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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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문학/출판43%
문화 일반23%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7%
연극3%
  • [단독]세배·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세배와 성묘 등 ‘명절 세시풍속(歲時風俗)’이 올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26일 ‘명절 분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관련 자문회의’를 열고 설,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등의 명절과 명절에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아울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 7월까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가치 연구용역을 마친 뒤 9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추석은 이미 2021년 12월 전승 및 지정 가치를 판단하는 연구용역을 통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삼국사기’ 신라 본기에 추석을 뜻하는 ‘가위’를 이두 식으로 표기한 ‘가배(嘉俳)’가 기록된 사실에 미뤄 삼국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는 풍습이 전해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명절은 역사성만큼이나 오늘날까지 가족공동체에서 전승돼온 사회·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자문회의에 참석한 배영동 안동대 문화유산학과 교수는 “명절 세시풍속은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며 개인화되는 오늘날에도 한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지탱해주고 있는 전통”이라며 “현재는 그 의미가 옅어지고 있지만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다시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무형문화재 체계는 속칭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기술·예능 보유자를 중심으로 지정돼왔던 데서 나아가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온 지식이나 의식주 등 공동체의 생활관습까지 확장되고 있다. 2015년 문화재청이 보유자나 보유단체 없이도 전승되는 공동체 종목을 지정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면서다. 최근까지 ‘아리랑’, ‘김치 담그기’, ‘온돌문화’, ‘장 담그기’, ‘한복생활’, ‘윷놀이’ 등 16개 공동체종목이 지정됐다. 공동체 전수 종목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네스코의 정책에 발맞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민족의 전통 문화를 두고 중국의 고유 문화라고 주장하는 일부 중국인들의 왜곡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비물질문화유산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정된 조선족 관련 무형유산은 ‘널뛰기’, ‘아리랑’, ‘김치 담그기’ 등 국가 지정 무형유산 17개 종목, 동북삼성(東北三省) 지역에서 지정한 성급 무형유산 81개 종목 등 모두 98개 종목에 달한다. 한민족의 문화가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한복 논란 등에서 보이듯 중국의 고유문화로 왜곡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중국에서는 국가뿐 아니라 성급 자치단체도 조선족 관련 문화를 공동체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중국 고유 문화로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며 “중국의 무형문화재 지정 목록을 보며 맞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지정 가치가 있는 공동체 문화유산을 검토하고 가치를 판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장은 “문화재청이 명절 세시풍속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건 중국과 별개로 우리의 공동체 문화유산을 선제적으로 체계화하려는 시도”라며 “내년에는 ‘연 날리기’를 비롯한 민속놀이와 구전설화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진행해 한국만의 무형문화유산 체계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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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비결은 없어요, 스스로 젊다고 믿었을 뿐”

    세계 최고령 애크러배틱 살사 댄서로 기네스북에 오른 패디 존스(89)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무대에 선다. 구순을 앞둔 백발노인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골반을 비틀며 화려한 살사 댄스를 선보인다.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도 마신 걸까. 그의 전성기는 80세부터 시작됐다. 또래들이 은퇴하고 집이나 병원에서 요양할 때 그는 영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 출연해 살사 댄스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나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내 나이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한다.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불로장생의 묘약은 없다. 다만 젊은 마음가짐이야말로 젊음의 묘약”이라고 말한다. 비단 나이 듦에 대한 마음가짐뿐일까. 저자는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기대효과가 지닌 힘에 대해 풀어낸다. 책은 노화와 건강, 인지능력 등 생각의 전환으로 삶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과학적인 실험 결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대하는 유사과학을 설파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우리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호텔 청소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실험 전 일상에서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이들에게 연구진은 “청소하며 쓰는 에너지만으로 권장 운동량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 결과 이들은 실험 시작 한 달 만에 체중이 줄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생각만으로 건강해지는 마법은 없지만, 이미 일상에서 운동을 실천하는 이들이라면 아주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도 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생각의 전환을 거치면 스트레스도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제러미 제이미슨 뉴욕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0년대 대학원 진학 시험을 치를 예정인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절반은 평소처럼 시험을 치렀지만, 나머지 절반에게는 “시험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시험을 더 잘 보는 경향이 있다”는 안내문을 읽게 한 것. 안내문을 읽는 데에는 단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별다른 안내를 받지 않은 집단의 평균 점수는 800점 만점에 706점이었던 반면 안내문을 읽은 집단은 평균 770점을 받았다. 마음가짐은 인지능력과 건강뿐 아니라 ‘목숨’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2년 예일대 공중보건과학과는 1975년 50세에 접어든 11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20여 년간 추적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여긴 이들은 연구를 시작한 때부터 평균 22.6년을 더 살았다. 이에 비해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프고 무력해진다며 부정적으로 여긴 이들은 평균 15년밖에 살지 못했다. 어쩌면 ‘노인이 되면 아프고 무력해질 것’이라는 편견이나 섣부른 우려야말로 여전히 젊고 강한 우리 몸을 노쇠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나이가 너무 많아서 혹은 너무 어려서…. 나이에 대한 세상의 편견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면 아직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이 우리에게서 싹튼다”는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가뒀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먼저 그 틀을 깨야 한다. 그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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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9세에도 골반 비트는 살사 댄스…‘젊음의 묘약’ 비결은?

    세계 최고령 애크러배틱 살사 댄서로 기네스북에 오른 패디 존스(89)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무대에 선다. 구순을 앞둔 백발노인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골반을 비틀며 화려한 살사 댄스를 선보인다. 영원히 늙지 않는 불로장생의 묘약이라도 마신 걸까. 그의 전성기는 80세부터 시작됐다. 또래들이 은퇴하고 집이나 병원에서 요양할 때 그는 영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 출연해 살사 댄스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나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실감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내 나이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한다.5일 신간 ‘기대의 발견’을 펴낸 영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불로장생의 묘약은 없다. 다만 젊은 마음가짐이야말로 젊음의 묘약”이라고 말한다. 비단 나이 듦에 대한 마음가짐뿐일까. 저자는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기대효과가 지닌 힘에 대해 풀어낸다. 책은 노화와 건강, 인지능력 등 생각의 전환으로 삶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과학적인 실험 결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대하는 유사과학을 설파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우리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호텔 청소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 대표적이다. 실험 전 일상에서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이들에게 연구진은 “청소하며 쓰는 에너지만으로 권장 운동량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 결과 이들은 실험 시작 한 달 만에 체중이 줄고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이 사례를 통해 생각만으로 건강해지는 마법은 없지만, 이미 일상에서 운동을 실천하는 이들이라면 아주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도 큰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생각의 전환을 거치면 스트레스도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제러미 제이미슨 뉴욕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0년대 대학원 진학 시험을 치를 예정인 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절반은 평소처럼 시험을 치렀지만, 나머지 절반에게는 “시험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시험을 더 잘 보는 경향이 있다”는 안내문을 읽게 한 것. 안내문을 읽는 데에는 단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했다. 별다른 안내를 받지 않은 집단의 평균 점수는 800점 만점에 706점이었던 반면 안내문을 읽은 집단은 평균 770점을 받았다.마음가짐은 인지능력과 건강뿐 아니라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2년 예일대 공중보건과학과는 1975년 50세에 접어든 11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20여 년간 추적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여긴 이들은 연구를 시작한 때부터 평균 22.6년을 더 살았다. 이에 비해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프고 무력해진다며 부정적으로 여긴 이들은 평균 15년밖에 살지 못했다. 어쩌면 ‘노인이 되면 아프고 무력해질 것’이라는 편견이나 섣부른 우려야말로 여전히 젊고 강한 우리 몸을 노쇠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나이가 너무 많아서 혹은 너무 어려서…. 나이에 대한 세상의 편견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면 아직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이 우리에게서 싹튼다”는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가뒀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먼저 그 틀을 깨야 한다. 그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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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배우 노턴, 포카혼타스 12대 후손이었다

