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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61)의 딸이 ‘배구 여제’ 김연경(36)과 한솥밥을 먹는다. 랜디 존슨의 딸 윌로 존슨(26·오퍼짓 스파이커)이 20일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선수단에 합류했다. 다만 비자 취득 등 입단 마무리 절차가 남아 있어 흥국생명은 21일까지 외국인 선수 교체 사실을 정식 발표하지 않았다. 존슨이 공식 입단하면 기존 외국인 선수 옐레나(27)는 한 시즌 반 만에 흥국생명을 떠나게 된다. ‘빅 유닛’으로 불렸던 아버지(208cm)처럼 딸 존슨 역시 장신(191cm)인 데다 왼손잡이다. 존슨이 처음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낸 건 미국 오리건대 졸업반이던 2020년이었다. 그러나 튀르키예 리그 닐뤼페르로 방향을 틀면서 참가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미국 리그로 활동 무대를 옮긴 존슨은 2022년과 지난해 V리그 문을 두드렸으나 두 번 모두 그를 선택한 구단이 없었다. 현대건설(승점 58)에 이어 여자부 2위로 올스타 휴식기(20∼29일)를 맞은 흥국생명(승점 50)은 김연경, 존슨 ‘쌍포’를 앞세워 선두 탈환에 도전한다. 흥국생명은 2라운드까지 승점 30(11승 1패)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2라운드까지 43.6%(4위)였던 옐레나의 공격 성공률이 3라운드 이후 36.4%로 떨어지면서 7승 5패(승점 2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김연경은 1, 2라운드(44.3%)와 3, 4라운드(46.1%) 모두 공격 성공률 2위 자리를 지켰지만 홀로 팀 공격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버지 존슨은 1988년부터 2009년까지 22년 동안 MLB에서 뛰며 303승 166패 평균자책점 3.29 등의 기록을 남겼다. ‘최고 투수’의 상징인 사이영상을 5번 받았고 올스타로도 10번 선정됐다. 애리조나 시절인 2001년에는 김병현(45)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었고 2004년에는 퍼펙트게임도 달성했다. 2015년 득표율 97.3%(당시 8위)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 그는 2022년부터 대학 전공을 살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공식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부터 버거운 상대와 맞닥뜨릴 분위기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 숙적 일본을, 2위로 마치면 난적 사우디아라비아를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 2순위로 꼽힌 일본과 한국 모두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된 팀들에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예상 밖의 16강 대진 시나리오가 나올 조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요르단(87위)을 상대로 어렵지 않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37분 박용우의 자책골에 이어 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상대 자책골로 패배를 면해 승점 1을 챙겼다. 승점 4점(1승 1무)이 된 한국은 골 득실차에서 요르단(1승 1무)에 뒤져 조 2위다. 골 득실에선 한국이 +2, 요르단은 +4다. 25일 오후 8시 30분 동시에 킥오프하는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130위)를, 요르단은 바레인(86위)을 상대한다. 요르단이 바레인에 승리할 경우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많은 점수 차로 꺾어야 조 1위를 기대할 수 있다.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2연패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24개국이 참가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번 대회에선 각 조 1, 2위와 성적이 좋은 3위 네 팀이 16강에 오른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참가국들의 우승 확률을 예측하면서 일본(24.6%)을 1위, 한국(14.3%)을 2위에 올려놨다. E조의 한국과 D조의 일본은 무난히 조 1위로 각각 16강에 오르면서 두 팀끼리의 맞대결은 결승전에서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FIFA 랭킹 17위 일본은 19일 이라크(63위)에 1-2로 패하면서 조 1위 가능성이 사라졌다. 일본이 24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꺾고, 이라크가 베트남에 패하면 일본과 이라크는 나란히 2승 1패가 되는데 이 경우엔 맞대결에서 이긴 이라크가 조 1위가 된다. 이번 대회 16강 대진은 E조 1위와 D조 2위가 맞붙게 돼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1위로 마치면 토너먼트 라운드 첫판인 16강에서 일본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2위를 하면 16강에선 F조 1위를 상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태국, 오만, 키르기스스탄이 속한 F조는 21일 현재 조별리그 1경기씩 마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태국이 1승씩 기록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옵타가 예측한 우승 확률에서 10.6%로 전체 5위를 했다. 아시안컵에서 3차례 우승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통산 최다 우승국(4회) 일본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상대 전적에서 5승 8무 5패를 기록 중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전 세계 중앙수비수 중 공중볼 처리 능력 2위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 풋볼옵서버토리는 18일 공중볼 처리 능력이 뛰어난 중앙수비수 100명의 순위를 발표하면서 김민재를 2위로 꼽았다. 이번 시즌 프로 무대에서 소속 팀 경기 900분 이상을 출전한 센터백을 대상으로 공중볼 경합과 승리 횟수, 승리 비율, 경기 수준 등을 수치화해 순위를 매겼다. 김민재는 92.2점을 받아 93.0점을 받은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리버풀)에 이어 2위를 했다. 90점을 넘긴 선수는 판데이크와 김민재 둘뿐이었다. 김민재(190cm)와 판데이크(195cm) 모두 190cm대의 큰 키에 탄탄한 체격을 갖췄다.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폴리의 33년 만의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같은 해 7월 뮌헨으로 이적해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민재는 2일 대한축구협회(KFA) ‘2023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대회가 진행 중인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한국 대표팀 수비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판데이크는 2018∼2019시즌에 수비수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당시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치고 수상해 주목받았다. 