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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하게 출발했던 증시에 연준 인사들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힘이 빠졌습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34%, S&P500 -0.08%, 나스닥 +0.63%. 지난 주 금요일 ‘임금인상이 둔화됐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미국 증시는 이날도 상승세로 장을 열었는데요. ‘임금 상승세 둔화→물가상승률 둔화→연준 긴축 속도도 둔화’라는 희망회로가 작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인상한 다음 오랫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 발언이 이날 연이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죠.역시나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건 여전히 물가일 텐데요. 이번주 목요일(정확히는 12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밤 10시 30분)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12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전달(7.1%)보다 하락한 6.6%일 걸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FOMC(1월 31일~2월 1일)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치라서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번주엔 기업 어닝시즌도 시작됩니다. 13일 금요일에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델타항공이 4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P500지수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마이너스 성장은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편 정초부터 정리해고 소식이 줄을 잇는데요. 이번엔 골드만삭스가 직원 3200명을 감원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골드만삭스 직원 수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4만9000명이었으니, 직원의 6.5% 정도를 해고하는 겁니다. 투자은행의 주된 수익원인 M&A와 IPO 관련 수수료가 크게 타격을 입은 데다, 자산가격까지 폭락하면서 골드만삭스는 이익이 급감했다는데요. 골드만삭스가 이 정도 규모로 직원을 해고한 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직원의 거의 10%에 해당하는 3000명 이상을 해고했죠.다만 미국에서 화이트칼라에 대한 정리해고가 급증한 것과 달리, 블루칼라 노동자는 아직 해고 위험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심스럽게 저임금 블루칼라 노동자들부터 해고됐던 이전의 경기침체기(2020년 봄)와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팬데믹 초기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대거 직장을 떠났는데, 이후 다시 일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여전히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같은 기간 공격적으로 고용을 늘렸던 기술∙금융 기업이 부랴부랴 인력 감축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죠. 취약한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이 아직 탄탄하다는 건 미국 경제엔 좋은 신호로 보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신 냉전’이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는데요.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운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사일∙무인기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까지. 세계 곳곳이 불안불안합니다. 높아지는 안보 위협에 모처럼 호황을 맞이하게 된 산업도 있는데요. 바로 방위산업입니다. 전투기, 장갑차, 미사일, 탄약까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공장이 쉴 틈이 없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반전 평화주의자들 입장에선 땅을 칠 노릇이지만 ‘K-방산’ 수출에서 보듯 업계 입장에선 큰 기회이기도 하죠. 오늘 딥다이브는 글로벌 방위산업을 들여다볼게요.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군비 늘려! 무기 주문해!미국의 올해 국방수권법(NDAA) 예산은 무려 8580억 달러(약 1100조원)입니다. 전년보다 약 800억 달러나 증가했죠.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했던 것보다 의회가 450억 달러나 더 늘려잡은 겁니다. 국방 지출을 확 늘려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이 의견이 일치했던 건데요. 이렇게 안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건 미국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 위협이 앞마당까지 밀어닥친 유럽이야 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졌는데요. 최근 덴마크 새 연립정부가 덴마크의 11개 공휴일 중 하나인 ‘대기도절’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게 이런 절박함을 드러내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국방비를 늘려야 하니까 덜 쉬고 일을 더하라는 (북유럽스럽지 않은) 발상이라니.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미 2006년에 ‘각국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라’는 지침을 정했는데요. 그동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으름장을 놓고(‘국방비 안 늘리면 너네 나라가 러시아 공격 받아도 지원 안 해줄 거야!’) 난리 쳐도 들은 척하지 않았던 유럽 각국이 뒤늦게 이 지침에 맞추겠다며 국방 예산을 가파르게 늘려잡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의 위협은 (국방비 증액에) 효과 없었지만, 푸틴의 위협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컨설팅업체 맥킨지가 2026년까지 유럽 국방비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까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최근 냈는데, 그 내용을 한번 볼까요.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없었다면? 유럽 국방 지출은 2001년 이후 5년 동안 총 14% 늘어나는 데 그쳤을 겁니다(2021년 2960억 유로→2026년 3370억 유로).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시나리오가 바뀌었고요. 이에 따르면 5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최대 65%로 껑충 뛰게 됩니다(2026년 4880억 유로). 유럽이 러시아 때문에 저 아우성이라면 이웃나라 일본은 중국과 북한, 두 나라의 위협 때문에 난리입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방위예산(6조8000억엔)을 전년보다 26.3%나 늘려 편성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2027년까지 동안 방위비 지출을 2배로 늘리겠다는 엄청난 계획까지 내놨죠. “1945년 이후 일본의 평화주의 전통과의 급격한 단절을 의미한다”(가디언 기사)는 평가가 나올 정도. 물론 그 돈을 어떻게 대느냐는 게 관건이긴 하지만(엔저가 걸림돌) 만약 목표대로 된다면 일본은 미국, 중국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가 될 겁니다(현재는 9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요국의 군비경쟁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일본 같은 전범국가까지 재무장에 나섰고요. 설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이런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결국 세계 평화로 이어질지,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글로벌 방위산업엔 참으로 모처럼 물이 들어왔습니다. 무기 공장의 호황이 시작됐다스팅어(stinger)는 보병 병사가 어깨에 매고 쏠 수 있는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헬기나 무인기를 타격하는 데 쓰이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이 스팅어 미사일을 1600발 정도 지원했는데요. 이로 인해 재고가 똑 떨어지면서 미국 국방부가 부랴부랴 생산업체인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에 스팅어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스팅어를 주문한 건 2002년 이후 처음이라고 하죠. 레이시온은 부랴부랴 은퇴자까지 다시 고용하며 스팅어 공장을 가동 중. 그레고리 헤이스 레이시온 CEO는 “우리는 지난 10개월 동안 6년치 스팅어를 썼다. 재고를 보충하는 데 몇 년 걸릴 것”이라고 말합니다(뉴욕타임스 인터뷰). 방위산업 관점에선 ‘전쟁=무기 소비’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놀라운 속도로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 무기는 스팅어만이 아닙니다. 1억400만 발의 탄약과 최소 100만 발의 155㎜ 포탄, 4만6000발의 대전차 무기, 8500발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쓰였죠. 원래 탄약이나 미사일은 사용연한이 매우 깁니다. 오래됐다고 해서 버리고 새로 사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고로 전쟁이 안 나는 한 주문이 들어올 일도 거의 없었는데요. 재고를 대거 떨어내는 대형 이벤트가 일어난 겁니다.재고를 다시 채워넣기 위한 미국 정부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방산업체들은 총력 가동에 나섰는데요. 그럼에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예컨대 재블린 미사일을 공급하는 레이시온과 록히드마틴은 연간 2100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이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물량의 4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는 6륜 5톤 트럭 위에 227㎜ 로켓 6발을 발사하는 발사대가 올라간 다연장 로켓체계인데요. 러시아 탄약고와 교량을 정밀타격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이 역시 미 육군은 물론 유럽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무기이죠. 록히드마틴 제임스 타이크렛 CEO는 지난해 10월 하이마스 월 생산량을 5대에서 8대로 늘릴 거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위해 하이마스 공장은 ‘하루 24시간 주 7일’ 생산체제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국방비 지출을 늘려잡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산 무기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요. 대표적인 게 전투기입니다. 록히드마틴은 3년간 398대의 5세대 F-35 라이트닝Ⅱ 항공기를 인도하는 300억 달러 규모 계약을 확정했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미국과 함께 핀란드∙벨기에∙폴란드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독일과 스위스 역시 F-35 계약을 지난해 마무리했죠. 재무장에 나선 일본도 미국 무기를 올해부터 왕창 사들일 예정인데요. 예산안에 반영된 미국 무기 계약액(1조4768억 엔)이 지난해의 4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산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를 도입해 ‘반격능력(상대의 미사일 발사지점을 타격하는 공격)’을 갖출 거란 계획입니다. 토마호크 사정권엔 당연히 한반도도 들어가죠.선두 방산업체가 최고 수혜자? K-방산은?그런데 선진국들은 왜 이렇게 주로 미국산 무기를 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능이 가장 우수하니까요. 무기 성능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함부로 구매할 수야 없죠. 당연히 글로벌 시장의 선두 업체에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은 가격이 민감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고요. 전 세계 톱5 무기제조업체가 미국 기업입니다(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보잉, 노스럽그러먼, 제너럴다이믹스). 미국은 늘 전 세계 무기 수출국 1위였죠(2021년 전체 무기 수출 중 41.4% 차지). 유럽과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잇따라 국방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선 건 미국 대형 방산업체에 큰 호재인 셈이죠. ‘보수적인 방위산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결국 기존 대형 방위산업체의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삼성증권 ‘안보투자 전성시대’ 보고서 인용). 유럽 방위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미국 쏠림이 커진 이유입니다. 방위산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입니다. 자국 군이 어느정도 사줘야만 업체들이 무기를 만들 수 있죠. 내수시장 규모가 받쳐줘야 투자가 지속되는 건데요.탈냉전 이후 유럽 각국은 군사비 지출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무기 주문도 줄였고, 무기 개발비 지출도 줄였죠. 투자를 안 하니 당연히 성능 경쟁력은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전투기 ‘라팔’은 예산의 문제로 개발기간이 엄청 길어지면서 (초도비행에서 배치까지 16년이나 걸림), 미국산 전투기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됐죠. 그럼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K-방산은요? 다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K-방산의 수출전략은 한마디로 ‘가성비’입니다. 성능은 선진국의 90% 수준이면서 가격은 저렴하니까요(예-국산 K-239는 대당 약 30억원, 미국산 하이마스는 약 50억원). 무엇보다 대량생산 체계가 잘 갖춰져서 기한 내에 제때 납품하는 점이 한국 방산업체의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 그렇기 때문에 가격에 민감하거나, 좀 빨리 납품받을 필요가 있는 국가들이 K-방산의 수출국이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는 원래 미국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싶어했는데요. 원하는 수량과 납기를 미국기업이 맞춰주지 못하자 지난해 한국의 FA-50(경공격기), K2(전차), K-239(다연장로켓, 천무) 도입을 결정했죠. 우크라이나와 붙어있는 폴란드는 유럽에서도 급속하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국가입니다. 달리 보면 선두업체가 모든 주문을 다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후발업체인 한국방산기업에도 수출의 기회가 열린 건데요. 한국 무기는 NATO 규격을 준수해서 미국 무기체계와 호환이 잘 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직은 K-방산은 틈새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죠. 냉정한 평가에 혹시 실망하셨나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보수적인 방위산업 특성상, 새로운 시장을 뚫기란 상당히 어렵지만 일단 한번 수출을 뚫으면 안정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무기를 팔면 그걸 유지, 보수하는 매출이 장기간 보장되기 때문이죠. 적어도 K-방산의 잠재력은 확인된 겁니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이어갈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야 하겠죠. By.딥다이브 냉전 시대의 끝자락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신 냉전’이라는 말이 무시무시하게 들리는데요. 그럼에도 수혜를 보는 산업과 기업은 있는 법입니다. 글로벌 방위산업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러시아 전쟁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까지 군비 지출을 대거 늘리고 있습니다. 군비경쟁 흐름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겁니다.-덕분에 방위산업엔 호황이 시작됐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재고가 소진된 탄약과 미사일을 생산하기 바쁘고, 무기체계 주문이 밀려듭니다.-보수적인 방위산업 특성상 그 수혜는 선두에 있는 대형업체에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K-방산은 가성비 전략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중.*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자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직접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역시나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그 말은 미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 같단 얘기이기도 합니다.미국의 12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 -1.02%, S&P500 -1.16%, 나스닥 -1.47%로 마감했죠.고용보고서 내용이 어땠길래?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3만5000명이나 증가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15만3000명)를 크게 웃돌았습니다.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데도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세인 겁니다. 미국 빅테크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는 소식이 줄을 잇는데 왜 전체 고용시장은 끄떡 없냐고요? 인구구조(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이민자 감소 같은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조) 특히 최근 미국에선 대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중소기업은 늘리는 현상이 뚜렷한데요. 주로 레저, 교육, 건강서비스, 건설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은 강하지만 산업과 기업 규모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ADP 수석 이코노미스트 넬라 리차드슨)는 분석입니다.문제는 연준의 시각에선 ‘노동시장 강세→임금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란 겁니다. 이미 4.25~4.5%로 높아진 정책금리를 계속 더 올리려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를 뒷받침하듯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5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이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는데요. 전날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정책금리가 5.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직후라서 더 시장을 움츠러들게 했습니다.이날 미국 상장사 소식 중엔 베드배스앤드비욘드(티커 BBBY)의 파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는데요. 미국에 1000개 가까운 매장을 보유한 이 회사는 보유 현금이 바닥나고 있어서 대금을 지불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소비자 발길이 뜸해지고 매출이 줄어든 탓이라는데요. 회사 측은 구조조정, 추가 자본조달, 자산매각은 물론 파산신청까지 선택지에 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이른바 ‘밈주식’으로도 유명한데요. 한때 레딧 같은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이 돌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었죠. 주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폭등했다가 지난해 여름 다시 폭락했고요. 파산신청 검토 소식이 나온 이날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주가는 29.88%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주식이든, 채권이든. 혹시 투자를 하셨다면 2022년 한 해 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도 밝았겠다, 이제 금융시장이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이런 기대를 가지고 3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이코노미스트,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올해 경제 전망은 한번쯤 알아봐야죠. 신년에 토정비결 보는 기분이랄까요.그런데 말씀을 들어보니 결론적으로 그다지 올해 전망이 썩 긍정적이진 않은데요. 오죽하면 증권사에 계신 분이 올해는 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조언을! 심상찮은 2023년 글로벌 경제∙증시 전망을 함께 알아보시죠.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미국에 경기침체가 오긴 오려나-2022년 내내 금융시장에선 물가와 연준 통화정책이 화두였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경기침체가 더 큰 이슈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2023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까요?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2022년처럼 물가가 상당히 높고 연준이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경험이 1980년대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금리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가다 보니 주식을 포함한 각종 자산가격이 많이 하락했고요. 최근 들어서는 미국 주택경기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고요. 이것이 제조업 경기 쪽에도 둔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의) 형태는 좀 논란이 있습니다. 얕은 침체냐, 골이 깊은 침체냐를 두고 논란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좀 얕은 경기침체 모습은 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면 미국 연준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연준이 지금까지는 물가가 잡힐 때까지, 연간 2% 물가상승률이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올린다는 식으로 말은 하고 있는데요. 연준도 경기침체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지 않나요.“약간 갈림길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준이 FOMC에서도 조금 매파적으로, ‘앞으로 금리인상 더 할 거야’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 1분기를 지나서 더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최근 나오는 미국 경기지표를 보면 상당 부분 악화될 여지가 상당히 커졌고요. 또 연준이 생각하는 물가 압력 2%대까지 가기엔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거기까지 끌고 가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물가 압력이 일정부분 둔화됐다는 확신이 있을 때 연준이 결국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할걸로 봅니다. 아마 그 시점은 시장 예상대로 늦어도 3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여기서 더 금리를 올려서 연준이 중간값으로 제시하는 5.0~5.25% 이상으로 간다면, 그것은 ‘골이 깊은 경기침체’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미국 정책금리가 5.5%, 6%까지 간다면 가계는 물론 기업의 이자부담과 도산위기가 상당히 커질 테니까요. 따라서 연준 입장에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그 분수령이 2월 초 있을 FOMC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미국 경기지표들을 보면 약간 헷갈리는데요.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안 좋아지는 지표도보이지만, 고용시장은 생각보다 매우 탄탄하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시나요?“미국 고용시장은 과거와 다른 구조적 요인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미국의 인구사이클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 즉 1960년대 초반 태어난 근로자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이들이 팬데믹으로 조기은퇴도 많이 했고요. 해가 지나다면 자연스럽게 근로시장에서 나가게 되겠죠.베이비붐 세대의 공백을 누군가 메워줘야 하는데요. 20대 초반 사회초년병들이 새로운 근로자 공급원의 역할을 해야 될 겁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미국 20대 초반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정확한 분석은 아직 없지만 2000년 이후에 사회초년병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근로가 아닌 다른 소득원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거겠죠. 