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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자 10명 중 7명(68.5%)은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의 미온적인 태도(57.1%)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 같은 내용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창업자 200명을 포함해 대기업·스타트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등 900명이 참여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자가 전망하는 내년도 상황은 어둡다. 창업자의 40.5%는 내년에도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37%는 지금보다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정부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요소로는 ‘생태계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35.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지난해 조사 대비 1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어 △규제 완화(18%)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활성화 지원(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 창업자 2명 중 1명(49.5%)은 벤처투자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투자 유치 계획 일정을 바꿨다고 응답했다.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 비용 절감(52%) △흑자 사업 집중(48.5%) △투자 유치 계획 조정(43.5%) △매출 다각화 전략 마련(41.5%) 등을 하겠다고 답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가상자산 은행 서비스 국내 1위 업체인 ‘델리오’의 정상호 대표는 국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1월에 이미 미국에 지사를 냈다. 2년 내 완전 이전을 목표로 잡았다. 정 대표는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업체들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벤처기업 인증이 안 돼 지원을 받지 못할 때도 있으며, 법인 계좌 개설도 어렵다”며 “각종 규제로 인해서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2. 오토바이 배달통에 액정표시장치(LCD)를 달아 디지털 광고를 제공하는 ‘뉴코애드윈드’는 올해부터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진출 협상을 현지 업체와 타진하고 있다. 2019년 규제 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지만 허용 대수가 100대로 제한돼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은행 대출까지 포함해 임원진이 약 150억 원을 투자했는데 규제에 막혔다”며 “영국, 아랍에미리트 등 11개국에선 허용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금지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0월 18일부터 일주일간 국내 스타트업 256개사를 대상으로 ‘지속 성장과 애로 해소를 위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4분의 1(25.4%)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규제로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6.6%가 ‘매우 그렇다’, 18.8%가 ‘그런 편이다’라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가 19.5%, ‘그렇지 않은 편’이 39.5%, ‘전혀 아니다’가 15.6%로 나타났다. 국내 규제로 기업 경영과 신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느냐는 질문에서도 그렇다는 답변이 44.1%로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기업(22.3%)의 배 가까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규제 혁신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바뀐 게 전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성을 내다보고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지만, 멀쩡히 국내에서 사업하던 스타트업이 해외로 내몰리는 건 국내 저변을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뉴코애드윈드는 UAE 진출이 확정되면 광주에 있는 공장을 중동으로 옮길 계획이다. 또한 델리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면 현지 채용을 늘리는 대신 국내에 고용한 직원 50여 명을 일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창업 5년 차 국내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스타트업은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야 하는데 규제 심의가 느리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의 자유도가 높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7년 차 B사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더라도 가이드라인 안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라고 하기 때문에 사업의 확장성이 없어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규제를 ‘권력’으로 여기지 말고 해외와의 ‘규제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경 무역협회 스타트업성장지원실장은 “모든 규제를 한꺼번에 다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기업들이 발전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특히 모빌리티(운송), 디지털 헬스케어(의료), 리걸테크(법률) 등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천천히 풀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뒤늦게 규제를 해소한다면 해외 기업과 출발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원격근무와 재택근무의 시대도 끝날까. 글로벌 크로스보더 HR 서비스 스타트업 ‘딜(Deel)’의 공동창업자인 슈오 왕 CRO(최고수익책임자)의 답은 ‘아니오’다. 동아일보는 컴업2022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왕 CRO를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만나 기업들의 고용과 근무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스타트업 딜은 150여개 나라에서 기업들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해외 인재를 고용하고 각 나라의 법과 노무 규정, 문화에 맞게 인사 관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MIT 출신의 왕 CRO와 알렉스 부아지즈 CEO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월 설립했고, 현재 기업가치 6조 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왕 CRO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딜을 창업할 무렵 샌프란시스코 대기업 대다수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현상을 목도했다고 한다. 왕 CRO는 “코로나19는 재택근무 트렌드를 가속화시킨 것일 뿐”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가고 있는데도 기업 리더들은 재택근무 트렌드를 유지하고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도시, 국가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딜은 올해 4월 한국에 진출했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요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 CRO는 한국에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하기에 적합한 산업들이 많이 발달했다고 짚었다. 특히 그가 주목한 산업은 게임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이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을 누리고 있고, 한국의 아이돌 가수를 비롯해 각종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국가에서 일할 인력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왕 CRO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딜에 의뢰하는 내용은 규모에 따라 다르다.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개발자와 제품디자이너 등 기술인재 채용 의뢰를 많이 한다. 반면 중견기업은 내부 임원이나 이사급 직원을 해외에 파견해 해외지사를 개소하는 데 관심이 많다. 또 중견기업을 포함해 대기업은 해외에서 임원급 직원을 채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왕 CRO는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은 창업 초기에 자신이 만든 제품이 잘 팔릴만한 시장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한국 창업자들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비즈니스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고민하는 등 성숙한 사고를 기반으로 준비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투자금액이 실리콘밸리에 비해 적고, 스타트업들은 내수시장에 집중해서 개발하는 경향이 커 아쉽다”며 “좋은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면 초기에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왕 CRO에 따르면 개발자 채용은 전 세계 기업이 겪는 난제다. 자국이 아닌 해외 개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왕 CRO는 “비슷한 시간대의 국가에 거주하는 인재를 채용해 시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베트남이, 미국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라틴아메리카가, 유럽에서는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러시아, 에스토니아의 개발자들이 각광받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2020년 말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미국에 있을 때보다 최근 3개월 동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훨씬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레이첼 토빈 ‘나오나우’ 대표)“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는 한국의 시장이 가장 성숙돼있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케니스 다르만스자 ‘소울파킹’ 공동대표)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창업 환경은 어떨까.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2022’에는 스타트업 70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창업가가 창업한 해외 스타트업은 ‘나오나우’와 ‘소울파킹’등 단 2곳. 동아일보는 이 두 스타트업의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린 문화 가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숙한 시장은 좋은 바로미터컴업2022 ‘루키리그’에 선발된 미국 에듀테크 스타트업 ‘나오나우’의 레이첼 토빈 대표(29)는 2020년 하반기 서비스를 런칭하고 올해 8월 한국에 왔다. 영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교육열이 높은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토빈 대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와 ‘컴업’ 등을 통해 파트너십,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을 소개받고 협업사 8곳과 계약을 맺었다.