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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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정은 기자입니다.

kimje@donga.com

취재분야

2024-08-28~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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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개회식 달군 ‘인면조’… 폐회식 깜짝스타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치러진 지 수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면조(人面鳥)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대한민국 정부 대표 페이스북과 트위터 프로필 사진도 13일 인면조로 바뀌었다. 이쯤 되니 정작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의 존재감이 인면조에 밀렸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인면조를 비롯해 개회식에 등장한 백호, 청룡, 주작, 사슴, 소, 멧돼지 등은 주로 연극 무대에서 소품으로 많이 활용되는 ‘퍼핏(puppet·사람의 조작으로 움직이는 인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무대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퍼핏의 장점은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시각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백억 원대의 투자가 이뤄지는 뮤지컬, 오페라 무대보다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연극 무대에 자주 모습을 비춘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 역시 소치 겨울올림픽의 10분의 1 정도의 예산으로 치러졌다. 연극 연출가 양정웅이 개회식 연출을 맡아 여느 올림픽 개회식보다 퍼핏 활용도가 두드러졌다. 장유정 감독이 지휘하는 폐회식에서도 ‘인면조’의 활약을 뛰어넘는 ‘그뤠잇’한 무언가가 또 한 번 대중을 감동시키길 기대해 본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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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설 특집]30마리 고양이? 10년 만의 연극무대 황정민?… 뭘 볼까

    주말과 겹쳐 다소 짧게 여겨지는 설 연휴(15∼18일)다. 집에만 머무르기보다 공연장을 찾아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 설 연휴를 겨냥해 할인을 해주는 공연이 적지 않아 부담을 덜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다면 설 연휴를 적극 활용해 보자. 인기 대작 뮤지컬 풍성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설 연휴를 맞아 15∼18일 공연에 한해 전 좌석 30% 할인에 나선다.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난 뒤 여장 남자들이 즐겨 신는 긴 부츠인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해 성공한 실화를 그린 작품. 화려한 쇼 뮤지컬의 정수로 손꼽힌다. 왕년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귀에 꽂히는 넘버 역시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4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탄광촌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설날을 맞아 특별 할인을 제공한다. 13∼18일 공연에 한해 VIP석과 R석 20%, S석과 A석은 30% 할인한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4∼85년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복싱 수업을 받다가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어 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그렸다. 5월 7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6만∼14만 원.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도 설 연휴 추천작이다. 캣츠는 1994년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캣츠) 가운데 최초로 국내에 상륙해 장기간 사랑받았다. 30여 마리의 젤리클 고양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과거에 겪었던 일들, 기구한 사연 등을 소개하는 게 주요 내용. 이들의 스토리는 한데 모여 ‘젤리클 고양이들의 세계’라는 하나의 판타지 세계를 형성한다. 무대 디자인과 조명, 실제 고양이와 닮은 배우들의 몸동작과 분장은 극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북돋운다. 설 연휴(15∼18일) 동안 VIP석과 젤리크석 R석 S석의 경우 20%, A석과 B석은 30% 할인해 준다.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5만 원.다양한 볼거리로 가득 찬 연극 ‘쌍천만 배우’ 황정민이 출연하는 연극 ‘리차드 3세’는 설 연휴 기간에 1인당 2장에 한해 20% 할인한다. 작품은 영국 장미전쟁 때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초기 희곡이다. 황정민이 원(one) 캐스팅으로 열연하는 리차드 3세 캐릭터는 볼품없는 얼굴과 곱사등을 가진 신체 불구. 하지만 모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언변에 권모술수, 유머감각, 탁월한 리더십으로 경쟁 구도의 친족과 가신을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는 인물이다. 김여진, 정웅인 등 모든 출연 배우가 원 캐스팅돼 한 달가량 공연을 이끈다. 특히 황정민은 10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3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3000∼8만8000원. 할인 행사에 나서진 않지만 국립극단의 수작 ‘3월의 눈’도 설 연휴 추천작이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와 백성희 씨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기름기 없는 연기가 공연 내내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하며 눈물을 쏙 빼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손숙과 오현경, 정영숙과 오영수가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른다. 3월 1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3만5000∼5만 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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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차려진 밥상, 맛깔나게 먹는 황정민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관객의 이해도를 높인 각색, 극장의 특징을 100% 활용한 무대 디자인….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수작을 만들어냈다. ‘쌍천만 배우’ 황정민이 10년 만에 연극 복귀작으로 선택한 ‘리차드 3세’는 여러모로 ‘잘 차려진 밥상’이었다. 가장 눈에 띈 건 1시간 40분간 달려가는 공연 내내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간 황정민의 연기였다. 곱사등 분장을 한 채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무대를 휩쓴 그는 모든 콤플렉스를 뛰어넘는 언변과 권모술수, 유머감각,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리차드 3세를 완벽하게 그렸다. 친족과 가신들을 숙청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며 때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때론 능청스러운 모습을 선보이며 무대를 쥐락펴락했다. 특히 극의 막바지, 살해당한 인물들의 영혼이 무대 위로 소환돼 리차드 3세에게 불안감을 안기는 장면에서는 울분과 광기 어린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가렛 역의 정은혜, 엘리자베스 역의 김여진, 에드워드 4세 역의 정웅인 등 출연 배우 대부분이 탄탄한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대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가로등이 나란히 걸린 성벽, 런던탑, 침대 등 비교적 단출한 세트로 이뤄졌지만, 장면마다 적절히 영상을 활용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리차드 3세가 죽임을 당하기 직전, 중간 무대막이 걷히며 숨겨져 있던 27m 길이의 전체 무대가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극의 입체미를 더한다. 그가 죽은 뒤 무대가 이등분돼 가로 14m, 세로 10m의 앞쪽 무대가 3m 아래로 내려가는 것 역시 기존 연극무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도전이었다. 3월 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만3000∼8만8000원. 02-1544-1555 ★★★★(★5개 만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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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늘 깨끗한 할머니 집에 아기 손님들이 왔어요