그러한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 노동시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두번째는 이민자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이민자를 잘 받지 않는 정책으로 돌아섰고, 팬데믹으로 아예 이민자를 받지 못하게 됐죠. 그 후유증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상당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담당하던 일에 정상 시장의 노동자를 찾아야 되도록 구조가 바뀌었고요.또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즉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불러오는 정책 효과도 적지 않아서, 노동 수요 자체가 많이 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미국 경기가 안 좋으면 노동시장이 바로 타격 받는 모습은 아닐 수 있고요. 12월 FOMC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이민 문제를 노동시장 문제와 관련해서 얘기한 것도 아마 그러한 맥락이라고 봅니다.한편에서는 ‘임금상승률이 떨어지지 않아서 물가상승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 마치 강한 노동시장이 악당인 것처럼 지적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 보면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건 미국 경기가 그만큼 견조하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실업상태에 잘 빠지지 않다보니까, 가계 소득이 계속 유지될 수 있고 소비도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그렇게 보면 물가에 조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고용시장이 강한 것이 미국 경기침체의 골을 상당히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다른 경기침체에 비해 노동시장이 악화되는 강도는 약할 거고,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짓눌렸던 소비가 폭발한다-중국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22년에는 중국 경제가 정말 너무 심각했어서, 한국 증시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2023년엔 중국 경제가 그래도 나아지겠죠? “2022년에 비해서는 나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리오프닝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을 하면서 이달 말 춘절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경기 정상화 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거든요. 그래서 상반기 중국 경기를 기준으로 보면 예상대로 좋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위드코로나가 되면서 그동안 못했던 외식이나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처럼 중국도 3년 동안 짖눌려있던 수요가 한순간에 폭발할 수 있죠. 그게 중국 경기를 상당부분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갑자기 연 6%, 7% 갈 거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중국이 안고 있는 한계도 분명하니까요. 잠재적 수요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일시적으로 좋아질 순 있지만 중국 체제,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건 ‘공동부유’ 정책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더불어 같이 잘 살자’ 또는 ‘소득을 나누자’라는 개념인데요.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소득 불균형입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그것이 자칫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면 체제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 경제가 과도기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결국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아무래도 성장보다 분배를 중심으로 하면 성장의 속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이 과정을 얼마나 잘 해결해 내느냐가 중국경제를 좌우할 부분이고요. 또 ‘헝다’로 대변되는 중국 부동산 문제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자를 살려주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마지 못해 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경기를 다시 적극적으로 살리진 않을 겁니다. 이 부채 문제는 결국 언젠가 한번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거든요. 중국 경기에 잠재적인 시한폭탄 역할을 계속할 거고요. 그게 중국의 경제 성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겁니다. 거기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중 갈등 문제까지 보자면 2022년 중국 경제가 정말 힘들었는데, 2023년 상반기엔 상당히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 흐름이 지속가능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그 미∙중 갈등이요. 지금 양상을 보면 이건 피할 수 없는 싸움이고, 앞으로 쭉 이어질 것 같은데요.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전망하신 게 있을까요?“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단순하게 미∙중 갈등만이 아니라 최근엔 ‘신냉전’ 얘기도 많이 하고 있고요. 즉 단순히 경제적 패권 문제가 아니라, 세계질서 자체가 완전히 재편되는 과정 속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1990년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나서 ‘데탕트’라는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세계가 움직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해왔죠. 지난 20~30년 동안 그 체제가 유지돼 왔는데요. 미∙중 무역갈등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난 걸 보면 지금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건 상당히 오래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누구도 패권 경쟁에서 지기를 싫어할 테니까요. 관건은 경제 패권 싸움이 군사적인 충돌까지 가느냐입니다. 예를 들어서 TSMC를 둘러싸고 대만 침공 같은 일이 일어나느냐이죠. 이런 생각을 하면 상당히 골치 아프고, 세계경제에 위협적인 일인데요. 양국이 타협을 모색한다면 새로운 길이 나오겠지만, 아직 그런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중 갈등은 2023년에도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겁니다. 특히 전 세계 경제에 있어 미∙중 갈등은 자칫 공급망 자체가 쪼개져서 이분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럼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공급망이 분리되면 당연히 비용은 올라갈 거고, 그럼 물가 압력이 계속 이어지겠죠. 그럼 ‘중물가 중금리’, 즉 3~4%대 물가상승률이 지속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이 과연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야 합니다.”-달리 보면 불과 3년 전만 해도 1%대 저물가여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는데요. 그런 저물가 시대가 다시 안 올 수도 있는 건가요? “결국 그러면 세상은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겁니다. 과연 앞으로 물가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아까 말씀드린 노동시장과 관련 있는데요. 사람(노동력)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결국 로봇이 대체해야 할 겁니다. 로봇은 24시간 계속 일할 수 있고, 생산성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물가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요즘 자율주행차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미국에선 이것이 점점 현실화되는 이유가 트럭기사가 부족해서 임금이 많이 올랐거든요. 그것을 만약 자율주행 트럭으로 대신하면 운임이 많이 떨어지겠죠. 그런 게 물가 압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어서요. 제가 조금 전 ‘중물가’를 말씀 드렸지만, 우리가 새롭게 다시 저물가 국면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다만 시기가 언제일지는 사회가 기술을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올해 한국 경제는 집토끼를 챙겨야-2022년에는 한국 경제는 3고-고환율, 고유가, 고물가에 시달렸는데요. 2023년엔 킹달러 현상도 덜 할 거고, 물가도 정점을 지났고, 유가도 그렇게 천정부지로 오르진 않을 전망입니다. 그럼 한국 경제는 희망적으로 봐도 될까요. “희망적으로 말씀드리기엔 아직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대외 불확실성이란 측면에선 개선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2022년 전 세계 주식시장, 특히 G20 국가 기준으로 가장 주가가 많이 빠진 나라가 러시아입니다. 그 다음 국가가 한국입니다. 그럼 왜 한국이 이렇게 주가가 많이 빠졌을까요. 저는 세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데요. 2022년 미국 금리인상과 팬데믹 수요 감소로 반도체 시장이 상당히 안 좋았다는 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요. 두번째는 고유가입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거의 100%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노출도가 톱 클래스이거든요. 또 중국 리스크에도 대만과 한국이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입니다. 즉 반도체 비중 톱, 에너지 의존도 톱, 중국 리스크 톱. 주식시장에서 보면 또다른 ‘3고’인데, 이것이 전 세계에서 한국 주가가 가장 저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내년 한국 경기와는 별개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조금 개선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 요인 때문인데요. 중국 경기가 2023년 상반기엔 좋아질 거고요, 유가도 다행스럽게 배럴당 80달러 내에서 움직이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했는데, 그걸 피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수 있고요. 이런 건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을 상당히 줄여주는 요인, 즉 기업의 마진이 좋아진다는 의미이죠. 그러한 것이 해소된다면 주식시장엔 반등의 힘이 있을 걸로 봅니다. 그런데 경기와 관련해서는 딱히 뭐가 좋아질 게 아직 잘 보이지 않는데요. 2023년 전 세계 성장률을 보면 미국도 0%대를 얘기하고 EU도 0%대, 중국이 좋아진다고 해도 결국 4% 아니면 잘해야 5% 정도를 보거든요. 결국 한국 수출 경기가 강하게 살아나긴 어렵다는 게 한국 성장률엔 제약요인입니다. 또 최근에 제가 강조드리는 건 그동안은 우리가 주식시장이나 경기 얘기를 할 때 바깥의 얘기만 많이 했는데요. 2023년은 집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그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부동산입니다. 최근 국내 아파트 가격 하락 속도가 심각할 정도로 빠릅니다. 이미 대구는 전년 동월 기준으로 지수가 8~9%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지수가 그 정도면 집값은 더 크게 떨어졌단 얘기죠. 그런데 이 하락을 멈출 거냐고 하면 그걸 장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까 중물가를 말씀 드렸는데요. 그런 물가흐름이 계속 유지된다면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빚 내서 주택투자 하는 사람들의 이자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고요. 누가 섣불리 집을 사려고 하지도 않겠죠. 그래서 집값 하락 속도 자체는 상반기에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IMF가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주택가격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뉴질랜드, 호주, 한국 세 나라를 꼭 집어서 얘기했거든요.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집값은 잘 받쳐지지 않을 거라서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 현상이 불거지는 부분이 다시 재현될 수 있는 리스크를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와 한은이 부동산을 연착륙 시킬 수 있느냐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집토끼를 빨리 잡아야 2023년 하반기 한국 경제가 반등할 근거가 될 테니까요.”-딥다이브 구독자들, 그리고 투자를 하려는 분들에게 2023년엔 이런 거를 주의해서 보라고 조언 한마디 해주시죠. “제가 증권회사에서 맡은 업무 자체가 투자 조언을 드리는 역할인데요. 한편으로는 2022년 조금 낙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부분에 대해 저도 반성의 말씀을 드려야 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물가가 올라오는 걸 모처럼 경험했고요. 또 금리인상이 그렇게 가파를지를 잘 예측하지 못해서, 실수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2023년엔 투자 조언을 드리는 입장에서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 불확실성이 없었던 적은 없지만,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되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서둘러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아직 금리가 좋은 수준이니까 채권 쪽도 좋은 투자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가와 금리 추이를 보면서 투자를 선택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워낙 2022년 많이 빠져서 조금 반등할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 반등에 있어서 중요한 게 미국의 물가, 그리고 중국의 경기 사이클인데요. 말씀드린 대로 올해 1분기에 그런 리스크가 축소된다면 그 시점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이런 리스크가 정말 싫다면 사실 지금 예금금리도 상당히 좋습니다. 어찌 보면 앞으로 다시 보기가 어려울 수 있는 예금금리 수준일 수 있어서요. 복잡하게 각종 투자상품을 보기가 싫다면 예금도 좋은 대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By.딥다이브 새해에도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이 잔뜩 쌓여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인터뷰였는데요. 하지만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기다리는 위기는 오지 않는 법이다!’ 희망의 끈을 붙잡으시길 바라면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의 경기침체,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연준도 이를 그냥 두고 볼 순 없을 거고, 미국 고용시장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견조합니다. 침체가 얕을 걸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중국은 춘절 이후 경제 정상화가 되면 상반기에 소비가 폭발할 겁니다. 다만 ‘성장보다는 분배’에 집중하면서 성장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올해 한국 경제는 대외 환경보다는 집토끼, 즉 부동산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투자를 한다면 올해는 실수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물가나 금리 상승세가 꺾이는지 확인한 뒤 주식 비중을 높이시고요. 리스크가 싫다면 은행 예금도 방법입니다.*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딥다이브 뉴스레터’로 검색하시거나,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조용한 1월 3일의 아침입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휴장했기 때문이죠. 신년 대체휴일이라는데요. 뉴욕증시는 3일 새해 첫 개장에 나섭니다. 월요일 새로 나온 소식 중엔 테슬라 차량 인도 실적이 눈에 띕니다. 2022년 4분기에 총 40만5278대의 차량을 인도했다는군요. 전년 동기보다 31.3% 증가한 수치입니다. 4분기 생산량은 43만9701대였고요. 생산은 했는데 고객한테 인도되지 않은 물량이 3만4423대라는 얘기이죠. 테슬라는 2022년 한해 동안 총 131만대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했습니다. 전년과 비교해서 약 40% 늘어난 겁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7만대로, 47% 증가했죠. 테슬라 IR책임자인 마틴 비에차는 “나는 이 결과를 낸 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배송이 원활하려면 더 많은 차량운송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생산량>인도량이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설명했습니다. 생산량보다 인도량이 적은 건 차가 잘 안 팔려서가 아니라, 물류의 문제 때문이라는 걸 강조한 겁니다.다만 투자자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동안 월가에선 테슬라의 4분기 인도량을 42만7000대로 예상했었거든요. 이런 기대치와 비교하자면 2만대 넘게 적게 팔린 겁니다. 생산량이 인도량을 초과하는 일도 3분기 연속으로 발생했고요. 가뜩이나 테슬라에 대한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증시에 파다한 상황에서 말입니다. 역시나 투자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요. 번스타인 애널리스트인 토니 사코나기는 이날 메모에서 “우리는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가 직면한 수요문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2023-2024년 (판매)수치가 실질적으로 재설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 역시 “수요균열은 테슬라에서 분명히 발생하고 있고, (4분기) 수치는 낙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죠. 이미 이전부터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테슬라 실적 추정치는 낮춰잡아 왔습니다. 현재 평균 예측은 2023년 한해 테슬라의 차량 인도물량을 192만대로 보고 있는데요. 이는 석달 전 212만대보다 20만대나 줄어든 겁니다. 이제 4분기 실적이 공개됐으니, 어쩌면 여기서 더 줄일지도. 테슬라 주가는 2022년 12월에 37%, 2022년 한해 동안은 65%나 폭락했는데요. 이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역사상 처음으로 순자산 2000억 달러(약 252조원)를 잃은 사람’이 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참고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일 파이낸셜타임스가 꼽은 ‘2023년 주목해야할 기술자’에 3년 연속 선정됐는데요. FT는 “머스크가 (트위터가 아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 즉 전기차와 우주발사체를 중요한 신산업으로 키우는 일로 돌아갈 것인지가 기술세계에선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주가는 급락해, 채권가격도 떨어져. 물가는 치솟는데, 대출금리까지 덩달아 올라. 경제에 암울한 뉴스가 가득한 한 해였는데요. 이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로벌 주택시장.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무섭게 올랐던 집값이 속절없이 꺾이기 시작한 게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주택시장 대부분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주식시장과 달리 우리가 해외 부동산 시장엔 별 관심이 없다보니 잘 모를 뿐이죠. 딥다이브가 주요국의 올해 집값 추이를 들여다 봤습니다. 참고로 국가별로 온도 차이가 꽤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집값이 크게 떨어진 국가들엔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그럼 올 한해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어디일까요? 정답은 조금만 더 읽으시면 아실 수 있고요. 참고로 한국은 하락률 기준으로 무려 3위입니다. 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캐나다와 스웨덴, 뉴질랜드의 공통점최근 캄리 씨는 아내와 함께 차에 앉아 구매 희망자들이 토론토 교외에 있는 자신의 타운하우스를 둘려보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현재 3주택자인 그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집값이 급등하는 걸 보고 빚을 내서 주택 두 채를 구입했죠. 하지만 두 대출 모두 올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고, 다시 대출을 받기엔 이자율이 감당할 수 없게 높아진 걸 알고 결국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주택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매년 사람들은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거라고 말했지만 (예전엔) 매년 그렇지 않았어요. 막상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급속히 진행됐죠.”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 소개된 캐나다 다주택자 사례입니다. 팬데믹 기간(2020~2021년) 동안 50%나 급등했던 캐나다 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9개월 연속 하락 중입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 1월 0.25%에서 12월 4.25%로 무섭게 인상했는데요. 저금리를 틈타 ‘영끌’해서 주택을 여러채 사들였던 투자자들부터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캐나다의 집값 하락세는 옆나라 미국과 비교해도 가파른데요. 두 나라의 결정적 차이가 있으니, 바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주택담보대출은 절반 넘게 변동금리 또는 만기 1~2년짜리 단기 고정금리 대출입니다. 1~2년 전 연 1.5%도 안 되는 싼 금리로 빚을 잔뜩 냈던 대출자들이 이제 연 5% 넘는 금리를 감당해야 하니 휘청거릴 수밖에요. 사실 캐나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팽배했던 나라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캐나다 집값은 잠깐 하락(-9%)했을 뿐, 곧바로 다시 회복했죠(금융위기 당시 미국 집값은 40% 가까이 폭락).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인구입니다. 캐나다는 끊임없이 이민자가 몰려들어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선진국이거든요.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캐나다에서 ‘집은 사두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자산‘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최근 깨진 겁니다. 로이터의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캐나다는 주요국 중 내년에 집값이 가장 많이(-10%) 떨어질 나라로 꼽혔죠. 금리인상에 휘청거리는 건 캐나다 주택소유자만이 아닙니다. 2022년 집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 바로 스웨덴인데요. 올해 초 정점과 비교할 때 집값이 무려 14%나 급락하면서 스웨덴 부동산시장은 거의 폭탄 맞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스웨덴 주택경기는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만에 최악이라는데요. ‘세계 주택경기 침체의 선두주자’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락률 2위(뉴질랜드 -11%)나 3위(한국 -8%)와 비교해도 하락속도가 아주 빠른데요(영국 부동산회사 나이트프랭크 통계). 북유럽 강국 스웨덴 경제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올해 초까지 스웨덴 주택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이었습니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스웨덴에선 저렴한 변동금리 대출로, 그것도 이자만 내면서(원금은 만기 일시상환) 집을 장만할 수 있었는데요. 한동안 주택담보 대출이 하도 급증해서 중앙은행 총재가 “화산 위에 앉아있다”면서 걱정했을 정도였죠. 그리고 마침내 스웨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연초에 0%였던 기준금리를 11월 말엔 2.5%까지 끌어올렸죠. 2.5%이면 별로 안 높다고요? 스웨덴은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무려 8년 동안 이어진 ‘제로 이하 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것이니 엄청난 변화였죠.문제는 스웨덴 주택담보대출의 80%가 변동금리라는 점. 