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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스타들의 출연 여부가 주목되던 일본 NHK의 올해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여성 9인조 그룹 트와이스의 출연이 14일 결정됐다. 트와이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출연이 된다. 반면 한때 출연이 유력시됐던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출연 명단에서 제외됐다. NHK는 이날 도쿄 시부야(涉谷)의 방송센터에서 올해 홍백가합전 출연자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매년 12월 31일 밤 열리는 NHK 홍백가합전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요 프로그램으로 그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들이 출연해왔다. 올해 출연자로는 여성팀과 남성팀을 합쳐 42개 조와 특별기획 한 조가 정해졌다. BTS와 트와이스 모두 출연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BTS 멤버가 1년 전에 입었던 원자폭탄 투하 이후의 버섯구름이 그려진 티셔츠를 문제 삼은 민영방송들이 이들의 출연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트와이스의 출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날 트와이스의 2년 연속 출연이 결정된 뒤 트와이스 공식 트위터에는 “안심했다”, “잘 됐다”는 팬들의 코멘트가 이어졌다고 데일리스포츠가 전했다. 한편 ‘스포니치아넥스’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출연가수에 BTS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도진의 질문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NHK 제작담당자는 “올해의 활약도, 여론의지지, 방송 기획 연출(시청률), 이 3가지가 선발 기준”이라며 “이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건이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는 “선발 과정의 세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 기준은 이 세 가지”라고만 거듭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방탄소년단(BTS),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13일 오후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 도쿄돔 앞에서 만난 여대생 다나카 아사토 씨(19)와 다니이 리리아 씨(19)는 기자에게 “BTS는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며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BTS 노래를 들으려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이들은 한국어로 “응원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연장에선 “BTS 파이팅”, 밖에선 “BTS 용서 못 해” BTS는 1년 전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 사진 등이 들어간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다며 지난주 일본 민방 생방송 출연이 하루 전 취소되는 등 악재를 만났지만 콘서트 현장에 모인 열성 팬들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5만 석 티켓은 한 달 전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현장에서 만난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 일본 4개 도시에서 총 9회의 돔 공연으로 관객 38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장 안 열기와 달리 공연장 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일본 우익 단체 소속 남성 2명이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반일 그룹과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 모두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은 우익들을 향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BTS 공연 찬반 논란에도 일본 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사토 미쿠 씨(23)는 “정치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BTS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공연은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지민은 광복절 티셔츠와 관련해 일본어로 “여러 상황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공연 직후 소속사 측은 광복절 티셔츠 건과 4년 전 패션 화보 촬영 중 나치 문양의 모자를 쓴 것에 대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의 사과 요구 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원폭 피해자와 나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아니었지만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점에 사과드린다”며 “한일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고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에 사과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 한류는 굳건, 한일 관계는 갈등 과거 일본 내 한류 붐은 정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카라, 소녀시대 등이 일군 2차 한류는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며 찬바람을 맞았다. 그러나 BTS 공연이 일본에서 성황리에 진행되는 것은 세계적인 그룹 BTS의 인기가 일본 방송국이 좌지우지할 수준이 아닌 데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문화와 정치를 구분한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11월 19일자)에서 BTS의 최신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첫 주 45만 장이 팔려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앨범 차트 1위는 트와이스가 한국에서 발표한 6번째 미니 앨범 ‘예스 오어 예스’였다. 오리콘 차트 싱글과 앨범 부문을 모두 한국 아티스트가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한일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NHK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국민의 69%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13일 전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은 2%에 불과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이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같은 극한 표현을 써가며 ‘한국 때리기’에 몰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46%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도쿄=김범석 bsism@donga.com·서영아 특파원}