    깊은 산속에 눈처럼 하얀 예쁜 집에 할머니가 산다. 새하얀 고양이와 단둘이 사는 할머니는 늘 하얗고 깨끗한 집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행여 뭐라도 묻을까봐, 더러워질까봐, 어질러질까봐 날마다 쓸고 닦고 털고 정리한다. 외출한 하얀 고양이가 밤새 돌아오지 않는다. 다행히 고양이는 집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 곁에는 작고 꼬물대는 세 마리 새끼 고양이도 있었다. 이후 하루 종일 새끼 고양이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지친 할머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는 깨끗한 집보다 누군가와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된다. 뒤로 갈수록 점점 화려해지는 색감의 그림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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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훈 “16년 만의 올림픽 진출, 세계를 놀라게”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 민유라 선수, 세계를 놀라게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양꼬치엔 칭따오!’란 유행어를 낳으며 영화와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개그맨 겸 배우 정상훈(40)은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23)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 선수로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아이스댄스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민유라는 특별 귀화한 겜린 알렉산더(25)와 한 조를 이뤄 올림픽에 도전한다. 미국에서 자란 이민 2세인 민유라는 겜린과 함께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고 나선다. 두 선수는 가수 소향이 부른 ‘홀로 아리랑’에 맞춰 은반 위를 수놓을 예정이다. 2015년 짝을 이룬 민유라-겜린 조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호른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민유라와 겜린의 만남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미국 미시간주 노바이에 위치한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하던 둘은 거의 동시에 파트너와 결별한 어려움을 딛고 한 팀을 구성했다. 겜린은 어릴 적부터 쌍둥이 여동생 대니엘과 짝을 이뤄 아이스댄스 선수로 활동해 왔지만 대니엘이 은퇴하면서 짝을 잃었다. 그즈음에 민유라 역시 이전 파트너와 헤어져 혼자 남게 됐다. 곧바로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다. 아리랑을 곧잘 부르는 겜린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선다. 정상훈은 “우연히 언론에서 민유라 선수를 보고 민유라 선수의 경기 영상을 찾아봤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복 의상을 입고 고국인 한국 고유의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한국 선수가 올림픽 아이스댄스 종목에 도전하는 만큼, 평창에서 민 선수가 메달 소식을 전해주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자신의 무대 경험에 비춰 동료와의 호흡을 강조했다. 정상훈은 “저 역시 뮤지컬 무대의 경험을 통해 동료와의 앙상블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며 “민유라 선수가 파트너인 겜린 선수와 함께 대회 당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최고의 무대를 국민들에게 선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상훈은 다음 달 방영 예정인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카리스마를 겸비한 유명인사 에릭조 역을 맡았다. 또 고 김주혁 배우의 유작 영화 ‘흥부’에서 김삿갓 역으로, 28일 개봉되는 영화 ‘게이트’에선 악덕 사채업자로 열연했다. 민유라는 정상훈의 응원 메시지에 “평소에 팬이었던 정상훈 배우에게 응원 메시지를 받아 영광이다. 좋은 분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니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민유라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4분 동안 한복을 입고 아리랑 선율에 맞춰 신나게 댄싱을 하면서 풍부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아이스댄스팀은 물론이고 한국 국가대표 선수 모두를 함께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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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키맨 최재림… 이토록 자연스러운 ‘롤라’를 봤나

