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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징역 6년과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가 선고 기일을 11월 29일로 잡은 가운데 법원이 3년 10개월간 재판을 진행하며 공직선거법 제정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 심리로 열린 송 전 시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경찰 권한을 악용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한 유례없는 관권선거”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황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각종 비위 정보를 받아 ‘하명 수사’를 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공동 피고인인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은 징역 3년, 민주당 한병도 의원과 박형철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에 산재모병원 설립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이진석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송 전 시장은 최후변론에서 “황 의원과는 당시 시장이나 측근에 대한 수사, 선거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도 “(수사를) 청탁받은 사실이 없고 청와대, 경찰청 누구와도 명시적 묵시적 의사 교환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11월 29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0년 1월 기소 이후 3년 8개월 넘게 재판이 이어지면서 송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퇴임했고, 황 의원과 한 의원도 내년 5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선거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제정한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법원이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사진)가 2021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보도되자 남욱 변호사에게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 이재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말했다는 조사 결과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은 또 김 씨가 검찰 수사 초기인 2021년 10월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이재명 후보 이름이 언급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윤석열 대통령으로 몰아가려고 김 씨가 치밀하게 ‘대선 공작’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이재명 살아야 우리가 산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김 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심문에서 김 씨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한 사실과 남 변호사 등에게 ‘가짜 인터뷰’를 종용한 정황을 공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그분’이 언급되자 남 변호사는 2021년 10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만배는 유동규를 ‘그분’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본 김 씨가 남 변호사에게 전화해 “이제 우리랑 이재명은 한배를 탔다. 이재명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이후 남 변호사는 다시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 이재명은 (오히려)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했다. 검찰은 비슷한 시기에 김 씨가 조 씨에게도 “게이트가 되면 안 된다. (유)동규의 뇌물 사건으로 정리돼야 한다”며 허위 인터뷰를 지시했고 이후 조 씨가 JTBC와의 인터뷰에서 “그분은 유동규다. 유동규의 개인 일탈일 확률이 매우 크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김 씨가) 증거 인멸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릴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았고 김 씨는 6일 자정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석방됐다.●“대장동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언론 공작”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밖에도 지난해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사건에서 언급되지 않도록 김 씨가 대장동 업자들을 단속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김 씨 자택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 조 씨에게 “대장동 사업 자체가 ‘성남분들’ 사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이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조 씨에게 커피를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취지의 ‘가짜 뉴스’를 김 씨가 만들어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이 대표에서 윤 대통령으로 바꾸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언론 공작이었다”며 “김 씨는 내가 ‘윤석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신 전 위원장과) 허위 인터뷰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또 “대선 전 JTBC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윤석열 검사는 모른다. 대장동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는데도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JTBC는 6일 저녁 뉴스에서 당시 보도에 대해 “중요한 진술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 시청자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허위 인터뷰가 보도되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방통위는 이날 가짜 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허위 보도를 한 번이라도 하면 바로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가짜 뉴스 퇴치 TF를 가동해 사건 전모를 분석하고 있다. 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봉투’가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된 과정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돈을 받거나 함께 살포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명단도 나왔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에서 검찰은 돈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재생했다. 녹음 파일에서 강 전 회장은 2021년 4월 10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통화하며 “내가 성만이 형이 연결해줘서 그거 좀 나눠 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갖고 인사했다’라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지역본부장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 명단도 거론됐다. 윤관석(수감 중)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오전 이 전 부총장에게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 정도가 못 나왔어”라며 “김남국 윤재갑 이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오빠, 거긴 해야 해, 호남은 해야 해”라며 재촉했다. 윤 의원이 또 “인천 둘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며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이 “어제 그만큼 똑같이?”