“미디어의 세계에서 정말 지켜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독립, 공정, 공평, 진실성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38·사진) 초청 심포지엄이 9일 아사히신문 주최로 열렸다. 도쿄대 야스다(安田) 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양사의 제휴 90주년을 기념한 것이기도 했다. ‘글로벌 언론이 디지털에 의한 붕괴에 대처하는 법’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설즈버거 발행인은 5년 전 회사의 앞날을 우려하며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미디어 벤처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의 경험담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당시 NYT는 세계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구독자와 광고 수입이 줄어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먼저 NYT의 바그다드 지국 폐쇄를 권했다. NYT가 엄청난 리스크와 돈을 들여 현장에 기자를 상주시키고 있지만 그렇게 취재해 보내온 기사들은 순식간에 수천 개의 미디어들이 베껴 유통하면서 그들의 광고 수익만 올려준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현장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이 조언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바꿔서는 안 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가치, 이 회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 NYT의 경우는 독립된 공평·정확한 보도, 현장주의, 전문성 높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3가지 위험한 변화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 △거대 플랫폼의 등장 △신뢰 저하를 꼽았다. “첫째, 저널리즘의 비즈니스 모델은 인쇄에서 디지털로 급격하게 이동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 광고 수입은 규모가 작고 우리의 현장주의 저널리즘을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 둘째,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이 우리 조직과 독자 사이에 끼어들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회사들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할까, 그걸로 어떻게 광고비를 얻을까만 따진다는 점이다. 기만적인 콘텐츠건 가짜 뉴스건 가리지 않게 된다.” 그는 강연을 이어갔다. “셋째, 신뢰의 문제. 언론뿐 아니라 대학, 법조 등 사회 곳곳에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립적 정보보다 ‘자신이 듣고 싶은 뉴스’를 선호하는 현상은 정치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이런 상황에서 NYT는 2011년 디지털판 유료화에 나섰다. “디지털이라는 도전 과제에 정정당당히 맞서기로 했다. 소비자로부터 직접 얻는 수익, 즉 디지털 구독료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독자가 ‘대가를 내더라도 읽고 싶은 기사’를 써서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영향력 있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한다.” 1일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에 따르면 NYT의 종이신문 발행부수는 100만 부 이하로 떨어진 반면 온라인 유료 독자는 310만 명(9월 말 현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포함한 3분기 총매출액은 4억1730만 달러로 8.2% 늘었고, 이 중 디지털 부문 구독 매출액은 18%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공격적인 구독료 인하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덕분이라고 언론계에서는 풀이했다. 역설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인 비난과 공격이 NYT에 대한 호감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내려진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12일 일본 도쿄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본사를 찾았지만 사실상 문전박대당했다. 재판의 원고 측(강제징용 피해자들) 변호인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오전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변호인 등은 이번 ‘강제징용 소송 판결 결과를 받아들여 배상하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들고 본사 건물에 들어갔지만 회사 측은 건물 관리회사 직원을 보내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회사 측은 요청서에 대해 받아놓겠다고만 하고 이를 신일철주금 측에 전달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변호인 등은 신일철주금의 직원과 면담하지 못하고 요청서도 전달하지 못한 채 30분 만에 건물을 나왔다. 임 변호사는 건물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회사 측이 배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협상에도 응하지 않음에 따라 계획했던 대로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 압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 외에도 한국과 비슷한 소송을 하고 있는 자국 회사에 배상과 화해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패소한 일본 기업을 포함해 관련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 평소 긴밀한 협력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판결로 생긴 국제법 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강구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 일본 호주 3국이 공동으로 아시아지역의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전했다. 3국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거대 인프라 수요에 적극 대응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는 한편, 광역경제권 구상 ‘일대일로’를 내걸고 이 지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린다는 전략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 호주 외교부 및 수출금융보험공사가 12일 이런 내용의 업무협력을 위한 각서를 교환할 예정이다. 이 3국의 관영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등 에너지 관련 시설, 해저케이블 등 안전보장과 관련된 통신 시설, 자원 개발 등의 안건에 대해 공동으로 융자나 지급보증 등을 해줄 방침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지상파 방송 음악 프로그램 제작진 측이 세계적인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을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일본의 ‘한국 때리기’가 정치 외교 분야를 넘어 한류 등 문화 콘텐츠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9일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지만 문화 스포츠 교류는 이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내 반한 감정의 후폭풍이 커져 가는 모양새다.