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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방문 하루 전인 6일 일본에 들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시 제기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도쿄(東京)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예방하고 “북한의 납치·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이) 같은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에 일본에 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의 납치·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면밀히 의견을 조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미일 간 입장의 완전한 일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때 일본인 납치 이슈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가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북-미 간 협상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침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며 두 사람이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도 만나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7일 오전 4차 방북을 위해 평양으로 출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NHK에 출연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일정표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납치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해서라도 총력을 기울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2일 개각에서 ‘납치문제 담당상’을 겸직하게 된 그는 “아베 총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제대로 마주 보고 최종적으로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절차를 확실히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3년 중 첫 1년 안에 ‘평생 현역사회’를 만들겠다. 남은 2년 동안엔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 전반에 걸친 개혁을 하겠다.” 지난달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선 뒤 자신에게 주어지는 3년간 할 일을 이렇게 강조했다. “평생 현역인 사람은 연금을 받는 연령을 70세 넘어서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했다. ‘평생 현역사회’란 말은 언뜻 아름답게 들리지만, 일본인들의 반응에서는 체념과 냉소가 묻어나온다. 20여 년 전, 일본 정부가 연금 지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릴 때 제시한 ‘65세 현역사회’의 데자뷔를 느끼기 때문이다. 즉, 평생 현역사회란 연금을 주기가 어려우니 ‘전 국민이 죽을 때까지 일하는 사회’를 뜻한다는 것. 요즘 일본에서는 “모두가 70세까지 일하는 인류 사상 첫 사회가 열린다”거나 “‘노후’라는 개념은 사라질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예측이 떠돈다. 사실 젊은이는 줄고 노인만 늘어나는 인구구조에서 고령자가 ‘부양받는’ 역할에서 세금과 보험료를 내는 현역세대 역할을 해주면 정부로서는 일거양득이다. 일본의 15∼64세의 생산연령 인구는 2018년 7500만 명에서 2040년 약 6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으로서는 ‘일할 수 있다’고 해도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 함정이다. 임금피크제로 한 사람이 회사에서 받는 평생 수입 총액은 60세에 퇴직하던 과거나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인들을 억지로 고용하고 사회보장비를 내줘야 하니 울상이다. 내년 만 60세 생일을 맞는 일본인 지인은 회사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 자신도 인생 계획을 다시 세웠다. 그런데 그리 달가운 표정은 아니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급여는 약 40%로 줄어든다는 것. 명색은 ‘정년 연장’이지만 임금피크제가 세게 작동한다는 얘기였다. 대신 업무 강도는 줄어들 것을 기대했다. 기업들은 2013년 시행된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라 직원이 원한다면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2017년 후생노동성 조사에서는 정년 연장이 17%, 정년을 없앤 곳이 2.6%인 데 비해 80%는 일단 정년퇴직을 시킨 뒤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가 일자리 때문에 고통을 겪는 한국인들에게는 일본의 이런 상황이 그나마 부러운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선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믿고 마음 놓고 있다가 ‘때가 되어’ 자신의 근무조건을 듣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얘기로 넘쳐난다. 한때 임원 후보까지 올랐던 사람이 회사로부터 60세 이후 고용조건으로 주 3일 근무에 30%로 줄어든 급여, 일정한 근무처가 없는 자리를 제안받고 일을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는 식이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면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 현재 58세인 한 건설회사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세대는 유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8000만 엔(약 8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들 했다. 60세 정년퇴직 뒤 80세까지 월 30만 엔 정도로 생활하고 약간의 여유를 갖는 정도의 비용이다. 그런데 수명이 100세가 되면 그 2배는 있어야 한다. 우리야 아직 연금이 있어 어떻게든 헤쳐 나가겠지만 아들, 손자 세대가 걱정이다.” 제대로 받아보기도 전에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국민연금 문제를 생각하면 오늘 일본의 현실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100세 시대’에는 사회보장 대책과 고용 대책이 따로 놀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2일 발족한 ‘4차 아베 내각’이 출발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긴급여론조사(2, 3일) 결과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 지지율은 50%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42%로 3%포인트 상승했다. 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개각과 당직 개편 후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1, 2차 아베 정권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입각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28%, ‘평가하지 않는다’는 44%였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파벌 의향에 얽매였다’(26%), ‘젊은 인물의 등용이 이뤄지지 않았다’(17%) 순이었다. 이번 개각을 놓고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각 파벌에 논공행상식으로 자리를 배분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19명의 각료 중 12명이 ‘입각 대기조’라 불리던 원로급 신인으로 채워졌다. 