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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정부로부터의 자본 확충을 앞두고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 제도를 도입해 비금융출자회사에 대한 산은 임직원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2018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비금융 자회사를 모두 매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23일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고, 과거의 관행과 단절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들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산은의 지난 잘못에 대해 현직 회장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조직을 전면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혁신안에는 이달 8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먼저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KDB 혁신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혁신위원회는 산은 조직에 대한 진단을 통해 9월까지 혁신 로드맵을 완성할 계획이다. 또 산업계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40∼50명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회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산은의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고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논란을 낳은 임직원 재취업과 관련해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현재 대기업 또는 특정 산업 위주의 여신 체계를 개편해 중견 기업이나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수출입은행도 이날 정책금융 지원 강화와 조직 축소 등이 담긴 혁신안을 내놨다. 수은은 본연의 업무인 해외진출 지원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발굴 초기 단계부터 해당 기업의 자문에 응하고 다양한 금융패키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리스크 관리 인력을 늘리고 외부 자문단을 신설해 여신 심사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실여신 비율을 2020년까지 2% 이하로 축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혁신안이 구조조정 작업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원회나 외부 자문단을 통한 조직 개편 등 쇄신 방안 역시 결국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외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산은에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한 분들을 뽑자고 실무진에 얘기했다”면서 “국민들 앞에서 쇄신을 약속한 만큼 산은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산업은행이 정부로부터의 자본 확충을 앞두고 외부전문가들을 포함한 혁신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 제도를 도입해 비금융출자회사에 대한 산은 임직원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23일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거시적 안목이 부족했고, 과거의 관행과 단절을 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들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이어 “산은의 지난 잘못에 대해 현직 회장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조직을 전면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혁신안에는 이달 8일 정부가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먼저 외부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KDB 혁신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혁신위원회는 산은 조직에 대한 진단을 통해 9월까지 혁신로드맵을 완성할 계획이다. 또 산업계·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40~50명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회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이를 통해 산은의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고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논란을 낳은 임직원 재취업과 관련해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준하는 재취업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현재 대기업 또는 특정 산업 위주의 여신 체계를 개편해 중견 기업이나 신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수출입은행도 이날 정책금융 지원 강화와 조직 축소 등이 담긴 혁신안을 내놨다. 수은은 본연의 업무인 해외진출 지원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발굴 초기 단계부터 해당 기업에 자문을 해주고 다양한 금융패키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리스크관리 인력을 늘리고 외부자문단을 신설해 여신 심사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실여신 비율을 2020년까지 2% 이하로 축소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혁신안이 구조조정 작업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담지 못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원회나 외부 자문단을 통한 조직 개편 등 쇄신 방안 역시 결국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외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산은에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한 분들을 뽑자고 실무진에 얘기했다”면서 “국민들 앞에서 쇄신을 약속한 만큼 산은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철중기자 tnf@donga.com}
10일 열린 신한카드의 사내(社內) 혁신 포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카드사의 유전자(DNA)를 버리라”고 선언했다. 위 사장은 “이제 경쟁자의 개념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라며 “더 이상 같은 업권 내의 플레이어가 경쟁자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 업체의 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카드업계가 기존 카드업의 틀을 깨는 ‘환골탈태(換骨奪胎)’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현대 등 국내 ‘빅3’ 카드사들은 모두 변화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을 꼽으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앞장서서 독려하는 것은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에 내려앉은 안개를 뚫으려면 이제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올해 4월 기업 로고를 ‘디지털 현대카드’로 바꾸며 디지털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카드의 대표적인 디지털 서비스는 ‘록 & 리밋(Lock & Limit)’이다. 고객이 직접 자신의 카드 사용 분야나 한도 금액을 설정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핀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고객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를 출범시킨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실제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몽골은행에 빅데이터 사업 노하우를 수출하기도 했다. 