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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숙박할인 쿠폰 100만 장을 잡아라!’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겐 여행숙박 할인혜택을 주고, 위기에 빠진 관광업계엔 비성수기 여행수요 증대로 업계 회복을 지원하는 ‘ESG와 함께하는 2022 대한민국 숙박대전’이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7일 오전 10시부터 국내 숙박 할인쿠폰 발급을 개시한다. 발급될 쿠폰 수량은 총 100만 장으로, 숙박비가 7만 원 이하면 2만 원 권, 초과하면 3만 원 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할인 적용 시설은 호텔, 콘도, 리조트, 펜션, 농어촌민박, 모텔 등 국내 숙박시설이며, 미등록 숙박시설과 대실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발급 기간은 5월 8일까지이나 선착순으로 100만 장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된다. 쿠폰은 1인당 1회 받을 수 있으며, 사업에 참여하는 총 49개 온라인여행사를 통해 발급된다. 쿠폰을 받으려면 매일 유효시간인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쿠폰 발급과 함께 숙박 예약과 결제를 해야 한다. 시간 내 예약과 결제를 안 했거나 예약을 취소하면 발급된 쿠폰은 자동 소멸되며 쿠폰 수량이 남아 있을 경우 다음 유효시간에 재발급 받을 수 있다. 한편 공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ESG 가치 확산을 위한 친환경·상생·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연계 프로모션을 추진한다. 특히 오는 6월 산불 피해지역 조기회복을 위해 숙박대전 참여 온라인여행사와 함께 특집관 운영, 추가 할인혜택 제공 등 ‘산불피해지역 특별 지원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특별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대한민국 숙박대전 지역편’을 추진, 코로나 대유행 후 본격적인 지역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추가 할인쿠폰, 카드사 할인, 경품이벤트, 레저체험 특가, 렌터카 할인 등 숙박대전과 연계한 여행업계의 다양한 추가혜택도 준비돼 있으며 쿠폰 사용방법, 발급채널 등 자세한 사항은 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내 숙박할인쿠폰 안내페이지(ktostay.visitkorea.or.kr)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따라 재개된 숙박대전 성과 분석 결과, 동 사업으로 78만여 명에게 숙박 할인혜택을 제공됐으며 숙박매출액 944억 원, 여행소비액 3108억 원, 판매금액 대비 생산유발효과 1920억 원, 소득유발효과 505억 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로운 국내여행 계획을 세운 관광객이 90만 명에 달하는 등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신규여행수요 창출을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 마정민 국민여행지원팀장은 “본 프로모션이 산불피해지역 및 국내 여행업계의 조기회복을 지원하고 국내여행을 통해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이 재충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동백꽃을 만난다. 집집마다 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고, 동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유서 깊은 동백나무 정원과 순례길만 찾아다니는 ‘카멜리아 루트’ 여행도 인기 있다. 가톨릭에서는 동백꽃을 순교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겨울에 붉게 피어나고, 한창 꽃이 아름다울 때 자기 목을 쳐내듯이 통꽃으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이다. 눈 위에 흐트러진 낙화는 진한 핏빛 순교를 연상케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판소리와 오페라가 결합된 ‘판페라’를 개척하며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온 명창 오지윤(57) 다음달 7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공연 제목은 ‘오지윤과 함께 하는 판페라 힐링콘서트-삶의 소리’. 기존 판소리 공연을 뛰어넘어 판소리 명창과 성악가, 국악기와 클래식 60인조 모스틀리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콜라보를 이루는 새로운 판페라 장르를 선보인다. 콘서트에는 ‘판페라단’ 단장을 맡고 있는 오지윤 명창을 비롯해 특별게스트로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김희정과 ‘조선 판스타’ 결승 진출했던 박성우, 판소리명창 허애선, 양은희,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콘서트는 문화예술전문채널 아르떼TV로 중계될 예정이다. 콘서트 관계자는 “판페라 공연은 우리의 뛰어난 판소리가 세계 무대에서 한류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고, 동양과 서양의 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오지윤 명창은 제2회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을 수상했으며,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오 명창은 판소리 눈대목(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대목)을 오페라의 아리아처럼 편곡해 부르는 ‘판페라(판소리+오페라)’ 장르를 만들어 판소리의 현대화, 세계화를 위한 공연을 펼쳐왔다. 오지윤 단장은 “우리의 깊고 울림있는 소리를 매개로 지역간, 세대간 벽을 허물고 나아가 세계가 하나가 됨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도 따듯한 위로를 드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요르단 페트라의 와디 아라바 사막 한가운데에는 약 2000년 전에 지어진 로마 시대 원형극장이 남아 있다. 계곡의 바위를 깎아 만든 이 극장의 수용 인원은 무려 8500명. 나바테아인이 이집트와 아라비아의 교차로에 건설한 페트라가 엄청나게 큰 사막의 대상(隊商) 도시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극장은 마이크 없이도 무대에서 말하는 소리가 객석 끝까지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최고의 음향 효과를 자랑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맞은 새 봄. 해외여행의 빗장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다시 배낭에 조개껍데기를 매달고 걷는 발걸음이 생겨나고 있다. 하루에 8유로(약 1만원)면 잘 수 있는 공공 순례객 숙소(알베르게)도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여행지다. 코로나 전인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은 한국인은 5665명으로 전세계 9위, 아시아 1위다. 일본(25위), 중국(28위)에 비해 월등히 많다.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길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 여행자가 많다. 들꽃이 피어나는 산티아고 순례길‘땡~땡~땡~’스페인 북서부 산 속 고갯길. 하얀 눈이 수북히 쌓인 ‘산타마리아레알 오 세브레이로’ 성당의 종소리가 고즈넉하게 울렸다. 담벼락 근처에 심어진 호랑가시나무의 뾰족뾰족한 이파리와 빨간 ‘사랑의 열매’ 위에도 흰눈이 쌓여 크리스마스 엽서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 곳은 중세시대 사제가 미사를 드리던 도중 성배에 담긴 포도주가 실제 피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기적의 성배 앞에 한국어로도 비치돼 있는 ‘순례자를 위한 축복 기도’를 읽어본다. 마지막 구절이 특히 마음에 다가온다.‘행복하세요. 그리도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세요.’성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Camino)은 전 유럽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독일 등 다양한 지점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이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향해 걸어오는 지도는 조개 무늬를 닮았다. 조개처럼 한쪽 끝을 중심으로 부채꼴모양으로 길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총 연장 800km나 되는 프랑스길(Camino Frances)은 가장 인기가 높은 순례길이다. 프랑스 생장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길이다. 2018년 산티아고순례길을 걷는 연간 30만여 명의 순례객 중 60%가량이 프랑스길을 걸었다. 그러나 순례길은 100km 이상만 도보로 걷거나, 200km 이상을 자전거로 걸으면 순례 인정증을 주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1주일~열흘 정도 코스를 걷기도 한다. 프랑스길의 경우 산티아고에서 약 100km 남짓 떨어진 사리아 또는 세브레이로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발 1300m 고지대인 세브레이로 마을에는 아직도 눈이 내렸다. 산티아고순례길은 워낙 다양한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요즘엔 사계절의 날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봄꽃이 한창이다. 카미노(순례길) 주변에는 우리나라 개나리꽃처럼 노란 ‘또쇼(Toxo)’가 가득 피어 있다. 병아리의 솜털처럼 동글동글한 ‘미모사’가 숲을 이루고 있고, 땅 위로 솟아오른 수선화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꾸벅 절을 한다. 자목련, 백합, 철쭉까지 봄꽃이 한꺼번에 피어난다.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동백이었다. 대서양 해변을 걷는 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 루트는 요즘 그야말로 ‘동백꽃필 무렵’이다. 동백꽃은 18세기 말 일본과 중국에서 포르투갈 선원에 의해 이베리아 반도로 들여왔다고 한다. 갈리시아 지방의 리아스식 해안지역은 습기가 높고, 온화한 날씨, 비옥한 토질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동백나무 밀집 지역이 됐다. 스페인 프로축구팀 ‘셀타 비고’로 유명한 항구도시 비고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 독일 여행객은 “갈리시아 북부 코루냐에서 남부 폰테베드라까지 관통하는 12개의 동백꽃 정원을 찾아가는 ‘카멜리아 루트(Camelia Route)’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폰테베드라의 동백나무 정원 ‘파소 데 루비아네스(Paso de Rubianes)’는 중세시대 귀족의 대저택이다. 