야권은 ‘폐점세일 내각’ ‘재고정리 내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신임 문부과학상이 취임 첫날부터 “메이지 시대 교육칙어를 현대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출범 직후부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자민당 인사에선 2년 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자진 사퇴했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를 선거대책위원장에, 1년 전 국회에서의 거짓 증언으로 방위상 직을 사퇴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를 수석 부간사장에 앉힌 것이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2, 3일)에서도 개각에 대해 ‘긍정 평가’(38%)보다 ‘그렇지 않다’(45%)가 우세했다. 내각 지지율은 50%로, 지난달(21∼23일) 조사 결과와 같았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각 단행으로 2일 발족한 ‘4차 아베 내각’이 출발부터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긴급여론조사(2~3일)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42%로 3%포인트 상승했다. 이 신문 여론조사에서 개각과 당직 개편 후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1, 2차 아베 정권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개각으로 평균 5% 정도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정권 부양효과가 컸다. 이번에 입각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28%, ‘평가하지 않는다’는 44%였다.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는 ‘파벌 의향에 얽매였다’가 26%, ‘젊은 인물의 등용이 이뤄지지 않았다’가 17%로 이어졌다. 이는 이번 개각이 지난달 자민당 총재선거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각 파벌에 ‘논공행상’ 식으로 자리를 배분한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19명의 각료 중 12명이 ‘입각대기조’라 불리던 원로급 신인으로 채워졌다. 야권에서는 ‘폐점세일 내각’, ‘재고정리 내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신임 문부과학상이 취임 첫날부터 “메이지 시대 교육칙어를 현대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출범 직후부터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자민당 인사에서는 2년 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자진 사퇴했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1년 전 국회에서의 거짓증언으로 방위상 직을 사퇴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를 수석부간사장으로 앉히는 등 문제아성 최측근들이 기용된 것도 여론악화로 이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이 같은 시기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개각에 대해 ‘긍정 평가’(38%)보다 ‘그렇지 않다’(45%)가 우세했다. 특히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을 유임한 데 대해 57%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에 관련이 깊은 재무성의 총책임자다. 이 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은 50%로, 지난달(21~23일) 조사 결과와 같았다. 조사에서 국민이 아베 총리에게 기대하는 정책으로는 ‘사회보장 충실화’(41%)가 가장 많이 꼽혔다. 반면 아베 총리가 강조하는 개헌은 13%를 얻는 데 그쳤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인사를 통해 개헌을 추진할 완벽한 진용을 갖추고 10월 임시국회에 당 개헌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에 앞서 6, 7일 일본에 들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긴밀한 연대를 해 나가고 싶다”고 말해 폼페이오 장관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면담에 앞서 미국과 비핵화 정책을 사전 조율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2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일본 및 한국 정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며 그동안 종전선언 논의에 잘 거론되지 않던 일본을 콕 집어 언급했다. 7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폼페이오 장관은 8일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杨洁篪)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북을 전후해 일본과 한국 정상을 모두 만나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면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협의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관련 내용을 중국과 공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이 종전선언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2021년까지 임기를 확보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일 오후 개각과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핵심 포스트를 유지하고 총재 선거 과정에서 눈 밖에 난 인사들을 내치면서 친정체제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각료 19명 중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 6명이 유임됐다. 반면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편에 서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언행을 한 사이토 겐(齋藤健) 농림수산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총무상,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자민당 총무회장은 인사에서 배제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이시바파 중 3선인 야마시타 다카시(山下貴司) 의원을 법무상에 기용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후 당내 화합을 어필하기 위해 야마시타 의원을 등용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내각은 각계에서 연마해 온 실무형 인재를 결집한 이른바 ‘전원야구 내각’”이라며 “내년의 통일지방선거, 참의원 선거에서는 당이 하나가 돼 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HK는 아베 정권이 향후 헌법 개정과 참의원 선거, 소비세 인상 등의 과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 팀워크를 중시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새로 기용된 각료들은 대부분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에 기여한 파벌 소속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방위상에 기용된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전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2001년 모리(森) 내각에서 방위청장관 정무관을 지낸 안보정책통으로 알려졌다.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찬성하고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선거권 부여에 반대하는 우익 성향의 인물이다. 유일한 여성으로 지방창생상에 입각한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의원은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언행을 해왔다. 