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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처럼 한꺼번에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33%, S&P500 0.53%, 나스닥지수는 0.72% 상승 마감했습니다. 특히 AI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엔비디아가 이날의 상승세를 이끌었죠.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4.02% 급등한 236.6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전날 실적발표에서 4분기 매출액이 60억5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줄었다고 발표했는데요.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오히려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죠. 무엇보다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다음 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65억 달러로 크게 높여잡은 것에 주목했습니다. 월가 예상치(63억1000만 달러)를 웃도는 자신감을 보여준 거죠.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특히 AI 반도체의 성장을 자신했는데요. 그는 “AI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면서 “규모에 관계 없이 많은 업체들이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는 ‘변곡점’에 왔고, 그 수혜가 엔비디아 GPU에 쏠리고 있는 겁니다. ‘AI 대중화의 최대 수혜주는 바로 엔비디아’임을 알 수 있죠. 엔비디아는 대기업과 정부에 AI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에 월가에선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기 바쁩니다. 골드만삭스는 23일 엔비디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습니다. “AI챗봇으로 AI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주식이 시장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본 거죠. 파이퍼샌들러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75달러로, 씨티그룹은 210달러에서 245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엔비디아의 고유한 턴키방식 반도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모델이 수익성 있는 성장을 하게 만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75달러로 상향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챗GPT 같은 챗봇을 훈련하는데 엔비디아 GPU가 쓰이고, 따라서 이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건 알겠는데요. 그런데 다른 경쟁자는 없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인텔과 AMD 같은 반도체 강자들과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리고 빅테크(구글, 아마존, 메타)까지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이 시장을 노리고 있죠. 그리고 실제 GPU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는데요. 하지만 엔비디아의 아주 큰 강점이 있죠. 이미 생태계를 선점해 놨다는 점. 엔비디아는 초기부터 개발자들에게 쿠다(CUDA)라고 부르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제공했고,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 쿠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추가 개발을 할 때도 자연스럽게 엔비디아 GPU를 쓰게 되는 거죠.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셈인데요. 물론 언젠가는 이것도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트리톤(Triton) 때문에 엔비디아 쿠다(CUDA)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죠. 장기적으론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거란 뜻입니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릴 거고 그 이전까진 엔비디아가 상당한 수혜를 보긴 할 겁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신문과 방송뉴스에서조차 요즘 매일 이 단어를 마주치게 됩니다. ‘챗GPT’. 핫한 소재를 더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부채질하는 게 미디어의 기본속성이구나 싶은데요. 다들 너무 열광하니까 왠지 챗GPT가 아닌 다른 주제를 다루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걸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메타버스’. 왜 이 타이밍에 맥 빠지게 메타버스이냐고요? 지금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챗GPT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로 직전에 시장을 휩쓸었던 유행어였기 때문입니다. 무섭게 끓어올랐다가 놀랍도록 빠르게 꺼져버린 메타버스 거품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아마 지금의 AI 열기를 냉정히 판단하는 데도 참고할만 할 겁니다. 그럼 같이 메타버스의 현재와 미래 이야기로 딥다이브해보시죠.*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메타버스, 그 정의가 모호하다메타버스(Metaverse)를 기억하시나요. 2021년부터 2022년 초반까지 세상을 휩쓸었던 그 키워드 말입니다. 투자자들을 열광했고,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는 치솟았고, 모든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까지도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하려 안달이었죠. 한바탕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메타버스는 먼 기억이 되고 말았는데요. 왜 이렇게 메타버스 붐이 금세 꺼져버렸을까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 애초에 정체가 불분명한 거였고 그래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그 정의가 모호한데요. 메타버스임을 주장하는 것들을 모아서 제가 나름대로 분류해본 건 대략 이렇습니다.아바타를 통해 경험하는 게임과 SNS미국 게임업체 로블록스는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스스로를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로 정의합니다. 이후 로블록스 주가가 폭등하면서 증시에서 ‘메타버스 열풍’이 일기 시작했죠. 몰입형 3차원 공간에서 사용자들이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로블록스가 메타버스라는 주장인데요. 좀 애매합니다. 그것도 결국 게임 아닌가요? 2006년 출시 이후 로블록스는 줄곧 게임 플랫폼으로 불려왔는데 말이죠. ‘로블록스는 게임인가, 메타버스인가’는 여전히 논란거리.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아바타를 통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도 메타버스로 불립니다. 나와 닮은 3차원 아바타를 만들어 교류할 수 있죠. 최근에 핫했던(하지만 벌써 인기가 식고 있다는) ‘본디(Bondee)’도 ‘찐친(진짜 친구)들의 메타버스 아지트’를 표방한 SNS이고요. 솔직히 20년 전 싸이월드를 연상시키는데요. 그래서 ‘메타버스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럴싸 해보이는 마케팅 용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옵니다.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 생태계일부에선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야 진짜 메타버스라고도 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면 신뢰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그런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사례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와 더 샌드박스(The Sandbox)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부동산이나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을 제공하는데요. 2021년 11월 디센트럴랜드 중심지 땅(물론 가상 땅)이 29억원에 거래돼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더랬죠. 물론 요즘엔 예전만큼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는데요. 최근 뉴욕타임스가 ‘다음 뜨거운 주택시장은 메타버스’라며 기사를 쓴 걸 보면 여전히 성장세가 이어지긴 하나 봅니다.VR 또는 AR 하드웨어와 결합된 몰입형 3차원 세계페이스북은 2021년 10월 회사 이름을 아예 메타(Meta)로 바꿔버렸습니다. 메타는 2014년 가상현실(VR) 헤드셋 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VR∙XR(혼합현실)∙AR(증강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들고 있습니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 가상세계에서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거나, 집을 꾸미고, 운동하고, 회의도 할 수 있죠(짜잔!). ‘메타 퀘스트2(399달러)’가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 VR 헤드셋. 지난해 10월엔 고급형인 ‘메타 퀘스트 프로(1499달러)‘도 내놨습니다. XR 헤드셋이 노트북이나 PC를 대체하게 될 세상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게 앤드류 보스워스 메타 CTO의 비전인데요. 딥다이브에서는 이 세번째 메타버스의 세계를 좀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도대체 왜 메타의 원대한 비전은 시장에서 외면받게 됐을까요.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메타버스혹시 그 ‘짤(이미지)’ 보셨나요? 챗GPT라는 새로운 아기가 등장하자 메타버스는 물에 빠져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한때 꽤나 핫했던 NFT(대체불가능토큰)는 이미 사망해 뼈만 남은 이미지. 빠르게 열광하고 빠르게 식어버리는 세상을 잘 보여주는데요. 그래서 메타버스는 정말 그렇게 가라앉고 있나요?현재로선 그렇다고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지표가 있는데요. 일단 구글 트렌드에서 ‘metaverse’를 찾아보면 검색량이 1년 동안 80%가량 줄어든 걸로 나옵니다. 메타버스 사업부를 대폭 축소하는 기업들이 줄 잇고 있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산업용 메타버스팀을 해산하고 직원 100명을 해고했습니다. 중국 텐센트는 XR 하드웨어 개발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기사가 나왔고요(텐센트는 포기가 아닌 방향 변경이라고 아니라고 주장). 최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VR헤드셋 제조업체 피코(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 역시 감원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럼 메타는?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는데요.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부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무려 137억20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이 사업부의 매출이 21억6000만 달러(메타 전체 매출의 2% 미만)인 걸 감안하면 적자 규모가 엄청나죠. 그만큼 엄청난 연구개발비(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름)를 썼다는 뜻인데요. 정작 지난해 4분기 퀘스트2 헤드셋의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본업(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리얼리티랩스라는 돈 먹는 하마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거죠. 메타의 VR 헤드셋 기반 메타버스가 소비자에게 썩 어필하지 못하는 데는 하드웨어 자체의 한계도 있긴 합니다. 막상 써보니 무겁고(퀘스트2는 503g) 해상도도 떨어지고(해상도를 높이면 발열이 심해짐) 착용이 썩 편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비싸니까요(퀘스트2는 399달러, 퀘스트 프로는 1499달러). 배터리 수명은 짧은데(2시간 내외) 완전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꽤 길고요(약 2시간).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메타가 만든 소셜 VR플랫폼인 ‘호라이즌월드(Horizon World)’는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가장 많이 지적(또는 놀림) 받은 게 ‘아바타에 다리가 없다!’는 거였는데요(다리 없이 허리가 둥둥 떠있음). VR 헤드셋이 물리적으로 다리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상세계에서 구현이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다리 없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죠. 온라인 게임의 수준 높은 그래픽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그래픽 수준도 낮았고요(아바타가 촌스럽다는 비웃음을 받음). 게다가 오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메타는 당초 2022년 말까지 호라이즌월드 월간 활성사용자 수 50만명 달성을 목표로 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나온 보도에 따르면 실제 이용자 숫자는 20만명 미만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2월 3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후에 오히려 사용자가 줄어드는 중. 오죽하면 메타의 메타버스 담당 부사장 비살 샤가 지난해 9월 이런 내부 메시지를 보냈을 정도입니다. “호라이즌월드를 더 많은 사용자에 공개하기 전에 품질과 성능 문제를 해결하세요. 우리(메타 직원) 중 많은 사람들이 호라이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용자들이 그걸 좋아할 수 있겠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져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데이브 카르프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1500달러짜리 퀘스트 프로를 샀지만 고작 세번만 사용했다는군요. 카르프 교수는 이걸 ‘꿈의 분야 오류’라고 지적했는데요. ‘그것을 구축하면 그들(소비자)이 온다’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거죠. 오큘러스 CTO 출신으로 메타의 고문을 맡았던 ‘전설의 프로그래머’ 존 카맥은 지난해 말 그만두면서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쓴소리를 잔뜩 남겼는데요. 그는 퀘스트2 자체에 대해서는 ‘내가 처음부터 보고 싶었던 것과 거의 똑같다’며 칭찬했어요. 하드웨어 기술력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대신 나머지, 특히 일하는 방식에 대해 맹비난을 했습니다. “우리(메타)는 말도 안 되는 양의 인력과 자원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기 방해 행위를 하고 노력을 낭비합니다. 우리 조직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효율성의 절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존 가맥은 자신의 AI 스타트업 Keen Technologies 운영에 전념할 거라고 합니다. 요즘 고급 엔지니어들은 다 AI 쪽으로 빠르게 갈아타는 중.)메타의 종말? 이제 시작?그럼 메타버스는 가망이 없을까요? 이대로 망하나요? 그건 아닙니다. 크게 두가지 점에서 희망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새롭고 강력한 플레이어가 등장할 예정이란 점입니다. 바로 애플.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첫번째 VR∙AR 헤드셋을 오는 6월 열릴 세계 개발자회의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애플은 2015년부터 VR∙AR 헤드셋을 개발해왔죠. 재작년부터 곧 나올 거란 소문만 무성했는데, 드디어 나오나 봅니다. 첫번째 제품은 한 대에 약 3000달러가 될 거라는군요(정말 비싸네요). 올 연말쯤 미국 시장부터 출시될 예정이고요. 2024년엔 더 저렴한 버전이 나올 거라고 합니다. 애플의 헤드셋이라니. 과연 어떤 사용자 경험을 주게 될까요. 한편으로는 기대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메타처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실제 애플 내부에서도 이런 걱정도 나온다고). 확실한 건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애플 마케팅 책임자 그렉 조스위악이 메타버스에 대한 질문에 “절대 사용하지 않을 단어”라고 말한 적 있죠. 비록 애플은 이름을 불러주진 않겠지만, 메타버스 업계에선 애플이 뭐라도 제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한마디로 ‘메타버스의 아이폰’이 필요한 겁니다. 혹시 애플은 그걸 해낼 수 있으려나요?또다른 희망은 아직 메타버스는 초기 시장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0월 더 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품(퀘스트 프로)는 업무용 VR헤드셋의 첫번째 버전이고, 버전4~버전 5가 나올 2020년대 후반까지는 완전히 제품이 성숙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만큼 장기 프로젝트인 걸 이미 알고 뛰어들었다는 거죠.그게 왜 희망적이냐고요? 아직은 성공과 실패를 논하긴 너무 이르다는 점에서 희망이 남아있는 셈이죠. 닷컴버블이 꺼진 뒤에도 아마존은 더 크게 살아남은 것처럼 메타버스에서도 계속 이어질 무언가가 탄생하긴 할 거란 막연한 기대랄까요. 물론 그게 저커버그가 말한 2020년대 후반에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쯤에서 글로벌 VC인 알타R캐피탈 설립자 이고르 랴벤키의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챗GPT를 주제로 한 말인데요. 제가 챗GPT 뉴스를 접하며 메타버스를 떠올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험 없는 투자자는 종종 새로운 기술 혁신에 종교적인 황홀경을 느끼지만 노련한 투자자는 시장 주기의 자연스런 부분으로 인식합니다. 모든 주요 기술 발전에는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열광과 그것이 어떻게 다른 모든 것을 쓸모없게 만들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며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것인지를 설명하는 수많은 기사가 수반됩니다. 이는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메타버스에서도 그랬습니다.”By.딥다이브메타버스라는 단어가 그렇게 큰 유행어가 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인기가 식어버린 것도 놀라운데요. 오히려 초기 버블이 꺼진 지금이 진짜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달리 말하면 아직 극초기인데 버블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시장이 있다면 투자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메타버스는 여전히 아무도 정확한 정의를 모릅니다. 로블록스 같은 게임도, 블록체인으로 거래하는 가상 부동산의 세계도, 메타의 VR 헤드셋 속 가상현실도 모두 메타버스라 불리고 있죠. 메타가 메타버스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면서 메타버스 거품은 빠르게 꺼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문제로 지적됩니다. 애플은 오는 6월쯤 첫 VR헤드셋을 공개한다는데요. 과연 꺼져가는 메타버스 열기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요.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뭔가가 이뤄지긴 하겠죠?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혹시 ‘1월 효과’가 1월에만 주가가 반짝 오른다는 뜻이었으려나요? 미국 경제가 ‘무착륙(No Landing)’일 거란 얘기 나올 때까진 분위기 좋았는데, 이젠 무착륙은 헛된 희망이고 주가는 곧 떨어질 거란 경고가 월가에서 나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휴장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날’이어서 하루 쉰 겁니다. 지난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시장에선 이러다 연준이 금리 계속 더 올리겠다는 불안감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우는 월가의 투자메모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우선 JP모건의 미슬라프 마테이카 애널리스트는 20일 메모에서 올해 1분기가 주식의 최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조만간 랠리가 사라질 거라는 뜻인데요. 특히 통화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1~2년의 시차가 있다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말했죠. “역사적으로 주식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진행하기 전에는 바닥을 찍지 않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기도 전에 바닥을 본 적이 없습니다.” 모건스탠리 전략가 마이크 윌슨는 좀더 무섭게 경고하는데요. 19일 메모에서 그는 지금의 주식투자를 산소가 충분치 않은 3000피트 이상 고도의 에베레스트산(일명 ‘죽음의 지대’) 등반에 비유했습니다. “유동성(병에 든 산소)은 투자자들이 가지 말아야 할 지역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다시 한번 주가를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들은 재앙적인 결과 없이 하강할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등반하지만, 산소는 결국 고갈되고 위험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습니다.” 특히 그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무착륙’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죽음의 지대가 마음에 작용하는 속임수”라고도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믿기 시작했다”는 거죠. 한마디로 ‘더 올라가면 죽어. 얼른 내려와’라는 얘기입니다. 씨티그룹의 로버트 버클랜드 전략가 역시 20일 메모에서 이미 MSCI 지수가 목표범위 상단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이 쫓지 않을 거라고 밝혔는데요. 2023년 들어 꽤 높은 수익률을 올린 역발상 거래, 즉 지난해 많이 오른 주식(석유주)을 팔고 많이 떨어진 주식(기술주)를 사는 거래가 곧 사라질 거라고 봤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역발상 거래가 평소처럼 소진될 것”이라면서 “헤드라인 주가지수를 더 높이 쫓지 않을 거고, 기술주보다 석유주를 선호한다”고 밝혔죠. “연착륙 이야기를 경계해야 하고, 주당순이익 예측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서 빨간 불을 켜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데요. 만약 24일 발표될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크게 오른다면 또다시 시장이 크게 반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PCE 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에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이니까요.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예상대로 5.0에서 멈추느냐, 5.25 또는 그 너머까지 가느냐.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온통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쏠려 있는데요.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언급에 환호했다가, 뜨거운 고용지표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이럴 땐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큰 흐름에서 금융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을 알아둬야 할 텐데요. 그 이야기를 해주실 만한 분을 만났습니다. 상상인증권에서 투자전략팀장을 맡고 계신 신얼 수석연구위원입니다. 채권 애널리스트로도 잘 알려진 분이시죠. 참고로 인터뷰는 이달 6일 진행됐습니다. *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시장과 연준, 누구 말이 맞을까-금리 얘기부터 해볼게요. 2월 1일 미국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발언이 ‘비둘기파적’이라며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진짜 좋은 신호가 좀 나왔나요? “파월 의장 멘트는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장은 연준이 목표한 최고금리가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될까봐 경계했는데요. 이런 경계심을 건드리지 않았어요. 또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상승률 둔화)이란 단어가 상당히 많이 나와서 안도감을 느꼈고요. 이번 파월 의장 기자회견은 경기가 연착륙하면서 물가는 안정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공감대를 어루만져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나온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는데요. 물가가 잘 안 잡히고 고용이 계속 높으면 5.25%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통화정책발 변동성 요인은 1분기까진 유효하겠습니다.” -3월 FOMC 직후 어떤 발언이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또 출렁거리겠군요. 그런데 조만간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연내에 금리 인하까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요? “1월 금융시장이 극적인 반전을 이뤘죠. 주요국 증시가 한달 동안 5~10% 수익률이 나왔고, 우리나라 채권 시장은 종합지수 기준 약 3%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원 달러 환율은 1200원 초반대까지 내려왔고요. 주식∙채권∙외환 모두 강세장을 연출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일단락될 수밖에 없다는 게 깔려있고요. 한발짝 더 나아가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진 말자는 인식이 반영된 것 같아요. 다만 이번 FOMC나 금통위에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힌트는 없었습니다. 없었는데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왜냐. 경기가 꺾이고 물가가 더 오르지 않을 거란 신호를 3~6개월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이렇게 가면 금리 인상은 1분기 전후에 끝난다고 보고요. 