    ‘작정하고 제대로 만든 쇼 뮤지컬.’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인 뮤지컬 ‘킹키부츠’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시즌의 특징 중 하나는 작품의 8할가량을 이끄는 새로운 드래그 퀸(여장 남자) 롤라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의 등장이다. 지난 시즌부터 합류한 정성화와 번갈아 가며 롤라를 연기하는 최재림은 솔(soul)풍인 롤라 넘버의 리듬을 갖고 논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보였다. 폭발적인 그의 성량도 노래에 숨을 불어넣었다. ‘랜드 오브 롤라(The land of Lola)’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못난 아들(Not my father‘s son)’ ‘함께 외쳐 봐(Everybody say yeah)’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13년 뉴욕 초연 당시 “롤라 역을 맡은 배우 빌리 포터의 원맨쇼”라는 현지 언론의 평가가 쏟아질 정도로 ‘킹키부츠’의 키맨은 단연 롤라다. 최재림은 국내 초연 당시 롤라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던 강홍석, 지난 시즌부터 합류한 정성화와는 또 다른 결의 롤라를 선보였다. 앞선 두 명의 롤라가 다소 익살맞았다면 최재림의 롤라는 드래그 퀸 자체의 매력을 발산했다. 연기도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최재림만의 롤라를 완성한 듯 보였다. 188cm의 최재림은 역대 롤라 배우 가운데 최장신을 자랑한다. 15cm 굽의 킹키부츠, 4∼5cm 길이의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오르다 보니 관객들은 207∼208cm의 롤라를 만나게 된다. 호리호리한 그가 입은 화려한 드레스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다양한 킹키부츠는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난 뒤 여장 남자들이 즐겨 신는 긴 부츠인 킹키부츠 만들기에 도전해 성공한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다. 왕년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한 귀에 꽂히는 넘버들은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4월 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6만∼14만 원. 1588-5212 ★★★★(★ 5개 만점)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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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적 해학에 버무린 셰익스피어… 세계가 응답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란 말을 몸소 증명하는 연극인이 있다. 연기파 배우 유해진 손병호 성지루 김응수 장영남 임원희 박희순 정은표 등을 낳은 극단 ‘목화’의 수장 오태석 연출가(78)다.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한국적 색채로 풀어내 수작을 완성하는 것은 그의 오래된 장기다. 제48회 동아연극상 대상작이자 2011년 한국 연극으로는 처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을 받은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템페스트’를 연출한 그를 2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만났다. 오 연출가는 셰익스피어가 쓴 템페스트의 기둥 줄거리를 가져와 삼국유사에 수록된 가락국에 대한 역사서 ‘가락국기’를 덧입혔다. 원작의 주인공 밀라노 영주 프로스페로는 가락국의 8대 왕 지지왕으로, 그를 몰아낸 나폴리왕 알론조는 동시대 신라 20대 왕인 자비왕으로 바꿨다. 극의 배경도 이탈리아 지중해에서 한반도 남해안으로 옮겼다. 왜일까. 그는 “영국인인 셰익스피어도 극중 배경을 이탈리아로 바꾸는데, 난들 한국으로 못 바꿀 게 뭐가 있나 싶더라”며 “무엇보다 한국 젊은이들이 셰익스피어 할아버지를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이 지닌 특징 중 하나는 대사 대부분이 3·4조, 4·4조의 우리말 운율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템페스트’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말이 3·4조, 4·4조로 옮겨졌을 때 접촉력과 삼투력이 가장 좋아요. 관객과 작품이 가장 숨쉬기 좋다고 할까요. 우리말이 지닌 생략과 압축의 미학이 가장 잘 담기는 구조예요.” 갓 쓰고 한복을 입은 배우, 부채춤 등 한국적 춤사위가 극 사이사이 스며든 그의 ‘템페스트’는 해외 팬들이 특히 사랑하는 작품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물론이고 뉴욕 라마마 극장, 칠레 산티아고 아밀페스티벌 등에 초청받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바로 페루 리마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28일과 3월 1일 이틀간 공연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가 인정받는 이유는 뭘까. “우리 선조들은 생략, 비약, 의외성, 즉흥성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웃음의 해학을 뽑아냈어요. ‘템페스트’ 곳곳에 이런 선조들의 지혜를 숨겨놓았죠. 비록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지만 우리의 해학이 자막과 무대 위 그림을 통해 충분히 설명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템페스트’에서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포인트는 뭘까. 오 연출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섬의 원주민으로 프로스페로의 노예가 된 원작의 칼리반을 머리가 둘 달린 쌍두아로 형상화한 점을 꼽았다. “머슴으로 12년이나 부려먹었으면 그에게 자유를 줘야죠. 원작에선 프로스페로가 칼리반에게 은혜를 갚지 않아요. 이번 작품에 일부러 칼리반을 쌍두아로 만들었습니다. 프로스페로가 도술을 통해 쌍두아를 분리시킴으로써 노예를 구제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하하.” 이뿐만 아니다. 두 개의 머리가 러닝타임 내내 계속 입씨름을 벌이는 쌍두아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염두에 둔 그의 ‘시적 장치’이기도 하다. 21일까지 서울 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1만8000∼3만 원. 02-2261-0500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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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아픈 내 동생 찬이는 세상이 준 선물이죠

    뇌병변 장애가 있는 찬이와 그런 찬이의 손발이 되어주는 가족의 하루를 그렸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찬이는 혼자 서거나 걷는 것은 물론이고 대소변을 가리거나 말을 하지도 못한다. 이런 찬이를 돌보느라 가족의 하루는 바쁘고 고단하다. 찬이가 탄 휠체어를 밀고 가는 엄마에게 사람들은 혀를 차며 말한다. “저런 엄마는 무슨 낙으로 살까?” 하지만 엄마는 밝게 웃으며 말한다. “찬이 때문에 엄마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고, 천천히 세상을 즐기는 법을 배웠어.” 두 살 터울의 누나 역시 찬이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사랑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걸 배웠어요. 모두 찬이가 가르쳐 줬죠.”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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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과 귀가 즐거운 주말]더 포리너 外