라고 물었다. 윤 의원은 “응”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같은 날 저녁 송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추가로 3000만 원을 받아 이튿날 의원들에게 나눠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윤 의원이 주도한 송영길 캠프 핵심 인사 모임 ‘기획회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명단도 일부 공개됐다. 강 전 회장이 이 전 부총장과의 통화에서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정도만 딱 넣어서”라며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 공유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은 기획회의에서 돈봉투 살포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허종식 의원은 “강 전 회장과 회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돈봉투도 본 적 없다”고 했다. 윤재갑 임종성 이용빈 의원 측도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 측은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남국 의원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돈봉투’가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된 과정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돈을 받거나 함께 살포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 되는 현역 의원 명단도 나왔다.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의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에서 검찰은 돈봉투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재생했다.녹음파일에서 강 전 회장은 2021년 4월 10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통화하며 “내가 성만이 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고 영길이 형한테 말했어.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갖고 인사했다’라고 하니 ‘잘했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지역본부장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한 것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의원 명단도 거론됐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28일 오전 이 전 부총장에게 “아침 회의에는 김남국 윤재갑 등 4명 정도가 못 나왔어”라며 “김남국 윤재갑 이 둘은 또 호남이잖아”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오빠, 거긴 해야 해, 호남은 해야 해”라며 재촉했다.윤 의원이 또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어”라며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고 하자 이 전 부총장이 “어제 그만큼 똑같이?”라고 물었다. 윤 의원은 “응”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같은 날 저녁 송 전 대표 캠프 사무실에서 추가로 3000만 원을 받아 이튿날 의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윤 의원이 주도한 송영길 캠프 핵심 인사 모임 ‘기획회의’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명단도 일부 공개됐다. 강 전 회장이 이 전 부총장과의 통화에서 “윤관석,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이용빈 정도만 딱 넣어서”라며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 공유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은 기획회의에서 돈봉투 살포 계획이 확정됐다고 보고 있다.실명이 거론된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허종식 의원은 “강 전 회장과 회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돈봉투도 본 적 없다”고 했다. 윤재갑 임종성 이용빈 의원 측도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 측은 “이미 검찰 수사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남국 의원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정성택기자 neone@donga.com}
경찰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추락사한 현직 경찰관이 마약류를 단순 투약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구매해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집단 마약 투약 현장에서 추락사 한 지방 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장 A 씨와 관련해 마약류를 직접 구매해 현장에 가져왔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미리 마약류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구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A 씨의 마약류 투약 여부 등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 씨가 추락사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일행 15명 중 일부로부터 “A 씨가 마약류 등을 직접 투약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참석자의 진술이 엇갈려 정밀 부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에서 마약을 직접 구입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A 씨와 함께 있었던 일행 중 일부에게서 경찰의 간이 마약 시약검사 결과 엑스터시, 케타민, 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 A 씨가 이런 마약류 등을 검색하고 구매까지 시도하려 했던 정황이 나온 것이다.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15명 전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을 출국 금지한 상태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A 씨의 마약류 투약 및 매매여부 등에 대해 엄중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00억 원을 출연해 언론재단을 만들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사진)을 이사장으로 앉히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김 씨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는 대가로 1억6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로부터 “김 씨가 신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초기 자금 100억 원 수준의 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언론사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언론재단을 만들어 여러 언론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씨가 100억 원을 실제로 출연하지 않았고, 재단 설립도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김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은 내가 쓴 3권의 책값”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의혹을 인터뷰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 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책값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우 상황과 액수 등에 따라 유무죄 여부가 갈렸다.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대가로 2013년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로부터 336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돼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100만 원이 확정됐다. 