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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국정감사가 정상적으로 재개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가 3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인터뷰한 결과 여러 현안을 놓고 각 당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4일부터 정무위원회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상태에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국감을 한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 과정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도 충돌이 예고됐다. 더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미르·K스포츠 재단뿐 아니라 대기업으로부터 의심스러운 모금을 받은 다른 재단의 의혹까지 국감에서 철저히 밝힐 것”이라며 확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 출석 문제도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이미 기관 증인으로 채택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도 “정 원내대표가 제일 먼저 얘기했고, 약속했다”며 압박했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서 국감 이후 여야 관계도 험난할 것임을 보여줬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은 반드시 논의 테이블에 올려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정세균 국회의장은 3일 5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회의 참석차 호주로 출국하기에 앞서 단식 중단 후 입원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문병하고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여야 3당은 상임위원회별 국정감사 일정 연장 등 의사일정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20대 첫 정기국회는 외견상 본궤도로 돌아오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어정쩡한 봉합 속에 ‘원내 전쟁’이 다시 불붙을 태세다. 3당 원내대표들로부터 국회 파행의 원인과 쟁점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새누리 정진석 “정세균 의장 형사고발 당장은 철회 안해… 차차 얘기”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 그게 우리가 투쟁한 본질적 이유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1과제로 추진할 현안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 안팎에서 제기된 ‘빈손 회군(回軍)’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정치적 셈법으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의회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원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조건 없이 국정감사에 복귀했고 ‘정세균 방지법’ 이름 철회와 정 의장 비판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기로 한 상황에서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 논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 의장을 상대로 한 형사 고발을 취하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당장 계획은 없다. 차차 얘기해볼 것”이라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고발 취하를 대야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향후 국감에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야당의 맹공을 막아내야 하는 것도 새누리당의 숙제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수용할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지만 이날은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 답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더민주 우상호 “기업돈 받은 다른 재단 의혹도 국감서 파헤칠것” “국회법 개정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회의장 중립성 강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에 반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정세균 방지법’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치라는 게 한번 이름이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것 아닌가”라며 “특정인(정세균 국회의장)을 욕보이려고 하는 법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정 의장에 대한 형사고발도 즉각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상 여야 대치 국면이 끝나고 국회가 정상화되면 공방 과정에서 나오는 강경한 조치들은 터는(털어내는) 게 도리다”라며 “국회의장을 형사고발한 전례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여야가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정 의장과 연관된 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당은 국정감사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각종 의혹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기할 방침이다. 우 원내대표는 “미르·K스포츠 재단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부터 의심스러운 모금을 받은 다른 재단의 의혹까지 국감에서 철저히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국감 증인 출석에 대해서는 “이미 기관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법인세 인상-부자증세, 내년 예산안에 묶어 처리” “한번 검토해 볼 만한데….”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에 대한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원내 1, 2당 원내대표의 팽팽한 대치 속에 ‘중재역’을 염두에 둔 박 원내대표 특유의 제스처인 셈이다. 다만 그는 “선이후난(先易後難·쉬운 것부터 풀어가다), 구동존이(求同存異·차이를 인정하며 공통된 것을 추구하다) 아닌가”라며 “논의해 보자고 했지만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국회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단식 등으로) 정국 주도권을 정부와 청와대에 넘겨준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한 더민주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두고도 “대통령이 고집을 피워도 여소야대의 국회의장이 좀 어른스럽게 했으면 훨씬 더 큰 정치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국정감사 출석 논란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가 제일 먼저 얘기했고, 약속했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법인세 인상 개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 논란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며 반드시 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길진균 기자 leon@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30일 닷새째 이어진 ‘반쪽 국감’으로 야당 단독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특별감찰관실에 대한 국감은 피감기관 직원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렸다. 청와대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인사혁신처가 특감보와 특감과장, 감찰담당관 5명 등 7명의 특감실 직원에 대해 ‘이석수 특감의 사직으로 인해 자동 퇴직된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따라 지난달 27일 면직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감찰했던 특감실 직원들이 국감 기관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면직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73)의 돌발 행동으로 파행을 반복했다. 