다른 카드사가 아닌 빅데이터를 다루는 국내외 핀테크 기업과 정면승부에 나선 셈이다. 위성호 사장은 “미래의 카드사는 모바일과 데이터 산업을 아우르는 플랫폼 업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디지털 1등 카드사’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출신인 원기찬 사장이 ‘1등 DNA론’을 앞세우며 직원들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원 사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디지털 1등 회사가 되려면 사내 업무부터 디지털로 바꿔라’고 지적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17일 열린 삼성카드의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생중계했다. 이를 시청하던 직원들은 모바일을 통해 임원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4월부터 야간과 주말에도 카드 신청과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카드 발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카드사들이 카드 발급과 신용판매 매출 등 기존 사업 구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정보기술(IT) 업체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반도의 통일이 한국 경제에 가져올 가장 큰 혜택은 저출산·고령화의 추세를 단번에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에 총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그 사이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고 가정하면 고령사회 진입 시점은 2021년으로 4년 늦춰진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의 기회’란 기사에서 “통일은 남한보다 젊고 아이가 두 배나 많은 인구가 한국에 통합된다는 의미”라며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북한군을 해산하면 곧장 1700만 명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통일로 인해 8000만 명에 가까운 내수시장이 확보되는 점도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다. 수십 년째 고전하고 있는 일본 경제가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도 1억 명이 넘는 인구 덕분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내수시장이 7000만 명 이상으로 커지면 생산, 소비, 투자가 더불어 성장하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면서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남북한은 다른 어느 곳보다 통합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지하자원도 빼놓을 수 없는 통일의 혜택이다. 올해 5월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지하자원의 경제가치는 10조 달러(약 1경1700조 원)로 남한 지하자원의 20배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필수 재료인 희토류 역시 매장량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과 한국의 첨단 기술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북한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막대한 건설 수요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연구원은 통일 전후 10년간 북한 지역에 도로 건설, 가스·전력망 구축 등 총 122조 원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순히 북한에 철도나 도로망을 건설하는 게 끝이 아니라 한국이 북한, 나아가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된다는 걸 고려하면 그 잠재적 가치는 숫자로 환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망설이 17일 오전에 유포되면서 관계부처가 진위 파악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부는 “해당 기사는 가짜 기사”라고 일축했지만 외환시장이 한때 출렁이는 등 여파가 이어졌다. ‘이스트 아시아 트리뷴’이란 이름을 내건 매체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 자살 공격으로 사망’이라는 제목의 16일자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 매체는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며 “한 여성이 평양 보통강구역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은에게 다가가 자살 폭탄 벨트로 추정되는 물건을 폭발시켰다”며 “김정은은 병원 도착 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중앙TV는 이날 김정은의 신변 이상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신빙성이 없는 정보”라고 밝혔고 국방부도 “김정은 신변에 이상이 없다”고 일축했다. 정보당국은 “실제로 존재하는 매체인지도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매체 홈페이지에는 회사가 1972년에 설립됐고 직원은 1300명, 본사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다며 전화번호를 올려놨다. 그러나 해당 번호는 결번이었다. 이날 “북한 해커들이 기사에 악성코드를 심어놓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조사 결과 악성코드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김정은 사망 소동은 ‘가짜 기사’로 인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김정은 사망설’이 퍼진 오전 10시 47분경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전날 종가보다 10.8원 오른 1178원까지 치솟았다가 루머임이 확인된 뒤 117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며 안정세를 되찾았다.손효주 hjson@donga.com·김철중 기자}
KDB산업은행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대주주인 산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급 잔치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5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정부에 통보했고, 산은과 수은의 다른 직원 7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의 무능력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결합한 ‘총체적 부실’이었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이를 대우조선에 적용하지 않았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2013,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은 특별관리 대상인 최고위험등급(5등급)으로 나왔다”면서 “산은이 이 시스템만 사용했어도 경영 부실을 제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대우조선이 공사 원가를 적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총 분식회계 규모는 2013년 4407억 원, 2014년 1조935억 원 등 1조5342억 원이다. 