신 전 의원은 “회원들이 순수한 찬조 목적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출판기념회에서의 의례적 찬조금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고액”이라고 봤다. 한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로부터 총 4950만 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는 자신이 쓴 책 100권을 직접 팔고 198만 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책을 보내준 뒤 정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전례를 감안할 때 신 전 위원장이 받은 1억6500만 원이 실제론 책값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은 내가 쓴 3권의 책값”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의혹을 인터뷰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 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앞서 책값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우 상황과 액수 등에 따라 유무죄 여부가 갈렸다.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대가로 2013년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로부터 336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돼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100만 원이 확정됐다. 신 전 의원은 “회원 개인들이 순수한 찬조 목적으로 준 돈이며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로비 자금으로 처벌한 유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한유총에서 입법을 위해 조직적으로 건넨 돈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개인적인 친분을 고려하더라도 출판기념회에서 의례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찬조금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고액”이라고 봤다. 대법원도 1, 2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반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로부터 총 4950만 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에는 자신이 쓴 책 100권을 출판사가 아닌 본인으로부터 직접 사 달라며 198만 원을 송금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심은 “책을 보내준 뒤 정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라고 봤고 대법원도 지난해 1월 2심 판단을 인정했다. 신 전 위원장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할 때 신 전 위원장이 2021년 9월경 김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이 책값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판권도 아닌 책 1권당 약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00억 원을 출연해 언론재단을 만들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앉히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김 씨의 허위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는 대가로 1억6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자로부터 “김 씨가 신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초기 자금 100억 원 수준의 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언론사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언론재단을 만들어 여러 언론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씨가 100억 원을 실제로 출연하지 않았고, 재단 설립도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김 씨로부터 받은 1억6500만 원은 내가 쓴 3권의 책값”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이 지난해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의혹을 인터뷰한 대가라고 보고 있다.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책값이라며 금품을 받은 경우 상황과 액수 등에 따라 유무죄 여부가 갈렸다.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 대표 발의 대가로 2013년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로부터 336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으로 기소돼 2017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100만 원이 확정됐다. 신 전 의원은 “회원들이 순수한 찬조 목적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출판기념회에서 의례적 찬조금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의 고액”이라고 봤다.한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금융업계 관계자로부터 총 4950만 원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는 자신이 쓴 책 100권을 직접 팔고 198만 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책을 보내준 뒤 정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 뇌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라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전례를 감안할 때 신 전 위원장이 받은 1억6500만 원이 실제론 책값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부모 이혼 후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A 군(10)은 올 초 말다툼을 벌인 뒤 할아버지를 흉기로 찔렀다. “게임을 그만하라”는 할아버지의 지적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A 군은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가정법원 조사관의 판단이 받아들여져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31일 법원통계월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A 군처럼 소년범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4만2082건으로 2017년(3만3584건)보다 약 25%(8498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까지 월평균 3884건이 접수돼 지난해 월평균보다 10% 이상 늘었다. 연말까지 5만 건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범죄를 저지르는 나이도 점차 어려지는 추세다. 소년범 중 만 14세∼19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소년’ 수는 2017년과 지난해 사이에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만 10세∼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은 같은 기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소년범처럼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음주 후 소란을 피우는 등 ‘향후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분류된 만 10세∼19세 미만 ‘우범소년’ 사건도 같은 기간 526건에서 960건으로 약 83% 늘었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발달이 빨라진 것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립, 폭력적인 미디어 노출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촉법소년의 범죄 유형을 보면 상습 절도와 차량 강탈 등이 많다. 온라인 등에서 관련 정보를 접하기 쉬워진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소년범이 적절한 교화가 이뤄지지 않아 성인 흉악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년범의 경우 최근 10년간 재범률이 약 12%로 성인(약 5%)의 두 배 이상이다.