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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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1년차 기자입니다.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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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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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심상찮네…경기침체 걱정 커진 미국증시[딥다이브]

    역시 방심은 금물입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56%, S&P500지수는 -0.09%로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0.13% 상승했죠. 전날의 폭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주춤했습니다. 이날은 긍정과 부정의 신호가 엇갈렸습니다.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에너지와 식료품 제외)이 5.0%로 전달(5.2%)보다 낮아졌다는 건 시장에 좋은 뉴스였죠.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전날 시장을 열광케했던 파월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뒷받침해주는 소식이기도 합니다. 근원 PCE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도 알려져 있죠.하지만 이날 발표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PMI가 49.0을 기록해 전달(50.2)보다 하락한 건데요. PMI는 50을 기준선으로 그 아래는 ‘제조업 경기 위축’, 그 위는 ‘경기 확장’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미국 제조업이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이건 2020년 5월(43.5) 이후 처음이라는군요. 다시 말하자면 팬데믹 봉쇄가 한창이던 2년 6개월 전처럼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뜻. 이에 시장에선 ‘이러다가 진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를 끌어내린 겁니다. 그만큼 시장이 민감하고 불안정합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렇게 올려놨고 앞으로 더 올릴 텐데, 과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겁니다. 주요 기관들의 내년 증시 전망을 봐도 이런 시각이 엿보이는데요. JP모건체이스는 1일 “금융여건이 계속 긴축되고 통화정책이 제한적으로 바뀌면서 펀더멘탈은 악화될 거다. 2023년 상반기 S&P500지수가 올해의 저점을 재시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는 지수가 지금보다 12%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내년 하반기엔 증시가 회복해 2023년 말엔 S&P500지수가 4200선으로 올라설 거라고 본다는 점이죠. “지속적인 증시 랠리를 위한 거시경제 여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마크 해펠 CIO)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블랙록 인베트스먼트 인스티튜트 대표인 장 부아뱅의 FT 기고문 내용을 참고할 만합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하는군요. “2023년엔 시장 정서가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년 동안 이어질 강세장의 서곡이 될 거라 기대하진 마세요.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손실이 시장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평가하는 겁니다. 주식의 가치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비중 축소’의 시기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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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즈니 CEO가 돌아왔는데 왜 잡스가 소환될까? 밥 아이거 이야기[딥다이브]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CEO로 다시 돌아왔다는 뉴스 보셨죠. 그 후 일주일 동안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CEO가 교체됐나’라며 뒷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이겁니다. ‘그래서 아이거가 앞으로 뭘 할 건데?’ 일단 28일(현지시간) 밥 아이거는 디즈니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수 증가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는데요. 그와 디즈니의 미래를 둘러싸고 언론에 나오는 각종 관측 중 현재까지 가장 솔깃한 얘기는 이겁니다. ‘아마도 아이거가 디즈니를 애플에 매각하는 걸 추진할 거다.’(확인되지 않은 추측 수준임에 유의) 갑자기 웬 애플? 디즈니, 그리고 밥 아이거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너무 다른 두 BOB의 파국적 결말밥 아이거와 밥 체이펙. 이제는 디즈니 현 CEO와 전 CEO로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게 되었는데요. 이번 갑작스런 인사를 두고 밥 체이펙 전 CEO가 디즈니 경영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잘렸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집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엄청난 적자의 늪에 빠졌고(지난 분기 적자 14.7억 달러), 한때(2021년 3월) 20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는 게 핵심이죠. 여기에 더해 그동안 일으킨 각종 논란(디즈니랜드 입장료 인상, 스칼렛 요한슨과 출연료 분쟁, 플로리다주와의 갈등)까지. 그걸 보면 ‘그래, 잘릴 만했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런데 체이펙을 후계자로 지명한 게 밥 아이거 아니었어? 네, 그렇습니다. 무려 15년(2005~2020년) 동안 디즈니 CEO를 지냈던 아이거가 고심 끝에 직접 정한 후계자가 바로 체이펙이었는데요. 당시에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두 밥의 성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인데요. 사용하는 단어부터 다릅니다. 밥 아이거는 ‘영혼’, ‘심장’, ‘창의성’ 같은 말을 즐겨 쓰는 데 비해, 밥 체이팩은 이런 식으로 말하죠. “디즈니는 이제 데이터 기반 기업이다.” 마치 MBTI의 F(감정형)와 T(사고형)의 차이 같은 느낌? 아이거는 이걸 알면서도 체이펙을 지명했습니다. 왜 그를 선택했는지를 두고 그는 지난해 CNBC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밥 체이펙은 아마도 내가 했던 것과 다르게 그들(디즈니)을 다룰 겁니다. 변화는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이거는 그 변화를 못 마땅해했죠.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디즈니의 창의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겁니다. 올해 1월 아이거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를 정하는 데는 데이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만약 데이터에 의존했으면 ‘블랙팬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헨리 포드가 한 유명한 말이 있죠.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거다.’ 그런 결정을 내리려면 인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밥 아이거는 CEO로 돌아오자 마자 체이펙이 새로 만들었던 사업부(디즈니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리뷰션)를 없애버렸습니다. 이 사업부는 콘텐츠의 공개 시기와 방법에 대한 통제권을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빼앗아 와서 결정권을 휘둘렀는데요. 당연히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아이거는 “크리에이티브 팀의 손에 더 많은 의사결정을 맡기겠다”며 조직개편을 다시 했죠. 아이거 귀환의 또다른 아이러니는 현재 디즈니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게 바로 아이거이고, 준비 작업을 거쳐 디즈니플러스를 론칭 시킨 사람도 바로 그입니다. 아이거는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 생각해보니 우리(디즈니)는 제3세계 국가(넷플릭스)에 핵무기 기술을 판매하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그들은 그것을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라이선스를 중단하고 직접 (OTT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미디어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인 비즈니스로 우리를 밀어 넣었습니다.”(2022년 1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더 놀라운 건 애초에 디즈니플러스가 막대한 적자를 낼 것을 알면서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아이거는 넷플릭스의 경쟁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환호했고, 주가는 급등했죠. 이후 2019년 가을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도 이미 ‘4년 동안 총 1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2024년에나 마침내 이익을 낼 것’(미디어투자회사 MoffettNathanson)이란 분석이 있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죠. 참고로 2019년 론칭 당시 디즈니플러스가 밝힌 목표치는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90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것. 지금 디즈니플러스 가입자 수는? 무려 1억6400만명입니다(유료 가입자 기준). 달리 보면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목표치를 한참 초과달성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이거가 디즈니를 떠났을 땐(2020년) 미디어 업계 모든 사람들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꺼이 큰 돈을 태웠죠. 월스트리트가 그걸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대형 미디어 회사처럼 디즈니 주식이 급락한 이유입니다.(중략) 디즈니의 경쟁업체 임원이 한 얘기를 소개할게요. ‘18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입니다. 그가 (이를 헤쳐나갈) 모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아무도 못했지만.’’(11월 21일 VOX 기사를 인용)디즈니를 팔 거라고? 누가 사지?아이거가 과거 재직기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낸 건 사실이죠. 특히 픽사(2006년),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 21세기 폭스(2019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디즈니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굳이 주가 상승률(400% 넘게 오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그가 CEO로 오르기 전과 후의 디즈니가 확연이 다른 기업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자, 그럼 아이거가 선보일 새로운 마법은 뭐가 될까요. 이와 관련한 다양한 관측 내지 추측이 난무하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이겁니다. 디즈니 매각 추진 설. 더랩(The Wrap)이라는 미국 연예뉴스 매체가 22일 익명의 전직 디즈니 고위 임원발로 전한 소식인데요. 이 취재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아이거는 회사를 매각할 겁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의 딜메이커를 위한 절정의 딜이죠. 그는 디즈니의 마지막 CEO가 될 거고, 내 생각엔 그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특히 이 익명의 전직 임원은 애플을 거론하며 “두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이 비슷하다”고도 언급했죠. 디즈니를 살 기업이 애플이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뉘앙스. 이 기사 내용이 이름 모를 전직 임원의 ‘뇌피셜’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파악되지 않습니다. 다만 기사를 쓴 기자(조 벨 브루노)가 이 업계에선 꽤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요. 이후 다른 매체에선 ‘기자가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스토리에 너무 꽂혀 있는 것 같다’는 평가(너무 과장해서 해석했다는 뜻)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만약 디즈니가 정말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될지는 의문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M&A를 부지런히 해오긴 했지만 덩치 큰 대기업 인수엔 소극적이었죠. 이 때문에 ‘왜 애플은 대기업엔 관심이 없지?’라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는데요.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때 이렇게 말하긴 했습니다. “대기업 인수를 배제하진 않을 겁니다. (M&A의) 주요 동력은 강력한 지적 재산과 유명인을 확보하는 겁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들려오는 소식은 애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설사 만에 하나라도 애플이 디즈니에 관심을 둔다고 해도 초대형 미디어 M&A는 반독점 규제에 가로막힐지 모릅니다. 물론 아직 그것까지 걱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이른 단계인 것 같지만요. 여기서 한가지 알고 가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간의 관계가 꽤 특별했다는 점입니다. 디즈니 매각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알아두실 만한 이야기입니다. “스티브가 살아있었다면 회사를 통합했을 것”밥 아이거는 2019년 회고록을 썼는데요. 한 챕터를 스티브 잡스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그 내용이 꽤 흥미진진해서 소개해 드릴 텐데요. 2005년 아이거가 디즈니 차기 CEO로 지명됐을 때, 스티브 잡스는 애플 CEO이자 픽사의 최대주주였죠. 당시 잡스는 디즈니와 ‘거래를 끊겠다’고 이미 공개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디즈니 전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무려 22년 장기집권)와 충돌하며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건데요. 아이거는 CEO로 지명되자마자 잡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음악을 아이팟에 저장해 사용 중인데, 이제 컴퓨터로 TV와 영화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죠. 이 얘기를 들은 잡스는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더니 몇주 뒤 아이거를 만나러 왔다는데요.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장치가 바로 ‘비디오 아이팟’ 신제품이었죠. 잡스는 “우리가 이걸 출시하면 당신네 회사의 TV쇼도 거기 올릴 건가요?”라고 물었고, 아이거는 즉시 “예스”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시간에 의기투합합니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성사된 스토리도 영화 같은데요. 아이거는 망가져 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살리려면 픽사(당시 이미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를 만들었던)를 잡아야 한다는 발상을 합니다. 그래서 CEO에 오른 지 일주일 만에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죠. “나에게 미친 아이디어가 있어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라고요. 아이거는 당시 잡스가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웃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긴 침묵 끝에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미친 생각은 아니네요.” 몇주 뒤 두 사람은 애플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잡스는 이 M&A에 무수히 많은 단점이 있다고 말했지만(특히 디즈니 문화가 픽사를 파괴할 것을 걱정) 결국 둘은 합의에 이릅니다. 픽사 인수 가격은 무려 74억 달러. 디즈니로서는 엄청난 베팅이었죠. 두 사람이 디즈니의 픽사 인수를 발표한 그날, 정확히는 기자회견 45분 전 잡스는 아이거에게 산책을 제안했는데요. 아이거 등에 팔을 두른 잡스는 “암에 걸렸다”고 고백하면서 “당신은 이 거래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내와 의사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 거죠. 물론 거래는 철회되지 않았고, 이 딜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가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단순한 최대주주와 CEO가 아닌, 좋은 친구 사이로 지냈는데요. 잡스가 2011년 사망한 뒤 밥 아이거가 애플 이사회 멤버가 됐던 것도 이런 끈끈한 인연 때문이었습니다.(이후 2020년 애플이 애플TV플러스를 출시하자 사임) 밥 아이거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죠. “스티브가 아직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거나, 적어도 그 가능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논의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말은 두가지를 모두 의미합니다. 애플의 디즈니 인수라는 시나리오가 영 망상 같은 생각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팀 쿡이 애플 CEO인 지금은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주 150달러를 받는 ABC 말단 직원에서 디즈니 제국의 수장이 된 자수성가형 리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진지하게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볼까 고민했던 유명인, 스티브 잡스뿐 아니라 아이작 펄머터(전 마블 CEO), 조지 루카스, 루퍼스 머독 같은 오너들의 마음을 얻어낸 소통능력 뛰어난 경영자. 밥 아이거를 수식하는 말은 이미 많은데요. 과연 여기에 ‘디즈니를 두번 살린 전설의 CEO’라는 별칭까지 더하게 될까요? 2년이라는 그의 임기 동안 디즈니를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디즈니와 밥 아이거, 그리고 스티브 잡스 얘기가 재미있으셨나요. 올 1월 인터뷰 때만 해도 “디즈니 CEO로 다시 돌아갈 순 없다”고 복귀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아이거가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섣불리 예단할 순 없겠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자면-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2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디즈니플러스를 만든 장본인이 그로 인한 위기를 극복할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겁니다. -그동안 시장은 달라졌습니다. OTT에 가입자수가 아닌 수익성을 보여달라고 하고 있죠. -아이거는 어떤 마법을 보여줄까요? 일부에서는 ‘그가 디즈니를 매각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만약 애플이 디즈니를 산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아직은 다소 상상 같은 이야기이죠. -물론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와 남다른 사업적, 인간적 관계를 맺었던 인물입니다. “잡스가 살아있다면 우리는 회사를 통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다만 잡스는 이제 없다는 것.*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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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불안하다…불확실성 커진 글로벌 증시[딥다이브] 

    중국이 시위사태로 난리인데 글로벌 증시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1.45%, S&P500지수 -1.54%, 나스닥지수 -1.58%. 중국 본토의 확진자 수는 연일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애초엔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다시 강해지면 어쩌나 하는 게 시장의 큰 걱정거리였는데요.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습니다.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이죠. 가뜩이나 경제도 약한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셈인데요.시위를 촉발한 건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화재입니다. 고층아파트 화재로 10명이나 사망했는데요. 당국의 외출금지 조치로 출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서 진화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이에 우루무치를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 난징, 우한, 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시위가 퍼져나갔죠. 시위대는 ‘봉쇄 해제’와 함께 ‘시진핑 퇴진’까지 외친다는데요.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 것도 적지 않은 흰색 종이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위대가 백지를 사용하면서 월요일 중국 증시에서는 종이업체인 상하이M&G문구의 주가가 3.1% 하락하기도 했는데요. ‘국가가 안보 보호를 위해 A4용지 판매를 중단했다’는 루머가 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요. 그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인 거죠. 도대체 이 시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불안한데요. 바클레이스의 유럽주식전략 책임자 에마누얼 카우는 중국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현실 확인”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중국 재개라는 희망은 낙관적인 연말 이야기의 일부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여행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날 애플 주가는 2.63% 하락한 14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 직원들의 대량 이탈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겁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직원 이탈로 올해 아이폰 프로 생산 부족분이 거의 6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물론 직원 이탈이 계속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7일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좀더 일찍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질서한 방식으로’ 서둘러 종료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2023년 2분기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당국이 경제활동을 재개시킬 확률이 30%라고 본 겁니다. “중앙 정부는 봉쇄를 강화할지, 코로나가 더 퍼지게 할지, 양자택일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곧 몰리게 될 겁니다.”(골드만삭스 산후이 이코노미스트)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겠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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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RA 본질은 메탈 싸움” 배터리 투자자가 알아둘 이야기[딥다이브]

