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

최지선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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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aurinko@donga.com

취재분야

2024-10-31~2024-11-30
미국/북미69%
국제정치15%
국제정세5%
인사일반5%
중동3%
유럽/EU3%
  • ‘호스트 송강호’ 앞세워… 막오른 ‘영화의 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인사 잡음 등 각종 내홍을 딛고 4일 막을 올렸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BIFF 개막식에는 배우 송강호가 호스트로 가장 먼저 등장해 수백 명의 게스트와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를 표했다. 인사 문제로 이사장, 집행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지도부 전체가 공석인 초유의 사태를 맞은 BIFF는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호스트 송강호’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막식은 배우 박은빈이 사상 처음으로 단독 사회를 맡았다. 당초 배우 이제훈이 함께 사회를 볼 예정이었으나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게 돼 참석하지 못했다. 박은빈은 “열흘간 잊지 못할 추억과 즐거운 경험을 쌓길 바란다”며 축제 시작을 알렸다. 객석을 가득 채운 5000여 명도 환호로 화답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환호 속에 등장한 사람은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였다.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등장한 그는 송강호를 끌어안으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소 살이 빠졌지만 앞서 중국 연예 매체에서 제기한 혼수상태설이 무색할 만큼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시상자로 나선 송강호는 “제가 호명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저우룬파는 “배우를 한 지 올해 딱 50년이 된다. 긴 세월이지만 뒤돌아보면 어제 같기도 하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아내에게 고맙고, 오랜 기간 사랑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김치”라고 외치며 관중석이 나오게 셀카를 찍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크게 말했다. 배우 판빙빙은 윤이 나는 주황색 드레스로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 ‘미나리’(2021년)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은 아홉 살 난 딸의 손을 꼭 잡고 등장해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은 올해 1월 별세한 배우 윤정희에 대한 헌정 영상으로 시작됐다. BIFF는 그에게 올해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여했다. 시상은 그의 유작 영화 ‘시’(2010년)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했고, 상은 딸 백진희 씨가 받았다. 올해 개막작으로는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됐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배우 고아성이 행복을 찾아 뉴질랜드로 떠난 주인공 계나 역을 맡았다. 폐막작은 량차오웨이(양조위) 주연의 코미디물 ‘영화의 황제’다. 이날부터 13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BIFF에는 69개국 209편의 작품이 공식 초청됐다. 예산이 축소돼 지난해 242편보다 초청작이 줄었다.부산=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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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없는 아빠, 성숙한 딸… 동반 성장기

    열두 살 조지(롤라 캠벨)의 방과 후 일과는 ‘자전거 훔치기’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누르고 사람들 눈을 피해 전봇대 뒤에 숨는다. 몇 번 시도 끝에 잠금장치를 풀어내는 데 성공하면 자전거를 들고 냅다 달린다. 비행 청소년인가 싶지만, 조지는 ‘생계형 도둑’이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시설에 보내지는 게 두려워 ‘삼촌과 함께 산다’는 거짓말을 꾸며내 홀로서기에 나선다. 생활비는 훔친 자전거를 팔아 마련한다. 어느 날 조지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아빠 제이슨(해리스 디킨슨)이 등장한다. 러닝셔츠에 걸쳐 입은 운동복, 탈색한 머리카락 등 아빠의 모습은 어딘지 불량해 보이지만 둘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족이 되어 간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샬럿 리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크래퍼’다. 영화는 올해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에 깔린 주제는 죽음이다. 병에 걸리기 전 엄마와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조지의 눈빛과, 엄마가 없는 집 방 한켠에 자신만의 제단을 만들어 놓고 애도하는 조지의 눈빛이 겹쳐져 서글프다. 상실의 슬픔을 아이의 시각에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관객이 몇 살이건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의 마음으로 슬퍼하게 된다는 점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용감하게 스스로를 부양하는 조지와 철없지만 딸에게 애정을 느끼는 제이슨의 친구 같은 모습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재기발랄한 연출 덕이기도 하다. 스물아홉 살의 젊은 감독답게 노랑, 분홍, 파랑 등 밝은 색깔을 적재적소에 썼고, 열두 살 조지가 머릿속에 낙서를 하는 듯한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해 잔잔한 영화인데도 지루하지 않다. 리건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게 보낸 친필 편지에서 “‘스크래퍼’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영화다. 슬픔과 유년 시절에 대한 영화이며, 함께 살아온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을 쓴 기간에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애도하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이 영화가 여러분과도 연결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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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제예산 반토막, 독서사업도 5분의 1로… “지원줄어 문화계 타격”[인사이드&인사이트]

