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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해바라기가 들판 가득히 피어난다. 수백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은 마치 위대한 영웅이나 지도자를 숭배하는 군중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바라기를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남프랑스 도시 아를의 노란 집에 살면서 강렬한 터치의 해바라기 작품을 남겼다. 해바라기는 정열의 화가 고흐의 자아를 상징하는 분신이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제주도 섬 속의 섬, 우도(牛島)는 누워 있는 소의 모습과 닮았다. 섬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해발 126.8m)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 쇠머리오름이라고 불린다. 우도봉을 오르는 길은 완만한 경사지만, 우도봉 아래쪽에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톨칸이 해변은 바로 소의 여물통에 해당한다. 톨칸이는 제주도 방언으로 촐까니라고도 불린다. ‘촐’은 소에게 먹이는 ‘꼴(건초)’이고, ‘까니’는 소에게 먹이를 주는 큰 그릇이다. 톨칸이 해변에 퇴적암이 층층이 쌓인 기암절벽은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보일 정도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는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마리오 보타, 김중업, 정기용과 같은 대가들의 건축물로도 유명한데, 우도에 자연을 테마로 한 세계적 예술가의 뮤지엄이 올해 3월 개관했다. ●우도의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 공원, 훈데르트바서 톨칸이 해변 맞은편에 양파돔이 올려져 있는 알록달록한 예술 건축물. 우도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낮은 구릉 같은 형태로 지어진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걷노라면 한 작가의 그림 속에 빠져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하나인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테마로 한 ‘훈데르트바서 파크(Hundertwasser Park)’다. 훈데르트바서(1928~2000)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3대 화가로 꼽힌다. 스페인의 가우디를 방불케 하는 곡선의 미학을 선보인 독창적인 건축가였던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10여 년 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여행할 때 깜짝 놀라 돌아다본 건물이 있었다.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가 있는 도심 한복판에 동화책에서 튀어나왔을 법한 노랑, 빨강, 파랑으로 칠해진 궁전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사실이 더 놀랐다. 훈데르트바서가 리모델링한 빈의 아파트 단지에 난방을 공급하는 친환경 시설이자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독일에서 제작해 공수해 온 알록달록한 78개의 세라믹 기둥, 3개의 양파돔, 131개의 개성 있는 창문으로 지어진 파크는 곳곳이 인증샷 명소다. 파크는 훈데르트바서의 일생과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훈데르트바서 뮤지엄’과 미술관인 ‘우도갤러리’, 카페 ‘레겐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쌍둥이 분수인 ‘쯔블링 분수’, 우도갤러리의 세라믹 기둥, 톨칸이 카페에서 바라보는 큰 바위 얼굴을 품은 해안 절경은 압도적이다.그런데 천천히 파크를 돌아보다 보면 “당신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라고 말한 훈데르트바서의 자연주의 건축 철학과 미학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나무 세입자“나무 세입자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화폐로 월세를 지불합니다. 나무 세입자는 산소를 공급하고, 사막과도 같은 도시에 습기를 공급합니다. 도시의 진공청소기로서 먼지를 빨아들이고, 소음의 울림 현상을 감소시켜 조용한 도시를 만듭니다. 나무 세입자는 아낌없이 주는 사람입니다….” 훈데르트바서가 1980년에 주창한 ‘나무 세입자’론이다. 그는 메마른 도시의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건축물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쓴 ‘건축 치료사(Architecture doctor)’다. 그는 인간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뽑힌 나무들을 지붕과 창문 주변에 ‘나무 세입자’로 심는 것을 설계에 넣곤 했다. 그래서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창문 베란다마다 살아 있는 나뭇가지들이 밖으로 나와 있다. 그의 철학에 따라 우도에 파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생하고 있던 1600여 그루의 나무들은 모두 그대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은 ‘백 개(Hundert)의 강(Wasser)’이란 뜻이다. 그는 물을 사랑했다.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그의 판화는 ‘비 오는 날(Regentag)’ 시리즈다. 그는 “비 오는 날 세상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 나는 행복에 흠뻑 젖는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자연의 모든 색이 선명하게 떠오르면 훈데르트바서는 곡선으로 떨어지는 자연 앞에 경배하며 그림을 그렸다. 훈데르트바서 파크 안에도 우도에서 빗물이 고이는 샘인 ‘각시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물이 귀했던 우도에 생긴 최초의 연못에 대해 이러한 전설이 내려온다. “우도의 땅의 기운이 남자라서, 샘에서 물이 나오려면 서쪽 어두운 곳의 ‘색시물’을 구해 와야 했다. 동네 사람들은 수소문 끝에 구좌읍 하도리와 종달리 사이에 있는 ‘서느랭이굴’ 속에서 솟아나는 생수를 발견해 정성껏 제를 지내고 새 각시를 모셔오듯 물을 항아리에 담아 샘물통에 부었다. 메말랐던 흙 속에서 숨기가 차기 시작하더니 물이 솟아났다.” 이후로 ‘각시물통’이라는 지명이 탄생했으며, 이 각시물에서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자손이 번창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나선(The Spiral)“나선은 삶과 죽음의 상징이다. 나선은 무생물이 생명으로 변화하는 바로 그 지점에 존재한다. 진화는 언제나 나선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창조 행위에는 나선의 본성이 담겨 있다고 확신한다. 멀리 있는 별들은 나선 형태로 배열돼 있으며, 보이지 않는 분자들 역시 그렇다. 우리의 삶조차도 나선 형태로 진행된다.”파란색 양파 모양 돔이 있는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에 들어서면 기둥과 계단이 온통 물결치는 곡선이다. 나선 모양으로 돌아 올라가는 계단의 바닥도 구불구불하다. ‘직선은 신(神)의 부재를 뜻한다’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에서 나온 건축이다. 자연에는 곡선만 있듯이, 전시돼 있는 그의 그림과 건축은 온통 곡선의 향연이다.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독일 다름슈타트의 ‘나선의 숲’ 건축물 모형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나선형으로 지어져 있어 낮은 구릉을 오르듯 지붕 위로 산책할 수 있게 돼 있다. 양파 모양의 나선형 동심원은 훈데르트바서 건축의 상징물이다. 뮤지엄 옥상에서 톨칸이 해변을 바라볼 때 보이는 비너스, 다비드상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훈데르트바서는 생전에 “황금의 양파첨탑은 거주자의 신분을 왕의 지위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창문권“집은 벽이 아니라 창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은 눈과 같다. 일반적인 평이한 창문들은 슬프다. 창문들은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 빈의 공공주택 훈데르트바서하우스를 완공한 뒤 세입자 계약서에 창문을 꾸밀 권리인 ‘창문권’ 권리 조항을 넣었다. “모든 세입자가 자신의 창문을 어떤 색깔로도 칠할 수 있고, 장식물을 달 수 있으며 색색의 타일로 장식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주공간이 인간을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도의 훈데르트바서 파크 건축물에도 총 131개 창문이 있다. 뮤지엄에서 크고 작은 유리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우도의 풍경은 어떤 그림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창문을 장식하는 세라믹 타일은 현장에서 인부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장 독특한 타일 문양은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세면대를 꾸민 푸른색, 빨간색, 흰색 타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화장실을 만들어냈다.해질 녘. 톨칸이 해변에서 우도의 노을을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분홍색이다.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뿐 아니라 한라산까지 붉게 물든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제주도 섬 속의 섬, 우도(牛島)는 누워 있는 소의 모습과 닮았다. 섬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해발 126.8m)은 소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두봉, 쇠머리오름이라고 불린다. 우도봉을 오르는 길은 완만한 경사지만, 우도봉 아래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톨칸이 해변은 바로 소의 여물통에 해당한다. 톨칸이는 제주도 방언으로 촐까니라고도 불린다. ‘촐’은 소에게 먹이는 ‘꼴(건초)’이고, ‘까니’는 소에게 먹이를 주는 큰 그릇이다. 톨칸이 해변에 퇴적암이 층층이 쌓인 기암절벽은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보일 정도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는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마리오 보타, 김중업, 정기용과 같은 대가들의 건축물로도 유명한데, 우도에 자연을 테마로 한 세계적 예술가의 뮤지엄이 올해 3월 개관했다. ○ 자연과 어우러진 예술 공원톨칸이 해변 맞은편에 양파돔이 올려져 있는 알록달록한 건축물. 우도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낮은 구릉 같은 형태로 지어진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걷노라면 한 작가의 그림속으로 빠져드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3대 화가 중 하나인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테마로 한 ‘훈데르트바서 파크(Hundertwasser Park)’다. 훈데르트바서(1928∼2000)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와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3대 화가로 불린다. 스페인의 가우디를 방불케 하는 곡선의 미학을 선보인 독창적인 건축가였던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10여 년 전 오스트리아 수도 빈을 여행할 때 깜짝 놀라 돌아다본 건물이 있었다.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가 있는 도심 한복판에 동화책에서 튀어나왔을 법한 노랑, 빨강, 파랑으로 칠해진 궁전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훈데르트바서가 리모델링한 빈의 아파트 단지에 난방을 공급하는 친환경 시설이자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독일에서 제작해 공수해 온 알록달록한 78개의 세라믹 기둥, 3개의 양파돔, 131개의 개성 있는 창문으로 지어진 파크는 곳곳이 인증샷 명소다. 파크는 훈데르트바서의 일생과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는 ‘훈데르트바서 뮤지엄’과 미술관인 ‘우도갤러리’, 카페 ‘레겐탁’ 등으로 이뤄져 있다. 쌍둥이 분수인 ‘쯔블링 분수’, 우도갤러리의 세라믹 기둥, 톨칸이 카페에서 바라보는 큰 바위 얼굴을 품은 해안 절경은 압도적이다. 그런데 천천히 파크를 돌아보다 보면 “당신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라고 말한 훈데르트바서의 미학과 철학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나무 세입자 “나무 세입자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화폐로 월세를 지불합니다. 나무 세입자는 산소를 공급하고, 사막과도 같은 도시에 습기를 공급합니다. 도시의 진공청소기로서 먼지를 빨아들이고, 소음의 울림 현상을 감소시켜 조용한 도시를 만듭니다. 나무 세입자는 아낌없이 주는 사람입니다….” 훈데르트바서가 1980년에 주창한 ‘나무 세입자’론이다. 그는 메마른 도시의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건축물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쓴 ‘건축 치료사(Architecture doctor)’다. 그는 인간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뽑힌 나무들을 지붕과 창문 주변에 ‘나무 세입자’로 심는 것을 설계에 넣곤 했다. 그래서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창문 베란다마다 살아 있는 나뭇가지들이 밖으로 나와 있다. 그의 철학에 따라 우도에 파크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자생하고 있던 1600여 그루의 나무들은 모두 그대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훈데르트바서의 이름은 ‘백 개(Hundert)의 강(Wasser)’이란 뜻이다. 그는 물을 사랑했다.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그의 판화는 ‘비 오는 날(Regentag)’ 시리즈다. 