    최근 외국인들이 열심히 담고 있는 국내 종목이 있죠. 바로 배터리주. 경기침체 걱정이 가득한 가운데도 배터리 관련주는 나홀로 질주하고 있는데요. 이게 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이란 얘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미국산 부품과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주는데요.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이라서 단연 유리합니다.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배터리 기업을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제쳐버릴 기회!한국 기업에 기회가 온다니 좋긴 한데, 미국은 왜 이러는 걸까요. 도대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제로 이안나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 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 링크는IRA는 결국 미국이 ‘메탈싸움’을 하겠다는 것-미국이 2023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한다고 하는데요. 애초에 미국은 왜 이런 법을 만든 걸까요? 그리고 IRA가 유예 없이 내년에 시행되긴 할까요?“2023년 1월 1일부러 땡하고 시행하진 않겠지만 유예될 것 같지도 않아요. 기준이 좀 모호한 것들이 있어서 세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시행하긴 할 겁니다. 왜냐하면 미국은 결국 메탈(광물)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거예요.지금까지는 화석연료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희토류와 리튬을 중심으로 한 광물 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나선 겁니다. 생각보다 (중국에 비해) 많이 늦었죠.”-중국은 일찌감치 광물 투자를 엄청나게 해왔고, 희토류나 리튬은 중국을 안 통할 수가 없지 않나요?“리튬의 전체 글로벌 생태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게 50~60%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상은 80%가 넘어갑니다. 왜냐면 중국 지분이 일부라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탈중국이 가능하냐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지분)이 안 들어가 있는 게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IRA 정책도 천천히 시행되는 거고요. 만약 당장 내년에 ‘중국을 기반으로 한 걸 완전히 배제시키겠다’고 하면 전구체(양극재의 기초재료)부터 (중국산으로) 걸려 들어가요.”-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전구체를 쓰니까 그렇겠네요.“에코프로비엠이나 포스코케미칼은 중국과 전구체 합작법인(JV)을 만들었고요. 다만 국내에 공장을 지어서 원산지를 국내로 하고는 있죠. 제가 보기엔 미국이 이런 허점(중국과의 JV이지만 한국산으로 인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우선은 열어두는 겁니다. 천천히 준비할 수 있게. 그리고 2~3년 정도 뒤엔 미국이 더 강력하게 나올 거예요. 그땐 완전히 중국 지분이 들어간 JV도 다 안 된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하나씩 막히기 시작하겠군요.“네. 우선은 미국이 광물 생산량을 늘릴 텐데, 이걸 써줄 기업이 필요하잖아요. 사실 (배터리용 광물) 수요자가 대부분 중국 기업인데, 중국을 배제하고 싶으면 미국 내에 수요처를 마련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미국에 와서 미국산 광물을 쓸 수요처를 마련해줘’라는 걸로 보입니다.”한국 배터리 기업, 2025년까진 경쟁자 없다?-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데, 미국은 왜 이렇게 전기차 산업에 늦었을까요?“전기차 산업의 생태계를 열기 시작한 게 바로 중국이에요. 우리는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2008~2009년만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전기차 사업부가 있다가 없어졌다가 했어요. 왜냐하면 주행거리도 안 나오고, 충전도 오래 걸리고, 불안정하고 화재 나고 그러니까 ‘이 시장이 열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그럼 화석연료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핵심이라고 보고 미국은 화석연료를 계속 확대시켰어요(셰일가스 혁명).그런데 중국은 자기네가 수요(전기차 시장)를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그래서 2008년부터 배터리 관련 원재료가 되는 광물부터 중간단계에 있는 제품들까지 수직계열화를 다 마련하기 시작했고요. 2009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올 버스∙청소차∙트럭부터 전기차를 깔기 시작했죠. 또 친환경 의식이 높은 유럽이 이 전기차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갑자기 전기차 생태계가 확 열렸습니다. 중국이 그걸 열어놓은 거죠.”-미국은 뒤쳐지다 보니 강력한 정책으로 이걸 끌고 나가려고 하는 건가요.“(중국이 못 들어오게) 막아버리고 하겠다는 건데요. 미국은 과거 화석연료 때도 다 그렇게 했어요. 정책적으로 막아놓고 에너지 패권 싸움에 들어갔죠. 조금 늦긴 했지만 그 방법을 다시 시도하는 거예요.” -사실 배터리 셀 기업은 뻔하잖아요.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중국 기업, 일본 파나소닉. IRA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거니까, 중국이 빠지면 한국 몫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아서 배터리 기업 이익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미국에 공장을 차리기 때문에 비용이 엄청 들어가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다고요?“IRA는 배터리 관련 보조금이 ㎾당 35달러로 정해져있어요. 그래서 가동률 40%를 기준으로 하면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이 연간 9000억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런데 비용도 따져봐야죠. 사실 중국산 원재료는 저렴했는데 원재료 가격이 높아질 거고요. 전력비용과 인건비도 올라가고요. 또 직원 교육시키고, 초기에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잡는 비용도 들고요. 지금 (IRA에 대해) 너무 시장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비용을 생각하면 (보조금 지급 분이) 상쇄되는 수준입니다.사실 IRA법의 정책 목표는 이거에요. ‘(보조금을 통해) 한국과 같은 비용 환경으로 미국 시장을 열어줄 테니, 와서 해라.’ 어쨌든 한국 기업엔 큰 내수 시장이 없는데, 그 내수 시장을 열어주고 비용도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면 엄청난 기회인 것은 맞아요.”-미국이 광물부터 배터리 소재와 배터리 셀, 완성차까지 다 미국 내에 두려하고, 우리가 그 덕 보는 건 좋긴 한데요. 미국 입장에서 자체 배터리 기업을 키우려고 하진 않을까요? 또 완성차 중 GM 같은 곳이 배터리를 내재화하려고 하는데요. 한국기업이 미국에 가도 초반에만 재미를 보고 마는 건 아닐까요?“경쟁사가 나올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이 IRA정책의 핵심은 자국 배터리 기업을 키우겠다는 게 아니고, 나중에 광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배터리 셀 기업이 생겨나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건 정말 먼 얘기일 거고요. 특히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선두 위치는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적어도 2025년까지는 신규 경쟁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이유를 일단 노스볼트(Northvolt, 스웨덴 배터리 기업)가 보여주고 있어요.” -노스볼트가 양산은 시작했는데, 수율이 문제라는 기사가 나오더라고요.“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에 갔을 때 수율 잡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거든요. 지금 노스볼트가 다시 한국 인력을 데려가고 있다더라고요.원래 유럽은 미국처럼 단순한 ‘메탈(광물) 전쟁’으로 생각한 게 아니에요. 자국 내 배터리 기업을 키우려고 해서 애초에 5~6개 기업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기업들에 혜택을 주면서 끌어올릴 생각을 중단했어요. 일단 노스볼트가 가는 길을 보려는 거죠. 오히려 유럽은 중국과 한국 기업을 대거 들어오도록 열어두고 있고요. 미국의 경우 워낙 교육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배터리 기업을 키울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일단 안심이고요.두번째로 완성차 내재화는 저도 늘상 고민해왔고, 이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요. 적어도 2025년까지는 아닙니다. 왜냐면 (배터리 셀) 공정이라는 게 단계별로 사람이 다 들어가야 하는데요. 그래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단 얘기가 계속 나오거든요.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다 관리하면서 비용을 떠안을 이유가 사실 없어요.지금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가 ‘인라인 공정’을 올해부터 깔기 시작했어요. 사람을 좀 빼내고 전체 자동화하는 공정인데요. 잘 돌아가는지를 봐야 해요. 제가 보기엔 이 인라인 공정에서 수율이 잘 잡히는 순간엔 완성차 기업들이 내재화를 또 한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요. 그래도 적어도 2025년 안으로는 대부분 공정이 인라인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보고요. 따라서 지금부터 우려할 부분은 아닙니다.” 실리콘 음극재에 주목-소재 얘기를 좀 여쭐게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양극재의 핵심 재료인 전구체가 다 중국산이거나 중국합작법인과 만든 거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국내 기업들이 투자해서 이걸 국산화해야 하나요?“국내 기업들이 못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동안 중국쪽에서 받아온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었고요. 전구체는 니켈∙코발트 같은 핵심 광물과 맞닿아있는 생태계인데요. 그 수직계열화가 중국이 굉장히 잘 돼있어요. 그래서 수입한 거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고요. 지금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아예 자체 라인으로 증설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그럼 상황을 봐가면서 대응하면 되는 거군요. 그리고 음극재쪽을 보자면, 흑연이 기본이었는데 실리콘 음극재 쪽으로 많이 넘어갈 거라고요?“이미 넘어가고 있어요. 지금까진 실리콘 음극재 하면 포르셰 타이탄만 있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은 얼티엄셀즈(GM과의 합작기업) 2공장이 2024년 양산을 시작하는데, 거기엔 실리콘음극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죠. 또 삼성SDI는 젠5(Gen5, 차세대 배터리) 양산을 올 하반기 시작했는데, 젠5에는 7% 함량의 실리콘음극재가 들어가요. BMW iX가 대표적인 차종이죠. 차종이 확대되는 건 큰 터닝포인트이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 해요.” -배터리 소재의 발전이 어느 정도 된 게 아닌가 했는데, 계속 이뤄지고 있군요.“중국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키우고 싶어하는데요. LFP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올리려면 실리콘 음극재의 성장이 필요해요. 이게 합쳐지면 LFP도 에너지 밀도가 상당히 많이 올라가거든요.양극활물질만 놓고 비교하면 LFP(리튬인산철, 주로 중국 기업)와 삼원계(주로 한국기업)의 에너지 밀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삼원계가 에너지 밀도가 더 높다는 뜻). 이걸 가지고 배터리 팩까지 만들어서 비교하면 에너지 밀도 차이가 크지 않아요. 왜냐하면 배터리 팩의 경우 전체에서 LFP 배터리 셀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인데요. 삼원계 배터리셀은 보호장치가 너무 많이 필요해서 배터리 팩의 60% 밖에 안 돼요.” -그건 몰랐네요. 삼원계 배터리 셀은 아무래도 화재위험도 있고 하니까 추가적으로 붙여야 할 보호장치가 많아지는 거군요.“요즘엔 ‘셀 투 바디 (Cell to Body)’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팩도 만들 필요 없이, 그냥 차체에 셀을 넣어버린다는 거죠. 그런데 이걸 적용할 수 있는 게 LFP만 가능해요. 삼원계는 팩 없이 바로 차체로 들어가면 위험해지죠. 배터리 팩에 보호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셀을 덩그라니 바디로 옮겨버리면 위험하니까 셀 투 바디 디자인은 LFP쪽에서 많이 하죠. 실리콘 음극재도 기술이 올라오고, 셀 투 바디까지 가면 에너지 밀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도 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그런 기술 흐름 때문인가 보군요.“네. 그렇게 봐요. 다만 전략이 좀 달라요. 삼성 SDI는 완전 프리미엄 제품만 하겠다는 전략이어서 LFP까지 건드릴 생각은 안하고요. LG에너지솔루션은 사실 LFP를 못하지 않아요. 어려운 것도 아니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정도에 양산을 생각하는 건데요.사실 이렇게 미국 시장이 안 열렸으면, LFP를 해서 굳이 중국과 경쟁할 이유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막아준다니까 시도해볼 수 있는 거죠. 그동안은 계획이 지연되면서 어떻게 할지 한국기업들이 고민을 했는데요. 그래도 이제 (LFP를 하는 방향으로) 자리잡고 가는 것 같습니다.”전기차 성장 둔화해도 배터리는 괜찮은 이유-워낙 경기가 안 좋고 소비가 위축돼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거란 얘기가 많은데요. 내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세요?“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죠. 다만 내년엔 성장이 둔화될 것 같긴 합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도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되고, 배터리나 반도체 수급도 계속 타이트하고요. 그래서 완성차 기업들이 2023년 출시 모델들을 2024년으로 많이 미뤄놨습니다.지금까지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이 같이 갔죠. 그러니까 이쪽(전기차)이 꺾이면 배터리고 꺾이지 않겠냐고들 얘기하는데요. 원래는 그래야 되는데, 지금은 미국이라는 시장이 열렸잖아요. 그게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거고, 미국은 배터리가 엄청 부족해요.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최대한 가동률 높여서 배터리 물량 좀 맞춰달라고 하는 추세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미국 공장을) 조기가동도 시도할 수 있고요. 배터리 쪽은 외형성장이 계속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지금까지는 (전기차와 배터리가) 동행한다고 많이 생각했지만, 내년부터는 성장률이나 주가 모두 다르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해 좀 정리가 되셨나요? K배터리가 중국 기업과의 경쟁 없이 미국 시장을 차지하게 될 거라니, 일단 다행인데요. 소재와 기술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라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이 IRA법을 만드는 건 ‘광물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자기네 광물을 써줄 수요처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한국 배터리 기업인 거죠. -미국 시장이 열리는 건 K배터리엔 엄청난 기회입니다. 다만 보조금 혜택이 있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인건비, 전기료 같은 비용부담이 만만찮긴 하죠. -실리콘음극재를 포함한 기술의 발전은 계속 됩니다. 중국기업이 잡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내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게 걱정된다고요? 아마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는 계속 될 겁니다.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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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경제 회복, 내년 상반기도 글렀다? [딥다이브]

    뉴욕증시는 조용합니다. 24일(현지시간)이 추수감사절 휴장일이기 때문이죠. 하루 전인 23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는 소식은 들으셨을 텐데요. 과반수 넘는 참석자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시장이 기다렸던 속도조절의 조짐이 포착된 셈이죠.그래서 분위기 좋아지나 했는데, 불길한 조짐이 보입니다. 미국 말고 중국에서요.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여기에 중국 정부가 ‘봉쇄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는데요. 올 봄의 그 도시봉쇄 악몽이 되살아나려는 중.24일 발표된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총 국내총생산(GDP)의 약 21.1%가 현재 봉쇄 상태에 놓였다고 합니다. 한달 전(9.5%)보다 배 이상으로 증가. 지난 4월 중순 상하이 전체 봉쇄 기간의 최고치(21.2%)에 맞먹는 수준인데요. 노무라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 GDP의 30% 이상이 봉쇄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경제 충격은 불가피하고요. “대부분 지표 위축이 상하이와 다른 두 도시 전체에 전면 봉쇄조치를 취했던 2분기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원래도 중국 경제는 중요하지만, 지금 특히 중요한 건 내년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 곳이 중국이라고 다들 전망했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니까 내년 3월 전인대가 열릴 즈음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중국 경제가 다시 되살아날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의 슈앙 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서 중국이 살아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폭스콘 아이폰 조립공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수천 명의 폭스콘 노동자들이 상여금 지급 지연과 방역정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했죠. 이 시위 전에도 봉쇄를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정저우 공장을 떠나면서 전 세계 아이폰 생산능력의 약 10%가 차질을 빚을 거라고 봤는데요. 중국의 제로 코로나와 이 혼란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보이지 않네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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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안 끝났는데 천연가스 가격 왜 떨어져? 글로벌 가스시장 엿보기 [딥다이브]

    올 여름, 유럽에선 ‘천연가스 대란’이 엄청난 이슈였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뛰어서 겨울에 큰일나게 생겼다며 난리였던 게 불과 두세달 전 얘기인데요('Eating or Heating', 즉 먹거나 난방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이란 아우성까지 나왔을 정도). 정작 겨울을 목전에 둔 지금은? 유럽의 가스대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습니다.대신 최근 들어선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오히려 상승 조짐이라는데요. 왜 이렇게 천연가스 시장은 예측도 어렵고, 지역별로 제각각인 걸까요? 유럽의 천연가스 대란은 정말 끝난 걸까요? 전 세계 경제에 너무나 중요한 에너지원, 천연가스를 딥하게 들여다 봅니다.경제뉴스, 필요한 건 알겠는데 찾아보려니 너무 많고 어렵다고요?‘딥다이브’는 글로벌 경제뉴스 중 핵심을 추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7551천연가스 부잣집 유럽이 가난해진 이유 유럽은 전통적으로는 천연가스 부자였습니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걸쳐 있는 북해 가스전 덕분에 1980년대까지도 천연가스를 거의 자급자족하는 수준이었는데요. 계속 빼서 쓰다보니 천연가스는 점점 고갈됐습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지역은 천연가스를 하도 많이 빼낸 영향으로 지진이 잦아졌을 정도죠. 그런데 천연가스 수요는 되레 늘었어요. ‘친환경’ 때문인데요. ‘탄소 중립’을 위해 석탄 사용을 줄이다 보니 그 대체제로 천연가스 발전이 늘어난 겁니다. 천연가스도 탄소가 나오지 않냐고? 그건 그렇죠. 다만 천연가스는 ‘메탄’이 주성분인데요, 이건 석탄보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훨씬 적어요. 풍력∙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비싸고 효율이 낮음)로 바로 넘어가긴 어려우니까, 석탄과 신재생 사이의 ‘브릿지(Bridge)’ 에너지로 천연가스가 뜬 겁니다. EU국가의 에너지원 중 4분의 1이 천연가스일 정도. 그 결과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을 빠르게 늘려갔는데요. 지난해 EU 천연가스 수입 물량의 41%가 러시아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잠깐. 사실 유럽대륙, 특히 독일 북부엔 엄청난 양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습니다. 땅에 묻힌 셰일가스를 채굴하면 몇십년간 사용할 양이 된단 얘기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채굴을 안 했습니다. 개발을 할까 말까 알아보기만 하고, 결국 포기했어요. 왜냐. 셰일가스를 뽑아내기 위한 ‘수압파쇄법(물과 화학물질을 넣어 셰일층 암석을 부숨)’이 물을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죠. 특히 독일에선 물이 오염되면 맥주맛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대여론이 엄청 컸다고 합니다. (가스보단 맥주?)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건 좋은데 왜 그 중에서도 러시아냐.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격이 가장 싸니까요. 러시아는 1980년대부터 가스관 여러개를 유럽대륙까지 깔아서 가스를 공급했는데요. 2011년 개통한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이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스관입니다. 지난해엔 노르트스트림2도 완공했죠(가동은 아직 못함). 노르트스트림은 설립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불씨가 됐습니다. 그 전까지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가스관은 주로 우크라이나 땅을 통과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가스관 통과 수수료를 받아 챙겨왔습니다(연 20억 달러 이상으로 꽤 쏠쏠).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지 않고 바다를 거쳐 바로 독일로 가는 해저가스관을 만들어 버린 거죠. 통과 수수료가 줄어들게 생긴 우크라이나는 반발했습니다. 2006년과 2009년엔 우크라이나가 가스값을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자 러시아가 며칠 동안 가스밸브를 잠가버리는 바람에 애꿎은 EU 국가들이 난리가 나기도 했고요. 전쟁은 2022년에 일어났지만, 천연가스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역사가 꽤 깁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수입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가 이전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EU 국가별로 입장이 워낙 달라서 큰 진전이 없었는데요. 천연가스 수입선을 바꾸려면 적잖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 큰 이유였습니다. 천연가스는 기체이죠. 기체를 수송하려면 두 방법이 있는데요. 하나는 파이프관을 쫙 깔아서 기체형태로 그냥 보내는 방법(노르트스트림처럼), 다른 하나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냉각으로 기체를 액체로 만들어서(이게 LNG) 배에 실어 보내면 수입국가에서 다시 이 액체를 기체로 만든 다음에(=재기화) 파이프관으로 남은 구간을 보내는 방법입니다. 즉, 러시아처럼 파이프관이 연결돼있지 않은 다른 나라(예: 미국)에서 배로 LNG를 들여오려면 항구에 ‘LNG수입 터미널’이 있어야 하는 거죠.유럽에서도 서쪽 해안과 인접한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은 이런 LNG수입터미널을 갖춰놓고 있는데요. 독일은 이게 없습니다. 돈 많은 나라인데 뚝딱 지으면 되지 않냐고요? 그게 보통 일 아닙니다. LNG수입터미널만 지으면 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또 공장 있는 데까지 육상에 파이프라인도 깔아야 하니까요. 환경 이슈도 많고요. 독일에선 십년 넘게 지을까 말까 논의만 하다 말았었죠. 그래서 EU국가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쉽게 낮아지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지난해 41%였던 러시아 의존도가 지금은 9%까지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러시아가 EU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공급을 줄인 탓입니다.가격이 널을 뛴다. 유럽 따로, 미국 따로그럼 이제 천연가스 가격 얘기를 해볼까요.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니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건 당연하죠. 천연가스 가격이 얼마나 치솟았냐. 지난 8월 26일 유럽의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거래소 선물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340유로를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1월(약 13유로)와 비교하면 무려 26배. ㄷㄷ(부피 단위인 ‘배럴’당 가격을 매기는 석유와 달리 천연가스는 에너지 단위인 ‘메가와트시(MWh)’당 가격을 매김.) 그럼 지금은? 11월 18일 기준 108유로로 떨어졌습니다. 고점 대비로는 3분의 1 토막 났는데요. 전쟁이 끝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격이 하락했을까요. 세가지가 겹친 덕분인데요. ①EU 각국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천연가스 재고를 미리 축적했고 ②그야 말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천연가스 수요를 줄인 데다 ③다행히 하늘이 도와서 올 겨울 유럽이 따뜻할 걸로 예보되기 때문입니다. EU 각국은 올 겨울에 대비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미리 대폭 늘렸는데요. 덕분에 11월 기준 유럽연합의 가스저장고가 이미 95% 채워졌습니다. 독일과 벨기에는 100%, 프랑스와 폴란드도 99%를 채웠죠. LNG를 실은 선박 수십척이 하역을 하지 못한 채 유럽 항구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라는데요. 물론 이를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독일은 앞에서 말했듯이 원래는 LNG를 수입할 터미널이 아예 없었는데요. 바다에 둥둥 떠있는 부유식 LNG터미널 4개를 부랴부랴 구했습니다. LNG터미널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몇 년은 걸릴 테니까, 배처럼 생긴 부유식 LNG터미널을 임대해온 거죠. EU 회원국들은 올해 8월부터 가스소비량을 15% 이상 줄이기로 했는데요. 에너지 절약 조치엔 이런 게 포함됩니다. 공공 작업장 온도는 최대 19도까지만 허용하고, 손만 씻을 때는 찬물을 이용하고, 네온사인 광고물 사용을 금지하고, 건물 외벽의 조명을 끈다(독일연방정부의 보도자료 내용). 와, 정말 알뜰살뜰.무엇보다 대박은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유럽 겨울 날씨! 유럽의 겨울철 가스 소비량이 평년보다 30% 줄었다고 합니다. 운이 참 좋은 셈이죠. 그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어떨까요? 유럽과 마찬가지 아니냐고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미국에선 헨리허브 가격이 기준이 되는데요. 백만BTU(영국식 열량단위, 1MBtu=약 2.9MWh) 당 6달러 안팎입니다. 지난 8월 최고가격일 때도 10달러가 채 안됐죠. 비교를 위해 단위를 통일해서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천연가스 가격(34달러/MBtu)의 6분의 1 수준.미국은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 국가입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LNG를 수출하기 시작했죠. 만약 다른 나라의 수요가 폭증해서 미국의 LNG 수출이 크게 늘어난다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뛸 텐데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배로 수출하려면 일단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들어야 하는데, 액화를 위한 설비 용량이 이미 꽉 찼기 때문이죠. 아무리 유럽이 값싼 미국산 LNG를 더 많이 들여오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유럽이 저 난리일 때도 미국 가격은 잔잔하게 움직였는데요. 한동안 5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0월 말부터 다시 살짝 오르는 추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인데요. 올 겨울이 따뜻할 거란 유럽과 달리, 미국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걸로 예상이 된다는군요. 러시아 전쟁이니 뭐니 하는 국제이슈와는 별개.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천연가스 가격지표는 JKM인데요. 저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유럽 가격(네덜란드 TTF)과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밸브를 잠갔는데, 왜 한국 가스 가격이 덩달아 유럽 수준까지 오를까요.한국이나 일본은 100% LNG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수출회사가 LNG를 실을 배를 유럽으로 보낼지, 한국으로 보낼지를 정하는 기준은 가격입니다. 유럽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르면 한국으로 가려던 배가 바다 위에서 유럽으로 방향을 틀어버릴 수도!(계약 위반이라고요? 위약금 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동북아 천연가스 가격은 어쩔 수 없이 유럽 시장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할 수밖에 없습니다.벌써 2023년 겨울이 걱정이다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유럽의 가스 저장고는 거의 가득 찼습니다. 그럼 이제 러시아발 가스대란은 지나간 얘기가 됐을까요. 절대 아니죠. 여전히 천연가스는 유럽경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천연가스 가격은 아직 예전 평균(30유로)의 3배가 넘는데다, 러시아가 내년에도 쭉 가스 공급을 끊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죠. 중국도 걱정입니다. 올해는 중국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제로 코로나) 중국의 LNG 수입이 줄어든 덕분에 유럽이 LNG를 확보하기가 쉬웠는데요.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풀리면 상황이 달라지겠죠. 유럽에선 ‘만약 2023년 겨울이 춥기라도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벌써부터 가득합니다. 실내온도 17~19도를 유지하며 이번 겨울은 간신히 버티겠지만, 내년에도 또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미 올해 상당한 반사이익(유럽으로 LNG 수출 증가)을 누렸던 미국이 내년에도 수혜를 볼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전문가 의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23년 말 메가와트시당 150유로에 이를 것입니다. 내년 겨울이 되기 전에 저장소를 채우려면 EU가 더 많은 LNG를 수입해야 할 겁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빌 웨더번 이코노미스트, Gridnews 인터뷰) “IEA 추정치에 따르면 2023년 여름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량은 300억 입방미터에 달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IEA 에너지시장∙보안 디렉터 케이스케 사다모리, WSJ 인터뷰)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은 LNG 수출 터미널 용량이 이미 한계에 차 있는데요. 현재 3개의 수출 터미널을 건설 중이고 2023~2025년에 차례로 완공될 예정입니다. 즉, 2025년이 되면 미국발 LNG 수출 용량이 30% 넘게 늘어납니다. 그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수출이 느는 만큼 내수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줄어들 테니, 이것도 가격엔 플러스 요인입니다. 사실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0년 넘게 긴 불황에 시달렸는데요. 오죽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가격(백만Btu 당 13.57달러)에 아직도 한참 못 미칠 정도. 하지만 드디어 볕이 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천연가스 ETF(상장지수펀드)에 장기투자하면 절대 안 되는 거 아시죠? 천연가스 ETF는 현물이 아니라 천연가스 선물을 담기 때문에 자칫 선물 만기연장을 하는 데 드는 비용(롤오버 비용)이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을 수 있답니다. 천연가스뿐 아니라 모든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ETF는 단기로만 투자하길 권하는데요. 이걸 더 깊이 설명하려면 콘탱고나 백워데이션까지 얘기해야 하겠지만. 일단 오늘은 거기까진 가지 않고,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천연가스 ETF인 UNG의 장기 수익률 그래프를 공유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By.딥다이브 무섭게 뛰더니 또 가파르게 내리막을 타고 있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알아봤는데요. '러시아가 가스 밸브를 잠그면 가스 가격이 뛴다'고 단순하게만 보시고 투자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생각보다 변수가 너무나 많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자면*막대한 셰일가스 매장량 두고도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길들여졌던 유럽. 부랴부랴 LNG 수입을 늘려서 일단 저장고를 꽉 채워놨습니다. *하늘이 도와서 마침 유럽 겨울이 따뜻하다는 군요. 8월 340유로였던 가스 가격이 108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그런데 미국은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의 6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왜 이런 지역별 가격 차이가 나타다는 걸까요. 그걸 알면 시장의 방향이 보입니다. *올해는 이대로 넘긴다 해도 유럽은 내년이 걱정. 천연가스 대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만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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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 CEO’ 아이거가 돌아왔다…디즈니 주가 6% 급등 [딥다이브]