    미국 배우 에드워드 노턴(53)이 북미 원주민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1596∼1617)의 12대 후손으로 밝혀졌다. 4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노턴은 미 공영방송 PBS 역사프로그램 ‘당신의 뿌리를 찾아서’ 시즌9에 출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사학자 헨리 루이스 게이츠 주니어는 “서류에 직접적인 흔적이 남아 있어 노턴과 12대 조모 포카혼타스의 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포카혼타스가 1615년에 낳은 아들 토머스에서 노턴까지 계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턴은 “인간의 역사 전체에 비춰볼 때 우리는 하나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고 밝혔다. 포카혼타스는 미 동부지역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연합체를 지배했던 추장 포우하탄의 딸이다. 1614년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영국인 개척자 존 롤프와 결혼했고, 1616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사교계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원주민에게 붙들려 처형될 위기에 놓였던 영국 탐험가 존 스미스의 목숨을 구해줬던 일화는 훗날 스미스가 출간한 책을 통해 밝혀지며 정착민과 원주민 간 교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1995년 월트디즈니는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를 만들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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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붙은 ‘소싸움’ 존폐 논란… “동물 학대” “민속 유산”

    “‘투우’를 폐지하라.” 지난해 12월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의회 앞. ‘투우 금지’라고 쓴 팻말을 든 시민들이 “고문은 쇼가 아니다. 투우를 금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건너편에선 프랑스 투우협회 등 투우 지지자들이 “투우는 지역의 문화유산이자 경제 상품”이라고 반발하며 맞불시위를 벌였다. 의회에 발의됐던 ‘투우 금지 법안’이 이날 철회되자 투우 존폐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맞붙은 것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투우 종주국 스페인에서도 소싸움을 놓고 문화유산이냐 동물학대냐는 논란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12월 전북 정읍시의회가 소싸움대회 개최를 명목으로 올해 시 예산안에 2억8500여만 원을 편성하면서 국내에서도 소싸움대회 존폐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소싸움은 전국적으로 열렸지만 특히 경남 일원과 경북 일부 등에서는 정월대보름 무렵 등에 연례 민속행사로 펼쳐졌다. 구비문학 및 민속학 전문가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소싸움에 대해 “서로 다른 두 마을을 대표하는 소가 맞붙으면서 마을을 단합시키고 농경 공동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동물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소싸움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으로 소싸움은 동물학대가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지정한 11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소싸움 경기는 제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권 논의까지 나오는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동물보호법 예외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민속유산이 자연 소멸하는 것 역시 민속의 생리”라며 “동물보호법상 예외 조항을 폐지한다면 소싸움 역시 ‘개고기 식용 문화’처럼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속 계승을 위해 소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고 보는 이들 가운데서도 지금의 소싸움은 전통 가치와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북 청도 소싸움대회를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7월 3일 열린 ‘청도소싸움대회 최강자전’은 ‘우권(牛券)’ 등으로 매출 147억 원을 올렸다. 소싸움이 승패에 적지 않은 돈을 거는 게임이 된 것이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소싸움대회는 사행성 게임처럼 변질돼 농경사회의 결속이라는 본래 소싸움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관은 이어 “민속유산으로서 소싸움은 보존 가치가 있다”면서도 “농촌 공동체를 한데 묶어주는 전통 가치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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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 문화재관람료 폐지-감면땐 정부가 그만큼 비용 지원하기로

    올해 5월부터 국가지정문화재를 소유한 사찰 등이 문화재 관람료를 안 받거나 감면하면 정부가 그만큼의 비용을 지원한다. 정부는 5일 발간한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에서 “5월 4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올해 관련 예산 421억 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를 소유한 일부 사찰이 관람료를 징수하는 데 대해 등산객이 반발하며 빚어진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후 일부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를 계속 받자 등산객이 불만을 나타내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문화재청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현황’에 따르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전국 사찰은 50여 곳이다. 관람료는 1인당 1000∼6000원 수준이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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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싸움, 문화유산인가 동물학대인가… 존폐 논란

    “‘투우’를 폐지하라.” 지난해 12월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의회 앞. ‘투우 금지’라고 쓰인 팻말을 손에 쥔 시민들이 “고문은 쇼가 아니다. 투우를 금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로 반대편에선 프랑스 투우협회 등 투우 지지자들이 모여 “투우는 지역의 문화유산이자 경제 상품”이라고 반발하는 맞불시위를 열었다. 의회에 발의됐던 ‘투우 금지 법안’이 이날 철회되자, 투우 존폐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한 자리서 맞붙은 것. 프랑스뿐 아니라 투우 종주국 스페인에서도 소싸움을 놓고 민속유산이냐 동물학대냐는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전북 정읍시의회가 소싸움대회 개최를 명목으로 올해 시 예산안에 2억8515만 원을 편성하면서 국내에서도 소싸움대회를 둘러싼 존폐 논란이 제기됐다. 소싸움은 경북 등 가야문화권에서 정월대보름 무렵 행해지던 민속행사다. 민속 문화재 전문가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서로 다른 두 마을을 대표하는 소가 맞붙는 소싸움을 통해 마을이 단합돼 농경공동체를 지탱해왔다”고 평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동물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소싸움을 존치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됐지만 현행법상 동물학대는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라고 규정한다. 이 법에 따르면 소싸움대회는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하지만 이 법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지정한 11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소싸움 경기는 제외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동물보호법 예외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민속유산이 자연 소멸하는 것 역시 민속유산의 생리”라며 “동물보호법 예외조항을 폐지한다면 ‘개고기 식용 문화’처럼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과연 소싸움대회가 오늘날 반드시 존재해야 할까요. 지금의 시대정신과 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A 위원) 소싸움대회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전통 가치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싸움대회는 자신이 응원하는 소에 돈을 거는 사행성 게임처럼 변질돼 본래 소싸움이 지녔던 농경사회 결속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소싸움 중 가장 유명한 경북 청도 소싸움대회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 ‘청도소싸움대회 최강자전’에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14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속유산이라는 가치보다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커진 셈이다. 정 학예연구관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민속유산으로서 소싸움은 보존 가치가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추수철 농촌 마을을 한 데 묶어주는 옛 가치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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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변하는 과학기술, 영리한 소비자 돼야 폐해 막아”