일본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한국을 찾아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을 두고 ‘국익에 반하는 세뇌교육’이라 발언하기도 했다. ‘올림픽상’으로 발탁된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의원은 2016년 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라고 발언해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항의를 들었다. 8월 일본 종전기념일에 아베 총리를 대신해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납부해 온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자민당 총재특별보좌관은 문부과학상으로 기용됐다. 한편 이날 오전 단행된 자민당 당직 개편은 더욱 노골적으로 최측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유임했고, 다케시타 총무회장을 경질한 자리에는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을 임명했다. 과거 문제를 일으켜 물러났던 ‘아베의 사람들’도 회생했다. 2016년 대가성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물러났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재생상은 주요 보직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기용됐다. 그는 한때 아베 총리, 아소 부총리, 스가 관방장관과 함께 ‘3A+S’라 불리며 권력을 행사했고 당시 아베 내각은 ‘친구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자 아베’라 불리며 문제 행동과 발언을 일삼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은 지난해 7월 지탄 속에 물러난 지 1년 3개월 만에 자민당 수석 부(副)간사장에 기용됐다. 개헌 의욕과 역사인식 등에서 아베 총리와 가장 가까운 극우 인사로 2016년 말 현직 방위상으로서 최초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다. 이번에 이나다 의원이 맡은 수석 부간사장은 자민당의 ‘젊은 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7) 의원이 맡았던 자리다. 일본 언론은 그가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투표한 것이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연구의 시작은 호기심…항상 의심하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 혼조 다스쿠(本庶佑·76) 교토(京都)대 특별교수의 일성(一聲)은 젊은이들에게 향했다. 혼조 교수는 1일 수상자 발표 직후 교토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상이) 기초연구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준다면 기대 이상의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없으면 안 된다”면서 “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을 믿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해서 납득이 갈 때까지 연구한다”고 자신의 연구관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서는 “(기초연구를 하지 않고) 모두 응용만 하며 산(과제)을 공격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예산을 더 뿌려서 젊은이 등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평생 ‘면역(免疫)’에 대해 연구해 온 그는 1992년 우리 몸에서 T세포(면역에 관여하는 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막는 단백질 ‘PD1’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는 항암 치료에 획기적인 신약으로 평가받는 ‘옵디보’ 개발로 이어졌다. 혼조 교수의 좌우명은 유지경성(有志竟成·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뤄낸다는 의미). 실험을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때마다 기가 꺾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과학은 다수결이 아니다”며 “기존 개념을 깨뜨리는 소수파 속에서 새로운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는 시대를 바꾸는 연구에 ‘6개의 C’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도전(Challenge), 확신(Confidence), 집중(Concentration), 지속(Continuation)이다. 그가 평생 면역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교토대 재학 시절 동급생이 위암으로 사망한 일. 하지만 더 일찍부터 사람들을 돕는 데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나카니시 시게타다(中西重忠) 교토대 명예교수는 1일 TV아사히에 “그가 진학을 앞두고 법학과 의학을 저울질하다가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한 그는 1971년 미국으로 건너가 카네기연구소와 국립위생연구소에서 면역과 분자생물학을 연구했다. 1979년 37세에 오사카(大阪)대 교수가 됐고 1984년 교토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공부에도 놀이에도 전력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대학 시절 보트부와 대학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고 밤샘 마작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취미는 골프. 요즘도 주 1회는 필드에 나간다. 1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에이지 슛(Age Shoot·18홀을 자신의 나이 이하 스코어로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골프는) 거의 100% 물리법칙에 따르는 논리적인 스포츠”라며 “골프장에서 죽고 싶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2타째를 그린에 올려놓은 순간 쓰러져 죽는 것”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혼조 교수는 2일 노벨상 상금과 옵디보 판매 로열티를 내놓아 교토대에 젊은 연구자를 위한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지난달 30일 치러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지사 선거에서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오키나와 밖 이전을 주장한 다마키 데니(玉城デニ―·58·사진) 후보가 당선됐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지방과 중앙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가운데 야당들의 지원을 받은 다마키 당선자가 39만6632표를 얻어 집권 자민당의 지지를 받은 사키마 아쓰시(佐喜眞淳) 후보를 약 8만 표 차로 물리쳤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중진뿐 아니라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 부간사장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패배했다. 지난달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 성공 이후 처음 실시된 광역 지방자치단체 선거인 이번 선거는 내년 봄 통일지방선거, 6월 참의원 선거의 시금석으로 평가돼 온 만큼 정국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의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는 데 반대하며 아베 정권과 각을 세워 온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전 지사가 8월 8일 췌장암으로 사망한 데 따라 치러졌다. 다마키 당선자는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오나가 전 지사의 유지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혀 헤노코 이전을 둘러싼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다. 