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나눠 먹기’ 인사 논란이 일었던 국립대 사무국장에 임명된 교육부 공무원 5명이 모두 교육부로 복귀 조치됐다. 교육부는 교류 인사로 타 부처에 파견했던 소속 공무원 9명도 모두 복귀시킨 뒤 대기 발령했다. 30일 교육부는 국립대 사무국장에 공무원을 임명하는 규정을 폐지한다고 밝히고 현재 사무국장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내렸다. 원래 국립대 사무국장은 교육부 공무원들이 파견됐으나 지난해 9월 교육부가 이 자리를 민간에 개방해 전문가를 임명하고 교육부 소속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자리는 타 부처 공무원들로 채워진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27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 현황 분석 결과, 12개가 민간에 개방되지 못한 채 부처 간 교류를 통해 공무원이 임명된 것. 그래서 부처 간 나눠 먹기라는 지적을 받았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검사할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가 100% 고등학교 교사로만 구성된다. 규모는 총 25명이다. 점검위에 교수 참여를 원천 차단한 것은 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9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날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공정수능출제점검위원회 구성을 위한 교사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위원회는 국어, 영어, 수학 각 3명, 사회탐구 8명, 과학탐구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사회탐구는 일반사회(경제, 정치와법, 사회문화),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역사(동아시아사, 세계사) 각 2명씩이다. 과학탐구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각 2명씩으로 구성된다. 점검위원회는 전원 ‘고교 근무 10년 이상’의 교사들로 구성된다.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에 대한 이해가 높은 교사를 중심으로 킬러 문항을 점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전에 수능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없어야 하고, 사설 문제집 발간에도 참여한 적이 없어야 한다. 이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위촉하는 수능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과는 달리, 교육부 소속으로 독립성을 갖고 활동하게 된다. 사설 문제집 발간 이력은 ‘사교육 카르텔’과의 연결점이 있을 수 있어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녀가 대입 수험생인 경우에도 배제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이번 주까지 교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점검위원회에 위촉되는 교사들은 9월 모의평가부터 평가원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과 함께 합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출제위원과 동일한 기간 동안 외부와 차단돼 합숙을 하게 된다. 출제위원이 만든 문제를 평가원 검토위원이 1차로 검토하면, 점검위원들은 2차로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킬러 문항 등 고교 교육과정에 위반되는 문항을 걸러낸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추천받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인력 풀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수능 출제위원 및 검토위원 구인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점검위원회에 참여할 교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A고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교사는 킬러 문항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수험생들은 킬러 문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당분간은 수능 관련 이력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대학이 각 학문 분야를 학과와 학부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학과 간 장벽이 철폐되면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무(無)전공’ 입학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과 2년+본과 4년’으로 운영해온 의대는 대학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6년 자율 구성’으로 바뀐다. 28일 교육부는 대학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29일부터 입법 예고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 대학이 학과나 학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로운 형태로 신입생 선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은 컴퓨터공학과, 심리학과 등 ‘학과’ 또는 자율전공학부, 경영학부 등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뽑지만 앞으로는 학과나 학부 없이 ‘A대 1학년’으로도 선발할 수 있다. 학과를 바꾸는 ‘전과’는 그간 2학년부터 허용됐지만 이제 1학년(2학기부터)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각 대학은 전과를 신청하는 그해에 생긴 ‘신설 학과’로는 기존 재학생들의 전과를 제한해 왔지만 교육부는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국어국문학과’ 2학년 재학생도 신설된 ‘융합언어학과’ 1학년으로 전과할 수 있다. 다만 기존 학과로의 전과 제한은 대학별 학칙에 따라 유지된다. 의대, 공대 등 인기 학과 쏠림을 막기 위해서다. 의대는 총 6년 과정 안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구성하거나 통합할 수 있게 됐다. 보통 예과에서는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교양을 배우고, 본과부터 본격적인 의학 지식 습득 및 수련을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예과 1년+본과 5년’, ‘예과 2년+본과 3년+인턴 1년’ 식의 운영도 가능해진다. 이번 개정안은 8월 8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다만 현재 고3에 해당하는 2024학년도 대학 신입생 선발 계획은 올 4월 확정돼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현재 고2인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의대 ‘2+4’ 대신 자율 운영… 학점 25% 기업 현장서 취득 가능 ‘학부-학과 칸막이’ 폐지‘예과2+본과3+인턴1년’이나 ‘예과1+본과5년’식 운영도 가능“낡은 학과틀론 융복합 인재 한계”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위 딸수도교육부가 학과와 학부의 칸막이를 허물고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한 것은 그동안 한국 대학이 과도한 대학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산업 구조는 급변하는데 대학들은 1900년대에 설계된 낡은 학과 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래 사회에 걸맞은 융복합 인재를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과 장벽 사라지면 ‘융복합 교육’ 가능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학과 간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에 맞춘 새로운 설계 전공이나 융합 전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동아시아 역사를 전공할 경우 역사 관련 강의 위주로 수업을 듣지만, 앞으로 전공 구분이 없어지면 동아시아 역사 공부에 필요한 일본어, 한문, 경제학, 정치학 등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정한 전공에 맞춰 공부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에서 지원해 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기존에는 ‘중국어과 소속’ 혹은 ‘경영학부 소속’ 식이었으나 앞으로 학부, 학과가 사라지면 ‘서울대 소속’ 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했던 전공 간 공동 연구나 융합 수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일부 대학들은 이미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서울대, KAIST, 한동대 등 5개 대학은 학과가 아닌 단과대나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우선 뽑고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학부’, ‘단과대’의 최소한의 틀은 유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남은 장벽까지 허물고 이러한 운영 방식을 더욱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의대 바뀌면 의사과학자도 늘 것” 의대는 예과와 본과로 나뉘어 운영됐으나 앞으로는 6년짜리 단일 학제로 바뀐다. 예과와 본과를 통합할 수 있게 된 것. 그동안 예과 수업은 교양 수준에 머물러 비교적 여유 있게, 반대로 본과 수업은 각종 전공 지식 공부에 실습까지 겹쳐 매우 숨 가쁘게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의대들은 “본과에 학습량과 실습이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예과 기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다”며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6년’ 안에서 각 의대가 자유롭게 학제를 구성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임상 전 3년+임상 3년’, 독일 뮌헨대는 ‘임상 전 2년+임상 3년+인턴십 1년’으로 운영 중이다. 해외 의대들은 갈수록 현장 실습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과정이 다양해지면 의사뿐만 아니라 의사과학자 배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산업체(기업)나 연구기관 시설에서 ‘학교 밖 수업’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내년부터 대학들은 산업체나 기관과 협약을 맺고 ‘협동 수업’을 할 수 있다. 졸업 학점의 4분의 1 범위 안에서 실제 산업 현장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가령 고려대 컴퓨터학과와 삼성전자가 협약을 맺고 여름 학기 동안 9학점 수업을 개설해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 과정 확대… 외국서도 국내 학위 지금은 첨단 학과에만 허용된 ‘온라인 100%’ 학위 과정이 전체 전공으로 확대된다.