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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성향의 대만 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 1949년 장제스 초대 총통이 국공내전에서 중국공산당에 밀려 대만으로 패퇴한 후 전현직 총통을 통틀어 본토를 방문하는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집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빠르면 이달 말 출국해 미국을 방문한다. 집권 내내 반중 노선을 견지해 온 차이 총통은 미 본토에서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져 대만 내 친중 세력과 반중 세력의 대결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구도 또한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현 총통의 행보는 내년 1월 총통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국민당에서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 지난해 11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주리룬(朱立倫) 주석,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 장 초대 총통의 증손자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 등이 거론된다.● 마잉주 vs 차이잉원 엇갈린 행보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방중 기간 경제수도 상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지였던 후베이성 우한, 가문의 근거지 후난성 창사, 충칭 등을 찾기로 했다. 창사에서는 조상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1911년 신해혁명 유적지, 제2차 세계대전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그는 학생 대표단도 대동해 이들과 중국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20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마 전 총통이 중국에 와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청년의 교류와 왕래 강화는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에 새로운 힘을 더할 것”이라며 협조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2008∼2016년 재임한 마 전 총통은 경제 발전 등을 이유로 집권 내내 중국과 밀착했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 주석과도 만났다. 이는 중국과 대만 지도자의 첫 정상회담이었다. 쯔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빠르면 이달 말 중남미 과테말라와 벨리즈,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그는 방미 기간 중 냉전 당시 ‘강한 미국’을 주창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캘리포니아주의 도서관에서 연설하기로 했다. 이때 매카시 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캘리포니아는 매카시 의장의 지역구로 중국과 대만계 이민자가 상당수 거주한다.● 총통 선거의 美-中 대결 구도 전·현직 총통의 중국, 미국 방문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민진당은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 3개월 전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이 연일 대만에 군사 위협을 가한 게 영향을 끼쳤다. 차이 총통의 반중 노선으로 인한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교역 감소,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제난 또한 민진당의 패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차이 총통이 당 주석직에서 물러났고 내년 총통 선거의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2일 공개된 여론 조사에서 대만인의 61.1%가 “미국, 중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고 답했다. 22.8%만 “미국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민진당 지지 여론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마 전 총통이 중국을 찾는 것을 두고 내년 총통 선거에 사실상 개입해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중국의 의중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친화적인 후보가 집권해야 대만에 이롭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제2의 리먼 사태’ 우려를 낳은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1위 은행 UBS에 인수되며 글로벌 은행 위기의 급한 불은 겨우 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 6개 중앙은행도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SNB의 지원 덕분에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인수 총액은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 원)으로, SNB는 UBS에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7000억 원)의 유동성을 제공해 인수를 지원했다. 이번 발표 직후 미국 유럽 영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은 동시에 성명을 내고 “달러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변경하기로 했다”면서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치에 대해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로존 은행들이 미국 달러를 얻기 어려워 위기를 키웠던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고 있지 않다. 20일 장 초반 2,400대를 넘어섰던 코스피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계심이 번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0.69% 하락한 2,379.20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3.01%,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42% 떨어졌다.美 등 6개 중앙銀 “달러공급 매일 점검” 휴일 공동성명 코스피 등 아시아 주요증시 하락… CS채권 상각 손실 등 여진 계속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신속대응”… 22일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촉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6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 강화에 합의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위기 진화에 나섰다. UBS가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특정 금융사가 도산 위험에 직면했을 때 미 달러화를 쉽고 빠르게 공급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각국 중앙은행의 이런 노력에도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 증시에서는 금융주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시장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 또한 금융주 주도의 하락장이 초반에 나타나고 있다.