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인재도 소개받아 채용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빈 대표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조용히 해야 하고, 마스크를 써야하는 등 미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미국처럼 굉장히 오픈 마인드된 느낌이다”라며 “협력적이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업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컴업2022 ‘로켓리그’에 선발된 인도네시아 모빌리티 스타트업 ‘소울파킹’의 케니스 다르만스자 공동대표(29)는 한국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기술측면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5~7년가량 앞서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뷰티분야도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의 K-뷰티가 유명한 만큼 한국시장을 통해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다고 보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도 많다”고 말했다.●“스타트업 생태계 성숙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필요”초기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한국에서 한창 사업을 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한국 창업 생태계를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컴업2022에 연사로 참여한 ‘쓰리아이(3i)’의 지트 싱 딘사 헤드는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관료주의나 행정절차가 어렵다”고 말했다. 딘사 헤드는 한국 스타트업 벤처 비자의 첫 번째 수혜자 중 한 명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 기업가다. 그는 “최근 OTP 배터리가 소진돼서 교체해야 했는데, 이 간단한 은행 업무를 하기 위해 법원에 가서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2시간가량 걸렸다”며 “형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들이 큰 어려움이다”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또 다른 연사인 ‘셔틀딜리버리’의 제이슨 부테 대표는 고용 측면을 지적했다. 부테 대표는 “한국에서는 어딜 가든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들에게 좀 더 워킹비자를 제공하는 등 고용측면을 유연하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딘사 헤드는 “기업가정신은 불완전하더라도 혁신적으로 도전하며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위험감수)을 하는 것인데, 한국은 확실한 성공 사례가 선례로 있어야 그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 국내 전자책 구독 스타트업인 ‘밀리의서재’는 8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일단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이달 4일만 해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모자금이 줄어도 계획대로 상장하겠다”며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나흘 만에 입장을 바꾼 것. 회사 측은 희망 공모가로 2만1500원 이상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은 여기에 못 미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2.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올 초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신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인력 감축과 자회사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긴급 자금 조달 과정에서 4000억 원 수준이었던 기업가치도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역대 최대 투자액으로 ‘제2의 벤처 붐’을 일궜던 스타트업 시장이 최근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벤처캐피털(VC)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며 유망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절반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기업공개(IPO)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투자 혹한기’를 돌파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기술 기반 창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유니콘 4곳 중 3곳은 ‘내수 중심’9일 스타트업계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24곳 중 75%가 내수 중심 업체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25% 이상인 글로벌 기업 비율은 한국이 7.0%로 영국(18.9%), 독일(18.0%), 일본(17.2%), 미국(9.5%)보다 낮다. 이날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 2022’에서 박재욱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은 “높이 올라갔던 만큼 떨어지는 속도도 빠르게 느껴진다”며 “어떻게 생존해서 다음을 기약할지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물 안 스타트업’으로는 신(新)산업 경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딥테크(deep-tech) 창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스타트업은 경제적 효과가 크다. 해외 매출이 20%가 넘는 스타트업은 평균 매출(58억 원)과 고용(23명)이 내수 스타트업보다 2배가량 더 높다. 스타트업도 좁은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후속 투자나 사업 확장에 더 유리하다. 실제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등 신산업 창업 비중이 13%일 정도로 늘고 있다. 올해 유니콘에 등극한 6곳 중 3곳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 기업이었다. 창업 2년차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개발자 60명 중 10명이 해외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현지의 우수한 개발자를 채용한 것. 이 회사의 AI 팩은 최근 국내 기업의 납품 수주전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꺾고 계약을 따냈다. 거래 전환율이나 클릭률 등이 AWS보다 1.5배 이상 좋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설립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경우도 있다. 올해 기업가치 3조6000억 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1호 농식품 유니콘에 오른 농축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 35개국 작가들이 만든 이모티콘을 5개 언어로 글로벌 2000만 명에게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스티팝’ 등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매출-고용 등 경제적 효과 커하지만 대다수 스타트업은 해외에 진출하기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스타트업 ‘알스퀘어’는 베트남 진출 시 시장 조사에 애를 먹었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현지 진출 기업 간 협의체가 활성화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본 등에 K콘텐츠를 번역해 파는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 관계자는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데 개별 스타트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제2의 벤처 붐을 일구며 정부가 창업지원 정책을 쏟아냈지만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은 극히 일부인 것과 무관치 않다. 스타트업 글로벌 지원정책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로 따로 운영되고 범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 해외 VC 등 민간 지원을 아우르는 체계가 미흡했다. 해외 진출 단계별로 글로벌창업사관학교 등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초기와 중기 투자에 국한됐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글로벌 부문은 아쉽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다음 미션”이라고 했다. ○ 정부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지원 강화”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육성 모델로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나 싱가포르 ‘스타트업 SG’를 주목한다. 스타트업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에 거점을 두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국내외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다각적으로 조성하는 것. 우리 정부도 ‘K스타트업’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대기업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나 인프라를 활용해 5년간 해외 진출 스타트업을 5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기존의 ‘뿌려 주기식 지원’ 대신 매년 초격차 스타트업 300곳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상위 20곳에는 기업당 최대 10억 원의 후속 스케일업 투자를 진행한다. 올해 6조3000억 원 규모인 글로벌 펀드도 내년 8조 원으로 늘린다. 박용순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은 “글로벌 펀드가 K스타트업의 후속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현지 기업들과 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3일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개최한 데모데이 현장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스파크랩의 데모데이는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습니다. 오프라인 데모데이는 3년 만인데요. 요즘 투자 시장 침체기라고 하지만 현장은 데모데이를 보러 온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이날 발표 기업은 △지지큐컴퍼니 △지아이빌리언스 △핸들 △연고링 △제트커머스코퍼레이션 △엑스크루 △스펙터 △스파크펫 △로지스팟 △민트NFT 등 10곳입니다. 기업발표 뿐 아니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토스콘서트 등 세 개의 패널 세션도 마련됐지만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인상 깊었던 스타트업 소개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스펙터요즘처럼 이직이 활발한 시기가 없어서일까요. 인재 검증 플랫폼인 ‘스펙터’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렸습니다. 윤경욱 ‘스펙터’ 대표는 ‘7년 전에도 이 자리(스파크랩 데모데이)에 참여했던 재창업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는데요. 윤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이직은 1106만 건으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기업들은 이전보다 채용을 더 자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구직자들의 애로도 커졌습니다. 면접에서의 합격 여부가 대개 30분 안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펙터에서는 지원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평판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평판은 지원자가 일했던 회사의 대표, 임원진, 인사팀, 동료 등이 작성합니다. 이를 통해 지원자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사내 폭언·폭행 이슈 여부는 없는지, 업무 성향 어떠한지 등 다양한 정보가 담깁니다. 