다마키 당선자는 탤런트 출신으로, 아버지는 미 해군 병사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아버지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자유당 간사장을 맡았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다. 1995년 주일미군에 의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지 철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듬해 미국과 일본은 후텐마 비행장을 반환하는 대신에 헤노코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주민들은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라”며 반대 운동을 벌여나갔다. 2009년 민주당 정권은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밖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1년 만에 이 공약을 철회하고 헤노코로 이전한다는 미일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2년 말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다시 헤노코 이전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2014년 이전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오나가 전 지사가 당선돼 직전 지사가 승인한 헤노코 연안부 매립 승인을 취소하면서 정부와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현재 일본 정부는 헤노코 해안 매립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전 계획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2022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집권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는 1일 아사히신문에 “개헌에 몰두할 상황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참의원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도쿄의 부엌’이라 불리는 일본의 관광 스폿 쓰키지(築地) 어시장이 6일 이사를 앞두고 엉뚱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시장 이전으로 먹잇감을 잃은 ‘쥐’들이 주변 지역으로 ‘대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약 23만 m²(약 7만 평) 부지에 하루 거래되는 해산물이 2000t에 이르는 쓰키지 시장은 83년의 쓰키지 시대의 막을 내리고 인근 도요스(豊州)로 이전하게 된다. 일본 최대 규모의 어시장답게 방대한 양의 어패류 쓰레기와 배수구가 많은 환경은 이곳에 서식하는 쥐들에게는 최고의 안식처를 제공해 왔다. 시장을 관리하는 도쿄도에 따르면 수산물 도매시장에는 몸집이 크고 하수구를 좋아하는 시궁쥐, 청과물 도매시장에는 몸집이 작고 경계심이 강한 회색쥐가 주로 서식한다. 개체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쓰키지에 쥐가 많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시장 상인들은 “단 하루도 쥐를 보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할 정도. 지난해 시장에서 잡은 쥐만 1195마리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근 주민들로부터는 벌써부터 불안의 목소리가 커진다. 쓰키지 도매시장이 이전하더라도 관광객들이 찾는 음식점 거리로 이뤄진 장외시장은 유지될 예정인데,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식품을 다루는 입장에서 절실한 문제다. 지금도 쥐 구제(驅除·몰아내 없앰)에 고생하고 있는데 더욱 늘면 감당할 수 없다”고 걱정한다. 시장 건너편에 자리한 ‘국립암센터’도 병원균을 가진 쥐가 들어오면 원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쥐들이 싫어하는 초음파를 방출하는 기계를 15대 도입했고 병원 주변 50군데에 포획덫을 설치할 예정이다. 쓰키지 시장을 관리하는 도쿄도는 바짝 긴장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월 중순 연휴 기간에는 배수구 가까이에 쥐 잡는 끈끈이 7000장과 30kg의 쥐약을 뿌려 사흘간 215마리를 잡았다. 또 9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에 걸쳐 쥐 잡는 끈끈이 3만9000장과 쥐덫 600대, 320kg의 쥐약을 투입하고 쥐들이 도망갈 길을 막기 위해 시장 주변에 플라스틱 판자나 그물망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영리한 회색쥐 구제를 위해서는 무독 먹이로 길들인 뒤 쥐약으로 바꾸는 등의 유도책도 쓴다. 관련 대책비만 3500만 엔(약 3억4300만원). 해충 구제 전문업자는 아사히신문에 “쓰키지의 쥐들이 시장을 떠나더라도 다른 쥐들의 영역으로 가게 되면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다른 쥐가 없는 장소를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쓰키지 시장의 낡은 건물을 해체할 때 방출될 유해물질과 소음도 고민거리다. 도매시장 내에는 창고 등 164개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앞으로 1년 4개월에 걸쳐 대부분 해체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석면이 함유된 건물이 55개 동이나 있어 이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도 큰 숙제다. 하루 최대 150대의 트럭으로 폐자재를 옮기게 되는데 관광지인 인근 일대에서의 사고나 교통 정체 등도 우려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초강력 태풍 ‘짜미’가 상륙한 30일 일본 열도는 초긴장 상태로 대비를 이어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짜미는 이날 오후 8시경 중심기압 950hPa(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초속 45m(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의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와카야마(和歌山)현 다나베(田邊)시 부근에 상륙했다. 기상청은 이 태풍이 시속 50km 속도로 동북쪽으로 전진해 1일 동부와 북부를 가로질러 일본 열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오후 9시 현재 미야자키(宮崎)현에서 1명이 실종됐고 오키나와(沖繩), 가고시마(鹿兒島), 에히메(愛媛) 등에서 적어도 7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각지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지붕이 무너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9월 29∼30일 밤사이 태풍이 지나간 가고시마현의 한 항구에서는 11m 높이의 등대가 뽑혀 나간 것으로 드러나 이번 태풍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했다. 당국은 전날부터 태풍의 예상 이동경로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 및 대피권고를 내렸으며 돗토리(鳥取), 에히메, 가가와(香川), 오카야마(岡山), 나라(奈良), 미에(三重)현 등에 토사 붕괴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하천 범람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국의 교통도 마비됐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현재 결항된 일본 국내선 항공기는 1126편에 이른다. 신칸센은 도쿄(東京)와 신오사카(新大阪), 신오사카와 히로시마(廣島) 구간에서 이날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운행을 중지했다. 수도권 주요 전철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운행을 대부분 중단했다. 이달 초 침수로 한동안 고립됐던 오사카 간사이(關西) 공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선제적으로 폐쇄에 들어갔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30일 밤에서 1일 새벽에 걸쳐 도카이(東海) 지역 바다 수위가 높아져 1959년 5000명의 사망자를 낸 ‘이세(伊勢)만 태풍(사라)’에 필적하는 기록적인 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언론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제 좌우명은 딱 두 가지입니다. 