● 美 22일 기준금리 결정 주목 연준과 ECB를 포함해 스위스 일본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은 일요일인 19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기존 체결된) ‘달러 유동성 스와프 라인’ 협정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20일부터 기존 7일 만기 기반 운영을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완화하는 ‘유동성 방어벽’ 역할을 해 가계와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스와프 협정은 환율 안정을 위해 협정 체결국 중앙은행들이 일정액의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해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각국에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때에 안전장치로 쓰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비롯된 미 중소형 은행의 위기가 세계 금융업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것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우려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0일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SVB에 대해서도 분할 매각 등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CB 또한 위기가 닥치면 유로존 은행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국의 발 빠른 대응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적극적이란 평을 얻고 있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TV에 “우리가 본 적 없는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 각국이 ‘겹겹의 관료주의’를 차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의 관심은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결정에 쏠리고 있다. 연준이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 과제인 금융 안정을 위해 고강도 긴축 경로를 조정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CS 채권 보유자 손실 등으로 2차 혼란 우려 ‘글로벌 은행 위기’ 공포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등판했지만 여진이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 CNBC에 따르면 CS와 UBS 주가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에서 20일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0%, 10% 하락했다. CS 채권 보유자들의 막대한 손실도 ‘뇌관’으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7000억 원)에 달하는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이 피인수에 따라 ‘0’으로 상각돼 채권자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달러 대비 유로 및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 미 중소형 은행의 추가 파산 위기, 세계 금융업의 강국으로 꼽혔던 스위스의 위상 하락 또한 시장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퍼스트리퍼블릭, 팩웨스트 뱅코프 등 미 중소형 은행이 비공개로 자본을 조달하려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옥타비오 마렌지 오피마스 컨설팅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의 금융중심지 지위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스위스가 금융업계의 ‘바나나 공화국’으로 평가될 것”으로 우려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하며 국제 자본에 종속된 제3세계 국가를 가리키는 경멸적 표현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연합(EU)이 20일(현지 시간)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20억 유로(약 2조8000억 원)의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가 전쟁 장기화로 물자 부족에 시달린다며 서방에 “155mm 포탄을 신속히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 미국 등 비(非)EU 방산업체가 탄약 제공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탄약 구입에 쓸 20억 유로를 2021년 3월 설립된 약 80억 유로 규모의 ‘유럽평화기금(EPF)’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20억 유로 중 10억 유로는 자국 내 탄약 비축분이나 구매계약 진행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EU 회원국에 지급된다. 나머지 10억 유로는 회원국 전체의 탄약 공동 구매에 쓰인다.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은 탄약을 생산할 방산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프랑스, 그리스 등은 “EPF가 EU 회원국 기금으로 설립된 만큼 반드시 유럽 방산업체와 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회원국은 생산 역량의 한계, 탄약의 질 등을 이유로 비EU 업체도 배제하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방산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을 깜짝 방문했다. 침공 후 그가 러시아 점령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하루 만에 보란 듯이 점령지에 나타나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앞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독일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와 옛 소련의 격전지였던 마리우폴을 찾았다. 이에 82년 전 히틀러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비판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연합(EU)이 20일(현지 시간)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20억 유로(약 2조8000억 원)의 탄약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이 19일 보도했다. 한국, 미국 등 비(非)EU 방산업체가 탄약 제공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이달 초 우크라이나는 전쟁 장기화로 물자 부족에 시달린다며 서방에 “155mm 포탄을 신속히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EU는 탄약 구입에 쓸 20억 유로를 2021년 3월 설립된 약 80억 유로의 ‘유럽평화기금(EPF)’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돈의 상당수 또한 이 기금에서 나왔다. 20억 유로 중 10억 유로는 자국 내 탄약 비축분 또는 구매계약 진행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EU 회원국에 지급된다. 나머지 10억 유로는 회원국 전체의 탄약 공동 구매에 쓰인다. 이를 감안할 때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탄약을 생산할 방산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프랑스, 그리스 등은 “EPF가 EU 회원국 기금으로 설립된 만큼 반드시 유럽 방산업체와 계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회원국은 생산 역량의 한계, 탄약의 질 등을 이유로 비EU 업체도 배제하면 안 된다고 맞선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방산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밤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을 깜짝 방문했다. 침공 후 그가 러시아 점령지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지 하루 만에 보란 듯 점령지에 나타나 전쟁의 정당성과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것이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19일 “수천 명의 마리우폴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가 도시의 폐허와 무덤을 감상하러 왔다”고 맹비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나치 독일의 지도자 히틀러 또한 나치와 옛 소련의 격전지였던 마리우폴을 찾았다. 이에 82년 전 히틀러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비판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6일(현지 시간) 탄소중립산업법과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해당 법안들이 중국 친환경 기술을 겨냥한 견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위 측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및 역내 핵심 광물·원자재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한 두 법안을 이달 내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탄소중립산업법 초안에 따르면 앞으로 특정 국가의 친환경 제품이 EU 내 시장점유율 65% 이상 차지할 경우 해당 제품 사업자는 공공조달 입찰에서 불이익(downgrade)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제품 구입 시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정부 보조금 정책에도 유사한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 법안이 목표하는) 대표적 국가”라고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과감한 보조금 정책을 앞세워 친환경 산업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최대 태양광 제품 생산 국가로, 전체 태양광 패널 및 부품 공급망의 약 80%를 독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럽 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태양 에너지 등이 대체제로 부상하며 EU 내 중국산 패널 수입이 급증했다. 