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에서 또래 소년범들과 어울리며 네트워크가 생기고 범죄를 학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은 미성년자 시절 소년부로 송치된 전력이 14건이나 있었다. 전문가들은 교정 시스템과 인프라를 확충해 소년 범죄가 흉악 범죄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년범 재판 경험이 많은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막상 법정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덩치만 컸지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며 “소년범의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강한 처벌보다 효과적인 교화 수단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사관 1명이 소년범 80명 맡아… “전화확인 급급” 사실상 방치소년범 5년새 8500건 급증… 전국 법원 가사조사관 221명 그쳐7곳 없고, 23곳 1명이거나 순환근무‘소년범 수용’ 정신의료기관 1곳뿐“교육-복지 등 종합예방시스템 시급” 전문가들은 소년범이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이들을 교화하기 위한 인력과 인프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사 대상 90%는 전화로 파악”가정법원 소속 공무원인 가사조사관이 대표적이다. 가사조사관은 소년·가정·아동 사건 관련자를 면담하고 조사한 후 처분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낸다. 소년 사건의 경우 보호조치가 끝난 청소년들을 관리하고 감독해 재범을 막는 역할도 한다. 법원행정처의 ‘전국 법원 조사관 현황’에 따르면 전국 가정법원과 지방법원, 지원 53곳에 배치된 조사관은 올 4월 기준으로 221명에 불과하다. 법원 7곳에는 아예 조사관이 없었고, 법원 23곳에는 조사관이 1명뿐이거나 다른 법원 조사관이 함께 맡고 있었다. 인력이 가장 많은 서울가정법원조차 조사관 1명이 약 80명의 소년범 사건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서울가정법원 박희수 가사조사관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 상황을 살피고 적절한 교화 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며 “만나지 못하고 전화 조사를 하는 경우가 90%”라고 토로했다. 또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주기만 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크게 낮아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프라도 부족하다. 소년범 중에는 정신질환을 앓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집중 치료가 필수적인데 소년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신의료기관은 대전에 1곳뿐이다. 나머지 병원들은 감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입원을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사회로 나오기 전 교화 목적으로 수용되는 소년보호시설 역시 자리가 부족하다. 한 가정법원 관계자는 “일부 소년범은 자리가 부족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진 보호시설에 가지 못하고 임시시설인 소년분류심사원에 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활동 조사관 1600명 일본의 경우 한국의 가사조사관에 해당하는 가재조사관이 약 1600명 활동 중이다. 가재조사관은 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2년간 연수를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는데, 이 역시 5주 교육을 받은 후 투입되는 한국과 격차가 크다. 법원행정처는 일본과 비슷한 역할을 하려면 가사조사관을 45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통합가정법원’을 운영한다. ‘한 가족 한 판사’ 시스템에 따라 특정 가족의 여러 사건을 한 재판부가 담당한다. 처벌보다 개선에 초점을 둔 ‘치료사법’도 적극 활용 중이다. 치료사법은 소년범의 가정환경과 성향, 부모의 경제적 여건 등을 전문가들이 복합적으로 살피고 그에 맞는 교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법원 소년부를 만든 건 일반 형사법정에서 소년범을 처벌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당초 소년부의 취지는 판사 혼자 판결을 내리는 게 아니라 교육, 심리, 정신건강, 복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소년범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은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범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소년과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을 합쳐 소년범이라고 한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가족이 보유한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3년가량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29일 “재산 증식 목적은 아니었지만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보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110.65㎡·11억5000만 원) 등 64억 원가량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처가의 비상장 가족회사인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주식 보유 사실은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서류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배우자, 장남과 장녀는 두 회사의 주식 250주 씩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1명당 각 2억4731만 원 규모로, 총 9억8924만 원 수준이다.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재산 총액은 72억3158만 원이다.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00년경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두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데, 처음부터 법률상 재산등록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처가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고,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 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비상장 주식이)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도록 변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이 후보자는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해당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는 두 회사 주식 보유 사실이 포함됐다고 한다.이 후보자는 1987년 부산의 농지를 사들여 보유하면서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전날 “등기상에는 논으로 나오지만 취득 당시 잡종지였고 이후에도 장인이 사업 용지로 써 농지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이 후보자는 29일 인사청문회 준비팀 사무실 첫 출근길에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과거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감형해 줬다는 논란에 대해선 “차근차근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만 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가족이 보유한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20년 넘게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29일 “재산 증식 목적은 아니었지만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보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아파트(110.65㎡·11억5000만 원) 등 64억 원가량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처가의 비상장 가족회사인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주식 보유 사실은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서류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배우자, 장남과 장녀는 두 회사의 주식 250주 씩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1명당 각 2억4731만 원 규모로, 총 9억8924만 원 수준이다.