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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환율, 전쟁,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4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국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31개사)의 49.7%가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5.3%는 투자 계획이 없다고 했다. 투자 계획 미정 기업 수는 지난해 조사(2023년 투자계획) 당시 38.0%였는데 올해 11.7%포인트 늘었다. 한경협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투자를 미루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들 중 61.0%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28.8%가 ‘확대’, 10.2%는 ‘축소’라고 답했다. ‘확대’ 비중은 지난해 13.5%에서 15.3%포인트가 높아졌다. 다수 기업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단 투자를 결정한 경우 경기 반등을 예상하고 규모를 더 늘리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는 ‘고금리 지속’(33.6%), ‘고환율·고물가’(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등이 꼽혔다.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는 금리 인하(28.8%), 법인세 감세 등 세제지원(22.6%),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등을 주문했다.경기가 회복돼 투자가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내년 하반기(7~12월)’라는 전망이 32.8%로 가장 많았다. ‘2025년’이라는 답변이 19.8%, ‘내년 상반기(1~6월)’로 예상한 기업은 12.2%였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의 새 인공지능(AI) 프로젝트 ‘퓨처 캐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미래 예측 서비스죠.”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AI과학자·부사장)는 LG의 새로운 AI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부사장은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일했던 2013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선정된 바 있는 석학이다. 2020년 12월 LG AI연구원에 합류해 그룹의 AI 전략 및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퓨처 캐스트의 활용 영역과 관련해 “AI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금융 상품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거나, 상품 시장 수요 및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전통적인 AI가 정형화된 시계열 예측을 중심으로 모델링됐다면 LG 퓨처 캐스트는 일반적인 모델에서 고려하지 않는 비정형 변수까지 모두 반영하는 방식”이라며 “가격과 시장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LG는 상위 1% 전문가들을 위한 AI를 추구한다. 올 7월 선보인 초거대 AI ‘엑사원 2.0’은 정보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특히 집중했다. 전문가용 대화형 AI인 ‘엑사원 유니버스’,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을 돕는 ‘엑사원 디스커버리’, 이미지에 특화돼 창의적 발상을 돕는 ‘엑사원 아틀리에’ 등 세 가지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2021년 12월 내놨던 엑사원보다 학습 데이터 양이 4배 이상 늘었고 이 중 50∼90%를 AI, 화학, 바이오, 금융 등 영역별로 공신력 있는 전문 데이터로 채웠다. 이 부사장은 “현재 범용 AI는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 등 흠이 많아 비즈니스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LG는 특정 영역에 집중해 관련 전문지식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 수준 이상의 성능을 낼 AI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퓨처 캐스트 역시 전문가 AI를 지향하는 모델”이라며 “엑사원 2.0과는 다른 새로운 이름으로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AI 규제와 관련해 “혁신을 과도하게 막지 않으면서도 위험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규제가 오히려 거대 기업과 후발 주자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빅테크 등 AI의 영향력이 큰 곳에 누진세처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사람들이 AI를 통해 똑똑한 비서를 하나씩 두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구글 알파고가 한국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승부를 겨룰 때 사람들이 AI의 가능성에 대해 인식했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제는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사장은 다만 “앞으로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져 이를 좁히기 위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며 “AI 교육을 대중화하고 난이도를 최대한 낮춰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안전망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재계 총수들도 정부와 한 몸으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지금까지 세계 곳곳을 들러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 표를 호소했다. 24일(현지 시간)에는 모두 프랑스 파리에 집결해 엑스포 유치전에 합류했다. 정 회장은 앞서 23일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초청 만찬에서 “이번 유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며 새 친구들을 위해 건배를 제의했다. 신 회장이 앉아 있던 만찬 테이블에서는 “롯데가 부산 본거지”라는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6, EV6, eG80 등 전동화 차량에 부산 감성의 그라피티를 입힌 아트카를 특별 제작해 부산 유치를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아트카는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마지막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해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전방위적으로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국가를 방문해 부산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은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제 정말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며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 총리와 내각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한국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알리기 위해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새 대형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LG는 이달 초부터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부산 엑스포 버스’ 2030대를 운영하고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제 정말 닷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곳에서 엑스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 총리와 내각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최 회장은 SNS에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앉아 있는 모습과 각국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현장 사진도 올렸다. 