대출자들이 내야 할 이자가 몇 달 만에 3배로 뛰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젊은 주택구매자들은 난생 처음 겪는 집값 하락에 패닉이라는데요. 심지어 내년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까지 더 올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이 10% 더 떨어질 거란 무서운 전망까지 나옵니다.지난해 뜨거웠던 시장일수록 차갑게 식고 있다는 사실은 뉴질랜드 주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집값은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평균으로도 40%나 올랐죠. 지난 7년 동안엔 거의 2배가 됐다는데요. 올해는? 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빠른 속도로 하락 중입니다. 특히 수도인 웰링턴 집값은 1년 전보다 17.3%나 떨어져 전 세계에서 가장 집값 하락이 큰 도시로 꼽힙니다. 역시나 뉴질랜드도 저렴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불러왔던 ‘부동산 광풍’이 부메랑이 됐습니다. 이미 6%까지 오른 뉴질랜드 대출금리는 내년엔 8%로 치솟을 전망인데요. 그동안 집값이 너무 과도하게 올랐었기 때문에 “정점에서 20% 하락한다고 해도 질서정연한 연착륙으로 간주될 것”(ANZ 샤론 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란 냉정한 분석도 나옵니다. 프랑스와 일본의 공통점, 터키의 특이점 전 세계 중앙은행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 집값이 꺾이는 건 너무 당연한 현상 아니냐고요? 네, 물론 대출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금리인상의 파장이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죠. 집값이 의외로 안 빠지는 곳도 있는 겁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인데요. 집값이 지난해처럼 오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떨어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 집값이 오히려 오를 거란 전망이 파다한데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일단 금리가 올라도 주택소유자들이 별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대부분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이용했기 때문이죠. 코로나 때 이미 저렴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놨으니 당분간 큰 걱정이 없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집값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싼 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해외, 특히 미국 구매자들에게 매력적인데요. 유로화 약세로 인해 파리에 집을 사려는 외국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에겐 파리 주택이 ‘바겐세일’ 중인 느낌이랄까요? 코로나와 재택근무 트렌드로 반짝 인기를 끌었던(세컨드 하우스 수요) 프랑스 휴양지는 집값이 떨어질 수 있지만, 파리 주요지역은 인기가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마치 일본 아파트(맨션)가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현상과 비슷한데요.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가계부채가 적은 국가라면 금리인상기에도 위험이 덜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프랑스∙일본∙이탈리아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집값이 안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특이한 나라도 있긴 합니다. 바로 튀르키예인데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튀르키예 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무려 190% 급등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상승률인데요. 심지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격 상승률로도 57%나 됩니다. 다른 물가보다 집값이 유독 더 크게 뛰었다는 거죠.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외국인 구매자들이 몰려든 탓인데요. 튀르키예 부동산을 사서 시민권을 얻으려는 러시아인이 특히 많다는군요. 집값이 오르자 임대료까지 덩달아 뛰어서 튀르키예 서민들이 월세를 감당 못해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금융위기 2.0’ 걱정은 없다?정리하자면 ①집값이 지난해까지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했으면서 ②변동금리 대출이 많고 ③가계부채가 빠르게 급증한 나라들부터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 조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국가를 거론하자면 캐나다∙뉴질랜드∙호주∙스웨덴∙영국, 그리고 한국입니다. ‘거래절벽’이라며 큰일난 것처럼 기사가 쏟아지는 미국 주택시장은 알고 보면 꽤 탄탄합니다. 거래는 줄었는데도 가격은 아직은 안 빠지고 있으니까요(전월 대비로는 하락이지만, 1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아직 상승 중).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요. 미국 주택시장, 특히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그때와 완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모기지 회사들은 대출을 내줄 때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됐는데요. 덕분에 고신용자(신용점수 760점 이상)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합니다(금융위기 땐 이 비율이 25%에 불과). 금리가 올라도 여전히 빚을 갚을 여력이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져서 금리인상에도 별 충격이 없고요. 미국에서도 집값이 내년엔 빠질 거란 전망이 나오긴 합니다(모건스탠리 4% 이상 하락 전망). 하지만 적어도 200만건이 넘는 주택 압류가 발생했던 2009년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내년 글로벌 주택시장을 두고 험악한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IMF는 심각하게 부정적인 시나리오라면 2년 동안 신흥국 주택 실질가격(실질 가격)이 25%, 선진국은 10%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죠. 집값이야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긴 하지만 워낙 주택시장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집값 폭락은 경제에 큰 충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대출이자 부담은 늘어난 주택소유자들이 소비를 줄이면 어쩌나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이죠.현재로선 “2006~2008년 금융위기 때 같은 주택시장 붕괴가 되풀이 되진 않을 것”(크리스티나 아벨래즈 모건스탠리 글로벌이코노미스트)이란 전망에 기대고 싶은데요. 하지만 “계속되는 대출금리 급등은 내년에 일부 시장을 가파른 하락세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아담 슬래터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미스트)는 경고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By. 딥다이브부동산 시장은 늘 핫이슈이지만, 정작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은 어떤지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여러나라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주택시장이 동반 침몰 중입니다. 코로나 때 집값이 많이 올랐던 나라일수록 더 일찍, 더 많이 집값이 빠지고 있습니다. -스웨덴, 뉴질랜드, 캐나다 같이 집값이 급락한 국가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너무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대출이 깐깐해진 미국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데요.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새해에도 글로벌 주택시장은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딥다이브를 매주 화·금요일 직접 뉴스레터로 받아보시려면 아래 주소에서 신청해주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조용한 연말입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 대체공휴일로 휴장했습니다. 트레이더들도 대거 연말 휴가를 떠나서 이번 주는 내내 한산할 예정입니다. 거래량도 줄어들 거고요. 그래도 아직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남아있는데요. 엄밀히 정의하자면,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이후 5거래일(올해는 4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오르는 걸 뜻한다고 합니다. 이 기간엔 기관투자자들이 휴가를 떠나고(=공매도도 줄어들고), 연말 보너스도 나오고, 배당효과까지 겹쳐 반짝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는 건데요. 물론 지금은 ‘원래 산타는 없다’는 냉정한 이야기와 함께 ‘산타랠리가 아닌 사탄랠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가라앉아있긴 합니다.올 한해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난리였던 중국이 드디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합니다. 26일 밤 새로 나온 소식인데요. 중국 정부가 내년 1월 8일부터 코로나19의 등급을 기존 A급 감염병에서 B급 감염병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경도 재개방하죠. 무려 3년간 이어진 코로나 관련 검역∙격리∙봉쇄 정책이 싹 풀리는 겁니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5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지방 보건당국에 ‘1월 8일부터 B급 관리로의 강등에 대비하라’고 통보했다는데요. 중국 입국자에 대한 강제 검역, 즉 호텔에서 5일 강제격리+집에서 3일 건강관찰 의무도 1월 8일 풀립니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의 국경을 완전히 재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데요. 다음달 초이면 그 첫번째 단계가 시행될 거라는 군요.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과 외부세계 관계를 변화시켰던 제로 코로나 시스템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지난 11월 이어진 중국 내 반정부 시위가 이러한 변화를 촉발시킨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내년 3월쯤에나 끝날 줄 알았던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생각보다 일찍 풀려버리는 셈인데요. 문제는 급격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의 의료시스템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 사망자 급증으로 장례식장 복도까지 시신 가방이 늘어서 있는 끔찍한 영상이 보도될 정도입니다. 의약품까지 동났고, 중국인들이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까지 대량으로 해열제와 진통제를 사가고 있다고 하죠. 중국 정부는 25일 “지금부터 일일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그 며칠 전엔 ‘12월 1~20일 약 2억4800만명(중국인구의 약 18%)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베이징과 쓰촨성 인구의 절반이 감염됐다’는 내용이 담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회의 메모가 온라인 상에 나돌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메모의 정확한 정체는 확인되진 않았는데요. 확진자 수치가 전문가들 추정치와 비슷하긴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중국의 확산세가 곧 정점을 지날 거라는 점인데요. 벤 카울링 홍콩대 역학 석좌교수는 “전국적인 감염의 정점은 1월 초가 될 거고, 베이징 같은 일부 도시는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확진자수가 정점을 친 이후에도 그 여파는 한달 이상 이어질 겁니다. 왕광파 베이징대 제 1병원 교수는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2월이나 3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궁극의 청정 에너지원.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는 ‘그린수소’를 일컫는 말입니다. 탄소배출 완전 제로!하지만 아직은 미래의 기술쯤으로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MB정부 때부터 ‘수소경제시대가 온다’고 정부가 나서 얘기해왔는데,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수소산업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죠.그런데 실제로 그린수소 시대가 다가오는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수소산업이 “10년 전 전기차와 같다”는 평가인데요. 전기차에 비유하니 좀더 솔깃하신가요? 그린산업을 오래 담당해온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탄소중립의 필수품, 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다양한 에너지원이 있죠. 태양광도 있고, 풍력도 있고요. 그런데 왜 수소, 특히 그린수소가 중요하고 특별한가요?“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입니다. 천연가스에서 개질해서 쓰거나 철강∙화학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수소시대 개막’에서 얘기하는 건 그런 수소가 아니라 그린수소입니다.그린수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인류가 2050년 탄소중립을 확정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철강∙화학 같은 분야는 탄소중립으로 가기 너무 힘든 영역이죠. 비행기∙배 같은 큰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이고요. 배터리로 하기엔 너무 무거워지니까요.철강산업의 경우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회사가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합니다. 철광석을 녹일 때 석탄을 넣으니까요. 이걸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지 않으면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가 없어요.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수소에너지입니다.반드시 수소가 필요한 거죠. (수소가 필요한가 아닌가라는 논쟁은 이제 없고) 탄소중립 시대 완성을 위해서 수소가 전체 에너지원의 10%가 필요한가 20%가 필요한가 정도의 논쟁만 있습니다. 글로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만 한다 하더라도 이게 연간 시장 규모가 조 달러예요. 2조 달러냐, 4조 달러냐, 이런 얘기를 할 정도니까 어마어마한 시장이 열리는 거죠.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거의 대부분, 80~90%가 다 재생에너지로 바뀔 겁니다. 현재 전 세계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밖에 안 돼요. 그런데 이게 빠른 속도로 올라가서 2040~2045년이 되면 80% 가까이 될 겁니다.그러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이죠.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빛이 세게 쬘 때는 많이 만들어지는데, (바람이나 빛이) 없을 때는 덜 만들어지니까 저장 수단이 필요하죠. 지금은 우리가 저장하는 수단이 ESS(에너지저장장치)입니다. 그런데 ESS는 주기가 짧아요. 요즘은 장주기, 즉 아주 긴 시간을 저장하고 방출하는 저장 수단이 필요한데, 수소로 이게 가능합니다.풍력이나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력으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가 나오잖아요. 그 수소로 아까 말씀드린 다양한 산업에 쓸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의) 사이클이 갖춰집니다.독일이나 영국 같은 유럽국가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보니 너무 많이 남아돌아서 그냥 버리는 케이스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버려지는 걸 돈으로 보상해주거든요. 유럽 재생에너지 비중이 30%대 중반인데도 이런데, 이게 80~90% 가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버려야 하는 거죠.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차원에서도 수소는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생산단가 비싸고 인프라 없다고?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생산하니까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이긴 한데요. 발전단가가 너무 높잖아요.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려나요? “그건 우리가 이미 여러 번 경험했죠. 2010년만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 단가가 지금보다 열 배 비쌌습니다. 그런데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게 했고, 하다보니 기술 발전이 있었고요. 그래서 지금은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쌉니다. 석탄, 천연가스, 심지어 원전보다 싸죠. 미국의 발전 단가, LCOE(균등화 발전원가, 플랜트의 평생 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값)로는 태양광과 풍력이 제일 싸요.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서 R&D에 돈을 많이 넣어주고 기술 발전을 시키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게 하면 당연히 그린수소 단가도 떨어집니다. 미국엔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있고, 유럽엔 러시아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리파워EU’가 있는데요. 그 안에 수소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린수소 가격이 그레이수소와 비슷해지는 시점을 원래는 2030년 정도로 봤거든요. 이게 훨씬 더 앞당겨질 겁니다. 아마 2025년에서 2027년 사이로요. 수소시대가 더 빨리 오는 거죠.” -수소는 생산비용도 걸림돌이지만 운송이 또 큰 이슈잖아요. 기체 상태로 운송하려면 탄소 섬유로 만든 압력 탱크가 필요하고요, 액체로 만들려면 초저온으로 냉각을 해야 하고요. 그런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까요.“그 부분도 초기투자가 꽤 일어나야 하죠. 요즘 미국과 유럽 모두 수소의 이송, 유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EU는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물론 그러려면 (파이프라인) 재질의 변화가 필요하죠. 수소는 입자가 너무 작아서 금속을 파고들어가는 특성이 있어서요.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인 준비들이 진행되고 있고요.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는 이미 수소전용 파이프라인 건설을 발표했어요. 원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였던 걸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하기로 확정 발표했고요. 독일도 조만간 아주 긴 수소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발표할 예정이고요. 네덜란드는 이미 투자를 시작을 했습니다. 아마 2030년 정도 되면 유럽의 현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상당 부분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미국은 ‘수소 허브’를 내년부터 건설합니다. 수소 허브는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다 놓는 건데요. 거기에 연방 정부 예산이 투입이 됩니다.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고 있고요. 우리가 전기차 시대를 목도했잖아요. 전기차 시대 초창기에 가장 많았던 질문이 ‘충전 인프라 없는데 이게 되느냐’였거든요. 그런데 이젠 전기차 시대가 왔다는 걸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물론 수소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워요. 훨씬 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그래서 정부가 나서줘야 되는 거죠.”-수소차, 정확히는 수소연료전지를 쓰는 전기차이죠. 이게 2023년에도 새로 많이 출시가 된다던데요. 승용차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해서 달린다, 이건 인프라 구축까지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부에선 승용차는 어렵고 아마 화물트럭이 항구에서 수소를 충전해서 다니는 게 주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던데요?“맞습니다. 수소승용차는 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요. 전기차는 이미 대규모 생산체제가 확정됐고 인프라도 용이하게 갖춰지고 있어서 둘이 경쟁할 순 없어요. 다만 이런 건 있죠. 승용차는 (신기술을) 적용하기가 좀 쉬운 차종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서 대량생산 체제를 어느정도 갖춰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 사이엔 기술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이게 현대차와 토요타의 개념이죠. 토요타는 생산능력이 연간 2만대 정도되고, 현대차도 1만대 이상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두 업체가 수소차뿐 아니라, 그 수소차에 들어가는 PEM(고분자전해질막)방식의 수소연료전지에서는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이런 대량생산 체제 덕분이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점차 더 중량이 큰 교통수단으로 옮겨가게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당연히 아주 큰 상용차, 버스, 건설기계, 배, 기차, 항공기 쪽으로 가게 될 겁니다. 이게 수소연료전지 기술 없이는 어느 날 갑자기 수소배를 타거나 수소비행기를 탈 수가 없잖아요. 정부가 초기에 수소차 산업에 보조금을 주면서 붐업 시키면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정책은 잘하고 있다고 보고요. 최근에 우리 정부도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확대하겠다고 했죠. 상용차도 테슬라 세미트럭 같은 전기차와 경쟁하게 될 텐데요. 둘이 공존할 것 같아요.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의 국가는 수소상용차가 훨씬 유리하겠죠. 전기차라고 해도 상용차용 충전소는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승용차용 충전소가 깔려 있는데, 거기엔 트럭을 댈 수가 없으니까요. 상용차는 두 개(수소차, 전기차) 모두 인프라가 새로 구축돼야 하죠. 유럽은 2027년 말까지 수소차 충전소 의무화를 발표했어요. 주요 도로 100㎞마다 수소차 충전소를 건설해야 하죠. 아직은 수소차 산업이 우리가 눈에 띄게끔 확 올라오고 있지 않지만 202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겁니다. 최근엔 중국이 나서기 시작했죠. 전기차도 사실 테슬라가 워낙 잘했지만,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시장이 열렸거든요. 수소차도 똑같아요. 최근 중국의 수소상용차 생산이 시작됐습니다. 아직은 월 100~300대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생산이 진행되고 있어요. 결국 수소차도 앞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몇 퍼센트를 차지할 거냐 정도만 남아있다고 보시면 돼요. 물론 아주 크진 않아요. 하지만 5%만 된다 하더라도 엄청난 시장이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연간 3000조원 시장이거든요. 현대차나 토요타가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는 게 이 때문이고요. BMW나 르노, 혼다, 그리고 GM도 수소차는 포기하지 않고 있어요.”선점 못하면 패자, 수소대전 시작됐다-유럽은 리파워EU, 미국은 IRA, 중국은 국가수소로드맵이란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소산업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 중 가장 앞서갈 곳은 어디일까요?“원래 이런 정책 게임은 중국이 가장 빠릅니다. 중국은 일사불란하잖아요. 중앙정부가 얘기하면 지방정부가 쫙 움직입니다. 지금 중국의 국가 수소 로드맵이 나온 뒤 주요 지방정부들은 거의 다 수소 사업에 조 단위로 투자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기업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고, 최근엔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회사(두산퓨얼셀)가 중국에 진출하기로도 했잖아요.그런데 그걸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IRA를 들고 나오면서 수소 관련 예산을 잔뜩 포함시켰고요. 유럽은 더 급하게 됐죠.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해야 하니까요. 그 상당 부분을 수소에 의존할 계획이라서 지금은 모든 국가의 수소 관련 정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이건 미래산업이니까요. 전기차의 약 10년 전, 재생에너지의 약 20년 전 모습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가 좀더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죠. 