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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 은행 예·적금에만 투자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에 청약하려고 예·적금 깨고 4억 원을 긁어모았네요.” 14일 오전 9시 반 서울 영등포구 KB증권 영업부금융센터에서 만난 최모 씨(68)는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라고 해서 투자하기로 했다.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시각 영업점 앞 복도에는 최 씨를 포함해 투자자 20명이 10시부터 시작되는 청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자 첫날에만 33조 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리며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통상 둘째 날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33조 뭉칫돈… 청약 열기 ‘후끈’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7개 증권사에 첫날 32조6467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지난해 4월 역대 최대 증거금(80조9017억 원)을 끌어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첫날 증거금(22조1594억 원)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첫날 237만5301개의 계좌가 청약에 참가해 7개 증권사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48 대 1이었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486만9792주)이 배정된 KB증권 경쟁률이 25.24 대 1이었고 △미래에셋증권 95.87 대 1 △하나금융투자 28.59 대 1 △신한금융투자 15.87 대 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이날 각 증권사 영업점에선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청약에 나선 투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을 찾은 조모 씨(35)는 “마이너스통장으로 30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아 200주를 청약했다. 주식을 배정받지 못해도 증거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온 가족이 청약에 뛰어든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다섯 살짜리 딸과 함께 청약 순서를 기다리던 직장인 곽모 씨(32)는 “이번 청약을 위해 딸아이 명의의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남편까지 가족이 모두 청약할 것”이라고 했다. ○ ‘빈손 청약’도 속출할 듯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 씨(25)는 “오전 출근 후 MTS로 주식 계좌를 만들려고 했는데 대기자만 6만 명이었다”며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겨우 통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뜨거운 투자 열기에 공모주를 1주도 받지 못하는 ‘빈손 청약’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의 첫날 청약 건수(26만8973건)는 이미 균등배정 물량(11만677주)을 넘어섰다. 청약 마지막 날인 19일 투자자들이 몰릴 것을 감안하면 7개 증권사의 전체 균등배분 물량(531만2500주)보다 더 많은 투자자가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첨을 통해 1주도 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19일 경쟁률이 낮은 증권사를 고르기 위한 투자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날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하이투자증권(8.76 대 1), 대신증권(9.87 대 1), 신영증권(11.46 대 1) 등으로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최고 연 5%를 넘어선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8일부터 더 오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14%포인트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연내 두세 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연 7%, 신용대출 금리는 6%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빚으로 버텨 온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주식 투자에 나섰던 이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대출 이자 연 5% 돌파 눈앞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69%로,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 올랐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1.30%로 한 달 만에 0.11%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예·적금, 은행채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반영 폭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코픽스가 상승하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나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따라서 오른다. 코픽스는 지난해 9, 10월 두 달 연속 0.1%포인트 넘게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 폭(0.26%포인트)으로 치솟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코픽스가 0.1%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은 당장 18일부터 이를 반영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의 변동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17일 현재 연 3.57∼5.115%이며 전세대출 금리는 3.465∼4.865%다. 우리은행은 연 3.80∼4.81%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를 18일부터 4.94∼4.95%로 0.14%포인트 인상한다. 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연 3.57∼5.07%에서 3.71∼5.21%로 올린다.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가 4.865%인 하나은행이 코픽스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5%를 넘게 된다.○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 유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더 늘어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잔액 약 910조4899억 원)의 75.7%가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8,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5%포인트 이상 뛰었다. 한은이 1월에 이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대출 금리 상승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1.75%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신용대출 금리는 6%, 주택담보대출은 7%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키기보다는 자금 상태를 점검하고 부채 상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재원 신한PWM서초센터 PB팀장은 “여윳돈이 있다면 대출을 갚아나갈 시점”이라며 “20% 이상의 현금자산을 확보해 이를 머니마켓펀드(MMF)같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단기상품으로 굴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편이지만 변동금리 상승 속도를 감안해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은 물론이고 심적 불안도 커질 수 있다”며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고 대출을 갈아탄다면 중도 상환 수수료가 있는지, 대출 한도가 줄어들지는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정권 말 금융공기업에 정치권 인사나 비전문가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기 전 친정부 인사를 챙겨주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로 임명했다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원 이사는 기업 부실채권 인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게 된다. 