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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있던 보잉777 화물기에는 특별한 기내식이 실렸다. 이날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판다 세 가족이 19시간의 비행 동안 기내에서 먹을 100kg의 대나무였다. 대나무 틈에는 각종 과일이 토핑으로 얹어졌다. 비행기에 가장 먼저 오른 건 암컷 자이언트 판다 메이샹(25)이었다. 중국에서 자라다 2000년 12월 수컷 톈톈(26)과 함께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에 임대돼 23년간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판다였다. 탑승객 리스트에는 메이샹과 톈톈, 그리고 이들이 2020년 8월 스미스소니언 동물원에서 낳은 막내 샤오치지(사진)가 올라 있었다. 메이샹이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돌봐온 로리 톰슨 등 사육사 2명과 수의사 1명도 동행했다.● 비행기 시동 걸리자 창에 얼굴 비비며 내다봐 공항으로 마중 나온 사육사 니콜 매코클은 메이샹이 들어있는 대형 상자의 작은 창문에 손을 대고 메이샹의 털북숭이 얼굴을 살폈다. 상자 속 판다들이 지게차에 실려 모두 비행기로 옮겨지자 매코클은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판다가 없는 동물원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워싱턴 전체가 공허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자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역할을 했던 ‘동물 외교관’ 판다는 임대 기간 만료로 속속 중국으로 반환되고 있다. 메이샹 가족의 임대 계약은 다음 달 7일로 끝나는데 스미스소니언 측은 그간 이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출국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올가을 판다 가족이 떠날 수 있다는 소식에 최근 몇 주간 수백∼수천 km 떨어진 도시에서 동물원을 찾아왔다. 일부 시민들은 거의 매일같이 동물원을 방문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 주말 뉴저지에서 차로 3시간을 운전해 동물원을 찾은 데니스 페서(87)는 NYT에 “판다 덕분에 동물원 회원이 됐다. 팬데믹 기간에 샤오치지가 태어난 것은 내게 순수한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작은 기적’이란 뜻의 샤오치지는 더 이상 출산이 불가능할 줄 알았던 메이샹이 노산에 성공하자 붙여진 이름이다. 판다들을 위해 특별 제작된 페덱스 익스프레스 화물기의 조종석 밖에는 거대한 판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전에도 중국으로 돌아가는 판다들은 이 비행기를 탔다. 수석 조종사인 론 잠피니 기장은 “판다를 태우고 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 역시 판다의 엄청난 팬이고 그들을 보고 싶지만 조종석을 비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날 정오가 지나자 비행기의 시동이 걸렸다. 메이샹이 상자에 달린 작은 유리창에 얼굴을 비비며 불안한 표정으로 기내 밖을 보려 하자 활주로에 있던 기자들과 몇몇 국회의원은 탄식을 내뱉었다고 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메이샹이 마치 자신이 23년을 보낸 워싱턴과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듯 비행기에 실리는 순간에 창밖을 내다보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 저무는 美中 ‘판다 외교’ 미중 간 판다 외교는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작됐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가 닉슨 대통령 부인 팻 여사의 요청에 판다 임대를 약속한 일화가 유명하다. 두 달 후 판다 한 쌍이 워싱턴에 도착했다. 워싱턴 국립동물원에 있는 판다가 인기를 얻자 중국은 미국의 다른 동물원에도 판다를 속속 보냈다. 이들의 새끼 또한 미국에서 태어나 한때 미국에는 총 15마리의 판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 판다의 임대 계약이 속속 종료하면서 미국 내 판다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중국 측에 판다 한 쌍을 새로 요청할 뜻을 밝혔지만 중국이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현재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판다 4마리의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미국에는 판다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NYT는 “판다 외교 시대가 현재로서는 막을 내렸다”고 평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영국 의회에서 70년 만에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가 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재위 기간(1952~2022년)에 ‘퀸스 스피치(Queen’s speech)’가 이뤄졌는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7일 의회 개회식에서 연설에 나선 것이다. 찰스 3세는 연설에서 이달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을 고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영국은 의회 개원 때마다 국왕이 연설에 나서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과제 등을 소개한다. 킹스 스피치는 영국의 입헌군주제 탄생 과정에서 있었던 군주와 의회 간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국왕은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 도착하면 귀족 중심 상원에 있는 왕좌에 앉는다. 찰스 1세 국왕(1600~1649)이 하원을 탄압하다 참수된 뒤 군주는 하원에 입장할 수 없다. 하원의원들이 상원과 하원 내 왕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의회 고위 관료인 ‘블랙 로드(Black Rod)’의 안내로 상원으로 이동해 착석하면 국왕의 연설이 시작된다. 이때 하원의원 중 한 명은 국왕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하기 위해 인질로 잡혀 있는다.국왕이 발표를 할 뿐 연설문 작성은 내각이 한다. 찰스 3세 국왕의 이번 스피치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회기를 맞는 리시 수낵 총리의 중점 정책들이 담겼다. 영국 BBC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사랑하는 어머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해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승인, 미성년자 흡연 억제, 중대 형사범죄 처벌 강화 등 리시 수낵 정부가 이번 회기에 의회 통과를 추진하는 21개 법안 개요를 설명했다. 다만 ‘성소수자 전환 치료 금지’ 법안은 발표하지 않았다.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등 대외 정책 방향과 계획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 국빈 방문도 언급했다. 찰스 3세는 “이달 국빈 방문하는 한국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올 5월 대관식 이후 초청한 첫 국빈이다.찰스 3세는 이후 기후변화와 인플레이션을 위한 노력을 언급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BBC는 국왕이 “장기적”이라는 표현을 8번이나 사용했다며 집권 보수당의 지난달 전당대회 슬로건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 결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찰스 3세 국왕은 지난해 거동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의회 개회 연설을 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때도 퀸스 스피치라고 표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6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자 이스라엘 거세게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4일 구테흐스 총장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정책이 같은 달 7일 하마스의 기습 선제 공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이스라엘 측은 “유엔 사무총장이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을 두둔했다”며 그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구테흐스 총장은 6일 “수백 명의 소년소녀가 매일 죽거나 다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악몽은 인도주의적 위기 그 이상의 ‘인류 위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과 계속되는 폭격으로 민간인, 병원, 난민촌, 이슬람 사원, 교회와 대피소를 포함한 유엔 시설이 모두 공격받고 있다.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동시에 그는 하마스를 향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로켓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붙잡고 있는 모든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또한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이에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구테흐스 총장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비난했다. 