그는 “비 오는 날 세상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 나는 행복에 흠뻑 젖는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자연의 모든 색이 선명하게 떠오르면 훈데르트바서는 곡선으로 떨어지는 자연 앞에 경배하며 그림을 그렸다. 훈데르트바서 파크 안에도 우도에서 빗물이 고이는 샘인 ‘각시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물이 귀했던 우도에 생긴 최초의 연못에 대해 이러한 전설이 내려온다. “우도의 땅의 기운이 남자라서, 샘에서 물이 나오려면 서쪽 어두운 곳의 ‘색시물’을 구해 와야 했다. 동네 사람들은 수소문 끝에 구좌읍 하도리와 종달리 사이에 있는 ‘서느랭이굴’ 속에서 솟아나는 생수를 발견해 정성껏 제를 지내고 새 각시를 모셔오듯 물을 항아리에 담아 샘물통에 부었다. 메말랐던 흙 속에서 숨기가 차기 시작하더니 물이 솟아났다.” 이후로 ‘각시물통’이라는 지명이 탄생했으며, 이 각시물에서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자손이 번창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나선(The Spiral) “나선은 삶과 죽음의 상징이다. 나선은 무생물이 생명으로 변화하는 바로 그 지점에 존재한다. 진화는 언제나 나선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창조 행위에는 나선의 본성이 담겨 있다고 확신한다. 멀리 있는 별들은 나선 형태로 배열돼 있으며, 보이지 않는 분자들 역시 그렇다. 우리의 삶조차도 나선 형태로 진행된다.” 파란색 양파 모양 돔이 있는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에 들어서면 기둥과 계단이 온통 물결치는 곡선이다. 나선 모양으로 돌아 올라가는 계단의 바닥도 구불구불하다. ‘직선은 신(神)의 부재를 뜻한다’는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에서 나온 건축이다. 자연에는 곡선만 있듯이, 전시돼 있는 그의 그림과 건축은 온통 곡선의 향연이다. 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독일 다름슈타트의 ‘나선의 숲’ 건축물 모형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나선형으로 지어져 있어 낮은 구릉을 오르듯 지붕 위로 산책할 수 있게 돼 있다. 양파 모양의 나선형 동심원은 훈데르트바서 건축의 상징물이다. 뮤지엄 옥상에서 톨칸이 해변을 바라볼 때 보이는 비너스, 다비드상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훈데르트바서는 생전에 “황금의 양파첨탑은 거주자의 신분을 왕의 지위로 끌어올린다”고 말했다.○창문권 “집은 벽이 아니라 창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은 눈과 같다. 일반적인 평이한 창문들은 슬프다. 창문들은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 빈의 공공주택 훈데르트바서하우스를 완공한 뒤 세입자 계약서에 창문을 꾸밀 권리인 ‘창문권’ 권리 조항을 넣었다. “모든 세입자가 자신의 창문을 어떤 색깔로도 칠할 수 있고, 장식물을 달 수 있으며 색색의 타일로 장식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거주공간이 인간을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도의 훈데르트바서 파크 건축물에도 총 131개 창문이 있다. 뮤지엄에서 크고 작은 유리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우도의 풍경은 어떤 그림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창문을 장식하는 세라믹 타일은 현장에서 인부들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가장 독특한 타일 문양은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세면대를 꾸민 푸른색, 빨간색, 흰색 타일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화장실을 만들어냈다. 해질 녘. 톨칸이 해변에서 우도의 노을을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분홍색이다.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뿐 아니라 한라산까지 붉게 물든다. 글·사진 제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현대제철이 전기차용 고성능 소재 시장 공략을 위해 감속기 기어용 합금강과 해당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개발한 합금강은 기존 감속기 부품에 들어가는 강종 대비 열변형이 48% 향상돼 기어 구동 시 발생하는 소음을 줄여 주행 정숙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고온 안정성을 확보해 감속기 기어 내구성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이 기술은 올해 출시되는 고성능 전기차 EV6 GT에 적용되며 이후 적용 차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근거한 신기술인증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술 또는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 개량한 우수 기술로서 경제적,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고 상용화 시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신기술인증을 보유한 업체는 정부에서 투자하는 연구개발(R&D)사업 신청 시 우대를 받게 되며, 핵심 부품 국산화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인증을 획득한 기술은 현대자동차·기아와 공동 개발한 기술로 현대제철이 합금성분 설계 및 제조 공정의 최적화를, 현대차·기아가 소재개발 기획과 시제품 제작을 맡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신기술인증 전기차 감속기 기어에 적용되는 고성능 특수강 부품 관련 핵심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창문’이 있다. 주일 삼종기도 시간에 교황청의 집무실 창문이 열리면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순례객이 환호를 보낸다. 교황이 발코니에서 광장을 바라보며 주례하는 삼종기도는 1954년 비오 12세 교황 때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기간 교황의 삼종기도는 인터넷 생중계로 대체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삼종기도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메동양박물관(Musée Guimet)은 1889년에 문을 연 유럽 최대의 동양미술 전문박물관이다. 기메박물관에는 김홍도의 풍속화를 비롯해 화조화, 산수화, 인물화 등 다수의 한국 미술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방대한 조선시대 민화 수집품이 유명하다. 1888년 프랑스 인류학자이자 여행가인 샤를 바라(1842~1893)가 한국에서 수집한 민화들과 2001년에 현대화가 이우환 씨가 기증한 민화들이다. 그 중에서 프랑스 관람객들이 가장 눈을 떼지 못하는 작품은 ‘책가도(冊架圖)’ 혹은 ‘책거리(冊巨里)’로 불리는 병풍이다. 책과 문방사우(文房四友) 등 사랑방에 있는 책장 속에 여러 가지 물품을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민화 책가도를 접한 첫 인상이 매우 현대적이다. 책장 속 책은 자를 대고 그린 것처럼 반듯반듯해 디자인 작품처럼 표현돼 있다. 또한 쌓여 있는 책더미가 마치 건물처럼 투시도법으로 표현돼 있는데, 시점이 다양하다. 책장의 칸에 있는 기물들이 왼쪽에서 본 모양, 오른쪽에서 쳐다본 모양, 위에서 본 시점, 아래에서 올려다본 시선으로 변화무쌍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발명품인 원근법이 조선시대 민화에 사용됐는데, 마치 입체파 화가 피카소 작품처럼 왼쪽, 오른쪽, 위 아래에서 내려다본 다양한 시점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겨 있다. 외국 관람객들도 “조선시대 민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현대적인 회화 느낌이 날 수 있느냐”며 연신 “뷰티풀!”을 외치게 만든다. 조선시대 민화인 ‘책거리 병풍도’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책거리: 우리 책꽂이, 우리 자신’ 전시회에서도 선보였다.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 전시는 합스부르크 왕가 페르디난트 대공의 방대한 소장품이 있는 ‘빈 세계박물관(Weltmuseum Wien)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단독 디지털아티스트로서 참가한 이돈아 작가의 작품 ’To be, Continued‘(렌티큘러 에디션)는 빈 세계박물관에 영구 소장됐다. 이돈아 작가의 디지털아트 영상작품은 전시회 오프닝 콘서트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 작가의 ’책거리‘ 작품은 뉴욕의 마천루 빌딩과 책가도가 오묘하게 중첩돼 있는 모양이다. 전통 민화가 현대 도시의 공간으로 확장돼 재탄생한 독특한 세계다. 이 작품의 제목은 ’시공연속체(時空連續體)-Space Time Continuum‘. 오스트리아에서 선보인 이돈아 작가의 조선 민화와 책가도, 달항아리, 모란화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도 열리고 있다. 21일까지 볼 수 있는 ’무우수갤러리 기획전 K-ART 시리즈2 : 이돈아 초대전 Omni_Verse‘ 전시회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해온 이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책가도와 뉴욕의 빌딩숲을 겹쳐서 그리는 이유는. “책가도 병풍 속의 책더미들과 도시의 빌딩이 처음엔 조형적으로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도 닮은 것을 발견하게 됐다. 책가도는 정조가 특별히 사랑했던 그림이었다. 책과 그림을 사랑한 정조는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을 두는 관례를 깨고 책거리 병풍을 펼쳐놓을 정도였다. 정조는 학문에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책가도를 사랑했는데, 왕실과 사대부들을 넘어 서민층으로까지 유행하면서 자기가 갖고 싶은 기물을 책가도에 하나씩 채워나갔다. 학문에 대한 열망부터 인생의 행복과 장수까지 상징하는 물건들이었다. 책가도에 민초들의 욕망이 담겼듯이, 빌딩숲도 네모난 한칸 한칸마다 사람들의 강렬한 욕망이 담긴 것이 똑같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욕망이 아니라, 더 발전하고 싶은 삶의 긍정적인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이돈아 작가의 그림 속에는 ’비뚤어진 사다리꼴‘ 모양의 도형이 등장한다. 2005년 뉴욕에서 생활하던 때 뉴저지의 공장을 빌려 작품 활동을 하며 번민, 불안 속에서도 자아를 지키려했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도형이다. “2000년도부터 조선시대 민화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뉴욕에 있는 친정집에서 머물며 2년 동안 작업을 했는데,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민화니 꽃이니 다 빼고 나를 그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콘크리트 빌딩이 제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뚤어진 6면체 건물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모양이다. 원근법에도맞지 않는 기하학적 조형물이다. 내 불안한 현재의 심리상태를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조선시대 민화인 책거리 병풍도가 현대적인 미술로 보이는 이유는. “저도 내가 그린 기하학적 도형과 책거리 그림이 조형적으로 비슷하다고 느꼈다. 책거리는 원근법, 투시도법상으로 정확히 맞지 않는 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책가도 속 시렁 위에 놓인 책과 기물들은 밑에서 위로 보기도하고, 위에서 내려다보기도 하고, 좌우에서 바라본 시점이 다양하다. 정말 천재적인 회화 작품이다. 이렇게 다양한 시점은 진정한 ’자유로움‘이 담겨 있다. 선비들이 공부를 할 때 한쪽 면만 파고들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점에서 이리저리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궁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뜻일 수도 있다. 유럽에서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가 나온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정해진 틀을 깨고 자유롭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표현된 것 같다.” 전시장에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책이 세로로 가득 꽂혀 있고, 책이 동동 떠다니는 거대한 책꽂이 모양의 책가도 그림도 있다. 이 작가는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아빠를 만나는 서가를 상상하며, 책가도를 변형시켰다”고 말했다. 책가도와 빌딩숲을 그린 작품에 이어 이돈아 작가가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달항아리‘ 시리즈다. 순백의 달항아리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보름달로 변화하는 모습이 중첩되는 렌티큘러(lenticular·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는 3D입체 제작기법) 작품이다. 이 작품 앞에서 걸어가거나, 고개를 약간씩 움직이면 각도에 따라 달이 되었가, 달항아리로 변화한다. 이 작가의 책가도와 달항아리, 모란꽃 그림은 10월에 오픈하는 경기도청 신청사 1층 로비에 대형작품으로 설치돼 선보일 예정이다. ―조선백자인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이유는. 달항아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달항아리는 크고, 넉넉해서 여유와 풍요를 상징하는 기물이다. 그런데 저는 달항아리를 볼 때마다 ’절제‘의 아름다움이 너무나 감명적이었다. 누구나 하얀 도화지를 주면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겠는가. 애들이 벽에 낙서를 하고 싶어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새하얀 달항아리 표면에 아무 것도 그리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렇게 큰 항아리 같은 경우에 도공이라면 그림을 그려넣고 싶었을 것이다. 고려청자, 청화백자, 분청사기처럼 얼마든지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는 실력이 있는데도, 달항아리는 거기에서 멈췄다. 미완성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절제에서 오는 숨막히는 아름다움이다.