    “폴라로이드사는 60초 안에 흑인을 가둔다.” 1970년 10월 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폴라로이드사. 경영진이 드나드는 주차장과 출입문은 물론이고 회사 게시판과 화장실 곳곳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나붙었다. 전단을 붙인 이는 폴라로이드 컬러사진연구소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 화학자 캐럴라인 헌터였다. 그는 며칠 전 회사 실험실에서 흑인을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아래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광부’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60초 안에 사진을 뽑아내는 신기술이 남아공에서는 흑인을 차별하는 ‘유색인종 통행증’을 만드는 데 쓰였던 것이다. 헌터는 전단지를 뿌리며 회사에 맞서다가 해고됐지만 7년간의 싸움 끝에 결국 폴라로이드사를 남아공에서 철수시켰다. 사진 기술의 진보가 흑인을 차별 속에 가두는 현실을 바꾼 것이다. “폴라로이드와 같은 단순 기술 장치가 세상을 바꾼다면 인공지능(AI)이나 인터넷은 어떨까요. 우리는 과거보다 더욱 급변하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우리 손에 쥔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흑인인 아이니사 라미레즈 전 예일대 재료과학부 교수(54)의 말이다. 라미레즈 교수는 어린 시절 헌터를 보며 과학의 윤리를 가슴속에 새겼다. 지난해 11월 번역 출간된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김영사·사진)의 저자인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은 무해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시계, 카메라, 전신 등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명사를 조명한 그의 메시지는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을 만든다”는 것. 일례로 그는 1927년 미국의 발명가 워런 매리슨(1896∼1980)이 만든 전자식 ‘쿼츠 시계’가 불러온 변화에 주목했다. 신기술로 값싼 손목시계가 대량생산되자 일상의 순간이 시간과 분, 초 단위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손목시계 하나가 세상을 바꿨다”며 “요즘 더 빠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쉽게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을 예로 들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잘못된 정보가 움직이는 속도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힘도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여론을 모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과학기술을 바르게 사용하려면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영리하고 용감한 시민이 돼야 합니다. 제 책이 기술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새로운 렌즈가 되기를 바랍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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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공서 철수한 폴라로이드…즉석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폴라로이드사는 60초 안에 흑인을 가둔다.”1970년 10월 4일 미국 메사추세츠주 폴라로이드사. 경영진이 드나드는 주차장과 출입문은 물론이고 회사 게시판과 화장실 곳곳에 이 같은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나붙었다. 전단을 붙인 이는 폴라로이드 컬러사진연구소에서 일하던 흑인 여성 화학자 캐럴라인 헌터였다. 그는 며칠 전 회사 실험실 문 옆에 붙은 게시판에서 흑인을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사진 아래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광부’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60초 안에 즉석 사진을 뽑아내는 신기술이 남아공에서는 흑인을 차별하는 ‘유색인종 통행증’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전단지를 뿌리며 회사에 맞선 캐럴라인은 결국 해고됐지만 7년간의 싸움 끝에 폴라로이드사는 남아공에서 철수했다. 즉석사진 한 장이 흑인들을 차별 속에 가뒀지만, 이런 현실을 바꾼 건 사람이었다.고작 폴라로이드와 같은 기술 장치가 세상을 바꾼다면 인공지능(AI)이나 인터넷은 어떨까. 흑인 소녀였던 아이니사 라미레즈 전 예일대 재료과학부 부교수(54)는 어린 시절 캐럴라인을 보며 과학의 윤리를 가슴속에 새겼다. 지난해 11월 30일 신간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김영사)을 펴낸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된 과학기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즉석사진이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지탱하는 도구로 쓰였듯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은 무해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라미레즈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젊은 혁신가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책에서 시계, 카메라, 전신 등 다양한 과학기술 발명사를 조명한 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을 만든다”는 것. 일례로 저자는 1927년 미국의 발명가 워런 매리슨(1896~1980)이 최초로 만든 전자식 ‘쿼츠 시계’가 불러온 변화에 주목했다. 신기술로 값싼 손목시계가 대량생산되자 일상의 순간들이 시간과 분, 초 단위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시간표’, ‘하프타임’, ‘타임아웃’과 같은 신조어도 이때 생겼다. 그는 “작은 손목시계 하나가 세상을 바꿨다”며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이 급변하는 요즘 우리는 과학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쉽게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특히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급진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잘못된 점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내 손 안에 든 인터넷 세상에서 잘못된 정보가 움직이는 속도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습니다.”하지만 그는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힘도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여론을 모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요즘 같은 ‘과학기술 황금시대’에 과학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토론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을 바로잡기 위해서 단순한 소비자가 되는 것에서 벗어나 영리하고 용감한 시민이 돼야 합니다. 저의 책이 우리 주변의 기술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렌즈가 되기를 바라요.”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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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와 너의 경계, 본질, 그리고 거룩함이 집약된 그곳

