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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둘러싼 중남미의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 10위 리튬 보유국인 멕시코는 18일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특히 리튬에 관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그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리튬 주산지인 북서부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를 찾아 이 일대를 ‘리튬 채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 광물(리튬)의 주인은 국가가 돼야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멕시코 내 리튬 매장량은 약 170만 t으로 추정된다. 세계 전체 리튬 매장량(8600만 t)의 약 2% 수준이다. 이번 법안으로 리튬 탐사 및 채굴권은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좌파 성향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했다. 광물자원 개방을 추진했던 전 정부와 달리 리튬은 물론 석유, 전기 등의 자원에 대한 국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연방전력청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도 대폭 강화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에너지 기업, 야권 등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36세에 집권한 ‘중남미 젊은 좌파의 기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 등을 공약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가 이 삼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둘러싼 중남미의 자원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세계 10위 리튬 보유국인 멕시코는 18일(현지 시간) 리튬을 국유화하는 법안을 공포했다. 특히 리튬에 관해서는 미국과 중국 중 그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리튬 주산지인 북서부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를 찾아 이 일대를 ‘리튬 채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이 광물(리튬)의 주인은 국가가 돼야 한다.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도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으로 리튬 탐사 및 채굴권은 전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좌파 성향인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했다. 광물자원 개방을 추진했던 전 정부와 달리 리튬은 물론 석유, 전기 등의 자원에 대한 국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연방전력청 등에 대한 정부 영향력도 대폭 강화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에너지 기업, 야권 등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역시 좌파 지도자가 집권한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 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36세에 집권한 ‘중남미 젊은 좌파의 기수’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 등을 공약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와 함께 ‘리튬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가 이 삼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지난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 소식,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이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혈전을 벌일 때 이곳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싸운 ‘전장 밖 전사들’이 있습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입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부터 약 한 달간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9명을 인터뷰했습니다. 러시아 규탄 시위와 전시회, 고국 지원 모금을 위한 콘서트 및 각종 활동을 통해 평화를 외쳐온 이들은 “조국을 위해선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연하게 말했습니다. 이들이 1년간 펼친 ‘평화 투쟁기’를 소개합니다.》지난해 2월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살던 안나 보크란 씨의 29번째 생일이었다. 보크란 씨는 이날 하루 종일 바빴다. 다음날 인생의 새로운 장(chapter)이 펼쳐질 것이었다. 한국 정부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된 그는 24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23일 저녁 그는 부모님과 함께 키이우 시내 레스토랑에서 축하 식사를 했다. 어머니와는 사진을 찍었지만 아버지와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다.“안나, 전쟁이 터졌어. 러시아가 공격하고 있어!” 24일 오전 6시. 기상까지 두 시간이나 남은 때 걸려 온 전화에 보크란 씨는 눈을 떴다. 동북부 하르키우에 사는 친구였다. ‘이 새벽에 전쟁이라니. 아무리 출국 날이어도 농담이 지나치네’라는 생각도 잠시, 이날 탑승 예정인 폴란드 항공사로부터 “모든 비행편이 취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내 생각은 또렷해졌다. ‘진짜 전쟁이 터졌다.’ 3월 2일, 우여곡절 끝에 그를 태운 한국행 비행기가 폴란드에서 출발했다. 이제 유학생이자 동시에 피란민이다. 눈을 감으니 그가 타고 있던 차 바로 위를 날아 간 러시아군 미사일, 포격을 받아 산산조각난 건물 등이 자동 재생됐다. ‘살았다’는 안도감 위로 더 무겁게 쏟아지는 잠에 들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되뇌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모두 ‘전장 밖 전사’”어느덧 한국 거주 10년차를 넘긴, 두 아들 엄마 류드밀라 페트렌코 씨(42)는 이달 8일 23kg짜리 수화물 가방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거즈 감기약 연고 같은 비상 의약품이 가득한 가방은 오스트리아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반전(反戰)시위를 하다 만난 우크라이나인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운이 좋았다.그가 오스트리아 공항에 도착하면 가방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우크라이나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다. 이 친구는 현지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사람을 찾아 가방을 쥐어 줄 것이다. 페트렌코 씨의 ‘우크라이나 배송 작전’은 말 그대로 손에 손을 거쳐 이뤄졌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에 의약품이 부족하다”며 온라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시작한 의약품 배송이 어느새 10회를 넘겼다. 지인의 지인에게까지 물어 물어 유럽에 가는 사람을 찾고, 현지에서 가방을 받아줄 우크라이나 난민 ‘배달원’을 구했다. 배달 작전 경유지는 이제 폴란드 독일 루마니아를 비롯해 유럽 8개국으로까지 늘어났다. 그는 “매순간이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이제껏 의약품 구입과 배송에 들어간 1000만 원 넘는 비용은 대부분 자신이 냈다. 이를 위해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도자기와 액세서리까지 벼룩시장에서 직접 판매했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가 보낸 의약품을 받고 감사를 표시하는 병사들 사진을 꺼내본다. 그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든 순간의 연속이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나라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평생 28세로 우리에게 남아 있을 거에요”2017년 한국에 와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한 율리아 곤차렌코 씨(30)는 담담하게 지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학교 같은 반이던 소년은 전쟁이 터진 직후인 지난해 3월 바로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가 최전선에서 전사했다. 곤차렌코 씨는 지난 1년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전 시위와 각종 모금 활동에 빠지지 않았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영원히 ‘20대’에 남은 친구들을 기리기 위해서다.곤차렌코 씨는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 전시회를 열었다. 그해 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어머니와 양아버지를 모두 잃은 16세 소녀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주변에서 평온하게 인생을 보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며 몸에 ‘큰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어요. ‘왜 내 조국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전시회에 내높은 작품 속 ‘소녀’는 조국 우크라이나를 상징한다. 