.4%)보다 높다. ● 고금리 직격탄 맞은 글로벌 ‘영끌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한 캐나다도 고금리 충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9%로 세계 3위였다. 한국(100.2%·4위)보다 높다. 샤나 리 캐나다왕립은행(RBC) 모기지 스페셜리스트는 “고금리의 충격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담대 이자가 1.1%까지 하락했던 2020년, 2021년 ‘영끌’한 고객이 많다”며 “그때 변동금리로 계약한 고객들은 현재 6%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는데, 이자가 크게 늘어 원금은 갚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에 따르면 85만 캐나다달러(약 8억2111만 원) 이상을 빌린 대규모 주담대 보유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08%에서 올해 2분기(4∼6월) 0.13%로 급등했다. 미국의 중산층도 고물가와 임차료 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미 뉴욕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프레드 맥널티 씨(30)는 올봄 맨해튼 북단 ‘워싱턴하이츠’ 지역으로 이사했다. 2021년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월 1660달러(약 216만 원)였던 ‘할렘’ 지역 스튜디오(방이 없는 원룸) 월세가 2년 뒤 1970달러(약 257만 원)로 20% 가까이 뛰었다. 맥널티 씨는 기자와 만나 “현재 지역에선 방 2개 아파트를 월 2550달러(약 333만 원)에 구했다”며 “그나마 나는 경제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외식 습관도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엔 맨해튼 미드타운(시내 중심지)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 1인당 7∼15달러(약 9000∼2만 원)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5∼20달러(약 2만∼3만 원) 수준에 팁이 20%가량 붙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긴축 여파로 월세 부담도 상승 금리 갱신 주기가 비교적 짧은 영국에선 연말까지 고정금리 주담대 150만 건의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영국의 주담대 금리가 급등해 7월에는 2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6.66%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상환액이 늘어나 연말까지 120만 가구의 저축이 바닥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7월 영국 주택 임대료는 통계 발표 이래 가장 큰 폭(5.3%)으로 올랐다. 영국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박경민 씨(26)는 “주변에는 월세로 400파운드(약 66만 원)가 한 번에 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고강도 긴축의 충격으로 세대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시기에 집을 산 중장년층과 달리 젊은층은 고금리에 집을 사기도, 가족을 꾸리기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맥널티 씨는 “베이비부머들은 저금리에 집을 사고, 부부 중 한 명은 집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마드리드·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밴쿠버=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KB국민, 하나은행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지수 하락으로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이로써 주요 시중은행이 모두 관련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하나은행은 4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를 각각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중요한 만큼 홍콩H지수 편입 ELS만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이 홍콩H지수 ELS를 모두 팔지 않게 됐다. 우리,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2,000 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850대를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에 대한 점검에 돌입했다. 동시에 은행권에 ELS 판매한도 규제와 관련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도입된 ‘파생상품 총량규제’가 오히려 은행 한 곳에서 특정 상품을 집중 판매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 총량규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어 개선이 필요한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일부 은행의 경우 판매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오랜 기간 동안 요구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위원회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위는 29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신·신한투자·KB·NH투자증권, IBK기업·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 등 7개 금융사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라임 펀드의 투자 구조를 만들고 관련 거래를 확대시키는 데 관여한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3개월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이는 앞선 2020년 금융감독원이 내린 문책 경고보다 높은 수위다. 이에 박 대표는 올해 말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앞서 금감원이 결정한 ‘문책 경고’ 중징계안이 확정됐다. 이번 징계로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정 대표의 추가 연임도 불가능하게 됐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가 금융위에서 확정될 경우 제재 대상은 연임뿐 아니라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도 제한된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주요 시중은행들이 12월 한 달간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대출자들의 조기상환을 유도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고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와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도상환 수수료 개선 및 소비자 부담 경감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우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IBK기업은행은 12월 한 달간 가계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본인 자금으로 대출금을 갚거나 같은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고객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 달간 전액 감면받는다. 6개 은행들이 올해 1∼2월에 순차적으로 도입한 ‘취약계층 대상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프로그램’도 연장된다. 당초 이 프로그램은 내년 초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2025년 초까지 1년 더 운영된다. 현행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가 대출일로부터 3년 이내에 상환할 경우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각각 1.2∼1.4%, 0.6∼0.8% 정도다. 최근 3년간 은행권이 수취한 중도상환 수수료는 연평균 3200억 원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이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 ‘한시적 면제’ 카드를 꺼낸 것은 가계빚 증가 폭을 둔화시키고,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24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7조9724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아직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저해할 상황은 아니지만,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부채상환을 위한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중도상환 수수료의 투명성,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수수료에 실제 발생하는 비용만 반영될 수 있게 가이드라인(모범규준)을 만들고, 여기에 제시된 비용 외의 항목을 가산할 경우 불공정 영업행위로 간주할 예정이다. 