그는 13일부터 23일까지 열흘 간 2만2000㎞를 비행하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정상들을 만났다. 삼성, 현대차, LG 등 기업들도 마지막까지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영국 런던,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새 대형 옥외광고를 통해 한국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알리고 있다. 광고에는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부산 명소를 표현한 일러스트가 담겼다.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6, EV6, eG80 등 전동화 차량에 부산의 감성을 담은 그래피티를 입힌 아트카를 특별 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아트카는 지난달 미국 뉴욕과 인도 뉴델리를 순회했고,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마지막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는 이달 초부터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부산엑스포 버스’ 2030대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 랜드마크를 보여주는 래핑광고 및 유치 기원 메시지를 선보이는 이벤트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삼성전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갤럭시 Z 플립5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사진)을 23일 공개했다. 이번 에디션은 엑스레이를 통해 상의 재킷 내부를 보는 듯한 착시 그래픽을 갤럭시 Z 플립5 후면 디자인에 적용했다. 외면과 내면의 본질을 중요시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철학을 담았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디자인이 적용된 ‘플랩 레더’ 케이스와 ‘플립수트’ 케이스도 함께 제공된다. 플랩 레더 케이스는 검정 가죽에 하얀색의 포켓 패턴 스티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플립수트 케이스는 페인트 드롭 디자인이 적용된 카드 등 플립수트 카드 2종이 함께 제공된다. 갤럭시 Z 플립5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한국, 중국, 홍콩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다. 512GB 모델의 가격은 249만7000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갤럭시 Z 플립5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에디션은 엑스레이를 통해 상의 재킷 내부를 보는듯한 착시 그래픽을 갤럭시 Z 플립5 후면 디자인에 적용했다. 외면과 내면의 본질을 중요시하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디자인 철학을 담았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메종 마르지엘라 디자인이 적용된 ‘플랩 레더’ 케이스와 ‘플립수트’ 케이스도 함께 제공된다. 플랩 레더 케이스는 검정 가죽에 하얀색의 포켓 패턴 스티치 디자인을 적용했다. 플립수트 케이스는 페인트 드롭 디자인이 적용된 카드 등 플립수트 카드 2종이 함께 제공된다. 갤럭시 Z 플립5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한국, 중국, 홍콩에서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다. 512GB 모델의 가격은 249만7000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부품회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자 비용 증가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계속 사업해 봤자 적자라서 접을까 싶어요.” 13일 인천 미추홀구 기계산업단지에서 만난 한귀득 태성티아이엠 대표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태성티아이엠은 2004년 설립된 자동차·전기전자 부품 전문 회사다. 올해 극심한 경기 한파에 시달렸던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고금리, 인력난, 투자 경색까지 각종 악재가 계속되며 생존에 대한 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전국 73개 지역상의 회장들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1명 중 44명(62.0%)이 내년 경기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중 15명(21.1%)은 ‘2∼3년 후부터 좋아질 것’이라고 봤고, ‘만성 장기 침체에 빠진 것 같다’는 평가도 7명(9.9%)이나 됐다. 22명(31.0%)은 ‘워낙 변수가 많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보영 평택상의 회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1% 대기업은 반등하겠지만 나머지 99%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난 가중에 투자도 막히고 전망이 어둡다”며 “내년을 생각하면 앞이 정말 깜깜하다”고 말했다.전국상의 99% “지역 투자여건 어려워”… 올 상반기 자금조달 급감 “담보 한계로 추가 대출 막혀성장 가능성 따져 금융지원을”“금리인하-금융지원 가장 절실”저금리 대출 대폭 확대 요청 부산 지역 경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 조선업계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일손 부족 탓에 선박 건조 일정이 차질을 빚고 비용만 불어나는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로 기존 수주 물량들이 모두 적자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중국 업체와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며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부산 대표 중소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은 9월 말 부채비율이 549%에 달하며 지난달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조선업계 사정이 어려워지니 부품, 장비, 조립 등 조선기자재 업체들까지 연달아 힘들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암울한 전망 탓 투자 움츠러들어기업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재원 마련이 시급한데, 고금리로 자금을 빌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국 지역상의 회장 73명 중 71명(98.6%)은 “우리 지역 기업들의 투자 여건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매우 어렵다’가 25.0%, ‘다소 어렵다’는 73.6%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투자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 놓여 있다”며 “전쟁, 유가 급등에 더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위기가 단기간에 추세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장 투자를 움츠러들게 한다.