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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항구 축제에서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에 나섰다. 7일 삼성전자는 5∼7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제834회 함부르크 개항 축제’에서 공식 무대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다양한 제품 광고 외에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삼성전자가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았다. 영상을 통해 스마트싱스 기반의 기기 간 연결성, 박람회 개최지로서 부산의 강점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함부르크 개항 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유럽 최대의 항구 축제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도 독일 전역의 공항과 주요 도심 옥외광고판에 부산엑스포 응원 문구를 넣어 유치 활동을 알리고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방한 이틀째인 8일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국 국회의원 및 경제6단체장 등 경제인들과 만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8일 오전 서울의 모 호텔에서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연맹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과 부회장인 김석기 의원, 간사장인 민주당 윤호중 의원, 상임 간사인 국민의힘 성일종·민주당 김한정 의원 등이 초청을 받았다. 이 중 연맹과 일본 측의 조율 과정에서 정 의원과 윤 의원만 면담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김한정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초 국민의힘 3명, 민주당 2명을 초청했는데 주어진 시간이 20분뿐이었다. 기념사진 찍고 서로 덕담을 나누면 끝나 버릴 시간”이라며 “결과적으로 회장과 간사장 등 여야 1인씩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도 방일했을 때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을 만났다. 그런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월 방일 당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일한의원연맹 회장,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經團連) 회장 등 일본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들을 접견했다. 이번 면담에서는 정상회담 결과 및 한일 정치권 교류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8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6단체장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도 한일경제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마련된 이번 간담회에선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의 양국 간 공급망 안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에도 간담회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5대 그룹 총수들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및 경제6단체장과의 면담 후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매출액이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의 지난해 파운드리 연매출은 208억 달러로 추정된다.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출범한 뒤 매출액 200억 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를 시작하며 2018년 117억 달러, 2020년 132억 달러 등 꾸준한 매출액 성장을 보였다. 다만 올해 파운드리 매출액 확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미 올해 1분기(1~3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조5800억 원 적자였다. 최근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고객사 재고 증가 등으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까지 실적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초격차 기술을 통해 파운드리 1위 기업 대만 TSMC를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4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은 KAIST 특별강연에서 “TSMC가 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을 시작할 때가 되면 (TSMC와) 같이 가게 될 것”이라며 “냉정하게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이 TSMC에 뒤쳐져 있지만 (따라잡는데) 5년 정도를 보고 있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GYBM(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 과정)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서 취직을 했었어요. 현지에서 배운 기술과 연구를 토대로 의류 생산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창업도 할 수 있었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운영하는 GYBM 인도네시아 1기 수료생 신인준 시제 대표(37)의 말이다. 그는 2015년부터 1년간 GYBM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현지 의류제조기업에 취직했고, 3년 만에 센터장을 맡았다. 이때의 경험을 갖고 2021년 의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솔루션 기업 시제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창업 2년 만에 중소기업벤처부에서 3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GYBM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2011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청년 인재 20만 명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경제 성장이 빠르고 도전의 기회가 열려 있는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국 청년의 글로벌 취업과 창업을 돕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현재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까지 진출 국가를 넓혔다. 올 3월까지 배출한 연수생은 총 1300명에 이른다. GYBM은 커리큘럼이 수험생처럼 치열해 ‘김우중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1년간 국내외에서 어학, 글로벌, 직무 역량, 리더십, 기업가 정신 등 현장과 실무 학습이 진행된다. 실제 대우 신입사원들이 받던 교육 방식을 도입해 실무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대우맨’들이 직접 멘토 역할도 맡아 취업과 창업 과정의 고민을 들어준다. 연수가 끝나면 99%의 연수생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원 현지에 취업하게 된다. 현지 한국기업의 중간관리자 역할로 생산관리 역할을 맡게 된다. 수료생들 가운데는 2000여 명을 관리하는 나이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의 27세 공장장, 베트남의 PE타포린 현지 공장의 32세 임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김우중 회장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데도 여건이 마련되지 못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무척 안타까워했다”며 “대우의 도전 정신이 GYBM을 통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그룹 해체 24년… 사라져가는 ‘대우 간판’한때 재계 서열 2위를 차지했던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24년이 흘렀다. 