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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3총선에서 서울 지역 선거 결과는 14대 총선과 비슷할까, 15대 총선과 비슷할까. 1992년 14대 총선과 1996년 15대 총선, 그리고 이번 20대 총선은 야권에 중량감 있는 제3세력이 등장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를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4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주자유당, 야당인 민주당의 양자 구도에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대선을 겨냥하며 창당한 통일국민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일국민당은 당시 서울 44개 전체 지역구 중 41곳에 후보를 냈고 2석을 얻었다. 당선자 2명을 제외한 후보들은 최소 4.6%, 최대 31.8%로 평균 20% 안팎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당시 서울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25석을 차지했고 민자당은 16석에 그쳤다. 통일국민당이 야당이긴 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여권 분열이었다는 얘기다. 당시 통일국민당에 참여했던 정치권 인사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념 성향으로 보면 지금 국민의당보다 좀 더 오른쪽에 있었고, 여권 성향 지지층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1996년 4월 총선은 제1야당이던 통합민주당에서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새정치국민회의로 옮겨가 새로운 제1야당을 이루면서 야권이 갈라졌다. 새정치국민회의는 1995년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했다.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나온 의원들로 이뤄진 것은 새정치국민회의와 비슷하지만 의석수로 보면 통합민주당과 흡사하다. 통합민주당은 서울 47개 전체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냈지만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승자는 27석을 얻은 여당 신한국당이었다. 새정치국민회의는 18석에 그쳤다. 사실상 처음으로 여권에 서울을 내준 선거였다. 통합민주당이 잠식한 야권표가 승부를 가름한 지역구가 많았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14대 통일국민당과 같은 결과를 낳을지, 15대 통합민주당의 효과를 나타낼지, 아니면 제3의 존재감을 과시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호남이다. 14대 때 민주당과 15대 때 새정치국민회의는 서울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호남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호남 37석 중 36석을, 새정치국민회의는 호남 39석 중 37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현재 호남에서는 제1야당인 더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 우세하다는 게 정치권 공통의 평가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호남의 탄탄한 지지 기반을 선거일까지 유지한다면 국민의당이 서울에서 의외의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증권업계에서 ‘돈키호테’로 통했던 더불어민주당 주진형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 1일 또다시 새누리당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이분은 연막전술용”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 냈다. 그는 최근 강 위원장을 향해 “완전 허수아비”, “집에 앉은 노인” 등의 인신공격성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막말 비판이 일자 최운열 국민경제상황실장이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앞으로 더 신중히 표현하겠다”며 ‘대리 사과’를 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주 부실장은 “전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며 직접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상황실 일일경제 브리핑’을 하면서 “뜬금없이 대기업 연구개발(R&D) 혜택을 준다든지, 자금 지원을 해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신 분이 얘기를 하니 여당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강 위원장은 3년 전에 이미 증세 없는 복지는 말도 안 된다고 했다”며 “같은 얘기를 유승민 의원이 하니 당 정체성을 해친다고 쫓아내면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분은 선대위원장으로 모셨다. 그래서 이분은 연막전술용”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주 부실장이 브리핑할 때마다 솔직히 조마조마하다”고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012년 19대 총선 때의 압승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자기 경고의 메시지다. 19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2위와의 득표율 격차를 15%포인트 이상 내며 대승한 지역들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곳이 많다. 이른바 수도권 야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일여다야+‘후보 피로도’ 19대 총선에서 더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을 포함해 야권이 차지한 수도권 68석(당시 전체 112석) 중 15%포인트 이상의 득표율 차로 낙승한 지역은 서울 5곳, 인천 1곳, 경기 7곳으로 모두 13곳이다. 이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가 실시된 지역 6곳에서 경기 화성을을 제외한 5곳이 오차범위 내 접전이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총선 때 26.9%포인트로 야권이 수도권 최다 득표율 차 승리를 했던 서울 구로을에서 더민주당 박영선 후보(3선)와 새누리당 강요식 후보의 격차가 한 자릿수(7.5%포인트·3월 31일 조선일보)로 좁혀졌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가져간 9.8%를 더해도 격차는 17.3%포인트다. 지난 총선 때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서울 광진을도 비슷하다. 더민주당 4선 의원인 추미애 후보는 직전 총선에서 16.2%포인트 차로 이겼다. 그러나 이날 같은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정준길 후보에게 0.2%포인트 앞서는 걸로 나왔다. 국민의당 후보가 가져간 8.6%를 감안해도 8%포인트 가까이 격차가 줄어든 셈이다. 서울 노원병은 19대 때 야권연대 결과로 당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가 17.6%포인트 차로 낙승했다. 2013년 4·24보궐선거 때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가 27.7%포인트 차로 이겼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SBS 조사에서 국민의당 안 후보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의 격차는 5.3%포인트였다. 더민주당과 정의당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17.1%포인트를 감안해도 4·24보선 때 득표율 차에 미치지 못한다. 역시 19대 때와 후보가 바뀌긴 했지만 경기 수원정도 마찬가지다. 더민주당 현역 의원인 박광온 후보와 새누리당 박수영 후보의 격차(3월 13일 경기일보)는 2.4%포인트. 19대 때 더민주당 김진표 후보의 22.1%포인트와는 큰 차이다. 이런 결과는 우선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더해도 19대 총선 때 득표율에 못 미치는 지역은 다른 요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다선 의원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피로도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실장은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더딘 상황에서 ‘박근혜 심판론’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초접전 양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86그룹도 ‘백병전’ 더민주당 현역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도 상당수가 고전하고 있다.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이인영(서울 구로갑) 등 10여 명의 현역 86그룹 후보 중 절반 이상이 접전을 치르고 있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우 후보는 다섯 번째 맞붙는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3월 23일 연합뉴스·KBS)가 나왔다. 이인영 후보도 3월 28일 한국일보 조사에서 새누리당 김승제 후보를 0.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 당 경선에서 패배하고 구로갑으로 방향을 튼 국민의당 김철근 후보의 표 잠식도 부담이다. 