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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발표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는 10명뿐이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시작된 ‘탈당 러시’ 이전의 의석수 127석(지역구 106석, 비례대표 21석)을 기준으로 하면 하위 20%는 25명(지역 21명, 비례 4명)이어야 맞다. 비례 4명은 변동이 없었지만 지역구 의원 15명은 어디로 갔을까.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우선 하위 20%에 해당하는 지역구 의원 21명에 지난해 불출마를 선언한 4명(문재인 최재성 김성곤 신학용 의원)을 포함시켰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이들은 평가 항목 중 여론조사(35% 비중)를 실시하지 않았고, 여론조사 점수는 0점이라는 것. 여기에 지난해 평가 항목 중 당무감사를 거부해 역시 평가점수가 현저히 떨어진 황주홍 유성엽 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탈당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2일 전에 탈당한 안철수 문병호 김동철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 역시 여론조사가 0점이라 포함됐다. 여기에 추가 탈당 의원 중 6명이 하위 20%에 추가로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즉, 컷오프 대상에 탈당 의원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탈당 의원 중 12명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저지하면서 테러방지법이 언제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지가 관심사다. 국회법 제106조의 2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은 더 이상 토론을 하겠다는 의원이 없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 종결을 의결했을 때 끝난다. 이날 현재 재적 293석이므로 17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새누리당 의석은 157석뿐이다. 표결로 무제한 토론을 끝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국회법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까지 계속할 수 있다. 더민주당이 본회의장 연단에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토론할 의원들을 세울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테러방지법은 표결 처리된다. 여야는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보내기로 돼있는 25일을 눈여겨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제한 토론을 끝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국회의원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기 전까지 국회법에서 필리버스터를 허용했다. 1964년 4월 국회의원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0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안을 막으려고 필리버스터를 8시간 넘게 했다. 미국은 발언내용에 제한이 없어 전화번호부나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제에 관해서만 발언해야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있지만 말하지는 못하지. 그걸 말했다가 여당이 가져다 쓰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했다. 정말 대책이 있지만 그런 우려가 있어 내놓지 못한다고 정색하며 말한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환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북한의 폐쇄 조치가 이어졌지만 야권의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더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 아니냐”는 북한 정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발언이 있었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언사들이 잇따랐다. 정점은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전격적으로 폐쇄하면서 남북 관계를 근본적 위기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한 발언이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주체도 틀렸고, 핵실험을 한 북한이 아니라 그에 강하게 대응한 박근혜 정부에 위기의 책임을 물었다. 다른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햇볕정책을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고, 김 대표가 영입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실리적인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당도 더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더민주당) 영입 인사들이 서슴없이 개성공단 폐쇄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물론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같은 보수적 견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렇다고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야권이 지금처럼 강변할 수도 없다. 현실은 햇볕정책으로도, 보수적 강경책으로도 북핵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앞으로도 어느 한 방식이 주가 되는 대북정책은 현실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측면에서 제4차 북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야권의 대북정책에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설마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쏘겠어?’ 하는 기존의 전제를 야권이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발은 야권이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을 다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보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자는 것이다. 야권이 갈라진 채 4·13총선을 맞게 되면서 햇볕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교조화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새누리당 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조건부 핵무장론’에 이어 16일엔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쓰인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핵에 대비해 적어도 언제든지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미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협의할 때 핵 재처리 논의도 함께 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지난해 4월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전날 원유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조건부 핵무장론’을 주장하자 김무성 대표는 “당 차원의 결정이 아닌 개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정책위의장의 주장은 핵무장론에 대한 역풍을 비켜 가면서도 핵 능력을 갖추고 포화 상태의 핵 폐기물 처리라는 명분과 실리를 얻자는 ‘핵 주권론’으로 원 원내대표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야권은 일제히 여당 일각의 ‘조건부 핵무장론’을 “포퓰리즘”, “시대착오적”이라며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한 쇼비니즘, 시대가 가 버린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핵무장을 선언할 경우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권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 핵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며 “여당의 핵무장론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정권의 존립마저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 13일로 4·13총선이 딱 60일 남았다. 총선 결과는 필연적으로 여야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이번 총선은 2017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초전이기도 하다. 승리하는 쪽은 더 큰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다. 패배하는 쪽은 더 깊은 침몰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게 자명하다. 여야는 각자 정치적 생존을 걸고 냉혹한 민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절박한 이는 여야 키플레이어들이다. 