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비해 치러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가 9월 6일에 시행된다. 9월 모의평가에서 최근 수능의 출제 범위나 난이도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수능에 반영될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당정협의서도 수능 전반 및 대입제도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부터 윤 대통령의 “교과 외 내용 출제를 배제하라”는 주문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출제한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예고한 상태다.11월 수능을 앞두고 치러지는 평가원의 9월 모의평가는 수능 난이도를 점검하는 마지막 모의평가다. 여기서 ‘쉬운 수능’ 기조가 정해지면 올 수능 난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30년간 이어져오면서 지문의 난도는 높아지는 추세였다. 2018년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영역의 문항이 까다로워진 경향도 있다.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 영석고 교사는 “대통령 발언이 강력히 전달되면서 9월 모의평가는 ‘킬러 문항’이었던 비문학 지문도 쉽게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이 쉬워도 결국 줄 세우기를 통해 입시 여부가 판가름 나는 구조에서 수능의 난도 하락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대로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능 과목 중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제외한 국어, 수학 등 과목은 모두 상대평가로 치러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시험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남보다 정답률이 높아야 하는 건 똑같다”며 “오히려 문제를 쉽게 내거나 출제 범위를 한정하게 되면 학생들이 종합적 사고를 위해 학습하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교과 내용을 익히는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현 입시제도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역할은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디지털 교육이 확대되면 수능도 지금보다는 비중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각자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되는 제도로, 현재 중2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논술·서술형 시험 도입을 포함해 이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 개편 방안을 내년 2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수능의 난이도나 출제 범위 등 각론을 건드릴 게 아니라, 수능을 자격시험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자격고사는 일정 성적을 받으면 대입 자격을 인정해주는 시험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영국 에이레벨(A-level)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결국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응시원서를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접수한다고 18일 밝혔다. 9월 모의평가는 재학 중인 학교나 출신 고등학교 및 학원, 검정고시생의 경우 주소지 관할 84개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신청하면 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155일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에는 학교 수업을 벗어난 어려운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했다가, 하루 뒤(16일)에는 ‘공정한 변별력’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험생의 절박함을 헤아렸다면 나오지 않았을 즉흥 발언들”이라고 비판했다.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에서 처음 공개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였다.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로 발언을 수정하며 사교육 비판에 중점을 뒀다.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이란 보도가 이후 이어지자 16일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에서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발언을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로 다시 수정했다. 오후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통령 발언은) ‘공정한 수능’에 대한 지시였다”고 브리핑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입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생긴 혼란”이라고 지적했다.“킬러 문항이 사교육 부채질” vs “변별력 떨어지면 대입 혼란” 尹 수능 발언에 교육현장 논쟁 커져“배점 큰 고난도 문항 탓 학생들 고통”“난도 낮추면 논술-면접 사교육 늘것”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발언이 알려진 15, 16일 이틀간 교육 현장에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11월 16일 치러질 올해 수능 난도를 놓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출제 방향에 따라서 입시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국어 비문학 지문’ ‘과목 융합형 문제’ 등이 사실상의 출제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올해 수능은 물수능(쉬운 수능) 기정사실”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수능 난도 낮아지나… 찬반 대립 먼저 대통령이 교과 과정 외의 문제는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한 만큼 올해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교육계의 논쟁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최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한 ‘초고난도 문항’ ‘킬러 문항’이기 때문이다. 수능을 지금보다 쉽게 내야 한다는 한 입시 관계자는 “입시학원들은 배점이 큰 고난도 문항 풀이법을 수능 전략으로 가르치며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을 부추겨 왔다. 한 과목에 겨우 1, 2개 있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많은 학생이 고통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 영석고 교사는 “수능이 30년간 이어오면서 기존 지문이 고갈됐고, 더 어려운 지문을 가져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수능 난도가 갑자기 낮아지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홍문표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쉬운 문제 위주로 출제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상위권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논술, 면접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이를 기화로 학원들이 ‘논술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며 오히려 사교육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변별력이 약해지면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재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성급한 발언”, 학생들 “혼란” 대통령의 발언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대통령이 언급한 국어 비문학 문제 난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수학의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 입학처장은 “최근 정부나 대학 모두 융합 사고, 융합 인재, 융합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런 취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교과 과정 외의 문제를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해 ‘공정한 수능’을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출제 