유칼립투스 나무가 우거진 정원에는 800여 그루의 다양한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분홍색, 붉은색, 흰색 등 다양한 동백꽃이 꽃잎채 뚝뚝 떨어져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 여수, 제주 등 남해안 풍경만큼 멋지다. 갈리시아의 도심 곳곳에는 동백나무가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어 밤에도 활짝 피어난다. 다시 문여는 알베르게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님의 제자인 사도 야고보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참수당했던 순교자 야고보의 주검은 제자들에 의해 배에 실려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해안에 도착했다고 한다. 서기 813년 경 별빛이 비추는 곳에 가보니 그의 무덤이 발견됐다고 한다. 콤포스텔라는 ‘별빛(Stella)이 비추는 들판(Campos)’이라는 뜻이다. “누군가 자신의 길을 발견했을 때, 잘못된 시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용기가 필요하다. 실망, 실패, 의기소침은 신이 길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들이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의 책 ‘순례자’에서도 밤하늘에 선명하게 흐르는 은하수는 주인공이 콤포스텔라까지 이르는 길을 안내해준다. 코엘료의 책 외에도 수많은 국내외 저자들의 답사기는 21세기에도 종교와 관계없이 현대적인 사색과 명상의 길로 손꼽히게 했다. 스페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순례객 중 1위는 회사원(25.85%), 2위 학생 (17.92%), 3위는 퇴직자(13.06%)였고, 연령대로도 30대 이상이 73%나 차지한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멀리 동쪽 끝에서 온 한국인들이 특히 이 길을 많이 걷는 것에 대해 스페인 사람들도 놀라워한다. 그러나 코로나가 휩쓴 지난 2년. 산티아고순례길을 찾는 사람은 2018년 총 32만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17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산티아고순례길의 모든 공립 순례객 숙소(알베르게)가 폐쇄됐었다. 지난 10일 포르투갈 루트의 레돈델라에 있는 알베르게를 찾았다. 지난해 7월부터 알베르게는 3분의1 수준으로만 제한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순례객은 스페인 국내인들로만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스페인의 모든 ‘거리제한’이 풀려 42명 정원인 침대를 제한없이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순례객이 10명이 채 안된다. 이 숙소의 호스피탈레라(관리인)인 소니아 씨는 “각국에서 자가격리 여행규제가 풀리면서 4월 부활절부터 예전처럼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갈리시아의 독특한 풍경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 갈리시아의 수도다. 모든 순례길이 모여드는 갈리시아를 걷다보면 끊임없이 만나는 상징물들이 있다. 먼저 교차로에 서 있는 돌로 만든 십자가 ‘크루세이로(Cruseiro)’다. 갈리시아 전역에만 1만2000여 개나 서 있는 돌십자가는 여행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십자가의 앞뒤에는 예수, 성모마리아, 아담과 이브, 성 야고보, 아시시의 프란시스코 성인 등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마을 앞에 마치 석등이나 장승처럼 서 있는 돌십자가는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순례길 임을 문득문득 일깨워준다. 시골 마을 집 앞마다 세워져 있는 직사각형의 자그마한 창고도 갈리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옥수수나 감자 등을 저장하는 창고인 ‘호레오(Horreo)’다. 지붕 위 양쪽에 십자가 장식 때문에 언뜻 보면 무덤 같아 보이기도 한다. 신에게 드리는 추수감사와 보호를 기원하는 창고다. 호레오 밑이 돌기둥 받침으로 바닥에서 떠 있는 이유는 습기와 곡식을 훔쳐먹는 야생동물을 막기위한 장치다. 호레오는 집집마다 크기와 색깔이 다른 데, 교회나 수도원, 부유한 집 앞에는 커다란 호레오가 있어 굴뚝 크기와 함께 집의 살림살이 규모를 파악하게 해준다고 한다. 순례길에서는 푸른색 바탕에 노란색 가리비 조개껍데기, 화살표가 가야할 방향과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조개가 순례길의 상징이 된 이유는 산티아고의 유해가 스페인 해안에 도착했을 때 조개껍데기에 싸여 있었다는 전설 때문이다. 그런데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처럼 조개가 새로운 탄생과 부활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순례길 가이드 세르히오 씨는 “어린아이 세례식도 조개모양의 그릇 위에서 행해지는데, 조개는 새로 태어나는 삶을 의미한다”며 “조개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카미노(순례길)를 상징하는 알레고리”라고 해석했다. 프랑스길 사모스의 베네딕트 수도원 인근에는 순례자의 발을 치유해주는 높이 27m의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자라고 있다. 500살 가량 된 이 나무는 두 사람이 마주 안아야 손이 닿을 정도로 두껍다. 안내문에는 “순례자가 이 나무를 안고 가면,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발이 아프지 않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 만난 패트릭 씨(32·독일)는 지난 2월11일에 출발해서 3월8일까지 약 620km를 걸어왔다고 한다. 하루에 25~30km 씩 걸어온 셈이다. 레스토랑 셰프로 일했다는 그는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 2년 동안 이 길을 걷는 것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프랑스길을 걷다가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가까워지면 언덕 위에 올라가면 저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의 첨탑과 종탑의 실루엣이 보이는 지점이 있다.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 기쁨의 언덕이란 뜻이다. 언덕 위에는 두 명의 순례자 동상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에는 도착한 순례자들로 북적인다. 자전거를 타고 온 순례자,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건 반려견과 함께 걸어온 사람도 보인다. 산티아고 대성당 지하에는 은으로 도금한 사도 야고보의 무덤을 볼 수 있다. 대성당에 들어갈 때 이용하는 ‘자비의 성문(聖門·Porta Sancta)’은 ‘성 야고보 희년(禧年)’에만 열리는 문이다. 원래 2021년에만 열려야 하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교황청의 특별허가로 올해까지 열린다고 한다. 산티아고대성당에서는 매일 낮 12시에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열린다. 미사 때에는 사제가 순례자의 이름과 국적을 직접 불러주며 기도해준다. 제대 앞에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려져 있는 무게 60kg, 높이 1.6m에 이르는 대향로(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상징이다. 중세시대 수많은 순례자들이 24시간 성당의 회랑에서 머물렀는데, 고약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수시로 대향로의 줄을 잡아당겨 향을 뿜어댔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법순례자는 여권인 ‘크레덴시알 데 페레그리노(Credencial de Peregrino)’를 발급받아야 한다. 순례길의 주요 지점에서 도장을 받아 방문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마지막 도장은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자 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다. 90% 이상은 도보로 순례를 마치지만, 말을 타고 중세시대의 왕과 기사들처럼 순례길을 종주하는 사람도 있고, 요트를 타고 대서양에 있는 17곳의 항구를 통과한 후 걸어서 산티아고콤포스텔라로 들어오기도 한다. 숙소는 2층 침대에서 잘 수 있는 저렴한 공공 숙박시설(1만원대)인 알베르게에서 숙박할 수 있으며, 호텔도 많다. 그 중에서도 최고급 호텔(4~5성급)인 ‘파라도르’는 경치가 뛰어난 장소나 중세시대 고성, 왕궁, 예배당, 수도원, 현대적 건물, 자연환경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시설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국영으로 운영하는 호텔이다. 스페인에서는 100개 이상의 파라도르가 운영되고 있는데, 일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기도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는 산티아고대성당 앞에 중세시대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5성급 ‘로스 레예스 카톨리코스 호스텔’이 있다. 포르투갈 루트에 있는 바이요나 항구의 장엄한 요새를 개조해 만든 ‘파라도르 데 바이요나’는 최고의 바다전망을 즐길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맞은 새봄. 해외여행의 빗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다시 배낭에 조개껍데기를 매단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생겨나고 있다. 하루에 8유로(약 1만 원)면 잘 수 있는 공공 순례객 숙소(알베르게)도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스페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순례길 완주 공식 인증을 받은 사람 중 한국인은 전 세계 9위, 아시아 1위다.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 여행자가 많다.》○ 들꽃이 피어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땡∼땡∼땡∼.’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주 해발 1300m 산속 고갯길. 3월인데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산타마리아 레알 오세브레이로’ 성당의 종소리가 고즈넉하게 울렸다. 담벼락 근처에 심어진 호랑가시나무의 뾰족뾰족한 이파리와 빨간 ‘사랑의 열매’ 위에도 흰눈이 쌓여 크리스마스 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 성당은 중세시대 사제가 미사를 드리던 도중 성배에 담긴 포도주가 실제 피로 변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기적의 성배 앞에 한국어로도 비치돼 있는 ‘순례자를 위한 축복 기도’를 읽어본다. 마지막 구절이 특히 마음에 다가온다. ‘행복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하세요.’