산은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동안 대우조선은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늘려 9021억 원의 손실을 봤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성동조선의 수주 가이드라인을 대폭 완화해 적자 수주 허용 물량을 과도하게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은 588억 원 늘어났고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편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 시절 일감을 몰아준 지인 업체 관계사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확인하고 업체 대표 정모 씨(65)에 대해 배임증재 혐의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김철중 tnf@donga.com·우경임 기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말 직원 1명당 평균 946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겠다는 단체교섭안을 KDB산업은행 경영관리단에 보고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3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라 대주주인 산은은 “분위기상 적절치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내가 책임지겠다”며 직접 나섰고, 이를 보고받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10월 정부로부터 4조200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로 한 대우조선은 직원들에게 총 877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대우조선은 2013, 2014년에도 회계장부를 조작해 만든 영업이익을 근거로 임원과 직원들에게 각각 65억 원, 1984억 원을 건네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위의 사례는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국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우조선이 부채비율 7000%가 넘는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데에는 산은의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해 뒀지만 제대로 ‘경고음’을 울린 시스템은 하나도 없었다. 산은은 2011년 국회의 지적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다. 산은은 당시 “해양플랜트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곧 현금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는 대우조선 경영진의 말만 듣고 여신 한도를 계속 높였고, 결국 적절한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 컨설팅에 대한 후속 조치도 ‘빛 좋은 개살구’ 수준이었다. 당시 대우조선은 심의기구를 만들어 20억 달러 이상의 해양플랜트 수주 계약에 대해 사전 심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대우조선이 직전 2년간 수주한 계약 중에 20억 달러를 초과한 건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었지만 산은은 문제 제기 없이 이를 승인했다. 이후 대우조선이 맺은 해양플랜트 사업 13건 가운데 12건이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결국 1조3000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산은의 관리 감독이 허술한 사이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털어내는 것보다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렸다. 대우조선은 2008년 상조회사인 대우조선해양상조, 2009년 풍력업체인 ‘드윈드’ 등 조선업과는 관련 없는 자회사를 늘려나갔고, 오만의 선상호텔 프로젝트 등 무리한 투자를 계속했다. 감사원 측은 “대우조선의 자회사 32개 가운데 17개는 조선업과 관련 없거나 타당성이 부족한 자회사였고, 이들에 대한 투자로 9021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산은 출신 임원들은 주요 사업에 대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면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산은은 다른 출자회사에 대해서도 대주주로서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은 출자전환기업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하면서 다른 채권은행들과 달리 파견자들의 주거비용을 해당 기업에 떠넘겼다. 전남 해남에 경영관리단으로 파견된 산은 직원 4명은 교통비 명목으로 해당 업체로부터 570만 원을 받았다. 단합대회를 이유로 유흥업소에서 한 번에 380만 원을 결제하거나 골프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부당하게 집행된 업무추진비는 2억3600만 원에 달했다. 산은은 이날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결과를 수용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지적 사항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격려금 지급을 허용하는 등 자회사 관리에 태만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에 인사자료가 통보된 A 임원이 현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의 구조조정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실무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들에 대해 일일이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구조조정에 나서려고 하겠느냐”며 “산은 구조조정 라인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향후 구조조정이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김철중 tnf@donga.com·장윤정 기자}
산업은행이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대주주인 산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성과급 잔치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과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5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정부에 통보했고, 산은과 수은의 다른 직원 7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조 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대우조선 사태는 국책은행의 무능력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결합한 ‘총체적 부실’이었다. 산은은 출자회사의 분식 회계를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이를 대우조선해양에 적용하지 않았다.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2013, 2014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은 특별관리 대상인 최고위험등급(5등급)으로 나왔다”면서 “산은이 이 시스템만 사용했어도 경영부실을 제 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대우조선이 공사 원가를 적게 책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사실을 적발했다. 총 분식회계 규모는 2013년 4407억 원, 2014년 1조935억 원 등 1조5342억 원이다. 유 국장은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과정에서 분식회계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은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동안 대우조선은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늘려 9021억 원의 손실을 봤다. 또 산은은 출자회사의 경영관리를 위해 파견한 직원의 유흥업소·골프장 비용도 해당 기업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성동조선의 수주가이드라인을 대폭 완화해 적자수주 허용 물량을 과도하게 늘린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성동조선의 영업손실은 588억 원 늘어났고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됐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김철중기자 tnf@donga.com}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대부업의 일종으로만 여겨졌던 P2P 대출이 최근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이젠 선진 금융기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P2P 대출업체들은 시중은행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13일 P2P 금융 시장을 분석하는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국내 P2P 대출 누적액은 1570억1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93억3000만 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4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P2P 대출 업체 수도 지난해 말 12개에서 5월 말 33개로 크게 늘었다. 