파란 배경에 파란 머리를 한 소녀는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울고 있다. 동시에 소녀는 밝은 노란색 나무를 손에 들고 있다. 파랑과 노랑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색이다. 전쟁이라는 비극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우크라이나처럼 대담하게’.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지원 모금 활동을 위해 직접 디자인해 판매한 티셔츠에 새긴 문구다. 그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어디에 있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기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은 모두 “싸우기 위해 울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작든 크든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온 마리야 콜레스닉 씨(29)는 전쟁 발발 직후 친구 카트리나와 같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달려가 한국어 번역과 물품 정리를 도왔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정황이 드러난 도시 부차에서 지난해 2월 탈출한 마리야 티모센코 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시위라는 것에 참가해 ‘나는 우크라이나인’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폴란드 난민 캠프에 있을 때 매일 울면서 부른 노래”라고 소개한 그는 “노래할 수 있으면 노래하고, 말할 수 있으면 말하는 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통해 우크라이나 정체성 찾게 돼…우크라 전통 한국에 알리고 싶어”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세계문화축제 결선 무대. 우크라이나 민요 ‘초원에 붉은 칼리나(Oy u lyzi chervona kalyna)’가 울려 퍼졌다. ‘가막살나무 꽃아, 고개 숙이지 마라. 우크라이나야, 걱정하지 마라’는 노랫말이 흐르자 한국인 관객들은 우크라이나 말을 하나하나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노래에 집중했다. 첫 출전한 우크라이나팀은 우크라이나 전통 민요와 춤으로 구성된 무대를 선보이며 3위를 차지했다. 무대에서 건반을 맡은 고려인 출신 우크라이나인 줄리아 전 씨(30)는 “전쟁은 우리 스스로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전통무용 전공자 무용수 율리아 주크 씨(35)는 지난해 2월 이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전통춤 호팍(전사의 춤)을 다시 추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전 씨는 최근 러시아 작곡가 대신 우크라이나 작곡가들 노래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가수 율리아 스테파넷 씨는 지난해 제주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우크라이나 민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팝송을 주로 부르던 그 역시 전쟁을 계기로 전통 민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한국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가 조국을 침공한 이후 더 이상 러시아어를 쓰지 않고 오직 우크라이나어로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우크라이나는 지역별로 러시아어를 쓰는 인구 비율이 90%까지 올라간다) 주크 씨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하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장은 틀렸다”며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투쟁’은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 전쟁은 익숙해질 수 없어”전쟁이 터진 조국에서 멀리 떨어진 타국,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지난 1년의 투쟁은 곧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러시아 규탄 및 반전 시위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은 고국의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돼 밤을 샌 날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유 없이 침공을 받은 울분을 토해내고 함께 고개 숙여 울었다. 곤차렌코 씨는 “고통을 공유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보며 비로소 내가 ‘정상’이라는 평범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현직 심리 상담가인 티모센코 씨는 우크라이나인이 집단 트라우마(common trauma)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 없는 침공으로 한평생 살던 고향을 뒤로 한 채 낯설고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들은 공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이미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지인의 부상 소식을 들을 때, 집 근처에 공격이 시작됐다는 공습경보를 확인할 때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침착하다.“이제는 고국 공습 소식을 들어도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보크란 씨가 인터뷰 말미에 말했다. “그렇다고 전쟁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눈물이 나오지 않을 뿐이에요.”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만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63·사진)는 2018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의 뉴질랜드 방문을 “대사로서 가장 영광의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해 한국 뉴질랜드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약 3만5000명의 코이(Kowi ·한국계 뉴질랜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인구의 약 1%로, 아시아계로는 3번째 많은 수준이다. 이날 임기 마지막 인터뷰를 앞두고 터너 대사는 “사찰 음식이 보여준 소박하고 간결한 전통 한식(韓食)의 매력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7일 그는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한-뉴질랜드 양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향후 60년 간 양국의 관계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사람(people). 사람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는 이미 3만5000명의 코이(Kowi·한국계 뉴질랜드인)이가 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뉴질랜드 사회에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008년부터 한국 태생의 의원(멜리사 리)이 배출돼 현재까지 5선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적 골퍼인 리디아 고도 있다.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한국과 뉴질랜드 간 교류과 활발해질 수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동안 많은 교류가 중단됐다.“(고개를 저으며) 정말 아쉬운 일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뉴질랜드에 한국 유학생만 약 7000명이었다. 지난해부터 학생 비자가 정상화됐으나 아직 그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고 있다. 오는 5월 18일부터 워킹 홀리데이 신청도 시작될 예정이다. 연간 3000명 신청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역시 (워킹 홀리데이) 중단으로 여러 분야에서 인력난을 겪였다. 하루빨리 한국 청년들이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오길 희망한다”-최근 양국의 무역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할 무역 분야가 있다면“2015년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양국의 무역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교역량은 65억 달러(8조1250억 원)로 전년 대비 무려 46% 성장했다. 앞으로 새로운 개척지가 있다면 ‘에너지’와 ‘문화’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분야에서 양국 청년들이 활발하게 ‘창의성’을 교류하길 기대한다”-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뉴질랜드는 영화 그래픽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최근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워크숍(Weta Workshop)’도 수도 웰링턴에 있다. 회사 공동창업자인 리처드 테일러가 특히 한국 청년들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국의 몇몇 도시와 협력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중단됐다. 코로나19가 완화된 만큼 앞으로 이런 문화적 교류도 재개되지 않을까 한다”-5년간의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부임 첫 해인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뉴질랜드를 방문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려 9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다. 2019년에는 울산에서 뉴질랜드 해군함정 ‘아오테아로아(Aotearoa)’의 명명식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는데, 이 함정에 펫시 레디 당시 뉴질랜드 총독이 올랐었다. 