    시장이 싫어하는 ‘코로나 불확실성’이 다시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 때문인데요.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 역시 이를 반영해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3%, S&P500 -0.39%, 나스닥 -1.09%. 베이징에서 3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소식은 21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다른 주요국처럼 확진자수 증가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중국 경제의 목을 졸라매는 통제 조치로 되돌아갈지를 중국 지도층이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고 보도했군요. 일단 현재까지는 엄격한 무관용적인 봉쇄정책으로 돌아갈 징후가 보이고 있어 더 불안합니다.21일 뉴욕증시에서 가장 눈에 띈 종목은 디즈니입니다. 과거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었던 밥 아이거가 다시 CEO로 돌아온다는 깜짝 발표에 주가가 6.3%나 뛰었는데요. 2020년 12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세입니다. 디즈니는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엄청난 적자로 인해 실적이 곤두박질쳤죠. 지난 분기 디즈니플러스의 손실 금액만 14억7000만 달러(약 2조원)에 달할 정도입니다. 치열한 OTT 시장에서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탓이었습니다. 가입자는 늘긴 했지만 도무지 수익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주가는 뚝뚝 떨어졌죠(올해 들어 -41%). 밥 체이펙 전 CEO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즈니플러스 구독가격을 올리기로 하고(월 7.99달러→10.99달러), 구조조정까지 예고했는데요. 결국 일요일 밤(현지시간) 갑자기 해고됐습니다.71세인 밥 아이거는 자신이 1년 전에 후계자로 직접 뽑았던 밥 체이펙을 끌어내리고 다시 2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기로 했습니다. 믿음직한 올드보이가 위기에 빠진 디즈니를 구할 수 있을까요. 일단 그런 기대감에 주가가 날아간 건데요. “이번 발표로 디즈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미디어업계 최고의 리더가 상황을 뒤흔들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웰스파고의 스티븐 카할 애널리스트)이라는 분석입니다.밥 아이거가 과거 디즈니를 이끈 15년의 성과가 놀라웠던 건 사실입니다. 2005~2020년 그의 재임기간 동안 주가는 4배 넘게 뛰었죠. 그 기간 동안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고요. 그리고 지금 디즈니의 골칫거리가 된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론칭 역시 아이거의 전략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신중한 의견도 나오죠. “문제는 디즈니의 전략적 딜레마, 즉 디즈니플러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아이거는 그 스트리밍 전략의 설계자였고 여전히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리버티스카이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 이안 휘태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밥 체이팩 전 디즈니 CEO는 비록 불명예스럽게 해고됐지만 경제적으론 잃는 게 별로 없습니다. 조기 해고되더라도 남은 임기(2025년 중반까지) 급여(약 650만 달러)를 다 받을 수 있게 계약했다는군요. 또 퇴직연금(최소 1690만 달러)과 스톡옵션(18일 기준 약 350만 달러 어치)도 당연히 챙길 예정. 디즈니는 과거 아이거 시절에도 경영진의 고연봉으로 유명하긴 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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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옴시티’라는 사막의 꿈…와, 이게 정말 현실이 된다고?[딥다이브]

    이 사람이 한국에 온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산업계는 물론 주식시장까지 들썩거렸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미스터 에브리씽(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마치 산타처럼 한국에 큰 선물을 던져주러 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요. 그 관련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네옴시티(NEOM CITY)’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2030년을 목표로 한 대규모 신도시 건설사업인데요.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못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죠. 국내 기업들에 ‘제2의 중동 붐’ 기대감을 부풀게 하는 네옴시티. 과연 그 정체가 무엇인지 딥하게 들여다 보겠습니다.탄소제로라는 산유국의 꿈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허허벌판 사막에 건설될 신도시입니다. 규모(2만6500㎢)로는 서울시의 44배로 벨기에만한 크기. 크게 주거지구(더 라인), 산업지구(옥사곤), 관광지구(트로제나)로 구성되는데요. 그 스케일 못지 않게 놀라운 건 ‘탄소제로’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수소) 같은 신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주거지구엔 아예 자동차가 다니지 않을 거라고 하죠. ‘더 이상 석유만 파서 먹고 살진않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의지가 집약된 프로젝트인데요. 2017년에 발표한 총사업비는 5000억 달러(약 650조원). 현재 언론이 예상하는 사업비는 1조 달러에 달합니다. 1차 완공은 2025년, 최종 완공은 2030년을 목표로 하죠.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역대급 초대형 신도시를 건설한다니, 엄청난 기회다 싶은가요? ‘사막의 기적’이라는 두바이 사례도 있는데, 네옴시티도 오일머니를 쏟아부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고요? 그런데 지난 7월 네옴시티 중에서도 핵심인 ‘더 라인(The Line)’ 조감도가 공개된 뒤, 전 세계가 술렁거립니다. 대체로 ‘뭐? 이게 말이 돼?’라며 눈을 의심한다는 반응이었죠.상식 파괴 공상과학적 디자인홍해 해안에서 사막을 거쳐 산을 향해 무려 170㎞에 걸쳐 높이 500m짜리 고층건물 두개가 200m의 폭으로 평행하게 일직선으로 뻗어갑니다. 높이는 롯데월드타워(550m)에 맞먹고, 길이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와 같죠. 이곳이 바로 900만명이 살게 될 네옴시티의 주거지구, 더 라인(The Line)입니다. 도시가 일직선인 데다 수직이라고? 정말 낯설기 짝이 없는 디자인인데요. 빈 살만 왕세자는 수직도시 설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디자인은 전통적인 ‘수평 도시’에 도전하고 자연보호와 인간의 거주성 향상을 위한 모델을 만들 겁니다.” 수평으로 펼치지 않고 수직으로 도시를 쌓아올리면 개발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으니 주변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더 라인 설계를 보면 땅 위에 차도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아예 못 다니는데요(‘교통사고와 오염이 없는 도시’라 홍보 중). 대신 지하에 터널을 뚫어 고속철도가 최대 20분 만에 도시를 관통한다고 합니다(170㎞를 20분 만에 돌파하면 시속 510㎞라는 얘기인 건가). 그래서 일단 지하 터널부터 파고, 이후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게 됩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이미 이 터널 공사에 들어갔죠. 그럼 출퇴근 할 때마다 고속철도를 타느냐고요? 아니요. 더 라인은 구역별로 사무실∙상점∙병원∙학교∙영화관∙경찰서 등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모든 게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있게’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이땐 위아래만이 아니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되는데요. 예를 들어 50층에 사는 사람이라면 축구 경기장에 가기 위해 굳이 1층까지 내려올 필요 없이, 40층 또는 60층쯤에서 수평 이동 엘리베이터(또는 경전철)를 타고 갈 수 있다는군요. 사막으로 향한 양쪽의 벽면은 온통 거울로 채워집니다. 거울벽은 실용성(햇빛을 반사해 뜨거워 지는 걸 막아줌)이 물론 있지만, 디자인적인 의미도 큽니다. 네옴의 자일스 펜들턴 전무는 이렇게 말하죠. “거울이 주변환경을 반사하기 때문에 ‘더 라인’은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 도시 같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부터 영화 ‘블랙팬서’ 속 미래왕국 와칸다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거론됩니다. 실제 더 라인 개발 과정엔 건축가뿐 아니라 미래학자, 할리우드 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고용됐죠. SF 영화 속 미학을 연구하는 컨설턴트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애초엔 일직선으로 길긴 하지만 저층으로 구상됐던 더 라인 디자인이 500m라는 초고층의 거울 달린 장벽으로 완전히 바뀐 거고요. 멋지다는 반응도 있겠지만 시니컬한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건축가 엘리야후 켈러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사우디는 ‘블레이드 러너’ 같은 일종의 공상과학 소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에 맞는 이미지이죠. 반짝거리고,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가득 찬. 그런데 왜 사막에 이걸 새로 만들어야 하죠?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도시를 개선해야 하지 않나요?”너무 야심찬데, 이거 가능해?그렇습니다. 네옴시티 계획이 너무 야심차다 못해 비현실적이란 회의론도 많은데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이거 정말 사람이 살 만한 도시가 될 수 있어?’, 다른 하나는 ‘탄소제로, 그거 정말 할 수 있는 거야?’ ①네옴시티는 살 만한 도시가 될까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가 2026년까지 45만명, 2030년 150만~200만명, 2045년엔 900만명을 수용하는 도시가 될 거라고 밝힙니다. “네옴시티를 아부다비보다 큰 도시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죠. 하지만 네옴시티가 들어설 타북주는 개발되지 않은 낙후 지역입니다. 이제 막 도시 건설을 위한 왕복 4차선 도로만 들어선 허허벌판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약 1000㎞나 떨어져 있죠. 다른 주요 도시들과도 수백㎞씩 떨어져 있고요.이렇게 외지고 동떨어져 있는 네옴시티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는 의문이 드는데요. 동시에 사람들이 이주해서 산다고 해도 큰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과연 식량을 어디서 어떻게 공급하느냐는 거죠.현재 나온 계획으론 네옴시티는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도시가 될 거라고 합니다. 어떻게? ‘혁명적인 수직농업과 온실을 이용’한다고 밝히는데요. 채소라면 실내 온실을 이용해 키워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고기는 어떻게 공급하겠다는 걸까요. 가축도 수직 농장에서 키우려나요. 궁금증이 남습니다.막대한 건설비용을 어떻게 대느냐도 문제인데요. 돈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이긴 하지만 최소 5000억 달러(어쩌면 1조 달러 이상)라는 비용은 만만찮습니다. 일단 빈 살만 왕세자는 1단계(약 3200억 달러) 비용의 절반은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으로 충당한다고 했는데요. 나머지 돈은 어디선가 끌어오겠다는 뜻이죠.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사우디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②탄소제로라고는 하는데…네옴시티가 탄소제로를 추구하는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렸죠. 화석연료 없이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만 100% 사용할 거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사우디는 물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네옴시티엔 바닷물의 소금기를 없애주는 담수화플랜트가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 해수담수화 플랜트는 일반적으로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보통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죠. 네옴시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수화플랜트에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 좋은 아이디어라고요? 그런데 BBC 보도에 따르면 담수화 플랜트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게 아직까지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즉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는 거죠.기본적으로 이런 대형 건설 프로젝트 자체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네옴시티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영국이 1년 동안 내뿜는 것의 4배가 될 겁니다. (사우디에선) 아무도 이것을 설명하지 않는군요.”(미국 시더빌대학 지질학과 톰 라이스 교수) 우주인터넷으로 에어택시 타는 도시회의론이 적지 않지만, 네옴시티가 산업계엔 엄청난 기회가 될 거라는 설렘도 가득합니다. ‘미래형’ 신도시를 추구하는 만큼 전통적인 인프라∙건설 산업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신사업에 기회가 열릴 전망인데요. 이미 싹이 보이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①도심항공모빌리티(UAM)‘더 라인’엔 자동차가 없다고 말씀드렸죠. 그럼 자동차를 못 타게 된 사우디의 부자들이 이주노동자들과 나란히 고속철도나 경전철을 타고 이동하게 될까요? 아마 그렇진 않을 겁니다. 더 라인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즉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도입할 예정이거든요. 이를 위해 네옴시티는 지난해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와 계약을 맺고 15대의 수직이착륙항공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5대는 화물, 10대는 승객 수송에 쓴다는군요. 얼마 전엔 볼로콥터에 1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죠. 네옴시티는 건설 단계부터 에어택시가 이착륙할 수 있게 설계될 겁니다. 이 에어택시는 더 라인(주거지구)과 옥사곤(산업지구), 트로제나(관광지구)를 모두 오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②우주인터넷에어택시(UAM)가 상용화되려면 필요한 게 있죠. 바로 통신인데요. 네옴시티는 이를 위해 우주인터넷 기업인 영국의 원웹(Oneweb)과 손을 잡았습니다. 지난달 2억 달러 규모의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는데요. 우주인터넷은 기지국을 지상에 따로 깔 필요 없이 위성을 쏘아올려서 위성에서 바로 신호를 받아서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원웹은 이 분야의 선도주자인 기업이죠(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보다 먼저 위성 발사). 원웹은 네옴시티에서 와이파이는 물론 5G 통신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③그린수소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에 하루 650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세울 계획입니다. 2026년 생산 예정. 수소에도 급이 있는 거 아시죠? 생산방식에 따라 급이 나뉘는데요. 화석연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그레이수소(탄소 배출 많음)와 달리,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식이 바로 그린수소입니다. 한마디로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 그린수소는 너무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죠. 또 수소 자체가 기본적으로 생산은 물론저장과 운송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때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나라”라며 자신감을 보이는데요. 햇볕이 쨍쨍 내려쬐고 바다 바람이 꾸준히 불어오다보니 태양광과 풍력 자원이 모두 뛰어나다는 것. 발전기를 설치할 남아 도는 땅(사막)도 풍부하고요. 과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국이란 타이틀을 갖게 될까요? 사우디에 맞서는 그린수소 경쟁국으로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는군요. By.딥다이브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네옴시티를 좀 깊이 들여다 봤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최소 500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탄소 제로의 거대 신도시 건설이 시작됩니다. 상상 초월의 스케일, 상식 파괴의 디자인. ‘더 라인’ 조감도는 전 세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줄.거기에 누가 살겠어? 돈은 어떻게 조달해? 탄소제로는 안 될 걸? 회의론도 많은데요.도심항공모빌리티, 우주인터넷, 그린수소 같은 신산업엔 엄청난 기회가 열릴 수도. 빈 살만의 꿈은 과연 현실로 이뤄질까요. *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 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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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프’ 쇼핑 시즌, 올해는 잊어라? 베이조스의 조언[딥다이브]