    《출판, 영화, 만화 등 문화예술계 여러 분야에서 내년 정부의 지원금이 일부 줄어들 예정이어서 관련 창작자와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8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문화예술 예산은 올해 2조3140억 원에서 내년 2조2704억 원으로 436억 원(1.9%) 줄어든다. 문체부 전체 예산안이 올해 6조7408억 원에서 내년 6조9796억 원으로 2388억 원(3.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문체부가 세부 예산안 전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삭감 폭이 큰 분야에선 “문화산업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문체부는 “비효율적 사업을 정리하는 등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고, 콘텐츠 예산은 오히려 1250억 원 늘렸다”는 입장이다.》 ● “출판 예산 62억 원 줄어” vs “중소출판사 육성 예산 신규 편성”반발이 큰 대표적인 분야가 출판계다.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 단체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출판 예산은 올해 529억 원이지만 내년 예년은 62억 원(12%) 줄어든 467억 원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출판 단체들은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연간 520종의 문학 도서를 선정·구입해 도서관에 배포하는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 예산이 올해 20억 원이었지만 내년엔 아예 편성되지 않았고, 동아리와 이동식 도서관 등을 지원하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사업’은 올해 60억 원 규모로 예산이 편성됐지만, 내년엔 12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올 5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 전자책(e북) 해킹 사건과 지속적인 독서 인구 하락으로 출판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화, 드라마 등 타 분야로 지식재산권(IP) 활용 가능성이 높은 출판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면 한국 문화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체부는 우수 중소출판사 육성 예산 30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또 내년 예산을 없앤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은 비문학 도서를 선정·구입해 도서관에 배포하던 기존 세종도서 지원 사업으로 통합 운영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김성은 문체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사업’ 예산이 줄어든 건 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의 차별 없는 독서 기회 보장을 위한 예산 12억 원도 새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예산 반 토막” vs “영상 투자 예산 대폭 확대”영화계는 지역 영화제 지원 예산이 줄어든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유증과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극장가에서도 대작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것이다.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외 영화제 육성’ 예산은 올해 56억 원에서 내년 28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역 영화 문화 활성화 지원’ 예산은 올해 12억 원이지만 내년엔 폐지된다. 56개 영화제가 참여한 ‘국내개최영화제연대’는 지난달 14일 성명서를 내고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영화제연대에 참여한 서울독립영화제의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지금의 1000만 감독들 역시 10년 이상 작은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이들”이라며 “작은 영화제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야 다음 작품을 만들 동력과 네트워크가 생긴다. 예산 삭감은 안 그래도 부족한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더 해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문체부는 지역 영화제 지원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지역 영화제가 난립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국내외 영화제 육성’ 예산 지원 대상을 기존 40개 영화제에서 20여 개로 줄여 경쟁력 있는 영화제를 지원하겠다는 것. 강민아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한국 영화 투자·제작 활성화를 위한 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 예산을 올해 80억 원에서 내년 250억 원으로 늘린다”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투자 대상에 제한이 없는 ‘콘텐츠 전략펀드’ 예산 450억 원도 신설한다”고 했다.● “‘윤석열차’ 논란 맞물려 삭감” vs “부진 사업 예산 줄인 것”일각에선 ‘미운털’이 박힌 곳의 예산을 줄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에 대한 내년 문체부 예산은 60억 원으로, 올해(116억 원)보다 56억 원 줄어 거의 절반이 됐다. 진흥원의 만화산업 전문교육 인력 양성 사업과 만화 교육을 지원하는 웹툰창작체험관 사업은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문체부는 진흥원 사업과 상당 부분 겹치는 ‘웹툰산업 전문인력 교육 사업’을 직접 하는 사업으로 신설해 20억 원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비슷한 분야에 지원할 예산을 진흥원에서 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흥원은 지난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한 고교생이 그린 만화 ‘윤석열차’가 금상을 받으며 논란이 됐다. 만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기차 전면에 그렸고, 부인 김건희 여사를 연상시키는 인물과 칼을 휘두르는 검사들이 기차에 탄 모습을 담았다. 공모전을 후원한 문체부는 학생 대상 공모전에서 정치적 내용을 담은 작품은 다루지 않기로 한 후원 조건을 위반했다고 진흥원에 경고했다. 한 만화계 관계자는 “진흥원 예산 삭감은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 창작자, 단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며 “논란이 있었던 사안인 만큼 예산안 책정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비효율적 사업을 정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현경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지역웹툰캠퍼스 사업 등 투입 대비 효과가 부진한 사업의 예산을 줄인 것”이라며 “만화 출판 지원, 만화 콘텐츠 다각화 지원, 수출 작품 번역 지원 사업에선 부정 수급 사례가 발견돼 예산을 삭감했다”고 했다.● “문화계와 소통부터 해야”문체부는 전반적 문화예술 예산 감소는 문화계에 대한 지원 주체를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 예산 대비 33조 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유병채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예산안을 발표하며 “국고 지원을 줄이고 지방재정 교부금에서 충당하기로 했거나 지방으로 이양되는 사업 등이 늘어난 것이 (예산) 감소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꼭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면 정부의 창작자에 대한 직접 지원은 줄이고, 취약계층 등 국민의 문화 향유를 보조하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창작자를 직접 지원하면 필연적으로 배제되는 이들이 생기기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독립출판, 독립영화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문화 역시 상업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문화계가 수익성을 높여 자립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정부와 문화계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8월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의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화계에선 실제 문제가 있는지를 떠나 수사 의뢰까지 할 사안은 아니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는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산안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 다양한 행위자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정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불신을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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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천외한 재료로 만든 북한 술 한자리에

    술을 사랑하는 남한 사람들. 한민족인 북한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추석 연휴인 10월 1일 채널A에서 방송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북한 술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 본다. 서민들은 마실 수 없는 북한의 ‘명품 술’부터 기상천외한 이색 재료로 만든 술까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한의 술을 한자리에 모았다. 애주가로 알려진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사랑한 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본다. 북한 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대동강 맥주’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극찬한 ‘대동강 맥주’가 남한의 맥주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본다. 소주 애호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주(國酒)로 지정한 ‘평양 소주’도 소개한다. 평양 소주는 25도로 도수가 다소 높고 향긋한 증류식 소주다. 2018년 9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만찬주로 평양 소주가 테이블에 올랐다. 북한의 서민들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술을 쉽게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유명한 술은 특권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떤 술을 마실까. 이날 방송에서는 북한 주민이 즐겨 마시는 서민의 술부터 ‘명품’ 술, 출연자들을 경악하게 한 재료로 만든 술까지 흥미로운 북한 술을 만날 수 있다. 방송은 10월 1일 오후 11시에 볼 수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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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추석연휴, 전시-영화-공연 ‘문화 나들이’ 떠나볼까