캠코 노조는 “금융부실을 전담하는 금융공공기관에 방사청 출신을 앉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캠코는 16일 “(상임이사) 예정자는 방위사업청에서 쌓아온 공직 경험과 산업기술 전문성을 감안해 임명 후 중소기업과 사업재편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노조가 임명철회 운동을 예고해 난항이 예상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등을 지낸 김 이사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19대 총선에선 통합민주당 예비후보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 출신 예보 임원은 4명으로 늘었다.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사외이사는 21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왔다. 이한규 상임감사도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이 되면서 정계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이 선임되는 등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한국성장금융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총괄하는 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전문성 없는 인사라는 낙하산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한 바 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 서울 강서구에 사는 워킹맘 이모 씨(31)는 요즘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2월 3억 원을 대출받아 강서구 아파트를 7억5500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연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 들어 연 5%대까지로 올랐다. 그는 “육아휴직 중이라 남편 홀로 돈 버는데 원리금을 매달 60만 원 더 내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2. 신용대출 1억 원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던 회사원 권모 씨(33)는 최근 ‘손절매’에 나섰다. 지난해 연 2%대였던 금리가 4%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 이자만 매달 10만 원 이상 늘었다”며 “주식 일부를 손해 보고 팔아 빚을 메웠다”고 했다. 이달 14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른 데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며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영끌족’과 ‘빚투족’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세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일부 지역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14일 기준 연 3.57∼5.07%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 말(2.52∼4.05%)과 비교해 1년 사이 최저금리와 최고금리 모두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도 연 3.44∼4.73%로 이 기간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당분간 거래절벽이 계속되며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주택 실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금리 변수가 44.5%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78.94로 전달(180.36)보다 0.79% 하락했다. 이 지수가 떨어진 건 2020년 4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서울에서 동북권(노원 도봉 강북구 등)과 서남권(구로 금천 영등포구) 등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집중됐던 지역의 하락폭이 컸다. 하락 거래 비중도 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968건 잠정치) 2건 중 1건(50.6%)이 직전 거래보다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 서울 노원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평대(전용면적 84m²)가 9월 9억8500만 원에 최고가에 팔린 뒤 지난달 9억4000만 원에 거래됐고 호가도 5000만 원 이상 낮아졌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금리가 오르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매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관망세가 짙어지며 상반기(1∼6월)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거래가 드문 상황에서의 가격으로 본격 하락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향후 집값 선행지표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을 보면 대출 이자 부담으로 나오는 매물이 아직은 없다”며 “대선 이후 부동산정책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엔 부채 상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장은 “(이자 부담을) 버틸 수 없다면 빚을 먼저 갚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고 기존 대출을 갈아탈 땐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지 한도가 줄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1. 서울 강서구에 사는 워킹맘 이모 씨(31)는 요즘 최근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2월 3억 원을 대출받아 강서구 아파트를 7억5500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연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 들어 연 5%대까지로 올랐다. 그는 “육아휴직 중이라 남편 홀로 돈 버는데 원리금을 매달 60만 원 더 내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2. 신용대출 1억 원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던 회사원 권모 씨(33)는 최근 ‘손절매’에 나섰다. 지난해 연 2%대였던 금리가 4%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 이자만 매달 10만 원 이상 늘었다”며 “주식 일부를 손해 보고 팔아 빚을 메웠다”고 했다. 이달 14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른 데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며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영끌족’과 ‘빚투족’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세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일부 지역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14일 기준 연 3.57~5.07%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 말(2.52~4.05%)과 비교해 1년 사이 최저금리와 최고금리 모두 1%포인트 이상 올랐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 기준)도 연 3.44~4.73%로 이 기간 1%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분간 거래절벽이 계속되며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연구원이 전국 주택 실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금리 변수가 44.5%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178.94로 전달(180.36)보다 0.79% 하락했다. 이 지수가 떨어진 건 2020년 4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서울에서 동북권(노원 도봉 강북구 등)과 서남권(구로 금천 영등포구) 등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집중됐던 지역의 하락폭이 컸다. 