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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2일 비(非)회원국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에도 50억 유로(약 7조 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EU 국경 밖에서 이뤄진 EU 외교장관의 첫 공동회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단결이 필요하다”며 서방의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다만 미국과 서방 주요국에서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비용 부담 증가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야당 공화당은 자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일종의 ‘이면 합의’를 했다며 매카시 의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을 막기 위해 각종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키이우에 집결한 EU 외교장관들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최대 50억 유로의 지원 패키지를 우크라이나에 제안했다. 연내 관련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석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맹 간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놀아나지 말자”고 했다. EU 주요국 장관은 동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벌이는 잔혹한 방식을 목격했다. 우리가 가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번 회의의 목적은 우리의 단호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리의 ‘전쟁 피로감’을 기대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가세했다. EU가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30일 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에서 친(親)러시아·반(反)EU 성향의 야당 사회민주당이 1위를 차지하고, 미국 폴란드 등에서 거듭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 있다. 위기감이 확산되기 전 불식시키려는 시도인 셈이다. 보렐 대표는 “아직 EU 회원국 중 어떤 국가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접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쿨레바 장관은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아직 연정 구성이 끝나지 않았다”며 친러 정당의 집권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물론이고 러시아에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지원하는 이란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를 확대하고, 추가 방공망 지원 또한 요청했다. ● 바이든-매카시 ‘이면합의’ 논란미 정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취재진으로부터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처리했지만 다음 협상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 그러니 두고 보자”고 답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이면합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2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비밀 거래’를 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중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한 미 국경 보호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올 1월 의장에 선출될 때도 집권 민주당에 지나치게 온정적이라는 이유로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로 인해 15차례 투표 끝에 겨우 의장이 됐다. 당시 그는 강경파의 요구대로 의원 한 명이 단독으로 의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는데 이번에 이 조항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이란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정팀이 경기장에 놓인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동상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해 2일 경기가 취소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스파한 나크시에 자한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안방 팀 세파한SC와 방문 팀인 알이티하드의 경기에서 방문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는 입구에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의 동상이 설치된 것을 보고 입장을 거부했다. 동상을 치우지 않으면 출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안방 팀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6만여 명의 관중은 경기 시작 지연에 “필드에 정치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항의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FC는 “이 문제를 관련 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이끌었던 인물로 2020년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에서는 영웅으로 통하지만 사우디에서는 자국 남부 및 예멘에서 활동하는 후티 반군을 지원했으며 사우디 드론 테러 사건을 일으킨 원흉으로 통한다. 서방에선 그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올해 초 중국의 주재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던 양국 간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최근 사우디 남부 국경 및 내전 중인 예멘에서도 충돌이 잇따르며 양국의 관계가 경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1일 튀르키예의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이후 7년여 만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탄압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반(反)쿠르드 정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또한 “테러범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2명 중 1명을 PKK 조직원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의 신원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명 중 1명은 자폭으로 숨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이 사살했다. 경찰관 2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 ANF 통신을 통해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KK는 2016년 3월 앙카라 도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졌을 때도 배후로 지목받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개원이 예정됐던 이날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의회를 찾아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은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이 중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14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1978년 결성된 PKK는 쿠르드족의 주요 단체 중 급진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등에서 무장투쟁 중심의 독립활동을 벌여 왔다.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막고 있는 배경에도 PKK가 있다.