과정에서는 실현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쉽게 말하면 어려운 문제, 즉 ‘킬러 문항’을 내지 않고도 최상위권, 상위권, 중위권 학생을 9등급으로 분별하는 시험을 내겠다는 말”이라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오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성급히 나왔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제기됐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수능 출제 방향까지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양한 문제가 얽힌 입시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수능을 자격고사처럼 만들어야 공교육이 산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보다는 줄이고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는, 큰 방향성에서 그렇게 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입시 현장의 혼란도 계속됐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시(수능 위주) 재수로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 했는데 망했다” 등의 글이 잇달았고, 강남 학군 커뮤니티에서는 “물수능이면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내신도 불리한데 지방으로 옮겨야 하나” 등 우려가 쏟아졌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한모 양(19)은 “건드릴수록 부작용이 나오는 게 입시제도다.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998년 출범 이래 7명의 원장이 출제 오류, 난도 조절 실패 등으로 임기 도중 사퇴하는 ‘흑역사’가 반복됐다. 2대 김성동 원장은 2002년 교육청 연합학력고사 채점 오류, 역사 교과서 관련 정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사퇴했다. 3대 이종승 원장은 2003학년도 수능 언어영역 복수정답 인정 사건으로 물러났다. 4, 5대 정강정 원장은 첫 임기는 무사히 마쳤으나 두 번째 임기에서 2007학년도 수능 물리Ⅱ 출제 오류로 1년 만에 직을 내려놨다. 6대 김성열 원장, 8대 김성훈 원장, 9대 김영수 원장, 11대 강태중 원장도 수능 난도 조절 실패,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출제 오류는 지금까지 아홉 차례 발생했다.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소송까지 간 끝에 응시생 6515명 전원 정답 처리됐다.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문항도 처음에는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다가 한국물리학회가 나서자 복수 정답을 인정하고 성적표를 재발부했다. 2014학년도 세계지리 오류는 시험이 끝난 지 1년 만에 정답이 확정됐다. ‘물수능’(쉬운 수능)과 ‘불수능’(어려운 수능)을 오가는 난도 조절 실패도 반복됐다. 2001학년도에는 전 과목 만점자가 66명 쏟아지더니, 이듬해에는 정반대로 유례없이 어렵게 출제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2019학년도에도 수능이 너무 어렵게 출제돼 성기선 당시 원장이 “난도 조절에 실패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국어 만점자가 0.0006%(28명)에 그친 2022학년도 수능도 불수능으로 평가받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글로벌영재학회가 주관하고 동아일보 성균관대가 후원하는 ‘제45회 전국 초중고교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시상식이 13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다. 개인 부문 대상은 김은성 군(대구과학고 1학년) 외 29명, 최우수 학교상은 경기과학고 외 24개교가 받았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최근 대학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이후 등록금 규제를 풀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 인상’ 파장이 예상되자 교육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총리는 최근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4월 총선 후 등록금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A대 관계자는 본보에 “지난주 (부총리가) 그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규제가 완화되면 2025학년도부터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비공개 회의 내용이라 공식적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는 15일 해명 자료를 내고 “부총리의 발언은 등록금 규제 완화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슈이므로 당장은 검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상 대학들은 등록금을 ‘직전 3개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인상을 막아 왔다. 이 부총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년까지는 등록금 규제 완화 논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은 꾸준히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혀 왔다. 수도권의 B대 총장은 이 부총리 발언과 관련해 “총선 때문에 정부가 등록금 규제 완화에 신중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정부도 (등록금 인상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부총리에게 교육 개혁 진행 상황 보고를 받았다. 이 부총리의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게 출제돼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준비해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발언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지금도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되고 있다” “누구나 풀 수 있다면 변별력이 없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그러나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출제하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였다고 수정 자료를 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대학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 이후 등록금 규제를 풀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부총리는 교육부의 기조를 거스르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동결을 압박해왔다. 때문에 교육부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부는 현 중3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각 대학의 신입생 선발 재량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총리는 최근 주요 대학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후 등록금 규제를 풀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A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재정이 너무 어렵다는 걸 이 부총리도 공감하고 있다”며 “총선 후 등록금 규제가 완화되면 2025학년도부터 등록금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등교육법상 대학들은 등록금을 ‘직전 3개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인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끊는 방식으로 인상을 막아왔다. 등록금 인상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그리고 정부에 대한 비판과 선거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 반면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이 부총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년까지는 등록금 규제 완화를 논의할 생각이 없다”며 완고한 태도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가계에 부담이 되는 등록금 인상 문제는 신중하게 다루겠다는 뜻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올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설문조사에서 대학 총장들의 약 40%가 ‘내년에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고 밝히는 등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은 꾸준히 등록금 인상 의지를 밝혀 왔다. 