경기 성남 중원에 나선 은수미 후보는 같은 조사에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 서울 강서을 진성준 후보는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매일 108배(拜)’를 31일부터 시작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셀프 공천’ 파동 여파로 당무를 거부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비대위에 참석해 비례대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우윤근 의원 등 일부 비대위원은 이날 밤 김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 밤늦게까지 설득했고, 김 대표는 일단 23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공천 관련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윤근 박영선 표창원 김병관 비대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다른 4명의 비대위원도 23일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서울 강남갑 등 전국 8개 지역 공천자를 인준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은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친노(친노무현)·운동권이 주축인 중앙위원회가 순번을 뒤집고 김 대표 추천 인사를 뺀 비례대표 명단에 대해선 “알아서 하라”며 재가를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중앙위가 자신을 비례 2번에 올린 것도 거부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에서 제외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우윤근 비대위원도 “대표가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을) 나갈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하루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당초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명단을 당 중앙위가 뒤바꾼 데 대해 김 대표가 ‘사퇴 카드’로 반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김 대표 측은 언론에 “김 대표가 사퇴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이 거의 완료되자 비대위와 중앙위원회가 본색을 드러내며 친노의 당으로 가기 위해 대표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느끼고 있다. 김 대표가 완강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문재인 전 대표는 급히 상경해 김 대표 자택을 찾았다. 문 전 대표는 50여 분간 김 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우리 당의 간판으로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태까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날 욕보이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분당 사태 이후 안정을 찾는 듯했던 더불어민주당이 4·13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파국 일보 직전에 몰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당무 거부에 제1야당 더민주당은 21일 하루 종일 우왕좌왕했다. 더민주당 비대위는 이날에만 김 대표를 위한 ‘중재안’을 두 차례나 만들어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전날 한 차례 연기돼 이날 오후 3시 열릴 예정이었던 당 중앙위원회는 두 차례나 연기돼 오후 8시에 열렸지만 파행을 거듭했다. 김 대표는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 그 따위로 패권 행사하려고 하지 말고…”라며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의 거센 반발에도 당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김 대표를 제외한 비대위원들은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 대표에게 7명을 전략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비례대표 순번은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조정안을 마련했다. ‘7명 전략공천’ 방안은 1∼14번 사이의 당선 안정권 내 번호를 지정하고 김 대표가 후보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중앙위에서도 김 대표에게 비례 2번은 주더라도 7명 전략공천 권한을 주는건 문제가 있다며 격론을 벌였다. 친노 측 중앙위원들은 “비례대표 후보 중 물의를 일으키거나 지도부를 폄훼한 사람들은 걸러내야 한다”며 정체성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갈등의 본질은 김 대표에게 2번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를 누가 주도권을 쥐고 어떤 성향의 인물들로 배치할 것이냐인 셈이다. 앞서 이날 오후에는 비대위가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1차 조정안을 ‘의결’했다. 비대위 회의 직후 이종걸 원내대표는 서울시내 호텔에서 김 대표를 만나 1차 조정안을 전달했지만 김 대표는 수용을 거부했다. 특히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자신을 만나기도 전에 조정안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 일부 비대위원에게 전화해 “이런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할 거면 그만두자”며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벼랑 끝 정치’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당의 처지를 자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여기까지 와서 김 대표가 진짜 물러난다면 총선은 사실상 끝”이라며 “어떻게든 김 대표를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4·13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세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구도는 사실상 와해됐다. ‘올드 친노’의 공천 배제(컷오프)가 이어지면서 친노의 한 축은 무너졌고, 대거 탈당으로 비노 진영도 소멸하고 있다. 총선에서 더민주당이 현재(17일) 의석 105석 이상을 획득한다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총선 이후 더민주당은 친김(친김종인)과 친문(친문재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 친김 등장 김 대표는 1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 결과 현재 의석 이상 얻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역으로 그 이상을 얻으면 당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대위원인 이용섭 전 의원도 17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본인이 원하면 전당대회를 나갈 수 있고 당원들의 신임을 받으면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를 ‘총선용 구원투수’쯤으로 생각하던 당내 인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현재 비대위 및 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친김 진영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년 넘게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이 전 의원, 변재일 박범계 의원 등이다. 양승조 우원식 의원의 합류도 점쳐진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에 들어올 때 같이 일할 만한 사람으로 양, 우 의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음 주 공개될 비례대표 후보도 ‘친김’의 주력 부대가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과 관련된 당규, 시행세칙을 개정해 사실상 전권을 쥐었다. 주진형 총선공약부단장, 손혜원 홍보위원장, 이수혁 전 6자회담 대사 등이 김 대표의 조력자로 거론된다.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도 대부분 친노 인사로 채워져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대 역할을 했다. 당 관계자는 “김한길 박지원 의원의 탈당으로 구심점이 없어진 비노 의원 상당수도 김 대표 곁으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친문 대두 이해찬 문희상 이미경 유인태 의원 등 원로 친노와 전병헌 강기정 최재성(불출마) 오영식 등 범친노 중진이 컷오프되면서 올드 친노는 사실상 무대에서 사라졌다. 친노의 분화가 불가피하다. 당내에서는 “비로소 친문이 전면에 나설 시점이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친문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았고, 원외의 ‘영 친노’들도 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지난해 2·8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문 전 대표 주변에서는 “이제는 친노 대신 친문을 앞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문 전 대표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 이후에는 친노가 친문으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한 친안(친안희정) 진영이 본격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금은 박수현 김윤덕 의원 정도이지만 친문으로 옮겨가지 않는 친노가 가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6(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그룹도 이번 공천 과정에서 비교적 많이 생존했다. 