그럼 2, 3분기엔 동결할 텐데,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안 좋으면 그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결국 금리인하라고 보는 겁니다. 그동안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어요. 미국 연준은 0.25%에서 4.75%까지 가는 데 1년이 채 안 걸렸습니다. 과거 패턴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 속도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시장에선 금리 동결 기간이 과거보다 짧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빨리 올린 만큼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터닝 포인트가 빨리 올 수 있다고 시장은 베팅하고 있습니다.다만 연준 인사들은 물가 때문에 절대 그런 멘트들을 하진 않을 겁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1970년대 중후반 같은 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장과 중앙은행 인사들 발언이 대치되는 국면이 당분간 펼쳐질 겁니다.”-‘연준에 맞서지 마라’라는 격언을 생각하면 연준 말을 좀 들어야 할 것 같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사람 심리가 희망적인 메시지에 더 귀가 팔랑거리게 됩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맞을 때도 있고, 시장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다만 지금은 ‘이제 시장이 맞을 타이밍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년엔 연준에 맞섰다가 시장이 호되게 당했죠. 인플레이션이 이렇게까지 오를 것이라고는 대부분 전문가도 예측 못했으니까요. 작년엔 피벗(연준의 태세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섣부르게 가졌던 시장 참가자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고,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맞았습니다.그런데 이제 중앙은행들의 긴축 통화 정책이 일단락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다시 한번 ‘우리가 가는 길에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합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한국은 현재 기준금리가 3.5%까지 높아졌는데요. 팀장님을 포함한 대부분 전문가가 이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보시더라고요. 왜 그런가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에서 당분간 동결될 거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룹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물가상승률) 마이너스 폭이 이제 거의 잡혔어요. 실질 기준금리가 2020년 6월부터 마이너스로 갔는데, 한은은 그걸 빨리 되돌리고 싶어했거든요. 아직 마이너스이긴 합니다. 다만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 중후반인데요. 연간 근원 물가와 현재 기준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하반기 물가 수준을 고민해야 하는데 3분기엔 근원 물가가 3%, 4분기 2%가 될 겁니다. 4분기에 물가상승률이 2%인데 기준금리가 3.5%이면 굉장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인 거죠. 지금 경기 지표들이 급격하게 다운사이클로 접어들고 있어서, 이런 부분이 금리 인사 가능성을 지지해주는 대목이고요. 3개월 연속 수출이 역성장한 것까지 고려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채권투자, 욕심 부리지 말고 안정적으로-제가 팀장님을 지난해 여름 처음 뵈었을 때 ‘채권 투자의 기회가 오고 있다. 관심 있게 봐라’라고 하셨는데, 정말 작년 하반기에 채권 투자 열기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 일더라고요. 그런 변화를 실감하시나요? “정말 많이 느꼈어요. 자본시장에선 항상 주식이 개인투자자들 관심 1순위였는데, 어느 새 채권과 고금리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동해 있더라고요. 가장 확실한 건 숫자이죠. 개인 투자자의 장외 채권 시장 잔고가 25조원 정도까지 올라왔거든요. 1년 만에 약 200% 늘어났죠.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활발하게 했고, 증권사가 채권 마케팅을 강화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매우 좋다고 봐요. 돈이라는 건 한국은행이 돈의 가치의 기준인 정책금리를 설정하고 이게 단기자금시장-채권시장-외환시장-주식시장-기타 실물경제로 돌게 되는데요. 거기서 핵심은 채권금리이거든요. 금리라는 기준을 말로 이해하는 것과 (채권 투자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건 천지차이입니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건 금융시장의 건강함을 높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채권지수가 1월 한달 만에 3%나 올랐으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건 이제 시장금리가 좀 내려와있는데요. 지금 상황에선 어떤 식으로 채권 투자에 접근을 해야 할까요?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4~5% 예적금 상품 어디 갔나, 이제 3%대’라는 뉴스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시장금리가 내려갔다는 거죠. 그러면 이제 고금리가 아니니까 채권 수익성이 떨어졌나? 이 부분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국공채처럼 리스크가 거의 없는 상품은 금리가 빠르게 내려갔습니다. 3% 초중반까지 갔죠. 지금 연준의 기준금리가 4.75%인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3~3.5% 수준입니다.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죠. 그럼에도 채권 금리의 하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건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거죠. 그러면 금리 동결에서 인하로 가는 시기엔 어떤 투자전략을 쓰는 게 좋을까요. 금리를 인상하다가 동결로 갈 때, 안정적인 채권은 빠르게 리스크를 낮추면서 금리가 내려갑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채권에 투자하려고 보니까 금리가 내려가 있겠죠. 이때 ‘그럼 나는 금리 높은 거에 투자하겠다’며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럼 국고채나 공사채가 아닌 비우량 등급의 회사채나 카드채, 캐피탈채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나서 동결 구간에 있다가 인하로 가게 되는 시기를 보면요.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가게 돼있는데 반드시 모든 채권이 그렇지는 않아요. 선별적으로 비우량 등급 채권에서는 크레딧 리스크(신용위험)가 불거질 수가 있습니다. 즉 높은 금리로 인해 유동성이 메마르고, 이걸 버티지 못한 곳에선 디폴트(부도) 리스크가 나타나죠. 흑자 도산이란 얘기도 하잖아요. (기업이) 돈은 버는데 갑자기 유동성이 말라서 부도가 날 수도 있고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국고채 금리가 낮아서 좀더 높은 금리 주는 걸 선택할래. 앞으로 금리 인하할 거니까 괜찮아’라는 전략은 지금 시점엔 금물입니다. 눈높이를 좀 낮춰서 안전하게 가야 합니다. 앞으로 금리는 좀 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2023년 2월 금리 수준도 낮은 게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는 시점이 빨리 올 가능성이 있죠. 인플레이션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자산이 채권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충격이) 주식, 외환, 가상화폐, 부동산으로 퍼졌고요. 인플레가 잡히고 난 이후에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하는 자산도 채권입니다.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벽하게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채권시장 수익률 개선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바 있기 때문에 아직 늦은 건 아닙니다. 다만 선별적으로 유의해서 들어갈 필요는 있습니다.”-지금 시점에서 약간 욕심을 내서 비우량 등급인데 7~8% 주는 회사채를 잡으려고 들어갔다가 자칫하면 디폴트 나버리는 경우가 있겠군요.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 투자자처럼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있지 않잖아요. 5개 정도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좀 위험한 걸 담았다가 그게 문제가 생기면 왕창 무너지겠죠. 금리 인상 후반부와 이후 동결 국면에선 언제나 리스크가 확대되는 이벤트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가계, 기업, 정부 셋 중 어디서 터질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죠.”내집 마련, 적기 아니지만 준비는 미리-채권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문가이시기도 한데요.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습니다. 거래도 끊겼고 미분양도 막 쌓이고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에셋(자산) 사이클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받은 자산은 채권이죠. 2021년 3분기 말~4분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했고요. 이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쭉 올리면서 현재 4.75%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동안 좋았던 자산은 달러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채권, 증시, 외환시장, 그리고 가상자산까지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죠. 그리고 뒤늦게 부동산 시장이 2022년 6월 전후부터 미국에선 빠르게 상승폭을 되돌렸고, 한국은 좀 더 빠르게 하락세로 진입했습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채권∙주식∙외환과 달리 1월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거든요. (부동산 약세장은) 조금 더 갈 겁니다. 왜냐하면 채권보다 6~9개월 늦게 약세장이 나타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통화정책이 (금리)동결로 가면 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환호할 거고, 증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복원됩니다. 그럼 부동산은 어떻게 될 것이냐. 자본시장의 온기가 좀 더 퍼져야 합니다. 대기 수요자들이 움직일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책도 필요하고요. 지난해 이동 수요가 역대급으로 낮았어요. 주택 실거래 신고를 보면 매매∙전세∙월세 거래 건수가 나오는데요. 전체 거래 중 매매 비중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일단 눌러 앉자. 어떻게 될지 몰라’라는 인식이 있었던 거죠. 부동산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유동성이거든요. 유가증권 시장은 LP(유동성 공급자)가 있어서 가격 형성 기능을 하는데, 부동산은 그런 주체가 없어요. 그래서 수요가 없고 거래가 없으면 그게 가격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도 과연 이럴까 생각을 하면, 부동산의 속성 중 하나가 ‘필수재’라는 점이거든요. 보통 연간 800만~900만명이 주소지 기준으로 이동을 하는데요. 지난해는 이게 700만명 대로 떨어졌어요. 이동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라기보다는 다시 한번 여건이 되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즉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2023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 거래가 다시 살아난다면,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는 지금 미리 좀 잘 봐둬야 할 시기일까요? “2022년보다는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는 건 분명합니다. 다만 자산 시장의 온기가 부동산까지 오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고 말씀 드리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이 필수재인 동시에 상당히 큰 가계의 자산 가액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따라서 준비는 미리 해둬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냉기가 가장 늦게 반영됐기 때문에 온기도 빨리 오긴 어렵지만, 워낙 자산시장 사이클이 촘촘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리인상도 예전엔 연준이 2004~2006년 2년 동안 했는데 이번엔 1년도 안 돼서 이렇게 올렸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한 만큼 빠르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실수요자는 결국 전월세든 매매든 택일해야 하는데요. 어떤 게 본인에게 유리한지를 미리 판단해둬야 합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과반을 넘어섰거든요(52%). 실수요자들이 월세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요. 목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금리는 지금 빠르게 3%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거죠. 금리가 시장의 균형추가 될 겁니다. 즉 ‘월세 선호’에서 ‘전세와 월세의 균형’으로 바뀌는 부분이 1분기 말~2분기 초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매∙전세∙월세가 균형 잡히게 될 거고요. 정부 정책도 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작년처럼 거래가 끊겨서 시장이 급랭할 요인이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2020~21년 가격 상승이 너무 가팔랐기 때문에 여전히 비싸다는 생각이 있죠.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자가 임대차 계약이든, 매매시장이든 더 유리하게 될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전세이든 매매이든 자기 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알아보고 준비를 해둘 타이밍인 거네요. “그렇습니다. 금융시장 여건이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할 거라면 준비를 미리 해둬야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겠죠.”-투자전략팀장을 맡고 계셔서 여러가지 자산을 놓고 크게 그림을 그리실 텐데요. 저희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조언을 해주신다면? “금융시장 환경이 개선된다는 게 제가 생각하는 올해 투자 전략입니다. 달러 인덱스가 115포인트까지 갔다가 100포인트 초반으로 내려왔습니다. 또 미국채 시장의 변동성 지수인 무브(MOVE) 인덱스가 과거 약 10개월 동안 100포인트보다 높았는데 지금 약 일주일째 100포인트를 하회하고 있어요. 변동성이 덜하다는 거죠. 즉 강달러가 후퇴를 한다는 건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된다는 거고요. 무브 인덱스가 안정화된 건 시장금리발 공포감 조성이 이제 없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처럼 ‘어어’ 하다가 상당히 어려움에 봉착했던 그런 가능성은 이제 낮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에셋사이클을 통해 자산시장에서 어떤 흐름으로 온기가 확산될지를 판단해서 투자하세요. 그럼 2023년 한해 좋은 수익률이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By.딥다이브‘채권시장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할 거다.’ 지난해 여름 신얼 팀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7개월 넘게 지나서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자산시장의 큰 흐름을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는 국면에 와있습니다. 연준과 달리 시장에선 벌써부터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이번에는 시장이 맞을 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채권금리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데요. 이 시기에 조금 더 벌려고 비우량 채권을 잡았다가는 자칫하면 ‘디폴트’가 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안정적으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여러 자산 중 가장 늦게 가라앉았기 때문에 다시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립니다. 다만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월세 쏠림’ 현상은 사라질 테니, 미리부터 월세, 전세, 매매 중 어느 게 가장 유리할지 준비를 해두세요.*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9일(현지시간) 또 하락한 이유이죠. 장 초반 반등했던 뉴욕증시는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다우지수 -0.73%, S&P500 -0.88%, 나스닥지수 -1.02%.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팟캐스트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확신하기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강경 발언과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수당 청구건수(지난주 19만6000건)가 겹치며,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5%를 넘어섰습니다.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는 거죠. 14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있는 터라 시장의 경계심이 높아져 있습니다.이날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급락한 알파벳(구글 모회사)입니다. 주가가 8일 7.68%, 9일 4.39%나 하락했죠. 구글이 7일 소개했던 새 AI챗봇 서비스 바드(Bard)가 틀린 답변을 보여준 여파가 이어지는 건데요(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처음으로 태양계 밖 행성을 찍었다고 답했는데, 오답이었음). 알파벳이 이틀 동안 잃은 시가총액은 무려 1729억5000만 달러(약 217조7000억원). 이틀 동안의 시가총액 손실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만큼 생성형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느냐 마느냐가 지금 투자자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이슈라는 건데요.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매트 말리 수석시장전략가는 “구글 같은 주식이 이 정도로 폭락한 것은 사람들이 펀더멘털을 보고 있는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챗GPT나 바드 모두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학습하면 틀린 답변을 정답처럼 말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이라고 부르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정답이 없는 질문(‘10살 남자아이한테 무슨 선물을 해줄까?’ 같은 류)엔 척척 유창하게 답을 하지만, 정작 ‘한국의 대통령이 누구지?’ 같은 질문엔 오답을 내놓기도 하죠. 즉, 바드의 제임스웹 망원경 오답 같은 건 앞으로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이와 관련해 인상적인 설명이 있는데요. 미국의 게임 개발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의 CEO 스트라우스 젤닉은 생성형 AI 열풍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챗GPT는 오늘날의 수동 계산기입니다. 제가 어렸을 땐 그런 게 없었죠(그는 1957년생). 그래서 저는 손으로 직접 수학을 풀어야 했고, 손 계산기가 등장하자 부모님들은 ‘오, 아이들이 더 이상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학을 절대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지난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충격적인 4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D램 가격은 언제나 바닥을 치려나’라며 전 국민이 반도체 산업을 걱정하는 느낌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597만명(지난해 12월 말 기준)이나 되니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물려 있을 듯. 그나마 다행인 건 실적은 무지 나쁜데 주가는 신통하게도 좀 올랐다는 점인데요. 왜 그런지, 다시 ‘10만 전자’의 희망을 품어도 되는 건지, 지금 물을 타도 되는 건지 등등.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00년부터 IT 업종 애널리스트를 하신 김운호 IBK투자증권 이사를 만났습니다. 한시간을 훌쩍 넘게 인터뷰하면서 반도체 시장 전망과 함께 ‘개인의 주식 투자법’에 대한 꿀 같은 조언을 얻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겁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삼성전자 주식은 사지 마라.’ 왜냐고요? 읽어 보시면 압니다.*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D램과 낸드, 메모리 반도체 세계-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사실 지난해 가을부터 SK하이닉스는 4분기에 적자일 거라고 애널리스트 분들은 많이 예측하긴 하셨죠.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이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예상했던 수준이었나요?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안 좋았습니다. 반도체 가격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죠.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해 조금 더 우려했는데요. 사업부가 적자 전환을 하면 가지고 있는 재고자산의 평가손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영업적자를 1조로 보더라도, 재고자산 평가손 때문에 얼마만큼 밑으로 더 빠질지가 물음표인 거예요. SK하이닉스에 ‘1분기 재고자산 평가손이 얼마쯤일까’ 물어보면 몰라요. 재고자산 규모가 얼마나 될지, 반도체 가격이 1분기 말까지 얼마만큼 빠질지를 알아야 하는데 둘 다 (예측이) 어렵죠. 그래서 그건 물음표로 남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1분기엔) 훨씬 더 커지는 그림입니다. 낸드플래시가 D램보다 훨씬 더 좋지 않아서 SK하이닉스는 낸드 쪽에서 적자가 세게 났고요. D램은 겨우 흑자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생각보다 더 나빴습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쪽은 적자였는데요(메모리 부문 분기 적자는 2008년 이후 처음). 역시 D램은 아니고 낸드가 적자였죠.”-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고, 경기보다 약간 선행해서 움직인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D램과 낸드, 그 둘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다른가요? 왜 낸드 쪽이 지금 더 안 좋은가요? “경제학에서 배웠듯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D램은 공급자가 적어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 3사가 90% 이상을 차지하죠. 낸드는 그보다 복잡해요.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이 있고, 인텔 낸드 사업부는 솔리다임에 들어갔고,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도 있고. 대여섯개쯤 되는 거죠. 낸드는 아직 과점화가 안 돼있습니다. D램은 서버∙핸드폰∙PC 이 세 개에 주로 쓰이는데요. 낸드는 이와 달리 USB와 메모리카드도 있고,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해요. 낸드 중 가장 비싼 건 서버에 들어가는 겁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비중이 낮았는데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조금 높아졌고요. 삼성전자는 1위니까 서버 비중이 크고요. 그렇게 낸드는 제조사별로 제품 믹스가 많이 다르고, 그래서 마진도 많이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항상 (낸드 마진이) 탑 클래스에 있고요. SK하이닉스는 오락가락하고요. 서버용이 돈 되는 건 뻔한데 제품 경쟁력에 따라 그걸 공략할 수 있기도 없기도 합니다. 여담이긴 한데 애플에 중국 YMTC가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려다 막혔잖아요. 그런데 애플에 공급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선 절대 좋지 않습니다. 마진이 제일 낮은 섹터 중 하나가 애플입니다. 그러니까 (애플에 공급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죠. 보통 ‘애플에 들어가니까 제품이 얼마나 좋겠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제품이 정말 좋으면 애플 말고 다른 데 팔겠죠. D램은 대체제가 없어요. CPU가 고도화되고 제품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D램 스펙이 점점 더 높아져야 하죠. 그런데 낸드는 달라요. 낸드는 HDD 하드디스크라는 대체제가 있잖아요. 낸드를 안 써도 됩니다. 지금 서버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엄청난데, 낸드가 서버시장에 들어가 있는 비중이 10% 정도밖에 안돼요. 그 이유는 낸드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비싸서입니다. 즉, 낸드의 태생적인 한계는 HDD와 경쟁을 위해 가격을 계속 낮춰야 합니다. 대체제가 없는 D램과는 메카니즘이 조금 다르죠.” D램 가격 반등, 하반기도 어렵다-반도체기업 주가는 올해 들어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를 보니 D램 가격이 1분기에 더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올해 4분기까지 계속 쭉 떨어지는 걸로 전망하셨더라고요? “저는 약간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지난해 3분기에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빠졌고, 4분기엔 30% 빠졌습니다. 올 1분기는 -20%쯤, 2분기는 -10% 정도로 보는데요.‘하락률’은 줄어드니까 이걸 ‘개선’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실제 숫자(가격)는 계속 빠지는 겁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 ‘비율 개선’에 대해서도 반응을 합니다. 하락률만 줄어도 좋은 거 아니냐고 보는 거죠. 