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복수 응답)으로 상의 회장의 65.3%가 ‘경제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기업 활동 위축’을, 30.6%는 ‘금융시장 불안 및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꼽았다. 한 지방 기업 사장은 “지금은 사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한데 금리 부담을 안고 다른 일을 벌이긴 어렵다”며 “투자라는 게 3∼4년 뒤에야 결과가 나오는데 자칫 큰 위험으로 돌아올까 다들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급격하게 축소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비금융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80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5조3000억 원에서 72% 급감했다. 주요 자금 조달 방식인 은행 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작년 상반기 120조50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7조4000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금리 부담 완화, 노동개혁 등 시급지역상의 회장 중 가장 많은 56.9%는 ‘금리 인하 및 기업 금융지원’을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복수 응답)로 꼽았다. 특히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방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의 담보가 한계까지 와서 추가 금융지원을 받을 여력이 안 된다”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정책적으로 대출을 풀어줄 수 있는 곳은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유연성 증대 등 노동개혁’(43.1%) 및 ‘법인세·상속세 등 기업 세제 개선’(40.3%)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자천 창원상의 회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해소하려면 기업이 지역에 투자하고 싶게 여길 만한 파격적인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며 “지방 기업의 법인세와 근로자 소득세를 차등 적용하는 등 수도권의 경제·금융·인적 인프라를 상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1∼6개월)까지 현재의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견·중소기업들은 절벽 앞에 서 있다”며 “정부 정책자금 및 세제 지원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동참한다면 보다 빠른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경기 방어 역할을 해야 할 업종들이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인천 미추홀구 기계산업단지와 서구 뷰티풀파크(옛 검단일반산단)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중견·중소기업들은 한목소리로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한 도금업체 관계자는 “지금 경기가 안 좋아서 일감이 없지만 앞으로 일이 들어와도 문제”라며 “1인 기업처럼 대표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파는 곳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가공업체 직원도 “젊은 인력들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다 보니 산단에는 눈길도 잘 주지 않는다”며 “뽑아도 금방 나가고 고객사 납기 맞추기도 버겁다”라고 했다. 기업들은 신규 기술 근로자들의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근무 시간이나 고용 형태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외국인 근로자 제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젊은 세대의 중견·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외국인 근로자라도 적극적으로 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이민 절차가 까다롭고 기업에서 고용하는 데 규제가 산재해 있다 보니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 규모를 올해 11만 명에서 내년 12만 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최근 국내 중소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9%가 “12만 명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이들이 제시한 적정 규모는 평균 15만1000명이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지난해 147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자동차부품사 코르텍은 지난달 11일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코르텍은 2021년 15억6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자본 총계가 ―7억6200만 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도 6억30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자본은 ―13억8900만 원으로 더 악화됐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인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13일 인천 미추홀구의 6층 높이 코르텍 본사는 모든 불이 꺼진 채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매물로 나온 공장 문 앞에 붙은 부동산 매매·임대 홍보물만 바람에 나풀거렸다. 바로 옆 회사의 한 직원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문을 닫더니 저렇게 방치돼 있다”며 “건물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는 두세 달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계에서 ‘경기 반등’ 신호가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 전반의 기업 경기는 여전히 불황 터널을 지나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곳도 많았다. 21일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전국 지역상공회의소 회장 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명 중 28명(38.9%)이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응답도 33.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가 폭락, 환율 급등, 국내총생산(GDP) 하락, 실업률 상승 등 온갖 악재가 쏟아졌던 시기다. 그런데도 10곳 중 7곳이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고 본 것이다. 전국 73개 지역상의에 가입한 기업 수는 약 20만 곳이다. 