이인영 우상호 유은혜 등 10여 명의 86그룹이 생환한다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결합해 친박(친박원순) 진영이 생겨날 수도 있다. 측근 그룹이 공천 과정에서 많이 탈락한 박 시장으로서는 과거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던 86그룹과 제휴하면 당내 기반이 마련된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독자적인 세력화를 꾀할 수도 있다. 반면 비노 진영은 친노의 분화와 함께 소멸하면서 주요 세력으로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구(舊)민주계도 총선 이후 야권 통합 여부에 달려 있긴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유권자와 후보는 오간 데 없고 당내 계파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만 난무하고 있다. 여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드리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공천관리위원장은 대통령과 특정 계파의 ‘그늘’ 아래서 원칙도 기준도 없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야당도 전·현직 대표 간 ‘역할분담론’ 속에 온갖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1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름이 외나무다리에 마주 선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거론됐다. 4·13총선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이해찬 의원과 그를 배제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그들이다. 전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컷오프에 대해 당 발표 전날 문 전 대표와 상의했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자기도 노력하고 있다. 부당한 공천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문 전 대표도 다방면으로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는데 김 대표가 원체 완강했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서울에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나온 김 대표가 이 의원의 컷오프 전날 문 전 대표와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통화는 했다”면서 “(문 전 대표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을 하기에 나한테 맡겨 놓고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취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의원에게 “부당한 공천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는 발언은 기자에겐 일반론처럼 들린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이 의원 구제를 요구했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문 전 대표는 이 의원이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날을 세운 이날도 아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이 의원 컷오프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주변에서 문 전 대표에게 침묵을 지키는 게 낫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호남 유권자를 끌어오기 위해 친노(친노무현)의 상징성이 큰 이 의원을 컷오프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부분 살아남고 범(汎)친노, 올드 친노만 대거 탈락한 이번 공천 결과를 놓고 “문 전 대표가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또다시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미룬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패배로 위기에 빠졌을 때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불러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책임을 모면한 것처럼 이번에는 김 대표를 불러 ‘물갈이’를 대신하게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정말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을 했는지, 아니면 김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인지는 총선 이후에 드러날 것 같다.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포’다.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고 불리듯 공천의 전권을 손아귀에 쥐고 휘둘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더민주당에 이해관계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고 수틀리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공포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그래, 너희 마음대로 해”라며 떠나버리는 순간 당은 난파선이 되고 선거 결과는 최악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의원들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 공포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도 친노 의원 한두 명이 소셜미디어에서 툴툴대는 걸로 저항은 끝났다. 김 대표가 민주노총에 찾아가 “노조가 근로자 권익 향상보다 너무 사회적인 문제에 집착한다”고 쓴소리를 해도 평소에는 민주노총 눈치를 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조용하다. 북핵 문제나 개성공단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주장에 토를 다는 의원은 없다. 진보를 자신의 정체성처럼 여기던 한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 의원은 아예 우(右)클릭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철저한 순종이다. 공포를 바탕으로 한 김 대표의 이 같은 말과 행동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로 보인다. 이미 1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김 대표는 자신이 ‘외연 확장’을 맡을 테니 문 전 대표는 ‘집토끼 장악’을 맡으라고 했다.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가 이른바 ‘올드(old) 친노’를 컷오프해도 문 전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한, 집토끼는 도망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즉에 파악한 것이다.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는 김 대표의 공포 리더십이 먹히는 듯하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100%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인 ‘진문(진짜 문재인)’ 의원들과 대부분 공천에서 살아남은 86그룹 운동권 의원들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김 대표에게서 어떤 공포를 느낄까. 그들은 자신의 생존이 김 대표가 외연 확장에 힘쓴 덕이라고 생각할까. 안보 문제에서, 북핵 문제에서, 노동 문제에서, 경제 문제에서 총선 전 김 대표의 방향 설정이 옳았기 때문에 이겼다고 인식할까. 그러니까 총선 이후에도 당의 정체성은 그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믿을까. 솔직히 “글쎄올시다”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당의 다수가 반기를 들겠다고 하면 내가 여기 있겠어”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2012년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다음 달 13일 이후 자신이 살려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공포 리더십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누구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4·13총선의 공천 칼자루를 쥔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71)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76), 국민의당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77) 등 백전노장 3인방의 ‘무한질주’에 여의도가 떨고 있다. 이들의 손끝에 향후 4년간 대한민국 국회의 미래가 달렸다. ‘최악의 19대 국회 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떠안은 한국 정치의 저승사자들이다. 