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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12일 프로배구 남자부 안방 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 3-1 승리를 거뒀습니다.이날 승리로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45)는 V리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에서 400번째 승리를 경험한 선수가 된 겁니다.현대캐피탈은 15일 안방 경기에서도 삼성화재를 3-1로 꺾으면서 여 코치의 개인 승수는 401승으로 늘었습니다.현역 선수 가운데는 한선수(38·대한항공)가 291승으로 2위인 만큼 이 기록을 깨는 선수는 적어도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여 코치는 2019~2020시즌까지 16년 동안 소속팀이 치른 1976세트 가운데 97.3%에 해당하는 1923세트를 소화했습니다.그러나 현대캐피탈이 ‘리빌딩’ 모드에 돌입하면서 2020~2021, 2021~2022시즌에는 총 285세트 중 121세트(42.5%) 출전에 그쳤습니다.그렇다고 기량이 줄었던 건 아닙니다. ‘규정 점유율’(15%) 미달로 순위표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2020~2021시즌에는 서브 리시브 효율 47.2%, 지난 시즌에는 55.3%를 기록했습니다.2020~2021시즌 리시브 선두 오은렬(26·대한항공·45.2%)이나 지난 시즌 1위 박경민(24·현대캐피탈·51.8%)보다 높은 기록이었습니다.그리고 이번 시즌 다시 팀이 치른 78세트 가운데 62세트(78.5%)에 출전하면서 여 코치는 리시브 1위(54.0%) 자리를 되찾았습니다.여 코치는 V리그 원년(2005년) 리시브 효율 82.8%를 기록했던 선수입니다.이 기록과 비교하면 54.0%는 초라해 보이는 것도 사실.하지만 2005년은 남자부 전체 서브 리시브 효율이 63.1%였던 시즌입니다. 이번 시즌 현재 기록은 33.9%입니다.리그 평균을 100이라고 할 때 여 코치는 2005년 131.3(= 82.8 ÷ 63.1 × 100)에 해당하는 ‘리시브+’ 기록을 남겼는데 이번 시즌에는 159.2를 기록 중인 겁니다.V리그 역사상 리그 평균과 비교할 때 이번 시즌 여 코치보다 뛰어난 리시브 솜씨를 뽐낸 건 지난 시즌 박경민(159.7) 딱 한 명뿐입니다.0.5 정도는 ‘오차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니까 여 코치는 45세 나이에 V리그 역사상 최고로 손꼽힐 만한 리시브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겁니다.이를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전성기’라고 부르던 시절보다 더 빼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이전까지는 2010~2011시즌 삼성화재에서 기록한 135.6이 여 코치 개인 최고 리시브+ 기록이었습니다.여 코치는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던 지난 시즌에도 170.5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기며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 코치가 45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당시 한 배구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에서 정말 ‘45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오히려 상대 팀에서 ‘생큐’라고 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여 코치가 계속 코트에 서 있을 수는 있어도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느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날 가능성이 큰 여 코치는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여오현은 아직도 날아다니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네, 여 코치는 여전히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높은 곳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라파엘 나달(37·스페인·세계랭킹 2위)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역대 최다 우승 기록 ‘쐐기포’,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5위)는 ‘동점포’를 노린다. 나달은 지난해 호주 오픈 우승으로 남자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개인 21번째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나달은 이어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횟수를 22번으로 늘렸다. 조코비치도 지난해 호주 오픈에서 우승했다면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을 거부한 탓에 아예 대회에 출전도 못 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 기록을 21회로 늘린 상태다. 일단 최근 컨디션은 조코비치가 더 좋다. 호주 오픈 남자 단식 최다(9회) 우승 기록 보유자인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왕중왕전) 우승으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한 데 이어 8일 막을 내린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반면 고질적인 왼발 통증에 시달리는 데다 지난해 윔블던에서 복근 부상까지 당한 나달은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에 그친 상태다. 시드 배정은 나달이 유리하다. 현재 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가 오른쪽 다리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나달이 1번 시드를, 조코비치가 4번 시드를 받았다. 이에 따라 두 선수 모두 결승에 올랐을 때만 맞대결이 성사된다.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하면 나달은 상대 전적에서 5승 1패로 앞서 있는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8위), 조코비치는 안드레이 루블레프(26·러시아·6위)와 8강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여자 단식에서는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1위)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시비옹테크는 현재 2위 온스 자베르(29·튀니지·5140점)보다 2.14배 많은 랭킹 포인트 1만1025점을 기록 중이다. 이전까지 여자 테니스 세계 1, 2위 사이에 랭킹 포인트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난 적은 없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리 그렇게 재미없고 지루하지 않아요.” 고속철도(KTX) 목포역에 도착하면 흰 배경에 검은색 궁서체로 달랑 이렇게 한 줄만 쓴 전남도립국악단 광고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 광고를 보고 ‘언젠가 이 국악단 공연을 꼭 보겠다’고 다짐했다. 원래 국악 그룹 동화(冬花), 백제가야금연주단 음악을 즐겨 듣는 데다 국악단 주제에(?) 