이제 수소대전이 시작됐다고 판단합니다.” -한국에도 말씀하신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회사가 있고요, 수소차 업체나 부품업체, 소재업체도 있는데요. 이런 기업들도 기술 면에서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굉장히 유망하다고 봅니다. 물론 수소는 업스트림, 생산과 유통에 먼저 투자하고 이게 어느 정도 마련되면 뒷단의 수소를 사용하는 영역, 자동차나 발전으로 가는 게 정석이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맨 마지막 단(자동차, 발전소)만 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앞부분(생산, 유통) 기술력이 비어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도 최근 대기업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어요. 또 이 앞부분 투자는 아직 초기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나라가) 큰 격차가 없어요. 그래서 업스트림도 우리 기업들이 따라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수소를 만들어 놓으면 어쨌든 써야할 거 아니에요. 그게 자동차에 들어가든, 발전용으로든 써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단도 수소산업의 최소 30~40% 정도 되는 시장이거든요. 그 부분을 우리 기업들이 제일 잘하는 거죠. 수소연료전지발전, 그리고 수소와 관련한 소재, 부품 쪽은 우리가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런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계속 돼야 하고요. 해외에서 워낙 맹추격하고 있으니까 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하죠.”-여전히 수소산업에 대해서는 ‘그게 되겠어?’ ‘정부가 설레발 친다’는 식의 부정적인 여론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수소산업의 미래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요?“목표는 탄소중립입니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는 물론 원전까지도 결국 다 대체하게 될 겁니다. 그런 시대로 가기 위해 수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린수소가 과연 필요한가’는 논란은 사실 이제 없습니다. 수소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느냐는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죠. 우리가 이때까지는 어느 정도 했지만, 여기서 주춤하면 수소산업이 한국의 주요산업이 될 수 없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잘 해야 되겠죠.” By. 딥다이브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필수품, 그린수소 산업에 대해 들여다 봤는데 어떠셨나요. 각 국이 앞다퉈 뛰어드는 걸 보니 정말 수소시대가 오긴 오는구나 싶은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에 따라 수소가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전체 에너지의 10~20%만 차지하더라도 수 조 달러의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생산단가가 너무 비싸다? 충전 인프라가 없다? 그런 문제는 정부의 투자와 기술 발전으로 해결될 겁니다. 10년 전 전기차, 20년 전 재생에너지 모습과 같죠.-한국은 수소생산, 유통 기술은 없지만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수소차 기술에서 앞섭니다. 이 기술 격차를 유지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고용시장은 탄탄하고,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다우지수 -1.04%, S&P500지수 -1.45%, 나스닥지수 -2.18%. 역시 증시에 산타는 오지 않나 봅니다. 이날 나온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000건으로 예상치(22만2000건)를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고용시장은 강하고 임금 상승의 압력(=물가 상승의 압력)이 있다는 뜻이죠. 역시 이날 나온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추정치(2.9%)보다 높은 3.2%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거죠. 지표가 좋게 나와서 시장은 실망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연준이 ‘역시 아직 금리 인상을 멈추려면 멀었군’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되니까요.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에 못 미치는 건 연준이 바라는 노동시장 둔화가 2023년에나 나타날 거란 신호”(모건스탠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크 로웬가트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셈입니다.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창업자가 주식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소식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는데요.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낙관주의자이지만 주식 매도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Fed가 무언가(금리 인상)를 하겠다고 말하면 그것을 믿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거죠. 이날 테슬라 주가는 8.88% 하락해 130달러 선마저 무너졌는데요(종가는 125.35달러). 테슬라가 올해 말까지 모델3와 모델Y 차량을 인도받는 고객에게 7500달러(약 960만원)를 크레딧으로 주고, 1만 마일 무료 충전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 게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그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거죠. 테슬라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으로 유명한 아크이노베이션ETF(ARKK)는 이날 3.39% 하락한 31.6달러로 마감했는데요. 2017년 8월 이후 5년 여 만에 최저수준이라고 합니다. 올해에만 거의 70% 폭락했습니다. ‘돈나무 언니’라는 별칭으로 한때 핫했던 캐시 우드의 아크이노베이션ETF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와 테슬라, 암 진단 도구 제조업체인 이그젝트 사이언시스. 모두 올해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이죠. 우드는 가상자산 강세론자이기도 하죠. 2030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로 폭등할 거라는 주장. 지난달엔 FTX사태로 가상자산업계가 쑥대밭이 됐는데도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요. 물론 이후 코인베이스 주가는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중. 로비 그린골드 모닝스타 투자전략가는 아크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는데요. “아크이노베이션의 올해 결과는 끔찍했고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는 평가입니다. ‘돈나무 언니’의 마법이 저주로 바뀌는 걸까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간단한 퀴즈 하나.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자동차 회사는 어디일까요.혹시 ‘테슬라’라고 답하려다가 주춤하셨나요? 테슬라가 정답이면 굳이 안 물어봤을 테니까? 정답은 테슬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요. ‘전기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순수전기차(내연기관 아예 없음)’ 판매량으로는 테슬라가 단연 세계 1위 맞는데요. 순수전기차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로 충전하는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하면 올해 중국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제쳤습니다.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는 건 변칙 아니냐고요? 그렇게만 볼 건 아닙니다. 중국은 ‘신에너지차’, 유럽은 ‘친환경차’라는 명칭으로 순수전기차와 플로그인 하이브리드를 묶어서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비야디의 판매량 성장세가 올해 들어 그야 말로 수직상승하고 있어서 ‘테슬라를 위협한다’는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비야디와 중국 전기차 시장, 그리고 테슬라 이야기를 좀 깊이 들여다 보겠습니다. 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가성비 갑’ 비야디의 무기는 칼날비야디(比亚迪, BYD). 1995년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해 2008년 전 세계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양산차를 선보이며 중국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죠.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산업 밀어주기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요(선전시 택시가 죄다 비야디 전기차). 특히 지난해부터 성장속도가 한층 가팔라졌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큰 건 바로 배터리의 혁신.전기차의 핵심이 배터리인 건 다들 아실 텐데요. 비야디는 이 배터리를 직접 만듭니다. 왜냐, 배터리 기업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하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비야디가 이걸 실제 하고 있는 겁니다.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리튬인산철’과 ‘삼원계’로 나뉘는데요. 한국 배터리3사가 하는 게 삼원계이고요(값 비싼 고급형, 단 화재위험 큼). 비야디는 둘다 했었지만 지금은 리튬인산철(가격 저렴)가 주력입니다.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값이 싼 대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게(=주행거리 짧음) 치명적 약점이었죠. 비야디는 배터리 구조를 바꿔버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으로 조립되는데요. 비야디는 칼날처럼 얇은 배터리셀을 촘촘하게 박아 모듈을 건너뛰고 바로 팩으로 만드는 ‘셀투팩(CTP)’기술을 2020년 선보입니다. 이른바 ‘블레이드 배터리’. 같은 부피에 훨씬 더 많은 배터리셀을 넣게 되면서 주행거리를 확 늘렸죠. 이어 올해 5월엔 배터리팩까지 없애고 바로 배터리가 차체 바닥이 되는 ‘셀투바디(CTB)’ 까지. CTB 배터리를 적용한 비야디 전기차모델 ‘씰(바다표범)‘은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무려 700㎞나 된다고 하죠. 삼원계 배터리 장착차량과 별 차이 없음. (참고로 중국 주행거리 측정법은 한국과 달라서, 한국 환경부 기준으로 하면 저보다 25~30% 깎입니다.)배터리 성능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비야디 전기차는 자타공인 ‘가성비 갑’이 되었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평균 판매단가 19만 위안=약 3500만원) 테슬라(평균 판매단가 35만 위안=약 6500만원) 못지 않은 주행거리를 내니까요. 가성비 모델을 ‘박리다매’하는 전략으로 비야디는 단숨에 전 세계 신에너지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의 1위로 올라섭니다(올해 1~9월 누적 판매량 기준 비야디 118만대 VS. 테슬라 91만대). 순수전기차로도 2위(58만대, 전년보다 214% 증가)이고요. 그럼 비야디가 테슬라를 제쳤거나 그와 동급 수준이 된 거냐고요? 흠, 글쎄요. 아직 그렇게 보긴 어렵겠습니다. 얼마나 돈을 버느냐(수익성)만 따져보면 체급 차이가 드러나죠. 차 팔아 버는 돈, 테슬라 1대=비야디 6대 비야디는 원래 내연기관차 업체였다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올 4월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올인 중입니다. 이것도 전 세계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 중 최초라는데요. 그만큼 전기차로 돈 벌 자신이 있단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비야디는 전기차 판매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입니다. 흑자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주식시장에서 한창 핫했던 중국 전기차 삼총사(니오∙샤오펑∙리샹)는 여전히 적자라고요. 중국 정부가 그렇게 보조금을 투입했는데도 말이죠.(중국 네티즌들이 ‘니오 차량 1대당 손실이 11만 위안이다. 리빈(니오 창업자) 형을 위해 차를 사지 말자’고 조롱할 정도.) 하지만 테슬라와 비교하면 비야디는 이익률이 너무 낮다는 평가인데요. 비야디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모회사 귀속)은 24억4000만 위안(약 3억5000만 달러). 테슬라(16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칩니다. 차량 한대당 순이익으로 환산해 보면 ‘테슬라가 차량 1대 팔아 버는 돈=비야디 6대’인 셈이죠(물론 지나친 단순 비교이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앞서 말씀드렸듯이 비야디 차는 저가형이 많아서 많이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비야디가 내년부터 차량 가격을 올리겠다고는 했지만, 원래 가격이 워낙 낮다보니 올려봤자 푼돈이죠(인상폭 2000~6000위안, 즉 37만~111만원 예정). 차종이 다양하고 계속 신차를 내놓은 것 역시 비야디의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비야디는 한(漢)∙탕(唐)∙송(宋) 같은 ‘왕조’ 시리즈(모델명이 중국 왕조 이름)와 돌고래∙바다표범 같은 해양시리즈, 거기에 트럭과 버스, 지게차까지 만듭니다. 2020년 9개였던 모델을 19개로 늘렸다는데요. 고객 입장에선 선택지가 넓어지니 나쁘지 않습니다. 신차가 출시되면서 판매를 견인하는 효과도 있고요. 판매량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죠(이른바 ‘자식이 많으면 싸우기 쉽다’는 원칙에 충실). 문제는 생산공정이 복잡해지다 보니 제조비용이 많이 듭니다. 단 4개의 모델, 그것도 이미 출시된 지 몇 년 된 모델을 꾸준히 판매하는 테슬라의 ‘단순함’과 정 반대인 전략인 셈입니다(물론 테슬라는 ‘모델 노후화’가 약점으로 꼽힘). 한편 비야디는 생산공정의 85%가 수동이라고 하는데요. 테슬라는 75%의 자동화를 자랑 중. 당연히 테슬라가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겠죠. 비야디의 큰 장점으로 그동안 많이 언급된 게 수직계열화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전력 반도체까지, 웬만한 건 자회사가 자체 생산하는데요(‘창문, 타이어 빼고 다 직접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 덕분에 반도체칩을 포함한 공급망 대란에도 별 타격이 없었습니다. 코로나 봉쇄에도 생산물량을 키울 수 있던 비법이죠. (비야디 1위 등극엔 ‘공급망 대란+코로나 봉쇄’가 기여했단 분석도) 하지만 다 직접 하는 전략이 꼭 효율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일부 부품은 규모가 큰 외부업체에서 납품 받는 게 차라리 싸게 먹힐 수 있죠. 테슬라의 경우엔 워낙 물량이 크다보니 부품업체와 3년 장기 고정 계약을 해서 비용을 낮추고 있기도 하고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수직계열화 효과도 예전 같지 않아질 겁니다. 무엇보다 테슬라와 게임이 안 되는, 비야디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소프트웨어. 테슬라는 이미 월 199달러(약 27만원)짜리 FSD(완전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를 판매 중이죠. 전 세계에 깔린 테슬라 차량에서 수집되는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도 어마어마합니다. 비야디는? 이 분야에서 아예 존재감이 없습니다. 직접 개발 대신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기술(아폴로 플랫폼)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물론 바이두가 적어도 중국에선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차를 만드는 것보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훨씬 더 돈이 되는 법. 비야디는 이걸 못하고 있으니 수익성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요. 결론적으로 비야디의 폭발적 성장세는 참 대단합니다만 아직 중국 언론에서조차 ‘비야디가 진짜 세계 1등이 되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비야디가 정말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브랜드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문이 닫히고 있다엄청난 실적의 힘으로 상반기 급등세를 탔던 비야디 주가는 여름부터 주춤합니다. 실적은 연일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올해 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죠. 테슬라의 올해 주가 하락률(-58%)에 비하면 양반이라고요? 그렇긴 하지만 비야디 주가엔 심상찮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워런 버핏이 팔고 있단 점이죠. 사실 비야디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 시킨 건 2008년 9월 워런 버핏의 지분 투자였습니다. 당시는 비야디가 간신히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을 출시해 전기차 사업의 걸음마를 떼려던 시점이었죠. 버핏은 비야디 왕촨푸 회장을 높이 평가한 찰리 멍거의 권유로 투자에 나섰습니다. 이후 비야디 주가가 치솟으면서 버핏의 수익률은 약 2000%를 기록(블룸버그 추산). 비야디 이름 앞엔 ‘버핏이 14년 동안 한 주도 팔지 않은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곤 했는데요. 그런데 올 8월부터 버핏이 비야디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습니다. 14년 만에요. 가장 최근인 12월 8일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20.49%에서 14.95%로 떨어졌죠. 버핏은 왜 비야디 주식을 팔까요. 그는 결국 비야디와 완전히 결별할까요? 물론 그에 대한 답이야 버핏밖에 모릅니다. 비야디 부사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버핏이 비야디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여전히 그는 비야디와 경영진을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죠. 확실한 건 비야디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더 빡세지는 거죠. 중국에서 전기차 침투율은 이미 30%에 육박했는데요. 전기차가 이미 팔릴 만큼 팔리면서, 어쩌면 몇 년 뒤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질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일단 중국에 현지 전기차 업체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게 문제인데요. 중국 전기차 제조사는 2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내년에 출시될 전기차 모델만 100종에 달하고요. 작은 스타트업만 있는 게 아니죠. 화웨이는 합작 브랜드 전기차 아이토를 이미 출시했고, 샤오미도 2024년 전기차 양산을 준비 중이니까요. 게다가 2010년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을 떠받쳐온 보조금 정책은 올해 연말 사라집니다. 엄청난 변화인데요. 그동안 중국 정부는 1대당 1만 위안 안팎의 보조금을 전기차 업체에 지급했습니다. 업체들은 그 보조금을 감안해 전기차 판매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었죠. 그런데 정부가 ‘키울 만큼 키워줬으니 이제 시장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겁니다.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선 기존 보조금 규모만큼 고스란히 수익에 마이너스가 날 판인데요. 이 와중에 테슬라는 지난 10월 모델3와 모델Y 중국 판매가격을 5~9% 인하하면서 가격경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판매가격을 올리자니 차가 안 팔릴 것 같고, 가격을 안 올리자니 수익성이 바로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부터 나가 떨어지게 될 겁니다. 결국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계속 성장하려면 이제 중국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미국 수출은 사실상 막혔고(IRA법), 유럽 진출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은 입지가 약합니다. 비야디 수출 물량이 1~11월 4만5000대에 그쳤을 정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아직 크기도 하고요. 일단 비야디는 내년에 일본, 멕시코 그리고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데요.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지난 6월 실적발표 때 “이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빨라야 추월할 수 있습니다”라며 공격적인 확장계획을 밝혔는데요. 그의 (당장의 수익성은 어쩌면 더 떨어지겠지만) 빠른 물고기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오마하의 현인 버핏 옹의 투자판단에 무게를 실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비야디의 대표 세단형 전기차 모델이자, 한국 출시가 유력한 ‘한(한나라의 한)’의 사진을 투척하며 마무리할게요. By. 딥다이브테슬라 주가가 연일 시장의 핫이슈인데요(트위터 인수 뒤 사고뭉치가 된 머스크 탓이라는 기사가 주를 이루지만). 그와 관련이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한번 들여봤습니다. 어떠셨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2008년 4월 베이징모터쇼에서 비야디 전기차를 봤으면서도 주식 살 생각은 못했던 게 안타깝기만 한데요(물론 당시엔 비상장사였음).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한 전기차 시장에서 1위 업체로 중국 비야디(BYD)가 등극했습니다. 자체 생산 배터리와 ‘가성비’ 전략으로 올해 중국시장을 휩쓸었죠.-판매량은 1위이지만 이익 면에선 테슬라에 한참 못 미칩니다. 낮은 판매단가, 부족한 소프트웨어 역량, 낮은 효율의 생산공정 등 넘어서야 할 점이 많죠.-중국 전기차 시장은 2023년 보조금 폐지로 크게 달라집니다. 테슬라는 가격을 인하하면서 경쟁에 시동을 걸었고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해외로 나가야 할 테지만, 만만찮습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마치 주말이 없었던 것처럼 뉴욕 증시 분위기는 지난주 그대로입니다. 연준의 긴축, 그리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배하고 있죠. 19일(현지시간)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49%, S&P500지수 -0.90%, 나스닥지수 -1.49%. 4거래일 연속 하락이군요. 나스닥 주요 종목들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아마존 -3.35%, 메타 -4.15% 등) 테슬라는 비교적 덜 빠졌습니다(-0.24%). 테슬라 주가는 장중에 5% 상승하기도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 CEO가 ‘트위터 대표직에서 물러날까?’라며 올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무려 1750만명)의 57.5%가 ‘Yes’를 선택했다는 소식 덕분이었죠. ‘머스크는 제발 트위터에서 손 떼고 테슬라 경영에 집중해달라’던 테슬라 주주들에겐 반가운 뉴스. 물론 그걸 트위터 설문으로 결정하겠다고 한 머스크도 신기하지만, ‘No’를 선택한 응답자가 42.5%나 된다는 것도 신기하긴 합니다.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뒤 트위터 운영을 둘러싼 대혼란을 불러오며 비호감 경영자의 상징이 되어버렸는데요. 무엇보다 트위터 때문에 세차례에 걸쳐 테슬라 주식을 대량 팔아치워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 게 주주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머스크CEO는 테슬라 주식을 마치 현금인출기(ATM)처럼 맘대로 활용하고 있다”(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비판이 쏟아졌던 상황. 일단 머스크는 트위터 설문 결과에 따를 거라고 했었는데요. 실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궁금합니다. 이날 뉴욕증시엔 초대박 종목이 있었는데요. 바로 마드리갈제약(티커 MDGL)입니다. 이날 하루 주가가 268.07% 상승했죠. 지난주 금요일 63.8달러였던 주식이 이날은 234.83달러로 마감.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인 레스메티롬이 3상 시험에서 지방간염과 그로 인한 섬유증 모두에서 효과를 보여 목표치에 도달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일어난 일이죠. 내년 상반기에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서를 제출할 거라고 합니다.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간섬유증과 간경변, 간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질환인데요. 전 세계 성인의 20% 이상이 앓고 있다고 합니다.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해 초기진단이 매우 어렵고요. 심각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받은 치료제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동안은 임상에서 줄줄이 실패해왔습니다. 질병의 정확한 발병기전이 밝혀지지 않다 보니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였죠.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시장은 2030년이면 20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가 될 거라는데요. 