코로나19로 저신다 아던 전 총리가 방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올 5월 한국에서 열릴 ‘제1차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가 현재 방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한국과 뉴질랜드는 태생적인(natural)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자유, 시장주의 등 등 핵심적인 공동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국제 정세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양국이 합심해 이러한 가치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 한편 터너 대사는 1986년부터 뉴질랜드 외교부에서 13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뉴질랜드의 세계적 낙농 기업 ‘폰테라’로 옮겨 낙농개발 등 다양한 업무에 임했다. 2018년 다시 외교부로 돌아와 주한 뉴질랜드 대사로 부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튀르키예(터키), 시리아와 갈등을 빚어온 주변 국가들이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손을 내밀며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에 처한 두 나라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구호활동을 지원하면서 각종 외교적 현안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 ‘앙숙’ 단교국들, 지진에 손 내밀어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아라라트 미르조얀 아르메니아 외교장관은 15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경 개방을 포함해 양국 관계를 회복할 의향이 있으며 관련 회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1993년 튀르키예가 아르메니아와 전쟁 중이던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자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아르메니아는 또 1915년 오스만 제국(구 튀르키예)이 자국민 150만여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망자였을 뿐”이라는 튀르키예와 대립해 왔다. 이랬던 두 나라가 지진 피해 구호를 위해 30여 년 만에 국경 검문소를 개방한 것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아르메니아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우정의 손길을 건넸다”며 “인도주의적 분야의 협력이 (양국 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중해 천연가스 개발권과 에게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튀르키예와 대립해 온 그리스도 대규모 구조대원을 파견했다. 12일에는 그리스의 니코스 덴디아스 외교장관이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고 아나돌루 튀르키예 국영통신이 전했다. 두 나라는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식민 지배한 이후 ‘500년 앙숙 관계’로 알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튀르키예와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외교관계를 복원한 이스라엘도 이번 지진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항공 직항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장관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은 (이번 지진에서) 처음으로 튀르키예를 지원한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선을 그어 왔던 아랍 국가들의 변화도 감지된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2011년 시리아 정부의 자국 내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을 비판하며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하지만 시리아와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14일 피해 지역인 알레포에 의약품을 보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도 15일 내전 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 “지진 계기로 관계 개선” 각국 셈법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손을 내밀고 있는 주변국들의 행보에는 인도주의적 동기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경우 정부 부채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동지중해에 세계 최장 해저가스관 건설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선 튀르키예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와 안보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아르메니아는 2020년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데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앙숙인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선 이란과 중동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튀르키예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를 지원하려는 것 또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트위터가 소셜미디어 최초로 미국 주(州) 차원에서 합법화한 대마초 및 대마초 관련 제품 광고를 허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은 미 연방법에 따라 대마초 관련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위터는 이날 자사 웹사이트에 대마초 및 대마초 관련 제품 판매사들이 미국에서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광고 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만 21세 미만에게는 광고할 수 없으며 대마초의 건강상 효능이나 실제 이용 모습도 묘사할 수 없다. 광고하기 전 관련 당국 및 트위터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21개 주와 수도 워싱턴, 미국령 괌 등이 21세 이상을 대상으로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트위터는 대마초 기업 광고 금액 하한선을 설정하지 않아 대마초 기업에 광고 허용을 넘어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는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14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 페이스북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마약 판매와 인신매매에 이용되고 있다”며 즉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사진)이 최근 자신의 연봉이 19만 달러(약 2억37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힌 가운데 말 한마디로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미 연준 의장의 연봉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연봉이 미국 월가 투자은행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평균 기본연봉 수준에 불과하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너스’까지 고려할 경우 파월 의장은 갓 대학을 졸업한 ‘1년 차’ 애널리스트보다 조금 많이 받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금융업계 인력 사이트 ‘월스트리트오아시스’에 따르면 4년 차 이상 은행원에 해당하는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기본 연봉은 15만∼20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월가 임직원 수입의 핵심인 ‘보너스’까지 더하면 30만 달러(약 3억7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갓 은행에 입사한 1년 차 애널리스트의 경우 평균 연간 수입이 2021년 기준 17만1000달러(약 2억1300만 원)였다. 파월 의장과 불과 2000여만 원 차이다. 파월 의장의 연봉은 미 의회에서 결정한다. 2022년 기준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 등 ‘1급(Level I)’으로 분류된 고위 관료 연봉의 상한선은 22만6300달러다. 이는 2014년 이래 8년간 동결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 원)다. 파월 의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의장직을 유지하며 미국의 주요 통화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7일 한 대담에서 “나의 연봉은 19만 달러”라며 “이는 적정한(fair) 수준”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이 최근 자신의 연봉이 19만 달러(약 2억37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힌 가운데 말 한 마디로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미 연준 의장의 연봉이 너무 짠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연봉이 미국 월가 투자은행 어소시에이트(associate) 직급의 평균 기본연봉 수준에 불과하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너스’까지 고려할 경우 파월 의장은 갓 대학을 졸업한 ‘1년차’ 애널리스트(analyst)보다 조금 많이 받는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금융업계 인력 사이트 ‘월스트리트오아시스’에 따르면 4년차 이상 은행원에 해당하는 어소시에이트 직급의 기본 연봉은 15만~20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월가 임직원 수입의 핵심인 ‘보너스’까지 더하면 30만 달러(3억7500만 원)까지 늘어난다. 