    오르락 내리락 끝에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02%, S&P500 -0.31%, 나스닥 지수 -0.35%.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기준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한적인 구간에 있지 않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차트 하나를 보여줬는데요. 그 차트에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기준금리 구간을 5~7%로 제시했습니다. 세상에, 5~7%라니. 시장이 깜짝 놀랄 수준. 물론 불라드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낮아지면 이 수치도 내려갈 거라고는 봤는데요. 그러면서도 “기준금리의 최소 수준은 5~5.25% 범위”라고 말했습니다. 역시나 금리를 계속 좀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 불라드 연은 총재는 연준 내에서도 가장 강경한 매파이긴 하죠. 이를 두고 알리안츠인베스트먼트의 요한 그란 ETF대표는 “지금은 기본적으로 경제, 시장, 연준 사이의 치킨게임”이라고 얘기하는데요. 동시에 “연준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증시 랠리’ 따위는 보고 싶지 않은 연준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결국 연준 뜻대로 될 거란 전망이죠.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 전망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그리 밝지 않다는 점도 이날 주식시장을 맥빠지게 했는데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타깃이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비심리가 가라앉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타깃의 최고성장 책임자 크리스티나 해닝턴은 “10월 마지막 2주간 고객의 가격 민감성이 심화돼서 급격한 (실적) 둔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는데요.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을 앞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징조이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이번주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TV를 구입하려고 생각한다면 속도를 늦추고 현금을 보유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라. 냉장고, 새 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는데요. 곧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테니 지금은 빚 내서 쇼핑할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온라인 쇼핑 천국을 만든 세계적인 부자가 쇼핑을 자제하라고 할 줄이야. 확실히 흥청망청 쇼핑할 시기는 아닌가 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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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인판 리먼사태? 엔론사태! 핫이슈 ‘FTX 파산’ 따라잡기[딥다이브]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죠? 지난주 수요일 처음 ‘바이낸스 FTX 인수 추진’ 뉴스를 보고 ‘이건 딥다이브에서 꼭 써야해!’라고 생각했는데요. 불과 며칠 만에 FTX는 파산신청을 해버리고,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어떻게 이따위로 거래소를 운영했나 싶을 정도로 FTX 운영은 부도덕한 사기 수준! 여러모로 가상자산 업계에 있어서 최악의 사건인데요. FTX, 그리고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몰락을 딥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예치만 하면 8% 이자’라더니 “FTX 거래소에 달러를 예치만 하면 1만 달러까진 연 8%, 1만~10만 달러엔 연 5% 이자를 준대.” 지난달 지인이 전해준 ‘재테크 꿀팁’이었습니다. 이미 코인 좀 아는 사람들은 일종의 달러예금처럼 FTX 예치금을 활용한다더군요. 솔깃했죠. 그리고 지인이 덧붙인 한마디. ‘FTX가 망하면 코인판도 망하는 거야.’ 그런데 그 일이 터져버렸습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3위라는 FTX가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겁니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부채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66조원). 시장은 일단 ‘아니, 어떻게 그 잘 나가던 FTX가 파산을!’이라며 놀랐고요. 알고 보니 FTX가 고객 돈에 손을 댔고, 그 결과 10억~20억 달러(약 1조3000억~2조6000억원) 정도가 비어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가상자산계를 구원할 영웅’처럼 굴었던 FTX와 그 창업자가 알고 보니 간 큰 사기꾼이나 다름 없었던 거죠. 우선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 없는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의 그간의 행적부터 한번 보시죠.1인 중앙은행? 차기 워런 버핏?240억 달러(약 32조원). 2019년 FTX를 창업한 1992년생 샘 뱅크먼 프리드가 올해 상반기 기록했던(지금은 사라져버린) 재산 수준입니다. 좋은 집안(부모 모두 스탠퍼드 법대 교수)에 MIT 졸업장을 가진(수재 인증) 이 젊은 사업가는 업계의 엄청난 스타였는데요. 뽀글한 곱슬머리에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외모가 친근감을 더했죠. 남다른 스펙의 뱅크먼 프리드는 소프트뱅크, 타이거글로벌, 블랙록 같은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끌어모으며 FTX를 키웠습니다. 동시에 화려한 마케팅으로 입을 떡 벌어지게 했는데요.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미국 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붙였고요(1억3500만 달러짜리 명명권 구입). 미식축구 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까지 사들였습니다(30초에 700만 달러). 패션모델 지젤 번천과 보그 화보도 찍었고요. 그의 명성을 더 높인 계기는 지난 5월 일어난 루나 사태였습니다. 루나 사태로 고꾸라지던 가상자산 업체들에 동아줄을 던져주며 ‘업계의 구원자’ 노릇을 한 겁니다. 블록파이에 4억 달러, 보이저 디지털에 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해줬죠. 이런 행보로 뱅크먼 프리드는 ‘1인 중앙은행’, ‘크립토계의 피어폰트 모건(JP모건 설립자)’이란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포춘지는 8-9월호에 ‘차기 워런 버핏(The Next Warren Buffett)?’이라며 그를 표지모델로 내세우기까지.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가 업계를 구원하려고 지원했던 게 아니라, FTX가 가라앉게 생겼으니까 무리하게 덩치를 키워서 겉보기에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업계 백기사’라던 뱅크먼 프리드의 추락은 11월 2일 나온 기사 한 꼭지에서 시작됩니다.FTX와 알라메다, 그 수상한 연결고리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는 FTX의 핵심 관계사입니다. 그런데 코인데스크가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니 자산(146억 달러)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FTT)으로 채워져 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또 이 FTT코인을 담보로 알라메다가 대출을 받아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고요. 이를 두고 코인데스크는 이렇게 지적했죠. “FTX와 알라메다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가깝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시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는데요. 당시엔 아직 정확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되진 않았지만, 어찌 됐든 ‘FTT 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도 무너지고 FTX도 줄줄이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집니다.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세계 1위(점유율 50% 넘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가 한마디를 보탰죠. “바이낸스 장부에 남아있던 모든 FTT를 팔겠다.”(7일). 그 파장은 일파만파. FTT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동시에, FTX거래소에서 자산을 빼는 ‘코인 런’이 벌어진 건데요.FTX의 뱅크먼 프리드는 “FTX는 괜찮다. 자금도 문제 없다”며 달래기에 나섭니다(나중에 보니 완전 거짓말). 동시에 자오창펑에게 FTX를 인수해달라고 SOS를 쳐서 인수의향서(LOI)까지 맺기도. 하지만 하루 만에 자오창펑이 “FTX 상황은 우리가 도울 능력 범위를 넘어섰다”고 철회하며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FTX사태는 ‘코인판 리먼사태(위험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인 줄로 알았습니다. 동시에 ‘이거 바이낸스의 FTX 죽이기 아니야?’라는 얘기가 많았고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블룸버그 같은 미국 주류 언론까지 이런 시각으로 본 건데요. 바이낸스는 압도적 1위 거래소이긴 하지만, 딱히 미국에 기반이 없다는 약점이 있죠(본사가 없는 ‘무국적’ 거래소). 그래서 미국 의회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규제 법안(특징=미국 바깥의 거래소에 크게 타격)을 두고 자오창펑(규제안 반대)과 샘 뱅크먼 프리드(규제안 찬성)는 입장이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미국 정치권 인맥이 탄탄한 뱅크먼 프리드(바이든 대선 자금 기부자 중 2위)는 중국계(정확히는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을 향해 ‘워싱턴에 갈 수 있나?’고 조롱해서 자오창펑을 열받게 하기도 했죠. 이런 스토리를 엮어서 마치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계 FTX를 무너뜨렸다는 식의 해설이 나온 겁니다. 결국 11일 FTX는 파산을 신청했고 뱅크먼 프리드는 CEO자리에서 물러났는데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고객 돈을 빼돌린 겁니다! 21년 전 엔론사태의 재연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은행이 그 돈을 다른 누군가에게 대출해 줄 거라는 걸 압니다. 대신 예금주는 예금 이자를 받죠. 만약 모든 예금주가 ‘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 뱅크런이 일어난다면? 은행은 이미 나간 대출을 다 회수하지 않는 한,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습니다.가상자산 거래소는 어떤가요? 거래소는 은행과 다르죠. 국내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증권사+예탁결제원’의 기능을 합친 것과 같은 일을 합니다.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가 거래해서 맡겨둔 코인을 거래소가 잘 보관해둘 거라고 믿습니다(예탁원처럼). 그러니까 거래 수수료를 내는 거죠. 만약 고객들이 내 코인과 현금을 돌려내라고 한다면? 거래소가 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FTX는 그 기본을 무시했습니다. 고객 계좌에 있던 FTT 코인 100억 달러 어치를 계열사인 알라메다에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대출해준 겁니다. 100억 달러는 FTX 고객 자산(16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죠. 사실 알라메다는 ‘루나 사태’의 여파로 코인 벤처 투자에 실패하면서 지난 6월 대출 상환 요구에 시달렸다는데요. 알라메다의 빚을 갚기 위해 FTX가 고객 계좌에서 자산을 빼서 메워줬다는 거죠. 완전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 게다가 그 중 10억~20억 달러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FTX사태는 리먼이 아닌 엔론 사건의 재연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해설이 이 사건의 본질을 정리해주는데요. 위험 관리를 못해 벌어진 위기(리먼 파산, 범죄까진 아님)가 아니라, 경영진이 짜고 저지른 범죄(엔론 파산)라는 겁니다. 다만 FTX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 일으킬 파장은 리먼 사태 못지 않습니다. 당장 큰일 난 건 FTX 고객들인데요. 과연 언제나 돈을 일부라도 돌려 받을 수 있을지가 요원합니다. 참고로 2014년 당시 세계 1위였던 마운트곡스 거래소가 해킹으로 파산했는데, 고객들이 아직도 배상을 못 받고 있거든요. FTX의 한국인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는데요. 확실한 건 FTX 접속자 수 기준 일본 다음으로 많은 게 한국(6%)이라고 합니다. 최소 1만명은 될 거란 관측도.‘크립토 윈터’ 언제까지?FTX 파산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겁니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전문가 두분에게 각각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유튜브 알고란TV의 고란 대표와 신한투자증권의 이세일 블록체인부 부장입니다.-FTX 사태를 보고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고란)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5개 국내거래소는 정기적으로 실사를 받는다. 고객이 예치한 코인과 실제 거래소가 보유한 코인이 같은지 실사를 거쳐 분기마다 보고서를 낸다. 과거에 고객 돈을 빼서 쓰던 작은 거래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이미 파산했다. FTX 같은 큰 업체가 그랬다는 게 놀라운 이유다.”(이세일) “해외 거래소에 비해 국내 거래소가 예치금 관리를 더 빡빡하게 해와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긴 하다. 국내 감독당국이 해외보다 보수적이었던 게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 측면이 있다. FTX 같은 해외 거래소는 산하에 관계사가 많아서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면서 수익 창출을 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국내엔 그런 생태계가 없고 수수료 비즈니스만 해왔다. 다만 국내 거래소들이 100% 지갑을 공개하는 건 아니라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FTX 사태의 파장 어디까지 갈까.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대로 가상자산 시장에 아주 긴 혹한기가 올 거란 신중론도 많다.(고란) “(FTX와 알라메다가) 투자했던 토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청산하는 과정에서 내다 팔면서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가 중요한데, 신규 투자금은 안 들어오고 (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은 팔고 나가고 있다. FTX에 기관이 많이 투자해왔는데, 기관들이 손을 떼고 있다. 그동안 ‘연준의 금리인상이 멈추면 자산시장 상승과 함께 크립토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크립토 윈터’가 더 길어질 거라고 본다.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 땐 (크립토 윈터가) 3년 이어졌다.”(이세일) “FTX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의 거대한 기둥’ 중 하나였다. FTX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다. 단기적으로는 FTX 파산의 영향이 수면 위로 안 드러나더라도 나중에 그 영향이 나타날 거다. 실제 몇 달 전 일어난 루나 사태가 FTX 파산으로 연결되지 않았나. FTX 파산 여파는 루나 사태보다도 훨씬 클 수 있다. 추가 연쇄 파산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는 어떤 식으로 강화될까.(고란)“과거 미국에서 엔론의 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뒤 ‘사베인-옥슬리법’이라고 부르는 회계감사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겼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법이 생겨날 거고, 그 도입도 빨라질 거다. 참고로 바이낸스의 자오창펑을 시작으로 해외 거래소들이 ‘준비금 증명’ 캠페인을 벌이며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거래소(후오비, 크립토닷컴)는 숫자를 증명한 뒤 돈이 빠져나갔다는 의심도 받는다.”(이세일) “FTX 사태 이전에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많았다. 선진국에서 진행 중인 법안을 보면 고객 예치금이나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포함돼 있다. 다만 법 제정이 늦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가속화될 거다. 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By.딥다이브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를 정리해봤는데요. 코인 투자를 안 하는 분들에겐 생소할 수 있겠는데요. 파장이 작지 않은 사건이라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가상자산계의 ‘구원자’로 여겨졌던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화려한 스펙으로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업계의 슈퍼스타였는데요. ‘관계사인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가 이상하다’는 기사 하나가 일으킨 파장. 업계 1위 바이낸스가 인수를 하네 마네 하더니 결국 파산신청에 이르렀습니다.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니 이게 웬일. 고객 돈을 빼돌려서 관계사 빚 갚는데 써버렸다는데요. 그래서 나오는 말. ‘코인판의 엔론사태’. 그 영향이 어디까지 갈까요? “크립토 윈터가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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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 돌아 제자리? 모건스탠리의 내년 美증시 전망[딥다이브]

    지난주에 너무 달렸나요.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 -0.63%, S&P500지수 -0.89%, 나스닥지수 -1.12%를 기록했는데요.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힘입어 2거래일 연속 올랐다가 이날 떨어진 겁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7.7% 소식에 증시가 과민 반응했던 거 아닌가?’라며 시장이 차분해지는 모습인데요. 마침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서로 엇갈리면서 헷갈리게 만듭니다. 크리스토퍼 윌러 이사는 13일 “물가둔화 신호에 시장이 과잉 반응했다. 갈 길이 멀고 금리인상 중단은 가깝지 않다”고 시장 기대에 찬물을 확 끼얹었고요. 이와 달리 14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이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 다만 물가 목표(2%)로 복귀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했고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는데요.11월 중순이 되면서 월스트리트가 내년도 증시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모건스탠리의 시장 예측을 소개해 드릴게요. 마이크 윌슨 미국 주식전략가가 이끄는 모건스탠리 팀이 예측한 내년 말 S&P500 지수는? 바로 3900입니다. 지금 S&P500이 3957.25인데? 그렇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S&P500 지수가 내년 1분기에 3000~3300포인트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칠 거라고 봤는데요.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그 충격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 거라는 거죠. 대신 내년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서 올해 수준을 되찾을 거란 예상. 1년 동안 주식시장이 돌고 돌아서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올 거란 뜻이죠. 좀 우울한 전망이라고요? 대신 윌슨 전략가는 2024년에 ‘다음 호황’이 올 거라고 봤는데요. 2024년엔 기업 영업이익이 강력한 반등을 보일 거고 주식시장도 급반등의 흐름을 탈 거라는 예측입니다. 따라서 일단 2024년을 기다리며 당분간은 투자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데요.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유틸리티와 에너지 업종은 비중확대이지만 부동산은 중립, 하드웨어와 경기소비재 업종은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양방향의 위험을 모두 존중해야 하는 약세장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 물론 증시 예측이라는 건 대부분은 틀리기 마련이지만. 마침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올해 뉴욕증시 흐름을 꽤 잘 예측했던 터라, 왠지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긴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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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미국 기준금리 5%… ‘이걸’ 담을 때가 다가온다[딥다이브]