마그리알제약의 이번 임상 3상 성공으로 드디어 첫 신약 제품이 나올 전망입니다. 시장에서는 대형 제약사들이 마그리갈제약을 인수하러 나설 것으로 내다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로 우리에게 다가와있는 신산업, 그 중에서도 로봇산업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는 이미 딥다이브가 다뤘는데요. 오늘은 그와 아주 깊은 연관을 가진 산업, 우주산업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우주산업’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누리호의 발사 장면을 볼 때처럼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 아니면 ‘부자들의 돈놀이터’라는 시니컬한 반응? 오늘 드릴 얘기는 좀 다릅니다. 우주산업은 매우 효용성이 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산업이라는 실용주의적 관점인데요.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우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는 책을 낸 애널리스트이십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2030년 우주인터넷이 열린다-과거 미국∙소련 냉전시대엔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을 했지만, 이후 한동안 뜸했잖아요. 그런데 다시 요즘 우주산업이 핫해진 건 뭐가 달라졌기 때문인가요. “1950~60년대엔 미국과 소련이 서로 ‘상대국이 언제 미사일을 쏠지 몰라’라는 불안감이 컸죠. 그 정보를 사전에 알아보기 위해 점점 더 높이 올라간 게 우주가 됐던 거고요. 그런데 우주로 가야 하는 비용이 너무 비쌌습니다. 몇번의 유인우주선이 불행히 사고가 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우주에 대한 투자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라는 조만장자들이 우주에서 비전을 본 거예요. 각각 2000년과 2002년에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를 만들었죠. 과거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처럼 정부가 지원해주는 걸로 우주산업을 했던 기업들은 혁신이 덜했는데요.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는 직접 엔진과 우주 로켓, 우주선을 만들면서 비용을 크게 다운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도 우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죠.”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의 부자들이 자기 돈을 들여서 사업을 하니까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온 거군요.“민간이 경쟁적으로 하면서 혁신을 만들어낸 거죠. 베이조스나 머스크가 투자하는거 보면 우주를 ‘정보통신의 세계’로 본 거 같아요. 많은 정보가 우주를 통해서 쌓이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인류에게 유용한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거죠. 아무래도 큰 기업을 일궈 성공을 해본 사람 눈에는 우주가 다르게 보였나 봅니다.”-진짜 사업의 기회를 봤나 보네요.“기존에 정부가 투자한 건 우주정거장을 만들고, 달나라에서 뭘 가져오는 거였는데요. 지금 투자되고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을 보면, 부가가치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는 분야라는 혜안을 갖고 있었던 걸로 봅니다.” -팀장님도 책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우리가 흔히 ‘우주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에 매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더라고요. 저궤도 위성통신이 왜 그렇게 중요하고 효용이 큰가요? “지금 이동통신이 LTE에서 5G로 넘어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의 6G 시대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6G 시대로 가면 ‘사물 인터넷’이죠. 사물이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는 건데요. 자율주행차만 봐도 중요한 게 속도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느냐. 그런 점에서 저궤도 위성 통신이 굉장히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해저케이블과 비교할 때 저궤도 위성 통신은 지연 시간이 훨씬 짧아요. 사물인터넷이 되면 엄청나게 많은 기기들이 주는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요. 그런 정보통신 처리능력이 훨씬 강화된 저궤도 위성통신이 쓰이게 되는 겁니다.”-얼마 전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관련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것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필요한 거죠? “네 맞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인데요. 지표면에서부터 높이가 3만6000㎞ 정도예요. 저궤도는 지표면에서 300~2000㎞ 사이 구간이거든요. 지표면과의 거리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그래서 이 저궤도로 위성을 쏘아올리려는 경쟁이 생겼습니다. UAM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인이거든요. 사람이 조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다니는 도시형 모빌리티를 지향하는데요. 그럼 좌표라든가, 다른 장애물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위성과 계속 교신해야 하니까, 저궤도 위성통신이 꼭 쓰여야 합니다.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선박에도 쓰이게 되겠죠.”-저궤도 위성통신은 이미 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죠.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나 영국의 원웹처럼요.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열릴 걸로 보시나요? “그렇죠. 이미 스타링크는 전 세계 35개국에서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서비스를 승인 받았어요. 원웹도 12월 초에 위성을 한번 더 쏴서, 지금 500개 정도 위성을 쏘아 올렸고요. 그러면 원웹도 위성서비스를 내년부터 할 수 있을 겁니다. 국내에서도 스타링크와 원웹이 모두 위성서비스를 할 겁니다. 물론 두 회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가려면 훨씬 더 많은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죠. 6G 시대가 도래하는 시기를 대략 2030년 정도로 보거든요. 지금부터 위성 쏘아 올리고 준비해야만 2030년이 됐을 때 우리도 편하게 6G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위성통신이 쓰일 분야 중 하나가 요즘 각광받고 있는 로봇산업인데요. 로봇 하나하나마다 고성능 칩을 장착하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하면 로봇이 너무 비싸지잖아요. 그래서 로봇에 송신할 수 있는 칩만 달아서 위성과 통신하게 하고, 데이터는 다른 곳(클라우드)에 저장하게 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해지게 됩니다. 그럼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고요.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보급률 6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혹시 비행기를 타서 인터넷을 이용해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비행기에선 카카오톡 텍스트 메시지 정도만 보낼 수 있어요. 동영상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그런데 저궤도 위성통신이 쫙 깔려서 서비스하면 전 세계 어디든 인터넷 음영 지역이 없어지고요, 비행기 안에서도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굉장히 우리 삶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도구이죠.”-모토롤라의 이리듐이란 서비스가 1998년에 있었잖아요. 그것도 위성통신 서비스였는데, 너무 비싸서 대중화가 안 되고 망했잖아요. 그런데 2030년이 되면 그게 지금의 휴대전화 같은 가격으로 대중화될 수 있나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과거 이리듐이 실패했던 이유를 보면 일단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잖아요. 칩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이리듐 단말기 자체가 벽돌처럼 무거웠고요. 또 쏘아올린 위성 개수도 많지 않아서 커버리지 할 수 있는 면적이 작았어요. 그래서 이용객이 굉장히 적었고, BEP(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요. 지금은 칩 기술이 발달하며 칩 가격도 싸졌어요. 또 제프 베이조스나 일론 머스크가 개발한 우주 발사체가 매우 획기적인 점이 재활용이 가능하단 거죠. 예를 들어 비행기를 한 대를 개발해서 한국에서 유럽까지 타고 가는데, 유럽에 도착하는 순간 비행기가 없어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비행기 승객들이 내야 할 돈이 어마어마해지잖아요. 우주 산업이 그동안 그래왔거든요. 우주 발사체를 한 번 쏘고 나면 버리다 보니까, 발사 비용이 1㎏ 화물을 우주로 보낼 때 1만 달러 정도 했어요. 그런데 스페이스X가 재활용 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이제 우주에 가서 2단 분리, 3단 분리해서 보내고 나면 1단은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1㎏ 화물을 우주로 보낼 때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의 발사 비용은 2000달러입니다. 거의 80%가 줄었죠. 과거에는 위성을 보내는 데 들어가는 돈도 너무 많이 들었고, 칩 기술도 안 좋다 보니까 단말기도 너무 불편했지만, 이젠 위성 발사 비용도 싸졌고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도 굉장히 작아졌죠. 많이 달라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아주 많아졌고요. 투자를 받아 새로운 걸 하려는 스타트업도 늘어났습니다. 우주 산업 주변의 생태계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기 때문에, 2030년이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책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이란 개념을 처음 봤는데요. 아주 신기하더라고요. 대기권을 통과하지 않은 풍부한 태양광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아직은 발전단가가 비싸긴 한데,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실제로 이용하게 되겠지요? “지금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문제는 효율이 낮다는 거예요. 태양광이 대기 중에 흡수되거나 반사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는 전기 효율이 2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엔 석탄이 전기로 전환되는 그 비율이 80%가 넘는 데 말이죠. 그런데 우주로 나가면 그런 걸림돌이 없으니까 효율이 높은 태양광 발전이 이뤄지고요. 또 우리가 발전소를 지으면 그 주변지역으로만 전력을 보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주에서 전력을 생산하면, 아래를 내려다보고 저기가 전력이 많이 모자란다 싶으면 마이크로 웨이브를 이용해 그 지역으로 생산한 전기를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럼 굳이 어느 지역에 발전소를 짓느라 생기는 민원 같은 것도 적어지겠죠. 그래서 우주 태양광 발전을 미국∙중국∙일본 등이 개발하고 있는데요. 그런 게 빨리 현실화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서 스페이스X가 로켓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며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하셨죠. 사실 일론 머스크가 인간에 화성에서 살게 하겠다는 계획을 얘기하곤 해서, 과연 이 기업이 탄탄하게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미 올 상반기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125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 가치가 있는 대단한 기업인가요?“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기존 우주산업은 나사 같은 기관에서 정부 예산을 활용해 기업들에 지원했는데요. 소수 기업이 독점적으로 개발하다보니 엔진 등 기술 개선이 적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화물 보내는 비용도 굉장히 비싸게 부과했고요. 그걸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가 그 반값에 해줄 수 있어’라며 혁신을 만들어냈고요. 우주 발사체 재활용하는 기술도 계속 만들어냈죠. 혁신을 이뤄낸 기업이니까 충분히 가치가 있죠. 우주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뭘 해보겠다는 기업은 매우 소수입니다. 우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머스크에게 테슬라는 상당히 작은 부분’이라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전기차는 머스크가 하는 사업 중 극히 일부이고, 스페이스X 같은 다른 것이 더 크단 얘기이죠. “결국 테슬라의 성공도 스페이스X의 성공에 달려 있으니까요. 스페이스X의 군집 위성이 얼마나 잘 갖춰지느냐에 따라 자율주행 성능이 차별화될 겁니다. 그렇게 축적되는 데이터 양이 어마어마하지 않겠어요. 그럼 후발 자율주행 업체들은 따라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런 그림을 미리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도 위성이나 안테나 제작 등 우주산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있죠. 우주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뜨기도 하고요. 그런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사실 한국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우주에 대한 투자가 그동안 부진했죠. 우주산업의 가장 큰 분야는 서비스 쪽입니다. GPS를 이용해서 내비게이션을 쓰잖아요. 또는 위성이 보내준 정보를 분석해서 데인 그런 서비스 분야 시장이 훨씬 커요.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3800억 달러 정도인데, 그 중 85%가 서비스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엔 몇몇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주요 기업은 대체로 발사체나 엔진, 안테나 쪽을 아직은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진 민간 투자 영역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까, 특히 군사용 목적으로 우주 분야에 투자가 많이 이뤄집니다. 초소형 정찰 위성으로 한반도 주변 지역을 10분 단위로 계속 본다던가, 이런 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죠. 그 시장에 방산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죠. 대표적으로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같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 기업이 한국의 우주 개발을 선도하고 있고요. 그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엔진, 그리고 위성을 제작하는 쎄트렉아이까지 인수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잘 만들어 놨습니다. 거기에 올해 누리호 발사가 성공했죠. 누리호 3차 발사부터는 민간이 주도하게 되는데, 그런 사업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자로 선정됐어요. 앞으로 항우연이 개발해 놨던 기술을 민간으로 많이 넘겨주면, 우리나라 기업이 더 많이 커갈 수 있겠죠.” -당분간 한국 기업은 방위산업 쪽에 치중해서 발전하겠군요. “아무래도 정부 예산이 들어가야만 진행이 돼서요. 한화그룹은 자체적으로 초소형 위성을 만들어서 직접 우주에 보내 테스트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엔 지상에서 매우 고비용으로 테스트를 했는데요. 이젠 일단 위성을 만들어서 우주로 보내요. 만약 작동을 하지 않으면 그 원인이 되는 부품만 교체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발사비용이 싸졌기 때문인데요. 지금 우주로 보내는 게 1㎏에 2000달러라고 말씀 드렸는데, 나사의 목표는 이게 2040년이면 몇십 달러로 떨어지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서 미국으로 1㎏ 화물을 보낼 때 2만원 정도가 드는데요. 그 정도 비용으로 우주로 화물을 보내는 시대가 20년 안에 온다는 거죠. 그런 기술도 점점 축적될 겁니다.”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이유-일부에선 한국이 엄청난 강대국도 아닌데, 왜 큰 돈을 우주 개발에 계속 써야 하느냐고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패할 위험이 큰 산업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우주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크라이나가 스페이스X에 위성을사용하게 해달라고 했죠. 전쟁이 일어나면 상대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가져야 하니까요. 우리도 한반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위성을 쏘아올릴 기술이 있어야 대응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액체연료 발사체뿐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 즉시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발사체도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또 한가지는 스페이스X나 원웹, 카이퍼(아마존의 위성시스템)가 서로 싸우고 있는게 있어요. 바로 주파수예요. 위성은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야 의미 있잖아요. 보낼 때 주파수가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주파수가 매우 한정돼 있어요. 먼저 우주에 가서 위성을 깔고 주파수를 선점해 버리면, 뒤늦게 가는 후발 주자는 주파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위성 서비스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지금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이게 한번에 높은 단계로 갈 수가 없어요. 누리호는 중형 발사체예요. 싣고 갈 수 있는 화물 중단이 3톤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누리호 발사체를 디딤돌로 해서 더 큰 발사체를 만들고, 또 큰 발사체까지 가면 이후엔 재활용까지 가능한 것까지 단계 단계를 밟으며 가야합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우주에 대한 도전이 실패한 것에 대해 주식시장에선 반응이 매우 큰데요. 우리가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얻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축적된 기업이 결국 이 시장을 먹을 겁니다. 스페이스X가 전 세계 우수한 인력을 다 끌어들여서 만들었지만 팰컨1이 발사를 성공하기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겪었거든요. 그런 실패가 축적되면서 더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들어내는 거죠. 한두 차례 이벤트 실패에도 꾸준히 도전하는 기업이야 말로 우주 시대에 성공할 기업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시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겁니다.” By. 딥다이브우주산업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문득 ‘내가 죽기 전에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거다’라고 한 일론 머스크의 말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봤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가 열렸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면서, 발사체 재활용이 가능해지고 발사비용은 5분의 1로 줄였죠.-2030년이면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 서비스가 본격화할 겁니다. 저궤도 인공위성 통신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로봇, 무인 UAM, 자율주행차의 시대를 현실화할 거고요. -한국의 우주산업은 아직 군사용에 치중해있는데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지런히 한 단계씩 밟아나가며 준비해야 합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혹시 지금 오고 있는 게 산타(랠리)가 아니라 경기침체인가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다우지수 -2.25%, S&P500지수 -2.49%, 나스닥 지수 -3.23%. 이날 증시에 충격을 준 건 소매판매 지표였는데요. 11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6%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서 최대 감소폭이자, 시장 전망치(-0.3%)를 밑도는 건데요. 물가가 계속 오르고, 대출금리도 뛰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 가계가 높은 이자율, 주택시장 침체,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의 가능성으로 어려워질 미래를 계획하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컨설팅회사 컨슈머그로스파트너의 크레이그 존슨 회장)이죠.소비자들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셈인데요. 문제는 연준이 긴축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이죠. 전날 FOMC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면서 내년 최종금리가 5.1%까지 오를 거라 예상했는데요. ‘연준이 물가 잡으려다가 경기 다 망치겠네’라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점점더 커지는 겁니다. 참고로 이날처럼 나스닥지수의 하루 변동폭이 2% 이상이었던 거래일은 올 한해 84일이나 된다는데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83일)보다 시장이 더 출렁거린 겁니다. 2002년(=IT 버블 붕괴) 이후 20년 만에 최대이고요. 여러모로 올해 증시가 기록적이었다는 뜻. 전반적으로 뉴욕증시가 우울한 날이지만, 이날 아주 심하게 롤러코스터를 탄 종목도 있습니다. 바로 랑방(Lanvin, 티커 LANV)인데요. 칵테일 드레스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로 대표되는 랑방그룹이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 10억 달러의 가치로 데뷔했습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을 통한 우회상장입니다. 랑방은 2015년 중국의 포선 인터내셔널에 인수됐는데요. ‘중국 본토(상하이)에 본사를 둔 유일한 글로벌 럭셔리 그룹’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경쟁업체와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직도 잦아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는데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온오프라인에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특히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중국 본토에서 공격적인 성장을 준비 중. 홍콩 언론에 따르면 랑방은 이번 상장을 앞두고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인 한섬과 메리츠증권 사모펀드의 투자도 받았습니다. 랑방의 주가는 이날 거래 시작 직후 130% 급등하며 한때 22.81달러까지 치솟았는데요. 이후 다시 극적으로 주가가 역전되면서 결국 시초가보다 25.6% 하락한 7.37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시각이 엇갈렸다는 뜻이죠. 소매판매 부진과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이 고조되는 지금이 패션기업 상장에 그리 좋은 타이밍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애플이 ‘탈 중국’에 속도 낸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 봉쇄 여파로 대혼란에 빠지면서 이런 분석이 많이 나왔습니다. 애플이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더 많이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데요. 그런데 애플과 중국, 그 관계가 보통 깊은 게 아닙니다. 그렇게 쉽게 결별하고 딴 나라에 공장 차리면 그만인 사이가 아니라는 거죠. 애플은 어쩌다가 중국과 그렇게 끈끈한 사이로 엮인 걸까요. 애플은 ‘탈 중국’을 진짜로 할 수 있을까요. 애플과 중국, 그리고 팀 쿡 CEO 이야기를 들여다 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대혼란 난장판 폭스콘 공장10월엔 노동자들이 공장을 집단 탈출해 텅 빈 고속도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더니, 11월엔 수당 불만으로 시위를 벌인 노동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유리창을 박살냈습니다. 아이폰 세계 최대 생산기지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혼란상, 익히 기사로 봐서 알고 계실 텐데요. 이로 인해 애플 아이폰 출하물량이 11~12월 900만대나 줄어들 거란 전망(모건스탠리)까지 나옵니다. 4분기 예상 생산량에서 10% 넘게 차질이 생긴 겁니다. 최근 나온 소식은 중국 정부가 방역정책을 완화한 게 폭스콘 때문이라는 것.