코헨 장관은 “부모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생후 9개월 젖먹이부터 유아와 어린이 30명 이상이 자신들의 뜻에 반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다”며 “가자지구의 문제는 하마스이지 하마스를 없애려는 이스라엘의 활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후 총 1만22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이 중 4104명은 어린이다.같은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또한 X에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명씩 어린이가 숨지고, 2명이 다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자지구 내 유엔 보호시설에서 지내는 임산부 4600명과 신생아 380여 명이 치료가 필요하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의료시설 가동률이 떨어지며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인공지능(AI) 기술로 이미지나 영상을 합성하는 ‘딥페이크’의 악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AI가 패션산업에서 동양인 모델의 얼굴을 백인으로 바꿔치기하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AI가 인종차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논란에 더해 패션모델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말 대만계 미국인 모델 셰린 우는 패션 디자이너 마이클 코스텔로가 패션쇼 무대에 선 자신을 찍은 사진에서 AI를 이용해 얼굴만 백인으로 바꿨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코스텔로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백인 모델 런웨이 사진이 사실은 자신이고, 여기에 백인 모델 얼굴을 합성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코스텔로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텔로는 당초 “(패션쇼) 사진작가가 받은 팬아트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팬아트는 팬이 생산해낸 2차 예술품을 뜻한다. 그러나 해당 사진작가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하자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보내준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또 AI를 활용한 화보 사례를 공유하며 흔히 있는 일이라는 식으로 수습하려다 비판이 거세지자 해명 글을 삭제했다. 우가 해당 패션쇼에 돈도 받지 않고 출연했다고 고백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는 “모델이 관행상 무급으로 쇼에 오르는 이유는 런웨이 사진이 퍼지면 홍보 효과를 얻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코스텔로는 내 얼굴을 바꿔서 이런 이익마저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으로 AI가 미 매체에서 비(非)백인 캐릭터를 백인으로 바꾸는 ‘화이트워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패션모델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는 “코스텔로가 AI 화보를 잇달아 공유한 것은 내가 언제든 대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패션 인플루언서 겸 스타일리스트 엘리 델핀은 “패션업계는 AI 기술을 이용해 비백인 모델을 아예 대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유명 패션 브랜드 카사블랑카가 AI와 협업해 가상의 멕시코 원주민 모델을 만든 사례도 언급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저 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지?’ ‘우리와는 왜 다르지’ 국내외 뉴스 속 궁금증을 콕 짚어 새로운 시각에 적응시켜 드립니다.》최근 학교 교사들이 일상적인 지도 활동 중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하거나 무리한 민원으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례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자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봐 꼭 필요한 생활지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위축돼 교실 내 문제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교사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우리와 비교해 해외는 어떨까요. 기자는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외국인 2명과 해외학교 근무경력이 있는 한국인 교사 2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국내 초등학교 교사 6명이 “해외 교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기자에게 전해온 질문들을 토대로 진행됐습니다.美 공립초교엔 학생들 ‘문제행동’ 담당 전문가만 30명 ▽기자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해도 학부모의 문제 제기가 우려돼 현실적으로 엄격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학생이 교실에서 문제행동을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나요?▽A 씨제가 근무했던 미국 공립초교에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특수교사, 특수보조교사, 상담사, 행동 전문가만 30명이 넘게 있었어요. 교사가 무전기로 도움을 요청하면 이들 중 손이 비는 사람이 즉시 교실에 와서 학생을 특별교실로 데려갔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직접 교장실로 데려가기도 하고요. 선생님과 학생들의 수업권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죠. 반면 한국에서는 담임교사가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고, 막상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격리시키려고 해도 학교에 마땅한 공간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교사와 나머지 학생들이 문제행동을 무조건 참고 안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다른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고, 문제행동을 한 학생 본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물론 해당 학생을 단순히 교실에서 배제하는 것도 답은 아니죠. ‘진정한 통합교육’의 목표는 이 학생들이 훗날 사회에 진출해서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도록 연습시키는 데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미국 학교에서는 이들을 단순 격리만 시키지 않고, 학생별로 전략이 다 마련돼 있어요. 가령 ‘C 학생은 몸을 움직이면 화가 진정된다’는 경험적 정보가 교사들 사이에 공유돼있어서 특별교실 중에서도 운동기구들이 마련된 공간에 데려가서 스스로 감정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돕는 것이죠. 이 방식이 효과가 떨어지면 학생, 학부모, 교장, 담임교사, 특수교사들이 다함께 모여서 또다른 전략을 논의해요. 정 안되면 교육청에서 아동행동 전문가가 나와서 직접 학생을 관찰한 뒤 해결책도 제시하고요.▽안드레아스독일에서도 체벌은 당연히 금지됩니다. 하지만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격리시킬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고 관리 교사가 그곳에 상주합니다. 학교 상황에 따라 어떤 학교는 전담 특별교사 및 보조교사가 상주하고요,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해당 교시에 수업이 없는 교사들이 시간대별로 돌아가면서 특별교실을 맡습니다.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했거나 학생이 학교 기물을 파손했을 경우에는 담임교사가 직접 경찰을 부르기도 해요.제가 근무했던 학교 중 한 곳은 학군이 열악해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굉장히 잦은 편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독일에서는 교사의 권위가 존중되기 때문에 교사 폭행 등 교사를 상대로 한 문제 행동은 겪어보지 못했습니다.(다만 안드레아스 씨는 인터뷰 이후 최근 상황을 기자에게 전해왔습니다. 최근 베를린 이민자 밀집 지역의 한 고교에서 중동전쟁과 관련해 불만을 품은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베를린 교육청도 종교적 적개심으로 인한 폭력을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정제가 근무하는 홍콩의 국제학교에선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교사가 직접 교실 밖으로 학생을 분리해 잠시 훈육할 수 있고, 미국처럼 전담부서에 요청 시 담당자가 즉각 학생을 데려갑니다. 또는 학년별로 학생의 생활지도 및 학교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딘’(선도부 교사)이 있어 이분께 연계할 수도 있는데요, 사안에 따라 딘이 ‘교장’ ‘교감’ 등 관리자에게까지 보고하면 관리자가 직접 학부모를 소환합니다. 