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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양극화’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공립 초등교사 미달 사태를 겪었던 충북 경북 지역 기간제교사 10명 중 1명은 퇴직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초중고교 기간제교사 중 퇴직교사 현황’에 따르면 전국 기간제교사 4만1058명(올해 4월 기준) 가운데 3.2%가 퇴직교사였다. 기간제교사 중 퇴직교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충북 11.9% △경북 11.5% △강원 8.6% △세종 5.7% △전남 4.5% 순이었다.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2014∼2016년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응시인원이 선발인원보다 적어 예비교사 미달 사태가 벌어졌던 지역이다. 퇴직교사의 재고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2차 채용공고 이후에도 지원자가 없을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균등한 임용 기회를 보장하고, 연금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간제교사 중 퇴직교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예비교사뿐 아니라 기간제교사도 근무를 기피하는 지역으로 분석된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교사가 부족한데 기간제교사 자리에도 지원자가 없다 보니 퇴직교사에게 ‘학교에 남아 달라’고 부탁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교사 임용정책의 실패가 퇴직교사까지 기간제교사로 일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퇴직교사를 재고용하면 연금재정 외에도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정년을 채운 명예퇴직이 아니라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는 의원면직일 경우 퇴직 직전 호봉이 모두 인정된다. 서울 A고교와 B공고에서는 최고 월 500만 원까지 받는 교사도 있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자기소개서 대회 우수상, 독도사랑작품 공모전 장려상, 친구사랑의 날 행사(편지부문) 장려상, 감사편지 쓰기 장려상, 동아리 발표대회 장려상….’ 올해 대학입시를 치를 예정인 서울 모 고교 3학년 A군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줄줄이 적힌 교내상 수상 실적이다. A군은 각종 교내대회에 응시해 교내상을 23개나 받았다. 대입 수시전형 기록에 반영되는 교내대회가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11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의 평균 교내상 수상 현황’을 보면 2017학년도 수시모집 합격자의 평균 교내상 수상 개수는 27개였다. △2013학년도 19개 △2014학년도 20개 △2015학년도 23개 △2016학년도 25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교과대회와 비교과대회 수상실적을 모두 합친 수치다.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자 중 교내상을 가장 많이 수상한 합격자는 교내상을 120개나 받기도 했다. 3학년 1학기까지 학기마다 24개씩, 방학을 제외하면 매주 1개씩 상을 받은 셈이다.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고교(2271곳)에서 열린 교내대회가 6만8277개에 이른다. 수상자는 모두 166만4914명이었다. 학교 1곳당 평균 교내대회는 30개, 평균 수상자 수는 24명이었다. 수상자 수가 전교생보다 3배나 많은 고교가 79개교나 됐다. 이처럼 교내상이 남발되는 건 대학 수시 지원 시 교과대회 수상은 학업역량, 비교과대회 수상은 전공적합성의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에게 수상실적을 몰아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지난해 4월 인천 A중학교 B 군은 동급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털어 놓았다. 가해 학생들은 습관적으로 ‘툭툭’ 때렸을 뿐 아니라 실내화를 빼앗아 변기에 버리고 성기를 만지는 등 성적 가혹행위도 했다. 이를 알게 된 B 군의 2학년 담임교사는 이런 사실을 B 군 학부모에게 알려 정식 수사까지 이뤄졌다. 문제는 B 군이 1학년 담임교사에게도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해 7개월이나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사이에 인식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교사, 학생·학부모에 비해 폭력 심각성 인식 낮아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교육개발원으로부터 받은 ‘행복교육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교폭력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평균 3.51점이었다(5점 척도). 학교 구성원별로 보면 교원(3.67점), 학부모(3.43점), 학생(3.27점) 순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반면 근무 또는 재학 중인 학교의 학교폭력 수준을 두고는 교원(2.38점), 학생(2.39점), 학부모(2.50점) 순이었다. 교사는 학생이나 학부모에 비해 ‘내가 다니는 학교의 학교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원·학부모·학생 모니터링단(5728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근절 대책 추진과 관련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교원·학부모·학생은 거의 모든 문항의 응답에서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근절이 시급한 학교폭력의 종류를 두고 학부모와 학생은 학교 내의 언어폭력(각각 38.6%, 41.9%)을 꼽았다. 이는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이다. 반면 교원들은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이버폭력(38.5%)을 근절이 가장 시급한 학교폭력으로 봤다. 특히 ‘따돌림의 근절이 시급하다’는 응답이 학생들은 30.7%에 이르렀으나, 교원은 학생의 절반 수준인 16.5%만 따돌림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했다.○ 학교폭력 대책에도 큰 차이 보여 학교폭력의 대책을 묻는 문항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학부모(43.8%)와 학생(38.6%)은 ‘학교구성원 간 친밀하고 원활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학생들이 동급생뿐 아니라 선생님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교원(40.2%)은 ‘학교에서의 인성 교육’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학생은 학생보호인력 배치나 폐쇄회로(CC)TV 설치 등 ‘학교 안전인프라 확충’(43.3%)을 선택했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원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교폭력 교육 내실화’(각각 38.6%, 51.2%)를 꼽아 학생들의 인식과 차이를 보였다. 학생의 건전한 언어 사용 습관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교원은 ‘가정에서의 올바른 언어 사용 습관 교육’(60.2%)을 압도적으로 꼽아 ‘가정교육’을 강조했다. 반면 학부모(36.1%)와 학생(31.9%)의 경우 ‘학생자치활동을 통한 올바른 언어 사용 규칙 만들기’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했다. 학생들은 학교폭력 신고 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고처로 학교 선생님(40.2%)보다 117학교폭력 신고·상담전화(43.5%)를 더 많이 선택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교육 주체들 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고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이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학교폭력 문제는 어른들의 입장이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대책과 해결책을 마련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초등교사 임용 절벽 현상 속에서도 최근 3년간 계속 미달 사태가 빚어졌던 강원 경북 충남 충북 전남 등 5개 도 지역의 올해 임용시험 응시인원이 간신히 선발인원을 웃돌았다. 