하락 거래 비중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2건 중 1건(50.6%)이 직전 거래보다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 서울 노원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0평대(전용면적 84㎡)가 9월 9억8500만 원에 최고가에 팔린 뒤 지난달 9억4000만 원에 거래됐고 호가도 5000만 원 이상 낮아졌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금리가 오르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매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관망세가 짙어지며 상반기(1~6월)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거래가 드문 상황에서의 가격으로 본격 하락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향후 집값 선행지표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을 보면 대출 이자 부담으로 나오는 매물이 아직은 없다”며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엔 부채 상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장은 “(이자 부담을) 버틸 수 없다면 빚을 먼저 갚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고 기존 대출을 갈아탈 땐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지 한도가 줄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기자 firefly@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권 말 금융공기업에 정치권 인사나 비전문가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기 전 친정부 인사를 챙겨주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로 임명했다가 노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원 이사는 기업 부실채권 인수,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맡게 된다. 캠코 노조는 “금융부실을 전담하는 금융공공기관에 방사청 출신을 앉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캠코는 16일 “(상임이사) 예정자는 방위사업청에서 쌓아온 공직 경험과 산업기술 전문성을 감안해 임명 후 중소기업과 사업재편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노조가 임명철회 운동을 예고해 난항이 예상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12월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등을 지낸 김 이사는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19대 총선에선 통합민주당 예비후보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 출신 예보 임원은 4명으로 늘었다.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사외이사는 21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왔다. 이한규 상임감사도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이 되면서 정계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이 선임되는 등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엔 한국성장금융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총괄하는 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됐다. 전문성 없는 인사라는 낙하산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투자, AI help you?”(투자, AI가 도와 드릴까요?) 회사원 윤모 씨(30)는 최근 이 같은 광고에 끌려 인공지능(AI)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시작했다. 윤 씨는 “AI가 나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알아서 돈을 굴려 주기 때문에 편하다”며 “일단 240만 원을 넣었는데 한 달 새 16%의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AI 기반의 핀테크 자산관리 시장이 투자에 눈뜬 2030세대의 유입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100만 명 이상이 주요 AI 자산관리 앱에 가입해 투자를 맡기거나 자문을 하고 있다. AI를 앞세운 핀테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젊은 투자자를 끌어들이자 증권사 등 기존 금융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AI 자산관리 시장 2조 원 육박 13일 코스콤에 따르면 AI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조8817억 원 규모(운용 자산 기준)로 커졌다. 2019년 말(9645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갑절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자산관리 앱을 내놓고 투자 자문이나 일임(대행) 등을 해주는 핀테크 ‘파운트’의 운용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 원에 이른다. 파운트 가입자는 30만 명으로, 1년 새 21만 명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앱을 통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AI 핀테크 ‘핀트’는 현재 64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1년 전(31만 명)보다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AI 자산관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소액으로, 간편하게 맞춤형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에선 고액 자산가들이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핀트는 최소 20만 원, 파운트는 최소 10만 원을 맡기면 AI가 돈을 굴려준다. 이 같은 매력에 20, 30대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실제로 핀트 가입자의 82%가 20, 30대다. AI가 전 세계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 때문에 투자 성적도 높은 편이다. 핀트와 파운트의 지난해 연평균 수익률은 10∼20% 수준으로 연간 코스피 상승률(3.63%)을 크게 웃돈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5분이면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사람이 할 수 없는 24시간 모니터링, 자동 리밸런싱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증권사도 AI 기술 고도화 기존 금융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등 AI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11일 증권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연금S톡’을 선보였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가입자의 투자 성향과 정보를 분석해 연금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시장 상황과 생애 주기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키스라’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자체 기술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 ‘키우GO’를 내놓은 키움증권은 6개월간 12만 명이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우GO의 기능을 확장시켜 AI 기반의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만 AI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아직 부족하고 업체 간 기술 차이도 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수익률이나 투자 상품을 공개하는 공시 체계를 개선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하나금융그룹이 12일부터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 2012년 취임 이후 4연임을 이어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70·사진)의 임기가 3월 말 끝나는 만큼 다음 달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2일 첫 회의를 열고 외부 자문기관이 추천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접수한다. 회추위는 이달 말까지 20명 안팎의 후보(롱리스트)를 추리고 다음 달 최종 후보를 추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허윤 서강대 교수를 포함해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해 10년째 그룹을 이끈 김 회장은 하나금융 모범규준에 있는 나이 제한(만 70세)에 따라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김 회장도 여러 차례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힌 만큼 10년 만에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함영주, 지성규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함 부회장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초대 하나은행장을 맡아 통합 작업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다만 함 부회장이 연루된 파생결합상품, 채용 관련 소송 등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법률 리스크가 남아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새해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문이 열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본격적인 대출 영업에 나섰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인터넷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앞세워 대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이달 들어 직장인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5000만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1억 원 늘렸다. 