이번 초안에서도 EU 당국은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부품 약 90% 이상이 중국산인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이번 법안이 신(新)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인 ‘녹색보호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공공입찰에 특정 국가의 제품을 제한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차별 금지’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이 결국 친환경 전환을 준비하는 민간 기업이나 납세자에게 더 큰 비용을 전가하는 꼴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개 예정인 탄소중립산업법은 2030년까지 EU 내 필요한 청정기술의 최소 40%를 역내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CRMA의 경우 EU 내 원자재 가공역량을 연간 수요의 최소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5일 “코로나19 펜데믹과 전쟁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독립적’이길 원하면 파트너국과 공급망을 강화·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초안이 법으로 확정되기 위해선 유럽의회의 표결이 필요하다. 최장 2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4일(현지 시간) 새로운 다중 모달(Multimodal) 방식 대규모 언어 모델(LLM) AI GPT-4를 전격 공개했다. GPT-4는 현재 챗GPT에 적용된 GPT-3.5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오픈AI는 GPT-4를 적용한 챗GPT를 유료 서비스 챗GPT플러스에서 우선 공개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검색엔진 ‘빙’에 이미 탑재했다고 밝혔다. 오픈AI가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GPT-4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지를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만 입력할 수 있었던 기존 GPT 3.5와 달리 GPT-4는 사용자가 이미지를 활용해 질문할 수도 있다. 다만 결과물(답변)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텍스트로만 출력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유, 요거트 같은 음식물이 들어 있는 냉장고 사진과 함께 ‘어떤 메뉴를 만들 수 있는지’라고 묻자 사진 속 각종 식재료를 인식한 GPT-4는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메뉴를 추천했다. 전문적 지식 및 추론 능력에서도 GPT-4는 “인간 수준 능력”을 갖췄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기존 GPT-3.5가 미국 모의 변호사 시험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한 반면 GPT-4는 어떤 구체적 훈련 없이도 상위 10% 성적을 냈다.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읽기 및 쓰기 시험과 수학 시험에서도 성적이 가장 높은 사람을 100으로 할 때 GPT-4는 각각 백분위 93과 89를 기록했다. 언어 처리 능력도 향상됐다. GPT-3.5가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할 때 최다 4096토큰(약 8000단어) 분량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GPT-4는 그 8배인 3만2768토큰(약 6만4000단어)까지 기억할 수 있다. 약 50페이지 분량의 대화 내용을 머릿속에 넣고 사용자 질문에 더 적합한 대답을 끌어내는 셈이다. 영어 이외 언어도 더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오픈AI 측은 GPT-4가 한국어를 포함한 26개 비영어권 언어 사용에서 70%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개발사나 사용을 규제한 콘텐츠를 우회해서 내놓는 이른바 ‘탈옥(jailbreak)’이나 비윤리적 발언을 하며 폭주하는 문제도 일부 수정됐다. 오픈AI는 GPT-4가 허용되지 않은 콘텐츠 요청에 응답할 가능성이 GPT-3.5 대비 82% 줄었다고 밝혔다. 사실을 기반으로 대답하는 비율도 기존 대비 40% 가까이 올랐다. 다만 오픈AI는 GPT-4를 바로 실무에 사용할 수 있긴 해도 만능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답을 지어내거나 오답을 옳다고 주장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새 소프트웨어는 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많은 시나리오에서 인간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며 “여전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한계가 많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중국의 테크 기업과 초기 스타트업 등 아시아 테크 업계까지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 시간) 미국의 자금이 중국으로 전달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했던 SVB가 무너지면서 수많은 중국 벤처캐피털 펀드와 스타트업이 곤경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이어 투자 규제까지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중국의 스타트업과 테크 업계가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신생 기업들은 미국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중국 본토로 가져오기 전에 SVB에 예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SVB는 중국 내 바이오·테크 기업들에 특히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SVB 파산으로 홍콩에 본사를 둔 최소 10개 이상의 바이오 기업이 장기 임상 개발 실험에 필요한 수백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을 잃게 될 위험에 처했다고 FT는 전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SVB와 중국 국영 상하이푸둥은행(SPC) 간 합작법인인 SPD실리콘밸리은행(SPD)은 11일 성명을 통해 “SPD 운영은 SVB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테크 중심 은행인 SPD는 SVB와 SPC가 각각 반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 3000곳이 넘는 기업이 SPD와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중국의 은행 규제당국이 지난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해 SVB 지분 인수안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시아 증시는 13일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SVB에 예치된 예금 전액을 보전하겠다는 미국 당국의 긴급 발표에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1.01엔(1.11%) 하락한 2만7832.96엔으로 마감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국 시간 오후 3시 1분 기준 전장 대비 0.37% 하락한 134.35엔에 거래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0% 상승하며 6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1.95% 소폭 상승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초기 스타트업의 ‘돈줄’로 불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유동성 위기설이 등장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붕괴하자 미국 실리콘밸리 내 테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SVB와 거래를 해 온 주요 스타트업부터 아직 투자가 필요한 신생 기업들까지 갑작스럽게 자금 확보의 길이 막히며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돈줄이 마르던 스타트업 내 유동성 위기가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미국 최대 스트리밍 하드웨어 업체 로쿠는 10일 기준 회사 내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의 26%에 해당되는 4억8700만 달러(약 6087억 원)를 SVB에 예치 중이었다. 