서울·경기 지역 초등교사 선발인원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예비교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전국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1.62 대 1로 지난해(1.30 대 1)보다 다소 높아졌다. 올해 선발인원이 4088명으로 지난해(6022명)보다 1934명이 줄어든 까닭이다. 특히 도서벽지 학교가 많고, 주거 여건이 열악한 탓에 예비교사들이 기피했던 5개 지역은 모두 미달 사태를 벗어났다. 경북과 충북은 각각 1.09 대 1을 기록했고 △충남 1.07 대 1 △전남 1.05 대 1 △강원 1.02 대 1 순이었다. 박지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각각 사정이 다른 5개 지역이 한꺼번에 미달 사태를 벗어난 것은 수도권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줄어들어 예비교사 ‘분산 효과’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올해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지난해(846명)보다 54% 줄어든 385명, 경기는 지난해(1836명)보다 43% 줄어든 1035명이다. 서울·경기 응시인원은 지난해보다 1400여 명이 줄었다. 이에 따라 서울 경쟁률은 2.78 대 1, 경기는 1.87 대 1로 지난해보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만들어 ‘예비교사 모시기’에 나섰던 강원교육청은 다소 고무된 분위기다. 강삼영 강원교육청 대변인은 “춘천교대 졸업생의 수도권 이탈이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원인이지만 벽지학교 대책 마련, 적극적인 홍보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산어촌이 집중된 도 지역이 아닌 시 지역에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여전했다. 광주는 경쟁률이 8.6 대 1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선발인원이 5명으로 ‘바늘구멍 뚫기’이기도 하지만 광주교대 졸업생들이 섬이 많은 전남보다 광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임용 경쟁률이 높은 지역은 광주를 포함해 세종(3.4 대 1) 대전(3.08 대 1) 서울(2.78 대 1) 대구(2.58 대 1) 부산(2.3 대 1), 인천(2.04 대 1) 등 7개 시도가 휩쓸었다. 다만 내년부터 지역교대 출신 응시자의 가산점이 2배로 상향 조정되기 때문에 ‘임용 양극화’ 현상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8학년도 공립 초등교사 1차 임용시험은 11월 11일 치러진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교육부 및 15개 시도교육청(인천·경북교육청 제외)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첫 집단교섭이 파행을 겪고 있다. 교육현장에 불어닥친 ‘최저임금 쇼크’ 때문이다. 교육당국과 학비연대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통상임금 산정시간을 두고 ‘벼랑 끝 대치’ 중이다. ‘월 34시간’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지금까지 7차례 교섭이 열렸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학비연대는 2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통상임금 산정시간 ‘209시간 vs 243시간’ 학비연대는 당초 △근속수당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정기상여금을 인상해 정규직(공무원) 임금의 80%까지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교육당국은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대폭 인상된 데 이어 향후 1만 원까지 인상될 것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통상임금 산정시간을 현행 월 243시간(주 6일 유급 근무)에서 월 209시간(주 5일 유급 근무)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쟁점은 내년 최저임금 7530원을 적용했을 때 매달 182만9000원(243시간)을 받느냐, 157만3000원(209시간)을 받느냐이다. 현재 공공부문 통상임금 산정시간은 월 209시간을 적용한다. 그런데 교육부문에선 월 243시간을 관행적으로 적용해왔다. 주5일제 시작 이후에도 토요일 근무까지 한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 관계자는 “근로자의 임금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막는 한편 퇴직금은 오히려 적게 산정할 수 있어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추가 소요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 전국 시도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 인건비로 내년 1300억 원(최저임금 7530원), 2019년 5200억 원(최저임금 8700원 가정), 2020년 1조300억 원(최저임금 1만 원 가정)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영양사 조리사 사서 교무행정사 등 전국 학교의 비정규직 14만여 명 가운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근로자 임금의 차액 보전액만 이렇다.○ “처우 지속적 개선” vs “정규직의 60% 불과” 학비연대는 애초 집단교섭 의제가 아닌 통상임금 산정시간 조정을 교육당국이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월 209시간을 적용하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실제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비연대는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공무원) 임금의 60%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근무 기간이 늘어날수록 격차가 더 커진다”며 “문재인 정부가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반면 2015년 이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최근 3년 동안 급여와 복지비가 25%가량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 비정규직은 이미 99% 이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비정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고용안정이 이뤄진 만큼 임금과 수당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교육청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현행법 위반이므로 비정규직 임금에 교육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예산의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인건비가 급속히 늘면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나 학생들을 위한 교육 사업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당국은 임금 산정시간을 월 209시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학비연대가 수용하면 근속수당을 2년 차부터 3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3만 원씩 인상하자는 노조 측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4년 차부터 5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2만 원씩 인상하고 있다. 10년 근속을 한 비정규직 수당을 현재 월 17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도 시도교육청은 수십억 원씩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시도교육감들은 10일 모여 대책을 논의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태국 중고등학생들이 내년부터 정식 한국어 교과서로 한글을 배우게 된다. 