    ■ 영화더 포리너(사진)감독 마틴 캠벨. 출연 청룽, 피어스 브로스넌. 7일 개봉. 15세 이상웃음기 뺀 청룽표 정극 액션.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한 그에게 박수를. ★★★(★ 5개 만점)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목소리 출연 다니 가논, 시모다 쇼타, 에모토 아키라. 1월 31일 개봉, 전체관람가 시골 소년이 인어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성장 일기. 지난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감독 애덤 로비텔. 출연 린 섀이, 스펜서 로크, 조시 스튜어트, 하비에르 보테트. 1월 31일 개봉. 15세 이상귀신보다 무서운 그녀의 과거, 공포영화치곤 탄탄한 전개. ★★★ ■ 공연뮤지컬 ‘캣츠’ 내한공연 앙코르(사진)더 빨라지고 더 새로워졌다. 30여 년간 전 세계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캣츠’의 리바이벌 버전. 고양이 분장과 군무가 격동적으로 변했다. ‘메모리’ 등 유명 넘버를 듣는 즐거움은 여전하다.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5만 원. 1577-3363 ★★★☆연극 ‘템페스트’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우리의 전통적인 어법과 감성으로 재해석한 극단 목화의 대표작.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가락국의 8대 왕인 질지왕으로, 나폴리왕 알론조는 신라의 20대 자비왕으로 바뀌었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삼국유사 속 캐릭터로 덧칠해 한국적 색채를 냈다. 21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전석 3만 원. 02-2261-0500 ♥♥♥(두근지수 ♥ 5개 만점)  ■ 클래식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알렉산더 크냐제브 첼로러시아의 첼리스트 알렉산더 크냐제브가 바흐 무반주 첼로 전곡을 연주한다.8일 오후 7시 서울 금호아트홀. 6만 원. 02-6303-1977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후계자. 바흐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 ♥♥♥♥서울시향 2018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과 티에리 피셔가 협연해 뒤티외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려준다.2월 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1만∼9만 원. 1588-1210뒤티외의 대가 카퓌송과 피셔가 해석한 ‘한여름 밤의 꿈’. ♥♥♥♥  ■ 콘서트마마스 건(Mamas Gun)(사진)황금빛 솔, 디스코, 펑크 리듬 위에 현대적인 은빛 멜로디를 토핑한 영국 밴드.3일 오후 7시, 4일 오후 6시 서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7만7000원. 02-563-0595박효신, 존 박에게도 작곡해 준 보컬 앤디 플래츠의 매끈한 선율 감각, 밴드의 뛰어난 라이브 실력. ♥♥♥♥원오크록(One Ok Rock)강렬한 록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로 위세를 떨친 일본 밴드. 2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8만8000∼11만 원. 02-6925-1818밴드의 첫 일본 4대 돔구장 투어를 앞두고 펼치는 월드투어 중 서울 무대. ♥♥♥♥ }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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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신작 적극 발굴해 국립극단 개혁”

    “2018년 우리 연극계가 당면한 과제는 치유와 개혁입니다. 국립극단도 예외가 아닙니다. 성찰과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새 예술감독인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열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56)의 말이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국립극단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 감독은 “창작·신작을 중점적으로 올리고 현장 예술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창작극 및 작품의 개발과 발굴을 위해 ‘빨간 우체통’과 ‘연출의 판’ 제도를 새로 운영한다. ‘빨간 우체통’은 온라인상에 빨간 우체통을 개설한 뒤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희곡을 상시 접수해 이를 검토하는 제도다. 연극평론가인 조만수 충북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우체국장’을 맡아 작품을 검토한다. 작품이 모이면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낭독 공연을 열고 우수 작품은 ‘젊은 극작가전’을 통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소극장 판은 연출가들이 자신만의 연출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 실험극장으로 만든다. 이 감독은 판에 올릴 작품을 개발하고 운영할 예술감독으로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대표를 선임했다. 또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가가 윤 감독과 함께 국립극단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고 그 성과물을 하반기에 관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의 1년제인 시즌단원제는 2년제로 개편한다. 시즌단원 배우의 나이 제한 기준도 50세에서 45세로 낮췄다. 올해는 18명의 단원을 새로 선발했다. 국립극단은 올해 20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3월의 눈’ ‘가지’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등 검증된 명작을 재공연하는 한편 프란츠 카프카의 ‘성’,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등 세계 고전 작품도 준비했다. 부새롬 연출가의 ‘2센치 낮은 계단’,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이 쓰고 이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창작 신작 ‘전시의 공무원’, ‘운명’과 ‘호신술’ 등 근현대극, 청소년극인 ‘죽고 싶지 않아’와 ‘오렌지 북극곰’ 등을 공연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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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D 전구 480개로 만든 ‘캣츠아이’ 백미