이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와의 충돌에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일각에선 공천 내전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보다 계파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야당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나서며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여권은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 위원장은 난파 위기에 놓인 ‘안철수호’의 갑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 “일관성이 밥 먹여주나”… 콕콕 강수 두는 ‘차르’ ▼“대안 있으면 내놔 보라고 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 5명의 공천 배제를 발표한 10일 오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표 주변에서 “언론이 ‘친노(친노무현) 핵심은 못 건드리고 변죽만 두드린다’고 할지 모른다”고 얘기하자 던진 말이었다.차르 당에 온 뒤 김 대표는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의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에 더해 추가 정밀조사를 통한 2차 컷오프 추진을 밝혔다. 당 안팎에선 이를 친노와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현역 의원 물갈이용으로 해석했다. 그랬기에 10일, 11일 발표한 두 차례의 2차 컷오프 내용은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의견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김 대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일까. “아니다. 그동안 김 대표 발언을 다시 읽어 봐라. 공천에 대해서는 언제나 당선 가능성을 가장 강조한다고 했다.” 11일 당 관계자가 한 얘기다. 그는 “김 대표는 ‘대체할 자원이 있어야 대체할 것 아니냐. 야당의 인적자원은 풍부하지 못하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실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1차적 과제다”, “물갈이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원을 공천) 배제만 하고 대체할 사람이 없으면 선거구 하나를 공짜로 넘겨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겐 물갈이라는 명분보다 총선 승리라는 실리가 앞선다. 이념보다 실용을 강조하는 김 대표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관성이 무슨 밥 먹여 주는 줄 아느냐”, “이 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더라”라며 더민주당의 아픈 데를 콕콕 찌른다. 김 대표가 취임한 뒤 당 안팎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거침없다’는 표현이다. 말과 행동 모두 그렇다. 김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솔직히 얘기하는 게 좋다. 옛날에 대통령을 모실 적에도 직설화법으로 얘기했지 간접적으로 돌려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그동안 보지 못하던 유형의 정치인이 여의도에 등장한 셈이다. “누가 얼굴마담 하러 온 줄 아느냐”며 일갈했던 김 대표가 점점 ‘차르(황제)’가 되어 간다.알파고 더민주당은 1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하며 시작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멈췄다. 김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4·13총선 패배하면 원내대표가 책임질 거냐”며 사실상 중단을 지시했다. 김 대표를 향한 야당 적극 지지층의 반발과 비난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상에서 거세게 일었다. 그 다음 날 오전 김 대표는 돌연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필리버스터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김 대표의 예상치 못한 한 수에 국민의당은 우왕좌왕하다 파국에 직면하고 있다. “어…, 어…” 하다 국면은 완전히 바뀌었다. 비슷한 장면을 우리는 10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제2국에서 목격했다. 끝내기에서 알파고의 한 수에 프로 9단인 방송 해설가는 “분명한 패착”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알파고는 승부처에서 귀신과 같은 반전 실력을 보이며 승리했다. 김 대표도 마치 알파고와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 더민주당 내에서는 그의 야권 통합 제안 ‘한 수’를 보고 “김 대표는 정치 9단 DJ(김대중 전 대통령), YS(김영삼 전 대통령),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넘어서는 정치 10단 같다”는 탄성이 나왔다. 변칙과 실수처럼 보인 알파고의 한 수가 수천만 번의 연산과 학습의 결과였듯 김 대표의 ‘한 수’도 치밀한 계산에서 던진 회심의 수였다. 야권 통합 제안을 하기 직전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에서 김 대표는 제안의 배경과 전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김 대표는 이 제안으로 국민의당은 풍비박산 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의 ‘뜻대로’ 11일 국민의당은 당이 갈라질 위기에 놓였다.금수저 김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그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1887∼1964)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고, 청년 시절부터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해공 신익희 선생 등과 교유하며 한국 야당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1963년 가인이 민정당, 국민의당 창당을 잇달아 주도하며 야권 통합과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주력할 때 그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당대의 정치인들이 가인의 집을 드나들며 정국을 구상했고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정치를 배웠다. 김 대표가 “나도 선거를 50년 동안 내 나름대로 분석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원이 거기에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신봉한다. 더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론조사 전문가로 야권에 알려진 김헌태 전 사회여론연구소장을 부른 것도 그였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그동안 당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 전 소장을 정세분석실장으로도 앉힌 뒤 공천을 위한 사전 여론조사 작업을 그에게 모두 맡겼다. 그 결과를 토대로 2차 컷오프가 이뤄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뜻밖의 말을 했다. “내가 여론조사만 전문적으로 3년을 연구했지만 내가 믿는 것은 감(感)이오. 내 감에서 틀린 적은 1988년 총선 때 관악 선거밖에 없어요.” 1988년 총선에서 김 대표는 민정당 후보로 나섰지만 평민당 이해찬 후보에게 졌다. 그의 감에 따르면 이번 4·13총선에서 야당은 비관적이지 않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길 자신 있으니 비관하지 말자는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김 대표의 감은 어쩌면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정치는 비합리적이다. 야권에서는 김 대표를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둘 다 차곡차곡 데이터를 모으고 치밀하게 계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13년 민주당(더민주당 전신) 대표가 되고 난 뒤 이른바 ‘친노 청산’을 착수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환경적 요인이 컸지만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이것저것 변수를 꼼꼼히 따지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김 대표의 결정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한국 정치의 금수저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남 눈치 보지 않고 과감히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해석했다.어젠다 8일 끝날 것이라던 더민주당 2차 컷오프(공천 배제)는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이르면 13일 밤 혹은 14일 오전에야 마지막 공천 배제 대상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이 총선용으로 쓰이기에 이번 공천 결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경제민주화’라는 무기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심판하는 논거일 뿐만 아니라 대안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는 당 안팎 전통적 지지층의 우려를 일축하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정부 여당의 ‘안보몰이’도 기세가 예전만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 김 대표는 이미 “경제 정책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를 향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철희 전략홍보본부장은 “김 대표의 강점은 정치적 리더십이 아니라 ‘어젠다 리더십’이다. 