    혹시 채권투자 하시나요? 그건 돈 많은 부자들이나 하는 거라고요? 요즘엔 그렇지가 않다는데요. ‘채권 대학살’이란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채권금리가 치솟으면서(=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시장은 아수라장인데요. 오히려 꽤 많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곡소리가 나는 걸 보니, 지금이 기회인 건가’라며 채권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한 겁니다.그래서 채권 전문가인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를 모셔서 정말 기회인 건지, 투자의 타이밍은 언제가 좋을지를 물어봤는데요. 동시에 여전히 불안불안한 국내 회사채 시장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투자자들에겐 그리 나쁘지 않다!(오히려 기회일 수도)경기 둔화 조짐=채권 강세장 신호-2008년부터 채권 애널리스트를 해오셨는데요. 올해 채권 시장이 정말 역대급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금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올해 채권 시장, 거의 폭망입니다. 올해 초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가 0.25%이었는데, 지금은 4%입니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1%대였는데 지금 4%대이고요. 기본적으로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은 떨어져서요. 투자 수익률은 굉장히 저조합니다. 특히 만기가 긴 초장기 채권투자 수익률은 인덱스 기준으로 -35%이고요. 개인들은 미국 채권 레버리지형 ETF인 TMF에 투자를 많이 하시는데요. 이건 -80% 가까이 되는 매우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죠.”-그럼에도 이제 곧 채권시장에 기회가 올 거라고 전망하고 계신데요. 일단 이것부터 설명해주시죠. 경기 둔화의 조짐이 보이면 그게 왜 채권 강세장의 신호인 건가요?“채권은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원금이 보장됩니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1년마다 이자도 받을 수 있고요. 주식은 주변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위험자산’이지만, 채권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원금+알파(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입니다.그럼 왜 경기가 둔화되면 채권이 강세냐. 주식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좋아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주식 자산가치가 올라가죠. 따라서 경기가 좋을 땐 개인과 기관 모두 주식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질 것 같으면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가죠. 경기 변화에 민감도가 낮은 자산으로 가는데요. 그래서 주식 아닌 채권으로 자금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집니다.최근 들어 채권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보자면,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리겠지만 워낙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다 보니 경기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죠. 경기가 위축된 모습이 지표와 심리로 확인될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주식보단 채권을 선호하게 되겠다는 시각에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는 상황입니다.” -미국 연준이 내년 1분기는 물론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기준금리에 따라 채권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투자를 시작할 만한 시기가 다가오는 건가요?“제가 ‘지금 당장 채권 사세요’라고는 절대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기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채권시장이 겪어야 할 과제들이 굉장히 많아요. 첫째는 인플레이션, 둘째는 통화정책이죠. (미국이) 11월, 12월 그리고 내년 1분기까지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아마 내년 2분기까지도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클 거예요. 기준금리가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은 채권시장엔 매우 부담스러운 요인이죠.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해서 ‘이제 연준이 조금 있으면 금리 인상을 멈출 거니까, 지금부터 미리 채권을 열심히 사야지’라고 하는 분들 있으면 뜯어 말리고 싶어요. 앞으로 채권투자는 굉장히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어떻게 해야 하느냐. 일단 앞으로 2~3개월 정도는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어요. 연준이 기준금리인상을 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거예요. 그럼 어떠한 채권을 사야 하느냐.채권을 투자하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만기 전에) 사고 팔아서 얻는 자본차익이 있고, 이자 수익이 있어요. 앞으로 단기간, 2~3개월 동안 봐야 할 건 자본차익이 아니라 이자수익이에요. ‘이자 수익만으로 목표 수익률이 달성 될까요?’라고 하실 텐데요. 만약 10~20%를 생각한다면 장담할 수 없지만,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원한다면 가능합니다. 만기를 6개월~1년로 짧게 가져가면 금융시장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요.따라서 지금부터 2~3개월간 채권 투자를 한다면 만기가 짧은 채권 위주로, 우량 등급 위주로, 이자수익률이 높은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걸 추천드리고요.그런데 이것만 얻어서는 만족을 못하겠죠. 이제 2년 반 만에 돌아오는 채권 강세장이 펼쳐질 텐데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되는 시기엔 당연히 채권 투자를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겠죠.제가 생각하는 그 시기가 언제냐. 그 힌트를 찾으려면 ‘금리가 올랐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분야가 어디일지’를 생각해 보면 돼요. 바로 부동산, 집값이에요. 한국도 미국도 모두 기준금리 인상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주택시장의 부진한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실제 지금 미국의 모기지 채권 금리는 8%가 넘어갔죠. 주택경기는 물가에 9~12개월 선행해요. (미국) 주택시장의 둔화가 포착된 시기가 올해 4월로 추정하는데요. 그럼 연준의 시각에서 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감지되는 시기는 내년 4~5월이 될 겁니다.그 시기에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지금 같은 속도로 하지 못할 거예요. 물가의 피크아웃(정점)이 확인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겁니다. 그럼 시장은 물가가 아니라 경제 지표의 둔화, 경기침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거예요. 그럼 당연히 채권금리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파른 속도로 올랐지만, 이제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다시 하락 쪽으로 방향을 바꿀 걸로 보고 있어요.그래서 그 시기엔 이자가 아닌 자본차익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하고요. 그럼 기존보다 만기를 길게 넓혀가면서 투자하시는 게 맞아요. 개인투자자라면 주목해서 봐야 할 ETF가 몇가지 있죠. 지금은 수익률이 매우 저조하지만 만기가 긴 채권을 담은 TMF나 UBT가 있고요. 아니면 제로 쿠폰으로 구성돼서 만기가 긴 상품(이자가 없는 대신 처음 살 때 가격을 할인해줌. 제로쿠폰 장기국채 ETF로는 ZROZ가 있음)에 대해 조금씩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그런 미국 국채 ETF의 경우엔 보통 목표수익률을 어느 정도 기대하고 투자하나요?“사람마다 다르죠. 투자 자산이 레버리지로 발생한 자산이냐, 레버리지 없는 자산이냐에 따라서도 목표치가 다를 거고요.채권은 절대 위험자산이 아니에요. 근데 올해 가장 손실을 본 ETF 중 하나가 아까 말씀드린 TMF, 만기가 20년 이상으로 구성된 미국 국채에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인데요. 투자수익률이 올해 1~10월 -70%를 넘어가고 있어요.그런데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TMF로 자금유입이 이례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어요. ‘이만큼 (금리가) 올랐으면 이제 빠질 때가 됐다’는 시각이 매우 커지다 보니, 화끈하게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거죠. 그만큼 투자 수익률 기대치가 높았던 건데요.저는 채권투자를 할 때 그렇게 높은 수익률을 지향해서 투자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현재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예금금리 플러스 알파’ 정도로 생각을 하시는 게 가장 맞을 거고요. 예금금리보다 3~5%포인트 더 높게 잡으시면 그게 적정 투자 수익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이미 많이 올라왔으니까, 그보다 3%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면 기존에 채권투자로 얻지 못했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거네요.“그래서 최근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어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채권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채권 투자는 ‘예금금리+3~5%p’ 노려라-미국 국채를 담은 미국 상장 ETF에 투자한다면 환율도 고민해야 할 텐데요. 최근 좀 떨어졌긴 했지만 환율이 꽤 높은 수준이라서요. 고환율인데도 미국 상장 채권 ETF에 투자해도 될까요?“이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그동안 킹 달러가 이어진 건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 때문이었는데요. 지금 우리가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건 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멈출 거란 기대감 때문이잖아요. 만약 연준이 긴축정책을 멈추기 시작한다면 지금 같은 강달러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긴 힘들 거예요.따라서 환율 리스크를 피하고 싶다면 몇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우선 국내에 상장된 미국 채권 ETF들도 생각보다 종류가 굉장히 많고요. 두번째로는 국내에 상장된 국내 채권형 ETF를 사는 것도 방법이에요. 미국 국채금리만이 아니라 한국 채권시장 금리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요.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금 3%인데 한국 10년물 채권금리가 4.2%에요. 3년물도 4.2~4.3% 범위이고요.어찌 보면 지금 미국 기준금리가 4%이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를 조금 넘었는데, 한국은 기준금리가 3% 밖에 안 되는데 채권금리는 4%를 훨씬 넘어선 거죠. 과거 궤적을 볼 때 지금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 수준은 상당히 과도합니다.국내 채권금리가 그렇게 오른 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인데요. 연준이 금리 인상이 주춤해지면 국내 채권금리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다는 뜻이죠. 그걸 고려한다면, 굳이 환율 수수료도 내거나 환율 방향성을 고민하기 싫다면, 국내 채권을 복제하는 국내 채권형ETF들도 굉장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채권 ETF도 다양한 상품들이 생각보다 많아요.또 다른 방법도 있는데요. ETF는 수수료가 붙고요. 세금 측면에서 국내 채권형 ETF에 투자하면 양도소득과 이자소득 둘다 세금을 떼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국내 채권 상품을 ETF가 아닌 현물로 매입을 하면 양도소득은 비과세이고요. 이자소득에 대해서만 15.4% 세금을 매겨요. 세금 면에선 ETF를 사는 것보다 직접 채권을 사는 게 이익인 거죠.최근 증권사 MTS를 통해 다양한 채권들을 소액으로 매매할 수 있거든요. ETF가 아닌 채권 현물을 직접 사는 것도 추가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요.”-요즘 증권사에서 우량한 회사채 사라고 광고 푸시를 많이 보내던데요. 투자자 입장에서 고민되는 게, 레고사태과 한전채 발행 물량 폭탄으로 요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서 어렵다는 얘기가 많아서요. 등급이 아주 우량한 회사채를 봐도 선뜻 손이 안가더라고요. 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셔요.“지금 국내 채권시장, 특히나 크레딧시장 상황은 굉장히 안 좋아요. 일각에선 레고랜드가 촉발한게 아니냐고 하는데, 레고랜드가 터지지 않았어도 문제점을 갖고 있던 상황이었고요. 이 위기의 근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기준금리 인상이고요. 두번째는 채권 발행 이슈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다 아실 거고요. 발행발 이슈는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한전채 문제가 있었죠. 한전이 만성적자를 겪고 있는데, 물가 부담 때문에 전기료 인상이 어려우니까 한전채 발행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거고요. 이뿐 아니라 정부가 은행의 유동성 규제를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시키면서 은행들이 은행채를 막 찍기 시작했죠.기존의 채권시장이 소화할 물량이 100이라면, 한전채와 은행 관련 회사들의 채권이 급격하게 많이 발행되면서 물량이 120, 130까지 풀리기 시작했죠. 공급이 늘어나면 당연히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요.그럼 이게 언제 해소되느냐. 생각보다 정부 대처는 빨랐어요. 10월 말 채권안정기금 펀드가 다시 조성됐고요. 이후에 50조원의 유동성 공급 정책, 최근엔 은행권의 95조원 자금지원 정책이 결정됐어요.채권시장이 체했으니까 정부가 소화제를 막 먹여주기 시작하죠. 소화제 먹는다고 바로 해소되는 건 아니에요. 시간이 걸릴 거고요. 정부의 유동성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면 위기가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할 거예요.지금 개인들이 눈여겨보는 채권은 2~3년 만기의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일 텐데요. ‘망하지 않아요’라고 100% 확신을 드릴 수는 없지만, 망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다 보니까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이자율이 높아서 우수한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채권상품이에요.” 내년 말 기준금리 미국 5%, 한국 3.5% -내년 말 미국 기준금리와 국채금리가 얼마일 걸로 전망하고 계신가요?“지금 미국 기준금리가 4%인데요. 올해 12월 FOMC가 50bp(0.5%포인트) 금리 인상을 할 것 같고요. 내년 2월, 3월에 각각 25bp(0.25%포인트) 인상할 전망이어서, 최종적인 연준의 금리 수준은 5%로 봅니다.중요한 건 미국 국채시장 금리인데요. 우리가 봐야할 게 물가예요. 물가의 피크아웃이 확인되는 시점이 언제일까. 결국 CPI(소비자물가지수)든 PCE(개인소비지출물가)든 기준금리 수준을 밑도는 시기가 언제 올까. 그 시기를 내년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반으로 보고 있고요. 그 때부터 시장 금리 방향성이 아래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요.그렇다고 해서 미국 국채금리가 올 1~11월까지 375bp~400bp 올랐으니까, 그럼 내년 연말까지 다시 400bp(4%포인트) 떨어지냐고 하면 절대 아니고요. 미국 연준은 내년 내내 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물가가 연준이 생각하는 목표치인 2% 수준에 도달하기엔 내년엔 힘들고, 내후년은 돼야해서요. 그 이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긴 어려워요.연준의 기준금리가 5%로 유지되는 한, 미국 국채금리가 이전처럼 1~2%로 되돌아가긴 어렵고요. 그래서 내년 연말 기준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 될 걸로 봐요. 그래도 굉장히 매력적인 거죠. 앞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대략 4.5%까지 올라갈 텐데요. 그런데 내년 연말에는 4%를 하회하게 된다면, 50bp(0.5%포인트) 이상 투자 수익률을 얻는 거죠. 그리고 이건 단순히 50bp가 아니고요. 50에 자기가 산 채권의 만기를 곱한 게 연간 채권 투자 수익률인 거예요. 그러면 만기가 길수록 얻게 되는 채권 투자 수익률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내년 1분기 말부터, 조금 걱정이라면 2분기 초반부터 만기가 긴 채권들을 투자하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 내내 연준이 5%를 유지한다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겠네요?“그렇죠. 지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이고요. 저는 연말엔 3.25%를 보고요, 내년엔 3.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 같아요.그럼 왜 한은이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낮게 할까.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환율을 생각하면 연준을 따라서 국내도 기준금리를 빨리빨리 올려야 겠죠. 하지만 국내는 심각한 크레딧 위기 상황이에요. 이미 정부에서는 (위기 해소를 위해) QE(양적완화) 아닌 QE 차원의 돈을 풀고 있어요. 정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금융권에 풀고 있는데, 한국은행에서 고강도 긴축을 한다면? 되게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되겠죠.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물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금리를 올리다가는 심각한 유동성 고갈 현상이 발생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목소리가 생가나고 있어요.이런 금융안정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과연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할 수 있겠냐. 저는 그렇지 못할 거다라고 보고 있고요. 그래서 11월에 25bp(0.25%포인트), 내년 1분기 25bp 인상을 하면서 3.5% 수준에서 내년 연말까지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들이 크다고 봅니다.“-기준금리가 미국과 1.5%포인트나 차이가 나게 된다니, 상당히 갭이 크네요. 그래도 대출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분들에겐 상당히 위안이 되는 전망입니다. 저희 딥다이브 구독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한마디를 해주신다면?“채권은 절대 주식처럼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는 상품이 아니에요. 말 그대로 안전자산이잖아요. 그래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채권 투자를 하는 건 추천드리지 않고요. 갖고 있던 여유 자금을 가지고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측면에서 접근하시길 추천드려요.” By.딥다이브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 채권 투자 전략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채권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서,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채권시장에 모처럼 강세장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그 시작 시기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 내년 1분기 말~2분기 초로 내다봅니다. 전략적으로 투자하세요. 앞으로 2~3개월 동안은 만기가 짧은 우량등급 채권에, 내년 3~4월부터는 만기가 긴 채권에 관심 가지세요. 목표 수익률은 ‘예금금리+3~5%포인트’ 정도. 한전채 같은 이슈로 회사채 시장이 어렵죠. 다만 AA 이상 등급의 우량한 회사채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11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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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정점 찍었나” 환호, 나스닥 7.4% 다우 3.7% 폭등…계속 달릴 수 있을까[딥다이브]

    도대체 이게 얼마 만인지 데이터를 찾아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폭등하며 마감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다우지수 3.70%, S&P500지수 5.54%, 나스닥은 7.35% 올랐네요. 모두 2020년 이후 2년 여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이라고 합니다.불과 하루 전까지도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오지 않았다며 증시엔 냉기가 돌았는데요. 역시나 선거보다 진짜 중요한 건 물가였습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7%. 시장 추정치(7.9%)보다 낮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7%대로 돌아왔는데요. 9월에 ‘40년 만에 최고치’인 6.6%를 기록했던 근원 CPI(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제외) 상승률 역시 10월엔 6.3%로 내려왔습니다. 이에 증시는 모든 것이 오르는 ‘안도 랠리’가 펼쳐졌고요. 왜 이렇게 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수치에 민감한지는 아시겠죠.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거란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즉, 12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만 올리면서 본격적인 속도조절에 나설 것 같아서 입니다. 이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향후 몇 달 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본다. 그간 누적된 긴축을 고려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일단 월가는 환호했는데요. 이날의 코멘트를 몇 개 모아보자면.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스위스쿼트뱅크 수석분석가) “할렐루야! 마침내 미국 인플레이션에서 강한 비트를 보았습니다. 헤드라인과 코어 수치가 모두 예상보다 낮습니다. ‘소프트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습니다.”길러모 헤난데즈 샘피어(MPPM 거래책임자) “피봇파티가 당장 시작되고, ‘숏 스퀴즈(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하게 주식을 사들이는 것)’가 랠리에 불을 붙일 겁니다. 남아있는 현금이 작동한다면 우리는 저점을 보게 됩니다.(숏 스퀴즈가 이어지면 주가가 바닥을 칠 거라는 뜻)”제임스 애티(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 투자 이사) “주식은 이걸 좋아하고, 바통을 쥐고 계속 달릴 겁니다. 이것이 디스인플레이션 초기단계에서 연준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주식이 너무 거품을 일으키면 ‘Fed speak(연준의 발언)’를 조심하세요.” 물론 아직 막 달릴 때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상당합니다. 마크 헐버트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열정을 억제하라. 대부분 큰 일일 랠리는 약세장에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71년 이후 나스닥지수가 하루에 6% 이상 오른 거래일은 26일인데 이 중 20일이 약세장이었다는 건데요. 본래 약세장에선 희소식이 조금이라도 들리면 투자자들이 아주 열성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절망에 빠져 항복하기 전까진 말이죠. 즉, ‘폭발적인 랠리=강세장 전환의 신호’가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드하 매니저는 더 시니컬하네요. “여름에 보았듯이 시장이 두번째로 ‘거짓 새벽’을 맞이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7월에도 지금과 비슷한 이유(물가 정점 통과)로 증시가 반짝 상승한 적이 있다는 거죠.반짝하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10일 주요 종목들의 상승률을 기록해 보겠습니다. 애플 8.9%, 마이크로소프트 8.23%, 아마존 12.18%, 테슬라 7.39%, 엔비디아 14.33%.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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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의 트위터 유료화 계획, 그 흥미로운 논쟁 포인트[딥다이브]