이보다 더 좋게 보는 분들은 올해 하반기엔 D램 가격이 플러스 전환한다고 내다 보기도 합니다.”-‘하반기 D램 가격 반등론’은 왜 나올까요? 공급이 줄어서? 아니면 수요가 회복해서?“둘다죠. 일단 공급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약간 낮은 보이스로 얘기를 했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계속 줄인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데 감산과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재고가 줄어드는 그 속도를 봐야 합니다. 거기에 수요까지 조금씩 올라와서 이 모든 게 잘 매치가 되면 베스트 시나리오인데요. 저는 감산하니까 재고가 줄어드는 건 맞는데, 수요가 생각만큼 그렇게 빨리 올라오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무엇 때문에 하반기 수요가 좋아진다고 얘기하느냐면 중국입니다. 중국이 리오프닝 되고 경기 살리려 보조금도 주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꽤 큰 폭으로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사람입니다.” -아직까진 수요가 늘어날 거란 근거가 딱히 없고 막연한 기대이군요.“중국이 봉쇄를 풀면 스마트폰을 사지 않겠냐는 건데요. 제가 받은 느낌은 봉쇄가 해제 돼도 구조적으로 줄어든 시장 사이즈가 생각보다 큽니다. 삼성전자가 과거 평균 3억 대 정도 만들다가 코로나 기간 중 부품도 없고 하니까 2억6000만대로 줄이면서 가격이 싼 모델 비중을 확 줄였거든요. 이걸 다시 늘릴 생각을 잘 안 할 겁니다. ” -코로나가 워낙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시장 분위기가 바뀐 거네요. “또 바뀐 것이 이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졌습니다. 평균 4년이 좀 넘었다고 하죠. 핸드폰이 고장 나는 것 중 상당수가 화면이 나가는 건데요. 중국에선 아이폰을 많이 쓰는데, 아이폰 디스플레이가 고장 나면 OLED가 아닌 LCD로 교체합니다. 그럼 20달러밖에 안 해요. 이제 그런 수리 시장이 훨씬 커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주식시장에선 ‘D램 가격이 오르는 걸 확인하기 전에 가격이 거의 바닥에 근접하기만 해도 반도체주 주가는 확 반등할 수 있다’고들 얘기하던데요. “일반적으로 (주가가 D램 가격에) 6개월 선행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D램 가격 하락률 방향성만 가지고도 주가는 움직일 수 있죠. 그런데 과연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 주가의 레벨은 영업이익에 비례합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좋아지려면 단순히 적자폭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잖아요. 그 부분이 이전과 다릅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적자가 나온 게 2008년 이후로 처음이니까요. 그 말(D램 가격이 바닥일 때 주가가 먼저 반등한다)은 흑자일 땐 맞았죠. 흑자였을 땐 D램 가격이 반등만 하면 돈을 더 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적자니까 D램 가격이 바닥을 쳐도 적자폭만 줄어드는 거죠. 따라서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접근할 건 아닙니다.” -반도체주 주가가 반등을 할 순 있지만, 정말 주가 수준 자체가 의미 있게 높아지려면 영업이익이 좋아져야 하는군요. “그러려면 D램 가격이 꽤 큰 폭으로 올라가야 하고요. 그러려면 수요가 맞춰져야 합니다. 공급만 줄여서는 그렇게까지 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수요 쪽에 그렇게 확신이 없어요. 가격이 크게 오를 정도의 수요는 올해는 없을 거고, 내년 이후나 봐야 될 겁니다. 스마트폰, PC, TV의 글로벌 판매 대수가 얼마가 정상이냐는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원래 14억 대 정도 팔았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떨어져서 이제 12억 대가 됐습니다. 그럼 뭐가 정상일까요? 다시 14억 대로 갈 거라고 엄청나게 기대를 하는데 그게 맞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는 쪽입니다. PC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4억 대 시장이었는데 3억 대로 줄었습니다. 이게 다시 4억 대로 갈 수 있을까요? ‘너 올해 PC 살 거야?’라고 물어보면 안 산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수요를 상식적으로 접근해야지, 무조건 ‘좋아질 거야’라고 기대할 근거는 별로 없습니다.”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은?-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얼마나 찾느냐가 주가엔 관건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쪽은 워낙 대만 TSMC가 강자여서,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란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실제로 불가능해요. 파운드리는 이것저것 다 만드는 반도체인데요. TSMC나 삼성전자 모두 되게 비싼 장비에 투자를 합니다. 왜 그러냐. 웨이퍼가 8인치와 12인치가 있는데, 8인치짜리를 만들면 가장 싼 것 가격이 한장에 300달러가 좀 안 됩니다. 그런데 애플이나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5나노급 12인치 웨이퍼 한장은 얼마쯤할까요? 1만5000달러입니다. 파운드리를 가진 기업이라면 12인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12인치가) 웨이퍼 장수로는 얼마 안 되는데 매출 비중이 엄청나게 높아요.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계속 장사를 하려고 하는데요. 이게 필요한 고객사는 별로 없어요. 애플∙인텔∙엔비디아. 이런 잘 나가는 탑클래스 기업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 하는데요. 거꾸로 얘기하면 삼성전자가 애플 물량을 받아올 수 있나요?” -애플은 어떻게 해도 삼성전자엔 안 주겠죠. 애플은 일단 버리고 나머지를 잡아야 하는군요. “엔비디아도 TSMC 쪽에 더 많이 주고요. 퀄컴도 삼성전자가 경쟁사니까 안 주고 싶은데, 삼성전자가 고객이기도 해서 주문을 주긴 줘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이니까 삼성전자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죠. 이걸 따라가야 한다는 당위성이지, 실제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삼성전자급의 회사라면 당연히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그 분야를 하긴 해야 하지만, 그걸 해서 실제 점유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고 보면 조금 회의적인 거군요. “저울은 TSMC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삼성전자는 그걸 조금이라도 더 가져오려고 발버둥 치는 상황입니다. 기술개발 성공이란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고객이 움직일지는 전혀 다른 일이라서요.” -대만에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상황이 달라지긴 어렵겠어요.“그렇죠. 반대로 얘기하면 그것 때문에 대만엔 전쟁이 안 날 거라고 하죠. 대만에 전쟁이 나서 TSMC 공장이 멈추면 전 세계 모든 공장이 다 멈추게 됩니다.”좋은 회사 말고 좋은 주식에 투자하라-제 주변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 가격을 걱정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다들 삼성전자에 물린 투자자이기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싫어할 수 있는데요. 주식 투자를 알고 해야죠. 지금은 학습효과, 즉 ‘옛날에 삼성전자 주가 빠졌을 때 봤는데 다시 오르더라’면서 주식을 사는데요. 저는 그런 개인 투자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삼성전자 작년에 얼마 벌었는지, 올해 얼마 벌 거라고 추정하는지는 아나요? 그 돈을 어디에서 버는지는 알고 계세요? 그런 것도 모르면서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집을 살 땐 누가 사라고 해서 사지 않고 다 알아 보고 사잖아요. 그런데 주식은 누가 ‘그거 좋대’라고 하면 사요. 자기가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왜 그렇게 쉽게 투자하나요. 저는 공부 안 하고 주식 사는 개인 투자는 의미 없다고 봅니다. 공부하지 않을 거라면 주식하지 말아야죠.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거든요.” -크레딧 애널리스트에서 에쿼티 애널리스트도 전환하신 분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기준이 다르다고요. “좋은 주식은 많이 오를 주식이죠. 그러니까 싼 주식을 사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승부를 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경상도 말로 ‘천지삐까리’인데 단기에 그걸 어떻게 합니까. 좋은 주식은 단기간엔 흔들릴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계속 오르거든요. 2~3년 기다리면 3~4배까지 오를 수 있는 종목들이 있고, 그런 종목을 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들 편해서 삼성전자 사지만 개인들은 삼성전자 같은 주식을 사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은행 예금이 낫죠.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은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삼성전자로는 절대 불가능해요.”-5개 정도 소수 종목에만 집중 투자해야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얘기하는 투자자들도 있죠. “저는 그보다 좀 더 극단적이에요. 알고 있는 종목 중 가장 수익률 높은 한 종목에 올인을 해야 합니다.” -굳이 분산할 필요가 없다고요? “만약 내가 아는 종목 중 베스트가 수익률 30%짜리라면 거기 올인을 해야죠. 10%, 20%짜리를 살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데 한 1000만원 투자하면서 종목은 10개쯤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어떤 종목은 20% 벌었는데, 전체를 따져보면 마이너스이게 됩니다.개인은 많은 종목을 다 알 수 없잖아요. 잘 모르겠으면 그냥 사지 말아야 합니다. 10종목, 20종목씩 갖고 있으면서 누구 얘기를 들으면 좋아 보인다며 또 사고. 이건 분석을 안 하는 거죠. 만약 그게 정말 좋으면 갖고 있는 종목을 다 팔고 그걸 사야죠.” -그렇게 20종목, 30종목을 투자할 거면 차라리 코스피200 ETF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겠군요. “아니면 2차전지ETF, 이런 게 낫고요. 개인은 잘 모르면서 분산할 게 아니라, 한 종목에만 올인을 해야 한다고 보고요. 물론 (주가가 오르는 데) 시간은 좀 걸리니까 기다려야 합니다.” -마치 부동산에서 ‘똘똘한 한 채’에 투자하듯이 주식도 열심히 공부해서 똘똘한 하나에 집중해야 하네요. “부동산보다는 좀 더 쉽습니다. 그런 종목들이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종목 중에도 있고요. 그걸 본인이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서 알아야죠. 왜 이 사람은 이걸 이렇게 열심히 추천할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도대체 뭔지를요.” -애널리스트들이 그런 걸 보고서에는 애매하게 쓰나요? “현재 주가가 1만원이고 목표가가 5만원이라고 하면, 그걸 누가 쓰나요. 목표주가를 1만4000원 정도로 쓰는 거죠. 그 다음 주가가 1만4000원에 가면 다시 2만원으로 또 쓰고요.” -주가가 오르니까 뒤따라서 목표가를 뒤늦게 올린 거 아니라, 원래부터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해도 목표주가를 일부러 낮게 쓴다고요? 왜요? 너무 높게 쓰면 이상하게 보나요? “그렇죠. 딱 적당하게 (주가보다) 30% 높게 보고서를 쓰죠. 지금은 아닌데, 예전엔 진짜 보고서 쓸 때마다 목표가를 올렸던 기업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이 회사를 엄청 좋게 보고 있다’는 신호이군요. “반대로 ‘이 종목은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주가가 더 갔네. 더 안 오를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할 때가 있어요. 그럼 목표가를 조금만 올려요. 최소한으로만. 지금 주가와 거의 차이가 없게요. 한 15% 정도로.” -투자의견이 ‘매수’이긴 한데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이 15% 정도라는 건 ‘이제 안 올라’라는 신호로군요. “보고서에 좋은 멘트도 달죠. ‘조심해서 보자.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라고. 그게 결국 사지 말란 얘기죠. 투자의견은 되게 예민하거든요. 기자들은 ‘주가가 이렇게 빠지는데도 한국 애널리스트는 매도 보고서 안 쓴다’는 기사를 많이 쓰는데요. 투자의견은 계속 매수이긴 하지만, 행간을 읽어 보면 적극적으로 사라는 멘트가 거의 없어요. ‘Sell’을 못 쓰니까 ‘Buy’를 쓴 거예요.” By.딥다이브저는 일 때문에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많이 읽는 편인데요. 김운호 이사님의 ‘보고서 행간 읽는 법’ 가이드를 듣고 나니, 이전보다 보이는 게 좀더 많아집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꼭 실제 투자 공부에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하반기 D램 가격이 반등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수요 회복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갑자기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연말까지 D램 가격 하락을 예상합니다. 파운드리 분야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글로벌 핵심 고객사를 잡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립니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은 다릅니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것 같은 종목을 골라내세요. 단순히 ‘좋은 회사’라는 이유로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건 비추천입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도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주가가 현재가격보다 30%가량 높으면서, 보고서를 낼 때마다 목표주가를 계속 올린다면 좋게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고용보고서 충격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는 걸까요. 뉴욕증시 3대 지수는 6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1%, S&P500 -0.62%, 나스닥지수 -1.0%. 지난주 금요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고용시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충격적으로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51만7000개가 늘었는데 전망치 18만개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습니다. 미국 언론이 ‘비정상적인 성장’이라고 표현할 정도이죠.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요. 고용시장이 강하다는 건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죠. 첫째, 미국 경제는 견조하고 급격한 침체에는 빠지지 않을 거다. 둘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좀더 할 가능성이 있다. 뉴욕증시가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6일에도 하락세를 보인 건 바로 두번째 해석 때문인데요. 달리 보자면 그동안 증시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간으로 7일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인터뷰를 할 텐데요.아마 그의 발언 속 문구 하나하나에 금융시장이 또 반응하게 되겠군요.6일 나온 발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구글입니다. 구글이 챗GPT와 경쟁할 AI 챗봇 출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에 글을 올렸는데요. “람다(LaMDA, 구글의 AI 언어모델) 기반의 실험적인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바드(Bard)를 테스터들에게 개방할 것”이라면서 “향후 수 주 안에 일반인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바드(Bard)는 ‘시인’이란 뜻이라는군요. 구글은 바드의 사용 예시를 보여줬는데요. ‘9살 어린이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은 뭐가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9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내용을 요약해 뽑아주는 식입니다. 챗GPT에 맞서는 구글의 챗봇이라니. 이거 참 점점 재미있어지는데요. 구글이 기술은 앞서지만 상품화엔 약하다고 했던 기억하시나요. 과연 이번엔 구글이 상품화를 성공적으로 해서 AI 서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알츠하이머도 약 먹으면 낫는 시대가 온 걸까요? 얼마 전 미국 FDA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을 가속승인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술렁거렸는데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나 파킨슨병 신약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창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만약 치료제가 나온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고 하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꿈에 한발짝 다가서는 셈인데요. 그러나 현실은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닙니다. 내로라 하는 바이오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신약개발에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를 하고 있죠. 그만큼 무지하게 어려운 겁니다.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인 걸 알면서도 선뜻 투자할 엄두가 나진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솔직히 용어가 너무 어려운 것도 큰 걸림돌.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바이오 산업 이야기를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나눠 봤습니다. *이 기사는 2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바이오의 성장성은 무한대!-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반도체보다도 더 크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일반인에겐 용어도 생소하고 신약 개발이 성공할지 예측도 어려워서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뭘까요?“저는 젊은 투자자 분들은 꼭 바이오 업종을 봐야 한다고 말씀 드립니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건강한 삶과 생명 연장이라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해결해주기 위한 산업이라서요. 바이오 제약 산업의 성장성은 무한합니다. 꼭 성장하는 산업이고, 중장기로 계속 봐야 하는 업종이죠.” -신약 개발의 경우엔 투자금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엔 바이오 기업들도 좀 어려움을 겪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업에 따라 다른데요. 이미 신약 개발을 성공적으로 해서 판매 중인 기업은 금리와 상관 없이 지난해에도 실적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은 좀 많이 어려웠는데요. 임상 1상엔 100억~300억원 정도, 임상 2상은 500억원, 임상 3상은 1000억원 정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생 바이오텍들은 투자를 받아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엄청난 신약들이 나온다-바이오 업계의 빅 이벤트는 역시 신약 출시이죠. 최근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FDA 가속승인을 받았는데요. 물론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은 두번째이긴 하지만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나온다니 대박일 것 같은데요. 또 한편에서는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고 하더라고요?“이번 레카네맙의 FDA 승인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중추신경계의 여태껏 치료제가 없었던 부분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항체 신약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란 신약이 나오긴 했지만 약효나 부작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나와서 FDA 승인을 받고도 시장에선 거의 자진 퇴출됐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많이 개선한 레카네맙이 이번에 에자이(일본 제약사)와 바이오젠에서 나왔습니다. 기존 약보다 인지 저하 속도를 훨씬 많이 개선했고요.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도 기존 아두헬름은 약 40%에 달했는데 비해 레카네맙은 10%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받고 있죠. 문제는 이게 CNS(중추신경계)를 겨냥한 거의 첫 항체 의약품이라는 거고요. 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연간 2만6500달러, 약 3300만원). 약 처방을 활성화하려면 보험 급여에 등재가 돼야 하는데요. 미국에서도 아직 실제 약효와 부작용이 어떻게 나올지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속승인을 넘어 정식승인을 받고 나서야 보험을 적용해준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특히 중추신경계 쪽은 부작용이 단순히 속이 안 좋거나 하는 게 아니라 사망으로까지 갈 수 있는 부작용이거든요. 아무래도 그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또 치료 대상인 알츠하이머 경증 환자를 발굴하기도 쉽지 않아서요. 올 한 해는 실제 의사들이 얼마나 처방할 지를 좀 확인해 봐야 하겠습니다.” -임상을 거쳤다고 해도 검증이 더 필요하니까, 신약이 나온다고 해서 바로 폭발적으로 판매가 확 늘어나는 건 아니군요. “아무래도 정부나 보험사 입장에선 약가 부담이 워낙 크니까요. 보통 65세 이상에선 약 10% 정도가 (검사를 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 정도 발병률이 있다는데, 상당히 큰 수치이거든요. 그래서 폭발적인 수요는 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시장 침투까지 시장이 좀 시간이 걸립니다.”-지난해 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 물질이 임상 3상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마드리갈이란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죠.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신약은 국내 제약회사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이것 역시 엄청나게 환자가 많고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시장이라면서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저희가 NASH라고 부르는 건데요. 알코올 섭취와 관계 없이 간염이 생기고, 그게 지방간이 되고 섬유질로 변해서 간경변까지 가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당히 심각한 질병입니다. 지방간염의 거의 80%가 NASH와 관련된 환자들이에요. 간이 워낙 복잡한 기관이어서 아직 그 원인 물질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가 않은데요. NASH 치료제가 개발만 되면 복용할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개발은 해왔어요. 하지만 임상 1상, 2상에서 효과를 보였어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하면 환자들 반응이 워낙 제각각인 거예요. 특히 간은 ‘생검’이라고 해서 직접 간 조직을 채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임상 자체도 쉽지 않고요. 그래서 개발하다가 포기한 약물이 많은데요. 지난해 미국 마드리갈이 임상 3상에서 유효성 지표를 보였고 올해 신약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드디어 역사적인 NASH 치료제가 처음 나오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이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유럽 간학회에서 임상 2A 단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요. 그 데이터를 한번 확인해보면 이게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일지 아닐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알츠하이머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외에 연구원님이 관심 있게 보고 계신 신약 후보 물질은 무엇이 있나요? “우리나라와 관련된 게 3개 정도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과연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많이 제기하세요. 그런데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 역사가 워낙 짧습니다. 신약을 실질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5년 전후입니다. 10년도 되지 않은 상태이죠. 임상 기간을 감안해보면 2025년 전후로 하나둘씩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약이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이 공동 개발한 레이저티닙입니다.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이고요. 임상 1상 단계에서 존슨앤존슨에 라이센스 아웃을 했고, 글로벌하게 임상 2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 결과를 올해 3월과 5월에 발표하는데요. 탑라인 결과가 좋을 경우 2024년이면 신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FDA 신약 승인을 받을 약물이죠. 두번째로 올해 가장 큰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걸로 보는 게 레고켐바이오의 항암치료제 LCB84입니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약물을 링커로서 접합해주는 ADC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인데요. 글로벌하게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항암치료제 LCB84는 트롭2(Trop2)라는 암항원을 타깃으로 해서 유방암이나 폐암, 대장암에 쓰일 수 있는 약인데요. 글로벌하게 경쟁약품이 그렇게 많지 않고, 이미 나온 약물보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낫습니다. 올해 중기에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예상하는데요. 이 정도급 약물이면 글로벌 빅파마에 1조원 이상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합니다. 