올해도 전체 대학의 10.6%(35개교)가 학부 등록금을 올렸다. 수도권의 B 대학 총장은 이 부총리 발언과 관련해 “총선이 지나면 정부도 등록금 인상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등록금 규제 완화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슈여서 당장은 검토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며 “고물가와 고금리 등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202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대학에 더 큰 자율을 주겠다”며 학생 선발 규제를 일부 풀겠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의 C 대학 총장은 “대학 자율권을 확대해서 신입생을 대학이 원하는 방식으로 선발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논의 중이며, 최종안은 내년 2월 확정된다.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 부총리에게 교육개혁 및 현안 추진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최근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준비해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사교육 문제의 원인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언급하며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너무 빨리 이뤄지고 있어서 우리도 빨리 이를 따라와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는 ‘생성 AI와 함께 뮤직비디오 만들기’ 첫 번째 수업이 열렸다. 첫 수업의 강의자로는 영화 ‘올드보이’ OST의 작곡가로 유명한 이지수 서울대 음대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이날 전통적인 방식의 영화 음악 제작 방법과 함께 음악 생성 AI 활용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를 잡은 뒤 이에 맞춰 AI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도 되고, 거꾸로 AI로 여러 음악을 생성해 본 뒤 콘셉트를 잡아도 된다”며 “AI를 어느 수준까지 활용했는지 판단하고 그에 대한 기록을 반드시 해 달라”고 당부했다. ● “AI와 인간의 경계를 고민해 보자”이번 수업은 2개 이상의 단과대 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4, 5인이 팀을 꾸려 참여했다. 10팀이 선정돼 두 달 동안 AI를 활용한 작곡 수업을 듣고 이를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보는 수업이다. 다양한 단과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한 이유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과 교류하면서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총괄하는 최우정 서울대 음대 교수는 “AI를 통해 어떤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든 융합적 성격을 가진 미디어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수업을 포함해 3번의 강의를 듣고 7월 13일까지 팀별로 뮤직비디오 작업을 진행한다. 팀별로 16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담당 교원의 멘토링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학생들이 AI와 인간의 결과물을 구분해서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핵심은 인간이 최대한 AI의 작업 과정에 덜 간섭하는 것”이라며 “AI와 인간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을 놓치지 말고 팀원들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AI의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문제를 고찰해 보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 간 협업과 AI를 활용한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강생 이연수 씨(조소과)는 전기공학과 친구와 함께 팀을 꾸렸다. 이 씨는 “AI와 음악, 미술의 결합 형태가 궁금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대 송예진 씨(음악학과)는 “포스트휴머니즘 관련 연구를 했는데, AI를 활용해 곡을 하나 만들어 내 보면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1, 2학년 ‘베리타스 강좌’ 구성에도 반영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이번 강좌에 대해 ‘가장 첨단 기술을 가장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강좌’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그 자체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러한 신기술에 예술을 접목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윤영 기초교육원장은 “기초교육원에서는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끌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번 강좌의 운영 성과를 참고로 유홍림 총장이 취임 공약으로 내건 ‘학부기초대학’의 필수 교양강좌인 ‘베리타스 강좌’를 구성할 예정이다. 유 총장은 취임 공약으로 학부 1, 2학년 공통 교양과정인 학부기초대학 설립을 내걸었다. 그는 취임 인터뷰에서 학부기초대학에 대해 “1, 2년 동안 전공과 교양을 구분하지 않는 융·복합 교양 교육을 함으로써 핵심 교양 수강과 전공 탐색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공에 상관없이 핵심 공통 역량으로 컴퓨팅이나 디지털 리터러시 등 미래에 필요한 역량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베리타스 강좌는 기존 강좌와 다르게 여러 학문과 분야를 융합하고, 토론 및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수학과 과학을 비롯해 외국어도 기존 교양 강좌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생을 대상으로는 ‘과학적 시각화(scientific visualization)’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적 시각화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 등 시각적 수단을 통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최 원장은 “감성과 기술, 예술과 공학이 합쳐진 교육이 학부기초대학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서울 내 초등생, 중학생의 ‘농촌유학’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서울시의회가 폐지하려 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12일 조례 폐지안을 정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와 진보 성향의 조 교육감이 기초학력 검사 결과 성적 공개 등 교육 정책을 놓고 잇달아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정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입장문을 내고 “생태전환교육은 교육 의제를 넘어선 생존 의제”라며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기후 위기 시대에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시의회에서 관련 내용으로 시정연설을 할 계획이었으나, 시의회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생태전환교육 조례는 자연과 기후변화 교육에 대한 지자체 법안이다. 조 교육감의 대표 교육 정책 중 하나인 ‘농촌 유학’의 법적 근거가 된다. 서울 초중등생들이 전남, 전북 소규모 학교에서 최소 1학기 동안 지내며 해당 지역을 체험하는 사업이다. 농촌 유학 참가자는 2021년 1학기 81명에서 지난해 2학기 263명으로 늘었다. 시의회 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생태전환교육 조례에 따라 설치된 생태전환교육기금이 목적과 달리 ‘농촌 유학’에만 사용되고 있어 기금 운용의 적절성이 문제 된다”며 비판해 왔다. 기금이 생태전환교육 전반을 지원해야 하는데 농촌 유학 지원금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기금의 목적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후 시의회는 올해 초 1학기 농촌 유학 예산을 전부 삭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올해 대학 등록금이 그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2011년보다 20%가량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사립대의 77%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대학 등록금 및 사립대학교 운영손익 현황’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올해 평균 실질등록금은 국공립대 380만8000원, 사립대 685만9000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20.8%, 19.8% 낮아졌다. 