교육부는 한글날인 9일 태국에서 중고교생용 한국어 교과서가 공식 발간된다고 8일 밝혔다. 2008년부터 태국 중고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쳐 왔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대학에서 쓰이는 한국어 교과서나 한국어 교사가 자체 제작한 교재로 수업을 해 왔기 때문에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이 어려웠다. 9년 만에 정식 한국어 교과서가 발간됨에 따라 이런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과 태국인이 공동 집필한 이번 한국어 교과서는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6권이 발간된다. 1~3권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수준, 4~6권은 TOPIK 2급 수준에 해당하는 어휘, 문법, 표현 등으로 구성됐다. 태국에서 1학기가 시작되는 내년 5월부터 태국 중고교생들은 공식 한국어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9년 전 한국어가 태국 중고교에서 제2외국어로 채택된 데에는 ‘한류’의 영향이 컸다. ‘해를 품은 달’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흠뻑 빠진 태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불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2010년 3000여 명(30여 개 학교)에서 2017년 현재 3만 여명(150여 개 학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태국 중고교에서 배우는 17개 제2외국어 가운데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에 이어 학생 수와 학교 수가 많은 언어다. 태국 최고 명문 고교로 꼽히는 ‘뜨리암 우돔 숙사 고교’(Triam Udom Suksa)도 포함돼 있다. 2018학년도 대학입학시험(PAT) 제2외국어 과목에도 한국어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한국어를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한 나라는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에 다섯 번째다.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서울 소재 A 사립대에서 근무 중인 교직원 B 씨는 계약 기간이 반년가량 남은 요즘 부쩍 초조하다. 매일 구직정보 사이트를 들여다봐도 교직원 채용 공고가 ‘가물에 콩 나듯’ 나기 때문이다. B 씨는 “최근 사립대들이 계약직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국공립대 직원처럼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는커녕 당장 이직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 부문 비정규직은 오히려 고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B 씨가 속한 A 사립대는 공문을 통해 계약직 교직원과 비학생 조교들의 재계약이 불가하다고 각 부서에 통보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공공 부문에 이어 민간 부문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압력이 커질 경우 대학 재정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사립대가 선제적 조치에 나선 셈이다. 대학 3곳에서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한 B 씨는 “정규직과 비교해 행정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는 다를 바 없는데 급여 차이는 2, 3배가 난다”며 “국공립대만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사립대 교직원 C 씨는 “대학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을 점점 늘리면서 20, 30대 직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이들은 2년마다 이 대학, 저 대학을 옮겨 다니는데 국공립대 교직원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사립대가 잔뜩 몸을 움츠리면서 교직원 채용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사립대 교직원 1만154명 중 3930명(38.7%)이 비정규직이었다. 서울 주요 사립대 비정규직의 비율은 △고려대 61.0% △경희대 45.5% △한양대 41.5% △중앙대 40.4% △연세대 40.1% △서강대 37.2% △성균관대 27.8% 등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 사립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초등학생 사이에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같은 성(性) 관련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94건에서 지난해 746건으로 3년간 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학년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현황 및 심의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안 심의 건수는 최근 3년간 1만9521건에서 2만3673건으로 증가했다. 초중고교 중 중학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이버폭력 및 성폭력 등 ‘신종 학교폭력’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초중고교 모두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이 포함된 기타 유형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 특히 초등학교에선 3년간 89.3%나 증가했다. 정보통신망상 음란 폭력 따돌림 등 사이버폭력은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 고교 사이버폭력 심의 건수는 660건으로 2014년(282건)의 2.3배였다. 중학교는 1139건, 초등학교는 315건이었다. 박 의원은 “성폭력, 사이버폭력 등 학교폭력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점차 다양하고 복합적인 유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성추행이나 성폭력에 대한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연휴도 긴데 더 있다 가렴”이라고 며느리에게 말하고 싶은 시부모는 참아야 할 것 같다. 정말 취업하고 싶어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쌓였을 취업준비생에게는 “얼굴 좋아졌네”라는 말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취업준비생 및 직장인 29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언제 취업할 거냐”는 말이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를 차지했다. 73.6%(복수 응답)가 응답했다. 이어 “살 좀 빼렴” “얼굴 좋아졌네” 같은 외모와 관련된 말이 30.9%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이)는 어디에 취업했다더라”(18.8%), “사귀는 사람은 있니?”(18.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15.3%) 순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미혼자는 “결혼은 언제 하느냐” “연봉은 얼마 받느냐”라는 질문이 듣기 싫다고 답했다. 반면 기혼자는 “요즘 경기가 어렵다는데, 다니는 회사는 괜찮아?”라는 질문이 듣기 불편하다고 했다. 기혼 남성이 기혼 여성보다 이 질문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컸다. 기혼 여성은 “연휴도 긴데 더 있다 가렴” “명절인데 음식은 넉넉하게 준비하자”같이 부담을 주는 말이 싫다고 답했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수시는 어디 썼니?”(26%)라는 말을 ‘듣기 싫은 말’ 1위로 꼽았다.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가 18∼27일 고3 및 재수 이상 수험생 563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최근 각 대학 수시전형 접수가 마감됐고 논술, 면접 등을 앞두고 있다. 이어 “성적은 잘 나오니?”(23.4%), “수능 공부는 잘되니?”(19.7%), “올해는 대학에 꼭 붙어야지”(16.0%)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입시나 성적과 관련된 말이었다. 내년 추석 연휴에 하고 싶은 일로는 △취미생활을 하며 마음 편히 연휴 즐기기(42.6%) △친구들과 여행 가기(23.7%) △가족과 여행 가기(18.6%) 등을 꼽았다. 대학 합격을 바라는 절실함이 담겼다. 20대가 추석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였다. 알바몬이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20대 12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듣고 싶은 덕담 한마디’ 1위는 “용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29.5%)였다. 이어 “늦지 않았어. 천천히 해나가면 돼”(17.7%), “하고 싶은 일 있으면 주저 말고 해”(14.2%), “다 잘될 거야”(13.0%), “명절인데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10.8%) 등이었다. 격려와 응원,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정지영 jjy2011@donga.com·우경임 기자}