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제작진 측의 BTS 출연 보류 결정에는 일본 누리꾼들과 언론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쯤부터 “BTS가 원폭 사진이 담긴 티셔츠를 입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일본의 일부 스포츠신문들이 이를 기사화하면서 “너무 비상식! BTS의 반일(反日) 행위가 한국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일본 내 반한 감정을 자극했다.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지난달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맞물리면서 넷우익(인터넷 우익)들은 BTS를 ‘반일 그룹’으로 몰고 갔다. 일부 넷우익들은 이달 13일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BTS를 향해 규탄 시위도 벌이겠다는 분위기다. 한류 전문가 및 한일 문화 전문가들은 6년 만에 되살아난 일본 내 한류 인기가 다시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한 문화·인적 교류 추진을 향한 유식자 모임’의 좌장인 곤도 세이치(近藤誠一) 전 일본 문화청 장관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판결이) 새로운 한일 관계의 불씨가 된다 하더라도 한일 간 문화 교류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9일 지금까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써오던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통일시켰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부로서는 ‘징용공’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는 쪽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일본 정부는 1939년에서 1945년까지 일본 내 공장과 광산에 끌려온 강제징용자 가운데 일본의 ‘국민징용령’에 따른 경우는 1944년 9월 이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재외공관의 자국 대사 등에게 현지 유력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일본의 한국 때리기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시마네(島根)현 미조구치 젠베(溝口善兵衛) 지사가 독도 영유권에 관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일본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8일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김범석 특파원}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노 다로 외상이 앞장서서 나날이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국제사회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에선 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 일본 정치인의 과격 발언에 우려를 표하고 “사법부 판단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논평했다. 70여 년 전의 강제징용, 50여 년 전의 한일청구권협정을 둘러싼 논의는 역사와 정치, 법리가 뒤얽혀 웬만한 사람은 이해하기조차 쉽지 않다. 따라서 감정논쟁은 일단 접어두고, 몇 가지 핵심 ‘팩트’를 먼저 점검해 보자. 그래야 우리의 대응 수준과 방법도 가늠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지만 국가에 의해 국민의 권리가 지켜진다는 외교보호권은 소멸했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상이 국회에서 “한일청구권과 경제협력협정하에서 개인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협정에 기초해 개인 청구권은 법적으로는 구제할 수 없게 된다”고 답변했다. ‘강제징용 보상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결론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청구권의 존재는 일본 정부도 인정하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의 추산에 따르면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한 뒤 한반도에 남기고 간 재산은 당시 화폐로 46억8300만 달러 상당. 이승만 정권은 귀속재산관리법을 만들어 ‘적산’이라 불리던 이 재산을 대부분 민간에 불하했다. 이때 수혜를 입어 성장한 대기업이 적지 않다. 한일 간 수교 협의가 시작되자 이 재산을 찾겠다고 나서는 일본인이 적지 않았지만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그 권리는 사라졌다. #1965년 보상과 배상 문제로 국교정상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박정희 정권은 “5억 달러를 일괄해서 정부에 주면 우리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이 돈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등 국내 인프라 건설로 돌려져 ‘한강의 기적’의 종잣돈이 됐다. 당시 한국의 1년 국가 예산은 3억 달러 정도였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는 배상해주면서 한국만 차별한다고 한다.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는 ‘이덕보원(以德報怨·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차원에서 청구권을 포기했다. 개인 청구권을 정부가 떠맡아 해결하겠다는 협정은 맺지 않았다. 지금 중국인 징용피해자들의 소송에 일본 기업들이 화해의 자세로 나서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청구권협정의 효력을 재검토해 강제징용 피해자는 청구권협정의 대상이었다고 정리했다. 이후 정부는 2015년까지 7만여 건에 대해 최대 2000만 원까지의 보상금 지급을 완료했다. 이를 아는 일본에선 “이번 판결도 ‘위안부 합의 부인’과 같은 맥락의 ‘일본 무시’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우리로선 ‘가해자인 일본이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라는 인식을 떨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운 일본’이 떠드는 말은 다 헛소리”라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다 보면 ‘팩트’에 기반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그 피해는 교류 협력하는 양국 국민에게 간다. 우선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 젊은이들이 혐한(嫌韓) 분위기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일 당신이 협정의 가해자나 수혜자라면 피해자들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지, 한일 관계 악화의 ‘선의의 피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를 차분히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극단적인 분열을 보여줬다.” 7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 “높은 투표율은 대의 민주주의의 확신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선거 결과를 두고는 “미국 사회의 극단적인 분열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反)이민 정책과 인종 차별, 여성 혐오 조장 등 취임 후 과격하고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심판하려는 유색인종과 여성, 젊은층의 높은 투표 참여율로 하원 권력이 8년 만에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에 대한 평가로 보인다. 