미국 게임업체 로블록스의 경우 전체 회사 보유 현금의 약 5%에 해당되는 1억50000만 달러(약 1875억 원)가 SVB에 있었다. 예치된 원금 중 얼마나 보전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당장 운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SVB 파산으로 빅테크 기업보다는 당장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 충당이 어려워진 초기 스타트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트업 전문 투자회사 Y컴비네이터가 10일 400여 개 스타트업을 조사한 결과 100여 개 기업이 “30일 이내 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산 직후 SVB를 이용하는 일부 스타트업에서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혼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벤처캐피털(VC)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은 SVB와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리 탄 Y컴비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는 스타트업과 혁신을 10년 이상 지연시킬 것”이라며 “해결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멸종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지난해 11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취약해진 가상화폐 시장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글로벌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은 10일 33억 달러(약 4조4000억 원)가 SVB에 묶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가격 안정화에 필요한 준비금의 약 8%에 해당된다. 이후 11일 USDC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인 장중 0.86달러까지 떨어졌다. ‘1 대 1’ 달러 연동제가 무너지자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는 USDC 관련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하는 실리콘밸리의 전문은행 ‘SVB파이낸셜’ 주가가 9일(현지 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전일 대비 60.4% 급락한 106.04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전 가상화폐 전문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털’의 청산에 이어 금융업계의 추가 악재가 겹치면서 이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 4대 은행주 가치 또한 520억 달러(약 68조6000억 원) 하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미 금융계에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8일 SVB는 17억5000만 달러의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밝혔고 이것이 하루 뒤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SVB는 그간 남는 돈을 주로 미 국채에 투자해 왔는데 지난해 3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보유 자산인 국채 가격이 크게 하락한 여파로 풀이된다. 연준의 거듭된 금리 인상, 미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SVB 같은 소형 은행은 자본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21, 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암시하면서 소형 금융사의 유동성 우려가 더 커졌다.블룸버그통신은 SVB와 실버게이트 사태가 맞물리면서 금융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지됐다고 진단했다. 실버게이트는 주요 거래처였던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을 한 후 대규모 투자금 이탈을 겪었다. 이 여파로 실버게이트 또한 자진 청산을 택했다. SVB에 돈을 예치한 유명 벤처캐피털 또한 자금 인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기업 등 친환경 기업에 미국 등 제3국과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역내 기업이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해 세계 각국의 ‘보조금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산업계에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도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내 공장이 많은 국내 배터리 업계는 보조금 수혜가 기대된다. 반면 생산시설이 유럽에 없는 기업들은 ‘보조금 장벽’에 막힐 수 있고, 한국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 또한 빨라질 수 있어 민관 차원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이전 안 하면 해당 지역만큼 보조금 지급”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2025년 12월 31일까지 기존의 보조금 지급 규정을 대폭 완화한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역외로 투자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해당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이른바 ‘매칭(matching) 보조금’이다.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전지판, 탄소 포집·이용 기술 등 주요 청정기술 관련 기업이 EU를 떠나지 않고 역내에서 투자를 지속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재생수소 등 아직 개발 중인 청정기술에 대한 지원 조건도 간소화하고 한도 또한 높여주기로 했다. EU는 27개국으로 구성된 공동 시장이라 각 회원국이 자국에 진출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 전에 반드시 EU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보조금 심사 과정이 복잡하고 시일도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 혜택을 받는 대기업은 향후 5년간, 중소기업은 3년간 역외로 이전하지 않는 조건이 달릴 것이라고 유로뉴스 등이 전했다. EU는 14일 신규 생산시설에 대한 신속 인허가를 포함한 탄소중립산업법,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핵심원자재법 초안도 공개하기로 하는 등 각종 ‘유럽 우선주의’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올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그린딜 산업계획’이라는 친환경 산업 육성 청사진을 공개했고 이번에 그 세부 내용이 발표되는 것이다. 다만 재원 마련을 위한 EU 회원국의 부담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유럽 보조금 전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아무도 이런 보조금 지급 경쟁을 원치 않는다. 결국 짐은 (EU) 납세자가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韓 기업 희비 교차 국내 기업의 희비는 엇갈린다. 