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언제나 캔버스를 꽉꽉 채우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정반대인 예술작품을 보니까 비어있는 여백의 아름다움이 정말 매력적이다.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막사발에 대해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 나오시마 축제 때 여행을 가서 깨달았다. 일본은 도자기 뿐 아니라 공원의 조경까지도 극도의 완벽함을 추구한다. 흐트러뜨리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막사발 같은 것을 못 만든다. 매뉴얼에 따른 완벽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만든 막사발에 그렇게 흥분하는 것이다. 아무 것도 그려넣지 않은 달항아리의 울퉁불퉁한 표면에 빠져드는 것도 그 이유다.” ―달항아리와 달을 겹치는 작품을 만든 이유는. “10월에 오픈하는 경기도청사 1층 로비에 설치되는 10폭짜리 족자(가로 30m) 작품 중의 하나로 달항아리 작품이 들어간다. 10폭짜리 족자에는 그림과 렌티큘러 작품, 미디어아트가 융합된 작품들이 들어간다. 지난해에 8개월에 걸쳐 이 작품을 만들고 있던 중 뉴욕에 살고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머니 장례식에 갈 수가 없었다. 작품 완성기일이 임박해서 미국에 다녀오면 자가격리 때문에 작업을 완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장례식을 치르면서 정말 울면서 작업을 했다. 2018년에 아버지가 뉴욕에서 돌아가셨을 때 물려주신 달항아리가 있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밤하늘의 달을 쳐다보면서,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쉬시길 기원하면서 달항아리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방 안에 놓인 달항아리가 우주로 올라가 둥그런 보름달로 변화하는 작품이다.” ―렌티큘러 제작기법으로 만든 이유는. “렌티큘러는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책받침에서 많이 보던 것이다. 과자봉지 속에 들어있는 캐릭터도 렌티큘러로 만든 것이 많다. 책받침이나 엽성, 캐릭터에는 ’렌즈‘라고 불리는 얇은 아크릴판을 사용한다. 제 작품은 2mm 짜리 아크릴판을 사용해 3차원 입체감을 높였다. 제 그림 속 민화적 소재는 과거를 상징하고, 빌딩과 같은 것은 현재(미래)의 상징한다. 제가 과거와 현재를 다루는 작가니까, 2차원으로 보여주는 렌티큘러 제작기법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민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30년 전 결혼할 때 부모님께서 혼수품으로 시댁에 병풍을 보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남편에게 물어봐서 시댁에서 병풍을 찾았다. 병풍에는 전서체로 글씨가 써 있었는데 해석이 안됐다.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구글링을 해서 번역해보니 후한시대 학자 중장통(仲長統)의 시 ’낙지론(樂志論)‘이었다. 물질을 넘어 행복하게 사는 삶에 대해 쓴 시인데, 시집가는 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 ’낙지론‘을 내용으로 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디어아트의 주요 모티브 중의 하나는 단청이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단청은 지붕과 기둥, 면과 면을 ’연결‘해주는 무늬다. 뉴욕과 서울을 이어주는 모티브로 오방색 끝과 단청을 선택했다. 그 안에 달항아리, 빌딩, 책가도, 모란꽃과 같은 다양한 영상이 이어진다. 부모님이 사랑하셨던 옛 기물들은 그리움의 대상이고, 알루미늄이나 렌티큘러, 미디어아트 같은 소재는 현대적인 것을 상징한다.” ―모란꽃 그림도 많은데, 그 의미는. “민화에서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고 해서 집 안에 걸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부귀영화하면 부(富)에만 집중하는데, 저는 고귀함에 더 끌린다. 모란은 황후의 꽃같은 느낌이라 매우 좋아한다. 모란은 스스로 뽐내지 않는다. 본인 자체가 고귀한 화려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뽐내지 않아도 주변에서 다 느끼니까 존중받는 것이다. 남을 귀하게 여기면 자신도 귀함을 받게 된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필리핀 관광부는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에서 필리핀 여행을 테마로 한 팝업 이벤트 ‘It’s More Fun With You in the Philippines‘를 개최한다. 더현대 서울 지하1층 이벤트 플라자에서 열리는 팝업 이벤트 행사장에서는 버추얼존, 사진전시회, 포토존, 액티 비티존을 마련해 다채로운 필리핀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날 오전 오프닝 기념식에는 마리아 테레사 디존 데 베가 주한 필리핀 대사, 마리아 아포 필리핀 관광부 한국지사장, 알렉스 마카투노 한-아세안센터 문화관광 총괄, 더현대 서울 김창섭 전무,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 모두투어 유인태 대표 등이 참석했다. 팝업 이벤트는 대표 여행지인 마닐라, 세부, 팔라완, 보홀, 클라크, 보라카이를 비롯하여 시아르가오, 코르디예르 지역과 같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물 같은 여행지들의 영상과 이미지를 선보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생물의 보고인 필리핀 바닷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고래상어 및 물고기들을 입체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버추얼 존‘, 총 7641개의 섬의 영감 가득한 비주얼로 가득한 ’사진전시회 존‘, 실제로 현지에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포토존‘, 그리고 필리핀을 비롯한 휴양지 테마의 다채로운 상품이 판매되고 고객이 흥미로운 게임과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액티비티 존‘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팝업 이벤트 기간 동안 세부퍼시픽, 필리핀항공, 진에어, 대한항공 등이 공동으로 협찬한 총 13장의 필리핀 왕복 항공권이 방문객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당첨자는 행사 종료 후 필리핀 관광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된다. 이와 함께 현장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들에게는 필리핀 관광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선물이 제공된다. 또한 필리핀 관광부의 온라인 및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한 이벤트 참여 시에도 다양한 경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타이틀인 ’It‘s More Fun With You in the Philippines (필리핀에서 당신과 함께하면 더욱 즐겁다)’는 필리핀 관광부의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필리핀 관광 진흥위원회(TPB)와 함께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에 최적화된 전세계 글로벌 여행객들 대상으로 다양한 지역별 테마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 세부퍼시픽,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 제주항공, 진에어, 필리핀항공, 플라이강원(양양-클라크) 등의 주요 항공사가 마닐라, 세부, 클라크, 보홀, 보라카이 등으로의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필리핀 관광부 마리아 아포 한국 지사장은 “일주일간 열리는 더 현대 서울과 함께하는 필리핀 테마의 팝업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코로나 이후 달라진 안전하면서도 즐거움이 가득한 필리핀의 매력적인 비경과 액티비티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서는 매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행사가 열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4년 6월 6일 이곳에서 나치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를 탈환하기 위해 연합군 병력 15만여 명이 인류 최대의 상륙작전을 벌였다. 기념일에 해변에서는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정상들이 참가하는 기념식이 열리고, 군복 차림의 참전용사들이 2차 대전 때 쓰였던 탱크와 지프차를 타고 행진을 벌이기도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파도가 없어도 서핑보드 위에 누워 있으면 그 자체로 좋습니다. 가만히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지요. 삶의 강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강원 양양은 대한민국 서핑의 성지다. 여름에는 물론이고 한겨울에도 높은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서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030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꼽히는 서핑은 동해안의 풍경과 문화,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양양 서프시티 협동조합의 김나리 대표는 “바다에서 심신을 힐링하는 ‘해양치유’의 중심에 서핑이 있다”고 말한다. 설악산과 아름다운 해변, 온천이 샘솟는 양양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웰니스 관광’의 대표적 명소로 손꼽힌다. 사계절 서핑, 해양치유의 중심양양에 있는 21개의 해변에서는 모두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파도가 있다. 심지어 한겨울 눈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슈트와 장갑, 후드로 무장한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파도로 뛰어든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동해의 수온은 7도 내외로 물속에서는 그렇게 춥지 않기 때문에 서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겨울에도 동해안에 서퍼들이 몰리는 것은 계절풍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북동풍이 불어 동해안에 2m가 넘는 파도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서핑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에는 동해안을 찾아야 합니다. 여름철엔 남서풍이 불기 때문에 제주 서귀포 중문이나 부산에서 파도가 크고 높습니다. 여름철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잔잔한 파도가 치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안전하게 서핑을 배우기 좋습니다.”(김 대표) 우리나라의 서핑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주 중문 색달해변과 부산 송정해변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서핑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곳은 양양의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일대다. 2009년에 죽도에 서핑스쿨이 자리 잡으면서 숙박, 음식, 패션, 게스트하우스, 요가, 캠핑, 교육, 영화제 등 서핑 관련 문화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양양은 서울에서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서핑 천국으로 떠올랐다. 양양의 서핑문화는 점차 북쪽 해변으로 확산되면서 낙산해수욕장에도 초보 서퍼들을 위한 ‘양양서핑학교’가 들어섰다. 2017년 12월에 문을 연 서핑학교는 ‘사계절 서핑 활성화’를 모토로 내걸었다. 겨울에 3개월 과정으로 주말마다 교육을 하는데, 매년 1200명 정도가 겨울바다에서 서핑을 즐긴다. 강사진은 서핑 국가대표 코치도 포함돼 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서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가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요즘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에는 ‘해양치유센터’가 곳곳에 건립되고 있다. 바닷물과 모래, 해산물과 같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한 치료시설이다. 김 대표는 ‘해양치유’의 효과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중심에는 서핑이 있다고 설명한다. “강한 바닷바람을 맞는 것은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강한 자외선에 닿게 되면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바닷바람에 함유된 미세한 소금입자는 기관지를 통해서 염증을 감소시키고, 파도 소리는 백색소음으로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요.” 실제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작전명: 서핑’에서는 전쟁에서 살인기계로 활약하다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퇴역 군인들이 서핑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퇴역 군인이 서핑에 빠지면 내일 파도는 어떨지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내일 파도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오늘 자살할 생각을 안 하죠. 앞으로 의사들이 처방전을 쓸 땐 약과 함께 서핑수업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감동을 준다. 김 대표는 “파도 위에서 홀로 서야 하는 서핑은 굉장히 이기적인 스포츠”라고도 말했다. “원 웨이브, 원 맨(one wave, one ma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파도에는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멋진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만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서핑의 유일한 룰입니다. 