실질등록금은 물가를 반영해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등록금 수준을 뜻한다. 2011년 실질등록금은 국공립대 480만7000원, 사립대 855만2000원이었다. 물가는 상승했지만 등록금은 동결되면서 학생,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계속 감소했다는 뜻이다. 대교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2010년 이후 국공립대와 사립대 모두 등록금이 실질적으로 인하된 국가는 한국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0∼2011년 대비 2019∼2020년에 등록금이 국공립대는 581달러(약 75만6300원), 사립대는 762달러(약 99만1900원) 내렸다. 같은 기간 미국은 국공립대 3810달러(약 495만9500원), 사립대 1만4721달러(약 1916만2300원)가 올랐다. 적자를 내고 있는 사립대도 늘어났다. 대교협이 대학 정보공시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운영손익 적자를 내는 대학이 전체 158개교 중 46개교(29.1%)였으나 2021년에는 156개교 중 120개교(76.9%)로 급증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에 타격이 컸다. 2021년 기준 수도권대는 65개교 중 46개교(70.8%)가 적자였지만, 비수도권은 91개교 중 74개교(81.3%)가 적자였다. 등록금 및 수강료, 기부금 등 실질 운영수익 대비 인건비와 관리운영비의 비율이 70%가 넘는 사립대도 2011년 62개교에서 2021년 138개교로 급증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일반 회사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비율이 50%가 넘어가면 부실 운영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우리의 목표는 아시아 최고의 경영대학입니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와 연구를 접목해 시너지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대외협력처장, 출판문화원장 등의 보직을 역임한 김 학장은 “대학이 너무 거대한 공룡이 되면 안 된다”며 “고려대 경영대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했다.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를 말하자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일상이 움츠려 있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우선 교내 행사, 교우 행사 등 대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월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연구센터가 ESG 연구원으로 승격됐다. 지난해 고려대 경영대는 ESG 연구센터를 설립해 친환경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 등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 왔다. ESG 연구원으로 승격되면서 고려대가 기업의 필수 경영전략인 ESG 경영 체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30년까지 아시아 1위, 세계 30위권 경영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경쟁 대학과 비교할 때 장점은 . “우리는 홍콩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를 경쟁자로 생각한다.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두 대학보다 학문적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정치의 영향을 대학이 많이 받아 자유로운 연구를 수행할 환경,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는 최근 한국의 문화, 소위 ‘K컬처’에 관심을 크게 갖고 있다. 고려대는 이를 문화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글로컬 엔터테인먼트 연구소’(가칭)를 미디어학부와 함께 준비 중이다. 두 개의 학문 분야가 융합해 K컬처의 온전한 모습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려대 경영대가 산업 흐름에 따라 준비하고 있는 변화는 무엇이 있는가. “미국 상위권 경영대들은 전공도 산업 변화에 맞춰서 만들었다가 없앤다. 산업 흐름에 대학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에 비하면 교과목조차 빨리 바뀌지 않고 몇십 년 전의 교과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빠르면 다음 학기부터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사이언스의 이해’라는 새 과목을 학부 과정에 도입하려 한다. 4차산업 시대에 IT와 생명과학은 뺄 수 없는 영역이다. 경영을 하는 사람이 이 영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현장에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영관리는 조직과 리더십으로 개선하는 등 일부 과목은 과목명만 봐도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알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경쟁 대학들을 따라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 “경쟁력 있는 교원 확충이 시급하다. 알다시피 한국 대학 등록금은 15년째 동결이 돼서 대학에 여유 재원이 없다. 교수를 추가 채용하는 데에도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의 근본적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와 역량에서 나온다. 고려대 본부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경영대 자체적으로라도 모금 등을 통해 교수를 충원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려대 MBA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셈스(CEMS) 글로벌 얼라이언스’ 회원 학교다. 셈스를 통한 글로벌 경영 석사(MIM) 과정에 대해 소개해 달라. “셈스는 1개국 1경영대학 원칙을 가진 세계적인 명문 경영대학 연합이다. 고려대는 2015년 처음으로 회원이 돼 2020년 정회원 자격을 재취득했다. 고려대 경영대가 셈스와 함께 운영하는 ‘글로벌 MIM’ 과정은 고려대 전문경영학 석사 학위와 셈스 MIM 증명서를 함께 취득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본인이 입학한 학교의 과정을 마치고, 셈스 회원 학교 중 한 곳에서 한 학기를 이수해야 한다. 글로벌 MIM 과정은 8주간의 해외 인턴십이 필수다. 현재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은 현대차, LG화학 등에서 근무하게 된다. 해외에 나가는 한국 학생들은 맥킨지컴퍼니, 구글, 로레알 등 글로벌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학업을 이어 나가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나.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현업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학업을 하고자 하는 ‘파트타임’ 박사 학위 과정에 대해 매우 높은 수요가 있다고 확신한다. 고려대 경영대는 이러한 수요를 위해 ‘경영전문학박사(DBA)’ 과정 개설에 대해 검토한 바 있다. 과거 해외 대학과 함께 이 같은 과정을 운영한 적도 있으나 우리의 목표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단한 상태다. 이제는 고려대 경영대학 단독으로 DBA 과정을 추진할 때가 됐다고 본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서울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성적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시의회 조례에 대해 대법원이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공개에 반대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신청을 들어준 것이라 향후 판결이 주목된다. 1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법원은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시교육청이 낸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인용했다. 이 조례는 서울 초중고교 학교장이 진단검사 결과를 매년 학교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를 공개한 학교는 교육감이 포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 조례가 학교별 성적 공개로 인한 학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어느 학교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지 공개되는 순간 학교별 ‘줄 세우기’가 벌어지고, 낙인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기초학력 보장’이 국가(중앙정부) 책임이기 때문에 시의회 조례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조례를 반대했다. 