동시에 벌점제도가 있어 벌점이 쌓이면 학부모가 교장 또는 교감과 면담해야 하고요. 결국 어떤 경우에도 학부모와 대면 상담을 하는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관리자급인 셈입니다.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서는 아예 처음부터 교사가 학생을 단독으로 지도하지 말고 관리자나 동료 교사의 동석, 동행 및 참관을 사전 요청해 교사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교육을 받았어요.한 번은 학생이 온라인에서 교사에 대한 욕설을 쓴 것이 발각됐는데, 관리자가 학부모 면담 후 며칠간 정학 처분을 내리고 학생의 반도 옮겨서 교사로부터 분리시켰어요. 그나마도 교사가 ‘선처’를 요구해서 완화해준 조치였습니다. 그만큼 교사 보호가 엄격하게 이뤄진다는 거죠.현지인 동료 교사들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제가 근무하는 국제학교가 아닌, 홍콩의 일반 학교의 경우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 교권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생활지도 및 학업 분위기가 매우 엄격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문제행동이나 학부모의 민원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고요.▽이라핀란드에서는 아예 교장선생님과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사람을 내보내거나 물건을 몰수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최대 2시간까지 ‘디텐션’(정학보다는 낮은 징계로 방과 후 지정된 교내 교실에 남기는 것)도 가능하고요.동시에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학습상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이 수반돼요. 필요하면 특수교사가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모든 학생들은 무료로 보조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핀란드어를 잘 하지 못하는 이민자 출신 학생에게는 무료 통역 서비스가 지원돼요.학부모 민원·학폭 대응은 교장 담당…학부모-교사 소통은 e메일로▽기자최근 한국에서 한 학부모가 새벽에 교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곧바로 답장하지 않았다”며 교사를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요. 해외에서는 학부모들이 민원을 자주 접수하는지, 그리고 민원이나 학교폭력(학폭)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합니다.▽A 교사한국에서는 학부모가 불만이 있다며 직접 학교로 찾아오기도 하고, 특히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는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는 경우도 있거든요. 무서워서 손을 떨었던 기억도 있어요. 반면 미국에서는 학교폭력 등 생활지도 영역에 있어 교장이 직접 학부모와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학생이) 잘못을 하면 교장실에 간다”는 인식이 있는 거죠. 실제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며칠간은 교실이 아니라 교장실로 등교를 시키는 경우도 있고요.그리고 저도 밤 12시에 학부모로부터 카톡을 받아봤어요. 그나마 최근 논란이 된 이후에는 학교 메신저인 ‘하이톡’ 이용 시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었는지 표시해주는 기능을 없앴더라고요. 반면 미국 초교에서는 교사 개인번호는 공개하지 않아요. 학부모가 교사와 직접 얘기하고 싶으면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때도 교사가 답장할 때 교장 등 관리자들이 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참조’로 지정하도록 돼있어요. 그래서 필요시 교장이 직접 나서서 학부모에게 답변하기도 하고요.▽민정홍콩에서도 교사의 개인번호가 절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공개되지 않습니다. 대학 교수님께 학생들이 이메일로 문의하듯, 초중고교에서도 학부모든 학생이든 교사와의 소통 수단은 e메일이에요. 교실과 교무실에는 아예 전화기가 없고 행정실에만 대표번호로 된 전화기가 있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가 통화하는 일은 거의 드물어요. 이 때문에 대부분 상담은 메일로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전화보다 덜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고 기록도 남기 때문에 소통이 더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요.물론 학기당 한 번씩 공식 대면 교과 상담이 열리고 부모가 메일로 신청해도 대면상담을 제공 하는데요, 어디까지나 학업과 관련해 이뤄지는 상담이에요. 이때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는, 반대로 교사가 학부모에게 학생의 수업태도 개선을 위한 지원을 부탁하는 게 일반적이고요.교과 외 생활지도 문제로 학부모에게 연락하는 주체는 교사가 아닌 교장이에요. 학폭 사건 또한 교사는 진술서만 작성하게 돼있고, 나머지 절차는 관리자급과 생활지도 담당부서가 맡아요. 이들이 조사한 뒤 교육부나 경찰에 연계하고요. 교사의 부담이 크지 않은 셈이죠. 교사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 교장·교감과 같은 관리자가 교사의 교육활동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도와줍니다. 민원이 발생했다고 관리자가 교사를 위축시키는 일은 거의 없고요.▽기자한국에서는 학원이나 영어캠프 등 학교 밖 공간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도 담임교사가 해결해야 해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그곳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민정학교 밖 폭력은 당연히 학교에서 다루지 않고요, 다만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상 학교폭력이 많아져서 이 문제는 학교에서 다루기도 합니다.▽안드레아스제가 느끼기에 자녀의 학업성적에 대한 한국 학부모들의 지나친 집착이 결국 교사에 대한 과도한 간섭 및 민원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독일은 애당초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자주 연락하지 않아요. 연락을 하더라도 교사가 출근해서 회신을 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편이고요. 물론 이곳에서도 교외 폭력은 교사의 관할이 아니고요.▽이라핀란드에서도 ‘윌마’(Wilma)라는 전자 소통 시스템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소통하게 돼 있습니다. 물론 어떤 선생님들은 ‘업무폰’을 선호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교사에게 근무 외 시간에는 답변할 의무가 없고요.학교 밖에서 일어난 폭력에는 교칙을 적용할 수 없으므로 학교가 다루지 않습니다. 다만 등하교 중 발생한 폭력에 한해 교사나 교장이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보호자에게 알려줄 의무는 있어요. 그렇지만 등하교 역시 학교 일과에 포함되지는 않기 때문에 학교가 해결할 의무까진 없고요.교사의 정당한 지도활동은 아동학대로 몰릴 우려 없어▽기자지난해 한국에서는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한 학생에게 교사가 ‘레드카드’를 주고 교실 청소를 하도록 했다가 학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사례가 있는데요. 외국에서도 교사가 지도활동 중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경우가 있나요?▽안드레아스적어도 제 주변에서 그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교육 관련 학부나 대학원에서 학부모의 고소에 대처하는 방안을 배우긴 하는데요, 이때도 전제는 학업성적 평가가 잘못됐다며 행정적 측면에서 고소를 하는 것에 대비하는 거지, 아동학대가 쟁점은 아니에요. 성적 평가로 소송이 걸려도 교사가 평가과정만 제대로 기록해놨다면 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이라핀란드에서도 교사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는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교장과 학부모 간 논의 등을 통해 교내에서 해결되지, 송사까지 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그리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 협박 등과 같은 부당한 행위를 하면 그들도 경찰 조사를 통해 모욕이나 불법 협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요.▽민정홍콩에선 학부모가 학교를 교육부에 신고하거나 고소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는데요, 교사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소 사례는 아직 이곳에선 들어본 바 없습니다.한국과 달리 국제학교나 서구권 학교현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교사를 아동 학대의 주체로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아동보호의 역할이 교사에게는 크게 강조되고요. 적어도 상식적인 생활 지도행위가 아동학대 프레임을 덮어쓰게 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독일과 마찬가지로) 홍콩의 학부모 민원도 주로 학업 평가와 관련된 거예요. 무리한 민원이 들어오면 “교사 협의 결과, 이러이러한 결정을 내려 예외를 둘 수 없다”며 매뉴얼대로 답변하게 되어있고요.▽A 씨미국에서도 간혹 특수교사들은 고소를 당하는 일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은 교사 노조의 파워가 굉장히 강력하거든요. 