이 정도 패기를 자랑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어 ‘이제 남자 배구도 저 정도 마케팅은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프로배구 남자부는 ‘겨울 프로 스포츠의 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여자부 인기에 밀리더니 이제는 아예 ‘마이너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발표한 이번 시즌 전반기 관중 집계 현황에 따르면 남자부 최고 인기 팀 우리카드의 평균 관중 수(1728명)가 여자부 최소 관중 팀 KGC인삼공사(1817명)보다 적었다. 전반기 남자부 경기 TV 중계 최고 시청률(0.96%)도 여자부 평균 시청률(1.05%)에 미치지 못했다. 남자 배구 인기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는 뭘까. 남자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문성민(37·현대캐피탈)이 주범”이라는 우스개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외국인 공격수가 득세하는 프로배구에서 문성민은 팀을 챔피언으로 이끈 마지막 ‘토종 거포’다. 게다가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47)과 쌍벽을 이루는 스포츠 대표 미남으로도 평가받는다. 한 팀 관계자는 “우리 ○○○(29)도 예전이었다면 ‘미남 선수’ 마케팅이 가능했다. 그러나 문성민 이후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담하건대 문성민 얼굴을 모르던 독자라면 인터넷 검색창에 문성민이라는 세 글자를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을 거다. 프로 스포츠는 이렇게 기본적으로 사람 마음을 끌어당기는 게 존재 이유인 ‘쇼 비즈니스’다. 최근 남자 배구는 팬들 마음을 오히려 밀어내고 있다. 심판은 물론이고 비디오 판독을 맡고 있는 경기 감독관까지 오락가락 판정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는 KOVO도 대응이 매번 한 박자 늦다. 그러는 동안 계속 사고를 치는 특정 인물이 어떤 학교 출신이며 당시 은사가 현재 KOVO 어떤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촌스러운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들린다. 쇼 비즈니스 세계는 원래 승자 독식 구도가 되기 십상이다. 여자 배구는 ‘인기 있다’는 평가를 받은 뒤로 점점 더 인기가 올라가는 반면 남자 배구는 반대 상황에 처하기 쉬운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기가 없어서 판정도 대충하나’라는 오해는 피해야 하지만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남자 배구 경기도 그렇게 재미없고 지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제법 패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 글은 동화가 연주한 ‘비 갠 뒤’를 들으며 썼다. 남자 배구에는 언제쯤 다시 햇살이 드리울 수 있을까.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는 ‘현수’가 두 명이다. 한 명은 이번이 세 번째 WBC 출전인 외야수 김현수(35·LG)이고, 다른 한 명은 한국계 외국인으로는 처음 한국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사이트 MLB닷컴에도 중간 이름을 현수라고 등록해 놓은 에드먼은 김광현(35·SSG)이 2020년 세인트루이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 한국말로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나도 한국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에드먼은 고교 야구 코치였던 아버지 존 씨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어머니 곽경아 씨의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형(미네소타)과 여동생(세인트루이스)도 MLB 팀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에드먼은 “샌디에이고에서 자라는 동안 외가 친척들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자주 갔다”면서 “어머니가 어린 시절 이민 오셔서 한국말은 잘 못하시지만 입맛은 한국식이다. 나도 외가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음식을 먹었다. 김치와 갈비가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거쳐 2016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에드먼은 2021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뽑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수비 기록만으로 평가하는 ‘필딩 바이블 어워즈’에서 멀티 포지션 부문 수상자로 뽑힐 만큼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수비력을 자랑한다. 에드먼은 MLB 무대에서 2루수로 236경기, 유격수로 96경기, 3루수로 83경기에 출전했으며 외야수로도 74경기에 나섰다. 발도 빨라 MLB 통산 1897타석 중 1152타석(60.7%)을 1번 타자로 소화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뉴욕 양키스 선수가 되려면 두 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먼저 머리와 수염을 말끔하게 깎은 다음 ‘나를 양키스 일원으로 만들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간판 아래서 사진 촬영을 마쳐야 입단 기자회견장에 나설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이 통과의례를 거친 건 왼손 투수 칼로스 로돈(30)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8년 동안에는 얼굴 3분의 1을 덮는 턱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선수다. 6년간 총액 1억6200만 달러(약 2075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양키스와 계약한 그는 23일 입단 기자회견에 면도를 마친 얼굴로 등장해 “세 살배기 딸과 한 살짜리 아들은 수염이 없는 내 얼굴을 처음 봤다. 아이들이 아빠를 알아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팀 가운데 용모 및 복장 규정이 가장 엄격한 구단이 양키스다. 양키스 선수는 ‘잘 정돈한 콧수염’을 제외하면 수염을 기를 수 없고 옷깃(칼라)을 넘어설 정도로 머리를 길러서도 안 된다. 양키스가 이런 규정을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건 1972년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오클랜드 선수단이었다. 당시 오클랜드에는 수염을 기른 선수가 많아 ‘머스타시 갱(The Mustache Gang)’이라고 불렸다. 오클랜드가 월드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면서 MLB 선수들 사이에 수염을 기르는 유행이 퍼져 나갔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1930∼2010)는 1973년 양키스를 인수한 뒤 ‘우리 팀마저 깡패 소굴로 만들 수 없다’면서 선수단에 면도는 물론이고 이발까지 요구했다. 1974년 양키스에 합류한 루 피넬라(79)는 “예수님도 장발이었는데 나는 왜 머리를 기를 수 없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스타인브레너는 주변에 있던 연못을 가리키면서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셨다. 