    태초에 항문이 있었다. 입도, 뇌도, 심장도 아니다.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은 바로 항문이다. 배아가 세포 분열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 ‘원구’라는 중심이 생긴다. 태아는 이 구멍을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이 구멍이 태아의 항문이 된다. 뇌와 심장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항문이 태아 발달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일부이지만 가장 말하기 꺼려지는 곳. 이 책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항문에 대한 모든 것을 전한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저자는 전공 분야인 미학뿐 아니라 정신분석학과 문화인류학을 넘나들며 언제나 인간의 중심축에 있었던 항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아가 항문을 중심으로 성장하듯 어린아이 역시 항문을 통해 성장한다. 태어나 처음 스스로 유아용 변기에 올라 변을 본 아이를 떠올려 보자. 아이는 마침내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비단 성취감뿐일까. 저자는 인간 발달 과정을 설명한 정신분석학에서 항문이 갖는 중요성까지 짚는다. 항문은 어린아이에게 안과 밖, 나와 타자의 경계를 알려주는 핵심 기관이기도 하다. 내 몸 안에 간직하고 있던 무언가는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된다. 이때 밖으로 배설된 변은 부모가 버려야 하는 쓰레기다. 저자는 “항문을 경계로 가치가 전도되는 과정을 깨닫게 된 아이는 훗날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어른이 된다”고 강조한다. 항문은 미학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미국 시인 앨런 긴즈버그(1926∼1997)는 1956년 발표한 시 ‘울부짖음(Howl)’에 대한 주석에서 ‘세상은 거룩하다. 영혼은 거룩하다. 살도 거룩하다. 코도 거룩하다. 혀와 성기와 손과 항문도 거룩하다’고 썼다. 일찍이 항문의 거룩함을 깨달은 그는 60대가 된 1980년대에는 아예 ‘괄약근’이란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벨기에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빔 델보예는 자신이 묵는 호텔 메모지에 립스틱으로 항문 자국을 찍은 ‘항문 키스’ 연작을 2011년 발표해 항문에 대한 편견을 부쉈다. 저자는 “예술가들은 항문이야말로 인간의 공통분모이며, 인간의 본질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풀이한다. 정신분석학, 미학, 문화인류학 등 다채로운 틀로 항문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의 핵심은 “애초에 인간은 항문이었다”는 것.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항문이 지닌 인류 보편성에 주목한다. 돈이나 권력과 무관하게 모든 인간이 가진 가장 취약한 이 구멍은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어릴 적 ‘똥침’ 당하는 친구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같은 아픔을 느꼈던 것처럼. “똑같은 밑(항문)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준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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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체중 맨 먼저 만들어지는 기관은…뇌도 심장도 아닌 ‘이것’

    태초에 항문이 있었다. 입도, 뇌도, 심장도 아니다.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은 바로 항문이다. 배아가 세포 분열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 ‘원구’라는 중심이 생긴다. 태아는 이 구멍을 중심으로 성장하는데, 이 구멍이 태아의 항문이 된다. 뇌와 심장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항문이 태아 발달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일부이지만 가장 말하기 꺼려지는 곳. 23일 출간된 ‘애널로그’(문학동네)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항문에 대한 모든 것을 전한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저자는 전공 분야인 미학뿐 아니라 정신분석학과 문화인류학을 넘나들며 언제나 인간의 중심축에 있었던 항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아가 항문을 중심으로 성장하듯 어린 아이 역시 항문을 통해 성장한다. 태어나 처음 스스로 유아용 변기에 올라 변을 본 아이를 떠올려 보자. 아이는 마침내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비단 성취감뿐일까. 저자는 인간 발달과정을 설명한 정신분석학에서 항문이 갖는 중요성까지 짚는다. 항문은 어린 아이에게 안과 밖, 나와 타자의 경계를 알려주는 핵심 기관이기도 하다. 내 몸 안에 간직하고 있던 무언가는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된다. 이때 밖으로 배설된 변은 부모가 버려야 하는 쓰레기다. 저자는 “항문을 경계로 가치가 전도되는 과정을 깨닫게 된 아이는 훗날 누군가에게 버려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어른이 된다”고 강조한다. 항문은 미학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였다. 미국 시인 앨런 긴즈버그(1926~1997)는 1956년 발표한 시 ‘울부짖음(Howl)’에 대한 주석에서 ‘세상은 거룩하다. 영혼은 거룩하다. 살도 거룩하다. 코도 거룩하다. 혀와 성기와 손과 항문도 거룩하다’고 썼다. 일찍이 항문의 거룩함을 깨달은 그는 60대가 된 1980년대에는 아예 ‘괄약근’이란 제목의 시를 발표했다. 벨기에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빔 델보예는 자신이 묵는 호텔 메모지에 립스틱으로 항문 자국을 찍은 ‘항문 키스’ 연작을 2011년 발표해 항문에 대한 편견을 부쉈다. 저자는 “예술가들은 항문이야말로 인간의 공통분모이며, 인간의 본질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 보여줬다”고 풀이한다.정신분석학, 미학, 문화인류학 등 다채로운 틀로 항문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의 핵심은 “애초에 인간은 항문이었다”는 것.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항문이 지닌 인류 보편성에 주목한다. 돈이나 권력과 무관하게 모든 인간이 가진 가장 취약한 이 구멍은 아주 원초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어릴 적 ‘똥침’ 당하는 친구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같은 아픔을 느꼈던 것처럼. “똑같은 밑(항문)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 수 있게 해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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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존 最古 ‘나신걸 한글편지’ 보물된다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간다.” 세종(1397∼1450)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1490년대 함경도 변방에서 군관으로 일하던 남편이 부인에게 이런 편지를 부칠 수 있었을까.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인 ‘나신걸 한글편지’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유물은 조선 초기 군관이었던 나신걸(1461∼1524)이 부인 신창맹 씨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글 2장이다.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있는 신 씨의 묘를 후손들이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 속 신 씨의 머리맡에 편지가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있었다. 편지를 넣은 보관함은 없었다. 아래, 위, 좌우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편지글에는 어머니와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이 없는 동안 가정을 잘 살펴 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편지에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가 쓰인 점에 미뤄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하던 1490년대에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45년여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 지역의 하급 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된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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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 널리 보급된 실상 담겨”…조선 군관의 편지 보물된다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간다.” 세종(1397~1450)이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다면 1490년대 함경도 변방에서 군관으로 일하던 남편이 부인에게 이런 편지를 부칠 수 있었을까.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인 ‘나신걸 한글편지’(사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편지는 조선 초기 군관이었던 나신걸(1461~1524)이 부인 신창맹 씨에게 한글로 써 보낸 편지 글 2장이다.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있는 신 씨의 묘를 후손들이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 속 신 씨의 머리맡에 편지가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있었다. 편지를 넣은 보관함은 없었다. 아래, 위, 좌우 여백 없이 빼곡히 채워진 편지글에는 어머니와 자녀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이 없는 동안 가정을 잘 살펴 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편지에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가 쓰인 점에 미뤄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하던 1490년대에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은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약 45년이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 지역의 하급 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하급 무관 남성인 나신걸이 유려하고 막힘없이 한글을 구사한 사실을 통해 한글이 여성 중심의 문자였다는 통념과 달리 조선 초기부터 남성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높임말과 호칭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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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방 속 잠자는 고문헌 DB화… 한국史 공백 메운다