그래서 고소를 당하면 노조 측 변호사와 교육청 변호사가 협력해서 교사를 변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 전문성 위해 행정업무는 철저히 분리해줘야▽기자마지막으로 한국과 외국 교육현장을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 현재 한국의 교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뭘까요?▽A 씨최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큰 문제가 되긴 했지만, 학부모가 선생님들을 조금 더 신뢰해준다면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거든요. 가령 미국 학교에 있을 때 “오늘 수업시간에 자녀분이 떠드느라 과제를 못했다”와 같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학부모에게 메일로 알리는 동료교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학부모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쿨하게 “죄송하다, 타이르겠다”고 답하더라고요. 학부모가 교사의 피드백을 신뢰하기 때문에 교사도 부담 없이 학생의 장단점을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도 발전 기회를 얻는 거죠.반면 한국에서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교사 탓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래서 학부모에게 학생의 부족한 점을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우리 애를 싫어해서 안 좋게 보는 것 아닌가”하는 식의 반응이 돌아와요. 교장 교감 등 학교의 관리자들도 학생 지도 관련 도움을 요청하는 교사는 무능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요.이와 더불어 한국에서는 교사에게 부과되는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서 학부모와 소통할 시간고 여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가령 미국에서는 교사가 출결 현황을 전산에 입력만 하면, 결석생 집에 전화를 돌리는 일은 행정실 직원이 할 정도로 행정 업무가 잘 분리돼있어요.▽민정저도 ‘교과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교육과 행정 업무의 분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교육 행정 담당 공무원을 충원해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교사의 근무여건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의 질 향상에도 꼭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신규 임용되는 젊은 교사들은 대부분 높은 입시 경쟁률, 임용고시 등을 통해 선발된 우수한 재원들이에요.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은 이들을 ‘수업도 하는 행정 공무원’ 정도로 전락시키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교과 전문가로 인정하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확산돼야 궁극적으로 학부모도 교사를 더욱 신뢰하고, 교사들도 전문성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과 목소리를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한 AI 앱 업체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고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AI를 이용한 유명인 조작 사진과 영상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법적 대응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최근 ‘리사 AI’라는 이미지 생성 앱은 조핸슨의 사진과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해 제작한 22초짜리 광고 영상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달 28일까지 X에 노출됐던 이 광고는 현재 삭제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조핸슨의 사진과 조핸슨이 마블 스튜디오 영화 ‘블랙 위도우’에 출연한 장면을 AI로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조핸슨과 비슷한 목소리를 생성해 “이 앱으로 아바타와 AI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음성도 담겼다. 조핸슨 측 대리인 케빈 욘 변호사는 조핸슨이 해당 회사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적이 없으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욘 변호사는 버라이어티에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광고나 판촉 목적으로 개인의 사진이나 음성, 이름, 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AI 조작 광고를 만든 해당 앱 제작사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이처럼 합성을 통해 영상 속 인물과 발언을 조작할 수 있는 AI 딥페이크 기술이 논란이 되면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명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온라인에) 떠도는 치과 보험 광고 영상 속 ‘나’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영상 속에 등장하는 자신은 AI가 꾸며낸 가짜라고 경고했다. 올 7월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AI가 배우들을 대체해 작품에 출연하고, 그로 인해 배우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작사 측에 ‘디지털 초상권’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요핸슨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자신의 사진과 목소리를 광고에 무단으로 사용한 AI 앱 업체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고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최근 AI를 이용한 유명인 조작 사진과 영상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법적 대응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최근 ‘리사 AI’라는 이미지 생성 앱은 요핸슨의 사진과 목소리를 무단으로 사용해 제작한 22초짜리 광고 영상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달 28일까지 X에 노출됐던 이 광고는 현재 삭제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요핸슨의 사진과 요핸슨이 마블 스스튜디오 영화 ‘블랙위도우’에 출연한 장면을 AI로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요핸슨과 비슷한 목소리를 생성해 “이 앱으로 아바타와 AI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는 음성도 담겼다.요핸슨 측 대리인 케빈 욘 변호사는 요핸슨이 해당 회사 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적이 없으며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욘 변호사는 버라이어티에 “이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광고나 판촉 목적으로 개인의 사진이나 음성, 이름, 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AI 조작 광고를 만든 해당 앱 제작사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이처럼 합성을 통해 영상 속 인물과 발언을 조작할 수 있는 AI 딥페이크 기술이 논란이 되면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명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온라인에) 떠도는 치과 보험 광고 영상 속 ‘나’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영상 속에 등장하는 자신은 AI가 꾸며낸 가짜라고 경고했다.올 7월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AI가 배우들을 대체해 작품에 출연하고, 그로 인해 배우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작사 측에 ‘디지털 초상권’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올 9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76)이 미 뉴욕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 교수로 임용돼 강단에 처음 섰을 때 학생들은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미 언론이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 같았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일(현지 시간) 학생 수십 명이 그의 수업 도중 강의실을 나가 버렸다.이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한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 같은 신상 공개가 이어지자 일부 학생이 학교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클린턴 전 장관 강의 거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이날 수업시간이 절반 넘게 남은 시점에서 강의를 듣던 300명 중 약 30명이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가 버린 것이다. 