너도 걸어서 건넌다면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했다. 양키스 선수가 콧수염은 기를 수 있는 건 스타인브레너 본인이 대학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 선수는 또 유니폼 상의 단추를 모두 채운 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유니폼을 풀어 헤치는 습관이 있었던 데이비드 웰스(59)는 1998년 MLB 역사상 15번째 퍼펙트게임에 성공하고도 구단주에게 꾸지람부터 들어야 했다. 양키스 유니폼에는 선수 등번호만 있을 뿐 이름이 없다는 특징도 있다. 단, 이 전통은 스타인브레너 작품은 아니다. 1960년 화이트삭스가 처음으로 선수 이름을 쓰기 전까지는 원래 모든 MLB 팀 유니폼에 선수 이름이 없었다. 야구 규칙에도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꼭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역시 유니폼에 선수 이름을 쓰지 않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구단이 차례로 이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양키스가 ‘이름 없는 유니폼’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쓰바사, 넌 세계로 나와야 해.” 독일에서 축구 유학 중이던 와카바야시 겐조(골키퍼)는 친구이자 라이벌인 오조라 쓰바사(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천재’ 소리를 들었던 자신이 독일 유학 첫날부터 같은 팀 공격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며 결국 독일의 ‘젊은 황제’ 슈나이더에게 완패했다고 고백한다. 역시 일본에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가 따라다니던 쓰바사는 이 말에 브라질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결국 ‘꿈의 팀’ FC 바르셀로나 입단에 성공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캡틴 쓰바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회식 당시 다음 대회 개최국인 일본을 상징하는 콘텐츠로 등장했던 축구 만화다. 이 만화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만화 속에서 쓰바사가 입단한 바르셀로나는 실제로 입단 환영 성명을 냈고,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도 ‘쓰바사의 선택이 안타깝다’고 논평을 발표했다. 1981년 연재를 시작한 쓰바사가 성공을 거둔 뒤 일본 축구 만화에서는 ‘주인공=공격형 미드필더’ 공식이 자리를 잡았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황금 사중주’라고 불렸던 나카무라 슌스케(44), 나카타 히데토시(45), 오노 신지(43), 이나모토 준이치(43) 가운데 이나모토(수비형 미드필더)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선수가 전부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건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일본 축구 선수들도 정말 ‘세계’로 나가기 시작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2002∼2003시즌 일본 선수 다섯 명이 유럽 5대 리그(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로 진출했다. 이 시즌 한국 선수 가운데는 차두리(42) 한 명만이 5대 리그 소속이었다. 이번 시즌 유럽 5대 리그 소속 일본 선수는 총 16명으로 한국(6명)보다 2.7배가 많다.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종 9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한국은 16위였다. 일본은 또 한일전에서 세 경기 연속 3-0 승리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FIFA 랭킹을 봐도 2017년 6월 1일 이후 5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이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 월드컵 16강 진출 횟수도 일본(4번)이 한국(3번)보다 많다. 이제 확실히 한국보다 일본이 ‘세계 수준’에 더 가깝다. 어쩌다 생긴 일도 아니다. 일본은 2005년부터 ‘2050년에는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작은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4년 뒤 북중미 대회 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본선 진출에 큰 걱정이 없다’고 안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대표작 ‘어린 왕자’에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 줘라”라고 썼다. 한국 축구에도 ‘쓰바사’가 필요하다.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역대 22차례 월드컵 가운데 가장 많은 골(172골)이 터졌다. 이전에는 1998 프랑스, 2014 브라질 대회 때 각 171골이 최다 기록이었다.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가 결승 연장 후반전에 3-3 동점을 만든 페널티킥이 월드컵 92년 역사상 처음 나온 단일 대회 172번째 골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이라도 넣은 선수는 117명으로 이 역시 월드컵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전에는 2014 브라질 대회 때 116명이 최다 기록이었다. 앙헬 디마리아(34)가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2-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으면서 이 기록을 새로 썼다. 2026 북중미 대회에서는 두 기록 모두 새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32개국이었던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경기 수도 늘어나고, 총 득점과 득점자 수도 함께 늘어날 확률이 높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직 다음 대회 진행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는 48개 참가국을 3개 나라씩 16개 조로 나눠 상위 1, 2위가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경기 수는 80경기로 늘어난다. 80경기에서 이번 대회처럼 경기당 평균 2.69골이 나오면 총 215골로 월드컵 사상 첫 200골 시대가 열린다. 월드컵 역사상 경기당 평균 득점이 가장 높았던 건 1954년 스위스 대회(5.38골)였다. 단, 당시에는 총 2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득점은 140골이 전부였다. 전체 득점자도 59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한국은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했다. 단일 대회 16실점은 여전히 월드컵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거꾸로 헝가리는 이 대회에서 총 27골을 넣어 여전히 단일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 중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역대 22차례 월드컵 가운대 가장 많은 골(172골)이 터졌다. 