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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한동안 눈치 보던 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정부 ‘말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원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자 정부의 물가 압박에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올해 초 가격을 동결했거나 인하했던 품목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가격 인상이 결정된 품목은 서민 장바구니와 직결된 품목이 많다. 우선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서민 술의 대표인 소주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올렸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6.9% 인상했고,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켈리 출고가를 6.8% 올렸다. 원유(原乳) 가격이 8.8% 인상된 여파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이 흰우유를 비롯해 치즈, 생크림, 요거트 등을 일제히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빅맥을 300원 올린 5500원으로 책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오며 현 가격으로는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서두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업을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하여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겠다”며 물가를 8번 언급하는 등 물가 잡기를 강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 외식기업을 소집해 “원가 절감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각 부처에서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 메시지를 냈다.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정부가 라면, 빵 등 특정 품목을 향해 ‘두더지 잡기 식’으로 구두 개입하며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올 초 소주 가격 인상설이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2월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서도 농식품부가 식품·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기업들이 호응하는 듯했지만, 추석 이후부터는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6월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동참했던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도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50% 올랐으며, 초콜릿 원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도 197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더 이상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기 힘들어 내년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 물가 통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적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올리는 동조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반발이 생기면서 효과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가격 개입을 하는 것은 어차피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기업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에 한동안 눈치보던 기업들이 최근에는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정부 ‘말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원가 인상 압박이 심해지자 정부의 물가 압박에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올해 초 가격을 동결했거나 인하했던 품목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최근 가격 인상이 결정된 품목은 서민 장바구니와 직결된 품목이 많다. 우선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서민 술의 대표인 소주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 올렸다.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6.9% 인상했고,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켈리 출고가를 6.8% 올렸다. 원유(原乳) 가격이 8.8% 인상된 여파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이 흰우유를 비롯해 치즈, 생크림, 요거트 등을 일제히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빅맥을 300원 올린 5500원으로 책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오며 현 가격으로는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서두른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업을 향해 가격 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하여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겠다”며 물가를 8번 언급하는 등 물가잡기를 강조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식품, 외식기업을 소집해 “원가절감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각 부처에서 기업들에 가격 인상 자제 메시지를 냈다.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정부가 라면, 빵 등 특정 품목을 향해 ‘두더지 잡기 식’으로 구두 개입하며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올초 소주 가격 인상설이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2월 소줏값 인상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었다.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서도 농식품부가 식품·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기업들이 호응하는 듯 했지만, 추석 이후부터는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는 6월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에 동참했던 라면, 과자, 빵 등의 가격도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설탕 가격은 연초 대비 50% 올랐으며, 초콜릿 원료인 국제 카카오 가격도 197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 버텼다고 해도, 더 이상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기 힘들어 내년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 물가 통제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적 압박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올리는 동조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반발이 생기면서 효과가 다 떨어졌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특정 품목에 대해 가격 개입을 하는 것은 어차피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기업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jino@donga.com}