    뮤지컬 ‘캣츠’의 무대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리얼 박스’ ‘비누 박스’ ‘피자 박스’ ‘자동차’ ‘라디오’ 등 무대 위 모든 소품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3∼10배 확대돼 만들어졌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오케스트라 피트석도 관객에게 노출되는 무대 앞이 아닌 안 보이는 옆 공간에 숨겨져 있다. 고양이 세계에서 인간의 등장은 판타지를 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캣츠는 오프닝 때 객석 뒤와 옆에서 고양이 30여 마리가 출몰한다. 인터미션과 공연 도중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관객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 가까이서 장난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좌석은 ‘젤리클석’으로 불린다. 이번 공연에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AB열 사이, BC열 사이, CD열 사이, DE열 사이 등 총 4개의 통로가 고양이들의 주된 이동 경로가 된다. 이들 통로와 무대 사이에 연결된 다리 4개 위에는 쓰레기 사진들이 프린트된 방염 거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캣츠의 무대 배경이 고양이들이 거주하는 쓰레기장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무대 장치는 고양이들의 ‘눈’을 표현한 ‘캣츠아이’다. 암전된 무대에서 고양이들의 눈만 빛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조성환 캣츠 협력 프로듀서는 “한 쌍으로 이뤄진 캣츠아이는 LED 전구로 만들었으며 총 200개가 설치됐다”며 “낱개로 제작한 것까지 합치면 총 480개의 LED 전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1층 관객에겐 보이지 않는, 2∼3층 관객에게만 보이는 캣츠의 특별한 무대도 있다. 말버러 담배, 코닥 필름 라벨, 지구본, ‘SEOUL TOUR’라고 적힌 무대 바닥의 그림들이다. 조 협력 프로듀서는 “경사진 무대로 인해 무대 바닥에 그려진 그림 일부가 1층 관객들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자동차 번호판에는 ‘NAP08’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는 캣츠 무대 디자이너인 존 내피어의 약자 NAP과 한국에서 제작된 8번째 캣츠 프로덕션을 의미하는 08을 합친 것이다. 캣츠 마지막 장면은 ‘메모리’ 넘버의 주인공 그리자벨라가 꾸민다.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기 전에 그리자벨라는 지름 3m의 타이어에 올라탄 뒤 무대 위 12m 높이까지 날아올라 점점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의 비밀은 플라잉 장치, 와이어에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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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태 “출연 망설였는데… 서정적 음악에 마음 빼앗겨”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 의사이자 시인 유리 지바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돌아온다. 2012년 초연 당시 조승우와 홍광호가 맡았던 지바고 역은 박은태와 류정한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카페에서 23일 새로운 ‘지바고’ 박은태(37)를 만났다. 동료 배우들과 연습을 마치고 난 후였다. 박은태는 “초연에 비해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 같다”며 “매슈 가디너 연출가가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뮤지컬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창작한 ‘닥터 지바고’는 초연 당시 호평과 혹평을 오간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정적인 넘버는 장점으로 꼽혔지만, 지루한 극 전개와 전달력 낮은 시적 대사로 ‘미완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승우가 마지막 공연 때 커튼콜 무대에서 “이 작품을 정말 다시 하고 싶다. 다음에 한다면 진짜 멋지게 수정한 ‘닥터 지바고’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시 공연되는 ‘닥터 지바고’는 새 옷을 갈아입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변신을 꾀한다. 방대한 줄거리를 압축한 초연과 달리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본을 대폭 수정했다. 무대장치와 조명 디자인도 새로 단장했다. 음악 역시 새로 추가하는 넘버도 있고, 기존 곡 가운데 일부는 구조를 바꿨다. 박은태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했다고 고백했다. “선뜻 못 하겠더라고요. 정말 좋은 작품이긴 한데 두렵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건 음악이었다. “관객들의 귀에 꽂히는 이른바 ‘자극적인 노래’를 많이 부르고 듣다 보니 ‘닥터 지바고’의 서정적이고 클래식한 넘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어요. 귓가에 자꾸 맴돌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벤허’ ‘팬텀’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는 스케줄을 비울 계획이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휴식기를 가지려 했어요. 하지만 ‘닥터 지바고’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배우로서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계획을 수정했죠.” 박은태는 배우들 사이에서 ‘독종’이라 불릴 만큼 노력파다.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강변가요제에 나가 ‘고백’이란 노래로 동상을 받으며 자신의 끼를 처음 확인했다. 2007년 뮤지컬 ‘라이온킹’ 앙상블 배우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목을 다친 조성모를 대신해 주인공으로 긴급 투입됐다. 일곱 번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이름을 알렸다. ‘레슨 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땀을 흘린 덕분에 주연 배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많은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요. 저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을 하며 달려온 것 같아요. 하하.” 2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02-1588-5212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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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캣츠’, 2~3층 관객에게만 보이는 ‘특별 무대’ 있다?