경차의 상징 ‘티코’, 고장 없는 가전 ‘탱크주의’ 등으로 한국 산업계에 한 획을 그으며 세계 무대를 뛰었던 ‘대우맨’의 자취를 되짚어봤다.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죠. 그래도 마침내 인수가 됐으니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달 28일 낮 서울 종로구 대우재단.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는 얘기를 꺼내자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 말이 “잘된 일”이었다. ‘4월 27일’은 고 김우중 대우그룹 명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장 회장을 비롯한 대우맨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날이 됐다.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뿔뿔이 흩어진 대우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마침내 모두 새 주인을 찾게 된 순간이었다.》 대우그룹 해체 후 24년이 흐른 지금, 대우의 흔적도 한국인의 삶과 기억에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 기업명에 ‘대우’를 쓰는 곳도 점차 줄어들어 대표 계열사 가운데는 ‘대우건설’ 정도가 유일하다. 시간이 흐르며 대우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많은 대우맨도 현업을 떠났다. 김 회장이 작고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세계경영과 분식회계라는 삶의 명암이 재계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대우는 한국 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35만 명의 대우맨이 41개 계열사에서 활약하며 현대에 이은 재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김 회장의 회고록 제목처럼 해외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새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대우였다. 국내 최초의 경차로 국민차 타이틀을 얻었던 ‘티코’, 튼튼한 가전제품을 만들겠다는 슬로건 ‘탱크주의’ 등은 대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그룹이 해체되고 나서 사반세기 동안 대우맨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대우가 남긴 유산들은 한국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 세계로 나섰던 재계 2위 대우 “삼성에도 합격했지만 대우를 선택했죠.” 현재 서울의 대기업을 다니는 A 부장은 1993년 입사 당시 대우의 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대우 채용설명회에 갔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TV 수출 담당자가 ‘수출’을 영어로 ‘익스포트(Export)’가 아니라 ‘오버시스 세일즈 마케팅(Overseas sales marketing)’이라고 설명한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여 원서까지 냈다. A 부장은 “세계를 무대로 수출을 위해 현장을 다닐 수 있다는 대우의 세계 경영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며 “수습사원이었던 입사 3개월 차부터 유럽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기억했다. 대우는 세계를 무대로 승승장구했다. IMF 경제위기 직전에는 현대에 이어 자산총액(76조7000억 원) 재계 2위에 올랐다. 계열사는 41개, 해외법인과 지사망은 600여 개에 달했다. 대우맨들은 국내 10만 명, 해외 25만 명으로 총 35만 명이었다. 대우의 1998년 수출액은 186억 달러. 한국 총수출액 1323억 달러의 약 14%를 차지했다. 대우는 1967년 김 회장이 만 30세의 나이에 원단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하며 시작됐다. 1975년 대표적인 종합 무역상사로 발돋움하며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출 창구 역할을 했다. 이후 한국기계(대우중공업),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대한조선공사(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을 정상화하며 중화학 업계를 선도했다.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시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에콰도르(1976년), 수단(1977년), 리비아(1978년) 등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며 해외 보폭을 넓혔다. 1982년 ㈜대우를 설립한 뒤 자동차 중공업 조선 전자 통신 정보시스템 금융 호텔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모습을 갖춘다. 한 대우 출신 기업인은 “1990년대 해외 출장을 나갈 때 여권 케이스에 대우 마크만 있으면 VIP 대접을 받았을 정도”라며 “지금은 ‘국뽕’(애국심을 표현하는 비속어)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그에 비유하자면 ‘대뽕’(대우+국뽕)이 느껴지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1990년대 가전 시장은 삼성-LG-대우의 3파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양대 강자 사이에서 대우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1993년 배순훈 대우전자 사장은 오랜 기간 고장 없이 튼튼하게 쓰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탱크주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기본에 충실한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가격은 낮춘 마케팅이 주효했다. 자동차에서는 1991년 출시된 ‘티코’의 성공이 있었다. 당시 전무하던 경차 시장에 최초로 뛰어들어 300만∼40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우조선 역시 한때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던 대우의 성공가도는 외환위기를 맞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다. 1998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패로 끝났고, 1999년 지주사 ㈜대우까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창업 32년 만에 그룹이 해체됐다. 김 회장은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형과 추징금 17조9254억 원이 확정됐다.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대우맨과 협력사 직원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무더기로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가면서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 일반 국민들도 간접적으로 고통을 분담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과 대우는 도전적인 세계 경영이라는 찬사와 함께 무리한 차입 경영에 대한 비판도 늘 뒤따른다.● 대우조선도 ‘대우’ 떼고 ‘한화오션’ 유력 그룹 해체 후 대우의 각 계열사는 한동안 주인을 찾아 헤매야 했다. ㈜대우 무역 부문은 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전자는 위니아전자, 대우증권은 미래에셋대우, 대우자동차는 한국GM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의 새로운 사명도 대우가 빠진 ‘한화오션’이 유력하다. 대우 색채를 빼고 인수한 기업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통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들이었다. 대우 출신인 국내 대기업의 B 사장은 “대우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인수한 기업들이 대우가 가진 장점을 더해 시너지를 내며 여전히 한국 산업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우 출신이라고 하면 ‘맡기면 어떻게든 해낸다’는 인식도 기업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르며 퇴직한 대우맨도 늘고 있다. 약 1600명의 퇴직 임원 모임인 ‘대우회’ 평균 연령은 약 75세라고 한다. 하지만 1980, 90년대 입사한 대우맨들은 새로운 기업으로 회사를 옮겨 일하거나 창업을 하며 한국 주요 산업군에 자리잡고 있다. 