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한달 전 중국 관료에 ‘엄격한 방역이 세계 공급망 속 중국 지위를 위협할 거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중국 정부 태도가 바뀌었다는 건데요. 그만큼 폭스콘과 애플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르단 뜻이겠죠. 하긴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임직원만 30만 명에 달하고, 인근 협력업체까지 다 합치면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가 100만 개가 넘을 거라고 합니다(중국 인민일보 보도 기준). 애플은 이번 사태로 화들짝 놀랐나 봅니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 특히 인도와 베트남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더 서두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하죠. 언뜻 보면 아이폰 조립 공정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니, 중국보다 임금이 싼 인도∙베트남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긴 한데요. 잠깐. 여기서 우리가 들여다 봐야할 게 있습니다. 왜 애플은 그동안 제조를 중국에 그렇게까지 의존해 왔을까요. 중국이 값 싼 노동력을 가진 세계의 공장이라서? 글쎄요. 정말 그렇게 단순한 이유일까요? 캘리포니아와 중국의 공생 관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아이폰을 사면 상자 뒷면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어떤 제조 과정이 떠오르시나요. 우주선 모양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미국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차세대 아이폰 도면을 공유폴더에 딱 올려주기만 하면,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빼곡히 앉아 일하는 수십 만명의 저임금 중국 노동자들이 그걸 보고 마치 로봇처럼 조립을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Assembled in China’라는 문구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업이 포함됩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고 중국에서 만들어지던 제품에서 양국이 함께 만드는 제품으로 바뀌었다’(뉴욕타임스)는 말이 나올 정도이죠. 예를 들어 애플의 신제품소개(NPI) 작업은 중국에서 이뤄집니다. NPI란 도면이나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하는 제품을 실제로 제조할 수 있도록 상세한 계획을 만들어내는 건데요. 이걸 하려면 수천 개의 부품 공급업체가 집약돼 있는 생태계가 필요합니다. 딱 맞는 최적의 부품을 찾아내려면, 다양한 부품을 바로바로 공급 받아야 하니까요. 하루에도 여러 번 부품을 들고 왔다갔다 할 정도의 가까운 거리가 필요하죠. 인도에서 NPI를 하기 위해 중국 부품업체 부품을 항공기로 받는다?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면 아이폰은 매년 신상품을 출시해야 하니까요! 아이패드와 아이맥도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 하고요. ‘애플은 엔진을 교체하면서 비행기를 계속 비행해야 한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명입니다. 신제품 출시 시기를 맞추려면 단 몇시간도 허투루 쓸 수가 없죠. 방대한 부품업체 생태계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인도나 베트남에서 부품업체를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애플은 201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 프로’ 컴퓨터를 생산을 시작했는데요. ‘애플이 미국에서 만드는 유일한 제품’이란 상징성이 컸죠. 그런데 맥 프로 생산은 초기에 몇 달이나 지연됐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나사가 부족해서였습니다. 당시 미국엔 작은 나사를 그렇게 대량으로 생산해낼 공장이 없었던 겁니다. 결국 애플은 부랴부랴 중국에 나사를 주문해서 들여오느라 시간을 허비했죠. 중국 밖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한다면 (심지어 그게 미국이라 해도) 이런 문제들에 직면할 걸 각오해야 할 겁니다. 단지 부품업체 수가 많다 적다, 또는 가격이 싸다 비싸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입니다. ‘나사 같은 부품 만드는 데 무슨 대단한 기술이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가 않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제조하는 건 비용이 아닌 기술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애플 제품엔 정말 고급 ‘툴링(제품별 최적의 가공조건을 구성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툴링 기술은 중국이 매우 뛰어납니다. 미국에서 툴링 엔지니어 회의를 한다면, (엔지니어 수가 적어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에서 한다면 축구장 여러 개를 채우겠죠.”(2017년 포춘 글로벌 포럼)‘중국 노동자 기술력이 미국보다 우수하다’는 식의 이런 발언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순 있는데요. 적어도 애플이 필요로 하는 제조 기술에 있어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가동했을 때 애플은 가전제조사가 아닌 코스트코 할인매장 등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신규 직원으로 채용해야 했다는데요. 매뉴얼을 무시하고 부품나사를 반대로 끼우는 등 엉망이어서 초기 결함률이 엄청 높았다고 합니다. 현재 애플의 공식 공급업체 190개 중 160개가 중국 내륙에서 부품을 생산한다는 데요. 그 배경에 바로 이런 중국의 숙련된 노동력이 있습니다. 지금도 인도에서 아이폰을 조립하는 공장이 있지만, 부품은 중국에서 가져오고 있죠. 참고로 전체 아이폰에서 중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커졌는지에 대한 연구가 있는데요(2019년 싱위칭 도쿄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 10여 년 전에는 중국산이 3.6%만 차지했지만 이제 25% 넘게 중국산으로 채워졌다고 합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의 중국 의존도를 더 심화시켰습니다. 미국 엔지니어들이 예전처럼 중국으로 출장을 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중국에 출장가면 격리기간에도 하루에 1000달러(약 130만원) 봉급을 주겠다고 했지만, 엔지니어들이 안 가겠다고 했다는데요. 결국 애플은 선전과 상하이에 더 많은 중국 엔지니어를 고용해 캘리포니아에서 맡아 해온 디자인과 설계 업무 일부를 맡겼다고 합니다. 주로 미국에서 교육 받은 고임금 근로자들이죠. 결국 중국이 없으면 애플은 아이폰을 조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상 신제품 개발도 못하게 될 판인데요. 물론 애플의 지난 20년 동안의 성취에 중국이 큰 역할을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중국 의존이 애플의 발목을 잡을 거란 얘기가 나온 지 이미 몇 년 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패트릭 맥기 샌프란시스코 특파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영웅에겐 아킬레스건이 있고, 애플의 아킬레스건은 ‘중국 집중’임이 분명합니다”. 아킬레스건이 된 중국 집중, 대안은?애플의 ‘친 중국’ 행보엔 팀 쿡 CEO가 있습니다. IBM과 컴팩을 거쳐 1998년 애플에 합류한 그의 역할은 한마디로 ‘공급망 전문가’였습니다. 거의 망해가던 애플의 조달∙제조∙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그를 영입했죠. 많은 이들은 애플하면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전 디자인최고책임자)의 천재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마케팅부터 떠올리겠지만, 애플이 지금처럼 돈 잘 버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건 사실 쿡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폭스콘에 애플의 제조를 대량 아웃소싱하는 동시에 ‘올인원’식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재고는 확 줄이고 효율을 높였죠. 그 강력한 공급망 덕분에 애플은 다양한 제품과 액세서리를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나오는 말, ‘스티브 잡스는 애플과 아이폰을 만들었고 팀 쿡은 그것을 현금으로 만들었다’. 팀 쿡의 또다른 능력은 외교적 기술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애플은 시험대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중국 조립 아이폰에 15% 관세를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인데요. ‘미중 무역 전쟁에 애플 등 터지게 생겼다’면서 애플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죠. 하지만 팀 쿡은 트럼프와의 돈독한 관계를 이용해 설득에 나섰고, 결국 아이폰 관세 부과 철회를 얻어냈습니다. 애플은 아무 타격도 입지 않았죠. 물론 팀 쿡의 친중국 행보를 둘러싼 미국 내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그가 중국 공산당에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못마땅해하는 건데요. 예컨대 지난달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끼리 인터넷 연결 없이도 파일을 공유하는 ‘에어드롭’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중국에서만 발표했습니다. 이를 두고 제로코로나 반대 시위대의 조직화를 막으려는 중국 정부에 협력한 거란 비판이 나왔죠(이후 다른 나라로 업데이트 확대 중).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은 ‘애플은 집(미국)에선 대담하게 목소리를 내면서, 베이징의 억압에 대해선 침묵한다’고 꼬집기도. 이런 비판에 아랑곳할 팀 쿡은 아니겠지만, 애플의 중국 사랑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그로 인한 정저우 공장의 난리법석이 그 중 하나이고요.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점도 걸림돌입니다(애플은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YMTC 낸드 구매 계획을 보류). 또 아주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도 있죠. 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 만약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놓고 다투게 된다면 애플은 그 사이에 끼어 잃을 게 가장 많은 기업일 겁니다. 그럼 지금이라도 얼른 인도와 베트남으로? 애플이 그렇게 방향을 틀고는 있지만 인도와 베트남 모두 현실적으로 중국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일단 베트남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인구가 고작 1억 명(?)으로 중국의 10분의 1도 안 되니까요. “베트남은 6만 명의 제조공장은 만들 수 있어도 정저우처럼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장은 어렵다”(단 판즈카 전 폭스콘 임원)는 군요. 인도는 인력은 풍부하지만 중국처럼 일사분란한 정부 차원 지원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방정부마다 규제가 제각각이고, 관료주의가 심해서 기업이 이를 헤쳐나가기가 만만찮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아마도 애플의 중국과의 결별이 아주 천천히 진행될 거라고 봅니다. BOA의 애플 분석가 웜시 모한은 “애플의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지난 몇 년 동안 잘 해왔듯이 미중 간의 흐름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봤고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애플이 중국 생산여력의 10%를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작업에 약 8년이 걸릴 걸로 내다봤습니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장기 목표는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비중을 40~45%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게 언제인지 시기는 밝히지 못했죠. ‘탈 중국’엔 시간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무려 43%나 되는 애플의 마진율(매출 대비 총이익 비율)이 상당히 줄어드는 비효율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은 이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크다. 문제는 투자자들도 그럴까?”라고 언급하는데요. 20년 동안 참 좋았던 애플과 중국의 관계, 이제 이쯤에서 정리할 수 있으려나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애플은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요. 자고로 세상 쓸데없는 게 애플 걱정이라는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행보를 둘러싼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By.딥다이브애플과 중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 도움 되셨나요? 제조업 강국이 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면서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지난 20년 간 애플의 성장 배경엔 중국이 있었습니다. 아이폰은 사실상 캘리포이나와 중국이 함께 만드는 제품이 되었습니다.-비용, 규모, 인프라 면에서 중국 공급망은 애플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플이 높이 평가하는 건 중국의 제조 기술력이죠. -그런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라도 한다면?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제 인도와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요. 애플의 ‘탈중국’엔 시간과 비용 모두 상당히 들 겁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벌써 이렇게 올라버려도 괜찮은 걸까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3일)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13~14일)을 앞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1.58%, S&P500지수 +1.43%, 나스닥지수 +1.26%. 올 한해를 돌아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는 날, 미국 증시가 요동친 적이 많았죠. 지난 달 발표일(11월 10일)엔 나스닥이 무려 7.35%나 뛰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도 그럴 거란 기대감에 시장이 하루 일찍 반응한 겁니다. 일단 이코노미스트들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3%로 전월(7.8%)보다 낮아질 걸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강하게 주게 될 거란 전망인데요. 증시가 워낙 CPI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실제 수치가 예측치보다 0.2~0.3%포인트만 높거나 낮게 나와도 뉴욕증시가 요동칠 걸로 보입니다.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아예 11월 CPI에 따라 S&P500지수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지 예측치까지 발표했습니다. 마치 월드컵 승부 예측처럼 말이죠. 이에 따르면 만약 CPI 상승률이 6.9% 이하로 낮게 나온다면 S&P500은 최대 8~10% 급등할 거라고 합니다! 다만 그런 대박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5%에 불과. 반면 CPI 상승률이 7.8% 이상으로 높다면? S&P500지수가 4.5~5% 하락할 거란 예측입니다(이 역시 가능성은 5%). 11월 CPI 수치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늠할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12월에 FOMC가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올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죠. 그리고 금리 인하는 2023년엔 어렵고 2024년에나 시작될 거란 전망이 대부분인데요. 만약 11월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돈다면 시장에선 연준이 더 빨리, 2023년 후반에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시장은 환호하고 그야말로 산타랠리를 즐길 수도 있죠. 하지만 아직은 파티를 즐기기엔 이르다는 경고가 적지 않습니다. “내일 CPI 발표에서 실망감이 있을 수 있고, 수요일 FOMC 결정 전에 연준의 매파를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스위스쿼트뱅크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수석분석가) “사람들은 연착륙에 대한 잘못된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준이 곧 금리인하에 나서진 않을 겁니다.”(브랜디와인글로벌의 존 맥클레인 매니저)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2025년엔 ‘하늘을 나는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잠실까지 25분 만에 간다.’정부가 9월 이러한 내용의 한국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계획을 밝혔는데요. 어떠신가요? ‘와, 너무 좋겠다’ 싶으신가요? 아니면 ‘그게 되겠어’ 또는 ‘그거 잘못하면 떨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부터 드시나요? 그런데 그게 되긴 될 겁니다. 물론 정확히 2025년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왜 그런지, 또 UAM이 우리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재광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미래 모빌리티 UAM에 투자하라’라는 책을 통해 UAM산업을 샅샅이 분석해준 전문가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플라잉카 말고 에어택시!-UAM이라고 하죠.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아직도 무슨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로 아직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곧 다가올 미래다라는 얘기를 드리려고 연구원님을 모셨습니다. 우선 UAM 개념부터 알려주시죠.“새로운 산업이고 앞으로도 많이 바뀔 거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도 바뀌고 있는데요. UAM으로 많이들 알려져 있는데, 최근엔 업계에선 AAM으로 많이 불러요. ‘어드밴스 에어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의 약자입니다. 선진항공 모빌리티, 또는 미래항공 모빌리티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UAV∙UAM∙RAM, 세 가지가 AAM에 속합니다. UAV(Unmanned Aerial Vehicle, 무인항공기)는 우리가 잘 아는 ‘드론 배송’입니다. 사람이 아닌 작은 화물을 이동해주는 거고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은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건데, 거리가 약 50㎞ 이내 도시 안에서 이용하고요. RAM은 리저널 에어 모빌리티(Resional Air Mobility)의 약자인데요. UAM과 거의 똑같지만 거리가 50㎞ 이상, 즉 도시 경계를 넘어서는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쓰는 겁니다.” -그동안 ‘플라잉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요. 연구원님 책을 보니까 플라잉카보다는 에어택시가 차라리 더 맞는 말이라고 설명하셨더라고요. “플라잉카라고 하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 즉 마치 지금 우리가 자가용을 이용하듯이 그걸 구매해서 우리 집 주차장에서 타고 날아서 회사를 가는 걸로 오해할 수 있는데요.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위험해요. 안전 문제가 때문에 좀 통제가 필요하고요. 그래서 허가 받은 사업자가 이걸 운항하고, 일반인은 그걸 이용하는 거죠. 우리가 지금 항공기를 타듯이. 지금은 에어택시가 더 맞다고 봅니다.” -AAM이 이용하는 항공기가 eVTOL(이비톨)이잖아요. 전기식 수직 이착륙기요. 저는 그게 헬리콥터처럼 생긴 건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진 않더라고요.“이 항공기를 정의 내리는 데도 의견이 분분했어요. 이걸 비행기로 봐야 할지, 헬리콥터로 볼지, 감항당국이 뭘로 분류해서 기준을 잡고 인증을 해줄지가 문제였는데요. 최근에 드디어 미국에서 이걸 정의했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흔히 아는 날개 달린 비행기 같은 ‘고정익’도 아니고, 날개가 없는 헬리콥터 ‘회전익’도 아니다. 이건 스페셜 클래스라고 정의를 했고요. 어려운 말로는 ‘파워 리프트’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신개념 항공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eVTOL은 ‘일렉트릭 버티컬 테이크 오프 랜딩(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의 약자인데요. 전기식 수직 이착륙기를 의미합니다. 전기로 추진이 되고요. 일반 비행기는 활주로를 통해 하늘로 올라가고 내려오는데, 이건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합니다. 대신 날개도 달려 있고요.” UAM 상용화는 2024년 파리? 2025년 미국?-이게 수직으로 뜨고 내리지만 아무 고층빌딩 위에서 날아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요. “지금도 헬리콥터가 아무 데나 뜨고 내리진 않죠. 요건이 맞는 곳에만 헬리포트가 있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eVTOL은 헬리콥터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이유가 충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충전시설도 같이 있어야 해요. 또 헬리포트는 딱 한 대만 뜨고 내리면 되지만, eVTOL은 여러 명이 이용하려면 사이즈가 좀 커야 돼요. 뜨고 내리는 데도 있어야 되고, 대기하는 곳도 있어야 하고, 충전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건물 옥상에 많이 짓기는 사실 쉽지 않죠. 돈도 많이 들고요. 그래서 그런 인프라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일부 국가에서는 빠르면 2024년이면 실제로 UAM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던데요. 그렇게 빨리 될 수 있나요? “상용화의 정의를 뭘로 내리느냐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항공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을 받고 승객이 최소 네 명 이상 탈 수 있는 항공기가 서비스하는 걸 상용화로 정의한다면 현재 가장 빠른 건 미국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기준을 낮춰서 조종사 한 명이 승객 한 명을 태우는 걸 상용화로 정의하면 2024년 파리올림픽 때 파리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용료가 너무 비싸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택시가 훨씬 더 싸지 않을까요. “목표 가격으로 말씀드리면 UAM으로 인천공항에서 잠실까지 오는데 편도로 10만~15만원 정도일 거에요. 현재 일반 택시로 잠실에서 인천공항 가는데 6만~8만원인데 대신 시간은 보장 못하죠. 막힐 수도 있고요. 사실 우리나라는 택시요금이 싼 편인데요. 미국의 경우엔 UAM 초기 이용료가 우버 블랙, 즉 고급형 우버 수준일 겁니다.” -저는 UAM이 바로 자율비행으로 가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조종사가 조종을 해야 하는 거죠? 자율비행은 좀 더 걸리는 거죠.“만약 처음부터 그렇게 나오면 저는 안 탈 겁니다. 기술적으로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지금도 할 수 있어요. 한 대는 할 수 있는데 이게 허가가 절대 안 날 겁니다. 위험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자율비행은 길게 봐야 하고요. 처음엔 당연히 조종사가 있는 방법으로 갈 거고 점차 확대되겠죠. 기술도 더 발전하고, 데이터를 쌓고,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믿음이 있어야 하죠. 이게 안전하겠다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되느냐고 물으시면 저도 몰라요. 다만 막연하긴 하지만 업계 로드맵을 봤을 때는 2040년 이후엔 자율비행이 좀 되지 않을까라고 봐요. 실제로 아예 바로 자율비행을 노리는 회사들도 있어요. 보잉이 하는 위스크(Wisk Aero)는 아예 조종사가 있는 모델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 허가 받을지는 그들도 말을 못합니다.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UAM으로 주거문제, 환경문제 해결?-연구원님은 자율주행차보다는 자율비행 UAM이 더 빨리 올 거라고 보셨더라고요.“자율주행차는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 하늘은 통제가 되어있지만 지상은 통제가 안 되잖아요. 예를 들어 ‘자율주행을 위해 오늘부터 사람이 운전하면 안 됩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려워요. 누구는 직접 운전하고, 누구는 자율 주행을 하면 난이도가 높아지죠. 반면 하늘은 통제될 거기 때문에 자율비행 기술을 접목시키기가 더 용이하고요. 지금도 항공은 오토 파일럿이라고 하는 자동비행이 엄청나게 많이 발전돼 있어요. 그런 게 처음에는 적용될 거고요. 그 다음엔 조종사가 타지 않고 지상에서 컨트롤 할 겁니다. 처음에는 한 명이 한 대를 컨트롤하다가, 두 대를 컨트롤 한다면 이건 인건비가 반으로 줄어드는 거죠. 이후 세 대, 네 대로 늘다가 그마저도 컴퓨터가 다 하는 게 자율 비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구원님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UAM이 상용화되면 주거 환경이 바뀔 것이다. 