총선 성적표에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 대선으로 직행하느냐, 대권 경쟁에서 도태되느냐가 4월 13일 결정된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남북관계로 총선 승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권심판론’과 ‘국회심판론’은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60일간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선 여야 키플레이어 10인의 고민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김무성]대선 ‘무대’ 전초전… 공천 힘겨루기 첫 관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적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지만 ‘상향식 공천’ 원칙을 고수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제 도입, 공천제도특별위원회 및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 등 총선 일정을 진행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마지막 관문인 공관위에서는 현역 의원 솎아내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연일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물갈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 흔들린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는 사라지고 당 내홍의 책임론만 불거질 수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현역 의원을 대거 당선시켜 자신의 대선 기반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김 대표 측은 “현역 의원들이 당선되면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겠느냐. 만약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오히려 전략공천을 통해 ‘내 사람’을 심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최악의 19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20대 국회를 책임진다는 데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결국 총선 결과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김 대표는 풀뿌리 후보들의 승리를 장담한다. 대표직을 맡은 뒤 ‘풀뿌리 후보론’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야권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이뤄진 점도 김 대표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다. 만약 180석 안팎의 대승을 거둔다면 대권을 향한 길은 탄탄대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과반 의석이 깨진다면 차기 당권은 자연스럽게 친박계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경환]손사래 치지만… TK맹주 → 당권 플랜 가동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TK(대구경북) 등을 누비며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총선 이후 ‘TK 맹주→당권’ 플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가 많다.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최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나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예비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쳤다. 한동안 꺼져 가던 ‘진박 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운영 지원 세력을 국회에 최대한 많이 진입시키기 위한 행보다. 당 복귀 후 친박계 신(新)좌장으로 불리는 최 의원으로서도 이번 총선은 당내 입지 구축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TK 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할 경우 친박계를 규합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반면 TK 지역 진박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대거 패할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차기 당권 경쟁에 비상등이 켜지고, 최악의 경우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당권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유승민]‘진박’ 포위 뚫고 생환 땐 TK 차기주자로여권에서 4·13총선에 대한 관심의 한 축은 유승민 의원(전 원내대표)의 생환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이란 구호에 대구 민심이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TK의 권력 지형은 물론이고 유 의원의 정치 생명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구 동을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놓고 겨루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바닥 민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유 의원의 당선은 곧 박 대통령의 패배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경선 관문 통과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 유 의원이 ‘진박’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지지를 얻어 4선 고지를 밟는다면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TK 대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TK 민심과 비박계의 지지를 업고 총선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 의원 측은 “현재는 총선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동시 생환 여부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본인만 살아 와선 세를 키우기 어렵다”며 “총선에서 보여주는 민심의 방향에 따라 정치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오세훈 김문수]吳, 여권 대선지지 2위… 金 “역전승 가능”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결과가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 전 시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선 주자 지지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7.2%로 새누리당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와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를 되찾는다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패할 경우엔 2010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이은 두 번째 좌절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당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마이 웨이’를 택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기 대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적자(嫡子)’를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당선되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TK를 야권에 뺏겼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 전 지사는 “갈수록 대구 정서와 맞지 않는 더민주당 행태가 보이지 않느냐”며 “대구 정서를 점점 더 익히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문재인]화려한 복귀냐 정계은퇴냐, 극과극 갈림길“(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다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박수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당직자가 한 얘기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전 대표는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문 전 대표는 지역을 돌면서 유세하는 게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더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150석)을 저지하고, 현재 의석수(109석) 이상을 얻는다면 문 전 대표는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이 경우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 20여 명도 상당수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확실한 ‘친문’(친문재인) 세력까지 생기는 셈이다.