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카미노)은 전 유럽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포르투갈, 영국 등 다양한 지점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이 이베리아반도 서쪽 끝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걸어오는 지도는 조개 무늬를 닮았다. 총연장 800km나 되는 프랑스길은 가장 인기가 높은 순례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연간 30만여 명의 순례객 중 60%가량이 프랑스길을 걷는다. 프랑스 생장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길이다. 그러나 순례길은 100km 이상만 도보로 걷거나, 200km 이상을 자전거로 완주하면 순례 인정증을 주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1주일∼열흘 정도 코스를 걷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과 들, 바다 등 워낙 다양한 지역을 지나가기 때문에 흰눈부터 소나기까지 사계절 날씨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요즘 길가에는 봄꽃이 한창이다. 카미노 주변에는 개나리꽃처럼 노란 ‘또쇼(Toxo·톡소)’와 솜털처럼 동글동글한 ‘미모사’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수선화는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자목련, 백합, 철쭉까지 순서 없이 피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동백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모여드는 갈리시아 지방은 요즘 그야말로 ‘동백꽃 필 무렵’이다. 동백나무가 아예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을 정도다. 동백꽃은 18세기 말 일본과 중국에서 포르투갈 선원이 이베리아반도로 들여왔다고 한다. 폰테베드라에 있는 중세시대 귀족의 대저택인 ‘파소 데 루비아네스(Paso de Rubianes)’의 정원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와 8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아일랜드 여행객은 “갈리시아 북부 코루냐에서 남부 폰테베드라까지 관통하는 12개의 동백꽃 정원을 찾아가는 ‘카멜리아 루트(Camelia Route)’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문 여는 알베르게 콤포스텔라는 ‘별빛(Stella)이 비추는 들판(Campos)’이라는 뜻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참수당했던 순교자 야고보의 주검은 제자들에 의해 배에 실려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의 해안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잊혀져 있던 무덤은 서기 813년경 별빛이 비춰 사람들에게 다시 발견됐다고 한다. 요즘에도 밤하늘에 선명하게 빛나는 은하수는 순례자들의 여정과 함께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비롯해 수많은 현대의 산티아고 순례길 답사기는 종교와 관계없이 사색과 명상의 길로 유명하게 했다. 스페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순례객 중 1위는 회사원(25.85%), 2위는 학생(17.92%), 3위는 퇴직자(13.06%)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든 공립 순례객 숙소(알베르게)가 폐쇄됐었다. 10일 찾아간 레돈델라의 알베르게는 코로나 이전에는 4∼9월 모든 침대가 꽉 찼던 유명한 숙소. 올해 1월부터 스페인의 모든 ‘거리제한’ 규제가 풀렸지만 42명 정원 중 하루 손님은 5∼10명에 불과하다. 이 숙소의 호스피탈레라(관리인)인 소니아 씨는 “각국에서 여행 규제가 풀리면서 다음 달 부활절 휴가 이후부터는 예년처럼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갈리시아의 독특한 풍경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과 들판, 강과 바다를 끝없이 지나간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독특한 상징물은 갈리시아 지방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먼저 성당이나 교차로, 다리 앞에 서 있는 돌로 만든 십자가 ‘크루세이로(Cruseiro)’다. 갈리시아 전역에만 1만2000여 개나 세워져 있는 크루세이로는 여행자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시골 마을 집 앞마다 세워져 있는 십자가가 달린 자그마한 창고도 이 지역의 명물이다. 옥수수나 감자 등을 저장하는 창고인 ‘오레오(Horreo)’다. 순례길에서는 푸른색 바탕에 노란색 가리비 조개껍데기와 화살표가 길을 알려준다. 야고보의 유해가 스페인 해안에 도착했을 때 조개껍데기에 싸여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순례길 가이드 세르히오 씨는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가 조개 위에서 태어난 것처럼, 조개는 새로운 탄생과 부활을 뜻한다”며 “조개껍데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순례자를 상징하는 알레고리”라고 설명했다. 프랑스길 사모스의 베네딕트 수도원 인근에는 순례자의 발을 치유해 주는 사이프러스 나무(높이 27m)가 자라고 있다. 수령 500년가량 된 이 나무는 두 사람이 마주 안아야 할 정도로 굵직했다. 안내문에는 “순례자가 이 나무를 안고 가면,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발이 아프지 않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 만난 파트리크 씨(32·독일)는 2월 11일에 출발해서 3월 8일까지 약 620km를 걸어 왔다고 한다. 하루 25∼30km씩 걸은 셈이다.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길을 걸으며 내가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에는 도착한 순례자들로 북적인다. 자전거를 타고 온 순례자,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건 반려견과 함께 걸어온 사람도 보였다. 대성당 지하에 있는 사도 야고보의 무덤과 제대 앞에 매달려 있는 무게 60kg, 높이 1.6m에 이르는 대향로는 산티아고 대성당의 상징이다. ○ 순례 방법산티아고길 순례자는 여권인 ‘크레덴시알 데 페레그리노(Credencial de Peregrino)’를 발급받아야 한다. 숙소는 저렴한 알베르게가 있지만, 곳곳에 호텔도 많다. 특히 성당, 수도원, 왕궁, 성채 등 역사적 유적지를 활용한 국영 ‘파라도르 호텔’은 멋진 뷰와 럭셔리한 시설, 미식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산티아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독일 수도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브란덴부르크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광장에는 물결치는 파도처럼 2700개의 콘크리트 조각이 놓여 있었다. 200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미국 건축가 피터 아이젠먼이 설계한 ‘유대인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다. ‘콘크리트 무덤’을 걷다 보면 돌덩이가 어느새 사람 키보다도 커져 강제수용소에 갇힌 듯한 음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지하에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 하류에 있는 도시로 독일의 교통과 경제의 중심지다. 현재는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세계 10대 금융기관 중 9곳이 이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뢰머광장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이 대관식 이후 연회를 열었던 장소로 지금도 박람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뢰머광장은 앙증맞은 뾰족지붕 목조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동화 같은 풍광에 친밀감이 전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잘 지어놓은 건물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건축과 공간의 힘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색다른 체험을 한다. 종교건축도 마찬가지다. 깊은 산 속의 사찰이나 유럽의 대성당에서는 종교와 관계없이 명상을 하며 위로와 안식을 얻고, 치유의 힘을 얻기도 한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왕릉이 있는 경기 화성은 한때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됐던 과거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축과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여행지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모여드는 남양성모성지계곡의 끝에 우뚝 솟은 거대한 두 개의 기둥. 10만 평 규모의 화성 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부터 멀리 보이는 대성당은 순례자의 발걸음을 끌어들인다. 숲과 돌, 조각품이 어우러진 산책길에는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서 있는 한국적 성모자(聖母子) 상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붉은 벽돌에 화강암 줄무늬. 고딕성당처럼 우뚝 솟은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펑퍼짐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52m의 원통형 타워는 ‘빛의 기둥’이다. 타워를 비스듬히 잘라낸 천장의 유리창 격자를 통과해 내려온 빛은 제대 벽면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무늬를 그려 넣는다. 여름의 하지 때는 그림자가 기다란 천사의 날개처럼 정확히 바닥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1886년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60만 장의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서울 강남 교보타워와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79)의 작품이다. 르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의 종교건축에서처럼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건축에서도 빛은 핵심 요소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충격을 던져주는 것은 ‘21세기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91)의 십자고상과 성화(聖畵)다. 