대우자동차 최연소 임원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우중 회장 비서실 출신인 정인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이번 대우조선의 한화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밖에도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대표적인 대우 출신 기업인이다. 해외에서는 대우의 브랜드 파워도 여전히 살아 있다. 내수보다 해외를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한 대우는 지난해 91억 원의 상표권 수익을 냈다. 동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중동 등 해외 가전기업들이 대우 브랜드를 아직 쓰다 보니 ㈜대우가 이름을 바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수익을 받는 구조다. ㈜대우에서 25년 근무한 뒤 퇴직한 김주완 두리코씨앤티 대표는 “베트남에서 현지 직원이 주말에도 대우 유니폼을 입고 다니길래 이유를 묻자 ‘대우가 자랑스러워서’라고 하더라”면서 “해외에는 아직 대우 가전을 쓰거나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고, 대우 브랜드도 여전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에서 40년 근무한 국내 대기업 C 대표는 “아무것도 없던 해외에 사업 기반을 만들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대우의 가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우맨들이 모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이런 대우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창립기념일인 3월 22일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전직 임직원들이 그룹 해체 10년이 지난 2009년 발족한 이 모임은 한국 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을 맡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장 회장에게 미래 세대에게 대우가 어떻게 기억될 거라고 예상하는지 물었다. 장 회장은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내놓은 답은 이랬다. “어떤 이유든 기업이 존속하지 못하고 망했으니 사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도전하며 세계로 나섰던 대우의 기업 정신은 어떤 형태로든 후세에도 이어져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글로벌 콘텐츠 그룹 대표단과 만나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양국의 문화 분야 협력이 오늘 행사를 계기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디즈니,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등도 올해 4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 미국영화협회(MPA) 건물에서 개최된 ‘글로벌 영상 콘텐츠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문화는 국가가 경계를 만들면 안 된다”며 “한국 영화시장과 문화시장이 세계 시장에 단일 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포럼에서 미국영화협회장으로부터 영화 ‘블랙팬서’ 감독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선물로 받은 윤 대통령은 “블랙팬서가 부산에서 주요 장면을 촬영했던 것처럼, 양국이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영화협회 소속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NBC유니버설,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콘텐츠 기업이 참석했다. 또 CJ, SLL, 왓챠, 에이스토리, 래몽래인,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와 배우 이서진 씨 등 한국 콘텐츠 제작사와 문화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디즈니, 파라마운트, 넷플릭스 등은 올해 4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K콘텐츠 업계 및 창작자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미국영화협회(MPA) 소속 6개 회사가 세계 영화 및 비디오 시장의 77%,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 콘텐츠 산업이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 포럼이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30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지난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대표 수출품인 가전(80억5000만 달러), 전기차(98억2000만 달러) 수출액보다도 높은 수준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미 양국이 반도체지원법(반도체법)에 대해 한국 기업들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핵심광물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확대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적용 등을 미국에 요청했다. 산업계에서는 논의의 방향성은 환영했지만 구체적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장관이 전날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를 열고 “반도체법과 반도체 수출통제 이행 과정에서 기업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공동선언문에는 △반도체법 이행 과정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 최소화 △반도체 수출통제 이행 과정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 최소화, 반도체 산업 지속력 및 기술 업그레이드 유지 △민관 반도체 협력포럼 설치 통한 연구개발(R&D), 기술 실적, 인력교류 추진 등이 담겼다. 미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조항에 따르면 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웨이퍼 투입량)을 5%까지만 확장할 수 있다.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도 올 10월이면 끝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IRA와 관련해선 미 상무부에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에 대해 적용 예정인 해외 우려 기업(FEOC) 가이던스가 발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조속한 가이던스 제정을 요청했다. FEOC인 중국 등에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한중 합작 법인이 많은 한국 기업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이 장관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도 당부했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반도체법과 IRA와 관련해 “한미 정상 간에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향에 대해선 명쾌하게 합의됐다”며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 달라는 예외적 조치를 위해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 논의하기로 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기업 부담 해소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협의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 없이 (양국이) 협의해서 잘하겠다고 하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공장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IRA 핵심 광물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를 시사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손익 여부도 주목된다. 27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의 대담에서 “IRA가 많은 인센티브를 창출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주요 광물 생산국과 청정에너지 기술 보유국 사이에 확대된 형태의 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물 