한 직장에 6개월 이상 다니고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인 직장인이라면 최저 연 3.75%의 금리로 최대 2억500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케이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플러스’의 최대 한도 역시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5000만 원 높였다. 또 신용대출을 받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이자를 돌려주거나 사고로 대출금을 못 갚으면 은행이 대신 부담하는 혜택을 내걸고 공격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새해 들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1분기(1∼3월) 최대 한도 6억300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현재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가 2020년 8월 선보인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은 11일 기준 누적 취급액 1조 원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신청부터 대출금 수령까지 모든 과정을 100% 비대면으로 한다. 지난해 10월 출범 9일 만에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했던 토스뱅크도 1일부터 대출 재개에 나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토스뱅크가 상대적으로 좋은 대출 조건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뱅크 신용대출의 최저 금리는 연 3.29%(11일 기준)이며 최대 한도는 2억7000만 원으로 국민은행(3억 원) 다음으로 높다. 특히 토스뱅크는 올 들어 강화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3일부터 시행된 점을 이용해 1, 2일 이틀간 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연봉 이상으로 대출을 내줬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11일에도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들에게 신용대출 상품 관련 알림을 보내며 홍보에 나섰다.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1월 1일자로 재설정되면서 대출 문이 열렸지만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97조7689억 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 원)에 비해 오히려 11조2840억 원 줄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대출 금리도 상승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대출 잔액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공격적인 마케팅 등에 힘입어 올 들어서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대출 잔액은 4조7349억 원 늘어난 바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넘버원 금융플랫폼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3S(Simple, Speedy, Secure)’ 기반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0일 KB금융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7일 ‘2022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3600만 고객이 KB금융 내에서 편리하게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루는 핵심 기반으로 간단, 신속, 안전을 뜻하는 3S를 꼽았다. KB금융은 이날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경영진을 포함해 총 260여 명이 참석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경영전략을 점검했다. 윤 회장은 올해 3가지 경영 어젠다로 ‘차별화된 금융플랫폼 확립’ ‘기업금융 및 투자 역량 강화’ ‘글로벌 사업 내실 강화’ 등을 제시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를 계기로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산관리 명가’로 꼽히던 씨티은행에서 스타급 프라이빗뱅커(PB)들을 영입하며 WM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씨티은행 출신 ‘PB 수혈’은 이들이 관리하던 VIP 고객들과 최상위 자산관리 노하우를 한꺼번에 확보하는 셈이어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은행·증권사 “씨티 떠난 PB 잡아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씨티은행 출신 PB 30명과 자산배분 전문가(포트폴리오 어드바이저) 4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여기엔 국내 1세대 PB인 염정주 상무를 비롯해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했던 씨티은행 마스터 PB 3명 중 2명(이진성 신은재 이사), 10억 원 이상 자산가를 관리해 온 최우수 PB 10명이 포함됐다. 신한금투는 이들을 주축으로 고액 자산가 특화점포인 청담금융센터와 광화문금융센터 2곳을 3일 새로 열었다. 자산관리 최대 경합 지역을 골라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최근까지 씨티은행의 최대 규모 영업점인 청담센터를 이끌었던 염 상무가 청담금융센터장을 맡았고, 마스터 PB인 이진성 신은재 이사가 광화문금융센터에 배치됐다. 삼성증권도 두 자릿수의 씨티은행 PB를 영입하고 초고액 자산가 전담본부인 ‘SNI전략본부’를 확대했다. 조만간 100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투자, 상속, 절세 등을 관리해 주는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씨티은행 PB 영입을 통해 은행권의 VIP 고객을 흡수하는 동시에 글로벌 은행이 가진 종합적인 자산관리 역량을 벤치마킹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은행에서 증권사로 고객 자산이 옮겨가는 ‘머니무브’가 나타난 가운데 씨티은행의 선진화된 WM 시스템과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 노하우가 장착되면 자산관리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WM에 중장기 수익 달려” 은행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씨티은행 PB 22명을 영입한 데 이어 이달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초고액 자산가 특화점포인 ‘TCE시그니처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엔 씨티은행 출신이자 우리은행 영업점 최대 규모인 13명의 PB가 배치됐다. KB국민, 하나, SC제일은행 등도 씨티은행 PB들을 수혈해 주요 WM센터에 배치했다. KB금융그룹은 올 7월 은행, 증권사 등의 자산관리 역량을 한데 모아 국내 최대 규모의 PB센터인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금융사들이 이처럼 WM 부문에 힘을 쏟는 것은 자산관리 시장을 중장기적 수익 기반이 될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3일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등은 취임사와 신년사를 통해 자산관리에서 핵심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주식 등 개인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10억 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개인 고객은 2020년 말 현재 39만3000명으로 2018년(32만3000명)에 비해 21.6% 급증했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도 2618조 원으로 2년 새 30%가량 늘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고객님, 이달 배달음식에만 35만 원을 지출하셨군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그만큼을 저축해 보세요.” 회사원 박모 씨(30)는 KB국민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비슷한 소득을 버는 또래들보다 배달음식을 많이 이용한다는 분석도 곁들여졌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 배달음식을 5만 원 더 적게 먹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박 씨의 계좌에서 자동으로 5만 원이 저축된다. 