일단 ‘배터리 빅3’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와 SK온은 헝가리,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이미 EU 내 공장이 있는 업체는 보조금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태양광 관련 기업은 보조금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큐셀을 비롯해 규모가 큰 국내 태양광 업체 중에는 EU 내에 공장을 가진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풍력발전 업체들도 유럽에 공장이 없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EU는 친환경, 탄소중립 등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역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라며 “이 흐름이 계속되면 보조금을 많이 주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한국 기업이 옮겨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옛 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의 집권 여당이 해외 지원을 받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러시아식 악법에 반대한다”는 시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집권당이 국내외의 반발에 못 이겨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이후 이어져온 조지아의 반(反)러시아 여론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강제합병당한 우크라이나와 같은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언론-NGO 억압하는 러시아식 악법”미국 CNN 등에 따르면 8일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외국대행기관법’을 철회하라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이 법은 언론과 비정부기구(NGO) 중 연간 수입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지원받는 단체 및 개인에게 ‘외국대행기관(foreign agent)’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금 내역 등을 제출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위반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이 법안은 7일 조지아 의회에서 집권 여당 ‘조지아의 꿈’의 주도하에 1차 독회(심의)에서 76-13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조지아의 경우 3차 독회를 거쳐 법안이 통과된다. 이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집권한 2012년 러시아에서 통과된 ‘외국대리인법’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정치활동에 참여하며 해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들을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해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으며 이후 등록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대했다. 러시아는 이 법을 악용해 러시아의 언론과 시민사회를 억압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출신 비지나 이바니슈빌리의 주도로 창당된 ‘조지아의 꿈’은 러시아에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정당이다. 내각제인 조지아에서 2012년부터 집권을 시작해 현재까지 집권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반러시아 감정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2003년 ‘장미혁명’을 통해 친러시아 정권을 몰아내기도 했다. 특히 2008년 러시아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남오세티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지아를 침공한 이후 양국은 단교했다. 이번 사태는 2014년 대규모 친서방 시위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다. 2013년 1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전격 중단하고 친러시아 노선으로 선회하자 우크라이나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됐으나 러시아가 이를 빌미 삼아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시민 저항에 집권당 법안 철회했지만…외국대행기관법 1차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조지아 시민들은 의회 밖 장벽을 무너뜨리거나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무소속 출신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대에 지지를 표명한다”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을 통해 “EU의 가치와 기준에 맞지 않는 이 법이 최종 통과될 경우 조지아와 EU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집권당은 이에 9일 “(해당 법안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조건 없이 법안을 철회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계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운동가인 헬렌 호슈타리아는 트위터에 “여당 측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 이번 시위는 법안 철회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집권 여당의 친러시아 성향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강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신(新) 패권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중국의 애국주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에 이어 축산업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이익을 주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례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치르고 있는 중국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대표 선출을 불허했다. 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고취하면서 미중 갈등을 버텨낼 힘을 찾고 있는 것이다.● 美, ‘미국산’ 소 돼지 닭 기준 강화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6일 육류, 가금류, 계란 등의 ‘미국산(Made in USA)’ 라벨 부착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길렀어도 미국에서 도축하거나 재포장한 소, 돼지, 닭 등에도 붙일 수 있었던 미국산 라벨을 앞으로는 반드시 미국에서 태어나 사육 도축 가공된 제품에만 부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농무부는 8900만 달러(약 1157억 원)를 투입해 육가공업체 신설 및 설비 확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톰 빌색 농무장관은 “라벨 기준 변경은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육류 및 가금류의 6%가량은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온 외국산이다. 미국산 표기가 된 육류, 가금류, 계란은 전체 12%에 이르나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산이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축산업자들은 소비자 혼란, 제품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원산지 표기 기준 강화를 촉구해 왔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값 상승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은 미 축산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다음 달 재선 도전이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이 축산 유권자를 끌어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이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번 조치도 그에 따른 미 농축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中, ‘이중 국적 전국인대 대표 불허’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중국 당국이 BNO 여권을 소지한 일부 홍콩 인사들의 전국인대 대표 자격을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인대 대표 2900여 명 명단을 확정할 때 홍콩 대표는 36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적어도 1명 이상이 BNO 여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표 자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중국 국적 순혈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홍콩을 통치한 영국은 중국 반환(1997년 7월 1일) 이전에 출생한 홍콩 사람에게는 BNO 여권을 발급해 줬다. 