차미나 크라우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신용대출뿐 아니라 부동산 등 담보대출 실적까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P2P 대출 시장 규모가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경쟁사라고도 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협업에 나서는 P2P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P2P 업체들은 시중은행을 통해 인지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얻고, 시중은행은 기존에 흡수하지 못했던 중금리대출 고객을 확보하는 ‘윈윈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P2P 금융 플랫폼 업체인 피플펀드는 이달 초 전북은행과 함께 ‘은행통합형 P2P 금융 서비스’인 ‘JB피플펀드론’을 내놨다. 피플펀드가 투자자와 대출자를 모집해 이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맡고 그 외에 입출금, 대출, 회수 등 기존 은행들이 하던 제반 업무를 전북은행이 맡는 시스템이다. 시중은행이 직접 P2P 금융 업체와 공동으로 상품을 내놓고 영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P2P 금융과 달리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기존에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했던 고객이 JB피플펀드론을 이용해 해당 대출을 갚으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거래 실적이 쌓여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역시 투자와 대출 계약의 주체가 전북은행이라는 점에서 원금 손실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직장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소득자라면 대출 신청이 가능하며 연 2.99∼23.17%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최대 3000만 원까지 1년 또는 2년 만기로 빌릴 수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P2P 금융 업체인 30CUT(써티컷)과의 제휴를 통해 ‘NH-30CUT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 대출을 이용하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환 대출 전용상품이다. 대출 승인이 완료되면 농협은행이 카드사에 고객 대신 대출금을 상환해주고 고객으로부터 원금과 함께 기존 대출보다 30% 낮은 수준의 이자를 받는 구조다. 정식 상품 출시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으며 현재 써티컷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 사전 신청자 가운데 대출 승인이 완료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삼성 갤럭시 S7엣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식사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P2P 금융 업체 중 최초로 지난해 7월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은 어니스트펀드는 심리분석 등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 중이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한국은행이 9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르면 13일 일부 예적금 상품의 수신 금리를 내릴 방침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리 인하 폭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 금리를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농협은행의 금리 인하 방침에 따라 줄줄이 수신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10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연 1.35%에서 1.10%로 0.25%포인트 낮췄다. 한국투자 NH투자 현대 등의 주요 증권사들도 CMA 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고, 대신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13일부터 금리를 낮출 예정이다. 금융회사들이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곧장 수신 금리를 낮추면서도 대출 금리 인하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신 금리는 각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정하지만, 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 등에 연동이 된다”면서 “기준 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이는 기준 금리를 높일 때에도 똑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금융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16일부터 금리를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가 좋아지거나, 국내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지수가 올라갈 수 있다”며 “다음 달까지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일 한은 창립 66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중국의 금융·경제 불안 가능성 등에 대해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철중 tnf@donga.com·이건혁 기자}
“그럼 이제 법정에서나 봅시다.”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 장기화되던 용선료 협상의 최종 담판을 위해 KDB산업은행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이 해외 컨테이너 선주 3곳과 마주 앉았다. 그러나 선주들의 태도는 예상보다 강경했다. 4시간 반가량의 줄다리기 끝에 채권단은 20%대의 인하율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 선주들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0% 안팎의 수치를 꺼내 들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국적선사를 설마 법정관리로 보내겠느냐는 ‘배짱’이었다. 이에 산은도 강수를 던졌다.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니 법정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협상이)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를 흘리며 선주들을 더욱 압박했다. 결국 며칠 뒤 선주들이 태도를 바꿔 대화에 나섰다. 산은도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콘퍼런스콜을 통해 ‘용선료 인하 이후’ 현대상선의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살얼음판을 걷던 용선료 인하 협상이 10일 최종 마무리되며 생사의 기로에 섰던 현대상선이 기사회생했다. 앞서 8043억 원의 사채권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데 이어 용선료 재조정이라는 과제까지 해결함에 따라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운동맹 가입이 남아 있지만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THE 얼라이언스’ 6개 회원사 중 4개 회원사가 가입에 찬성하고 있으며 한진해운도 여론을 감안할 때 반대 의사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동맹 가입까지 완료되면 채권단은 7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및 채무상환 연장 등을 추진하게 된다. 