윤 대표는 “만약 (사전에 입력된) 평판이 없더라도 손쉽게 (평판 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며 “평균 1.6일내에 3.8개의 평판이 등록된다”고 말했습니다. ▽연고링스타트업 ‘연고링’은 ‘대학생을 위한 취향 기반 온오프라인 소셜링 서비스 케빈의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 여덟 번의 피버팅(pivoting·사업방향 전환) 끝에 지금의 서비스를 런칭했다고 하는데요. 대학에 입학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현실 문제를 해결합니다.연고링의 특징은 가입 시 인증 절차와 프로필 심사를 거쳐야 하고, 부적절한 일이 발생할 경우 운영팀에 신고를 하면 바로 조치가 취해진다는 점입니다. 또 모임(클럽)을 이끌 리더는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한편, 이용자들은 모임 참석 전 모임 정보와 평가, 참석자들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희원 연고링 대표를 포함해 팀 구성원이 대학생인 만큼 누구보다 요즘 대학생들의 고충을 잘 파악해 서비스에 반영했습니다.양 대표는 “요즘 대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를 학교 익명커뮤니티나 동아리에서 사귀는데, 익명 커뮤니티는 폭행 욕설 성적이슈 등에서 안전하지 않고 동아리는 콘텐츠가 한정적이거나 참석율이 낮아 지속이 어렵다”며 “케빈의 클럽에서는 인증된 유저들이 퀄리티가 보장된 클럽에서 더 다양하고 안전하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지큐컴퍼니‘지지큐컴퍼니’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게임 코칭 플랫폼 ‘지지큐’를 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1억 개 이상의 경기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데이터를 추출·분석해 개인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이용수 지지큐컴퍼니 대표에 따르면 전세계 게이머는 30억 명가량 됩니다. 특히 프로게이머는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3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라는데요.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 유튜브나 트위치에서 타인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직후 자신의 플레이를 복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이 대표는 “애석하게도 실시간 리뷰를 제공하는 솔루션은 전무했고, 전직 프로게이머나 유명 코치에게 1대1 코칭을 받는 것은 매우 비싼데다 이들마저도 취향과 경험을 기반으로 코칭하기 때문에 서비스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습니다.▽스파크펫스파크펫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려인 인구를 겨냥한 스타트업입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온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놀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플랫폼은 △놀로플레이 △놀로스토어 △놀로스퀘어 등 세 가지 서비스로 구성돼있습니다.놀로플레이를 통해서는 수의사의 행동 교육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쉽고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같은 앱 내의 놀로스토어에서는 강아지껌, 고양이 스크레쳐 등 맞춤 상품을 추천받습니다. 또 오프라인 공간인 놀로스퀘어에서는 위탁교육, 미용, 의료, 복합문화공간 등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와 관련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두열 스파크펫 대표는 “미국 최대 온라인 펫쇼핑몰 ‘츄이닷컴’이 (미국 반려동물용품 체인업체) ‘펫스마트’에 인수된 것처럼, 온오프라인 통합 방향은 국내 시장에서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반려시장규모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절된 고객 경험을 연결하고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반려시장 전체를 통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스테파니는 투자 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꿋꿋이 도전해나가는 스타트업들의 소식을 계속해서 전달드리겠습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10주년 기념 데모데이(사진)를 열었다. 오프라인 진행은 3년 만으로 △물류 △커뮤니티 △펫테크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각자의 사업을 소개했다. 이한주 스파크랩 공동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10년 전에는 실패에 대한 비용이 커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 대부분이 창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실패 비용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기업 가치 창출의 핵심: 고객과의 관계, 스토리, 그리고 신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 회장은 “지금은 소나기가 내린다고 봐야 할 상황”이라며 “그동안 갖고 있던 계획이 많다 하더라도 소나기를 피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과 방법론 등이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시장을 좀 더 읽어보고 돈을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반복해도 되지 않는 것, 매일 도전할 내용이 바뀌는 것이 스타트업의 매력입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두나무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37)는 스타트업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 대표와 김수지 쏘카 CIO(38), 임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파트너(35)를 함께 인터뷰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CEO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 졸업생이라는 점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민사고 출신은 흔치 않다. 여성은 더 드물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연구, 대기업을 택한 대부분의 졸업생과 달리 왜 스타트업이란 길을 택한 걸까. 이들은 새로움과 성장, 역동성을 꼽았다. 김 CIO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 지 10년쯤 됐을 때다.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인도의 테크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고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금융권에 있을 때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회사가 성장하면 그 안에서 나도 성장한다는 점이 업계의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임 파트너는 아예 첫 커리어를 스타트업에서 쌓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티몬에 인턴으로 합류했다가 아예 ‘눌러앉았다’고 했다. 당시 홍콩의 한 금융회사에 입사가 예정돼 있던 터라 어머니를 포함해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임 파트너는 “홍콩 회사 취직은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경험할 기회는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에도 대기업이나 금융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매일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는 ‘투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사고에서의 경험이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최 대표는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수학 시험을 본다는 것은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와 경쟁하는 것과 같았다”며 “내가 1등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CIO도 “(민사고에 재학하면서) 자존감을 지키려면 내 무기를 빠르게 포착했어야 했다”며 “남과 비교한다거나 무엇을 포기하기보다는 내 무기를 발굴해 갈고닦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스타트업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자기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파트너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직원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투자도 받고, 주주도 고려해야 해 인생을 진짜 ‘갈아 넣는다’”며 “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나가는 분들과 일하는 것이 보람차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콘텐츠 중에 지식재산권(IP)으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영역이 책인데, 콘텐츠 시장이 디지털 퍼스트로 바뀔 동안 유일하게 안 바뀐 영역이 책입니다.” 최근 서울 마포구 ‘밀리의 서재’ 사무실에서 만난 서영택 대표(56)는 책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밀리의 서재는 누적 회원 수 550만 명의 국내 최대 규모의 독서 플랫폼이다. 지난해 KT그룹 산하 지니뮤직에 인수된 데 이어 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전자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신만의 서재를 꾸려 자신의 독서 활동을 기록하고 이를 다른 회원에게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의 서재를 팔로우해 둘러보기도 하고, 리뷰를 남기거나 책을 추천하는 소통도 가능하다. 서 대표는 “밀리의 서재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일상적 플랫폼’”이라며 “많은 사람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쓰는 시간을 밀리의 서재로 끌어와 ‘책의 유튜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자책은 이미 출간된 종이책을 디지털로 변환해 출간하는 방식이었다면, 밀리의 서재 내 ‘밀리 오리지널’은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한 원고를 종이책으로도 출간하는 방식이다.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대표적 사례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됐는데 밀리의 서재 회원 사이에서 인기가 검증되면서 종이책으로도 출간됐고, 서점가에서는 베스트셀러 5위에까지 올랐다. 셀럽과 작가, AI 등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원작 도서를 드라마 형태로 각색해 연기자와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로 구성한 오디오 드라마 등도 밀리의 서재의 대표적 콘텐츠다. 서 대표는 “음악 시장은 공연, 엔터테인먼트, 팬덤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데 유독 출판 시장이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책을 출간하면서 작가와의 북토크, 책 낭독회, 소규모 공연 등 관련 부대사업까지 하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 대표를 지내던 시절 그는 아동용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를 내놓아 회사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북클럽을 떠올렸고, 확장형 독서 플랫폼까지 생각을 확장시킨 게 밀리의 서재다. 서 대표는 “밀리의 서재가 책을 구매할 때 참고 자료가 되기도 하다 보니 독서를 잘 안 하는 성인들에게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독서가 습관이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밀리의 서재의 주된 구독 연령층은 MZ세대다. 전체 구독자 가운데 60%가 20, 30대다. 그는 “40, 50대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해서 책을 통해 배우려는 욕구가 크지 않은 반면에 20대는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크고 몰입도가 뛰어나 밀리의 서재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회사에서 몇 명 안 되는 50대인 그는 닉네임을 부르는 회사 문화에 맞춰 자신의 닉네임을 ‘밀대’(‘밀리의 꼰대’의 줄임말)로 정했다. 