당이 정치정당이 아닌 경제정당으로 바뀌었다”며 “그의 등장은 더민주당이 정치도덕적 이슈가 아닌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종인, 그는 ‘진짜’가 될 수 있을까. 4·13총선 결과가 그 답을 줄 것이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3선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과 역시 최고위원을 지낸 3선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을 공천 배제했다.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두 의원 지역을 전략공천검토 지역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107개 지역의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더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현역의원 단수추천 지역 28곳, 현역의원 경선 지역 11곳, 원외 단수추천 지역 56곳, 원외 경선 지역 12곳을 결정했다. 전 의원과 오 의원의 공천 배제 결정에는 비대위원, 선대위원 간의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예정보다 2시간여 늦은 오전 11시반에 결과 발표가 이뤄졌다.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전직 보좌진 때문에, 오 의원은 지역은 야권성향임에도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각각 컷오프 됐다고 더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당내에서 정세균 계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더민주당 현역 의원 107명 가운데 이해찬(세종시) 이미경 (서울 은평갑) 설훈(경기 부천 원미을) 서영교(서울 중랑갑) 정호준 (서울 중구) 전해철 (안산 상록갑) 박혜자(광주 서갑) 김기식(비례대표)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의 공천 여부가 결정됐다. 더민주당은 일요일까지 공직선거후보자추천위원회를 열어 이들 여덟 명 의원의 공천을 포함해 나머지 62개 지역의 공천을 결정할 예정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4·13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가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10일 ‘활동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관위를 운영하고 있다”며 “시정하지 않으면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김무성 대표와 가깝다. 앞서 이 위원장은 김 대표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를 경선 지역으로 발표하려다 제외했다. 이 위원장은 “공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제외했다”며 “(공천 살생부 논란을 일으킨) 정두언 김용태 의원에 대해 부적격 심사를 하면서 이것(공천 살생부 논란)이 문제가 되면 (김 대표도) 같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천 살생부 논란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의 단초가 됐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친박계가 윤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다면 공천 살생부 논란의 당사자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채널A는 이 위원장과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윤 의원 막말 파문이 터진 다음 날 ‘비밀 회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공천 내전의 본거지인 TK(대구경북)를 전격 방문했다. 일각에선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에 대한 ‘간접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2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역 의원의 공천 탈락은 없었고, 단수추천 지역은 4곳, 경선 실시 지역은 31곳이었다. 2차 공천 명단에서는 현역인 이진복(부산 동래),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과 박선규 예비후보(서울 영등포갑)가 단수추천을 받아 공천이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11일 3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은 대구와 울산을 제외한 60여 곳이며 현역 의원 탈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5명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44개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규성(3선·전북 김제-완주)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강동원(이하 초선·전북 남원-순창) 부좌현(경기 안산 단원을)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결정에 반발하며 당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날 단수추천 지역에 포함돼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현역 의원 23명 중에는 친노(친노무현)와 86그룹이 대거 포함됐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온 김종인 대표의 첫 작품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11일 발표되는 추가 컷오프 현역 의원은 6,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당시엔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강하니 결국 확립돼 시행 중이다.”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공약을 발표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을 사실상 디자인했다. 당시 야권은 기초연금 등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당했고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야당으로 적을 바꿔 다시 기초연금 카드를 던진 김 대표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까. 더민주당은 현재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는 먼저 기초연금 차등 지급을 없애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3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인 세대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고 노력했다.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재원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며 “복지 재원은 정치적 의지만 확고하면 어떤 형태로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증액땐 정부-지자체 갈등 커질것” ▼“고령사회 주소비층 연금 늘려 내수 살려야”더민주당은 소득 하위 노인에게 30만 원씩 균등 지급할 경우 2018년 약 18조7000억 원이 필요해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6조4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재정 복지 조세 등 3대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 부자 감세만 처리해도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같은 더민주당의 공약이 노인층을 겨냥한 ‘공수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먼저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여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인상이 불가능한 셈이다.설사 기초연금 확대가 실현된다고 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초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에는 약 100조 원, 2060년에는 약 229조 원이 필요하다. 만약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인상할 경우 기존 제도에 비해 최소 1.5배의 재원이 필요하다.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며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또한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기초연금의 재원은 중앙이 약 75%, 지방이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제2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초연금제도의 확대는 미래 세대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기초연금 대상자를 30% 이하로 축소하고, 그 대신 연금액을 늘리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기초연금을 단순 비용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는 12% 수준이지만, 2060년에는 40%를 돌파하게 된다. 이들을 빈곤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는 물론이고 사회 불안과 계층 갈등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00조 원(2040년)이 넘게 드는 기초연금 재원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은 1.9% 수준이다. 