한번 파도에 올라타면 잊을 수 없는 매력이지요.” 설악산과 바다에서 온천힐링단풍으로 유명한 양양의 설악산 오색(五色)지구는 ‘하늘 아래 온천 1번지’로 불릴 정도로 약수와 온천이 유명하다. 오색은 주전골의 암반이 다섯 가지 빛을 발하고, 봄이면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오색지구에서는 탄산약수를 마시고, 탄산온천을 경험해봐야 한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지하 470m에서 끌어올린 탄산온천의 명소다. 해발 647m 지점에 있는 미지근한 탄산온천수에 입욕하면 탄산기포가 온몸을 감싼다. 탄산온천은 피부의 이물질을 제거해 ‘미인온천’이라고도 불린다. 호텔에는 강황 등 건강 식재료를 활용한 면역증강 메뉴 식단도 마련돼 있다. 전문 숲길지도사와 함께 주전골 트레킹을 통해 설악산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1박 2일 세러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온천에서 1년 이상 장기 숙박하며 치유를 하는 투숙객도 있다. 양양국제공항 옆에 지난해 6월 개장한 온천리조트 설해원(雪海園)은 이름 그대로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정원’이다. 100% 원탕의 온천수가 공급되는 야외 온천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설악산을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이다. 건축가 양진석이 설계한 설해원은 편백나무와 물을 테마로 한 ‘오리엔탈 모더니즘’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일본의 온천이나 동남아 풀빌라가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설해원의 면역공방은 투숙객이 아닌 일반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원적외선 파동을 이용해 몸 안에 있는 각종 독소, 노폐물, 콜레스테롤 등의 유해성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디톡스 온열요법’ 힐링체험 공간이다. 양양 중광정해수욕장에서 국도 7호선을 건너면 있는 ‘솔향기 언덕’은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양양 연수원 안에 있는 북카페는 도서 1만3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신 후 400m 구간에 이르는 솔밭산책로를 걸으며 향긋한 솔향기를 맡아보길 권한다. 인근 가볼 만한 곳양양의 북쪽에 있는 속초에는 올해 3월 개장한 ‘속초아이’가 있다. 영국의 템스강을 내려다보는 ‘런던아이’와 비슷한 대관람차다. 속초아이에서는 속초해수욕장, 외옹치해변, 청초호, 속초항, 동명항, 영금정 등 바다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 15분 남짓한 시간에 최대 높이 65m까지 올라가는 캐빈을 타고 있으면 동해를 향해 서서히 올라가는 시선의 확장을 느낄 수 있다. 야간에는 8가지 패턴의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퍼포먼스를 펼친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릉 아르떼뮤지엄은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41만 명이 다녀갔다. 마치 진짜 해변에라도 온 듯이 출렁이는 파도 앞에서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고, 연인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 꽃잎이 흩날리는 숲속에서 노니는 사슴, 8 m 높이서 쏟아지는 폭포, 굉음과 함께 꽂히는 벼락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진짜보다 더 실감 나는 자연을 보여주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파도가 없어도 서핑보드 위에 누워 있으면 그 자체로 좋습니다. 가만히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지요. 삶의 강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강원 양양은 대한민국 서핑의 성지다. 여름에는 물론이고 한겨울에도 높은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서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2030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꼽히는 서핑은 동해안의 풍경과 문화,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양양 서프시티 협동조합의 김나리 대표는 “바다에서 심신을 힐링하는 ‘해양치유’의 중심에 서핑이 있다”고 말한다. 설악산과 아름다운 해변, 온천이 샘솟는 양양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웰니스 관광’의 대표적 명소로 손꼽힌다. ○ 사계절 서핑, 해양치유의 중심 양양에 있는 21개의 해변에서는 모두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파도가 있다. 심지어 한겨울 눈 내리는 영하의 날씨에도 슈트와 장갑, 후드로 무장한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파도로 뛰어든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동해의 수온은 7도 내외로 물속에서는 그렇게 춥지 않기 때문에 서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겨울에도 동해안에 서퍼들이 몰리는 것은 계절풍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북동풍이 불어 동해안에 2m가 넘는 파도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서핑을 제대로 즐기려면 겨울에는 동해안을 찾아야 합니다. 여름철엔 남서풍이 불기 때문에 제주 서귀포 중문이나 부산에서 파도가 크고 높습니다. 여름철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잔잔한 파도가 치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안전하게 서핑을 배우기 좋습니다.”(김 대표) 우리나라의 서핑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주 중문 색달해변과 부산 송정해변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서핑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곳은 양양의 죽도해변과 인구해변 일대다. 2009년에 죽도에 서핑스쿨이 자리 잡으면서 숙박, 음식, 패션, 게스트하우스, 요가, 캠핑, 교육, 영화제 등 서핑 관련 문화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양양은 서울에서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서핑 천국으로 떠올랐다. 양양의 서핑문화는 점차 북쪽 해변으로 확산되면서 낙산해수욕장에도 초보 서퍼들을 위한 ‘양양서핑학교’가 들어섰다. 2017년 12월에 문을 연 서핑학교는 ‘사계절 서핑 활성화’를 모토로 내걸었다. 겨울에 3개월 과정으로 주말마다 교육을 하는데, 매년 1200명 정도가 겨울바다에서 서핑을 즐긴다. 강사진은 서핑 국가대표 코치도 포함돼 있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서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가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요즘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 등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에는 ‘해양치유센터’가 곳곳에 건립되고 있다. 바닷물과 모래, 해산물과 같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이용한 치료시설이다. 김 대표는 ‘해양치유’의 효과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중심에는 서핑이 있다고 설명한다. “강한 바닷바람을 맞는 것은 신진대사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강한 자외선에 닿게 되면 우울증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바닷바람에 함유된 미세한 소금입자는 기관지를 통해서 염증을 감소시키고, 파도 소리는 백색소음으로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지요.” 실제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작전명: 서핑’에서는 전쟁에서 살인기계로 활약하다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퇴역 군인들이 서핑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치유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퇴역 군인이 서핑에 빠지면 내일 파도는 어떨지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내일 파도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오늘 자살할 생각을 안 하죠. 앞으로 의사들이 처방전을 쓸 땐 약과 함께 서핑수업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감동을 준다. 김 대표는 “파도 위에서 홀로 서야 하는 서핑은 굉장히 이기적인 스포츠”라고도 말했다. “원 웨이브, 원 맨(one wave, one ma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파도에는 한 사람밖에 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멋진 파도가 오더라도 그 파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만이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서핑의 유일한 룰입니다. 한번 파도에 올라타면 잊을 수 없는 매력이지요.”○설악산과 바다에서 온천힐링 단풍으로 유명한 양양의 설악산 오색(五色)지구는 ‘하늘 아래 온천 1번지’로 불릴 정도로 약수와 온천이 유명하다. 오색은 주전골의 암반이 다섯 가지 빛을 발하고, 봄이면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오색지구에서는 탄산약수를 마시고, 탄산온천을 경험해봐야 한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지하 470m에서 끌어올린 탄산온천의 명소다. 해발 647m 지점에 있는 미지근한 탄산온천수에 입욕하면 탄산기포가 온몸을 감싼다. 탄산온천은 피부의 이물질을 제거해 ‘미인온천’이라고도 불린다. 호텔에는 강황 등 건강 식재료를 활용한 면역증강 메뉴 식단도 마련돼 있다. 전문 숲길지도사와 함께 주전골 트레킹을 통해 설악산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1박 2일 세러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온천에서 1년 이상 장기 숙박하며 치유를 하는 투숙객도 있다. 양양국제공항 옆에 지난해 6월 개장한 온천리조트 설해원(雪海園)은 이름 그대로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정원’이다. 100% 원탕의 온천수가 공급되는 야외 온천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설악산을 바라보는 경치는 일품이다. 건축가 양진석이 설계한 설해원은 편백나무와 물을 테마로 한 ‘오리엔탈 모더니즘’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일본의 온천이나 동남아 풀빌라가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설해원의 면역공방은 투숙객이 아닌 일반 고객도 이용할 수 있다. 원적외선 파동을 이용해 몸 안에 있는 각종 독소, 노폐물, 콜레스테롤 등의 유해성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디톡스 온열요법’ 힐링체험 공간이다. 양양 중광정해수욕장에서 국도 7호선을 건너면 있는 ‘솔향기 언덕’은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양양 연수원 안에 있는 북카페는 도서 1만3000여 권을 갖추고 있다.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신 후 400m 구간에 이르는 솔밭산책로를 걸으며 향긋한 솔향기를 맡아보길 권한다. ○인근 가볼 만한 곳 양양의 북쪽에 있는 속초에는 올해 3월 개장한 ‘속초아이’가 있다. 영국의 템스강을 내려다보는 ‘런던아이’와 비슷한 대관람차다. 속초아이에서는 속초해수욕장, 외옹치해변, 청초호, 속초항, 동명항, 영금정 등 바다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 15분 남짓한 시간에 최대 높이 65m까지 올라가는 캐빈을 타고 있으면 동해를 향해 서서히 올라가는 시선의 확장을 느낄 수 있다. 야간에는 8가지 패턴의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퍼포먼스를 펼친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릉 아르떼뮤지엄은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41만 명이 다녀갔다. 마치 진짜 해변에라도 온 듯이 출렁이는 파도 앞에서 아이는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고, 연인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 꽃잎이 흩날리는 숲속에서 노니는 사슴, 8 m 높이서 쏟아지는 폭포, 굉음과 함께 꽂히는 벼락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진짜보다 더 실감 나는 자연을 보여주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양양=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로마는 분수의 도시다. 인구 100만 명의 고대 로마는 수로를 건설해 20∼30km 떨어진 수원지에서 물을 공급받아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겼다. 시내 곳곳에는 식수를 공급하는 분수를 만들었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의 중앙에는 오벨리스크가 서 있고, 그 양쪽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된 두 개의 분수대가 있다. 순례자들이 대성당에 들어가기 전 물로 죄를 씻는 분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팬데믹도 함께 노래하며 같이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막아내진 못했습니다.” (이건용 작곡가)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의 제20회 정기연주회 ‘스무고개를 넘어서, 비로소…’가 18일 오후 5시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996년 고(故)이강숙 단장(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에 의해 창단된 음악이있는마을은 50여명의 단원이 활동하는 시민합창단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합창으로 그리고 세계로’의 정신으로 한국합창음악을 찾고 개발하고 보급해왔다. 