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대학은 원하는 대로 온라인 학위 과정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 굳이 가지 않고도 온라인 수업만으로 학위를 딸 수 있고, 해외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학위 과정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한국 대학과 외국 대학이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현재는 여러 해외 대학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제한이 풀린다. 공동 교육과정의 졸업 학점 인정 범위도 대학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계기로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통계 및 평가 기준까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근 유통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는 ‘가치소비’다. 브랜드나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소비자 개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방식을 뜻한다. 윤리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착한 소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그린슈머’ 등이 포함된다. 기업과 정부기관, 시민들의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가 꼽은 가치 소비를 이끄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폐플라스틱 배출 없는 화장품“아토피로 고생하는 작은딸을 보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27일 이준배 이더블유비오(EWBO) 대표는 친환경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선소에 일할 때 참여한 환경정화 봉사활동에서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2021년 3월 설립한 EWBO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고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화장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매년 1500억 개가 판매되는 화장품 중 플라스틱 용기는 약 660억 개에 달한다. EWBO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제품 용기에 유리나 스테인리스 등의 재질의 용기에 화장품을 담고 있다. 대표 제품인 분말형 핸드워시는 겉면은 종이, 내부는 생분해 필름인 이중 구조로 구성된다. 생분해 필름은 90% 이상 분해되며 분해 시 소량의 물과 이산화탄소만 배출한다. 화장품 원료로는 비건, 저자극 등 화학 성분이 최대한 적게 들어간 재료를 쓰고, 향을 내기 위해 화학 향료 대신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호의적이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내 아이가 쓰는 제품이라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반응이 좋다”며 “어떤 고객들은 제로 웨이스트 제품으로 환경도 보호할 수 있고, 성분도 좋아 안 쓸 이유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EWBO는 지난해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들에게 플라스틱 재사용에 대한 필요성을 널리 알려 사회적 인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배합 골판지로 만든 가구, 폐기물로 만든 옷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들로 상품을 만들어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는 기업들도 있다. ‘페이퍼팝’은 책상, 의자, 침대까지 다양한 일상 속 물건들을 종이로 만든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폐기물이 증가하며 나무 등의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종이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식품 종이 회사에서 근무하며 질 좋은 종이들이 한 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을 봤다”며 “해외에서는 종이로 만든 소품들이 쓰레기 절감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페이퍼팝의 제품은 조립식으로 배송돼 받을 때 편리하고 손쉽게 조립할 수 있다. 자동차 엔진 블록, 중화물 포장에 쓰는 고배합 골판지를 활용해 웬만한 목제 가구 수준의 강도를 자랑한다.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품 생산 시 코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버려지더라도 최대 95%까지 다시 종이로 재활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폐기 자원을 절감하고, 가구 소각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엘씨벤쳐스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섬유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의류 산업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는 등 의류 산업은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엘씨벤쳐스는 폐원단과 폐의류를 모아 원사(실타래)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가방 등 다양한 의류를 만든다. 폐원단과 폐의류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친환경 세척제도 직접 개발했다. 최지수 엘씨벤쳐스 대표는 “올해 의류 폐기물을 2t 이상 절감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에 대한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퇴,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의 원인이 됐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6모) 성적이 27일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문제를 지목했던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오히려 쉽게, 수학은 최근 8년 새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가올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에서 난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가원이 27일 발표한 6모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51점으로 2023학년도 수능(145점)보다 6점 높았다. 표준점수는 수능 원점수에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평가원이 새롭게 산출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게 나온다. 반면 국어는 평이하게 출제돼 만점자가 1492명이나 쏟아졌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371명)의 4배다. 작년 6모(만점 59명)와 비교하면 만점자 수가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연구소장은 “정부가 어제(26일) 예시로 제시했던 국어 킬러 문항은 변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학은 어렵다고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수능에서 난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올 수능 국어-영어는 6월 모평과 난도 비슷, 수학은 쉬워질 듯” 6월 모평, 국어 쉽고 수학 어려웠다국어 만점자 1492명… 작년比 25배尹, ‘국어 킬러문항’ 문제 지적했는데… 성적표 뜯어보니 ‘물국어’ ‘불수학’“명확한 출제기준 제시, 혼란 줄여야” 이번 6월 모의평가(6모)에서 수학이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9월 모의평가(9모)와 올해 11월 치러지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수학 난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지목한 ‘킬러 문항’을 비롯해 난도가 높은 문제 상당수가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킬러 배제’를 공언한 교육부의 사교육 근절 대책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부 대학국장을 사실상 경질한 대통령실의 판단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인사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쉽게 내라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담당자가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시험 성적표를 뜯어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어는 ‘물국어’(매우 쉬운 국어)로 불릴 만큼 쉬웠다.● 불수학과 물국어… 이과 유리 이날 발표된 6모 성적 중 관심은 국어에 쏠렸다. 앞서 윤 대통령은 6모 국어의 ‘킬러 문항’을 지적했다. 교육부는 26일 발표된 사교육 경감 대책에서 6모 국어 14번, 33번 문제를 ‘킬러’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6모 국어의 만점(표준점수 최고점)은 136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2점 높았다. 점수만 보면 수능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뜻인데, 문제는 만점자가 예상외로 대거 쏟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이는 국어에 킬러라고 부를 만한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쉬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학은 최근 8년간 치러진 6모 중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이후 치러진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서도 가장 어려웠다. 또 국어와 수학의 만점 격차는 15점까지 벌어졌다. 두 과목의 난도 격차가 컸다는 뜻이다. 고교 문과생은 국어에, 이과생은 수학에 각각 강점이 있다. 국어가 쉽고 수학이 어려우면 결과적으로 이과생에게 유리한 입시 구도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이과생들이 대거 대학 경제 및 경영학과 등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어, 수학과 달리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7.62%로 지난해 6모,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 과학탐구, 사회탐구는 대체로 지난해 수능 수준이었다. 6모에 응시한 수험생은 총 38만1673명이었다. 고3 재학생은 30만6203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7만5470명이었다.