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 원인이 된 ‘야권 분열 책임론’이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도 이미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야권 관계자는 “대표직 사퇴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얼마나 표로 결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철수]대권 바라보는 ‘강철수’ 호남당 극복이 관건창당 직전인 지난달 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명(召命)’을 이야기했다. ‘제3당 창당 작업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과거 다소 유약해 보였던 것과 달리 표정은 무척 단호했다. ‘재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의당이 총선 뒤 국회에서 최소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느냐는 안 대표에게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일이다. 현재로선 안 대표가 다시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안 대표는 자신이 2017년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대권 꿈은 일장춘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안 대표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호남당’이 아닌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의원들은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여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을 흡수하면 1여 2야 구도에서도 수도권에서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간신히 20석에 턱걸이하는 수준의 호남당에 그친다면 안 대표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종인]‘109석 사수작전’ 성공 땐 킹메이커 발돋움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직함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바뀌었다. ‘제1야당의 수장’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해 당에 들어온 뒤 한 달여 동안 그는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흔들리던 당을 안정시키고, 곧바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발 빠르게 임명하며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 노영민 의원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당 운영과 총선 지휘의 전권을 쥐게 된 만큼 총선 결과는 오롯이 김 대표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 기준을 “현행 의석(109석) 이상 획득”이라고 했다. 만약 109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 그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의석에 크게 못 미치거나 국민의당 의석에 밀릴 경우 그의 역할은 더이상 없다. 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친노(친노무현)·486 세력 등의 반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를 자임하며 여야를 넘나들었던 그의 정치 이력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천정배 김한길]千, 수도권 출마설… 金, 야권재편 큰그림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이번 총선이 마지막 승부처다. 당 전체의 총선 결과뿐만 아니라 각자의 총선 결과도 두 사람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정도의 인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현재 국민의당 현역 의원은 17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 또한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3자 필승론’에 기울어진 듯한 안철수 공동대표를 설득해 총선 전에 수도권이라도 야권 연대를 이루는 게 선결 과제다. 그래야 번듯한 제3당이라는 기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총선 이후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당선이다. 낙선하게 된다면 총선 이후 그려질 야권 정계개편에서 김 위원장의 자리는 찾기 힘들어지게 된다. 천 공동대표는 사실상 광주전남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의 바람대로 ‘뉴 DJ’들을 모아 더민주당과의 호남 결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호남’ 대표 주자의 입지가 한발 앞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광주에서 재선(再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그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천 공동대표 측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그의 수도권 출마설이 야권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수사학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 말로만 (통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신이 전날 거론한 ‘북한 궤멸론’에 대한 야권 내 비판론자를 겨냥해 “말로만 통일, 통일 하는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북한 궤멸론’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아무리 대화한다고 하고 평화통일을 이야기해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저렇게 핵이나 개발하면 주민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며 “소련이 그렇게 해서 와해된 것처럼 (북한도) 그렇게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특별히 이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야당 골수 지지층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궤멸’ 발언을 취소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야권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공격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궤멸론 발언은 수구보수 세력의 흡수통일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긴장 완화에 도움은커녕 안보 불안을 가져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궤멸 발언에 대해서 진의를 솔직히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당론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간 교류 협력이 정체성인 야당에서 북한 와해론, 궤멸론이 거론되는 것은 야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라는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또다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이어 갔다. 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맞바꾸자는데,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을 쏜 것”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이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야권이 총선 체제를 본격 가동하면서 예비후보 간 생사를 건 레이스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상대 당 후보를 겨냥한 ‘표적 공천’ 신경전이 치열하다. 각 당 내부에서는 경선을 놓고 현역 의원을 겨냥한 신진 인사의 ‘표적 출마’가 논란이다. 광주의 현역 의원 절반이 탈당한 더민주당은 이들을 겨냥해 영입 인사를 포진시킬 생각이다. ‘영입 성공 사례’로 꼽히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지역과 상대를 물색 중이다. 천정배 공동대표(광주 서을)의 ‘자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용섭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을에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맞붙는다. 국민의당도 ‘맞춤형 공천’으로 맞서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광주 유일의 현역인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을 상대로 김유정 전 의원과 김경진 변호사가 나섰다. 막판 당 잔류를 선언한 더민주당 박혜자 의원의 광주 서갑에는 송기석 전 판사, 정용화 전 이명박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이 각축이다. 양당 내에서는 ‘현역 대 신인’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공천 배제 징계를 받은 더민주당 신기남 의원의 서울 강서을에는 금태섭 변호사가 출사표를 냈다. 5일 신 의원 측은 금 변호사를 비난하는 글을 냈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새누리당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상대로 서울 마포갑에 나갈 수 있다고 하자 이 지역 노웅래 의원 측은 내심 불쾌해한다. 