모두 힘들다고 해도, 열악한 여건에도 ‘작은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이 있다. 이들에게서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해결할 해법의 단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일 지리산 화엄사에서 산줄기를 따라 30분가량 차로 달려가자 지리산과 백운산 줄기, 계족산, 섬진강에 둘러싸인 전남 구례군 간전면 간문초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사 9명과 학생 26명이 생활하는 작은 학교다. 그곳에서 4학년 담임교사인 김태영 씨(56·여)를 만났다. 그는 3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이 학교로 와 ‘시골 선생님’이 됐다.○ 시골로 온 도시 선생님 김 씨는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1983년 경기 양평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간문초에 오기 전 십여 년 동안 일산에서 근무했다. 그는 늘 시골 생활을 꿈꿨다고 했다. “시골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보니 오직 선생님만 바라봐요. 무엇을 가르치든 쫙쫙 따라오니 ‘가르칠 맛’이 나죠. 이 학교로 온 뒤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김 씨는 “학급 전체가 영어시험 100점을 맞으면 아이스크림을 사 준다고 했더니 반 아이들이 뒤처지는 아이를 붙잡고 가르치더라”며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시 학교 교사들은 학업이 부진한 아이가 있어도 따로 남겨 공부시킬 수 없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져서다. 김 씨는 “아이들을 끼고 가르칠 수 있는 것 또한 시골 학교의 장점”이라고 했다. 천사 같은 시골 아이들 중엔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비율이 높다. 따뜻한 품이 무척 그리운 아이들인 만큼 연륜 있는 교사가 꼭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김 씨는 “교사들이 젊었을 때는 큰 학교에서 많이 배우고 도전한 다음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느끼면 시골 학교로 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 씨의 남편은 직장을 정리하고 함께 귀촌했다. 두 자녀는 장성해 독립했다. 교사는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겨도 소득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직업이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갓 임용된 신규 교사를 지방 학교에 배치하기보다는 자녀를 다 키운 경력 교사들에게 초점을 맞춰 이들을 유인할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골 학교 기간제 교사는 대부분 퇴임 교사다.○ 벽지학교 지원한 신혼부부 선생님 교사 김동걸(33), 추주혜 씨(28·여) 부부는 강원 인제군 부평초 신월분교에서 4명의 아이를 가르친다. 신월분교는 버스가 하루에 2대밖에 다니지 않는, 인제군 내에서 차로 40분이나 걸리는 외진 곳에 있다. 춘천교대 선후배 사이인 이 부부는 올해 5월 결혼하면서 나란히 이 학교에 부임했다. 김 씨는 벽지학교를 기피하는 예비 교사들에게 “도시 생활보다 불편한 점은 분명 있지만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부부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느 교과를 어려워하는지, 어제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교사에 대한 시선이 남다르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를 ‘평가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하는 사람’으로 본다. 김 씨는 “교사와 학부모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함께 기른다는 보람이 크다. ‘선생님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재량권도 크다. 김 씨는 교과 위주로 보충수업을 해주는 ‘신월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 스스로 교육철학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더욱이 신월분교 관사는 여러 차례 개선 작업을 해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에게 신혼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김 씨는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이나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가 없어 (계속 함께 이곳에서 근무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교사들이 말하는 대안은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현 임용체제를 유지하면서 교사들의 지방 기피 현상을 완화하려면 △관사 △가산점 △수당 등 3가지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도교육청은 여수시 금오도 내 여남초교 등 섬 학교의 초중고교 교사들을 위한 통합관사를 신축하고 있다. 전국 관사 개선 작업은 2, 3년 내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피 지역에서 고생하는 만큼 이를 인정해주는 인사고과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벽지 근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교통비와 난방비 등의 비용을 보존해 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 젊은 교사들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학교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골 학교일수록 선배 교사를 모셔야 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고, 관사에서 생활하면 원치 않는 회식이나 행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신규 교사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교직문화 개선 대책팀을 꾸린 것도 이런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다.구례=임우선 imsun@donga.com / 우경임 기자}