상의 회장단 조사는 일부 대기업의 상황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9월 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데, 이런 부동산 위축이 실물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공장 돌릴수록 적자, 접을 날 고민”… 파산신청 1363건 10년새 최대 산단 업체들 “주문 줄고 재료값 올라이대로라면 내년에 줄줄이 망해”지역-업종 관계없이 ‘생존위기’ 호소… “中企 붕괴, 대기업에도 타격” 우려 인천 미추홀구 기계산업단지는 총면적 35만 ㎡ 규모에 전자부품, 정밀기기, 금속·플라스틱 가공, 자동차 부품 등 18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13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역대급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플라스틱 사출 전문업체 A사 직원은 “최종 소비재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와야 우리 같은 가공업체들도 먹고사는데 살아날 기미가 영 보이질 않는다”며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30%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B사 관계자는 “다들 언제 사업을 접을지 타이밍을 보는 중”이라며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만 쌓여 이대로면 내년엔 줄줄이 망한다”고 전했다. 수출이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반도체 경기도 반등 기미가 보이지만 전국 곳곳의 산업 경기는 여전히 ‘빨간불’인 상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우려까지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붕괴될 경우 중견기업과 대기업들도 연쇄적으로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상황 개선 안 되면 내년 생존 장담 못 해” 인천 기계산단에서 차로 40분 거리의 뷰티풀파크(옛 검단산단) 내 표면처리 및 목가공 업체들도 “앞이 안 보인다.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뷰티풀파크 표면처리단지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로 110개의 도금·도장 업체가 입주해 있다. 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장석복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 전무는 “엊그제도 한 곳이 문을 닫고 떠났다”며 “주문은 줄어드는데 원재료 값은 오르고, 특히 전기료 인상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치권에서는 노란봉투법이니 중대재해처벌법이니 규제만 계속 만들어대 사업주들이 기력을 잃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목재 업체들도 공장 마당에 재고만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C목재업체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건설업 불황에 시달린 지 3년이 넘었다”며 “주변에서 문 닫기 시작한 업체 소식이 하나둘 들리는데 지금보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은 대부분 생존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기업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1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1363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1004건을 넘어섰다. 파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20년으로 1069건이었다. 한편으론 올해 10월까지 회생 신청은 1287건이었다. 다시 일어서려는 회생보다 사업을 포기하는 파산이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비금융 외감기업 2936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보다 금융비용이 큰 기업의 비중은 올 2분기(4∼6월) 기준 35.2%로 전년 동기(29.0%)보다 6.2%포인트 늘었다.● 지역, 업종 가리지 않는 불황 불황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다. 부산의 경우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유통, 물류, 조선·기계 산업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구조적 문제에 빠져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심재운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장은 “최근 부산 기업 전반을 점검해봤더니 유통·물류는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건설업 위주로 기업들이 회생절차를 밟았는데 이제 제조업 전반에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해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타격도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데다 공급망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구자천 창원상의 회장은 “창원은 중국과 중간재 및 원자재 거래를 하고 미국에는 내구소비재 수출을 주로 한다”며 “두 국가 간 분쟁이 길어지면서 그 사이에서 사업하는 지역 산업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국이 제1위 교역국인 대구도 중국의 내수경기 침체, 재고 과잉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업체가 많은 경기 평택, 화성이나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등의 체감경기도 바람이 차다. 반도체 경기는 터널 끝이 보인다고 하지만 지방 현장에서는 재고 누적으로 체감 경기는 한겨울이었다.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업황이 나았다지만 기업마다 해외 사업 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석유화학 업계도 경기 침체에 더해 최대 수출처였던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수요도 부진한데 중국이 자체적으로 석유화학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상의는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 연쇄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해외 리스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국 상의 회장 50.0%는 ‘고금리 장기화’를, 26.4%는 ‘중국 경제성장률 저하’를 꼽았다. 국내 리스크에 대해서는 41.7%가 ‘고물가 지속’을 위협이라고 봤고 30.6%가 ‘산업별 인력난 문제’를, 20.8%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지적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견·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 99%, 고용의 88%를 차지할 만큼 경제 전반을 떠받치는 중요한 생태계”라며 “중견·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결국 새롭게 해외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비용까지 낳기 때문에 심각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높은 이자비용 때문에 투자를 중단한 기업들이 상당하다”며 “경기가 점차 반등한다고 하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의 회복은 이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인천=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내년 2분기(4~6월) 가동 예정이었던 SK온의 중국 옌청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현지 시간)쯤 SK온이 가동을 앞두고 시운전 중이던 옌천 공장에서 불이 났다. 