핼러윈 마케팅을 건너뛴 유통업체들이 다음 달 11일 예정된 ‘빼빼로데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 추모 분위기에 동참해 핼러윈 관련 행사를 축소했지만, 빼빼로데이는 연중 최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공격적인 판촉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빼빼로데이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은 편의점이다. 과자 매출이 높고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매장이 작아 관련 전시를 할 경우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1월 11일은 각종 ‘∼데이’ 중 가장 매출이 높다”며 “특히 올해는 빼빼로데이가 토요일이라 금요일부터 판매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점포 내 ‘빼빼로데이’ 행사존을 조성하고 관련 상품 진열을 시작했다. 인기 캐릭터인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상품도 발매할 예정이다. CU는 라인프렌즈, 댕냥이 등 인기 캐릭터들을 이용한 빼빼로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이마트24는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인 ‘춘식이’를 활용한 빼빼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GS25도 관련 매장 연출과 상품 진열을 진행한다. 대형마트도 판촉전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2일부터 15일까지 빼빼로데이 행사 상품 구매 시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빼빼로데이를 맞아 ‘스위트 페스티벌’을 열고 1+1, 상품권 행사 등을 진행한다. 빼빼로 제조사인 롯데웰푸드도 빼빼로 출시 40주년인 올해 누적 판매액 2조 원, 글로벌 매출 2000억 원을 앞두고 판매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채널에서만 살 수 있는 전용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빼빼로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초코 빼빼로를 제외한 다른 빼빼로를 모두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렸고, 올해 2월에는 초코 빼빼로도 같은 가격으로 인상했다. 대용품으로 꼽히는 해태제과의 포키도 올해 1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랐다. 기상 이변으로 카카오 가격이 4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격 인상 위험도 남아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대단한 경험이었다. 패션과 첨단 기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디자이너 톰 브라운(58·사진)은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협업으로 탄생한 ‘갤럭시 Z 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은 완판 행진을 벌이며 기술과 패션의 성공적인 융합 사례로 남아 있다. 그는 “당장 정해진 건 없지만, 삼성전자와 또 작업을 하게 되면 기쁠 것”이라며 추가 협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나섰다. 올해 7월 톰브라운코리아를 세우며 기존 삼성물산이 단독 수입해 판매하던 방식을 본사가 직접 투자와 비용을 담당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2011년 진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에 더 공을 들이겠다는 의도다. 현재 톰 브라운은 전 세계 66개 직영점 중 한국(17개)과 중국(21개), 일본(16개) 등 54개를 동아시아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협업, K팝 가수 등 유명인사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거론하며 “톰 브라운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로열티(충성)에 감사하다”고 했다.“클래식 정장 살짝 비틀어”…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혁신 디자이너 톰 브라운 인터뷰“서울은 항상 영감을 주는 도시”, 한국 매장 17곳… 미국보다 많아“다름 추구, 타 브랜드 신경 안 써”“아름다운 회색” 보수적 정장 혁신… “글로벌 진출보다 멋진 옷이 우선” “다른 브랜드, 다른 디자이너를 참고하지 않습니다. 오직 ‘톰 브라운’ 안에서만 생각하고 새로움을 만듦으로써 디자인의 진정성, 고유성을 얻는 거죠.” 21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 토크쇼를 마친 뒤 나타난 럭셔리 브랜드 톰 브라운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톰 브라운(58)의 복장에는 유머와 여유가 가득했다. 넓은 라운드 컬러의 흰 셔츠와 이에 대비되는 좁은 폭의 넥타이, 빨강·하양·파랑 3색 줄무늬로 포인트를 준 카디건과 짧은 소매의 정장 재킷. 그리고 톰 브라운의 디자인을 상징하는 회색 정장 반바지와 4선 줄무늬 양말까지. ‘미국 패션의 자존심’으로 보수적인 정장을 화려하고 재미나게 해석해온 브라운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디자인 철학을 설명했다. 2003년 미국 뉴욕의 매장에서 정장 5종으로 사업을 시작한 브라운은 20년 만인 현재 세계 패션계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도 맡았다. 최근 브랜드 설립 20주년을 맞아 영국, 일본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17개 점포, 매출 2위… “한국은 특별” 올해 직진출 브라운은 2011년 진출한 한국을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서울은 특히 항상 영감을 주고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도시”라고 했다. 한국은 매출 규모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점포 수는 현재 17개로 중국(2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본국인 미국(5개)보다 많다. 톰 브라운은 국내에서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등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K팝 스타 등을 홍보대사(brand ambassador)로 활용하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과 달리 홍보대사가 없다. 그는 “(내 옷을 입어주는) K팝 스타들에게 감사하다”며 “아티스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존경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입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입고 싶을 때 자신만의 방식대로 입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그게 오히려 브랜드의 심미적인(aesthetic) 면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존중의 방식(respectful ways)을 갖고 옷을 입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회색과 ‘3, 4선 줄무늬’로 남성 정장 혁신 톰 브라운의 상징은 회색과 줄무늬다. 브라운은 “가장 본질적이며,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영속성을 가졌고, 질리지 않는 색상”이라며 회색 예찬론을 펼쳤다. 남성 정장에 많이 쓰일 만큼 보수적이지만, 그만큼 디자인 혁신을 통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정장에 대해 그는 슈팅(suiting)보다는 테일러링(tailoring)이라는 단어를 썼다. 테일러링은 대상에 딱 맞게 줄이거나 늘리는 것으로, 정장을 고객 몸에 딱 맞도록 재단한다는 뜻. 브라운은 “가장 중요한 건 비율(proportion)”이라며 “비율이 다르다는 게 다른 브랜드와 가장 다른 점이자 고유한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특유의 ‘3선 디자인’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그는 “3선은 어릴 때 수영을 하며 받은 메달의 끈에서, 4선은 대학 스포츠나 스포츠게임의 주장 표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3선 디자인은 독일 스포츠기업 아디다스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했으나, 올해 1월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의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양사가 경쟁관계가 아니며, 가격대가 달라 소비 혼동을 일으킬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운은 이에 대한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을 대표해서 (거대 기업과) 싸우는 것이기에 중요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K패션 브랜드를 향해서는 “글로벌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이 아닌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나만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추구했던 게 중요했다”며 “멋지고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디자인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향후 톰 브라운의 운영 방안에 대해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기존 것과 똑같지 않고 다르게 보이는 점을 중시해나갈 것”이라며 “20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저의 디자인에 담긴 본질은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디자이너 톰 브라운 약력△1965년생△미 노터데임대 경제학과 졸업△1988년 배우 활동△1997년 클럽 모나코 디자이너△2001년 맞춤 정장 매장 오픈△2003년 뉴욕 웨스트빌리지에 맞춤복 ‘톰 브라운’ 브랜드 매장 오픈△2019년 삼성전자와 갤럭시 Z 플립 협업△2022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회장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공영홈쇼핑 유창오 상임감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대선 후보였을 당시 ‘대선 특보’를 지낸 것을 두고 정치활동 적절성 문제가 제기됐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공영홈쇼핑 국정감사에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유 상임감사에게 재직 중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특보를 역임했는지를 질의했다. 공영홈쇼핑 상임감사가 특정 정당 대선 후보를 위해 활동한 것이 적절했는지 따지는 내용이다. 