5일 입당한 천준호 전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은 서울 도봉을 유인태 의원에게 도전할 것이라는 후문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는 4일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깨고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킨 지 6일 만이다. 법안이 발의된 지 210일 만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원샷법을 비롯해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40개 법안이 처리됐다. 그러나 이날도 ‘버르장머리’ 등 여야 간 고성과 폭언이 오가면서 ‘무능한 19대 국회’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샷법은 223명(전체 의석수 293석)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더민주당은 의원 61명(전체 109명)이 투표에 참여해 46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이날 처음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당은 전체 의원 17명 중 1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과 원샷법 동시 처리를 주장했던 더민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늦어도 19일까지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4일 오후 원샷법 표결 참여를 최종 결정했다. 앞서 4일 오전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정 의장을 면담한 뒤 “정 의장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자체적으로) 정해 늦어도 12일까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이) 일정 기간을 거쳐 적어도 19일까지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법과 노동 관련 4법, 대테러방지법 등 다른 쟁점법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하는 새누리당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혀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10년 5개월 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이날도 처리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여야가 북한인권법안 문구 중 일부 표현의 위치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본회의 직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 이 원내대표는 ‘2+2’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 및 쟁점법안을 12일까지 합의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씨(54)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놓고 세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외연 확장을 위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권 핵심에서 일하던 장수(將帥)가 이유야 어떻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금기시(禁忌視)돼 온 ‘사람 빼가기’ ‘여야 넘나들기’가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내밀한 자료 들고… 더민주당은 지난해 7월부터 총선을 대비한 인물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 최우선 영입 대상은 주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불이익을 받은 인사들이었다. 그중에는 전현직 검사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자신이 일했던 청와대로부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던 조 씨는 영입 리스트 중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지난해 8월부터 조 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했고, 조 씨는 결국 받아들였다. 조 씨의 더민주당 입당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도 높게 비난하는 건 현 정부에서 그가 했던 업무 때문이다. 조 씨는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과 친인척 관리를 맡았다. 또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청와대 직원을 포함해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내밀한 ‘자료’를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크다. 조 씨처럼 정권의 핵심에 있던 인사가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또는 정권이 바뀐 뒤 상대 진영으로 말을 갈아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정치적 목표 달성의 지렛대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유독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냈다. 김 씨는 “저는 새누리당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정서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자 제명 조치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그를 둘러싼 ‘이중 행보’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치안비서관과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씨도 2006년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 때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 흐릿해진 진영 구분 이들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여야를 넘나드는 인사도 이전에 비해 많다. 정치권에도 ‘이적(移籍)의 시대’가 온 것이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2일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 사람은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다. 김 위원장이 당시 자신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박근혜 정부에서 좌절됐다는 이유로, 이 교수도 자신이 바라는 중도개혁 정치를 위해 당을 옮겼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산의 유일한 더민주당 현역이었던 조경태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국민의당에는 이명박(MB) 정부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정용화 전 대통령연설기록비서관이 입당했고, MB 정부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김봉수 씨도 영입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실리를 찾아다닌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각 정당의 정책이나 이념이 중간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잦아진 이적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만큼 그동안 정치권을 양분해온 보수-진보, 여와 야 간의 진영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정치학)는 “여든 야든 정당의 가치와 비전이 담긴 정강·정책을 살펴보면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며 “정치인들이 과거에 비해 진영을 바꾸는 데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4·사진)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스무 번째 영입인사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의 64번째 생일이었다. 2014년 말 정국을 뒤흔든 이 사건으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입당 회견에서 사건 당시 청와대가 자신을 문건 유출의 배후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없는 것을 만들어 덮어씌우고 탄압하는 건 큰일 날 일이라고 (언론에) 얘기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윤필용 사건’에 비유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 등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숙청당한 사건이다. 윤 전 사령관 등은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후락)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대법원에서 대부분 무죄가 확정됐다. 청와대는 이날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당 입당에 대해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애초부터 저에 대한 비토(거부)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응수했다. 