다음은 ABL바이오라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인데요. ABL301이라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작년 3월 사노피에 기술이전이 돼서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출시되려면 좀 멀긴 하지만 상당히 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투자? 글로벌을 알아야-바이오주 투자법이 궁금한데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해서 전임상과 임상1상, 2상, 3상까지 해서 FDA 승인까지 받으려면 10년 정도 시간이 걸리고요. 또 단계마다 성공했냐 실패했냐에 따라서 주가가 정말 크게 요동치잖아요. 될 것 같아 보여서 괜히 몰빵해서 투자했다가 막판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바이오주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만약 신약개발 이벤트를 보고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조언해주신다면? “만약 중장기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매우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에 초기에 들어가서 신약을 개발할 때까지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요. 대부분이 좀 어려우실 것 같아요. 좀 단기적으로 보신다면 무엇보다 종목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바이오라고 해서 모든 회사들이 다 유망한 바이오 기업이 아닙니다.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보려면 글로벌 바이오 산업 관점에서 보셔야 해요.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들이 보기에도 유망한가를 먼저 보시고요. 그 약물이 어떻게 임상이 진행 중인지를 체크해서, 보통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단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접근하기가 좋습니다. ‘카더라’ 식의 투자가 아니라, 그 회사를 분석한 리포트를 많이 읽어 보시고 그 물질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는지를 좀 아시고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좀 어렵긴 하지만요.” -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네요. “바이오주 투자자 중에 ‘뭔가 된다고 하는데 왜 이 회사는 주가도 안 오르지?’ 또는 ‘왜 임상 진행하고 학회에서 발표도 했는데 주가가 안 오르지?’ 이렇게 느끼는 경우가 많을 수 있는데요. 그건 국내 쪽만 보기 때문입니다. 전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놓고 봤을 때 그 회사가 진행한 것들이 상당히 미미한 효과밖에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바이오 업종을 투자하실 땐 글로벌 바이오 산업을 많이 보셔야 합니다. 해외 기업 분석 리포트나 해외 뉴스들, 해외 기업의 주가 차트를 많이 보면 투자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 기업들을 빅파마라고 부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많이 M&A도 하는데요. 올해는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거라는 기사가 많더라고요. 그런 M&A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국내의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엔 M&A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로 될 만한 회사들이 아직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해외 쪽을 보셔야 하는 건데요. 올해 M&A가 많이 일어날 거라고 하는 이유가 올해부터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력 제품들의 특허가 만료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품들이 나옵니다. 그럼 빅파마의 성장성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죠. 또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제약 바이오쪽에 워낙 많은 자본투자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모더나처럼 엄청나게 돈을 번 회사들도 있죠. 그런데 초기 바이오텍은 지난해와 올해 주가가 많이 하락했거든요. 그래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회사들은 빅파마의 M&A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우리가 한 종목에 몰빵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M&A 이슈를 노리고 주식을 사기보다는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잘 보고 접근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거군요.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빅파마들도 그런 회사들을 원하는 거거든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잘 갖춰진 바이오텍들이 결국 M&A가 되든지, 그게 아니면 빅파마들에 기술이전을 한다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질, 즉 신약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이 강한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게 맞습니다.” -빅파마들은 워낙 돈이 많죠. 달리 보면 이미 큰 빅파마들만 M&A로 더 잘 되겠네요. “빅파마 중 화이자는 바이오엔텍과 코로나 백신을 상업화를 시켜서 돈을 많이 벌었고요. 미국의 머크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가지고 일 년에 거의 30조원 정도씩 돈을 버는 회사이거든요. 근데 지금 소규모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연구 개발 하는 바이오텍은 유망한 회사도 1조~2조원 정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빅파마들 입장에서는 지금 투자하기 상당히 좋은 시기입니다. 빅파마들이 자기네가 어렵다고는 하는데, 돈 버는 걸 보면 제약 바이오 산업의 이익창출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낄 수 있죠. 국내 투자자들이 아직 그런 걸 못 느끼는데요. 국내에서는 신약이 개발된 적은 사실상 없습니다. 개발이 되긴 했고 FDA 승인 받은 약도 몇 개 있긴 한데요. 글로벌하게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건 한 2조원 이상 팔리는 약물인데, 그런 약물이 없죠. 그러다 보니 신약의 가치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투자했던 것들이 2-3년 지나면 결과가 나올 겁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라서 좋네요! 마지막으로 바이오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죠.“국내 제약 바이오 업종 주가가 지난해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제약 바이오주 주가는 좋았거든요. 신약 파이프라인이 좋거나 유망 신약을 가진 회사들은 특히 주가가 좋았습니다. 그게 신약의 가치를 설명해줍니다. 국내엔 아직 그런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오지 않아서 우려감이 상당히 많이 반영돼있는데요. 이제 국내 바이오 신약 개발도 이제 결실을 보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과거 국내 제약 바이오 업종 주가 흐름을 보면 두번의 큰 단계적 상승이 있었어요. 저는 ‘써드 웨이브(Third Wave)’, 즉 2024년부터 본격적인 상승 시기로 진입할 걸로 예상합니다. 따라서 저점인 올해부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By.딥다이브*딥다이브에서 그동안 우주, 로봇, UAM, 수소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을 많이 다뤘는데요. 그 어느 기술 못지 않은 미래 성장 분야가 바이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방대한 분야라서 좀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해결해주는 바이오 산업. 그 성장성은 무한합니다. 젊을수록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FDA 승인을 받으면서 엄청난 시장이 열렸습니다. 다만 시장 침투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국내 기업은 신약 개발 못한다고요? 그건 아직 개발 기간이 얼마 안 됐기 때문이죠. 이르면 2024년 레이저티닙을 시작으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를 한다면 될성부른 바이오 기업을 골라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국내 만이 아닌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을 공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2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급등과 급락이 엇갈리는 참 종잡을 수 없는 아침입니다. 미국 나스닥 이야기인데요. 분명 ‘빅테크 랠리’로 나스닥이 3.25% 급등하며 신나게 장을 마감한 건 좋았는데요(메타는 무려 23.28% 폭등). 마감 직후 발표된 3A(애플, 알파벳, 아마존) 실적 부진 소식에 시간외 거래에선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도대체 실적이 어떻길래 갑자기 파티가 중단된 걸까요. 하나씩 들여다 봅시다.애플(정규장에서 3.71% 상승, 폐장 후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4%대 하락)지난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보여왔던 애플이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애플의 4분기 매출은 5.5% 줄어든 1172억 달러였는데요. 애널리스트 예상치(1211억 달러)에 못 미쳤죠. 순이익도 13.4% 감소한 300억 달러로 예상(310억 달러)을 밑돌았고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아이폰 생산 차질. “우리는 상당한 생산량을 잃었다”고 애플 재무 책임자 루카 마에스트리는 설명했는데요. 달러 강세도 매출을 끌어내리는데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알파벳(정규장에서 7.28% 상승, 폐장 후 4% 수준 하락)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시장 예상치(매출 765억 달러)에 못 미치는 실적(760억 달러)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알파벳의 광고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요. 경기 둔화 탓이 크긴 하지만 구글 검색은 다른 측면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죠. 바로 챗GPT라는 경쟁자. 이날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인공지능(AI)를 ‘전면과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는데요. “우리가 검색과 다른 부분에서 공개할 AI 기반 도약에 대해 흥분된다”고도 했습니다. 역시 올해의 키워드는 AI. 아마존(정규장 7.38% 상승, 폐장 후 한때 4% 넘게 하락)아마존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 성장한 1492억 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4분기에 전년 대비 20% 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3분기 성장률(27.5%)은 물론 애널리스트 예상치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인데요.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립스만은 “AWS의 감속이 예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 아마존이 다음 분기에 AWS의 영업이익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평가했죠.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이날 성명에서 “단기적으로 우리는 불확실한 경제에 직면해 있지만, 아마존의 장기적 기회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구글이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령케 하고, ‘숙제의 종말’을 불러오고, 미국 의사∙변호사 면허 시험을 통과하고….오픈AI(OpenAI)가 지난해 11월 30일 공개한 대화형 AI서비스 ‘챗(Chat)GPT’ 관련 기사가 두달 지난 지금까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만큼 관심이 정말 뜨겁단 얘기죠. 하루 사용자 수가 150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ARK인베스트 추정). 1월 23일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뉴스도 나왔는데요.챗GPT을 가지고 얘기할 주제는 너무나 많지만 상상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거나(인공지능이 사무직을 대체할까?)이나 윤리와 관련한 이슈(저작권 침해는 어쩌지?)들은 일단 넘어가겠습니다(어차피 얘기해봤자 끝도 없고 결론이 안 난다는). 대신 오늘은 ‘앞으로 1~2년 안에 챗GPT가 가져올 기업과 기술, 생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봤습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담당인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챗GPT가 특별한 이유-챗GPT가 일반에 공개된 지 두달이 됐는데요. 이 정도까지 사람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줄은 사실 몰랐어요.“새로운 기술에 대해 사람들이 ‘스파크’가 튀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챗GPT가 바로 그걸 건드렸습니다. 과거 ‘알파고’는 바둑밖에 못했지만, 챗GPT는 우리가 사용하면 실무에서 쓸 수 있다는 피드백이 바로 오니까 환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챗GPT를 특별하게 만든 건 뭔가요.“AI는 나온 지 오래됐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AI가 쓰인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죠. ‘상품성’이 있다고 와닿는 제품으로서 반응이 처음 온 게 바로 챗GPT이고요. 그게 바로 생성형(Generative)AI라는 특징 때문입니다.” -‘생성(Generative)’이란 용어가 언어학에 나오는 개념이더라고요. 몇가지 원리만 알면 무수히 많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데요.“맞아요. ‘자가학습이 된 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최근 증권가 텔레그램에서 화제가 된 챗GPT 답이 있는데요. ‘2 더하기 7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9입니다’라고 하길래 ‘아니야, 우리 와이프가 8이래’라고 하니까 챗GPT가 ‘그럼 8이 맞죠’라고 한 거예요. 맥락을 이해한 거죠.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해서 답을 내놨습니다. 이게 가능해진 게 두가지 기술 때문인데요. 트랜스포머와 퓨샷러닝(Few-Shot Learning)입니다. 트랜스포머는 2017년 구글이 만든 알고리즘입니다. AI가 단어를 학습 할 때 앞, 뒤에 있는 단어 2개와의 관계만 학습하는 게 아니라 문단 전체에 있는 단어와의 관계성을 정의할 수 있게 했죠. 덕분에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또 데이터 학습을 시키려면 원래는 사람이 일일이 라벨링한 데이터를 줘야 했는데요. 라벨링이 없어나 최소한만 있어도 학습하는 ‘퓨샷러닝’으로 자가학습을 하게 됐습니다. 트랜스포머와 퓨샷러닝 기술 덕분에 2020년 오픈AI의 GPT-3(언어모델)가 탄생했고요. GPT-3 등장을 보고 다른 기업들도 ‘저렇게 하면 엄청 뛰어난 AI가 되는구나’라며 우후죽순으로 초거대AI를 만들게 됐습니다.”-빅테크는 물론 한국 기업들까지 초거대AI 개발에 뛰어든 것도 GPT-3가 먼저 나왔기 때문이었군요.“기점이었죠. 1750억개라는 어마어마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지고 등장한 게 GPT-3가 처음이었고요. 다른 기업들이 ‘저 방법으로 하면 되는구나’라고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초거대AI 시대가 온 겁니다. 그래서 GPT-3가 의미 있고요. 그 GPT-3로 가장 먼저 우리가 일상에서 상용화하는 제품을 만든 게 챗GPT라 할 수 있죠.” -GPT-3의 놀라운 학습능력이 기반이 됐고, 그걸 바탕으로 상품성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는 게 챗GPT의 특별한 점인 거군요. “가장 핵심은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사실 기술력은 거기서 거기란 말이죠. 우리가 오피스 워드가 특별해서 쓰나요? 다른 것도 있는데, 남들이 다 쓰니까 쓰잖아요. 쓰게 하려면 사용자가 편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쉬워야 하는데요. 이런 부분이 소프트웨어 영역에선 매우 중요해요. AI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쓰고 싶게끔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핵심입니다. 2020년 GPT-3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IT업계는 이걸로 뭘 하느냐가 고민이었어요.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이) 맨날 바둑만 둘 건 아니잖아요. 그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말 본격적으로 돈을 벌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였죠. 지금은 챗GPT라는 텍스트 기반 AI가 나왔지만, 앞으론 이미지∙영상∙음성 같은 데이터로도 나올 텐데요. 그걸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화해서 수익을 뽑아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오픈AI와 손잡은 MS의 큰 그림-오픈AI가 올해 매출 2억 달러, 내년 10억 달러를 올릴 거라고 밝혔는데요. 궁금한 게 오픈AI는 어떻게 돈을 버나요? 챗GPT를 유료화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고. B2B 비즈니스를 하나요? “말씀드렸듯이 오픈AI가 GPT-3를 만들었는데요.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코지피티(KoGPT, 한국어에 특화된 AI 언어모델)나 SK텔레콤의 에이닷(A.) 같은 게 GPT-3 기반이에요. 따라서 사용료를 내죠. ‘토큰(단어) 당 얼마’라고 비용이 책정돼 있어요.” -만약 카카오 코지피티를 사람들이 많이 쓰면 오픈AI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이군요. 사업 모델로서 매우 좋네요. “여기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요한데요. 사실 GPT-3를 구동하는 데 핵심 중 하나가 인프라거든요.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구동시켜야 하는데, 그 GPU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MS입니다. GPT-3를 사람들이 많이 쓰면 MS도 돈을 버는 구조이죠. MS처럼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가 없으면 아무리 초거대AI를 만들어도 이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서비스로 연결되기가 어렵습니다. 인프라까지 다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결국 자금력 있는 회사만 할 수 있죠.” -오픈AI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과 손을 잡아야 했고, 마침 MS도 오픈AI 기술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본 거군요. “구글은 자기네 AI를 개발 중이고, 심지어 TPU라는 자체 프로세서도 만들고 있어요. 오픈AI과는 경쟁사니까 오픈AI가 구글로 갈 리는 없고 MS가 최적의 선택이었죠.”-MS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겠죠? 사티아 나델라 CEO가 “AI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얘기했는데요. MS는 윈도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전환했지만 다시 한단계 더 도약을 해야 할 테니까요. “(클라우드)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으니까요. 2014년부터 MS가 ‘클라우드 퍼스트’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제 클라우드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부터 성장 동력이 부재하기 시작했어요.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2%로 떨어진 성장률(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 모멘텀을 AI로 본 거죠. AI를 하면 일단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엑셀, 워드에도 챗GPT를 넣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가격을 인상할 수 있죠. 검색엔진의 경우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91%이고 MS 빙(bing)이 3-4%대이거든요. 빙에 AI를 탑재해서 구글보다 더 사람들이 쓰고 싶게끔 만든다면 구글의 광고수익을 뺏어올 수도 있겠죠.” -챗GPT가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다들 ‘구글 검색에 위협이 될 거다’라고 봤죠. 그런데 저는 유닷컴(You.com ; 챗봇 적용 검색엔진)도 들어가봤는데 아직은 그 정보를 그닥 신뢰하진 못하겠더라고요. “맞아요. 지적받는 부분 중 하나가 정보 출처를 모르니까 정확한지 아닌지 모른다는 건데요.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 7시에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날 때, 구글에서 ‘광화문 맛집’으로 검색해서 하나하나 살펴볼 수도 있지만 챗GPT한테 ‘친구랑 3명이서 캐주얼한 분위기로 갈만한 맛집 추천해줘’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내가 일일이 뒤지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추천 받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고요.만약 MS 빙이 그 선택지를 줄 수 있으면, 그것 때문에 예전보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거고요. 역시 ‘정말 사람들이 쓰고 싶게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MS가 오픈AI에 추가 투자를 하면서, 다른 곳보다는 AI 상품화에서 확실히 앞서갈 수 있겠네요.“예전부터 AI 챗봇은 있었는데, 문제점이 비적합한 데이터가 나올 때가 있다는 거였어요. 인종 차별적이거나 성적인 발언처럼요. 웹에는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다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상품화한다는 건 바로 그런 걸 뜻하거든요. 그런 오류를 교정해야 상품화할 수 있죠. 지금 챗GPT는 ‘GPT-3.5’ 버전으로 서비스하는데요. 편향된 문장을 완화하기 위해 GPT3를 2년 동안 업그레이드한 겁니다. 인종차별 같은 편향된 문장은 사실 디테일의 차이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초거대AI 만들었죠. 그런데 이걸 상품화할 때는 이런 디테일을 어떻게 정교하게 잡느냐가 중요하고요. 그 작업을 해서 출시한 게 챗GPT입니다. 그런 디테일이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입니다.”기술은 1위인데…초조한 구글?-챗GPT 공개 이후 구글이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고 하죠. 구글 역시 뛰어난 기술이 있으니까 당연히 구글이 챗GPT를 따라잡으려고 나설 거라고 다들 보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AI 기술 자체는 구글이 더 앞섭니다. 파라미터 수도 훨씬 많고요.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그 부분, 상업화하고 제품화하는 데 있어서 디테일을 못 잡는 게 구글의 단점입니다.” -구글이 원래 그랬나요?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도 기술은 구글이 가장 앞서요. 그런데 1등은 아마존이잖아요. 사실 ‘커머스 회사가 웬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클라우드, 즉 소프트웨어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CS(고객만족)가 엄청 중요해요. 고객이 오류가 났다고 하면 바로 해결해줘야 하죠. 구글은 그런 게 약해요. 기업 고객 입장에선 아마존이 더 편하죠. 사실 기업 고객 중에서 기술적으로 전문가가 얼마나 되겠어요. 쓰기에 더 편리하고, 뭔가 요구하면 빨리 처리해주는 게 중요하죠. 아마존은 고객서비스가 원래 하던 메인 비즈니스니까 그걸 잘했는데 구글은 기술은 1등이지만 서비스는 ‘그걸 왜 해줘야 해?’라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 클라우드 시장에서 완전히 뒤쳐졌는데요. 이게 바로 상품화가 안 되는 거예요. AI도 구글이 분명히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트랜스포머 알고리즘도 구글이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그 구글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오픈AI는 챗GPT를 만들었는데, 정작 구글은 검색엔진에 AI를 적용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상품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상품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떨어지는 거죠.” -구글은 기술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갖고 있는 기술을 어떻게 돈 버는데 쓸지를 고민해야 겠네요. “구글이 뭔가를 할 거라는 기사는 계속 나오는데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는데 별로이면 그건 구글 입장에서 치욕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구글이 힘든 상황입니다. 기술 개발은 자기네가 먼저 했지만, 기술만 있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닌 거죠.”한국 기업도 가자, 초거대 AI로?-다시 오픈AI 얘기로 돌아가면. GPT-4가 올해 안에 나온다고 하죠. 100조 파라미터를 학습하고, 멀티모달(텍스트만이 아닌 이미지∙영상∙음성 등으로 대화)일 거라는 식의 추측이 많았는데요. 실제론 그렇게 가진 않을 것 같다고요?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인터뷰에서 멀티모달은 일단 아니라고 했고요. 또 ‘파라미터 자체가 더 많아지는 건 의미 없다’고 했어요. 파라미터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함수인데 이건 이미 충분하고, 더 중요한 건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거죠. 지금 챗GPT는 웹상에 있는 데이터를 학습했는데요. 과연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괜찮은 AI가 나올지가 진짜 고민인 겁니다. 예를 들면 의료 데이터가 있겠죠. 그런데 접근이 쉽지 않잖아요. 또 금융권 고객 데이터도 있는데요. 개인정보인데 이걸 어떻게 학습시킬지가 문제입니다. 만약 데이터 자체가 있다 해도 이곳저곳 뿌려져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다 모아서 전처리 작업을 해서 학습시킬 것인가. 이런 문제가 더 핵심이에요. 더 정교한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히 파라미터수가 아니라 데이터를 정제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겁니다.” -AI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게 의미있는 게 아니라, 입력하는 정보 자체의 질을 높여야 하는 군요. 그게 어려운 거죠.