올해 초등교사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하고 있는 각 도(道)교육청은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지역 교대 졸업생이 그 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하면 가산점을 현행(3점)의 2배인 6점을 부여한다.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지방 현직 교사들은 이번 임용시험을 수도권 입성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수도권 임용시험에 대거 응시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교육청은 최근 예비 교사들에게 강원 임용시험에 도전할 것을 권하는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제작해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와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도내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해 프로듀스101의 ‘나야 나’를 개사한 “강원도 선생님은 너야 너”를 노래한다. 서핑과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교사가 등장하는 ‘강원도 선생님만 할 수 있는 101가지’라는 광고도 제작했다. 다음 달 17일부터는 춘천교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토크쇼 형식의 ‘선배 교사와 함께하는 강원교육 이야기’를 모두 7차례 진행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발표한 ‘벽지학교 근무환경 개선 계획’을 지속적으로 실행 중이다. 벽지 학교 49개교를 ‘배려학교’로 지정해 신규 교사 발령에서 제외했다. 12개 시군에 모두 442억 원을 투입해 통합관사(연립주택)를 신축 중이고 작은 학교의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무업무전담팀을 도입했다. 신규 교사가 쉽게 적응하도록 수평적인 학교 문화 만들기를 위한 ‘교직문화 개선 대책팀’도 가동한다. 직접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강원 홍천군 화계초교 교사 김두산 씨(32)는 “뮤직비디오를 본 예비 교사들로부터 무작정 지원하라고 해선 안 된다는 신랄한 비판도 들었다”며 “다만 경직된 교직 문화 때문에 지원을 망설인다고 들어 ‘많이 바뀌었으니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말아 달라’는 뜻에서 출연했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도 광주교대 학생들을 지역 임용시험에 유치하기 위해 20일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로 찾아가 홍보 행사를 벌이는 등 ‘예비교사 마음 잡기’에 공을 들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전남지역의 작은 학교나 생태중심 학교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전남에 가면 무조건 섬에 간다’ 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춘천·철원=우경임 woohaha@donga.com / 임우선 기자}
《 지난해 강원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0.58 대 1. 당초 초등교사 242명(장애학급, 특수학교 교사 제외)을 선발하려 했으나 최종 선발된 인원은 109명에 불과했다. 강원도는 3년 연속 초등교사 미달 사태가 빚어져 현재 임용대기자가 ‘0명’이다. 이처럼 신규 교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직 교사 이탈도 심각하다. 지난해 강원도 현직 교사 90명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강원도를 떠나는 교사 수가 강원도에 새로 임용된 교사 수와 맞먹는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교사가 필요한 68개 학교 중 26개 학교만 신규 교사를 배치했다. 나머지 42개 학교는 부랴부랴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탈(脫)강원 현상이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 ○ 영동→영서→수도권 연쇄 이동 강원 지역의 교사 만성 부족은 영동→영서→수도권으로 향하는 교사들의 서진(西進) 행렬에서 비롯된다. 수도권과 강원도가 하루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춘천교대 졸업생의 수도권 임용시험 지원 비율이 급증했다. 이주한 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기획처장)는 “예전에는 춘천교대를 졸업하면 강원 지역에 임용돼 고향으로 돌아가 근무했다”며 “교대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수도권 학생이 대거 입학했고, 임용시험을 서울·경기에서 치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춘천교대 신입생의 약 70%는 서울·경기 출신이다. 최근 3년간 서울·경기 지역에서 신규 교사를 서울교대나 경인교대 졸업생 수보다 2배 이상 더 뽑은 것도 강원도 이탈을 부추겼다. 충북, 충남 등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8일 찾은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교에선 교사 26명 가운데 4명이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서울 출신으로 강원도 임용시험에 합격했거나, 결혼 후 생활근거지가 서울인 경우다. 교사 박현숙 씨(42)는 매일 서울 강변역 인근 집에서 남춘천초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려 출퇴근한다. 오후 4시 50분 교실을 나서는 박 씨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5시 15분 남춘천역을 출발하는 ITX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뛰다시피 걸어야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씨가 춘천 거주 대신 서울 출퇴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중2 아들 때문이다. 박 씨는 “유난스럽게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낯선 곳으로 전학시키기 어려웠다”고 했다. 경기 지역 교사였던 박 씨는 2000년 남편 발령에 따라 강원도에 있는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다. 동료들이 “나중에 (경기 지역으로) 돌아오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6년 전 남편 근무지가 다시 바뀌어 경기도 학교로 전입 신청을 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맞벌이 부부인 교감 이규열 씨(48) 역시 서울 청량리역에서 ITX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이 씨는 “열악한 정주 여건이나 문화적 소외감은 본질이 아니다. 그건 혼자라면 감수할 수도 있다”며 “가족이 생기면 배우자의 직장,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어떡하든 수도권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남춘천초에서는 교사 1명이 다른 학교 교감으로 발령이 나면서 기간제 교사 채용 공고를 냈다. 임용 대기자가 바닥나 대체 인력이 없어서다.○ 경력 교사 떠난 자리 신규 교사가 채워 경력 교사들은 벽지 근무 기간이나 부부 별거 기간에 따라 부여되는 가산점을 쌓아 영동 지역에서 원주나 춘천 등 도시 지역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 경력 교사가 떠난 강원 영동 지역이나 군(郡) 지역에는 신규 교사들을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 철원군 A초교에서 근무하는 오모 씨(50)는 “근무 지역이 철원→춘천→철원을 반복하고 있다”며 “철원에서 벽지 근무 가산점을 쌓아 자녀가 중고교를 다니는 동안 춘천에서 근무한 뒤 다시 철원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영동 지역에서 원주시 B초교로 옮겨온 교사 김모 씨(35)는 “주말마다 수도권 집에 다녀올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신규 교사들이 오지학교가 많은 영동 지역을 기피하는 것은 단지 관사가 부족하거나 낙후돼서가 아니다. 김종녀 강원 태백시 미동초 교장은 “군내 관사를 쓰더라도 벽지 학교는 자동차 없이 출퇴근이 어렵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교사들은 자동차 구입부터 큰 부담”이라며 “태백에서 추운 겨울을 나려면 난방비도 많이 드는데 따로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관사가 지원돼도 보통 두 집 살림을 하는 데다 교통비가 많이 들어 여전히 교사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젊은 교사일수록 교장부터 평교사까지 모여 사는 관사가 불편해 개인적으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신규 교사와 경력 교사가 학교에 적절히 배치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감은 “적어도 2년 이상 근무해야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 생활지도나 학습지도를 하기 수월해진다”며 “2년간 벽지 학교 의무 근무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춘천·철원=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장애인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자치구 8곳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법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특수학교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공립특수학교(급) 신설 지속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중랑구와 동대문구 성동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양천구 금천구 등 8곳이다. 