2019년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에서 메시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PSG) 동료 다닐루 페레이라가 89.4점으로 3위를 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선수 중에서는 해리슨 델브리지(인천)가 45위(82.3점)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서울시, 대한육상연맹, 동아일보 공동 주최)이 올해도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최고 등급 ‘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열린다.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은 2024년에도 플래티넘 라벨로 인증받았다. WA가 플래티넘 라벨을 도입한 2020년 이후 5년 연속이다. WA는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수준과 국제표준을 관리하기 위해 해마다 등급을 매기고 있다. 낮은 등급부터 차례로 WA, 엘리트, 골드, 플래티넘 라벨이 있다. 올해 1월 현재 WA에 등록된 플래티넘 라벨 대회는 뉴욕, 도쿄, 보스턴 마라톤 등 10개다. 한국에서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이 유일하다. 라벨을 받은 국내 대회는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엘리트 라벨), 대구마라톤(골드 라벨)까지 모두 3개다.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은 2019년에 보스턴, 아테네 마라톤과 함께 세계육상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2024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은 3월 17일 열린다. 70개국 3000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4만 명이 참가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4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개막한다. 올 시즌 LPGA투어는 18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2019년부터 시즌 개막전으로 열리고 있는 이 대회에는 최근 2년 동안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자 전인지, 지난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희영, 지난해 NW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을 발판 삼아 신인상까지 차지한 유해란 등 3명이 출전한다. 고진영, 김효주, 지은희도 출전 자격은 있지만 이번 대회는 건너뛰기로 했다. 이번 대회 전체 참가자 36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선수는 릴리아 부(미국)다. 현재 세계랭킹 1위 릴리아 부는 지난 시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총 4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랭킹 2위 인뤄닝(중국), 5위 넬리 코르다(미국) 등도 출사표를 냈다. ‘디펜딩 챔피언’ 브룩 헨더슨(캐나다·13위)은 이 대회 처음으로 2연패에 도전한다. 2022년 대회 챔피언인 대니엘 강(미국)을 비롯해 그레이스 김(호주),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 교포 선수도 출전한다. 올해는 7월에 파리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의 랭킹 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여자부의 경우 6월 24일자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국가당 상위 랭커 2명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받는다. 다만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는 국가당 4명까지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현재 한국 선수 세계랭킹은 △고진영 6위 △김효주 7위 △신지애15위 △양희영 16위 순서다. 올 시즌 LPGA투어는 이벤트 대회인 솔하임컵, 그랜트 손튼 인비테이셔널을 포함해 총 35개 대회를 치른다. LPGA투어 사무국은 “올 시즌에는 역대 최다인 총 1억1800만 달러(약 1572억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2021시즌(약 7000만 달러)보다 약 69% 늘어난 규모”라고 소개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레알 마드리드(레알)가 라이벌 바르셀로나(바르사)에 3골 차 완승을 거두고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정상을 차지했다. 레알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페인 슈퍼컵 결승에서 4-1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레알은 2021∼2022시즌 이후 2년 만이자 대회 통산 13번째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 최다 우승(14회) 팀인 바르사와의 격차를 좁혔다. 지난 시즌 슈퍼컵 결승에서 바르사에 당했던 1-3 패배도 설욕했다. 스페인 슈퍼컵은 직전 시즌 스페인 라리가와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 각각 우승, 준우승을 한 4개 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레알은 이날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사진)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비니시우스는 전반 7분에 선제골을, 10분에 추가골을 넣었다. 레알은 전반 33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한 골을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지만 6분 만인 전반 39분 비니시우스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달아났다. 레알은 후반 19분 호드리구가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바르사의 추격에서 멀리 달아났다. 이날 레알의 4골은 모두 ‘삼바 군단’ 공격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호드리구도 브라질 국가대표팀 공격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4일 끝난 DP월드투어 두바이 인터내셔널에서는 프로 골프대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53오버파 기록이 나왔다. 파-71인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참가한 켄 위앤드(55·사진)가 4라운드 동안 87-82-82-86타를 적어낸 것. 미국 유명 골프장 대표인 그의 스코어카드가 공개되자 “출전 선수가 60명으로 제한된 대회에 이런 선수를 초청해서는 안 됐다”며 주최 측에 대한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모름지기 발을 뻗을 때는 누울 자리를 보는 현명함이 필요한 법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레슬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의 ‘노메달’에 그친 한국 레슬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동메달 2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써냈다. 과거 ‘메달밭’의 영광을 재현해내기 위해선 그야말로 혁신이 필요한 때다. 그러나 레슬링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혁신과는 영 거리가 멀다. 특히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해 11월 대한레슬링협회는 3개 세부 종목(남자 자유형, 남자 그레코로만형, 여자 자유형)의 감독을 모두 경질했다. 협회는 아시안게임 부진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다. 