● 9월 모평-수능 “쉬워질 것” 전망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출제 당국이 9월 모의평가와 수능 난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수학은 ‘불수학’ 평가를 받을 정도로 킬러 문항이 작동했던 만큼 난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평이하거나 쉽다는 평가를 받은 국어, 영어는 수능도 지금 수준대로 출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평가원이 지난해부터 어렵게 냈던 수학 공통과목(수학Ⅰ, 수학Ⅱ)을 올해는 쉽게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상위권 학생 중 상당수는 대입에서 유리한 미적분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을 확보할 묘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저도 평가원장 시절 킬러 문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는데,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수능이 해결되고 대학입시가 제자리를 찾고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보다 명확한 수능 출제기준을 제시해 수험생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표준점수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이 실제로 얻은 원점수를 토대로 과목 간 난이도 등을 반영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다시 새롭게 산출한 점수. 2005학년도부터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높게 나오고, 반대로 쉬우면 낮게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유치원이 아닌데도 소위 ‘영유’(영어유치원)라고 불리며 각종 프로그램을 편법 운영해온 학원들이 앞으로는 제재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이들 영어학원은 철저히 ‘학원’으로만 운영하고 돌봄이나 방과 후 과정 등 유치원의 기능은 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26일 교육부는 3월 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반일제 이상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국 847개 영어학원 중 551개(65.1%)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고 밝혔다. 서울(283개), 경기(228개) 순이었으며, 전남이 6개로 가장 적었다. 교육부가 유아 영어학원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영어학원 총 301곳에서는 518건의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학원이지만 ‘영어유치원’ 등의 이름으로 명칭을 위반한 경우(66건)와 교습비를 초과 징수한 사례(62건)가 가장 많았다. 성범죄 등 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고 강사를 채용한 경우도 26건 적발됐다.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학원비는 175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등록한 교습 과목인 ‘실용 외국어’ 외에도 체육, 미술, 수학, 과학, 한글, 코딩 등을 가르쳤다. 세종 A학원은 소방교육과 성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현장 체험학습을 운영했다. 정규 교습 과정 외에도 방과 후 교습 과정을 운영하며 사실상 유치원으로 운영됐지만 누리과정(3∼5세 공통 교육과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레벨 테스트를 거쳐야 등원을 허가한 학원도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학원이 유치원처럼 운영되지 않도록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급식 운영과 한글, 코딩 등의 수업은 금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학원들이 등록한 교습 과목대로 운영하도록 유예 기간을 두고 정상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하반기(7∼12월) 교습 과목 신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학원들이 다시 교습 과목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상반기(1∼6월) 재점검한다. 교육부는 공교육이 학부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고액의 유아 영어학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초등학교 입학 직전 아동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와 연계한 이음학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부모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유아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숲, 생태, 아토피 치유 등 테마형 유치원도 운영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특별히 새로운 안이 없고, 경쟁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얼마나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초등 늘봄교실 및 방과후 교실 확대, EBS 지원 확대는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A고교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에서 교사를 늘린다 해서 수능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이상 상위권 분별을 위해 또 다른 형태의 어려운 문항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지원 확대 역시 효과가 미지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던 2009년에도 EBS로 사교육을 줄이는 대책이 시행됐지만 당시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논술 등 대학별 고사와 학교 내신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안은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A대 입학처장은 “고교 기여대학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지금도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면접이나 논술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평가하고 있다”며 “대학과 교육부의 갈등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교육비가 과다 지출되는 근본적 이유인 대입 제도에 대한 변화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교육비 문제는 학벌주의가 견고하고 좋은 직장은 ‘좁은 문’인 사회 환경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대안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 상대평가 유지, 자율형사립고와 외고 존치,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등 사교육 유발 요인들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학생-학부모 “올 수능, 난도 올라가거나 새 유형 문제 나올까 우려” [킬러문항 공개]킬러문항 배제 발표뒤 “혼란스러워”“무슨 문제 뺀다는건지 감이 안 와학원 다녀야 따라갈 수 있을것 같아” “지난주보다 상담 받으러 온 학부모가 늘어난 것 같아요. 무슨 문제를 빼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학원 도움을 받으러 왔어요.”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사례’를 발표한 26일 오후 고1, 고3 자녀를 둔 박미영 씨(47)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한 대형학원 앞은 3, 4명씩 무리를 지어 입시 상담을 받으러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킬러 문항을 보고 되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학생들은 “이게 왜 킬러 문항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준킬러’는 나올 테니 학원에 계속 다니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2 김모 양(17)은 “단순히 추상적인 전문 용어를 다수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킬러 문항이라고 하는 것은 학생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쉽고 평이한 지문만 출제한다는 것인지, 수능 문제를 쉽게 만든다는 뜻인지 감이 안 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수능에서 몇몇 킬러 문항이 배제되면 오히려 전체적인 난도가 올라가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학부모 한모 씨(48)는 “출제 경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입시 실적이 좋은 학원이 학교보다는 예상 문제집 등을 빨리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한 고교 3학년 박모 군(18)은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학원을 다녀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수학만 다니고 있는데 국어나 종합학원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 아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포기하는 문제였지만, 준킬러 문항이 많아지면 중상위권 아이들까지 사교육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정부 대책이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교육부는 킬러 문항 사례는 공개했지만 정확한 객관적인 기준은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 업계에서 이를 악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명확한 킬러 문항의 기준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을 찾기 위해 수험생들은 다시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전국 52개 주요 대학이 내년부터 영국 QS 세계대학평가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QS에 새로 도입된 평가 방식이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52개 대학 기획처장들은 25일 낸 공동 성명에서 “한국 대학은 올해 Q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제외되길 원한다”며 “QS가 순위를 발표하는 경우 향후 한국 대학들은 데이터를 내지 않고 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QS 세계대학평가는 영국 대학평가 기관인 ‘쿼커렐리 시먼즈’에서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대학 순위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전 세계 1500여 개 대학을 평가한다. 조선일보는 2009년부터 QS와 ‘아시아대학평가’를 공동 진행해 매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52개 대학은 결과 발표를 앞둔 2023∼2024학년도 평가에 새로 생긴 △국제 연구 네트워크(IRN) △취업률 △지속 가능성 등의 지표를 문제 삼았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지표는 대학과 해외 다른 대학과의 연구협력 관계를 평가하는 IRN이다. 