고향 대구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대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 대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은 그를 자신의 “첫 번째 영입인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찾아와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나’라고 설득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더민주당은 그를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의 기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대희 전 대법관이 출마 선언한 서울 마포갑 출마가 거론된다. 조 전 비서관에게서 ‘청와대 문건’을 건네받았던 박지만 EG 회장은 “평생 공직에 있던 사람이 식당이나 하면서 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양식이 있으니 정파적인 의도로 누나(박 대통령)를 힘들게 하거나 생채기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에선 조 전 비서관이 ‘정치적 희생양’ 이미지를 기반으로 평소 갖고 있던 권력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당 내부에서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국회에 입성한 권은희 의원처럼 “박 대통령에게 반대만 하면 공천을 주느냐”는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일 자당 소속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켰다. 최근 국회 ‘입법 마비’ 사태의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원샷법’ 처리를 무산시킨 지난달 29일 이 위원장은 예정돼 있던 법사위를 아예 열지 않았다. 하지만 야당이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처리까지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 金, “경제 세력들이 나라 전체 지배”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난 며칠 사이 마치 원샷법이 없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오늘날 이렇게 이른 것처럼 묘한 반응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깬 데 대한 비판을 원샷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덮은 것이다. 그는 이어 “과거부터 우려했던 상황이 우리나라에 전개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경제 세력들이 은연중에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가 특정 세력들의 영향력에 한꺼번에 쏠려서 (입법을) 결정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게 다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샷법이 경제 주체 중 대기업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면서 자신의 경제민주화 담론을 편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원샷법 처리 자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선 비대위원은 “원샷법은 권력이 재벌로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처리 합의를 깬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등을 처리하려고 할 때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단식하고 그랬다”며 “우리도 박근혜식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코너’에 몰린 이종걸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원샷법 처리 합의를 할 때 선거법을 함께 타결짓기로 구두 이면합의를 했다고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당 핵심 관계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지난달 23일 합의문 어디에도 선거법 논의 내용은 한 글자도 담겨있지 않다. 합의 파기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순리”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부 기류 때문에 김 위원장이 당내 강경파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원샷법 처리 자체에는 반대할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합의를 했으니 통과를 해주는 것은 틀림없다”며 “국회 (공직선거법 논의) 진행 과정의 하자를 시정해서 같이하자는 것이 제 주장인데 왜 이렇게 이상한 반응을 보내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원샷법 처리에 동의하지만 선거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입법 사태가 지지부진하게 가는 것도 여당이 지나칠 정도로 자기 입장만 호소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새누리 “원샷법만 통과는 안 돼”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 의장 면담 직후 “일방적으로 야당이 파기해버린 여야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지켜야 한다”며 “더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여야 회동) 자리에도 안 나갈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원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비공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노동개혁 4법을 포함한 쟁점 법안에 대해 최종 의견을 조율한 뒤 이날 오후 여야 협상에 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여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민동용 mindy@donga.com·강경석 기자}
국회가 또 공전(空轉)이다. 합의는 파기되고 책임 떠넘기기만 남았다. ‘최악의 국회’로 불리는 19대 국회 4년 내내 반복된 행태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깨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무산시킨 뒤 주말 동안 여야 간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국회를 마비시킨 다음 날(30일) 광주로 내려갔다. 당을 떠난 호남 민심을 되돌리느라 정작 합의 파기에 분노하는 전체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참여한 국민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1일 광주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진행돼 온 여야 협상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가 없다. 그러므로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바도 없고 특별한 입장도 없이’ 원내대표 간 합의까지 마친 법안 처리를 단번에 무산시켰다는 얘기다. 더민주당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던 합의 파기에 대해 공식 유감 표명도 없었다. 김 대변인은 “원샷법이 하루 이틀 미뤄진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당은 김 위원장의 선(先)사과를 요구했고, 야당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맞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제 정 의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을 경우 법안 처리는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경제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국과 일본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은 극단적인 경제활성화 조치들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넋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김창덕 기자}
“꼴이 말이 아니다.” 전화기 너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29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이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합의한 내용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27일 발표된 비대위원 인선에서 제외된 데 이어 두 번째 ‘시련’이다. 이날 더민주당 의원 총회는 이 원내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협상하면서 아쉬운 면이 좀 있었지만 김 위원장과 의원들이 면전에서 협상을 문제 삼고 뒤집은 건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파기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을 (법제사법위원회의) 숙려 기간 없이 처리해줄 수 있느냐고 이상민 법사위원장에게 물으니 ‘불우이웃돕기 기간이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며 “내가 불우이웃”이라고 했다. 