굳이 도시에 모여서 살지 않을 것이다. 여행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실제 UAM이 삶을 매우 많이 바꿀 거란 예측을 하셨더라고요.“우리 삶은 이동 수단, 즉 모빌리티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엔 사람이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잖아요. 당시 서울은 사대문 안이었죠. 그 뒤 철도와 자동차가 발전하자 사람이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확 넓어지면서 지금의 서울이 된 거고요. 그런데 여기에 만약 UAM이 대중화하면 훨씬 더 넓어질 겁니다. 주거 선택지를 넓히는 거죠. 도심이 좋은 사람은 도심에 살고, 한적한 데 살고 싶으면 그런 선택을 해도 이동에 문제가 없게요. 어떤 사람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 거고요. 그럼 많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집값 문제나 환경문제도요. 그게 제 바람 섞인 전망입니다.” -eVTOL은 전기를 이용하니까 충전하고 뜨고 내리고 할 때는 환경오염이 별로 없다고 봐야 겠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면 당연히 탄소 배출은 거의 없고요. 조용하고요. 그래서 환경 친화적인 미래의 모빌리티이죠. 또 멀리 보면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항공기도 분명히 이용할 겁니다.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거의 200배 정도 높아서 같은 에너지로 멀리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수소의 운송과 보관 인프라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요. 당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서도 한 50㎞까지는 어렵지 않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투자자들은 eVTOL 제작사들에 관심이 많을 텐데요. 책에서 여러 곳을 소개하셨더라고요. 그 중 특히 앞서가고 있고 유망하다고 눈여겨보시는 데가 있으신가요?“다 뛰어나지만 대부분이 인정하는 걸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베타 테크놀로지(Beta Technologies), 두 회사가 가장 가시성 있게 빨리 가고 있어요. 빨리 간다는 기준을 뭘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미국은 미 연방 항공청(FAA)과 NASA가 지원하면서 같이 개발하고 있고요. 미 공군은 어질리티 프라임(Agility Prime)이라는 걸 만들어서 군용으로 쓸 수 있는 걸 개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거기 참여하는 주요 업체가 그 두 회사입니다.그래서 진도를 많이 나가 있고 아마 제일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큰 회사들이고요. 또 이런 걸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요. 두 회사 다 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우리나라 기업들도 투자한 회사들이 있잖아요. 한화시스템이나 현대차가 다 UAM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기업도 전망이 괜찮나요?“다행히 우리나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여러 주체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는데요. 그 중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적극적입니다. 한화는 미국의 오버에어라는 회사와 같이 하는데요. 현재까지 돈은 한화그룹(한화시스템과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이 대고, 오버에어는 기술이 있습니다. 오버에어는 카렘에어크래프트라는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가 민간용을 하기 위해 따로 스핀오프를 한 회사인데요. 그 기술을 그대로 이용해서 지금 eVTOL을 개발하고 있고요. 아마 올해 말 시제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초도 비행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죠.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이란 회사를 미국에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쪽에 인력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개발을 시작했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체로 갈 지는 아직 공개되진 않았고요. 조금 앞서가는 업체들을 보면서 가겠다는 전략인 것 같아요. 둘다 잘 되길 바라고, 아마 잘 될 겁니다.”-자동차 산업도 초창기엔 엄청나게 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가 그 뒤에 통합되면서 큰 기업만 남았잖아요. UAM 항공기 시장도 그렇게 될까요?“지금 의미 있게 진짜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한 30개 정도인데요. 그게 끝까지 다가긴 어려울 거예요. 돈 문제도 있고요. 기술 개발도 쉽지 않고요. 궁극적으로 저는 항공기와 자동차 산업의 중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항공기는 보잉과 에어버스, 두 업체가 거의 독과점이거든요. 자동차는 내연기관차 기준으로 볼 때 약 10개의 플레이어로 줄어들었고요. 이것의 중간 정도, 한 5~7개 기업이 나중에 남아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마 지역별로 나눠질 겁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있는 국가는 자기네 나라에 (UAM 항공기 기업을) 갖고 싶어할 거기 때문입니다. 이게 군용과 다 연결 되거든요. 그 중에 우리나라 회사가 있기를 바랍니다.”-요즘 들어 UAM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체감하시나요?“관심이라고 하면 다소 상반되는데요. 요새 주가가 말해주는 걸로는 ‘이건 안 된다’는 느낌이에요. 요즘엔 먼 미래를 보는 회사들의 주가가 많이 좋지 않죠. 그런데 이렇게 언론을 보면 확실히 점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요.실제로는 이 산업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주가만 보시면 ‘주가 반토막 났다. 이거 사기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아닙니다. 규제 문제가 얼마 전에 틀을 잡았고요. 틀이 잡혔기 때문에 개발도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요. 그렇게 미국은 가고 있고, 유럽도 비슷하게 가고요. 우리나라는 선두 국가는 아니라서 그들을 따라가는 입장인데요. 정부가 관심을 많이 갖고 지원도 많이 해주고 있어서 잘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너무 뒤쳐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만약에 어떤 나라든 어떤 도시든 UAM을 다른 곳보다 먼저 상용화를 잘 하는 곳이 있다면, 가만히 앉아서 GDP(국내총생산)가 한 2-3% 올라갈 거라고 봅니다. 이동에서 나오는 손실만 줄여도 그 정도 경제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생산성도 훨씬 높아질 거고요.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행복도 역시 충분히 올라갈 겁니다. “ -일단 정부와 기업 모두 관심 가지고 차근차근 해나가니까 다행인 거로군요. “다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너무 혁신의 속도에 집착해서 안전을 포기하면 절대 안 됩니다. 사실 1년 늦어져도 그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속도에 집착하다가 만약 큰 사고가 나게 되면 산업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요. 이미 선례가 있어요, 항공 산업이라는. 그걸 반면교사 삼아서 가는 거고요. 100년 전만 해도 사실 이렇게 비행기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자주 이용하잖아요. 그런 방향으로 간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을 해 주시면. “투자 관점이든 지적 호기심이든, 진로 같은 여러 측면에서도 AAM 혹은 UAM은 참 좋은 주제입니다. 처음엔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재미있고요. 잘 보면 좋은 투자기회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 시점을 말해달라고 하면 저도 몰라요. 그걸 알면 제가 엄청 부자가 됐겠죠.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특정 지을 순 없지만 분명 될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제가 죽기 전에는 분명히 나올 겁니다.꾸준히 관심 가지시면 좋은 투자 기회, 꼭 주식이 아니어도 예를 들면 부동산 투자 기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많이 관심 가져주십시오.” By.딥다이브UAM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미래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에어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상용화는 2025년 미국에서 시작될 겁니다.-UAM은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줍니다. 환경 문제와 주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죠. 자율비행까지 된다면 요금은 더 저렴해집니다.-항공기 제작사 중 앞서가는 곳은 미국의 조비와 베타입니다. 한국에서도 한화와 현대차 그룹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죠. UAM 상용화를 위해 차근차근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오랜만에 미국 증시에 초록불이 들어왔습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5%, S&P500 +0.75%, 나스닥 +1.13%. 미국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자 주식투자자들이 반색한 건데요.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67만건으로 지난 2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실직자들이 일자리 찾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뜻이죠. 전반적으로 고용시장은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지만, 그 열기가 식어가는 중. 그렇다면 연준이 좀 유연하게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를 투자자들은 하고 있는 겁니다. 다음주 미 연준의 FOMC 결과가 나올 때까진 이렇게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겠군요.이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눈에 띕니다. 앞서 올 1월 MS는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9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죠.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는데요. 계획대로라면 내년 6월에 합병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FTC는 “MS가 선도적인 독립 게임 스튜디오를 장악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시장의 경쟁을 해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MS는 게임콘솔 엑스박스를 판매하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요. ‘콜 오브 듀티’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같은 인기 게임을 보유한 블리자드를 인수해 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에 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FTC는 MS가 “경쟁콘솔(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블리자드 게임 품질을 저하시키거나 액세스 조건을 바꿀 수 있어서 소비자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봤죠. 여기서 잠깐. 빅테크의 수직적인 인수합병은 반독점적일까요? 전통적인 독점금지법은 경쟁업체끼리의 수평적인 합병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장 집중도를 높여서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같은 진보적 인사들은 이제 빅테크가 공급업체나 파트너 기업을 인수해 통합하는 수직적 합병에 주목하고 있죠. 사실 이런 인수합병은 소비자 가격을 반드시 끌어올리는 건 아니고,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효율성이 높아지니까요. 하지만 경쟁을 제한해서 빅테크가 더 커지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FTC가 소송을 제기하기 하루 전인 7일 MS는 일본 닌텐도에 앞으로 10년 동안 콜오브듀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니 플레이테이션에도 10년 계약을 제안했다고도 밝혔고요(소니와는 아직 계약 진행은 안 함). 소송에 대비해서 ‘독점? 경쟁 제한? 그런 건 없다’고 보여준 거죠. 현재까지 나온 전문가 의견을 봐도 이번 소송 건은 FTC엔 그리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날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는 1.54% 하락, MS 주가는 1.24% 상승했습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연말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내년에 쏠려있습니다. 암울했던 2022년이지나가고 2023년엔 좀 달라질 거란 생각 때문인데요. 내년 글로벌 증시 전망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이거죠, 상저하고(上低下高).혹시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 때문에 상저하고라고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도대체 왜 상저하고란 전망이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투자에 참고할 수 있겠지요. 또 만약 내년 1분기가 정말 ‘바닥’이라면 증시에 진입하는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요. 내년 3월까지 기다릴까요? 아니면 지금 바로 들어가야 하나요. 그걸 얘기해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 전략 수석연구위원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3 피크아웃’ 달성하는 내년 1분기가 저점-내년 증시 전망은 대부분 기관이 ‘상저하고(上低下高)’라고 보더라고요. 아무래도 미 연준이 내년 1분기쯤에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고 보기 때문이겠죠?“저도 내년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은 상저하고를 예상합니다. 제가 중요하게 보는 세가지 (주가 상승의) 선결 조건이 있는데요. 첫 번째가 물가의 피크아웃, 두 번째가 연준 통화긴축의 피크아웃, 세 번째가 시장 금리의 피크아웃입니다.올해 6월부터 물가는 피크 아웃하고 있고요, 내년 3월 정도가 되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고요. 시장금리는 정책금리보다 앞서서 움직이기 때문에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2월 이전엔 피크아웃을 달성하겠죠.그래서 저는 내년 1분기가 연간으로 놓고 보면 세 가지 모두 피크아웃을 달성하면서, 가장 (주가의) 저점이 형성되는 구간으로 보고요. 이를 확인하면 2분기엔 추세 전환, 그리고 3분기와 4분기엔 완만하게 올라가는 흐름을 예상합니다. 다만 내년에도 염두에 둬야 되는 변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하느냐인데요.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한다면 미국 증시의 저점이 내년에 나타나기 어렵습니다.만약 경기 침체에 빠지면 2024년 1분기가 돼야 미국 증시의 저점이 형성될 수 있는데요. 그렇게 보는 이유는 과거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때 증시가 저점을 형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12개월입니다. 만약 내년 3, 4분기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간다면 미국 증시의 저점은 2024년에나 나타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경기 침체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고요.내년도 S&P500의 예상 저점 역시 두 가지 경로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금리인상기(경기침체 없음)엔 저점을 3512포인트로 예상합니다. 과거 미 연준이 정책금리를 크게 올렸던 1979년 8월~1981년 5월에 S&P500의 12개월 선행 PER(주가 수익 비율)이 고점에서 26.8% 떨어졌거든요. 그걸 적용하면 3512포인트로 나오죠. 만약 내년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가면 예상저점은 훨씬 낮은 2611포인트로 산출됩니다. 과거 미국 경기침체 구간 중 가장 많이 떨어졌던 때의 PER 하락분 45.5%를 적용했습니다.내년도 예상 고점은 4089포인트로 전망합니다. 과거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가 4.5% 이상되는 구간의 PER 평균(17.6배)을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에 곱해준 겁니다.”-올해도 주가가 이미 엄청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경기 침체가 오면 충격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거군요. 2600은 너무 암울하네요. 제발 그렇게는 안 됐으면 싶은데요. “사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갔을 때 S&P500 지수가 평균적으로 하락하는 수준은 -25% 전후입니다. 그런데 올해 미국 증시의 연간 수익률을 보면 지금이 -25% 전후이거든요.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S&P500지수 흐름은 경기 침체를 이미 반영했다고 볼 수 있죠.그런데 내년에 실질적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한다면 더 떨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2600선 정도까지도 열어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 거기까지 갈지는 어느 누구도 사실 모릅니다. 만약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간다고 하면, S&P500지수 기준으로 3200선 이하는 주가가 상당히 싼 구간이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신흥국 증시에 관심 가질 이유-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그레이트 컨버전스’라는 단어가 눈에 쏙 들어오던데요. 그게신흥국 GDP와 선진국 GDP거 비슷해지는, 달리 말하자면 신흥국 GDP 성장률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현상인데요. 왜 그렇게 전망하시나요? 그럼 신흥국에 투자할 기회인가요?“내년 1분기 이전까지 놓고 보면 선진국에 투자하는 게 맞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신흥국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당히 떨어졌고, 그로 인해 물가 부담이 높아져서 신흥국 성장이 제약됐습니다. 그런데 연준이 내년 3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절상되기 시작하고 물가도 낮아질 수 있죠. 외국인 자금유출 압력도 줄어들고요. 따라서 내년 2분기부터는 신흥국을 우선적으로 봐야 합니다.그레이트 컨버전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 격차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드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등장하면서 수출 중심의 경제 급성장이 나타나서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크게 확장됐지만 2010년대엔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정체됐죠. 2020년엔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었고요.앞으로는 이 그레이트 컨버전스가 좀 확장되는 기조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신흥국 성장에 고물가∙고금리∙강달러라는 제약이 많았지만, 이 환경이 내년엔 바뀌니까요.” -투자 의견을 보니까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한국∙아세안을 선호하신다고 밝히셨더라고요. 사실 중국은 올해 너무 안 좋았는데, 내년엔 반전이 있을까요? 한국은 왜 괜찮다고 보셨나요? “일단 내년도 선진국 우선순위는 미국-일본-유럽 순입니다. 신흥국은 분기별로 좀 구분을 해야 하는데요. 1, 2분기엔 중국을 우선시해서 봐야 하고요. 2, 3분기엔 대만과 한국 같은 반도체 국가가 부각될 거고요. 3, 4분기엔 아세안과 인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내년도 중국 증시는 양회가 있는 3월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중국 증시가 상승으로 돌아서려면 ‘칭링(淸零) 정책’ ,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하는데요. 그 변화가 내년 양회를 기점으로 나타날 거라 보고, 시장이 기대하는 가시적인 경기 부양책도 그때 나타날 걸로 생각합니다.현 시점으로 칭링 정책 완화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내년 연초엔 새해 연휴와 춘절 연휴가 있는데다 겨울철은 감염병이 확산되기 때문에 당분간 선별적인 통제 기조는 계속 유지할 겁니다. 중국 증시는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2분기엔 칭링정책 변화로 인해 상승한 뒤 3분기엔 모멘텀 부재로 하락 수 있고요. 4분기엔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2024년도 경제 향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반등할 수 있다고 봅니다.내년에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관련한 강경 정책을 고수할 겁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5G, 신재생 에너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략산업을 육성할 거라서, 이에 관심 가져야 합니다. 만약 중국에 투자한다면 소비와 클린 기술, ESG 관련 상품에 관심을 높여야 겠고요.한국 증시는 내년 2, 3분기에 부각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사실 아주 좋다고 얘기하긴 어려워요. 수출 둔화 폭이 내년에도 커질 수 있고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설비 투자도 회복이 어려운 환경입니다.내년도 코스피 지수는 상저하고로 보는데요. 1분기 저점이 형성될 거고요. 2분기로넘어가면서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 상승으로 전환하는 모습이 나타날 거고요. 3분기엔 실적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고, 4분기엔 2024년도 경기 안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있어서요. 내년 2분기부터 완만하게 상승하는 흐름으로 예측합니다. 코스피 지수 하단은 2050포인트, 상단은 2640포인트로 저희(대신증권)가 제시하고 있습니다.내년도 국내 증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을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내년 2, 3분기에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설 수 있어서 인데요. 내년 전체적으로 보면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좋진 않아요. 달리 말하자면,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나아질 기미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올해 연말 기준으로 반도체 기업의 재고 축적이 가장 많이 누적된 상황인데요. 내년이 되면 반도체 기업의 공급 조절로 인해 (재고가) 올해보다 좀 나아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 추이를 보자면 내년 3분기 이후가 좀 올라갈 시점인데요. 주가는 보통 1, 2분기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함께 국내 증시 역시 상승으로 갈 걸로 예상합니다.”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에 주목-반도체 경기가 확 좋아지고 반도체 가격이 뛰어서가 아니라, 지금 너무 나쁜데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신호만 와도 증시는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거군요! 그리고 올해는 성장주들이 거의 다 크게 떨어졌잖아요. 워낙 금리가 높다보니 실적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이 아니면 주가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해였는데요. 내년은 좀 달라질까요? 다시 성장주에 기회가 올까요?“앞에서 신흥국을 내년 2분기부터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얘기드렸는데, 그와 동일합니다. 성장주 역시 내년 2분기부터 가치주 대비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결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미국 소비자물가(CPI)와 정책금리의 스프레드가 역전(정책금리가 CPI상승률보다 높아짐)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점이 내년 2분기여서요. 할인율 축소에 따른 주가상승 기대가 높아지는 이 시점에 성장주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미국 소비자 물가도 10월에 7%대로 진입했는데요. 물가가 시장이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준다고 하면 사실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먼저 움직였던 게 매번 확인했던 부분입니다. 올해 성장주가 부진했던 바탕엔 고물가∙고금리∙강달러가 있었는데, 내년 2분기엔 물가는 이미 인하됐고, 시장금리도 내려가기 시작하겠죠. 달러 강세도 완만하게 약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고요.