공영홈쇼핑 인사규정에 따르면 임원이 직무 외 비영리 목적의 업무를 겸직하려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유 상임감사가 “승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보 역임을) 할 수 있다”고 하자 양측 언성이 높아지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 이재정 산자위원장은 오전 10시 50분경 감사 중지를 선언했고, 이날 오후 2시 30분 재개된 감사에서 여야 양측 요구에 따라 이 위원장이 유 상임감사를 퇴장시켰다.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 입장에서도 어떻게 증인이 저렇게 대답할 수 있는가 생각한다”며 “앞으로 기관장, 장관, 차관이라도 불성실하거나 삐쭉삐쭉 웃어가면서 조롱하듯 답변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 퇴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공익적 공기업의 감사인데, 계속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했다. 이날 유 상임감사는 취임 후 법인카드 사용액이 5487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지적받았다. 이 의원은 ”유 상임감사가 같은 기간 (공영홈쇼핑) 대표보다 법인카드를 4배 더 많이 썼다“꼬 했다. 이에 대해 유 상임감사는 ”(사용액 중) 4분의 3은 부서 운영비에 썼으며 접대를 위한 돈은 45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공영홈쇼핑도 공공기관운영법 적용을 받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유 상임감사는 공금을 유용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태섭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은 “유 상임감사 활동은 공영홈쇼핑 내부규정에 위배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대대적인 감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겠다”고 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경기 침체로 대출을 상환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신용보증기관의 사고액이 1년 사이 3배 넘게 늘었다.20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로부터 제출 받은 ‘지역별 신용보증 사고·대위변제액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용보증 사고액은 총 1조6601억 원으로 전년 동기(5419억 원)보다 3.06배 증가했다. 사고액은 신보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한 금액이다. 지역 별로는 경기(3591억 원), 서울(3304억 원) 등 수도권에 사고액이 집중됐다. 사고율은 인천(6.3%)이 제일 높았고 대구(6.0%), 부산(5.8%)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4.5%였다. 이달 기준 평균 사고율은 약 4.8%로, 지난해 말 기준인 2%대보다 2배 넘게 늘었다.사고 금액을 신보가 갚는 대위변제 금액도 올해 9월까지 1조2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위변제액 3417억 원 대비 3.5배 늘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1% 수준이었지만 이달 기준 3.5%로 3배 넘게 늘었다. 김회재 의원실 측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늘고 있는만큼 사고율과 대위변제율의 증가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로봇 따라가 자리에 앉으세요.” 1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푸드 솔루션 페어 2023’에 차려진 CJ프레시웨이의 ‘스마트 레스토랑’ 전시관. 방문 인원 ‘1명’을 입력하자 로봇은 잽싸게 몸을 돌려 빈 테이블로 안내했다. 48석 규모의 레스토랑에 사람은 단 1명. 주방의 로봇팔은 치킨을 튀겼고, 서빙 로봇은 테이블로 음식을 날랐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5분이면 충분했다. 안내, 서빙, 조리 등 식당의 모든 곳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 자영업자들의 로봇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로보틱스의 발전으로 볶음 등 어려운 조리법도 구현할 수 있게 됐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조리용 로봇은 튀김 위주로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면류나 커피 등 다양한 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튀김 외에도 쌀국수, 커피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확보했다. 롯데GRS는 로봇 개발 스타트업 ‘에니아이’와 협업해 햄버거 패티를 구워 내는 조리 로봇 ‘알파그릴’을 선보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들도 조리용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보틴킷은 볶음과 조림 전문 로봇을 선보였고, 영국 주방용 로봇 제조사 몰리 로보틱스는 리조토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로봇 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다. 조만간 웍질, 끓이기 등 요리의 모든 과정을 로봇팔이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형 로봇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외식업체 아웃백은 일부 매장에서 입구부터 방문객을 인솔하고 음식도 자리로 가져다주는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초당 4m를 움직일 수 있는 배달로봇 ‘딜리x2’를 지난달 디지털미래혁신대전 전시에 선보였다. AI를 식당에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누비랩은 음식 종류와 양을 분석해 버려지는 음식량을 줄일 수 있는 AI 푸드 스캐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외식업계에서는 로봇을 통해 부족한 인력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로봇을 통해 음식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고, 로봇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로봇의 활용 방안을 늘려 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세가 큰 ‘푸드 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 19억 달러였던 음식 조리용 로봇 시장 규모는 2026년 4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수 조리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교촌치킨과 협업해 치킨 제조 로봇을 만들기로 했다. 7월에는 아워홈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급식형 로봇 개발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도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음식 조리 분야에 로봇 기술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13일엔 주방 자동화 서비스 전문 기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와 MOU를 맺고 주방 자동화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1번 출구까지의 300m 거리. 한때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필수 방문지로, 각종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였지만 현재 남아있는 로드숍은 이니스프리, 홀리카홀리카 매장 단 2곳뿐이다. 이대 정문 일대로 넓혀 봐도 가맹점 수 기준 1∼5위 브랜드(아리따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미샤, 네이처리퍼블릭)의 로드숍 중 추가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이대 앞 거리 1층 가게를 3년 이상 공실로 두고 있는 한 임대업자는 “과거 유커가 뷰티 로드숍을 털어가다시피 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옛말이 됐다”고 했다. 한때 K뷰티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화장품 로드숍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사는 주요 통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데다 오프라인 유통점 구도도 바뀐 영향이 크다. 중저가 제품은 CJ올리브영 같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로, 고가 제품은 백화점으로 양극화되면서 로드숍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의 가맹점 수와 점포당 매출은 최근 4년 새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화장품 업종의 가맹점 수는 2018년 3407개에서 2021년 1588개로 절반 이하로, 점포당 평균 매출액도 같은 기간 4억27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다. 더페이스샵 등을 운영했던 LG생활건강도 실적 부진을 겪는 가맹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LG생활건강 화장품만 취급해왔던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매장을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도록 계약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로드숍을 필수 관광 코스로 삼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와도 로드숍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찾기 어렵다. 