서울 전체 특수교육 대상 학생(1만2804명)의 약 22.2%인 2837명(올해 4월 기준)이 특수학교가 없는 자치구에 살고 있다. 이들은 2, 3시간 씩 걸리는 원거리 통학을 감내하고 있다. 8개 자치구 중 중랑구는 202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이미 동진학교 설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은 중랑구를 뺀 나머지 자치구 7곳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특성 및 지역 여건을 반영한 서울형 특수학교 모델 개발연구’ 용역을 내년 발주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15년간 특수학교 신설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 교육감의 ‘과감한 결단’인 셈이다. 시교육청은 특수학교에 대한 주민 반발을 줄이기 위해 특수교육 대상자 증감 추이, 지역주민 요구를 함께 반영한 다양한 특수학교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애인 학생이 많아 특수학교 수요가 큰 지역에는 특수학교에 수영장·공연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같이 설치하는 ‘랜드마크형 대규모 특수학교’를 건설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에는 지역밀착형 특수학교를 짓겠다는 복안이다. 특수학교의 고급화 전략으로 주민 인식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특수학교 설립 용지로는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간 학교부지, 학교가 설립되지 않아 빈 학교 용지, 이미 학교가 설립·운영되고 있으나 넓은 면적(1만7000㎡ 초과)으로 공간의 여유가 있는 학교 용지, 국공유지 등을 활용한다. 이날 조 교육감은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 주민공청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 호소’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주민공청회가 열린) 5일은 특수교육 역사에서 전환적인 날이라고 의미부여 하고 싶다. 앞으로 특수학교를 짓는 데 있어 거대한 사회적 장벽, 문화적 장벽, 심리적 장벽이 현저하게 낮아진 날”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당시 주민토론회를 가면서 두려움과 걱정이 컸다. 심지어는 지역주민들의 지지가 낮아질 것도 걱정했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국민 여론을 보면서 담대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교육감이나 행정가 이전에 부모의 마음으로 (특수학교 문제에) 접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19일 찾은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여남초등학교. 우리나라 남쪽 땅끝 여수에서도 배를 타고 1시간을 가야 하는 금오도의 유일한 학교다. 이 학교 교사 9명은 육지와 떨어져 관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를 나서 으슥한 풀숲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더니 관사가 나타났다. 네모난 단층 시멘트 건물인 관사는 흡사 방치된 창고 같았다. 창문마다 보안을 위한 쇠창살이 설치돼 더욱 삭막해 보였다. 내부는 더욱 열악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각각 1평(약 3.3m²) 정도 크기의 방과 부엌, 화장실이 보였다. 방 곳곳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고 지하실에서 날 법한 습한 냄새가 올라왔다. 여남초교 병설유치원 교사 박은선 씨는 “3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라 자주 지네가 나온다”며 “자다가 지네가 손을 물어 잠을 깬 적도 있다”고 했다. 16년 차 교사 양선화 씨는 “지난해 발령을 받고 처음 관사를 본 뒤 충격이 컸다”며 “관사 문을 여니 방 안이 온통 새까만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학교 운영비를 교사 관사 정비에 쓸 수 없다고 해서 교사들이 벽지를 사다가 직접 도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사 문제만 해결돼도 벽지학교 기피 현상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5일 일제히 공립 유치원·초등교사 임용시험 접수를 시작했다. 교사가 남아돌아 ‘임용 절벽’을 겪는 서울과 달리 강원 경북 전남 충북 충남은 응시 인원이 선발 인원에 못 미치는 임용 미달 사태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18∼20일 전남과 강원 지역 학교를 찾아 교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교사들은 “개인의 사명감으로 버티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금오도 여남초교처럼 열악한 정주 여건이 첫 번째 이유다. 또 도서 벽지 학교는 여러 학년이 한 학급으로 묶여 있는 데다 장애·다문화 학생까지 한데 섞여 있어 신규 교사들에게는 ‘고난도’ 학교로 통한다. 강원 충북 충남처럼 수도권과 ‘1일 생활권’인 지역들은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 교대로 진학한 뒤 다시 수도권으로 임용시험을 치르는 ‘회귀 현상’으로 교사 이탈이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지방에는 담임교사가 없는 교실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도서벽지 학교일수록 교사 수급 양극화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도서 벽지 학교는 996곳, 학생은 4만2309명이다. 이들은 누구보다 학교 선생님이 절실하다. 지방의 교사 부족 현상을 방치하면 이들은 기본적인 교육권조차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여수·구례=임우선 imsun@donga.com / 우경임 기자}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39)는 최근 현장 체험학습을 앞두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달라진 변화를 실감했다. 자녀가 학급 임원이라 예년 같으면 선생님과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야 했지만 지난 학기 임원 학부모에게서 “전혀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 A 씨는 “학부모들 단체대화방에서 ‘(김)영란 언니 만세’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부정청탁 관행이 사라졌다’는 응답도 학부모 76%, 교직원 82%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학부모 3만6947명, 교직원 1만81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변화(복수 응답)로 △학교 방문 시 선물 부담 감소(84%) △식사 등 접대 감소(63%) △촌지 등 금품 수수 관행 근절(62%)을 꼽았다. 교직원은 △교직원과 학부모의 인식 개선(64%) △금품 제공 행위 근절(57%) △경조 문화 및 인사발령 시 난 보내는 문화 개선(49%)이라고 답했다. 학부모의 87%, 교직원의 95%는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교육청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모두 13건의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11건은 교직원이 음료수 도시락 등을 받고 즉시 반환한 사례다. 