    뮤지컬 ‘캣츠’의 무대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리얼 박스’ ‘비누 박스’ ‘피자 박스’ ‘자동차’ ‘라디오’ 등 무대 위 모든 소품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3~10배 확대돼 만들어졌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오케스트라 피트석도 관객에게 노출되는 무대 앞이 아닌 안 보이는 옆 공간에 숨겨져 있다. 고양이 세계에서 인간의 등장은 판타지를 깰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캣츠는 오프닝 때 객석 뒤와 옆에서 고양이 30여 마리가 출몰한다. 인터미션과 공연 도중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와 통로를 따라 움직이며 관객에게 장난을 걸기도 한다. 가까이서 장난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좌석은 ‘젤리클 석’으로 불린다. 이번 공연에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AB열 사이, BC열 사이, CD열 사이, DE열 사이 등 총 4개의 통로가 고양이들의 주된 이동경로가 된다. 이들 통로와 무대 사이에 연결된 다리 4개위에는 진짜 쓰레기 사진들이 프린트 된 방염 거즈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캣츠의 무대 배경이 고양이들이 거주하는 쓰레기장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무대 장치는 고양이들의 ‘눈’을 표현한 ‘캣츠아이’다. 암전된 무대에서 고양이들의 눈만 빛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 중 하나다. 조성환 캣츠 협력 프로듀서는 “한 쌍으로 이뤄진 캣츠아이는 LED전구로 만들었으며 총 200개가 설치됐다”며 “낱개로 제작한 것까지 합치면 총 480개의 LED 전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1층 관객에겐 보이지 않지만, 2~3층 관객에게만 보이는 캣츠의 특별한 무대도 있다. 말보로 담배, 코닥 필름 라벨, 지구본, ‘SEOUL TOUR’라고 적힌 무대바닥의 그림들이다. 조 협력 프로듀서는 “경사진 무대로 인해 무대 바닥에 그려진 그림 일부가 1층 관객들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대 한가운데 설치된 자동차 번호판에는 ‘NAP08’이란 문구가 새겨져있다. 이는 캣츠 무대디자이너인 존 내피어의 약자 NAP과 한국에서 제작된 8번째 캣츠 프로덕션을 의미하는 08을 합친 것이다. 캣츠 마지막 장면은 ‘메모리’ 넘버의 주인공 그리자벨라가 꾸민다.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기 전에 그리자벨라는 지름 3m의 타이어에 올라탄 뒤 무대 위 12m 높이까지 날아올라 점점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의 비밀은 플라잉 장치, 와이어에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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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만에 돌아온 ‘닥터 지바고’…박은태 “출연 거절했다 마음 바꾼 계기는…”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 의사이자 시인 유리 지바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6년 만에 돌아온다. 2012년 초연 당시 조승우와 홍광호가 맡았던 지바고 역은 박은태와 류정한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카페에서 23일 새로운 ‘지바고’ 박은태(37)를 만났다. 동료 배우들과 연습을 마치고 난 후였다. 박은태는 “초연에 비해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 같다”며 “매슈 가디너 연출가가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뮤지컬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창작한 ‘닥터 지바고’는 초연 당시 호평과 혹평을 오간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정적인 넘버는 장점으로 꼽혔지만, 지루한 극 전개와 전달력 낮은 시적 대사로 ‘미완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승우가 마지막 공연 때 커튼콜 무대에서 “이 작품을 정말 다시 하고 싶다. 다음에 한다면 진짜 멋지게 수정한 ‘닥터 지바고’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다시 공연되는 ‘닥터 지바고’는 새 옷을 갈아입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변신을 꾀한다. 방대한 줄거리를 압축한 초연과 달리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본을 대폭 수정했다. 무대장치와 조명 디자인도 새로 단장했다. 음악 역시 새로 추가하는 넘버도 있고, 기존 곡 가운데 일부는 구조를 바꿨다. 박은태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거절했다고 고백했다. “선뜻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좋은 작품이긴 한데 두렵고,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건 음악이었다. “관객들의 귀에 꽂히는 이른바 ‘자극적인 노래’를 많이 부르고 듣다 보니, ‘닥터 지바고’의 서정적이고 클래식한 넘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어요. 귓가에 자꾸 맴돌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벤허’ ‘팬텀’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는 스케줄을 비울 계획이었다.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휴식기를 가지려 했어요. 하지만 ‘닥터 지바고’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배우로서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계획을 수정했죠.” 박은태는 배우들 사이에서 ‘독종’이라 불릴 만큼 노력파다.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강변가요제에 나가 ‘고백’이란 노래로 동상을 받으며 자신의 끼를 처음 확인했다. 2007년 뮤지컬 ‘라이온킹’ 앙상블 배우로 데뷔한 그는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발목을 다친 조성모를 대신해 주인공으로 긴급 투입됐다. 일곱 번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이름을 알렸다. ‘레슨 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땀을 흘린 덕분에 주연 배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많은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요. 저는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더 채찍질을 하며 달려온 것 같아요. 하하.” 2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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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입 안에서 데구루루… 사탕 한 알로 행복해

    “막대 사탕 하나가 완전히 녹아 없어질 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어린아이가 사탕 껍질을 깐 뒤 달달한 사탕을 데굴데굴 입안에 굴리며 녹여먹는 그림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 들어온 건 파란색 크레파스 한 자루. 엄마 몰래 조심스레 크레파스를 집어 들고 고민한다. 아이는 자신의 방 한쪽 벽면에 기다란 선을 긋기 시작한다. 쭉쭉 이어지는 선은 거침이 없다. 엄마는 주방에 서서 그런 아이를 힐끗 보고 웃는다. 아이는 주방을 지나 화분 뒤까지 선을 이어 그린다. 동화책이라기보다는 그림책에 가깝다. 아이의 상황을 글로 설명하는 대신 따뜻한 색감이 인상적인 그림으로 풀어낸 점이 시선을 붙잡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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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30000호]음악 등 ‘인재 등용문’ 한 세기… “동아가 있어 문화의 향기 넘쳐났다”