쇼핑 위주의 단체 관광 대신 체험 위주의 개별 관광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허용된 직후 출발한 중국인 여행객 중 MZ세대(1980∼2000년대 생)가 92.2%를 차지했다. 이들은 쇼핑보다 맛집투어, 지역관광 등 체험 여행에 무게를 두고, 화장품 역시 애국 소비 경향에 따라 자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중저가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졌다. 로드숍의 빈자리는 CJ올리브영이 채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 수 1298개인 CJ올리브영은 매장을 대형화하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한데 모아 중저가 브랜드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H&B 시장에서 경쟁 체제였던 롯데 계열의 롭스와 GS 계열의 랄라블라 등이 사업을 접으면서 CJ올리브영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 허용이 발표된 8월부터 9월 말까지 서울 명동 지역 5개 매장 외국인 매출은 494% 증가했다. 명품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 판매 채널은 백화점으로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일대일 무료 메이크업을 해주는 ‘뷰티살롱’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올해 3월 프리오픈 당시 3일 만에 선착순 1000명이 몰려 마감됐다. 5월에는 뷰티 상품군 월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 씨(58)는 올해 김장김치로 배추김치만 담그기로 했다. 매년 총각김치와 얼갈이김치도 같이 만들었지만, 열무와 얼갈이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김장 재료값이 너무 올라 평소대로 담그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거세지고 있다. 배춧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데다 소금과 고춧가루, 생강 등 부재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소금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으며 일반 가정집에서 김장용으로 사는 절임배추 가격이 덩달아 오르며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전 연령대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3일 기준 소금 5kg 소매가격은 1만3059원으로 1년 전(1만1186원)보다 16.7% 올랐다. 여름철 폭우와 태풍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생산량에 타격을 입은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김장용 채소는 13일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얼갈이배추가 1년 전보다 40.1% 올랐다. 이 기간 열무, 대파도 각각 29.9%, 21.5% 올랐다.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13일 기준 평균 6726원으로 1년 전(6479원)보다 3.8% 올라 그나마 선방했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배추를 절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사들이는 ‘절임 배추’ 가격이 전년 대비 약 10% 올라 소매가 기준 20kg이 5만 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 강원 평창군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A 씨도 “절임 배추 20kg 가격을 지난해보다 4000원 올린 4만9000원으로 정했다”며 “다른 농가들도 대부분 4000∼5000원을 올렸다”고 했다. 고춧가루 등 김장김치 양념 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aT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산 고춧가루 1kg 소매가격은 3만6000원으로 1년 전(3만1237원)보다 15.2% 올랐다. 생강은 kg당 1만7673원으로 1년 전(8797원)보다 2배 이상으로 올라 김장김치 재료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김장을 포기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과거 젊은층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60대 이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모 씨(63)는 올해부턴 필요할 때마다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그동안 ‘김치만큼은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형 마트에서 포기당 8000원대까지 오른 배추와 4만 원에 가까운 고춧가루 가격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오 씨는 “결혼한 아들이 독립해 먹는 입도 줄어든 만큼 완제품을 소량씩 사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작황 부진 여파로 포장김치 가격도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다. 대상은 지난해 10월 종가 포기배추김치 5kg 가격을 5만1100원에서 5만3700원으로 5% 올려놨고, CJ제일제당도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5kg을 지난해 9월부터 3만9900원에서 4만2900원으로 올렸다. 다만 업체들은 올해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치플레이션’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량도 반등하고 있다. 2021년 이른바 ‘알몸 김치’ 파동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한동안 줄었으나, 최근에는 낮은 가격을 무기 삼아 한국인의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9년 30만6613t에서 2021년 24만2704t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6만3450t으로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14만2259t을 수입해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한 가계와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올해 국내 은행이 장부에서 털어낸 부실 채권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으로 불었다. 은행이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연체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가운데 15일 부실기업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마저 일몰되면서 한계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가 49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부채 재조정을 통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부실 채권 규모 작년의 두 배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1∼9월 3조2201억 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매각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5406억 원)는 물론이고 연간 규모(2조2711억 원)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부실 채권)을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택담보대출 채권 중심으로 이뤄진다. 5대 은행은 올해 3분기(7∼9월)에만 1조73억 원어치 부실 채권을 털어냈다. 직전 분기(1조3560억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전년 동기(5501억 원)의 1.83배에 달한다. 올해 3조 원이 넘는 ‘부실 채권 털어내기’로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0.31%로 한 달 새 0.03%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1년 전(0.18%)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변동이 없었다. 특히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데다 지난달 말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관련 금융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은행권은 연체율이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촉법 일몰에 한계기업 줄도산 우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5년 한시법인 기촉법이 일몰로 효력을 상실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작년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5곳 중 1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으로 지난해 전체 파산 신청 건수(1004건)를 벌써 넘어섰다. 올해 8월까지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도 89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었다. 