르몽드는 상하원을 공화 민주 양당이 나눠 가진 것에 대해 “민주주의에서 균형과 견제는 대개 좋은 소식이지만 서로 함께 일할 생각이 없는 사이에서는 분열의 상황이 더 위험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도 8일 선거 결과를 전하면서 ‘미국 제일주의에 엄혹한 심판’(도쿄신문), ‘트럼프 정권에 타격’(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정권에 발목’(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을 제목으로 달면서 앞으로 미국 내 분단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은 1면에 실은 미국총국장 칼럼을 통해 트럼프 정권이 “외교 통상 면에서 지지층을 붙잡기 위해 보다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치우칠 것이며 단독 전횡의 외교에도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 영문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7일 “역대 가장 분열된 선거라고 평가받은 이번 선거는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언론은 집권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기는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큰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기에는 장애물이 많다”며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캐나다,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 정도에만 영향을 줄 뿐 다른 국제 이슈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민주당의 하원 권력 탈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환경은 마련됐지만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역시 확인됐다”며 “선거 결과가 트럼프 정책의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관영 매체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環球)시보는 8일 ‘일부는 기뻐하고 일부는 우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번 선거가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에 전환점은 아니다”라며 “그는 지지를 동원하고 공화당원을 단결시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선거 결과가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여러 영향 중) 가장 작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강경 태도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 때문인지 이 매체는 “중국인들은 미국 정계 변화에 대해 환상을 품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한편 러시아는 크렘린궁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장밋빛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2018 미국 중간선거’ 결과로 미 의회는 ‘상원 공화당 대 하원 민주당’으로 쪼개지게 됐다. 주요 언론사들의 출구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民心)은 ‘미국이 하나의 국가가 맞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친(親)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2016 대선’에서 분열의 언어와 독설의 정치로 기득권 세력을 공격해 ‘예상 밖 당선’을 일궈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의 ‘2020 재선 성공’ 여부는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증폭시킨 미국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발표된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경제 호황’에 대한 평가조차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나라 경제가 좋다’고 대답한 사람 중 공화당 지지자는 60%였고, 반면 ‘경제가 나쁘다’는 응답자 중 무려 83%가 민주당 지지자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분열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극심한 ‘반트럼프’ 정서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공식 일정 없이 백악관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가 마감된 뒤 트위터 메시지를 잇달아 올렸다. 그중 7일 오전 6시 반경 올린 메시지에서 “어젯밤 거둔 큰 승리에 대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들 중에는 무역 거래를 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는 국가들도 있었다”며 ‘완전한 승리’를 자처했다. 이어 “이 위대한 중간선거에 대해 적절한 신뢰를 주지 못한 전문가들이나 ‘토킹헤드’(TV 해설가)들에게 전한다, 두 단어만 기억해라. 가짜뉴스!”라며 늘 해오던 언론 공격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리던 주요국들의 반응도 냉랭했다.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여 온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는 졌다’는 제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멋대로 행동하다 결국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쓴맛을 봤다”는 비판 기사를 올렸다가 얼마 뒤 미중 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듯 돌연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관영 매체 관차저왕(觀察者網)도 ‘트럼프의 패배, 레임덕(의 시작)’이란 제목의 인터넷판 톱기사를 올렸다. 일본 NHK는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이분화된 (미국의) 현실을 보여줬다. 상하원의 분열 탓에 자칫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저력’이 확인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민주당은 하원에서 이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유권자들은 이번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재선을 위해) 앞으로 나가라’란 사인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란 워싱턴 정가의 오랜 공식을 감안할 때 ‘상원 승리, 하원 패배’라는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이 되지 못하고, 민주당이 기대했던 이른바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도 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친민주당 성향의 CNN 방송조차 “이게 무슨 블루 웨이브냐”고 반문하며 “민주당도 반성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민주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열정적 유세뿐”이라며 “그러나 오바마의 메시지조차 별로 새롭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2018년의 민주당’으론 ‘2020년의 트럼프’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청와대가 7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두고 