이 원장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원로학자다. 이 원장은 “원장직 수락 전 청와대나 교육부의 지시나 협조 요청을 받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의 질의에 “목숨을 걸고 얘기하는데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신체적으로…”라며 답변 도중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를 떴다. 이후 화장실 독백이 논란이 됐다. 더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화장실에서 ‘내가 안 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한테 이런 수모를…’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직접 들었다”고 따졌다. 원장은 이를 부인하다가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제가 나이를 먹었어도 부덕하다. 쉽게 흥분하고 화도 내는데, 잘못된 태도로 회의를 지연시킨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감 파행 나흘째인 29일 여당 의원이 위원장인 일부 상임위원회에서 야당 간사가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당 원내지도부는 그동안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당 소속 위원장 상임위에서의 ‘사회권 발동’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지만 일부 소속 의원이 직접 사회권 행사에 나서면서 새누리당 못지않게 영(令)이 안 서는 형국이 됐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감사원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의 사회로 처음 국감을 열었다. 야당은 참석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권 위원장에게 오전 11시까지 출석해 달라는 내용의 출석요청서를 보냈지만 권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자 국감 개의선언을 했다. 박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야당 제1교섭단체 간사로서 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에 국감에 복귀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만 하고 오전 11시 반경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날 경찰청 국감이 예정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고 백남기 씨 부검영장 발부를 비판하는 ‘릴레이 발언’을 했다. 강제로 사회권을 행사하진 않았지만 새누리당의 출석을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위원장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오후 더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의 사회로 국감을 진행했다. 뒤늦게 도착한 새누리당 간사 박대출 의원이 항의했고, 고성이 오갔다. 박 의원은 “위원장이 사회권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회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에서도 사회권을 발동해 단독으로 국감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간사인 더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미방위가 열리고 있는 만큼 사회권 이양을 다시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은 “국감 일정을 다음 달 4일로 연기해 새누리당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4일 이후에는 여당 참석과 상관없이 국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은 국감 보이콧 당론을 깨고 국감에 복귀했다.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가운데 국감을 연 것은 국방위가 처음이다. 국방위 소속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엔 여야가 없다고 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길진균 기자}
인사혁신처는 3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초선 A 의원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A 의원은 최근 문제를 일으킨 일부 공직자의 재산 공개 자료를 요구했다. 인사혁신처는 법적으로 공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제출했지만 A 의원은 “비공개 자료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인사혁신처가 난색을 표하자 A 의원은 “그렇다면 (공직자 재산관리 등을 담당하는) 전·현직 공직자윤리위원장, 전·현직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나섰다. 안행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들은 민간인 신분으로 지금까지 국회에 증인으로 선 적이 없다. 만약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앞으로 아무도 이 자리를 맡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난감해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적지 않은 초선 의원들이 ‘갑(甲)질’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의원 300명 중 초선은 132명으로 전체의 44%다. 이들은 국회 입성 때만 해도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요즘 초선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한 부처 관계자는 “센 권력을 쥔 양 들떠 있는 모습이 과거보다 (갑질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했다. ○ 국회 입성 4개월 만에 힘 들어간 어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초선 B 의원은 종합 국감의 증인 및 참고인 56명 중 12명을 혼자 신청했다. 의원 1인당 평균 신청 현황(1.86명)의 6배가 넘는 수치다. 국토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 최고경영자(CEO), 항공사 관계자 등을 망라했다”며 “과거 국감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많은 숫자”라며 혀를 찼다. 정무위원회, 국토위 소속 일부 초선 의원들은 국가 현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경제 관련 부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C 의원이 요구한 ‘자료 폭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C 의원은 “최근 5년간 장·차관이 참석한 모든 회의의 회의록 일체, 장관의 공식·비공식 일정과 해당 일정의 세부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부처 관계자는 “그 많은 회의와 행사를 어떻게 다 찾아볼 수 있겠느냐”며 “피감기관을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피감기관을 하대하는 초선 의원들도 적지 않다. 야당 D 의원은 피감기관 공무원들에게 “이러면 내년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느냐”, “정권교체 되면 두고 보자” 등의 막말로 원성을 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당 E 의원은 피감기관 국·과장들을 수시로 의원회관으로 호출하고 있다. 