이들은 계획한 대로 대학원 건물 로비에서 이미 와있던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위를 이어나갔다.이번 시위의 발단은 지난주 컬럼비아대 캠퍼스 인근에 나타난 큰 스크린을 부착한 트럭이다. 이 스크린에는 앞서 이스라엘 규탄 성명서에 서명한 학생들 사진이 ‘컬럼비아대 주요 반(反)유대주의자’라는 문구와 함께 나타났다. 문제는 SIPA 학생들만 이용하는 비공개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사진들도 포함돼 있던 것.학생들은 “(신상 공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 즉각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학생 안전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날 강의는 클린턴 전 장관과 케렌 야르히 밀로 SIPA 학장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과 밀로 학장은 수업을 마친 뒤 로비를 피해 다른 문으로 건물을 떠났다.SIPA는 지난달 31일 “학생 및 교수진이 신상 털이 대상이 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명백히 비판한다”며 “학생 안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앞서 신상 공개 트럭은 지난달 하버드대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한 세계 대기업 직원 신상을 공개한 웹사이트 ‘반이스라엘직원닷컴’이 생기는 등 미국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자동차 공장에서 하루도 일해 본 적 없는 세 젊은 활동가의 활약으로 차 노조 파업이 결실을 맺었다.” 9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처음으로 미 ‘빅3’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벌인 동시 파업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노사의 잠정합의로 마무리된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W 측 30대 활동가 3명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이번 파업으로 UAW는 △급여 11% 즉시 인상 △2028년까지 급여 최소 25% 인상 등 1960년대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는데, MZ세대 활동가의 전략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우선 UAW가 영입한 젊은 외부 활동가 중 한 명인 조나 퍼먼(33)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소통 전문가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인사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과 일한 경력이 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이 매주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회담 내용을 공개한 것은 퍼먼의 아이디어였다. WSJ는 “비공개 협상에 익숙한 자동차업체 경영진을 놀라게 한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또 퍼먼은 유머를 곁들여 사측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려 파업의 주목도를 높였다. 노동 전문 변호사 벤저민 딕터(36)도 수훈갑이다. 그는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다 트럼프의 경호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며 시위대가 제기한 소송을 담당해 ‘퇴임한 트럼프를 가장 먼저 신문한 변호사’로 주목받았다. WSJ에 따르면 UAW는 수십 년간 한 제조사를 선택해 협상을 벌인 뒤 그 결과를 다른 두 제조사와의 협상 조건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딕터가 ‘빅3 업체와의 동시 회담’을 최초로 도입해 3사가 서로 파업 종결을 위해 경쟁하면서 협상이 가속화됐다고 WSJ는 분석했다. 노동 전문기자 출신 크리스 브룩스(39)도 핵심 인물로 꼽혔다. WSJ는 “브룩스는 과거 ‘UAW가 사측에 지나치게 협조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UAW 지도부의 핵심 보좌관으로 기용되면서 사측을 상대로 공격적인 대응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독점하려 삼성,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거액의 돈을 지급했다.”(미국 법무부) “해당 제조사 스마트폰에서 구글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고 지불한 것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조치였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 재판에선 양측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3시간 넘게 증언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2020년 구글이 삼성, 애플과 같은 휴대전화 제조사나 무선사업자들에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을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263억 달러(약 36조 원)를 지불하고, 수익 배분을 지렛대로 활용해 불법적으로 검색엔진 독점권을 유지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끼워 팔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판결 이후 ‘세기의 재판’이 열렸다며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차이 CEO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돈을 지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사 검색엔진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자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운영 중인 애플에 재정적 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크롬의 이용 편의성을 낮추려 할 우려가 있었다는 취지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글이 제조사 등에 지불한 263억 달러 중 180억 달러는 애플로 흘러갔다. 피차이 CEO는 지난달 2일 정부 측 증인으로 나온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 때문에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1∼2년에 한 번 업데이트를 제공할 동안 크롬은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다. 크롬의 검색 지배력은 혁신과 초기 투자의 결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미 검색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검색 등 주요 사업을 분할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해당 기업을 여러 기업으로 분할해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 미 법원이 미 법무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13년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 검색 서비스와 앱 등을 선탑재하는 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던 당시와 달리 올해 1∼9월 점유율은 30%로, 1위인 네이버(58.1%) 자리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1년에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 구글 OS만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구글이 패소하면 삼성전자와 애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크롬, 지메일(e메일) 등의 구글 앱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세계 주요국 정부들이 거대 플랫폼 기업에 칼을 빼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구글이 앱 마켓 ‘구글플레이’의 독점적인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사 게임 출시를 방해했다가 올 4월 공정위로부터 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구글이 인터넷 검색시장을 독점하려 삼성,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거액의 돈을 지급했다.”(미국 법무부)“해당 제조사 스마트폰에서 구글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지불한 것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조치였다.”(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법무부가 2020년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법정에서 공개 증언한 피차이 구글 CEO는 법무부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서 피차이 CEO는 3시간 넘게 증언했다.