현대상선이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선 반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안갯속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10일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한진그룹은 최근 4000억 원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및 지원 방식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다만 한진그룹은 “나머지 부족자금은 채권단에서 메워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일 밝힌 대로 채권단이 구조조정 기업의 유동성을 해결해주는 일은 없다”며 “대주주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부족자금을 전부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는 심각하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 2017년 말까지 1조∼1조2000억 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팔아 유동성이 풍부했던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이미 용선료가 밀렸다”며 “용선료 협상을 끌고 가는 동안 버틸 현금이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김성규 기자}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인 KDB산업은행이 위기를 맞고 있다. 각종 금융비리와 정치금융 논란에 계속 휘말리면서 한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국책은행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올해에만 3번이나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올 4월에는 제조업체에서 뇌물을 받고 대출을 도와준 혐의로 이모 팀장의 사무실을 검찰이 급습했다. 지난달에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수사와 관련해 류희경 수석부행장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수사에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구조조정실과 담당 부행장 사무실이 모조리 수색 대상이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산은이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이번에는 특정한 개인 비리가 아닌 ‘구조조정 업무’ 자체를 겨냥하고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 산은 수장(首長) 중에도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사례가 많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근영 산은 총재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불법 대출했고 이는 김대중 정부 ‘대북 송금’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이 총재는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창록 총재도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청탁을 받아 신정아 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산은이 뇌물성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부실 경영 또는 경영상 판단 미스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사례도 많다. 민유성 전 산은 회장은 파산 직전의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 했다가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2011년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강만수 전 회장도 고금리 예금을 무리하게 많이 팔았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다가 결국 자진 사퇴했다. 홍기택 전 회장도 이번 수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홍 전 회장이 “산은은 구조조정의 들러리였다”고 주장한 언론 인터뷰 역시 자신을 향한 수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책임을 피해 가려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산은이 이렇게 수난을 겪는 이유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른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항상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경제가 아닌 정치 논리로 일 처리를 해왔던 게 화근”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장윤정 기자}
“서별관회의에서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 지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언론 인터뷰) “(홍 전 회장의) 개인적인 주장이다.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청와대·금융위원회)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나랏돈 12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청와대와 정부, 국책은행 등 현 정부의 ‘구조조정 라인’에 대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민간 기업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마당에 정작 관료 사회나 공공 부문에서는 이 사태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에 ‘낙하산’을 투하했던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자회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책은행도 정작 그동안 구조조정을 지연시킨 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오히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 공적자금 투입에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 기업 구조조정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는 기업 구조조정의 실권을 가진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많다. 형식적으로는 국책은행을 위시한 채권단이 구조조정의 실무를 맡고 있지만 주요 기업의 생사여탈은 사실상 정권 최고위층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국책은행장에 대한 인사부터 줄줄이 ‘낙하산’으로 도배했다.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으로 산업 구조조정에는 전혀 전문성이 없는 인사로 평가받았다. 금융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지난 3년의 임기 동안 자회사 감독 등 구조조정의 ‘야전 사령관’으로서 역할에 사실상 손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조선·해운업이 멍들어가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수출입은행장을 지낸 김용환 현 NH농협금융 회장, 또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인사로 그 뒤를 이은 이덕훈 현 행장 역시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책은행에 대한 비판이 높지만 결국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었던 것은 결국 정부와 청와대”라며 “구조조정의 ‘칼’을 휘둘러야 할 자리에 낙하산을 내려보내면서 효과적인 구조조정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경영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도 부실의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2000∼2015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30명 중 관료, 산업은행, 정치권 출신은 총 18명이었다. 