이 비율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70년에 가서야 서유럽 수준인 10%대를 돌파한다.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 숫자로 보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경제 구조로 보면 기초연금을 올려도 적정 수준이다”라며 “노인들은 미래의 주력 소비부대인데, 제대로 된 연금을 주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 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당분간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8일 오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 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 성향, 그리고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여러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어 양당의 영입 1순위로 꼽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4일 정 전 총리를 만나 합류를 요청했고, 지난주에는 고위 당직자가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 정 전 총리와 오랜 친분이 있는 김 대표는 1월 14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자마자 전화를 해 “(국민의당에 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6일 정 전 총리를 만나 입당을 요청했다.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 김영환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의 반대가 심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양당의 영입 제안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분열을 거듭하던 야권이 4·13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던 무기를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야권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9일째 국회를 ‘마비’시킨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마치자마자 정국은 다시 야권발(發) 통합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권에 다시 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에 야권의 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재청(再請)드린다”고 했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주를 이루는 국민의당에 다시 하나로 뭉쳐 총선을 치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당을 탈당하신 분 대부분이 당시 지도부 문제를 걸고 탈당해 (이제) 그 명분이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했으니 다시 들어올 조건이 충족됐다는 얘기다. 정당 지지율 하락세와 당내 복잡한 역학관계의 부작용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불안정해진 국민의당은 김 대표의 제안에 크게 술렁거렸다. 지도부는 물론이고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와 2014년 민주당(더민주당 전신)과의 통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는 안 대표로선 일단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 대신 안 대표는 이날 오후 무소속 박지원 의원 영입에 성공하며 전남 선거의 기반을 마련했다. 아직은 통합 대신 ‘자강(自强)’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통합론자인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통합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 위원장은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면 안 된다”면서도 “과연 더민주당이 고질적인 계파패권주의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구태 정치”라고 꼬집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김종인 대표는 취임할 때 더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다시 야권 통합이라는 선거판 교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며 “야당이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야권 통합이라는 입에만 단 독약을 계속 들이켜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지 8일 만인 이날 오후 10시 34분 국회를 통과했다. 더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107명)의 이름으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해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더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157명이 투표에 참여해 156명 찬성, 반대 1명으로 가결처리됐다. 이날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 전원이 당론으로 제출한 수정안이다. 이날 오후 9시 반경 본회의 속개 직후 정 의장이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주장한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주장을 일부 반박하는 모두발언을 하자 더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밤 12시 무렵까지 북한인권법과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안 등 39개 법안과 1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처리가 끝난 뒤 본회의장에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 · 면에 관련기사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가 2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참여해 의원 40명이 벌인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줬다”는 긍정론과 “4·13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의 개인 홍보 마당”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1969년 이래 47년 만에 처음 이뤄진 필리버스터로 더민주당은 득이 실보다 많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탈당과 지도부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저하됐던 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소속 의원 다수의 반대 속에 시작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대 밖의 호응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또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 논리를 알릴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당이나 무당층으로 흩어졌던 전통적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효과를 얻었고 이 과정에서 20, 30대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가외의 소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야당이 입법 과정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마이크 독점권’ 정도를 행사했다”며 “국회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에서 세계 신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 하다 보니 ‘피로감’도 작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 의원이나 보는 사람들이 토론 내용보다도 누가 얼마나 더 오래 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진 측면도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경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이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했다. 그러나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정청래 의원 11시간 39분 등 토론 시간에 더 관심이 쏠렸다. 