평화헌법을 지킨다, 그리고 ‘슈칸 긴요비’(週刊 金曜日·주간 금요일)를 지킨다가 그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진보잡지 슈칸 긴요비의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60)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28일 오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의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는 증언을 아사히신문에 실어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린 인물이다. 위안부 기사를 쓴 이후 ‘일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일본 우익의 끊임없는 협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일본 언론계에서 ‘우에무라 배싱’이란 말이 떠돌 정도였다. 2014년 고베(神戶)의 한 여대 교수로 부임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났지만 우익의 거센 항의로 임용이 취소됐다. 심지어 고교생인 딸의 살해 협박까지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6년부터 한국의 가톨릭대에서 객원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사장직 제안을 승낙한 이유로 “나 자신이 과거 슈칸 긴요비로부터 구원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우익의 공격으로 힘들어 할 때 일본 언론 중 가장 열심히 보도해 용기를 줬을 뿐 아니라 인권과 평화, 언론 자유를 옹호해온 편집 방침에 늘 공감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칸 긴요비는 1993년 창간 당시부터 권력을 감시하고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주간지를 표방했다. 그러나 창간 당시 5만 부였던 정기구독자는 점차 줄어 최근에는 1만3000부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우에무라 사장은 “이미 급여 삭감과 비용 감축 등 비상경영 체제”라며 “사장으로서 부수 확장과 광고 유치 등 힘닿는 한 뛰어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기타무라 하지메(北村肇) 전임 사장은 “원점으로 돌아가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해낼 인물로 우에무라 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에무라 사장은 당분간 주 초반은 강의를 위해 서울에서, 주 후반은 도쿄를 오가는 생활을 할 계획이다. 그는 명색이 사장이지만 회사 정직원 중 막내 기자보다 낮은 임금을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급여가 매주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저비용항공 여비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웃었다. 위안부 피해자 보도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산케이신문 기자가 소송 당사자로서 관련 기사에 대한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를 묻자 “보도의 편집권은 편집장에게 있으니 사장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위안부 보도와 관련한 저와 산케이신문의 싸움은 일본 저널리즘사에 남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주초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비행한 데 이어 27일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에서 비행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동중국해 비행 훈련에는 일본 전투기가 다수 참가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전투기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이며 맞불을 놓았다. 최근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한반도로 날아왔던 ‘B-52 무력시위’의 타깃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 주목된다. 미중 두 정상이 쌓아 온 개인적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 등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충돌이 군사 안보 정치 등 전방위로 번지면서 미중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중국해에서 B-52 무력시위가 진행된 26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중국의 11월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에서부터 시작됐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이 26일 기자들에게 “B-52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정기적인 연합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B-52 훈련 날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또 “B-52가 정기적으로 해 온 연합작전의 일환으로 동중국해를 비행했다. 동중국해 지역에 폭격기를 지속 배치하는 것의 일부”라며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 관료는 “핵능력을 가진 이 폭격기가 일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훈련에 참가한 자위대 전투기는 15대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28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B-52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동해 쪽에 걸친 상공에서 대규모 공동 비행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에서 실시된 미군 전략폭격기와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훈련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 해역 상공에서 미국과 일본 전투기가 장거리에 걸쳐 훈련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중에 베이징(중국)을 화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27일 “미 군용기가 남중국해에서 도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 “미국이 B-52의 남중국해 비행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이는 중국과 세계에 들으라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수십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점을 최근이라고만 밝혔으나 B-52 폭격기의 남중국해 비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음 달 10∼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 때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하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욱일기는 1954년 해상자위대 발족 때부터 자위함 깃발로 채택됐으나 옛 일본군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28일 국방부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한국 해군은 지난달 31일 일본 등 15개 참가국에 공문을 보내 “사열 참가 함선에는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을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통지했다. 