이 여권으로는 당초 영국에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홍콩 통제가 본격화하면서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진 2019년부터 BNO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홍콩인이 크게 늘자 영국 정부는 체류 기간을 5년으로 늘려 줬고 취업 및 시민권 취득까지 허용했다. FT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최소 16만 명의 홍콩인이 BNO 여권을 신청해 10만5200명이 이미 영국에 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하며 BNO 여권 효력을 정지시키는 각종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번 불허 조치는 홍콩에서 지도층에 이어 입법 분야까지 이중 국적을 금지하며 중국 국가주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 본토에서도 이중 국적은 엄격히 금지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가 사무를 다뤄야 하는 전국인대 대표의 정체성 차원에서 BNO는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FT는 BNO 여권 포기 자체가 홍콩인의 중국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되찾은 지 불과 48시간 만에 다시 내줬다고 2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전날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반값’ 신차 ‘모델 2’에 대해 머스크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자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2일 기준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5.85% 하락한 190.90달러를 기록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50조 원 줄었다. 머스크는 오너 리스크 등으로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12월 베르나로 아르노 루이비통그룹 회장에게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내줬다. 이후 약 2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이를 되찾으나 이틀 만에 다시 내줬다. 3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아르노 회장의 순자산은 1870억 달러(약 233조7500억 원), 머스크는 1760억 달러(약 220조 원)를 기록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미국이 주요 7개국(G7) 등 동맹과 함께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는 중국을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자 동맹을 결집해 중국을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백악관을 찾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3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연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무기, 러와 호환 가능해 美 우려 고조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관료 4명 등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비해 대중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7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레드라인’(금지선) ‘게임 체인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중국의 무기 지원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무기 체계가 러시아군과 호환이 가능한 점이 있다. 옛 소련제 무기가 많은 우크라이나군은 서방 무기를 즉각 사용하기 어렵지만 러시아군은 중국 무기를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2021년 5년간 중국 무기 수입의 81%가 러시아제라며 “소총, 전투기, 항공모함 등 중국 군사전력의 상당수가 소련 시대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매년 최소 5회의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무기 체계의 호환이 강화됐고 중국이 수단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소총 등 각종 소련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중국이 무기를 지원하면 미국이 이란, 북한 수준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기에로는 “중국에 ‘러시아 지원과 미 금융체계(달러망) 퇴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 사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2일 의회 연설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은 물론이고 한국 등의 동맹국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대중 제재 동참에는 소극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 ‘리틀 푸틴’ 루카셴코 “中 중재안 지지”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며 ‘리틀 푸틴’으로 불린다. 시 주석은 “전쟁의 유관 국가는 세계 경제의 정치화와 도구화를 중단하고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이 상반기 중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 주석을 접대하기 위한 각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 ‘중국철도건설공사(CRCC)’가 관여한 모스크바 시내 일부 지하철 노선을 보여주며 중국의 기술력을 호평하고 무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 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서방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양 진영에서는 거친 언사를 동원해 상대방을 비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여학교를 폐쇄하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테러의 배후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 인근 파르디스의 카얌 여학교에서 호흡 곤란, 어지럼증, 구토 증세를 호소한 여학생 3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학생들은 독성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직전 썩은 생선 냄새 등을 맡았다고 한다.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처음 파악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콤에서다. 이곳에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3곳의 여학교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은 병원 치료 이후에도 수일간 어지럼증과 팔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며 학교 수업의 온라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이란 내 최소 15개 도시 30여 개 학교가 공격을 당해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당초 “난방 기기 사용에 따른 현상”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가스 테러가 여러 도시로 확산되자 사법 당국은 의도적인 공격 가능성을 인정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유네스 파나히 보건부 차관은 지난달 26일 테러 배후와 관련해 “일부 세력들이 전국의 학교, 그중에서도 여학교를 폐쇄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과거 이란에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성의 교육권을 겨냥한 공격은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히잡 착용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성의 교육권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 가스 테러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은밀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전반에 퍼진 근본주의 사고가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국무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9년을 맞아 26일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탈환을 넘어 크림반도의 수복까지 추진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뜻을 강조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같은 날 “크름(크림)으로 돌아가겠다”며 탈환 의지를 강조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9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의 병합 주장을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6일은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러시아에 저항한 현지인들을 기리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지정한 ‘크름반도 점령 저항의 날’이다. 2014년 2월 26일 수천 명의 크림 주민은 강제병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다음 날 러시아는 크림 의회를 무력으로 장악했고 오늘에 이르렀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사진)은 26일 미 CBS에 출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차 있다. 