십자가에 매달린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일반적인 예수상과 달리, 두 눈을 뜨고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예수상을 보며 사람들은 낯설고 충격적인 인상을 받는다. 십자가 뒤에서 거꾸로 박은 날카로운 못은 손과 발을 뚫고 나와 45도가량 하늘로 솟아 있다. 이상각 주임신부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못이 아니라 빛이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천장에 줄로 매달려 있는 ‘최후의 만찬’과 천사가 성모마리아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를 그린 성화는 신기하게도 뒷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청바지 같은 현대인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주인공들을 그린 ‘최후의 만찬’ 뒤편으로 돌아가면, 예수와 제자들의 뒷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누군가 나를 배신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에 제자들이 수군대며 서로 손가락질하는 순간의 소란스러움과 쓸쓸한 예수의 뒷모습이 큰 울림을 준다. ‘수태고지’ 그림의 뒷면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모습도 그려져 있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건축에서 또 하나의 놀라움은 바로 ‘소리’다. 성당의 천장과 벽을 둘러싸고 있는 이중의 벽은 막혀 있지 않고 뚫려 있다. 그 사이를 단풍나무 패널이 촘촘히 에워싸고 있다. 마치 거대한 오디오 스피커나 악기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유럽의 성당의 기원은 동굴이었다. 사방이 막힌 동굴에서 공명되는 음악은 울림이 좋지만, 사람의 목소리 발음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보타가 지은 대성당은 충분한 울림과 명확한 소리 전달이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어 오케스트라, 실내악, 오페라, 대중가요 공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대성당의 전면 두 기둥 사이에 설치돼 있는 7개의 종도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7개의 종은 각각의 음계가 있어 망치로 두드릴 때마다 멜로디가 생음악으로 연주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종소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파티마의 성모’ 찬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종지기 콰지모도가 밧줄을 당겨 종을 울렸는데,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에서는 작은 망치가 두드리는 7개의 종소리 음악이 화성의 들판으로 조용히 퍼져나간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남양성모성지에는 앞으로도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어가 짓는 명상과 치유의 공간인 ‘티 채플’과 이동준 건축가가 설계한 연극, 영화,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는 ‘평화 문화 나눔센터’, 승효상 건축가의 ‘순교자의 정원’이 들어서고 산책길과 조경도 다듬어질 계획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이나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도 고즈넉한 공간에서 명상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989년부터 남양성모성지 조성 작업을 해온 이상각 신부는 “이곳은 교황청에서 선정한 세계 30곳의 성모성지 중 하나”라며 “지난해 여기서 열린 팬데믹 종식을 위한 로사리오 기도회가 전 세계에 중계됐다”고 말했다. 또 남양성모성지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는 보타가 설계한 기념관과 전망대가 완성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찜질방을 리모델링한 소다미술관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촬영지로 유명한 화성시 안녕동 ‘소다미술관’은 짓다만 불가마 찜질방,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숲과 논두렁에 오랫동안 방치된 콘크리트 벽체는 해가 갈수록 을씨년스러운 우범지대로 변모했다. 그런데 8년 전 이곳이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출신 건축가 권순엽,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팅을 전공한 장동선 씨 부부에 의해 소다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불가마의 내화벽돌은 바닥길이 됐고, 찜질방으로 짓던 콘크리트 벽체는 지붕 없는 야외 전시장(Roofless Gallery)이 됐다. 이곳에서 정원 전시회가 진행되는가 하면, 여름에는 높은 곳에 설치된 파이프에서 물을 비처럼 내리게 하는 ‘스카이 샤워(Sky Shower)’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다. 화성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이 된 소다미술관 내부로 들어가 보면 냉탕, 온탕, 기둥 같은 목욕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남탕이 있던 자리는 살짝 밑으로 꺼져 있는데, 그 아래로 내려가서 벽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2층의 루프톱 전시장이 된 여탕으로 올라가 보면 컨테이너 건물 너머로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은 “원래 이 동네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지로 낙후된 지역이었다”며 “주변이 재개발되고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 문화적으로 지역이 환하게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융릉과 건릉, 혜경궁 베이커리융건릉은 뒤주에 갇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정조의 화려한 행차의 목적지였다. 사도세자로 알려져 있는 추존왕 장조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헌경의황후)가 모셔져 있는 융릉, 정조와 효의왕후가 합장돼 있는 건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근에는 왕릉을 지키는 용주사(龍珠寺)가 있다. 용주사 입구에는 왕릉 입구에나 있는 홍살문이 있어 엄숙함을 더하고, 용주사 대웅전 뒤편에 있는 호성전에는 사도세자와 정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혜경궁베이커리(화성시 정남면 보통내길)는 3층짜리 대형 한옥 건물에서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다. 본관 1층에서 빵과 커피를 주문한 후 정자, 화빈관, 수빈관, 놀이터, 산책로 등 넓은 야외 공간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야경도 아름답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잘 지어놓은 건물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건축과 공간의 힘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색다른 체험을 한다. 종교건축도 마찬가지다. 깊은 산속의 사찰이나 유럽의 대성당에서는 종교와 관계없이 명상을 하며 위로와 안식을 얻고, 치유의 힘을 얻기도 한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왕릉이 있는 경기 화성은 한때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 됐던 과거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축과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여행지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모여드는 남양성모성지 계곡의 끝에 우뚝 솟은 거대한 두 개의 기둥. 10만 평 규모의 화성 남양성모성지 입구에서부터 멀리 보이는 대성당은 순례자의 발걸음을 끌어들인다. 숲과 돌, 조각품이 어우러진 산책길에는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서 있는 한국적 성모자(聖母子)상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붉은 벽돌에 화강암 줄무늬. 고딕성당처럼 우뚝 솟은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펑퍼짐하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52m의 원통형 타워는 ‘빛의 기둥’이다. 타워를 비스듬히 잘라낸 천장의 유리창 격자를 통과해 내려온 빛은 제대 벽면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무늬를 그려 넣는다. 여름의 하지 때는 그림자가 기다란 천사의 날개처럼 정확히 바닥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60만 장의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서울 강남 교보타워와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79)의 작품이다. 르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의 종교건축에서처럼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의 건축에서도 빛은 핵심 요소다. 대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충격을 던져주는 것은 ‘21세기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91)의 십자고상과 성화(聖畵)다. 십자가에 매달린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일반적인 예수상과 달리, 두 눈을 뜨고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예수상을 보며 사람들은 낯설고 충격적인 인상을 받는다. 십자가 뒤에서 거꾸로 박은 날카로운 못은 손과 발을 뚫고 나와 45도가량 하늘로 솟아 있다. 이상각 주임신부는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못이 아니라 빛이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천장에 줄로 매달려 있는 ‘최후의 만찬’과 천사가 성모 마리아의 잉태를 알리는 ‘수태고지’를 그린 성화는 신기하게도 뒷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청바지 같은 현대인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주인공들을 그린 ‘최후의 만찬’ 뒤편으로 돌아가면, 예수와 제자들의 뒷모습까지 그려져 있다. “누군가 나를 배신할 것”이라는 예수의 말에 제자들이 수군대며 서로 손가락질하는 순간의 소란스러움과 쓸쓸한 예수의 뒷모습이 큰 울림을 준다. ‘수태고지’ 그림의 뒷면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모습도 그려져 있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건축에서 또 하나의 놀라움은 바로 ‘소리’다. 