반면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성적 공개가 학교 교육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3월 본회의에서 이 조례를 통과시켰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라도 결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의회는 기초학력 보장에 지자체 책무도 명시돼 조례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시교육청이 재의 신청을 했지만 시의회는 지난달 15일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 대법원에 조례를 제소하면서 집행 정지 신청을 냈다.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본안 판결 전까지는 조례 효력이 정지된다. 기초학력 성적도 공개할 수 없다. 교육계는 올해 안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례가 시행되면 2016년 이후 7년 만에 서울 초중고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 안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가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가정의 형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나 홀로 가정, 미혼부·모 가정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이 아닌 새로 등장한 형태의 가정들은 기존의 복지 서비스로는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가정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어르신 위해 병원 함께 가요”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약 187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거동이 불편할 경우 함께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보호자가 없어 병원을 찾는 것부터 힘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이웃하다’는 1인 가구를 위한 병원 동행 매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는 지난달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픈 외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갈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난처했다”며 “보호자가 여력이 되지 않는 분들은 병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혼자 병원에 다니기 힘들거나 외부 활동이 어려운 경우 이 서비스를 활용해 ‘이웃 선생님’과 함께 병원을 갈 수 있다. 이웃 선생님은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이웃인 ‘가까이 선생님’, 간호조무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을 가진 ‘자격증 선생님’으로 나뉜다. 이웃하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와 이웃 선생님 모두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이웃하다는 병원 동행뿐만 아니라 행정업무 동행, 쇼핑 동행 등도 제공하고 있다. 키오스크 1 대 1 교육도 가능하다. 최근 음식점, 은행 등에서 키오스크 도입이 늘면서 노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키오스크나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필요할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이웃하다 서비스는 3시간에 최소 2만8000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이웃 선생님과 이용자가 협의해서 결정하면 된다. 한 대표는 “이웃하다는 다른 동행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이웃하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와 이웃 선생님을 연결해 사무실 운영 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홀몸노인이 사는 곳으로 의사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부터 서울대 치과병원,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홀몸노인을 위해 ‘독거노인을 위한 찾아가는 치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 치과병원 의료진이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선정된 지역 기관에 직접 방문해 충치 치료, 의치 수리, 스케일링 등을 진행한다. 현재까지 약 1000명이 3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홀몸노인들이 건강한 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화분 만들기, 밑반찬 만들기 등 다양한 모임도 지원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가정 밖 위기 청소년 지원까지사회의 변화로 한부모 가정도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한부모 가정은 151만 가구에 달한다. 대다수가 미혼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한부모 가정은 양육과 경제 활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통전문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는 한부모 가정이 자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hy는 2월 글로벌한부모센터와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복지 증진을 위한 일자리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언어와 문화 차이로 경제 활동이 쉽지 않은 다문화 한부모 가정의 미혼모들에게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린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로 일하게 된 한부모 가정 가장에게는 별도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유니폼, 탑승형 냉장카트 사용비 등도 지원한다. SK그룹, 이디야커피, 신한은행은 가정 밖 위기 청소년 지원에 손을 맞잡았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 내 갈등이나 가출 등으로 인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을 일컫는다. 이들은 4월 여성가족부와 함께 경기 군포시 경기남부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제2차 다함께 나눔프로젝트’를 열고 총 23억 원을 기부했다. 기업들이 기부한 후원금은 △찾아가는 청소년 마음 건강 지킴이 버스 △자립 지원 적금 및 경제 금융교육 △맞춤형 인턴십 △행복도시락 운영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KT와 함께 대학생 멘토들과 공부할 중고생 900명을 선발한다. 시교육청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대학생 멘토링 ‘랜선야학’ 6기를 다음 달 26일부터 11월 19일까지 20주 동안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랜선야학은 시교육청과 KT가 업무협약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학생 1명과 중고생 3명이 그룹을 이뤄 원격으로 멘토링을 진행한다. 학습 의지는 있으나 자기주도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2020년 10월부터 시작됐다. 6기 참여 대상 학생은 중1~고2이며, 총 900명을 선발한다. 학교를 통해 3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국어, 수학, 영어 중 1~2과목을 선택해 일주일에 4시간 씩 대학생 멘토와 함께 온라인으로 만나 공부하게 된다. 6기부터는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실시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인 ‘크루디’가 도입된다. 크루디는 AI를 활용해 참여 학생의 집중도 데이터를 분석해 멘토에게 제공한다. 실시간 퀴즈, 학습 피드백, 학습 질문방, 멘토링 일지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건강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해 교육 격차를 최소화하고 학생 맞춤형 수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2025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고2와 2026학년도 대입을 치르게 되는 고1 학생을 위해 진로진학 설명회를 연다.