    혹시 트위터 하시나요? 찾아보니 한국에선 트위터가 소셜미디어(커뮤니티 포함) 중 6위라는데요(사용자 수 기준. 밴드∙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네이버카페∙트위터 순). 미국에서 순위는 유튜브를 포함했을 때 7위인데(미국 성인의 23% 이용.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링크드인∙스냅챗 다음) 화제성 면에서는 꽤 영향력이 큽니다. 워낙 유명인사들(일론 머스크, 버락 오바마 등등)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서죠.이 트위터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온갖 난리 끝에) 인수했단 얘기는 다들 아실 겁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머스크가 ‘트위터 유료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또 시끌시끌한데요. 소셜미디어를 유료화해서 구독료를 받는다는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좀 딥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머스크 “구독료 월 8달러는 어때?”트위터가 뭔지는 아시죠. 트위터는 어떻게 돈을 벌까요? 매출의 대부분(약 90%)이 광고에서 나옵니다. 트위터에 글(트윗)을 올리는 이용자들은? 누구나 무료로 계정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죠. 다른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와 똑같습니다. 그런데 트위터에도 유료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2021년 6월 출시한 ‘트위터 블루’인데요. 현재는 월 구독료가 4.99달러. 무슨 서비스이길래 돈을 받느냐. 자잘한 게 여러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트윗 편집 기능. 만약 트윗을 보내자마자 맞춤법이 틀린 걸 알았다면? 무료 사용자는 그걸 삭제하고, 새로 다시 보내야 하는데요. 유료 서비스 가입자는 이걸 고칠 수 있게 한 겁니다. 단, 유료 이용자여도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이내, 횟수는 최대 5회!(수정 기능은 현재 일부 국가만 이용 가능) ‘당연히 편집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트윗 특성상 빠르게 확산된 다음에 내용을 바꾸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편집을 못 하게 해왔다는군요.(엥, 페이스북은 무료로 되는데?) 그밖에 트위터 블루 구독자에겐 중요한 트윗을 보관하는 책갈피 기능, 재미있는 색상 테마, 프로필 사진을 NFT로 바꿔주는 기능 등이 제공됩니다. 어때요. 충분히 4.99달러라는 돈값을 하는 걸로 보이나요? 사실 트윗 수정 기능이 10월 초에 새로 생긴 거라서(그 전엔 60초 이내 실행 취소만 가능) 그전까지는 돈값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머스크가 움직이니까(4월에 ‘편집 버튼을 원하느냐?’는 설문조사 트윗을 올린 적 있음) 편집 기능도 생기고 좋은데?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지난달 말 미국 뉴스사이트 더 버지(The Verge)의 단독 보도가 나옵니다.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가 트위터 블루 구독료를 19.99달러로 높일 거다’는 기사였죠. 이 소식에 트위터 이용자들이 술렁거렸습니다. 단순히 높은 구독료 때문만이 아니라, 추가되는 핵심 서비스 내용 때문이었는데요. 트위터 계정 소유자의 신원이 확인됐음을 표시하는 파란색 체크 표시를 앞으로는 유료 구독자한테만 붙여주겠다고 한 겁니다. 지금까지는 유명인(연예인∙정치인∙기업인∙인플루언서∙언론인 등)에 한해 신원확인을 거쳐 무료로 파란색 체크 표시를 달아줬는데 말이죠. 만약 파란 딱지를 이미 받은 유명인인데 90일 이내에 돈을 안 낸다면? 체크표시가 사라져 버린다고 합니다.당장 파란 배지가 있는 유명 헤비 트위터들이 화를 냈죠. 소설가 스티븐 킹은 “만약 그게 시행되면 나는 엔론(2001년 파산한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처럼 사라질 거다”라고 협박성 트윗을 올렸는데요. 여기에 머스크가 얼른 댓글을 답니다. “어쨌든 (이용자들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 트위터는 광고주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고. (19.99달러 말고) 8달러는 어때?” 와, 이렇게 바로 구독료가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즉흥성이라니.그렇게 새 유료 구독료는 7.99달러로 정해졌고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1월 9일에 이 서비스가 출시될 거라고 합니다(애초 더 빨리하려 했지만 미국 중간선거 뒤로 미룸). 파란 딱지를 얻기 위해 월 7.99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할 이용자층은 적지 않아 보인다는데요. 미국 매체 쿼츠(Quartz)는 이렇게 설명했죠. ‘많은 브랜드가 돈을 낼 겁니다. 포드 같은 다국적 기업은 트위터에서 인증된 계정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니까요. A급 유명인들도 돈을 낼 거고요. 기네스 팰트로 홍보 담당자가 매주 TMZ(미국 연예 가십 사이트)에 전화해서 “아니요. 그녀는 그런 트윗을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구독료를 내는 게 더 쉬우니까요.” 그렇다고 논쟁이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논쟁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논쟁의 초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①트위터 사용자는 고객인가 제품인가? 소셜서비스 사업 모델의 특수성. ②돈 내면 인증한다? ‘유료화 인증’이 가지는 함정.트위터 이용자는 고객인가 제품인가머스크가 유료구독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트위터의 취약한 수익구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트위터는 매출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데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가 하는 식의 ‘맞춤형 광고(이용자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광고를 띄움)’가 아닌 일반적인 브랜드 이미지 광고가 대부분입니다. 트위터가 가진 이용자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세련된 맞춤형 광고(광고효과 측정이 바로바로 되는)는 잘 못하는 건데요. 그렇다 보니 광고시장에서 위상도 그닥이고(전 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트위터 비중은 0.8%에 불과), 매출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머스크는 이미 2019년에 ‘난 광고가 싫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죠. 동시에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구독서비스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구독을 좋아하는 편. 트위터의 광고 의존도를 줄이려면 유료 구독만이 방법이라는 게 머스크의 결론인 거죠.‘그래,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에 상응하는 이용료를 내야지. 전부 다 내라는 것도 아니고, 추가 기능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만 내라는 거잖아?’ 이렇게 생각할 분들 당연히 계실 텐데요. 정작 머스크가 유료구독 타깃으로 삼고 있는 헤비 트위터 유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왜냐. 한마디로 자기들은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라 ‘창작자’라는 거죠. ‘역사적으로 트위터는 눈에 띄고 가치 있는 사용자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최악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이렇게 썼는데요. 유튜브와 틱톡, 트위치는 창작자들과 광고수익을 공유하죠. ‘콘텐츠를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비록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는 게 이 플랫폼들이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인데요. 수십, 수백 만 명이 팔로잉하는 고급 이용자에게 트위터는 왜 한푼도 보상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돈을 뜯어내려고 하느냐는 문제제기였습니다. 맞습니다. 트위터에 있어 이용자는 고객인 동시에 제품입니다. 트위터만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가진 공통의 특수성이죠. 소셜미디어가 ‘무료’ 서비스로 운영되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려야만 제품의 가치가 높아져서 더 많은 사람을 끌고 오게 될 테니까요. 전문용어로 네트워크 효과(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이용자들이 얻게 되는 효용이 증가)라고 하죠. 그럼 소셜미디어는 유료화를 포기하고 주구장창 무료 서비스만 해야 하느냐? 당연히 그럴 리는 없겠죠. 다만 ‘이용자=창작자=제품’이란 특수성을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게 유료구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타산지석 삼을 만한 과거 사례가 국내에 하나 있는데요. 바로 프리챌 유료화입니다. 20년 전 유료화를 꿈꿨던 온라인 서비스가 있었지 잠깐 옆길로 샐 테니 양해 바랍니다. 프리챌(Freechal)을 아시나요? 동아리 커뮤니티 기능으로 한때 급성장했던 한국의 포털사이트인데요. 2002년 커뮤니티 수가 110만개에 달하면서 인기가 절정이었죠. 바로 그해 11월 커뮤니티 유료화를 전격 도입합니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월 3300원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통보한 건데요(운영자 아닌 사람은 계속 무료 이용). 구독자 혜택을 뜯어보면 영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운영자가 3300원을 내면 최대 5개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게 했고요. 메일 용량을 100배로 확장해줬습니다. 또 유료 커뮤니티엔 광고를 걸지 않기로 했고요. 문제는 ‘유료화하지 않는 커뮤니티는 폐쇄한다’고 공지해버린 것. 커뮤니티에 쌓인 글과 사진을 볼모로 삼은, 반 협박에 가까웠죠. 당연히 충성도 높던 이용자들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했습니다. 초기엔 전체의 40% 정도가 유료화에 참여해서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했는데요. 결국 이용자가 대거 이탈해 다른 회사의 공짜 서비스로 넘어가 버립니다. 특히 싸이월드는 아예 프리챌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째로 복사해서 옮겨주는 서비스를 내놔서 이탈자를 왕창 흡수해버리죠. 애초에 커뮤니티 기능이 독점적인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문제. 이용자뿐 아니라 광고주들도 이탈합니다. 광고주들은 커뮤니티라는 특화된 타깃층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서 프리챌에 광고했는데요. 유료화하면서 유료 커뮤니티에 광고를 걸지 못하게 되다 보니 굳이 프리챌에 광고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광고 수익에 의존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유료화를 도입하면서 이 부분을 챙기지 못한 거죠. 결국 유료화 선언 이후 프리챌은 이용자 수와 광고 매출이 모두 급감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는데요. 이후 오랫동안(지금까지도) 다음 한메일의 ‘온라인 우표제(하루 100통 이상 이메일 발송하면 건당 10원 청구)’와 함께 온라인 유료화 폭망 사례로 거론됩니다. 요약하자면 ①고객의 감성을 무시했고 ②경쟁사에 대한 대책이 없었고 ③광고주라는 또 다른 주요 고객을 간과한 데다 ④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인증 유료화? 계급 철폐냐 차별 강화냐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유료구독을 모든 이용자에 ‘전면 도입’하는 건 아닙니다. 돈 내기 싫은 사람은 여전히 무료로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죠. 따라서 프리챌 수준의 과격한 유료화까진 아니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트위터의 경우엔 단순히 돈을 내라고 해서 기분이 나쁜 것(도 문제지만)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원을 인증해주는 파란 뱃지를 돈 받고 판다는 점이죠. “네가 너인 걸 증명하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하는 건데요. 이를 두고 머스크는 이런 트윗을 올렸습니다. “파란색 체크표시가 (유명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있거나 없는 트위터의 현재 영주-농민 시스템(계층 차별)은 헛소리다. 국민에게 힘을! 트위터 블루 월 8달러.” 유료구독이 트위터의 차별을 없애고, 일반인도 유명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기회라고 포장하는 거죠. 머스크의 이런 주장은 얼핏 보면 그럴듯합니다. 애초에 파란 체크는 유명인을 사칭하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됐는데요. 트위터 이용자 중 이를 얻은 계정은 40만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전체 4억개 계정 중 0.1%에 불과하니까 정말 극소수이죠. 그래서 이 파란 체크가 지위의 상징이 된 게 사실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은 파란 체크를 얻으면 ‘와, 드디어 해냈다’는 축하를 받곤 했죠. 트위터가 인증 자격을 주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진정하고 주목할 만한 활성화된 계정-에서도 일종의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유료화하면 계급 차별이 사라지고 누구나 단돈 8달러(연간으로는 96달러)에 유명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거다? 이 논리는 좀 이상해 보입니다. 8달러를 안 내는 사람에 대한 새로운 차별 아닐까요? 전직 트위터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였던 브랜든 보먼은 BBC 인터뷰에서 인증을 유료화하는 건 트위터를 “계층화”할 거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돈이 있고 자신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데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겐 (유료화가) 좋습니다. 하지만 8달러는 전 세계 대부분 사람에겐 상당한 금액입니다.” 과연 유료 계정 관리가 얼마나 잘 이뤄질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는데요. 미국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을 포함한 여러 명(파란 체크를 이미 획득한)이 자신의 트위터상 이름을 ‘일론 머스크’로 바꿔 파란 체크 유료화의 허점을 파고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트위터 블루를 이용해 계정 사칭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사기를 치려고 마음먹은 사람한테 월 8달러가 대수이겠습니까. 오히려 사기성 계정은 더 늘어날지도. 머스크가 정말 가짜 계정을 없애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려면 유료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더리움 창업자로 유명한 비탈릭 부테린은 파란 체크 유료화는 결국 얼마나 많은 실사를 거쳐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는데요. 그는 “검증에 대한 비용을 고객에게 청구하되, 다른 프리미엄 서비스와는 분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언급했군요. 신원 인증을 포함해 이것저것 다 묶어 8달러는 과하다는 것. 참, 일개 소셜미디어의 구독서비스를 두고 이렇게까지 많은 논쟁이 벌어질 일인가 싶기도 한데요. 머스크의 밀어붙이기식 경영이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트위터의 주요 광고주인 기업들(예-로레알, GM, 아우디, 화이자)이 머스크 리스크 때문에 줄줄이 광고를 중단했다는데요. 이에 머스크는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완전 엉망이야! 그들은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려고 하고 있어.” 도대체 이 혼란이 어떻게 정리될진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완전 엉망인 건 사실이네요. By.딥다이브 머스크표 트위터 유료화를 둘러싼 논쟁을 정리해봤는데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관심 있는 내용이었기를 바랍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머스크가 트위터의 광고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유료구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9일 7.99달러짜리 새로운 ‘트위터 블루’ 서비스가 추가됩니다.이에 유명 트위터 이용자들이 반발하는데요. ‘보상은 안 주면서 오히려 돈을 뜯는다고?’라는 반응. 소셜미디어의 이용자는 고객일까요, 제품일까요.본인 인증 기능(파란 체크)이 유료 서비스로 바뀝니다. ‘유료 인증’은 가짜 계정을 막아줄까요, 아니면 더 부추길까요.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 건가요. 대혼란은 당분간 계속 될 듯.*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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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이 이기면 미국 증시엔 호재일까?[딥다이브]

    중간선거 이후엔 주가가 오른다? 미국 증시엔 이런 경험칙이 있다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31%, S&P500 0.97%, 나스닥 지수 0.85% 올랐죠.역시 시장의 관심은 중간선거 결과에 모입니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걸로 전망됩니다. 박빙이긴 하지만 상원까지 공화당이 이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요. 이른바 ‘레드 웨이브(공화당의 대승)’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건데요.월가에선 공화당의 승리가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본래 투자자들은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잡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의회의 견제로 인해 대통령이 과격한 정책을 펼치지 못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 이런 걸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라고 표현.특히 공화당이 하원에서만 승리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인플레이션 악재(돈풀기 정책)가 줄어들어서→기준금리 인상 근거가 약해질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장의 기대 섞인 추측일 뿐. 정작 중요한 건 10일 나올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입니다. “요즘 시장 가격은 정치적 기대보다 중앙은행의 기대에 의해 훨씬 더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죠(롬바드오디에의 매크로 책임자인 플로리안 엘포).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9%로, 전월(8.2%)보다 낮아질 거라고 예측합니다. 일단 앞자리가 8에서 7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잘하면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조짐을 보인다’라는 해석이 나올 수도.지수가 모두 오르는 가운데 이날 테슬라 주가는 5.01% 급락했습니다. 197달러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43% 하락한 상태. 트위터 인수 뒤 좌충우돌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머스크는 7일 “대통령이 민주당이란 점을 고려하면 의회의 경우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무소속 성향 유권자들에게 추천한다”라는 트윗을 올렸는데요. 그가 공화당 지지자인 거야 세상이 다 알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트위터 소유주가 된 뒤에도 그러는 건 너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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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밍’만 기다리는 당신이 알아둘 미국주식 이야기[딥다이브]

    며칠 전 재테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뒤늦게 주식공부 시작하려고 하는데 뭘로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더군요. 댓글이 주르르 달렸는데, 가장 많은 게 ‘하지 마세요!’였습니다. 그만큼 주식투자자들에게 지금이 힘들고 괴로운 시기인데요.그래도 주식투자를 한다면 철저한 공부는 필수이겠죠! 매일 미국주식 시황을 전달해서 주식 공부를 도와주는 일을 하시는 전문가를 만나봤는데요. ‘딥다이브 애독자’라고 하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과 미국주식 투자전략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또 반복된 김칫국 장세-매일 아침 뉴욕증시 시황을 라이브로 전달하시는데요. 사실 투자자분들이 많이 손실을 보면서 미국주식에 대한 관심이 줄었잖아요. 요즘에 라이브 보시는 구독자분들은 어떤 걸 궁금해 하시나요?“대부분은 지금 관심을 끊고 계좌를 안 열어 보시죠. ‘제가 아침에 전하는 라이브 시황 시청자도 3분의 1로 줄었어요. 그만큼 기존에 투자하셨던 분들은 관심이 떨어졌고요.가장 많은 질문은 ‘미국장 언제까지 떨어지나요’, ‘언제 오를까요’인데요. 이건 서학개미나 동학개미 마찬가지일 거고요. 다만 미국보다 국내증시 하락폭이 더 커서, 최근에도 국내주식만 하다가 미국주식으로 옮겨오는 분들은 계속 계십니다.”-그래도 지금(인터뷰 진행한 10월 31일) 슬슬 나오는 얘기가 연준 피벗, 그러니까 금리인상이 조만간 정점에 다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는데요. 지금이 어느 정도 국면이라고 보시나요?“여름부터 계속 말씀드린 게 ‘하방이 열려 있다’는 거고요. 다시 말하면 아래로 얼마만큼 더 빠질지 모른다는 거고요. 여전히 바닥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지하인데, 지하 몇층까지 갈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고요.대신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가 큰 상황인데요. 이게 김칫국이냐, 아니면 베어마켓랠리로 가느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슨 말을 하느냐에 달렸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린 게 일단 기다리고 매매는 자제하라는 건데요. 왜냐하면 아무도 몰라요. 주식시장은 예측이 아닌 대응의 시장입니다. 미리 예측해서 움직였다가 잘못하면 이게 그대로 기회비용으로 떨어져서 수익률이 작살나는 경우가 허다해요. 저는 제롬 파월 의장이 그렇게 쉽게 (속도 조절을) 표현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실제 11월 2일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우리는 금리 인상에 있어 여전히 더 가야 한다. 종착금리는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폭이 작아질 수는 있지만 인상을 당분간 계속 하겠다는 뜻이어서 상당히 ‘매파적’인 발언이었다.)-괜히 미리 김칫국을 마셨다가 잘못하면 크게 탈 날 수가 있군요.“김칫국을 엄청나게 마시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너무 주가가 빠지니까 ‘그래, 이렇게라도 좀 올랐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오르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라며 같이 맞장구 치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거든요.그런 측면에서 연준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고요. 이럴 때 기억하셔야 될 게 ‘연준에 맞서지 말라’. 이 문구를 꼭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빅 세븐’은 계속 간다. 단, 메타 빼고-팀장님은 장기투자를 강조하시잖아요. 실적이 꾸준히 오를 만한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란 얘기 많이 해오셨는데요.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여전히 통하는 전략인가요?“우량주를 대상으로 한 ‘바이 앤드 홀드(buy and hold)’ 전략은 늘 옳다고 생각해요. 지난주 금요일(10월 28일) 애플이 미친 듯이 올랐죠. 7.56% 올랐는데 2020년 4월 이후 그렇게 많이 오른 적이 없다고 해요. 그렇게 큰 주식이 그렇게 많이 오를 수가 있느냐. 한국시장에서 투자하시던 분은 감이 안 오실 텐데요. 늘 말씀드리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연예인 걱정, 또 하나는 애플 걱정.’ 미국 주식 하시는 분들은 애플은 걱정하지 말고 본인이 투자할 때가 가장 싸다고 말씀드립니다.애플처럼 성장하면서도 가치주 역할을 하는 종목은 가지고 가시면 도움이 되고요. 애플뿐 아니라 다른 종목들, 제가 ‘빅 세븐(Big 7)’이라고 말씀드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이 3개 종목 정도는 꾸준히 가져갈 가치가 있어요.”-빅테크 중에는 요즘 죽쑤고 있는 메타도 있고요. 넷플릭스도 다시 좀 올랐다고는 하지만 올해 들어 많이 떨어졌잖아요. 그런 종목은 어떻게 보시나요?“일단 제가 말하는 빅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엔비디아∙테슬라인데요. 펀더멘탈이 가장 놓은 건 애플∙알파벳∙테슬라이고요. 가장 부진한 게 메타입니다.메타는 올해 초, 그러니까 작년 4분기 실적발표 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고요. 워낙 전 세계적으로 매출이 계속 발생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오너(저커버그)의 의사결정이 향후 기업의 전망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그래서 메타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살펴보자, 그 전엔 쳐다보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그런데 국내 투자자분들은 원래 메타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재미있는 건 지난주에 주가가 급락하니까 매수를 좀 하시더라고요. 너무 빠졌다면서요. 올해 메타가 70% 넘게 하락했고요. 엔비디아도 58% 가까이 하락을 했는데요.엔비디아와 메타는 약간 차이가 있어요. 엔티비아는 펀더멘털 자체는 나빠진 게 없고, 대신 전반적인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성장세가 같이 떨어지는 거라서요. 다시 올라갈 여지는 충분히 있죠. 엔비디아도 지금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 걱정이지, 새롭게 투자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우량주로 보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요.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는 좋지 않게 보는데요. 저는 팬데믹 전부터 넷플릭스는 성장이 어렵다고 봤어요.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 터지면서 큰 산소호흡기를 찼죠. 사람들이 밖에 못 나가니까 넷플릭스를 많이 보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2년 잘 버텼는데, 이제 진짜로 성장이 끝에 오다보니 주가가 급락했죠. 올해 들어서 60% 가까이 하락하고, 10월 들어서는 반등세가 나왔는데요. 향후엔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로 본다면 투자자 분들이 좀 고민해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넷플릭스가 배당을 주기 시작한다면, 그때쯤 투자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넷플릭스 성장세는 거의 다 온 것 같거든요.메타의 경우엔 저커버그가 340억 달러를 내년에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럼 그 돈을 받아서 인프라를 깔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기업을 보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그러한 종목 하나 말씀드리면 아리스타네트웍스라는 종목이 있습니다. 종목 코드는 ANET고요. 지지난주에 메타가 실적 발표하고 주가가 20% 꺼질 때, 아리스타네트웍스는 8% 올랐어요. 저커버그가 ‘메타버스에 340억 달러를 투자할 거야’라고 발표해서 다들 미쳤구나 했는데. ‘그럼 그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갈까’ 하면서 네트워크와 인프라 관련 기업의 주식 상승으로 이어진 거예요. 그 중 대표적인 회사이고요.그런데 이 회사도 (차트를) 열어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이거 비싼데’라고요.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면서 가치주 투자를 고민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 주식 중 우량 중소형주 관련 책을 내셨는데요. 우리가 브랜드는 들어본 적 있지만 주식을 살 생각은 별로 못 했던 그런 기업들이 많이 소개됐더라고요. 미국 주식 중 우량 중소형주에 투자하기 괜찮은 타이밍일까요?“아마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텐데. 미국 중소형주 지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코스닥지수 같은 게 미국의 러셀2000지수인데요. 올해 들어 수익률이 -17%에요. S&P500(-19%)이나 나스닥(-29%)보다 훨씬 수익률이 낫죠. 최근에 많이 올라왔기 때문인데요.코스닥 투자할 때 많이 경험하셨을 텐데. 중소형주는 장이 나빠지면 고꾸라지죠. 대신 장이 조금 좋아지면 미친듯이 치고 올라갑니다. 모멘텀이 적용돼서 그런데요. 여기에 실적까지 좋으면 주가 상승세가 훨씬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요. 그런 차원에서 중소형주를 25개 추려서 책(‘미국 히든 유망주 25’)을 냈어요. 사실 2020년에도 ‘미국주식 스몰캡 인사이드’ 책에서 22개 종목을 소개했는데요. 그 중엔 주가가 150% 이상 상승한 종목도 있어요.”(참고로 ‘미국 히든 유망주 25’에서 소개하는 종목은 다음과 같다. 굿이어타이어, 바크, 선파워 코퍼레이션, 업워크, 엠지피 인그리디언츠, 트렉스, 마켓액세스 홀딩스, 어펌 홀딩스, 그랩 홀딩스, 소파이 테크놀로지, 옴니셀, 카루나 테라퓨틱스, 이보쿠아 워터 테크놀로지스, 배저 미터, 조비 에비에이션, 크래토스 디펜스 앤 시큐리티 솔루션즈, 내셔널 비전 홀딩스, 리얼리얼, 올버즈, 이엘에프 뷰티, 카프리 홀딩스, 파페치, 에이컴, 윌스콧 모바일 미니 홀딩스, 이스털리 거버먼트 프로퍼티스)-책을 보니까 25개 종목을 다 좋게만 평가한 건 아니더라고요. 어떤 종목은 주가가 좀 비싸다든가, 재무상태가 별로 안 좋다던가 하는 걸 지적하셨더라고요.“단순히 ‘책에 25개 종목이 있으니까 그냥 이거 사야지’가 아니라,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보고 투자자 분들이 의사결정을 하셔야죠. 우리가 늘 타이밍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타이밍이 어디 있습니까. 만약 좋은 주식을 방송에서 소개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아침 9시 장 시작하자마자 사고, 어떤 분은 장 마감하기 전에 샀어요. 이 두분은 가격차이가 발생합니다.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장 시작 뒤 30분 올랐어도 장 끝날 때 마이너스 나있는 종목들이 허다하거든요. 타이밍은 누구도 알 수 없어요.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건, 종목을 공부하고 나서 ‘내가 이 종목을 매수해야 되겠다’라고 의사결정을 하시면 그때가 바로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때가 그 주식이 가장 쌀 때에요.”타이밍이 궁금하면 이걸 봐라-그래도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좀 보고 싶은 사람들한테 혹시 조언해 주실 점이 있다면?“가장 좋은 타이밍을 볼 수 있는 때는 어닝시즌이 아닌가 싶습니다. 3분기 어닝시즌이 다음주면 거의 마무리 되는데요. 미국 기업은 실적이 좋고 가이던스(실적 전망)가 좋게 나오면 보통 이틀에서 5일 정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요. 실적도 나쁘고 가이던스도 나쁘면 이틀에서 5일 정도는 계속 빠집니다. 그 추세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가요. 국내는 올랐다가 정말 빠르게 다시 빠지곤 하는데요. 근데 미국은 실적과 가이던스 확인 후에 그 방향성에 맞춰 주가가 최소한 이틀 최대 한 5일 정도 가니까요. 실적 발표를 체크하신 뒤 매수를 고민하셔도 늦지 않습니다.특히 요즘 정말 중요한 게 가이던스거든요. 다음 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치가 향후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어요. 이 부분을 특히 확인하시고요. ‘실적 좋은데 왜 주가 안 올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많은데요. 요즘에는 실적도 중요하고 가이던스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세요.마이크로소프트, 실적 괜찮았어요. 그런데 가이던스가 ‘환율 손실도 있고 클라우드도 있고, 좀 별로야’라고 하니까 주가가 7%씩 빠졌고요. 알파벳도 마찬가지였고요.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빅 세븐 종목들, 특히 애플∙알파벳∙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만큼 펀더멘털이 든든한 회사가 없어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는 기업들은 그런 대형 기업들, 그리고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들. 따라서 보유하신 현금흐름이 좋다면 믿고 가셔도 됩니다. 충분히 현금을 갖고 있어서 연말까지 별 문제 없다면 그런 기업은 주가가 빠질 때 더 매수를 하시는 게 방법 아닐까 합니다.” -팀장님이 말씀하시는 장기 투자는 몇 년 정도를 얘기하시는 건가요?“보통 3년이죠. 국내 투자자 분들은 ‘단기’라고 하면 보통 하루를 얘기하는데요. 미국 증시에선 일주일 정도이고요. 중기로 보면 6개월~1년 정도 보고요. 장기는 1년 이상에서 3년 정도를 봐요.제가 테슬라를 2018년 150달러를 주고 두 주를 샀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샀고요. 지금 이만큼 차를 만들어서 팔 수 있으니, 나중에 다른 업체가 전기차를 만들어 팔 때쯤이면 시장을 다 먹겠다고 판단했죠.그런데 한 1년 뒤에 일론 머스크가 팟캐스트에서 ‘상장 폐지시킬 거야’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500달러 넘던 주가가 100달러 선까지 빠졌어요. 그래서 저도 정리할까 하다가 그냥 나중에 보자 하고 접어놨어요. 관심을 끊고 있었는데 그 뒤로 실적이 받쳐주면서 주가가 달리기 시작했고요. 현재까지 주식 액면분할을 두번이나 했음에도 2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빠졌는데도 200달러 선이라는 건 그만큼 펀더멘털이 강력하다는 거고요.이후에 기가 팩토리를 2개 더 짓고, 수직계열화를 해서 전기에너지에 대한 모든 걸 관리하려는 게 일론 머스크의 꿈이잖아요. 만약 그게 가능해지고, 전 세계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들이 지도를 다 확보하고 모든 교통정보와 데이터를 모아서 정말 자율주행기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게임은 끝나는 게 아닐까요.”-다른 데는 어떻게 투자하시나요. 본인의 투자법을 공유해주시죠.“테슬라 투자 수익률이 얼마냐면 1500%입니다. 이런 주식은 진짜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은 종목이고요. 대신 중소형주 중엔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여지가 있는 종목이 있습니다.그런 측면에서 저는 우주항공 종목들을 스펙으로 좀 매수해놓은 게 있어요. 3-4년 뒤에 우주 멀리 갈 준비를 하는 기업들인데요. 물론 지금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긴 합니다.제가 미국 주식 업무를 맡은 뒤 산 종목 중 디즈니가 있는데요. 95달러에 샀는데, 디즈니 플러스 런칭 뒤 200달러를 넘어서며 대박이라고 했는데, 작년 말과 올해 주가가 엄청 빠졌죠. 90달러까지 빠졌다가 지금 120달러인데요. 디즈니는 엔데믹으로 디즈니랜드만 활성화되면 주가는 갑니다. 지금은 디즈니랜드가 제대로 운영을 못하고 있어서 주가가 못 가는 거고요. 디즈니 플러스는 어차피 4-5년은 돈 까먹을 거라 계속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대신 테마파크 부분이 활성화되면 디즈니 실적은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금방 회복이 가능할 겁니다.” -정말 튼튼하고 괜찮은 기업들은 주가가 올랐다가 빠졌다가 하겠지만,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시 주가가 올라가긴 가네요.“주식이라는 게 하염없이 올라가지도 않고요. 하염없이 꺼지지도 않거든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또 내려가면 올라가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은 주식이 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가치 대비해서요. 단, ‘페니 스톡’이라고 부르는 1달러 미만짜리 종목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시면 안되고요. “ By. 딥다이브 안석훈 팀장님과의 미국주식 투자 이야기 잘 보셨나요? 단기 전망에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우량주에 장기 투자’라는 기본 원칙을 따른다면 나쁘지 않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인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섣부른 ‘연준 피벗’ 기대로 김칫국 마시는 건 금물입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말을 새기세요. ‘빅 세븐’ 미국 기업 중 펀더멘탈이 좋은 건 애플, 알파벳,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가장 나쁜 건 메타. 3년 이상 장기로 본다면 우량주 ‘바이 앤드 홀드’는 언제나 옳습니다. 공부해서 이 주식이다 싶으면 그때가 바로 타이밍입니다. *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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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건 속도 아닌 종착점…암울해진 뉴욕증시[딥다이브]