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PKK에 스웨덴 정부의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1일 튀르키예의 행정수도 앙카라에서 2016년 이후 약 8년 만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계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탄압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반(反)쿠르드 정책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또한 “테러범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고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오전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용의자 2명 중 1명을 PKK 조직원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의 신원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2명 중 1명은 자폭으로 숨졌고 나머지 1명은 경찰이 사살했다. 경찰관 2명이 부상을 당했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없었다. PKK는 쿠르드계 매체 ANF 통신을 통해 “우리 ‘불멸 여단’ 소속 팀이 희생 작전을 벌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PKK는 2016년 3월 앙카라 도심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졌을 때도 배후로 지목받았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 개원이 예정됐던 이날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의회를 찾아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은 결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개원 연설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일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3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세계 최대의 나라없는 민족’으로 불린다. 이 중 튀르키예에 가장 많은 14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는 튀르키예 인구의 약 16%를 차지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내내 쿠르드족을 거세게 탄압했다. 고유 언어 및 역사 교육, 전통 복장 착용 등도 금지했다. 1978년 결성된 PKK는 쿠르드족의 주요 단체 중 급진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등에서 무장투쟁 중심의 독립활동을 벌여왔다. 중립국이던 스웨덴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신청하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막고 있는 배경에도 PKK가 있다.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PKK에 스웨덴 정부의 조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23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근교 한 재래시장. 서민들이 주식으로 먹는 납작한 빵 ‘아이시 발라디’가 가게마다 개당 0.5∼1이집트파운드(약 21.7∼43.4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집트 국민이 거의 모든 식사에 곁들여 먹는 발라디 값은 지난해보다 2∼5배로 늘었다. 한 상점 주인은 “올 초만 해도 개당 0.2파운드에 겨우 팔 수 있었는데 밀 가격이 많이 올라 그렇게 팔기 어렵다. 손님들이 불평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한 손님도 “1, 2년 전만 해도 현재 가격 절반도 안 됐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빵을 봉지에 담았다.》 밥상 물가 상승에 서민들 고통 세계 최대 밀 수입국 이집트는 전체 밀 수입의 약 60%를 러시아에, 20%는 우크라이나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밀 주요 수출 통로를 막으면서 밀을 비롯한 곡물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통해 밀을 수입할 수 있었으나 올 7월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밀 수급 위기가 커졌다. 이달 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곡물협정 복귀를 설득했으나 소득 없이 끝나며 ‘급한 불’도 끄지 못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리야드 무함마드 씨는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곡물협정 (중단) 얘기도 잘 알고 있다”며 “먹고살아야 하니 밀이 비싸져도 다른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밀 부족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달 초 찾은 ‘10월6일시(市)’에 있는 대형 곡물 저장창고(사일로) 단지는 인적이 드물었다. 카이로 도심에서 약 40km 떨어진 이곳에는 이집트 곡물 유통 대기업들의 사일로가 한데 모여 있어 곡물을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들로 붐볐다. 이곳에 저장된 밀은 가공 작업을 거쳐 카이로 및 인근 대도심 상점들로 유통된다. 곡물창고 단지에서 10년 넘게 먹거리 노점상을 하고 있다는 상인은 “예전 평일 같으면 곡물 포대를 가득 담은 차들이 밤낮없이 지나다녔는데 요즘 평일 오후에는 눈에 띄게 도로가 한산하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30∼4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일로 경비원도 “오늘 창고로 들어오는 차가 늦게나 한 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카이로 인근 뉴카이로 지역에서도 사람들은 밀 수급이 옛날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마트 빵집에서 일하는 아티아 씨는 “예전처럼 매일 아침 빵 나오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기 힘들다”며 “주문한 밀이 공장에서 언제쯤 도착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외식 부담에 도시락 싸서 다녀” 밀뿐만 아니라 쌀, 감자, 해바라기씨유(油), 옥수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카이로 시내 소매점 다섯 곳을 둘러본 결과 올 초 1kg당 15파운드에 팔리던 쌀은 대체로 30파운드가 넘었다. 쌀 품종에 따라 50파운드를 넘는 것도 있었다. 감자는 1kg당 6파운드에서 12∼15파운드로 올랐다. 30파운드이던 800mL 용량 해바라기씨유 1병은 현재 69파운드 안팎에 팔린다. 이집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인 양파와 토마토 값도 2배 이상 뛰었다. 택시 운전사인 칼레드 압둘라 씨는 “식당에서 보통 끼니를 해결했는데 요즘엔 외식 물가도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사흘은 도시락을 싸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농산물과 식료품 가격 상승이 의료, 주택을 비롯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이끄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현상도 뚜렷하다. 10일 이집트 통계청(CAPMAS)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월 38.2%에서 1.5%포인트 오른 39.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곡물, 육류, 가금류, 생선, 과일 상승 폭이 매우 컸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4%나 상승했다. 지난해 말까진 2021년 대비 CPI 상승률이 10%대였지만 올 2월부터 줄곧 30%를 웃돌고 있다. 올해 한국의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2∼3%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흑해곡물협정 재개마저 안갯속이 되자 이집트 정부는 자국 밀 생산량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생산된 밀은 약 980만 t. 2021년 생산량 900만 t에서 1년 만에 80만 t을 늘렸다. 2010년(720만 t)부터 1년에 20만 t 이내로 늘려 오던 생산량을 급히 늘린 것이다. 또 리비아 남동부, 수단 북서부와 국경을 맞댄 샤르끄엘오와이나트 지역을 대규모 밀 생산지대로 개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사막지대를 경작하기 위해 국민을 집단 이주시켜 연간 곡물 300만 t 생산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인구 약 1억500만 명인 이집트 밀 소비량을 충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이집트는 매년 밀을 약 1200만 t 수입하고 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주요 밀 수입국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심에서 호주 브라질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으로 다각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식료품 구매를 위한 보조금 지원도 1277억 파운드(약 5조5700억 원) 규모로 늘릴 방침이다.