    《달이 환하게 가득 차 오르는 추석이다. 연휴 기간 나들이에 문화생활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볼 공연과 영화, 전시, 책이 풍성하다. 본보 공연, 전시, 영화, 출판 담당 기자들이 추석 연휴에 즐길 만한 추천작을 각각 추려 봤다.》 英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마지막 기회… 장욱진 60년 활동 조명 회고전 열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소장품 52점을 선보이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는 10월 9일 막을 내린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최고의 거장 카라바조(1571∼1610)의 명작은 물론 라파엘로,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터너, 마네, 모네, 고갱 등 서양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석 당일에만 휴관하기 때문에, 이번 연휴가 명작을 만날 막바지 기회다. 통상 해외 전시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인상주의나 현대미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N차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 풍속화나 18세기 영국 초상화 등 국내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미술 경향을 집중해서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줄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은 1920년대부터 1990년 작고하기까지 장욱진의 60년간 활동을 조명한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일본에서 발견된 1955년 ‘가족’도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관에서는 김구림, 정연두 개인전을 연다. 과천관에서는 이신자 회고전을, 청주관에서는 피카소 도예전을 각각 볼 수 있다. 서울관은 추석 당일, 과천·덕수궁·청주관은 10월 4일 대체 휴관한다.항일운동 소재 ‘도적’ 가족 모두 즐길만… 강동원 주연 ‘천박사…’ 영화 예매율 1위 추석 연휴를 겨냥해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작품은 ‘도적: 칼의 소리’다. 1920년대 중국 북간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선식 서부극’으로, 배우 김남길 서현 이현욱 이호정 등이 출연했다. 조선, 중국, 일본 문화가 한데 모인 북간도의 이색적인 풍경에 말을 타고 윈체스터 장총을 쏘는 시원한 액션이 더해졌다. 항일운동을 소재로 삼아 가족들이 추석에 둘러앉아 함께 즐길 만하다. 총 9화가 22일 공개됐다. 27일 개봉한 배우 강동원 주연의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예매율 1위를 달리며 추석 극장가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퇴마사 행세를 하며 사람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던 천 박사(강동원)가 악귀 범천을 만나게 되면서 진짜 퇴마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무시무시한 반인반신의 범천 역은 배우 허준호가 맡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답지 않게 러닝타임이 98분으로 짧다. 12세 관람가로 연휴 저녁에 가족들이 가볍게 보기 좋은 오락영화다.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이달 초 개봉한 유재선 감독의 ‘잠’을 아직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들 작품도 관람하길 권한다.하루키 6년만에 장편소설 ‘도시와…’ 출간, 그림책 ‘세상에서…’은 고향 풍경 담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768쪽·1만9500원·문학동네)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가 6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30대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소녀를 떠올린 뒤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6일 출간된 뒤 예스24에선 3주 연속, 교보문고에선 2주 연속 종합 1위에 올랐다.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동명의 중편소설을 고쳐 썼다는 점에서 하루키의 팬들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두툼한 ‘벽돌책’인 만큼 연휴에 도전할 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델핀 페레 지음·백수린 옮김·128쪽·2만 원·창비)은 정겨운 고향의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 그림책이다. 엄마의 고향을 찾은 아이는 시골집 다락에 올라 엄마의 오래된 물건들을 꺼내어 본다. 엄마가 갖고 놀던 장난감, 엄마가 즐겨 불렀던 피리,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사진들…. 엄마의 추억이 보물상자처럼 아이에게 닿는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 이 책 속의 엄마와 아이처럼 가족들과 옛 추억을 나눠 보면 어떨까. 지난해 프랑스 아동문학상 ‘소시에르 상’ 수상작이다.국립창극단 ‘심청가’ 4년만에 무대에… 연극 ‘더 파더’ 전무송-현아 부녀 출연 이번 추석에는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공연으로 서로의 온기를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국립창극단의 ‘심청가’가 4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손진책이 극작과 연출을, 안숙선 명창이 작창을 맡았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 부르는 ‘범피중류’ 장면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안무를 짰다. 민은경, 이소연, 유태평양 등 창극단 소속 간판 소리꾼들이 출연한다. 연휴 기간에는 관람 전 창극단 단원들에게 ‘심청가’의 한 대목과 추임새를 배워 볼 수 있다. 2만∼5만 원. ‘진짜 부녀’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연극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배우 전무송(81)과 딸 전현아(52)가 아버지와 딸을 연기하는 연극 ‘더 파더’가 공연된다.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이 원작이다.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았다. 공연은 치매에 걸린 가운데 위신을 지키려는 노인 앙드레와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딸 안느의 이야기를 다룬다. 4만5000∼5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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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된 송중기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 생겨”

    “아이가 태어나니 떳떳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요. 무엇보다 아이가 예뻐 죽겠어요.” 배우 송중기(38)는 태어난 지 100일이 됐다는 아들 이야기를 꺼내며 반달눈으로 웃었다. 어느새 불혹 가까운 나이에 아빠가 됐지만 여전히 미소년 티가 나는 그를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 달 11일 개봉하는 영화 ‘화란’에서 송중기는 조폭 세력의 중간 보스인 치건 역을 맡았다. 영화는 올 5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어렸을 적 사고로 찢어진 귀, 기미가 거뭇한 얼굴로 게걸스럽게 매운탕을 먹는 영화 속 그의 모습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외형보다 더 낯선 건 희망도, 어떠한 욕구도 없이 서늘한 그의 표정이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0년)에서 부잣집 도령 구용하 역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송중기에게는 항상 ‘꽃미남’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선이 가늘고 고운 얼굴, 하얀 피부는 고생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둡고 거친 세상 속 남자 역할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 그는 “어둡고 스산한 정서를 가진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과거 할 기회가 있었을 때 못한 게 개인적으로 한이 됐다”고 했다. “상업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누아르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화란’ 시나리오를 본) 시기가 잘 맞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삶에도 변화가 있었다. 송중기는 올해 1월 배우 출신 영국인 케이티 루이스 손더스와 결혼했고 6월에 아들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티의 과거에 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는 “어떤 곳에선 소설을 쓰고 있더라.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남편으로서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는 “화내지 말자”고 한 아내의 현명한 태도에 반성했다고 한다. 육아는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탈리아 로마에서 하고 있다. 그는 “둘 다 초보 부모라 ‘으쌰으쌰’ 하면서 키우고 있다”며 웃었다. 미국, 영국에 인맥이 있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그는 해외 작품 출연을 위한 오디션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다. 그는 “연출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아직은 생각이 없다. 지금은 연기를 똑바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제작자로 좋은 작품을 발굴하는 데에는 힘쓰고 싶다고 했다. “제작, 기획에 재미를 느껴요. 소속 회사 프로듀서들과 기획을 시작한 작품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만족감을 느끼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다하고 싶습니다. 책임감을 가지는 게 좋은 어른인 것 같아요.” 배우이자 부모가 된 한 사람의 다짐이 엿보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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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열하는 역할 안하려 했는데 ‘무빙’ 시나리오 보곤 욕심 생겨”

    밑바닥 삶을 살던 조폭의 인생에 불쑥 다방 종업원인 여자가 등장한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이 투박한 남자. 여자의 얼굴을 보려고 다방 전화가 불이 나도록 커피를 시킨다. 남자의 순수한 내면을 알아본 여자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쓸모’를 얻은 남자는 여자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따뜻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남자를 노리는 세력에 의해 불의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여자는 눈을 감는다. 남자는 여자가 선물처럼 남기고 간 딸을 지키리라 다짐하며 매일 눈물을 훔친다. 20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 속 재생초능력자 장주원의 서사다. 수없이 본 신파인데도 몰입도 있는 연기력을 통해 시청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쏟게 만든 배우 류승룡(53)을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류승룡은 이날 후줄근한 옷차림에 피범벅 된 장주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멀끔한 남색 양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무빙’의 성공 소감을 묻자 그는 사랑하는 여자 지희(곽선영) 앞에 선 주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줍게 “저뿐만 아니라 ‘무빙’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아직도 과몰입 상태”라고 했다. ‘무빙’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꼽으라면 지희를 잃은 주원이 상복으로 갈아입으며 통곡하는 부분이다. 류승룡이 박인제 감독에게 직접 제안한 장면이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유난히 오열하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에서 7세의 지능을 가진 ‘용구’ 역할을 할 때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년)에서 아들을 잃은 ‘조학주’로 분했을 때도, 1600만 관객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9년)에서조차 오열 장면이 있었다. 그는 “우는 장면 촬영이 (심적으로) 힘들었다. 오열하는 역할은 당분간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빙’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장면은 연기 인생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어 두 번이나 구토를 했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주원과 지희의 서사가 잘 공감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 역시 가장 소중한 걸 잃은 경험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공감과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년 넘게 연기를 해온 그에게도 ‘무빙’은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무빙’ 촬영장 자체가 초능력자들이 모인 곳 같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스태프의 현장 대처 능력과 순발력은 세계 최고다. 프랭크(류승범)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조금 약해 보여 즉석에서 차 문짝을 떼어서 때리는 장면으로 바꿨다. 모든 현장 감독들이 모여서 1시간 만에 현장을 만들어 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의 고집으로 각 캐릭터 서사를 1, 2회씩 길게 쌓아 나간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인데 ‘무빙’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원에 대해 “관심과 사랑, 공감과 위로가 길을 잃고 방황하던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종합 화제성 순위 1위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서 디즈니플러스 최다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무빙 시즌2’에 대해 류승룡은 “강 작가가 환갑 때까지 몸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앞서 22일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무빙 시즌2’ 제작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류승룡에게 다른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이 탐나느냐고 물었다. “음…. 시간초능력요. 시간을 되돌리면 지희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장주원 캐릭터에 대한 ‘과몰입’이 분명해 보였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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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뇌피셜은 어떻게 확신이 되는가