지금까지 350여곡의 창작곡을 연주하면서 한국 창작 합창곡은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깨고 정기연주회마다 매번 2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호응을 얻어왔다. 작곡가 이건용 단장(전 서울시오페라단장)을 비롯해 홍승찬 기획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홍준철 음악감독(음악이있는마을 초대지휘자), 김홍수 지휘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이와 반주자, 신명순 음악코치로 구성된 음악진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일품이다. 1996년 창단 이래 정기공연 19회,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음악회인 푸른나무 공연 56회, 기획공연 24회 초청공연 70회에 이르는 음악회를 가졌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이건용 단장은 “당연한 듯 여기고 지내던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적 같은 일이었나를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다”며 “팬데믹 상황에도 집에서 개인연습을 하고, 인터넷 줌으로 모여 합창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대면연습을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준비한 이번 연주회라 더욱 설렌다”고 했다. 특히 이번 스무번째 연주회는 음악이있는마을을 창단한 고 이강숙 초대단장(2020년 소천)의 추모 연주회로 진행된다. 이건용 단장이 작곡한 ‘Requiem Aeternam’과 홍준철 음악감독이 쓴 노랫말에 노선락 작곡가가 곡을 붙인 ‘기억할게요’가 고 이강숙 초대단장의 추모곡으로 연주된다. 또한 음악이있는마을 단원이기도 한 강현나, 양이룩, 채수남, 한태호 작곡가가 창작한 열 세 곡의 합창곡도 연주된다. 강현나 작곡가의 ‘아라리요’는 우리의 가락 아리랑 선율을 모던한 감각으로 재창조한 곡으로, 리드미컬한 도입부에 이어 익숙한 아리랑 선율을 거쳐 애처로운 마음을 휘몰아치듯 곡이 이어진다. 합창곡을 듣다보면 어느새 한(恨)과 흥에 동화된다. 양이룩 작곡가의 ‘봄꽃피는 날’은 용혜원 시인의 시를 인용해 만든 곡이다. ‘봄에 꽃이 필 때 나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는 가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멜로디와 화성으로 구성됐다. 채수남 작곡가의 ‘별밤’은 작은 별의 일상을 ‘별’의 시점에서 동화적으로 표현한 한 편의 시같은 곡이다. 녹록치 않은 삶에 초연하면서도 순응하며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일상을 합창으로’ 만드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한태호 작곡가의 ‘믹스커피’는 신입사원의 탕비실 스토리를 곁들여 현대인의 삶과 애환을 합창으로 달달하게 풀었다. “마실 다녀본지가 언제인지, 흙냄새를 맡아본 지도 오래입니다. 빚장 걸어 잠그고 틀어박힌 지가 오래입니다. 이제 곧 흙에서 나는 모든 것들이 서로 얼굴 맞대고 수다 떨며 살내음이라도 맡으면 숨통이 좀 트일지 모르겠습니다. 흙으로 돌아가신 촌장님도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홍승찬 기획감독) 3년 전 제2대 지휘자로 취임한 김홍수 지휘자는 이번이 첫 공식 무대다. 그는 “지휘자는 연주자들 없이 홀로 설 수 없고, 연주자들은 들어주는 사람 없이 존재하기 어렵다”며 “합창에 대한 열정 하나로 인내하며 지켜낸 단원들과 이 순간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해주시고 찾아주시는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가로등은 분홍빛이다. 노을이 질 무렵 핑크색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진다. 카사노바가 살았던 도시답게 세상이 마법적인 색채 속에서 낭만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베네치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곤돌라를 탈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해질 녘에 타야 한다.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칸초네를 부를 때,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결까지 온통 장밋빛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KB금융그룹의 역사와 미래2001년 주택은행과 통합 후 급성장… 은행-증권-보험 ‘3Top 체제’ 구축영업부터 플랫폼까지 꾸준한 혁신… “편리하고 더 나은 세상 만들겠다”KB국민은행은 2001년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국민은행과 주택금융 기관인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초대형 우량은행이다. 이후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소매금융을 통해 다져진 기반을 바탕으로 리딩뱅크의 위상을 공고히 했고, 이후 국민카드 합병과 KB생명, KB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수익원 확대와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제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나가기 시작했다. 2002년 FIFA 월드컵 공식은행으로 지정된 국민은행은 월드컵 엠블럼 사용을 통해 선진 은행의 이미지를 높였다. 당시 판매한 ‘2002월드컵통장’, ‘필승월드컵통장’, ‘월드컵펀드’ 등은 월드컵 효과에 특화된 상품이었다. 국민은행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국내 10개 축구경기장과 대회본부에 소규모 미니점포를 열거나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를 설치하기도 했다. 2001~2008 한국 대표 금융그룹, KB금융그룹 출범통합 KB국민은행을 모태(母胎)로 꾸준한 혁신과 도약을 이뤄온 KB금융그룹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2008년 9월 8개의 계열사와 함께하는 KB금융지주를 출범했다. 계열사들의 전문성과 협력을 통한 종합금융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확대해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겠다는 전략이었다. KB생명(2009년), KB국민카드(2011년), KB저축은행(2012년)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종합금융그룹 기틀을 마련했고,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내실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KB금융공익재단 설립, ‘KB굿잡’을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 지원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벌여왔다. KB금융그룹은 2008년 연간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조8733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ROE(자기자본순이익률)는 연환산 기준 11.92%에 달했다. 13년이 지난 2021년 KB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조4096억 원이다. 그룹 ROE는 10.22%로 핵심 이익의 견조한 증가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결실에 따른 것이다. 2014~2017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KB금융그룹은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며 리딩금융그룹을 향한 새로운 경영전략을 추진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비은행 부문 사업 확대를 통해 미래의 성장 기반을 견고히 한 것이다. KB캐피탈(우리파이낸셜 인수) 출범, KB손해보험(LIG손해보험 인수)과 KB증권(현대증권 인수)을 새 가족으로 맞이하며 금융 서비스의 영역을 넓혀 그룹의 성장과 사업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은행·증권·보험의 3TOP 체제를 통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또한 모바일 생활금융플랫폼 ‘Liiv’, 통합멤버십 플랫폼 ‘Liiv Mate’, 중고차와 금융의 결합 ‘KB차차차’, 종합 부동산플랫폼 ‘Liiv On’(현 Liiv 부동산)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디지털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핀테크허브센터’(현 KB Innovation HUB센터)를 출범하고 혁신적 서비스에 도전하는 기술 창출을 위해 제휴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성과 측면에서도 금융그룹 출범 이후 당기순이익 3조 원,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함으로써 수익성, 성장성, 건전성을 확보한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2018 이후 글로벌 금융그룹을 향한 새로운 도전국내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한 KB금융그룹은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했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전략 시장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뉴욕, 런던, 홍콩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의 IB 분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그룹 차원의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포한 이래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No.1 금융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조직과 영업 방식, 플랫폼, 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그룹 차원의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 가동을 시작한 ‘The K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정보기술 인프라를 구축해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디지털금융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그룹 차원의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국내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선제적이고 모범적인 ESG 경영 체제를 확립해 ESG 부문에서 리더십을 굳히고 있다. ‘KB GREEN WAVE 2030’ 전략으로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 원으로 확대하고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인 ‘KB Net Zero S.T.A.R’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등 지속가능한 가치와 고객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ESG 경영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2020년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 부문을 강화하며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했다. 회사 측은 “금융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KB금융그룹의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리산 국립공원에는 반달가슴곰이 산다. 검은색 털과 흰색 V자 무늬가 선명한 반달곰은 단군신화의 주인공으로, 반만년 동안 우리민족의 가슴 속에 살고 있는 모신(母神)적 존재다. 호랑이의 멸종 이후 한반도에 살고 있는 가장 큰 맹수이기도 하다. 야생의 산 속에서 나무를 타고 있을 반달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리산은 신비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숲 속의 농부’로 돌아온 반달가슴곰 “반달가슴곰은 ‘숲 속의 농부’라고 불립니다. 곰은 나무열매와 과일을 주로 먹는데, 배설물에 씨앗이 함께 나와 숲 속 이곳 저곳에 퍼집니다. 씨앗에는 보통 발아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곰의 뱃 속을 거친 씨앗은 화학물질이 씻겨져 훨씬 발아가 잘 됩니다. 반달곰이 숲 속을 풍요롭게 하는 ‘씨앗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김진경 국립공원공단 자연환경해설사) 전남 구례 화엄사 인근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 이 곳 반달곰생태학습장에는 야생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반달곰 27마리가 살고 있다. 숲 속 공간에서 나무에 올라타며 놀거나, 토마토와 사과를 먹는 반달곰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방사 훈련을 진행 중인 곰도 있지만, 대부분 야생 적응에 실패해서 구조해온 곰들이 많다. 덫에 걸려 한쪽 발을 잃었거나, 등산객이 던져준 먹이에 길들여진 곰들이다. “등산객들이 산에서 곰을 만날 경우 과일이나 과자를 던져 주면 절대 안됩니다. 등산객이 주는 먹이에 맛을 들인 곰은 이제는 등산로에서 사람을 기다립니다. 이런 음식을 먹고 이빨이 다 썩어버린 곰도 있습니다. 이렇게 야생성을 잃은 곰은 더 이상 숲 속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이곳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이렇게 한번 들어온 반달곰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한다. 반달곰생태학습장에 있는 곰은 관람객이 가까이 가면 ‘똑,똑,똑,똑…’하며 마치 목탁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곰이 사람을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계할 때 내는 소리라고 한다. “지리산을 등산할 때는 반드시 정해진 등산로를 타야합니다. 평소 사람들이 안다니는 비법정 탐방로에는 곰이 생활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곰도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산에서 ‘똑똑똑’하고 목탁소리를 내면서 경계하고 있는 곰과 만난다면, 뒷걸음질 치면서 차분하게 피하면 됩니다. 