노란우산 공제는 소상공인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다가 폐업이나 고령 등으로 사업을 접을 때 돌려받는 제도다. 그만큼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앞으로 부실기업의 대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법정관리(회생절차)만 남게 됐다. 자칫 생산성이 높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일부 기업이 흑자도산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촉법 일몰로 회생 가능한 기업까지 도산할 경우 실업률이 증가하고 경기 침체 위험도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고금리에 코로나19 후유증이 남은 상태에서 일몰 상태가 지속되면 금융 부실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산에서 내려올 때도 질서 있는 기업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하면서 채권금융기관들의 자율협약을 통해 입법 공백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부산에 사는 직장인 이지은 씨(25)는 한 유명 빵집의 마늘빵이 4000원에서 최근 5000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2개를 사려다가 1개만 골랐다. 이 씨는 “빵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빵 두세 개만 골라도 웬만한 밥값을 가뿐히 넘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유(原乳), 설탕, 소금, 생크림 등 제빵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빵이 국제적으로도 비싼 가운데 최근 가격 인상까지 이어지며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빵값은 동네 빵집과 프랜차이즈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오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 A제과점은 단팥빵 가격을 지난해 2200원에서 2400원으로 약 9%, 서울 마포구 B제과점은 맘모스빵 가격을 5800원에서 6700원(16%)으로 각각 올렸다. 스타벅스는 베이글 3종을 지난달 재단장(리뉴얼)해 내놓으며 빵 가격을 300∼500원씩 올렸다. 이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버터, 생크림, 설탕, 소금 등까지 연쇄 상승한 영향이 크다. 매일유업은 이달 치즈 가격을 6∼9%, 대형마트와 할인점의 생크림 출고가를 평균 5∼9%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치즈 등을 평균 7% 인상했고, 서울우유도 국산 원유를 쓰는 버터와 치즈 값을 올리기로 했다. 낙농진흥회는 10월부터 원유 가격을 L당 88원(8.8%) 올린 1084원, 가공유용 원유는 87원 올린 887원(10.9%)으로 인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 가격지수는 162.7로 2010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크다. 한국 빵값이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유독 비싸고, 가격 인상 폭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금빵이 대표적이다. 소금빵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일본 빵집 ‘팡 메종’에서는 소금빵 1개를 110엔(약 990원)에 팔고 있지만 파리바게뜨에서는 2700원에 파는 등 국내에서는 3000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최근 엔저(円低) 현상을 감안해도 2배 이상 비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이글도 미국 뉴욕에선 플레인 기준으로 1∼2달러 안팎이지만 한국에서는 3000∼4000원대다. 글로벌 물가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식용빵 1덩이(500g) 가격은 2.83달러로 세계 6위 수준이다. 미국(3.56달러)과 스위스(3.45달러), 덴마크(3.03달러) 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나라의 2배 이상인 나라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일본(1.43달러)은 40위다. 국내 빵 가격이 높은 것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데다 제빵 원재료 유통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0년 경력의 한 제빵사는 “수입사-도매상-소매납품업체로 이어지는 유통 단계마다 마진이 붙다 보니, 영세한 동네 빵집은 원재료를 저렴하게 납품받기 어렵다”고 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삼립과 파리바게뜨 등을 거느린 SPC그룹이 국내 제빵 시장의 약 40%를 차지해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동네 자영업자들도 이를 기준 삼아 빵값을 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버터, 크림 등 고가 재료가 들어간 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과 생산비가 오르면 우유가 남아돌아도 가격이 오르는 ‘원유가격연동제’ 여파도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시에서 케이크 가게를 하는 김모 씨(25)는 “생크림 500mL가 연초 4600원에서 이달 5200원, 크림치즈 1kg이 1만7600원에서 2만400원으로 오르는 등 재료값이 10∼20% 상승해 빵값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추석 연휴가 지나고 압박이 느슨해지자, 미뤄왔던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유값뿐만 국제 경기 침체와 전기료 등의 상승으로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누가 먼저 가격을 올리느냐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2020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첵스 파맛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소비자들의 집요한 요구 끝에 농심켈로그가 대파가 들어간 ‘첵스 파맛’ 한정판을 판매해야만 했죠. 그때만 해도 ‘과자에 파맛이 웬 말이냐’며 잠깐의 해프닝에 그쳤던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단짠’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빵, 팝콘, 버거에도 대파를 넣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죠. 마침 10월은 대파가 제철이랍니다. 이번 주 이주의 픽에서는 대파맛의 인기를 소개합니다. 최근 대파맛 유행의 중심에는 대파 크림치즈가 있습니다. 알싸하고 매운맛이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시너지가 나기 때문인데요. 매운맛 자체를 강조하는 제품엔 여전히 대파가 쓰이지만, 디저트 등 달콤함이 필요한 부문에선 대파 크림치즈가 중심입니다. 던킨은 6월 ‘대파크림치즈팝콘’을 편의점 및 마트 전용 제품으로 출시했습니다. 자사 인기 도넛인 대파크림치즈 도넛의 팝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던킨에 따르면 출시 후 석 달 만에 100만 봉 이상이 판매되고, 출시 월 대비 판매량이 462%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크림치즈와 찰떡궁합인 빵에도 대파 유행이 불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21일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를 재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7월 처음 출시한 이후 두 달 만에 재출시인데요. 첫 출시 당시 일주일 만에 50만 개를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 재출시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베이글도 출시됐는데요. SPC삼립의 홈베이커리 브랜드 ‘레디비’에서는 대파를 활용한 ‘대파 치즈 베이글’을 선보였습니다. 대파맛 음식의 영역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도미노피자는 대파 베이컨 크림치즈 무스를 사용한 ‘치즈 크레이프 샌드 피자’를 최근 출시했습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방송인 박나래 씨가 방송에서 선보인 안주 ‘웃는사장 대파크림 떡볶이’를 선보였습니다. PB(자체브랜드) 컵라면인 ‘세븐일레븐 대파라면’도 함께 판매됩니다. 삼양식품도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인 ‘맵탱’을 새롭게 론칭하고 청양고추대파라면을 출시합니다. 유통팀 기자들이 큐(Q)레이션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뉴스를 인스타그램 Q매거진(@_q_magazine)에서 만나보세요.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대한항공은 현지 한국인을 귀국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9일 오후 2시 35분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텔아비브행 항공편(KE957)을 결항 조치했다. 하지만 현지에 있는 한국인의 귀국을 위해 두바이 노선에 있던 KE958 편(218석 규모)를 텔아비브로 보냈다. KE958 편은 10일(현지 시각) 오후 1시45분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11일 오전 6시10분 도착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월, 수, 금 텔아비브행 항공기를 띄워왔다. 텔아비브에 도착한 항공기를 당일 바로 한국으로 출발시키는 시스템이다. 