성당의 천장과 벽을 둘러싸고 있는 이중의 벽은 막혀 있지 않고 뚫려 있다. 그 사이를 단풍나무 패널이 촘촘히 에워싸고 있다. 마치 거대한 오디오 스피커나 악기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유럽의 성당의 기원은 동굴이었다. 사방이 막힌 동굴에서 공명되는 음악은 울림이 좋지만, 사람의 목소리 발음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보타가 지은 대성당은 충분한 울림과 명확한 소리 전달이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어 오케스트라, 실내악, 오페라, 대중가요 공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대성당의 전면 두 기둥 사이에 있는 7개의 종도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7개의 종은 각각의 음계가 있어 망치로 두드릴 때마다 멜로디가 생음악으로 연주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종소리가 연주하는 음악은 ‘파티마의 성모’ 찬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종지기 콰지모도가 밧줄을 당겨 종을 울렸는데,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에서는 작은 망치가 두드리는 7개의 종소리 음악이 화성의 들판으로 조용히 퍼져나간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남양성모성지에는 앞으로도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어가 짓는 명상과 치유의 공간인 ‘티 채플’과 이동준 건축가가 설계한 연극, 영화,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는 ‘평화 문화 나눔센터’, 승효상 건축가의 ‘순교자의 정원’이 들어서고 산책길과 조경도 다듬어질 계획이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이나 전 세계에서 온 순례객들도 고즈넉한 공간에서 명상과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989년부터 남양성모성지 조성 작업을 해온 이상각 신부는 “이곳은 교황청에서 선정한 세계 30곳의 성모성지 중 하나”라며 “지난해 여기서 열린 팬데믹 종식을 위한 로사리오 기도회가 전 세계에 중계됐다”고 말했다. 또 남양성모성지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에는 보타가 설계한 기념관과 전망대가 완성돼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 찜질방 리모델링한 소다미술관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촬영지로 유명한 화성시 안녕동 ‘소다미술관’은 짓다 만 불가마 찜질방,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숲과 논두렁에 오랫동안 방치된 콘크리트 벽체는 해가 갈수록 을씨년스러운 우범지대로 변모했다. 그런데 8년 전 이곳이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출신 건축가 권순엽, 미국에서 디자인 컨설팅을 전공한 장동선 씨 부부에 의해 소다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불가마의 내화벽돌은 바닥길이 됐고, 찜질방으로 짓던 콘크리트 벽체는 지붕 없는 야외 전시장(Roofless Gallery)이 됐다. 이곳에서 정원 전시회가 진행되는가 하면, 여름에는 높은 곳에 설치된 파이프에서 물을 비처럼 내리게 하는 ‘스카이 샤워(Sky Shower)’가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다. 화성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이 된 소다미술관 내부로 들어가 보면 냉탕, 온탕, 기둥 같은 목욕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남탕이 있던 자리는 살짝 밑으로 꺼져 있는데, 그 아래로 내려가서 벽에 설치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2층의 루프톱 전시장이 된 여탕으로 올라가 보면 컨테이너 건물 너머로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다미술관 장동선 관장은 “원래 이 동네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지로 낙후된 지역이었다”며 “주변이 재개발되고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 문화적으로 지역이 환하게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 융릉과 건릉, 혜경궁베이커리 융건릉은 뒤주에 갇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정조의 화려한 행차의 목적지였다. 사도세자로 알려져 있는 추존왕 장조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헌경 왕후)가 모셔져 있는 융릉, 정조와 효의 왕후가 합장돼 있는 건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근에는 왕릉을 지키는 용주사(龍珠寺)가 있다. 용주사 입구에는 왕릉 입구에나 있는 홍살문이 있어 엄숙함을 더하고, 용주사 대웅전 뒤편에 있는 호성전에는 사도세자와 정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혜경궁베이커리(화성시 정남면 보통내길)는 3층짜리 대형 한옥 건물에서 빵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다. 본관 1층에서 빵과 커피를 주문한 후 정자, 화빈관, 수빈관, 놀이터, 산책로 등 넓은 야외 공간의 자리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야경도 아름답다. 화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론알프 지역의 안시는 알프스산맥과 호수가 조화를 이룬 호젓한 풍경이 아름답다. 중세 석조건물과 운하가 어우러진 구시가는 ‘프랑스의 베네치아’라 불린다. 운하 중앙에는 배 모양의 석조건물 ‘섬의 궁전’이 있다. 12세기 이후로 행정관청, 법원청사, 조폐국, 감옥, 박물관으로 사용돼 왔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평창에 고배를 마셨지만 아웃도어 밀레, 주방기구 테팔 등이 탄생한 저력 있는 도시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갑지만 구리는 따뜻한 것 같아요.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거든요. 구리는 그런 면에서 다른 금속들보다 훨씬 인간적이죠.” 구리 파이프와 철사 등을 활용해 소나무 등을 조각,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온 이길래 작가가 10일부터 4월7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 BK 이태원’에서 개인전 ‘Re-Vitality’을 갖는다. 이 작가의 ‘소나무 조형물’ 앞에 서면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까칠한 나무의 질감과 형태를 비롯 실제 소나무를 쏙 빼닮은 형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마치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 속 소나무를 무생(無生)의 동(銅) 파이프를 이용해 철필 드로잉을 하듯이 정교하게 재현해낸다. 자연의 벌집 같은 형상을 작업에 녹여내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유기체적 생명력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는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 단위로 생각하여 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자르고 용접 작업을 통해 높이 2m에서 크게는 3m에 이르는, 전체적인 소나무 형태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 위에 세심한 붓터치를 더해 나무 표피의 중첩된 거친 마티에르까지 묘사한다. 소나무 표피는 동파이프로, 솔잎은 구리 철사로 만든다. 이 작가는 “자유분방한 형태를 지닌 소나무는 여러 가지 색감, 세월의 풍화를 머금고 있는 듯한 표피 껍질 등 많은 조형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소나무 한 그루의 형태에서 자연 생태의 모든 작품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하 전시장과 지상 3개 층까지 총 4개의 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는 벽과 바닥, 천장까지 입체적으로 활용된다. 작가가 땀과 불꽃을 주고 받으며 용접을 통해 빚어낸 소나무와 바위의 울퉁불퉁한 생명의 기운과 아우라가 전시장 곳곳에 묵직하게 뿜어져 나온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2020년 초 화재로 문을 닫았던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이 2년간의 리뉴얼을 끝내고 1월 말 새롭게 개장했다.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민영 호텔이다. 1955년 문을 연 서양식 여관인 ‘금수장’이 모태(母胎)다. 1965년 호텔 이름을 앰배서더호텔로 바꿨다. 이후 여러 차례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2008년 413실 규모의 특1급 호텔로 탄생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대형 아트월 ‘금강의 빛’ 작품이다. 겸재 정선이 72세 때인 1747년에 그린 ‘금강내산(金剛內山)’을 바탕으로 10분 8초 동안 금강산의 사계절 변화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봄이 와서 나비가 날고, 가을 풍악산에는 단발령과 금강내산이 케이블카로 연결된다. 겨울 개골산 설경에는 도시 야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림 속 금강산의 산세 곳곳에는 금수장 여관부터 앰배서더호텔그룹의 역사가 담긴 호텔들이 깨알처럼 숨어 있다. 화재를 계기로 뼈대만 남기고 모든 시설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객실을 269개로 줄이는 대신 49개의 레지던스 객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19층에 남산과 북한산, 북악산 등 서울 시내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연회장도 새롭게 꾸며졌다. 피트니스센터, 실내수영장을 고급화하고, 특히 4층에 포토존이 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을 신설해 젊은층을 불러들이고 있다. 신라호텔에서 42년 동안 근무하며 ‘불도장의 원조’로 불리는 허우더주(侯德竹) 마스터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호빈’ 등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레스토랑도 눈길을 끈다. 서정호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69·사진)은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프랑스 계열 호텔체인 아코르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앰배서더아코르 호텔 체인은 현재 국내에서 25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최근 장충동에서 서 회장을 만났다.