    “갈 길이 멀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의 말에 뉴욕증시가 추풍낙엽입니다. 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46%, S&P500지수는 1.06%, 나스닥 지수는 1.73% 하락했는데요. 3대 지수는 이번주 들어 내내, 4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애초에 시장에서 파월 의장에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이거였죠. 연준이 11월엔 0.75%포인트 올리더라도 12월엔 0.5%포인트, 내년 1분기에 0.25%포인트만 금리를 올린 뒤 더 이상 안 올릴 거다. 그래서 ‘속도 조절’ 신호가 이번에 나와주길 바랐는데요. 그런데 파월 의장이 2일 한 발언을 종합해서 전하자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속도는 줄여야 할 것 같긴 해. 12월에 0.5%포인트? 어쩌면 그럴 수도. 그런데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야. 최종 종착 금리가 얼마나 높냐, 그걸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지. 천천히 오래 올려줄게.’그렇습니다. 속도가 아니라 종착지가 중요한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했던 대로 내년 초 4.75%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5%, 어쩌면 5.25%까지도 오를 수 있는 것. 주식시장엔 악재가 아닐 수 없는데요.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해펠레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년 초까지 경제성장은 둔화될 거고, 통화 긴축으로 금융시장은 스트레스에 취약할 겁니다. 이런 역풍이 아직까지 기업 실적과 주식 가치에 다 반영되지 않았습니다.”(블룸버그) 이날 기술주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는데요.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3.06% 하락했습니다. 애플은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이 완전 봉쇄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요(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 아마존은 “심상치 않은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했다”면서 본사 채용을 중단한다고 밝혀 불안감을 키웠습니다.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해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그 내용이 충격적으로 비관적입니다. 주요 내용을 전해드리자면.“이례적인 금융 극단성이 끝나가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전체 기간’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들은 1970년대 약세장과 오일쇼크, 1987년 증시 붕괴, 닷컴 붕괴,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봤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세계는 초인플레이션의 길에 있고 이는 글로벌 사회 붕괴와 시민적 또는 국제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 시장은 충분히 많이 하락하지 않았다. ‘에브리씽 랠리’는 추가로 역전될 거다. 심각하게 부정적인 가능성이 너무 많아서 모든 (자산가격) 거품에 꺼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점에서 50%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추가하락이 언제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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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많은 것만으로 큰 위험…‘군중 난기류’ 이해하기[딥다이브]

    오늘 딥다이브는 ‘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깊이 들여보겠습니다. 사실 이번 주제는 딥다이브가 다루던 글로벌 경제와는 별 관련이 없고 물리학에 가까운 얘기인데요. 이걸 살펴봐야 할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혹시 우리가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살아남는 법을 알기 위해, ②두번 다시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예방법을 찾기 위해.많은 사람은 왜 치명적인가종교, 스포츠, 축제. 가장 많은 군중을 끌어들이는 세 가지죠. 압사사고도 보통 이와 관련된 행사에서 일어나곤 합니다.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수십, 수백명이 깔려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게 하는 핵심 원인은 도대체 뭘까요. 보통은 그 원인을 인간의 실수, 즉 심리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흥분하거나 술에 취한 몇 명이 바보 같은 짓을 했거나, 나쁜 의도를 가지고 밀치기 시작한 게 원인이라는 식이죠. 지금 이태원 참사를 두고도 같은 지적(몇 명이 ‘밀어! 밀어!’라며 밀기 시작했다)이 나오는데요.그런데 이런 사고는 예전부터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축적된 연구들도 상당합니다. 주로 심리학이 아니라 역학(Mechanics; 힘에 따라 물체의 위치와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과학 영역)연구들이죠. 그 연구들의 결론을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이겁니다. ‘누군가의 나쁜 의도가 없어도 일이 끔찍하게 잘못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군중 난기류(crowd turbulence)’, 다른 말로는 ‘군중 지진(crowd earthquake)’입니다.1㎡당 6명이 임계치 2006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363명의 순례자가 사망했습니다. 당시 메카 지역엔 200만명이 넘게 몰렸다는데요. 메카 순례자들은 ‘미나’라는 곳에서 돌을 던지는 의식을 합니다. 악마를 쫓아낸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성지순례의 절정이죠. 이걸 일몰 전에 하기 위해 순례자들이 서둘렀고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대형참사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점은 2015년에도 같은 곳에서 2400여 명의 순례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이 사고는 CCTV로 모두 촬영이 됐는데요. 그 45분짜리 영상을 독일의 물리학자 더크 헬빙(Dirk Helbing)이 분석했습니다(‘군중재해의 역학:실증적 연구’). 영상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위치와 속도를 추적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어 연구한 건데요. 그 결과 아주 중요한 발견을 했습니다. 인구 밀도가 ‘평방미터 당 6명’이란 임계치에 도달하면 ‘군중 난기류’ 현상이 생긴다는 걸 밝혀낸 겁니다. 그 정도 밀집 수준에선 신체 간 물리적 접촉이 너무 강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난기류가 급증하면서 무지막지한 압력 파동이 사람들을 덮친다는 설명이죠.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충격파’와 비슷해서 ‘군중 지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는 계속됩니다.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 음악 축제인 ‘러브 퍼레이드’에서 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러브 퍼레이드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J들이 총출동하는 최대 규모의 테크노댄스 음악 축제였는데요(이 사건으로 영구 중단됨). 경찰 추산 40만명(언론 보도에서는 100만명)이 축제장에 몰렸죠. 울타리로 둘러싸인 행사장은 사실상 출입구가 하나뿐이었습니다. 축제장소로 들어가거나 나가려는 사람들은 높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경사로와 폭 20m짜리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요. 이 경사로와 터널에 빼곡하게 사람들이 들어차면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떠밀리며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결국 21명이 사망하고 651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망 원인은 압축성 질식, 즉 너무 많은 압박을 받아 숨을 쉬지 못했기 때문이었죠.사건 이후 많은 독일 언론은 일부 참가자들이 비상탈출로인 좁은 계단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뒤엉켜서 사고가 커졌다고 보도했는데요. 더크 헬빙 교수가 당시 영상들을 분석 결과는 달랐습니다. 메카 사고와 똑같이 군중 난기류가 원인으로 밝혀졌죠. 몇 명이 밀거나 우르르 몰려가서가 아니라, 사람이 말도 안 되게 많았던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겁니다. 사실상 가만히 서 있던 사람들이 사망한 거죠.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보통 점점 더 가까워져서 빽빽하게 서게 되는데요. 이렇게 밀도가 높아지면 의도치 않게 서로 몸이 닿게 됩니다. 그 결과 한 사람의 힘이 옆 사람에게 전달되고요. 이렇게 힘이 합산돼 증폭되다 보면 일종의 상전이(물질 상태가 바뀌는 현상)처럼 갑자기 엄청난 힘의 파도(군중 난기류)를 일으키는 겁니다. 누가 일부러 막 밀지 않아도 말이죠. “아무도 무자비하게 행동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사람들이 죽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것은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전달되는 힘일 뿐입니다.”(더크 헬빙 교수, 2012년 블룸버그 인터뷰) 특히 러브 퍼레이드 사고는 평평하지 않은 경사로였던 점, 일방통행이 아니라서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나오는 사람이 엉킨 점도 희생을 키운 이유로 분석됐습니다(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부분입니다). 임계치(평방미터 당 6명)를 넘어가는 밀도에서 군중은 거대한 유체 덩어리가 된다는 게 헬빙 교수 설명입니다. 그 속의 개별 인간의 몸은 시냇물 속 미세한 알갱이처럼 되고 말죠. 자갈이나 모래 같은. 누구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그럼 그 임계치인지 아닌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주변 사람들 몸이 내 양쪽 어깨와 몸의 여러 곳에 닿고 있다고 느낀다면 평방미터 당 6명 이상인 거라고 합니다.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서 얼굴을 만질 수가 없다면? 위험한 밀도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출입구는 여러 개, 통행은 일방통행 군중 난기류가 치명적인 압사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는 데는 이제 학계에선 이론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현실에 적용시키느냐인데요. 보통 이런 사고가 나면 모두들 ‘누구의 책임이냐’를 찾기에 급급합니다. 특히 무질서한 일부 군중을 비난하며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비난은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군중 난기류는 일단 생기면 방법이 없습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난기류나 지진처럼 말이죠. 처음부터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한 장소 선택과 준비가 정말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밀도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건 출입구를 여러 개 만들어 압력을 분산하는 거죠.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게 일방통행을 해야 하고요. 회전교차로에서 자동차가 들고 나기 쉬운 것처럼, 보행자들이 순환해서 통행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몰려드는 걸 막겠다며 길에 울타리를 세우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장애물이 돼서 위험을 더 키우기 때문인데요. 사람들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는 계속 통행하게 하는 게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죠. 콘서트 같은 행사장에서 카메라로 군중을 모니터링해서 위험신호를 감지해 경고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야 얼마든지 가능한데요. 다만 개인정보 이슈가 있겠죠.참고로 군중 역학적으로 아주 완벽하게 설계된 건축물이 있습니다. 바로 로마의 콜로세움인데요. 최대 7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76개의 번호가 매겨진 출입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들어갔던 문으로만 나올 수 있었죠. 콜로세움은 5분 이내에 전원이 대피할 수 있는 구조라는데요. 현대의 최신식 경기장도 그 정도 효율엔 도달하지 못합니다.인파에 갇혔을 때 살아남으려면 만약 내가 엄청난 인파에 갇혀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군중행동 전문가인 메디 무자이드가 2019년 쓴 글 등을 참고해서 몇가지 팁을 공유합니다.①위험 신호에 눈을 뜨고 탈출하라‘사람이 많아서 불편해. 기분이 안 좋아’라고 느꼈나요? 그게 바로 위험하다는 신호입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세요. 가장 붐비는 혼란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찾아야 합니다. 군중에 갇히면 앞에서 뭐가 벌어지는지 하나도 안 보입니다. 울타리를 오르거나 난간에 올라선다면 어디로 탈출할지를 빨리 알아낼 수 있습니다. 도망칠 수 있을 때 달아나세요.②똑바로 서 있자탈출하기에 너무 늦었다고요.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건 균형을 유지하고 똑바로 서있는 겁니다. 넘어지면 다시 못 일어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방을 바닥에 두진 마세요. 바닥에 배낭 하나만 있어도 누군가가 넘어져 죽을 위험이 있는 장애물이 될 겁니다.③숨 쉴 산소를 확보하라산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태원 사고 이후 뉴스에서도 보셨을 텐데요. 팔을 가슴 앞으로 들어 술 쉴 공간을 유지해야 합니다. 압사 사고의 원인은 질식이거든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명을 지르지 말고 호흡을 조절하세요.④흐름에 따라 이동하라밀릴 때 그 압력에 저항해서 뒤로 밀지 마세요. 그냥 흐름에 휩쓸려 가세요. 옆사람을 밀면 그 힘이 증폭돼서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겁니다. 한번에 여러 사람이 밀면서 힘의 파도가 생기는 것, 그것이 바로 그 위험한 군중 난기류입니다.⑤벽에서는 멀리 떨어져라흐름에 따르면 안 되는 유일한 경우가 있습니다. 올라갈 수 없는 벽 같은 장애물 바로 옆에 있는 경우입니다. 자칫 장벽에 갇힐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벽에서는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⑥서로 도와줘라내내 물리학 얘기만 했는데, 심리학자 존 드루리의 연구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타적인 행동은 군중 속에서 전염성이 있다고 합니다(이기적인 행동도 마찬가지). 주변 사람을 도와주세요. 단결된 군중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By.딥다이브갑자기 생소한 물리학 얘기를 해서 당황하진 않으셨나요? 알아두시면 언젠간 도움이 될 거라고 보고 들여다 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건 몇몇 사람 탓이기보다는 ‘군중 난기류’ 현상 때문입니다.임계치를 넘는 밀도로 사람이 밀집되면 의도치 않게 몸이 닿으면서 힘의 파동이 생깁니다. 그 결과 일부러 누가 밀지 않아도 압사사고가 발생합니다.군중 난기류는 예방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적절한 규모의 장소에서, 충분한 출입구를 확보하고, 일방통행해야 합니다.*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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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은 무슨 말을 할까?…연준만 바라보는 뉴욕증시[딥다이브]