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은 학생의 진로 희망과 적성에 맞춘 맞춤식 진로진학 설계 지원을 위해 다음 달 1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2023 고1·2 학생·학부모 대상 진로진학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설명회에서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진로진학 설계 △교육과정의 이해와 진로 연계 과목 선택 △2025, 2026학년도 대입 전형의 이해와 대비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고2 학생들이 치러야 할 2025학년도 대입부터는 147개 대학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평가에 반영되고, 연세대를 포함해 17개 대학에서는 수능 선택과목 필수 반영이 폐지되는 등 입시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설명회는 서울 소재 고교 1·2학년 학생, 학부모,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다음 달 2일 오후 7시까지 선착순으로 아래 온라인 링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면 다음 달 16일 유튜브 ‘서울교육 쌤TV’에서 설명회 전체 영상을 볼 수 있다. 교육연구정보원은 이와 함께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등을 반영한 진학지도 자료집을 다음 달 14일까지 보급할 계획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올해 서울대 이공계(자연대, 공대, 의치약학 포함)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기초 수학시험에서 40%가 넘는 학생이 1학년 정규 수업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학력 미달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수학 학습량을 줄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도를 낮춰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대로 가다간 고급 인재 양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가 2023학년도 신입생 수학 특별시험을 치른 결과 응시생 1624명 중 ‘기초수학’과 ‘미적분학의 첫걸음(미적분학)’ 수강 대상자로 분류된 학생은 679명(41.8%)이었다. 고급수학 대상자는 149명, 정규반 대상자는 796명이었다. 고급수학과 정규반은 고득점자, 기초수학과 미적분은 저득점자로 분류된다. 서울대는 2015학년도부터 특별시험 성적으로 신입생을 네 개 반으로 나눠 왔다. 서울대에 따르면 기초수학과 미적분학 수강반 학생들은 고교 수학 과정을 다시 공부해야 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다. 문제는 수학 기초가 부족한 신입생 비율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는 점이다. 기초수학과 미적분학 수강 대상자 비율은 2022학년도에 30.3%였으나 올해 11.5%포인트 늘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A 교수는 “그동안 학습 부담을 경감한다며 수학 학습 범위를 축소시켜 온 데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이공계 학생들도 미적분, 기하 중에 하나만 배우고 대학에 오다 보니 수학 지식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수학 미달’ 서울대 신입생 1년새 12%P 급증… “통합수능 영향” 42%가 ‘수업 못들을 수준’ 통합형 수능, 미적분-기하중 택일… ‘수학 부담 덜기’ 고교 학습량도 줄여“고교학점제 도입에 의대 열풍까지… 이공계 수학 수준 저하 악화 우려” 교육계에서는 수학 기초가 부족한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 중 하나로 2022학년도에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목된다. ‘미분과 적분’(미적분) ‘기하’ 등은 대학 이공계 학문의 기초를 이루는 분야인데,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뒤로 고교 이과 학생들이 둘 중 하나만 공부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수학 학습 부담 경감’ 기조가 수학 학력 저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습 부담 경감-통합수능이 학력 저하로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수학 특별시험 결과 ‘기초수학’ 또는 ‘미적분학의 첫걸음’(미적분학) 수강 대상자는 2015학년도 29.2%였으나 올해 41.8%로 늘었다. 수학 특별시험 성적(100점 만점)이 △25점 이하인 신입생들은 미적분학 △26∼42점은 기초수학 △43∼76점은 정규반 △77점 이상은 고급수학 수강 대상자로 분류된다. 2020학년도 수능까지는 수학 가형(이과)에 미적분과 기하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이공계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두 과목 모두 공부해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21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는 기하가 아예 빠졌다. 2022학년도 수능에는 기하가 다시 들어갔지만,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시행되면서 이과생들은 미적분, 기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되도록 바뀌었다. 정부는 고교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이유로 20년 넘게 수학 학습 범위를 서서히 줄여왔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초등 1, 2학년부터 적용된 제7차 교육과정은 ‘수학 학습 부담 경감’ 원칙에 따라 수학 과목의 공부량을 줄이고 수준도 낮췄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에는 ‘행렬’이 고1 수학 필수 과목에서 제외됐고, 문재인 정부인 2018학년도에는 고교 이과 수학에서 벡터(기하의 한 영역)가 사라졌다. 서울대 이공계열 B 교수는 “기하는 이공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인데 이걸 모르고 오는 학생들이 수두룩하다”며 “기하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벡터는 인공지능(AI)에서도 많이 활용되는데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에서 기하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전체 응시생의 6.4%에 불과했다. ● 수능서 미적분-기하 빠지나… 수학회 반발 대학처럼 고교생도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하는 ‘고교학점제’가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면 수학 학력 저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에는 고교 3년간 수학 필수 이수 학점이 10학점에서 8학점으로 줄어든다. 수업 시간으로 환산하면 3년간 수학 수업이 약 27시간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고시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교 수학에서 미적분Ⅱ, 기하가 ‘일반선택’ 과목에서 ‘진로선택’ 과목으로 바뀌었다. 쉽게 말하면 고교생이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에서 사실상 제외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능에서도 미적분Ⅱ, 기하가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수학회는 3월 “미적분Ⅱ와 기하를 수능 수학 과목에서 제외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수학회 관계자는 “수능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 과목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의대 열풍’이 장기적으로는 이공계 수학 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수능 수학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은 맞지만, 심도 깊은 수학 연구는 공대, 자연대 같은 학과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2월과 이달 26일 각각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열고 반도체, 디지털, 바이오헬스 등 첨단 분야의 미래 인재를 정부가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에서조차 학생들의 수학 수준이 저하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올해 서울대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글쓰기 시험에서 학생 3명 중 1명꼴로 ‘미달’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서울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글쓰기 특별시험에서 총 응시생 831명 중 266명(32.0%)이 ‘Ⅰ수준’ 성적을 받았다. 서울대의 글쓰기 평가 성적은 Ⅰ·Ⅱ·Ⅲ 수준으로 구분된다. 숫자가 높을수록 점수가 높다. 최하등급인 Ⅰ수준은 글의 일관성이나 명료성이 부족하고 글에서 제시한 근거에 적절한 것과 부적절한 것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Ⅰ수준이 26.0%였으나 1년 만에 6%포인트 늘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모든 단과대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강제가 아니라 자율로 실시돼 신입생 중 일부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단과대별로 보면 자유전공학부는Ⅰ수준 학생 비율이 15.8%로 가장 낮았다. 