9일 인천발 텔아비브행 항공기 결항 조치에 이어 11일 텔아비브행 항공편도 결항을 공지 했다. 11일 텔아비브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편 운항 여부는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한국인 여행객 360여 명은 10일 이후 차례대로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교민 안전 대책을 총괄하는 김진한 주 이스라엘 대사는 9일 통화에서 “현지 교민들은 (비교적 안전한)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에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570여 명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내 교민들도 이스라엘에선 비교적 안전한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지역의 방공호 등에서 지내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전 지역인 가자지구와 가까운 아슈켈론 등에 거주한 일부 교민은 대사관 권고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미 대피한 상태다. 외교부에 따르면 9일 현재 이스라엘 내 한국 교민과 여행객의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았다. 정부는 “주재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고, 상황 악화에 대비해 안전 확보와 대피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행사들은 10월 중 예정된 이스라엘 여행 상품은 주변국 여행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로뎀투어 관계자는 “미리 휴가를 낸 손님들이 취소 대신 대체 상품을 문의하고 있다”며 “이스라엘행 상품을 그리스, 튀르키예 등 주변국 여행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불 문의에 대해선 항공사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확정이 나오는 대로 환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행 중인 관광객들은 현지에서 귀국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요르단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요르단은 요단강 등 기독교 성지가 많아 성지순례 여행 상품 판매 시 이스라엘과 함께 묶이는 경우가 많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8일 밤 모든 투어 팀이 요르단으로 이동했으며, 향후 여행 취소 여부나 요르단 여행 속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안전을 위해 근무 형태를 바꾸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 현지 직원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본사와 현지 간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판매법인과 연구소에 한국인 직원 10여 명이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현지 직원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근무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안전을 고려해 텔아비브 판매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을 국내로 귀국시키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인원은 LG전자 직원 및 가족까지 모두 2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대한 빠른 항공편을 물색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이스라엘에서 기술연구소와 대리점 등을 운영하는 현대차그룹도 아직 직원 및 사업장 피해를 입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스라엘에는 차량생산 설비나 현지 법인이 없다”며 “현지 대리점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는데 아직 피해가 접수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이스라엘자동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충돌 지역과 사업장이 떨어져 있어 초기 피해는 없지만, 충돌이 장기화 되거나 지역이 넓어질 수 있어 걱정이다. 충돌이 확대되면 정부가 철수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하면서 정부의 지침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중국에서 16년간 부사장급 공장장으로 일했던 구완모 씨(56). 최근 은퇴했지만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해 직장을 알아보다가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3 리스타트 잡페어’를 찾았다. 쿠팡 부스 등에서 정장 차림으로 상담받은 그는 미리 준비해 온 이력서까지 제출했다. 구 씨는 “정식 면접을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력서를 준비해 왔다”며 “공장까지 맡아 본 경험을 살려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꿀팁’ 얻고 가산점에 채용 제안까지 ‘2023 리스타트 잡페어’가 폐막한 이날도 청년과 전역 예정 군인, 경력 보유 여성, 이른 은퇴에 새 일자리가 필요한 신(新)중년 등 다양한 계층의 구직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틀 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약 4만 명의 구직자와 방문객은 기업과 공공기관이 제공한 일자리 정보를 얻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장에서 바로 이력서를 내거나 면접 일정을 잡기도 했다. 호텔, 항공, 여행 등 엔데믹 시대(감염병의 풍토병화)를 맞아 채용을 늘린 기업 부스에 구직자 발길이 이어졌다. 전역을 일주일 앞뒀다는 이모 씨(21)는 군복을 입고 하나투어, 제주항공 등의 부스를 찾아 직무 상담과 취업에 도움이 될 정보를 얻어 갔다. 그는 “승무원 등 서비스직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 분야 채용문이 넓어져 기쁘다”고 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직무 상담을 받은 김정은 씨(29)는 “온라인으로는 이직을 위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 이곳을 찾았는데, 실제로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니클로, 이랜드월드, 구찌, 한샘 등 패션·가구업체와 한국맥도날드, 제너시스BBQ, 삼천리, 파리크라상 등에도 구직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한샘 채용 상담 부스에서는 구직자 5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 박소영 한샘 과장은 “구직 열기가 뜨거워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고 했다. 한국맥도날드 부스에서 상담받은 구직자 김아진 씨(23)는 “해외 관련 직무에 관심이 있었는데,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글로벌 기업부터 포스코 등 대기업까지 좋은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상담받을 시간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질 기회도 이어졌다. 이날 직원 공채 마감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이달 채용이 시작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입사 상담을 하느라 분주했다. 해외건설협회에 상주한 현대건설 직원은 “건설업의 미래는 해외 사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구직자들에게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 정보를 알려줬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30대 총지배인?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채용 전제형 인턴 모집을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만난 뛰어난 구직자에게는 상담과 동시에 가산점을 부여해 본사 시스템에 입력해 놨다”고 했다. ● 이력서 사진 찍고, 커리어 강연 듣고 구직자와 시민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일자리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생애 첫 취업 사진을 찍었다는 대학생 최민주 씨(22)는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찍은 증명 사진으로 꼭 좋은 결과를 얻겠다”며 웃어 보였다. ‘취업부적’으로 쓸 수 있는 캘리그래피 부스나 앞날에 대한 불안하고 막막한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취업타로, 퍼스널 컬러 진단 등 이벤트관 곳곳은 마감 시간인 오후 5시까지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5일에 이어 이날도 현직자와 전문가들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전양숙 유한킴벌리 이사는 “경력 단절의 위기가 때때로 찾아왔지만 동료들의 호의 덕택에 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고, 버텼기에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자영 롯데칠성음료 소주 브랜드마케팅 팀장은 “과거엔 리더의 지시가 중요했다면 최근엔 리더가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인사이트를 주는 포용적인 리더십이 중요해졌다”고 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청년부터 경력 보유 여성, ‘인생 다모작’을 위해 새 일자리가 필요한 신(新)중년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구직자들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대표 일자리 ‘리스타트 잡페어’가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11회째인 ‘2023 리스타트 잡페어-희망으로 채우는 행복 일자리’는 동아일보·채널A 주최로 이날부터 6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국내외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채용을 통한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과 기관 등이 참여해 74개 부스를 차리고 일자리 정보를 제공했다. 