전날 당 비대위원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원내대표가 탄핵당한 게 맞다”고 했던 이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 사퇴의 기로에 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굴욕’을 당한 이 원내대표가 사퇴와 탈당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김 위원장과 박영선 변재일 의원 등 비대위원이 참석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민동용 기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26일 오전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낙상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사는 이날 사저에서 일어서다 엉덩방아를 찧어 골반뼈에 금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고관절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으로 통증이 있어 요양이 필요한 상태”라며 “(퇴원 시기는) 경과를 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여사는 지난해 말에도 침대에서 일어나다 넘어져 갈비뼈 4개에 금이 가고 왼쪽 엄지손가락이 부러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출마 보장 입당설’이 나돌던 김 전 대통령 3남 홍걸 씨는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홍걸 씨는 지역구로도,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저희가 특별히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입당) 발표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의 입당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우리 당이 영입을 발표한 인사들은 모두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해서 영입한 분들”이라며 “단 한 분 예외가 김홍걸 박사”라고 설명했다. 한편 더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금태섭 변호사는 27일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한다. 금 변호사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의 ‘입’으로 불렸다. 강서갑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아 사실상 공천이 배제된 신기남 의원의 지역구다. 국민의당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전북 전주덕진 출마를 선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공천 조건 1번은 정체성이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되고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당권을 장악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정체성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도를 지향하던 경제통인 김진표, 강봉균 의원은 후보자 공천을 위한 경선 기회도 못 잡을 뻔했고,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은 경선에서 아예 배제됐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보고 나니 정체성이란 이른바 민주화운동 경력과 ‘싸가지 없는 진보’를 뜻하는 것으로 대략 파악이 됐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과 그해 18대 대선에서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패했다. 더민주당이 올해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체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지 못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셔오는’ 순간, 정체성과는 결별한 셈이다. 1980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되고 광주에서 참극이 벌어지고 있을 때 서강대 교수였던 김 위원장은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방조했던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2004년 국회에 또 들어왔다. 김 위원장의 행적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건 아니다. 다만 더민주당이 4년 전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면 그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2주가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온전히 자리를 지켰을지 의문이다. 운동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지정곡이 돼야 한다며 3년간 피를 토했던 광주의 모 의원은 아무 말이 없다. 재작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경력의 이상돈 명예교수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고자’ 했을 때 결사반대를 외치며 연판장까지 돌렸던 친노·운동권 의원 54명도 조용하다. 그들을 질책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의 ‘눈치 행보’가 오히려 야권의 미래, 아니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는 올바른 행동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다시 강조하면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케케묵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용도 폐기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기존 잣대로는 ‘반민주’ 인사임에 틀림없는 ‘당 대표’를 모시고 그런 전략을 내세운다면 정신분열에 가까운 자기부정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 대결만이 남았다. 물론 야권통합 또는 선거연대라는 변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총선 직전에나 성사될 확률이 높다. 그동안이라도 써먹을 수 있는 총선 전략은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는 것이 유일하다. 여기에 양당 독점체제 타파를 내세운 국민의당이 정책 위주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고 천명하기까지 했다. 더민주당이 정책 개발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선장이 되고, 선원들은 미필적 고의로 이를 묵인하는 묘한 상황이 야권 정치를 업그레이드시킬지 모른다. 김종인의 역설이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지지율 하향세와 당내 갈등설로 국민의당(가칭) 안철수 의원이 시련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24일 인천시당 창당대회에서 “모든 대권 후보분들에게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와서 주인이 돼 달라. 총선이 끝난 뒤 정권교체를 위해 여러 좋은 대선 후보의 선의의 경쟁이 우리 당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호남권 신당 추진 세력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은 물론이고 정치 참여를 고민 중인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안 의원은 또 당내 현역 의원들을 향해 “저 당(더민주당)을 나설 때 어떤 각오였는지, 초심을 생각하며 함께 나가자”며 “기득권을 포기하고 헌신해야 한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을 탈당해 합류한 현역 의원들과의 ‘내부 싸움’도 만만치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내에서는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다음 달 2일 중앙당 창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과 호남 신당 세력과의 통합 목소리가 높아진다. 제3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교섭단체 구성이 필수인 만큼 통합 전이라도 천정배, 박지원, 박주선 의원 등과 협력해 교섭단체부터 먼저 만들자는 얘기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창준위는 이날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교섭단체 구성이 목표가 아니라고 수차례 밝혔고 야권 통합도 ‘선(先)창당 후(後)통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야권 통합이 ‘호남 내 통합’에 그치는 데다 그 자체가 혁신으로 비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인천시당 창당대회에서는 내부 불협화음도 불거졌다. 인천시당 공동창당위원장을 맡은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은 최근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라는 내용의 김관영 의원 문자메시지 사건을 거론하며 “제가 아는 안철수계는 정권교체 희망 하나로 풍찬노숙하고 고생해왔다. 이런 분들에게 계파의 딱지를 붙이면 우리는 출발부터 흔들린다”고 말했다. 안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소장 측 한 인사는 행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인천 지역 탈당파 의원들이 전국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현재 인천 국민의당은 명백히 도로 민주당 분위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한상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문병호 의원 등과 함께 당원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하며 내부 결속을 다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원회를 구성했다. 