거친 언사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을 향해 강경한 대응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동안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 키’를 유지해왔지만 일본의 도를 넘어선 반응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13일부터 연이어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 일본과 정상회담도 갖지 않을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밖에서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외교 총책임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직접 나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기 어려울 것”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한 것을 겨냥한 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판결을 놓고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과격한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의 발언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외국 정부에 대해 총리가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총리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정부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갈수록 한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반응을 내버려두면 과거사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날 선 반응으로 사태를 키우기보다는 양국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가진 뒤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청와대는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도 갖지 않을 분위기다. 13일 싱가포르,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아세안과 APEC 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별도 회담도 갖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는 “지금 분위기로는 (한일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 역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양국이 서로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하지 않았다. 징용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해도 의미가 없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진격의 거인’, ‘기동전사 건담’, ‘너의 이름은’…. 한국에도 알려진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을 미국 할리우드가 잇달아 결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만화 ‘진격의 거인’의 할리우드 영화화 계획이 발표됐다. 거인을 피해 인류가 높은 벽 안에 둘러싸인 도시 속에서만 살게 된 세계를 무대로 주인공들이 거인과 싸우며 살아가는 스토리. 긴박한 전개에 인간의 욕망이나 기억, 정치적인 술책, 역사 등의 깊은 주제가 들어 있다. 2009년 만화잡지에 연재가 시작된 뒤 일본 국내에서 단행본 7600만 부, 해외 180개국 이상에서 누계 1000만 부가 팔렸다. 2013년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1979년 작 ‘기동전사 건담’도 올여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계획이 발표됐다. 인구 증가로 우주공간에 만들어진 인공거주지에 이민이 진행된 미래세계를 무대로 한 전쟁을 그린 ‘리얼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2016년 개봉된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은 지난해 영화화가 결정됐다. 내년 2월에는 SF격투만화 ‘총몽(銃夢)’을 원작으로 한 ‘아리타: 배틀 에인절’이 공개된다. 전신 사이보그 소녀가 강적들과 싸우는 만화로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했다. 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영화산업의 세계적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콘텐츠의 매력이 할리우드 영화인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플한 스토리가 주류인 미국에서 일본 문화 특유의 복잡함이 매력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케이블TV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본 세대가 지금 할리우드의 중책을 맡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 영화화된 작품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09년 공개된 ‘드래곤볼’은 설정이나 세계관이 원작과 동떨어졌다는 혹평을 받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양국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일미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중요성에 관해선 미국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인식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외무성 간부도 NHK에 “하원에서 의석을 잃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정권이 보호주의를 강화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나 미일관계가 강고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NHK는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가 된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평가가 이분화된 현실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앞으로 상원과 하원이 꼬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멕시코와의 장벽 건설이나 오바마 케어 중단 등의 공약 등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의혹에 대해서는 탄핵을 향한 수순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NHK는 향후 미국 정치가 “상하원 꼬임 탓에 자칫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은 오전부터 매매가 교차하면서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보이다가 오후 하원에서 민주당이 약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뒤 팔자 주문이 늘었다.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최종가는 전일 대비 61엔 떨어진 1만 2085엔을 기록했다. 