이전에는 1998 프랑스, 2014 브라질 대회 때 각 171골이 최다 기록이었다. 킬리안 음바페가 결승 연장 후반전에 성공한 페널티킥이 월드컵 92년 역사상 처음 나온 단일 대회 172번째 골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이라도 넣은 선수는 117명으로 이 역시 월드컵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전에는 2014 브라질 대회 때 116명이 최다 기록이었다. 앙헬 디마리아(34)가 결승에서 2-0으로 앞서가는 골을 넣으면서 이 기록을 새로 썼다. 2026 북중미 대회에서는 두 기록 모두 새로 쓸 가능성이 높다. 1998 프랑스 대회 이후 32개국이었던 본선 참가국 숫자가 48개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경기 숫자도 함께 늘어나고, 총 득점과 득점자 숫자도 함께 늘어날 확률이 높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직 다음 대회 진행 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는 48개 참가국을 3개 나라씩 16개 조로 나눠 상위 1, 2위가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경기 숫자는 80경기로 늘어난다. 80경기에서 이번 대회처럼 경기당 평균 2.69골이 나오면 총 215골로 월드컵 사상 첫 200골 시대가 열린다. 월드컵 역사상 경기당 평균 득점이 가장 높았던 건 1954년 스위스 대회(5.38골)였다. 단, 당시에는 총 2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득점은 140골이 전부였다. 전체 득점자 숫자도 59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대회를 통해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한국은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했다. 단일 대회 16실점은 여전히 월드컵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거꾸로 헝가리는 이 대회에서 총 27골을 넣어 여전히 단일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 중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 경기 결과에 157억 원이 걸렸다. 19일 0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맞붙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승리 팀은 4200만 달러(약 550억 원)를 상금으로 받지만 패하면 상금이 3000만 달러(약 393억 원)로 줄어든다. 상금 차이는 역대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크지만 예상 승률 차이는 가장 적다. 스포츠 전문 통계 회사 ‘옵타’는 이 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가 이길 확률을 50.2%, 4위 프랑스가 이길 확률을 49.8%로 계산했다. 0.4%포인트 차다. 무승부(29.9%)를 포함한 경기 승패 예측에서는 아르헨티나 35.1%, 프랑스 35.0%로 차이가 0.1%포인트까지 줄어든다. 영국 스포츠 베팅 업체 ‘윌리엄 힐’은 두 나라 배당률을 똑같이 7/4로 책정했다. 분수식 배당률은 분자(7)가 분모(4)보다 크면 적중 확률이 낮다는 뜻이다. 이를 예상 승률로 바꾸면 36.4%가 나온다. 미국 ‘시저스 스포츠북’(36.4%)과 오스트리아 ‘비윈’(37.0%)도 두 나라 예상 승률이 똑같다고 표시하고 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골잡이’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 중에는 메시가 골을 넣을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했다. 영국 ‘스카이베트’는 메시의 득점 확률을 36.4%, 음바페의 득점 확률을 16.7%로 예상했다. 미국 ‘베트MGM’에서도 메시가 22.2%로 음바페(20%)를 앞섰다. 메시(570분 출장)는 현재 음바페(477분 출장)와 대회 득점 공동 선두(5골)이지만 골을 넣어야만 골든부트(득점왕)를 차지할 수 있다. 골이 똑같을 때는 출전 시간이 더 적은 선수에게 골든부트를 수여하는 규정 때문이다. 두 나라가 맞붙는 건 월드컵 전체로는 네 번째, 결승에서는 처음이다. 1930 우루과이 대회와 1978 아르헨티나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모두 이겼지만 4년 전 러시아 대회 때는 16강에서 프랑스가 4-3 승리를 거두고 결국 챔피언 자리까지 올랐다. 전체 A매치(국가대항전) 성적은 6승 3무 3패로 아르헨티나가 우위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 여자 골볼 대표팀이 28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한국은 15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마토지뉴스에서 열린 2022 국제시각스포츠연맹(IBSA) 골볼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캐나다를 5-2로 물리치고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그러면서 17일 터키와 맞붙는 결승전 결과에 관계 없이 이번 대회에 걸려 있는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 한 장을 확보했다.한국 여자 골볼이 패럴림픽 무대를 밟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패럴림픽 골볼에는 전 세계에서 8개 나라만 참가한다.한국은 캐나다에 선취점을 내줬지만 전반에만 3골을 몰아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후반전 들어 캐나다에 골을 내줘 1점 차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심선화가 페널티로 2골을 넣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골볼은 보치아와 함께 비장애인인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패럴림픽 종목이다.기본적으로 안대로 두 눈을 가린 채 방울 소리가 나는 공을 상대 골대에 집어 넣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린다.골볼은 한국 장애인 체육에서도 비인기 종목에 가까웠다. 그러나 7월 29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서 정상을 차지하는 등 중흥기를 맞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라파엘 나달(36·스페인·세계랭킹 2위·사진)이 프로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뽑혔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선수를 대상으로 팬 투표를 진행한 결과 나달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15일 발표했다. 단, 구체적인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2회)을 새로 쓴 나달은 “이 상을 받게 돼 슈퍼맨이 된 것처럼 행복하다. 여러분의 응원이 없다면 힘을 내지 못했을 거다. 내년에도 여러분과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ATP투어는 2000년부터 이 상을 시상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9년 연속으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페더러는 올해 9월 은퇴 선언과 함께 후보 자격을 잃었다. 