이 별명에는 과거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할 당시 기업의 방향과 문제점에 대해 조언하며 얻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는 “대표 스스로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따르라’라고 하다 보면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맞닥뜨릴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스스로 꼰대라고 생각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것이 회사가 잘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특별한 세 명의 인물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김수지 쏘카 CIO,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임수진 두나무앤파트너스 파트너인데요.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올해 8월 상장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중고거래 플랫폼, 두나무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서 각각 일하고 있는 세 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강원 ‘민족사관고(민사고) 출신 여성’이라는 사실입니다. 민사고 출신이라고 했을 때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엘리트 교육을 받은 똑똑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왠지 이들이 걷고 있는 길도 전문직, 대기업 등 전형적으로 엘리트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밟는 코스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라니…!?’ 대중의 예상을 깨고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 명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민사고가 이들이 스타트업 DNA를 발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 오게 된 계기, 업계에 대한 생각 등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인물별로 정리했습니다. ●민사고 교육환경이 자기주도성·자립심 길러▽최재화 대표일반고에서는 보통 수능 준비에 초점을 맞춰서 공부를 하는데, 민사고에서는 1학년 때 일반적인 교과서 커리큘럼에 따른 공부를 거의 안 했어요. 예컨대 교과서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몇 세기 철학자다’라고 나온다면, 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었습니다. 평생 읽을 책을 고1때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졌습니다. ▽김수지 CIO자기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민사고 교육의 장점이었습니다. 저는 고교시절 국제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학교에 미국 정치세계와 관련된 수업을 개설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이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는 훈련도 할 수 있었어요.▽임수진 파트너민사고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날씨에 상관없이 오전 6시에는 운동을 해야 했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한복을 (교복으로) 매일 입어야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는 교과과정을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구요. 지켜야하고 해야하는 것들이 명확히 있다보니 자가 조절, 자기 훈련 능력이 많이 생겼어요. 부모님도 옆에 안 계시니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생활력도 강해졌죠. 제가 민사고를 다닐 때만 해도 외국 대학에 진학했던 사례가 별로 없어서 시행착오 과정을 겪어야 했어요. 어떤 학교에 지원할지,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해야 할지 등 모든 것들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한 학교에서 다수의 인원이 한꺼번에 지원하면 합격할 확률이 떨어질테니, 친구들끼리 모여서 ‘너는 어떤애인데, 이 학교의 학문 스타일은 너의 스타일과 잘 안맞는다’라며 치열하게 토론하며 각자 지원할 대학을 정했어요. ‘누가 답을 안 줘도 내가 만들어야한다’는게 전제돼있었죠.▽최재화 대표민사고 출신 상당수는 ‘긍정 왕’인거 같아요(웃음).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방에 냉장고가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방법을 고안했죠. 민사고가 위치한 강원도 산의 겨울은 영하로 유지되니까, 운동으로 태권도를 하는 친구들의 태권도 띠로 아이스크림을 묶어 창문에 걸어놨었어요. 이렇게 어느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 길러졌답니다. ●1등 아니라는 깨달음, ‘내가 제일 잘 하는 것’ 찾아 나서▽최재화 대표민사고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전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보니 수학 시험을 본다는 것은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랑 경쟁하는 것이었고, 물리 시험을 본다는 것은 물리 올림피아드 수상자랑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이 친구들을 절대 이길 수가 없었어요. 저는 수학시험을 보면 뒤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결국 다 내려놓고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는 계기가 됐지요. 만약 일반고에 진학해서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잘 못하는 과목까지 만점을 받으려 노력했다면 오히려 힘들었을 거예요. ▽김수지 CIO매 학년마다 일 등하는 친구들은 처음부터 일등을 하고 조기 졸업을 했어요. 저는 중간정도 했습니다. 자존감을 지키려면 내가 잘하는 것, 내 무기, 내 살길 같은 것들을 빠르게 포착했어야 했습니다. 무엇을 포기한다기 보다는 최적화돼서, 내 무기를 내가 알아서 발굴해서 갈고 닦자고 생각했습니다. 남과 비교하는 건 잘 안했어요. ▽임수진 파트너최 대표, 김 CIO 말에 공감해요. 훌륭한 사람들은 참 많아요. ‘난 절대 1등이 아니니’ 나만의 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선택이나 새로운 길에 대해 열려있게 됐어요.●열려있는 마인드가 스타트업 업계로 이끌어▽최재화 대표저는 원래 국제변호사가 되고싶었어요. 대학 입학을 위해 수시 원서를 낼 때는 정치외교학과나 법학과를 지원했어요. 그런데 다 떨어졌어요. 정시 때 점수에 맞춰 상경계열을 지원했는데 합격하면서 길이 바뀌었죠. 경영학을 배우다보니 비즈니스쪽이 재밌어서 계속 배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학을 준비해 하버드 MBA를 이수하게 됐죠.MBA까지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트랙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후에 오비맥주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경험했어요. 그 다음에는 구글코리아에 입사해 유튜브 유저 마케팅을 했고, 그러면서 테크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생겼습니다. 이 분야에 기회가 많다고 느껴 지금 회사인 번개장터로까지 오게 됐어요. 선택을 할 때마다 새로운 길이 열렸어요. ▽김수지 CIO저는 민사고 입학 전부터 미국의 로스쿨을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추후 미국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대학도 진학했습니다. 제가 다닌 대학에서는 일정 이상의 성적(GPA)을 받으면 미국 로스쿨 입학 시험(LSAT)을 안 봐도 추천을 받아서 저희 학교 로스쿨로 진학할 수 있는 특별전형이 있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사나 탐구해보자’라는 생각에 갑자기 휴학하고 NGO단체, 컨설팅, IB, 자산운용사 등 금융계에서 인턴을 했어요. 파이낸스 분야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 적성에 잘 맞았어요. 우연치 않은 기회에 금융계에 발을 들이게 됐죠. 저는 원래 하나를 시작하면 진득하게 하는 스타일인데요. 10년이상 외국계 금융계(IB)에 있다보니 도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쯤 됐을 무렵인 2017년 홍콩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인도의 테크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다양한 고민과 상황을 고려한 끝에 직접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스타트업씬으로 오게 됐죠. ▽임수진 파트너고등학교때는 외교관이 되고싶었는데 대학에서 국제정치랑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빠른 속도로 돈이 오가며 세상이 바뀌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대학을 졸업할 땐 홍콩의 한 금융 분야 회사에 합격했어요. 입사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대학 선배와 친구들이 창업한 회사에 잠시 일을 도와주러 인턴으로 근무했어요. 바로 ‘티몬’이었죠. 대학 다닐 때 사람을 모아서 하는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는데, 재밌게 했거든요. 티몬에 조인해서 일해보니 그때랑 너무 비슷한거예요. 게다가 모의로 하는게 아니라 진짜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가는 환경이다보니 임팩트가 크고 제게 와닿았어요. ‘홍콩 회사에 취직하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지금 나가면 이런 기회가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홍콩에 안 가고 눌러앉았어요. 당시 엄마와 친구들이 제게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한번의 결정을 통해 기회들이 열렸던 것 같아요. 티몬에서는 그렇게 2013년 매각과정까지 함께했죠. 하지만 외국에서 일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미련이 크게 있었어요. 마침 티몬을 인수했던 회사의 직원이 제게 이직 제안을 해서 싱가포르에서의 2~3년 근무를 포함해 6년을 근무했어요. 재직 2년 6개월여만에 라쿠텐에 해당 회사가 인수되면서 저는 그 다음 스텝을 고민했죠. 대기업이나 금융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주변에 많다보니 그것과 연관되면서도 가장 가까운 업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매일 스타트업을 볼 수 있는 ‘투자’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매일이 새로움·성장·자기주도성이 스타트업 업계의 매력”▽최재화 대표하루하루 새롭다보니 어제 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매일 챌린지해야하는 내용이 바뀌는 것. 이런게 스타트업 업계에 있으면서 느끼는 매력이에요. ▽김수지 CIO어떤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고, 그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금융권에 있을 때보다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큰 매력인거 같아요. 결과가 안 좋으면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야 하는 것이 챌린징하면서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외국계 IB에 일하면서 국내외 다수의 M&A, IPO 거래를 자문했는데, 발행사로 와서 직접 IPO, 다수의 전략적 인수 및 투자를 집행해보니 경험치가 무궁무진하게 커지는 느낌입니다. 제3자 입장에서만 지켜보다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도 같이 성장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임수진 파트너스타트업 대표들은 인생을 진짜 자기주도적으로 삽니다. 본인이 창업했기 때문에 원할 때 회사를 그만들 수 없어요. 직원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투자도 받고, 주주도 고려해야 하는 등 인생을 진짜 ‘갈아 넣습니다’. 그 밀도와 집약 정도가 그 어느 직종보다 높다고 생각해요. 항상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가는 분들을 만나다보니 보람차요.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바꾸고, 내가 하려고 한 게 실제 어떻게 현실로 됐는지’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어떤 직업이 이런 사람들을 항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이 업이 되게 특별하게 느껴져요. 