올해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채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호텔, 항공, 여행 관련 기업들이 채용에 나선 ‘바로 면접관’이 신설됐고 △다시 시작관 △일자리 상담관 △일자리 지원관 △이벤트 체험관 등이 꾸려졌다. 이유미 씨(42)는 “연말 근로계약 종료를 앞두고 새 일자리를 찾으려고 나왔다”며 “강연 듣고 상담 받으며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공식 개막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일자리는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이자 제1의 민생 정책”이라며 “시장과 기업이 원하는 민간 주도의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해, 인천서도 “일자리 정보 얻으러 왔어요” 청년들로 북적 일자리 축제… 다시 희망 찾는 사람들 기업 부스마다 다양한 ‘직무 상담’… “취업은 물론 인생 도움되는 박람회”엔데믹 채용 호텔-여행기업 인기‘인생 다모작’ 준비 신중년도 발길… 상담 테이블 꽉차 임시공간 마련도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 경남 김해시에서 출발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 ‘2023 리스타트 잡페어’에 마련된 엔씨소프트 현직자와의 일대일 상담을 마치고 나온 구직자 김경훈 씨(29)는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ROTC 출신으로 이날 오전 5시에 집에서 출발했다는 김 씨는 인사 담당자에게 제대 후 방황했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영업 분야에 도전해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생소했던 정보기술(IT) 분야를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다른 부스들도 돌아보면서 인생 리스타트를 위한 유용한 정보는 물론이고 용기와 위로도 얻었다”고 했다. 제11회 리스타트 잡페어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은 구직 정보를 얻으려는 청년, 경력 보유 여성, 이른 은퇴로 인해 새 직업이 필요한 신(新)중년 등으로 붐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과 정부기관이 준비한 일자리 정보를 얻기 위해 경남 김해시와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구직자들은 “취업은 물론이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박람회”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스타트 절실한 구직자들 “자신감 얻었다”이날 오전 7시 반 동대구역에서 KTX를 탄 허모 씨(27)는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입고 온 정장과 넥타이를 점검한 뒤 SK에코플랜트 부스로 향했다.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올해 상반기(1∼6월) 6개 기업에서 면접 통과에 실패하자, 기업 실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리스타트 잡페어로 향했다.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짧아 고민이었는데, 전공을 직무에 연결시키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자신감을 찾았다”며 웃었다. 각 기업 부스마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구직자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쿠팡은 당초 마련한 상담 테이블이 부족해 임시 공간까지 확보해 구직자들을 맞이했다. 물류 센터 운영부터 고객 응대, 보건 등 다양한 직무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다. GS리테일 부스에서 만난 30대 남성 김모 씨는 “전공인 교육을 접고 다른 일을 찾고 싶어서 난생처음 일자리 박람회란 곳에 와 봤다”며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상담을 받았더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 부스에도 관련 직무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들었다. 이날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은 직접 발로 뛰며 구직 정보를 얻으려는 2030 젊은이들로 붐볐다. 이들은 “원하는 기업의 현직자 선배를 직접 만나 상담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인생 다모작’ 준비하는 중장년도 리스타트 ‘인생 다모작’을 준비하는 50, 60대 신중년 구직자도 광화문광장을 찾아 진지한 표정으로 새로운 일자리 찾기에 나섰다.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황오식 씨(63)는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12월이면 계약이 끝난다”며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월 100만∼200만 원이라도 벌 수 있는 일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환경미화 일을 하고 있는 정모 씨(61·여)는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부스에서 상담을 받은 뒤 “일자리를 연결해 준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협력센터와 서울상공회의소 등도 중장년 이직과 전직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구직자들에게 소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한 ‘중장년 청춘문화공간 체험관’에서는 중장년들을 대상으로 심리치유부터 생애설계 교육 등을 해줘 호응을 받았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행사장 곳곳을 돌며 기업의 채용 계획을 듣고 구직자나 기업의 고충을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년째 리스타트 잡페어에 참여해 경력 보유 여성과 장애인 등을 두루 채용하고 있는 스타벅스 부스에서 육아 등으로 퇴직 후 재입사한 여성 직원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또 청소업체 근로자를 채용하는 스타트업 부스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고, 시중은행 6곳의 채용 상담 부스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많은 은행이 잘돼야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계층별로 나타나는 일자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예전보다 업종,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해진 만큼 리스타트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쿠팡은 가장 생활에 밀착한 기업이자 혁신적인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한 ‘2023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취업에 간절한 구직자들을 위한 기업 실무자와 취업 전문가들의 알찬 상담이 이어졌다. 올해 2월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임세영 씨(24)는 일주일가량 정성 들여 쓴 이력서를 들고 광화문광장의 입사지원서 첨삭 컨설팅 부스를 찾았다. 20분 넘게 상담을 받은 뒤 임 씨는 “성격을 작성할 때 ‘꼼꼼하다’고만 적을 게 아니라 자기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특별한 키워드를 찾아보라는 조언이 와 닿았다”면서 “온라인으로 피드백 받을 때보다 많은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회가 드물어진 대면 상담에 진중하게 임했다. 올해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쿠팡을 비롯해 SK에코플랜트, 한화, HD현대그룹 계열사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 등 12곳이 이틀 동안 일대일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다. 상담 배정 인원은 170명. 사전 예약 없이 구직자들이 현장 상황에 따라 최대한 응해주는 정성을 보였다. 일대일 상담을 진행한 구직자 이지은 씨(25)는 “면접 전형만 가면 떨어지는 탓에 고민이 많았는데 상담을 통해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는 기업 현직자와 취업 전문가의 릴레이 강연 ‘잡담회(Job談會)’가 펼쳐졌다.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법’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형원 구글플레이 한국게임파트너십 총괄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막막할 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라”는 조언을 전달했다. 