증권회사 관계자는 ”오늘밤 뉴욕시장을 봐야 정확한 시장의 반응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제소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또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6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대법원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명령한 손해배상을 대신 이행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ICJ에 단독제소한다는 방침이다. ICJ 제소는 분쟁 당사국 중 한 곳이 다른 당사국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으나 한국 측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생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단독 제소 방침을 굳힌 것은 한국 정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외무성이 이미 이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주장을 영문 문서로 정리해 해외 주재 공관을 통해 각국 정부와 언론에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에는 한일간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해결된 만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법상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ICJ 제소를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히 대응할 생각”임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을 한국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등 계속해서 불성실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강조할 기회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관한 대응 조치로 고려하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의 본국 소환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나가미네 대사가 한국에서 재판절차 등에 대해 한국 측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6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문제에 대해 WTO 제소를 전제로 우선 한국 정부에 양국간 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 정부가 약 1조2000억 엔(약 11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낮은 가격으로 선박 건조를 수주해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대응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에 열린 양국 정부 간 협의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요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福島)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등 3건에 대해서도 WTO에서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NHK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과 관련해 한일관계 악화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을 비판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과거와 달리 국내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5일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드러났다. 통신이 3, 4일 전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7.3%로 지난달(10월 2, 3일) 조사 때의 46.5%와 비슷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연일 한국을 규탄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내각 지지율 상승 효과는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강경 대응에도 정권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로는 한일 간 갈등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일본에 별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심리가 퍼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소비세 인상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 확대, 오키나와(沖繩) 미군 기지 이전 문제 등 다른 국내 이슈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강제징용 판결이 묻혀버린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초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아베 총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10억 엔을 받았으니 한일 합의를 이행하라”고 자극하고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 조치하며 강경 대응해 사학 스캔들로 급락했던 지지율을 5%포인트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바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NHK가 4일 보도했다. 고노 외상은 전날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가진 거리 연설에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때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보상과 배상을 어떻게 할지였다. 일본이 경제협력 형태로 일괄적으로 한국 정부에 지불하고 국민 하나하나에 대한 보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이런 약속에 완전히 위배되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은 이미 필요한 돈을 냈으니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노 외상은 “당시 한국의 연간 국가 예산이 3억 달러이던 때에 일본은 5억 달러를 한국에 일괄적으로 줬다. 이것이 현재까지 양국 간 약속의 가장 기본에 있었는데,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를 뒤흔들 큰 사건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후(岐阜)시는 이달 초로 예정됐던 대구 수성구의 대표단 방문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수성구 대표단은 5~7일 기후시를 방문해 교육과 문화 우호 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기후시가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을 수성구 측에 전달해 연기가 결정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요식업계가 식당 등을 예약한 뒤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고객에게 취소료를 청구하기로 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8만여 요식업자가 가입한 전국 음식업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회와 일본 푸드서비스협회, 변호사 단체, 경제산업성, 농림수산성, 소비자청 등이 함께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에 강제력은 없으나 이 가이드라인을 업계에 적극 보급하는 한편 소비자에게도 이해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지침에 따르면 사전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코스요리를 예약한 경우 준비한 음식을 다른 손님에게 다시 판매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좌석만 예약하고 주문은 와서 하기로 한 경우 취소료는 평균 객단가의 50% 정도를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인터넷 예약 등의 확산으로 예약이 쉽고 간단해진 반면 무단 취소도 늘어 요식업계가 ‘노쇼’로 인해 1년에 2000억 엔(약 2조 원) 정도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약 손님이 사전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업소 측은 공석 발생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함께 미리 준비한 식자재 폐기 등으로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연말 송년회 시즌부터 음식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1일 지침을 발표하고 업소 측에 취소료 기준을 밝히거나 예약객에게 설명하는 등 투명하게 운용할 것을 당부했다.