이런 환경에 놓여있을 수 있는 것은 되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국내 유명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최근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2013년 출범한 퓨처플레이는 설립자인 류중희 대표(48)가 홀로 이끌어오다 권오형 투자파트 총괄을 이번에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하면서 두 명의 대표가 이끌게 됐다. 최근 서울 성동구 퓨처플레이 사무실에서 만난 권 신임대표(41)는 “사업이 다각화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필요가 생겼다”며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닌 류 대표는 사업 개발에, 회계법인 등의 경력을 거친 나는 투자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퓨처플레이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200여 곳의 누적 기업가치는 약 6조 원.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극초기 딥테크 스타트업을 주로 키워내는 이 회사는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할까. “‘이 사람이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인지 가설을 세우고 10년 이내에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물론 현금흐름을 잘 지키는지,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걸 만들어 내는지, 차별화된 기술을 갖췄는지도 본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를 졸업하고 회계법인 딜로이트 보스턴 등에서 근무했던 그는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과 각 분야의 선배들을 멘티와 멘토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멘토를 구하기 어려워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이 창업의 실패 경험은 헛되지 않았다. “창업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가게 됐습니다. 다양한 섹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창업보다는 투자에 더 마음이 쏠리게 됐습니다.” 그가 몸소 깨달은 창업의 조건은 두 가지다.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확신을 가진 사업 방향성, 공동창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정도의 돈독한 관계의 파트너와 함께할 것이다. “스타트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해도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스타트업 업계에 투자 침체기가 왔지만 권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한다”고 했다. “한국의 전체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퓨처플레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생태계 안에서 훌륭한 창업자들의 네트워크가 깊어지면 강력한 힘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이 사람이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신임대표로 선임된 권오형 각자 대표(41)는 투자 철학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2015년 퓨처플레이에 심사역으로 입사한 그는 2018년 투자 파트 총괄을 맡으며 퓨처플레이의 투자를 이끌어왔다. 미국 메사추세츠대 엠허스트를 졸업하고 회계법인 딜로이트 보스톤 등에서 근무했던 그의 이력을 보면 회계사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우수한 커리어를 밟아온 듯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왔던 그는 자발적으로 베트남 지사로 자리를 옮기고, 퇴사를 해 창업에 도전하고, 미국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기도 했다. 권 대표는 “커리어 방향이 바뀔 때마다 0에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며 “회계법인을 퇴사한 뒤 다시 그때 연봉을 받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나를 알아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과정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딜로이트 퇴사 후 미국 보스톤에 돌아와 시도했던 창업은 그가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창업 아이템은 진로를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과 각 분야의 선배들을 멘티와 멘토로서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 멘티를 모으는 것은 쉬웠지만 멘토를 할만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은 워낙 바쁜데다 초빙 비용도 높아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그는 “창업 후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프로덕트 마켓 핏 문제가 아니라, 내가 창업 할 깜냥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다양한 섹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투자에 더 마음이 쏠렸다”고 말했다. 사업을 접은 뒤 미국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도 권 대표가 투자의 길을 걷는데 영향을 미쳤다. 해당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 간 갈등이 생기면서 결국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CEO 겸 CTO가 퇴사를 하는 것을 옆에서 보게됐던 것. 권 대표는 “CTO가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가 이끌어왔던 사업방식을 살리면서 일을 해야 해서 팀원들의 업무 강도가 정말 심각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그가 몸소 깨달은 창업의 필수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정도의 코파운더(공동창업자)’, 다른 하나는 ‘어떤 외부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확신을 가진 사업 방향성’이다. 물론 공동창업자는 없어도 되지만 사업 방향성은 중요하다. 그만큼 이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창업가가 권 대표의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다고 했다. ‘너무 많아 어느 한 곳 꼽기 어렵다’면서도 그는 조심스럽게 플렉시블 배터리 제조 스타트업 ‘리베스트’와 풀필먼트 스타트업 ‘두핸즈’를 꼽았다. 권 대표는 “카이스트 대학원 출신인 리베스트 대표는 훌륭한 연구 성과를 가진 분이었는데, 연구자에서 창업가로 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두핸즈는 몇 년 전 물류센터에 화재가 나면서 큰 위기를 겪었는데,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보면서 감동과 배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 시장 침체기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권 대표는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퓨처플레이의 투자 기준을 넘어서는 스타트업이라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은 많지만, 퓨처플레이는 특히 ‘1년, 5년, 10년 뒤에는 사람들이 뭐하고 살까’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하는 것 같다”며 “창업가들이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받아야하는 필요성을 느끼도록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27일 AI 챗봇 ‘이루다2.0’을 정식 출시한다. 핵심 기술을 업데이트해 지난해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과 차별 발언 문제를 보완하고 현실감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25일 스캐터랩에 따르면 이루다2.0의 기술 특징으로는 △실시간 생성 AI 모델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미세조정) △포토챗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스캐터랩의 실시간 생성 AI 모델인 ‘루다 젠1(Luda Gen 1)’을 기반으로 대화의 수준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존 이루다는 대화를 할 때 미리 만들어둔 답변 후보에서 적절한 문장을 검색해 사용하는 ‘리트리벌’방식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루다 젠1’은 구체적인 대화의 문맥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문장을 생성한다. 그만큼 창의적이고 생동감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언어 모델의 크기는 약 17배 커지고, 대화의 문맥은 두 배 더 길어졌다. 월, 일, 요일, 현재 시간 등도 학습하고 프로필과 나이, 성별에 따른 관계정보도 대화에 반영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답변할 수 있도록 했다.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Relation Point Fine-tuning)’은 이루다2.0에게 좋은 답변을 가르치는 단계다. 친밀한 친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대화의 법칙을 정의해 ‘루다 젠1’ 생성 모델을 미세조정했다. 대화의 문맥과 상황을 이해하며 주고받는 대화, 텍스트에서 감정이 전달되는 답변, 뻔한 답변이 아닌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대화 등이 이루다2.0의 ‘릴레이션십 포인트’ 대화 법칙이다. 이번 버전에서는 AI 멀티 모달을 적용해 대화 중 오가는 사진을 인식하고 답변하는 ‘포토챗 베타’ 기술도 적용됐다. 대화 중 사진을 보내면 챗봇이 사진의 유형을 인식해 적절한 답변을 한다. 예컨대 이용자가 고양이 사진을 전송하면, 챗봇은 사진 속 고양이를 인식해 ‘길고양이야? 너무 귀엽다’ 등의 대답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진을 보내면 ‘이게 뭐야?’ 수준에서만 반응했다.스캐터랩에 따르면 이달 4~23일 약 3주간 이루다2.0 정식 출시 버전을 테스트한 결과 기존 모델 대비 이용자와의 일주일 대화량은 40% 늘었다. 이루다2.0이 안전하게 대응한 발화 비율도 랜덤 샘플링을 통해 검증한 결과 목표치인 99%보다 더 높은 99.56%를 기록했다.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와 AI 윤리 점검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생성AI 모델로 기술을 업그레이드 했다”며 “단순히 말을 잘하는 AI 챗봇을 넘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AI 친구가 될 수 있도록 ‘관계를 쌓는 대화 능력’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 ‘엑스익스프레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사람 없이 오로지 로봇으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24일 오후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엑스와이지’는 무인 로봇 카페 ‘엑스익스프레스’의 첫 번째 매장을 정식으로 연다고 밝혔다. 바리스타 로봇이 사람 없이 주문부터 결제, 음료 제조, 픽업 등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는 이 카페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고객은 커피와 디저트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할 수 있다. 로봇과 사람 사이에 가림막이 없다는 점은 엑스익스프레스의 큰 특징이다. 다른 무인 로봇 카페는 로봇이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음료를 제조해 마치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는 것처럼 커피를 제공한다. 엑스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카페 운영은 감성과 고객경험이 중요한데, 고객과 로봇 간 심리적 거리감을 최소화해 유인 매장에서와 같은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국내에 소개된 무인 카페 중 이런 ‘오픈형 매장’은 엑스익스프레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가림막이 없어 눈으로 보기에는 로봇이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듯하지만 사람이 대기하는 위치에서 로봇까지 직선거리는 약 1m다. 성인이 팔을 뻗어도 손이 로봇에 닿지는 않는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다양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 기능도 탑재됐다. 