“PC 바탕화면도 원래 정리를 안 한 사람은 한번씩 정리할 때 되게 머리 아프잖아요. 비슷합니다. 깔끔하게 데이터를 만들어서 AI한테 떠먹여줘야 하는데, 그 작업이 기업 입장에선 어렵죠.” -그런 것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듯이 변호사나 의사를 AI가 대체하게 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을까요? “변호사를 대체하려면 사건 케이스 자료를 전부 학습해야 할 텐데요. 그걸 로펌마다 따로 갖고 있으면 어떻게 모으겠어요. 사건 케이스를 모으는 DB가 있어서 모든 변호사가 사건 하나 끝날 때마다 했던 업무를 다 적어넣게 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그런 게 사실 훨씬 중요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챗GPT가 유료화된다 해도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가 그걸 업무에 상당 부분 활용하게 되진 않으려나요? “흠. 모르겠어요. 저희가 보고서 쓸 때 앞에 요약을 하는데요. 챗GPT가 전체 글을 주고 요약하라고 하면 진짜 잘해요. 예를 들어 100장짜리 책을 요약하라고 하면 챗GPT가 인간보다 잘할 수밖에 없죠. 아마 나중엔 주가 맞추는 것까지도 더 잘하게 될 수 있을지 몰라요.” -최근 만난 기업 관계자가 ‘그동안 자체 챗봇 개발한다고 돈과 시간을 들였는데 괜히 고생했다. 그냥 챗GPT 쓰면 되는데’라고 말하더라고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초거대AI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기업들은 개발 의지가 꺾일 수도 있겠습니다. “기술로는 우리가 어떻게 구글을 이기겠어요. AI 자체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으니 그냥 모델은 가져와서 쓰고,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게 사실은 더 실용적이죠. 그 서비스라는 게 챗봇처럼 직접적인 서비스가 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광고수익을 내는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고요.정교한 서비스 만들기가 진짜 어려운 문제죠. 지금 산업계는 뒤쳐질까봐 난리입니다. 대기업 전략팀은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있죠.” By. 딥다이브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계속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챗GPT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 중 꼭 필요한 내용만 정확하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이 쓴 보고서를 보고 ‘이거다!’ 싶어서 한 인터뷰였는데요. 어떠신가요. 좀 정리가 잘 되셨나요? 개인적으로는 구글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챗GPT는 사람들이 쓰고 싶게 하는 ‘상품성’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과 엑셀, 워드에도 챗GPT를 결합할 겁니다.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돈을 벌 겁니다. AI 기술로는 세계 최고인 구글은 초조할 겁니다.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상품화엔 뒤쳐졌으니까요. 구글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도 모두 초거대AI 개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요? 글쎄요. 오히려 AI 모델은 그냥 다른 데 걸 가져와서 쓰고,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좀더 실용적일 수도.*이 기사는 1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빅테크의 실적 발표, 그리고 고용보고서까지.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는 미국 증시가 주춤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77%, S&P500 -1.30%, 나스닥지수 -1.96%. 경계감 때문이겠죠. FOMC 정례회의 결과는 2월 1일(한국시간 2일 새벽) 나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걸로 예상하는데요. 늘 그렇듯 기준금리 인상폭 자체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죠. 파월 의장이 이번에도 또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아 시장을 흔들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1월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상승해왔던 증시가 연준을 앞두고 움츠러든 이유이죠.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팀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투자자들이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기본 규칙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주가 상기시켜 줄 겁니다.”이번주는 실적 시즌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합니다. 1월 31일 제너럴모터스∙화이자∙맥도날드∙엑슨모빌, 2월 1일엔 메타(페이스북), 2일엔 알파벳∙아마존∙애플∙포드∙스타벅스가 실적을 발표합니다. 투자자들에겐 상당히 바쁜 한주가 되겠군요. 지난주까지 S&P500 기업 중 29%가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과거 5년 평균(77%)과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웃도는 비율(69%)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예전보다 실적이 약하다는 뜻이죠.오늘 증시에선 전기차 관련주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날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 크로스오버 가격을 최대 8.8%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가 차값을 내리자 맞불 작전을 벌이는 거죠. 포드 측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차량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는데요. “우리는 누구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게 포드 전기차 사업부 최고고객책임자 이야기.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건데요. 포드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은 고작 7.6%입니다. 테슬라(65%)와 격차가 상당하죠. 특히 머스탱 마하-E는 테슬라 모델Y와 경쟁하는데요. 테슬라가 모델Y 가격을 6만6000달러에서 5만3000달러로 대폭 내리자, 포드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테슬라와 달리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인 포드가 전기차 가격을 내리고도 마진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날 증시에서 포드 주가는 2.86% 하락했습니다. 테슬라 주가도 6.32%나 빠졌고요. 다른 신생 전기차 업체들 주가는 더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요. 리비안은 -9.03%, 루시드그룹은 -8.7%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더 작은 전기차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카누는 -11.59%, 패러데이퓨처 -9.87%, 피스커 -9.67%, REE오토모티브 -5.99%, 아키모토 -6.76%. 가뜩이나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선발주자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생겼으니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광범위한 전기차 가격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 봤는데요. 이달 초 그는 “(테슬라의) 경쟁업체들은 전기차를 팔아도 이익이 극도로 적거나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비즈니스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한애란기자 haru@donga.com}
페이스북(메타)을 시작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믿었던 구글(알파벳)까지.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수만 명이 멀쩡히 다니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해고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다니. 과거 한국 외환위기 시절 기억이 생생한 저로서는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너무 무시무시하게 들리는데요. 그런데 웬걸. 미국의 분위기는 좀 다릅니다. 정리해고가 직원 개개인에게 너무나 큰일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은 아니랄까요. 오히려 ‘아직 파티가 끝난 건 아니야’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왜 그런지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새해 들어 5.9만명 정리해고32세인 에린 섬너는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의 소프트웨어 채용 담당자였습니다.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강점을 홍보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죠. 지난해 정리해고 소문이 돌 때도 그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에게 ‘회사가 은행에 쌓아둔 현금이 400억 달러’라며 안심하라고 했죠.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해고된 1만1000명 중 하나였습니다. 섬너는 곧바로 신생 IT기업 딜리트미(DeleteMe)의 수석 채용 담당자라는 새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빅테크 정리해고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움츠러든다고 말합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해고당했어요.” 뉴욕타임즈가 소개한 정리해고자의 이야기입니다. 고연봉은 기본이고, 현대적 사무실 공간에 무료 통근셔틀과 무료 점심∙저녁식사, 세탁 같은 서비스까지 제공하던 꿈의 직장.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빅테크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될 것만 같던 그 세계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빅테크에 닥친 정리해고 물결과 함께 말이죠.글로벌 기술 기업의 정리해고를 집계하는 사이트 Layoffs.fyi에 따르면 2023년 들어서만 5만9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테크기업에서 해고됐습니다(해고될 계획 포함). 2022년 한해 동안 정리해고된 사람이 16만명쯤 됐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정리해고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몰아친 겁니다. 이미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알고 계시겠지만, 주요 빅테크의 정리해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글(알파벳):1만2000명 감원지난 20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전체 직원(18만6779명)의 약 6%에 해당하죠. 창사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사실 지난해 11월부터 구글 직원들이 정리해고를 걱정한다는 보도는 나왔는데요. 결국 현실화된 겁니다. 구글은 해고된 직원에게 6개월의 건강 보험과 유급 휴가, 2022년 보너스와 16주 급여를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1만명 감원MS는 3월 31일까지 직원 1만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지난 18일 발표했습니다. 전체 직원(22만1000명)의 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거시경제 환경과 소비자 요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죠. 정리해고를 위한 퇴직금 등 비용 지출에 12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이 들거라고 합니다.아마존:1만8000명 감원이달 초 아마존은 주로 1만8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8년 역사상 가장 큰 인력 감축인데요. 아마존 전체 직원수(154만명)의 1%가 조금 넘는 규모입니다. 앤디 제시 CEO는 정리해고가 주로 인사와 매장 부문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밝혔습니다. 메타(페이스북) : 1만1000명 감원메타는 빅테크 중에선 상당히 일찍, 지난해 11월에 1만1000명 해고를 발표했죠. 전체 직원(8만5000명)의 13%가 해고된 겁니다. 메타가 창립한 지 18년 만의 첫 정리해고였죠. 세일즈포스:8000명 감원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도 올해 초 전체인력(8만명)의 10%를 해고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는 “팬데믹으로 수익이 가속화되면서 너무 많은 사람을 고용했고, 그것이 현재의 경기침체를 초래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죠. 해고된 직원들에겐 최소 5개월치 급여와 건강보험을 제공합니다.경기 탓? 정리해고의 진짜 이유그런데 빅테크들이 왜 이렇게 정리해고를 한꺼번에 몰아치듯 대규모로 할까요. 경영진들은 이런식으로 설명합니다. ‘팬데믹으로 급증했던 IT 관련 수요가 계속될 줄로만 알고 그때 사람을 너무 많이 뽑았던 게 실수였다. 그걸 다시 되돌리려고 한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외부환경이 달라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구글 피차이 CEO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과거와 전혀 다른 경제 현실에 직면했다”고 정리해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설득력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실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빅테크 직원 수는 급증했죠. 아마존 직원 수는 2019년 말 이후 2배로 급증했고요, 메타 94%, 세일즈포스 63%, 알파벳 57%, 마이크로소프트 53% 늘었습니다. 너무 빠르게 몸집이 키웠던 걸 이제라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을 수도 있죠.하지만 좀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아직은 빅테크 실적이 크게 꺾인 것도 아니고, 경기침체가 올것 같다고는 하지만 수요가 줄어드는 게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는 상황이거든요(단, 매출이 줄고 있는 메타는 예외. 메타는 진짜 위기 맞음). 그런데 왜 벌써부터 호들갑스럽게 만 명씩 정리해고를 하는 걸까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변화가 주가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와 회사 간의 힘의 역학이 달라지자, 빅테크들이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내민 카드가 정리해고라는 해석입니다. FT는 그 근거로 최근 10년 간의 빅테크 기업의 직원 수 추이를 제시했는데요. 흔히들 ‘팬데믹 때 기술기업이 채용을 갑자기 늘렸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지난 10년 동안 채용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해왔습니다. 팬데믹과 상관없이 그 전부터 많이씩 뽑았던 거죠. 늘 그랬으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코로나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동의하시나요?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 역시 빅테크의 정리해고 바람에 매우 부정적인데요. 그는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른 기업이 하는 일을 모방하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기업 다 하는데 왜 우린 안해?’라는 비합리적인 이유로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사회적 전염’이죠. 인적관리 전문가인 페퍼 교수는 “정리해고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도, 비용을 절감하지도 못하는 나쁜 결정”이라고 보는데요(나중에 그 인력을 다시 채용하려면 비용이 더 듬). 정리해고는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이기’ 때문에(자살확률 2.5배 증가) 기업이 정말 어렵다면 인력의 10%를 해고하는 대신 모든 직원의 임금을 10% 삭감하는 게 낫다고 주장합니다. ‘꿈의 회사’ 떠난 이후엔?페퍼 교수 말대로 정리해고는 당한 이에겐 너무나 큰 사건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도 젊은 MZ 엔지니어들은 적잖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는데요. 지난 10년간 IT업계가 줄곧 호황을 누리다 보니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더 그렇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과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실직과 백수생활을 경험한 적 있는 40대 후반~50대 시니어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군요. 그렇다고 빅테크에서 해고된 엔지니어들이 당장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기술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죠.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그들에게 익숙한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은 아니란 겁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보험과 은행, 의료, 소매 부문의 기업에서 특히 엔지니어를 채용하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이런 회사도 기술 인재가 매우 필요합니다. 이제 모든 회사가 기술회사인 세상이니까요.이와 관련해 미시간 지역 언론에 보도된 기사가 인상적인데요. 빅테크의 해고 물결로 드디어 미시간주 기업에도 엔지니어들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내용입니다. 미시간은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지역이지요. 물론 과연 캘리포니아의 엔지니어들이 선뜻 미시간까지 갈까 싶은데요. 그래서 기사에서도 인재 유치의 관건이 원격근로 허용과 임금 수준일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인력데이터 업체 레벨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해고된 근로자의 70% 이상이 3개월 이내에 새 일자리를 찾았고, 절반 이상이 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직장을 구했다고 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다음 일자리를 금방 찾는 직업군으로 나타났죠. 해고된 이들에게는 다행스런 소식입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인용해 설명하자면 “타이트한 노동시장에서 해고되는 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이 될 수도 있겠죠. ‘적어도 지금은 여전히 파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예전처럼 퇴폐적이진 않겠지만.’ 블룸버그가 지금의 빅테크 정리해고 물결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붕괴했던 시절(그땐 정말 실업자가 넘쳐나고 ‘파티가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는 거죠. 해고 당하면 감사 글을 남겨라?유례없는 MZ 엔지니어의 대규모 해고는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어냈는데요. 바로 ‘링크드인에 해고 포스트 남기기’입니다. 인도 출신으로 뉴욕의 빅테크에서 일했던 개발자 싱은 지난해 말 해고됐습니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회사의 정리해고 방식에 크게 좌절했다고 합니다. 해고 절차가 너무 갑작스럽고, 불공평했고, 메시지 전달 방식이 끔찍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해고 통보를 받자마자 다른 수천 명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링크드인에 접속해 포스트를 남겼습니다. 자신의 여정은 너무 일찍 끝나서 아쉽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내용이었죠. 사원증 사진과 함께 글을 마무리했고요. 이 게시물엔 다른 동료들의 지지 댓글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왜 자신을 냉정하게 자른 회사에 고맙다는 글을 남기냐고요? BBC는 이를 ‘근로자의 고용 가능성과 조직 적응력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더라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능한 직원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구직 중이란 사실을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는 거죠. 소셜미디어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겁니다. 실제 싱의 이 전략은 상당히 효과가 있어서 구직 제안이 줄 잇고 있다는데요. “소셜미디어에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쓰는 것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습니다. 절대 다리를 태우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직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싱의 조언을 명심해 두셔야 겠습니다. By. 딥다이브‘자고 일어났더니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이 안 된다’, ‘출근해서 카드키를 댔는데 빨간불이 켜지며 문이 안 열린다’. 최근 나오는 미국 빅테크의 정리해고 스토리를 보면 냉정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합니다. 동시에 정리해고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는 뉴스를 보면 씁쓸하고요. 정리해고 결정이 ‘사회적 전염’의 결과라는 분석을 접하고 나서 보니 더 그런데요. 빅테크 정리해고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빅테크 정리해고 바람이 새해에도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믿었던 구글마저 사상 최대규모의 정리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왜 이렇게 정리해고가 이어질까요. 빅테크들은 팬데믹 때 초과고용이 있었고, 경기침체에 대비해 이제 이를 다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오죠. 주가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을 달래려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다른 기업이 다 하니까' 정리해고를 한다고 보기도 합니다.-그렇다고 해서 실업자가 넘쳐나거나 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기술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은 줄을 섰으니까요. '꿈의 직장'을 떠난다고 해서 파티가 끝나는 건 아닌 듯.*이 기사는 1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한 성장률 지표를 보이자 증시는 안도했습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는 0.61%, S&P500 1.1%, 나스닥지수 1.76% 상승. 이날 증시는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된 뒤 상승흐름을 탔습니다. 4분기 성장률은 연율 2.9%. 예상치(2.6%)를 웃돌았죠. 미국 경제의 성장이 3분기(3.2%)보다는 둔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꽤 탄탄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미 연준이 2022년 한해 동안 기준금리를 4%포인트나 끌어올렸는데도 말이죠. 월가에서 걱정하는 경기침체의 조짐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겁니다. ‘어쩌면 진짜 연착륙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희망회로가 돌아가면서 주식시장은 이날 상승세를 보였죠. 기업실적은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우선 강력한 희망을 보여준 테슬라부터 살펴보시죠. 이날 테슬라 주가는 10.97% 상승한 160.27달러로 마감했습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이 기간 동안 주가가 26% 올랐습니다.전날 테슬라는 역대 최대 실적(지난해 총 131만대 인도)을 발표했는데요. 실적보다 더 중요한 건 올해 전망치였죠. 일론 머스크 CEO는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1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을 기록했다. 현재 생산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수요가 꺾일 거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운 겁니다. 테슬라의 가격할인 정책에 대해 우려가 많았는데(안 팔리니까 가격 내리는 거 아니야?), 오히려 가격인하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꽤 효과적이라는 전략임을 확인하게 된 거죠. 물론 차량 가격을 내린 만큼 마진은 줄어들겠지만요.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테슬라가 문을 박차고 으르렁거리며 뛰쳐나왔다”며 테슬라 목표주가를 175달러에서 200달러로 상향했는데요.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테슬라가 박리다매 전략을 택했고, 이것은 고객 주위에 철옹성을 쌓아 다른 전기차 경쟁업체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올바른 전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이날 실적 발표 뒤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도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인데요. 인텔은 4분기에 큰 폭의 적자(6억6400만 달러 손실)를 기록했습니다. 매출도 전년보다 32% 줄었고요. 월스트리트의 예상(2억7800만 달러 손실)보다도 더 나쁜 성적이죠. 게다가 올해 1분기 매출도 월가 예상(139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105억~115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부진한 실적은 PC수요 감소와 과잉 재고와 경쟁 심화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그 스토리입니다. 인텔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넘게 하락했는데요. 시장 전망이 악화됐지만 인텔은 칩 제조 공장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는 계속해 나갈 거라고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거래 절벽에 집값 빠지고 전세값 떨어지면서, 분양시장까지 ‘미분양’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죠.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연일 주요 뉴스거리인데요. 