‘아랍의 봄’ 다시 부르나 이집트 정부가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여러 정책과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곡물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이 당장 떨어지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내년 2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경기 침체와 이집트파운드화 가치 폭락이 겹치며 민생이 불안해지자 ‘제2의 아랍의 봄’ 같은 사태가 벌어져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 수만 명은 “빵, 자유, 정의”를 외쳤다. 2014년부터 장기 집권하고 있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양파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탐욕스러운 무역업자들 때문”이라며 비판의 화살을 수입업자들에게 돌렸다.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이집트에서 난 양파 수출을 3개월 동안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했으나 민심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22일 감자 수송 트럭에서 감자를 훔친 남성 1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감자 절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절도범들은 감자 포대를 싣고 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 옆에 오토바이와 트럭을 탄 채 바짝 붙어 달리며 포대에 구멍을 내고 감자를 옮겨 담았다. 담지 못하고 쏟아져 내린 감자들로 차로 하나가 가득 차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더내셔널은 26일 “누군가 절도를 비난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식량난 조짐으로 본다”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성난 이집트 민심을 보도했다. 이집트 상공회의소 채소연합 관계자는 더내셔널에 “대외적 악조건도 있었지만 정부도 식량난, 물가 상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러시아의 내년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에는 GDP의 2.7% 수준이었다. 예산액으로는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예산 계획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 6조5000억 루블(약 90조2000억 원)에서 10조8000억 루블(약 150조 원)로 늘었다. 2021년 국방 예산은 3조6000억 루블이었다. GDP 대비로는 2021년 2.7%, 올해 3.9%에서 내년 6%로 치솟게 된다. 초안에 따르면 특히 내년 예산 가운데 기밀 또는 불특정 항목에 11조1000억 루블(약 151조 원)이 배정돼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졌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 의회 견제 등을 피하기 위해 국방 예산과 별도로 편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300조 원가량이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셈이다. 예산안은 상·하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 우크라이나는 23일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공군기지 등을 나흘째 미사일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습으로 러시아 해군 고위 지휘관이 숨졌고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자포리자를 비롯한 남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해 대규모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났으며 탱크와 미사일 시스템도 많이 파괴했다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러시아 내년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6% 규모인 약 15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에는 GDP 2.7% 수준이었다. 예산액으로는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22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러시아 예산 계획 초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내년 국방 예산은 올해 6조5000억 루블(약 90조2000억 원)에서 10조8000억 루블(약 150조 원)로 늘었다. 2021년 국방 예산은 3조6000억 루블이었다. GDP 대비로는 2021년 2.7%, 올해 3.9%에서 내년 6%로 치솟게 된다. 초안에 따르면 특히 내년 예산 가운데 기밀 또는 불특정 항목에 11조1000억 루블(약 151조 원)이 배정돼 올해보다 두 배 가까이로 많아졌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 의회 견제 등을 피하기 위해 국방 예산과 별도로 편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300조 원가량이 내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셈이다. 예산안은 상·하원 승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우크라이나는 23일 크림반도 일대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공군기지 등을 나흘째 미사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공습으로 러시아 해군 고위 지휘관이 숨졌고 사상자 수십 명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러시아는 자포리자를 비롯한 남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격퇴해 대규모 우크라이나군 사상자가 났으며 탱크와 미사일 시스템도 많이 파괴했다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여기 쇼 보고 가세요. 보고 사진 찍었으면 돈 내고 가시고.” 12일 오후 8시경, 나흘 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많은 건물이 무너진 모로코 중부 도시 마라케시의 구(舊)도심 제마 엘프나 광장. 지진으로 안식처를 잃거나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이 집단 노숙하던 광장에 거리 공연가, 기념품 판매상, 야시장 상인,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기념품 노점상은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관심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불과 20∼30m 곁에선 여전히 이재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었고 100m 남짓 떨어진 곳의 허물어진 유적 벽돌들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사망자가 2901명으로 집계된 이날 시간을 다투는 수색 및 구조 활동이 벌어지는 아틀라스산맥 산간 마을들과 달리 마라케시 구도심은 빠르게 일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약 50km 떨어진 산간지대에서는 여전히 수천 명이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광장에 펼쳐진 임시 야시장은 흥겨운 노랫가락과 호객꾼들의 외침이 가득했다. 서늘한 날씨를 즐기러 가족 단위로 온 이도 적지 않았다. 어두운 광장 한구석에선 이재민들이 얇은 이불을 깔고 누워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가족과 함께 있던 이르함 씨는 “지진 당시 생각 때문에 어제도, 그제도 한두 시간 자다 깨곤 했다”며 “넓은 광장에 나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가족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집 천장과 벽 타일들이 다 떨어져내렸고 내부 계단도 부서졌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이웃들도 피해가 있었고 산 쪽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이렇게 지진 전으로 돌아가는 광장 모습이 조금 낯설고 이상하다”고 했다.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이날 마라케시의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부상자 치료에 필요한 헌혈 운동에도 동참했다. 하지만 참사 당시 파리 초호화 저택에 머물면서 인명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국왕의 ‘보여 주기’식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신들은 모로코가 국가 주요 수익원인 관광산업에 해를 끼치는 대외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피해 규모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로코 국민은 국왕이나 정부 대응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을 맞은 국왕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광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국왕과 정부의 지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왕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 큰일 난다”며 말을 아꼈다. 