이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개인별 재테크 목표를 제시하는 국민은행의 ‘목표 챌린지’ 사례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5일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금융사와 핀테크 등 33곳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디지털 금융’ 격전지 된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정보와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한 금융사는 은행 10곳, 핀테크 10곳, 카드사 6곳, 증권사 4곳 등 모두 33개사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은 나머지 21곳은 올 상반기(1∼6월) 중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업자들은 차별화된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머니버스’는 소비자의 금융 일정을 정리해 주는 ‘MY 캘린더’와 카드, 멤버십 등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포인트 모아보기’ 기능을 담았다. 카드사들은 개인의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여행지, 맛집 등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맞서 디지털·플랫폼 전환에 주력하는 금융사들에 마이데이터 시장은 절대 뺏겨서는 안 될 요충지”라고 강조했다. 자사 플랫폼에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는 점도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의 시범 운영 기간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한 최현수 씨(35)는 “하나의 금융사 앱으로 금융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편리하다. 다른 앱을 사용하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 “제공 정보 확대하고, 서비스 다양화해야”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서비스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의료, 쇼핑, 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금융 정보와 결합돼야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업자 간 데이터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기대했던 것보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며 “데이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고객이 관심을 가질 ‘킬러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납세, 건강보험, 연금 납부 내역 등 공공정보도 제공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 서비스를 비교해 자신에게 적합한 곳을 골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의 기본 개념이 ‘정보 주권’에 있는 만큼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사용할수록 시너지가 높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한 달간의 시범 사업을 거쳐 5일 오후 4시부터 전면 시행된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카드, 핀테크 등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금융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오후 4시부터 33곳의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식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 금융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금융자산뿐 아니라 자동차,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과 카드사 포인트 등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면서 미흡한 부분을 보완했다.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전산장애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한편 정보제공 기관을 확대하고 인증수단을 추가하는 등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핀테크 등이 써왔던 ‘스크래핑’(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기술) 방식은 전면 금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특별대응반을 운영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며 “마이데이터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규 허가 및 부수업무 확대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연간 5.8% 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6%)을 간신히 맞췄다. 올해는 당국의 목표치가 더 강화돼 은행 대출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09조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670조1539억 원)에 비해 5.80%(38조8990억 원) 늘었다. 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대)에 근접한 채 한 해를 마감한 것이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6.67%(31조6196억 원), 신용대출은 4.42%(5조9089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급증세를 보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들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의 대출 여력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5대 은행의 올해 대출 여력은 28조∼35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10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 3단계 규제가 시행되는 데다 은행들이 월별로 대출 한도를 관리하기로 해 대출 심사는 더 깐깐해질 것”이라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새해 초부터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만 40세로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고 좋은 조건을 내걸어 신청자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7일까지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특별퇴직자에겐 직급과 연령에 따라 최대 24∼36개월 치 평균 임금과 자녀 학자금, 의료비 등을 지급한다. 작년보다 조건이 좋아졌다. 하나은행은 이와 별도로 임금피크제 돌입을 앞둔 1966년 하반기(7∼12월) 출생자 및 1967년생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 특별퇴직 신청도 받는다. 하나은행에선 1년 전 준정년 특별퇴직으로 285명, 임금피크 특별퇴직으로 226명이 떠났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5년 이상 근속한 1963년 이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4급 이하 일반직, 무기계약직은 1966년생도 신청이 가능하다. 희망퇴직자는 최대 36개월 치 평균 임금을 받는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행원급 1980년 이전 출생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5대 금융지주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2022년 신년사에서 “대마불사는 헛된 희망” “인터넷전문은행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등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금융 수장들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발맞추고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맞서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재창업’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을 꾀하겠다고 한목소리로 선언했다. 3일 발표된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의 신년사 및 취임사에는 ‘디지털’과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수차례 등장했다. 