등을 보이면서 도망가면 호기심 많은 사춘기 곰이 얼굴을 보고 싶어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죠.” 반달가슴곰은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아무르, 중국 동북부지방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아시아 흑곰(Asiatic Black Bear)이다. 그래서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도 반달가슴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은 “실제로 곰에게 쑥을 주면 무척 잘 먹는다”고 말했다. 봄에 난 햇쑥을 특히 좋아한다고. 그는 “단군신화 속 곰이 먹었던 마늘은 현재의 매운 마늘이 아니라 ‘산마늘(명이나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은 일제강점기 ‘해수구제’라는 명목으로 한반도에서 1000여 마리 이상 사냥을 당해 사라졌고, 최근까지도 각종 덫에 걸려 희생돼 멸종위기에 이른 상태다.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신호장치가 부착된 반달곰이 동면 시기가 아닌 데도, 한 장소에서 며칠 동안 움직이지 않는 신호가 발견되면 현장에 가서 확인하기 위해 출동한다. 만일 덫이나 올무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곰을 발견하면 구조하기 위해서다.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공단의 상징이다. 공단 직원들이 입고 있는 옷에 부착돼 있는 마크에 원래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었는데,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반달곰으로 바뀌었다. 반달가슴곰 생태탐방 프로그램은 매일 5회(오전 10시, 11시, 오후 1시30분, 2시30분, 3시30분) 1시간 정도 진행된다. 강의실에서 반달가슴곰 생태에 대해 시청각교육을 한 야외방사장 주변으로 조성된 생태학습로를 따라 걸으면서 직접 곰을 관찰한다.●야생화가 만발한 노고단 지리산 노고단(老姑亶·해발 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연간 30만 명의 등산객 중에 90%가 노고단에서 출발한다. 요즘 노고단에는 털진달래, 철쭉, 병꽃나무, 쥐오줌풀, 복주머니란 등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구상나무를 비롯해 아고산대(亞高山帶)의 키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는 평원처럼 생긴 노고단은 선선한 바람과 변화무쌍한 날씨가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노고단 정상에 있는 돌탑은 노고할미에게 바치는 산신제가 열린다. 노고단은 우리말로 ‘할미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할미는 할머니가 아니라 우리말 ‘한’과 생명의 뿌리를 뜻하는 ‘어머니’를 합쳐 만든 말로 창조신화 속 대모신(大母神)를 상징하는 말. 지역에 따라 마고할미, 노고 할미(지리산, 경기), 개양 할미(서해안), 설문대할망(제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 설립의 출발점이 됐던 노고단은 지리산 훼손, 복원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이 곳엔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1937년까지 외국인 선교사들의 휴양지가 56동이 건설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반쯤 허물어진 돌로 쌓은 선교사 별장터는 아직도 노고단 주위에 남아 있다. 이후 해방 후 1947~48년에는 노고단에서 스키대회가 열리고,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을 위해 군부대가 주둔하기도 했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성삼재 관광도로가 개통되면서 노고단 주변은 야영객들이 쳐놓은 텐트로 몸살을 앓았다. 크게 훼손된 노고단 주변이 메마른 초원이나 사막처럼 보일 정도였다. 결국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해 생태를 복원하고, 군부대는 1995년에 1차, 2007년에 최종적으로 철수했다. 현재 생태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노고단은 하루 1870명만 예약을 통해 오전 5시부터 4시까지만 탐방이 가능하다. 국립공원공단 전남사무소 성삼재분소의 윤세영 해설사는 “지리산은 지혜로울 지(智), 다를 이(異)자를 쓰는데 ‘이 곳에 머물다가면 지혜롭게 달라진다’는 뜻”이라며 “자연은 훼손되긴 쉽지만 복원하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이 노고단 생태복원 작업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리산생태탐방원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지리산생태탐방원은 북한산에 이어 2015년 두 번째로 문을 연 생태탐방원이다. 자연 속에서 숙박하면서 천년고찰 화엄사 탐방부터 노고단 등반, 야생화 차담, 반달가슴곰 생태관찰, 녹차를 맛보는 ‘별멍 야생화 차담’ 등 1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경험할 수 있다. 지리산생태탐방원의 총 객실 수는 20개, 100명 정도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4인 기준 기본 방은 6만6000원.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은 현재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가야산, 한려해상, 지리산, 무등산, 내장산 등 8곳이 있으며 국립공원 예약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엔데믹 시대를 맞이해 골프와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인천∼필리핀 항공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닐라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내 거리인 팜팡가주의 클라크는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 천국으로 불린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플라이 강원(양양∼클라크 노선)이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으로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 클라크는 이전 미국 공군기지를 재개발한 곳으로 ‘클라크 경제자유구역’으로도 불리는 청결하고 안전한 도시이다. 클라크 국제공항에서 30분 내로 주요 리조트와 호텔로 이동이 가능하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골프 여행지로 이름난 클라크는 비즈니스 및 레저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인근에 있는 피나투보산은 해발 1745m 높이의 활화산이다. 인근에 자리한 푸닝 온천에서는 화산의 멋진 경치를 보며 온천욕을 즐기고, 화산지대 모래를 이용한 따뜻한 모래찜질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10만 m²(약 3만 평) 규모의 워터파크인 ‘아쿠아 플래닛’은 38개 이상의 워터슬라이드와 놀이시설이 있다. 클라크에 있는 ‘클라크 선밸리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은 깊은 계곡 위에 있는 골프 코스와 야자나무가 울창한 피나투보 정글을 끼고 있는 산악형 골프 코스가 있어 이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폰타나 앤드 아폴론 코리아 컨트리클럽’은 전 미 공군기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다. 총 36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한국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다. 클라크 공항에서 10∼15분 거리이며 페어웨이, 그린, 벙커의 상태가 좋은 명품 골프 코스로 유명하다. ‘미모사 플러스 골프 코스’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 코스다. 타이거 우즈가 극찬한 미모사 골프클럽은 레이크뷰 18홀, 마운틴뷰 18홀로 이루어져 있다. 오래된 큰 나무와 열대나무 정원수, 야생화 등이 어우러진 조경이 멋진 코스다. 또한 필리핀은 2021년 ‘월드 트래블 어워즈’에서 아시아 최고의 다이빙 여행지로 선정됐다. 팔라완은 다양하고 희귀한 동식물과 해양생물들이 가득해서 생태관광지로서 스킨스쿠버 명소로 유명하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1시간 반이면 팔라완의 푸에르토프린세사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이곳의 ‘투바타하 산호초 자연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수중 환초(고리 모양의 산호초)에는 700여 종의 물고기, 360여 종의 산호, 11종의 상어, 13종의 고래가 살고 있다. ‘코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의 공격으로 바다에 침몰한 일본 함대 선박을 둘러보는 난파선 다이빙이 유명하다. 세부의 모알보알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들이 모여 구형으로 헤엄치는 ‘사딘(정어리) 런’을 볼 수 있다. 막탄세부 공항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모알보알은 다이버 자격증을 따기에 좋은 곳이다. 말라파스쿠아섬에서는 진환도상어를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보홀은 현재 제주항공이 인천에서 보홀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팡라오섬은 보홀 남서쪽에 있으며, 국제공항도 이곳에 있다. 알로나 비치의 따뜻한 모래 해변은 안다, 발리카사그, 카빌라오 지역으로 배로 30분 만에 갈 수 있는 매력적인 다이빙 사파리의 출발점이다. 안다의 산호로 덮인 평평한 암초는 호크피시, 붉은성게, 말미잘새우의 서식지다. 발리카사그는 바다거북 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숲속의 농부’로 돌아온 반달가슴곰 지리산국립공원에는 반달가슴곰이 산다. 검은색 털과 흰색 V자 무늬가 선명한 반달곰은 단군 신화의 주인공으로, 반만년 동안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살고 있는 모신(母神)적 존재다. 호랑이의 멸종 이후 한반도에 살고 있는 가장 큰 맹수이기도 하다. 야생의 산속에서 나무를 타고 있을 반달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리산은 신비스럽게 다가온다. “반달가슴곰은 ‘숲속의 농부’라고 불립니다. 곰은 나무열매와 과일을 주로 먹는데, 배설물에 씨앗이 함께 나와 숲속 이곳저곳에 퍼집니다. 씨앗에는 발아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이 있는데, 곰의 배 속을 거친 씨앗은 화학물질이 씻겨져 훨씬 발아가 잘됩니다. 반달곰이 훌륭한 ‘씨앗 배달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김진경 국립공원공단 자연환경해설사) 전남 구례 화엄사 인근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 이곳 반달곰생태학습장에서는 야생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반달가슴곰 27마리를 만날 수 있다. 방사 훈련을 진행 중인 곰도 있지만 대부분 야생 적응에 실패해서 구조해온 곰들이 많다. 덫에 걸려 한쪽 발을 잃었거나 등산객이 던져준 먹이에 길들여진 곰들이다. “등산객들이 산에서 곰을 만날 경우 과일이나 과자를 던져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생활에 길들여진 곰은 등산로에서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이 던져준 음식을 먹고 이빨이 다 썩고, 야생성을 잃은 곰은 더 이상 숲속에서 살 수 없습니다.” 이곳에 한번 들어온 반달곰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한다. 반달곰은 관람객이 가까이 가면 ‘똑, 똑, 똑, 똑…’ 하며 마치 목탁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곰이 사람을 무서워하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계할 때 내는 소리다. “지리산을 등산할 때는 반드시 정해진 등산로로 다녀야 합니다. 평소 사람들이 안 다니는 비법정 탐방로에는 곰이 생활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곰도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산에서 ‘똑똑똑’ 하고 목탁 소리를 내면서 경계하고 있는 곰과 마주친다면, 뒷걸음질하면서 피하면 됩니다.” 반달가슴곰은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아무르, 중국 동북부 지방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아시아 흑곰(Asiatic Black Bear)이다. 반달가슴곰 생태탐방 프로그램은 매일 5회(오전 10시, 11시, 오후 1시 30분, 2시 30분, 3시 30분) 1시간 정도 진행된다. ○야생화가 만발한 노고단 지리산 노고단(老姑亶·해발 1507m)은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 중 하나다. 지리산 종주를 하는 연간 30만 명의 등산객 중에 90%가 출발하는 봉우리다. 요즘 노고단에는 털진달래, 철쭉, 병꽃나무, 쥐오줌풀, 복주머니란 등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구상나무를 비롯해 아고산대(亞高山帶) 특유의 키 작은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는 평원처럼 생긴 노고단은 선선한 바람과 변화무쌍한 날씨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노고단 정상에 쌓여 있는 돌탑 앞에서는 노고할미에게 바치는 산신제가 열린다. 할미는 우리말 ‘한’과 생명의 뿌리를 뜻하는 ‘어머니’를 합쳐 만든 말로 창조신화 속 대모신(大母神)을 상징한다. 노고단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의 시작이자 훼손, 복원의 역사를 지켜본 증인이다. 이곳엔 일제강점기인 1925년부터 1937년까지 외국인 선교사들의 휴양지 56동이 건설되면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광복 후 노고단에서 스키 대회가 열리고, 여수순천10·19사건과 6·25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을 위해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크게 훼손됐다.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성삼재 관광도로가 개통되면서 노고단 주변은 야영객들이 쳐놓은 텐트로 몸살을 앓았다. 노고단 주변이 메마른 초원이나 사막처럼 보일 정도였다. 결국 1991년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적용해 생태를 복원하고, 2007년에는 마지막 군부대가 철수했다. 현재는 하루 1870명만 예약을 받아 탐방이 가능하다. 