서방의 정치적 피로가 쌓이면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마치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 언젠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다른 문제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아닌 2024년 미 대선, 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에 치중할 것으로 보고 그때를 노린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5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보가 북핵 6자 회담 때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중재자인 척했지만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미온적이었고 이번에도 러시아 편만 들 것이란 의미다. WSJ는 “6자 회담은 수년간 질질 끌었고 결국 2009년 북한이 회담에서 철수하면서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26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1년을 맞아 다큐멘터리 ‘이어(Year)’에 출연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밀리면서 푸틴 대통령의 취약점이 드러날 것이고 그의 주변인부터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57개국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27위로 평가됐다.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일본(30위)보다 세 계단 높은 수준이다. 21일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는 폴란드였으며 영국과 체코, 노르웨이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산 수입의 9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옛 소련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군사·경제적 지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폴란드는 GDP 대비 경제적 지원 규모가 세 번째로 컸다. 체코 역시 보유하고 있는 탱크의 20%에 해당하는 13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텔레그래프는 “옛 소련 국가들이 전쟁을 계기로 서방 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개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전쟁 이전 대비 8배 늘어난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40% 가까이 늘었다. 이번 평가는 러시아와의 무역,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중화기 제공 등 4가지 항목에 1(소극적)∼4(적극적)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직 러시아 수입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영국 일간지인 텔레그래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57개국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27위로 평가됐다.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일본(30위)보다 세 계단 높은 수준이다. 21일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국가는 폴란드였으며 영국과 체코가 그 뒤를 이었다. 영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산 수입의 97%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특히 헝가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군사·경제적 지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는 국내총생산(GDP) 1%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폴란드는 GDP 대비 경제적 지원 규모가 세 번째로 컸다. 체코 역시 보유하고 있는 탱크의 20%에 해당하는 130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텔레그래프는 “구소련 국가들이 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는 개전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전쟁 이전 대비 8배 늘어난 13억 달러(약1조7000억원)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액이 40% 가까이 올랐다. 이번 평가는 러시아와의 무역,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적 지원, 중화기 제공 등 4가지 항목에 1(소극적)~4(적극적)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아직 러시아 수입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분석에서 빠졌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맞불 연설’에 나섰다.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 중심의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이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확장하고, 그 우산으로 우리를 덮으려 한다”며 “전쟁에 책임 있는 것은 그들이며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러 간 핵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연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전쟁은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자들과 지지자들의 경쟁”이라고 규정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시간 차를 두고 이어진 두 정상의 연설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세계관이 화면 분할이라는 드문 순간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났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냉전 전사(cold warrior)’의 대리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세계가 우크라 편”… 푸틴 “러 패배시키는건 불가능” 美-러 정상 ‘맞불 연설’ 푸틴 “러 핵전력 현대화” 또 핵위협바이든, 서방의 우크라 지지 강조젤렌스키 “中, 러 지원땐 3차대전”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러에 통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 의회 국정연설에서 전쟁 개전 및 확전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이어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올봄 대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를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맞불 연설’을 통해 서방 진영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침략자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강조했다. 