일본 측은 이를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간접 요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관함식 때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 전례가 있어 막기도 쉽지 않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이는 비상식적인 요구”라며 “욱일기를 내려야 한다면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새벽 NHK가 생중계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나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회담을) 하는 이상 납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아베 총리는 앞서 25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연설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등 뉴욕 방문 기간 내내 ‘대북 구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 일본과 대화해 관계 개선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달받은 일본 정부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의 메시지가 진심인지 단순한 립서비스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월 남북 정상회담이나 6월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은 ‘일본과의 대화’나 ‘아베 총리와 만날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별다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납치 문제 해결을 거론하고 북한은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대북 협상 전략을 정하자는 자세도 보인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일본으로서는 북-일 회담을 열기 쉬워지고 북한 입장에서도 핵 폐기 비용 및 경제 지원 등을 겨냥해 일본과의 직접 대화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26일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고노 외상은 기자들에게 “유엔 본부에서 리 외무상과 20분간 자리에 앉아서 회담했다”고 말했으나 회담 내용에 대해선 전혀 밝히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고노 외상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노 외상과 리 외무상의 접촉은 8월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회의에서 선 채로 약 2분간 대화한 이래 처음이다. 외교장관 회담 형식으로는 2015년 8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외상과 리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이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이후 처음이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기업들은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이른바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방지 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법제화가 추진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파워하라’는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부하 등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뜻하는 일본식 조어. 일본 후생노동성은 ‘파워하라’가 직원의 생산성과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사후 구제뿐 아니라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까지 추진한다. 기업 측이 의무적으로 근로자 상담을 위한 사내 창구를 개설하거나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조사, 확인하도록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가해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사 조치를 요구하고 기업 자체가 ‘악질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회사 이름을 공표해 억지 효과를 노리는 방안까지도 검토한다. 파워하라 행위에 대해 피해자가 민사 소송으로 가해자에게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들이 있지만, 재판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 괴롭힘과 따돌림 등이 원인이 돼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진 경우 의료비 지급이나 휴직 보상을 하도록 하는 노동자 피해보상보험 제도가 있지만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후생노동성은 이런 문제들도 보완한 법안을 내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노동국에 접수된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에 관한 상담 건수는 총 7만2067건. 이는 6년 연속 최고 기록 경신이다. 25일 요미우리신문은 기업들이 직장 내 ‘세쿠하라(성희롱)’, ‘파워하라’ 등으로 인해 소송을 당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고용관행 배상책임 보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허래스먼트보험’의 경우 피해 직원 등이 ‘(회사 측이)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기업이나 임원, 관리직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손해배상금 위자료 소송비용 등을 기업에 지급한다. 올해 7월까지 최근 1년간 일본 4대 대형보험사의 ‘허래스먼트보험’ 판매 건수는 4만6000건으로, 이전 1년간과 비교해 58.6%나 늘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직장 내 성희롱 성폭행을 ‘경영 리스크’로 보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를 입었던 이바라키(茨城)현 도카이(東海) 제2원전의 재가동을 26일 승인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를 봤던 원전 중 재가동이 승인된 것은 도카이 제2원전이 처음이다. 도카이 제2원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5.4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와 원자로가 긴급정지되면서 냉각에 사용하는 외부 전원이 한때 상실됐다. 동일본대지진 때 수소 폭발이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과 같은 비등수형(沸騰水型) 원자로를 사용한다. 수도권 내에 있는 유일한 원전으로, 주변 30km권 안에 전국 원전 중 가장 많은 약 96만 명이 살고 있다. 하루 전인 25일에는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고등법원)가 에히메(愛媛)현에 위치한 이카타(伊方) 원전 3호기에 대한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이 원전은 대형 지진이 날 우려가 큰 난카이(南海) 트로프(해저협곡)에 위치해 있고 활화산인 아소산(阿蘇山)과도 가깝다는 점에서 이 법원이 지난해 12월 아소산의 분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가동 중지를 명령했었다. 그러나 원전 측의 이의 신청 후 다시 진행된 재판에서 다른 재판부가 “화산 피해의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명확치 않다”며 재가동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1994년 운전이 시작된 이카타 원전 3호기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당시 민주당 정권의 원전 중단 정책에 따라 가동이 멈췄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16년 9월 다시 가동됐다. 이후 2017년 10월 정기검사를 위해 운전이 중단된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12월의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등법원 차원에서 나온 첫 원전 가동중지 명령이었던 만큼, 이날 법원이 내린 가동 승인 결정은 앞으로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2013년 ‘신규제기준’을 만들어 이를 통과한 원전은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다. 26일 도카이 제2원전의 재가동이 승인되면서 신규제기준 도입 후 재가동이 결정된 사례는 8개 원전 15기로 늘어났다. 