페더러는 대신 ‘스위스 스포츠 어워즈’에서 ‘완벽한 스포츠 아이콘 상’을 받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53)이 13일 한국을 떠나 조국 포르투갈로 향합니다.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격으로 처음 입국한 2018년 8월 20일 이후 1576일 만입니다.벤투 감독 재임 기간 한국은 A매치를 총 57번 치러 딱 100득점(경기당 평균 1.75골)을 기록했습니다.백승호(25·전북)가 2018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 골망을 흔든 중거리 슛이 벤투호 100번째 득점이었던 겁니다.1991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전임 감독 제도를 도입한 뒤로 100득점에 성공할 때까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건 벤투 감독이 처음입니다.단, 이 100득점에는 올해 7월 20일 친선전에서 중국 주천제(22·상하이)가 넣은 자책골도 들어 있습니다. 이 한 골을 빼면 한국 선수가 넣은 건 총 99골이 됩니다.황의조(30·올림피아코스)가 총 15골로 벤투호 득점 1위 기록을 남겼고 이어 손흥민(30·토트넘)이 12골로 그다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이어 권창훈(28·김천)과 황희찬(26·울버햄프턴)이 8골로 공동 3위입니다. 계속해 김신욱(34·라이언시티)과 조규성(24·전북)이 각 6골로 공동 5위에 자리했습니다.이밖에 총 29명이 벤투호 멤버로 상대 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도움 부문에서는 손흥민과 황희찬이 각 7개로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이어 홍철(32·대구)이 5개로 3위, 김진수와 이재성이 각 4개로 공동 4위에 자리했습니다.득점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는 권창훈이 도움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반면 도움 상위 5명은 모두 골을 넣은 적이 있습니다.벤투호가 남긴 도움은 총 55개고 이 중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가 김영권(32·울산)의 득점을 도운 걸 빼면 54개입니다.벤투호에서 도움을 1개 이상 기록한 선수는 총 22명입니다.골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에서는 역시 손흥민이 1위(19개), 황의조가 2위(18개)였습니다.황희찬이 8골 7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5개를 남기면서 그다음 순위에 자리했습니다.조규성은 A매치에 20경기밖에 나서지 않았지만 6골 2도움으로 권창훈(8골)과 함께 벤투호 공격포인트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조규성은 벤투 감독이 처음 취임한 2018년만 해도 광주대 3학년 신분이었습니다.그러나 이제는 황의조를 대체할 한국 대표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습니다.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한국은 상대 팀에 46골을 내줬습니다.골 득실 +54 역시 한국 대표팀 감독 역사상 최고 기록입니다.이전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68·독일)이 남기고 떠난 +41이 역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슈틸리케 감독 시절 한국 대표팀은 66골을 넣는 동안 25골을 내줬습니다.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는 홍명보 현 울산 감독(53)이 -10으로 가장 나쁜 골 득실을 남긴 채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답은 ‘결승 진출’입니다. 1982 스페인 대회 때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 진출국에는 항상 양 팀 소속 선수가 있었습니다.바이에른 뮌헨(독일)은 이번 카타르 때도 4강 진출국 가운데 프랑스에 3명, 모로코와 크로아티아에 각 1명씩 팀 소속 선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모로코가 4강에서 맞붙기 때문에 뮌헨 선수는 적어도 1명이 결승전에 출전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인테르 밀란(이탈리아)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5·아르헨티나)와 마르첼로 브로조비치(30·크로아티아)가 준결승에서 만나기 때문에 역시 기록 연장 확정입니다.이러면 두 팀은 40년 동안 10개 대회에 걸쳐 기록을 이어가게 됩니다. 물론 월드컵 92년 역사상 최장 기록입니다.1994 미국 대회부터 연속 기록을 쓰고 있는 파리 생제르멩(PSG·프랑스) 역시 프랑스-모로코 맞대결 성사로 기록 연장을 확정했습니다.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와 아쉬샤프 하키미(24·모로코) 가운데 한 명은 결승 무대를 밟기 때문입니다.물론 역시 PSG 소속인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도 결승 진출 가능성이 살아 있는 상황입니다.메시의 전 소속팀인 FC 바르셀로나는 프랑스가 결승에 올라야 1994 미국 대회부터 시작한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1998 프랑스 대회 때 기록을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는 프랑스 또는 크로아티아 중 한 팀만 결승에 올라도 기록 연장 확정입니다.인테르와 뮌헨은 초대 월드컵이었던 1930 우루과이 대회부터 4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결승 진출팀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구단이기도 합니다.인테르 소속 선수는 누적 인원으로 총 41명이 월드컵 결승 진출팀 멤버였고 뮌헨은 1명이 적은 40명이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개별 인원으로 따졌을 때도 인테르가 39명으로 1위, 뮌헨이 37명으로 그다음이었습니다.단, 우승 경험은 누적 인원을 기준으로는 산투스(브라질)가 30명으로 1위였고 이어 △유벤투스(이탈리아) 24명 △뮌헨 23명 △인테르 22명 △AS 로마 17명 순이었습니다.개별 인원으로는 유벤투스가 24명으로 1위고 이어 뮌헨(23명)이 2위, 인테르(21명)가 3위였습니다.이번 대회 4강 진출국 선수 가운데도 뮌헨 소속이 6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이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이상 스페인)가 5명으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공동 4위는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와 레알 마드리드로 각 4명이 4강 진출국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이 5개 클럽 가운데 자그레브만 유일하게 선수 전원이 한 나라(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속해 있습니다.크로아티아가 우승하면 자그레브는 2014 브라질 대회 당시 도르트문트(독일) 이후 8년 만에 우승팀 선수 4명을 배출하는 클럽이 됩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우리 팀 선수들이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손흥민(30·토트넘)은 16강 탈락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토트넘 선수 가운데는 11명이 이번 월드컵 무대에 출전했습니다. 