현재 화재는 진압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SK온 관계자는 “공장 내 배관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가동 연기 여부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SK온은 연간 3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옌청 신공장을 짓고 있다. 고성능 전기차를 매년 45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자 규모는 25억3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운용 펀드 규모가 1조 원으로 확대됐다고 19일 밝혔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그동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사 7곳이 출자해 조성한 6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이 중 70%를 소진했다. 2018년 설립 후 지금까지 글로벌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펀드 등 64곳에 투자했다.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4개 계열사가 추가 출자하며 1조 원이 넘는 펀드가 됐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속적으로 신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신기술에 투자하며 미래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배터리, 모빌리티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이들 업종의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업무용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올거나이즈,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연구진들이 창업한 앤스로픽 등이 대표 투자 기업이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LG 계열사들의 전략 방향성에 맞춰 미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협력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공연단 ‘한빛예술단’을 초청해 20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전원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은 지휘자와 악보 없이 단원들이 곡을 외우고 서로 호흡을 맞춰 관현악 합주를 펼칠 예정이다. 공연은 연주회 사이에 시각장애인 전문강사가 강연을 진행하고, 수화나 화면 해설 등도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LG전자는 이러한 공연이 직원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의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7월과 10월에도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와 서초R&D캠퍼스에 한빛예술단을 초청해 임직원 대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겸한 연주회를 진행한 바 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상에 없는 유일무이한 기술로 꿈을 실현시키겠습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난 엄세훈 인투코어테크놀로지 대표와 감혜진 두브레인 이사는 한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SK의 ‘임팩트 유니콘’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두 회사는 올해 나란히 기업가치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1조 원 사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선정된 친환경 에너지 기술기업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올 5월, 2021년부터 지원받은 디지털치료제 솔루션 기업 두브레인은 지난달 각각 100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SK SV(사회적 가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임팩트 유니콘은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롤모델이 되는 스타 SE(사회적 기업)가 나와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출범했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와 두브레인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8곳이 선정됐다. 자금뿐만 아니라 SK관계사와의 사업적 협력, 외부 투자 유치,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인투코어테크놀로지는 플라스마 물질을 활용하는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한다. 증착, 식각 등 반도체 미세 공정을 고도화시키고 바이오·매립지 가스를 수소, 항공유, 메탄올 등 에너지원으로 변환시키는 게 핵심이다. 엄 대표는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등 반도체 첨단 공정에 쓰이는 ‘리모트 플라스마 시스템’이라는 기술을 선도하며 SK하이닉스, 일본 도쿄일렉트로닉 등과 협력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는 ‘유도결합 플라스마’라는 방식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도결합 플라스마는 열효율을 높이는 데 탁월한 방식이다.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는 구조를 바꾸기가 까다로운데 물질을 쪼개는 데 특화된 플라스마를 활용하면 성질 변환이 용이해진다. 다만 기존 플라스마 기술들은 에너지 손실이 너무 컸다. 엄 대표는 “기존 기술의 열효율이 60%였다면 우리 회사의 유도결합 방식은 95%에 달한다”며 “대구 쓰레기 매립지에서 실증사업을 거의 완료했고 정유사들과 손잡고 바이오 항공유(SAF)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고 했다. 두브레인에서 개발하는 발달장애아용 디지털치료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출시된 적이 없는 솔루션이다. 소프트웨어(SW) 형식으로 발달장애아들의 기초 인지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놀이로 구성됐다. 감 이사는 “발달장애 치료는 비용도 비쌀뿐더러 치료 기관이 턱없이 모자라 전 세계 5세 이하 93% 이상의 아동이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아이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치료제도 전문 의료기기처럼 식약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두브레인은 현재 국내 임상을 비롯해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 승인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감 이사는 “내년 하반기(7∼12월)나 2025년 본격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그룹과의 협업은 두 기업 모두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 엄 대표는 “SK에코플랜트, SK에너지 등과 협력했기에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감 이사도 “SK그룹 내 구성원들이 프로그램 검증에 참여한 것은 물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스타트업과의 매칭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올 초 5만5000여 명이 사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현장에서 수액팩 여러 개를 한 손에 쥐고 뛰어다니는 의료진을 보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3’에서 최종 우승한 홍익대 ‘골든캡슐’ 팀은 13일 이같이 전했다. 