이 지수는 ‘각 대학의 연구협력 국가 수’를 ‘연구협력 기관 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예를 들어, A대가 10개 국가의 20개 기관과 연구협력을 맺고 있다면 0.5점(10 나누기 20)을 받는다. B대가 10개 국가의 10개 기관과 연구협력을 맺고 있는 경우 1점이다. 연구협력 기관이 더 적지만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것. 대학들은 이런 방식의 평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취업률 평가 또한 영미권에 유리하도록 점수 산출 방식이 짜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QS는 포브스, 포린폴리시 등 영미권 언론에 동문이 자주 언급되면 가점을 준다. 아시아 대학들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 지표도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들은 그동안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QS에 광고비를 집행하거나, QS 컨설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다고 호소했다. QS는 대학과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대학평가를 구실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QS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대학의 순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한국 대학들이 순위에서 제외될지는 미지수다. QS는 홈페이지에서 “신뢰도와 엄격성을 위해 대학이 우리의 평가를 선택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가 개설한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센터’에 사흘 만에 사교육 업체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사 간의 유착 의심 사례 등 4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 학원의 ‘부풀리기 광고’ 실태를 점검 중이다. 교육부는 수능과 모의평가에 출제된 공교육 과정 밖 초고난도 문항, 일명 ‘킬러 문항’ 사례들과 사교육 경감 대책을 26일 발표한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센터는 22일 오후 2시 개설 이후 24일 오후 9시까지 총 40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6건, 끼워 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4건, 교습비 등 초과 징수 4건, 허위 과장 광고 4건 등이다. 교육부는 유착 의심 사례로 수능 출제위원 출신 강사 영입, 학원과 출제기관 간 학맥 연결, 사교육 업체의 문제 구매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대형 입시학원 관련 신고도 6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관계 기관과 협력해 접수된 신고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절차 등을 거쳐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 교습 정지 명령, 수사 의뢰 등 제재를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다음 달 6일까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며 점검 결과 발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거짓, 과장 문구를 내세우는 주요 대형 학원의 부당 광고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킬러 문항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거나 의대 합격자 수를 부풀린 부당 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거짓, 과장 광고로 적발된 경우 광고가 진실이라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경고,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내년 초 확정할 계획이었던 2028 대입 개편의 시간표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교육부는 이달 말 국가교육위원회로 개편 시안을 넘길 예정이었으나 수능 관련 논란이 지속되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2028 대입 제도와 관련해 여러 고려 사항들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달 말, 7월 초 시안 발표를 목표로 잡고 있는데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출제 기법을 ‘고도화’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너무 추상적이다.”(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올해 출제위원장, 검토위원장은 특히 섭외하기 힘들 것 같다.”(서울 A고교 국어교사)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147일 앞둔 22일에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와 ‘변별력 유지’를 모두 잡아야 하는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규민 원장 사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채 9월 모의평가 출제에 내달 착수한다. 예년 같으면 평범한 시험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대통령의 지시가 얼마나 이행됐는지에 따라 교육계, 정부, 정치권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출제위원 입장에서는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난도 조절은 神의 영역”… 커지는 고심 출제 당국인 평가원의 가장 큰 고민은 출제 및 검토위원들이 문제를 만들 때 ‘예상한 난도’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킬러 문항을 줄이고 ‘준킬러 문항’(킬러 문항보다는 덜 어려운 문항)을 늘리는 방식으로 난도를 조절해도, 수험생 집단의 학력 수준에 따라 평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수업에 파행을 겪어 학력 저하도 심각하다. 학생들의 체감 난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변별력 유지’를 강조한 만큼, 교과 과정 안에서 출제를 하더라도 어려운 문제들을 몇 개는 내야 한다. 수능 출제위원장을 지낸 B 교수는 “기존에 가장 어려운 문제 정답률이 5∼10%였다면, 이젠 1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국어나 영어에선 지문 길이나 주제에 따라 정답률이 널뛰기 때문에 조절이 쉽지 않다. 그래서 난도 조절은 ‘신의 영역’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난도를 낮춰도 학생들이 어렵게 느껴 정답률이 10∼20%대 이하로 낮아지면 결과적으론 ‘킬러 문항’이 되고 만다. 킬러 문항으로 평가된 문항들의 정답률이 의외로 높은 경우도 있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 8번(헤겔의 변증법) 문항은 ‘킬러 문항’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입시기관이 추산한 정답률은 30%에 달했다. ● 6모 결과에 파장도… “출제위원 기피” 28일 공개되는 6월 모평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부총리는 평가원이 이 시험을 출제할 때 ‘킬러 문항 배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와 입시기관의 판단은 다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6모가 공교육 밖에서 출제됐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이 콕 집어 언급한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고난도 문항의 정답률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투스에 따르면 6모 국어 영역에서는 ‘언어와 매체’ 33번 문항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는데 예측 정답률은 48%다. 응시생 절반은 맞힌 문제라는 것. 지난해 수능 국어에선 17번 문항의 정답률이 15%로 가장 낮았다. 김 소장은 “최근 2, 3년 동안 평가원은 킬러 문항의 난도를 낮추고, 준킬러 문항의 난도를 세분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9모 출제위원들은 ‘킬러 문항을 하나도 출제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출제위원은 교수, 교사들이 들어가는데 벌써 이들 사이에서 “올해 출제위원 참여는 피해야 한다”는 말도 나돈다. 교육부 감사, 평가원 감사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제를 잘못 냈다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이 되면 수당도 받고 경력에도 도움이 되는데, 그래도 올해와 내년은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천의 고교 영어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은 교사 경력의 정점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혹시 평가원 연락을 받아도 안 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주에서 수능에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22일 이 부총리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를 찾아 “이번 수능 이슈만 하더라도 그렇듯 너무나 당연하게 바꿔야 하는 건데도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교육 과정 내에서 수능을 출제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부총리는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이 학교 교육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찾았다. 이 부총리는 IB 과정을 대입이나 수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에 “첨예한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고 해서 조심스럽게 돌다리 두드려가며 변화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국가적 입시 제도는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으로 토론 수업 등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법을 강조한다. 한국의 교육과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대학 입시와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부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3년간의 수능과 이번 6월 모의평가 문항 중 ‘킬러 문항’으로 판단되는 것들을 26일 사교육 대책 발표 때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것이 킬러 문항이라는 것이 바로 감이 올 수 있게 구체적인 사례를 다 공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수능 문항의 공식 오답률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공방’은 정치권에서도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병훈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교육과 수능을 마치 압수수색하듯 들쑤시지 말고 백년지대계로 숙고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것은 민주당도 줄곧 주장해 왔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교육 정책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19∼21일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55%, 긍정 평가는 32%였다. 