정부가 국책은행에 책임을 떠넘긴 채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도 정부는 “구조조정에서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는 홍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산은과 협의를 거쳤다”고 각을 세우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국책은행 인사, 구조조정 시기 및 규모 결정 등 모든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작 정부가 본인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책은행 자구안도 ‘면피용’ 지적 국책은행이 이날 발표한 자구안도 ‘소나기 피해가는 식’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고 전 직원이 올해 임금상승분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3193명인 전체 직원 수의 10%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도 올해 임금상승분을 반납하고 2021년까지 정원의 5%를 줄이기로 했다. 부행장급 임원 등 인력과 조직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쇄신안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전면 쇄신하겠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부실기업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연봉제는 모든 공공기관이 도입하는 방안이고 임금인상분 반납도 올해만 적용되는 일회성 대책에 불과하다. 이번 대책이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했을 뿐 정작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개선책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쇄신안은 과거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인데, 이번 방안은 그런 해결책이 없이 직원들만 옥죄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국책은행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박희창 기자}
국민의 재산 증식을 돕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이달 14일로 출시 3개월을 맞는다. 여러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며 세제 혜택과 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게 ISA의 도입 취지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편입 자산이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제 가입자가 얻는 비과세 혜택이 미미한 수준이고, 수수료를 챙긴 금융사만 실속을 얻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ISA 누적 가입자 수는 216만7077명, 가입 금액은 1조9369억 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가입자가 2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일단 외형적으로는 제도가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투자 바구니’에 주워 담은 자산에는 ‘쏠림 현상’이 심했다. ISA 비교 공시 사이트인 ISA다모아에 따르면 편입 자산 중 예·적금이 39.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기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합하면 안전자산의 편입 비중이 76%가 넘는다. 반면 연 5%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은 15.7%에 그쳤고, 국내외 펀드 관련 자산도 8%에 못 미쳤다. 이처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계속되면 실제 ISA로 얻을 수 있는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간 350만 원을 예금, ELB, ELS에 4 대 4 대 2의 비율로 나눠 투자했을 때 5년간 총 24만2550원의 비과세 혜택을 얻지만 자산별로 0.1∼0.7%인 수수료를 10만 원 남짓 떼고 나면 ISA 가입으로 인한 순수한 세제 혜택은 연간 2만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들이 ISA를 과당 경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은행에서 개설된 ISA 가운데 잔액이 1만 원 이하인 ‘깡통 계좌’가 71%에 달했다. 고객의 수익률보다 금융사의 마진을 중시하는 영업 관행도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직원은 “얼마 전 은행에서 ‘수수료가 비교적 높은 일임형 위주로 ISA를 판매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물론 판매 과정에서 수수료를 설명하긴 하지만 나중에라도 고객이 높은 수수료를 문제 삼아 항의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완전 판매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뒷북 행정’도 이런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깡통 계좌 논란이 불거진 5월 중순이 돼서야 각 은행에 ISA 판매와 관련된 자체 점검을 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들이 당초 100원만 계좌에 넣어놨던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1만 원 이상 추가로 돈을 넣어 달라’고 통사정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금융사의 ‘밀어내기식’ 영업에 따라 신탁형 ISA 수요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태”면서 “앞으로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일임형 ISA를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금융사의 영업 전략 등으로 인해 대기성 계좌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달 말부터 ISA 수익률의 비교 공시가 시작되면 이런 계좌에 추가로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100% 완전한 인생은 없다. 불완전한 것이 비로소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 지나간다(지셴린·추수밭·2009년)지셴린과의 첫 만남은 불순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시절 작문 시험에 응용할 문장 몇 개 건지려는 생각에 서점에서 그의 책을 집어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 시험장에서 글을 쓸 때 지셴린의 문장을 가져다 쓴 기억은 없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책을 열어 보니 예전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인생에 대한 혜안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더군다나 저자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비롯해 13억 중국인들이 정신적 스승으로 칭송한 인물이니 그 생각의 무게는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은 지셴린이 그동안 발표한 단편 산문 가운데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 글을 모은 에세이집으로 짧게는 2페이지, 길게는 5페이지 정도 되는 글들을 엮어 놓은 것이다. 전체 에세이집의 제목인 ‘다 지나간다’만 보면 마음을 비우고 유유자적한 삶을 얘기할 것 같지만 실제 책 내용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인생을 ‘이어달리기’로 표현하며 “이어달리기를 하는 주자처럼 각 세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인류 발전의 임무를 계승하고, 후손들에게 탄탄한 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이 나온 2009년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에세이집 후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그의 얘기들이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번역판에 수록된 마지막 단편 ‘새벽 네 시 반’에서 “난 결코 살기 위해 살지 않는다. 사는 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아흔 다섯 생일에 쓴 글귀는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아흔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 오늘, 내 나이에 또 한 살이 보태졌다. 