    “저 사람 그런 말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다니 미쳤나 봐.” 인간은 대부분 스스로가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자신의 가치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사람은 비합리적이라고 손쉽게 단정한다. 그런데 정말 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일까.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이 사실은 일종의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일종의 ‘예측 기계’다. 위험한 세상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내적 세계 모델’을 만든다. 이 모델을 통해 뇌는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예측하고, 세상에 대한 지각을 만들어 낸다. 착시 현상이 그 예다. 우리 뇌는 실제가 아닌데도 착시 현상을 일으켜 짧은 선을 더 길게, 긴 선을 더 짧게 인식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뇌가 시각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만들어놓은 내적 세계 모델을 통해 감각 정보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생각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측 기계인 우리의 뇌는 스스로에게 가장 유리한 사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사실에 대한 확신이 합리적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이 같은 확신이 인터넷의 발달로 더욱 가속화됐고 이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기 쉽다고 우려한다. 확신이란 결국 뇌가 만들어낸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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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청 퇴마사로 돌아온 강동원 “추석 흥행 부담되죠”

    퇴마사 강동원과 영화감독 송강호, 마라토너 임시완, 욕쟁이 할머니 김수미까지…. 올 추석 연휴 스크린을 수놓을 배우들이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 ‘1947 보스톤’까지, 대작 3편이 27일 이례적으로 동시에 개봉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1일 만난 ‘천박사…’의 주연 배우 강동원은 추석 연휴에 개봉작이 몰린 데 대해 “다들 서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영화들”이라고 말했다. ‘천박사…’는 추석 개봉작 예매율 1위를 달리며 가장 관심을 받고 있다. 천 박사(강동원)는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무속인 집안의 장손이지만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다. 영적인 능력은 없지만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으면서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사기를 치고 다닌다. 그러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유경(이솜)의 의뢰를 받게 되고, 사람 몸에 빙의하는 능력을 가진 범천(허준호)과 대결을 펼친다. 영화 전반은 사기꾼 천 박사와 조력자 인배의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가 돋보이는 코미디물에 가깝다. 천 박사를 연기하는 강동원의 모습에서 ‘전우치’(2009년) ‘검사외전’(2016년)에서 보여준 능글맞은 캐릭터가 겹쳐진다. 그는 “전우치 등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 너무 겹치지 않도록 대사 톤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유경이 등장한 후에는 ‘검은 사제들’(2015년)에서 선보였던 분위기도 풍긴다. 전체적으로는 가볍게 볼 수 있는 판타지 오컬트물이다. 네이버 웹툰 ‘빙의’가 원작이다. 강동원은 “무속신앙을 믿지 않지만 흥미로운 소재다. 굿은 하나의 콘서트 같은 느낌이다. 대본이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출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백미는 천 박사와 범천의 맞대결 액션신이다.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2014년) ‘검사외전’에서 액션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강동원은 “최대한 제가 맞고 굴러다녀야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해 힘을 뺀 액션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영화 ‘기생충’(2019년)에서 ‘지하실 부부’였던 배우 이정은과 박명훈이 ‘기생충’을 연상케 하는 대저택을 가진 부부로 나와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 박정민이 선녀무당으로, 블랙핑크의 지수가 선녀무당이 모시는 선녀로 특별 출연했다.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거미집’은 1970년대 검열이 극심하던 시절, 다 찍어놓은 영화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감독이 정부 몰래 재촬영을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김 감독(송강호)의 앵글 속에 담긴 배우들의 연기는 흑백으로 처리해 다소 낯설지만 송강호의 연기 덕분에 어색하지 않다.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이다. 송강호는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라 대중과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과 반가움에 박수 쳐주는 관객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1947 보스톤’은 마라토너 손기정(하정우)과 제자 서윤복(임시완)의 실화를 그린 강제규 감독의 신작이다. 광복 후 한국인으로는 처음 보스톤(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일장기가 아닌 태극 마크를 달고 달린 서윤복 이야기를 그렸다. 이른바 ‘국뽕’ 영화라는 비판에 대해 강 감독은 “(영화 내용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마라톤을 소재로 했지만 종반부 서윤복이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은 박진감 있다. 21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2002년 시작한 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을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와 결혼시키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로 김수미가 욕쟁이 홍 회장 역을 맡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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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스턴 활극에 동양의 히어로… 넷플릭스, 이번엔 ‘한국형 서부극’