주요 정책 중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 36%, 부정 평가 54%였다. 일부 대통령 지지층도 이번 수능 논란에는 부정적 의견인 것으로 풀이된다.서귀포=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주에서 수능에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22일 이 부총리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를 찾아 “이번 수능 이슈만 하더라도 그렇듯 너무나 당연하게 바꿔야 하는 건데도 굉장히 불안해하시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교육 과정 내에서 수능을 출제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이 부총리는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이 학교 교육 과정을 참관하기 위해 찾았다.이 부총리는 IB 과정을 대입이나 수능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에 “첨예한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고 해서 조심스럽게 돌다리 두드려가며 변화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국가적 입시 제도는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개발한 교육과정으로 토론 수업 등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법을 강조한다. 한국의 교육과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대학 입시와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이 부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3년간의 수능과 이번 6월 모의평가 문항 중 ‘킬러 문항’으로 판단되는 것들을 26일 사교육 대책 발표 때 함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것이 킬러 문항이라는 것이 바로 감이 올 수 있게 구체적인 사례를 다 공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수능 문항의 공식 오답률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수능 공방’은 정치권에서도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병훈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교육과 수능을 마치 압수수색하듯 들쑤시지 말고 백년지대계로 숙고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것은 민주당도 줄곧 주장해 왔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 이후 교육 정책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19~21일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55%, 긍정 평가는 32%였다. 주요 정책 중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 36%, 부정 평가 54%였다. 일부 대통령 지지층도 이번 수능 논란에는 부정적 의견인 것으로 풀이된다.서귀포=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3, 중1 학생들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학력 진단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추진한다. 학력 저하로 위기에 처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교 학생들이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전 정부에서 폐지를 추진했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는 존치시킨다. 2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내년 1학기부터 초3, 중1 전원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르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교과 공부를 본격 시작하는 초3, 중등교육의 시발점인 중1 시기가 교육 발달에 중요하다고 보고 시험으로 학생 수준을 측정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자율평가가 초6 등 일부 학년에서만 시행된 데다 원하는 학교나 학급 단위로 실시돼 전국 평균 응시율이 12.2%(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교육부 권고에 따라 관내 전체 학교가 시험을 치르는 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와 특별교부금 지급에서 인센티브를 준다. 그렇지 않은 교육청은 학습지원 담당 교사 등 인력 충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2가 고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도 전면 도입된다. 대학처럼 수강과목을 골라 듣는 제도로, 다양한 수업을 통해 개인 맞춤으로 학력을 증진시키는 게 목표다.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가 유지된다. 반면 선택과목(일반, 진로, 융합)에는 절대평가(성취평가제)가 도입된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 내신 경쟁 완화 등을 위해 공통과목도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교육부는 내신 산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일단 상대평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국제외국어고’로 사실상 통합된다. 하나고, 상산고 등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정원의 20% 이상을 지역 학생들로 뽑아야 한다. 이 부총리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을 둔 교육 정책으로 공교육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교육 획일화 안돼” 자사고 등 존치수업 전문성 교사, 혜택 더 주기로교육현장 “재탕 대책… 실효성 의문”학부모 “학원에 평가대비반 생길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이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생 간 양극화, 중위권 학생들의 가파른 성적 하락,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 등이 그 지표다.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나 뛰었다. 그사이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21일 공교육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자는 학생 깨우기도 포기” 공교육 실태 경기 A 일반고 교사는 “학업 수준이 너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요즘에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는 사이 사교육이 세를 불렸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중3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은 ‘학원 숙제를 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너무 줄이지는 말라’는 공지를 한다”고 전했다. 공교육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다. 흔히 ‘일제고사’라고 불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6년까지 중3, 고2 모든 학생이 치렀지만 문재인 정부인 2017년부터는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축소됐다. 그러자 학생, 학부모들은 사설 학원 모의고사에 몰렸다. 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최근 4년 동안 서울대와 전국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은 소위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었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 일반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가 명문대 합격자를 독식하고 있다.● 교육부 “평가 강화하고 선택권 확대” 이날 정부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응시 대상을 초3부터 고2까지로 확대하고, 특히 내년부터 초3과 중1은 모두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학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존치를 통해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이 충분히 기회를 발휘할 여건을 없애지 않겠다는 뜻. 또한 시도교육청이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자율형공립고 2.0’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교원 역량 강화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수업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교사는 인사, 보수, 연수 등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4곳인 공립 온라인 학교는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된다.● 교육계 “재탕… 사교육 오히려 늘 것”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학력 평가 확대 등 발표 상당수가 기존에 나왔던 재탕 정책이며, 되레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에서 초4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시험이 늘어나면 학원에 ‘평가 대비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 수업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C고 교사는 “지금도 고3은 수능 준비하느라 자습, EBS 문제풀이로 수업 시간을 채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2부터 자신이 선택한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수능 준비만 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고교의 69.3%를 차지하는 일반고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취도 평가 확대를 놓고서는 이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자칫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중앙고가 6·10만세운동을 주도한 아버지의 높으신 뜻을 잊지 않은 덕분에 6·10만세운동이 국가기념일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중앙고에서 열린 ‘115주년 개교기념일 기념식’. 