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재산 총액은 72억3158만 원이다.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00년경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두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데, 처음부터 법률상 재산등록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처가 재산 문제여서 잊고 지냈고, 2020년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 주식 평가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비상장 주식이)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도록 변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이 후보자는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해당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는 두 회사 주식 보유 사실이 포함됐다고 한다.이 후보자는 1987년 부산의 농지를 사들여 보유하면서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전날 “등기상에는 논으로 나오지만 취득 당시 잡종지였고 이후에도 장인이 사업 용지로 써 농지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이 후보자는 29일 인사청문회 준비팀 사무실 첫 출근길에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이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과거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감형해 줬다는 논란에 대해선 “차근차근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만 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이 후보자는 또 “사법부가 동력을 회복하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느냐가 가장 급하다”며 사법부 개혁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법무법인 율촌 압수수색에 대해 28일 성명을 내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 신뢰관계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10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율촌 소속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변호사업계가 집단 반발하는 모양새다.대한변협은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법률자문 내역을 입수하는 사태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금감원이 엄격히 활용해야 하는 수사권을 남용해 로펌을 압수수색하는 데 이용한 것은 무척이나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김영훈 대한변협 회장은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수사의 단초를 얻는 편의주의가 지배하게 됐다”며 “국제적인 기업들도 한국 변호사들과 상담하면 언제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돼 국내 변호사들의 국제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으로 의뢰인의 자료가 수사당국에 빈번히 넘어가면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진실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의뢰인의 방어권 침해가 불가피해진다는 취지다.수사당국의 로펌 압수수색을 계기로 변호사 업계에선 변호사·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ACP)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 권리”라며 “변론권 침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22일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뒤에도 원래 근무지인 서울고법에 출근해 11건의 민사 사건 결정문을 쓰고 선고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모친상 직후 청문회를 준비하는 와중에 기존 재판들까지 직접 마무리한 이 후보자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맡은 사건을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이 후보자의 원리원칙이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주 원 소속이던 서울고법 민사항고 재판부에 출근 해 원래 담당하던 11건의 민사 사건을 직접 마무리했다고 한다. 22일 모친상 발인 당일 지명된 직후 청문회 준비에 돌입하면서도 서울고법 재판부에서 다뤄온 사건들을 끝까지 챙긴 것. 이 후보자 주변에서는 “청문회 준비절차가 복잡하니 판결은 남겨둬도 된다”며 만류했지만 이 후보자는 “(본인이) 맡았던 사건인 만큼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은 내고 가는 것이 도리”라며 업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를 잘 아는 한 판사는 “재판 지연이 문제라고 얘기하면서 정작 맡은 재판을 미루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같다”며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 후보자의 스타일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평소 “좋은 재판을 위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어야지, 워라밸만 따로 생각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기능체가 공동체가 되는 순간 망한다”는 지론을 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29일부터 대법원 인근에 마련된 외부 사무실로 출근해 본격적인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다.또한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고법 회의실에서 열린 간이 환송회에서 동료 판사 및 직원들에게 “김명수 대법원장(64·15기)과 무조건 반대로만 가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의 사법정책이 이른바 ‘김명수표 정책 지우기’ 일변도가 아니라 기존 사법정책의 문제를 면밀히 파악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나갈 거란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후보자는 “법원이 동력을 찾을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사진)가 과거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형량을 감형해줬다는 논란과 관련해 “다른 성범죄 사건 등에서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27일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아동 성폭행범 A 씨의 형량을 7년으로 감형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A 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2세 피해자를 세 차례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비슷한 아동 성범죄로 인한 전과가 있었고 집행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질렀다. 이 후보자는 이 판결이 논란이 되자 25일 입장문을 내고 “1심의 양형 편차를 최소화하고 객관적 양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양형 기준 권고 형량 범위를 참고했다”며 “권고형 범위인 징역 4년∼10년 8개월을 고려해 도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27일 추가 자료를 내고 “일부 판결의 결론이나 문구만으로 성범죄나 강력범죄에 온정적인 것처럼 보도되는 상황”이라며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판결 5건을 제시했다. 모두 이 후보자가 2019∼2020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선고한 사건인데 이 중 2건은 성범죄 관련 판결이었다. 