의아한 건 이 과정에서 해임된 A 감독이 다시 선임된 것이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교체에 나선 감독 자리에 경질된 감독을 다시 올린 것. 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 평가 결과 A 감독이 지원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질된) 3명의 감독 중 A 감독만 유일하게 다시 지원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촌극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질된 B 감독은 협회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현재 법적 소송도 진행 중이다. 협회에선 “계약서상 아시안게임 이후 평가해 재신임하겠다는 문구가 있다”며 계약 해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B 감독 측에선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일괄 교체한 과정에서 특정 감독만 재선임한 것은 레슬링계 파벌싸움이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촌극은 이뿐만 아니다. 신임 감독을 승인하는 이사회에서 협회 이사면서 동시에 후보자인 C 감독이 의결에 참여한 것. 해당 의결은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진행됐다. 이는 협회 정관 제15조(이사회의 소집) 6항 ‘이사는 금전 및 재산을 주고받음을 수반하는 사항 등으로 자신과 협회의 이해가 상반될 때는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 위배 소지가 크다. 협회 측은 “사후 C 감독의 투표는 배제했다. 이를 제외하고도 정족수를 채운 데다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지만 후보자가 공공연히 단체 채팅방에 있는 상황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졌다고 보긴 어렵다.이 와중에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레슬링의 국가대표 강화훈련 지원 등급을 G1에서 G2로 강등했다. G1은 올림픽 메달 획득 유망 종목, G2는 올림픽 출전 목표 종목을 의미한다. 한국 레슬링의 냉혹한 현주소다. 이에 따라 대표팀 지도자는 종전 8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선수 역시 42명에서 36명으로 줄었다. 훈련 지원 일수도 210일에서 200일로 줄게 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점점 더 먼 길로 한국 레슬링이 가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용의 해였던 2012년은 박인비에게 골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해다.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이후 무관(無冠)의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2012년부터 남기협 씨(43)를 코치 겸 매니저 삼아 투어에 동행했다. 당시 박인비의 약혼자이기도 했던 남 씨는 지금 남편이 됐다. 남 씨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었던 골프 선수 출신이다. 박인비는 2012년에만 2승을 거두며 부진에서 벗어났다. LPGA투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어트로피(최저 타수상)와 상금왕도 차지했다. 이듬해엔 메이저대회 3연승을 포함해 6승을 쓸어 담았다. 10일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만난 박인비는 “2012년은 오빠(남편)와 함께 다니면서 지금의 우승 커리어(LPGA투어 통산 21승)를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해였다”며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올해도 용의 기운을 받아 좋은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1988년 7월생 용띠다. 박인비는 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한 뒤부터 IOC 선수위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박인비는 남녀 골프를 통틀어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최대 한 명만 보유할 수 있다. IOC 선수위원이 없는 나라도 많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42·대한탁구협회장)의 임기가 올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끝나 용의 해인 2024년 박인비에게 기회가 열린 것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사격의 진종오(45), 배구의 김연경(36) 등을 제치고 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가 됐다. 박인비는 어릴 때부터 테니스, 수영, 스키 등 여러 운동을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것 같다. 선수위원이 되면 더 많은 아이가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전 세계 워킹맘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박인비는 파리 올림픽 기간 현지에서 진행되는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유권자인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엔 박인비 외에도 각국의 31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들 중 4명을 뽑는다. 박인비는 “골프 경기를 하면 하루에 적어도 1만5000보 이상은 걷는다. 하루에 2만, 3만 보씩 발품을 파는 건 자신 있다”며 “악수를 하든 눈인사를 하든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콘택트해 그들의 마음에 어프로치하겠다”고 했다. 골프계에서 입담이 좋기로 알려진 박인비는 선거 유세를 위해 스피치 수업을 따로 받고 있다. 박인비가 당선되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이고,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첫 IOC 선수위원이 된다. 박인비는 지난해 4월 딸 인서를 낳았다. 그는 “엄마가 된 뒤로 늦잠을 못 잔다. 아이 얼굴은 남편을 닮았는데 귀는 나와 똑같다”며 “(4월에) 돌상을 차리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골프공과 골프채를 올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딸에게도 골프를 가르칠 생각이다. 그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서라도 운동은 무조건 시킬 생각이다. 당연히 골프가 1순위다”라며 웃어 보였다. 박인비는 2022년 8월 열린 LPGA투어 AIG 여자 오픈 이후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은퇴에 대해선 “아직”이라며 선을 그었다. 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영구 시드권자인 박인비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대회에 나설 수 있다. 박인비는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몸도 만들고 연습도 할 생각”이라며 “나는 재미 삼아 스크린골프를 치더라도 무조건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일 때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18홀 라운드에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박인비는 ‘1라운드 17번홀’이라고 답했다. 스코어를 묻자 “보기 3개에 버디는 8개 정도 한 것 같다. 이글도 하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박인비는 “20대 때는 정말 인생의 80∼90%가 골프였다면 이제는 조금씩 그 비중을 낮추면서 단단해져 가는 단계인 것 같다. 