독립운동가 이선호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88)는 이날 67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이선호 선생과 이 씨는 이로써 부자(父子)가 중앙고 졸업생이 됐다. 이선호 선생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25년 중앙고의 전신인 중앙고보 재학 중 항일 단체인 ‘조선 학생 사회과학 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이 선생은 1926년 4월 순종의 서거 소식을 들은 뒤 연구회 회원들과 태극기를 만들고, 격문과 전단을 준비해 학교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순종의 장례식이 치러진 6월 10일, 순종의 국장 행렬이 돈화문을 통과할 때에 맞춰 ‘대한독립 만세’를 선창했다. 이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1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일제가 연 재판에서 “자유를 절규하면 자유가 생긴다는 결심으로 거사에 임하였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선생은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이 선생의 아들인 이원정 씨도 아버지를 따라 중앙고보에 입학했다. 그러나 부친인 이선호 선생이 6·25전쟁 중 사망해 가세가 기울자 고교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3학년 때 중퇴했다. 이용균 교장은 “동기들이 학비 모금 활동을 벌였으나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자퇴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드셨다”고 전했다. 이 씨는 졸업장은 받지 못했으나 이후에도 모교 및 부친과 관련된 활동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 왔다. 그는 중앙고의 독립운동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중앙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중앙중·고등학교 중앙백년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부친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사단법인 6·10만세운동 기념사업회 설립에도 참여해 부회장을 지냈다. 이에 중앙고는 공로를 인정해 이 씨에게 졸업장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씨는 “늦게나마 아버지가 나오신 학교를 졸업하게 돼 기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이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생 간 양극화, 중위권 학생들의 가파른 성적 하락,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 등이 그 지표다.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나 뛰었다. 그사이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21일 공교육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자는 학생 깨우기도 포기” 공교육 실태 경기 A 일반고 교사는 “학업 수준이 너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요즘에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는 사이 사교육이 세를 불렸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중3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은 ‘학원 숙제를 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너무 줄이지는 말라’는 공지를 한다”고 전했다. 공교육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다. 흔히 ‘일제고사’라고 불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6년까지 중3, 고2 모든 학생이 치렀지만 문재인 정부인 2017년부터는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축소됐다. 그러자 학생, 학부모들은 사설 학원 모의고사에 몰렸다. 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최근 4년 동안 서울대와 전국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은 소위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었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 일반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가 명문대 합격자를 독식하고 있다.● 교육부 “평가 강화하고 선택권 확대” 이날 정부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응시 대상을 초3부터 고2까지로 확대하고, 특히 내년부터 초3과 중1은 모두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학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존치를 통해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이 충분히 기회를 발휘할 여건을 없애지 않겠다는 뜻. 또한 시도교육청이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자율형공립고 2.0’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교원 역량 강화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수업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교사는 인사, 보수, 연수 등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4곳인 공립 온라인 학교는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된다.● 교육계 “재탕… 사교육 오히려 늘 것”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발표 상당수가 기존에 나왔던 재탕 정책이며, 되레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에서 초4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시험이 늘어나면 학원에 ‘평가 대비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 수업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C고 교사는 “지금도 고3은 수능 준비하느라 자습, EBS 문제풀이로 수업 시간을 채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2부터 자신이 선택한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수능 준비만 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고교의 69.3%를 차지하는 일반고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취도 평가 확대를 놓고서는 이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자칫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발언 이후 교육 현장에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교육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20일 찾아간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는 올 수능 출제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는 학원 설명회에 사람들이 몰렸다.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자 학원들은 ‘준(準)킬러 문항’(킬러 문항보다는 다소 쉬운 문항) 대비 중심으로 커리큘럼 재편에 나섰다. 달라지는 수능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런 학원에 의존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학원 6층 대입 설명회장에서 만난 반수생 김모 씨(20)는 “수능을 사교육 없이 혼자 준비하려 했는데, 정부 발표 보고 학원에 등록하러 왔다.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면 한 문제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은 100석이 넘는 행사장을 채웠다. “유명 강사가 급변한 수능 출제 방향과 입시 전략을 다룰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학부모 이모 씨(48)는 “아이가 너무 불안해해서 나라도 설명회를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공부한 책은 다 버리고 ‘준킬러’ 문항 집중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수능, 입시 전략 모두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를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학원 사이의 카르텔을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발본색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정부 발표 뒤 오히려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들이 학원에 몰려가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발빠른 학원, 불안한 수험생 ‘킬러 문항 배제’ 정부 발표 발맞춰‘다양한 유형 문제 많이 풀기’ 전환정부 “대형학원과 출제위원출신 사교육 카르텔 끊는 게 급선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문의가 며칠 새 쏟아지고 있다.”(서울 양천구 목동 B학원 상담실장) “곧 반수생반 개강인데 등록 학생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C학원 관계자) 기자가 20일 종일 돌아본 서울 목동, 대치동 학원가는 긴장 속에 숨가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기존에 ‘킬러 문항 대비’에 집중했던 학원들이 정부 발표에 맞춰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대로 ‘킬러 문항’은 아니면서도 공교육 과정 내의 분별력 있는 문제들이 수능에 대거 출제된다면 ‘단시간 안에 중상 난도의 문제를 빨리 많이 푸는 것’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출제위원 출신’ 마케팅도 기승목동 B학원 단과반 수업을 등록하러 온 삼수생 이모 씨(20)는 기자에게 “준킬러 문항 대비를 이 학원이 잘한다고 추천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고3 수험생 권모 양(18)은 “학원 선생님들이 준킬러 문항이 많아지면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며 “실모(실전모의고사) 특강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상위권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빠지면 ‘실수가 등급을 결정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애를 쓴다. 하반기(7∼12월) 학원가의 주요 입시 전략은 학생들에게 ‘기계적 문제풀이’를 최대치로 늘려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평가원장 사퇴로 뉴스의 중심에 선 가운데 ‘출제위원 경력 마케팅’도 기승을 부렸다. 