경영대(21.1%), 인문대(23.4%)도 낮은 편에 속했다. 음대에서 Ⅰ수준 학생 비율(66.7%)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간호대(57.1%), 미대(43.5%), 농생대(40.8%), 치대(40.0%) 순이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초중고 12년 동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했고 이는 곧 글쓰기 능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익숙하고 활자 매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글쓰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국어교사는 “학생들이 긴 글보다는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인과성을 갖춘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경험이 부족해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서울대는 논술 전형이 없어 글쓰기 훈련에 대한 신입생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필수이수 과목인 ‘대학 글쓰기1’ ‘대학 글쓰기2’를 통해 학술 글쓰기에 대한 기초를 쌓게 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적어도 351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확보되는 의사 인력 일부를 비수도권 병원이나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도 검토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4일 제9차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본격 논의한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정원에 대해 복지부는 현행 3058명에서 약 500명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의약분업 이후 줄어든 351명을 증원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2004∼2007학년도에 걸쳐 351명을 감축했는데 이를 원상 복구시키는 것까지 반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의협 내부 분위기다. 복지부와 의협은 늘어난 의대생 중 상당수를 비수도권 거점 대학 등에 배치하고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거나, 흉부외과 등 수술 의사 전문과목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배출 의사 수만 늘려서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그간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400명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의협 등이 집단 휴진에 돌입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사실상 의협 등의 손을 들어주자 의료계에서도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요구에 응하는 대신 5년마다 의료 수요를 다시 평가해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안을 복지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복지부도 이에 화답해 ‘의사 수급 평가 위원회’(가칭)를 꾸리고 필요한 의사 수를 과학적 근거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는 위기의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1곳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해 중점 지방대를 육성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까지 30개 글로컬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비를 따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 간 경쟁전이 최근 격해지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사업 예산이기 때문에 이 결과에 따라 대학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각 지역에 따르면 지자체는 지역 내 대학이 글로컬 사업에서 탈락할 경우 대학 경쟁력이 약화되고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을 우려하며 사업 수주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글로컬 대학에 관내 대학이 한 군데도 선정되지 못한다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대학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은 혁신 과제, 비전 등을 담은 기획서로 선정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차별화된 혁신안 마련에 분주하다. 광주 조선대는 광주 서구와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강원도는 ‘강원형 대학지원 4대 중점사업’ 등에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부산은 시(市), 대학, 지역 기업들이 사업 수주 추진단까지 꾸렸다. 지역 언론들은 “글로컬 대학 선정이 살길이다” 등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통폐합을 논의 중인 대학도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대들이 글로컬 대학 사업에 지원할 경우 ‘공동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대학가에서 이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통폐합 시 글로컬 대학 선정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통폐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국립대 중에는 충남대-한밭대와 강원대-강릉원주대가 통합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북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도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18일 글로컬 대학 사업에 공동 참여 방안을 확정하면서 사실상 통합에 합의했다. 사립대들은 같은 학교법인에 속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통폐합 논의가 나오고 있다. 사립대와 국립대의 선정 비율 등을 놓고도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지역 대학 총장 간담회에서는 “지역별로 국공립대 1곳씩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되는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각 시도에 국공립대 1곳씩을 글로컬로 지정하게 되면 나머지 약 15곳을 놓고 사립대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글로컬 재정 지원(1000억 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사실상 퇴출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우리나라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연간 학생 1인당 교육비 격차가 약 495만 원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4년 사이 이 격차가 300만 원 넘게 확대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는 가운데 국공립대보다 사립대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공립대-사립대 교육비 격차 확대 22일 동아일보가 교육부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기준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국공립대(2084만6000원)가 사립대(1589만9000원)보다 494만7000원 더 많았다. 2017년에는 국공립대가 1659만4000원, 사립대가 1494만1000원으로, 차이는 165만3000원이었다. 불과 4년 만에 격차가 329만4000원 더 늘어난 것.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대학의 지출 중 학교 운영 인건비, 시설비, 도서구입비, 기계기구매입비 등을 더해 재학생 수로 나눈 금액이다. 금액이 높을수록 대학이 학생의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4년제 대학 194곳 중 사립대는 155곳, 국공립대는 37곳이다. 