앞으로 이어질 2, 3, 4라운드도 기대해 달라”고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4연패를 당하면서 선두 수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카드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4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한국전력에 2-3(25-17, 19-25, 25-21, 20-25, 9-15)으로 역전패했다.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친 우리카드(승점 43)와 2위 대한항공(승점 40)의 격차는 3점이다. 우리카드는 3라운드까지 치른 18경기에서 14승 4패를 기록했는데 4라운드 들어 치른 5경기에서는 1승 4패로 부진에 빠졌다. 이날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마테이가 4, 5세트에 공격 성공률 41.7%로 페이스가 떨어지며 추격하지 못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다시 하나씩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간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타이스의 화력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타이스는 5세트에서만 서브와 블로킹을 2개씩 성공시키는 등 9점을 올렸다. 특히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로 연속 득점하며 승기를 가져왔다. 이날 타이스는 양 팀 최다인 34득점(공격 성공률 59.2%)을 했다. 한국전력은 주전 리베로 료헤이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백업 선수인 장지원과 날개 공격수 이시몬이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수비 라인을 지켰다. 팀 리시브 효율은 57.7%로 우리카드(25.3%)에 크게 앞섰다. 한국전력은 이번 시즌 우리카드에 3연패 뒤 첫 승리를 거뒀다. 수원에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선두 현대건설이 정관장에 3-0(25-21, 25-21, 25-17) 완승을 거두고 5연승을 달렸다. 승점을 55점으로 늘린 현대건설은 2위 흥국생명(승점 50)과의 격차를 5점으로 벌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축구가 64년 만의 정상 등극을 노리는 아시안컵이 13일 카타르에서 막을 올렸다. 24개국이 참가해 4개국씩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번 대회는 결승전이 열리는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진다.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로 진행된다. 한국은 64년 만이자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제1회 대회인 1956년과 제2회 1960년 대회를 연속 제패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준우승만 4차례 했다. 그사이 일본은 4번이나 정상을 차지하며 대회 최다 우승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2000년 이후로만 3번 우승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각각 3차례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이 한국 축구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근 A매치 6연승의 상승세도 탔다. 국내 축구인들과 팬들의 아시안컵 우승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이유다. 한국은 ‘판타스틱 4’로 불리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아시아를 넘어선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 라인에 모두 포진해 있다. 여기에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전체 엔트리 26명 중 12명이 유럽 리거이다. 카타르 현지 매체는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선수들을 거론하며 손흥민을 1위, 김민재를 2위로 뽑기도 했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의 ‘우승 열망’은 특히 남다르다. 올해 32세인 손흥민으로선 네 번째 출전하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출전한 2011년엔 4강, 2015년엔 결승, 2019년엔 8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로 나섰던 2011년 대회 조별리그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 골을 넣었는데, 한국 선수의 아시안컵 역대 최연소(18세 194일) 득점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겐 자신의 지도력을 평가받는 사실상의 첫 번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입국하면서 “당장은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부임 후 5경기(3무 2패) 연속으로 승리하지 못하면서 축구 팬들의 비난이 거셌을 때도 그는 “아시안컵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스포츠 통계 회사와 베팅 사이트들은 한국보다 일본의 우승 확률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스포츠 통계 전문 회사 ‘옵타’는 이번 대회 참가국들의 우승 확률을 예측하면서 일본에 가장 높은 24.6%를 부여했다. 한국은 두 번째로 높은 14.3%다. bet365, 10bet 등 해외 베팅 사이트들도 일본의 우승 배당률을 가장 낮게 표시하고 있다. 일본 다음으로 배당률이 낮은 팀이 한국이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우승 확률은 그만큼 더 높다는 의미다. 일본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엔도 와타루(리버풀) 등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20명이다. 베스트11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낫다는 평가가 있지만 26명 전체의 ‘엔트리 파워’는 일본이 단연 앞선다. 베스트11만으로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력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E조, 일본은 D조에 속했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 토너먼트 대진상 결승까지 올라야 만날 수 있다. 한국이 조 1위, 일본이 조 2위를 하면 16강에서 맞붙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더 직선적이고 빠른 ‘샤프한 축구’를 하겠다.” 선수 시절 날카롭고 예리한 플레이로 ‘샤프’라고 불렸던 그는 프로축구 팀 감독이 돼서도 같은 단어를 꺼냈다. 올 시즌부터 수원FC 지휘봉을 잡게 된 김은중 감독(45) 이야기다. 김 감독이 프로 팀 사령탑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팀 안방 구장 수원종합운동장에서 9일 만난 김 감독은 “(전진하지 못하는) 횡패스를 최대한 지양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도전적인 축구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리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빠른 축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김은중호’는 지난해 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위에 올랐다. 