앞서 미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 애플과 같은 휴대폰 제조사나 무선사업자들에게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을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해주는 대가로 263억 달러(약 36조 원)를 지불하고, 수익 배분을 지렛대로 활용해 불법 독점권을 유지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차이 CEO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제조사의 스마트폰 기기에서 구글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지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자체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운영 중인 애플에게 재정적 유인을 제공하지 않으면 크롬의 이용 편의성을 낮추려할 우려가 있었다는 취지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글이 제조사 등에 지불한 263억 달러 중 대다수인 180억 달러는 애플로 흘러갔다.피차이 CEO는 지난달 2일 정부 측 증인으로 나온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구글의 지배력 때문에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1~2년에 한 번 업데이트를 제공할 동안 크롬은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다. 크롬의 검색 지배력은 혁신과 초기 투자의 결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와 NYT 등 미국 언론들은 구글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만약 패소할 경우 기업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사실이 입증되면 해당 기업을 여러 기업으로 분할해 소유권을 제한할 수 있다. 법원이 미 법무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 검색 서비스와 앱 등을 선탑재하는 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던 당시와 달리, 올해 1~9월 구글의 국내 검색 시장점유율은 30%로, 1위인 네이버(58.1%) 자리를 빠르게 추격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1년에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 구글 OS만 사용하도록 강제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IT 업계에선 구글이 패소하면 삼성전자와 애플(아이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크롬, 지메일(e메일) 등의 구글 앱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최근 세계적으로 정부들이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구글이 앱 마켓 ‘구글 플레이’의 독점적인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게임사들의 경쟁사 게임 출시를 방해했다가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모빌리티도 각각 오픈마켓과 택시 호출 서비스 등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가 200억 원대 과징금을 물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지상군 공격을 시행하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남쪽으로 이주할 것을 처음 지시한 지 16일 째가 된 29일(현지 시간)에도 여전히 가자지구 북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 한명인 소아과 의사 후삼 아부 사피아는 오로지 팔레스타인인 환자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 남길 택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카말 아드완 병원 소아과장으로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사피아 씨는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상당수 환자들에게는 ‘대피’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들을 버리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품위도 저버리는 것이기에 저와 동료 의사 대부분은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8년 미국의 보건의료부문 비영리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이 가자지구에 의사를 파견하면서 이곳에 온 사피아 씨는 지난 수년간 이 지역에서 공습 피해자들을 치료해 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참혹하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 의약품 등이 고갈돼 중환자실에서는 식초로 환자들의 상처를 소독하고, 식수가 바닥나면서 소아 수십 명이 위장염에 걸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매일 공습이 진행되는 거리에 직접 나가 필요한 물품을 가져오고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처한 참혹한 광경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는 “영안실은 이미 첫 주에 꽉 찼고 부패한 시신이 질병을 확산시킬까봐 아이들의 조그만한 시신조차도 텐트로 옮겨 보관 중이다”며 “살아있는 아이들 또한 신체는 낫더라도 정신과 영혼이 회복되는 데는 평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환자들은 공습을 받아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다른 환자들은 충격을 받아서, 또는 이미 생환의 가능성이 없어서 침묵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마취제는 물론 거즈까지 바닥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도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사피아 씨는 기고문에서 아이들과 주민은 물론, 죽음이 낯설지 않은 의료진들조차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동료는 자신의 아들이 공습으로 숨져 실려온 것을 목격했고, 다른 동료는 전쟁 첫 주에 아버지와 형제를 잃었다고 한다. 사피아 씨의 집도 20일 공습으로 붕괴됐다. 여섯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부인들과 아이들 만이라도 남쪽으로 피난갈 것을 부탁했지만, 가족들이 그와 생사를 함께하겠다며 거부해 함께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사피아 씨는 “환자들의 눈을 피해 밤마다 진료실 문을 닫고 혼자 운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토록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병원에 남은 이유에 대해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전세계를 향해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의료장비를 가동시킬 수 있는 연료를 요청했다.기고문 말미에서 사피아씨는 “환자들과 동료들의 눈에서 공포보다 강한 회복력과 끈기를 본다. 연료, 식량, 의약품 등 모든게 고갈됐지만 우리에게 아직 희망 만은 남아있다”며 세계가 팔레스타인인들의 희망에 응답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군이 이틀 연속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근거지 가자지구를 급습하며 지상전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 행위 중단이나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7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6일 밤 보병과 기갑·공병 부대 그리고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가자지구 동부 슈자이야에 있는) 하마스 대전차 유도미사일 발사기지와 지휘센터, 테러 요원들을 공격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탱크 여러 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장면과 표적으로 삼은 건물이 공격받아 폭발하는 장면 등을 담은 51초짜리 영상도 공개했다. 이틀째 가자지구에 대한 제한적 지상 공격에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이 (하마스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조건이 되면 작전을 시작하겠다. 올 날이 머지않았다”고 밝혀 전면적인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어 “이번 싸움의 성과로 (올해 독립 75주년인) 이스라엘의 앞으로 75년이 결정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 지상전 개시에 대한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복수의 이스라엘 정부 및 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가자지구 침공 준비 태세는 진작 갖췄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종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설득하는 상황에서 이미 국민 지지를 잃은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을 펼쳤다가 실패할까 두려워한다는 것. 