이처럼 원전 재가동 결정이 잇따르자 해당 지역 시민과 반원전운동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히로시마 판결의 원고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장이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잊었다”며 분개했다. 26일 도카이 제2원전의 재가동을 승인한 원자력규제위원회 앞에는 “피폭을 강요하지 말라”, “목숨을 지켜라” 등 플래카드를 든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한국과 일본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1998년 10월 당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채택한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6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렸다. 행사는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과 와세다대 지역간 연구기구의 공동주최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전망’이란 주제 아래 학술심포지엄과 문화행사를 곁들여 진행됐다. 한국 외교부, 일본 외무성, 한일의원연맹,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사히신문사, 동북아역사재단 등이 후원했다. 20년 전 채택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오부치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이 같은 사죄를 받아들이고 △이를 토대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표명한 정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한국에서 일본 문화를 개방한다는 방침이 포함돼 이후 양국간 교류가 증진되는 계기도 됐다. 이날 심포지엄 개회식에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같은 당 오영훈 의원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어떻게 한일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지혜와 비전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는 축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한일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조속히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기념사에서 “당시 오부치 총리도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큰 결단을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많은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막혀있던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상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양국 문화교류의 획기적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한일관계는 1998년의 선언을 살려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크게 퇴보한 상태”라며 “이제는 양국이 동북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일에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과 새로운 한일관계 전망, 한일 문화교류의 성과와 주제 등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아사쿠라 도시오(朝倉敏夫) 리츠메이칸(立命館) 대 교수 등의 발표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주제곡을 부른 류(Ryu)가 등장하는 문화행사도 곁들여졌다. 올해 한일 정부는 각기 발족한 민간전문가 워킹그룹이 정리하는 제언을 참고해 새로운 공동선언을 작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집권 기간을 3년 더 연장했다. 2006년 1차 집권 당시 최연소 총리였던 그는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하면서 최장 기간 집권 총리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내년 11월이면 종전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패전국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은 아베 총리는 이날 당선 일성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강조했다. 》 20일 열린 일본 자민당 차기 총재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의원 405표, 당원 405표 등 810표 가운데 68.3%인 553표(의원 329표, 당원 224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도전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254표(의원 73표, 당원 181표)를 얻었다. 의원 표 중 3표는 무효 처리됐다.○ 승리 첫 메시지는 개헌 아베 총리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당선 소감에서 “우선 재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헌법 개정에 나서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도 “70년 이상 한 번도 실현하지 못한 헌법 개정에 드디어 나서서 새로운 국가 만들기에 도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재임 기간도 늘어나 내년 11월이면 총리 재임 일수에서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2886일)를 누르고 최장 재임 총리가 된다. 당선 일성으로 개헌을 언급했듯이 아베 총리는 평소 정치적 소명으로 내세웠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군비 확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2019 회계연도의 방위비 예산으로 역대 방위비 가운데 가장 많은 5조2986억 엔을 편성했다.○ 이시바 예상 밖 선전에 아베 정권 구심력 약화 우려선거는 아베 총리의 승리로 끝났지만 향후 정권 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일찌감치 국회의원 405명 중 80% 이상의 표를 굳힌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50표 수준으로 예측되면서, 정계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의원과 당원을 합쳐 200표 이상을 얻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언론에서는 “200표는 지더라도 당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표수이자 차기 총리로 나설 수 있는 표수”라고 지적해 왔다. 그만큼 이시바 전 간사장이 가져간 254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반면 아베 진영은 당초 70%를 목표로 했던 당원 표에서 55%를 얻는 데 그쳤다. 당원 표는 104만 지방당원의 표수를 합산해 405표로 비례배분한 것이어서 의원 표보다 민의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의 부진은 총리의 구심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나아가 더 이상 차기가 없는 아베 총리로서는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다. NHK는 이날 이시바 전 간사장의 선전이 알려진 순간 도쿄 주식시장의 주가가 잠시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개표 결과가 나온 뒤 NHK 인터뷰에서 “자민당 내부가 반드시 아베 일색(一色)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선거 결과다. 지지해준 국회의원과 당원의 의사가 정권 운영에 나타나도록 하는 게 내 책임”이라고 밝혀 앞으로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나갈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3년 뒤, 여전히 포스트 아베를 지향하느냐’는 질문에 “누군가가 해야 한다. 