    ‘오징어게임’(2021년), ‘수리남’(2022년) 등 추석 연휴에 내놓은 작품마다 크게 성공한 넷플릭스가 올 연휴엔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를 공개한다. ‘한국형 서부극’을 표방한 작품으로 1920년대 중국 간도가 배경이다. 일본군과 독립군, 삶의 터전을 뺏기고 이주한 조선인들이 모여들어 살아남기 위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넷플릭스는 추석 연휴 귀성·귀경객을 겨냥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팝업존을 만들어 작품을 홍보할 예정이다. 9회 차가 22일 전부 공개된다. ‘도적: 칼의 소리’ 주인공인 이윤(김남길)은 간도에서 도적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다. 노비 출신인 그는 면천(免賤·조선시대 천민을 평민, 양반 등으로 격상시켜 주는 제도)돼 일본군에서 활동하다가 간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핍박받는 조선인들을 목격하고, 동포를 지키는 도적이 된다. 이윤의 과거 주인이자 그와 가깝게 지냈던 일본군 소좌 이광일(이현욱)은 조선인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립군 소탕에 앞장선다. 남희신(서현)은 조선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다. 의도적으로 이광일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돌리고, 독립군에 자금을 보낸다. 의병장 최충수(유재명),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하는 총잡이 언년이(이호정) 등이 조연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황무지와 총을 든 1920년대 한국 도적들의 기묘한 앙상블이 눈길을 끈다. 철도 선로가 깔린 역사와 조선, 일본, 중국의 문화가 한데 섞인 마을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영화 ‘곡성’(2016년) ‘군함도’(2017년) 등의 세트를 만들어낸 이후경 미술감독 작품이다. 이 미술감독은 “동양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웨스턴 장르가 지닌 무법지대의 느낌을 적절히 녹여내고 싶었다”고 했다. 중국의 객잔과 일본의 은행 등 서로 다른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한곳에 뒤섞어 혼란스러웠던 당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연출을 맡은 황준혁 감독은 19일 제작발표회에서 “웨스턴 활극에 동양적 히어로들을 결부한 새로운 시대극이다. 시청자들이 처음 보는 장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도적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다양한 무기를 이용한 액션이 등장한다. 김남길은 서부극의 상징인 윈체스터 장총 액션을 선보인다. 그는 “웨스턴 장르를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총기가 장총”이라며 영화 ‘놈놈놈’(2008년)의 배우 정우성에게 전화를 걸어 장총 액션 노하우를 물었다고 했다. 정우성은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답했다. 김남길은 “총기 액션을 끊지 않고 쭉 이어서 롱테이크로 찍었다. 액션 장면을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활, 권총, 칼, 도끼는 물론이고 맨손 격투까지 다채롭게 나온다. 유재명은 “다양한 이야기와 재미난 활극도 있지만 작품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가족이다.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과 잃어버린 사람, 그리워하는 사람…. 추석에 가족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작품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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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빙처럼 날고, 천박사와 인증샷… 체험 팝업존 인기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는 지난달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2층 건물이 있다. ‘반갑다. 괴물아’라고 적힌 노란 풍선이 건물 꼭대기에 매달려 있고, 커다란 간판엔 ‘이곳에 초능력자가 산다’는 문구가 담겼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을 홍보하기 위한 스페셜 팝업존이다. 이곳에서는 국정원 요원인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비비탄총으로 사격 연습을 할 수 있고, 비행 초능력을 가진 인물 봉석이처럼 교실 천장으로 붕 뜬 모습을 연출해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지난달 5일부터 20일까지 운영된 팝업존은 팬들의 요청에 따라 1일 다시 문을 열어 다음 달 3일까지 운영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체험형 공간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기존엔 배우들이 무대 인사를 하거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포스터를 내걸어 작품 홍보를 했지만 최근엔 건물을 통째로 빌려 관람객이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관람객들의 콘텐츠 몰입도를 높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행사를 통해 2차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신사동은 콘텐츠 팝업존 단골 지역이다. 2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8일부터 2주간 성수동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 1호점’을 운영한다. 한 개 층 상가 건물 전면에 주인공인 배우 강동원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취향에 따라 부적을 꾸며 보거나, 신입 퇴마 연구원 명함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SNS에 인증샷을 올린 관람객에게는 극 중 강동원 모습을 본뜬 키링과 티셔츠 등을 선물로 줘 홍보를 유도한다. 성수동엔 한 개 층 전체를 빌린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팝업존이 있고, 송강호 주연의 영화 ‘거미집’도 영화 세트장 콘셉트로 3개 층 체험 팝업존을 운영하고 있다. 27일 개봉하는 워너브러더스의 공포영화 ‘더 넌2’ 역시 신사동에 영화 속 기숙학교를 본뜬 3개 층 규모의 팝업존을 열었다. ‘더 넌2’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에서 방 탈출을 즐길 수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보통 억대의 비용이 드는 체험 공간은 젊은층에게 반응이 뜨거워 작품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체험형 공간을 통해 팬들이 드라마나 영화 속 세계관과 캐릭터를 한층 가까이 체험하게 되고, 더 즐겁고 풍요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며 “팝업존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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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싱 게임 덕후 소년, 실제 프로 레이서 되다

    운전을 게임으로 배운 소년이 레이싱 선수 발굴을 목표로 만들어진 콘테스트에서 전 세계 게이머들을 물리치고 진짜 레이싱 선수로 발탁된다. 하지만 다른 레이싱 선수들은 물론이고 기술자들까지 그를 ‘심(시뮬레이션) 레이서’라고 조롱하며 동료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 게임과 달리 실제 중력을 느끼며 달리는 서킷에서 실수를 연발하지만 마침내 가장 어려운 경기의 시상대에 오른다. 영국의 프로 레이싱 선수 얀 마든버러(32)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란 투리스모’가 20일 개봉한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마든버러는 여덟 살이 되던 해 이웃집에서 레이싱 비디오 게임 그란 투리스모를 처음 접했다. 수천 시간을 레이싱 게임에 쏟으며 유년시절을 보낸 그에게 ‘GT 아카데미’라는 기회가 찾아온다. 게임 그란 투리스모에서 최상위 기록을 낸 플레이어들에게 실제 레이스 드라이버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우승자에게 실제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기회를 준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마든버러는 일본 자동차 그룹 닛산과 계약을 맺고, 프로 레이싱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영화는 마든버러가 GT 아카데미 선발 게임에 참가하는 때부터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든버러 역은 영국 배우 아치 머데퀘이가 맡았고 데이비드 하버(잭 솔터 역), 올랜도 블룸(대니 무어 역) 등 유명 배우가 출연했다. 영화의 볼거리는 시속 300㎞가 훌쩍 넘는 속도 등으로 실감 나게 구현한 레이싱 장면이다. 레이싱 게임 화면을 스크린에 직접 적용한 장면들도 눈에 띈다. 마든버러가 주행하고 있는 트랙에 주행 가이드라인을 띄우고, 몇 등을 하고 있는지 차 위에 표시되도록 해 관객에게 거대한 스크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의자가 움직이는 4DX관(입체영상 특별관)에서 관람하면 레이싱 영화의 재미를 배로 느낄 수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권위 있는 레이싱 경기로 꼽히는 프랑스의 ‘르망 24시’ 장면이다. 마든버러가 직접 자신의 대역 스턴트로도 참여했다. 마든버러와 그의 팀은 2013년 르망 24시에서 3등을 했다. 그는 플레이스테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여정이 영화로 남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초현실적이다. 내 이야기를 보고 사람들이 자신의 꿈에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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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둥이 얻고 만난 ‘무빙’… 시나리오가 마음 울렸다”