보건복지위 산하 부처 관계자는 “업무의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달라며 국·과장들을 가정교사처럼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임위 파악 미숙, 지역 민원, ‘한 방’의 유혹… 더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무더기 증인 신청과 관련해 “지역 민원 관련 기업, 기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놓고 현안 해결과 협상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전직 의원은 “대기업 CEO 등을 ‘묻지 마 신청’ 하는 것은 이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다른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증인 채택에 ‘사감(私感)’이 깔려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초선 의원이 구태를 반복하는 것을 바꾸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초선 의원들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상임위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 파악이 안 되니 무더기 자료 신청, 피감기관 괴롭히기 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원이 얼마나 많은 정책 개선을 이뤄냈는지로 평가하는 토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치 국면 부채질하는 ‘행동대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촉발된 여야의 대치 국면에서도 초선들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례대표 출신의 F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 공관을 점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당 일부 초선 의원들은 28일 의총에서 “원내지도부가 너무 약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회권을 확보해 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현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게 사실”이라며 “국회의원이 되기 전 머릿속으로 그렸던 의정활동 대신 정쟁만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세종=손영일 기자}
“요즘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서로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 국민의당이 세게 나가겠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7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은 극한 대립으로 맞서고 있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에서 연일 양당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키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마다 태도가 바뀌는 ‘갈지(之)자 행보’로 양당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면서 정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두고 국민의당은 오락가락했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이 김 장관 해임안을 제출한 21일 국민의당은 야3당 합의를 깨고 이에 불참하면서 새누리당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제3당의 존재감을 찾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본회의 표결 때는 김 장관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더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현 정부에 부정적인 야권 지지층을 의식해 이틀 만에 야권 공조로 돌아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25일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 의사를 밝혔을 때도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상임위) 개회를 하지 않으면 사회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해임건의안을 주도한 더민주당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강경 발언이었다. “더민주당도 같은 결정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랬던 국민의당이 26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감 2, 3일 연기’라는 휴전 제안을 즉각 수용하면서 더민주당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여야 원내지도부 사이에선 “이제 박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의 ‘조롱 정치’도 도마에 올랐다. 26일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향해 “대통령께는 말 한마디 못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 푸하하, 코미디 개그”라고 비꼬았다.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 대표가 즉각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27일엔 “국회의장의 국감 연기 제안을 더민주가 받아들였다면 이 대표도 단식을 못 했을 것”이라며 더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여야를 오가는 가벼운 발언이 국회의 대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제3당의 성과를 낸 건 여야의 적대적 공존을 뛰어넘는 촉매제 역할을 해 달라는 국민 바람에 따른 것이다. 그런 국민의당이 요즘 중재는커녕 불화만 가중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지난 100일 동안 저는 초선이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6선·사진)은 22일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묻자 “초심으로 열정적으로 일했던 그때(초선 의원 시절)의 심정으로 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실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시사해 여당으로부터 중립성을 위배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13일 미국 방문 당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면담 때에는 “야당은 근본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며 배치 찬성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2일 다시 사드 배치에 대해 “내가 정부라면 당연히 국회와 협의하겠다”며 각을 세웠다. 국회 비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견제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정부가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이제)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포대 용지 선정과 관련해 상황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제재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창조적 해법을 찾아 초당적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론과 관련해선 “핵무장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정 의장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 미국의 주요 인사들도 “펄쩍 뛰었다”고 전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북핵 문제에 대한 정 의장의 스탠스를 미국 정계나 싱크탱크도 비슷하게 취하고 있지 않느냐”며 “추석 연휴 방미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야당이 추진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도 시사했다. 그는 “여야 간 조율이 되지 않아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해야 할 상황이 오면 법인세법을 비롯해 세입과 관련된 법안은 당연히 지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예산안 처리 기한인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19대 국회 당시 야당은 국회의장을 향해 법인세법 개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촉구한 바 있지만 새누리당 출신 국회의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1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국민의당이 이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해임건의안의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9일 동안 업무를 수행한 신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명되자마자 자기가 흙수저여서 질타를 받았다고 밝히는 분이 대한민국 장관으로 적임자인지 대단히 회의적”이라며 “이번 해임건의안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좀 더 적절한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하라는 인사혁신을 촉구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은 23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더민주당(121명)과 정의당(6명) 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져도 재적 의원의 과반수(151명 이상)에 미치지 못해 가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장관 해임은 직을 수행하면서 과오가 있을 때 쓰는 극단적인 카드”라며 “의석수가 많다고 걸핏하면 장관 해임하고, 이렇게는 협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21일 오전 7시 반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조찬 회의에는 ‘김영란 메뉴’가 등장했다. ‘9000원짜리 전복죽’이 그것. 