서울의 한 대학 국문과 교수였던 A 씨는 아예 연구소를 차려 ‘8차례 수능 출제 경험’을 내세워 모의고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출제위원’이란 타이틀이 사교육 시장에서는 일종의 ‘황금 열쇠’로 통하기 때문이다. 입시 관계자들은 “출제위원 출신이 강남 학원으로 고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되는 건 오래전부터 벌어진 일이긴 하다”며 “그들에게는 비밀유지 의무가 있지만, 주변에서는 수능이 끝나면 누가 올해 출제를 했는지 암암리에 소문이 돈다”고 귀띔했다.● 사교육비 26조 원… “과열 식히기 어려워”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수능 ‘킬러 문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위원 간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매년 줄어드는데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26조 원에 육박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아직 중학생이지만 수학, 영어, 과학탐구 학원비로만 월 150만 원이 들어간다. 방학 기간 특강이라도 들으면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특목고에 다니는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김모 씨(44)는 “아이가 수학 단과만 다녔는데 엊그제부터 국어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학원가에서는 역대 수능 출제위원들이 강남에서 의대 진학률이 높기로 정평이 난 두 대형 학원의 연구소장급으로 영입됐고, 연구원들도 특정 학맥으로 연결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출제위원 출신들이 부르는 ‘문제 개발비’는 문항당 100만 원을 호가하지만 적중률이 높다고 소문 나 거래가 유지된다. 연 3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한 학원은 2010년대 업계에 뛰어든 후발 주자이지만 킬러 문항 적중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 학원은 ‘전국 의대 합격자의 절반을 배출했다’ 식의 마케팅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을 끌어들였고, 이들이 대입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이를 다시 마케팅으로 써먹었다. 대통령실은 이런 구조를 ‘카르텔’로 보고 있는 것이다. 외신도 한국의 입시 현실을 조명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입시는 집안 형편이 넉넉해 값비싼 사설 학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수능이 아니라 입시제도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가 감사를 예고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998년 설립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담당해 왔다. 최근 6월 모의평가 난도 논란과 관련해 평가원에 대해서는 “교육부나 국회 차원의 제대로 된 감시나 통제가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에는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사전에 유출됐다. 허술한 보안 탓에 평가원에 대한 비판이 거셌지만, 감사원 감사는 받지 않았다. 평가원은 수능 관련 데이터나 통계도 독점해 왔다.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수능 도입 이후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유불리 문제가 대두되자 현장 교사들은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구분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평가원은 거부했다. 평가원은 수능 정답률과 문제 해설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EBS나 입시 학원에서 자체 분석한 정답률 등 정보에 수험생과 학부모는 의존해야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히려 사교육 업체의 말과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사태 때는 ‘셀프 검증’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학생, 학계, 사교육계가 모두 해당 문항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평가원은 자기들 간부가 참여한 학회에 의견을 묻고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다. 결국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고 ‘전원 정답’이 인정됐다. 이런 배경에는 평가원의 구조적 위치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은 교육부 산하 기관이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다. 국회 국정감사 때도 교육위원회가 아니라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중요한 기관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평가원은 관심 밖이었다”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 여당이 올해 11월 16일 치러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19일 발표했다. 같은 날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 난도와 관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수능 관련 지시를 내린 지 나흘 만이다. 수능을 다섯 달 남긴 시점에서 출제 기관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에 교육계 안팎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이 부총리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정부가 방치한 사교육 문제, 학원만 배불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신속히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정은 9월 모의평가부터 ‘킬러 문항 배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수능을 불과 15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발언 탓에 혼란이 벌어졌다는 비판에 대해 당정은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께선 검찰 초년생 시절부터 입시 비리를 수없이 다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부정 사건을 수사하는 등 입시제도 전반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 출제는) 약자인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입시학원의 거짓 및 과장 광고 등 불법 행위에도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 위기에 놓였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도 존치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 발표 뒤 오후에는 평가원장이 갑작스레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원장은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교육부 대입국장 경질, 평가원 감사, 평가원장 사임 등 파장이 이어지자 교육계는 우려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새 평가원장 선임에 족히 서너 달은 걸릴 것이다. 수능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능이 ‘물 수능’(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킬러 문항 배제만으론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과목당 1, 2개인 킬러문항 위해 로스쿨 입학시험 문제까지 풀고한달 200만~300만원 학원 다녀… “정답률 5, 6%… 그냥 찍는게 낫다” 수능 모든 과목서 킬러문항 없앨듯 “보통 정답률이 5, 6% 이하인 문제들은 ‘킬러 문항’이라고 본다. 긴 시간 문제를 푸는 것보다 찍는 것이 정답을 맞히거나 시험을 잘 볼 확률이 더 높을 정도다.” 정부 여당이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소위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힌 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본보에 ‘킬러 문항’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능 과목당 1, 2문제에 불과한 이 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고3과 재수생 등 수험생들은 로스쿨 입학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문제까지 풀고, 초고난도 문제가 다수 나오는 사설 모의고사에 돈을 들여 응시해 왔다. 앞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국어 비문학, 과목 융합형 지문뿐만 아니라 수능 전 과목에서 킬러 문항이 배제될 것이라고 교육부는 전했다. ● 위험 가중 자산 묻는 국어, 2%만 맞힌 수학 킬러 문항이라는 용어는 2010년대 초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상대 평가 과목인 국어와 수학에서 주로 출제됐다. 배점이 큰 고난도 문항이 ‘킬러 문항’으로 출제되면서 이 문제의 정답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다. 국어에서는 주로 ‘비문학’이라 불리는 독서 영역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 지문을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 추론적 사고를 통해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문의 난도를 높이면 연계 문항의 난도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킬러 문항을 내기에 용이한 점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 등 고교 문과생들에게 생소한 개념의 지문이 다수 등장했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은 만유인력과 관련된 지문을 읽고 옳지 않은 내용을 찾는 문제였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만유인력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어 국어 문제가 아니라 물리 문제”라고 비판했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 40번은 자기자본비율(BIS), 위험 가중 자산, 바젤 협약 등의 개념을 통해 은행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는 지문이 제시됐다.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문제를 킬러 문항의 예시로 들며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한 이런 어려운 문제를 국어 시험에서 풀어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나 과외 외에는 사실상 풀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수학은 문제 풀이 과정과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놓는 식으로 킬러 문항이 출제됐다. 가장 악명이 높았던 수학 킬러 문항은 2018학년도 수능 수학 가형 30번으로, 정답률은 2%대에 불과했다. 