    “제 늦둥이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무빙’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아이를 낳고 보니 시나리오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이 매주 새로운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반응이 뜨겁다. 탄탄한 이야기와 만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캐스팅, 감성을 자극하는 가족애 코드로 호평을 받고 있다. ‘무빙’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도 4주 연속 디즈니플러스 시청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9일 방송을 시작한 후 13일 기준 17회까지 공개했고 20일 18회부터 마지막 회인 20회까지 3회 차를 한꺼번에 공개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2일 만난 박인제 감독은 ‘무빙’의 성공에 대해 “만드는 게 제 역할이고 그 다음은 운명이다. 흥행을 예상하면서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신이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영화 ‘모비딕’(2011년) ‘특별시민’(2017년)을 연출한 영화감독인 그는 2020년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공동연출을 맡으며 처음 드라마 세계에 발을 들였다. 박 감독은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으로 액션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시청자들은 마블, 엑스맨 등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익숙해져 있지만, 우리는 따라할 만한 자본력이 없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김두식 역의 배우 조인성이 날아가는 장면이 어설퍼 보이지 않도록 배우 신체의 각도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최적의 자세를 찾았다고 한다. 박 감독은 “처음 조인성이 하늘을 나는 동작을 찍을 때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웃었다. 컴퓨터그래픽(CG) 처리가 안 돼 있기에 현장에선 착지하고 나는 배우의 동작이 다 웃겼다. 조인성이 ‘연기 인생 끝나는 거 아니냐’고 말했을 정도다. 처음엔 웃었지만, CG가 잘돼야 하니 모두가 진지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빙에 대해 “한국에 없던 히어로물을 작업하면서 미숙한 제가 많은 걸 배운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남은 회차에서 원작엔 없는 초능력을 가진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온다”며 마지막까지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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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프스 배경 두 남자의 인생과 우정 그려… 해발 2000m에 세트장 만들어 풍경 담아

    이끼가 초록색 융단처럼 깔린 계곡, 봉우리에 덮인 하얀 눈, 반짝이는 호수의 윤슬. 영화는 그림 같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다. 그 안에 사는 두 남자의 인생과 우정을 그린 영화 ‘여덟 개의 산’이 20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사는 도시 소년 피에트로(루포 바르비에로)는 열한 살 여름, 부모님을 따라 절경을 자랑하는 아오스타 계곡에서 방학을 보내게 된다. 피에트로는 이곳에서 평생을 형제처럼 지내게 될 브루노(크리스티아노 사셀라)를 만난다. 마을에서 유일한 또래인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산과 계곡을 마음껏 누린다. 피에트로는 브루노와의 시골 생활에 자연스레 젖어 들고, 밤이면 속닥이며 함께 잠든다. 하지만 두 소년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브루노의 아버지가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브루노를 데려가 버리고, 둘은 떨어져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두 사람은 갈림길에서 각자 다른 길을 택한 사람처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청년이 된 피에트로(루카 마리넬리)는 세상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한다. 원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더 나은 자신을 찾고 싶다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성인이 된 브루노(알레산드로 보르기)는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산다. 항상 그곳에 있는 산처럼 자신이 살던 시골 마을로 돌아와 이전처럼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며 산다. 피에트로의 아버지와도 진짜 부자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평범한 가정도 꾸린다. 그러던 중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알프스산맥에 외딴집을 지어달라’는 피에트로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아오스타에서 다시 만난다. “자, 잘 봐. 이게 우리의 세상이야. 그 중심엔 가장 높은 산이 있어. 누가 더 많이 배울까? 가장 높은 산에만 오른 사람과 그 주변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사람 중에 말이야.” 떠돌며 삶의 의미를 찾는 피에트로가 한곳에 뿌리내려 옴짝달싹 못 하고 고군분투하는 브루노에게 건넨 말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별하고 재회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 ‘뷰티풀 보이’(2019년)로 잘 알려진 펠릭스 판흐루닝언 감독과 부인 샤를로트 판데르메이르스가 공동감독을 맡았다.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제작진은 알프스의 모습을 제대로 담기 위해 해발 2000m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집을 직접 지었다. 높고 뾰족한 산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화면 비율보다 좁은 1.37 대 1 비율로 촬영했다고 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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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더위 사냥… 공포영화 몰아친다

    여름 성수기 이후 추석 연휴 대목 전 틈새에 미스터리, 공포 영화가 연달아 개봉한다. 중·저예산 작품부터 쟁쟁한 배우가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까지 다양하다. 이목을 끄는 작품은 유재선 감독의 ‘잠’이다. ‘잠’은 개봉 첫날인 6일부터 영화 ‘오펜하이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다.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사이좋은 신혼부부가 주인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남편에게 몽유병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오싹한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 정유미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봉준호 감독은 “작지만 단단한 보석 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케네스 브레나, 양쯔충(양자경), 티나 페이 등이 출연하는 ‘베니스 유령 살인 사건’도 기대를 모은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핼러윈 파티’가 원작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년), ‘나일강의 죽음’(2022년)에 이은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은퇴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살던 푸아로가 우연히 영혼들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모임에 참석하고, 그 자리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에이리언’ 시리즈와 ‘글래디에이터’(2000년) ‘마션’(2015년)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13일 개봉한다. 제7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공포·스릴러 영화 ‘이노센트’(6일 개봉)는 노르웨이 출신 각본가 겸 감독 에실 보그트가 연출한 두 번째 작품이다. 보그트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2년) ‘라우더 댄 밤즈’(2018년) 등 칸 영화제 초청작의 각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블라인드’(2016년)에 이어 그가 감독을 맡은 ‘이노센트’는 새 동네로 이사한 소녀 이다(라셸 레노라 플뢰툼)가 고양이를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죽이는 등 잔인하면서도 초능력을 가진 또래 친구 벤(샘 아슈라프)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통해 순수한 악과 불안, 긴장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포 영화도 여러 편 개봉한다. god 출신 배우 데니 안이 주연한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13일 개봉)은 요즘 유행하는 차박(차내 숙박)을 소재로 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끔찍한 일을 겪는 부부의 이야기다. 아내 미유 역을 맡은 배우 김민채는 이 작품으로 미국 포틀랜드 호러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산악바이크 동아리 멤버들이 치악산에 갔다가 겪는 기이한 일을 그린 공포물 ‘치악산’도 있다. 배우 윤균상, 김예원이 출연한다. 1980년대 치악산에서 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는 괴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영화는 13일 개봉할 예정이지만 강원 원주시와 원주 치악산에 있는 구룡사 등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제작사는 “영화 내용은 허구라는 문구를 도입부와 엔딩 크레디트에 넣었다”며 맞서고 있다. 상영 여부는 12일 결정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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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관객들 집중력-열정 대단해… 한국영화 성장에 많은 영향 끼쳐”