당시 U-20 대표팀은 뚜렷한 스타가 없어 ‘골짜기 세대’로 불렸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를 꺾는 등 이변을 이어가며 2019년 대회(준우승)에 이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2회 연속 4강 진출 기록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의 리더십도 조명을 받았다. 김 감독은 “축구에 대한 접근 방식은 대표팀과 프로팀이 다를 바가 없다”면서도 “대표팀은 선수를 뽑아서 쓸 수 있지만 프로팀은 매번 원하는 선수를 사올 수 없다.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혼자 할 수도 없고 내가 마법을 부리는 사람도 아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선수단에 ‘모두를 위한 희생’을 주문했다. 한국과 일본(베갈타 센다이), 중국(창사 진더)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2015년 벨기에 2부 리그 팀 튀비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치렀다. 지난해 U-20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에서 활동했다. 김 감독은 “많은 도전을 통해 성장해온 것 같다. U-20 대표팀 감독 때 수많은 변수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면 TSG에선 좀 더 넓은 흐름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리그에도 관심이 많은 김 감독은 센다이 시절 룸메이트였던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56)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나눈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1(1부 리그) 12개 팀 중 11위에 그쳤다. K리그2(2부 리그) 2위 팀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서 1부 잔류에 성공했지만 채워야 할 ‘구멍’이 적지 않다. 가장 급한 건 수비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44골을 넣는 동안 76골을 내주면서 K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상대의 좋은 플레이로 실점하기보단 우리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준 게 유독 많았다. 안정적인 수비 시스템을 통해 실점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종료 후 주전급 선수를 포함해 18명을 떠나보내며 팀 개편에 나선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2 최소 실점 팀 김포에서 주전 수비수 김태한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공격에서는 원톱을 중심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의 2선 침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구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강등권에서 벗어나 중위권에서 안정적으로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K리그1에 입성하면서 U-23 대표팀 코치 시절 ‘보스’였던 김학범 제주 감독과의 사령탑 맞대결도 성사됐다. 김 감독은 “김학범 감독님 옆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철두철미한 준비의 중요성을 몸으로 습득했다. K리그에서 각자의 색으로 마주할 생각을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수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독일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프란츠 베켄바워가 영원한 레전드로 이름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축구 스타들은 베켄바워의 영면을 애도했다. 유족은 8일(현지 시간) “베켄바워가 전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향년 79세. 사망 원인은 알리지 않았다. 베켄바워는 2019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한쪽 눈 시력을 잃었고 판단력과 기억력도 많이 흐려졌다. 심장 수술도 두 번 받았다. 최근 몇 달 새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베켄바워는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와 행정가로도 축구 역사에 거인의 발자국을 남겼다. 선수 시절 뛴 모든 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고향 팀 바이에른 뮌헨과 함부르크에서 뛰었다. 뉴욕 코스모스(미국)에서도 3년간 선수 생활을 했는데 입단 첫해인 1977년엔 ‘축구 황제’ 펠레(1940∼2022)와 함께 뛰었다. 생전에 베켄바워는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보다 펠레와 함께 뛴 게 내게는 더 영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펠레 역시 베켄바워를 두고 “같이 뛰어본 선수 중 최고”라고 했다. 국가대표로는 197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서독 대표팀 주장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 시절 베켄바워는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 역할을 가리지 않는 ‘리베로’로 포지션 패러다임을 새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아하고 경쾌한 그의 움직임은 축구사 명장면으로 남아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감상할 수 있다. 베켄바워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수비수로는 유일하게 두 번 받았다.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카리스마도 넘쳤다. 그라운드에서 때로는 거만해 보일 정도의 제스처로 동료 선수들에게 명령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독일인들은 이런 그에게 ‘카이저(황제)’란 닉네임을 붙여줬다. 감독을 맡았던 모든 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프로에선 올랭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 뮌헨 감독을 지냈다. 서독 대표팀 사령탑으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당시 서독 국가대표로 뛰었다. 베켄바워는 5일 93세로 눈을 감은 마리우 자갈루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과 함께 선수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모두 제패한 3명뿐인 축구인 중 한 명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독일 월드컵 유치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에게 돈을 뿌린 의혹이 제기돼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겪었다. 베켄바워는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71)과 가깝게 지냈다. 베켄바워와 차 전 감독은 소속 팀은 달랐지만 1980∼82년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뛰었다. 차 전 감독의 아들 차두리 한국 대표팀 코치가 2010년 스코틀랜드 리그의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 취업비자를 받는 데 도움을 주려고 베켄바워가 추천서를 썼다. 