반찬은 김치, 무말랭이, 콩자반 등 세 가지로 간소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28일 시행을 앞두고 회의를 주재한 총리실이 기존 식단을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총리실은 전날 저녁 정부서울청사 인근 식당에 미리 조찬을 주문했고, 총리실 직원 2명이 이날 오전 7시 직접 식당에서 전복죽을 받아 총리공관까지 ‘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고위 당정청 조찬회의의 경우 총리실은 호텔식 케이터링 서비스로 죽과 계란찜, 장국 등의 조찬을 준비했다. 비용은 1인당 3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제공된 식사는 정부의 공식 행사에 해당돼 김영란법이 정하는 음식물 가액기준(1인당 3만 원)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예행연습 차원으로 식단을 대폭 조정해 제공했다”며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아니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사진)는 20일 “고통 분담은 상위 1%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며 ‘3대 대압착 플랜(계획)’을 내놓았다. 심 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해법은 간단하다. 높은 천장은 낮추고 바닥은 끌어올리면 된다”며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의 뉴딜 경험에서 보듯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대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 임원의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공기업 임원은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아동 청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심 대표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핵 동결을 목표로 한 신(新)페리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1999년 당시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북한 조명록 제1부위원장과 만나 핵, 미사일 개발 중단과 대북 포용정책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실패할 경우 강경 정책을 사용하기로 한 대북정책이다. 심 대표는 또 “소녀상은 한일 시민 모두에게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기억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책”이라며 국회에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김종필(JP·사진) 전 국무총리의 ‘훈수 정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버릇처럼 “서쪽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고 싶었다”고 말해 왔던 올해 만 90세의 JP가 유력 대선 주자들을 향해 적극적인 조언을 이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일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다. JP는 반 총장에겐 “결심한 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는 취지의 구두 메시지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15일 미국 뉴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두 야당 원내대표와 반 총장을 면담했다. JP는 지난달 19일 서울 청구동 자택을 찾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안 전 대표와의 냉면 회동을 제안하며 “(DJ처럼)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확실하게 설명하라. 안 전 대표도 (국민을) 설득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 총장에게는 관료 출신의 한계를 불식시킬 수 있는 사생관(死生觀)을 가지라는, 안 전 대표에게는 ‘DJP연대’를 결단했던 DJ의 서생의 문제 인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의 약점을 ‘콕’ 짚어 주는 훈수를 둔 것이다. 반면 13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청구동을 찾았을 때 JP는 차기 대선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추 대표에게 “야당이 따질 것은 따지고 도와 줄 것은 도와 줘야 한다”며 야당의 역할을 강조했을 뿐 최근 더민주당 내 대세론이 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992년 치러진 14대 대선 이후로 충청의 표심은 방향타 역할을 했다. 승리한 편에 충청 표심이 깃들어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JP는 늘 승자의 편이었다. 14대 대선에서 JP는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의 기틀을 마련했고, 97년 대선 때는 DJP 연합으로 공동 정권을 만들었다. 2002년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경쟁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 요청을 거절하고 중립을 선언했다. 진보와 보수 일대일 구도에서 JP의 ‘중립 선언’은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JP는 17, 18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차례로 지지하는 등 권력의 흐름을 읽어 내는 탁월한 감각을 보여 줬다. 이 때문에 그가 문 전 대표를 빼고 반 총장과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반 총장과 안 전 대표를 묶는 제3지대 통합 움직임 또는 개헌과 연관 짓는 관측이 나온다. JP는 내각제 개헌론의 원조다. 반 총장도 차기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경선 참여가 아닌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박 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정치 10단, 정계 최고 원로께서 하신 말씀을 음미하고 있다”고 썼다. JP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대선 후보들이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며 “여권은 물론 DJP연대로 야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반감이 덜한 JP가 그 고리가 될 수 있겠지만 한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JP가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한 적이 있었지만 내년 대선에까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대선주자들도 자칫 ‘구시대 정치’에 기댄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당론에 대해 “청와대가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계속 거부하는 마당에 당론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를 의총에서 한 번 더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사드 문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좀 더 찬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MBC가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62.4%로 ‘공감하지 않는다’(31.9%)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사드 배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의당도 출구전략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원내수석은 “안철수 전 대표나 박지원 원내대표 등과 상의한 것은 아니고 단지 추석 민심을 반영한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추석 민심을 겨냥한 여야 대선 주자들은 13일 귀성길 인사, 재래시장 방문은 물론이고 전날 국내 최대(리히터 규모 5.8) 지진 발생에 따른 안전까지 챙기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13일엔 부산역에서 명절 인사에 나섰다. 