    독일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63·사진)가 영화 ‘어파이어’를 들고 처음 한국을 찾았다. 13일 개봉하는 ‘어파이어’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페촐트 감독에게는 영화 ‘바바라’(2013년)에 이은 두 번째 은곰상 수상작이다. 그는 “한국만큼 집중력이 높은 관객들을 본 적이 없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이 한국 영화의 성장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돼 기뻤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KT&G상상마당에서 6일 만난 페촐트 감독은 눈을 반짝이며 취재진의 한국어 질문을 유심히 들었다. 그는 “한국어가 아름답게 들린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서 항상 주목받는 부분 중 하나가 사운드다. 배우가 낭독하는 소리나 귀를 붙드는 음악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파이어’에도 집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비행기 소리 등 사운드에 집중한 장면이 많다. ‘어파이어’는 소설가인 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이 작품 집필에 집중하기 위해 친구인 펠릭스(랭스턴 우이벨)와 함께 바닷가 마을로 떠났다가 나디아(파울라 베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레온은 자신의 글쓰기만 중요하다고 여기며 주변 사람들의 일이나 능력을 평가 절하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졸작에 가깝다. 영화는 레온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을 풍자한다. 독일의 역사와 고독한 인간을 묘사했던 ‘바바라’(2012년), ‘피닉스’(2014년), ‘운디네’(2020년) 등 전작들과는 결이 다르다. 한층 가볍고 실소가 터져 나오는 장면도 있다. 페촐트 감독은 “원래 디스토피아적인 사회에 대한 각본을 쓰고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 고열에 시달리면서 여러 꿈을 꿨고, (몸이 아파) 미래에 대해 두려운 마음도 생겼다. 그러면서 당시 쓰고 있던 각본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삶을 찬미하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삶과 여름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고 이 각본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지질한 예술가인 레온에 대해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저의 많은 부분이 레온이라는 인물에 투영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페촐트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기 전 배우와 모든 스태프를 데리고 촬영지에서 3일 동안 워크숍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는 각본을 읽고 난 뒤 같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또 촬영하게 될 모든 장소를 함께 둘러본다. 그러면 배우들은 자기만의 상상을 머릿속에 꾸려가고 집에 돌아가서는 새로운 감정을 가진 상태로 대본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배우와 나 스스로 (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다”고 했다. 예술 영화를 찍는 페촐트 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한 영화계 침체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라며 “함께 영화를 보고 꿈꿀 수 있는 영화관이란 공간은 삶에 꼭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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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부 한 명 없는 ‘혼란의 부국제’… 송강호가 손님맞이 나서

    《부산국제영화제, 내달 4일 개막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의 축제를 시작한다. 인사 잡음으로 인한 지도부 공백과 전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으로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절치부심해 영화제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송강호 저우룬파, 구원투수로올해 BIFF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 송강호가 영화제의 ‘얼굴’ 격인 호스트가 돼 국내외 영화인 손님을 맞는다는 점이다. 현재 BIFF는 인사를 둘러싼 내홍으로 이사장, 집행위원장, 운영위원장 등 지도부 전체가 공석이다. 강승아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은 5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부국제 사태’라 불릴 만큼 힘겨운 시기를 지나왔다. 아직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이라 개막식 호스트가 별도로 필요했고 대한민국 대표 배우인 송강호 씨가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매우 어려운 자리임에도 (송 씨가) 흔쾌히 영화제를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줬다”고 했다. 건강 이상설로 국내외 팬들을 놀라게 했던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도 부산을 찾는다. 그가 한국을 찾는 건 14년 만이다. 앞서 중국 연예 매체들이 ‘저우룬파가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지만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올해 7월 신작 ‘원 모어 찬스’ 무대 인사에 나서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중국 톱스타 판빙빙과 유명 영화감독 뤼크 베송,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도 부산을 찾는다.● 작품 수 지난해보다 34편 줄어 송강호와 저우룬파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BIFF의 예산과 작품 규모 모두 예년보다 축소됐다. 지난해 119억 원이었던 예산은 109억 원으로 줄었다. 공식 초청작은 69개국 209편이며 총 269편을 선보인다. 지난해(공식 초청작 71개국 242편, 총 303편)보다 34편 줄었다. 강 직무대행은 “부국제 사태 여파로 스폰서 확보가 어려웠다. 예산이 축소되며 상영작 편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공개된 주요 해외 게스트도 30명 내외로 소박하다. 특히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감독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다. 할리우드 배우와 미국작가조합(WGA) 파업으로 영화인들이 홍보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게스트를 초청할 때 항공편 제공 등 예산이 많이 들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규모는 줄었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것이 BIFF 측의 설명이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바튼 아카데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더 킬러’,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 등 쟁쟁한 영미권 거장들의 신작이 상영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뤼크 베송 감독의 ‘도그맨’도 기대를 모은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와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파리 아다망에서 만난 사람들’ 등 세계 주요 영화제 수상작들도 상영된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및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도 연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1년), 배우 존 조가 출연하는 ‘서치’(2018년) 등 6편이 상영된다. 정 감독과 존 조는 부산을 찾는다. ‘미나리’에 출연한 스티븐 연, ‘파친코’(2022년)를 연출한 저스틴 전, 코고나다 감독도 방한한다.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배우 고아성이 주연을 맡았다. 폐막작은 량차오웨이(양조위) 주연의 코미디물 ‘영화의 황제’다. 영화제 상영표는 15일 공개된다. 예매는 공식 사이트에서 22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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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 목격자 잘못된 증언에… ‘살인범’ 누명 쓴 한인 청년의 일생