사립대, 즉 ‘사학’이 고등교육에서 국공립대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의 위기는 곧 고등교육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체 자료에 따르면 2012년만 해도 사립대의 학생 1인당 연평균 교육비는 1221만 원으로 국공립대의 1142만7000원(서울대 인천대 제외)을 앞섰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국공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사립을 역전했고 최근에는 사립대가 국공립대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사립대는 대학 재정 수입을 등록금에, 국공립대는 정부 예산에 대부분 의존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22년 사립대학 재정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사립대의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53.5%였다. 반면 국공립대의 의존율은 21.9%로 낮았다. 그런데 15년째 교육당국이 등록금을 동결시켰으니 사립대 위기가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분석 결과 2022학년 기준으로 국공립대 중 ‘충원율 90%’를 넘기지 못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반면 사립대는 35곳(특수대 사이버대 등 제외)에 달했다. 사립대들은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 재원으로는 학교법인이 원활한 대학 운영을 위해 주는 법인전입금과 기부금이 대표적이다. 법인전입금이 전체 수입의 10%가 되지 않는 사립대가 2021년 기준 155곳 중 140곳에 달한다. 경북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건물을 지어 임대 수익을 내려고 해도 지방이라 사람이 없어 공실이 되기 일쑤”라고 호소했다. 지방 사립대는 기부금 모금도 쉽지 않다. 수도권 사립대의 수입 대비 기부금 비율은 2.7%(2021년 기준)였지만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1.3%에 불과했다. 충남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업도 수도권 대학에 기부하는 경향이 있어 지방대는 기부금 유치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 급속 악화… “알코올 솜도 아낀다” “알코올 솜도 아껴 써야 해요. 이게 얼마 한다고….” 17일 기자가 경북 경주시 경주대에서 만난 간호학과 재학생 신아름(가명) 씨는 “언제 샀을지 모를 인체 더미(실습용 인형)는 낡아서 한쪽 팔이 빠지고 다리도 너덜거린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간호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교에 있는 주사 실습 장비를 집에 빌려가 연습도 할 수 있지만, 이 학교에서는 그만한 장비가 없다. 학생들은 장비를 학교에 두고 서로 돌려가며 써야 한다. 경주대는 학생 감소와 재정 악화 등으로 2018년부터 교육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됐다. ‘부실대’ 낙인이 찍힌 것. 경주대는 2022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이 30.7%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이후로는 도서관 운영도 잠정 중단했다. 2층 문학자료실 등 일부 시설은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재학생 이모 씨는 “책도 없고 시설도 으스스하다 보니 아무도 도서관에 안 간다”고 말했다. 학생식당 두 곳 중 한 곳은 폐업했다. 남은 한 곳도 오전 11시 반∼오후 1시, 하루에 1시간 반만 운영한다. 4학년 재학생은 “학생 대부분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수업을 듣고 수요일부터는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직원 임금은 약 40개월째 체불된 상태다. 대출을 받거나 적금을 깨 버티던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고 있다. 한 교수는 “죽지 못해 산다”고 했다. 경주대는 2018년 전임 교원이 8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8명으로 줄었다. 당연히 수업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경주대에서 운영하는 교양 수업은 1, 2개뿐이다. 외국인 유학생도 줄어들고 있다. 경주대는 2018년 788명에 달하던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에는 124명으로 급감했다.● 교수들 “내 과 없어져도 학교 생존이 우선” 이는 경주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남 무안의 한 사립대는 올해 초 허위로 신입생을 충원해 국가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학생이 없는데 충원율(80% 이상)을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을 받다 보니 수치를 조작한 것이다. 일부 지방대는 생존을 위해 살길을 고민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2021년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해 출범했다. 부산 동서대도 같은 재단에 속한 경남정보대, 부산디지털대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학과가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자리를 위협받는 교수들도 ‘학교 전체의 생존’이라는 목표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경주대 A 교수는 “내가 속한 과가 폐과될 수도 있지만 학교가 살아야 학생들도 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경주=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4, 5년 안에 우수 학생들이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대신 태재대에 오도록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태재재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교육부로부터 사이버대학 설립 인가를 받은 태재대는 9월 정식 개교를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 4년제 사이버대학이 개교하는 것은 11년 만이다. 염 총장은 “21세기에는 객관적 지식은 인공지능(AI)이나 컴퓨터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리더를 길러야 하는데 현재 대학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학부에서 배워야 할 것은 전공 지식이 아니라 여러 전공을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이라는 것이다. 그는 태재대를 ‘21세기형 학부 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태재대 학생 전원은 곧 서울에 건설될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1학년은 전공 없이 모두 혁신기초학부로 입학해 1년간 인재상에 맞는 6대 핵심 역량을 키우는 훈련을 받는다. 핵심 역량은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주도학습 △소통·협업 △다양성·공감 △글로벌 화합·지속가능성이다. 세부 전공은 2학년 때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AI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중에서 선택한다. 2학년 2학기부터는 일본 도쿄, 미국 뉴욕, 홍콩,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학기씩 생활한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을 하며 각 도시의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해당 국가의 언어를 공부할 기회도 주어진다. 태재대의 모든 수업은 20명 이하 소규모 토론식 강의로 이뤄진다. 별도의 캠퍼스가 없어 수업 대부분은 온라인이나 메타버스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수업 전 개념을 스스로 학습한 뒤, 수업에서는 교수의 지도 아래 다른 학생들과 관련 내용을 토론한다.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추가 공부를 스스로 해야 한다. 평가는 별도의 중간·기말고사 없이 3, 4주마다 제출하는 에세이로 받는다. 전통적인 대학에서의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교수 채용 방식도 바꿨다. 기존 대학은 교수진에 대해 정년을 보장했지만, 태재대의 모든 교수진은 3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염 총장은 “교수의 정년 제도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지금은 안주하기 위한 것으로 변했다”며 “수업도 교수 중심의 대형 강의 방식에서 학생과 함께하는 토론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재대는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세계 유명 대학 출신 교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태재대 1년 등록금은, 외국인 유학생은 2000만 원, 한국인 학생은 900만 원 선이다. 국내 학생 중 소득분위 5구간 이내 학생에게는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입학 전형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올해 신입생으로는 국내 학생 100명, 외국인 1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