예컨대 로봇에게 예상하지 못한 충돌이 발생하면 위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로봇이 후진한다. 매장 내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다. 바리스타 로봇이 주문받은 음료 한 잔을 제조해 제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30초다.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받을 경우 로봇은 컵을 꺼내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한 뒤 우유를 섞는 등의 순서로 음료를 제조한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잔의 음료를 주문받을 경우 로봇은 가장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제조 과정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제조한 음료를 픽업대에 놓은 뒤에는 사람이 인사하는 것처럼 팔과 손을 흔든다. 엑스와이지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무인 카페 시스템을 바탕으로 무인 드라이브스루, 건물 내 배달, 로봇 빌딩 솔루션 등 신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 이번에는 스테파니(‘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를 통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데모데이 현장을 전하려고 합니다.데모데이는 어제(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딥 임팩트(Deep Impact)’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지구의 소행성 충돌 위기를 다룬 1998년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는데요, ‘소행성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혁신과 맞닿아있다’는 취지라고 합니다. 행사장에는 800여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북적였는데요, 스타트업 구성원 외에도 대기업 관계자, 연구원, 학계,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참석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데모데이에서 소개된 스타트업은 12개였습니다. △환경 △디지털전환(DT) △산업 △주거 등 4개의 주제 안에서 각각 스타트업 3곳씩 나와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각 주제에 맞게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트업들이 공개됐는지 살짝 말씀드리겠습니다.▽환경 ―뉴트리인더스트리―인투코어테크놀로지―위미트▽디지털전환(DT) ―랩노트―뒤끝―이너버즈▽산업 ―크라이오에이치앤아이―알티엠―퀀텀캣▽주거―리브애니웨어―홈체크―스페이스웨이비이 가운데 기억에 남았던 스타트업 몇 곳만 꼽아 좀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환경분야에서는 ‘뉴트리인더스트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제로웨이스트 리사이클링 솔루션 기업인 뉴트리인더스트리는 음식물 폐수와 기타 유기물을 곤충의 먹이로 재활용하고, 고부가가치 부산물인 곤충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갖췄다고 합니다. 이 기술이 왜 필요할까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은 연간 13억t인데, 80% 이상이 수분으로 구성돼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나머지 20%인 기타 유기물은 음식물쓰레기 퇴비나 음식물 건조 분말로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시장 가치가 매우 낮다고 하네요. 결국 뉴트리인더스트리의 기술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하면서도 경제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셈입니다. 홍종주 뉴트리인더스트리 대표는 “곤충 대량사육, 공장 자동화, 플랜트 설계, 영업 등 최고의 팀을 구축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며 “내년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200억 원, 2028년에는 300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디지털전환 분야의 ‘뒤끝’도 눈에 띄었던 스타트업 중 한 곳인데요. 뒤끝은 게임 서버 개발 B2B SaaS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서버 기능들을 클라우드 API 형태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게임 출시 후에도 운영의 편의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갖췄다고 하는데요. 권오현 뒤끝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게임을 만들려면 개발자가 많이 필요한데, 유니티(게임엔진)와 뒤끝을 사용하면 한 명이 온라인 게임 제작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거 분야의 ‘홈체크’는 피부에 와 닿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이 기업은 신축 아파트나 매매 건물에 입주하기 전 전문가와 전문 장비를 활용해 하자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건설사에서 지은 새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조금씩 하자가 있기 마련인데요, 일반인들은 이런 하자들을 모두 포착해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홈체크 관계자는 “서울 거주 4000여 가구 중 33%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을 쏟고 있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집값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하자 점검의 중요성은 대부분 놓치고 있다”며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홈체크는 600가지의 표준하자모델을 기준으로 시공상태, 자재상태, 결함 등을 육안으로 점검하고 열화상카메라와 라돈측정장비, 공기질측정장비 등의 전문 장비로 눈에 보이지 않는 하자까지 점검합니다. 또 SaaS 기반 시스템으로 정보를 디지털화해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하네요. 주거 분야의 또 다른 스타트업 ‘스페이스웨이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듈러 건축 기반으로 주거공간을 개발해 공급하는 기업인데요. ‘탈현장공법’으로 공장에서 건축물을 모듈화시켜 빠르고 정교하게 주거공간을 만든다고 합니다. 건축으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폐기물은 20만t, 현장 민원 건수는 17만 건에 달하는데, 스페이스웨이비의 기술로는 기존 건축 방식과 대비해 폐기물 및 탄소를 40%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앞으로 ‘스테파니’ 기획을 통해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스테파니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파란 점이 그려져 있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블루오션의 출발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블루 포인트’(파란 점)라는 단어를 사명에 넣어 2014년 출범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액셀러레이터(AC·창업육성회사)다. 이 회사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9번째 데모 데이(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행사)를 연다. 오프라인으로는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딥 임팩트’. 소행성 충돌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의 위기를 스타트업의 혁신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 회사 이용관 대표(51)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여건 등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지만 반드시 회복하게 된다”며 “상황이 힘들다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극초기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대표 본인이 KAIST 물리학과 박사 출신으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2012년 매각한 후 ‘창업 동지’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테크 특화 AC를 설립했다. 최근엔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일도 활발히 하고 있다. “기술에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사업 관점을 놓치기 쉬워요.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는 애정이 클 수밖에 없고 비효율적인 상황에서도 억지로 그 기술을 쓰려고 하죠. 시장과 고객 중심의 관점으로 딥테크 스타트업의 가치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디지털,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등의 스타트업 255곳에 투자했다. 스타트업은 대개 창업 후 3∼5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게 되는데 이 회사가 최근 3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10곳 중 9곳이 생존해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5억3000만 원, 영업이익은 241억7000만 원이다. 어떤 기준과 안목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이 대표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은 언젠가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베팅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창업가. 창업가의 현실 인식 능력,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수용력,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본다고 한다. 외부 상황으로 인해 아무리 해봐도 안 되는 건 여한이 없지만 창업가의 자질이 부족해 팀이 분열을 일으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 여건이 나쁠수록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 여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미래, 교육, 주거 등의 영역은 공공이 못 푸는 문제가 많아요. 민간에서 실마리를 마련할 여지가 많거든요. 테크 스타트업은 ‘새로운 장르’를 열 수 있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란 우주 스타트업은 저희가 투자할 당시 팀 평균 나이가 21세에 불과했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에 자신들이 만든 로켓을 보내겠다는 꿈이 확실했어요. 그렇게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습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를 통해 독자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 고민하다, 6일 코트라가 개최한 ‘이노게이트 2022’ 행사의 ‘스타트업 해외 진출 전략 포럼’에 다녀와 봤습니다. 에서 다뤘듯, 요즘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날 진행된 6개 세션 가운데 ‘VC투자 빙하기 시대의 해외 투자유치 전략’ 세션에 특히나 눈길이 더 갔습니다. 이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이들은 △Teddy Lui ‘알리바바 Entrepreneurs Fund’ Operations Director △장재희 ‘500글로벌’ 디렉터 △Audun Abelsnes ‘Equinor & Techstars Energy Accelerator’ Managing Director 등 세 명입니다. 여기에 모더레이터로 이기하 Primer Sazze Partners 대표가 참여했습니다. 아래는 약 1시간동안 5가지 질문에 대해 패널들이 털어놓은 주옥같은 이야기를 축약한 것입니다.●투자 시장 경색 속 어떤 전략을?▽Teddy Lui 디렉터초기단계 기업들에 투자하면서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초기단계에 투자하게 되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잠재력이 큰 기업들에 집중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면 더 좋은 투자조건 얻을 수 있지만 이게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결실을 보기까지 적어도 7년, 10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걸 알고 있다. 