갓 은행에 입사한 1년차 애널리스트의 경우 평균 연간 수입이 2021년 기준 17만1000달러(약 2억1300만원)였다. 파월 의장과 불과 2000만원 차이다. 파월 의장의 연봉은 미 의회에서 결정한다. 2022년 기준 연준 의장, 재무부 장관 등 ‘1급(Level I)’로 분류된 고위 관료 연봉의 상한선은 22만6300달러다. 이는 2014년 이래 8년간 동결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약 5억원)다. 파월 의장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연준 의장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의장직을 유지하며 미국의 주요 통화 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7일 한 대담에서 “나의 연봉은 19만 달러”라며 “이는 적정한(fair)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지금도 이 자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3일 서울 마포구 성니콜라스 대성당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 울리야 주크 씨(35)는 한국인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했다. 무용수였던 주크 씨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한 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전통춤 ‘호팍’(전사의 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세계문화축제에서 동료들과 함께 호팍을 춰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하나’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은 틀렸다”며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 스스로를 ‘전장 밖 전사’라고 부른다. 그들은 “고통받는 조국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한국 생활 10년 차 이고르 씨(52)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준비한 서울 공연에 이어 부산, 경북 안동에서 진행한 ‘평화 공연’을 기획했다. 전통춤과 노래로 꾸민 이 공연에서 건반을 맡은 고려인 출신 우크라이나인 율리야 전 씨(30)는 “조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두 아들의 엄마인 류드밀라 페트렌코 씨(42)는 8일 거즈 항생제 같은 의료용품을 가득 담은 무게 23kg짜리 가방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이제껏 1000만 원 넘는 비용 대부분은 자신이 냈다. 예전에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도자기와 액세서리까지 중고품 교환 판매 사이트에 올려 판매했다. 그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든 순간의 연속이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나라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우크라이나인들 모두 “싸우기 위해 울 시간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최근 캐나다로 옮겨간 율리야 곤차렌코 씨(30)는 새로 거주하게 된 곳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 난민시설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곤차렌코 씨는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어디에 있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파키스탄, 레바논 등 개발도상국은 부도 직전에 처했다. 이로 인해 파키스탄, 페루, 스리랑카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중도 사퇴했지만 이후 불복해 정정 불안도 상당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2일(현지 시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부채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며 신흥시장과 저개발국 경제가 전쟁으로 인한 식품 가격 상승, 통화가치 하락 등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최근 이집트 등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려는 국가가 최소 20개국이라고 전했다. 레바논 중앙은행은 1일 레바논파운드 가치를 기존 미 달러당 1507파운드에서 1만5000파운드로 97% 낮췄다. 현 화폐 수준이 시장 가치를 반영해야 구제금융을 해줄 수 있다는 IMF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레바논은 180만 달러(약 22억 원)의 유엔 분담금조차 못 내 지난달 17일 유엔 투표권까지 박탈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비료값 급등으로 주식인 감자 흉작을 겪은 페루 또한 지난해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취임 16개월 만에 탄핵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루의 러시아산 비료 의존도는 70%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과 지지층은 탄핵에 강하게 불복하고 있다. 이로 인한 반정부 시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개도국 중 최초로 지난해 5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해 천문학적 빚을 진 상황에서 전쟁과 코로나19로 핵심 산업인 관광업마저 타격을 입었다. 이에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사퇴했고 정정 불안 또한 이어지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1년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양측 모두에 천문학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만 최소 7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 희생자도 438명에 이른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양국 군인의 합계 사망자 또한 2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는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 확실시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4100만 명 중 약 33%(1340만 명)가 거주지를 잃고 난민 신세가 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인 805만 명이 해외로 떠났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내 최대 난민 사태”라고 평한 이유다. 세계 각국도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쟁으로 식량과 비료 가격이 치솟아 전 세계에서 최소 3억45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전쟁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세계 경제 역시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전쟁으로 올해 말까지 약 2년간 세계 경제에 약 2조8000억 달러(약 3350조 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당초 2, 3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침공 직후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25%를 가져갔다. 하지만 전차, 미사일, 무인기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체 영토의 83.4%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예상외로 길어진 전쟁에 초조해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간 시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내 전력 시설의 50%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최소 900만 명이 난방 없이 겨울을 났다.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규탄 및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41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 반대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국제 금융체계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EU는 이달 중 10차 제재를 단행한다. 이번 전쟁으로 지구의 종말 또한 대폭 앞당겨졌다는 비관론도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지구 종말의 날 시계’를 기존 100초 전에서 90초로 10초 앞당겼다. 러시아의 핵 위협, 침공 후폭풍에 따른 에너지값 급등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이 정도에서 휴전하자.” “지금 그만두면 러시아가 다른 나라도 넘볼 것이다.” 발발 1년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 모두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채로 종결될 경우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양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만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까지 돈바스 완전 점령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돈바스에서의 교착이 장기화하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휴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완강하다. 2014년 강제로 빼앗긴 남부 크림반도까지 탈환해야 전쟁이 끝난다고 맞선다. 