내가 거기 어울리는지 아닌지 자문하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3일부터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뒤 귀국해 개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20일 실시되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2012년에 재집권한 아베 총리가 이번에 3연임(임기 3년)에 성공하면 일본을 ‘전쟁가능국’으로 바꾸려는 헌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국회의원 표(405표)와 당원 표(405표)를 합산해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총재로 선출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의원 표의 80% 이상, 당원 표의 50% 이상을 얻어 합산하면 70%가량을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승리 시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안정적으로 집권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2006년 1년간의 1차 집권을 포함해 이미 2461일째(9월 20일 현재) 재임 중인 아베 총리의 재임 기록도 3567일로 늘어난다. 이는 1900년대 초반 가쓰라 다로(桂太郞·재임 2886일) 전 총리가 세운 기록을 넘어서는 전대미문의 기록이 된다. 아베 3선 시대의 일본은 어디로 가게 될까.○ 헌법 개정과 자위대 명기 아베 총리가 우선과제로 꼽는 것이 개헌이다. 전후 70여 년간 아무도 손대지 못한 평화헌법을 본인의 손으로 고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다. 이번 선거전 과정에서도 “올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명분은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시해 자위대와 관련한 위헌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정당이나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찬성을 얻기 위해 평화헌법의 9조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을 갖지 않고 교전권을 부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아베 총리는 이 개헌안을 올가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에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개헌을 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로드맵에 대해 여론은 회의적이다. 개헌은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에 부쳐지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하에서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는 개헌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 아베노믹스와 재정 재건 아베 총리는 14일 일본기자클럽 공개토론회에서 ‘중시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라고 답했다. 실제로 대담한 금융 완화, 빠른 재정 정책, 성장 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을 내건 아베노믹스는 많은 실적을 거뒀다.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취업자 수는 251만 명 늘었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93조 엔에서 551조 엔으로 늘었다. 경기 확대는 8월 기준으로 6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면 전후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일본의 재정 악화는 여전하다. 팽창하는 사회보장비 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보통국채 잔액은 2018년 말까지 총 883조 엔에 달해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이다. 아베 총리도 이런 점을 모르진 않는다. 그는 이번 선거전에서 아베노믹스가 의존하고 있는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해 “언제까지나 해도 된다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다음 임기 3년간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응원단 1명으로부터 ‘내각에 있으면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응원할 거면 사표를 쓴 뒤에 하라’는 말을 들었다.” 현직 일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18일 잇따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쟁을 벌였다. 발언의 주인공은 이시바 파벌에 속해 있는 사이토 겐(齊藤健) 농림수산상이다. 아베 총리는 앞서 출연한 니혼TV 보도 방송에서 “옛날에는 더 심했다. 열기가 고조되면 그런 발언도 있을 수 있다”고 개연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뒤 시간대인 TV아사히 방송에선 “진영에 확인한 결과 사이토 농림수산상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의원은 없었다. 사실이라면 그 말을 한 사람의 이름을 알려 달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그는 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아니다”며 “누가 말했는지를 밝히면 자민당은 더 엉망진창이 된다”고 맞받아쳤다.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이시바 전 간사장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8일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로 아베 총리가 49.6%, 이시바 전 간사장이 39.6%를 차지했다. 다만 조사 대상을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아베 총리가 71.4%에 이르렀다. 올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방침에 대해선 찬성(38.8%)보다 반대(51.1%)가 많았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405표)과 지방 당원(405표)의 투표로 진행된다. 아베 총리는 소속 의원 80% 이상의 지지를 이미 확보해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 자위대 잠수함이 남중국해 해역에서 비밀리에 대(對)잠수함전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바다로 자위대 잠수함의 남중국해 훈련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극비리에 진행된 이번 훈련에는 해상자위대 잠수함 ‘구로시오’와 호위함 3척 등 모두 4척이 참가했다. 이들은 13일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합류해 호위함과 함재 헬기가 적 잠수함을 발견하는 훈련과 잠수함이 탐지당하지 않고 호위함에 근접하는 전술훈련을 진행했다. 자위대 잠수함과 호위함은 남중국해 중에서도 중국이 자신의 영유권이 미치는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구단선(九段線·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형으로 그은 9개의 점선)’ 안에서 훈련을 벌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남중국해에 자위대 잠수함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중국이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억지력”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또 시나이반도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의 정전감시 활동을 하는 다국적군 감시단(MFO)에 육상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는 2016년 안보법 시행으로 자위대도 ‘국제연대 평화안전활동’이 가능해진 데 따른 것으로, 파견이 이뤄지면 첫 사례가 된다.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