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해 고객이 예약취소 연락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소비자들에게는 “예약을 취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있을 수 있다. 다만 가지 못하게 된 것을 안 시점에는 연락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중국 방문을 통해 영유권 갈등 6년 만에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번에는 인도와의 연대 강화에 나선다. 아베 총리는 2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야마나시(山梨)현 가와구치(河口)호 인근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만찬을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만찬 뒤 트위터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모디 총리와 앞으로도 굳건히 손을 잡고 싶다”고 썼다. 모디 총리도 트위터에 일본어로 “별장에서의 따뜻한 대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베 총리가 젓가락을 이용한 일본식 식사법을 가르쳐줬다”고 적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별장에 외국 정상을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방중 기간 중국 주도의 무역 체계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에 협력하기로 한 아베 총리는 29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한 국제 전략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의한다. NHK는 두 정상이 안전보장 분야와 경제 분야에서 연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신칸센 방식을 도입한 인도 철도 건설 지원을 위해 차관 3000억 엔(약 3조52억 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인도양 연안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한 협력과 양국 외교·국방 당국 간 고위급 회담 개시,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도 논의한다. 양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이달 인도양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중순에는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는 등 ‘우방’ 챙기기를 계속한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진행시키면서도 준(準)동맹 관계인 인도, 호주와 연대해 중국의 군비 확장과 해양 진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행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위은지 기자}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25일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중국이 극진히 환대하면서 중일 양국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했을 때는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면담을 거부하는 등 의도적인 모욕을 줬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8일 방중했을 때 중국 측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시 주석 면담을 원했지만 중국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됐고 왕 부장은 회담 내내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의 무역전쟁을 비난하는 말을 했다. SCMP는 “왕 위원은 회담 뒤 폼페이오 장관에게 식사 대접도 하지 않았다. 이는 무례했다”라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국방 관료 등 일부 관계자들은 왕 위원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중국 정부 내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본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에 도착하자마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동했다. 아베 총리의 방중에 맞춰 베이징 중심부의 톈안먼(天安門)광장에 일본 국기가 내걸렸다. 리 총리는 이날 중일 우호조약 40주년 기념 리셉션 축사에서 “중일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길 바란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과 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시간이 오고 있다”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리셉션이 끝난 뒤 아베 총리에게 만찬을 대접했다. 리 총리는 26일 오전에도 아베 총리에게 정식 환영행사를 베푼 뒤 회담하고 부부 오찬을 함께한다. 26일 저녁엔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두 정상 부부가 함께하는 만찬을 대접한다. 아베 총리가 27일엔 특별한 일정 없이 오전에 베이징을 떠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틀이 채 안 되는 약 42시간 동안 시 주석, 리 총리와 3번이나 밥을 같이 먹는 것이다. 시 주석으로선 미중 갈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동맹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오는 전방위적 압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관련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중국과 경제무역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일본 경제 관계자와 기업인 500여 명이 동행해 양국 간 경제협력 관련 협의를 진행한다. 양국은 회담을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까지 ‘5년간 3만 명의 청년 교류를 이뤄낸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게 된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양국 간에 정치문서 4개가 나온 것에 빗대 ‘제5의 정치문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양국 간에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국교정상화 문서)에 이어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과 2008년 중일 공동선언이 나왔다. 