나머지 2건은 B사립초가 신입생 추첨에서 탈락한 설립자의 증손자를 추가로 입학시킨 사건과 C사립고 교사들이 함께 일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해 달라고 채용심사위원에게 청탁한 사건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39)는 최근 현장체험학습을 앞두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달라진 변화를 실감했다. 자녀가 학급 임원이라 예년 같으면 선생님과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야 했지만 지난 학기 임원 학부모에게서 “전혀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들었다. A 씨는 “학부모들 단체대화방에서 ‘(김)영란 언니 만세’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부정청탁 관행이 사라졌다’는 응답도 학부모 76%, 교직원 82%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학부모 3만6947명, 교직원 1만810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달라진 변화(복수응답)로 △학교 방문 시 선물 부담 감소(84%) △식사 등 접대 감소(63%) △촌지 등 금품 수수 관행 근절(62%)을 꼽았다. 교직원은 △교직원과 학부모의 인식 개선(64%) △금품 제공 행위 근절(57%) △경조 문화 및 인사발령 시 난 보내는 문화 개선(49%)이라고 답했다. 학부모의 87%, 교직원의 95%는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교육청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모두 13건의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11건은 교직원이 음료수 도시락 등을 받고 즉시 반환한 사례다. 나머지 2건은 B 사립초가 신입생 추첨에서 탈락한 설립자의 증손자를 추가 입학시킨 사건과 C 사립고 교사들이 함께 일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해 달라고 채용심사위원에게 청탁한 사건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그동안 메일 1000여 통에 담긴 비정규직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숨은 차별이 정말 많더군요.” 지난 한 달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교육부문 비정규직 전환 기준을 마련해 온 류장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위원장(부경대 경제학부 교수·56·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교육부는 11일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스포츠 강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한 영어회화 강사의 이메일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을 분들인데…”라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없어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이메일에는 ‘비록 결과는 아팠지만 원도 한도 없습니다. 상처를 딛고 좀 더 성장하는 자신이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류 교수는 “(노동경제학자로서) 밖에서 볼 때는 ‘방법을 찾아보자’ 했다. 하지만 안에서 들여다보니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제학자로선 드물게 ‘노동’을 전공한 그는 꾸준히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면서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인은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악순환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맡는 동안 당사자들과 수없이 전화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들을수록 고심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임용시험을 흔들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어지는 데다 교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만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제외에 대한 심의위원 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선 이번 결정이 향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류 교수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부처마다 기관마다 각각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모든 정책이 현장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쟁점이 된 직종은 최대 4년간 일할 수 있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였다. 당장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는 대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영어 강사들은 매년 계약할 때마다 같은 학교에 재고용되더라도 동료 교사나 다른 영어 강사, 학부모들 앞에서 수업 시연을 해야 한다. 류 교수는 “이런 시연이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인간적 처사라고 느끼는 강사들이 많아 계약 연장 시 평가를 간소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비정규직이 그토록 정규직이 되려 하는지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서울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당초 예고 인원(105명)보다 대폭 늘린 385명으로 발표한 13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직접 브리핑룸 단상에 섰다. 그는 “시험 준비에 매진해야 할 시간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크다”고 사과했다. 조 교육감을 오랫동안 보좌한 측근이나 단체협상에 나섰던 노조 관계자나 ‘90도 폴더’ 인사를 받은 교사나 모두 한결같이 “그는 선하다”고 한다. 교육감으로서, 선생님이 되려고 어렵게 교대에 입학하고도 ‘임용절벽’ 앞에 선 교대생들을 매정하게 외면할 수 없었을 터다. 그런데 그의 이런 선의에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일이 또 있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 부지의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번지자 조 교육감은 라디오에 나와 “(한방병원과 특수학교를) 반반(半半)씩 지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가 “검토한 바 없다”고 바로 부인했지만 강서구민과 특수학교 부모의 표를 ‘반반’이라고 계산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시교육청은 한방병원 부지를 내어 줄 권한이 없다. 오히려 양측의 갈등만 증폭시킬 발언이었음은 물론이다. 조 교육감은 7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특수학교 설립에 주민 반발도 심하고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듣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교육권을 위해 특수학교 설립만은 미루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의 초심을 배반한 땜질 증원 결정이나 특수학교 ‘반반’ 생각은 ‘정치적 선의’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시교육청은 부쩍 교원단체나 학교 비정규직 노조, 교대생 등 특정 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와 무관치 않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당 추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난립하다 보니 20% 안팎의 득표율에서 당락이 갈린다”며 “조 교육감이 ‘조직’의 마음만 잡으면 재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가 늘어난다고 아이가 더 태어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딱 서울교대 졸업생만큼 선발 인원을 늘렸다. 