메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베켄바워의 선수 시절 사진과 함께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창시자’ 미셸 플라티니는 “베켄바워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의 축구를 바꿔 놨다”고 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축구의 친구이자 챔피언 베켄바워는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추모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대회를 앞두고 치른 마지막 공식 경기에서 승리하며 A매치 6연승을 이어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이재성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9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1-0 승)부터 6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다. 지난해 9월 8일 웨일스전 0-0 무승부 이후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이는 A매치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2015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어진 10경기 연속 무실점이 최다 기록이다. 이날 대표팀은 주장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등 핵심 전력인 유럽파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를 맞았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오현규가 전반 23분 이기제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하는 등 골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반 40분 이재성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은 2021년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2년 2개월 만에 A매치 골 맛을 봤다. 당시에도 상대가 이라크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공격 자원인 손흥민과 이강인 황희찬 조규성에다 중앙수비수 김민재까지 교체 투입하며 추가 골을 노렸지만 더 이상 이라크의 골문을 뚫지는 못했다. 한국은 무실점 연승 행진을 이어갔지만 FIFA 랭킹이 많이 낮은 이라크를 상대로 한 골에 그친 골 결정력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은 이날 이라크(6개)의 2배인 12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한국은 FIFA 랭킹 23위, 이라크는 63위다. 이강인은 후반 41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이날 평가전은 친선 매치여서 이강인의 퇴장은 아시안컵 경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표팀은 아부다비에서 계속 훈련을 하다가 아시안컵 개최지인 카타르로 10일 이동한다. 한국은 15일 바레인, 20일 요르단, 25일 말레이시아와 차례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경기를 치른다. 한국의 조별리그 2차전 상대인 요르단은 6일 평가전에서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를 2-1로 꺾었다. 요르단은 9일 일본과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현대캐피탈이 5연승을 달리며 프로배구 남자부 4위로 도약했다. 현대캐피탈은 9년간 팀을 이끌었던 최태웅 감독이 지난해 12월 21일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한 이후 100% 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에 3-1(22-25, 25-23, 25-23, 25-18)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승점 31(9승 13패)이 되면서 한 경기를 덜 치른 OK금융그룹(승점 30), 한국전력(승점 29)을 따돌리고 6위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로 올라섰다. 시즌 개막 후 줄곧 하위권을 헤매던 현대캐피탈이 ‘봄 배구’ 무대를 향해 추격의 시동을 건 것이다. 승부처는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내주고 맞이한 2세트였다. 22-21로 1점 차 공방이 이어지던 가운데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차영석이 삼성화재 요스바니의 퀵오픈을 가로막았다. 이 블로킹으로 2점 차로 앞서간 현대캐피탈은 25-23으로 2세트를 가져갔고 3, 4세트도 내리 따내면서 삼성화재를 상대로 올 시즌 첫 승리를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선발 공격수 전원이 공격 성공률 60%를 넘겼다. 외국인 선수 아흐메드(사진)는 지난 시즌 몸담았던 삼성화재를 상대로 3세트에만 공격성공률 80%를 기록하는 등 양 팀 최다인 30점(성공률 67.5%)을 올렸다. 블로킹 4개, 서브 에이스 1개를 기록한 미들블로커 최민호는 속공(4개)은 물론이고 오픈 공격(1개)까지 100% 성공시키면서 팀 승리를 도왔다. 최민호는 “감독님 경질 이후 다들 마음고생도 하고 힘들었는데 잘 버텨주고 있다. 우리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매 게임 최선을 다하면 봄 배구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부 광주 경기에선 흥국생명이 안방 팀 페퍼저축은행에 역시 3-1(23-25, 27-25, 25-16, 25-22) 역전승을 거뒀다. 흥국생명은 2세트 때 14-22로 8점 차까지 뒤졌지만 듀스 접전 끝에 세트를 가져오며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만원 관중(4000명)이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흥국생명 김연경이 양 팀 최다인 27득점(성공률 58.1%)을 했다.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14연패 수렁에 빠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5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 손흥민(토트넘)을 제쳤다. 김민재는 2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 KFA 어워즈’에서 남자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개인 첫 수상이다.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건 2015년 김영권(울산) 이후 8년 만이다. 올해의 선수는 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 기자단 투표로 선정하는데 김민재는 137점을 얻었다. 손흥민이 113점으로 2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84점으로 3위를 했다. 김민재는 2021, 2022년 두 해 연속 손흥민에게 밀려 2위를 했었다. 손흥민은 역대 최다(7회) 수상자다. 김민재는 지난해 5월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정상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민재는 지난해 7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으로 이적했다. 국가대표로는 지난해 A매치 8경기를 뛰었는데 센터백으로서 수비 라인의 중심 역할을 하며 6차례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남겼다. 김민재는 “(지난해는) 살면서 가장 많은 것을 이룬 특별한 1년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에서는 천가람(화천KSPO)이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역시 개인 첫 수상이다. 