또 총연장 480km에 이르는 땅굴과 건물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매복한 곳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인명 피해도 불가피해 전시 내각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하마스가 인간 방패 삼고 있는 인질 문제도 관건이다. NYT는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대규모 군 투입 대신 여러 차례 제한적 공격을 감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앞으로 며칠간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사회도 지상군 진입이 부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26일 정상회의에서 선언문을 채택해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군사 행위 일시 중단을 포함해 인도주의적 지원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군이 이틀 연속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근거지 가자지구를 급습하며 지상전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 행위 중단이나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27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26일 밤 보병과 기갑·공병 부대 그리고 전투기와 드론을 동원해 (가자지구 동부 슈자이야에 있는) 하마스 대전차 유도미사일 발사기지와 지휘센터, 테러 요원들을 공격한 뒤 철수했다”고 밝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탱크 여러 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장면과 표적으로 삼은 건물이 공격 받아 폭발하는 장면 등을 담은 51초짜리 영상도 공개했다.이틀째 가자지구에 대한 제한적 지상 공격에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이 (하마스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조건이 되면 작전을 시작하겠다. 올 날이 머지 않았다”고 밝혀 전면적인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어 “이번 싸움의 성과로 (올해 독립 75주년인) 이스라엘의 앞으로 75년이 결정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하지만 이스라엘 정부 안에서 지상전 개시에 대한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복수의 이스라엘 정부 및 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가자지구 침공 준비 태세는 진작 갖췄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최종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설득하는 상황에서 이미 국민 지지를 잃은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을 펼쳤다가 실패할까 두려워한다는 것. 또 총연장 480km에 이르는 땅굴과 건물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매복한 곳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인명피해도 불가피해 전시 내각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하마스가 인간 방패 삼고 있는 인질 문제도 관건이다.NYT는 이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는 대규모 군 투입 대신 여러 차례 제한적 공격을 감행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날 “앞으로 며칠 간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며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국제사회도 지상군 진입이 부를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은 26일 정상회의에서 선언문을 채택해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군사 행위 일시 중단을 포함해 인도주의적 지원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다음 달 11∼17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왕 부장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논의를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왕 부장은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도 회동하기로 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올 6월부터 최근까지 잇달아 중국을 방문한 후 미국을 찾은 첫 번째 중국 인사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PEC의 주최지인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상호 존중, 평화, 협력을 견지해 왔다. 미국 또한 같은 길을 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무인기 등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호주 일본 인도는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회원국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필리핀을 거론하며 “필리핀에 어떤 공격이 가해진다면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 조약이 발동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필리핀을 위협하면 미국은 이에 맞서 필리핀을 방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하마스의 공격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간 (이스라엘의) 숨막히는 정령하에 있었다.” 포르투갈 출신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두둔하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1967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 후 56년간 탄압을 거듭해 이에 반발한 하마스의 공격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와 살상을 지지한 격이라며 구테흐스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이 계속 잠식당하고 집이 철거되는 것을 지켜봤으며 폭력에 시달렸다”고 했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 지상군을 투입하기에 앞서 주민 대피령을 내린 것도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거세게 반발했다. 같은 회의 석상에 있던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민간인의 사진을 든 채 “사무총장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며 “테러가 판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 또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부끄러운 줄 알라.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후 탄생한 조직(유엔)의 수장이 이런 끔찍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반발하며 구테흐스 총장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이어 에르단 대사는 현지 인터뷰에서 “유엔 대표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것”이라며 “이미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의 비자 요청을 거절했다. 그들(유엔)을 가르쳐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논란이 확산되자 X에 자신의 연설에 대해 “팔레스타인인의 불만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동시에 그러한 끔찍한 공격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적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은 이날 가자지구 인근을 찾아 “전술, 전략적인 고려로 지상공격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지상전) 준비가 됐다. 정치권과 협의해 다음 단계의 형태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는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 고위급 인사와 회동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건강 이상설이 종종 나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심정지가 와서 응급 처치 끝에 의식을 차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렘린궁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미러 등은 23일 텔레그램 채널 ‘제너럴 SVR’을 인용해 전날 밤 푸틴 대통령이 침실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다 발견돼 의료진의 긴급 심폐소생술을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제너럴 SVR은 “푸틴 주치의들은 그가 올가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크렘린궁 내부를 심각하게 동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반응을 내지 않고 몇 시간 뒤 푸틴 대통령이 카바르디노발카르 공화국 카즈베크 코코프 수장과 만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설명과 함께 올렸다. 