    “조선민중으로 하야곰 세계문명(世界文明)에 공헌케 하며 조선강산으로 하야곰 문화(文化)의 낙원(樂園)이 되게함을 고창하노니, 이는 곧 조선민족의 사명이요 생존의 가치라.”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 창간사는 ‘문화주의(文化主義)’를 3대 사시(社是) 중 하나로 제창한다.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후 6·25전쟁으로 피폐한 상황에서도 국내 문화 예술의 싹을 틔우기 위한 각종 문화운동을 활발히 펼쳐 왔다. 신예 음악가 발굴을 위한 ‘동아음악콩쿠르’는 1961년 처음 열렸다. 연령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국민 오디션으로 당시 작곡(실내악),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5개 부문에서 58명이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1회 피아노 부문 우승자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대진 강충모, 지휘자 임헌정, 유럽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성악가 신영옥 연광철 임선혜,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강동석 유시연,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 한국 음악계의 스타를 배출해 왔다. 1996년부터 국내 최초의 국제음악콩쿠르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 씨(57)는 “1978년 동아음악콩쿠르에서 고교재학생(선화예고 2학년)으로는 처음으로 입상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 씨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199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서 데뷔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1992년 동아일보 초청으로 국내 첫 독창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1년 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본 제 마지막 독창회라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가르친 원로 피아니스트 신수정 교수(75)는 “국내 연주자들의 기량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50년 넘도록 꾸준히 지속돼 온 동아음악콩쿠르가 있었다”고 말했다. 1964년 창설된 동아연극상은 한국 최초의 연극상이라는 점에서 연극사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쌀 한 가마 가격이 3000원이던 시절, 당시 동아일보가 3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제1회 참가작을 공모한 일은 연극계에서 큰 화제였다. 극단 자유 창립멤버인 연극연출가 김정옥 씨(86)는 “연극인들은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 극단에 수여되는 상금 30만 원에 놀라고 감격했다”며 “상금으로 1년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대 연출상을 수상한 김정옥 임영웅 오태석 윤호진 이상우 김석만 김광림 이윤택 등은 이후 한국 연극계의 주축이 됐다. 동아연극상 개인 최다 수상자(7회)인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은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한 데다 명문예술대 출신도 아닌 내가 기성 연극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건 동아연극상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2006년 사재 2억 원을 동아연극상에 기부해 매년 ‘유인촌신인연기상’ 상금을 지원하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동아연극상 연기상 출신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은 배우 송승환 씨(61)는 11세였던 1968년 ‘학마을 사람들’(5회)로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아 최연소 수상자 기록을 갖고 있다. 송 씨는 “여덟 살에 KBS 라디오 어린이 프로그램 ‘은방울과 돌이’의 MC로 데뷔했던 내게 동아연극상은 배우의 길을 걷게 한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며 “어린 나이였지만 상을 받은 뒤 자신감을 얻었고, 연기자의 삶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64년 시작된 동아무용콩쿠르는 세계 국제무용콩쿠르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은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와 창설 연도가 같다. 발레 부문에서는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무용원장이 제1회 금상 수상자다. 이후 발레리노 이원국과 김용걸 김현웅 이동훈 엄재용,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서혜도 동아콩쿠르가 배출한 스타다. 안무가 홍승엽 차진엽 등 스타 무용가들 역시 이 대회를 거쳐 성장했다. 국립무용단 주역 무용수로 활약하는 조용진 박혜지 이석준 이재화 이요음도 동아무용콩쿠르 출신들이다. 2009년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조용진(33)은 “무용수들에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1등을 한다는 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며 “많은 무용콩쿠르가 존재하지만 동아무용콩쿠르라는 대회 자체가 그만큼 상징적이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국악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1962년 명창명인대회, 1971년 판소리유파 발표회, 1985년 동아국악콩쿠르도 잇따라 창설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동아국악콩쿠르는 왕기석 왕기철 유태평양(이상 판소리), 정수년 강은일(이상 해금), 원일(피리) 등 800여 명의 국악인을 배출했다. 또한 1956년 동아일보가 창설한 국수전은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9단 등 대한민국 바둑계의 국수(國手)를 배출해 왔다. 동아일보는 세계적인 문화예술 단체를 국내로 초청하기도 했다. 1975년 4월 영국 로열발레단이 처음 내한해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에서 사흘간 공연했다. 특히 1978년 두 번째 내한한 로열발레단 초청 공연에서는 불세출의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의 생일을 맞아 기념 공연을 펼치는 등 화제를 모았다. 1984년에는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내한공연도 동아일보 초청으로 성사돼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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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문화 매출 5조 넘었는데… 연예인 월 소득 평균 183만원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연기자 가수 모델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개인 소득은 월평균 183만 원에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발표한 ‘2017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 전체 매출액은 5조3691억 원(2016년)으로, 2014년보다 19.1% 증가했다. 대중문화기획사로 등록한 업체가 1393개에서 1952개로 40.1%나 늘었고, 14개 상장사의 매출이 상승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는 2014년부터 2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대중문화기획사에 소속된 예술인은 모두 8059명으로 2014년보다 10%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수(보컬·댄스)가 4028명(5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기자(3078명), 모델(454명), 코미디언(141명) 순이었다. 가수만 736명이 늘었을 뿐 코미디언, 모델은 감소했다. 연기자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월평균 소득은 183만4000원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제작진은 한 달에 평균 215만 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나 소폭(7.2%) 늘었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중문화예술인의 19.3%는 최근 3년간 임금을 못 받거나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으로 법정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제작진 가운데 임금 체불을 경험한 비율도 23.5%나 됐다. 대중문화기획사 가운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곳은 84%로 나타나, 표준계약서 사용이 차츰 확산되고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임금 체불이 줄어들고 있지만 불공정 계약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근로여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표준계약서 사용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불공정 행위를 고발하는 상설신고센터를 운영해 문제점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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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다 아는 롱런 비결… 아무나 못하는 실천

    충무아트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사장을 모두 거친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은 예술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 사장 시절부터 집무실 벽에 걸어온 시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 그는 “어느 자리든 내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란 신념으로 살았고, 이는 내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후배들에게 자주 말한다. 잘나가는 연극연출가 고선웅과 배우 손숙, 발레리나 김주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살면서 가장 가슴 설레는 순간이 바로 연습실에 들어설 때란 점이다. 천만배우 황정민은 연습벌레다. 다음 달 개막하는 연극 ‘리차드 3세’ 공연을 앞두고 10시간이 넘는 공식 연습시간 외에 개인 연습공간에서 새벽 2시까지 별도 연습에 나선다. 동료 배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쩌면 이들의 롱런 비결은 열정과 마인드컨트롤, 노력이라는 교과서 같은 모범답안 같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결국 답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 의지의 유무가 아닐까.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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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넘게 연기해 왔는데… 감독이 무대서 연기하지 말래요, 하하”