디지털 금융 변화를 주도하는 인터넷은행과 빅테크에 대한 경쟁 의지는 물론이고 자성에 대한 메시지도 두드러졌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리딩 금융인 KB보다 인터넷은행이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 KB가 얼마나 가치 있고 준비된 조직인지 증명해나가자”고 주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변곡의 기로에서는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사 수장들은 빅테크에 뺏긴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재창업의 각오로 신한의 모든 것을 다시 정렬하자”며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디지털은 금융의 수단을 넘어 본업”이라며 “우리금융만의 디지털 초(超)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아울러 자산관리(WM)나 기업금융 같은 금융의 ‘기본’을 강화해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3일 공식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취임사에서 “성장의 핵심 근간인 영업점의 세일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자산관리, 자본시장 등 핵심 성장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은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상담 서비스 등 하나금융의 강점을 언급하며 “‘강점의 레벨업’을 통해 빅테크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 포용적 금융 실천을 통해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많았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이 곧 ESG’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과 지역사회, 환경에 기여하는 농협의 존재가치를 확산시키자”고 주문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올해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새해 들어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정상화하면서 지난해 굳게 닫혔던 대출 문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된 데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확대 적용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대출 금리 상승세까지 계속돼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출을 계획했다면 매 분기 초반을 노리는 한편 고정금리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체 가계대출을 정상화한다. 최대 2000만 원으로 낮췄던 신용대출 한도도 다시 1억 원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던 SC제일은행도 3일부터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재개한다. 출범 열흘 만에 대출 영업을 전면 중단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는 1일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토스뱅크의 신용대출은 최저 금리가 연 3% 초반이며 한도는 2억7000만 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다. 우대금리를 부활시켜 대출 문턱을 낮추는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0.6%포인트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올린다. 은행들이 새해 들어 대출 문을 연 것은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1월 1일자로 재설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조건은 더 까다로워진다. 당장 1월부터 차주별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된다.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7월부터는 대출액 기준이 1억 원으로 강화된 3단계 규제가 적용된다. 여기에다 은행별로 주어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연 4∼5%로 지난해(6%대)보다 깐깐해졌다.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분기별로 대출 총량 관리를 점검할 예정인 만큼 대출자들은 분기 말보다는 분기 초를 노려 대출을 신청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도 대출자들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1∼5.07%에 이른다.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3.60∼4.978%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거의 없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기존 대출자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변동, 고정금리 차이가 0.5%포인트 이내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좋다”며 “다만 만기가 1년 이내로 짧다면 변동금리도 괜찮다”고 했다. 이수경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장은 “갈아탈 땐 중도상환 수수료와 가산금리를 잘 살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재테크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긴축 움직임, 공급망 차질, 팬데믹 재확산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국내외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등 재테크 전문가 12명은 여전히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 등에서 투자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종목별, 업종별 옥석 가리기가 더 중요해진 만큼 친환경, 반도체, 전기차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특정 종목보다 유망산업에 투자하는 ETF” 2일 동아일보가 설문한 재테크 전문가 12명 중 5명은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ETF를 꼽았다. 또 다른 5명은 해외 주식, 배당주 등 주식을 추천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ETF는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특정 종목이 아니라 성장성 있는 산업군 자체에 투자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1∼6월) 코스피가 2,700∼3,500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겠지만 공급망 우려가 해소되고 수출 지표가 개선되면 추가 상승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다만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을 이끈 ‘유동성의 힘’이 사라지는 만큼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송재원 신한은행 신한PWM서초센터 PB팀장은 “2012년 통화정책 정상화 때도 종목별 차별화가 심했다”며 “이번에도 실적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는 종목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국내 주식은 반도체, 해외는 미국 빅테크”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가 유망하다고 꼽았다. 이수경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장은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차질, 업황 둔화 우려로 반도체주의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만큼 투자 기회가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7만전자(주가 7만8300원)’로 지난해를 마감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목표 주가를 최고 12만 원까지 올렸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에게는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식이 주로 추천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위원은 “구글 등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가속화로 수혜를 입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중국 증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중국 기업은 국정 기조인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자)’와 미중 패권 경쟁 등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금 매력 떨어져, 달러·원자재 투자도 신중하게” 지난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금(金) 투자에 대해서는 전문가 9명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은 “유동성 축소 국면에선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금의 헤지(위험회피)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1082∼1198원을 오갔다. 올해는 1100∼1200원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 투자에 대한 추천은 엇갈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달러가 이미 고점이어서 투자 매력이 적다”며 “달러 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 분산투자 차원에서 일부를 사두는 정도가 좋다”고 했다. 