클럽’이 될지 ‘광물안보협정’이 될지 우리가 이미 시작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뤄내야 할지 모색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광물 공급망과 연계된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으로 광물 협정을 확대하면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FTA를 맺지 않은 유럽, 일본과 핵심 광물 협정을 맺은 바 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워싱턴=장관석 기자 jks@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았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기업의 결합을 조건부로 최종 승인하며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에 인수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육해공 방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3년간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한화도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한다”라고 발표했다.● 육해공 방산 통합 시스템, 그린 에너지 사업 확장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 우주와 지상 부문에 해양을 합친 ‘방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최근 그룹 내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와 ㈜한화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며 방산을 그룹 미래 산업으로 재편 중이다. 대우조선의 잠수정 등 특수선 분야 기술력이 결합되며 기존 한화의 방산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그린 에너지 분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한화가 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 등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거나, 수소·해상풍력 등 한화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대우조선의 운송 기술과 결합해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간 ‘주인 없는 회사’였다. 2008년 한화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포기했다. 하지만 15년 만에 아들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다시 도전해 인수에 성공했다. 한화가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고 기업결합을 신고한 뒤 4개월 만이다. 한화는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는 조선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레이더와 통신장비 등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잠수함과 함정 등의 소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함정 부품 시장 점유율 1위 한화의 부품 공급과 잠수함 시장 점유율 1위 대우조선의 함정 건조까지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HSD엔진 인수까지 완료되면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 전 분야에서 자체 생산이 가능해지는 등 수출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공정위, ‘경쟁제한 효과’ 우려에 조건부 승인다만 공정위는 이번 한화의 인수에 대해 여러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산 시장이)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인 수요독점 시장이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수직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증대 효과를 고려해 필요 최소한의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정 부품의 견적 가격을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 간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 △함정 건조 업체가 방위사업청을 통해 부품 기술정보를 요청했는데도 부당하게 거절하는 행위 △경쟁사 영업비밀을 경쟁사 동의 없이 계열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3개의 시정조치가 붙었다. 공정위는 반기마다 한화로부터 이행상황을 보고받고, 3년 뒤 시정조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SK가스는 5, 6년 전만 해도 가정용이나 운수용 액화석유가스(LPG) 회사로만 인식됐는데 현재는 산업 수요와 석유화학 등 새 사업 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내년부터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 등 또 한 번 새로운 전환에 나설 예정입니다.” 윤병석 SK가스 대표(사진)는 26일 울산 남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모델의 ‘시프트(전환)’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5년 99.9%에 달했던 LPG 사업의 민간 소비 비중을 지난해 21.6%까지 낮추고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 모델을 다각화했다는 설명이다. SK가스는 2026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해 LNG, 수소 사업으로 다시 한번 사업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LPG 내 사업 모델 다각화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두 번째 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윤 대표는 “탄소중립은 하루아침에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브리지(다리)’ 역할로 탄소가 덜 나오는 LNG를 택한 것”이라며 “LNG 인프라는 수소 산업 인프라와도 비슷해 향후 수소를 활용할 때도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자단에 공개된 ‘울산GPS’는 SK가스의 사업 모델 대전환의 상징적인 장소다. 세계 최초로 LNG와 LPG 원료를 선택적으로 사용 가능한 발전소인 울산GPS는 현재 77%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이며 내년 9월 상업 운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발전 용량은 1.2기가와트(GW)로 원전 1기 용량과 맞먹는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280만 가구가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LNG와 LPG를 상황에 맞게 골라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으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LNG 가격이 폭등할 경우 가격이 저렴한 LPG로 원료를 대체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SK가스 LPG 저장기지가 3.5km, LNG를 공급하는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7.2km 거리에 있어 원료 공급이 수월하다. 울산 국가산업단지 등 대규모 전력 수요지에 위치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SK가스는 미래 사업으로 수소 사업을 낙점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40년까지 국내 시장 20%를 점유하는 3대 수소 사업자가 목표다. 자회사 SK어드밴스드가 생산한 부생수소, LNG를 통한 추출수소 등을 활용해 수소 생산을 계획 중이다. 