당시 서방이 사실상 방관하며 이번 침공으로 이어진 만큼 섣부른 휴전으로 재침공의 빌미를 줄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3국에서는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크림반도 탈환 가능성은 반반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지난달 말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가 돈바스 내 점령지를 늘리려는 지금이 크림반도 탈환의 적기”라며 올여름 수복 가능성을 내다봤다. 반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측에 전쟁 종식의 유인이 적으면서 전쟁이 향후 3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민간 군사회사 바그너그룹의 창업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돈바스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돈바스를 넘어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려면 3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1년간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돈을 투입한 서방 일각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은 무리라는 현실론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한국과 북한처럼 분단하는 ‘한반도 모델’도 거론된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6일 현지 매체에 “서방 또한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할해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현지에서 만난 시민 세르게이 쿠툴루펜코 씨는 “분단을 원하진 않지만 평화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분단도 고려해 볼 것”이라며 “동부를 되찾더라도 옛 소련을 그리워하는 친러 주민을 몰아내기도 어렵다”는 현실론을 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세계 각국 ‘인구절벽 탈출’ 해법은 미혼 남녀 매칭부터 동거 커플의 가족 인정까지 세계 주요 국가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15년간 155조 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 ‘세계 꼴찌’를 면치 못하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대목이 있는지 살펴봤다.》#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부동의 출산율 1위 이스라엘은 난임 또는 불임 여성의 치료 비용이나 대리출산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2. 1980년대부터 저출산 정책을 펴온 싱가포르는 정부가 직접 미혼 남녀의 만남을 돕는 온라인 사이트 SDN(Social Development Network)을 운영하며 결혼을 장려하고 있다.‘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한국·1971년)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중국·1979년)…. 인구 억제를 위한 이 같은 정부 구호는 이제 주요국에서는 역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됐다. 세계 1위의 ‘인구대국’으로서 위용을 과시하던 중국에서는 인구 감소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낮은 출산율 등으로 군인이 부족해 지난해 말 예비군 30만 명을 긴급 징집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중앙·지방정부 할 것 없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고, 10년 넘게 15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신생아 울음소리는 계속 잦아들고 있다. 인구가 국력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지만 세계 주요국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나라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인구를 불리려 애쓰고 있다. 아동수당 지급, 육아휴직 확대는 기본이고 자녀 수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거나 미혼 부모 혜택을 늘리는 등 갖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인구 증가가 절체절명의 국가 목표로 등장한 세상을 들여다봤다.●인도에 ‘1위 인구대국’ 내주는 中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해 7월 펴낸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14억4850만 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기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은 2016년 1.7명에서 5년 만인 2021년 1.15명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다. 인구가 줄면서 경제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발표한 ‘중국 경제 전망 연간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 생산성 증가 둔화 같은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며 “경제성장률이 올해 5.2%에서 매년 낮아져 2027년 4% 미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아이를 낳는 것은 가족 일이자 국가 일’이라는 기사를 관영 매체 런민일보가 해외판에 실은 것이 2018년 8월이다.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는 의미다. 5년 전,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현상의 심각성을 깨달은 중국 정부는 이후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자 최근에는 그동안 금지하던 미혼모 자녀 출생신고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인구 8300만 명인 쓰촨성 정부는 15일부터 아이를 낳은 미혼 부모의 출생신고를 허용하고 육아휴직, 의료 보장 등 기존 부부와 동등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1979년 시작된 ‘1가구 1자녀’ 산아 제한 정책도 완전히 폐지해 쓰촨성 주민은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사회가 더 포용적인 인구 정책을 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반면 세계 2위 인구대국 인도(14억660만 명)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합계출산율이 2.0명으로, 중국(1.15명)에 비해서 70% 이상 많다. 유엔은 인도가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증가세는 경제 성장세와 같이 간다. IMF가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6.1%로 중국보다 높다.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6위인 인도가 이런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2030년 일본 독일을 누르고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다양한 가족’ 인정과 육아휴직이 핵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의회 개회식에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힐 만큼 일본의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6월 발표될 저출산 대책에는 젊은이를 위한 과감한 주택 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집권 자민당 정책조정회장은 “공영주택과 민간 빈집을 활용한 주택 거주 우선권을 육아에 전념해야 할 세대에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젊은 육아 가구에 임대주택 수당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녀 수만큼 세금을 깎아주는 ‘N분(分) N승(承)’ 방식 세금 감면 제도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1946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시작한 이 제도는 가족 합산소득을 가족 수만큼 나눠 과세표준을 정하고 다시 가족 수만큼 곱해 세금을 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작을수록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녀가 많으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국가 의제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명까지 떨어진 것이 계기였다. 1994년 일본 정부는 보육·육아 기본 정책 ‘에인절 플랜’을 발표해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남성의 가사 분담을 장려하며 탁아시설 및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적극 활용을 모색했다.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 1.73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이 2010년 2명대로 회복했다. 