    1973년 6월 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한복판에서 3발의 총성이 났다. 총알은 중국인 갱단 간부의 몸을 관통했다.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는 스물한 살의 한인 청년 이철수였다. 사건 현장에 없었던 그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아시아계의 외모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백인 목격자들의 증언 탓에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위험한 교도소에 수감된 이철수는 매일 인종 차별과 신체적 위협을 당하고, 자신을 공격한 백인 수감자에게 맞서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끝내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 선고까지 받는다. 재미 한인과 아시아계 사회는 그의 첫 수감부터가 인종 차별에 의한 오심이었다며 구명 운동을 벌인다. 1970, 80년대 실화 ‘이철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 철수 리’가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US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토론토 릴 아시안 영화제, 로스앤젤레스 아시안퍼시픽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다. 재미 언론인 출신인 하줄리와 이성민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영화는 이철수의 생전 인터뷰와 사진, 지인 및 언론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의 삶을 찬찬히 추적해 나간다. 1952년 한국에서 태어난 이 씨는 미군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열두 살 때 미국으로 갔다. 말도, 사람도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술집 호객꾼으로 일하는 등 여러 일을 하며 방황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는 청년이었다. 영화는 인종 차별과 사법 실패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옥으로 내몰았는지,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어떻게 발버둥 쳤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그는 결국 수감 10년 만인 1983년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프리 철수 리’가 돋보이는 부분은 석방 이후 이 씨가 겪은 혼란과 방황의 시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 씨는 수감 생활이 자신의 삶에 남긴 상흔과 이후 얻은 유명세를 버거워했고, 마약에 중독됐다. 갱단에 연루돼 방화 현장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굴곡진 그의 삶 전체를 돌아보는 이 영화 자체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기소”라고 평가했다. 그는 화상 사건 이후 강연 활동 등을 통해 조각난 삶을 다시 이어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2014년 6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4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민 감독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이민자 이야기는 여전히 가치 있는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제 딸을 비롯한 다음 세대를 위해 이 이야기를 역사에 반드시 기록해 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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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집중의 달인’ 중세 수도자에게서 배우다

    중요한 시험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안 읽던 소설책이 재밌어지는 경험,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금방 다시 인터넷 창을 열고 시답지 않은 검색어를 두드려본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터다. 특히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 집중력을 흩트리는 유혹은 더욱 많아졌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산만함이 현대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일상적 대화를 억제하는 수도원에서 지낸 중세 수도자들마저 산만함으로 괴로워했다는 것. 8세기 이라크 북부에 살았던 존경받는 수도자 달랴타의 요한은 동료 수도자에게 “내가 하는 일은 그저 먹고 자고 마시고 아주 태만하게 지내는 것뿐”이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저자는 산만함이라는 ‘영원한 불길’을 다스리기 위해 일생을 투쟁한 수도자들에게서 집중하기 위한 6가지 방법을 찾는다. 먼저 ‘거리 두기’다. 현대인들이 산만함으로 무력감을 느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잠시 끊는 것처럼 수도자들 역시 집중을 위해 단절을 선택했다.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를 등지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산만함의 씨앗을 원천 차단했다. 그러나 어떤 수도자들은 수도실을 자신의 마음속에 세우고 대중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자 했다. 그런 수도자들이 택한 방법은 ‘함께하기’였다. 현대인들이 ‘공부 브이로그’를 찍는 것처럼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집중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심신 수행’과 ‘독서’, ‘명상’ ‘메타인지’(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것)는 수도자들이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었다. 각성하기 위해 평생 씻지 않거나 심지어 거세 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려고 한시도 책을 놓지 않았고, 명상과 메타인지를 사용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잊으며, 종국에는 집중하는 상태가 되도록 정진했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수도자들의 방법을 현실에 맞게 바꿔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산만한 형태에 대해 인지하고 명상을 하는 것,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몸을 훈련하는 것 등이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집중하고자 노력하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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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능력보다 ‘공감’ 더 중요… 따뜻한 사람 이야기로 기억되길”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석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무빙’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디즈니플러스 시청 1위를 기록했다. 20부작 드라마 ‘무빙’은 웹툰 작가 강풀(49)이 2015년 다음 웹툰에 연재한 동명 인기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웹툰은 ‘한반도에 초능력자가 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시작한 한국형 히어로물로,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기록했다. 남한 부모들은 자신의 초능력을 물려받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숨어 살고, 북한 초능력자들이 남한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훔치려고 대결을 벌인다. 드라마는 이달 9일 1∼7회가 공개됐고, 이후 매주 수요일 2회 차가 공개돼 30일 기준 13회까지 소개됐다. 드라마 각본까지 혼자 쓴 강풀 작가를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의 작품은 앞서 순정만화(2008년), 이웃사람(2012년) 등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각본 작업에 그가 참여한 건 처음이다. 그는 “만화를 그릴 때도 댓글을 잘 안 봤는데 ‘무빙’은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인터넷에 ‘무빙’을 검색한다”고 했다. ‘무빙’은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하늘을 나는 김두식 역에 조인성, 오감이 특히 발달한 이미현 역에 한효주, 뛰어난 회복력을 지닌 장주원 역에 류승룡, 빠른 속도와 힘을 가진 이재만 역을 김성균이 각각 맡았다. 김두식과 이미현의 아들로 둘의 초능력을 모두 물려받은 김봉석 역에는 이정하, 장주원의 딸 장희수에 고윤정, 이재만 아들 이강훈에 김도훈이 캐스팅됐다. 이 둘 역시 부모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원작에는 없지만 드라마에 새로 나오는 미국인 악역 ‘프랭크’는 류승범이 연기했다. 차태현(전계도 역) 김희원(최일환 역)도 참여했다. 다채로운 ‘생활형’ 초능력이 발휘되면서 할리우드 히어로물 못지 않게 시원함을 선사해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무빙’은 강 작가가 10년간 키운 작품이다. 구상 작업에 2년이 걸렸고, 완결 후에는 ‘무빙’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후속작 ‘브릿지’를 그렸다. 드라마 각본 작업은 3년 동안 했다. 그가 직접 드라마 각본을 쓴 이유는 뭘까. 그는 “이전에 제 작품으로 영화 시나리오가 나와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무빙’은 애정이 남달랐다. 만화에선 어쩔 수 없이 덜어내면서 캐릭터가 평면적으로 바뀌어 아쉬웠던 부분을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더 재밌게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각본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쇼트폼 같이 짧은, 줄거리만을 보는 시대가 됐는데 제겐 개개인 인물의 서사가 너무 중요하다”며 “인물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미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는 “각본에 문어체를 일부 썼는데 리딩 때 배우들이 대사를 읽자 어색했다”며 “대사를 고쳐나갔고, 생각하는 바가 전달이 잘 안될 땐 등장인물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다”고 말했다. 무빙은 매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각 캐릭터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차곡차곡 감정을 잘 쌓아 올렸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것. 강 작가는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는 처음 들어봤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강 작가는 배우 캐스팅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프랭크 역에 배우 류승범을 캐스팅하고 싶어 그의 형인 류승완 감독에게 영상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강 작가는 ‘무빙’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에 초능력을 가진 어린 아들에게 미현(한효주)이 ‘초능력보다 중요한 건 공감 능력’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공감 아닐까요.”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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