울산GPS는 향후 수소 혼소 발전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울산=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탄소중립과 ESG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화그룹의) 발걸음이 글로벌 기준을 선도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해나가자”며 ESG를 주요 경영 화두로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그룹 차원의 ESG 활동 강화를 위해 2021년 한화그룹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분기마다 정기 회의와 임시 회의 등을 통해 계열사 지원과 자문을 위한 실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ESG 세부 활동과 관련된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도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이사회, 윤리 및 준법 경영, 환경안전경영, 사회공헌, 동반 성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제 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됐다. ‘함께 멀리’는 김 회장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공존과 상생의 키워드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미래 세대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는 기업만이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겼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달력을 2000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누적 부수 88만 부를 배포했다. ‘한화 태양의 숲’ 캠페인을 통해서는 탄소중립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숲 조성을 위해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 나무 1만2000그루를 심었다. 2012년부터 총 8곳에 ‘한화 태양의 숲’을 조성했고, 이를 모두 더하면 약 138㎡의 면적, 약 51만 그루에 해당한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최초로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먼저 한화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기존 1.7GW(기가와트)에서 5.1GW로 증설하고 내년에는 카터스빌 지역 잉곳·웨이퍼·셀·모듈 공장을 각각 3.3GW 규모로 신설할 계획이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 5단계 가운데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한곳에서 생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을 총 8.4GW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8.4GW는 미국 가구 기준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한화솔루션은 솔라 허브를 기반으로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지침에 따르면 솔라 허브 완공 시 기대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은 연간 1조 원으로 예상된다. 2032년까지 IRA 법안을 통해 지원받는 총 세액공제 규모는 8조 원 이상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은 밸류체인을 한데 모은 태양광 생산 기지 솔라 허브의 경쟁력을 토대로 현지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계획이다. 또 미국 전역에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을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발전 모듈 제조 기업을 넘어 발전소 설계·시공 역량을 활용한 종합 에너지 선두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올 초에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4월에는 미국 상업용 태양광 개발 업체 서밋리지에너지가 추진하는 공동체 참여형 태양광 사업 ‘커뮤니티 솔라’에 1.2GW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 배터리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효과’를 선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대 미국 합작공장 설립을 잇달아 확정하며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기업들은 한국에 총 19억 달러(약 2조5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차 보조금 혜택 복원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양국 간 경제동맹은 보다 강화되는 모양새다. ● 배터리 수혜는 극대화, 자동차 피해는 최소화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미국 내 신규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고 25일 밝혔다. 생산 물량은 연 3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전기차 30만∼50만 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양 사는 합작법인에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26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공장 부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25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날 미 전기차 신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바토 카운티에 SK온과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생산 물량은 연간 35GWh로, 연간 전기차 약 30만 대 물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하게 된다. 현대차그룹과 SK온은 이 공장에 총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은 50%씩 갖기로 했다. 2025년 완공 후에는 전기차 신공장은 물론이고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국내 완성체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내 합작공장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속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된 IRA 세부지침에 따라 현재까지 미국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던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조기 완공과 함께 안정적 배터리 수급이 필수다. 배터리 기업들로서도 IRA의 광물 규정 등을 충족시키는 것과 함께 가파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수요를 한 걸음이라도 일찍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투자와는 별개로 한미 정상회담이 반도체, 자동차 및 배터리 등 한국 핵심 산업에 대한 미 측 규제를 푸는 기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미 투자 확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국 기업 상호 투자로 한미 경제동맹 강화 미 측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경제적 관계와 유대 관계가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은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2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미국 내 6개 기업이 총 19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다. 에어프로덕츠는 그린수소 터미널과 크래킹 생산시설을 지어 청정수소 상용화 보급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플러그파워도 수소 분야에서 수소 분해 및 연료전지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온세미컨덕터와 그린트위드가 각각 전력반도체 생산시설과 반도체 장비부품 생산라인의 한국 설립을 결정했다. 