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화재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2년간을 뒤돌아본다면…. “전화위복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만 보면 이 기회에 뼈대만 남기고, 모든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룹 내 다른 호텔들까지 생각하면 무척 힘든 시기였다.” ―리모델링 콘셉트는…. “호텔은 이제 잠자고 먹는 곳만은 아니다. MZ세대들은 호텔에서 나만의 체험을 하기를 원한다. 휴식하고, 즐기고, 재밌게 놀고, 웰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세련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반복되는 팬데믹 속에서도 호텔업의 지속성을 위해 레지던스 객실을 늘렸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됨에 따라 호텔에서도 5세대(5G), 6세대(6G) 초고속 인터넷을 갖춘 친환경 스마트시스템을 갖췄다.” ―앰배서더 호텔 이름은 어떤 뜻인가.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일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려왔다. 당시 금수장을 운영했던 아버님이 ‘한국을 홍보하는 민간대사’라는 뜻에서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현재 해외 호텔업 관계자들 이야기로는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된 2년간 패션, 음식, 영화(기생충), 드라마(오징어게임), 케이팝 등 문화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점을 한국 사람들만 모른다고 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에 오고 싶었던 해외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호텔과 관광업계가 본격 준비해야 할 시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020년 연초에 화재로 문을 닫았던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이 2년간의 리뉴얼을 끝내고 지난 1월 말 새롭게 개장했다. 67년 역사를 가진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민영호텔이다. 1955년 문을 연 서양식 여관인 ‘금수장’이 모태다. 1965년 호텔 이름을 앰배서더호텔로 바꿨으며, 이후 여러 차례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2008년 413실 규모의 특1급 호텔(5성급)로 탄생했다. 새 단장한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대형 아트월 ‘금강의 빛’ 작품이다. 겸재 정선이 72세 때인 1747년에 그린 ‘금강내산(金剛內山)’을 바탕으로 10분8초 동안 금강산의 사계절의 변화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봄이 와서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여름의 봉래산과 가을의 풍악산에는 단발령과 금강내산이 케이블카로 연결되고, 겨울의 개골산의 설경에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림 속을 잘 살펴보면 금강산의 산세 곳곳에 금수장부터 앰배서더 호텔그룹의 역사가 담긴 호텔들이 깨알처럼 숨어 있다. 화재를 계기로 뼈대만 남기고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앰배서더서울풀만은 객실을 269개로 줄이는 대신 49개의 레지던스 객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19층에 남산과 북한산, 북악산 등 서울시내의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는 연회장도 새롭게 꾸며졌다.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실내수영장을 고급화하고, 특히 4층에 포토존이 될 수 있는 야외수영장을 신설해 젊은층과 가족단위 투숙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신라호텔에서 42년 근무하며 ‘불도장의 원조’로 불리는 후덕죽(侯德竹) 마스터 셰프가 운영하는 중식당 ‘호빈’ 등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레스토랑도 눈길을 끈다. 서정호(69) 앰배서더호텔그룹 회장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프랑스 계열 호텔체인 아코르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앰배서더 아코르 호텔 체인은 현재 국내에서 23개 호텔을 운영 중이다. 다음은 최근 장충동에서 만난 그와의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화재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2년간을 뒤돌아 본다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문을 닫고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 호텔만 보면 이 기회에 뼈대만 남기고, 모든 시스템을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그룹 내의 17개 직영호텔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호텔들까지 생각하면 무척 힘든 시기였다.”―리모델링의 컨셉은. “더 이상 호텔은 잠만 자고, 먹는 곳이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사례에서 보듯이 MZ세대들은 호텔에서 나만의 색다른 체험을 하기를 원한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호텔은 양극화됐다. 해외에서 온 손님이 없으니 비즈니스호텔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5성급 호텔은 더욱 호황을 누렸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호텔은 휴식하고, 즐기고, 재밌게 놀고, 웰니스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호텔의 개념을 젊은층에 맞춰 새롭게 리포지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호텔에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됨에 따라 업무공간으로서의 호텔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5G, 6G 초고속 인터넷을 갖춘 친환경 스마트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객실에서 리모컨이 필요없이 내가 가진 휴대폰만으로 TV, 커튼, 전등 등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전체 객실 중에 30% 가량을 레지던스 객실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반복되는 팬데믹 속에서 관광호텔만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텔의 개념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객실 상품도 다변화를 해야한다.” ―앰배서더 호텔 이름은 어떤 뜻인가. “아버지가 6.25전쟁이 끝나고 1955년 장충동 언덕에 서양식 여관인 금수장을 처음으로 열었다. 그런데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한일간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일본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려왔다. 당시 금수장을 운영했던 아버님이 ‘한국을 홍보하는 민간대사’라는 뜻에서 앰배서더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당시 민간이 갖고 있는 큰 호텔은 앰배서더가 유일했다. 앰배서더가 가장 크고, 역사도 오래됐다. 조선호텔, 반도호텔, 워커힐호텔은 전부 정부나 관광공사가 갖고 있는 호텔이었는데, 나중에 삼성(신세계), 롯데, SK 등 재벌그룹의 손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께서 ‘앰버서더 호텔’ 이름을 알리려고 공항의 택시운전 기사들을 모시고 대접하면서 홍보했던 에피소드도 기억이 난다. ‘앰배서더 호텔’이란 이름을 외우기 어려워하자 ‘안비싸다 호텔’로 기억하도록 선전했다. 택시기사들의 입소문을 활용한 놀라운 홍보 마케팅 기업이었다.” ―프랑스 체인인 아코르 그룹과 35년간 협력하면서 성장해왔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호텔 체인들이 어마어마하게 국내로 입성했다. 미국의 유명 글로벌 브랜드 호텔 체인은 국내 재벌그룹의 호텔들이 전부 제휴했다. 앰배서더도 해외 호텔체인을 찾던 중에 프랑스의 아코르 그룹을 만났다. 1977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만난 두 명의 설립자가 미국의 홀리데이인의 성공을 보고, 프랑스 파리 근교에 노보텔이란 브랜드를 처음 만든게 아코르 호텔체인의 시작이었다. 1987년부터 앰버서더호텔과 아코르그룹은 장충동 소피텔, 강남 노보텔부터 시작해 35년 넘도록 함께 성장해왔다. 아코르그룹은 제일 후발주자였지만 유럽 최대의 호텔체인이 됐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5대 호텔체인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미국의 호텔체인이 대부분인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유럽 호텔체인과 손을 잡았다.” ―향후 호텔업의 전망은. “해외 호텔업 관계자들 이야기로는 코로나19로 여행이 중단된 2년 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패션, 음식, 영화(기생충), 드라마(오징어게임), K팝(BTS) 등으로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는데, 해외에 나가보지 않은 한국인들만 모르는 현실이다. 현재도 해외에서 한국음식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한류를 간접 체험하는 열풍이 대단한데, 코로나가 끝나면 한국에 오고 싶었던 해외 관광객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호텔과 관광업계가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할 시기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런던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타워브리지’. 1894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지어진 다리로, 대형 선박이 지나갈 때 도개교가 들어 올려진다. 2019년에는 타워브리지 앞 보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상영됐다. 런던아시아영화제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벤트. 영화 속 괴물이 나타났던 한강과 다리를 대신할 수 있는 런던의 장소에서 상영돼 호응이 컸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의 끝자락. 설악산 깊은 숲 속엔 아직도 흰 눈과 얼음이 덮여 있다.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렴동 계곡이 펼쳐진다. 