다만 일본 관가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미중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아베 총리는 방중 직전 중국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두 나라의 평화우호조약에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에서 패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된 것을 언급하며 “조약 발효에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해 중국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기도 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내 이름은 우마르, 한국인입니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당장 구해주세요.” 7월 시리아 무장단체의 총구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영상이 공개됐던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 씨가 석방돼 25일 귀국길에 올랐다. 야스다 씨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NHK에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했던 이유에 대해 “무장단체의 규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이라고 하거나 실명을 말하게 되면 함께 있던 다른 억류자가 석방됐을 경우 감금 장소를 일본 측에 알릴지도 몰라 무장단체가 이를 막았다는 것. 자신을 ‘우마르’라고 소개했던 것에 대해서는 “억류 중 이슬람교로 개종했어야 했는데, 이름을 우마르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를 억류한 무장단체는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영상에 대해 “이슬람국가(IS) 영상을 흉내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달라 보인다”며 “야스다 씨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동영상의 메시지를 믿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IS 인질들처럼 위급한 상황은 아니므로 무장단체의 요구에 따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는 것.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 씨는 2015년 6월 시리아에서 행방불명된 뒤 3년 4개월 만인 23일 석방 사실이 공표됐다. 그동안 무장단체는 “도와 달라”는 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4차례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저녁 일본에 도착했다. 야스다 씨의 석방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정부는 “몸값 지불 등 거래는 없었다”며 외교적 노력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일본 언론에 “카타르가 억류 언론인의 석방을 위해 힘을 다했음을 국제적으로 호소하고자 몸값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지급한 몸값은 3억 엔(약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 암살팀에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 일부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터키 언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 시신 일부가 사우디 총영사관저 마당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터키 이스탄불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불과 500여 m 떨어진 곳이다. 터키 언론은 또 터키 경찰이 카슈끄지 시신의 일부가 깊이 25m가량의 사우디 총영사관저 우물에 유기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색하려 했으나 사우디 정부가 수색을 거부했다고 치안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시신은 카펫으로 싸여 현지 공범에게 전해졌다”고 주장해 왔다. 터키 언론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우디 정부의 거짓말이 또 드러나는 셈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우발적인 싸움에 의한 사망”이라며 계획 살인 가능성도 부정해 왔지만 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 암살팀의 동선을 분 단위로 공개하며 ‘계획 살인’ 정황을 알렸다. 터키 경찰은 22일 카슈끄지의 소지품을 발견해 조사 중이다. 이스탄불의 한 공영 주차장에 버려진 사우디 영사관 소유 차량에서 발견된 소지품은 가방 3개, 컴퓨터, 옷가지 등이다.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1차 조사 결과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태도가 가장 달라진 것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카슈끄지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은폐 사건이며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든 큰 곤경에 처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에도 그는 “우리는 아직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사우디 정부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앞장서 ‘사우디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사우디 왕실 및 정부를 두둔해 왔던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카슈끄지 사건에 책임이 있는 21명에 대해 미국 비자 취소 및 발급 금지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첫 제재다. 사우디 정부는 살해에 직접 가담한 암살팀 15명, 운전기사를 포함한 사건 연루자 3명 등 18명을 체포한 상태다. 미국은 사우디 정부가 체포한 18명 외에 추가된 3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국제 마그니츠키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그니츠키 제재는 살해나 고문 등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 공직자에 대해 미국 입국 거부, 자산 동결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이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하게 웃으며 행사장에 들어선 그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주변의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며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카슈끄지의 아들 등 유족을 만나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FII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개혁 과제들을 내걸고 서방 투자를 유치하려는 행사다. 지난해만 해도 65개국에서 2500여 명의 유력 인사가 참석했으나 올해는 카슈끄지 사건의 여파로 주요 인사가 대거 불참했다. 손마사요시(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손 회장은 23일 예정됐던 연설을 취소했다. 사우디가 100조 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상황이어서 손 회장의 거취가 주목받아 왔다. 아사히신문은 손 회장이 현지에는 갔으며 연설은 취소했어도 행사 자체엔 참석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카이로=서동일 d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