프랑스 출산장려책의 핵심은 직접 지원이다. 1980년대 세 자녀 이상 가정에 가족수당을 직접 지원한 이후 현재는 자녀가 둘 이상인 집은 아이들이 20세 되는 해까지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 인구 2명 중 1명은 가족수당을 받는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랑스는 1999년부터 동거 가구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결혼하지 않아도 소득세와 부채, 사회보장 급여, 휴가 등에서 결혼 가족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스웨덴은 가족 중심 출산 정책과 일·육아 병행 제도 활성화를 통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1974년 세계 최초로 여성과 남성 모두 6개월간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스웨덴은 현재 480일까지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390일간은 월급의 약 80%를 정부에서 받는다. 유급 육아휴직 480일 중 90일은 반드시 아빠가 사용해야 한다. 사용하지 않으면 90일은 그냥 사라진다. 육아휴직 제도와 같이 도입된 VAB(Vard av barn·아픈 아이 돌보기) 제도는 만 12세 이하 아이가 아프면 부모 중 누구나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한다. 아이 한 명당 한 해 60∼120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 월급의 약 80%까지는 정부가 지급한다.●韓, 저출산 대책에 155조 원 투입했지만… 한국도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대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다. 2000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1.48명으로 일본(1.37명)보다 높았지만 이후 급속히 하락해 2018년에는 1명 밑으로 내려간 0.98명이었다. 2019년 세계은행 조사 결과 세계 200개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꼴찌였고 2021년 0.81명, 지난해 2분기(4∼6월) 0.75명으로 더 떨어졌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한국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 기록을 또 경신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훨씬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대책에 모두 155조6000여억 원을 투입했다. 5년 단위 예산 규모도 8조9000억 원(2006∼2010년)에서 28조 원(2011∼2015년), 118조7000억 원(2016∼2020년)으로 점점 커졌다. 하지만 신생아 수는 2000년 64만 명에서 2021년 26만 명으로 60% 급락했다. 한국은 신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며 2021년 인구 감소 국가가 됐다. 예산정책처는 “(10년간 쓰인 155조 원 내에는) 저출산 대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이 있고, 관련 없는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된 경우가 있었다”며 “사업이 연도별로 달라져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양육·보육 지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기조 아래 1월부터 부모급여를 신설해 만 1세 미만 아기를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 원, 만 1세 가정에는 월 3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024년에는 각각 100만 원, 50만 원으로 올린다. 현재 1년인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1년 6개월로 늘릴 방침이다.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을 통합 운영해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고, 아이돌봄 서비스도 제공 시간과 대상 가구를 늘린다. 다만 현금 지원이 만 0, 1세에 편중되는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권의 관심도 저조하다.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국면에서 부위원장이던 나경원 전 의원이 해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구이지만 설립 이후 저출산위로 정치권과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린 최초의 계기였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2050년 경제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 72.1%인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50년 51.1%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15.7%에서 40.1%로 늘어난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韓 아이 키우기, 어떤 선진국보다 비싸” 해외에서는 높은 집값 및 사교육비,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여성 ‘독박 육아’ 부담을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 전 세계 출산율 꼴찌인 한국을 다룬 기사에서 한국 가정의 평균 자녀 교육비는 연간 약 840만 원으로 “한국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그 어떤 선진국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 인구 절반이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 자유를 우선시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은 직장인 대신 전업주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부으면서도 혼외 출산에는 부정적인 한국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2021년 “한국 사회 구조상 여성에게 결혼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프랑스 미국 스웨덴처럼 비혼(非婚)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프랑스 혼외 출산율은 1994년 37.2%에서 2021년 62.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 혼외 출산율은 2.9%로 OECD 최저 수준이다. 페이니언 첸 미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한부모 가정이 직면하는 사회,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를 상징하는 안네 프랑크처럼 나치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다른 유대인 소녀 이야기가 러시아 추상미술 거장 바실리 칸딘스키 작품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 시간) 7세 때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고 2년 6개월간 보모 집에 숨어 산 유대인 소녀 돌리(사진) 이야기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칸딘스키 작품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Ⅱ’(1910년)가 오른다. 칸딘스키 작품 역대 최고가인 3500만 파운드(약 533억 원)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작품은 한때 돌리 조부모가 소장했던 것이다. 독일에 사는 유대인으로 성공한 섬유 사업가였던 돌리 조부모는 에드바르 뭉크,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100점 넘게 수집했다. 칸딘스키 작품은 포츠담 조부모 집 식탁 옆에 걸려 있었다. 돌리가 태어나고 조부가 세상을 떠난 1935년 나치는 본격적으로 유대인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돌리 할머니는 유명 작품들을 넘기면 해외 망명을 보장하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작품을 모두 빼앗겼고 결국 1943년 돌리 부모와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 가 숨졌다. 가족이 나치에 끌려가기 직전 보모였던 아나에게 맡겨진 돌리는 나치 점령 중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나의 집에서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아나는 돌리에게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다. 누군가 집에 오면 돌리는 마룻장 밑이나 싱크대 아래 찬장에 몸을 숨겼다. 아나의 집은 안네 프랑크가 1942년부터 1944년 잡혀갈 때까지 숨어 살던 집에서 3k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돌리는 1945년 5월 암스테르담이 해방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을 버텼다. BBC는 돌리가 70대 후반에 숨졌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잃어버린 작품들을 되찾으려 애쓰던 돌리 친척들은 2013년 ‘교회가 있는 무르나우 Ⅱ’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한 박물관이 1951년부터 소장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작품 뒷면에 돌리 할아버지 필체의 ‘Landschaft’(풍경)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이후 갖은 노력 끝에 돌리 후손들은 작품 소유권을 되찾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6일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3일 만에 사망자가 1만9300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1만8500명 사망)보다 많은 숫자다. 부상자도 거의 7만 명에 다다랐다.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구조된 5세 소녀의 소식도 들려왔지만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지나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현지 시간 9일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만9332명이다. 