    미국 증시만 놓고 볼 때 10월 한달은 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11월은 첫째 주부터 무섭고 중요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계심을 높일 때이죠.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소폭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39%, S&P500지수 -0.75%, 나스닥 -1.03%를 기록했죠.하지만 10월 한달 동안의 상승률을 보면 다우지수는 13.95%나 상승한 건데요. 이는 월간 실적으로는 1976년 1월 이후 최고라고 합니다.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8% 상승, 나스닥 지수는 3.9% 상승.11월 1~2일(현지시간)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2일,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겠죠. 과연 파월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오느냐. 시장의 모든 관심이 거기에 쏠려 있습니다. FOMC를 앞두고 증시에 긴장감이 도는 것도 그 때문이죠.기준금리 인상폭은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11월 FOMC가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할 거라는 건 다들 예상하고 있거든요. 시장이 궁금한 건 딱 한가지. 과연 12월엔 Fed가 좀 수그러들 것인가. 그러니까 12월엔 0.75%포인트 말고, 0.5%포인트 인상에 그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올 12월 0.5%포인트, 내년 1분기 0.25%포인트를 올린 뒤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거라는 대단히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되는 거죠.이미 증시엔 파월 의장이 12월과 관련해 긍정적인 힌트를 줄 거라는 기대감이 가득한데요. 문제는 그런 신호가 나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모네터리폴리시 애널리틱스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12월 0.75%포인트를 추가 인상하고 내년 1분기나 2분기에도 금리를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가 나오면 주식은 정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마켓워치). BNY멜론의 수석투자전략가 제이크 졸리는 “가장 중요한 건 파월이 12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느냐”라며 “파월이 생각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데이터 의존적인 결정’을 할 거란 뜻이기 때문에 매파적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마켓워치).올해를 돌아볼 때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적이 별로 없긴 한데요. 특히 FOMC 결정이 있는 날엔 주가가 올랐다가(9월은 예외), 이후에 다시 빠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는 거죠. 섣부른 베팅보다는 일단 파월 발언을 지켜보고 가야할 시점이네요.참고로 이번주 금요일(4일)엔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 발표도 예정돼 있습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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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반도체 전쟁, 왜 싸우는지 알면 답 나온다(feat. 삼전 주가)[딥다이브]

    ‘요즘 미중 갈등의 핵심이 반도체인데, 왜 그렇게 국제 분쟁의 한가운데 서있는지 궁금합니다.’얼마 전 딥다이브 뉴스레터 구독자님이 이런 주제 제안을 해주셨는데요. 마침 이런 상황을 훤히 내다본 듯 이미 지난해 ‘반도체 투자 전쟁’이란 책을 낸 전문가가 계셔서 만났습니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전쟁은 어떻게 흘러갈지, (무엇보다 개미투자자의 관심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언제나 빛을 보게 될지를 알아볼게요!세계화? 됐고, 내가 다 할 거야!-반도체 산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미국과 중국은 왜 반도체 때문에 저렇게까지 싸우는지부터 알려주시죠.“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야기, 지겹게 들으셨을 텐데요. 산업혁명이 한번 일어날 때마다 패권 국가가 바뀌었습니다. 그럼 4차 산업혁명으로 패권 국가가 바뀌기를 미국이 원할까요. 분명 아니죠.4차 산업혁명을 이끌 산업이 뭐냐. 로봇,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차,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미국이 그런 걸 설계는 잘하는데, 그동안 제조를 안 했어요. 왜냐면 영업이익이 많이 안 나와서. 가장 부가가치 높은 것(설계)만 해왔는데, 이젠 졸지에 탈 세계화가 되어버렸죠.‘신 냉전’이라고 하는데 지금 대리전쟁을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죠. 거기에서 탱크가 드론에 많이 당했어요. 전쟁에서도 첨단기술을 가진 국가가 승리할 겁니다. 그래서 패권을 가지려는 자는 첨단 제조업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첨단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고 제조는 어디에 의존하고 있냐 하면 중국입니다.중국 입장에선 그동안 수입해서 쓰던 첨단 부품까지 스스로 만들면 너무 좋잖아요. 그걸 미국이 못하게 하는 거죠. 결국 첨단 제조업을 갖고자 하는 두 강국의 싸움입니다.”-이전 평화로운 시기에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하게 분업화가 돼있었죠.“예전에 반도체는 세계화의 가장 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나타내는 ‘스마일 커브’가 있습니다. 설계 회사가 가장 돈은 많이 벌고요. 그 다음 이를 위탁 생산해주는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가 많이 벌어요. 이런 제품을 일반 패키징, 즉 정말 상품 만들 듯이 하는 건 노동력이 중요해서 중국이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받아오면 미국의 엔비디아나 인텔 같은 업체들이 그걸 상품화해 판매하니까 스마일커브가 형성됐죠.그런데 중국의 패키징 정도 하던 기업이 위탁 생산까지 다 하겠다라고 나서고 있고, 설계 기술도 좋아지니까 거꾸로 올라가는 그림이고요. 이를 내버려두면 첨단 제조업의 근간인 반도체를 뺏겨버릴 수 있으니까 미국은 반대로 원래 설계 위주로 하다가 이제 파운드리 생산하고 패키징까지 내려오는 그림이라서요. 양쪽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센터장님은 일찌감치 2018년부터 반도체에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 전쟁을 벌일 거라고 전망하셨잖아요. 미국과 중국이 잠깐 충돌하다가 어느 한쪽이 꺾을 수는 없다고 처음부터 보셨던 거예요?“시진핑은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이룬다는 게 목표였는데요. 중국은 첨단 부품을 들여와서 동쪽 해안가 지역에서 만들어서 다시 수출허는 무역구조였는데요. 샤오캉사회를 이루려면 낙후된 내륙지역을 발전시켜야 하니까, 수입하던 첨단 부품을 국산화해서 내륙지역에서 만들면 되겠죠.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게 디스플레이 산업이었습니다.옛날에 현대디스플레이, 하이디스라는 국내 업체가 있었어요. 그걸 중국의 못 들어본 업체가 와서 샀는데요. 그게 바로 BOE, 지금 세계 LCD 시장 1위 업체가 된 거죠.중국은 디스플레이에서 성공한 이 방식을 어디에 적용하고 싶을까요? 반도체이죠. 그래서 중국이 국가 반도체 1기 펀드를 만들어서 돈을 특정기업에 몰아주기 시작합니다. 그 펀드에서 40% 넘게 받은 데가 바로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라는 낸드플래시 기업이고, 거의 30% 받은 데가 중국의 파운드리를 대표하는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입니다.(반도체 생산) 공정은 발전이 점점 어려워져요. 예전엔 발전 속도가 빠르니까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어려웠죠. 하지만 지금은 돈을 국가가 대서 만약 장비만 사올 수 있다면, 쫓아가는 속도가 신규 개발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충분히 해볼 만하죠.근데 여기서 전제조건은 뭐다? 장비가 있어야 된다! 반도체는 완전히 장비싸움이에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미래 공정을 개발할 때 필요한 걸 공동개발하거든요. 만약 ASML 장비를 중국에서 팔 수 있다면? 중국은 개발비를 들이는 대신 그냥 그 장비만 사면 되거든요. 이걸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장비를 못 사게 하는 거죠.중국과 한국 기업의 기술 격차가 D램은 한 5년, 낸드플래시는 6개월이고요, 파운드리 기술은 한 6년 정도 차이 납니다. 설계에선 기술 격차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의) 설계를 막을 방법은 없으니 제조를 막아야 하는 거죠.ASML이 만드는 빛을 쪼아주는 노광 장비를 중국이 만들 수 있느냐? 언젠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적게 잡으면 10년 뒤쯤에나? 중국이 그깟 장비 기술을 해킹 못하냐는 얘기도 하는데요. ASML은 미국 국방부보다 더 보안이 철저하다는 얘기가 있거든요. 또 가장 중요한 건 자기네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서플라이체인을 다 사버렸어요. ASML을 통하지 않고는 (노광 장비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죠.”-ASML은 네덜란드 회사인데,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고 하면 따라야 하는 건가요?“ASML이 필요한 걸 전부 M&A해서 사 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ASML 장비를 지금 중국에 전부 다 못 파는 건 아니에요. EUV 노광장비는 못 팔고, DUV는 되는데요. 그럼 EUV가 뭐냐. 원래는 뒤에 하나가 더 붙어서 EUVL이에요. 익스트림 울트라 바이올렛 레이저. 그 레이저 광원을 만드는 사이머(Cymer)라는 회사가. 샌디에고에 있는 미국 회사입니다. 미국 특허가 들어간 걸 중국에 팔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EUV 팔지 마라는 게 먹히게 됐어요.결국 중국이 설계까지 하는 건 오케이인데, 제조는 전적으로 의존하라는 거고요. 중국은 미국보다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거기 때문에 ‘그냥 석기시대에서 오래 살아라’ 정도의 그림인 겁니다.” 미국 공장은 삼성전자엔 기회? -미국 트럼프 정부 때의 반도체 패권 1차 전쟁(화웨이 제재)을 보고 다들 ‘보호무역주의자 트럼프라서 그래. 정권 바뀌면 달라질 거야’라고 했는데 하나도 안 바뀌었죠. 미국은 안보 때문이든, 경제 때문이든 어떻게 해서도 반도체 패권을 놓을 수 없으니 이건 안 바뀌겠군요.“이게 대만 TSMC와도 엮여 있어요. 안타까운 얘기이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쪽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내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퀄컴의 스냅드래곤 전체가 TSMC로 가고, 엔비디아도 이미 다 갔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하이엔드 제품 쪽 고객이 별로 없어지고 TSMC 지배력이 더 높아지거든요.그런데 거꾸로 얘기를 해볼까요. TSMC가 없으면 미국의 그 유명한 팹리스 업체들이 맡길 곳이 아예 없어지는 거죠. 만약에 대만이 포위를 당하게 되거나 큰일이 발생하면, 미국 입장에선 전쟁에 로봇이나 드론을 투입하고 싶어도 반도체가 없어서 못 만들게 돼요. 그래서 이를 빌미로 삼아서 자꾸 대만 쪽에 ‘미국에 공장을 짓지 그러냐’고 나오고 있고요.” -파운드리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 차이가 아직은 벌어져 있는 상태이군요.“같은 ‘3나노’라고 해서 이게 진짜로 똑같진 않습니다. 엄밀하게는 1㎟ 당 그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개수가 몇 개냐를 따지는데요. 작은 데다가 많이 구겨 넣어서 집적도를 높이면 전력 소모도 좀 줄어들고 속도도 빨라져서 선호하거든요. 그렇게 보면 TSMC를 삼성전자가 아직 못 쫓아가고 있죠.”-엔비디아와 퀄컴이 그런 것 때문에 TSMC로 가는 건가요?“엔비디아는 후공정 얘기를 해야 하는데요. 여러 칩이 넓게 펼쳐져 있는 것보다 하나의 박스에 모아서 촘촘하게 박아놓으면 효율이 좋아집니다. 이게 후공정 패키징인데요. 이 기술이 삼성전자보다 TSMC가 더 좋습니다.그래서 ‘TSMC가 칩도 잘 만드는데 패키징도 더 잘하네’라며 지금은 삼성전자가 고객을 많이 뺏기고 있는 구간이고요. 이제 칼을 갈고 (삼성전자가) 좋아지는 거는 아마 2024년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미국은 제조까지 다 가지고 있어야 패권을 잡을 테니, 계속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하는데요. 그럼 삼성전자든 TSMC든 결국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거죠?“지금은 한국이 법안을 바꿔달라고 해서 될 일은 아니고요. 베스트는 유예 기간을 달라는 정도이죠. 그런데 유예 기간을 주면 한국이 버틸 거냐? 못할 겁니다.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미국 공장을) 세팅하고 하루라도 먼저 가서 준비를 하는 게 유리한데요. 미국이 인프라가 좋은 것도 아닌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생산성을 구현해야만 하는 때입니다. 왜냐하면 TSMC는 그럼 미국 안 갈까요. 사실 미국에 가면 TSMC가 더 불리해집니다. 대만이 한국보다 물가 수준이 한참 낮은데요. 미국에서 적응하려면 삼성전자가 불리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또 TSMC가 최첨단 공정, 예를 들어 3나노나 2나노 공장을 미국에 지으면 대만 입장에선 얼마나 (안보 때문에) 무섭겠어요. 그래서 지금 미국에 놓는다는 게 5나노, 이런 것들이잖아요. 우리도 지금 테일러시에 투자하는 삼성전자라인이 최첨단 공정이 아닌 5나노 이런 식인데요. 한국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어차피 (한국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고객이 없으니까요. 결국 원산지 규정을 이용해야 됩니다. 미국으로 공장을 유치하려면 강제로 원산지 규정을 만들게 될 거고, 예컨대 ‘퀄컴도 미국 내 생산 비중 50%’, 이런 식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그림을 보면 미국 진출을 좀 더 세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결국 ‘얼라이언스 퍼스트’라는 이름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하는 건데요. 거꾸로 보면 미국이 확실하게 배터리 1위 국가(중국) 막아주고 있고, (중국이) 돈을 끝까지 쏟아붓겠다며 반도체 키우려고 하는 것도 막아주고 있어요. 메모리 반도체는 사실 (중국이) 돈 많이 퍼부었으면 (한국이) 져요.지금 한국 기업이 안 좋은 상황처럼 보이지만, 동맹국이기 때문에 적국으로 규정된 중국 업체들을 다 막아준다는 컨셉이거든요. 그래서 이쪽(미국)에 더 적극적으로 갈 필요가 있고, 이건 한국에 결코 불리하지 않습니다.”-이미 한국의 답은 정해진 거네요. ‘미국에 줄을 서자, 미국을 꽉 붙잡고 그 편으로 가자’라고요.“그렇다 해도 전 세계 반도체의 4분의 1은 중국이 쓰니까 우리한테 중요한 고객이죠. 미국에 명확히 해야죠. 중국에 반도체 판매를 못하게 하는 건 안 된다고요. 대신 중국에 최신 공정을 놓지 못하는 건 우리가 중국 정부에 설명해야죠. ‘미국 때문에 못한다’고요. 그쪽 장비나 소재가 없으면 못한다고 핑계를 잘 대야 합니다.구한말 ‘조선책략’에서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어찌 보면 지금이 구한말과 비슷하지만, 구한말엔 우리가 이런 기술이 없었고, 이런 돈도 없었죠.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갈 자본력도 있고 기술도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해서 기업들이 일단 글로벌하게 살아남아야, 한국도 기회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때가 한국 반도체주 담을 타이밍!-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 탈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뭔가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인 것 같은데요. 투자할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할까요.“세계화가 되면서 가장 달라진 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져서 정말 싼 값으로 아주 많은 물자들이 공급됐었죠. 그런데 탈세계화가 된다는 건 비효율적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일단 생산자 물가는 올라가서 살기 빡빡해지는 게 장기 트렌드입니다.그럼 이제 우리는 뭘 봐야 하느냐. 안타깝지만 성장 산업을 볼 수밖에 없어요. 성장 산업 중 뭐냐. 지금 다들 아등바등하고 있는 게 뭡니까.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이거 가지고 오려고 서로 싸우는 거잖아요. 그런데 승자가 누가 될 것 같냐면 아무래도 미국 쪽이 유리하지 않습니까.결국 미국 고성장주 위주로 보시는 게 맞아요. 다만 지금은 금리가 올라가는 타이밍이잖아요.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전 세계 다른 나라가 똑같이 올릴 수 있으면 괜찮은데, 그럴 수 없다보니 환율차이가 벌어져요. 그래서 (다른 나라가) 달러로 구매하는 구매력은 형편없이 떨어집니다.그래서 미국 금리가 아직 더 올라가는 타이밍에는 풀 베팅을 하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글로벌 수요가 나빠져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거죠.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 1분기에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게 안정되는 시점일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지금은 레버리지 투자는 매우 위험하고요. 왜냐면 변동성이 확대돼서 견딜 수가 없어요. 다만 강달러 때문에 구매력이 쭉 떨어지던 추세가 내년 초에 멈출 가능성은 있고요. 그때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실적이 엄청나게 나빠질 거거든요. 그런데 거꾸로 다시 구매력이 올라오고 강달러가 꺾일 조짐이 보인다면 그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바닥이라는 명백한 시그널을 주겠죠. 그래서 한국시장을 바라볼 타이밍이 올 수 있어요. 장기 투자하시는 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테크 주식을 보시는 게 좀더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럼 내년에 한국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오는군요.“한국의 무역적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될 거거든요. 환율은 당연히 1500원은 넘어가는 거죠.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강달러인데 지금 뭐하러 (한국 주식을) 사겠어요. 그런데 환율이 1500원을 넘어 가는데 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안 올릴 것 같다, 전 세계 기준으로 볼 때 구매력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 같다? 그땐 ‘한국 주식 싸다’고 봐서 외국인들이 갑자기 사겠죠.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바닥 수준인데요. 지금 살 이유가 없죠. 강달러인데 왜 한국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보겠어요. 그러나 이 추세가 바뀌는 순간 ‘너무 싸네’, 그리고 ‘수요도 좋아지겠네’가 되기 때문에 의외로 그때는 한국에 기회가 오는 겁니다.그래서 풀 베팅은 금리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해야 하고요. 지금은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게 맞고요. 강달러 추세가 꺾이는 타이밍이 바로 신흥국, 특히 한국 주식을 살 타이밍입니다.”-구독자들한테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한마디를 해주시면.“아직 탈세계화라는 말이 잘 안 와닿으실 테지만, 더 세게 올 겁니다. 그것은 한국 산업에 엄청나게 커다란 리스크로 다가올 겁니다. 그럼 이걸 두고 미국을 비난하는 게 맞느냐? 거꾸로 보면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면 기회를 안 주는데 한국 기업이 그 중 가장 앞서 있거든요. 오히려 그 안에 들어가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하는 능동적인 전략을 가지는 게 좋겠고요. 그런 진출에 성공하는 기업에 투자자들도 더 관심을 가져보시라고 조언 드립니다.” By. 딥다이브김영우 센터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전쟁의 흐름과 전망이 좀 정리되셨나요? 결론이 한국기업엔 그나마 희망적이라서 다행이라기도 한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첨단 제조업을 쥐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패권국이 됩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멈출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승자는 미국이 되겠죠.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가졌으니까요. 미국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럼 어디에 투자하느냐고요? 내년 1분기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추면 한국 반도체주에 기회가 올 겁니다. 장기투자라면 미국 성장주에 주목하세요.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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