윤세영 해설사는 “자연은 훼손되긴 쉽지만 복원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노고단이 보여준다”고 말했다.●지리산 생태탐방원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지리산 생태탐방원은 북한산에 이어 2015년 두 번째로 문을 연 생태탐방원이다. 자연 속에서 숙박하면서 천년고찰 화엄사 탐방부터 노고단 등반, 반달가슴곰 생태관찰, 녹차를 맛보는 ‘별멍 야생화 차담’ 등 10여 개의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경험할 수 있다. 지리산생태탐방원의 총 객실 수는 20개, 100명 정도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 4인 기준 기본 방은 6만6000원. 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은 현재 북한산, 설악산, 소백산, 가야산, 한려해상, 지리산, 무등산, 내장산 등 8곳이 있으며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글·사진 지리산=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엔데믹시대를 맞이하여 골프와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가는 인천-필리핀 항공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마닐라에서 차량으로 1시간내 거리인 팜팡가주의 클라크는 이국적인 정취 속에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천국으로 불린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플라이 강원 (양양-클라크노선)이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으로 직항편을 운영하고 있다.●이국적인 정취 ‘골프 천국’ 클라크 클라크는 이전 미국 공군 기지를 재개발한 ‘클라크 경제자유 구역(Clark Freeport Zone)’으로도 불리는 청결하고 안전한 도시이다. 클라크국제공항에서 30분 내로 주요 리조트와 호텔로 이동이 가능하다. 필리핀을 대표하는 골프 여행지로 이름난 클라크는 비즈니스 및 레저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인근에 있는 피나투보산은 해발 1745m 높이의 활화산이다. 인근에 자리한 푸닝 온천에서는 화산의 멋진 경치를 보며 온천욕을 즐기고, 화산 지대 모래를 이용한 따뜻한 모래 찜질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3만평 규모의 워터 파크인 ‘아쿠아 플래닛’은 38개 이상의 워터슬라이드와 놀이 시설이 있다. 클라크에 있는 ‘클라크 선 밸리 골프 앤 컨트리 클럽’은 깊은 계곡 위에 있는 골프 코스와 야자나무가 울창한 피나투보 정글을 끼고 있는 산악형 골프 코스가 있어 이국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폰타나 앤 아폴론 코리아 컨트리클럽’은 전 미공군기지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다. 총 36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한국기업에서 관리하고있다. 클라크공항에서 10~15분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페어웨이, 그린, 벙커의 관리상태가 좋아 클라크내에서 명품 골프코스로 유명하다. ‘미모사 골프 앤 컨트리클럽’은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코스다. 타이거 우즈가 극찬한 미모사골프클럽은 레이크뷰 18홀, 마운틴뷰 18홀로 이루어져있다. 오래된 큰 나무와 열대나무 정원수, 야생화 등이 어우러진 조경이 멋진 코스다. 또한 필리핀은 2021년 ‘월드 트래블 어워즈(World Travel Awards)’에서 아시아 최고의 다이빙 여행지로 선정됐다. 팔라완은 자연 생태계가 잘보존된 지역으로 다양하고 희귀한 동식물들과 해양생물들이 가득해서 생태관광지로서 스킨스쿠버 명소로 유명하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탑승, 1시간 반 정도 가면 팔라완의 국제공항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에 도착한다.●팔라완의 투바타하 리프와 코론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있는 ‘투바타하 산호초 자연공원(Tubbataha Reef)’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생태보호 지역이다. 이 지역의 수중 환초(고리 모양의 산호초)에는 700여 종의 물고기, 360여 종의 산호, 11종의 상어, 13종의 고래가 살고 있다. 또한 북부의 작은 섬은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 2종의 보금자리다. ‘코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해군의 공격으로 바다에 침몰한 일본 함대 선박을 둘러보는 난파선 다이빙이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당시 미국의 공습으로 침몰된 24척의 일본 선박이 수장돼 있다. 이 중 매우 잘 보존된 12척의 난파선은 산호와 수중 생물의 서식지로 활용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을 하기에 완벽한 6~10m 사이의 얕은 물에 위치해 있어 다이빙 포인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세부의 말라파스쿠아와 모알보알 세부는 수백만 마리의 정어리들이 모여 구형으로 헤엄치는 ‘사딘 런(Sardines Run)’과 진환도 상어를 1년 내내 만날 수 있다. 또한 피그미 해마, 고스프 파이프 피쉬, 푸른 고리 문어 등 많은 희귀종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말라파스쿠아 섬에서는 진환도 상어와 함께 수영하는 진귀하고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희귀 야행성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야간 다이빙과 난파선 탐사도 인기다. 큰지느러미흉상어의 서식지인 가토 섬 근처를 가로지르는 수중터널도 다이빙 명소다. 이곳에서는 갑오징어, 줄무늬 바다뱀, 게, 쏠배감펭의 비밀스러운 삶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동굴을 탐험할 수 있다. 모알보알은 정어리떼와 고래 상어와 함께 수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모알보알은 또한 다이버 자격증을 따기에 좋은 곳이다. 고래 상어, 환도 상어, 화이트 팁 상어도 자주 볼 수 있다. 막탄-세부 공항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거리에 있다. ●보홀의 안다, 발리카삭, 카빌라오 보홀은 세계적인 호텔시설과 비치들이 즐비하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팡라오섬은 보홀 남서쪽에 있으며, 국제공항도 이곳에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인천에서 보홀까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안다(Anda)는 비교적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다이빙 명소다. 이곳의 산호로 덮인 평평한 암초는 호크피쉬, 붉은성게, 말미잘새우의 서식지다. 카빌라오(Cabilao)는 작지만 특별한 매력을 가진 다이빙 성지다. 발리카삭(Balicasag)은 바다거북 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알로나비치에서 배로 30여분 거리에 있다. 알로나 비치의 따뜻한 모래는 안다, 발리카삭, 카빌라오 지역으로의 매력적인 다이빙 사파리의 출발점인 셈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옛 건반악기 전문 연주자 최현영의 포르테피아노 독주회가 2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최 씨는 서울예고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던 중 옛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쳄발로)에 매료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하프시코드(Harpsichord)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로, 피아노가 상용화되기 이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독주 및 합주 악기였다. 그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를 전공한 후 학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에라스무스 장학재단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봅 판 에스페렌, 로버트 레빈 등 옛 건반악기 명연주자들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다. 유럽 체류 중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연주, 오페라 코치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이날 독주회에서 최 씨는 모차르트(1756~1791), 베토벤(1770~1827), 하이든(1732~1809)을 비롯해 빌헬름 프리드만 바흐(1710~1784), 카를 필립 에마뉴엘 바흐(1714~1788), 크리스티안 고틀로프 네페(1748~1798) 등 18세기 중후반 시기에 포르테 피아노나 쳄발로로 연주됐던 곡들을 연주한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초기 포르테피아노 음악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반악기 환상곡들을 연주한다. 바로크 시대부터 이어져온 건반악기 즉흥연주의 전통은 토카타, 전주곡, 환상곡으로 발전해왔다. 18세기 중후반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작곡가들의 시도가 이어졌다. ―포르테피아노는 어떤 피아노인가?“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쓰였던 피아노다.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했던 악기고, 베토벤도 초중기까지는 포르테피아노의 음역대를 염두에 두고 쓴 곡들이 많다. 초창기 포르테피아노는 현대의 피아노보다 훨씬 작아서 쳄발로(하프시코드)에 가까운 길이와 크기, 음역대를 갖고 있다.” ―포르테 피아노 전에 연주되던 쳄발로는 어떤 악기인가. “쳄발로는 소리 자체가 피아노랑 완전 다르다. 건반을 치는 것은 같지만, 현을 튕겨서 내는 소리다. 건반에 연결된 막대의 끝에 조그맣게 손톱만한 ‘퀼(quill)’이 달려 있어서 현을 튕긴다. ‘퀼’은 예전에는 새의 뼈나 깃털 등을 깎아서 만들었다. 그래서 쳄발로는 기타나 하프, 류트처럼 현악기 소리가 난다. 원래 노래반주는 류트로 연주를 많이 했다. 왼손으로 여러 줄을 동시에 누르며 류트를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건반을 눌러 현을 튕기도록 기계화 시킨 것이 쳄발로다. 열개의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 화성을 더 쉽게 연주할 수 있다. 하프시코드는 현을 튕기기 때문에 ‘챙챙’ 거리는 소리가 난다. 개별 음은 명확히 잘 안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음이 들리는 화성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악기다. 대위법적인 푸가를 많이 쓰던 바로크 음악에서는 화성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프시코드는 연주자가 음량을 마음대로 키우거나 줄일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포르테피아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질서, 조화, 균형을 강조하는 바로크 음악이 약 100년간 작곡되다가, 18세기 중반 장 자크 루소의 자연주의가 나올 즈음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대위법적인 엄격한 화성 구조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노래 선율이 흐르는 음악을 듣고 싶다는 취향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현을 뜯는 소리가 났는데, 포르테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망치가 쇠줄을 땅하고 치고 내려가는 구조다. 건반을 세게 치면 큰 소리가 나고, 약하게 치면 작은 소리가 나도록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포르테피아노’란 이름부터 이탈리아어로 강한 소리는 ‘포르테’, 약한 소리는 ‘피아노’라고 하는 데, 강약을 잘 조절할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19세기부터는 쳄발로가 거의 사라지고, 포르테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는 작곡가들이 많아졌다.”― 현대 피아노와 포르테피아노의 음색은 어떻게 다른가. “88개의 건반을 가진 현대의 피아노는 강철 현을 커다란 해머가 때리는 구조라 음량의 표현이 거의 무한대다. 그야말로 0에서 100까지의 음량 범위 안에서 연주자가 조절하면서 원하는 다이내믹을 표현할 수가 있다. 포르테 피아노의 음량 범위는 0에서 50정도까지로 훨씬 적다. 음량이 작다는 것이 제한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표현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항상 0에서 100까지의 음량을 모두 쓰고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말을 좀더 조리있게, 설득력 있게 하기 위해서는 템포를 천천히 하거나, 끊어 읽거나,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연주하는 것)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쓰게 된다. 그래서 옛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사람이 말하는 것’에 더 가깝다고 표현한다. 보다 섬세한 뉘앙스를 살리기 위한 표현수단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옛날 악기의 표현방식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에 더 맞다는 느낌이 든다.” ―포르테피아노와 현대 피아노의 구조의 차이는? “포르테피아노는 소리를 울리고 증폭시키는 공간에 사용되는 목재가 매우 얇다. 건반악기를 칠 때는 뚜껑을 열고 치는데, 소리가 나무 전체를 울린 뒤 반사판을 통해서 나온다. 포르테피아노는 나무판이 매우 얇아서 톡하고 부러질 정도다. 건반을 두드리는 해머도 작은 나무에 얇은 양가죽이 한두겹 싸여 있는 형태다. 연주자는 작은 해머가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게 건반을 쳐야 한다. 반면 현대의 모던 피아노는 굉장히 크고, 나무도 두껍고, 철로 된 견고한 보강물들이 있다. 낭만시대로 갈 수록 더 큰 소리를 내고, 더 많은 음역대를 연주하기 위해 피아노의 크기 점점 커지고, 메카닉이 점점 복잡해져왔다.” ―포르테피아노가 더 맑고 투명한 음색이 나는 이유는. “현대의 그랜드피아노는 저음역대와 중음역대의 현이 대각선으로 교차되도록 설계돼 있다. 악기의 크기 안에서 최대한의 음역대와 큰 소리를 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교차된 현의 공명현상 때문에 소리가 섞여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바흐나 모차르트와 같은 옛날 음악을 칠 때는 현대의 피아노로는 표현하기 힘들 때가 많다. 