동시에 이런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집을 사기 좋은 시점이 오려나?’ 나라 경제는 물론 개인 재산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을 오래 들여다 보신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을 모시고 글로벌 주택시장, 그리고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동산 투자의 타이밍과 방법도 함께 알아보시죠.이 기사는 1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미국 주택시장, 충격 덜한 이유-한국만이 아니라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전 세계 주택시장이 같이 가라앉고 있습니다. 지금 글로벌 주택시장은 어떤 국면에 있는 건가요? “주요 국가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요. 매우 공통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던 나라들이 많이 빠지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거든요. 이 얘기는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겁니다.이렇게 높은 가격에 누군가 계속 집을 사주려면, 소득이 많이 증가하거나 대출이 늘어야 하는데요. 지금 그런 상황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글로벌하게 주요국에서 주택 수요가 많이 감소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택 거래량은 줄었지만 주택 가격은 그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은 나라들도 있더라고요. 집값이 덜 올랐던 나라들은 아직 충격이 크지 않은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인데요. 미국이 상대적으로 집값 하락 폭이 작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대신 거래는 엄청나게 많이 빠지고 있죠. 미국은 최근 몇 년을 보면 집값 상승세가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는 하락폭이 큰데 그만큼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었고요.”-미국도 계속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높은 금리 수준이 한동안 유지될 텐데요. 그럼 주택수요가 더 줄어들면서 가격도 많이 빠지게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전망하세요?“물론 거래량도 줄고 가격도 하락할 텐데, 폭이 중요합니다. 과연 얼마만큼 집값이 떨어지느냐가 중요한데, 미국은 하방경직성이 어느정도 있지 않겠느냐고 봅니다. 의미 있는 지표가 임대 수익률이에요. 주택 가격이 빠지는데 임대 수요도 같이 빠지는 나라는 리스크가 큽니다. 그런데 미국은 가격이 하락세인데요 임대료가 크게 빠지고 있진 않거든요. 그러니까 굉장히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즉 가격 하락 폭이 엄청나게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미국은 2007~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부동산 때문에 경제 자체가 흔들렸는데요. 지금은 그럴 위험은 별로 없는 거네요. “일종의 반면교사라고 할까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리스크를 잘 컨트롤해온 거죠. 그런 측면에서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자산 가격이 종국적으로는 어떻게 크게 하락하냐면 갖고 있던 사람들이 못 버티고 매물로 내놓을 때, 그때 가격이 폭락하거든요.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채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그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작은 거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미국 부동산이 다른 국가보다 좀 안전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안 떨어진다는 말씀은 아니에요. 하락은 하지만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거죠.”아파트 전세가 하락은 위험신호-저희 구독자분들도 관심 많은 한국 주택시장에 대해 여쭤볼게요. 지금 서울도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 중이고,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떤 상황이라고 보세요? “한국도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주택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이었죠. 그리고 2023년엔 미국과는 달리 매물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파는 거죠.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입니다. 한국 주택시장은 가격이 빠지면서 임대료도 빠지니까,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계속 갖고 있기 힘들거나 또는 갖고 있을 이유가 줄어드는 거죠. 그러니까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고 하락 폭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임대로는 전세가 있잖아요. 지금 전세 가격이 빠지는 속도가 매매 가격보다 더 빠르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되면 갭투자를 해놓은 분들이 못 버티고 매물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거죠.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팔 사람만 많아지면 가격 하락 폭이 굉장히 커질 수 있습니다.”-전세 가격이 빠지는 게 상당히 안 좋은 신호이군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가장 리스키한 건 가격이 빠지면서 임대료가 같이 빠지는 겁니다. 그러면 하락 폭이 훨씬 더 클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이 지금 이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전이 효과가 일어나서 매매가격이 더 빠지게 됩니다.”-그래서 지금 정부가 여러가지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규제도 풀고 대출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요.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요? 아니면 추세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요인일까요?“이전에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의 정책 효과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때 20개 넘는 정책이 나왔는데도 결국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잖아요.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 효과라는 게 시간차도 좀 있고요, 바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좀 한계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투자화돼있어요. 투자로 사고 파는 사람들이 시장을 움직이죠. 투자화한 자산 시장에서 정책이 영향을 미치려면 세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치 못한 정책이어야 해요. 두번째는 예상치 못한 시점이어야 해요. 세번째는 과거에 없던 정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예상한 거고 과거에 있던 정책이에요. 시점은 좀 (예상보다) 빠른 측면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다 예측하고 있었죠. 이 세 가지 측면에서도 정책이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2010년대 초중반에 긴 부동산 침체기가 있었죠. 당시 집을 판 사람도 많았고 ‘집을 왜 사?’라는 분위기가 5-6년 이어졌거든요. 다시 그런 긴 침체기로 빠질 수 있는 건가요?“가능성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하락이 얼마나 단기간에 일어나느냐 하는 겁니다. 단기간에 집값이 가파르게 빠지면 회복도 매우 빠를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처럼 정책이 막 나오고 대출도 해준다고 해서 (집값이) 서서히 빠지면, 회복도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집값이 어떤 속도로 빠지느냐에 따라서 회복의 시간도 결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경착륙보다는 서서히 빠지는 연착륙을 시키려고 지금 노력하는 셈이잖아요. 그런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길고 오래 가는 침체를 만들 수 있는 거군요.“그렇습니다. 만약 최근 내놓은 정책이 잘 안 먹힌다면 앞서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죠. 새롭고 과거에 없던 정책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나와서 시장을 움직이게 되는 거죠. 그러면 집값이 지지부진하게 빠지면서 회복도 늘릴 수 있습니다.모든 혁신은 엄청나게 어려울 때 나오잖아요. 자산시장도 마찬가지거든요. 빠르게 회복하고 큰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통도 사실 필요한 거죠. 정부 정책도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좋겠습니다.”집값 바닥은 바로 여기-많은 분들이 ‘그럼 집을 사려면 좀 많이 기다려야 겠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렇게 봐도 될까요? “결국 궁금한 건 ‘나 언제 집 사면 되는데?’이잖아요. 그런데 질문을 좀 바꾸면 좋겠어요. ‘언제’라고 묻는데, ‘2024년이야? 아니면 2025년이야?’ 이런 게 아니고요. 언제 사느냐는 결국 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자산 가격이 충분히 빠졌을 때는 사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2024년일지 2025년일지는 아무도 예측 못하는 거죠. 만약 가격이 충분히 빠르게 빠지면 사야 할 시점이고, 만약 천천히 빠진다면 좀더 기다려야 하고요. 그런 관점에서 ‘가격’을 중점적으로 보셔야 합니다. 그럼 질문을 하시겠죠. 그럼 어느 정도 수준이 바닥이냐. 그 가장 싼 시점의 절대 기준을 측정하긴 힘들어요. 대신 ‘가격이 어느 정도 빠졌을 때 수요가 들어올 수 있느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3.6% 정도. 그러니까 지난해 9월 평균 아파트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23.6% 빠지면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 더 빠지면 ‘이제 집값이 빠질 만큼 빠졌으니까 들어가도 되겠다’라고 볼 사람들이 꽤 있다는 얘기로군요. “그렇게 빠지면 큰 변화가 일어나요. 거래량이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사기 시작하니까요. 가격이 빠질 때 거래량도 같이 빠지면 가격이 더 빠진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빠지긴 하는데 거래량이 이상하게 회복할 겁니다. 그러면 그 가격이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큰 거죠. 그래서 여러분은 가격과 함께 거래량도 같이 보시면서 시장을 판단하시면 좋겠습니다.”글로벌 리츠에 지금 투자하라고?-지금 계속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글로벌 리츠(REITs)는 투자할 만하다라고 보셨더라고요. 왜 그런가요? 리츠도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요. “리츠는 기본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죠. 그런데 부동산 가격보다 리츠 주가가 훨씬 더 많이 빠졌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부동산은 유동성이 충분한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활발하게 거래가 안 돼요. 그래서 시장 리스크가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커도) 그냥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그런데 기초자산이 같은 부동산인데도, 리츠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그 리스크를 반영해서 시장에 매물을 내놓습니다. 그게 반영돼서 지금 글로벌 리츠 주가가 엄청나게 많이 빠졌거든요. 쉽게 말하면 부동산 가격이 25~26% 정도 빠진 것과 같아요. 그럼 살 때죠. 그런 관점에서 저는 글로벌 리츠는 충분히 가격에 (리스크가) 반영이 된 시점이라고 보는 겁니다.”-리츠 주가가 바닥권에 근접할 정도로 이미 많이 빠진 거군요. 그런데 리츠 종류가 너무 많고요. 리츠 투자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끼는 분도 많습니다. 어떤 걸 보고 리츠에 투자해야 할까요. “리츠가 갖고 있는 기초자산은 부동산입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자본 이익(시세 차익)보다 배당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요. 임대수익을 받아서 투자자들한테 배당을 나눠주는 구조이죠. 그래서 순수하게 배당만 보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고금리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왜 지금 시점이 좋다고 하느냐면 가격이 빠졌기 때문이에요. 배당 수익률이 그 가격 기준으로는 많이 상승한 상황이죠. 그런데 우량한 리츠를 투자를 하셔야죠. 그런 차원에서 세 가지 정도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임차인이 우량해야 해요. 임차인이 갑자기 부도 나서 없어지면 임대료를 못 주니까요. 예를 들어 임차인이 애플이나 삼성전자이면 너무 좋은 거죠. 두번째로 임대기간은 길수록 좋습니다. 세번째는 리츠는 차입을 많이 일으켜서 부동산을 사놓는데요.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는 구간이기 때문에 그 차입금 만기가 장기여야 합니다. 이 세가지는 회사 홈페이지나 보고서를 보시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살 때 한꺼번에 다 사야하죠. 그래서 부동산은 ‘언제 사느냐’에 따라서 크게 리스크가 있어요. 우리가 보통 부동산 살 때 ‘어디에 사느냐’고 많이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입지나 위치는 모두 다 알기 때문에 큰 차별점이 없어요. 대신 부동산은 유동성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언제’ 사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매우 달라집니다. 쉽게 말해서 강남 아파트를 지금 사면 되게 힘들잖아요. 5~6년 전에 샀으면 너무나 좋았을 텐데요. 이와 달리 리츠는 리스크가 해지돼요. 쉽게 말해서 1주씩 매일 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를 사는데, 매일 벽돌 한 장씩 사는 겁니다. 그래서 리츠는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해서 매입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배당 수익 관점에서 접근하시면 저는 2023년이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기 매우 유리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은 투자자산으로 보셔야 시장의 변화가 읽힙니다. 내 집 마련을 하더라도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책임한 게 ‘네가 살 집이면 언제 사도 좋다’는 말입니다. 내가 살 집인데 집값이 떨어져도 좋은가요?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내 집을 살수록 적당한 시점에 자산에 맞춰 잘 사야죠. 그런 말에 현혹돼서 그렇게 높은 가격에 영끌해서 집을 샀기 때문에 지금 어려움에 봉착하는 거잖아요. 자산시장을 볼 때 투자 관점에서 보세요. 그러면 기회도 생기고 변화가 읽혀집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즘 제가 부동산 가격 더 빠진다고 하니까 저보고 ‘되게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겁니다. 가격이 오를 때 계속 오를 거라고 얘기하는 건 절대 긍정적인 게 아니고, 진짜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세상에 변화가 없단 얘기잖아요? 가격이 오를 때 떨어질 걸 고민하고, 떨어질 때 다시 회복할 걸 고민하는 게 세상을 진짜 긍정적으로 보는 거죠.여러분이 자산시장을 보실 때 이런 긍정적인 관점으로, 즉 변화를 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부동산, 리츠, 주식 할 것 없이 한국 자산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럴 때 오히려 회복과 기회를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By.딥다이브사실 부동산 시장은 다루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유주택자이냐 무주택자이냐에 따라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감정을 자극 하는 뜨거운 이슈인 건데요. 오히려 ‘투자자의 시각’에서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시장을 판단해야 한다는 이광수 위원님 조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겠다는 의지에 여전히 가득 차있고, 노동시장은 금리인상에도 아랑곳없이 굳건합니다.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이유인데요. 다우지수(-0.76%)와 S&P500(-0.76%)은 사흘 연속, 나스닥지수(-0.96%)는 이틀 연속 하락입니다. 이날 발표된 지난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 건이었습니다. 일주일 전보다 1만5000건 줄었고, 시장 예상치(21만5000건)을 크게 밑돌았죠.여전히 노동시장이 뜨겁단 뜻인데요. 주식시장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습니다. “연준이 편안하게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면 노동시장이 무너져야 한다”(온다의 에드 모야 애널리스트)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발언까지 더해졌습니다. “최근 완화하는 징후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면서“우리는 현재의 코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죠. 참,연준은 꺾이질 않네요. 오늘의 핫이슈 종목은 넷플릭스입니다.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동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1997년 넷플릭스를 설립했으니 만으로 25년 만이죠. 헤이스팅스는 이날 블로그 게시물에서 “우리 이사회는 수년 동안 승계 계획을 논의해 왔다(설립자도 진화해야 한다!)”면서 “이사회와 나는 지금이 승계를 완료할 적기라고 믿는다”고 썼는데요. 현재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렉 피터스가 CEO로 승진해, 이미 공동 CEO로 재직 중인 테드 서랜도스와 함께 넷플릭스를 이끌게 됩니다. 헤이스팅스는 회장직을 맡고요. 그는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면서도 “넷플릭스 주식이 잘 나가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증시 폐장 직후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나 치솟았는데요. 넷플릭스가 발표한 4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4분기 신규 고객이 766만 명이나 늘었는데요(총 가입자 수는 2억3080만명). 예상치(450만 명)을 크게 웃돌았습니다.지난해 11월 내놓은더 저렴한 광고 요금제가 신규고객 유치에 기여했다는 게 넷플릭스 자체 분석입니다. 광고 요금제 가입자 대부분이기존 고가 요금제에서 다운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 유입된 고객이란 거죠. 넷플릭스는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도 1분기 중 본격적으로 시행할 텐데요. 비밀번호 공유로 넷플릭스를공짜로 보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에 1억 명은 될 거라는 게 자체 추산입니다. 앞으로는 남의 계정으로 공짜로 시청하는 사람을 찾아내서 요금을 매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넷플릭스는 남아메리카 일부 국가에서 추가 요금을 내야 계정 공유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운영 중인데요. 가입자 수가 실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물론 일부 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넷플릭스는 주주 서한에서“모든 회원이 여행 중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시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추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건 아니란 뜻이죠.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금리가 엄청 오르고 경기가 가라앉는다는데 고용시장은 왜 이렇게 뜨겁지?요즘미국 경제의 가장 큰 미스터리입니다. 도대체 그 많던 노동자들이 어디 갔길래 아직도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걸까요.이 미스터리가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하느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연구가 얼마전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8일 전미경제연구소(NBER)가공개한 따끈따끈한 워킹 페이퍼인데요. 제목은‘노동자들은 어디에 있나? 대퇴사부터 조용한 사직까지(Where are the workers? From great resignation to quiet quitting)’. 이 연구를 한신용석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를 12일(현지시간 11일 밤) 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핵심 키워드를 미리 공개하자면‘워라밸’입니다. (워킹 페이퍼 원문은 NBER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실업률 3.5%인데 일자리가 남아 돈다?-한국에서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고용보고서 내용에 따라 주식시장이 웃거나 울기 때문인데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역대급으로 낮은데 구인율(Vacancy rate)은 상당히 높은데요. 이게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면서요? “실업률이 이렇게 낮을 때 구인율이 그렇게 높은 적은 없었거든요. 정말 특이한 상황입니다. 구인율은 ‘기업이 채용하려는 사람/전체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 계산하는데요.실업률이 3.5%일 때 구인율이 6.4%인 건 정말 너무 높은 겁니다.예전이었으면 (구인율이) 한 4% 돼야 정상일 거예요. 그러니까 실업률만 봐도 지금 미국 노동시장이 아주 뜨거운데,그 실업률이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수요가 있는 거죠. 또 미국 연준이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열심히 올리면서 다른 데는 (그 효과가) 이제 조금씩 보이거든요. 경제활동이 좀 줄어들고 물가 상승률이 줄어드는 게 보이는데,노동시장은 안 움직이는 거예요.‘실업률이 왜 이렇게 안 움직이나’가 연준사람들에겐 퍼즐이거든요. 결론은 이제 수요가 조금씩 줄어드는데 실업률이 이렇게 안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결국 노동자들이 예전만큼 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이란 겁니다. 지금 신규 취업자수가 (월간) 22만명 정도인데, 평균과 비교하면 아직 높거든요. 그래도 지난해 초엔 40만~50만명이었다가 22만명으로 내려왔죠. 그래서 주식시장에선 사람들이 ‘이제 노동시장도 조금 약화되는구나’라면서 ‘앞으로 몇 달 지나서 실업률이 올라가면 연준이 금리도 내려주겠구나’라고 기대하고 있는데요. 제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Fed에서는 ‘우리 마음을 주식시장이 전혀 못 알아주고 있다’면서 황당해해요.Fed는 금리를 더 올릴 거고, 높은 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할 생각인 거죠.”-2021년에는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용어가 있었고, 2022년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란 말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 용어가 미국 상황을 설명해주나요? “미국은노동자들이 ‘바게닝 파워’가 세졌습니다. 협상에서 우위에 있죠.회사들이 자리를 못 채워서 난리니까요. 노동자들이 ‘난 이제 지쳐서 평소보다 일을 좀 덜 하겠다’라고 해도 회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Quiet quitting’이니까 그걸 대놓고 하진 않지만요. 만약 정말로 노동시장이 약해져서 실업률 오르고, 구인하는 숫자도 줄어들면 ‘한번 쫓겨나면 다시 직장 구하기 힘드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한동안은 노동시장이 아주 뜨거울 것 같습니다.” -교수님 페이퍼를 보면 미국에선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특히 학력이 낮은 젊은 남성이 경제활동 참여를 덜 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건 2007~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계속된 현상이라고요? “2007~8년 금융위기 당시 일하던 사람들은 전부 다 타격을 입었거든요.이후 여성이나 대학을 나온 남자들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줄어들었다가) 다 회복했는데, 대학을 안 갔던 남자들의 참가율은 회복을 못하고 있어요. 더 특이한 건 그때 아직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 즉 당시 10대들을 보니까 아예 (일을) 시작할 때부터 그 이전 세대보다 훨씬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로 시작하는 거예요.그때 10대 후반이었던 사람들이 20대일 때 노동 참여율을 보면 그 이전 세대보다 7%포인트 정도 낮거든요. 그래서 2013년쯤부터 미국에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때 나온 얘기는 예전에 비해서 여가를 보내기가 훨씬 싸졌다.비디오게임 하면 돈 얼마 안 들이고 하루 종일 즐겁게 놀 수 있으니까 일 하기 싫은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요. 최근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는 걸 알고 ‘그럼 나 일 안해’라고 나오면서 굳이 나가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겁니다.황당한 건 그게 아직도 계속 남아있다는 거죠. 다만 그 사람들은 이전부터 계속 일을 덜하고 있으니까, 팬데믹 때문은 아니고요. 저희 페이퍼가 더 주목한 건일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일하는 시간이 얼마인지를 봤더니 새로운 패턴이 나왔습니다.” 고학력, 고소득 남성이 일을 덜하기 시작했다-페이퍼에서 2007년부터 미국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추이를 살펴보셨는데요. 근로시간이 금융위기 여파로 줄었다가, 이후 서서히 다시 늘었다가, 팬데믹 기간엔 좀 많이 줄어들었다고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요. 2007~8년 금융위기 이후엔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서 근로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노동수요가 회복하지 않았던 거였죠. 사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회복해 정상으로 돌아온 건 2019년이거든요. 그때까진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풀 타임으로 일하고 싶은데 직장을 못 잡아서 파트 타임으로 일했던 겁니다. 이번엔 매우 달랐던 게 사람들이 골랐다는 겁니다. ‘일 할 수 있는데 일을 덜 하겠다’라고요.