선대위는 27일 당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겸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결속이 중요하다”며 “여러 갈등 구조에 섞였던 사람들을 봉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선대위원 15명 중 상당수가 당 주류,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속해 잡음이 일고 있다. “당 분열에 책임이 있다”며 당 안팎에서 퇴진론이 일었던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포함돼 문재인 대표 사퇴의 진정성에까지 의문이 제기된다. 위원에는 현역 의원 6명, 전 의원 3명, 표창원 이철희 씨 등 ‘문재인 영입 인사’ 5명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포함됐다. 유은혜 의원은 명단이 발표되자 고사했다. 의원 중에는 김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우윤근 의원과 ‘문 대표 호위무사’로 불린 최 의원 등 5명이 친문(친문재인) 진영에 속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이용섭 전 의원도 친노로 통한다. 손 홍보위원장은 문 대표와 가깝다. 비주류 측은 “선대위에 친노는 없도록 하겠다”던 김 위원장의 계파 해체 의지가 무색해졌다고 반발했다. 한 주류 의원도 “최 의원이 들어간 건 옥에 티”라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나는) 누가 친노이고 아닌지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며 논란을 피해 갔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가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헌신한 최 의원을 직·간접적으로 살피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당초 8, 9명으로 예상되던 선대위 위원 수도 대폭 늘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청년, 노동, 노년을 보강하겠다”며 증원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전력에 대해 “국보위 참여가 뭐가 문제냐”며 “어떤 참여든 후회하는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현역 의원과 기존 안철수 의원 참모진 사이의 갈등설이 도는 국민의당도 이날 주승용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며 수습에 나섰다. 호남 야권 신당세력들의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최근 박주선 의원을 만나 “천정배, 박주선 의원이 먼저 통합을 하면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정 전 의원은 21일에는 천 의원을 만나 “(통합을) 적극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5일 전주에서 열리는 강연에서 정치 복귀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수용으로 ‘급선회’한 배경에는 야당 심판론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설(2월 8일) 전에 여야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타결짓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야당이 또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에 걸려들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확산되고 있는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더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서명 운동에 야당 심판론에 불을 붙이려는 청와대 의도가 숨어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이를 통해 나타나는 민심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따로 회의를 갖고 원샷법 수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어 이 법을 다루는 산업통상위원회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에게 전화해 이 같은 뜻을 전달한 뒤 동의를 얻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18일에 (원샷법 수용 발표를) 준비했는데 여당의 국회선진화법 폐기 시도 때문에 얘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선회’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날 이 원내대표의 ‘삼성 옹호’ 발언도 쟁점법안 타결을 위해 준비해온 프로세스를 따른 거라는 설명이다. 이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의장, 야당 원내대표와의 만찬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책임자를 국회에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신사협정을 맺도록 하자”며 원샷법 수용을 시사했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테러방지법을 비롯한 일부 쟁점 법안의 신속 처리를 내세우며 더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의 국회선진화법 처리 시도를 막아준 정의화 국회의장의 ‘배려’에 대한 성의 표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조속 제정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에서 ‘낙선운동’을 언급해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국회) 상임위가 열릴 때 어느 의원이 어느 부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지를 보고, (협회) 지회에서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달라”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4·13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표직 사퇴 심경과 야권 연대,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소상히 밝혔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국민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서명에 참여한 것에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며 “대통령은 야당과 더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신년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4·13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사실상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총선 승리의 기준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압박하며 거리에서 서명에 참여한 데 대해 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국가의 품격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불과 몇 시간 전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사람 같지 않았다. 전날 밤에도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평소 그는 자신의 연설 내용을 밤늦게까지 수정하며 잠을 설쳤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로 권한 이양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 패배하면 자연스럽게 정계 은퇴” ―사퇴 후에도 막후에서 당 운영과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대표 할 때도 만날 휘둘려서 인사 한번 마음대로 못했는데 막후에서 더 힘이 세질까. 대표직은 그냥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다만, 선거 관련 권한과 일상 당무에 관한 권한까지 모두 선대위에 넘기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질서 있는 사퇴가 돼야 한다.” 더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선대위로 전권을 넘기는 절차를 밟는다. ―오전 회견에선 ‘정권 교체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인 문재인’으로서의 마지막이라는 뜻인가.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저절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여기까지였다고 되는 것 아닌가.” ―자연스럽게 정계은퇴가 된다는 뜻인가.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총선 승리의 기준은 뭔가.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일정한 기준은 없지만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는 야권이 꼭 해내야 할 과제라고 본 것이다. 총선에서 집권 희망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다고 판명난다면 국민들께 면목이 없어진다.” ―총선 승리를 돕겠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울 건가. “찾아야죠. 우리 당 후보를 지원하거나 유권자, 특히 야권 지지자가 많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권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 다 동원해서….”