판결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0년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며 7시간 넘게 감금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해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이 피고인이 다른 범죄를 저질러 집행유예 중인 상태라며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3년 6개월을 추가로 복역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이 같은 판단이 부당하다고 보고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는 것이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김명수 현 대법원장(64·15기)이 추진해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 등을 심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강하게 반대해 왔다. 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24일 오전 김 대법원장이 주재한 임기 내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가 철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균용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위헌 소지”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평소 가까운 법조인 등에게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먼저 국회 입법이 아닌 형사소송규칙 개정만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또 “판사 권한을 늘리는 내용인데, 권한 확대를 향한 개혁은 자칫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또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검찰 및 학계 등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지 대법원 안에서만 ‘짬짜미’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법부와 수사기관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합의 절차를 거쳐야 법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6월 1일부터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검경 등 수사기관이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 내부에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중심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법원행정처는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섰고 검찰과 법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사전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한정하는 등 절충안을 마련해 대법관 회의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24일 주재한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서 빠지면서 도입 여부는 차기 대법원장 임기로 넘어갔다.● 이균용 임명 시 철회 가능성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던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제도 도입이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23일 김 대법원장 예방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깊게 생각 안 해봤다”며 선을 그었다. 법원행정처도 압수수색영장 남발을 제어할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도 본인 임기 때 개정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는 뜻을 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법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 임명 이후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고 국회 입법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김명수 현 대법원장(64·15기)이 추진해온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판사가 피의자 등을 심문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강하게 반대해 왔다.대법원은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24일 오전 김 대법원장이 주재한 임기 내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가 철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균용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위헌 소지”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평소 가까운 법조인 등에게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먼저 국회 입법이 아닌 형사소송규칙 개정만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또 “판사 권한을 늘리는 내용인데, 권한 확대를 향한 개혁은 자칫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후보자는 또 미국 일본 등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검찰 및 학계 등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지 대법원 안에서만 ‘짬짜미’ 식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법부와 수사기관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합의 절차를 거쳐야 법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올 2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6월 1일부터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검경 등 수사기관이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원 내부에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중심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이어졌다.법원행정처는 예상보다 거센 반발에 한 발 물러섰고 검찰과 법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또 사전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한정하는 등 절충안을 마련해 대법관 회의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24일 주재한 마지막 대법관 회의 안건에서 빠지면서 도입 여부는 차기 대법원장 임기로 넘어갔다.● 이균용 임명 시 철회 가능성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던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제도 도입이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23일 김 대법원장 예방에 앞서 취재진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깊게 생각 안 해봤다”며 선을 그었다.법원행정처도 압수수색 영장 남발을 제어할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도 본인 임기 때 개정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는 뜻을 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법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후보자 임명 이후 개정안 처리를 보류하고 국회 입법으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김명수 대법원장(64·15기) 체제에서 심각해진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독일이나 일본처럼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주변에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취임 후 이른바 ‘사법 민주화’를 내걸고 법원행정처 역할 축소, 수직서열 문화 해소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능한 법관들이 법원을 떠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웰빙 판사’가 늘면서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를 두고 심각성을 여러 차례 주변에 강조해 온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 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관련 법 제정 등 재판 지연 방지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균용 “신속 재판 입법 필요” 소신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지명 전부터 가까운 법조인 등에게 “재판 지연 문제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 ‘히드라’와 같다.