    원로 배우 오현경 씨(82)와 손숙 씨(74)가 연극 인생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의 봄 레퍼토리 연극인 ‘3월의 눈’에서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배우 고 장민호 씨(1924∼2012)와 백성희 씨(1925∼2016)를 위해 2011년 쓰인 헌정 연극. 오래 묵은 한옥을 배경으로 아내를 하늘로 보낸 남편 장오, 죽은 뒤에도 남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이순의 하루를 그렸다. 배우들의 감정과 움직임은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그 기름기 없는 연기가 오히려 관객에게 처연함과 뭉클함을 전해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한창 연습에 매진 중인 오 씨와 손 씨를 1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국립극단에서 만났다. 두 배우는 “둘 다 50년 넘게 무대에 섰는데 함께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연기 패턴도 비슷하고 사석에서도 워낙 친한 사이라 첫 호흡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두 사람의 연결고리에는 아스라한 아픔이 묻어난다. 지난해 패혈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윤소정 씨가 오 씨의 부인이자 손 씨의 절친한 벗이었다. “아내의 친구였던 손숙은 내겐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요. 1970년대 서울 마포구 연세맨션 앞뒤 동에 나란히 살며 거의 매일 드나들었지.”(오현경) 두 배우가 살았던 연세맨션은 당시엔 ‘배우 아파트’로 통했다. 고 백성희·이낙훈, 손숙, 오현경, 최불암 씨 등 수많은 배우들이 거주했다. 손 씨는 “특히 오현경 선생님 댁이 배우들 사랑방이자 합숙소였다”며 “착한 소정이가 찾아오는 배우들 밥도 다 해주고 극진히 챙겼다”고 말했다. 게다가 손 씨에게 ‘3월의 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고 백성희 배우가 손 씨의 국립극단 직속 선배이기 때문이다. “2011년 ‘3월의 눈’ 초연을 관람한 뒤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에게 먼저 얘기했죠. 백 선생님이 더 이상 이순 역을 맡지 못하시게 되면 내가 하고 싶다고. 배우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3월의 눈’은 마지막 눈감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걸.” 감회가 뭉클하긴 오 씨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 속 이순의 모습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가 가끔 엿보이기 때문이다. 손 씨는 “솔직히 문득 뭉클하게 생각날 때가 왜 없겠느냐”며 “하지만 배우는 작품에 몰입해야 하니 그렇게 연결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무대에선 베테랑인 오 씨와 손 씨지만 만만치 않은 주문을 받았다. 오 씨는 “평생을 연기해 온 내게 손진책 감독은 ‘연기하지 않는 연기’를 하라고 계속 지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손 씨 역시 “과거 이해랑 선생님이 ‘부단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가 배우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는 말씀을 곧잘 하셨는데, 손 감독이 바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는 벌써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기다려진다. “지난 시즌 공연 때 보니까 관객의 반 이상은 극 중반부쯤 가서야 이순이 죽은 할머니인 걸 알더군요. 어떤 이들은 끝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무지 재밌어요. 실제로도 이순은 이승과 저승의 애매한 경계에 존재하는 거니까. 그래서 ‘3월의 눈’은 연기하는 배우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에게도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손숙)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3만5000∼5만 원. 1644-2003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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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m 높이서 줄에 매달려 허우적… 실감나는 침몰 장면

    뮤지컬 ‘타이타닉’의 무대는 영리하다. 좌우로 배치된 11m 높이의 철골탑을 중심으로 총 5개의 플랭크(철제 계단 건축물)가 사선으로 연결돼 타이타닉호의 입체적인 선실 모습을 구현했다. 플랭크 위로 20여 명의 출연 배우가 모두 올라가 동선 대형을 이루면 입체미가 더욱 살아난다. 삼각형의 배 앞머리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연결된 5개의 플랭크는 실제 배에 많이 설치하는 통로 선반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사실감을 더했다. 다만 길이는 공연장 무대 크기에 맞춰 짧게는 7m, 길게는 12m로 제작했다. ‘타이타닉’의 노병우 무대감독은 “천장 위에 설치된 81개의 체인모터가 플랭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며 “1개의 체인모터당 1t의 무게를 지탱한다”고 말했다. ‘타이타닉’의 무대는 2층 객석까지 활용해 공간의 확장성을 꾀한다. 무대에서부터 객석 2층 좌우 출입문까지 사선으로 연결된 두 개의 플랭크가 핵심 병기다. 노 감독은 “1층 객석 기준으로 보면 5열까지 무대가 이어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타이타닉’의 공간 연출 백미는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힌 뒤 구조선에 승선하지 못한 남자 승객과 승무원들이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장면이다. 무대에서부터 11m 높이에 위치한 공간에 대기하던 배우 4명이 차례로 와이어에 매달린 채 11m 높이에서 무대 바닥 위 2.5∼5.5m까지 내려오며 물에 빠지는 연기를 실감 나게 펼친다. 1등 항해사 윌리엄 머독 역을 맡은 배우 왕시명은 “2막에서 이시도르 부부의 듀엣곡인 스틸(still)이 끝나자마자 침몰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 4명이 대기 장소인 ‘캣워크’로 올라가 허리에 착용하는 플라잉 장비 하네스에 와이어를 빠르게 연결한다”며 “허리힘으로 버티며 천천히 물에 떠 있는 듯한 움직임이 연기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무대 전체를 바닷속으로 표현해 내는 일등 공신은 배경 막과 같은 별도 장치 없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오직 손과 발, 온몸을 회전하는 배우들의 연기다. 4명의 배우는 이 장면을 위해 통증도 감내하며 열연을 펼치고 있다. 왕시명은 “하네스와 와이어에 온몸을 의지하기 때문에 허벅지 안쪽과 허리에 상당한 통증이 가해진다. 이 통증을 참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 1588-5212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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