    충북 청주 고령신씨(高靈申氏) 가문의 장손인 신모 씨(61)의 자택엔 대대로 전해져온 고문헌들이 ‘살고 있었다.’ 수백 년 집안 서재 한 칸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나 더 둘 곳조차 없는 지경이었다. 고심이 깊어가던 와중에 올해 9월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에서 연락이 왔다. 종중(宗中)을 포함해 민간에서 보존해온 기록유산을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흔쾌히 조사에 응한 신 씨는 빛바랜 고문헌이 가득한 ‘비밀의 방’ 문을 활짝 열었다. 신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료가 방대해 어떤 내용인지 일일이 알 수 없었지만, 언젠가 진가를 알아줄 때가 오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10월 한 달간 고령신씨 가문의 고문헌을 전수 조사한 결과, 2359건에 이르는 사료가 빛을 보게 됐다. 이처럼 민간에는 존재 유무도 확인되지 않은 채 전해져 내려온 고문헌들이 적지 않다. 문화재청이 올해부터 민간 기록유산의 실태를 조사하는 ‘기록유산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실행한 이유다. 정부기관이 민간 사료 전수 조사에 나서 이를 일원화하는 건 처음이다. 기록유산 DB 구축사업은 벌써 적지 않은 성과를 얻고 있다. 고령신씨 고문헌 조사에서도 조선후기 문신 신좌모(1799∼1877)가 1855∼1856년 청나라에 서장관(書狀官·외교문서 기록관리)으로 파견됐을 때 작성한 ‘연행일사(燕行日史)’ 유일본이 처음 발견됐다. 조사에 참여한 김근태 고문헌과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청나라 문인들과 나눈 대화와 한시 등이 빼곡해 양국의 문화교류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왜 지금껏 민간 사료 파악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까. 왕실이나 정부 기록유산에 비해 내밀한 사적 영역이라 대부분 등록조차 안 된 ‘비지정문화재’였기 때문이다. 그간 일부 지역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소규모 연구만 진행되곤 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생활문화상이 담긴 미시사(微視史)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정제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전문위원은 “개인이 남긴 역사야말로 그간 거시적 시각에 치우친 한국사의 공백을 채워줄 사료라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충북 제천에서 활동하는 의병연구가 양승운 씨가 수집해온 항일의병사료에서도 독립운동가 이범진 열사(1852∼1911)가 남긴 유일한 시고(詩稿·시의 초고)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주재 초대 공사로 조국 독립을 위해 애쓰다 1910년 경술국치 때 자결한 이 열사는 관련 기록이 거의 전해진 게 없었다. 김근태 대표는 “양 씨의 사료에서 1896년 경북 안동에서 활약한 의병장 권세연(1836∼1899)의 격문도 찾았다”고 말했다. ‘남종화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아산 조방원 화백(1926∼2014)이 수집한 고서 1만990건도 이번 조사에서 새로 발굴됐다. 특히 중국 송나라 성리학을 집대성한 ‘성리대전(性理大全)’ 목판본 919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아람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사무관은 “성리대전 목판본이 이처럼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건 처음”이라며 “국가지정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충청과 전라, 제주에서 2만 건이 넘는 신규 고문헌 자료를 찾아냈다. 내년부터 조사 지역을 확대해 전국의 민간 기록유산을 세세하게 훑을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2026년까지 기록유산 DB 구축사업을 하며 연구를 병행해 민간 기록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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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 중심의 요새 존재하는 한 ‘미투’는 계속될 것”

    “‘미투 운동’은 시작도 끝도 없습니다. 여전히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법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에요.” 2017년 미국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세계적인 폭풍을 몰고 왔을 때 가장 주목받았던 학자가 있다. 마사 누스바움 미 시카고대 법학·윤리학 석좌교수(75·사진)가 미투 운동이 벌어지기에 앞서 내놓은 책 ‘혐오와 수치심’(민음사·2015년 국내 출간), ‘혐오에서 인류에로’(뿌리와이파리·2016년 국내 출간)는 국내외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젠더 위계에 따른 차별과 혐오를 적확하게 들여다보고 성 평등을 위한 사법 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해 ‘미투 운동의 바이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누스바움 교수는 지난달 신간 ‘교만의 요새’(민음사)를 국내 출간한 것을 계기로 28일 동아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미투 운동이 5년이나 지속됐지만 스포츠나 미디어, 사법부에는 여전히 남성의 특권이 지배적인 ‘요새’가 존재한다”며 “권력을 쥔 남성들은 요새 안에서 철저히 보호받으며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브렛 캐버노는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2018년 8월 국회 청문회에서 고교 시절 여성 3명을 집단 성폭행한 의혹이 폭로됐는데도 51 대 49의 표결로 상원 인준을 받았습니다. 마치 부서지지 않는 요새의 비호를 받는 것처럼.” 누스바움 교수는 특히 “미국에서 성범죄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 할 사법부가 가장 끈질기고 강력한 남성 중심의 요새로 무장돼 있다”며 “미 사법부 중심인 대법원엔 지금도 내부적으로 성희롱을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미 제9연방고등법원의 앨릭스 코진스키 판사는 법원 여직원 6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한다. “성 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아직도 더 많은 규정과 법 제도가 필요합니다. 사회가 만들어온 요새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이를 무너뜨릴 힘 또한 우리에게 있어요. 미투 운동 전후로 피해를 용기 있게 공개한 여성들 덕에 제도와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희망적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선수들의 가정폭력을 조사하고 징계하는 정책을 마련한 게 대표적인 사례예요.” 누스바움 교수는 “이제 세상은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을 함께 깨달아가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는 점을 자각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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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의 방’ 열자…빛바랜 고문헌 수천건이 쏟아졌다