이 문제는 미분에 대한 여러 개념이 복합적으로 출제돼 일각에서는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교육 주범” vs “변별력 필요”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들은 1등급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킬러 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고 있다. 수능 국어 독서 영역은 최대한 다양한 주제의 낯선 지문을 읽는 방식으로 대비하는데, 학원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다. 지문 난도가 올라가면서 일부 학생은 LEET 공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는 ‘헤겔의 변증법’과 관련된 지문이 제시돼 리트 언어이해 문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학 킬러 문항 역시 고난도 문항을 많이 푸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학원들은 ‘킬러 문항, 준킬러 문항 다수 확보’ ‘킬러 문항 특강’ 등을 내세우며 홍보를 하고 있다. 일부 학원은 킬러 문항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도 열었다. 이런 학원들의 수강료는 한 달에 200만∼300만 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킬러 문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질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본고사, 논술고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정부와 여당이 19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의 배경에는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인 26조 원에 달했다는 문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기반 선발 비중(정시)이 정원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상위권 성적이 이른바 ‘킬러 문항’에서 판가름 나면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당정은 이런 초고난도 문제를 내지 않더라도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면 변별력을 갖춘 ‘공정 수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교육 카르텔 ‘발본색원’… “공정 수능 의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회 뒤 브리핑에서 15일 대통령이 언급한 교육 당국과 사교육 업계의 ‘이권 카르텔(담합)’에 대해 ‘발본색원’(뿌리를 찾아내 뽑는다)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척결 의지를 밝혔다. 이 부총리는 “카르텔이란 학생들의 희생을 통해 교육 종사자들이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라며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수능 준비가 안 되는 것은 정의에 맞지 않는다. 교육부부터 반성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수능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적정한 난이도를 확보하고, 출제 관련 시스템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입시학원의 과대, 과장광고에는 엄중히 대응하고 그간 방치됐던 유아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 EBS 활용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늘리고, 학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과 맞춤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정은 그간 교육 당국이 초고난도 문항으로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고, 사교육 업체는 ‘족집게 강의’ ‘킬러 특별반’으로 부를 축적하는 일종의 ‘공생(共生)’ 관행이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가 지도 감독을 잘못했다”며 “난이도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고 핀셋처럼 (킬러 문항을) 덜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여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야당과 일부 교육업체가 사실을 왜곡해서 ‘물수능’(쉬운 수능) ‘불수능’(어려운 수능) 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지금처럼 사교육이 필수로 인식되고 공교육은 단지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물론이고 저출산 같은 국가적 문제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한 수능의 의지를 담은 지극히 타당한 대통령의 발언을 교육부가 국민에게 잘못 전달하면서 혼란을 자청한 것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도 “나도 전문가지만 (대통령에게) 진짜 많이 배웠다. 대통령이 교육 문제의 문외한이라는 말은 적절치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교육 깃털도 못 건드려” 서울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이날 본보 통화에서 “출제 문제를 고도화한다고 했는데, 입시업계에서는 그에 맞는 과정을 만들어 수험생들을 모집할 것”이라며 “수능 개선만으로는 사교육비의 깃털도 건드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 문항 몇 개를 손보겠다는 정부 여당의 해법으로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도, 수능과 입시의 공정성을 회복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처음 시도되는 것도 아니다. 2011학년도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EBS 교재와 수능 연계율을 70%로 높였지만 사교육 경감 효과는 미미했다. EBS 연계율은 최근 다시 50%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 도입도 큰 효과가 없었다. 2018년과 2019년 영어 사교육비 증가율은 각각 7.2%, 10.8%로 갈수록 더 올랐다. 전문가들은 ‘상대 평가’인 수능의 본질상 학생들이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를 없애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안성환 대진고 교사는 “수능이 통과와 탈락을 가르는 자격시험화 혹은 전면적인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사교육 의존을 그나마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좋은교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그에 대비하는 사교육은 일부 줄어들지 몰라도 학교 내신이나 대학 면접, 논술 등에 대비하는 사교육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적어도 이런 발표는 수능이 끝난 뒤에 해야 했다”며 “현 입시제도의 근본 문제는 서열화된 상대평가 선발구도이기 때문에 이런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고서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는 내용의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도 논의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5학년도부터 폐지하기로 했던 자사고 등을 존치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교육부에 공교육 교과 과정 밖에서 출제되는 국어 비문학과 과목융합형 등 ‘킬러 문항’을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50%가량 줄이라는 취지의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킬러 문항 출제 관행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 수능’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 간 ‘이권 카르텔’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입시 담당 교육부 간부를 경질했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19일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 나흘 만에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장까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은 “평가원은 수능 출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2024학년도 수능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교육부에 공교육 교과 과정엔 없고, 사교육 의존도를 키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의 대표적 사례들로 국어 비문학 문항과 과목 융합형 문항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 문항들은 지나치게 난도가 높아 사교육 시장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이 킬러 문항을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절반가량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수능에서는 복잡한 킬러 문항을 대부분 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거의 없어지고, 내년부턴 완벽하게 사라지도록 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의중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윤 대통령 지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이 부총리는 15일 윤 대통령에게 대학입시 담당 교육부 간부를 경질하겠다고 보고하고, “죄송하다”는 입장을 윤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원장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가원과 교육부는 이번 6월 모의평가 출제 전략도 긴밀히 협조 소통하면서 짰다”고 말했다. 마치 평가원이 교육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6월 모의평가가 어렵게 나온 것처럼 비치는 현 상황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6월 모의고사에서 50% 줄이라, 이런 지시는 없었다”며 “대통령실과 우리가 직접 얘기하지는 않고, 교육부와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뜻은 교과서에 없는 걸 수능에 출제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교과 과정 안에서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킬러 문항으로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 온 교육 당국과 고액 강의로 이득을 본 사교육 산업의 ‘이권 카르텔’ 구조를 수사 당국이 직접 규명하고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이권 카르텔은 교육 질서를 왜곡하고 학생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을 저해한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