이 학교 산업디자인과 4학년 채유진(23)·백원 씨(26)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4학년 김대연(26)·신영환 씨(25) 등 4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수액팩을 위에서 들고 있지 않아도 무동력으로 주입할 수 있는 골든캡슐을 개발해 공모전에서 우승했다. 2005년부터 매년 열리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혁신 아이디어에 상을 수여한다. 올해 국제전 최종 우승작 상금은 3만 파운드(약 5000만 원)이다. 한국팀이 최종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팀원들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이전에도 각자의 경험을 통해 문제의식을 키워왔다. 채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을 때 한 번에 2, 3개씩 수액을 투여받는데 걸어두는 거치대가 너무 커 화장실 문조차 열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어떻게 하면 링거를 들지 않아도 될까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중국인 백 씨는 “어릴 적 2008년 쓰촨성 대지진을 직접 경험했다”며 “당시 열악한 재난 현장에서 의료진이 수액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봤는데 이번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접하며 정말 개발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골든캡슐은 중력 대신 탄성과 기압 차를 활용해 높이 차를 확보하지 않아도 수액 주입이 가능하게끔 설계됐다. 별도 전력이 필요 없어 전력 보급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골든캡슐 팀은 개발 과정에서 국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과 쓰촨성 지진 구조 현장에 참여했던 중국 의료진 3명 등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채 씨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IRB 이후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LG전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지하 전기실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사진)을 활용한 무인 시설관리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로봇이 축구장 2개 이상 면적의 지하 전기실에서 배수로 등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주행 가능한 경로를 찾고 순찰했다. 또 전력케이블, 변압기 등 전기실 곳곳에 있는 각종 설비의 작동 상태를 체크하고 점검 결과를 사내 관제실로 보내는 등 무인 시설관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LG전자는 고온·고압 전력 설비가 많은 제철소 지하 전기실의 환경을 고려해 로봇의 방열·냉각 성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또 관제실 근무자가 필요시 원격 제어하도록 해 특수 환경에서도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순찰, 배송 등 다양한 임무로 전환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을 포함한 기술 해외 유출 적발 사례가 최근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올 2∼10월 경제안보 위해범죄를 특별 단속한 결과 해외 기술 유출 21건 등 총 146건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기술 유출에는 국가 핵심 기술 유출 사례 2건도 포함됐다. 유출 피해가 발생한 기술은 디스플레이 8건, 반도체·기계 각 3건, 로봇·조선 각 1건, 기타 5건 등이었다. 올 6월에는 국내 대형병원 연구소에서 첨단 의료 로봇 기술 관련 파일을 1만 건 가까이 중국으로 빼돌린 연구원도 붙잡혔는데 유출된 기술은 약 60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또 국내외 업체에 국내 대기업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유출하고, 액정표시장치(LCD) 공정 등 국가 핵심 기술을 은닉해 외국에 유출하려던 협력업체 대표 등 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국수본이 올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건수는 지난해(12건)에 비해 75% 증가했다. 유출처로는 중국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출 피해는 대기업 8곳, 중소기업 13곳이 입었다. 기술 탈취를 시도한 피의자는 관련 기업 내부인 15명, 외부인 6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 최모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판사 이지연)이 10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다른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과 공모해 중국에 공정 기술을 넘기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판박이 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로 올 6월 기소됐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잇달아 해외 생산기지 가동 및 건설 속도를 늦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부진에 잠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 무급휴직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휴직 규모나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온은 잠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생산 중단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SKBA 측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SK온은 최근 켄터키주 2공장 가동 계획도 연기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현재 북미에서 조지아주 공장을 22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운영하고 있고 켄터키주에선 각각 43GWh 규모의 1·2공장을 2025년, 2026년 가동할 계획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내 생산직원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해고 직원들에게는 퇴직 위로금과 이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첫 진출 기지인 미시간 법인은 기존 5GWh 크기였으나 증설을 통해 2025년 40GWh 규모로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달 일본 도요타로부터 장기계약을 따낸 연 20GWh 규모 배터리도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 시장 변화로 일부 현장직 인력을 축소하지만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에 브레이크를 밟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11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체결했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튀르키예 합작법인은 2026년 25GWh 규모로 양산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 업계는 지금과 같은 인력 감축, 생산 