흰 눈 위로는 따스한 햇살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고,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는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늦추위에 계곡의 얼음은 쩌렁쩌렁 갈라지지만, 봄이 오는 소리는 막을 수 없다. 백담사 입구 인제 용대리 마을 황태 덕장에는 매서운 바람 속에서 황태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오세암 만경대 백담사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潭)이 100개가 있는 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은 수렴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수많은 담과 소,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수렴동 계곡은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과 더불어 대표적인 설악의 계곡이다. ‘수렴(水簾)’은 ‘물로 된 발’이라는 뜻으로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산이 한번 돌면 물도 한번 구비치고, 돌은 기묘함을 보여준다. 물은 수렴이 되기도 하고, 뿜어내는 폭포가 되기도 하며, 누워서 흐르는 폭포가 되기도 한다.” (홍태유 ‘내재집’·1730년) 조선 중기의 문신 홍태유(1672~1715)는 ‘유설악기(遊雪嶽記)’에서 “금강산의 명성은 중국까지 퍼졌으나 설악산의 승경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적으니, 산 가운데 은자”라고 했다. 그는 특히 수렴동 계곡의 폭포가 발처럼 흘러내리고, 뿜어내기도 하고, 누워서 흐르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노래했다. 겨울의 수렴동 계곡에도 얼어붙은 물살의 무늬와 모양은 그대로였다. 수렴동 계곡길을 따라 걸은지 6km.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五歲庵)이 나타난다. 1444년 매월당 김시습이 사육신의 죽음을 목격한 뒤 머리깎고 출가했던 암자다. 오세암의 대웅전에는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어 이 절의 이름은 원래 관음암이었다. 그런데 대웅전 뒤편에 ‘동자전(童子殿)’이라는 자그마한 건물이 눈에 띄어 들어가본다. 문을 여니 밤톨처럼 파리라니 깎은 머리가 예쁜 동자가 모셔져 있다. 동자의 뒤편에 있는 나한들도 모두 올망졸망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이라 귀엽기 그지 없다. 오세암 설화에 따르면 스님이 다섯 살짜리 동자를 데려다 절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추운 겨울에 장터에 갔다가 큰 눈이 내린 바람에 절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스님은 이듬해 봄이 돼서야 눈이 녹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혼자 굶어 죽었을 줄 알았던 동자가 대웅전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목탁을 치고 있었다는 것. 소년은 엄마라고 생각한 관음보살이 밥을 해주고, 자신을 돌봐주었다고 한다. 오세암 이야기는 정채봉 시인에 의해 성불한 소년 길손이와 눈 먼 누나 감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오세암 바로 옆 봉우리인 만경대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소청봉, 중청봉 등 설악산의 웅장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를 보듯, 흰 눈이 쌓이 봉우리와 골짜기가 병풍처럼 첩첩이 쌓여 있다. ● 겨울의 맛, 황태 산행을 마친 후 백담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황태 덕장’으로 유명한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마을이 나온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만나는 용대리 삼거리는 겨울 내내 고개를 넘어온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이다. 용대리 삼거리엔 인공폭포가 얼어붙어 있는 매바위가 있어 빙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황태 마을 뒷산에는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쌩쌩 돌아가고 있고, 수백만 마리의 황태를 나무에 걸어 말리는 덕장들이 즐비하다. 국내산 황태의 70% 이상을 건조하는 용대리 황태마을은 주민 80%가 황태 덕장과 판매점, 황태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12월말부터 3월 중순까지 한 겨울 용대리 덕장에서 말려지는 황태는 4000만 마리 수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한 마리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명태는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밤새 얼었다가, 영상으로 올라가는 낮에 녹는 것을 반복하면서 통통하게 부풀면서 포슬포슬한 황금색 속살과 향을 갖는 황태로 변신한다. “명태는 춥지 않은 속초와 같은 동해안 바닷가에서 말리면 붉은 색을 띠고 딱딱한 ‘북어’가 됩니다. 동결건조 기계를 이용해서 사흘만에 말리면 호프집에서 안주로 즐겨 먹는 ‘먹태’가 되지요. 황태로 해장국을 끓이면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기계로 말린 먹태로는 해장국을 끓일 수가 없습니다.” 진부령 덕장 대표 최종국 씨(53)는 “맛좋은 황태를 말리려면 공기가 맑고,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가 커야 한다”며 “용대리는 ‘풍대리’라고 불릴 정도로 바람이 무지무지하게 불고, 다른 곳엔 비가 와도 여긴 눈이 올 정도로 항상 춤기 때문에 황태를 말리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60년 전통의 진부령 덕장은 그의 아버지 최귀철 씨(82)가 용대리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작한 황태 덕장이다. 그의 덕장에는 올해도 150만 마리의 황태가 걸려 겨울 바람에 잘 말려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원래 용대리에서 겨울에 얼음을 만들어 속초 어시장 냉동창고에 파는 얼음공장을 했었어요. 그런데 6.25 전쟁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의 권유로 황태 덕장을 시작했다고 해요. 북한에서 황태를 말리셨던 분인데 속초에서 말려도 그 맛이 안나고 하다가, 진부령 고개를 넘어서 용대리에서 황태 말리기 좋은 곳을 발견하셨던거죠.” 최귀철 씨는 처음에는 동해안에서 잡힌 생태를 가져다 용대리 개울가에 담궈 꽁꽁 얼렸다가,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파내 지게로 날라서 덕장에서 말렸다고 한다. 지금은 냉동상태로 온 러시아산 명태를 곧바로 덕장에 거는 것에 비해 엄청난 수고를 해야하는 작업이었다. 3월 초까지 말린 황태는 섭씨 10도 가량의 저온창고에 보관돼 1년 내내 판매를 한다. 가공공장에서 배를 갈라 포를 뜨고, 채를 뜯고, 뼈를 발라내 고품질의 황태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명태는 정말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명태를 처음에 배를 가르면 창란(내장), 명란(알)으로 젓을 담고, 서거리(아가미)는 깍두기를 담습니다. 머리는 머리대로, 뼈는 뼈대로 팔려 국물내기용이나 찜으로 먹습니다. 콜라겐 덩어리로 유명한 껍데기는 ‘황태 껍질 부각’으로 만들어져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내피하고 지느러미까지 갈아서 애완견 사료로 활용됩니다.” 용대리 황태길에는 황태덕장과 황태판매점, 식당이 즐비하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겨울철 수백만 마리의 황태가 걸려 있는 덕장은 인증샷 촬영지로도 인기다. 인근 황태요리 전문점에서 정식 메뉴를 시키면 다양한 황태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황태구이, 더덕구이는 물론 황태해장국, 황태껍질 무침, 황태채 볶음, 각종 산나물까지 정갈한 솜씨로 만든 15가지 반찬이 함께 나온다. 부흥식당 주인 이필자 씨는 “황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양념을 발라서 만드는 황태구이”라며 “황태가 덜 말랐을 때 코다리로도 먹는데, 용대리 코다리는 시중의 코다리와 맛이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의 끝자락. 설악산 깊은 숲속엔 아직도 흰 눈과 얼음이 덮여 있다.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서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렴동 계곡이 펼쳐진다. 흰 눈 위로는 따스한 햇살에 비친 나무 그림자가 드리우고,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는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린다. 늦추위에 계곡의 얼음은 쩌렁쩌렁 갈라지지만, 봄이 오는 소리는 막을 수 없다. 백담사 입구 인제 용대리 마을 황태 덕장에는 매서운 바람 속에서 황태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오세암 만경대 백담사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潭·연못)이 100개가 있는 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은 수렴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수많은 담과 소,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수렴동 계곡은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과 더불어 대표적인 설악의 계곡이다. ‘수렴(水簾)’은 ‘물로 된 발’이라는 뜻으로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산이 한번 돌면 물도 한번 구비치고, 돌은 기묘함을 보여준다. 물은 수렴이 되기도 하고, 뿜어내는 폭포가 되기도 하며, 누워서 흐르는 폭포가 되기도 한다.”(홍태유 ‘내재집’ 1730년) 조선 중기의 문신 홍태유(1672∼1715)는 ‘유설악기(遊雪嶽記)’에서 “금강산의 명성은 중국까지 퍼졌으나 설악산의 승경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아는 사람이 적으니, 산 가운데 은자”라고 했다. 그는 특히 수렴동 계곡의 폭포가 발처럼 흘러내리고, 뿜어내기도 하고, 누워서 흐르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노래했다. 겨울의 수렴동 계곡에도 얼어붙은 물살의 무늬와 모양은 그대로였다. 수렴동 계곡길을 따라 걸은 지 6km. 영시암을 거쳐 오세암(五歲庵)이 나타난다. 1444년 매월당 김시습이 사육신의 죽음을 목격한 뒤 머리 깎고 출가했던 암자다. 오세암의 대웅전에는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어 이 절의 이름은 원래 관음암이었다. 그런데 대웅전 뒤편에 ‘동자전(童子殿)’이라는 자그마한 건물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본다. 문을 여니 밤톨처럼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예쁜 동자가 모셔져 있다. 