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다각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 일본처럼 신속한 재판을 위한 법률 제정 등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고 한다. 웰빙 판사 논란에 대해서도 “좋은 재판을 위한 워라밸이지 워라밸만 따로 생각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기능체’가 ‘공동체’가 되는 순간 망한다”는 지론을 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헌법 27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이 있다. 또 민사소송법은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민사소송법 해당 조항은 1999년 헌법재판소로부터 강제성 없는 ‘훈시 규정’이란 판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재판 현장에서 이 조항이 지켜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과거에는 법원장이 재판을 늦게 진행하는 판사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문화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재판 지연이 누적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 후 1년 넘게 선고가 안 나는 미제 사건은 민사 9만8879건, 형사 1만8920건으로 총 11만7799건에 달한다. 또 2014년 조사 당시 접수부터 선고까지 평균 252.3일이 걸리던 민사합의부 1심 처리 기간은 2021년 364.1일로 7년 만에 110일 넘게 늘었다. 한 법원 관계자는 “판사들이 매달 판결문을 주 3건씩, 3주 동안 총 9건을 작성하고 마지막 한 주는 쉬어가는 이른바 ‘3·3·3 캡’ 등 ‘웰빙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재판 지연이 만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獨, 日은 법으로 재판 지연 방지 이 후보자가 사례로 든 독일은 심각해지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재판지연보상법’을 만들었다. 장기간 진행되는 재판으로 불이익을 본 국민에게 재판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정부가 100유로(약 14만5000원)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재판 지연이 발생한 법원의 상급 법원은 소송 절차가 얼마나 복잡했는지, 소송 참가자들이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 등을 따져 손실보상 범위를 판단한다. 실제로 5년 6개월 걸린 유족연금 청구 재판에서 2년 6개월에 대해 손실 보상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일본 역시 장기 미제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2003년 ‘재판 신속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사건 처리 절차에 필요한 기간, 사건 처리 장기화 원인 등에 대한 조사 분석 검증 등을 실시하고 결과를 2년마다 공표하며 신속 재판을 유도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재판 지연 관련 법을 만들고 손해배상을 하게 하거나 관리를 강화하며 법관들의 성실한 재판 진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하면 다음 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지내는 등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또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 온 신망 있는 법관”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 지연 등으로 법원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고 보고 강력한 리더십과 통솔력으로 ‘법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인물로 이 후보자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법원을 살리려면 차기 대법원장은 비판을 각오하고 임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경남 함안군 출신인 이 후보자는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6기로 법관에 임용됐다. 32년간 법관으로 활동하며 서울남부지법원장과 대전고법원장 등을 지내는 등 재판과 사법행정 경험을 두루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 성향으로 법원 내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며 주관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게이오대 연수를 두 차례 받는 등 일본 법조인들과 교류가 많아 법원 내 대표적 ‘지일파’로도 꼽힌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데 대학 시절에는 윤 대통령과 교류가 없었고 법조계에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도 이례적이다. 역대 대법원장 14명 중 대법관 출신이 아닌 사람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 현 김명수 대법원장 등 세 명뿐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김 실장은 방 후보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 분야 국정 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후임 기재부 1차관에는 김병환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李 “재판 신뢰가 나락 떨어져 참담”‘사법부 정상화’ 전면개혁 나설 듯“자유수호 위한 극단주의, 惡 아니다”법조계 “주관 뚜렷한 보수 성향”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선 “사법부를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말이 나온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훼손된 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고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현직 법관 신분으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해 왔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5000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법원 조롱거리로 전락해 참담” 대통령실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비정상화’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인물들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검증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강력한 리더십과 통솔력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바라는 법원 개혁은 신속,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법원 정상화 과정에서 법관 업무가 늘어나면 후배 법관들이 싫은 소리를 할 텐데 이 후보자의 경우 이를 감내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 당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김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2021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론 보도대로 사법부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며 당시 불거졌던 김 대법원장의 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을 공개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민사재판에 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배심제가 기원한 영국도 민사재판에선 배심제를 없앴다”며 “(김 대법원장이) 해외 경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주변에 언급했다고 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62·15기)의 경우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법원장이 헌재에서 오는 것은 부담이었다”며 “개혁은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 수호에 극단주의는 악(惡) 아냐”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를 두고 정통 보수 성향으로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법관의 공정성과 법원의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이 후보자는 대전지방변호사회지(계룡법조)에 기고한 글에서 “(법관은) 적어도 자유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통해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에 대해선 “법원의 신뢰를 저해한 행동으로 볼 소지가 많다. 