조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고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업체의 배터리 수주가 지속해서 받쳐주지 않으면 기업에 따라 2∼3년 뒤 수주 절벽에 내몰려 공격적으로 확충한 공장을 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임원은 “현재의 고금리는 일반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초기 시장 구매는 왠만큼 이뤄진 만큼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느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을 포함한 기술 해외유출 적발 사례가 최근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1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올 2~10월 경제안보 위해범죄를 특별단속한 결과 해외 기술유출 21건 등 총 146건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기술유출에는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례 2건도 포함됐다. 유출 피해가 발생한 기술은 디스플레이 8건, 반도체·기계 각 3건, 로봇·조선 각 1건, 기타 5건 등이었다. 올 6월에는 국내 대형병원 연구소에서 첨단 의료 로봇 기술 관련 파일을 1만 건 가까이 중국으로 빼돌린 연구원도 붙잡혔는데 유출된 기술은 약 6000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또 국내외 업체에 국내 대기업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유출하고, 액정표시장치(LCD) 공정 등 국가 핵심기술을 은닉해 외국에 유출하려던 협력업체 대표 등 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국수본이 올해 적발한 해외 기술유출 건수는 지난해(12건)에 비해 75% 증가했다. 유출처로는 중국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출 피해는 대기업 8곳, 중소기업 13곳이 입었다. 기술 탈취를 시도한 피의자는 관련 기업 내부인 15명, 외부인 6명으로 조사됐다. 한편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 최모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다. 수원지법 형사14단독(이지연 판사)이 10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다른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과 공모해 중국에 공정 기술을 넘기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판박이 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로 올 6월 기소됐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 최모 씨가 보석으로 풀려났다.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이지연 판사)은 10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의 보석 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최 씨는 6월 9일 기소 후 8월 25일 보석 신청을 낸 뒤 9월 20일 관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최 씨는 또 다른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과 공모해 중국에 공정 기술을 넘기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판박이 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최 씨는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업체 및 합작법인을 짓고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200여 명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최 씨는 삼성전자에서 18년 근무하고 상무로 퇴직한 뒤 하이닉스(옛 SK하이닉스)에서 부사장을 지낸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최 씨의 기술유출로 인한 삼성전자의 피해액은 최소 수 천억 원에서 최대 수 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반도체 클린룸을 관리하는 BED 기술 124억 원, 공정배치 관련 1360억 원, 도면 작성 관련 1428억 원 등이다.최 씨 등은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특정한 피해회사가 삼성전자가 아니며 문제가 되는 기술도 국가핵심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경찰은 이 사건과 별개로 최 씨의 추가 범죄 정황을 포착하고 별건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생산기지 가동 및 건설 속도를 늦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부진에 잠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 무급휴직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휴직 규모나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SK온은 잠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생산 중단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SKBA 대변인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SK온은 최근 켄터키주 2공장 가동 계획도 연기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은 현재 북미에서 조지아주 공장을 22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운영하고 있고 켄터키주에선 각각 43GWh 규모의 1·2공장을 2025년, 2026년 가동할 계획이었다.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내 생산직원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해고 직원들에게는 퇴직 위로금과 이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첫 진출 기지인 미시간 법인은 기존 5GWh 크기였으나 증설을 통해 2025년 40GWh 규모로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달 일본 도요타로부터 장기계약을 따낸 연 20GWh 규모 배터리도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 시장 변화로 일부 현장직 인력을 축소하지만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다.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에 브레이크를 밟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튀르키예 코치그룹은 11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 포드와 체결했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튀르키예 합작법인은 2026년 25GWh 규모로 양산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다.업계는 지금과 같은 인력 감축, 생산 조절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려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업체의 배터리 수주가 지속해서 받쳐주지 않으면 기업에 따라 2~3년 뒤 수주 절벽에 내몰려 공격적으로 확충한 공장을 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임원은 “현재의 고금리는 일반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초기 시장 구매는 왠만큼 이뤄진 만큼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느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