나는 또 한 해를 죽은 것이다. 그러나 달라질 것은 없다. 나는 또다시 오늘을 산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항로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7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재조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 연체료에 발목 잡힌 용선료 협상 5일 해운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달 9일부터 해외 선주 23곳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4년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베테랑’ 로펌인 영국 프레시필즈와 계약하고 협상에 함께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떤 해외 선주로부터도 긍정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한진해운의 협상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계약한 선주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며 “한쪽의 협상 결과가 다른 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용선료 인하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연체된 용선료다. 한진해운이 올해 부담해야 할 용선료는 9300억 원이다. 내년부터 추가로 4조6200억 원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용선료를 제때 내지 못해 약 1000억 원이 밀려 있다. 해외 선주들은 “밀린 용선료를 갚기 전에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그리스의 나비오스 측은 용선료 체납을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사흘 만에 놓아주기도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올해 2월 시작된 현대상선의 협상도 넉 달 가까이 지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면서 “우리는 아직 협상 초기인 만큼 미팅이나 콘퍼런스 콜(다자 간 전화 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선주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한진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 채권단 일각에서는 연체된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고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주주가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2월 말 한진해운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채권단 내부에서 계속 제기된 해법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한진해운이 3월 말 조 회장을 직접 만나 “대주주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4월 제출한 자구안에 사재 출연이나 그룹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지 않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측에 대주주 지원을 포함한 추가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이미 내려놓은 조 회장 측은 채권단의 추가 책임 분담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부실해진 회사를 넘겨받아 회생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 와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한진그룹 측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을 통해 1조1502억 원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1∼3월) 기준 931%까지 올라가며 회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 측은 “대주주 차원의 지원에 대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재조정 협상 중인 현대상선의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7일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폭을 20%대로 맞추기 위해 최종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3일에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7 대 1의 비율로 감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조만간 주주총회가 열려 감자안이 확정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정임수 기자·강유현 기자}
악성 기업 부채가 급증하면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에 부실이 몰렸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31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30조 원)보다 1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3월(약 38조1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3월 말(24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6조6000억 원(26.7%)이 급증했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87%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1년 3월(2.0%)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서는 기업 대출이 93.3%를 차지했다. 정부가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12.03%), 해운(11.43%) 등의 업종에서 부실채권 비율이 크게 높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취약업종의 여신을 떠안은 국책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악성 기업 부채가 급증하면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부실이 몰렸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31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30조)보다 1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3월(약 38조1000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3월 말(24조7000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6조6000억 원(26.7%)이 급증했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87%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11년 3월(2.0%)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미국(1.54%·작년 말 기준), 일본(1.53%, 작년 9월 말 기준)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서는 기업 대출이 93.3%를 차지했다. 