○ “인위적 우(右)클릭 안 해” ―오전 회견에서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는데….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물론이고 국민의당과도 총선 전에 다시 합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연대 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호남에서는 선의의 경쟁, 수도권에서는 연대를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정의당과는 통합은 어렵고 선거 연합 같은 방식이 꼭 필요하다.” ―정의당과의 통합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당 정체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도 왼쪽으로는 정의당 수준, 오른쪽으로는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져야 한다. 중간층을 잡는 게 승리의 길이지만 인위적 우(右)클릭은 오히려 중간층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통합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나. “국민의당을 뺀 나머지 분들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 왔다. 천정배 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 시기다.” 천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모두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당과의 통합과 연대는 없다고 못 박았는데…. “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쪽 기세상으로도 통합, 연대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선거에 다가가면 갈수록 국민은 힘을 모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통합, 연대는 절대 없다’는 얘기는 막 할 게 아니다.”○ “내가 패권을 가진 적 있나” ―안철수 의원이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이 질문에 문 대표의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그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신 대통령 들먹이는 것 좀 그만하죠.” ―안 의원에 대한 서운함은 없나. “글쎄…. 어쨌든 분열한 것만 해도 아프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는 박근혜 정권이다. 선의의 경쟁도 좋지만 이제 서로 헐뜯고 상처 주는 그런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각에선 호남 민심이 돌아선 요인 중 하나로 참여정부 시절 ‘호남 인사 홀대’를 든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호남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어느 정부보다 참여정부 때 호남이 제대로 평가받고 가장 많이 등용됐다. 국가 의전 서열 10위까지 통상 대여섯 명은 호남 인사였다. 지금은 한 명도 없다. 감성적으로 (저를) 반대하니까 그런 것도 깡그리 잘못한 것으로 매도당한다.” ―당내 친노 인사들의 불출마 선언이 있어야 대표 사퇴의 진정성이 입증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거꾸로 묻고 싶다. 내가 패권을 갖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나. 패권을 쥐어본 적도 없는 패권주의가 있나?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누구를) 배제하자고 하는 식의 이야기는 그만할 때다. 서로 대동단결하고 힘 모으자는 이야기를 할 때다.”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주장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진보 전체를 부정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그랬다. 다만 우리 당의 행태는 정말로 낡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낡은 점들을 씻어내지 못한다면 더 유연하고 더 유능하고 더 포용적이고 더 개방적인 진보가 될 수 없다.” ―조경태 의원이 탈당했다. 대표도 불출마 선언을 했다. 부산에 현역 의원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더 만들어 내면 된다. 온라인 입당 시스템으로 10만 명 넘게 입당했다. 탈당의 힘보다 새롭게 입당한 힘이 훨씬 강하다고 본다.” 인터뷰를 마치며 ‘표정이 밝다. 자신감 때문이냐’고 물었다. 문 대표는 “해방됐으니까요”라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당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음 같지 않다. 그래도 조금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절박함 때문이다. 절박함, 간절함이 모이면 뭔가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삿짐을 정리하러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이날, 문 대표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생활을 끝내고 서대문구 홍은동 빌라로 이사했다.정리=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19일경 당 대표직 사퇴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르면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어 20일 선대위 출범과 함께 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실권을 선대위에 넘기는 ‘2선 후퇴’ 형식이 아닌, 완전한 사퇴를 의미한다. 이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역할까지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 친노 진영 인사는 문 대표 사퇴에 반대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 ‘2선 후퇴’가 아닌 ‘사퇴’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해 ‘2선 후퇴’ 대신 ‘사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10명 안팎의 선대위 인선을 마치고 18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선대위 출범 후 대표직 사퇴’를 명확히 해 먼저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문 대표 기자회견 이후까지 선대위 발표를 미룰 예정이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사퇴 방침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회견에는 (거취 등) 정무적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견 시기도 하루 이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고려하는 건 대표와 최고위원이 총사퇴 후 전권을 넘기는 ‘비상대책위원회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과 친노 진영에서는 사퇴 대신 문 대표와 최고위가 전권 위임을 의결하는 지난해 ‘혁신위원회 방식’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현행법과 당헌·당규상 공천을 하려면 당무위 의결을 거친 뒤 당 대표 명의의 공천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의 법적 권한을 놓고 진통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선대위에 친노는 없다” 김 위원장은 “내가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선대위’ 체제의 첫 작품이 친노 일부 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이미 총선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준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칼을 들이대는 것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라고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직후 박병석, 우윤근 의원 등 중도·범친노 의원들에게 선대위 합류를 권유했고, 이날 열린 당 행사에 앞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최근 영입된 인사들에게도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박영선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 대신) 야권통합위원장 같은 것이라도 맡아서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무조건 선대위 (참여) 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최 본부장이 총선기획단장 등 핵심 역할을 맡는다면 문 대표의 사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 영입과 문 대표 사퇴 가능성에 당 내부의 동요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과 함께 탈당설이 돌았던 의원들 중 일부에게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이날 “문 대표가 대표직을 떠난다고 시사한 마당에 탈당이 올바른 길인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공천에 반발하며 당을 떠났던 이용섭 전 의원은 이날 복당을 선언했다. 충청 지역 의원들도 “더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로 결정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민동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