친환경 분야에서는 아시아 최초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시설을 짓는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스와 친환경 초저온 물류시설을 만들기로 한 EMP벨스타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미 측에서도 스콧 스트라직 GE베르노바 대표이사,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게리 콘 IBM 부회장 등 다수의 경제인이 자리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배터리 관련 업계의 국내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SK온은 대전에 4700억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연구개발 시설을 확대하고, 포스코퓨처엠은 6100억 원가량을 투입해 포항에 양극재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24일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 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와 글로벌 품질관리센터(G-VC)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SK온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연구원 부지 연구시설들을 증축 중이며 올 하반기(7∼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각형과 LFP 등 신규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설비가 증설될 예정이다. 미래 배터리 개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는 지난해 12월 착공해 내년 상반기(1∼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에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위해 특수 환경설비를 갖춘 실험 공간 등이 들어선다. 배터리 품질 검증을 고도화하기 위한 관리 센터인 G-VC는 국내 배터리 품질 관리를 맡게 된다. 내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이날 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이사회를 열고 6148억 원을 투자해 경북 포항 영일만 4일반산업단지에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고 밝혔다. 연간 생산 4만6000t 규모의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공장이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5년에 준공한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은 2025년에 총 27만1000t으로 늘어나게 됐다. 포스코퓨처엠은 향후 추가 투자를 추진해 2025년까지 34만5000t 규모의 글로벌 양극재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번에 증산을 결정한 하이니켈 NCMA 양극재는 여러 소재 중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제조한 제품을 말한다.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전기차들의 고성능화 추세에 발맞춰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제품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LG전자가 미래 새로운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점찍고 물류로봇 등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나섰다. 처음으로 해외 물류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로봇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0∼23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물류박람회 ‘프로맷(ProMat) 2023’에 참가해 부스를 마련했다. LG전자가 물류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는 박람회 기간 동안 지난해 출시한 물류로봇 ‘LG 클로이 캐리봇’과 물류 관련 로봇 솔루션을 소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물류센터에서 활용 가능한 LG 클로이 캐리봇의 해외 출시 가능성과 해외 고객들을 상대로 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처음으로 참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물류 로봇 산업 확대를 위해 LG 클로이의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LG 클로이 제품군은 식당에서 물건을 나르는 ‘서브봇’, 방문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봇’, 물류 창고 등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캐리봇’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가이드봇과 서브봇은 미국에 출시됐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사업담당 내 해외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이달 16일까지는 물류로봇 사업의 국내·해외 영업 경력직 채용을 진행했다. 해외 물류로봇 시장을 개척하고 사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등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LG 클로이는 이미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로봇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공지능(AI) 물류 플랫폼 기업 파스토와 협업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달 5일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해 사내 카페에서 배송로봇이 식음료를 운반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9일에는 불규칙한 매장 바닥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진화된 서브봇을 새로 출시했다. LG전자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기간통신사업’을 추가한 것도 로봇 사업 확대와 연관이 깊다. 프라이빗 5세대(5G) 기술을 활용해 물류센터 등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캐리봇을 운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크고 복잡한 물류센터에서 수십 대의 캐리봇이 충돌 없이 큰 물건을 옮기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특화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로봇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올해 232억 달러에서 2030년 831억 달러로 연평균 13% 성장이 전망된다. 물류, 경비, 음식 제조, 서빙 등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도 로봇이 도입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물류 로봇뿐 아니라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물류센터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물류 솔루션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SK온이 미국 최고 권위 발명상으로 꼽히는 ‘2023 에디슨 어워즈’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스타트업이나 연구개발 전문기업이 아닌 글로벌 배터리 제조기업이 에디슨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SK온이 처음이다. 23일 SK온은 자사가 개발한 NCM9 배터리가 ‘EV 배터리 향상’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NCM9 배터리는 니켈 비중을 90% 수준까지 높인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다. 2019년 SK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니켈 함량이 많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주행거리와 출력 등이 뛰어나다. 다만 니켈 함량이 높아지면 열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내부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은 ‘Z-폴딩’ 기술을 개발해 안정성을 높인 점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D램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은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챗봇 보급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는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20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용량을 50% 높인 24GB 패키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기존 HBM3의 최대 용량은 D램 단품 칩 8개를 수직 적층한 16GB였다. HBM3는 대량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데 특화한 메모리로 평가받는다. 