동자의 뒤편에 있는 나한들도 모두 올망졸망한 어린아이들의 모습이라 귀엽기 그지없다. 오세암 설화에 따르면 스님이 다섯 살짜리 동자를 데려다 절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추운 겨울에 장터에 갔다가 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절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스님은 이듬해 봄이 돼서야 눈이 녹아 돌아올 수 있었는데, 혼자 굶어 죽었을 줄 알았던 동자가 대웅전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우며 목탁을 치고 있었다는 것. 소년은 엄마라고 생각한 관음보살이 밥을 해주고, 자신을 돌봐주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세암 이야기는 정채봉 시인에 의해 성불한 소년 길손이와 눈먼 누나 감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오세암 바로 옆 봉우리인 만경대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소청봉, 중청봉 등 설악산의 웅장한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를 보듯, 흰 눈이 쌓인 봉우리와 골짜기가 병풍처럼 첩첩이 싸여 있다. ○겨울의 맛, 황태 산행을 마친 후 백담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마을이 나온다. 진부령과 미시령이 만나는 용대리 삼거리는 겨우내 고개를 넘어온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이다. 용대리 삼거리엔 인공폭포가 얼어붙어 있는 매바위가 있어 빙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황태마을 뒷산에는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쌩쌩 돌아가고 있고, 수백만 마리의 황태를 나무에 걸어 말리는 덕장들이 즐비하다. 국내산 황태의 70% 이상을 건조하는 용대리 황태마을은 주민 80%가 황태덕장과 판매점, 황태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12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한겨울 용대리 덕장에서 말려지는 황태는 4000여만 마리 수준.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이 한 마리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명태는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밤새 얼었다가, 영상으로 올라가는 낮에 녹는 것을 반복하면서 통통하게 부풀면서 포슬포슬한 황금색 속살과 향을 갖는 황태로 변신한다. “명태는 춥지 않은 속초와 같은 동해안 바닷가에서 말리면 붉은색을 띠고 딱딱한 ‘북어’가 됩니다. 동결건조 기계를 이용해서 사흘 만에 말리면 호프집에서 안주로 즐겨 먹는 ‘먹태’가 되지요. 황태로 해장국을 끓이면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기계로 말린 먹태로는 해장국을 끓일 수가 없습니다.” 진부령 덕장 대표 최종국 씨(53)는 “맛좋은 황태를 말리려면 공기가 맑고,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가 커야 한다”며 “용대리는 ‘풍대리’라고 불릴 정도로 바람이 무지무지하게 불고, 다른 곳엔 비가 와도 여긴 눈이 올 정도로 항상 춥기 때문에 황태를 말리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60년 전통의 진부령 덕장은 그의 아버지 최귀철 씨(82)가 용대리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황태 덕장이다. 그의 덕장에는 올해도 150만 마리의 황태가 걸려 겨울바람에 잘 말려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원래 용대리에서 겨울에 얼음을 만들어 속초 어시장 냉동창고에 파는 얼음공장을 했었어요. 그런데 6·25전쟁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의 권유로 황태덕장을 시작했다고 해요. 북한에서 황태를 말리셨던 분인데 속초에서 말려도 그 맛이 안 나고 하다가, 진부령 고개를 넘어서 용대리에서 황태 말리기 좋은 곳을 발견하셨던 거죠.” 최귀철 씨는 처음에는 동해안에서 잡힌 생태를 가져다 용대리 개울가에 담가 꽁꽁 얼렸다가,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파내 지게로 날라서 덕장에서 말렸다고 한다. 요즘 냉동상태로 온 러시아산 명태를 곧바로 덕장에 거는 것에 비해 엄청난 수고를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3월 초까지 말린 황태는 섭씨 10도가량의 저온창고에 보관돼 1년 내내 판매를 한다. 가공공장에서 배를 갈라 포를 뜨고, 채를 뜯고, 뼈를 발라내 고품질의 황태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명태는 정말 하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처음에 명태 배를 가르면 창난(내장), 명란(알)으로 젓을 담고, 서거리(아가미)는 깍두기를 담급니다. 머리는 머리대로, 뼈는 뼈대로 팔려 국물내기용이나 찜으로 먹습니다. 콜라겐 덩어리로 유명한 껍질은 ‘황태 껍질 부각’으로 만들어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내피하고 지느러미까지 갈아서 반려견 사료로 활용됩니다.” 용대리 황태길에는 황태덕장과 황태판매점, 식당이 즐비하다. 설악산을 배경으로 겨울철 수백만 마리의 황태가 걸려 있는 덕장은 인증샷 촬영지로도 인기다. 30년 전통의 황태요리 전문식당인 부흥식당에서 ‘황태더덕구이 정식’(1만2000원)을 시키면 다양한 황태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황태구이, 더덕구이는 물론이고 황태해장국, 황태껍질 무침, 황태채 볶음, 각종 산나물까지 정갈한 솜씨로 만든 15가지 반찬이 함께 나온다. 부흥식당 주인 이필자 씨는 “황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식용유와 들기름을 넣고, 양념을 발라서 만드는 황태구이”라며 “황태가 덜 말랐을 때 코다리로도 먹는데, 용대리 코다리는 시중의 코다리와 맛이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인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겨울철 대화구 인덕션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추운 날씨에 전골류 등 국물 요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화구를 동시에 쓰거나 넓은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기레인지의 인기가 급증한 탓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집콕 문화 확산으로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화구가 넓은 대화구 인덕션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난방 문제와 실외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인덕션 판매량이 증가한다.프리미엄 주방가전기업 ㈜쿠첸이 선보인 ‘3구 인덕션 3.0’(모델명 CIR-O2IH33FLBIA)은 다양한 크기의 용기 사용이 가능해 한국식 요리에 제격이다. 3개 화구 모두 208mm 대화구 인덕션으로 넓은 냄비와 대용량 조리도구 등 다양한 크기의 용기를 사용할 수 있어 여러 가지 요리를 빠른 시간 내에 조리 가능하다.또 최대 3400W 고화력 제품으로 화구마다 총 10단계까지 섬세한 화력 제어가 가능하다. 3구를 동시에 쓸 경우에는 소비자 사용 안전을 위해 제품 스스로 최대 출력범위(3400W) 내에서 화구별 출력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스마트함도 갖췄다.세심한 안전장치도 돋보인다. 쿠첸 ‘3구 인덕션 3.0’은 어린이와 반려동물 오작동 방지를 위해 ‘차일드 락 플러스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을 더욱 높였으며 잔열 표시, 타이머 기능, 출력 제어, 상판열 차단, 화구 자동 꺼짐 등 총 27종의 안전장치를 구현했다.인덕션을 처음 접하는 고객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1¤9단계까지 용기 효율을 알려주는 ‘용기 알림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오른쪽 상단 인덕션 화구에 용기를 올린 뒤 타이머 감소와 터보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1¤9단계로 인덕션 사용 적합도를 알려준다. 숫자가 높을수록 인덕션에 적합한 용기를 의미하며 터치 몇 번이면 간단히 적합도를 확인할 수 있다.쿠첸 관계자는 “쿠첸 ‘3구 인덕션 3.0’은 쿠첸만의 IH 기술력으로 100%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레인지로 IH 발열체 10년 무상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며 “여러 용기를 사용하는 한국 스타일에 최적화된 3구 인덕션으로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최고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쿠첸은 2013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전기레인지인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선보이며 소규모 외산 중심이던 시장을 재편했다. 이후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서울 반포, 논현 등 강남 및 부산 지역 아파트에 본격적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덕션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메이저 건설사와 함께 재개발, 재건축 시장을 겨냥해 빌트인 시장 전기레인지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전기레인지 제조사 중 ‘최초’ 수식어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쿠첸은 지난해에도 B2B 수주 시장에서 확고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에어비앤비는 22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 코리빙 공간을 활용하는 ‘을지로에서 살아보기’ 이벤트를 연다.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코리빙 공간인 ‘크리에이터 타운 을지로’에서 하루 살아볼 수 있도록 추첨을 통해 에어비앤비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다. 이곳에 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의 교류는 물론 로컬 셰프가 요리하는 레스토랑과 카페, 필라테스 수업, 외부 손님과 미팅을 할 수 있는 회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네덜란드 쾨켄호프에서는 매년 3∼5월 세계적인 꽃 축제가 펼쳐진다. 쾨켄호프에서 꽃이 피면 ‘유럽의 봄’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06년 ‘렘브란트’를 시작으로 매해 주제도 있다. 2013년 주제는 영국이었는데 6만 그루의 구근식물로 모양을 낸 빅벤과 타워브리지가 눈길을 끌었다. 3월 24일∼5월 15일 열리는 2022년 쾨켄호프 축제의 주제는 ‘플라워 클래식(Flower Classics)’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