또 수수료 부과, 면제, 산정 기준 등을 공시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분기(1∼3월)부터 감독규정 입법 예고, 모범규준 개정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향후 고객, 상품 특성 등을 고려해 수수료 부과 대상 및 요율 등의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들도 상생금융 방안을 쥐어짜느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조만간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어서 보험업계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상당한 분위기입니다.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는 이달부터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20일엔 8대 금융지주 회장을 27일엔 17개 은행장을 만나 고금리 장기화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길 요청했지요. 다음달에는 보험, 카드, 캐피털 등 2금융권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 합니다.정부가 은행 다음으로 보험사에 상생금융을 요구하는 것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졌으니 곳간이 비교적 넉넉한 금융권이 ‘십시일반’을 해달라는 것이죠.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1~6월) 동안 9조14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63% 늘어난 수준입니다. 은행, 보험사들은 라이선스에 기반해 사업을 펼치다 보니 인허가권을 지닌 금융당국의 요구를 허투루 넘길 수 없습니다. 금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으로 상생금융에 협조하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의 고민은 은행처럼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대책을 내놓기 힘들다는 겁니다. 대출 사업을 주력으로 안 하다보니, 이자를 깎아주거나 감면해주는 형태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거죠. 우선,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차량을 소유한 2400만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상태라 수혜 대상이 넓기 때문입니다.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개선돼 보험료를 낮춰도 손보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도 않습니다. 애초 인하율을 1.5~2.0%로 검토했는데 최근에는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2~3% 선으로 논의 중이라 합니다. 40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가입해 ‘제 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지난해 실손보험은 약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내서 보험료가 올들어 평균 8.9% 정도 인상됐습니다. 손보업계에선 적자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상생금융 협조 차원에서 인상폭을 최대한 낮춰보자는 기류입니다.생명보험업계는 상생금융 방안을 물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손보처럼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상품이 전무한 데다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같은 보편적인 상품도 없기 때문입니다. 한 대형 생보사 임원은 기자에게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내놓자니 ‘상품 더 팔아서 돈 더 벌겠다는 거냐’고 욕만 먹을까 걱정된다”며 “은행에 비해 실효성 있는 상생금융 카드를 제시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생보업계에서는 청년, 취약계층에 특화된 상품 대신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하는 게 유의미한 접근이란 의견도 나옵니다.보험사 CEO와 금융당국 수장간의 간담회는 다음달 6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날 보험사들은 정부가 ‘깜짝 놀랄만한’ 상생금융 보따리로 화답할 수 있을까요. 보험업계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 17곳의 행장과 만나 유효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주길 당부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이자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 갈아타기)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2금융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범위와 지원 수준 확대를 검토하겠다”며 “정부도 은행의 상생금융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9조5000억 원 규모의 자영업자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 7% 이상인 고금리 대출을 5%대의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자 감면 폭이 크지 않고 지원 대상도 적어 이용 실적이 저조한 편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권에 실효성 있는 상생금융 방안을 도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대출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와 함께 내실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 17곳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별로 관련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부 계획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진행한 행사는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달 20일에는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주길 요구한 바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근 우려가 커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기일까지 H지수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원금 손실을 막을 수 없다.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불완전 판매가 의심될 경우 판매사에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금융사의 금융소비자보호부서에 상황을 설명하고 보상, 배상 가능성을 따져 보는 방식이다. 금융사가 아닌 금융감독원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진술과 해당 금융사에 대한 사실 조사를 거쳐 당사자 간의 합의 권고 등을 통해 금융분쟁을 해결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처리한다. 분쟁조정위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금융사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소지가 명확할 경우 최대 80%까지 책임을 부과해 왔다. 또한 라임·옵티머스·헤리티지 등 3개 펀드에 대해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를 적용해 판매사에 투자금 전액 반환을 권고한 적도 있다. 다만 과거에 파생상품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불리할 수도 있다. 2013∼2014년 당시 증권사들이 판매했던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당시 판매 직원들은 고유가 시대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했지만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원금의 70% 이상 날린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법원이 원고의 상당수가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풍부해 ELS, DLS의 위험도를 인지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