물론 2020년엔 팬데믹 때문에 직장이 닫아서 다들 일을 줄였는데요.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오면서 경제상황 좋아지고 팬데믹 영향도 없는데도 다시 근로시간이 줄어든 거예요. 이건 사람들이 원해서 줄인 겁니다. 실제로 데이터 서베이를 보면 ‘나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많이들 얘기하거든요.” -그동안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였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실제로 계산해 보니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일찍 은퇴하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한 게 아니었고요.그보다 젊은 사람들(25~54세) 중에서 특히 일을 원래는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인 겁니다.”-페이퍼를 보니까 주로 남성이면서 오래 일을 하고 임금도 많이 받는, 그러니까 민간기업 입장에선 가장 핵심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보다 일을 덜 하는 걸로 나왔더라고요. 특이한 현상인데요. “맞습니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나 파트타임 할래’라고 하는 건 아니고요.일하는 시간을 5~6% 정도 줄이는 거죠.주당 40시간 일하다가 37~38시간만 일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 ‘금요일 오후엔 일 안 해’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겁니다. 임금이 낮은 사람들은 2019년에 비해서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보기에 예전 경기침체 때처럼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풀 타임 잡이 마땅한 게 없어서 파트 타임으로 간다’는 패턴이 전혀 아니더라고요.”-그렇네요. 오히려 여유 있고 돈 벌 만큼 버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 이제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아’라는 느낌이군요. “네. 특히 주로젊은 남성이면서 대학교육을 받은 고학력층이 그렇습니다.”-한국에서도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상이 퍼지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도 그런 트렌드가 확실히 보이는군요. “그렇죠. 사람들이 ‘조용한 사직’이라고 말은 하지만 그게 정말 얼마나 대세인지는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제 숫자를 보니까 정말 그런 걸로 나온 거죠.” -그런데 왜 여성은 근로시간이 안 줄었는데, 고학력 남성만 주로 줄었을까요?“보통 팬데믹 땐 애들이 학교에 못 가니까 여성 근로자가 더 타격을 받는다고들 얘기했는데, 신기하게도 여성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다 회복했어요. 지금은 임금 높고 학력 높고 일을 진짜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할 필요 없다’면서 줄이는 분위기인데요. 누가 많이 줄였는지를 보면1년에 2600시간 넘게 일했던, 정말 극단적으로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이 팍팍 줄인 겁니다.그런데 미국에서도 연 2600시간 씩 무리해서 일하던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었거든요.” -근로시간 최상위층이 많이 줄였는데, 미국도 원래 최상위층은 남자가 많았던 거군요. “한국만큼 남녀 차이가 그렇게 심하진 않지만 미국도 그랬던 거죠.” 한국도 워라밸? 글쎄…-일을 많이 한다는 미국보다도 근로시간이 더 긴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한국의 경우에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현상이 있고요, 또 문재인 정부 때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서 근로시간이 줄었을 것 같은데요. “한국도 많이 줄었는데요. 제 생각에 52시간제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52시간이면 1년에 2500시간 넘게 일하는 건데, 실제 근로시간이 그에 근접하진 않거든요. 제가 숫자를 보니까 한 10년 전에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근로시간 연 2150시간이었는데요. 지금은 1900대로 내려왔습니다.10년 사이에 8~9% 정도 떨어졌더라고요.그리고 정말 대단한 게 한국은 1970년대엔 3000시간을 일했대요. 한 주에 60시간씩 일했다는 거죠. 그땐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했던 거고요. 이게 쭉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추세가 갑자기 더 떨어지거나 평평해지는 것 없이 쭉 같은 기울기로 (근로시간이) 내려오고 있어요. 따라서 한국도 결국 더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보기엔 지금의 미국 패턴과는 다른데요.한국은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주 좋은 소식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한국은 고령화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늘어나는데, 그들 중 노동에 참여하는 분들은 많지만 노동 시간은 길지 않거든요. 일 많이 하던 젊은 사람들이 ‘나 일 좀 덜하겠다’는 게 아니고요.통계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일을 좀 덜하니까 떨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일을 덜하면서 소득도 적은 사람들 비중이 늘어나겠군요. “잘 살게 되면 결국 근로시간은 떨어집니다. 이건 모든 나라에서 다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미국이 좀 특이한 게 근로시간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근로시간이 줄어들다가 1980년대에 갑자기 평평해졌어요. 잘 안 떨어졌죠.한국은 계속 내려가고는 있지만 미국처럼 힘 있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현상이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직장 문화가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너무 열심히 일했던 분들이 아직 직장에 남아있고요, 또 한국에선 다들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니까 대기업이 갑인 거죠.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잘 돌아가는데요.일주일에 4일은 직장에 나와서 일하고 하루는 집에서 일하는 식으로 하는 회사가 많이 늘었거든요.경영자들이 잘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 회사가 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에 한국 경영자 분들과 얘기해보니까, 그런 거에 거부감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것부터 시작해야 근로자들이 근로시간도 줄일 수 있는데요. 지금 같은 문화에선 ‘금요일 오후에 3시간 덜 일하겠습니다’라는 얘기 못하죠.”-미국 같은 경우에 근로자들이 일을 너무 과다하게 하는 걸 줄이고 자기 삶을 좀더 챙기는 게 대세라면요. 미국 기업들은 거기에 맞춰주고 있나요? “지금 노동시장이 워낙 뜨겁기 때문에 기업이 채용을 하려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죠. 사람들이 임금만 높여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유연근로제나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조건으로 내걸 거든요. 이건 앞으로도 남을 것 같습니다. 100% 재택근무는 불가능하겠지만, 회사에 따라서는 5일 중 하루나 이틀은 집에서 일하는 식으로요. 미국 경영자들과 얘기해보면 예를 들어 금요일엔 다 집에서 일하는 건 생산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이건 미국 경영문화에 계속 남을 거예요.”GDP와 실업률 따로 간다면, 연준의 선택은?-역사적으로 구인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땐 항상 실업률이 급등했는데요. 이번에도 경기가 둔화하고 구인이 줄어들면 실업률이 늘어나게 되는 패턴으로 가겠지요? “구인율과 실업률은 항상 음의 관계입니다. 그걸 ‘베버리지 커브(Beveridge curve)라고 부르는데요. 그게 하나의 커브에서 (실업률과 구인율 수치가)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커브 자체가 계속 움직입니다. 지금 같은 경우엔 커브 자체가 위로 올라간 거예요. 똑 같은 실업률에서도 구인율이 훨씬 더 올라간 거죠. 앞으론 그 올라간 상태에서 새로운 커브로 내려오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률이 올라가기 전에 구인율이 먼저 내려옵니다.직장에서 직원을 해고하기 전에 먼저 ‘일단 안 뽑을래’가 되거든요. 그래서 구인율이 좀 내려오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면 이제 사람을 내보내니까 실업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돼있거든요. 그러니까 음의 관계는 있는데이번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구인율도 그렇게 많이 안 떨어질 것 같고, 실업률도 많이 안 늘어날 것 같습니다.미국 경제 전체가 소프트랜딩(연착륙)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요.노동시장 만큼은 연착륙을 할 겁니다.그 이유 중 하나가 노동 공급이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고요. 실업이라는 게 직장을 열심히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실업자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미국에선 베이비부머 세대도 많이 은퇴했고, 젊은 남성 중 대학 안 나온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안 해서 노동 공급이 별로 없는데요. 거기다가 이제 일하는 사람들마저도 일하는 시간을 줄이니까 노동공급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엔갑자기 실업률이 확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현상이죠. 여태까지는 보통 GDP와 실업률의 움직임 간에 어떤 원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매우 다를 것 같아요.GDP 성장률은 많이 떨어져도 실업률은 별로 변화가 없는 양상이 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연준 입장에선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서, 통화정책을 덜 긴축적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굳이 뜨거운 고용시장을 식히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면요? “이번 연구가 나온 뒤 연준 관계자 분들에게서 ‘그게 고용시장에 대한 해석이 될 수 있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어쨌건연준은 ‘정말로 인플레이션 2% 될 때까지 우리는 간다’이거든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하지만 실업률이 너무 올라가면 그게 부담되지 않습니까. 그런데연준 입장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금리를 올려도 실업률은 많이 올라가지 않겠구나’라며 안심할 수 있죠.물론 GDP 성장률은 많이 떨어질 수는 있는데, GDP 성장률이 몇 퍼센트 떨어지는 것과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구직하려고 길거리에 줄 서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거든요. 연준은 노동시장은 (금리 인상에도) 그렇게 크게 잘못 되는 건 없이 지나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오히려 굳히는 것 같습니다.” By. 딥다이브미국 고용시장의 미스터리가 좀 풀리셨나요? 결론적으로 연준은 실업률 걱정 없이 금리를 더 올릴 것 같다는, 주식시장 입장에선 다소 우울한(?) 전망이었는데요. 신용석 교수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고용시장이 이례적으로 뜨겁습니다. 실업률이 낮은 데도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 공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노동 공급이 어디서 줄었을까요? 미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분석해서 답을 찾았습니다. 원래 일을 많이 했던 고학력의 핵심 연령대(25~54세) 남성들이 일을 덜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챙기려는 자발적인 근로시간 감축이죠.-이런 변화에 맞춰 미국 기업에선 ‘하이브리드 근무’ 같은 새로운 일하는 방식 도입이 대세가 될 겁니다.-GDP 성장률은 크게 떨어져도 실업률은 그리 치솟지 않는 새로운 현상이 기대됩니다. 연준 입장에선 마음 놓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셈.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 보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1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별일이 없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아 휴장했거든요. 하루 쉬고 17일부터 다시 격동의 실적 시즌을 이어갈 예정입니다.17일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유나이티드 항공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요.19일엔 넷플릭스, P&G가 등판합니다.앞서 13일엔 4개 대형은행(웰스파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네 곳 모두 주당 수익이 월스트리트의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하지만 다소 신호가 엇갈렸죠.대출 수익성은 더 높아졌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용카드 지출을 늘렸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쪼그라들었고 투자은행(IB) 수익도 반토막 났습니다.아울러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왕창 쌓았습니다. 빚을 갚지 못할 고객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본 겁니다.“경미한 경기침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의 말이 이전과 달라졌는데요. 그는 지난해 6월 “경제에 허리케인이 온다”고 말해서 아주 전 세계 언론이 대서특필하게 만들었죠. 그런데 이제 ‘경미한 경기침체(mild recession)’를 말하네요. 한발짝 물러선 느낌. 그는 며칠 전 인터뷰에서도 “경제적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고 작년에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확실히 구름은 있지만 광범위한 폭풍우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전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16일 새로 나온 소식 중엔 이게 눈에 띕니다.‘순수 전기차’가 지난해 전체 신차 판매의 약 1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정확히는 10%는 좀 안 되는 9.7% 정도. 월스트리트저널이 LMC오토모티브 연구를 인용해 전한 통계인데요.지난해 순수 전기자동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외)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보다 68% 증가한 약 780만대에 달했습니다.전기차 성장을 이끈 건 중국과 유럽시장이죠. 지난해순수 전기차는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9%, 유럽의 11%를 차지했습니다. 만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더하면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점유율은 20.3%에 달합니다.미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아직 뒤쳐져 있는데요. 그래도 전기차 점유율이 2021년 3.2%에서 지난해 5.8%로 증가했습니다.사실 2022년에 전체 자동차 시장은 썩 좋지 않았는데요. 글로벌 전체 신차판매가 약 1% 줄어든 8060만대에 그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치솟는 에너지 비용, 경제성장 둔화… 그럴 만한 요인이 너무 많았죠. 하지만 포드, 메르세데스-벤츠그룹, BMW는 공통적으로 총 차량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는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지난해 순수전기차 시장에서전 세계 판매량 1위는 물론 테슬라입니다. 그럼 2위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치고 올라왔죠.() 3위는 중국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 4위는 폭스바겐그룹이었습니다.참고로 글로벌이 아닌 미국시장에선 1위는 테슬라, 2위 포드, 그리고 3위가 바로 현대∙기아차이고요.그럼 올해 전기차 시장은 어떨까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지난해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경기는 가라앉고,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인데요. 언스트앤영 애널리스트 피터 퍼스는 “약한 경제로 소비자가 주저하게 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가격) 할인을 보기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뭐, 이미 선두업체 테슬라가 가격할인에 세게 들어갔으니, 전망이 아닌 현실일지도.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한국 무역수지, 러시아 제재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까지. 이 굵직한 이슈들이 모두 밀접하게 엮여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원유시장! 최근엔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로 원유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었는데요.그런데 국제유가를 전망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은데다, 전쟁 같은 돌발상황까지 생기니까요. 달리 보면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여러 변수들을 알아두면 글로벌 경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원자재 시장을 7년 동안 담당하고 있는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과 원유시장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원유 수요: 중국 리오프닝 vs. 미국 경기침체-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겨울 날씨가 따뜻해서 유가가 내려간다고도 하고요. 중국의 제로코로나 방역이 끝나서 유가가 오른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날씨와 중국의 방역이 현재 유가의 변수가 되고 있나요? “말씀하신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원유시장에 반영되고 있는데요. 사실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는 시장이 섣부르게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종료했지만 원유 수요가 실제 늘어나는 게 아직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거든요. 오히려 중국 경제지표는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원유수입도 주춤한 모습이고요.” -경제성장률에 따라 원유수요가 얼마 늘어날지를 계산하는 공식이 혹시 있나요? “공식이 따로 있진 않습니다. 보통은 ‘경제성장률이 이 정도 되면 원유수요가 얼마 늘 거다’라고 가정해서 가격에 선반영해서 거래를 합니다. 그런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되면 가격이 높아지거나 낮아지죠. 또 지정학적 리스크나 다양한 공급 차질 이슈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수요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거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경기 침체에들어간다면 수요가 줄어들 거고, 그럼 유가가 내려갈 요인이죠? “작년보다 올해 원유시장 환경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년은 금리인상기였고요. 미국의 평균 금리가 2.5% 정도였죠. 그런데 올해는 최종 기준금리가 5% 또는 그 이상일 가능성이 큽니다.연준의 과거 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금리에 도달한 뒤엔 이를 어느 정도 유지합니다.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죠. 그 기간이 보통 6개월~1년 정도인데요. 그걸 감안하면 평균 금리가 작년보다 훨씬 더 높을 겁니다. 그런 걸 반영해서 IMF와 OECD, 월드뱅크도 올해 성장률을 낮게 전망하고 있죠.” -연준이 금리 인상을 2분기에 멈춘다고 해도, 평균 금리 수준은 상당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니까 경제엔 큰 부담이겠군요.“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요.”원유 공급: 러시아와 OPEC, 그리고 미국-원유 공급 측면에선 너무 많은 이슈들이 있죠. 일단 궁금한 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둔다는 게 한참 이슈였잖아요. 그런데 가격 상한제에도 러시아는 아무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요? 왜 그런가요. “작년 초부터 이슈였죠.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할 거라고 보고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별일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정작 제재를 가한 서방국이 꾸준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EU만 해도 전체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이 25% 정도였고요. 중국도 2021년보다 2022년엔 수입량을 20% 정도 늘렸고요. 게다가 인도가 2021년엔 하루 3만 배럴 정도밖에 수입을 안 했는데, 갑자기 작년엔 100만 배럴을 수입했어요. 33배가 는 거죠. 그럼 서방국은 왜 인도를 그냥 놔줬느냐. 서방국가는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지금 금리 인상을 하는 거잖아요. 물가상승의 근본 원인은 에너지 대란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인도는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를 재가공해서 유럽과 미국에 열심히 팔았죠. 만약 진짜로 러시아를 정밀 타격하려고 했다면 제3자 제재를 가했어야 합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하는 국가엔 우리가 금융제재 할 거야’라고 했으면 깔끔하게 끝나요. 그런데 문제는 EU가 아직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애매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가격상한제 도입은 했죠. 배럴당 60달러로요. 문제는 지금 러시아산 우랄원유 판매 가격이 60달러 미만입니다. 따라서 (가격상한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고요. 설사 이걸 좀 넘더라도 러시아 입장에선 그냥 몇 달러 낮춰 팔면 그만입니다.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공급 차질 우려는 사실 급격하게 줄어들었고요. 지금도 12월 기준으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거의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는 상황인 거죠.”-말로만 겁주고 실제로는 서방에서 별로 한 게 없었군요.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OPEC 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해서 큰일 난 것처럼 미국에서 큰 이슈였는데요. 그것도 요즘 잠잠하네요?“사실 OPEC 플러스의 역대 최대 감산는 코로나 직후였거든요. 당시 970만 배럴을 감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엔 꾸준히 감산량을 줄였습니다.어찌 보면 증산을 한 거죠. 그러다가 결국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생산량을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OPEC 입장에선 ‘우리 이제 감산 중단했어’라고 하면 유가가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OPEC 플러스가 지난해 10월에 ‘우리가 8월 생산 목표량 대비해서 200만 배럴 감산할 거야’라고 얘기했어요. 여기에서 맹점이 뭐냐하면, 원래 OPEC국가들은 감산 합의를 할 때 ‘실제 생산량’을 기준으로 감산량을 정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생산 목표량’ 대비 감산량을 정했습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면요. 8월 생산 목표치가 실제 생산량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그 생산 목표치를 기준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한 거죠. 그럼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느냐. 막상 지난해 11, 12월 감산을 할 땐 실제 감산량은 200만 bpd(barrels per day : 일일 생산 배럴)가 아니라 70만 bpd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12월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앞으로 우리는 매월 감산 합의를 하지 않고 6월에 다시 감산 회의를 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이건 무슨 뜻이냐면 원래 시장은 매월 감산회의가 열릴 때마다 추가 감산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OPEC이 추가 감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감산 회의를 6월로 늦춘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였다면 사우디나 러시아가 합심을 해서 추가 감산을 합니다. 두 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너네 여력 없지? 오케이, 그럼 우리가 추가 감산할게’라고 이끌어 갔는데요. 지금은 원유 수요 자체가 줄어들어서 유가가 하방 압력에 노출된 상황이거든요. 원래 감산이라는 게 감산한 비율(물량의 감소)보다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분(가격의 상승)이 더 높아야 총량적으로 메리트가 생기는 거잖아요(매출=물량*가격). 그렇지 않고 유가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감산할 명분이 사라지죠. 더욱이 사우디는 현재 네옴시티에 집중하고 있고, 러시아는 전쟁 중이기 때문에 리더십을 통해 추가감산을 해서 유가를 지지해야 할 요인이 사라져 있습니다.” -리더십을 발휘할 형님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너무 바쁘군요. 그 결과 OPEC 플러스의 감산 때문에 유가 급등하고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별일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나요? “지금도 미국은 꾸준하게 증산을 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증산량이 명확하게 확인되진 않는데요. 미국의 원유 증산을 이끌어 가는 건 퍼미안 지역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셰일 분지인 퍼미안 지역 생산량이 계속 역대 최고치를 갱신 중입니다. 텍사스주 퍼미안 지역은 다른 분지보다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500만 배럴 정도인데요. 