곧 더욱 가파른 임용절벽이 찾아올 게 분명한데도 폭탄 돌리기를 한 거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교대청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들린다. ‘조직되지 않은’ 일반 국민은 교사 증원에 분노한다. 정부가 실패한 교원 수급 정책의 대가를 세금을 내는 국민이 치르게 생겼다. 이런 정치적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투표권이 없는 학생일 것이다. 교사 인건비와 연금을 대느라 고정비용이 늘어나면 학교 시설 투자부터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 교육감이 교사 증원이 아니라 특수학교 설립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면 대다수 국민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을 게 분명하다. 장기적인 계획과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으로 왜곡되는 일은 수도 없이 보았다. 교육 정책은 타협이나 절충의 문제가 아니다. 2014년 6월 당선 직후 조 교육감은 한 인터뷰에서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함부로 조령모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초심대로 ‘백년지대계’를 이야기해야 표심이 응답할 것이다. 우경임 정책사회부 기자 woohaha@donga.com}
《2018학년도 서울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이 385명으로 확정됐다. ‘임용절벽’ 사태를 불렀던 지난달 사전 예고 인원(105명)에서 280명이나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휴직 및 파견 교사를 늘려 신규 교사 정원을 확보했다. 일하고 있는 교사를 쉬게 하고, 새로 교사를 선발하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정원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조희연 교육감과 시교육청이 ‘정책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내년 서울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이 지난달 예고한 인원(105명)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난 385명으로 최종 확정됐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 초등교사 감축이 불가피함에도 교사 정원 감축에 교대생들이 집단 반발하자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증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내용의 ‘2018학년도 공립 유·초·특수학교 교사 임용시험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학습연구년(유급) 자율연수휴직(무급) 등 휴직 △교육청 및 직속기관 등 파견 △시간선택제(육아, 간병으로 주당 15∼25시간 근무) 등 휴직·파견 교사를 늘려 정원 160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2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을 미리 정원(120명)에 반영하기도 했다. 윤오영 교육정책국장은 “이번 증원 인원은 최대한 노력해 쥐어짜낸 인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정원 감축이 예정된 상황에서 당초 105명의 선발을 계획한 시교육청이 교대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개인적으로는 학생 수 감소와 그에 따른 교원 규모 축소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나 그런 고통이 올해 수험생들에게만 집중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2020년 정년퇴직이 대폭 확대되기까지 남은 3, 4년간 임용 축소의 고통을 분담하면서 연착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교육감은 △교과전담교사 증원 배치 △향후 3년간 서울 교원 정원 축소 규모 완화 △임용후보자 유효기간 개정(현재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연장) △지역가산점 법령 개정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올해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한 임용대기자가 851명(9월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신규 임용된 교사들이 3년 내에 발령받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 교육감도 “교육부와의 교감을 통해 앞으로 교원 감축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판단해 모험을 한 것”이라고 했다. 엄밀한 수요 예측에 근거한 정원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전날 발표된 OECD 교육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16.8명)는 이미 OECD 평균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조 교육감이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대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집단 반발을 의식해 결정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번 신규 교사 선발 인원(385명)은 서울교대 졸업생(395명) 수와 비슷하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3년간 신규 교사를 매년 300명 정도 선발하겠다고 했다. 최근까지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신규 선발 인원과 관련해 “(조 교육감의)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한 달 만에 선발 인원 280명이 뚝딱 늘어난 것도 그동안 ‘정치적 변수’로 선발 인원이 고무줄 책정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원 추가 수요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낙관적인 예측을 바탕으로 신규 임용 규모를 늘렸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정치적 변수를 배제한 중장기 교원 수급 전망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교대 비상대책위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교대 4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는 “지난해 선발 규모의 절반도 안 돼 실망스럽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중장기 교원 수급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유·초등교사를 지난달 예고 인원(178명)보다 42명이 늘어난 22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내년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사전 예고(868명)보다 증원된 1000여 명 수준에서 14일 확정 공고할 예정이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국) 특수학교 18개를 신설해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 부총리는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열린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일부 지역주민 반대로 특수학교 신설에 어려움이 있지만 상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하며 “교육부도 특수학교 설립 및 특수학급 증설 예산을 지원하고 특수교사 증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18일과 25∼29일로 예고된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하겠다고도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1일 시교육청 직원 대상 월례조회에서 “이번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시내 8개 구에도 학교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수학교가 없는 8개 구는 금천 동대문 성동 양천 영등포 용산 중랑 중구 등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