몇 시간 만에 사망자가 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는 튀르키예 내 사망자가 1만6170명까지 늘어났고 시리아에서도 최소 3162명이 숨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두 곳의 부상자를 합치면 최소 6만8000명으로 7만 명에 육박한다. 서방 국가와 국제 단체는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총성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까지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구조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지역까지 닿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공항과 항만을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로, 다리 등도 무너져 남동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호물품은 차치하고 구조대원들의 이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희망의 불씨가 희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도 커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만 명 넘는 목숨이 희생될 확률도 14%나 된다고 예측했다. 국제 구조 전문가 데이비드 루이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어떤 생존자는 지진 발생 20여 일 후에도 발견되지만 이는 온도, 식수, 음식량, 갇힌 방식 등 조건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앙인 가지안테프 등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은 한밤중에 발생해 안전한 곳을 찾을 시간도 없었기에, 건물 붕괴 당시 운 좋게 위층이나 지붕으로부터 지켜줄 빈 공간이 있었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에 따르면 유엔은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후 5~7일 차에 수색 및 구조 시도를 중단한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는 “생필품은 물론이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모자란다. 얼마 뒤면 시신을 적절히 수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며 간곡하게 지원을 호소했다고 BBC는 전했다.디야르바크르=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이 아시아, 유럽, 남미 등 세계 5개 대륙 최소 40개국에 임무를 수행한 사실을 미 정보당국이 파악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 (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본도 지난해 1월 소속 불명의 정찰풍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정찰풍선 제조 및 운영에 관여한 중국 기업과 기관 등을 제재할 뜻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서면으로 중국 정찰풍선이 최소 40개국에서 활동한 사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해당 풍선의 성능을 확인한 결과 풍선은 정보 감시용이었으며, 기상 관측용 풍선에 탑재된 장비와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정찰풍선에는 통신 관련 기록을 수집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다수의 안테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해당 정찰풍선을 만든 제조한 기업이 인민해방군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제재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기업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미 CNN은 중국 정찰풍산이 최소 24개 임무를 수행한 사실을 미 정보당국이 파악했다고 8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찰풍선이 행한 24개 임무 중 6건은 미국을 대상으로 했다. 나머지 18건은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이뤄진 정찰 활동이라는 의미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 또한 8일 기자회견에서 “정찰풍선이 중남미,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유럽 등에서 활동했다”며 “중국의 정찰 자산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풍선 크기, 기능이 다양하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찰풍선) 프로그램의 영향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전 세계 동맹 및 파트너와 접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에서도 풍선이 발견됐느냐’는 질문에는 “동맹 및 파트너와 비공개로 소통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난해 1월 규슈(九州) 서쪽 공해 상공에서 소속 불명의 풍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일본 정부가 2020년과 2021년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확인됐다고 언급한 비행물체와는 별개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마쓰노 장관은 이어 “일본 상공에서 목격된 비행물체에 대해 이번 미국 사안과의 관련성도 포함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풍선이 중국 정찰풍선인지 확인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찰풍선의 활동 범위가 전 세계로 드러난 만큼 미국 정부는 세계 40여 개국의 해외 공관과 해외 주재 미 외교관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며 동맹 규합에 나섰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현지 시간) 사망자가 5100명을 넘었다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이날도 진앙에서 가까운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계속된 데다 무너진 건물 수천 채의 잔해에 깔린 사람이 아직도 많아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비상관리국은 전날 새벽 발생한 강진으로 이날 현지 시간 오후 4시 반(한국 시간 오후 10시 반) 기준 튀르키예에서 3549명, 시리아에서 1622명 등 모두 517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루 새 사망자가 3배로 늘어난 것이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2만1103명, 시리아에서 3649명으로 집계됐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무너진 건물이 많은 데다 눈비 같은 악천후까지 겹쳐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7일 오전 기준 건물 5775동이 붕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여진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11분 튀르키예 동부에서 규모 5.7 지진이 발생하는 등 첫 지진 이후 약 30시간 동안 규모 6.0을 넘는 지진 4차례를 비롯해 규모 4.0 이상 여진이 130차례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 폭증 가능성을 우려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6일 AFP통신에 “지진 발생 일주일간 사상자가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망자가 8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집계된 사망자는 약 2600명으로 8배로까지 늘어난다면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에 따른 경제난과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이번 대지진으로 더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7층 건물 10초만에 붕괴 영상 올라생존자들은 추위-여진 공포에 떨어2200년 된 가지안테프 古城도 훼손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두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카두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의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총 130여 차례의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샨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아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꺼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 하타이에 사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100년 된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센 비가 내렸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렸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7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진 피해를 심하게 입은 남동부 10개 지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적어도 8000명이 구조됐으며 5만3000여 명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이스탄불=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신이시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튀르키예(터키)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를 직격으로 받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6일(현지 시간) 가족과 함께 겨우 탈출한 무함마드 하이 카도르 씨는 이렇게 되뇌었다. 