성장주, 특히 빅테크 기업을 보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가는 기업이 많습니다. 달러 강세는 해외 매출을 축소시키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적에 그리 좋지 않죠. 내년 2분기에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빅테크의 실적이 좋아지는 변수가 될 수 있는 겁니다.그래서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성장주를 우선시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고요. 올해 중간선거에서 바이든의 민주당이 선전했는데요. 결국 바이든이 했던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거든요. 올해 반도체 및 과학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바이오 이니셔티브 관련된 법안들이 있었는데요. 결국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 이런 산업이 내년에도 계속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겁니다.저는 내년 미국 증시가 올해보다 나아질 거라고 보는데요. 성장주가 부각된다면 단연코 배터리∙반도체∙전기차∙바이오가 미국 증시를 주도할 걸로 생각합니다.” -산업 트렌드는 올해와 비슷하게 쭉 이어지는 거군요. 그럼 어찌 보자면 지금처럼 별로 증시가 좋지 않을 때 미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네요.“투자하려고 하면 많은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시겠지만, 막상 실제 주문을 하려다 보면 가격을 보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불확실성이 클 때가 가장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시점이거든요. 거기에 해당되는 게 올해 4분기라고 생각합니다.내년 2분기 이후 돌아설 성장주에 투자할 생각인 경우에 내년 2분기까지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셔야 해요.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라면 사실 올해 4분기가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구간이 되기 때문에 지금이 좋은 투자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죠.주식을 매수할 땐 올라가는 시점이 아니라 떨어지는 시점에서 사는 게 좋죠.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공감을 하시겠지만 막상 실행을 하려고 하면 그게 잘 안 되거든요. 그런데 잘 안 되더라도 염두에 두고 실행하셔야 투자수익률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습니다.“-위원님 저서 ‘미국 주식으로 살아남기’를 보면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하면서 명하게 장기 투자를 하자’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투자를 고민하는 저희 구독자들에게도 조언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국내 주식 투자를 하던 분들 입장에선 해외투자를 하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부분이있어요. 익숙하지가 않거든요. 국내 기업은 내가 일상에서 경험해왔고, 잘 알기 때문에 굳이 재무제표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어떤 걸 구입하는지를 보고 ‘아 저 기업 앞으로 계속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실 수도 있습니다. 해외기업은 그게 어렵죠.하지만 위기가 찾아온 이후 기간을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항상 기회는 국내 투자가 아닌 해외 투자 특히 미국에 투자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2008년 미국 경제에 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미국 정부는 디지털 산업 육성 정책에 집중했고요. 이후 미국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증시도 빠르게 상승했죠. 코로나19를 놓고 봐도 가장 먼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국가는 단연코 미국입니다. 코로나 백신을 가장 먼저 연구 개발해서 보급한 나라가 미국 기업이죠.결국 위기가 닥칠 때마다 가장 빠르게 헤쳐나간 국가가 미국이고, 새로운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용기를 가진 기업들도 미국 말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 특히 미국 중심의 투자로 저변을 넓히시라고 얘기드립니다.“ By.딥다이브내년 글로벌 증시 전망을 정리하시는 시간이 되셨을까요? 물론 예측은 언제나 빗나갈 수 있고 투자는 어디까지나 자기 책임으로 하는 거지만, 전문 기관들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를 알아두시면 판단에 도움되실 겁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내년 글로벌 증시 흐름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내년 3월에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추면 주가 상승의 선결조건이 다 갖춰지기 때문이죠. 단,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는 경우에 한해. -2분기 이후엔 신흥국에 관심 가질 만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가격이 턴어라운드하기 전, 2분기부터 주목하세요. -내년은 다시 성장주의 시간이 돌아옵니다. 주목할 업종은 미국의 정책 수혜주.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가 미국 증시를 주도할 겁니다.*이 기사는 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지난주 파월 미 연준 의장 발언에 환호했던 그 시장은 어디로 간 걸까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가라앉았습니다. 다우지수는 -1.40%, S&P500지수는 -1.79%, 나스닥 지수는 -1.93%로 마감했죠.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너무 견조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날 공급관리연구소(ISM)가 발표한 11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5로 전달(54.4)보다 높았는데요.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여전히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쉽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럼 연준은? 금리 인상 강도를 더 높이는 수밖에?! “매우 강한 PMI는 경제가 과열되고 있고 연준이 긴축을 강화할 거라는 걸 의미합니다. 소비의 회복탄력성은 예상보다 강렬했습니다. 억눌린 수요가 너무 많아서 기업들은 여전히 주문 잔고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가 소비 지출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습니다.”(FHN파이낸셜 윌 컴퍼놀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켓워치 인터뷰)마침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일부 연준 위원들이 2월에 또다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긴축 불안감을 부추겼는데요. 그러니까 원래는 앞으로 연준이 ‘12월 0.5%p, 2월 0.25%p, 3월 0.25%p’ 인상을 할 거라고 예측해왔는데, 12월뿐 아니라 내년 2월에도 0.5%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마치 ‘산타랠리? 꿈 깨!’라며 찬물을 끼얹는 듯한 분석이군요. 이날 테슬라 주가는 6.37% 하락했습니다. 로이터가 ‘수요 감소로 인해 테슬라가 12월 상하이 공장의 모델Y 생산량을 20% 줄일 것’이라고 보도한 여파였습니다. 테슬라는 이 보도를 부인했고요.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죠. 이 때문에 10월엔 가격 인하에 나서는가 하면, 안 하던 TV 광고까지 시작하며 마케팅 공세를 펼쳤는데요. 그 덕분인지 테슬라는 11월 중국에서 출하량 10만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오래 이어지진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JL워런캐피탈LLC의 리준헝 CEO는 “추가 프로모션 없이는 테슬라의 중국 내수 시장 신규 주문이 12월엔 2만5000개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수출 물량까지 더해도 상하이 공장 생산능력(월 약 8만5000대)을 다 채우지 못할 거란 얘기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6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이제 플랫폼 버블은 끝났다. 새로운 버블은 제조업, 아마 로봇이 될 것이다.’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때요, 동의하시나요? ‘글쎄. 로봇? 너무 먼 얘기 아닌가’라고 하실 분이 많을 수도 있겠는데요. 배달 로봇 100대가 다닌다는 네이버 신사옥 1784나 물류로봇 52만대가 누비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로봇은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최근엔 로봇산업을 하나의 섹터로 구분해서 분석하기 시작했는데요. 미래에셋증권에서 로봇산업 분석을 맡고 있는 우재혁 애널리스트를 만나 글로벌 로봇산업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막연했던 로봇산업에 대해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제조업 부흥’ 시대, 로봇이 뜬다-‘로봇’이라고 하면 보통은 사람처럼 생겨서 걸어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리게 됩니다. 애널리스트님이 보시는 로봇산업은 그보다 더 큰 범주일 텐데요. 로봇산업은 어떤 건가요?“크게 로봇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산업용 로봇에는 산업용 로봇 팔이나 수직 다관절 로봇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화낙(일본), ABB(스위스), 쿠카(독일)가 있고요. 한국에는 로보스타, 휴림로봇, 삼익THK 같은 회사들이 있는데, 이런 회사들은 전통이 오래됐죠.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 이런 쪽은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됩니다. 바로 이 시장이 점차 커질 거라고 판단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산업용 로봇 얘기부터 하자면,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산업용 로봇 시장의 성장 원동력이 된다고요?“대표적으로 미국이 아시다시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발표하고 자국 내 생산 설비를 유치하는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유치) 정책을 추진 중이죠. 이렇게 다른 나라에 외주를 맡겼던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유치하려면 산업용 로봇 설치가 필수 불가결이라고 봅니다.”-미국은 인건비도 너무 비싸고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요?“로봇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생산성 증가와 인건비 감소입니다. 또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특성상 반도체 장비의 웨이퍼 핸들링 쪽에서는 로봇을 쓰는 게 정말 당연하게 됐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로봇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습니다.”-산업용 로봇은 지금은 중국에 집중돼 있더라고요. 산업적으로는 자동차쪽에 많고요. 앞으론 어떤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까요?“현재 산업용 로봇 중 50% 이상이 중국에서 설치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대부분 국가가 제조설비를 자국 내에 유치하면서 이런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겁니다. 이미 산업용 로봇 수요는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전기전자, IT, 디스플레이 영역 쪽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새로운 산업,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쪽에 산업용 로봇 수요가 늘어날 걸로 봅니다.”-산업용 로봇 쪽에서 강한 기업으로는 아까 말씀하신 화낙, ABB, 쿠카 같은 곳이 있죠. 새로운 기업이 뚫기는 어려운 영역인가요?“산업용 로봇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일본∙스위스∙독일 같이 공작기계나 전통 기계 산업이 강한 국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화낙, ABB, 쿠카, 야스카와, 미쓰비시 같은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70% 가까이 되고요. 그래서 이쪽에 진입하기엔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물류 로봇이 지금 가장 핫한 이유-그에 비하면 서비스 로봇 쪽은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한 새로운 기업들에게 열려 있는 시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애널리스트님 보고서를 보니까 서비스 로봇 중에서도 물류 로봇이 유망하다고 보셨더라고요. 왜 그런가요?“물류 로봇의 성장이 가팔라질 걸로 보는 건 가장 빠르게 효율을 검증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물류라고 하면 짐을 나르는 일, 분류하는 일, 택배차량에서 하역하는 일 등 여러 작업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물류를 운반하는 쪽에서 로봇의 성장이 빨라질 걸로 봅니다.”-창고에서 물건을 나르는 로봇인가요?“네.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물류 로봇은 아마존이 2012년도에 인수한 키바시스템즈가 만든 무인운반차(AGV)입니다. 이 로봇이 물건이 담겨 있는 랙(선반)을 사람에게 운반해주면 사람은 그걸 집어서 포장 업무만 하면 되는데요. 그런 게 대표적인 물류 로봇입니다.”-그럼 물류 창고에서 사람이 일일이 수레나 카트 같은 걸 끌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는군요.“그렇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죠. 물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효율성도 증가하고요.”-그런데 물류 로봇 중에서도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주행 로봇(AMR)이 또 다르더라고요?“무인운반차는 바닥에 설치한 QR 코드나 선을 따라서 움직이고요. 새롭게 나오는 ARM, 자율주행 로봇은 조금 다른 형태이죠. 자율주행 로봇은 라이더나 카메라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서 앞에 있는 사람이나 장애물을 인식하고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훨씬 진화된 형태군요. 자율주행 로봇은 기술력이 뛰어난 곳이 어디인가요? 얼마나 상용화가 되고 있나요?“이 분야는 아직까지 절대 강자라고 할 상장사는 없습니다. 비상장 쪽에서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긱플러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중국 회사인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점유율이 12%로 추정되고 있어요.”-중국이 AI나 자율주행 기술이 앞서 있어서 중국회사가 잘 하나요?“중국은 로봇을 사용할 때 판매하는 쪽에도 보조금을 주고, 사용하는 쪽도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정부가 보조금을 준다고요?“네. 로봇을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은 2015년도에 ‘중국 제조 2025’라는 정책을 발표했고요. 그 뒤 2016년에 쿠카라는 독일 산업용 로봇 기업을 인수하면서 로봇 산업에 빠르게 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그렇군요. 우리나라에도 물류 로봇을 개발하는 곳이 있나요?“한국에서도 다양한 업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류 로봇의 베이스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게 자율주행인데요. 한국 상장 업체 중 물류 쪽에 뛰어든 회사들이 유진 로봇,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있고요. 비상장사 중엔 트위니라는 기업도 있습니다. 물류 시장이 로봇이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그쪽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진출을 하는 거죠.” 로봇청소기는 기술의 집합체-요즘 식당에 가보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서빙 로봇들도 보이더라고요. 물류 외의 다른 서비스 로봇 중엔 어느 쪽이 성장할까요.“물류 로봇과 서빙로봇, 또 로봇청소기로 불리는 청소로봇도 베이스 기술은 다 같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기반이죠.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이 있다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려고 할 땐 그쪽의 데이터만 있으면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데이터를 쌓기 위해 기업들이 실증 사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봇은 사람(노동력)이 없는 분야에 빠르게 진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서빙할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서빙 로봇이 그 자리에 들어간 거고요. 물류는 힘이 많이 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로봇 기업들이 진출하는 현상이 나오는 겁니다.”-로봇 산업 발전엔 기술 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어디에서 로봇을 필요로 하는가가 중요한 거네요.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된 지가 정말 얼마 안 됐거든요. 산업용 로봇은 1970년대에 급격히 성장하긴 했지만, 로봇이 공장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보이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로봇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게 해소되고 로봇이 주는 거부감이 줄어들었을 때, 그때 더욱 우리 삶에 빠르게 들어올 걸로 봅니다.”-로봇 청소기의 경우 저는 중국산을 쓰고 있는데요. 중국이 상당히 잘하는 분야라고 하더라고요. 청소 로봇은 앞으로 더 성장할 산업일까요? “청소 로봇의 대표적인 강자는 아이로봇이란 미국 업체입니다. 이어서 에코백스와 로보락, 이 두 기업이 중국 업체이고요. 이들 세 회사를 합치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50~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아이로봇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청소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인데요. 지금은 청소로봇이 집 안을 한 번 돌고 나서 나머지 잘 안 된 부분을 사람이 무선 청소기로 청소하는 생활상을 보이는데요. 앞으로 청소 로봇이 좀 더 똑똑해지고, 청소를 빈틈 없이 한다면 16%를 넘어서 30~50%까지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더 똑똑해지면 진짜 빈틈 없이 싹 청소할 수 있겠네요.“그렇죠. 다만 가격이 비싸더라고요. 사실 로봇 청소기가 제가 생각하기엔 기술의 집합체이거든요. 카메라 센서는 물론, 라이더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요. 많은 기술이 들어간 개인 서비스 로봇인데요. 이 성장이 크게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걸로 봅니다.”-로봇에 대한 관심이 좀 커진 계기가 테슬라의 옵티머스 공개일 텐데요. 아직 몇 년 남긴 했지만 옵티머스를 2만 달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죠. 로봇 산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옵티머스를 어떻게 보세요?“테슬라 옵티머스로 인해서 정말 많은 관심이 로봇 산업에 꽂히게 됐는데요. 로봇을 인간 삶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일론 머스크를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 덕분에 로봇 산업이 한 번 더 다시 조명을 받게 됐고,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만한 이벤트였고요.옵티머스는 로봇을 공개하겠다라고 말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말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알려진 회사이지만 이제 로봇 쪽으로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요. 로봇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앞으로 행보가 더 기대됩니다.”-로봇이 이미 생활에 많이 들어와있고, 앞으로 발전할 미래 산업이라는 건 알겠는데요. 지금은 고금리이고, 성장주 주가가 꺾이는 시점이잖아요. 로봇 같은 성장 산업은 연구개발비도 많이 들고, 투자비도 많이 들 텐데요. 과연 투자 대상으로서 유망할까요?“전 세계를 봤을 때 로봇 업체들은 이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장 눈여겨봤던 쪽이 미국의 로봇 산업인데요. 미국의 비상장 로봇 기업들은 지금 인력을 감축하는 추세입니다. 아마존이 1만 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스타트업들은 절반 넘게 감축하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태세이죠.그런데 한국 로봇 기업들은 지금도 적극 인재를 채용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인데요. 한국 로봇 산업을 보면 1990년대에 상장된 기업들이 많고요. 그 기업들은 IMF와 금융위기, 코로나 시기도 버텼죠.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재 채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로봇 산업은 아직 괜찮고, 향후 성장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인 1로봇’ 시대가 온다-국내 로봇 기업 주가가 출렁거리는 건 보통 삼성전자가 로봇기업 M&A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높을 때인데요. 그런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삼성∙LG∙현대 같은 한국의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은 과거에 산업용 로봇시장에 진출을 했었습니다. 삼성에는 삼성테크윈이 있었고, LG도 로보스타라는 산업용 로봇 회사에 지분 투자했고, 현대중공업이나 두산도 그렇고요. 산업용 로봇을 담당하는 자회사나 부서가 있었는데요. 이제 그런 걸 다른 기업에 많이 넘겼죠.이제 삼성에서 어떤 로봇을 할 거냐를 보자면, CES에서 선보이는 그런 서비스 로봇일 겁니다. LG도 현재 선보이는 ‘클로이’ 로봇이 서비스 쪽이죠. 방역이나 서빙 같은. 삼성이 M&A를 할지 안 할지는 저는 잘 모르지만,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1인 1로봇’이라는 서비스 로봇 쪽을 겨냥한다고 보면 됩니다.”-1인 1 로봇이요? 그러면 다 자기 로봇이 있게 되는 건가요? 스마트폰처럼?“삼성뿐만 아니라 아마존도 그렇고, 소위 말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그쪽을 준비하는 단계로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쪽에서 정말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회사는 아마존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선 아직 접하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아스트로라는 개인 서비스 로봇이 나왔죠. 캔음료를 배달하거나, 반려로봇 수준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쫓아다니기도 하고요. 화상으로 다른 사람을 볼 수도 있는, 그런 로봇이 이미 미국엔 나왔거든요.”-아마존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그런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는 시대가 오겠네요.“아직은 1인자라고 할 만한 기업은 없지만, 앞으로 이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을까라고 봅니다.”-엄청 비싸진 않나요?“999달러입니다. 현재 환율로 한 135만원.”-스마트폰 가격과 별 차이가 없네요. 살 만 하려나요.“다만 이건 스마트폰처럼 밖으로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는 차이가 있죠.”-딥다이브 구독자들에게 로봇 산업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정리 말씀을 해주신다면. “로봇산업을 투자 관점으로 보는 분들도 있고, 우리 삶에 어떻게 들어올지 기대하는 분들도 많을텐데요. 좀더 로봇 산업에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로봇과 관련한 문화 서비스를 체험하는 분이 많아진다면 로봇 산업은 더 빠르게 성장할 거라고 봅니다.” By.딥다이브 글로벌 로봇산업의 흐름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셨나요? 저에겐 새로운 세계라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로봇산업은 크게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 새롭게 뜨는 서비스용 로봇이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주목하는 건 바로 서비스용 로봇이죠.-서비스 로봇 중에서도 바로 돈이 될 만한 건 물류로봇입니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무인운반차’가 주류였지만,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기술이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인 1로봇’을 추구하고 있고,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이미 아마존은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를 출시하며 앞서가고 있고요. *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