지난해 상승세가 이어진 원자재 투자에 대해서도 “공급 부족으로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변동성이 큰 데다 이미 고점”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설문에 도움주신 분 (가나다순)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상품본부 투자전략유닛 팀장, 송재원 신한은행 신한PWM서초센터 PB팀장,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총괄본부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수경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장,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위원,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3500만 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 의료보험료가 오르면서 새해 벽두부터 소비자 물가에 빨간 등이 켜졌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 진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진료비 급증으로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3조5000억 원에 달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농축수산물, 공산품, 유가 등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이 지난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실손보험료까지 오르면서 물가 압박이 커지게 됐다. 여기에 4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겹치고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고물가 추세가 당분간 꺾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해 심상찮은 물가 고공행진 31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올해 ‘구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과 ‘표준화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보험료를 평균 16% 인상하기로 했다. ‘신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은 2020년부터 적용했던 한시적 보험료 할인 혜택을 종료해 할인율(8.9%)만큼 인상된다. 지난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변화가 없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3500만여 명 중 2017년 3월 이전에 가입한 사람이 2700만 명이라 오름 폭을 크게 적용받는 가입자가 많다. 가입자별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은 갱신이 도래하면 보험사가 보내주는 안내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3월 이전 가입자는 3∼5년 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적용돼 고령층의 경우 배 이상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4월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5.6%(4인 가구 기준 월 1950원), 가스요금은 16.9%(월 4600원) 오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의 상황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완화된다고 해도 (실제 물가 반영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걀부터 휘발유까지 ‘안 오른 게 없다’지난해 물가는 정부가 사실상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전기·가스·수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이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8.7% 올라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달걀(41.3%),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등 밥상에 올라가는 품목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기름값은 지난해 15.2% 오르며 2008년(1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공업제품도 2.3% 올라 2012년(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세도 1.4% 올랐다.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면서 정부는 올해 초 최우선 국정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다. 2022년 설 민생안정대책을 예년보다 한 주 빠른 설 명절 4주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새해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물가 오름세 등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럴 경우 대출자들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가 있어 통화당국의 고민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직장인 김 모씨(38)는 평소 자주 사 먹던 돼지고기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올해 초 100g당 1000원 중반 수준이었던 돼지고기 값이 최근 2000원을 넘어서다. 두 아이와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으려면 1kg 이상은 사야 하는데 치솟는 물가에 부담이 커졌다. 김 씨는 “장보기가 겁난다. 여기서 더 오르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물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채소, 고기, 기름값, 서비스 요금 등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 대부분이 전방위로 올랐다. 문제는 새해 벽두부터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망 및 물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손보험료는 최대 16% 오르고 4월 전기·가스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달걀부터 휘발유까지 ‘안 오른 게 없다’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정부가 사실상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전기·가스·수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물가가 올랐다. 서민 지갑 사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농축수산물은 8.7% 올라 2011년(9.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달걀(41.3%) 파(38.4%) 사과(18.5%) 돼지고기(11.1%) 국산 쇠고기(8.9%) 등 밥상에 올라가는 품목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기름값은 지난해 15.2% 오르며 2008년(1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휘발유가 14.8%, 경유가 16.4%,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18.0% 올랐다. 공업제품도 2.3% 올라 2012년(2.8%)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세도 1.4% 올랐다. 월세(0.7%) 상승률은 2014년 1.0%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새해 심상찮은 물가 고공행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당분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실손보험료가 최대 16% 오른다. 34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널리 보급된 보험상품이라 연초부터 가계부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4월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 월 1950원, 가스요금은 월 4600원 오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곡물·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등 상황이 크게 완화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완화된다고 해도 (실제 물가 반영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상당히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면서 정부는 올해 초 최우선 국정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다. 2022년 설 민생안정대책을 예년보다 1주 빠른 설 명절 4주 전에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새해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물가 오름세 등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럴 경우 대출자들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가 있어 통화당국의 고민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