카도르 씨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축구장 크기의 건물 일대가 전멸했다. 주위는 사람들의 울음소리 뿐이었다”며 “(내전) 공습 당시 같은 피 냄새가 났다”고 전했다. 이들리브주 한 의사는 “50구 넘는 시신이 병원 복도에 쌓였다. 대부분 아이들이었다”면서 “계속해서 또 다른 시신이 들어왔다”고 NYT에 밝혔다. 규모 7.8, 7.5의 강진과 7일까지 이어진 도합 130차례 여진은 건물들을 순식간에 무너트렸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진앙인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에서 동쪽으로 약 140㎞ 떨어진 샤르우르파주 할릴리예 7층 건물이 굉음과 함께 10초 만에 붕괴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부 말라티야에서는 현장 생중계를 하던 튀르키예 방송 취재진 너머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송출됐다. 일부에서는 여진으로 건물 일부가 내려앉아 구조하던 사람들을 덮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지진이 부른 정전과 영하 5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잇단 여진 때문에 컴컴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대다수는 두터운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거나 신발조차 없었다. 6일 밤 튀르키예 피해 지역 곳곳에서는 무너진 건물 목재로 피운 모닥불 주위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여 몸을 녹이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거나 장비가 부족해 수색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에 사는 남성은 7일 “어머니가 어제부터 24시간째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아침에 구조대가 온다고 했지만 소식도 없다. (구조) 시스템이 열악하다”며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튀르키예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 거리는 잔해에 묻힌 가족 친지 이름들을 부르는 울부짖음과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정전은 물론이고 전화나 인터넷 연결도 수시로 끊어졌다. 도심 도로는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지인과 친척들을 구하려고 들어오는 차량으로 마비됐다고 한다. 하타이에 거주하는 안바울 안디옥교회 목사는 “(3층짜리) 교회 건물 2, 3층이 무너졌다”며 “거세게 비가 왔지만 여진이 두려워 동 틀 때까지 교회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화재도 다수 훼손됐다. 가지안테프 랜드마크인 2200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도 성벽과 망루 등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800년 가까이 온전하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시리아 알레포 성채도 일부 훼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6일부터 일주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또 피해 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13일까지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튀르키예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Mt(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지진이 대도시 인근에서 발생했고 곳곳에서 여진이 끊이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 대원이 여진을 우려해 건물 진입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진이 최소 수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구조 속도도 더디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 또한 악천후로 운항이 상당수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이 지역은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어서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도로가 끊기고 단전과 단수도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속 지원에 나섰다. 이탈리아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리라고 밝혔다.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모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갇혔다. 현재 상황은 재앙이다.”‘화이트 헬멧’으로 불리는 시리아 민병대 관계자가 6일 영국 가디언에 전한 지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다. 이날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현지 시간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기준 최소 1797명이 숨지고 74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진이 오전 4시대에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대피 기회를 놓쳤고, 시리아에서는 2011년부터 계속된 내전의 여파로 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다. 폭우, 폭설, 강풍 등 현지의 기상 악화 또한 구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상자들이 각 병원 응급실로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현지 의료체계 또한 붕괴 직전이라고 알자지라 등이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후 건물 잔해에 깔린 가족을 찾기 위해 울부짖는 주민, 완전히 파괴된 도심의 영상 등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32개 규모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 등에 따르며 이날 오전 4시 17분 약 210만 명이 거주하는 남동부 가지안테프에서 약 33km 떨어진 곳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수십 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중부에서도 규모 7.7의 여진이 발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규모 7.8 지진의 위력은 TNT 500메가톤에 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32개와 맞먹는 규모다. 84년 전인 1939년에도 튀르키예 북부 에르진잔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3만 명 이상이 숨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1000명~1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확률을 31%로 추산했다.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34%로 내다봤다. 진원 깊이(17.9㎞)가 얕고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대도시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가지안테프는 제조업, 농업, 가죽공예 등이 발달한 곳이라 튀르키예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구조도 원활하지 않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에서 피해 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악천후로 대부분 운행이 취소됐다. 특히 가지안테프에는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크게 떨어져 살아남은 사람들도 추위에 떨고 있다. ● 내전에 지진까지 덮친 시리아 시리아 당국, 현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도 최소 467명이 숨지고 67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가디언은 반군이 대부분 장악했지만 정부군과의 교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이들리브가 주요 피해 지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레포, 하마 등 반군이 장악한 도시는 원래도 의료시설이 열악한 데다 주민 대부분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와중에 지진으로 주요 도로가 끊기고 수도, 전기, 생필품 등의 수급도 어려워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헬멧 측은 “안전한 대피소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정부군은 더 이상의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 공습을 보류해달라고 촉구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댐의 균열, 홍수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와 비교적 가까운 유럽 주요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남부 해안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철회했다. 다만 해안가 주민들에게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당국의 추가 공지를 기다라고 밝혔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