굉장히 잘못된 것이고 충분히 징계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조적이다. 민사판례연구회는 양승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여러 전직 대법관이 회원으로 활동한 모임인데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최상위 성적인 몇 명씩만 선택적으로 가입이 허용됐다고 한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에 대해 법조계에선 “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란 평가가 많다. 이 후보자는 서울남부지법원장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민주화 제고’와 법관 인사 공정성 확보를 명분 삼아 도입한 ‘사무분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당시 이 후보자는 “능력 있는 법관이 어렵고 힘든 재판을 맡는 것이 맞다”며 설치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때는 법원장회의 간사를 맡아 ‘수사 의뢰 반대’ 의견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같은 의혹으로 기소됐던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판사에 대한 2심 판결을 맡아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32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해 온 이 후보자는 법리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로서 엄밀하고 정확한 판결을 내려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통 보수 성향임에도 2019년 고 백남기 농민 사망 당시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선배 법조인은 “법리도 탄탄하고 문건 작성 실력도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기존 판결을 반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평소 주변 판사들에게 ‘판사 연차가 어느 정도 찬 뒤에는 스스로 법리를 탐구해 새롭게 정립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한다. 다만 판사들 중에는 그의 ‘강성 이미지’를 거론하며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판사는 “너무 깐깐한 데다 똑똑하다 보니 (후배들에게) 칭찬이 적은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한 판사도 “이 후보자가 질책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모시기 힘든 선배란 평가도 받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친분이 두터운 것이 사법부 개혁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개혁을 위해선 의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 많은데, 다수당이 바뀌기 전까지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정통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김명수 대법원장(64·15기) 체제에서 진보 우위였던 대법원 구도가 보수 우위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이 후보자가 임명 제청하는 대법관 후보자 역시 상당수가 보수 성향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내년에 대법관 6명이 교체되면 이 후보자를 포함해 과반이 보수 성향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이 후보자를 포함할 경우 대법관 14명 중 보수와 진보 성향이 5명씩으로 같다. 나머지 4명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진보 성향 옅어지는 대법원 2017년 9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출신 대법관이 대거 임명되며 진보 우위 구도가 구축됐다.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노정희(60·19기) 박정화(58·20기) 이흥구(60·22기) 대법관, 역시 진보 성향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오경미(55·25기) 김상환(57·20기·법원행정처 처장) 대법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대법관(62·17기) 등이 연이어 임명됐다. 지난달 18일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퇴임 전까지 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진보 성향 법관은 7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오석준 대법관(61·19기)에 이어, 지난달 권영준(53·25기) 서경환(57·21기)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보수 4명, 중도 4명, 진보 6명 구도가 됐다. 이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 표결을 거쳐 임명되면 보수 5명, 중도 4명, 진보 5명 구도가 된다. 법조계에선 향후 보수 색채가 강한 법관들이 대법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66·15기) 민유숙(58·18기) 대법관을 시작으로 김선수 이동원(60·17기) 노정희 대법관이 8월, 김상환 대법관이 12월 퇴임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는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과 제청권자인 김 대법원장의 성향이 엇갈렸던 만큼 ‘강한 보수’보다 중도 성향 법관들이 대법관에 주로 임명됐다”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보수색이 확실한 인사들이 여럿 대법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후보자는 검찰 출신 대법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내년 1월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 제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명수 지우기’도 속도 낼 듯김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법원의 수직 서열화를 막겠다며 추진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등 이른바 ‘사법 민주화’ 정책은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저하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이 같은 개혁안을 내세웠지만, 법원 안팎의 반발과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법관의 꽃’으로 불렸던 고법 부장판사 제도가 폐지된 이후 업무 동력이 사라지면서 유능한 법관들이 법원을 떠나고, 각 지방법원 구성원 투표로 법원장을 뽑는 ‘법원장 추천제’ 역시 인기 투표로 전락해 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을 좇는 ‘웰빙판사’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재판 지연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주변에 “재판 지연 문제는 머리가 여러 개인 괴물 히드라와 같아서 원인이 복합적”이라며 “독일과 일본처럼 신속한 재판을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혀 왔다고 한다. 웰빙판사 논란에 대해서도 “좋은 재판을 위한 워라밸이지 워라밸만 따로 생각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를 잘 아는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 후보자 스타일상 강력한 주관을 바탕으로 김 대법원장의 정책 줄기들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