높은 반도체 성능을 요구하는 생성형 AI에 활용할 수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고객사가 HBM3 24GB 샘플을 받고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트 MR-MUF 기술도 적용했다. 어드밴스트 MR-MUF 기술은 반도체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는 공정이다.홍상후 SK하이닉스 부사장(P&T담당)은 “세계 최고의 후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속, 고용량 HBM 제품을 연이어 개발해 낼 수 있었다”며 “상반기(1∼6월) 내 이번 신제품 양산 준비를 완료해 AI 시대 최첨단 D램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확산과 관련 생태계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양국 간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기공식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최적의 파트너”라며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5년 상반기(1∼6월) 완공 목표인 HMGMA는 183만 ㎡(약 55만 평)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인간 중심 미래 공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HMGICS)에서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적용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비롯해 인근에 있는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등 3곳을 묶어 부품 조달, 공급망 관리를 함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배터리 합작공장도 추진한다. 여기에 현대차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84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5만8028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96.2% 증가한 성과를 거뒀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은 미국에서 성능과 안전성 등에서 호평받으며 현대차그룹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HMGMA가 본격 가동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3사도 미국 공장 건설과 합작법인 등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미는 전기차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연평균 33%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 GM(얼티엄1·2·3공장),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함께 합작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시간 단독공장 등을 포함하면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생산 능력은 250∼26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고객 추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공급사를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미 지역 내에서 EV 파우치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통해 제품 대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사와 전기차용 배터리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출범하면서 미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교두보를 확보했다. 양사는 각각 5조1000억 원씩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미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테네시 공장은 1554만 ㎡(약 470만 평) 부지에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과 함께 건립된다. 켄터키 공장 부지 면적은 총 628만 ㎡(약 190만 평)이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미 단일 부지 공장으로는 최대인 86GWh다.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82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부지를 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 달러 이상 투자한다. 합작법인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초기 연간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을 시작해 33GWh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 역시 31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막대한 재정 지출이 동반되는 법안들을 쏟아내는 국회가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환경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3년 세법개정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최고세율이 25%에서 1%포인트 인하됐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근거에서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방세를 포함하면 26.4%로 미국(25.8%), 프랑스(25.8%), 중국(25.0%), 대만(20.0%)보다 높다. 국내 기업의 투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해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때도 높은 세율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상향과 관련한 법안들도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기 힘들다. 재계는 대기업 R&D 세액공제율을 6%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반 산업 기준 대기업은 0∼2%, 중견기업 8%, 중소기업 25%로 차등 적용된다. 대기업의 경우 프랑스(30%), 영국(13%), 미국(최대 10%) 등보다 낮아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기 위한 투자가 위축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구광모 ㈜LG 대표가 배터리 소재 생산 현황과 공급망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았다. 18일 LG에 따르면 구 대표는 전날 충북 청주에 위치한 LG화학 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LG화학 양극재 생산의 핵심 기지로 불리는 청주공장은 글로벌 생산의 중심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 40% 이상을 차지하며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이날 구 대표의 방문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산업은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미리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도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구 대표는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의 핵심 경쟁력 기반이자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선도적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청주공장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생산한다. 청주공장의 연간 생산 양극재는 올해 기준 약 7만 t 규모다. 