함께 강연에 나선 정다정 메타(페이스북) 상무도 “자신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간도 내 편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연주 우아한형제들 피플실장은 “커리어 공백은 점프를 위한 도약을 위한 시간”이라며 리스타트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다. 스타트업 더뉴그레이의 권정현 대표는 ‘시니어에게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합니다’라는 강연을 통해 “어르신도 인스타그램·유튜브에 나서야 하는 자기 PR 시대”라며 신중년들의 ‘인생 2막’을 독려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막하는 ‘2023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구직자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광화문광장에 오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우선 ‘리스타트 인생네컷’ 부스에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혼자든, 친구와 함께든 리스타트 잡페어 포토월을 배경으로 셀프 촬영을 하면 리스타트 잡페어 로고가 새겨진 인생네컷 사진을 받을 수 있다. ‘입사지원서 첨삭 컨설팅’ 부스에선 지원자의 특성과 지원하는 업종, 기업의 요구 조건을 맞추는 맞춤형 첨삭 컨설팅을 해준다. ‘인공지능(AI) 역량검사’ 부스에선 AI가 분석한 자신의 리더십 유형, 동료 관계 특성 등 직장인으로서의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에 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3만9900원 상당이지만 무료다. 피부톤 등을 감안해 면접 복장과 메이크업 등을 조언하는 퍼스널 컬러(퍼컬) 진단 컨설팅도 해준다. 취업 기원 부적으로도 쓸 수 있는 ‘희망의 캘리그래피’ 부스도 준비됐다. 풍성한 선물도 마련됐다. 5일 오전 10시 5분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하면 선착순 100명에게 ‘리스타트 텀블러’를 준다. 스탬프 랠리 이벤트도 진행한다. 5, 6일 이틀간 면접이나 채용 상담, 강연 관람 후 도장을 모아 오면 룰렛 추첨으로 리스타트 웰컴키트, 신문지로 만든 리스타트 연필세트, 문화상품권, 텀블러 중 하나를 받을 수 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사진)이 창립 99주년을 맞이해 ‘글로벌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1일로 창립 99주년을 맞이했다. 4일 삼양홀딩스에 따르면 김 회장은 1일 사내망에 올린 창립 99주년 기념사를 통해 “삼양그룹은 창립 이후 지난 99년 동안 국민의 의식주 해결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며 “100년 이상을 영속하려면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인류의 삶을 바꾸고 진보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반도체, 2차전지 및 퍼스널 케어 소재와 차세대 대체 감미료, 생분해성 봉합사 등 그룹의 핵심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하고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토종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이랜드 스파오(SPAO)에서 아동 의류인 스파오키즈를 총괄하는 김영호 부문장(39). 일종의 ‘소사장’ 역할을 하며 올해 매출 400억 원을 목표로 뛰고 있는 그는 11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이랜드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영화를 좋아해 대학도 포기하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가 “알바생은 옷을 30%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반년 정도 일했다. 그러다 대기업 공장에 취직했지만 새 옷이 주는 설렘과 매장 특유의 활기, 무엇보다도 “알바생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당시 점장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랜드 매장에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청소부터 계산, 의류 진열, 상품 관리 등을 빠르게 익혀 1년 만에 점장이 됐고 다시 1년 만에 여러 점포를 묶어 관리하는 지역장에 올랐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명동 매장 손님이 급감했을 땐 해외 의류 바이어 2000여 명을 찾아다니며 매출을 올리는 열성을 보인 끝에 2021년 이랜드월드의 스파오키즈 부문장으로 발탁됐다. 아직 30대인 그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을 이끌며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현장을 뛰고 있다. 그는 “어떤 장벽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라가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학력과 성별, 장애 등의 ‘유리천장’을 없애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원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업들은 이들을 채용하면서 회사와 직원 모두가 성장하는 ‘윈윈’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청각장애인인 원아라 씨(36)는 풀무원에서 상품평 등의 이미지나 영상, 텍스트 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게 입력하는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고 있다. 특정 단어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등을 파악해 분류하는 일로 정답이 없는 작업인 만큼 개인의 판단력이 중요해 청각이 장애가 되진 않는다. 첫아이를 임신했던 2020년 재택근무로 데이터 관련 일을 하며 AI 시대에 데이터가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이를 더 공부한 끝에 2021년 말 데이터 라벨러로 이직했다. 그는 “전문성을 키우면 극복 못 할 장애는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플랫폼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조혜인 씨(32)는 아이가 셋이다. 둘째 출산 후 건강 악화로 전업 주부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누군가의 엄마에만 그치고 싶지 않았다. 한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입사해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관련 경험을 쌓았고, 2020년 배달의민족에 스카우트됐다.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10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 뒤 3년 동안 여러 직업을 경험했던 김선경 씨(34)는 hy(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매니저(판매직)로 도전을 택했다. 이종선 씨(31)와 이화영 씨(28) 자매는 모두 루이비통에서 일하다가 시몬스 매장에서 수면의 질을 끌어올려주는 슬립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을 유연하게 쓰면서도 고객들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 10월 5, 6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3 리스타트 잡페어’에서는 학력, 성별, 장애, 나이를 넘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청년, 장애인, 경력 보유 여성, 신(新)중년에게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 대기업부터 금융사, 공기업, 정부 부처 등이 부스를 차리고, 커리어 강연과 이력서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불경기와 금리 인상으로 소상공인 10명 중 9명가량이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소상공인 13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금융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7.6%가 대출금 상환이 ‘매우 힘들다’(49.5%) 또는 ‘다소 힘들다’(38.1%)고 답했다. ‘보통’(10.3%), ‘괜찮다’(2.1%) 등 다른 응답을 크게 뛰어넘었다. 소상공인 중 전년 대비 대출 잔액이 늘었다고 대답한 비율은 59.7%였다. 줄었다는 대답은 14.9%에 불과했으며, 비슷하다는 답변은 25.5%였다. 대출과 관련된 애로사항으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45.9%)가 가장 많았으며, ‘대출 한도 제한에 따른 추가 대출 불가’(31.3%), ‘복잡한 대출 절차 및 구비 서류’(8.8%) 등이 뒤를 이었다.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비용의 증가에 불경기로 매출 하락까지 겹치며 소상공인의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매출액을 묻는 질문에 ‘5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한 소상공인이 32.6%로 가장 많았다. 연합회 측은 “월평균 매출이 낮은 사업자일수록 고이율의 3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부담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금리 우대를 통한 이자 절감이 51.7%로 1위로 꼽혔다. 대출 원금에 대한 10∼20년 이상의 장기 분할 납부도 45.9%를 차지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 확대 및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금융 지원을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