추석 연휴 동안에는 부산 중·영도구 복지시설 등을 찾을 예정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정부는 (전날 지진에 이은) 여진 발생으로 추가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추석 연휴 동안 각각 경기와 대구 지역 전통시장을 찾아 물가 점검 등 민생 행보에 나선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경주 월성원자력본부와 부산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지진 안전성을 확보할 때까지 원전 추가 건설은 중단돼야 한다”며 “월성과 고리에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는 계획은 취소하고 설계수명이 넘은 노후 원전은 즉각 가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도 오전에 서울 용산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한 뒤 경주로 이동했다. 더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진 진앙인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등을 찾아 피해 현황을 점검했다. 여야 대표들은 정부가 전날 지진 발생 대응에 미흡했음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폭염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긴급문자를 보냈던 국민안전처가 가장 큰 (지진) 재해 때는 제대로 문자 알림을 하지 않아 우려가 크다”며 보완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변한 건 국민이지, 국가 시스템은 여전히 안 바뀌었다는 비난이 나온다”고 지적했다.길진균 leon@donga.com·강경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불쑥 대북 특사를 파견해 남북대화를 재개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보이지만 핵실험 등 잇따른 북한의 도발 속에 먼저 대화와 협상을 제의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3당 대표 회동에서 “북한에 대북 특사를 보내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에서 특사와 대북 문제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더민주당 중심으로 특사 파견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윤관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지금 대화하는 것은 북한에는 시간 벌기만 되는 것”이라며 “그들은 대화의 시간에도 핵 고도화를 멈추지 않았다. 대화를 하는 것은 국제 공조에도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추 대표가 “박 대통령도 북한 특사로 간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저는 특사가 아니라 민간단체 자격으로 방북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지만 특사 자격은 아니었다. 추 대표의 뜬금없는 대북 특사 제안은 당내의 사전 논의 절차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최고위원들에게 “과거 야당일 때 박 대통령이 방북했던 것처럼 야당을 활용하시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사 파견 제안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는데도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협상을 하더라도 불리해질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특사를 보내는 것은 몰라도 우리가 먼저 특사를 제안하면 안 된다”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이다. 이번 6박 8일간의 방미(訪美)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동행한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행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첫 비공개 만찬에서 전격 결정됐다고 한다. 정 의장이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한국 의회의 단합된 모습을 미국 의회에 보여주자. 국익을 위해 외교 활동만큼은 협력하자”고 제안했고 원내대표들은 흔쾌히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위기가 고조됐다. 정 의장 일행은 예정된 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미국 및 국제사회의 주요 인사와의 만남이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주요 이슈다. 정 의장 측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고, 굳건한 한미 관계 구축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국회의장의 외국 방문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만날 라이언 의장은 차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꼽힐 만큼 당내 영향력이 크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공화당 매파의 기조를 파악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또 미국 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외교협회(CFR), 브루킹스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만난다. 다만 이번 방미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개회사 논란을 일으킨 정 의장과 사드 배치에 찬반이 엇갈리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미국 인사들을 만나 자기주장을 고집해선 안 될 일이다. 정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국익을 위하자’고 합의했던 것처럼 이번 방미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또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의 신뢰를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추석 명절까지 제쳐두고 간 미국행 아닌가.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야권의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1일 추석(15일) 연휴를 앞두고 각각 광주와 제주에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광산구 그린카진흥원에서 “광주형 일자리와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사업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광주 방문은 4·13총선 이후 3번째다. 호남행(行)으로는 8번째다. 그동안 공식 기념행사나 개인 일정에 한정했던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의 반문(반문재인) 정서 극복 의지를 내비치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광주 민심, 호남 민심을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비전과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4·13총선을 앞두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자리에서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권 교체는 당이나 개인 정치인을 뛰어넘는, 우리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명적 과제”라며 “정권 교체를 향한 국민의 간절함을 받아들이면서 노력하다 보면 통합이든 단일화든 다 길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제주에서 “내년 대선에서는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제주도당 초청 강연에서 “양극단 기득권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우리나라는 다시 후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더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동시에 ‘대선 완주’의 의지를 다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으로 비유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등이 비판한 것을 두고 “아마 저 높은 데서 누군가 화를 내니 거기에 따라 (비난)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사회단체 측 지지자들이 주축이 된 ‘희망새물결’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창립식을 여는 등 박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치권은 희망새물결을 박 시장의 대선 외곽 조직으로 보고 있다. 12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 시장은 앞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가 여전히 갈등을 조장하는 민맹(民盲·민생에 눈감은) 정치에 머물러 있다”고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길진균 leon@donga.com / 제주=황형준 기자}