역대 최다(7회) 수상자인 지소연(수원FC)을 1점 차로 따돌렸다. 2022년 시상식에서 당시 울산과학대 소속으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던 천가람은 1년 만에 여자부 최고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천가람은 지난해 A매치 12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향년 85세로 별세한 박종환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특별공헌상을 수여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장충체육관으로 연결되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옆 벽면에는 지난달부터 슬로베니아어로 생일을 축하하는 “우세 나이볼셰”라고 쓴 광고가 붙어 있다. 이 체육관을 안방으로 쓰는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 외국인 선수 마테이(28)의 생일(12월 11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내건 광고다. 구단에 따르면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 생일 축하 광고는 마테이가 처음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 장충체육관에서 만난 마테이는 “광고가 붙었다는 얘기에 한걸음에 달려가서 확인했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어 정말 기뻤다. 한국은 역시 ‘발리볼 헤븐’(배구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테이에게 ‘한국은 배구 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건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뛴 슬로베니아 대표팀 선배 가스파리니(40)였다.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때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한 경험이 있는 마테이는 “당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어딜 가나 가스파리니가 팬들에게 환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서 꼭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가스파리니가 (2017∼2018시즌) 대한항공에 첫 우승을 안긴 것처럼 나도 우리카드 팬들에게 창단 후 첫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2일 현재 승점 42(15승 5패)로 남자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우리카드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사실상 최후순위인 6순위 지명권을 얻는 데 그친 것도 우리카드가 시즌 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였다. 우리카드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마테이가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였다. 마테이는 득점(518점)과 서브 에이스(세트당 0.408개) 각 3위, 공격성공률(52.6%)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라운드 때 이석증으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카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이 정도 활약을 펼친 건 알렉스(33·포르투갈)뿐이었다. 2020∼2021시즌 알렉스는 팀을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무대로 이끌었지만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알렉스가 섬세한 살모사라면 마테이는 순한 양”이라고 평했다. 알렉스는 성격이 예민한 반면에 마테이는 무던하고 성실한 선수라는 뜻이다. 신 감독은 “그러나 마테이는 코트에만 들어서면 들판에 풀어 놓은 야생마로 변한다. 경기 중엔 누구 못지않게 뜨겁게 불타오른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마테이는 “어려운 공이 올라올 때도 어떻게든 처리해서 반드시 점수를 올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뛰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면서 집중력을 키운 게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면서 “나는 원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가 주 포지션이지만 우리카드에서는 오퍼짓 스파이커(라이트)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한 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퍼짓 스파이커는 공격과 서브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테이는 그러면서 “내 배구 인생에서 굉장히 큰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카드 선수들 모두가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상태다. 매 경기 소중히 여기고 집중하면 챔프전 우승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상상의 동물인 용은 신비롭고 강한 이미지다. 나도 팬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의 가드 박지현은 이렇게 말하면서 “2024년은 용의 해인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현은 2000년 4월생 용띠다. 박지현은 7일 열리는 2023∼2024시즌 여자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팬 투표 최다 득표 선수로 출전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를 맞아 용띠 선수들이 각자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대기록 달성이나 개인 첫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고 어쩌면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지 모를 선수도 있다. 프로야구 NC의 손아섭은 올해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0.339로 프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최다 안타(187개) 1위에도 올랐다. 통산 2416개의 안타를 친 손아섭은 이 부문 역대 1위 박용택(은퇴·2504개)의 기록에 88개만 남겼다. 손아섭은 최근 8시즌 연속으로 150개 이상의 안타를 쳤다. 부상 변수만 없다면 기록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아섭은 1988년 3월생 용띠다. 한화의 노시환은 데뷔 후 첫 3할 타율에 도전한다. 노시환은 지난 시즌 홈런왕(31개)과 타점왕(101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2019년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타율은 3할에 0.002가 모자란 0.298에 그쳤다. 노시환은 2000년 12월생이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있을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한다. 각국의 선수위원 후보 32명 중 4명을 뽑는다. 박인비는 미국의 육상스타 앨리슨 필릭스(38)와 함께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인비와 동갑내기 친구인 신지애는 개인 첫 올림픽 출전을 노린다. 한미일 투어 등 프로 통산 64승을 거둔 신지애는 한때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지만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다. 