마라케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여기 냄새가 이상해요. 아무래도 사람(시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찾은 모로코 중부의 산간 지역 소도시 아미즈미즈. 천년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이 조용한 소도시는 8일 모로코 중부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 이후 생지옥으로 변했다. 기자가 도시에 들어서자 흙바람과 함께 시신이 부패할 때 나는 듯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건물이 가루처럼 무너져 내린 한 골목에선 이 냄새가 유독 강했다. 주민들은 “이 구역에서만 260명 정도가 죽은 것 같다.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시신이 건물 잔해 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 분주히 건물 안팎을 오갔다. 이번 지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한 주민은 “모텔로 쓰이던 건물이라 안에 몇 명이 머물고 있었는지, 누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스페인 구조대는 구조탐색견까지 동원해 생존자를 찾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날이 저물 때까지 허사였다.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이 도시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중 하나다. 모로코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2일 기준 2862명에 육박한 가운데 인명 구조 골든타임인 발생 후 72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구조 활동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인근 산악 지대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주민은 “산맥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한참 더 많다”며 울먹였다.지진 65시간 만에 정부 구조대… 주민들 “장례까지 마쳤다” 분노 모로코 지진 현장 르포 “정부 기다렸다면 사람들 더 희생”텐트서 머물며 구호품車 기다려“담요-약-식량 등 모든 게 필요해” 12일 기자가 찾아간 아미즈미즈는 마을이 자리 잡은 언덕을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곳곳에 전선과 벽돌, 콘크리트가 많이 뒤엉켜 있었다. 이미 30도 이상 기울어진 채 앙상한 철근에 간신히 버티는 건물도 많았다.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차에서 지내고 있는 파테마 베니자 씨(32)는 “지진이 나고 사흘째가 돼서야 외부인이 보였다. 우리는 그저 고립돼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구조하러 왔더라면 최소 몇 명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사람들은 “정부가 우리 존재조차 모른다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자조했다.● “여기가 내 집이었어요” 당장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세간살이를 하나라도 더 챙겨 공터에 만든 텐트로 옮기는 것뿐이었다.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집 앞에서 쓸 만한 가재도구를 하나둘씩 집어 올리던 이스마일 씨와 그의 부인은 “기운 내라”며 서로 물을 한 잔씩 권했다. 부부는 침대 매트리스, 베개, 테이블, 의자 등 물건을 몇 개 꺼내긴 했는데 이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 집 앞 길가에 그냥 쌓아둘 뿐이다. 이스마일 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회색빛 잔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내 집이었어요. 이젠 집도, 돈도, 인생도 없습니다. 며칠 전까지 같이 얘기하던 이웃들도 사라졌어요.” 인근에서 복구 작업을 지켜보던 다미안 튀르핀 씨는 “지진 이틀 전까지 옆집에 살면서 반갑게 인사하던 어린아이 두 명도 먼 곳으로 떠났다”고 했다. 길을 오가는 주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눈을 감으며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각국 취재진에게도 현장에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를 표하며 눈인사를 건넸다. 체념한 듯 텐트 안에서 머물던 생존자들은 이따금씩 담요, 물, 의료품 등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을 보면 분주해졌다.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구호품으로 담요를 받은 한 주민은 “집에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조금 지나면 산간 지역에 겨울이 온다. 담요는 물론이고 약, 식량 등 모든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텐트 안에는 주로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몸이 축 처진 어린 아들을 텐트 안에 눕힌 한 여성은 “괜찮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을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진 못했다. 텐트 옆에 임시 설치한 화장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한 구호단체 직원은 “여성들이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화장실 이용을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조대 본 주민들 “왜 이제야” 분노 아미즈미즈에서 26km 떨어진 고산마을 두아르트니트에는 지진 발생 65시간 만에 정부 구조대가 도착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1일 오후 4시 45분경 도착한 구조대는 무함마드 아바라다 씨의 완파된 자택으로 향했다. 그는 나흘간 쉬지 않고 잔해를 파헤쳐 어머니와 부인의 주검을 수습한 뒤 다시 곡괭이를 들고 작업 중이었다. 지진에 놀라 현관으로 뛰어나오다 매몰된 아홉 살 딸 차이마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구조대원들에게 몰려와 분노를 표했다. 한 주민이 “몇 시간 만에 나타난 거냐. 우리가 직접 구조하고 장례까지 마쳤다”고 소리치자 소방대원 둘이 그를 현장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지진 발생 직후 마라케시에서 차를 타고 이 마을로 와 구조 작업을 도왔다는 메디 씨(25)는 “경찰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길이 막혀서 못 온다고 했다. 길이 막혀 구조가 늦어진다는 건 핑계다. 우리는 아이들까지 힘을 합쳐 잔해를 치우면서 올 사람들은 이미 다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기다렸다면 살릴 사람도 못 살렸다”고도 했다. 뒤늦게 찾아왔던 스페인 구조대와 정부 구조대 대원들은 불과 2시간가량 작업을 한 뒤 이내 마을을 떠났다. NYT는 “모로코 국영방송 2M 취재진을 대동한 채 마을에 온 구조대는 구조견까지 동원해 수색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더니 기자가 리포트 촬영을 마치자 함께 철수했다”고 전했다. 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모로코 강진 발생 사흘 만인 11일(현지 시간) 스페인, 영국 등 해외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이미 생존 가능 골든타임인 72시간이 거의 지나버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 구조대는 12일 지진 피해가 컸던 중부 아미즈미즈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전날 스페인 구조대가 구조견을 데리고 아틀라스산맥 깊이 자리한 산골 마을들을 돌았지만 생존자를 찾지는 못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BBC는 “구조견들은 매몰된 생존자를 감지하면 짖게끔 훈련받았지만 정적만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11일 밤 산골 마을을 수색한 한 구조대원은 “온종일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작업한 결과 10명을 끄집어냈지만 모두 숨진 상태였다”며 “솔직히 (생존자 발견이) 더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지진 발생 직후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즉각적인 구조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모로코 정부는 “여러 나라 구조대가 몰린 상태에서 조율이 부족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 구조대 입국만 승인했다. 무함마드 6세 국왕은 내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추가된 나라는 알제리 정도다. 알제리는 구조대 93명과 구호품 100t을 군용기 3대에 실어 보낼 예정이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西)사하라 지역 영토 분쟁 끝에 2년 전 단교 했지만 알제리가 10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폐쇄했던 영공을 개방했다. 