11명은 이번 대회에 선수를 한 명이라도 보낸 295개 팀 중 공동 10위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그리고 11명 가운데 손흥민을 포함해 8명이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8명도 16강 진출 선수를 배출한 174개 팀 중 역시 10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이 8명 중 손흥민과 파페 마타르 사르(20·세네갈)가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습니다.그러면서 8강 무대에는 에릭 다이어(28) 해리 케인(29·이상 잉글랜드) 위고 요리스(36·프랑스) 이반 페리시치(33·크로아티아) 크리스티안 로메로(24·아르헨티나) 히샤를리송(25·브라질) 등 토트넘 선수 6명이 남았습니다.8강 진출팀 선수 208명 가운데 가장 많은 선수가 몸담은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입니다.이때 ‘몸담았다‘를 결정하는 시점은 대회 시작일입니다. 따라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8강을 밟은 12명 중 한 명입니다.호날두를 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1명으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공동 1위입니다.3위는 토트넘과 똑같이 11명이 출전했지만 8명이 살아남은 파리 생제르멩(PSG·프랑스)입니다.5골로 이번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24)를 비롯해 PSG 선수는 16강까지 총 10골을 넣었습니다.이번 대회에서 소속팀 선수가 골을 가장 많이 넣은 클럽이 바로 PSG입니다.PSG 다음으로 소속 선수 득점이 많은 팀은 FC 바르셀로나(스페인)입니다.골을 넣은 선수 숫자만 따지면 바르셀로나(6명)가 PSG(4명)보다 더 많습니다.바르셀로나는 이번 대회에 선수를 가장 많이(17명) 파견한 클럽이기도 합니다. 16강까지도 14명으로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공동 1위였습니다.그러나 바르셀로나 선수 8명이 뛰는 스페인과 로베르트 레반도스프키(34)의 조국 폴란드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8강에는 5명만 남았습니다.이제 바르셀로나보다 ‘영원한 숙적’ 레알 마드리드 소속 선수(7명)가 월드컵 무대에 더 많이 살아남았습니다.단, 바르셀로나가 8강까지 오면서 선수를 가장 많이(12명) 잃은 팀은 아닙니다.알사드(카타르) 소속으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15명 가운데는 한 명도 8강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알사드 선수 가운데 16강 무대를 밟은 것도 한국 대표 정우영(33) 한 명뿐이었습니다.선수 전원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로 출전한 알힐랄(사우디)도 참가 선수 12명 전원이 16강 무대에서 탈락했습니다.16강 진출에 실패한 독일에 대표팀 7명을 파견한 바이에른 뮌헨(독일)도 8강 생존율(?)이 낮은 팀이었습니다.소속 전원이 한국 대표였던 전북은 참가 선수 6명이 전부 16강에 올랐다가 8강에서 모두 떨어졌습니다.월드컵은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유럽파’가 강세를 보이는 무대이기도 합니다.이번 월드컵 전체 참가 선수 831명 가운데는 603명(72.6%)이 유럽축구연맹(UEFA) 등재 리그에서 뜁니다.16강에 무대를 밟은 416명을 놓고 보면 이 비율이 85.6%(356명)까지 오르고 8강에 오른 208명 가운데는 94.2%(196명)이 유럽 리그에서 뜁니다.8강 무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선수입니다. 호날두를 제외해도 63명이 EPL 팀에 몸담고 있습니다.이어 △스페인 라리가 32명 △이탈리아 세리에A 22명 △프랑스 리그1 19명 △독일 분데스리가 18명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12명 순서였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북한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회복하면서 2024 파리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7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북한에 내렸던 올림픽 참가 자격 정지 처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31일이 지나면 징계가 자동 해제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도쿄 여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다. IOC 206개 회원국 가운데 이 대회에 불참한 건 북한이 유일했다. 이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선수단을 파견하여 올림픽 대회에 참가할 의무가 있다’는 올림픽헌장 제27조 3항을 근거로 지난해 9월 8일 북한에 징계를 내렸다. 이 처분으로 북한은 올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하게 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축전만 보냈다. 한편 바흐 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도운 벨라루스 대표 선수단을 국제대회에서 배제하기로 한 IOC 지침을 재확인했다. 새해부터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지역별 예선을 앞두고 ‘IOC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부정한 것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네, 정답은 파울루 벤투 현 감독(53·포르투갈)입니다.벤투 감독이 임기를 시작한 2018년 8월 22일 한국 남자 성인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2022 카타르 월드컵 성적을 반영해 FIFA에서 22일 발표할 랭킹을 계산해 보면 25위가 나옵니다.벤투 감독이 부임 기간 FIFA 랭킹을 32계단 끌어올린 셈입니다.현재 랭킹 28위를 기준으로 한 29계단 상승 역시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벤투 감독은 ‘빌드업 전도사’를 표방하면서 한국 축구 스타일을 바꿔 놓았습니다.스포츠 전문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4년 전 러시아 대회와 비교할 때 한국 대표팀 경기당 평균 볼 점유율은 37.3%에서 48.3%로 11%포인트 올랐습니다.또 경기당 패스 성공 횟수는 264회에서 405회로 53.4%, 파이널 서드 구역 내 볼 터치 횟수는 106회에서 168회로 58.5% 올랐습니다.골키퍼가 경기당 패스를 시도한 횟수도 17.7회에서 24.8회로 44.7% 늘었습니다.벤투 감독 이전까지는 차범근 감독(69)이 23계단 상승으로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1997년 1월 8일부터 이듬해 6월 21일까지 지휘봉을 잡은 차 감독은 FIFA 랭킹을 44위에서 21위로 23계단 끌어올렸습니다.단,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차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 감독(67)은 재임 기간 FIFA 랭킹을 역대 최고인 17위까지 끌어올렸지만 결국 39위로 마감하면서 체면을 구겼습니다.차 감독 다음은 “우리는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던 거스 히딩크 감독(76·네덜란드)입니다.혹시 잊으신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면 1998 프랑스 대회 때 차 감독을 경질시킨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이 바로 히딩크 감독이었습니다.