정부가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12.03%), 해운(11.43%) 등의 업종에서 부실채권비율이 크게 높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취약업종의 여신을 떠안은 국책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은행별 부실채권비율은 산업은행이 6.7%로 가장 높았고, 수출입은행(3.35%), 농협은행(2.15%) 순이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대형 3사가 총 10조 원 규모의 고강도 ‘군살 빼기’ 작업에 돌입한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3조5000억 원대의 자구안을 확정짓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잠정 승인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일 “대우조선 역시 채권단과 최종 자구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곧 ‘빅3’ 모두 자구안 이행에 나서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3 중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1일 “지난달 12일 현대중공업이 자구안 초안을 제출한 이후 지금까지 협의를 진행했으며 보완할 점을 서로 합의하고 자구안을 잠정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유가증권,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등 비핵심 자산 매각(1조5000억 원)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매각 등 비(非)조선 부문 구조조정(1조2000억 원) △임금 반납과 휴일근무 폐지를 비롯한 경영 합리화(8000억 원) 등을 통해 총 3조5000억 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당초 2017년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하이투자증권 매각 시기는 올해로 앞당겼다. 또 현재 장외 시장에서 2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 현대오일뱅크의 주가가 2만3000∼2만5000원 선이 되면 기업공개도 검토할 계획이다. 산은과 막판 줄다리기를 지속해온 삼성중공업도 1일 자구안에 합격점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은 약 1조5000억 원 규모로, 경남 거제시 삼성호텔과 경기 성남시 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업무용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방안 등을 담았다. 당초 산은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자구안 초안에 대해 “너무 빈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주주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다시 제출한 자구안을 꼼꼼히 평가한 끝에 입장을 바꿨다. 채권단 관계자는 “보완된 자구안이 내용도 충실하고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난제는 대우조선이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초안을 받아들고 자구안을 조율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선박과 플랜트의 인도 시기, 수주 상황 등 여러 변수를 이용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재무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지난해 4조2000억 원의 대규모 지원이 이뤄졌지만 대우조선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은 업계 최대 규모인 5조2000억∼5조3000억 원대의 자구안을 짜놓은 상태다. 지난해 1조85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한 데 이어 예상을 웃도는 3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수립한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 관계자는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며 “‘자르고 쪼개는’ 식의 더 강력한 방안을 고민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잠정 승인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자구안도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라 보강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발주처 중 세계 최대 유조선 선사인 프런트라인이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4척의 주문 취소를 최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프런트라인 측과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신수정 기자}
부모님의 병환으로 급전이 필요하게 된 직장인 A 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인터넷으로 은행 대출 서비스를 신청했다. 약 1시간 뒤 해당 은행으로부터 ‘대출이 실행돼 2000만 원의 입금이 완료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 씨는 “예전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명 서류 등을 챙겨 영업점을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은행에서도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무방문·무서류 대출’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시중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더이상 은행 영업점을 찾아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거나 복잡한 서류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핀테크의 발달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고, 은행들이 증빙서류 없이도 고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다. 또 최근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둘러싼 업권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도 대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씨티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한 ‘씨티 직장인 신용대출 온라인 신청 서비스’를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했다. 기존에 씨티은행과 거래를 한 적이 없더라도 다른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최대 1억4000만 원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은행은 고객의 증빙서류를 받지 않는 대신에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대출 심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스크래핑이란 은행이 고객의 사전 동의를 받고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 등 외부 시스템에 자동으로 접속해 필요한 자료를 가져오는 기술이다. 씨티은행의 온라인 대출 서비스가 그런 사례다. 고객이 대출 신청을 할 때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료 납부 명세, 직장, 근무 연수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은행 측에 제공된다. 기업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헬로 i-ONE’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명함을 촬영하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i-ONE 직장인명함대출’을 내놨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하고, 개인신용등급(CB)이 7등급 이상인 경우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최대 1000만 원까지 빌려주며 금리는 연 3∼9% 수준이다. 특히 중도상환 수수료가 전액 면제되며, 연체 없이 분할 상환을 이어가는 고객은 매년 0.1%포인트씩 최대 0.2%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준다. 강성배 기업은행 개인여신부 팀장은 “신용등급이 7등급인 고객도 한 자릿수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KB i-STAR 직장인행복신용대출’은 현재 일하는 중소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최고 3000만 원까지 대출해준다. 인터넷으로 신청 가능하며 KB국민카드 사용 실적이나 급여 이체 여부 등에 따라 금리를 최대 연 0.7%포인트 낮춰준다. 신한은행에서는 ‘Sunny MyCar(써니 마이카) 대출’을 통해 자동차 대출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과 기존에 거래가 없던 고객도 신규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신청 및 실행까지 모두 비대면 거래로 할 수 있다. 금리는 연 3.8∼4.9%이며 신차 구매 시 0.6%포인트를 낮춰주고, 연소득이 3000만 원 이하인 고객은 추가로 0.1%포인트를 깎아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