모로코 정부는 해외 민간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우회 지원은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지진 이후 운영 중인 유일한 병원은 이 거대한 텐트뿐입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모로코 중부 소도시 아미즈미즈에서 의료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0일 이같이 말했다. 아미즈미즈는 인구 1만 명 규모의 아틀라스산맥 소도시로 진앙에서 고작 20km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봤다. 이 단체 소속 존 존슨 씨는 “지진으로 약해진 병원 구조물이 여진으로 붕괴될 수 있어 의료진들이 합심해 텐트에 임시 병원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모로코 강진 닷새째인 12일(현지 시간) 부상자가 2562명으로 늘어났지만 기존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 의료진들은 병상이 부족하고 의약품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에 따르면 아미즈미즈에 세워진 이 임시 병원에는 병상이 10개 남짓 있다. 그마저도 절반만 텐트 그늘막 아래 있고 나머지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알자지라는 “병상에 빈자리가 생기는 즉시 새로운 부상자로 채워졌다”고 전했다. 아미즈미즈보다 규모가 큰 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틀라스산맥에서 가장 큰 도시인 타루단트의 종합병원 앞에는 진료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하피다 헤미드 씨는 “지진으로 등을 크게 다친 동서를 구급차에 태워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70시간 넘게 치료받지 못하고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11일 “이번 지진으로 최소 10만 명의 어린이가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옥 수천 채가 파괴돼 어린이와 가족들은 추운 밤에도 밖에 있어야 하고 병원과 학교도 무너져 장기간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아미즈미즈=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 일대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1일(현지 시간) 기자가 찾은 마라케시 구도심은 여전히 희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앞의 잔해 속에 묻혀 있어도 꺼낼 엄두를 못 내 바라만 보는 상황이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날 기준 2497명이 숨진 가운데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72시간의 골든타임이 끝나가지만 구조의 손길은 거의 닿지 않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아미즈미즈 등 산간 지역 주민들은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고 있다”면서 지원을 호소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 보도했다. 아틀라스의 한 산간 마을에선 남성 5명이 흙더미와 벽돌만 남은 집터에서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곡괭이로 땅을 파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남성들은 2개뿐인 곡괭이를 돌려 쓰며 거대한 흙더미를 파헤쳤다”고 전했다. 맨손으로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끌어내던 압델자릴 람그라리 씨(33)는 “누군가가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주민 압데사마드 아이트 이히아(17)는 “우리에겐 도움이 너무 필요한데 정부나 구호요원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의 라치드 부아디 씨 역시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주민들과 시신 9구를 수습하는 동안 구조 당국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는 “슬픔에 피로가 겹쳐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겠다는 마음이 식어 가고 있다. 식수와 음식이 동났고 전기도 끊겼다”고 말했다. 8일 발생한 지진은 험준한 산악 마을을 집중 강타해 구조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진 잔해와 낙석으로 도로까지 끊겨 헬기를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진 발생 직후 프랑스, 미국, 이스라엘, 대만, 알제리 등 여러 국가가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모로코 정부는 “구조 작업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호국인 스페인, 카타르,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의 지원 제안만 받아들인 상태다. 해외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구조대를 당장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나서도 모로코 당국은 “아직 국왕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국왕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통치가 유지되는 모로코는 국왕이 국정을 지휘한다. 국가 위기 시 국왕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만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는 8일 밤 지진이 났을 때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그는 지진 발생 12시간 뒤에야 “군대에 구조를 지시했다”는 짤막한 성명만 발표하는 등 늑장 대응했다.40시간 지나도 구조대 안와… 구급차 없어 오토바이로 환자 이송 [모로코 120년만의 강진]“구조 혼선 우려” 4개국 지원만 승인사상자 현황 등 정보 공개도 미적‘철권 국왕’ 탓 정부 역할 소극적모로코 마라케시 인근 아틀라스 산간 마을 주민들은 여진 공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정부의 부재’ 상태가 이어지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미즈미즈 지역에 지진 발생 40시간이 지나도록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이미 지진으로 약해진 구조물이 여진으로 잇따라 붕괴되며 마을에는 분노와 절망이 감돌았다”고 전했다. 구급차가 없어 부상자들도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은 한 모로코 군인을 향해 “대혼돈에 빠졌다”며 따지기도 했다. 가족들과 거리로 대피해 이불을 깔고 있던 물라이 알리 아주아드 씨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이 받은 도움은 외국 친척이 보내준 돈뿐”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지진 48시간 뒤에야…정부 늑장 브리핑 주민들은 정부의 구조 공백을 스스로 메우고 있다. 지진 잔해에 일부 도로가 막혀 차량 운행이 어렵게 되자 이웃 마을 주민들은 당나귀에 이불, 식수, 기저귀 등을 실어 피해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 한 시민은 물과 음식 등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마라케시에서 고립된 시골 마을까지 32km를 직접 걸어갔다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모로코 북부 해안도시인 카사블랑카나 진앙에서 600∼700km 떨어진 북부 도시 페스 등에서도 시민들이 구호품과 의료품을 실은 차를 몰고 마라케시 및 산간 지대로 나서고 있다. 11일 동료 20여 명과 피해 지역 위르간으로 향한 압델아지즈 씨는 기자에게 “피해 지역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2주 이상 머물며 구조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고장나 10km 가까이 떨어진 마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왔다. 모로코 전문가인 사미아 에라주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모로코의 경우 도시를 벗어나는 순간 주민들이 중세 시대 환경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루하루 근근이 사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자연재해가 덮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 개 국가와 국제 구호단체들이 모로코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느라 지진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올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때 구조 활동을 했던 비영리단체 ‘국경없는 구조대’는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해외 단체에 구조 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구조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모로코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첫 공식 브리핑은 지진 발생 약 48시간 만인 10일 밤에야 이뤄졌다. 