그래서 초기단계에서부터 투자하면서도 재정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업기회와 자문 등 다른 자원들도 지원해준다. ▽장재희 디렉터500글로벌의 경우 초기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후속투자도 많이 한다. ‘결승선’에 갈 때까지 계속해서 지원해준다고 할 수 있다.우리의 전략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 물론 거시경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경기가 후퇴됐다 하더라도 위축되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창업주들에게는 어려운 시기 견디는 법에 대한 도움이나 자문도 주고 있다. ▽Audun Abelsnes 디렉터우리도 초기단계에 주로 투자 중이다. 매년 10~12개 스타트업들을 우리 엑셀러레이터에 받아들여서 성장 시킨다. 전 세계 모든 스타트업들을 후보로 보고 있다. 특히 관심 갖는 분야는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갖고 있는 기업들, 특히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업계 자체의 판도를 흔들 수 있고, 기존 기업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업들을 찾고 있다. ●어떤 산업이나 섹터를 눈여겨 보나▽장재희 디렉터특별히 선호하는 산업은 없다. 하지만 굳이 골라야 한다면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분야에 좀 관심이 많다. 이 분야는 아직까지도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업처럼 디지털화가 조금 더딘 산업들, 제조업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코리아 펀드는 소비재회사들을 열심히 보고 있다. 마켓플레이스나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니치한 마켓 수요가 있다고 본다. 창업자들도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가능성 뛰어나다고 생각한다.―추가질문) 한국 시장이 SaaS 사업에 있어서는 조금 작다고 보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SaaS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글로벌화를 할 수 있는 산업이다. 언어적 장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극복할 수 있는 정도라 판단된다. 그리고 규모화를 이룰 수 있다. VC들은 성장가능성 있는 회사들이 규모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할 용이가 잇다. 그리고 팬데믹 때문에 많은 게 변했다. 예를 들어 HR SaaS는 우리가 활발하게 살펴보는 분야인데, HR에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 혹은 진화를 조금 더 빠르게 가속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Teddy Lui 디렉터우리도 특정한 산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우리 포트폴리오의 경우 6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I) 로봇 헬스케어 게임 등 다양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난해와 올해는 헬스케어와 바이오텍 기업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아시아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고령화, 인구와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푸드테크 그린테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 분야는 실사를 하고 핵심 기술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관심을 두는 주제라 볼 수 있다. 또 웹3.0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의 웹3.0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Audun Abelsnes 디렉터‘테크스타(Techstars)’도 특별한 산업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에너지 담당이라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성 청정에너지 클린테크 등의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발굴하는 스타트업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탈탄소화의 경우 지금이 가장 좋은 투자기회라 생각한다. 웹3.0과 메타버스도 유망하겠지만 기후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절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Audun Abelsnes 디렉터결국 신뢰 문제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만 근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이 기업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게 된다. 잠재력 있는 성장을 3년 5년 10년 뒤에 하게 될 것인지 계속해서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나 과거에 있었던 좋은 것만 제시해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창업가를 만날 때 세 가지를 본다. 첫째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정직하게 보여야만 한다. 두 번째는 열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개가 중요하다. “Intellectually honest”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신뢰를 사야한다는 의미다. 솔직히 똑똑해야한다. 현실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자기와 맞는 사람을 데려와서 일하기 좋은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열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스케일을 높여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창업가를 만나면 투자하고 지원하게 된다. ―추가질문) 어떻게 그런 창업주들을 알아보나.창업가를 만나서 회의하고 창업주의 발표를 듣다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다. 특히 창업가가 직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고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는지, 문제 생겼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과 관련해 프로세스를 보게 된다. 결국 창업가와 창업팀, 그리고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지를 본다. 특히 여성창업가가 있다면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Teddy Lui 디렉터Audun 디렉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관계는 공정한 기반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가 투명해야만 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만 한다. 나는 창업가를 수개월에 걸쳐 만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래야만 상황을 관찰하면서 정확한 그림을 얻게 된다. 단순히 어떻게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미래전망은 어떤지 등만 보여주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비용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잇는지, 자본을 어떻게 활용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실행 전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준비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장재희 디렉터결국 장기적인 게임이다. 5년 안에 사업을 끝내고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사이 어려움도, 좋을 때도 있고 시장 변동성도 있기 마련이다. 독일에는 ‘나쁜 날씨는 없다.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뿐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생존이 중요한 때라는 것을 자각하고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로부터 계속해서 안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경우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일반 피드백으로 만족하기보다 투자자들과 여러 가지 미팅을 해봐야 한다. 투자자들이 시간을 내서 분석한 결과를 들어야한다. 대부분 피드백을 요청하면 일반적인 수준으로만 받게 된다. ‘우리 펀드는 여러 다양한 성장단계가 있고 다르게 투자한다’는 식의 일반적인 대답에 만족하지 말고 거기에 대해 후속질문을 계속 해서 구체적인 답을 얻어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답을 받다보면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VC들로부터 비슷한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바꾸고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할지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스토리텔링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일반화된 스토리라인은 여러분의 회사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자 눈에 띄어야 한다. VC들은 창업가에게 피드백을 줬는데, 창업가가 ‘피드백을 반영해 이렇게 바꿨다’라고 하면 좋은 신호로 보고 눈여겨본다.●VC 시장에서 후속투자가 축소되고 있다고 보나. ▽Teddy Lui 디렉터우리는 신규투자를 조금 축소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증대하기 위해서다. 이미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회사들이 런웨이를 충분히 연장하면서 후속 단계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폴리오 회사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가치를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계속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경영 비용관리 운영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엄격한 계획을 수립해서 그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플랜B, 플랜C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위기대응에 대한 계획도 충실하게 수립돼있어야 한다.▽장재희 디렉터우리는 후속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이 달성돼야 후속 라운드에서 투자하겠다’라는 목표나 지표를 설정한다. 창업자와 우리가 어떤 방향성을 설정해서 여기에 양측이 다 동의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목표한 지점들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Audun Abelsnes 디렉터우리는 초기 단계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나 기후테크의 경우 자금이 굉장히 풍족하다. 적어도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난 12개월간 굉장히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7조 달러를 이 분야와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햇었고, EU에서도 수소에만 5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와 관련해 협상 조건이 변했다고 보나.▽장재희 디렉터우리같은 경우 계약조건이 변한 건 없다. 지금 시장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됐다고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걸 요구하진 않는다. ▽Teddy Lui 디렉터투자자들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 별로 변한 건 없다. ‘지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비합리적일정도로 밸류에이션을 깎아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은 결국 동등한 관계 맺어야 된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좋은 회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수익을 내는 것이고 윈-윈 상황이 돼야 한다. 