여야 3당 대표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일제히 규탄하면서도 각각의 행보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 주도의 개헌 논의에 대해 “개헌이 정국 갈등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정 세력이 지나치게 나서서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논란에 침묵한다는 지적에는 “쓴소리의 목표는 실현이어야지 정치적 이용이어선 안 된다”며 “생각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8·9전당대회 당시 약속한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이미 연구를 맡겼다. 연말쯤 당내에서 공론화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 간 ‘담론 경쟁’을 두고는 “정책들에 대한 생각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며 “모병제를 포함해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의 활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외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만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이 당내 반발에 막혀 취소됐지만 하루 만에 ‘통합 행보’를 재개한 모양새다. 추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은 애가 타고 속이 터진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큰 분열을 겪었고 올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2차 분열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저희는 뿌리가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0년대까지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 함께하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척점에 섰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김 대표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보위·국방위·외통위·비대위 연석회의를 소집한 뒤 오후엔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로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온다)’ 원칙에 따라 호남으로 향했지만 12일부터는 9일 동안 미국을 찾는다. 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한 뒤 15일엔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대통령 당선자가 전(前) 정부의 인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신(新)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이다. 김 의원이 6일 대표 발의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지명을 위해 전 정부 청와대와 정부 각 부문에서 생산한 인사(존안) 자료를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특정 후보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국가의 인사시스템을 바탕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능력 있고 깨끗한 인물을 발탁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야3당이 5일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합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권에 대한 입법부의 ‘월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국회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한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하며 인사청문 제도 개선을 위해 야3당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부적격’ 의견을 받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의 임명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뜻이다. 야3당의 이 같은 합의를 두고 충분한 법률 검토 없는 즉흥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대법관,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장관 등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국회에서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것을 야3당이 막겠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아무리 국회라도 헌법 정신에 벗어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을 만들 수는 없다”며 “국무위원 임명은 삼권 분립의 취지에 따른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야3당의 합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정세균 국회의장은 2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진심이지 다른 어떤 사심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또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만 밝혔다. 정 의장은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무는 있지만 ‘정책적 중립’의 의무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의장 해임 촉구 결의안’은 철회했지만 “의장이 국회법을 위배했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회의장도 정치인인 만큼 토론회 등에서 정치적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국회 개회사 등을 통해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편향된 견해’를 밝히는 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헌법이나 국회법에 명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 위배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정치적 중립을 바탕으로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입법부 관행을 위반한 셈”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병우 사건 언급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여야 정쟁 대상은 되지만 중립적인 의장의 몫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출국을 하루 앞두고 정 의장이 공개적으로 ‘사드’ 비판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중, 한-러 외교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신네 나라 서열 2위인 국회의장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데 왜 강행하려 하나’라고 물으면 박 대통령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