히딩크 감독은 랭킹 40위 팀을 맡아 2002 한일 월드컵 4위로 이끈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이 대회가 끝나고 FIFA에서 처음 발표한 2002년 7월 3일자 랭킹에서 한국은 22위였습니다.거꾸로 FIFA 랭킹을 가장 크게 떨어뜨린 건 딕 아드보카트 감독(75·네덜란드)이었습니다.아드보카트 감독 재임 기간 한국은 26위에서 56위로 내려갔습니다.단, 이게 아드보카트 감독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FIFA에서 랭킹 산정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2006년 5월 17일까지 29위였던 랭킹이 다음 랭킹 발표 때(7월 12일) 56위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리가 패한 건 손흥민(30·토트넘)처럼 위기 때 팀을 하나로 이끌어갈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페르난두 산투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한국에 1-2로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이 역대 세 번째 월드컵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면서 선수단의 ‘흥’을 끌어올린 손흥민의 리더십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이타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팀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2002년 정신을 소환했다”며 “손흥민은 결국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결승 득점을 도우면서 (3일 이 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한국 팬들의 축하 파티 무대로 만들었다. 일본이 이미 16강에 진출한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고 평했다. 황희찬도 같은 매체 인터뷰에서 “손흥민 형이 경기 전에 ‘너를 믿는다. 오늘 꼭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형이 포르투갈 골대 쪽으로 공을 몰고 갈 때 (페널티) 박스에서 나를 찾을 것이라는 확신을 안고 뛰었다. 패스가 정말 좋아서 나는 그저 받아서 넣기만 하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작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주장인 내가 부족했는데 동료들이 커버해줬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리 팀을 이끌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나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더 높은 위치로 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잘 희생해주고 잘 싸워준 덕에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라커룸에서 동료 선수 한 명, 한 명을 전부 안아주면서 고마움을 전한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님(53)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가나에 2-3으로 패한 2차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이날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동료 선수들도 아직 득점이 없는 손흥민의 ‘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이강인(21·마요르카)은 “흥민이 형은 항상 팀 승리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축구 팬이 흥민이 형의 마무리 플레이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걸 안다”면서 “앞으로 흥민이 형의 골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4일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에서 한국은 ‘김김김김김’ 수비 라인을 앞세워 뒷문을 걸어 잠갔습니다.한국은 김씨가 워낙 많다 보니 매우 놀랄 일이 아니지만 외국인에게는 혼란을 주기 충분한 조합이었습니다.그런데 사실 김씨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성(surname)입니다.축구 통계 사이트 ‘월드풋볼닷넷’에 따르면 월드컵에 한 번이라도 출전한 적이 있는 선수는 8199명이고 그 중 성을 로마자 ‘Kim’으로 쓴 선수가 42명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이 42명 중 34명(81%)이 한국 선수였고 나머지 8명은 북한 선수였습니다.Kim 다음은 ‘Lee’로 33명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이씨가 성을 로마자로 쓸 때 흔히 선택하는 방식입니다.Lee씨는 27명이 한국 유니폼을 입고, 4명은 북한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암산이 빠른 분이라면 2명이 비었다고 생각하셨을 겁니다.나머지 2명은 잉글랜드 대표 롭 리(56)와 프랜시스 리(78)였습니다.이어 곤살레스(27명), 로드리게스(22명), 실바(21명) 가문에서 20명이 넘는 선수를 월드컵 무대로 보냈습니다.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성은 ‘왕’(王)씨지만 유니폼에 ‘Wang’이라는 네 글자를 달고 월드컵 무대를 밟은 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왕씨 대부분은 중국에 사는데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게 2002년 한일 대회 딱 한 번뿐이라 생긴 일입니다.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성 씨인 Li씨 가운데는 리웨이펑(李瑋峰·44)과 리톄(李鐵·45)가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습니다.세 번째로 많은 성 씨는 ‘Zhang’인데 역시 장언화(張恩華·1973~2021) 한 명만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월드컵에 한 번이라도 출전한 적이 있는 성씨는 총 6560개고 이 중 5749개(87.6%) 성씨는 딱 1명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월드컵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흔한 이름(first name)은 호세(79명)였고 이어서 △카를로스 70명 △루이스 57명 △후안 53명 마리오 47명 순서였습니다.성과 이름이 아예 똑같은 경우는 이번 한국 대표팀 정우영을 비롯해 총 77쌍이 있었습니다.그밖에 한국 대표팀에서는 김재성(39)과 이재성(30), 김지성(1924~1982)과 박지성(41)은 성은 달라도 이름은 같았습니다.포르투갈어 문화권에서는 ‘이름 + 성’ 조합 대신 애칭을 씁니다.가장 많은 선수가 선택한 애칭은 다닐루(Danilo)로 3명이었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타고났다.’ 