    충북 청주 고령신씨(高靈申氏) 가문의 장손 신모 씨의 자택에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고문헌들이 살고 있다. 집안 서재 한 칸을 채우고도 넘쳐 더 이상 둘 곳 없는 고문헌들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자투리 공간을 빌릴 정도다. 28일 동아일보와 전화로 만난 신 씨는 “자료가 워낙 방대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일일이 알 수는 없었지만 언젠가 이 문헌의 진가를 드러날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고민이 커져가던 와중에, 9월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로부터 연락이 왔다. 문화재청이 종중(宗中)을 포함해 민간에서 보존해온 기록유산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흔쾌히 조사에 응한 신 씨는 빛바랜 고문헌들이 가득한 ‘비밀의 방’ 문을 활짝 열었다. 문화재청에서 9월 28일부터 한 달간 고령신씨 가문의 고문헌 자료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2359건에 이르는 새로운 고문헌의 존재가 드러났다. 고문헌 가운데는 조선후기 문신 신좌모(1799~1877)가 1855년 10월부터 1856년 2월까지 청나라 사신으로 파견됐을 때 작성한 ‘연행일사(燕行日史)’ 유일본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외교문서를 기록하는 서장관(書狀官)으로 청나라에 간 그가 남긴 일지에는 청나라 문인들과 나눈 대화와 시조가 빼곡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근태 고문헌과콘텐츠연구소 대표는 “당대 조·청 문인들의 문화교류사를 보여주는 핵심 사료”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올해부터 민간 기록유산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디지털화하는 ‘기록유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지역 대학 등에서 개별적으로 민간 기록물을 조사한 적은 있지만, 문화재청이 나서 전수 조사를 하고 일원화된 DB를 구축하는 건 처음이다. 올해 첫 사업에 나선 문화재청은 충청·전라·제주 지역에서 2만 건이 넘는 신규 고문헌 자료를 찾아냈다. 내년부터는 지역을 넓혀 2026년까지 전국에 흩어진 민간 기록유산을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민간에 보존해온 고문헌들은 조선왕실의 기록문화유산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비지정문화재’였다. 개인이나 지역 문인들이 남긴 사적인 기록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역사 연구에서 한 시대의 생활문화상이 생생하게 담긴 미시사(微視史)의 중요성이 커지며 민간 기록유산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정제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전문위원은 “한 개인이 남긴 가장 사적인 역사는 거시적인 한국사의 공백을 채워줄 핵심 사료”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이번 전수 조사에서 충북 제천의 양승운 의병연구가가 수집해온 항일 의병 사료 가운데 독립지사 이범진 열사(1852~1911)가 남긴 유일한 시고(詩稿) 1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김근태 대표는 “주 러시아 초대 공사로 조국 독립을 위해 힘쓰다 1911년 경술국치에 항거하며 자결한 이 열사는 생전 기록이 거의 전해지고 있지 않다“며 ”이 시고는 그가 남긴 유일한 문학작품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양 연구가 소장 자료에서 1896년 경북 안동에서 항일의병장으로 활약한 권세연(1836~1899)의 격문도 발견됐다. 20세기 대표적인 문인 화가로 꼽히는 아산 조방원 화백(1926~2014)이 개인적으로 수집해온 고서 1만990건도 이번 조사에서 빛을 보게 됐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성리대전(性理大全)’ 목판본 919장이 대표적이다. 이아람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행정사무관은 “성리대전 목판본이 이렇게 완전한 형태로 보존돼 발견된 것 역시 처음”이라며 “문화재청은 이 사료들을 미래의 국가지정문화재로 보고 후속 연구를 진행해 기록유산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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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1467개 새긴 ‘조선의 천체지도’ 고궁박물관 전시

    조선 밤하늘을 수놓은 별 1467개와 별자리 295개를 새긴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 刻石)’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은 “디지털 실감영상 기술을 접목해 개편한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을 27일부터 공개한다”고 26일 밝혔다. 새 단장을 한 상설전시실의 핵심은 조선 태조(1335∼1408)가 1395년 제작한 가로 122.5cm, 세로 211cm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다. 박물관은 이 각석 위 천장에 밤하늘을 형상화한 둥근 스크린을 띄워 계절에 따라 바뀌는 조선 별자리를 볼 수 있게 했다. 또 각석 바로 위에도 유물에 새겨진 별자리 295개를 비추는 영상을 띄워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1247년 제작된 중국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 상설전시실에서는 각석을 포함해 조선의 과학유물 45건을 선보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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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밤하늘의 별 1467개 새긴 ‘천문도’, 디지털로 만난다

    가로 122.5㎝, 세로 211㎝, 두께 12㎝ 크기 거대한 돌판. 겉보기에 검은 돌덩어리와 같은 이 돌판의 표면 위로 1467개의 별과 295개의 별자리가 선명하게 빛을 밝히며 수놓는다. 조선의 밤하늘을 새겨 넣은 천문도 국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天象列次分野之圖 刻石)’가 디지털 실감영상 기술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이 27일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과학문화 상설전시실에는 14세기 말 천문도에 21세기 디지털 실감영상 기술을 접목해 유물의 진가를 드러낸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1247년 만들어진 중국의 순우천문도(淳祐天文圖)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로, 조선 왕조를 세운 태조(1335~1408)가 1395년 제작했다. 이전에도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돼 왔지만 여태까지는 학계 전문가가 아니면 이 유물의 진가를 알기 어려웠다. 별자리를 새긴 각석의 표면이 흐릿해 육안으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 6개월간 전시실을 개편하며 이 유물 위에 조선 밤하늘을 형상화한 둥근 스크린을 띄웠다. 계절이 흐르며 변하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알기 쉽게 영상화했을 뿐 아니라 실제 유물의 표면 위에도 별자리를 비추는 실감 영상을 띄워 유물에 새겨진 295개의 별자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전시한 것이다. 새 단장을 마친 전시실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 국보 3건과 ‘앙부일구’ 등 보물 6건을 포함해 조선시대 과학유물 총 45건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제왕의 학문’이라고 불렸던 천문학에 주목했다. 농경사회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천문을 관찰해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일)는 곧 국왕의 책무였다. 1782년 제작된 국보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측우기를 올려놓던 받침대)’에는 농사를 짓는 백성들을 위해 빗물의 양을 측정하고 알리려는 국왕의 마음이 담겼다. 높이 30.3㎝, 너비 45.5㎝ 크기 측우대에는 “그릇은 비록 작으나 성군께서 홍수와 가뭄을 다스리고자 힘쓴 뜻이 담겨 있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이 측우기에는 임금과 백성의 걱정과 기쁨이 연결돼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조선시대 천문과학사를 보여주는 유물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1434년 처음 만들어진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 ‘앙부일구’뿐만 아니라 소현세자(1612~1645)가 청나라에서 조선에 처음 들여온 평면 해시계,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인 국보 ‘자격루(自擊漏)’등 시계의 변천사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해 달력을 알려준 역법서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등도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김재은 학예연구사는 “이 유물 속에는 농사를 짓는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역대 국왕들의 애민 정신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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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영웅 혹은 인간… 그 삶의 궤적서 마주한 시대의 얼굴