긴 시간 토론하면서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내용들로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인터넷 댓글을 줄줄 읽어 대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출마하는 지역의 예비후보라고 선거운동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발언 강도도 점점 강해져 이학영 의원은 “말과 생각을 감시하는 사회가 온다”며 테러방지법에 대한 과도한 예단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출마 지역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총선버스터’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합법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일방통행 식 토론이다 보니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전략과 의제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여당은 사라진 국회가 됐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우리 원내대표님 성격이 모든 사람한테 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 분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일 오전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연기하자 짜증이 난 듯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비상대책위원들과의 논의 끝에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8일째 이어진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이 원내대표는 오락가락했다. 지난달 23일 의원총회에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준비가 안 됐다”며 필리버스터에 반대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며 밀어붙였다. 예상외로 지지층이 호응을 보이자 이 원내대표는 잔뜩 고무됐다. 지난달 28일 100시간을 돌파했을 때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며 감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데다 당도 더 이상 지속하는 게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29일 심야 비대위에서 중단하기로 하자 이 원내대표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 원내대표는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대표가 필리버스터 중단을 밀어붙였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의총(의원총회)이 예정돼 있다.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의 중단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다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호응이 좋으니까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며 “전략을 아는 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야당이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위해 지난달 23일 시작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8일 만에 중단하기로 한 건 여론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선거구 획정안 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전날 국회에 제출돼 안전행정위원회까지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 처리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9일에도 중단됐다. 이날 야당은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하루 종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야에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강행’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결국 의총 직후 열린 김종인 대표 주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野 명분보다 현실 선택 이날 오후 9시 반부터 1시간 반 동안 열린 더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어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는 밤 12시 직전 전격 중단을 결정했다. 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과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에 대한 아무런 수정 없이 종료할 수 없다는 명분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이날 오후에 열린 1차 의총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정회하면 필리버스터를 잠시 중단하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북 3선인 최규성 의원은 “선거법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주면 고개를 못 든다”며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10일 밤 12시 자동 종료된다. 그러나 당 전략공천위원장인 김성곤 의원은 “후보 신청도 받고 심사도 해야 되는데 못하고 있어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10일까지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오늘 바로 중단하면 개혁 성향 유권자는 (야당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1차 의총 직후 김종인 대표는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를 열어 이 원내대표와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끝낼 때 더 잘해야 한다”며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끝까지 버틴 與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여 “총선용 필리버스터를 즉각 중단하라”며 더민주당 규탄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협상에는 소극적이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 마비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민생마비, 또 자칫하면 선거가 연기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더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제 공은 더민주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온 만큼 테러방지법 처리에 당장 나서라는 요구였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멈추면 직권상정 돼 있는 테러방지법을 즉시 표결하게 돼 있기에 추가 협상도 없다는 생각이다. 국회법 106조2는 재적의원 5분의 3이 토론 종료에 찬성할 때, 토론할 의원이 더 이상 없을 때, 그리고 회기가 끝났을 때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이 지금의 테러방지법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현 테러방지법은 김-노 전 대통령 시절과 달리 군 병력 동원이 불가능하고 대테러센터도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두기로 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면책특권이 없는 본회의장 밖에서 이뤄진 발언이 허위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대응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이날 필리버스터 도중 테러방지법 외 발언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국회의장, 부의장을 대신해 더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필리버스터 본회의 사회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난달 27일 정의화 의장은 정갑윤 이석현 부의장과 3교대로 사회를 계속 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직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아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시 (사회를) 의장단만 보겠다고 했는데 이미 필리버스터는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13조는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가 있을 때에는 임시의장을 선출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한다고 돼 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여야는 당초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9일에도 선거구획정안 처리는 못한 채 공천 전쟁에만 골몰했다. 찌라시(정보지)로 촉발된 공천 살생부 논란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은 위기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보지는 일단 실체가 없는 쪽으로 판가름 났다. 