스포츠 스타 선수 대부분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열심히 땀방울을 흘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자기 노력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타고난 신체 조건부터 남다른 선수들 발언에 유독 노력을 강조하는 표현이 많은 이유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안타를 총 4637개 때린 이치로(49)는 “일본에서 나보다 연습을 많이 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치로도 키 180cm로 동갑내기 일본인 남성(171cm)보다 9cm가 크다. ‘타고났다.’ 예능 프로그램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에 출연한 개그우먼 김민경 씨(41)를 보면서 이 말이 절로 떠올랐다. 여러 종목에서 ‘선수급 재능’을 선보인 김 씨는 결국 실탄사격 국가대표로 뽑혀 2022 국제실탄사격연맹(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에 출전했다.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1600명이 참가하는 대회다. 어릴 때부터 한 우물만 판 선수는 몰라도 불혹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1년 만에 국가대표 레벨까지 올랐다면 ‘타고났다’고 평가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 씨의 국가대표 발탁 소식을 전한 기사에도 ‘재능보다 노력’이라는 표현이 가득하다. 김 씨가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 타고난 게 없어도 노력만 하면 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타고나는 것’의 대명사인 외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쁘고 잘생긴 이들 가운데는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평생 외모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게 많은 이들은 노력을 하면 할수록 성장하는 경험을 해봤기에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성공한 사람 대부분은 이치로처럼 자연스레 ‘나는 내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진심으로 믿게 된다. 부모를 잘 만난 덕에 ‘3루에서’ 태어난 이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노력만으로 충분할까. 미국 영화 ‘19번째 남자’에서 마이너리그 최다 홈런 기록(247개)에 도전하는 크래시는 이렇게 말한다. “시즌을 치르는 6개월 동안 일주일에 딱 한 번씩만 ‘바가지 안타’(행운의 안타)가 나오면 0.250이던 타율이 0.300으로 오른다. 누군가 평생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낼 때 다른 누군가는 그 바가지 안타 덕에 (메이저리그 명문 팀)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다.” 크래시는 마침내 247번째 홈런을 날리지만 이를 보도한 신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내용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1988년 6월 개봉한 이 작품은 ‘역사상 최고의 스포츠 영화’를 뽑을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재능을 타고난 데다 행운까지 뒤따랐던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화려함보다 언젠가는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기다리는 마이너리그 선수들 모습이 우리 대부분의 삶과 더 닮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묻고 싶다. “여러분의 247번째 홈런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떤 바가지 안타를 기다리고 계신가요?”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건 바란 적도 없었다. 그저 공처럼 생긴 물건만 하나 있으면 완벽한 하루였다.” 브라질 축구 대표 안토니(22·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6일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공개한 기고문 ‘지옥에서 온 소년(The Boy from Hell)’을 통해 이렇게 고백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대표 스타였던 데릭 지터(48)가 만든 플레이어스 트리뷴은 선수가 직접 자기 인생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다. 안토니는 인페르니뉴(포르투갈어로 ‘작은 지옥’)라고 불리는 상파울루 파벨라(빈민가)에서 나고 자랐다. 대문 앞에는 항상 마약상이 진을 치고 있었고 골목에서 사람들이 피워대는 마리화나 냄새가 온 집 안에 진동했다. 배가 고플 때면 부모님과 함께 쓰는 비좁은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해야 했다. 등굣길을 가로막고 있던 시체를 뛰어넘어 학교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 일도 있었다. 이 가난한 동네 꼬마들은 어떻게든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면 유튜브를 통해 브라질 축구 전설들이 남긴 기술을 보고 배우기 바빴다. 이들이 이렇게 익힌 기술을 선보이는 무대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려 뛰는 ‘아스팔트 리그’뿐이었다. 안토니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축구화를 살 돈이 없어 맨발로 피를 흘리며 아스팔트 위에서 공을 찼다. 마약상이 앞길을 막아서면 호나우지뉴(42)처럼 플립 플랩으로 제쳤고, 네이마르(30)처럼 레인보 킥(사포)으로 공을 띄워 버스 기사의 밀착 마크에서 벗어났다. 호나우두(46)를 따라 절도범 두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뒤 돌파하기도 했다. 공이 발 앞에 있으면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 안토니에게는 축구공만이 구원이었다. 그리고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15시간씩 일하면서 아들을 키운 아버지와 와이파이를 ‘도둑질’해도 나무라지 않는 이웃이 있었다. 제아무리 배가 고파도 발끝에서 공을 놓을 줄 몰랐던 안토니는 파벨라에서 벗어나는 것을 꿈꾸며 공을 차고 또 찼다. 그건 2018년 브라질에서 프로 선수가 된 뒤에도 변하지 않는 꿈이었다. 안토니는 2020년 2월 23일 네덜란드 아약스와 계약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약스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부터 골을 넣으면서 자신을 파벨라에서 구원한 아약스에 보답했다. 안토니는 이듬해 10월 8일 브라질 대표팀 데뷔전에서도 역시 베네수엘라 골망을 갈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첫 경기였던 올해 9월 5일 아스널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안토니는 이제 월드컵 데뷔전 득점을 노린다. 오른쪽 윙어로 뛰는 안토니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16일 발표한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5일 세르비아와 맞붙는 조별리그 G조 첫 경기가 안토니의 월드컵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파벨라 어딘가에는 훔친 와이파이로 보고 배운 안토니의 왼발 킥으로 아스팔트 리그를 평정 중인 축구 소년이 또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것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