구조 활동이나 사상자 현황 등 기본적인 정보 공개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철권 국왕’ 제도가 구조 시스템 방해 정부 대처가 미흡한 배경으로는 모로코 특유의 국왕 중심 중앙집권 통치 구조가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4년 모로코에 지진이 났을 때도 ‘총리는 국왕보다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 탓에 총리가 피해 지역을 즉시 방문하지 못했다. 에라주키 교수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중앙집중화된 모로코 정부의 특징이 재난 대응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자연재해는 초동 대응이 중요한데 국왕의 성명 발표조차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비판했다. 모로코가 국가적 자존심과 국왕의 대외 이미지를 위해 해외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주의 단체 ‘기아대책행동’에서 일했던 실비 브뤼넬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지리학)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모로코는 아프리카의 신흥국으로서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자체 구조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려 한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선 국왕 비판은 범죄로 규정돼 있어 대정부 규탄 여론도 형성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 5명 중 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아미즈미즈 지역의 한 주민은 9일 “정부를 비판하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가만히 있다가 이번 지진이 없었던 일이 될까봐 두렵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마라케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접시 깨지는 소리, 도시를 뒤덮은 비명에 놀라 차에서 잡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마라케시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일 지진 당시 느낀 충격과 여진의 불안감으로 며칠째 편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10년 넘게 모로코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승곤 씨는 “8일 밤에 땅이 마구 흔들리면서 느낀 불안감 때문에 가족들과 차에서 자고 있다”며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인근 마을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라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9년 넘게 모로코에 살고 있는 김동인 씨는 “8일 밤 갑자기 집에 있는 접시들이 깨지고, 집이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이웃들의 비명이 동네에 가득했다”며 “놀란 마음에 아이들부터 먼저 깨우고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떠올렸다. 진동이 1∼2분간 계속되는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 진동이 잦아들길 기다린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진 발생 후 현지 경찰이 낡은 아파트에 사는 현지인, 교민들을 찾아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차에서 잠을 청하기 어려운 교민들은 집 안팎을 오가며 쪽잠을 자고,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해 돌아가며 ‘불침번’도 서고 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모로코 내 한인은 대략 360명이다. 피해가 큰 마라케시 인근에는 비정부기구 종사자나 선교사, 사업가 등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여름 휴가철이 지나 지진이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했다. 모로코 마라케시 및 므군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에는 충북, 광주, 경북, 제주 등에서 모두 7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 참석한 제주도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하자 숙소를 빠져나와 이불 등을 뒤집어쓰고 하룻밤 노숙을 했다”면서 “조기 귀국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항공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 산간 지역 일대에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참사 사흘째인 10일 낮 12시 반(한국 시간 오후 8시 반) 현재 최소 2012명이 숨지고, 2059명이 다쳤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지진이 늦은 밤에 발생한 데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가 1400여 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당국은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 마라케시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7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앙에서 가까운 산간 지역 외에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다수 주민이 잠자리에 든 심야 시간대에 진원이 18km 정도로 얕은 곳에서 강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관련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120여 년 만의 가장 강력한 지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는 고지대인 아틀라스 산간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사태로 길이 막히거나 끊겨 접근도 쉽지 않아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사흘째인 10일 구조대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는 곳에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생존자 수색에 임하는 등 처절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약해진 지반 탓에 건물이 추가로 주저앉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선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발언에서 “오늘 아침 모로코 지진 소식을 들었다”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나란히 연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앞서 2월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교민, 관광객, 출장차 방문자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며 모로코 당국과 소통해 재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건물 더미속 발바닥 꿈틀… 중장비 갖고도 구하지 못해 눈물만모로코 지진 사흘째 아비규환남편-아이 잃은 여성 “난 혼자” 오열진앙 근처 산간마을 3명중 1명 숨져다른 지역선 길 끊겨 구조대 못들어가 짓뭉개진 건물들 사이로 다급한 외침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한 남성이 “제발 앰뷸런스와 구조대원을 더 보내 달라”며 울부짖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한 다른 남성은 무너진 주택을 가리키며 체념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미처 밖으로 빼내지 못했어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생존자들은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로 마라케시 시내 일부 광장은 노숙촌이 됐다. 사람들은 얇은 이불 위에 공포와 피로로 찌든 몸을 뉘었다. 8일 심야에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한 강진 사흘째인 이날 모로코 소방당국과 생존자들은 구조 작업에 진력했다. 하지만 사상자가 집중된 아틀라스 산맥 일대 지역은 구조대원의 접근조차 어렵다. 이날 오전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마라케시 인근 지역 30만 명 이상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 산사태로 길 끊겨 구급차 접근 어려워 “여기 사람 발이 보여요!” 아틀라스 산간 마을에서 시루떡처럼 포개진 콘크리트와 돌 더미 사이로 사람 왼쪽 발바닥이 드러났다. 