신(新)냉전의 양축인 두 정상이 약 1000km 떨어진 유럽 도시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탈냉전 상징 ‘뉴스타트’ 파기푸틴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에 가까운 의회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우크라이나를 찾아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는 매년 초 국정연설을 통해 정국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이라며 “러시아의 핵전력은 현대화됐고 국가 방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또다시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이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에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어 2011년 발효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시험하면 러시아도 핵무기를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뉴스타트를 거부하면서 탈(脫)냉전을 상징했던 양국의 핵 군축 합의가 모두 무효화됐다.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그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결성된 ‘부쿠레슈티 나인’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서는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각각 1942년생과 195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계속 부딪혀 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 대통령)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 대통령)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해석했다.●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전 러에 통보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남긴 각종 후일담도 화제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 이틀 전인 17일 직접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우려해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대신 국내 이동에 사용하는 ‘에어포스 투’를 탔다고도 했다. 백악관이 대통령과 동행한 취재기자 2명에게 보낸 일정 안내 이메일의 제목 또한 ‘골프 대회 지침’이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의 출발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러시아의 격한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사흘 앞둔 21일(현지 시간)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 연설을 갖고 전쟁 개전 및 확전의 책임이 모두 서방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 또한 린 트레이시 러시아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서방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특히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조약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올봄 대공세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지친 자국 여론을 무마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또한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의 ‘맞불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침략자들과의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을 강조했다. 신(新)냉전의 양축인 두 정상이 약 1000km 떨어진 유럽 도시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것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탈냉전 상징 ‘뉴스타트’ 파기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약 2시간의 연설에서 “러시아를 전장에서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했다”고 일침을 날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그는 매년 초 국정연설을 통해 정국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연설을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그것을 멀리 밀어낼 것”이라며 거듭 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 프랑스 영국의 핵무기가 모두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2011년 발효된 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도 선언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를 각 1550기 이하로 줄이고 상호 핵시설을 사찰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의 뉴스타트 거부로 탈(脫)냉전을 상징했던 양국의 핵 군축 합의가 모두 무효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복귀를 원하면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고를 어떻게 할지부터 답하라고도 했다.그는 이날 불리한 전세를 뒤집거나 전쟁 종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서방 제재에도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며 “돈의 흐름이 마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외부보다 국내 여론을 신경 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레이시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또 트레이시 대사에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인력까지 모두 러시아 공격의 합법적 목표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발트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도 주문했다. 최근 미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무어 허쉬는 미국이 러시아를 방해하기 위해 노르트스트림에 고의적으로 폭발물을 설치했고 노르웨이와 함께 터트렸다고 주장했다.20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그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포함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후 결성된 ‘부쿠레슈티 나인’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9개국은 옛 소련의 압제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각각 1942년생과 195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직접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계속 부딪혀 온 냉혈 70대 지도자(푸틴 대통령)와 막 80이 넘은 지도자(바이든 대통령)가 직접 전쟁을 벌이기 직전까지 이르렀다”고 해석했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1일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을 두고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美, 바이든 키이우 방문 전 러에 통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반드시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남긴 각종 후일담도 화제다. 미 언론은 현직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 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점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직접 우크라이나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우려해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대신 국내 이동에 사용하는 ‘에어포스 투’를 탔다고도 했다. 백악관이 대통령과 동행한 취재기자 2명에게 보낸 일정 안내 이메일의 제목 또한 ‘골프 대회 지침’이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의 출발 몇 시간 전 러시아 측에 이를 사전 공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반응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격한 반발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