원유 매장량도 워낙 많고 재고창고가 있는 쿠싱 지역과 가깝고, 텍사스 항구까지 거리도 짧고, 서비스 업체도 몰려있다 보니 저렴한 비용을 빨리 증산할 수 있습니다.”-요즘 미국의 전략 비축유가 38년 만에 최저치라는 기사도 연이어 나옵니다. 아마 지난해 많이 방출을 해서 그런가 본데요. 비축유 재고가 너무 적다는 건, 달리 보면 앞으로는 좀 채워 넣어야 하니까 유가엔 상승 요인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 의견이 시장에 존재하고 실제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합니다. 다만 과거와 차이가 있다는데요. 전략 비축유가 전시 상황에 대비해서 원유 수입이 완전히 끊겼을 때 100일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전제였거든요. 과거엔 이 말이 맞았습니다. OPEC에 대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70~80%에 달했거든요. 지금도 미국이 원유 수입을 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동 국가로부터의 수입은 5%에 불과합니다. 캐나다에서 300만 배럴, 멕시코에서 100만 배럴 수입하고요. 나머지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1200만 배럴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만큼 전략 비축유의 중요도가 높진 않습니다. 다만 전략 비축유가 계속 감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 유가 지지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는데요. 바이든 정부가 이달부터 일부나마, 300만 배럴 정도를 바이백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원유수요가 급감할 이유-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한 10차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올해는 유가가 안정세를 띨 거라는 전망이 대세이더라고요. “기본적으로 금년도 유가 수준은 70달러 부근에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합니다. 급격한 금융위기가 아닌 경기 침체가 서서히 반영된다는 가정 하에 보수적으로 말씀을 드린 거고요.금리 인상 최상단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데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일 거기 때문에,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려면 빨라야 올해 4분기로 예상되고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있지만 사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 더 나아가서는 중국의 해외여행으로 다른 국가까지 재확산될 거란 우려도 같이 반영되고 있거든요. 또 한 가지 변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가능성인데,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최근 러시아가 갑자기 뜬금포로 1월 7일까지 36시간 동안 일시 휴전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는데요. 어찌 보면 러시아가 지금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러이사의 가장 큰 무기가 유럽 천연가스였거든요. 그런데 유럽이 빠르게 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기도 했고요. 1월 유럽 날씨가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재고가 반등하고 있단 말이죠. 러시아 입장에서도 아마 아차 싶었을 거예요. 거기다가 미국과 프랑스는 장갑차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하고요. 그래서 지금 한국식 휴전, 그러니까 38선 같은 선을 긋고 휴전할 가능성도 언급이 된다는데요.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전쟁여력이 소실된 러시아, 에너지 대란을 크게 겪었던 유럽 국가 모두 확전을 부추길 요인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땐 어느 정도의 (휴전) 합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다만 갑자기 휴전이 된다고 해도 러시아의 그동안 행보를 감안했을 때 급격한 유가 급락을 보이진 않을 것 같아요. 휴전을 해도 러시아가 어느 정도 카드는 쥐고 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할 걸로 봅니다.”-연구원님의 전망 보고서에서 눈에 띄었던 게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구조적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내연기관차량 생산이 중단된다면 확실이 원유수요가 확 줄어들까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판매대수를 넘어서는 시점을 과거엔 2035년으로 봤는데요. 지금은 더 앞당겨져서 2032년 정도라고 합니다. 승용차 기준으로 내연기관차 1대가 전기차로 전환됐을 때, 1년에 감소하는 원유수요가 0.03bpd입니다. 이게 별로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해마다 계속 누적됩니다. 그래서 2019년까지 승용차의 전기차 전환으로 줄어든 원유 수요가 70만 배럴 정도로 추정됩니다. 중국은 현재 판매되는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이 35%에 달하고요, 유럽이 25%, 한국도 10~15%, 미국이 10% 정도 됩니다. 전체 원유 수요에서 운송 관련 수요가 50%가 넘거든요. 이게 꾸준하게 감소한다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원유의 대규모 수요 감소요인이 될 겁니다.일각에선 이렇게 주장해요. 전기차가 늘어나면 전기수요도 늘어날 거고, 그럼 이와 관련한 원유 수요도 늘어나지 않겠느냐, 원요로도 전기를 일부 생산하니까. 그런데 전 세계 전기 생산량에서 원유로 생산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0.5%에 불과하고요. 그래서 2032년에 도달했을 때,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분은 하루 평균 1200만 배럴로 예상 됩니다. 이것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건데요.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버스나 트럭, 이륜차는 제외한 수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문제는 지금 원유라는 이 거대한 탄소 배출시장에서 대규모 수요를 대신할 만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천연가스나 원자력처럼 선진국들의 입맛대로 갑자기 친환경으로 포함시킨다든지, 이렇게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를 대체할 것이 부재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UAE가 급격하게 수소경제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요. 전 세계에서가장 수익성이 좋은 아람코를 일부 상장하기도 했죠. 만약 향후 수익성이 계속 좋다고 예상했으면 굳이 이걸 상장해서 지분을 팔 이유가 없겠죠. 체제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유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상당하잖아요. 원유 ETN이나 ETF로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특히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오늘 인터뷰를 보고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해볼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개인 투자자가 원유 파생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뭐가 있을까요. “실제로 지난해 말에 미국이 ETP 투자 관련해서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저희 삼성선물에 많이들 문의를 주셨더라고요. 개인투자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건 절대로 풀(full) 레버리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일부 상품, 예를 들어 7배까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요. 1300만원을 가지고 한 1억원 정도 어치를 투자할 수 있는 건데요. 문제가 뭐냐면 1억원 정도 베팅할 수 있어서 수익을 크게 낼 수도 있지만, 풀 베팅을 하면 시장의 변동성을 방어하지 못하고 자산이 그냥 소멸돼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이 13%만 움직여도 자산이 0원이 돼버릴 가능성도 있는 거죠. 항상 어느정도 여유 버퍼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레버리지를 운영해야 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단순하게 주식처럼 단타 매매로 빨리 수익을 내보자라고 접근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수익 낼 수 있는 게 선물시장이거든요. 그 부분을 감안하셔서 투자하셨으면 합니다.” By. 딥다이브 세계 경제성장률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원유시장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공부가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원유시장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원유수요가 늘어날 거란 기대가 유가에 반영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은 원유수요를 줄일 요인입니다.-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가 많았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OPEC 플러스의 감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별일 없이 지나갔습니다. 미국은 꾸준히 증산을 하고 있습니다.-올해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부근에 안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가 휴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락하진 않을 걸로 봅니다.-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원유수요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나 UAE가 수소경제로 가겠다고 하는 이유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예상대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대로 내려왔습니다. 뉴욕증시는 안도했지만 아직 환호하지는 않았습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64%, S&P500 +0.34%, 나스닥지수 +0.64%. 나스닥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라는군요.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1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했는데요.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6월 정점(9.1%, 40년 만에 최고치)을 찍은 뒤 진정되는 모습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CPI는 1년 전보다 5.7% 올라, 역시 전달(6.0%)보다 상승세가 둔화했습니다.지표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는 건데요. 월가는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미 연준(Fed)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 그러니까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선택하게 될 거란 예측이 힘을 받게 됐습니다. 알리안츠인베스트매니지먼트의 찰리 리플리 수석투자전략가는 “오늘 지표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연준 처방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발언도 이날 시장을 안도하게 했는데요. 그는 “한번에 75bp(0.7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던 시절은 확실히 지났다. 내 생각엔 앞으로 25bp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별 종목 중엔 테슬라 관련 소식이 두가지가 눈에 띄는데요. 우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개인투자자가 테슬라 주식을 3억1500만 달러어치(약 3931억원)를 순매수해서 사상 최대 일일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인 11일에도 3억 달러를 순매수.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걸 드러내 주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의 테슬라에 대한 신뢰는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생산능력을 2배로(현재 연 100만대에서 200만대로) 늘리는 3단계 확충 일정을 연기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정보보안을 이유로 테슬라가 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분석인데요. 우주인터넷 사업을 하는 스타링크가 테슬라와 관련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테슬라에 스타링크 장비가 장착된 건 아니지만요.중국에서의 테슬라 위상도 예전 같지 않은데요. 테슬라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차값을 크게 인하하면서 이미 차를 구입한 고객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죠. 물론 이와 별개로 테슬라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 협상 중이긴 합니다. 연간 100만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위한 예비계약에 근접했다는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2022년은 빅테크의 수난시대였습니다. 지난 1년 간 주가 변동률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데요.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 -60.81%, 아마존 -47.05%, 알파벳(구글) -35.65%, 애플 -24.71%. 딱히 좋아 보이는 곳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장을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좁혀놓고 보자면 빅테크마다 희비가 엇갈립니다. 공고했던 두 강자(구글&메타)가 크게 흔들리면서 아마존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트댄스(틱톡)나 애플도 치고 올라올 기세이고요. 모처럼의 지각변동에 업계는 들썩이고 있는데요. 연 4000억 달러(약 500조원)짜리 산업, 디지털 광고시장의 새 물결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로 들어오시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화려했던 소셜미디어 광고 시대는 지고스마트폰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한 뒤 페이스북에 접속하니 나이키 광고가 떡하니 떠있는 경험, 해보셨나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에 뜬 광고를 보다 보면 나도 잘 몰랐던 내 관심사를 쏙쏙 뽑아내 광고화해서 무섭기까지 한데요. 이런 ‘맞춤 타깃 광고’로 돈을 쓸어담았던 메타가 휘청거린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애플이 날린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 강펀치에 세게 얻어맞은 건데요.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 금지’를 설정하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사용자 활동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럼 맞춤 광고도 할 수 없게 되고요. 대다수 아이폰 이용자가 ‘추적금지’를 선택한 건 당연합니다(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추적 허용 비율은 10~25% 수준으로 조사됨).애플의 정책 변화로 멘붕에 빠진 건 메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디지털 광고업계가 술렁거렸는데요. 본래 디지털 광고란 데이터를 통해 잠재고객을 정확히 파악해서 광고의 성공률을 높이는 게 핵심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고객 데이터가 없으면? 디지털 광고만의 특장점이 사라져 버리는 거죠. 그래서 “애플의 변화가 미친 영향은 정말 세계적인 패닉과 같았다”는 한탄(마케팅기업 인큐베타의 글로벌서비스책임자 제이드 아렌스타인의 FT 인터뷰)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2022년엔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까지 더해졌습니다. 가뜩이나 쪼들리는데 광고주들이 별로 성과도 없는 곳에 광고비를 쓰고 싶겠습니까. 메타의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277억4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7% 줄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구글 광고수익(544억8000만 달러)은 2.5% 증가했는데요. 애플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의 영향을 받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구글이 좀더 나은 건 검색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구글에서 검색어 입력하는 사용자에겐 직접 광고를 맞춤화할 수 있으니까요.‘리테일 미디어’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은 이런 추세를 완전히 거슬러 갔습니다.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95억 달러)이 25%나 늘어난 겁니다. 1위 구글이 주춤하고 2위 메타플랫폼스가 꺾이고, 트위터까지 광고가 빠진다며 아우성인 상황에서 유독 승승장구한 건데요. 왜냐고요? 아마존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전자상거래 업체니까요!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40% 안팎을 점유하는 절대강자입니다. 온라인에서 쇼핑할 때 소비자들은 대부분 로그인을 하죠. 아마존은 고객들의 행동, 특히 ‘무엇을 구매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구매 행동(뭘 샀는지, 광고를 보고 샀는지, 광고를 보고도 안 샀는지 등등)은 광고주 입장에선 가장 가치있는 정보입니다. 아마존은 이걸 자체 데이터로 쌓아두고 있는 겁니다. 굳이 애플 같은 다른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아마존의 자체 데이터라는 강점이 빛을 발하게 됐습니다. 광고주들이 예전보다 효율성이 떨어진 소셜미디어 대신 아마존 광고를 찾고 있는 겁니다.아마존닷컴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회색 글자로 ‘스폰서’라고 표시된 제품이 상위에 뜨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게 대표적인 아마존 광고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 광고와 비슷하지 않냐고요? 얼핏 보면 그렇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검색한 사람들 대부분은 물건을 사기로 마음 먹고 시장에 나온 예비 구매자라는 거죠. 단순 포털 검색보다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아마도 아마존 안에서 구매를 하게 될 거고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단순히 ‘광고를 클릭했냐 아니냐’만이 아니라 ‘어떤 광고가 구매로 이어졌는지’까지 알 수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선 확실히 매력적이죠. 덕분에 아마존 광고사업은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광고수익은 이제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오디오북∙디지털음원 수익’보다 많아졌습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7.8%에서 2022년 13.3%로 늘어났죠. FT 기사의 설명대로 “아마존은 광고 시장 변화의 가장 확실한 수혜자입니다”. 아마존 전체 매출과 비교하면 광고수익은 아직 보잘 것 없긴 합니다(전체의 7% 차지).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물건을 파는 것보다 광고를 파는 게 훨씬 더 마진이 높은 비즈니스라는 건 딱 봐도 아실 수 있겠죠(아마존 전체 영입이익률은 2~3%이지만, 광고사업은 30% 수준). 아마존이 대대적인 정리해고에 나섰지만 광고부서 인력은 줄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엔 동영상 광고를 쉽게 만드는 툴을 공개하고,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예를 들면 레스토랑이나 호텔)로 광고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광고사업을 공격적으로 키우려는 겁니다.아마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미국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광고시장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아마존은 4위인데요(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 다음). 인사이더 인텔리전스 전망에 따르면 2024년이면 중국 알리바바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3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런 아마존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해 따라가는 기업들이 있죠. 각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인데요. 미국의 월마트는 이미 지난해 3분기 광고수익이 30%나 껑충 뛰었습니다.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 존 레이니는 “광고가 소매 비즈니스보다 빠르게 성장할 뿐 아니라, 마진도 더 높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말했죠. 영국 테스코(Tesco)∙부츠(Boots)∙세인즈버리(Sainsbury), 호주 울워스(Woolworths), 캐나다 롭로우스(Loblaws)도 아마존처럼 디지털 광고를 확장 중이고요. 아예 이런 큰 흐름을 묶어 일컫는 용어도 생겨났습니다.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라고요. 미국에서 이런 리테일 미디어의 광고 수익은 이미 ‘라디오+인쇄물’ 광고시장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는데요. 아마존처럼 ‘소매업체가 가진 막강한 자체 데이터’와 ‘구매를 작정하고 찾아온 고객’이 결합됐다는 게 강점으로 꼽힙니다. 이를 두고 맥킨지 마케팅 수석파트너 마크 브로드허슨은 이렇게 설명하죠. “소매업체 중 다수는 정말 흥미진진한 보물창고에 앉아 있습니다.” 광고그룹 WPP 전 임원 글리슨도 이렇게 덧붙입니다. “리테일 미디어는 ‘제 3의 물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는 여러 면에서 미디어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아마존은 틱톡처럼 될 수 있을까그런데 광고주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 입장에선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 쇼핑몰이 광고로 도배하게 되면 과연 그 쇼핑몰을 믿고 물건을 살 수 있을까? 이미 미국 언론에서도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마존의 모든 것이 광고가 되었다”(Vox 기사의 제목)는 지적인데요. 일단 광고가 많아지는 건 고객 경험을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입니다. 인기 있고 잘 나가는 제품과 돈 써서 광고한 제품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지니까요. 이건 실제 아마존 내부의 소매 담당 부서에서도 나왔던 지적이라고 합니다(물론 결국 광고를 더 하자는 쪽이 이겼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단순히 광고가 많아서 짜증이 나는 데 그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마존 입점 업체가 광고비를 많이 쓰게 된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실제 Vox 기자가 6명의 아마존 대량 셀러를 인터뷰한 결과 판매액의 10~20%를 아마존 광고비로 지출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광고비가 상품 판매가격을 인상한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고요. 아마존 광고의 급성장은 아마존 판매자와 고객에게도 이익인 건 맞을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아마존이 ‘디지털 광고 플랫폼의 미래’가 되기엔 아직 부족한 점도 뚜렷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땐 늘상 아마존 앱을 열고 검색하지만 심심해서, 시간 때우려고 아마존 앱을 열진 않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앱을 보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 추천에 이끌려 사게 되는 일은 별로 없는 겁니다. 미디어라고 하기엔 아직 약한 거죠.광고인 듯 아닌 듯, 은근슬쩍 제품을 노출하는 데는 ‘틱톡(TikTok)’과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일가견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더우인에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동영상으로 보고 관심 있어서 누르면 상하이 디즈니랜드 할인 티켓 구매 광고가 뜨는 식입니다. 벤처투자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코니 챈 파트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중국 바이트댄스는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발견하게 합니다. 미국 아마존에선 그런 식으로 쇼핑하지 않죠. 그 얘기는 제품 발견을 잘 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플랫폼에게 더 많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기회가 있을 거란 뜻입니다.” By. 딥다이브미국 경기가 꺾이고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도 예전만 못해서 아마존 역시 주가가 급락하고 정리해고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도 디지털 광고사업은 승승장구 중이라고 하니, 역시 빅테크 걱정은 쓸데없는 짓인가 봅니다. 참고로 아이폰뿐 아니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도 ‘광고 ID 삭제’로 온라인 맞춤 광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요. 맞춤형 타깃광고가 찜찜하셨던 분이라면 한번 설정을 바꿔보셔도 좋겠습니다. 디지털 광고시장 트렌드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애플의 정책 변화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타깃 광고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까지 겹치면서 메타는 광고수익이 줄어 울상입니다.-대신 아마존은 광고매출이 급성장 중. 아마존 고객들의 구매이력을 포함한 ‘자체 데이터’가 빵빵하기 때문인데요. 광고 비즈니스는 마진율도 높아서 아마존엔 큰 기회입니다.소매업체들이 광고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리테일 미디어’ 붐인데요. 하지만 망가지는 고객 경험은 어쩌나요? 아마존이 정말 ‘미디어스럽게’ 고객을 머물게 할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이 기사는 1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