소방대원들 외침에 응답하듯 이 사람은 발과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살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장비를 동원해도 커다란 건물 잔해가 들어 올려지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피해 건물 주변을 뛰어다니며 구조 방법을 모색했다. 위르가네 산간 마을 주민 무함마드 씨는 지진으로 가족 4명을 잃었다.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집이 없어졌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모로코 국영TV는 전날 “무스타파, 하산, 일헴, 기즈레인, 일리스…. 내가 가진 모든 걸 잃었다. 나는 혼자”라며 숨진 남편과 아이들 이름을 부르짖는 여성을 보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타루단트주 산간 마을 아이트 야히아는 주민 3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출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아이만 알주바이르 기자는 “온 마을에 슬픔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진앙 근처인 아미즈미즈 마을 주민 2만여 명 중 적어도 100∼12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각종 영상에 따르면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맨손과 곡괭이 등으로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하지만 알하우즈, 타루단트 같은 산간 지역은 전기와 전화가 끊겼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구급차 진입도 어려워 이날 오전까지 구조대 발길이 닿지 못했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여진 공포에 주민들 집에 못 들어가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진이 무서워 집 대신 차량이나 광장에서 이틀째 노숙을 택했다. 세계적 관광 명소인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은 집단 피신처로 변했다. 길가에서 숙식 중이라는 유세프 알리 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지진 피해가 적은 모로코 북쪽 카사블랑카에 사는 누레딘 엘바야 씨는 “마라케시에 있는 지인들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 쪽에 머물 곳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10일 오전 마라케시 중심가 일부 호텔 식당에는 관광객들의 활동이 재개됐고, 상점도 하나둘 문을 열었다. 교통량도 다시 늘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모로코 지진이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약 120년 만에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피해 추정 규모를 지진 피해 경보 4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 경보’로 상향했다. USGS는 사망자가 1000∼1만 명일 확률을 35%, 1만∼10만 명 21%로 내다봤다. 경제적 손실은 10억∼100억 달러(약 1조3400억∼13조3700억 원)로 추정했다. 모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8% 규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뉴델리=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접시 깨지는 소리, 도시를 뒤덮은 비명에 놀라 차에서 잡니다.”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마라케시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일 지진 당시 느낀 충격과 여진의 불안감으로 며칠째 편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털어놨다.10년 넘게 모로코에서 거주하며 식당을 운영 중인 이승곤 씨는 “8일 밤에 땅이 마구 흔들리면서 느낀 불안감 때문에 가족들과 차에서 자고 있다”며 “구도심에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인근 마을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라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9년 넘게 모로코에 거주한 김동인 씨는 “8일 밤에 갑자기 집에 있는 접시들이 깨지고, 집이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이웃들의 비명이 동네에 가득했다”며 “놀란 마음에 아이들부터 먼저 깨우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떠올렸다. 진동이 1~2분 계속되는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 진동이 잦아들길 기다렸던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진 발생 후 현지 경찰이 낡은 아파트에 사는 현지인, 교민들을 찾아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다”며 “몇몇 이웃, 친구는 비교적 새 건물에 사는 집을 찾아가 함께 밤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차에서 잠을 청하기 어려운 교민들은 집 안팎을 오가며 쪽잠을 자고,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해 돌아가며 ‘불침번’도 서고 있다. 김 씨는 “비교적 오래 머물던 교민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모로코 사람들은 1960, 2000년대 큰 지진 피해 경험이 있어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일부 대형마트는 잠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창고형 마트나 일부 소형 가게들은 영업을 이어가 생필품이 갑자기 끊길 우려는 덜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진앙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북부 지중해 연안 도시 카사블랑카나 수도 라바트에서도 일부 교민들은 진동을 느끼면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모로코 내 한인은 대략 360명이다. 피해가 큰 마라케시 인근에는 비정부기구 종사자나 선교사, 사업가 등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사관 측 “한국 관광객이 많았던 여름 휴가철이 지나 지진이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 관광객을 포함해 교민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러시아와 손잡고 원유 감산을 주도하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우디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냉각도 개의치 않고 감산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젊은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발표한 ‘비전 2030’ 계획을 추진하려면 원유 수출을 통한 자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도 전비 마련을 위해 사우디의 원유 감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 유가가 최고치에 달하며 사우디-러시아와 바이든 행정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생산국이 포함된 OPEC+의 동맹 강화로 장기적인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올 3월 원유 감산에 돌입했는데 이 방침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주도한 유가 상승으로 바이든의 정치적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과 경제·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전 2030’에는 5000억 달러(약 665조 원) 규모의 도시 및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하는 ‘네옴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사우디 북서부와 홍해 일대에 서울 44배 크기의 대형 국제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 유가가 떨어질 경우 막대한 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사우디의 원유 감산 전략에 호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출을 통한 수익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감산 연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해임은 두렵지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거듭 비판해 온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64·사진)이 극우 정권의 폭주를 제어하는 ‘소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2월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에 의해 여성 중 최초로 검찰수장에 올랐다. 