올림픽 여자 골프에는 국가당 2명이 출전하는데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들면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신지애는 현재 세계 15위다. 박인비는 1988년 7월, 신지애는 4월생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에겐 올해가 어쩌면 선수 생활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다. 김연경은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은퇴 여부를 고민하다가 흥국생명과 1년 단기 계약을 했다. 국가대표에선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다. 김연경은 올해 팀 우승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 흥국생명에서 1년 더 뛰기로 한 것도 우승 열망 때문이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3위)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1988년 2월생인데 설이 지나고 태어나 용띠다. 2024년은 ‘청룡(靑龍)의 해’다. 프로축구 울산의 이청용은 한자 이름도 靑(청), 龍(용)을 쓴다. 올해 이청용은 울산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K리그1 3연패를 꿈꾼다. 이청용은 1988년 7월생이다. 프로농구 SK의 김선형은 지난 시즌에 놓친 챔피언 트로피를 올해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김선형은 1988년 7월생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자 10명 중 9명이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사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32개 대회 중 다른 공을 쓰는 골퍼가 우승한 건 4번밖에 되지 않는다. 28일 KLPGA투어 공식 기록 업체 ‘CNPS’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열린 올 시즌 32개 대회 중 28개(88%) 대회 우승자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또는 프로 V1x 골프공을 사용했다. 누적 인원 기준으로는 전체 참가 선수 3508명 중 2333명(67%)이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으로 경기를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전 세계 9개 투어와 비교하면 KLPGA투어는 사용 비율 평균(70%)보다 떨어졌지만 우승 비율은 평균(70%)보다 높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도 사용률(67%)은 평균보다 낮은 반면 우승률(73%)은 더 높았다.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이 그만큼 한국 골프장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뜻이다. 타이틀리스트는 골프 용품 업체 아쿠쉬네트의 브랜드 이름이다. 아쿠쉬네트는 2007년부터 KPGA, KLPGA투어 참가 선수들에게 골프공, 장갑, 샤프트 등 제품을 제공하고 일대일 클럽 피팅을 실시하는 ‘투어 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 덕분에 선수들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코스나 날씨에 맞도록 클럽을 피팅한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제품 출시 전에도 시제품을 투어 선수에게 제공한 뒤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며 “골프공뿐만이 아니다. 웨지(61%), 아이언(41%), 드라이버(43%), 우드(39%), 하이브리드(38%) 등 퍼터를 제외한 모든 클럽 역시 타이틀리스트 제품이 올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사용률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타이틀리스트는 PGA투어에서도 1948년 US오픈 이후 75년 연속으로 골프공 사용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는 “화학 엔지니어, 골프공 전문가, 수학자, 재료 과학자, 공기역학 물리학자 등 약 80명으로 구성된 연구개발팀이 끊임없는 연구와 철저한 품질 관리에 힘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에서 블로킹을 잘 하려면 키가 커야 좋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블로킹 1위 선수 평균 키는 188.7cm였다. 그런데 올 시즌 전반기 1위(세트당 0.873개) IBK기업은행 최정민(21·미들 블로커)은 키가 180cm밖에 되지 않는다. 최정민이 시즌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면 V리그 역사상 최단신 ‘블로퀸’이 탄생한다. 최정민은 붙박이로 처음 나선 지난 시즌에는 블로킹 9위(세트당 0.540개)를 했던 프로 4년 차 선수다. 경기 용인시 IBK기업은행 체육관에서 25일 만난 최정민은 “지난 시즌에는 전체 6라운드 동안 67개를 잡았는데 올 시즌에는 3라운드 만에 62개를 했다. 시즌 개막 전 80개를 목표로 삼았는데 새 목표를 고민해 봐야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반드시 1위를 지키겠다는 마음보다는 시즌 끝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정민은 학창 시절은 물론이고 IBK기업은행 입단 초기에도 날개 공격수로 뛰었다. 그 덕에 발놀림이 좋아 상대가 ‘빠른 공격’을 구사해도 블로킹 벽을 칠 수 있다. 최정민은 서전트(제자리) 점프도 64cm로 외국인 선수 아베크롬비(70cm)에 이어 팀 내 2위다. 외국인 선수의 ‘높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운동 능력까지 갖춘 것이다. 남은 과제는 ‘손 모양’이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최정민에게 “손을 집어 넣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위로 나가는 건 다 아웃”이라고 주문했다. 손을 편 상태로 블로킹을 시도하면 터치 아웃으로 실점할 확률이 올라가지만 손을 확실하게 접으면 블로킹에 실패하더라도 상대 범실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최정민은 이제 블로킹 1위를 열두 번 차지한 양효진(34·현대건설)에게 “손 모양이 예쁘다”고 칭찬받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개막 전 IBK기업은행은 블로킹에 약점이 있는 팀으로 평가받았다. 주전 미들 블로커 김수지(36)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데다 김희진(32)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정민의 활약 속에 IBK기업은행은 세트당 블로킹 4위(2.225개)로 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여자부 7개 팀 가운데 중간은 간 것이다. 가장 최근인 3라운드만 따지면 전통의 ‘블로킹 명가’ 현대건설(2.500개)에 이어 IBK기업은행(2.280개)이 2위다. 블로킹이 좋아지면서 팀 성적도 올라갔다. 뒤에서 두 번째인 6위로 1라운드를 마쳤던 IBK기업은행은 3라운드에서 승점 14(5승 1패)를 챙기며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까지 도약했다. 최정민은 “외부의 우려가 동기부여가 됐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면서 “아직 우리 팀 전력의 70, 80%밖에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이 ‘봄 배구’ 무대를 밟은 건 2020∼2021시즌(3위)이 마지막이다. 최정민이 ‘롤 모델’로 꼽는 선수는 같은 미들 블로커이자 한봄고(옛 수원전산여고) 선배인 ‘배구 천재’ 배유나(34·한국도로공사)다. 최정민은 “유나 언니 역시 키(182cm)는 크지 않아도 공격과 블로킹을 모두 잘하지 않나. 유나 언니 같은 선수가 되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