    《어느 해라고 힘들지 않았겠습니까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 국내외에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책에서 삶에 대한 위로와 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찾고픈 열망 때문일까요. 출판인, 학자 등 30명이 뽑은 ‘2022년 동아일보 올해의 책’은 소설과 시, 과학서, 평론집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고루 뽑혔습니다. 그리고 유독 ‘애도’를 다룬 책이 여럿 눈에 띕니다. 선정위원마다 3권씩 추천을 받아 그 가운데 상위 10권을 추려 소개합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각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책’은 김훈 작가(74)의 장편소설 ‘하얼빈’과 미국 과학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교양과학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뽑혔다. 각각 6표를 얻었다. 독자에게 익숙한 한국 대표 작가와 생경한 해외 작가의 책이 동시에 선택됐다는 게 한국 출판시장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척도로 읽힌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하는 운명적인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안 의사가 거사를 실행하기 약 일주일 전인 1909년 10월 19일 무렵부터 이토를 저격한 26일 전후까지로 초점을 맞췄다. 안 의사와 이토가 각자 하얼빈으로 가는 행로와 과정을 3인칭으로 풀어내, 이순신 장군의 1인칭 시점으로 썼던 장편소설 ‘칼의 노래’(2001년·문학동네)보다 더욱 절제된 화법이 돋보인다. 출판인과 학자들은 고루 ‘하얼빈’을 역작이라 꼽았다. 안병현 교보문고 대표는 “위인 안중근에 대해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다”고 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안중근이 살아있는 인간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오히려 진정한 영웅으로 느껴진다”고 평했다. “2022년에 안중근의 삶을 김훈의 소설로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한국 사회와 겹쳐 마음을 괴롭게 했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의견도 있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밀러가 미국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풀어나간 책이다. 교양과학서지만 인간 자체를 사유한다는 점에서 인문에세이로도 볼 수 있다. 밀러는 ‘미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보디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지만 국내에선 비교적 낯선 편. 중소 출판사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출간한 책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베스트셀러의 상식을 뒤엎는 책이다. 우리가 자연에 선을 긋고 종(種), 과(科)로 나누고 가르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며 편견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고 말했다. 정지혜 블러썸크리에이티브 IP사업팀장은 “관념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했다. “잔인한 혐오에 대한 명철한 질책,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뭉클한 탐사”(박상준 민음사 대표)라는 평가처럼 책이란 존재가 가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지음·정혜윤 옮김·408쪽·1만6000원·문학동네“엄마와 딸, 음식과 정체성, 사랑과 애도에 대해 담담하고 섬세하게 풀어낸 멋진 에세이.”(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 미국 팝 밴드의 보컬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저자가 쓴 자전적 에세이로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추천 도서로도 화제를 모았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와 다른 자신의 한국인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저자는 엄마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뒤 한국마트를 드나들며 추억을 되짚는다. “올해 본 책 가운데 가장 많이 울었던 책”(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이란 평처럼 섬세하고 감동적인 글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지음·268쪽·1만5000원·창비“2022년 한국 문학의 최대 수확. 우리도 이제 ‘남쪽으로 튀어’(오쿠다 히데오)에 버금가는 작품을 갖게 됐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빨치산의 딸’(1990년)을 쓴 소설가가 32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사흘 동안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놀랍도록 흥미롭게 엮어냈다. 묵직한 현대사의 질곡을 짚어내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한 흐름을 잃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모든 것을 갖춘 소설”(김기중 더숲 대표)이란 극찬도 나왔다. MZ세대에게는 생경한 작가가 묵직한 시대적 배경을 다룬 소설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은 점도 눈길을 끌었다. ■녹스앤 카슨 지음·윤경희 옮김·192쪽·5만5000원·봄날의책캐나다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인 저자가 22년 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고 헤어져 지내던 오빠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애도하기 위해 만든 책. 고대 로마 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빠의 부재에 대한 상념을 자신의 수첩에 쓰고 그리고 오리고 붙인 것을 책으로 완성했다. 국내판 역시 “원본의 고유성을 잘 유지한 물성의 예술품”(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으로서 소장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흔적을 어루만지고 그의 손때와 온기, 사라짐까지 남기는 애잔한 틀로서의 비망록”(박상준 민음사 대표)이 이만한 결과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인간은 결국 홀로 떠나지만, 결코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일깨운다. ■인생의 역사신형철 지음·328쪽·1만8000원·난다문학평론집이 이례적으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시 25편과 이에 얽힌 작품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평론집. 10월 출간 일주일 만에 2만 부가 넘게 판매되며 저력을 과시했다. 문학평론집 ‘몰락의 에티카’(문학동네)와 에세이 ‘느낌의 공동체’(문학동네)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 등을 통해 탄탄한 독자층을 구축한 저자는 이번에도 “전통 시화를 21세기 문학 형식으로 되살린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다)’의 표본”(안대희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을 선보였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 지음·140쪽·1만2000원·문학과지성사“시집은 천천히 읽어야 좋겠지만 그의 시집은 하룻밤 새 다 읽어버렸다.”(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문제의식을 철학적 사유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시인이 10년 만에 선보인 시집이다. 작품 활동의 공백기가 “시가 지녀야 할 사회적 역할을 돌아본 시간”이었다는 저자의 신작은 시집으로는 드물게 한 온라인 서점 종합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어쩌면 “아무도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미움의 시대에 비춰준 가느다란 빛”(황서현 휴머니스트 편집주간)처럼 와닿았기 때문일까. 2014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유예은 양(단원고 2년)을 위한 시 ‘그날 이후’도 함께 실렸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황미숙 옮김·232쪽·1만5500원·현대지성일본 영화전문지에서 일했던 독립 칼럼니스트가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관람하는 현 상황을 고찰했다. 저자는 특별한 공간에서 수동적으로 감상하던 영화를 이제 안방이나 카페에서 자유롭게 건너뛰며 보는 현상에 대해 “길고 어려운 콘텐츠 대신 짧고 이해하기 쉬운 것을 선호하는 시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라고 짚어낸다. 저자가 볼 때 이 같은 효율성의 극단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콘텐츠의 공급 과잉과 ‘가성비’ 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상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통찰력을 제공”(안병현 교보문고 대표)한다. ■정상은 없다로이 리처드 그린커 지음·정해영 옮김·600쪽·3만3000원·메멘토미국 조지워싱턴대 인류학과 교수인 저자가 역사적으로 정상이란 허구에서 비켜난 이들에게 인류사회가 어떻게 낙인을 찍어 왔는지를 짚었다. “올해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신드롬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에게 추천한다는 평이 나왔다. 자본주의와 전쟁, 의료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신질환과 장애에 대한 낙인의 역학을 탐구한 책은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통해 낙인이란 한계를 극복하려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성숙한 한국 사회를 위한 모두의 필독서.”(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한청훤 지음·304쪽·1만7000원·사이드웨이패권적인 ‘제국의 길’을 선택한 중국이 왜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찰을 거듭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10년 넘게 중국 산업현장에서 일한 저자는 중국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을 다뤘다. “학문적 중국 전문가는 적지 않으나 중국 관련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중국의 겉과 속을 정확하게 풀어낸”(표정훈 출판평론가) 글이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산업 굴기와 첨단산업 및 반도체 기술, 미국과의 패권 경쟁, 농촌 문제와 정치 리스크 등 중국이 당면한 주요 현안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다. 진지한 통찰력이 돋보이면서도 “쉽고 설득력 있으며, 경험을 밑천으로 필력까지 갖춰”(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더 흥미롭게 읽힌다. 다양한 장르 사랑받은 한 해… 애도 속 ‘그리움’ 담은 시집 눈길 그 외 눈여겨볼 책들12위는 없었다. 올해는 1표씩을 받은 책 51권이 함께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소설과 에세이, 교양서뿐 아니라 시집과 각본까지…. 올해의 책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두루 사랑받은 ‘거의 올해의 책’이 유난히 많았다. 특히 유난히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시집들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의 책에 포함된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진은영 지음·문학과지성사) 외에도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고명재 지음·문학동네) ‘파울 첼란 전집 1∼5’(문학동네) ‘슬픔이 택배로 왔다’(정호승 지음·창비) 등 시집의 약진이 눈부셨다. 시집이 올해의 책에 든 것도 최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멍든 가슴이 여전히 시퍼렇게 남아 있어서일까. 루마니아 시인 ‘파울 첼란 전집’을 추천한 김민정 난다 대표는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눈물자국의 가장자리에서 배우렴/ 사는 것을’이란 구절이 눈에 밟혔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눈물과 자국과 가장자리와 삶이란 단어를 읽고 또 읽었다”고 했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도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를 추천하며 “그저 허무에 머무르지 않고 구원의 길을 찾아 우리를 위로해주는 시인의 맑은 마음”을 주목했다. 과학책은 5권이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해리 클리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교수가 펴낸 ‘다정한 물리학’(다산사이언스)에 대해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추천했다.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닐 슈빈 지음·부키)와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그레고리 주커만 지음·브론스테인) ‘빙하여 안녕’(제마 워덤 지음·문학수첩) ‘내 생의 중력에 맞서’(정인경 지음·한겨레출판사)도 비슷한 공통점을 지녔다. 과학정보는 물론이고 인문학적 사색도 담아 ‘과포자’(과학포기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책들 덕분에 우리는 과학이라는 일상을 더욱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신지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는 평처럼 진입장벽을 낮추고 편안하게 다가온 교양과학서가 내년에도 많아지길 기대해본다.올해의 책 선정위원(30명·가나다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고세규(김영사 대표)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기중(더숲 대표) 김민정(난다 대표)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김효형(눌와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성열(사이드웨이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정재(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백지숙(서울시립미술관장) 신지혜(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병현(교보문고 대표) 안지미(알마 대표)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장은수(출판평론가)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지혜(블러썸크리에이티브 IP사업팀장)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황서현(휴머니스트 편집주간)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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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 팽나무’ 돌보는 ‘당산나무 할아버지’… “내 자식 같죠”