고성능 전기차 약 70만 대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청주공장과 함께 글로벌 생산라인을 합치면 연 12만 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경북 구미 생산라인이 가동될 경우 내년 연 18만 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이는 전기차 약 180만 대의 배터리에 사용 가능한 양이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양극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등 전지소재 사업 매출을 지난해 약 5조 원에서 2027년에는 약 20조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국회에 계류된 경제 관련 법안이 모두 그대로 통과될 경우 드는 재정지출이 수백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수당 등의 이름으로 특정 대상에 현금을 지급하는 법안들의 영향이 컸다. 17일 동아일보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1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경제 관련 계류 법안 1983건을 분석한 결과다. 1983건 가운데 비용추계서가 공개된 법안은 836건이었다. 비용추계서는 발의한 의안이 시행될 경우 소요될 재정 비용을 추산하는 자료를 말한다. 이 중 정부 재정이 순수 지출되는 법안 497개의 전체 추계 비용은 총 418조62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예산 638조7000억 원의 65.5%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회 발의 법안이 최종 통과된 비율은 19대 국회가 31.6%, 20대는 34.2%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의 추산 비용은 229조8600억 원이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농어촌주민 기본수당 지원법안’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청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각 61조9800억 원, 24조89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법안들에 담긴 비용 지출 시점은 2023∼2026년에 집중됐다. 5년 넘게 장기간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법안은 많지 않았다. 2023∼2024년에 전체 비용 중 37.1%가, 2025∼2026년에 43.0%가 투입된다. 2024년 4월에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2027년 3월에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계층이나 대상에 선택적으로 현금을 지원하는 법안들은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국가의 한정된 자원은 미래를 바라보고 엄중하게 선택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탄소세 거둬 국민배당’ 230조… 현금지원 8개 법안 비용 344조 [의원발의 법안 비용 분석]〈上〉 쏟아지는 재정지출 법안‘농어민 기본수당 월10만원’에 62조‘청년 40%에 월10만원씩’ 25조 필요선거前 지출 집중… 표심 겨냥 논란 17일 본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의 계류법안 재정지출 규모 분석에서 비용 지출이 큰 법안들은 대부분 특정 계층이나 대상에 대한 국민 배당 및 지원금 지급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비용 지출 규모 상위 20개 법안 가운데 8개가 이에 해당된다. 8개 법안의 추계비용 합산액은 344조 원에 달했다.● 탄소세 배당 230조 원, 농어촌 주민에 62조 원 현금 지급 재정 지출 비용이 가장 큰 법안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이었다. 탄소배출량 초과분에 대해 기업들에 부과하는 탄소세 세입 전체를 대한민국 국민과 결혼이민자, 영주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 탄소세 배당의 형태로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향후 5년간 총 229조8600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비용추계서를 통해 밝히고 있다. 탄소세 배당의 경우 거둬들인 세금을 분배하는 안인 만큼 재정적으로는 중립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 법안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탄소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세수 역진성이 발생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본래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산업계에 그 유인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한 정책을 짜야 하는데 이 법안은 결국 ‘있는 곳에서 짜내 없는 사람 주겠다’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농어촌주민 기본수당 지원법안’이다.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10만 원씩을 기본수당으로 지급하는 안으로 5년간 총 61조9821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책정됐다. 세 번째는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청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소득 기준으로 전체 중 100분의 40에 해당하는 청년에게 월 10만 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는 법안에 5년간 약 25조 원이 소요된다. 이외에 주거급여를 확대 지급하는 ‘주거급여법 일부개정안’(7조4143억 원), 제대한 군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대군인지원에관한법률 일부개정안’(7조392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농민이나 청년, 전역 군인 등 특정 사회적 대상을 선정해 정부 재정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선심성’ 논란이 따른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부 교수는 “현금을 지급한다고 수혜 대상의 생활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며 “정책 효과는 미미한데도 미래 세대의 비용을 당겨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지출 시점, ‘5년 이내’가 대부분조사 대상 법안들은 발의 시점과 내용에 따라 2020∼2033년 14년간 해당 비용들을 지출하는 것으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실질적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간 나가는 비용이 406조3696억 원으로 전체의 9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예상되는 추계비용 합계액은 2024년 83조5000억 원, 2025년 91조7000억 원, 2026년 88조6000억 원으로 3년간 특히 가장 많은 비용이 집중됐다. 2024년 4월 총선과 2027년 3월 대통령선거 사이의 기간이다. 2021년(10억 원), 2022년(4조6000억 원), 2028년(4조6600억 원), 2029년(1조4300억 원) 등에서는 지출 비용이 수직 낙하했다. 큰 금액의 예산이 드는 법안들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의 접근보다 발의 후 5년 이내에 대부분 비용이 소요되는 단기적·근시안적 접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조사팀장은 “과도한 재정 지출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는 만큼 법안 발의 시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용추계의 내실화를 위한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법안의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비용의 총액을 산정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준칙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안 하나하나의 비용 구조를 검증하는 것은 어렵지만, 법안 발의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고려하기 위해 전반적인 재정 준칙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경제 관련 상임위 의원 발의 계류법안 중 비용추계서가 있는 법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상임위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7곳이다. 비용추계서 기준 시나리오가 여러 개인 경우 최상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분석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