그러자 제너럴 SVR은 24일 코코프와 만난 사람은 푸틴이 아니라 대역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개인 중환자실에 있는 푸틴은 상태가 안정됐으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의혹은 “터무니없는 사기”라며 푸틴 대통령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20년 등장한 반(反)푸틴 성향의 제너럴 SVR은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전·현직 요원들이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 암 수술설, 초기 파킨슨병 진단설 등을 제기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채널이 쏟아낸 흥미로운 소식을 크렘린궁이 공개 부인한 적도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채널”이라면서도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아 러시아 언론 전문가들도 신뢰도를 낮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건강이상설이 종종 나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심정지가 와서 응급 처치 끝에 의식을 차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렘린궁은 심정지설이 퍼지자 푸틴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회의하는 사진을 공개했다.영국 타블로이드지 미러 등은 23일 텔레그램 채널 ‘제너럴 SVR’을 인용해 전날 밤 푸틴 대통령이 침실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다 발견돼 의료진의 긴급 심폐소생술을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제너럴 SVR은 “푸틴 주치의들은 그가 올가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실 내부를 심각하게 동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크렘린궁은 이에 대해 별도 반응을 내지 않고 몇 시간 뒤 푸틴 대통령이 카바르디노-발칸 공화국 코코프 수장과 대통령실에서 만나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설명과 함께 올렸다. 그러자 제너럴 SVR은 24일 코코프와 만난 사람은 푸틴이 아니라 대역이라면서 “현재 개인 중환자실에 있는 푸틴은 상태가 안정됐으나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이 채널은 올 3월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방문한 것도 푸틴 대통령이 아닌 그의 대역이었다고 주장했다.미국 경제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20년 등장한 반(反)푸틴 성향의 제너럴 SVR은 러시아 해외정보국(SVR) 전·현직 요원들이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 암 수술설, 초기 파킨슨병 진단설 등을 제기했다. 인사이더는 “이 채널이 쏟아낸 흥미로운 소식을 크렘린궁이 공개 부인한 적도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채널”이라면서도 “다만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으며 러시아 언론 전문가들도 신뢰도를 낮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숨어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사살하기 위한 암살 전문 부대 ‘닐리’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전 개시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2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가 최근 특수작전센터 닐리를 창설했다고 보도했다. 닐리는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히브리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지하조직 이름으로도 쓰였다. 이 조직은 당시 팔레스타인 땅을 지배하던 오스만튀르크 제국과 유대인 국가 건국을 지지하는 영국의 싸움에서 영국을 적극 지원했다. 이것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닐리는 하마스 최정예 특수부대 ‘누크바’ 요원 전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크바는 아랍어로 ‘엘리트’를 뜻한다. 7일 전쟁 발발 당시 기습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깟삼’ 여단 최고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 정치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 등이 최우선 제거 대상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들을 향해 “걷고 있지만 죽은 사람”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이번 암살 작전이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를 붙잡아 인질극을 벌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에 대한 보복 작전을 연상시킨다고 논평했다. 당시 검은 9월단은 올림픽 선수촌에 잠입해 이스라엘 선수들을 억류한 뒤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 234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테러 경험이 많지 않던 현지 경찰의 어설픈 대응 등으로 이스라엘 선수, 코치, 심판 등 총 11명이 숨졌다. 이런 과정이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된 것 또한 큰 충격을 안겼다. ‘이스라엘판 철의 여인’으로 불린 당시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와 직간접 연관된 인물을 모두 암살하라는 이른바 ‘신의 분노’ 작전을 지시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후 6년여에 걸쳐 유럽,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테러 관련자를 추적해 모두 20여 명을 사살했다. 미국 유명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를 소재로 2005년 영화 ‘뮌헨’을 만들었다. 다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사살한다고 해도 하마스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영국의 국방 싱크탱크 ‘왕립합동연구소(RUSI)’는 신와르와 데이프가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라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하마스는 이미 그들이 없는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연기를 설득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숨어 있는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위한 암살 전문 부대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전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 등은 2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국내 정보 담당 기관 신베트가 최근 특수작전센터 ‘닐리’를 창설했다고 보도했다. 닐리는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히브리어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지하조직 이름으로도 쓰였다.닐리는 이스라엘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 부대 가운데 키부츠(집단농장) 등에서 인명을 살상한 하마스 최정예 특수부대 ‘누크바’ 요원 전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누크바는 하마스 고위급이 발탁한 테러리스트로 매복, 습격, 땅굴 침투, 대전차 미사일 및 로켓 발사, 저격 같은 테러 공격을 수행한다”고 밝혔다.기습 공격을 지휘한 하마스 사령관 무하마드 데이프,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도 최우선 제거 목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들을 “걷고 있지만 죽은 사람”이라고 일컫기도 했다.조 바이든 행정부는 인질 협상과 가자지구 구호 물자 전달을 위해 지상전 연기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 의지를 피력하며 되레 전선을 확대하는 움직을 보였다. 22일 현지 온라인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 작전 및 기반 시설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하마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 궤멸 의지를 재확인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총리 자리를 지키는 길은 전쟁뿐”이라며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지상전 강경론을 고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법부 무력화를 꾀하는 사법조정안 강행 처리 등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등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전쟁 발발 전까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었다.이스라엘은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와 레바논, 시리아까지 공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20여 년 만에 전투기를 동원해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안지구 이슬람 사원을 폭격했다. 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알레포에 있는 국제공항 2곳에 포격을 가해 운항이 중단됐다고 시리아 언론이 전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교전도 격화하며 사상자가 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