같은 해 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라도 국회 과반(61석)의 동의가 있으면 뒤집을 수 있고,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인사 또한 대거 친정부 인물로 채우는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강행하자 줄곧 제동을 걸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5일 이스라엘 대법원은 올 7월 네타냐후 내각이 통과시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적법성을 따지는 첫 번째 심리를 예정됐던 7일에서 19일로 연기했다. 관행대로라면 검찰총장이 정부를 대리해 “이 법안이 적법하다”는 점을 법원 측에 설명해야 하는데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이 “정부 대리인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는 현직 총리 최초로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법안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수차례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총리가 사법부 개편을 추진하는 건 불법” “총리가 나를 해임해도 두렵지 않다”며 강도 높은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일부 극우 의원들이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내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지만 굴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검찰총장 한 사람의 힘으로 이 법안 자체를 무효화하긴 쉽지 않지만 정부 일원인 그가 이 사안을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여론의 지지가 높다. 1959년생인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텔아비브대에서 법학 전공으로 학·석사 학위를 땄다. 1985년 검찰에 입문했고 정보요원 출신의 남편과 세 자녀가 있다. 텔아비브 지방검찰청에 재직할 당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 행위를 문제 삼는 소송을 내자 정부를 대변하며 소송 기각을 이끌어냈다. 즉 친팔레스타인 성향이 아닌 그조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문제 삼을 정도로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러시아와 손잡고 원유 감산을 주도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사우디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 냉각도 개의치 않고 감산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젊은층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발표한 ‘비전 2030’ 계획을 추진하려면 원유 수출을 통한 자금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도 전비 마련을 위해 사우디의 원유 감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유가가 최고치에 달하며 사우디-러시아와 바이든 행정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생산국이 포함된 OPEC+의 동맹 강화로 장기적인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12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올 3월 원유 감산에 돌입했는데 이 방침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의 감산 연장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본격화하는 시기에 유가를 인상시킬 것”이라며 “사우디가 주도한 유가 상승으로 바이든의 정치적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과 경제·외교적으로 밀착하고 있는 사우디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전 2030’에는 5000억 달러(약 665조 원) 규모의 도시 및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하는 ‘네옴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사우디 북서부와 홍해 일대에 서울 44배 크기의 대형 국제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유가가 떨어질 경우 막대한 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러시아도 사우디의 원유 감산을 추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출을 통한 수익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감산 연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장기화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야생동물 보호 비정부기구(NGO)인 ‘아프리카 파크’가 여의도 면적의 27배에 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 최대 코뿔소 농장 ‘플래티넘 라이노’를 인수했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아프리카 파크는 이 농장에서 키우던 멸종위기종인 남부흰코뿔소 2000여 마리를 향후 10년간 자연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프리카 파크는 “남아공 정부의 지원, 긴급 모금 등을 통해 농장과 코뿔소를 모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며 “10년 내 코뿔소들을 안전하게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남아공 노스웨스트주(州)에 있는 이 농장의 규모는 여의도(2.9km)의 약 27배인 78km다. 세계적 희귀 동물인 남부흰코뿔소를 집중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남아공의 유명 환경 보호론자인 존 흄은 남부흰코뿔소 등을 밀렵꾼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들여 이 농장을 만들었다. 경비 인력만 1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방문객 급감 등으로 재정난이 심해지자 흄은 올 3월 1000만 달러에 농장을 내놓았다. 당시 그는 “호화 요트를 사는 대신 코뿔소 멸종을 막기를 원하는 억만장자가 농장을 샀으면 좋겠다”고 밝혔으나 NGO가 최종 인수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4일 러시아 남부의 유명 휴양지 소치에서 만났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에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라는 뜻을 전달하고, 복귀 조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당신이 곡물협정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이 논의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했던 이 협정을 올 7월 전격 파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을 마친 뒤 곡물협정에 관한 발표가 중요할 것”이라며 협정 복귀를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사실상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된 푸틴 대통령과의 공개 접촉을 유지하는 유일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정상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 또한 튀르키예에 자국산 가스를 싸게 공급하고 대금 지급 기일을 미뤄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관계는 좋은 수준”이라며 “튀르키예에 러시아 천연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대화가 곧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각각 2000년, 200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이 거세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AP통신은 3일 “두 권력자가 오랫동안 ‘라포르’(상호 신뢰 관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를 형성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를 협정에 복귀시켜 자신의 중재자 이미지를 드높이고 고물가, 리라 가치 급락 등 자국 내 경제난에 따른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는 회담을 앞두고 3, 4일 이틀 연속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송로인 오데사항,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을 공습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러시아 테러범들이 세계 식량 위기를 유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항만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