특히 저음 부분을 칠 때 명징하게 독립된 성부로 들리게 하기가 약간 어렵다는 게 느껴진다. 저는 대학시절에 원래 모던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처음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해봤을 때 부드러운 하얀 밥만 먹다가 잡곡이 섞인 밥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질감, 식감이 한꺼번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숨겨졌던 음이 하나하나 다 들렸다. 포르테 피아노의 현은 대각선으로 교차하지 않고, 평행하게 설치돼 있다. 때문에 중음역, 고음역 등 개별성부가 모두 명징하고 유리처럼 투명한 음색으로 들리게 된다. 소리 구분이 더 잘되니, 제가 개인적으로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지고,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는 재미가 생겼다. 현대 피아노로 연주하면 아무래도 음이 뭉쳐지게 된다. 현대 피아노로 20세기 레퍼토리를 연주하면 무리가 없다. 왜냐하면 그 시대의 작곡가들도 이 피아노를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날 베토벤,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와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다.” 최 씨는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자기가 만든 피아노를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겉모양은 현대의 피아노이지만 내부는 현이 교차돼 있지 않고, 옛 건반악기처럼 현이 평행하게 설치돼 있다고 한다. 각 성부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바렌보임 자신만의 피아노인 셈이다. ―모차르트는 어떤 건반악기를 많이 연주했을까. “모차르트에게는 평생 가장 많이 연주한 악기가 ‘포르테 피아노’였다. 물론 쳄발로도 많이 연주했지만, 가장 좋아했던 악기는 포르테 피아노였다. 또한 포르테 피아노의 직속 선배 악기인 ‘클라비코드(Clavichord)’도 많이 연주했다. 클라비코드는 소리가 워낙 작아 연주용 보다는 개인용 악기였다. 모차르트는 마차에 클라비코드 하나를 싣고 다니면서 호텔방에서 오페라를 작곡하곤 했다. 요즘 디지털 건반 같은 느낌이다. 클라비코드는 ‘밤의 악기’라고 불린다. 사람이 소곤대는 목소리 정도의 데시벨로, 바로 옆에 앉아서 들어야 들릴 정도로 소리가 아주 작다. 저도 집에 클라비코드가 있는데, 밤에 연주해도 층간소음에 전혀 문제가 없는 악기다. 바로크 작곡가들도 밤에 연주를 해야 한다거나, 내밀한 분위기에서 연주할 때는 클라비코드를 이용했다고 한다. 호텔방에서 갖고 다니면서 작곡하기엔 좋은 악기다.” ―쇼팽은 주로 어떤 피아노를 사용했나? “쇼팽은 플레이엘사의 피아노와 에라르 사 피아노를 주로 연주했다. 흔히 ‘낭만 피아노’라고 부르는 악기다. 소리가 거의 모던 피아노와 비교해도 그렇게 약하지 않은 소리가 난다. 내부는 평행한 줄로 제작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낭만시대 피아노는 공장식으로 제작돼 현대에도 많이 남아 있다. 피아노 회사마다 메카닉이 다르고, 음색의 차이가 컸다. 리스트는 에라르 피아노를 선호했고, 쇼팽은 플레이엘을 선호했다. 에라르는 파워풀하고 깊이 있는 소리가 났다면, 플레이엘은 둥그렇고 달콤한 음색이 특징이다.” ―시대악기를 처음에 어떻게 만나게 됐나. “서울대 음대에서 전공수업 중에 쳄발리스트 오주희 선생님에게 옛 건반악기 수업을 들었다. 음반이나 영화에서만 듣던 찰랑찰랑한 소리를 들었을 때, 음악이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빠져들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치고 음대에 들어갔는데, 회의감이 들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세상에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있는데, 굳이 한 명의 연주자를 더 보탤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이론을 배워보기도 하고, 다른 진로를 찾아 전과를 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쳄발로 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음악하고 싶다.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건반악기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짐을 싸서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에서 포르테 피아노까지 전공하게 된 계기는. “챔발로를 전공하러 파리 19구에 있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 입학했다. 학교 옆에는 악기박물관이 있었는데, 거기서 플레이엘 초기 피아노를 발견해 쳐보게 됐다. 별 생각없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차르트 곡을 연주했는데, 내가 상상만 해오던 소리가 피아노에서 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유리구슬이 또르륵 굴러가는 소리’였다. 그동안 모던 피아노로 연주할 때는 대가들만 이렇게 모차르트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이고, 나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포기하다시피했던 소리였다. 그런데 내가 연주해도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나서 포르테피아노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쳄발로에서 바로 그 다음시대의 악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된 것이다.” 최현영 씨는 2019년 귀국 후 하우스 콘서트와 살롱 콘서트를 통해 옛 건반악기의 아름다움을 관객들과 나누고 있다. 시대악기로 고음악 연주는 물론 국악, 현대음악, 인문학, 미술사 등 다른분야와의 협업도 열정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18세기 중후반 ‘환상곡’ 레퍼토리를 연주하는데…. “바로크 음악에서 즉흥연주는 오랜 전통이었다. 성당에서 오르간으로 미사곡을 연주할 때는 즉흥연주를 해야할 순간이 굉장히 많다. 사제가 미사를 집전하는 도중 예식을 할 때 배경음악을 깔아야할 때도 있고, 성체성사 줄이 굉장히 길 때는 오랫동안 음악을 연주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새로운 성가를 부르기 보다는, 연주자가 찬송가 주제를 활용해 즉흥연주를 하게 된다. 예식에 맞춰 연주하다가 언제든지 바로 끝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악가가 귀족 집에 초대받아서 연주할 때도 처음에 피아노를 조율하고, 테스트하면서 손을 푸는 ‘자유로운 전주곡’도 즉흥연주였다. 16~17세기에는 악보로 표기 안된 즉흥연주가 많았는데, 18세기에 들어서 ‘환상곡’이라는 이름으로 악보가 출판되면서 지금까지 악보가 남게 됐다. 18세기 중반에는 미술계에서는 낭만주의가 시작된다. 음악에서도 바로크와 고전주의 사이의 짧은 기간에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다. J.S 바흐가 1750년에 사망했는데, 바흐의 아들 세대 작곡가들부터 기상천외한 시도를 많이 한다. 예전같으면 말도 안되는 화성을 과감하게 넣기도 하고, 전통적인 양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형식으로 ‘환상곡’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후기 바로크, 로코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당시에 포르테 피아노도 생겼다. 제가 연주하는 곡 중에 1801년에 쓰여진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13번이 있는데, ‘Quaisi una Fantasia’(거의 환상곡처럼)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소나타는 엄격한 형식(제시부, 발전부, 재현부)이 있는데, 베토벤은 이 곡에서 환상곡이라는 장르를 활용해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 이번 독주회에서 바흐 사후 약 50년 동안 좀더 과감한 표현을 하기 시작한 건반악기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다.” ―바로크 음악에서 통주저음이란. “통주저음(通奏低音·Basso continuo)은 앙상블에서 즉흥연주를 할 때 쓰는 저음 반주다. 왼손 악보는 첼로의 베이스 선율을 따라가고, 오른손은 그 코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통주저음은 요즘의 재즈하고도 비슷하다. 콘트라베이스가 통주저음을 연주해주면, 나머지 악기는 기본 코드 안에서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하는 것이 재즈다. 바로크 음악도 그런 요소를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샤콘느라는 양식에서 첼로랑 쳄발로 파트 악보에는 네가지 음밖에 없다. 곡 전체에서 계속 반복이 된다. 네가지 음만 연주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그걸 변주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따라서 피치카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주해 나간다. 음악이란 것이 악보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현대의 연주자와 옛 작곡가들의 생각과 느낌이 서로 연결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음악을 더 살아 있게 만든다.” ―시대악기를 연주하는 원전연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로크나 고음악을 한다고 하면 흔히 옛날 연주를 고증해서 똑같이 재현해서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1세대 연주자들은 ‘정격연주’ ‘원전연주’의 연주법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저희 세대는 그 혜택을 많이 받았다. 300~400년 전의 악기로 연주하는 고음악은 당시의 작곡가들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격연주라고 해서 옛날 연주법을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더 깊이 와 닿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목표가 옮겨가고 있다.” ―고음악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노력은?“고음악을 즐기는 분들은 현재 소수다. 그러나 굉장히 깊게 사랑한다. 고음악 연주를 ‘한번도 안들은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고음악 연주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아니라 작은 살롱 음악회에서 들어야 악기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역사와 문학, 미술, 무용과 함께 렉처 콘서트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바로크 미술, 무용과 고음악의 연관성이 있다면. “바로크 시대는 장식적인 게 엄청 유행하던 시기다. 음악에도 장식음이 풍부하다. 유학시절 옛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바로크 무용도 배웠다. 특히 프랑스 바로크 음악은 춤곡이 대부분이다. 사라방드, 쿠랑트, 미뉴에트와 같은 바로크 시대의 무용 스텝을 알지 못하면 바로크 음악을 이해할 수가 없다. 스텝을 이해해야 프레이징을 이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가 한 문장이고, 한 세트라는 것을 모르고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왈츠만해도 스텝을 몰라도 음악 리듬자체로도 확 와 닿는다. 그러나 바로크 춤곡은 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귀족들만 향유했던 예술이기 때문이다. 사라방드는 우아한 느린 세박자 춤곡이다. 두 번째 박자에 엄청난 장식음이 들어가는데, 그 이유는 두 번째 스텝에서 발을 들어올려서 다양한 동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간을 음악으로 채워주기 위해 트릴, 꾸밈음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음대에서는 필수로 바로크 무용을 배운다. 별도의 바로크 무용 캠프에 가서도 배웠다. 한국에서 전통무용을 배우는 사람이 있듯이, 프랑스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취미로 궁정에서 추던 바로크 무용을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국악하고 협업을 하는 이유는.“서양 바로크 음악이랑 국악은 굉장히 유사하면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연주하는데, 만약에 서양의 음악가들이 와서 같이 연주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상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실제로 우리나라 꼭두각시 선율과 스코틀랜드 민요의 춤곡은 굉장히 유사한 선율이 반복된다. 또한 옛날 바로크 선율을 국악기가 연주해도 전혀 무리가 없고, 꾸밈음을 붙이는 방식에서 굉장히 접점이 많았다. 서양 바로크 음악 연주자들과 국악연주자들이 한국의 즉흥음악인 ‘시나위’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장구 리듬에 맞춰 시나위를 각자의 방식으로 연주하니 연주자들이 무척 즐거워했다. 기본적인 틀 안에서 자유롭게 연주해보니 굉장히 재밌고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왔다. 이러한 시나위 연주는 유럽에서도 굉장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악도 현대적인 요소와 결합해서 세계인들과 호흡하고 있는데, 저희 서양 고음악 바로크 연주자들도 서로 영감을 받는 부분이 많다. 옛 음악이 박물관 유리창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살아 있게 하는 것이 현대 연주자들의 역할인 것 같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해골의 집’ ‘뼈로 만든 집’으로 불리는 건물이 있다.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바트요다. 이 집은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성 게오르기오스가 용과 싸우는 전설을 담고 있다. 건물의 꾸불꾸불한 곡선은 살아 숨쉬는 유기체 같다. 발코니는 해골 모양이고, 기둥은 뼈, 지붕은 용의 비늘로 덮여 있다. 내부엔 용의 등뼈처럼 생긴 계단 난간이 이어진다. 한 편의 판타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집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