    “‘당산나무 할아버지’가 됐다고 해서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늘 해오던 대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내 자식처럼 나무를 지킬 뿐입니다.” 경남 창원시 북부리 동부마을. 주민 60여 명인 이 마을의 이장인 윤종한 씨(60)는 올해 10월 또 다른 중책을 맡게 됐다. 바로 ‘당산나무 할아버지’다. 당산나무 할아버지는 문화재청이 전국 천연기념물 가운데 노거수(老巨樹) 179그루를 선정해 올해 3월부터 주변 마을에서 이를 지킬 담당자를 임명한 공식 직함이다. 현재까지 윤 씨를 포함해 전국에서 85명이 뽑혔다. 물론 당산나무 할머니도 여럿 있다. 문화재청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무의 상태를 살피고,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나무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윤 씨가 맡은 천연기념물은 ‘창원 북부리 팽나무’. 올해 화제의 드라마였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왔던 나무다. 윤 씨와 함께 16일 수령 500년가량의 팽나무를 찾았다, 극심한 한파에도 이 나무를 보기 위해 30여 명이 전국에서 찾아왔다. 윤 씨는 “최근까지 매일 1000명 이상, 차량만 쳐도 500대가 넘게 마을을 방문했다”고 했다. “그 바람에 최근 몇 달은 생업인 농사도 뒷전이었어요. 나무 보러 오는 인파를 관리하느라 주차요원도 됐다가 청소부도 됐다가…. 나무를 사랑해줘서 고맙긴 한데, 너무 많이 찾아와서 팽나무가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되긴 해요.” 한파로 인파가 다소 줄었지만 당산나무 할아버지는 여전히 바빴다.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에 생채기는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윤 씨는 “하루에 쓰레기가 50L짜리로 8포대가 나올 정도로 몰려들기도 했다”며 “바쁠 땐 화장실 갈 틈도 없다”며 웃었다. ‘당산나무 할아버지’는 문화재청 공식 직함이지만 임금이나 수고비는 없다. 하지만 윤 씨는 “집이 나무에서 걸어서 1분 거리라 당연히 내가 맡아야 할 일”이라며 “사실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고 했다. 10월이면 함께 당산제를 지내는 팽나무를 동부마을 주민 모두가 정성스레 돌봐왔다고 한다. “평생 농사만 지어서 자식들한테 변변한 아파트 한 채 물려주기 어려워요. 하지만 마을을 지켜준 500년 팽나무는 돌보고 지켜줄 수 있죠. 미래 아이들에게 훌륭한 자연유산을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당산나무 할아버지 제도를 만든 것도 이런 마을 주민들의 선의를 믿기 때문이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이원호 학예연구관은 “전문가는 아니어도 오랫동안 나무를 돌보고 지켜봐온 주민들이야말로 나무를 제일 잘 아는 보호자들”이라며 “이번에 임명된 당산나무 할아버지 가운데 화마에서 천연기념물을 지켜내신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은 3월 2일 경북 ‘울진 화성리 향나무’의 당산나무 할아버지로 임명된 이재욱 씨(59). 임명된 지 사흘 만인 5일에 난 울진 화재 때 집도 내팽개친 채 소방대원들과 향나무를 지켰다. 16일 통화한 이 씨는 “당시 농기구가 가득했던 60평 창고가 다 탔다”며 “창고야 다시 지으면 되지만 천연기념물은 한번 잃으면 끝이지 않느냐”고 했다. “마지막 불씨 하나가 잡힐 때까지 나무 곁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재산 피해가 4억 원 났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당산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뜻이에요. 대대로 이어진 전통을 불에 타 사라지게 할 순 없잖아요. 고민할 게 뭐 있어요. 나무를 지켜야지.”창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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