문제는 이를 당 대표가 해당 의원에게 전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분명한 것은 살생부 문건 같은 얘기를 (정 의원에게) 한 적이 없고 그냥 떠도는 얘기를 듣고 우려를 전한 것”이라며 “이유야 어찌 됐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의총이 끝난 뒤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공천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시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는 얘기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당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으니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계속 문제 삼을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총선 공천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갈등이 가라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날 당무위는 “선거일(4월 13일)까지 선거와 관련된 당규의 제정과 개폐,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비대위로 위임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밝혔다. ‘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자 중 일부 구제를 위한 당규 개정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권한을 당 대표에게 준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얼굴이 될 만한 상징적 인물을 (비례대표로) 앉혀야 국민에게 ‘저 당이 집권 준비를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줄 텐데 지금 제도로는 무척 제한적”이라며 비례대표 공천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내에서 공정성,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사심(私心) 공천’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당도 이날 ‘20% 컷오프’ 방침을 확정하면서 내부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의원(사진)은 25일 오전 1시경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같은 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로부터 4·13총선 공천 배제(컷오프) 통보를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유 의원은 24일 오후 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보좌진이 말렸지만 “당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며 듣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경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홀가분해 보였다. 유 의원은 “아내가 이번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나이(68세)도 있고 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출마 선언) 타이밍을 놓쳐 버린 거지”라고 했다. 유 의원은 컷오프 소식을 이날 오전 홍창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는 “뭐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어. 그런데 당이 혼란스러울 때는 나 같은 ‘꼰대’도 당에 좀 필요하긴 한데…. ‘어른 같지 않은’ 어른 말고 ‘어른 같은’ 어른이 말이야”라며 마음 한 편의 서운함도 드러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유 의원은 문희상 의원과 대구 홍의락 의원의 탈락에 대해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당에 리더십이 없다는 걸 뜻하지. 당이 지금 없는 거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유 의원은 “자업자득이다. 당이 하도 내홍에 싸이다 보니 혁신위, 평가위니 만들어 한 거 아니냐”며 “도대체 대구에서 싸우는 놈을 자르질 않나, 전직 당 대표를 자르질 않나. 정치집단이 할 짓이냐”고 다소 격앙된 표정이었다. 이어 “정치 혐오만 하던 사람들을 공관위원으로 만들어 공천한다고 하니 국회의원을 다 죄인 만들고…”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탈당자와 불출마자가 컷오프 의원 수인 21명을 넘어 (하위 20%를)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대위 일부 위원이 고집해서 공개하게 됐다는 거 아냐”라며 “당 지도부가 (미리) 정리해야지, 공개하라고 해서 방치해 두는 게 할 일이냐는 거지”라고도 했다. 24일 밤 12시 무렵 그는 “그래도 친노(친노무현) 날렸으니 호남에서는 좋아하겠지? 술이나 한잔 사”라고 말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문희상 의원은 25일 “당이 나한테 억울하거나 불쾌하게 하더라도 꼭 따랐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당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의원도 이날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현역 물갈이’가 거침이 없다. 전날 ‘하위 20% 컷오프(탈락)’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25일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이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1차 컷오프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의 작품이라면 이제부터의 2차, 3차 컷오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다.○ 2, 3차 물갈이 타깃은 호남·운동권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존중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세력은 단호하게 끊어 내겠다”고 했다. 이어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등용해 수권 능력을 갖춘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대대적인 호남 물갈이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오후에 드러났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 의원의 광주 북갑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의 광주 서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강 의원(3선)은 경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강 의원은 자신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당은 시스템 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만 냈다. 그는 이날 예정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면서 과거 기억을 떠올리다 억울한 듯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정 단장은 “북갑은 (강 의원의 경쟁력이)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공천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데이터를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순순히 말을 들으라는 얘기냐”며 불쾌해했다. 이날 광주 전략공천 지역 공개는 김 대표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차 컷오프에서 친노 중진들이 대거 탈락한 데 이어 강 의원마저 ‘탈락’ 위기에 몰리자 당내에서는 “다음 타깃은 호남과 86그룹(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번 운동권)”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1차 컷오프에는 호남 의원 16명 중 1명만 포함됐다. 의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중진, 초·재선을 대상으로 하는 2차, 3차 컷오프와 별개로 강 의원의 경우처럼 전격적인 전략공천 지역 발표를 통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선거대책위원은 “김 대표의 직계로 꼽히는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이 거의 모든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며 “정무적 판단을 거쳐 추가 컷오프 대상자와 전략공천 지역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당 ‘컷오프’ 탈당 의원도 공개하나 이날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로 하루 종일 요동쳤다. 대구 북을에 출마한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후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급히 상경해 “홍 의원 공천 배제는 곧 대구 배제나 다름없다”며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제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까지 시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컷오프 취소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컷오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은 “영입 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의 희생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신계륜 김현 의원도 이의 신청을 검토 중이다. 반발이 이어지자 김 대표 주변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고생하는 홍 의원을 누가 날리고 싶겠느냐”며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정무적 판단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대상 중 탈당 등을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12명의 명단 공개를 검토 중이다. 김 대표가 이런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다른 정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