창업가들과 친절하게 이야기하면서 양쪽에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udun Abelsnes 디렉터나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지금 내가 여기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 내겠다’고 집중하면 안 된다. 양측에 다 좋아야만 좋은 계약이다.3년, 5년 뒤에 회사의 가치를 높여서 엑시트를 하고 좋은 수익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창업주를 만났을 때 최상의 텀시트보다 약간 적게 받는 것을 권한다. 좋은 네트워크를 갖고 창업주들을 도와주려는 투자자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처음 창업 하는 분들은 그걸 모르고 밸류에이션에 집착하시는 경향도 있다. 그런데 여러 번 창업한 분들은 뭐가 중요한지 알 것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최근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국가표준협회(ANSI)는 인공지능(AI)·메타버스 오디오 전문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기술 ‘LM1(Loudness Management 1)’을 기술 표준으로 채택했다. CTA는 사실상 전 세계 가전사들의 유일한 커뮤니티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채택한 표준은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국내에서 검증받은 시장성으로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갖춰 성장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가우디오랩의 LM1은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음량 편차를 제어한다. 여러 개의 영상·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때 콘텐츠마다 음량이 들쭉날쭉해 갑자기 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져 청력이 손상되거나 불편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가우디오랩은 색다른 접근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기존에는 mp3, mp4 등 각각의 오디오 코덱 안에 개별적으로 음량 평준화 기능을 넣어 왔는데, 가우디오랩은 코덱과 상관없이 플랫폼에 적용하는 콘셉트”라며 “파일 포맷 원본은 그대로 둔 채 별도 부가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음량 평준화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크립토랩’은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도 뚫지 못하는 동형암호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자사 라이브러리에 이 회사의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했다. 해킹은 암호 처리된 자료를 수정하기 위해 암호를 잠시 해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크립토랩의 기술은 작업을 암호화된 상태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 암호 해제 과정이 없다 보니 해커들이 보안을 뚫을 수 없다. 천 대표는 2018년 국제유전정보 보안분석대회(iDASH)에서 겪은 해프닝을 계기로 기술 개발 중심으로 창업한 회사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탈바꿈하기로 결심했다. 해당 대회에서 1∼3위를 비롯해 입상한 모든 팀이 천 대표가 개발한 동형암호 알고리즘(CKKS)을 이용했는데, 정작 천 대표는 4등에 그쳤다. 학계에 발표된 논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금속활자를 가장 먼저 만들었는데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더 유명한 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상용화됐기 때문”이라며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상업화하고 지식재산권(IP)과 특허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매스프레소’의 AI 수학 문제 풀이 앱 ‘콴다’는 베트남에서 가입자 수(1880만 명)가 한국 가입자 수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콴다는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자체 개발한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이 인식해 풀이와 연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지만 소득 불평등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돼 있다”며 “이 때문에 시공간의 제한 없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기업명창업자설립시기직원수누적 투자유치 금액(원)사업 분야가우디오랩오현오 대표, 이태규 CTO2015년 5월약 50명169억AI·메타버스 기반 오디오 솔루션크립토랩천정희 대표2017년 12월약 40명276억동형암호매스프레소이용재 대표, 이종흔2015년 6월약 300명약 1200억AI 기반 에듀테크 플랫폼최근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미국 국가표준협회(ANSI)는 인공지능(AI)·메타버스 오디오 전문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기술 ‘LM1(Loudness Management 1)’을 기술 표준으로 채택했다.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 박람회 CES의 주최기관이기도 한 CTA는 사실상 가전사들의 유일한 커뮤니티. 그만큼 이곳에서 채택한 표준은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이번 표준을 애플, 구글 등이 리드한 만큼 iOS와 안드로이드에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국내에서 검증받은 시장성으로 해외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한국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기업가치나 직원 규모 등의 측면에서는 유니콘 기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히려 세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갖춰 성장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겪는 ‘들쭉날쭉’ 음량 문제 해결가우디오랩의 LM1은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음량 편차를 제어한다. 여러 개의 영상·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때 콘텐츠마다 음량이 들쭉날쭉해 갑자기 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져 청력이 손상되거나 불편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 세계 콘텐츠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는 그동안에도 많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우디오랩의 기술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색다른 접근방법이 있다. 오 대표는 “기존에는 mp3, mp4 등 각각의 오디오 코덱 안에 개별적으로 음량평준화 기능을 넣어왔는데, 가우디오랩은 코덱과 상관없이 플랫폼에 적용하는 콘셉트”라며 “파일 포맷 원본은 그대로 둔 채 별도 부가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음량평준화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해당 기술이 2020년 12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한국 표준으로 정식 승인돼 네이버 나우, 플로, 벅스 등 다수의 국내 스트리밍사를 통해 상용화된 상태다. ●해킹 불가한 동형암호 개발암호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크립토랩’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2017년 12월 창업한 이 회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자컴퓨터도 뚫지 못하는 동형암호를 개발했다. 대개 해킹은 암호 처리된 자료를 수정하기 위해 암호를 잠시 해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크립토랩의 기술은 작업을 암호화된 상태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문에 해커들이 보안을 뚫을 수 없다. 암호를 풀었다가 다시 암호화하는 과정도 생략하기 때문에 작업 속도도 대폭 높일 수 있다. 천 대표는 2018년 국제유전정보 보안분석대회(iDASH)에서 겪은 웃지 못 할 해프닝을 계기로 창업했다. 해당 대회에서 1~3위를 비롯해 입상한 모든 팀이 천 대표가 개발한 동형암호 기술로 만든 솔루션 ‘HEaaN(혜안)’을 이용했던 것. 반면 천 대표는 4등에 그쳤다. 학계에 발표된 논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금속활자를 가장 먼저 만들었는데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더 유명한 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상용화됐기 때문”이라며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상업화하고 IP와 특허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크립토랩의 동형암호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 IBM의 자사 라이브러리에 탑재돼있다. LG유플러스, 삼성전자 등과도 각종 동형암호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처럼 교육열 높은 시장 진출에듀테크 스타트업 ‘매스프레소’의 AI 수학 문제 풀이 앱 ‘콴다’는 베트남에서 가입자 수(1880만 명)가 한국 가입자 수의 2.3배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콴다는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자체 개발한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이 인식해 풀이와 연관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문제가 축적되면서 AI의 학습량이 늘어나 OCR 기술도 계속 고도화되고 있다. 콴다가 베트남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회문화적 여건이 자리잡고 있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발달했지만 소득 불평등으로 양질의 교육은 도시나 상위 소득 계층에게 집중돼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시공간의 제한 없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애경케미칼은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제도적 체계를 갖추는 한편 안전한 근로환경 구축, 직원 직무능력 향상 등 다방면에서 혁신을 통해 우수한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유연근무제 근태관리 시스템 ‘시프티’를 도입했다. 시프티는 개인별 업무 상황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근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징검다리 휴일에 연차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VACATION FLEX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 의견을 빠짐없이 듣기 위해 신설한 노사협의체 ‘유니크위원회’도 애경케미칼의 혁신적인 제도다. 위원들은 각 사업장에서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통해 선출된 근로자대표로, 현재 노사협의회·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복지기금협의회·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노사 간 협의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노력도 강화했다. 20여 개의 협력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매달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에서는 안전사고 사례와 사고 예방법 등을 공유하고, 협력업체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개선점을 마련하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중증장애인 8명을 포함해 14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특히 7명 규모의 애경케미칼 장애인 스포츠선수단을 운영해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에도 나섰다. 구성원의 직무 능력과 기술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직급별 교육과정인 ‘유니크아카데미’, 외국어 학습 지원 및 해외주재원 교육 프로그램 ‘글로벌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 월 1회 안전위원회 운영을 통한 사고 예방, 전자 안전순찰 시스템 운영, 비상사태 대응 훈련 등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